대물 2
장례식장 안 (D)
박민구의 영정이 놓여있고.
상복을 입은 혜림, 넋이 나간 채 앉아있다.
눈물을 찍어내는 혜림모와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노는 동하.
식장 안은 취재진으로 빽빽한데...그때 대통령의 조화가 도착한다.
대통령의 조화에 후레쉬 터지고 취재열기가 더욱 뜨거워지는데...
조화를 갖고 온 대통령 비서실장, 분향을 하고 혜림에게 조의를 표한다.
실장 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부에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구하지 못해 유감입니다. 대통령께서도 유가족 여러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리라고 했습니다.
혜림 최선이요..?
실장 ..예?
혜림 지금 최선이라고 하셨어요? 일본 취재진은 모두 살아 돌아왔는데 우리 그이는 시신으로 돌아왔다구요. 근데 최선을 다했다구요? 이깟 조화로...최선을 다했다구요? (조화를 밀친다)
비서 (당황하고)
혜림 (조화를 발로 밟으며) 갖구가요! 이딴 거 필요 없어!
애 아빠 돌려줘요! 내 남편 살려내라구요~
후레쉬, 파바박 터지고... 사람들, 달려들어 혜림을 막는데...
놀란 동하는 울어대고 청와대에서 보낸 조화가 엉망으로 부서진다.
납골당 (D)
유골함 곁에 혜림 가족사진, 셔틀콕과 조그만 메달이 놓여있다.
혜림 (동하를 안아 올려서) 동하야..아빠 안녕 해..
동하 아빠 안녕.
혜림 우리끼리 씩씩하게 살게요 해..
동하 우리끼리 씩씩하게 살게요.
혜림 아빠..사랑..해요..
동하 아빠...사랑해요.
혜림 (더 말 못하고 아이 어깨에 고갤 묻고 운다)...!
동하 (으앙~ 울며)아빠, 미워. 배트민턴 친다고 해놓고...
동하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바로 옆 구역에 엄마의 유골함을 안치하는 세진.
세진 (담담하게) 여기 엄마가 그렇게 싫어하던 한국 땅이야. 엄마랑 나 미국 땅에 갖다버린 그 남자..내가 꼭 찾아내 죄갚음 할거야. (애틋하게) 그때까지만 엄마 여기 좀 있어, 응?
보도국장실 (D)
모니터에 혜림이 대통령 조화를 밟는 장면, 뉴스로 나가고...
툭 끄는 손본식... 보면 혜림이 마주 서 있었다.
손본식 상심이 큰 거야 알겠는데 자제 좀 하지 그랬어.
타 방송국에선 혜림씨 저 장면, 9시 뉴스에다 슬로우모션으로 음악까지 깔아 내보냈어.. 드라마틱하게!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거지..
혜림 ...
손본식 뽀로롱 놀이동산에서 서혜림씨, 하차시키겠단다.
혜림 ..예? 왜요?
손본식 뽀로롱 홈페이지 안 들어가봤어?
유아 프로랑 혜림씨 이미지 안맞다는 악플이 수 만건이다.
혜림 그래도..10년 넘게 제가 해온 프론데..
손본식 아나운서실장이 따로 얘기하겠지만..방송국으로서도 상주를 일 내보내는 것 같아 그렇고.. 마음 안정 찾을 때까지 당분간 집에서 좀 쉬어! 연월차 휴가라 생각하고..
혜림 ...
손본식 나도 민구 태섭이 잃은 거 미칠 거 같다.. 좀만 쉬자..
혜림이네 안방 (D)
혜림, 모로 누워서 잠만 잔다.
동하 (뛰어 들어오며) 엄마! 유치원 다녀오겠습니다. 엄마!
혜림모 (동하를 달래며) 엄마, 아파! 귀찮게 하지 말구 할미랑 나가자.
동하 엄마, 뽀뽀~ 뽀뽀 해줘야 가지~~ (혜림모, 데리고 나간다)
혜림 (자는 줄 알았는데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동하아빠~ 우리 이 제 어떡하냐..응..
국회 앞 (N)
비 온다... 횡단보도 앞에 선 도야의 각그랜저, 와이퍼가 찍찍~
각그랜저 안 (N)
도야 핸즈프리로 아버지와 통화 중이었다.
봉도(E) ..사위 험하게 죽고..아나운서 방앗간집도 절단났댜.
도야 ...(한숨 쉬고)..운전 중이니까 그만 전화 끊어요.
봉도(E) 모난 돌이 먼저 정 맞는다고.. 장~ 조심허고 다녀야 헌다.
장래 검찰총장하고..국회의원될려믄...
도야 (좀 짜증나) 아부지..검찰총장이 뉘집 강아지 이름이야?
국회의원은..내가 의원 잡을려고 검사된 거 몰라요?..예..
(좌회전 신호 들어오고) 들어가요, 아부지..(끊고)
도야 좌회전하는데, 빗속에 바뀐 신호를 못 본 차가 무섭게 달려온다.
도야, 어! 어!.. 하는 순간 오른쪽이 꽝! 부딪히는...
국회 앞 (N)
각그랜져 옆구리를 들이박고 멈춰진 BMW..
차에서 나오는 도야, 비를 맞으며 차를 살펴보면, 오른쪽 뒷문짝과 뒷범퍼가 심하게 부셔졌다. BMW에선 아무 기척도 없고.. 도야, BMW 앞으로 간다.
도야 (창문 두드리며) 이봐요. 괜찮아요?
세진 (창문 내리는데 말짱하다) 죄송합니다. 제 과실이예요.
도야 ..안 내리고 뭐 해요?
세진 지금 보험회사랑 통화중이예요.
도야 사고를 냈으면 일단 나와봐야 되는 거 아냐?
어? 이건 무슨 경우야?
세진 지금 보험회사 부르는 중이잖아요!
도야 보험이고 나발이고 당장 나와서 사고수습부터 하라고!
세진 수습 중이잖아요, 지금!~ 근데 말씀이 좀 짧네요?
도야 이 상황에서 말 길게하게 생겼냐고!
세진 (혼잣말) 똥차 같고 너무 하네 증말!
도야 똥차? 내차가 왜 똥차야? 내 차에 똥 싣고 다니는 거 봤어? 어?
세진 보상해줄 테니 악 쓰지 말고 교양있게 처리해요, 우리. 네?
도야 됐어. 보상은 됐고, 내차 내가 타던 그대로 원상복귀 시켜놔.
세진 알았어요. 비 맞지 말고 보험회사 올 때까지 차에 들어가서 기다려주세요!(창문 올려버린다)
도야 이 여자가 증말!
도야, 열받아 팔짝 뛰는데...사고현장 건너편에 환하게 불 켜진 국회 모습.
의원회관 복도/인서트 (N)
조배호(E) 서혜림이 대통령 조화 짓밟은 사건 말야..대통령 레임덕의 한 증 상일까?
조배호의원 방 (N)
창가에서 비오는 국회 쪽을 보며 뒷짐진 조배호와 바로 선 강태산.
태산 ..그럴리가요. 임기가 아직 한참 남으셨는데..
조배호 늙으면 비 올까 안올까 몸이 귀신같이 알아맞혀.
난 이 해프닝을 레임덕의 한 증상이라고 봐.
태산 ...
조배호 (보며) 자네도 슬슬 대권시동 걸어야지?
태산 대통령은 우리당입니다, 대표님. 아직 레임덕을 논하기엔..
조배호 롱타임 레임덕엔 청와대와 대립각을 바짝 세워야지. 그런 의미에서 서혜림이 남편 건으로 청와대 공격한 거 잘했어.
태산 그건 그런 뜻이 아니고..
조배호 (OL 자기 자리 앉으며) 오재봉이 마누라 호빠사건 말야.
태산 예, 대표님.
조배호 그놈 이혼하면 정치생명 끝이야.
호빠 댕긴 여자 남편이라고 알려져봐, 누가 표 주겠어?
언론은 막아놨으니까, 검찰은 검찰통인 자네가 손 쓰게.
태산 ..예..
조배호 호빠 출입 자체를 삭제하도록.. 강경하게 나가! 그 친구들 승진줄, 우리 손에 달렸다는 거 확실히 가르쳐주라고~
국회 앞 (N)
도야의 차가 견인차에 실리고 있다.
도야는 완전히 비에 젖은 생쥐 꼴이 됐다.
보험사 직원들끼리 서로 얘기하느라 바쁘고..
여전히 나오지도 않고 BMW에서 쳐다만 보는 세진.
세진 (창문 조금 열고 명함 주며) 보험사들끼리 알아서 해결할 거예요. 그건 내 연락처구요. 차는 원상복귀만 시켜주면 되는 거죠?
그럼 수고하세요! (하며 창문 올리는데)
도야, 차 문을 벌컥 열고 차키를 뽑더니 세진을 꺼내 빗속에 세운다.
세진 (비명 지르며) 어머! 이 사람이.. 왜 이래?
도야 야, 이 여자야! 잘못했으면 미안하다, 사과부터 하는 게 기본이거등? 유치원 땡땡이 쳤어?
세진 교양있게 해결하쟀는데...후우..
이런 사고를 대비해서 보험을 들었는데 내가 왜요?
그 사람들, 대신 사과해주고, 해결해주라고 고용된 거잖아.
난 남의 잡까지 대신할 생각 전혀 없는데요?
내 미안한 마음은 보험금이 대신해 줄 거라구요!
도야 히야...뭐 이따구로 생겨먹었냐?
당신 땜에 이 비 쫄딱 맞고 고생하는 거 안보여? 보험회사에서 도대체 얼마로 당신 미안한 마음 대신할 건데?
세진 아깐 분명히 원상복귀만 시켜달라고 했던 거 같은데요?
그새 맘이 바뀌셨어요?
도야 너 같은 여자 따위 싣고 다녀야 하는 저 차가 불쌍하다!
세진 고물차도 차라고 목소리 높여주는 댁이 고맙겠네, 저 차는! 참! 한가지 더~ 당신 내 차 키 뽑았는데 이거 절도야, 알아요? (차 키를 탁 뺏어서 BMW 타고 가버린다)
도야 절도? 누구 앞에서 법률용어 써대는 거야, 지금!(열 받아 팔짝 뛰고)...
혜림집 화장실 안 (D)
혜림,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본다. 벌건 눈동자, 핏기 없는 얼굴.
혜림, 칫솔 뽑아 들다가 칫솔통에 칫솔 세 개. 파란색 남편의 칫솔과 면도기 본다. 맘이 아프다. 머리 감으려 샤워기 줄 뽑아다 세면대에 트는데
샤워기 분사구가 고장 나, 물이 줄줄줄 흐른다 .
박민구(E) 갔다 와서 샤워기 손볼게. 물이 좀 새네?
혜림, 욕조 턱에 걸터앉는다...허공을 노려보더니 벌떡 일어난다.
혜림집 부엌 (D)
식탁에 혜림모, 흰밥에 물 말아 먹고 있다.
혜림모 산 목숨이 치사하다..사위 자식 먼저 보내놓고..히유..
혜림모 눈물 찍는데, 혜림이 간편한 외출복 차림으로 나온다.
혜림모 (혜림 모습 보고) 어디 가게?
혜림 어디라도 나가봐야지, 속에 불이 나 못견디겠어.
혜림모 (붙잡으며).. 그 몸으로 어딜 간다구!
혜림 (뿌리치며) 집에서 키우던 개가 없어져도 찾는데.. 사람이 죽었는데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도 없구..(나간다)
혜림모 ..얘! 혜림아! 얘!
헤리티지 클럽/몽따쥬/(D)
도착하는 최고급 외제차..도어맨 문 열면 민여사와 장세진이 내린다.
나이든 웨이터.. 방실장의 정중한 안내와 함께 드러나는 클럽의 전모.
수억짜리 피아노가 있는 로비, 레스토랑, 바, 헬스클럽, 사우나.. 컷! 컷!
마지막으로 2층 갤러리에 들어서는 민여사와 장세진.
민여사 대한민국 상위 0.1%만을 위한 회원제 클럽!
설계하고 자재 수입하고 건축하고 인테리어하는데 10년이 걸렸어. 나도 이제 늙었나 봐.. 클럽 운영만 해도 벅차. 이 갤러리도 클럽 회원들이 주고객이니까, 무리할 건 없고.. 어때?
세진 멋지네요, 이모! 열심히 해볼께요.
민여사 세진이 너 젊은 감각으로 멋지게 한번 운영해봐.
내려가자 클럽 구경시켜줄게. (세진 데리고 내려가고)
클럽 룸 안 (D)
강태산이 대검 차장검사, 도야의 상관인 부장검사와 요담 중이다.
태산 ..호빠사건으로 정치인들 이미지에 똥칠 제대로 해준 덕분에 법사위가 국감에서 단단히 벼르고 있어요.
차장 아이고.. 죄송합니다. 검찰 출신인 강의원님이 우리조직 케어 안해주면 누가 해주겠습니까. 살살 좀 해주십시오, 의원님~
태산 (정색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묘안이 없을까요?
차장 ..담당검살 바꾸겠습니다.
태산 (만족하고) 세월이 참 많이 변했습니다. 검사가 호빠 잠입이라니..
차장 꼴뚜기 한 놈 때문에 저희도 아주 죽겠습니다, 의원님~
태산 (전화보고)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나가면)
차장 (열 받아 넥타이 풀며) 하도야인가 하는 그 친구.
부장 (긴장하며) 예, 차장님.
차장 오지 시골지청으로 좌천시키고..다신 돌아오지 못하게 해!
클럽 복도 (D)
태산 뭐어? 남송, 해송 지역구 김태봉 의원이 특가법 위반으로 입건됐다고?..한놈 막아놓으면 또 한놈 터지고...정말~ (하는데)
세진. 민여사와 들어오다 통화하는 강태산을 본다.
세진 ...!
태산 ...!..좀 있다 다시 통화하지.
민여사 강의원님! 소개할께요. (세진보며) 여긴, 내 조카 장세진.
뉴욕대 예술경영학과 졸업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큐레이터 출신. 내가 3년을 설득했어요. 우리 클럽 갤러리 좀 맡아 달라구... 이쪽은 강태산 국회의원.. 서로 인사해요.
태산 아 예..(아는 척 할려는데)
세진 (OL) 첨 뵙겠습니다, 장세진이예요.
태산 ?..(얼떨떨해서) 안녕하세요, 강태산입니다.
세진 (미소짓고)
클럽 세진방
거실과 침실 하나로 이뤄진 클럽 내실 같은 곳..앞으로 세진이 거처할 곳이다.
민여사 (들어오며) 여기, 내 개인 사무실로 쓰던덴데..괜찮겠니?
세진 (둘러보며) 여자 혼자 살기에 딱인데요, 이모?
민여사 (소파에 앉으며) 엄마는 잘 모셨고?
세진 ...네..
민여사 너 앞에 두고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니 엄마 정 많은 게 탈이었다. 그런 남자한테 정이라니..예정된 비극이었어.
세진 ...
민여사 이 클럽, 예전에 니 엄마랑 내가 일하던 데랑 똑같은 곳이야. ..요샌 여자는 없지만! 대한민국 한다하는 남자들의 욕망과 음모가 판치는 그런 곳이라구. 쓸데없이 남자한테 정 주지말고 너도 조심해...
세진 엄마랑 나 미국 땅에 버린 그 남자.. 누구예요?
민여사 그건 알아서 뭐하게? 복수라도 하게..?
세진 ...
민여사 쓸데없는 생각말고 니 인생, 니 행복이나 챙기면서 살아.
그 남자.. 너같은 여자애가 상대할 수준의 남자 아냐..
세진 ...!
국회 앞 (D)
소규모 시위대가 메가폰 든 채 시위 중이다.
남자1 OECD 가입만 하면 선진국이냐!
국회는 비정규 악법 철폐하고! 권리보장입법 상정하라!
일동 상정하라! 상정하라!
남자1 차별과 빈곤뿐인 비정규직 양산법안! 규탄한다! 규탄한다!
그때 국회를 향해 정면으로 서는 사람, 혜림이다.
혜림 (국회를 향해 외친다)
대한민국은 대체 누굴 위한 나라입니까?
시위대들 (본다)
혜림 국회의원들한테 국민은 선거 때 찍어주는 한 표, 두 표!
표 밖에 안 되는 겁니까?
시위대들 (저 사람 서혜림 아니야? 수군수군)...!
혜림 개가 집을 나가도 찾는데.. 이 나라 국민들은 개만도 못 합니까?
시위대들, 숙연해지고..
남자1, 혜림에게 다가가 확성기를 내민다.
혜림 (확성기로) 왜 못 살렸습니까? 왜 구해주지 않았습니까? 미국 여기자가 북한에 피랍됐을 때는 클린턴이 북한에까지 가서 구해왔습니다! 똑 같이 납치됐는데 일본 기자들은 살아 돌아오고 왜 우리 남편은 죽어 돌아와야 했습니까?
서부지검 로비 (D)
도야, 외출했다 들어오는데, 대형TV 앞에 모인 사람들 뉴스를 보고 있다.
혜림, 국회 앞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데모 중이다.
기자 네, 여기는 아프간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서혜림씨가 시위 중인 국회 앞입니다. 서혜림씨를 동정하는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는데요..당국에서는 반미 감정으로 번지지 않을까...
도야 (착찹하다)
국회 앞 (D)
소나기가 쏟아진다.. 군중들, 비를 피해 일시에 흩어지고,
혜림 혼자 온 몸으로 비를 맞으며 꿈쩍도 않는다.
혜림 (숨 몰아쉬며) 우린 누굴 믿고 살아야합니까?
내 아이한테 아버지의 죽음을..이 나라를 어떻게 설명해야합니까?
멀찍이 우산 쓰고 그런 혜림을 보고 있는 도야..비는 점점 더 거세지고!
혜림 얼굴엔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물들이 흘러내리는데..
도야, 성큼성큼 걸어가 혜림에게 우산을 씌워준다.
혜림, 누가 우산을 씌워줬는지도 모른다!
도야 ..아줌마 감기 걸려.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혜림 나라없는 백성도 아니고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게 죕니까!
도야 (OL)집에 가 그만. 이런다고 죽은 사람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구!
차를 타고 국회로 들어가는 강태산, 혜림과 도야를 보고..
우산을 씌워주느라 한쪽 어깨가 젖는 도야.
혜림에게 씌워진 우산에 찍힌 검찰마크에 쏟아지는 빗줄기에서...
서부지검 전경 (D)
도야(E) 정기인사도 아닌데 지방근무라뇨?
부장검사실 (D)
부장 검사, 도야에게 인사 사령장을 준다.
부장 어차피 순환근무해야잖아. 젊었을 때 아랫동네 돈다고 생각해.
도야 이거 호빠사건 문책인사죠? 저 못 참습니다.
부장 (화나서) 못 참으면? 법무부 장관한테 가 들이박던가!
거리로 나가 데모라도 하던가!.. 마음대로 하게!
도야 (기분 개떡이다)
부장 고향 지청에 발령난 거, 내가 배려한 건 줄은 알지?
도야 (사령장 낚아채며) 대한민국 검찰이 이거밖에 안됩니까?
호빠사건 어떻게 처리하는 지 쭉~ 지켜보겠습니다.(간다)
하도야 검사실+복도 (D)
도야, 박스에다 짐 싸고 있다.
암만 생각해도 화가 치미는지 신경질적으로 짐을 박스 안에 집어 던진다.
뻑! 소리 날만큼! 그 소리에 깜짝 놀라는 수사관과 실무관.
밖에서 다른 방 사무관들, 실무관들, 수근거린다.
사무관1 하검사 좌천시키고.. 딴 검사한테 사건 넘기려는거지, 뭐.
간만에 괜찮은 검사였는데..이렇게 부러지고 마네..안됐어.
도야 (박스 들고 나오며) 뭐 남송에 바다 좋으니까 휴가 오실 때 연락들 하시고! 수고~! (하고 간다)
자동차 정비공장 (D)
시끄러운 정비음 소리..
찌그러진 도야의 각그랜져를 사장이 살펴보고 있다.
세진 네에? 못 고친다뇨?
사장 단종된 지 하도 오래 된 차라서 순정품이 없어요.
세진 어떻게든 고쳐주신다고 했잖아요. 돈은 얼마든지 드린다구요. 지금 몇 군데나 돌아다닌지 아세요?
사장 차라리 폐차시키고 새 차 사주는 게 싸게 먹혀요.
(가버린다)
세진 (불러대며) 아저씨! 아저씨! (가버리면) 아후...
방송국 앞 (D)
혜림, 말쑥하게 차리고 출근한다. 수근대거나, 어색하게 인사하는 직원들.
아나운서실 (D)
아나운서들 다가와 혜림 위로하고 있다.
여아나2 좀 더 쉬지... 몸은 괜찮아요?
혜림 (씁쓸하게 웃고)
여아나1 우리들, 자기 땜에 다 고생한 거 알지? 뽀로롱 놀이동산이며 밤을 잊은 당신에게.. 대타 뛰느라고 나 휴가도 못 갔다.
혜림 미안해요. 이제 좀 괜찮아졌으니까..선배 휴가 가세요.
제가 대타 뛸게요.
여아나1 정말? 정말? 진짜 부탁해도 돼?
혜림 저 어려울 때 도와주셨잖아요.
라디오 스튜디오 (D)
혜림, 헤드셋 끼고 생방중이다.
방송 나가는 동안, 혜림,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고...
최신 유행 댄스 음악이 끝나고 멘트 하라는 부스 밖 피디의 신호!
혜림 (부러 밝게) 정말 오늘 날씨에 딱 맞는 활기찬 곡이었죠?
휴가 간 김민영 아나운서 대신 서혜림이 진행하지만 낯설어도 들어주실만하다고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하다가 잠시 포즈)
피디 (부스 밖에서 본다)...!
혜림 여러분..잘 아실지 모르겠지만 제 남편은 카메라 기자였어요. 얼마 전 아프간에서 반정부군에 납치돼 사망했다는 건 아실만한 분은 다 아실 텐데요.
청와대 앞 (D)
강태산, 차타고 청와대 정문을 통과하다가 카 오디오 듣는다.
혜림(E) 아프간에서 피랍된 일본 취재진은 풀려났는데 왜
한국 취재진은 풀려나지 못했을까요?
조배호 대표실 (D)
안마 의자에 누워 자고 있는 조배호 위로 어디선가 들리는 라디오 소리.
혜림(E) 정부가 무능한 건가요, 미국 눈치만 보느라 그런 건가요?
이런 국가가 국민한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D)
창가에 서서 지친 모습으로 밖을 내다보는 대통령 위로 들리는 라디오 소리.
혜림(E) 협상단 파견하는 데는 한 달, 시신 거두어 오는 데는 하루인 정부가 도대체 왜 존재해야 합니까?
라디오 스튜디오 (D)
피디 (밖에서 놀라서 컷트! 컷트~ 하는 싸인을 준다)
혜림 (아랑곳 않고) 이 나라에 태어난 게 죕니까?
우리가 나라없는 백성인가요?
기차 안 (D)
짐 가방 들고 해송으로 내려가는 중인 도야, 등산객이 켜논 라디오 듣는다.
혜림(E) 국민들 목숨 하나 보호하지 못하는 나라가 왜 필요합니까? 대한민국은 도대체 누굴 위해 존재하는 나라인가요?
도야 (씨익~ 웃으며)...한 건 했구나 서혜림!
라디오 스튜디오 밖 복도 (D)
혜림, 사람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온다.
손본식 (피디에게) 음악으로 다 때워!~ 음악 틀라고!
(혜림이 끌려 나오면 힘껏 따귀를 때린다)
혜림 악..! (뺨 감싸고)
손본식 야! 너 미쳤어? 방송이 니 개인 소유물이야? 니 남편만 죽었어? 허태섭이도 죽었다구..(눈 붉어지며) 아까운 인재 둘이나 잃어 방송국도 초상집인데, 너까지 왜 이래, 정말?
혜림 왜 할 말도 못 하게 해요? 살려달라고 뉴스며 기획특집이며 해달랄 때 국장님 뭐라셨어요? 기다려보자고.. 기다려서 내 남편 시신 돌려받으라구요? 후배들 사지로 몰아넣고 국장님 뭐하셨는데요? 국장 자리가 그렇게 중요해요? 정치권이 그렇게 무서워요?
손본식 내가 안 한 게 뭐야? 나도 미치고 팔짝뛰겠어서 사방팔방 안 뛰었는줄 알아? 대한민국이 힘이 없는 걸 낸들 어떡하고!
복도에 직원들 보고 있는데
손본식 무슨 대단한 구경났어? 다들 일 안해? (사람들, 흩어지면) 서혜림! 나도 박민구 아꼈어. 정신없을 거라고, 일부러 장기 휴가줬는데... 이런 식으로 사고를 치냐? 이건 회사차원의 문제가 아냐. 방통위는 폼으로 있는 줄 알아? 방송이 니 한사람 개인감정을 토로하는 자리냐고! 넌 해고야! 집에 가서 기다려! 해고장 등기로 발송해줄 테니! (가버린다)
혜림 (혼자 덩그라니 남아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는데)
스텝1 저기요..! (하며 손수건을 내민다) 힘.. 내세요..
혜림 (감정이 북받쳐 오열한다)..
청와대 비서실장실 (D)
혜림의 방송 건을 알아보고 전화하느라 시끄러운데.. 강태산, 들어온다.
태산 선배! 서혜림이 방송 들었어?
실장 (골 아프다)..들었어. (앉으며) 앉아.
태산 대통령 조화를 짓밟지 않나, 방송에다 대고 정부비판을 하지않나..어떻게 된 여자야, 이 여자?
실장 ..우리도 사태를 파악 중이다.
태산 당,정이든 관료들이든 확 물갈이해서 군기 잡아야하는 거 아냐? 조배호는 이 사태를 레임덕이 시작된 걸로 생각한다구요.
실장 인사 개혁..나도 몇 차례 진언드렸지만..작년에 영부인 돌아가시고, 어르신 만사 의욕을 잃어버리셨어.
태산 허..참 큰일났네. 이래서야 나라 꼴이..
레임덕이 되면 조배호의 흑막정치가 다시 판을 친다구.
실장 알어. 그렇다고 나까지 어르신을 몰아세울 수는 없잖아?
인생이 의무감으로 살아져?
..어떻게든 어르신 낙을 찾게 해드려야 되는데..
태산 선배! 우리, 쓰레기 같은 놈들 뒤치다꺼리나 해주려고 정치 시작했어? 그럴려구 내가 조배호 밑에 기어들어 갔냐구? 낙 좋아하네~ 비서실장이 대통령 낙 찾아주는 사람이야?
실장 (화내며)야, 너만 나라 생각해? 나도 요즘 잠이 안온다구, 임마!
남송역+ 헤리티지 클럽 (N)
기차 도착하고 전화 받으며 내리는 도야.
도야 ..누구?
세진 하도야씨? 나..빗속에 접촉사고! 기억하죠?
도야 아 그 싸가지? 내차 원상회복해뒀겠지?
세진 (OL)폐차하고..돈으로 드릴께요. 얼마면 될까요?
도야 구두합의도 합읜데..일방적으로 파기하시겠다?
이러면 나도 못참지. 당신 검찰로 출두 해줘야겠는데?
피의자 신분으로다..
세진 거..검찰? 피의자요?
도야 남해도 남송지청 하도야 검사실로!
남송이 어디 붙어는지는 지도책 잘 찾아보시고..
도야, 전화 끊고 걸어가는데 저 앞에 운전사다 열어주는 고급차에서 내리는 철규, 반갑게 도야를 부르며 다가온다.
철규 하검사.
도야 ..누구시더라?
철규 (활짝 웃으며) 짜식..나 철규야, 임마.. 김철규..
왜, 옛날에 다리 위에서 다찌마리 떴던...기억 안나?
도야 (떨떠름하다)..아?..기억하지..
철규 (무지 반갑게 툭 치며) 짜식 반갑다, 야..나 여기서 건설업 하잖냐. 긴말은 밥 먹으면서 하고..가자..오늘 내가 칙사대접할께!
도야 ..왜?
철규 왜는? ..우리 친구잖아? (어깨동무하면)
도야 자..잠깐. 밥은 됐고, (어깨동무 풀며) 너 나랑 어디 좀 가자.
철규 ..어디?
폐 다리 위 (N)
옛날 다찌마리 하던 다리 위. 철규 다리 아래로 오줌 싸며..
철규 이야..높다. 한참 떨어지네.
우리가 여기서 논개랑 왜장처럼 떨어진거냐..하하..
도야 그 왜장 이름은 게야무라 로구스케라고 한다.. 다 쌌냐?
철규 어? 어..어 시원하다.
도야 그럼 한판 뜨자.
철규 뭐?
도야 싸움이든 뭐든 끝을 못보면..꼭 똥 싸다 만 것처럼 찜찜해서 말야.
K1스타일의 화려한 킥과 손기술을 쉐도우로 보여주는 도야..철규 어어..하는데,
순식간에 철규의 머리통을 니킥 상태로 만들어놓는 도야.
도야 실전 같으면..뇌가 니 해골에 꿀~렁 충돌하면서 넌 떡실신이다!
철규 아..새끼.. 장난은..
도야 아부지는 잘 계시냐?
철규 안 그래도 우리 아버지 때문에 너 보자고 했는데..
조배호 대표실 (N)
김태봉 의원, 큰 쇼핑백을 조배호에게 진상한다.
쇼핑백 위로 나온 떡차 덩이들.. 그 밑에 보따리로 싸인 뭔가가 있다.
김태봉 대표님. 제 지역구 특산물인 떡차입니다.
조배호 (쳐다도 안 본다)
김태봉 정말 억울합니다. 서울에 1군 건설업체들까지 죄다 지방으로 몰려와서 지역경제가 엉망입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뛴 죄밖에 없는데..특가법 위반이라니.. (꿇고) 살려주십시요. 대표님...!
조배호 (버럭 화를 내며) 자넨, 대체 정치한 지가 몇 년인데,
여태 먹을 돈 안 먹을 돈도 구분 못하나?
김태봉 마누라가 지난번 선거 때 잡힌 집 되찾느라고..
조배호 무슨 일만 터지면 마누라 핑계지..당신 마누라가 호구야!
김태봉 (조배호의 바짓가랑이 잡으며) 죽여주십시오, 대표님..
노크하고 들어오는 강태산, 김태봉의 행태에 눈살을 찌푸린다.
태산 좀 늦었습니다, 대표님.
조배호 ..특가법 위반이니, 검찰에선 이참에 국회의원 뱃지 뗄라고 눈에 불들을 켤 거야. 이 친구 소행이야 괘씸하지만, 어떡하겠나? 우리 당으로선 의석 하나가 아쉬운 판에..
태산 썩은 내가 진동하는 의원 하나 땜에 부패 정당이 될 순 없습니다. 아쉽더라도 읍참마속하셔야지만 우리 당이 건강해집니다.
김태봉 (놀라) 이것봐요, 강의원!
조배호 털면 먼지 안날 선량이 있을 줄 알아, 국회에? 자네도 마찬가지고!
태산 (쇼핑백 힐끗보고)...
조배호 시골 지청이니까 작업하긴 더 쉬울거야.
의원직 유지하는 선에서 처리해!
김태봉 (깊이 숙이며) 백골난망입니다, 대표님~!
태산 ...!
의원회관 복도 (N)
강태산, 조배호의 방문을 닫고 나오며
태산 (넥타이를 확 풀며)선량?..웃기고 있네, 쓰레기 같은 놈들!
해송 목욕탕 (D)
도야, 바가지로 하봉도의 등에 물을 붓고, 때를 밀기 시작한다.
봉도 하아..시원하다. 하아..좋아. (큰소리로) 검사 영감님이 밀어중깨로 대통령이 안부럽고만.
도야 고만 좀 해.. 사람들 다 듣겠어.
봉도 들으라고 큰소리 치는디? 너 순환인사로 남송지청에 내려왔다니까, 사람들이 아부지한테 을매나 인사하는 중 아냐? 내가 요새 붕붕 떠서 산다...흐흐흐..
도야 (밀며)..방앗간 집은 요즘 좀 어때?
봉도 엎친데 덮친격으로 방송국에서도 짤리고, 내려왔댜, 그 집 딸~
도야 (생각에 잠겨 한 자리 계속 밀어대고)
봉도 앗..따거라! 아부지 등깝데기 벗겨지겠다, 이눔아~
해송 방앗간집, 방 안 (D)
혜림 맥을 놓고 누워있는데, 동하, 들어온다.
동화 엄마~ 심심해! ...나랑 놀아, 응?
혜림 (꼼짝 않고)...
동화 엄마~ 엄마~~ (흔들어 깨운다. 계속 흔드는데)
혜림, 씩 웃으며 갑자기 동화를 끌어안고 데굴데굴 구르고 간지럼 태운다.
깔깔 웃는 혜림과 동하...열린 문으로 혜림모, 그 모습 착찹하게 본다.
동하 엄마! 고만해..고만해..나 오줌 싼단 말야~~
E 띵똥~~ 벨소리 들리고..
해송 방앗간집 앞 (D)
혜림, 동하와 나오는데 우체국 오토바이 서있다.
우체부 여기...서혜림씨 계신가요?
혜림 전대요...
우체부 등깁니다. 싸인 좀 해주세요.
혜림 (받아보며)..어디서 왔는데요?
우체부 검찰청 같던데..
혜림 검찰청이요? (찢어 보다가 놀란다) 검찰소환장이다??
남송지검 지청장실 (D)
공성조 지청장, 양검사 구검사 두 명에게 사건 서류철을 배당한다..엄청난 양이다.
양검사 (한숨 쉬며) 서류더미에 깔려 죽겠구만..
공성조 하검산 언제부터 나오나?
구검사 낼 모레요.
공성조 다 몬하겠다 싶으믄 글마한테 돌리라.
자쓱 물 먹어가 야코 팍 죽었을낀데 너무 어려운 말고 쉬운 사건으로..(핸드폰)예, 남송지청장 공성조입니다..아, 강의원 아닌가배?
의원회관 강태산 의원실 (D)
국회쪽 바라보며 전화하고 있다. 말과 달리 표정이 서늘한 태산.
태산 잘 계시나해서 걸어봤습니다.
선배님, 서울 올 때 된 거 같기도 하구요
화면 나뉘며 공성조 나온다.
공성조 때 되믄 안 가긋나..?
태산 어제... 법무부 장관하고 점심 했는데, 인사 때문에 머리 아프다더군요. 선배님처럼 든든한 분이 서울로 오면 저도 힘이 될텐데.
공성조 (바짝 긴장한다)..내가 힘은 무슨.. 강의원이 법사위원장 맡아가 욕본다 아이가.
태산 욕은요? 검찰 출신이라고, 늘 친정 신세나 지는 판에..
공성조, 양검사,2 손으로 내보낸다. 나가면..
공성조 단도직입적으로..니 김태봉이 땜에 전화했제?
태산 당지도부에서 꽤 신경들을 쓰네요.
공성조 (눈치 챈다)..김태봉이도 여서 고생 많이 했더라고.
현식 (그 눈치에 씁쓸하다) 그래요?
공성조 (씩 웃고는) 의원직은 유지하는 선으로 맞차보까?
태산 손도 부족할텐데..죄송합니다.
공성조 서류더미에 치여죽을 지경이지만, 눈치 빠른 놈으로 찾아바야제.
태산 (OL) 거기 하도야 검사라고 내려왔죠?
공성조 ..그 호빠 검사?
태산 (OL) 그 친구 일 좀 잘 가르쳐줘요, 선배님. (의미 담고)잘!
공성조 ..!..글마를 아나, 강의원이..?
태산 그럼요. 잘 알죠..!
강태산, 뚫어질 듯 정면을 노려보는데서....
달리는 오토바이 (D)
하봉도, 곰탕집 상호가 찍힌 오토바이에 양복 입은 도야를 태워 달린다.
봉도 첫 출근이라고 일찍 자랬더만, 날밤 새고.. 니가 애냐?
격투긴지 뭔지 새벽까지.. 이참에 케이블 티비 확 끊어버릴텨.
도야 냅둬요... 스트레스 푸는 데는 짱인데..
봉도 기차 놓치믄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도야 아줌마 마냥 잔소리 잔소리..
지청에 관사라도 딸린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봉도 고향이라고 풀어지지 말고! 절대..
도야 (OL,흉내) 꽁술 꽁밥 얻어 묵지 말고!
해송역 플랫홈 (D)
도야, 한손에는 서류가방, 양복 한쪽 팔만 끼고 넥타이 입에 물고
막 떠나려하는 기차에 간신히 탑승한다.
기차 안 (D)
도야 (거친 숨, 맨 끝 자리에 털썩) 이게 다 그 싸가지 때문이야. 내 염장을 지르고 니가 얼마나 견디나 보자~
도야, 양복 제대로 입고, 넥타이 고쳐 매고.
머리 정돈 하고 마주 앉은 여자랑 눈 인사도 한다.
도야, 하품 늘어지게 하더니 고개 꾸벅 꾸벅 하면서 졸기 시작하는데...
한 남자가 슥~~ 여자 옆 빈자리, 도야의 맞은 편에 앉는다.
남자, 자기 무릅과 여자 무릅 위로 신문을 슬그머니 놓는다.
<점프>
도야, 졸다가 유리창에 머리 부딪쳐 깬다.
게슴츠레한 도야의 눈에 여자의 허벅지를 만지는 남자 손이 보인다.
도야, 여자와 눈이 마주치는데... 여자, 당혹스럽고 창피해서 어쩔 줄 몰라한다.
도야, 귀찮아서 고개 딴 데로 돌리는데...
혜림 (목소리 꽥) 당신! 뭐야! 증거 잡았어! 꼼짝 마!
도야 (뭐야? 싶어서 고개 돌려 복도쪽 보면) ...?
혜림 (핸드폰 동영상 들이대며) 분명히 저 아가씨가 먼저 타고 왔고...아저씬 나중에 탔어. 당신들 일행 아니지? 맞아 안맞아, 아가씨?
도야 (혜림인 거 보고. 속엣말) 저 여잔, 어째 한 개도 변한 게 없냐?
아가씨 일행 아..아니예요.
혜림 거 봐..! 근데 왜 남의 아가씨 허벅지를 만져대? 이 변태야?
변태 내가 언제!~ 이게 확! (혜림을 주먹으로 칠려는데)
도야 (번개처럼 그 손 잡는다) 에헤이! 이 아저씨가! 폭력은 안되지~
변태 넌 또 뭐야?
도야 나도, 목.격.자다, 왜?
혜림 어...! 너..태..태...
변태 이것들이 쌍으로 사람 병신 만들어? 늬들 다 뒈져 볼래?
변태, 도야를 향해 주먹을 날리면 도야, 이렇게 저렇게 주먹을 피한다.
도야 에헤이! 이러지 맙시다. 나 첫 출근인데...
변태 내가 언제 만졌다고 그러냐고! 이것들이..?
아가씨 만졌잖아요. 내 허벅지!
도야 남의 아가씨 허벅질 허락없이 만지는 걸 성추행이라 하거든? 아자씬 성추행 현장범으로 성폭력범죄 특례법 제 11조 1항에 의거, 징역1년이나 벌금 300만원..
변태, 도야에게 주먹을 날린다. 도야, 입술이 찢어져 피가 난다.
도야 이씨! 내 얼굴에 기스 냈어!
도야, 변태를 향해 몸을 날리는데 서로 치고 받고...
객차 안은 꺅~ 소리 나고 아수라장 된다.
남송역 플랫폼 (D)
경찰들, 객차 안에서 반쯤 곤죽이 된 변태를 끌어 내리고 있다.
도야, 와이셔츠 찢어지고 입은 터져서 피난 채 내린다.
따라 내리는 아가씨, 혜림
도야 여긴 피해자. 여긴 증인! 증거물 동영상도 있습니다.
나한테 폭력을 행사한 부분에 관해선 따로 고소장을 내겠습니다.
아가씨 저..바쁜데..꼭 같이 가야해요? 그냥 가면 좋겠는데.
혜림 아가씨! 바쁘다 귀찮다, 창피하다 그러면서 피하니까 저런 변태가 활개를 치는 거야. 가자. 나도 같이 경찰서 가줄게.
아가씨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도야 아~ 난 할 일 다 했으니 맘대로들 하쇼~
혜림 야~! 태~~ 태~~(아직도 이름을 기억 못하겠다)
도야 (뒤도 안돌아 보고 가며) 머리 나쁜 것도 여전해.
남송지청 인서트 (D)
지청장 방 (D)
열중 쉬엇 자세로 서 있는 도야,
지청장 공성조, 피 묻은 옷, 주둥이가 팅팅부은 도야의 행색에 기가 찬다.
공성조 니 깡패가?
도야 검삽니다.
공성조 꼴이 그게 뭐꼬? 출근 첫날부터?
도야 피치못할 사정으로 법보다 주먹이 먼저 나갔습니다.
공성조 호빠에서도 먹히는 얼굴이라더니..의원 사모, 생각보다 눈이 마이 낮았던갑제?
도야 붓기 가라앉으면 사모 눈이 그닥 낮지 않았다는 걸 알게되실 겁니다, 지청장님.
공성조 (인상쓰며)짜슥, 똑띠 해라이~ 티미하게 굴면 내 반 직이뿔끼다.
도야 ...
공성조 내는 우 아래 몬 알아보고 깝치는 자슥들 젤로 싫어한다.
머리 나빠가 말 못알아 묵는 자슥들 그 다음으로 싫어한다. 개념 쌈 싸묵은 자슥들은 확 된장 발라뿔고 싶다, 알긋나?
도야 예.
공성조 가봐.
도야 (인사하고 나간다)
공성조 강태산이 와 절마한테 김태봉이 사건을 배당해라 청탁했을꼬? 정치하는 놈들 말은 수십개의 도주로를 파놓은 토끼굴 같애서..당최 알아묵을 수가 있어야제..
하도야 검사실 (D)
하도야, 문 열고 자기 책상으로 가는데
피의자 조사 중인 송계장, 타이프 하느라 바쁜 박미경.
박미경, 슥~ 하도야 보면, 찢어진 입술, 피 묻은 와이셔츠 차림이다.
박미경 거기 아저씨 지금 뭐하는 거예요?
도야 예?
박미경 (하도야를 끌어내며) 피의자가 검사석은 왜 앉냐구요!
도야 아니...전 하도야...
박미경 (문 열어주며) 하도야 검사 오면 부를께요, 나가세요!
송계장 하..도야?..혹시..오늘부터 출근하시는?
도야 바로 그 하도야이라니까요! (검사석으로 가 털썩 앉는다)
송계장, 박미경, 바짝 긴장하고 차렷으로 선다.
박미경 죄..죄송합니다. 전..검사님인 줄도 모르고..차림이..
도야 인사는 나중에 하고 내 첫 배당 사건이 뭡니까?
박미경 그게..아직..피고소인이 안와서..
도야 요새 왜 이렇게 검찰 우습게 아는 인간들이 많어?
출두하래도 안하고 여기가 씨름장이야? 왜 버텨? 버티면 장땡이야?
화 내는데.. 문 열리고 숨차게 들어오는 혜림, 인사한다.
혜림 죄송합니다. 늦었어요. 오다 사고가 좀 생겨서...
(하고 고개 들면 도야를 봤다)..넌.? 태..태...
(명패보면 河太成이라고 써있다) 맞다. 하도야..
(놀란다) 그럼 그때 그 도야이가..?
<플래시 백>
휙휙 주마등처럼 지나쳐가는 도야의 과거 모습.
혜림 거..검사가..!
도야 검찰에 조사 받으러 오던 길이었어?
혜림 어..어..
도야 앉지!
혜림 (믿기지가 않아) 너 사람 됐구나!~ 그땐 날라리..
도야 (눈 부릅뜨며) 쯧!
남송 가는 도로 (D)
철규 운전하고, 김태봉은 뒷좌석에 앉아있다.
김태봉 하도야인 만나봤냐?
철규 만났는데..봐주겠다는 건지 아리까리해요, 아버지.
김태봉 술은? ..돈은 먹였고?
철규 아뇨. 지 애비 전화가 와서 다음에 하기로 했어요.
김태봉 (버럭 화내며) 똥꾸멍에다 낚시를 걸라니까..
(한숨) 그래갔구 뭔 놈에 사업을 하겠다구!
3대 곰탕집 (D)
하봉도, 점심장사 준비로 바쁜데.. 들어오는 김태봉, 김철규.
봉도 아직 준비 덜 됐는디..(하다) 어..의원님.
태봉 아이고..하사장님, 장사 잘 되십니까?
봉도 ..의..의원님이 여긴 어떻게??
태봉 하검사, 금의환향했는데..명색이 내 지역군데 인사라도 해야죠. (눈짓하면, 철규, 쇼핑백 봉도한테 주고)
봉도 ..이..이게 뭔데유?
태봉 우리 고장 특산물인 떡차아닙니까, 허허..
봉도 (쇼핑백 밀어내며) 안되유..전 이런 거 절대 못받어유.
태봉 허허..싼겁니다. 10만원도 안되요. 이런 건 뇌물 아닙니다!
하도야 검사실 (D)
도야 (고소장 보면서) 업무방해죄네.. 생방송에 개인감정을 터뜨린..
혜림 꼭 그러려고 한 건 아니였어.
도야 고의성은 없었다? (타이프 치기 시작한다)
혜림 라디오에.. 신나는 댄스곡들이 흘러나가는데 미치겠더라구.
내 남편은 언제 죽었냐는 듯, 그런 일이 있기나 했냐는 듯, 세상 사람들은 까마득히 다 잊고 신나게 일상을 살아가는거야. 그 사람 일상은 이제 없어졌는데.. 억울해 미치겠더라구.
도야 (타이프 치는 손, 멈춘다)
혜림 (격앙해서) 그 사람도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육군 포병으로 나라도 지켰고, 월급에서 세금도 꼬박꼬박 냈어. 근데 그 사람 죽어갈 때 이 나라는 뭘 하고 있었냐고? 그 사람은 나라를 지켰는데, 나라는 그 사람 왜 안지켜 줬냐고? 방송국도 정부도 청와대도.. 기다리라고만 했지 뭘 했냐고?(운다)
도야 ...(각 티슈를 혜림에게 내민다).
도야, 송계장, 박미경들에게 점심 먹고 오라고 손짓해 보인다.
혜림, 티슈로 닦으며 울고.. 송계장, 박미경 조용히 나간다.
복도 (D)
송계장 (문 닫고 나오며) ..저 검사, 사차원 같은데..?
머리 꽤 아플 거 같지?
박미경 여기저기 터져서 그렇지, 스탈은 괜찮던데요?
옷빨도 죽이고.
송계장 보는 거 하고는..!
하도야 검사실 (D)
혜림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 얼마나 살고 싶었을까. 얼마나 가족 품에 돌아오고 싶었을까. 근데 싸늘한 시신이 되서야 돌아왔어..그 시신, 아우..아우..나쁜 놈들, (절규~)사람한테 어떻게 그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난, 그 사람 사지로 떠나는 줄도 모르고..배드민턴 라켓 땜에 미워서 째려보고 잘 다녀오란 말도 못했어..그깟 37만원 땜에..그 사람, 나 때문에 죽은 거야..나 때문에...! (통곡한다)
도야 ..너무 자책 마. 세상에 어떤 이별도.. 아름다운 건 없다잖아..
혜림 (그 말에 더 통곡을 하는데)
복도 (D)
점심 먹고 돌아오는 송계장, 박미경, 조심스레 문 열고 들어간다.
하도야 검사실 (D)
보면, 혜림, 조서에 지장을 찍고 있다.
혜림 나..어떻게 될까?
도야 글쎄..
혜림 어떻게 되든..괜찮아. 이제 속 시원해.
도야 ...?
혜림 답답했거든. 그동안 가슴에 맺힌 거 쏟아내질 못해..검찰에 와서 줄줄 늘어놓은 게 웃기지만..정말 속이 시원해졌어. 가슴이 툭 터지는 거 같애..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하도야 검사님!
도야 ..난 피의자 조사한 거 뿐인데?
혜림 니가 한 말..힘이 된다. 어떤 이별도..아름다운 건 없단 말!
도야 ...!
혜림 맘이 많이..가벼워졌어..(또 울려고 한다)
도야 고만 울어 쫌!
남송지청 자판기 앞 (D)
혜림, 힘없이 허적허적 걸어온다. 잔돈 넣으려 하는데 없다.
만원짜리는 들어가지도 않고..도야, 나타나 천원짜리 넣어준다.
도야 여기 올 줄 알았지.
몇 시간을 떠들었는데 목마를 거 아냐. (꺼내고)
혜림 (손 내밀며) 고마워.
도야 (따준다) 딸 힘도 없지?
혜림 또 고마워. (앉아서 들이킨다)
도야 (캔 따서 한 입에 다 털어 넣고) 어떻게 한 개도 안 변하냐. 버스 안에서나, 기차 안에서나 쩌렁쩌렁..겁도 없이 당당한 거.
혜림 내가 쫌 그래. 틀린 거 보면..바르르르..(웃는다)
도야 머리 나쁜 것도 똑같더만. 어쩜 사람 이름을 그렇게 몰라?
(흉내) 하..하..하... 내 우산이나 까먹지 말고 돌려줘!
혜림 우산..? 무슨 우산..?
도야 아, 국회 앞... 비 쫄쫄~!
혜림 그게..너였니..? 진짜 너 였어?
비는 오고 우산에 가려서 사람은 안보였는데..
도야 봐! 머리 나쁘다니까. 떼먹기만 해봐! (하며 간다)
혜림 ...
도야 (서서) 기차 안에서처럼 살아. 남편 죽었다고 기죽지 말고!
혜림 ...!
지청 관사 인서트 (N)
도야(E) ..김태봉이 쇼핑백을, 아부지?
봉도(E) 아무리 안 받는데두..놓고 도망가버렸다. 떡차 밑에 돈보따리 같은 것도 보이는디..어쩌면 좋으냐, 도야아.
관사 안 (N)
낡은 실내. 박스가 여기저기 쌓여 있다.
아직 짐정리가 끝나지 않은 듯 박스 사이에 앉아 전화 받는 도야.
도야 증거물로 사진 딱 찍어놓고,
등기로 김태봉이 사무실로 보내버려.
..예..걱정 마요, 아부지..예..들어가요..
짐 챙기다 고시생 시절.. 그 형법책 앞장에 붙어있는 혜림 사진을 본다.
도야 아줌마, 그래도 열심히 살아내줘서..고맙다!
청와대 인서트 (D)
대통령 집무실 (D)
대통령, 비서실장을 옆에 두고 결제하고 있다.
실장 저..아프간에서 사망한 기자들 유품이 발견됐답니다.
백성민 유품이? 어떻게?
실장 미 해병대가 그 지역을 점령했는데..우리 대사관에 보내왔답니다. 카메라니 값나가는 것들은 죄다 없어졌구요.
백성민 (문득) 서혜림씬가...방송국에서 해고 당했다던데 사실인가?
실장 예. 방송에다 개인 신상발언을 해서 고소까지 당한 모양입니다.
백성민 이래저래, 상처가 크겠군.
실장 서울 생활 다 정리하고 친정인 남해도 해송에 내려갔답니다.
백성민 남편과 함께 살던 집이 상처가 됐겠지.
나도, 아내 없이 홀로 옛집에 돌아갈 생각하면 막막한데..
실장 ...!
백성민 짝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맘 모를거야. 아까 남해도라고 했나?
실장 예..
백성민 좀 있으면 남해도청 업무 보고 받으러 가지?
그 유품, 사람시켜 전하지 말고 그때 직접 챙겨가지.
남송 지법 안 (D)
검사석에 법복 입은 도야, 피고석에 혜림이 앉아있다.
아직 판사는 안 나왔고.. 법정도 텅 비어있다.
혜림 어떤 결과가 나와도 나..그냥 받아들일거야.
도야 내가 꽤 세게 구형했는데?
혜림 봐주지 않아서..고맙다! 이 말 진심이야.
도야 ..!
혜림 괜찮은 검사 된 거 같아서, 맘에 들어 너!
도야 ..!!
<시간경과>
판사, 선고한다. 피고석에 혜림.. 원고석에 방송국 관계자 보인다.
판사 피고인은 공공의 것인 전파를 이용, 청취자들에게 국가관을 헤칠 만한 발언을 했고, 사적인 신상발언을 한 바..업무상 방해죄를 인정...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선고합니다.
혜림 (판사를 향해 담담히 고개 숙이고)
도야 (깊은 감동으로)...!!
횟집 (N)
바다가 보이는 풍광 좋은 횟집, 지청장 공성조, 도야 식사중이다.
공성조 마이 묵고..김태봉이 빡시게 한다카데?..야근까지 해가믄서!
도야 집에 가서 혼자 밥 먹기 싫으니까 핑계 삼아 하는거죠, 뭐.
공성조 니, 선거 한번 치룰 때마다 국민 혈세가 을매나 들어가는 중 아나?
도야 ..상당히 들겠죠?
공성조 정치하는 놈들? 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별난 놈 **
도야 지청장님 말씀은.. 김태봉이 의원직은 유지시켜 주자는 말씀이죠?
공성조 짜슥, 머리 존네! 말귀도 잘 알아 묵고!
도야 알겠습니다!
공성조 마이 무라. 이건 내 판공비로 사는기다.
도야 잘 먹겠습니다, 지청장님.
공성조 담달에 판공비 리필되믄 또 사주께..
하도야 검사실 (D)
도야 (조서 넘기며) ..김태봉 의원 이거, 방파제 공사며, 바닷모래 채취하며..관급공사 쪽으로..썩은 내가 진동하잖아!
송계장 여태 진정서를 토대로, 조사해왔는데...대개가 맞습니다.
도야 뭐..시골이라 사건도 많지 않고..심심한데 김태봉 의원 사돈의 팔촌까지 계좌 다 뒤져보지.
박미경 사돈의 팔촌까지요?
도야 야근하면, 야근 수당도 받고 좋잖아~
헤리티지 클럽 갤러리 (D)
세진, 직원들 그림 거는 거 지시하는데...방실장이 등기 우편물 갖고 온다.
방실장 검찰청에서 등기 왔는데요, 관장님.
세진 등기요? (뜯어보고)..피의자 소환장?.. 검사 하도야?
(놀라) 이 자식 진짜 검사였어?.. 가지가지로 하네, 증말!
고속도로 (D)
세진,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운전 중이다.
세진 뭐, 남해도 남송지청? 서울서 끝이네 끝이야.
날 엿 먹일라고 작정을 했다 이거지!
그래 가준다. 가줘, 이 나쁜 자식아.
남송 호텔 커피숍 (D)
건들건들 들어오는 하도야, 세진 발견하고 다가온다.
도야 검찰청에 출두하랬더니 여긴 왜?
세진 합의해요~우리. (빽에서 돈 봉투 꺼내 탁자위에 내민다)
도야 내 차 원상회복해주기로 했잖아?
세진 단종된 지 수 백년이라 못 고친다네요. 넉넉하게 넣었으니까..떡 본김에 제사지낸다고 이참에 새차 한 대 뽑으세요.
도야 그 차 아버지가 안타고 아꼈다 나 검사된 기념으로 준 차야, 알아?
세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해결 안되는 거 없죠.
충분히 보상했으니까.. 그만 가볼께요.(일어선다)
도야 웬만하면 앉아라! 확 체포해버리기 전에!
세진 너, 나 일부러 약 올리려고 이 시골까지 내려오라 한 거잖아. 와줬으면 됐고, 새 차 뽑을 돈까지 줬는데.. 너무 심하네?
도야 돈은 됐다 그랬다아~ (세진의 빽에다 돈 쑤셔 넣는다)
세진 이봐요, 하도야씨!
검사라고 함부로 공권력 휘두르다 다치는 수가 있어요?
도야 그래.. 너 약, 충분히 오른 거 같으니까 돈은 됐고..
똥차는 폐차하고.. 근데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세진 조건?
도야 너 땜에 내가 진짜 고생 좀 했거등!
(놀리듯) 위자료 조로 키스 한번 해주면, 합의해주지.
세진 뭐어?
도야 싫어? 그럼 내차 원상회복하던가!
세진 ..좋아! 분명히 이 제안, 그 쪽이 한 거야.
나중에 딴 소리 하기 없기다!
도야 (능글맞게) 두말하면 잔소리쥐~!
세진, 도야 목을 끌어당겨 단숨에 키스해버린다.
도야, 설마 하다가 풉~ 키스를 당하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커피숍의 사람들, 놀라서 눈이 동그래지고...입을 가리고 난리다.
도야 (밀쳐내고) 그만! 됐어~!
세진 (피식 웃으며 도야 뺨을 힘껏 때린다) 이건 보너스야!
도야 (악 비명 지르며 뺨을 감싸쥐면)
세진 이것도 고소해. 폭행죄로..! (쌩긋 웃으며 간다)
지청안 복도 (D)
도야, 뺨 쓰다듬으며 “차 날리고..뺨맞고..”투덜투덜 걸어오는데..
E 하검사. 업무시간에 일 안하고 어딜 쏘아다녀?
도야, 누군가 싶어 둘러보는데..고개 숙이고 청소하는 아줌마 외에 아무도 없다.
도야 (인상쓰며) 지금 나한테 말한 사람, 아줌마야?
아줌마 그래..나다 왜? (고개 드는데 혜림이다!)
도야 허억.. 아줌마 여기서 뭐하는 거야?
혜림 (씩 웃으며) 사회봉사 여기서 하라는데?
도야 그래? (좀 무안하다) 아줌마! 여기.. 안 닦였잖아 여기.
혜림 (박박 밀며) 너 말야, 자꾸 아줌마 아줌마 할래?
도야 아줌마더러 아줌마라고 하지 뭐라 그래?
혜림 야! 하도야!
도야 허참...검찰청에서 검사더러 야!~ 야!가 뭐야? (화내며 그냥 간다)
혜림 (칫~ 하며 웃고 일하는데)
도야 (돌아서서).. 뽀로롱 언니 앞치마랑 비슷하네.. 보기 안 나뻐.
혜림 ...!
고속도로 휴게실 (D)
테이크 아웃 커피 종이컵, 세진의 입술에 닿고...커피를 삼키는 입술.
세진, 입술을 이러저리 깨물어 본다. 느낌이 이상하다..
세진 자식..느낌, 묘하네...
철규의 건설 회사 (D)
회사CI 벽에 있고... 도야, 송계장 몇 명의 수사관들 들어온다.
도야, 수색영장을 보여 주고 송계장들, 자료들 박스에 죄다 담는데...
철규 (허겁지겁 들어와) 야 하검사, 이거 왜 이래?
도야 별거 아냐. 의례적인거야..사건 마무리 하려고!
참 떡차 쇼핑백은 등기로 잘 받았지?
철규 으..응..(불안하다)
도야 아부지한테 참고인 조사 정돈 받아야 될거라고 전해.
사건 마무리하자면.
철규 (얼굴 밝아지며) 고..고맙다~ 친구야!
하도야 검사실 (N)
자료 압수한 파란 박스들로 가득하고...
도야, 송계장, 박미경과 자료 넘기며 살핀다.
혜림, 쓰레기통 비우며 다니고 있다.
도야 어..? 이 뭉칫돈..뭐지? 계좌주인이 허민숙..?
송계장 김태봉 의원 부인이 허씨던데..?
박미경 부인은 아니예요. 부인은 허지숙이예요.
도야 처갓집 식구들 죄다 뒤져봐~ 얼른!
송계장 (종이 몇 쪽 넘기다가) 처제예요 처제. 처제가 허민숙이예요.
도야 ..정리하면, 김태봉은 시공실적이 전무한 김철규의 깡통회사에다 관급공사를 몰아줬고, 김철규는 이를 하청하면서.. 도랑치고, 하청사로부터 커미션으로.. 가재까지 잡았다 이거지? 돈은 김철규 회사의 실질적인 소유주인 김태봉의.. 처제 구좌에 몰려있고?
송계장 끝났네요, 검사님. 김태봉이 구속영장 청구하죠.
도야 (OL) 안돼!.. 참고인으로 소환해요.
송계장 (실망하며) 차..참고인으로만요?
혜림 ...?
지청 복도 (N)
송계장 서류철 들고 나오는데, 따라나오는 혜림.
혜림 저...계장님! 참고인으로만 부른다는 게 무슨 뜻이예요?
송계장 그냥 덮겠단 거죠 뭐. 자료들 압수수색해 온건, 척하는 쑈고. 괜히 한 건 하나하고 들떴었네...(가버린다)
혜림 ...(걱정스럽게 보는데)!
헤리티지 클럽 홀 (N)
세진, 들어오는데..태산, 혼자 술 마시고 있다.
세진 (다가가며) 오늘은 혼자시네요, 강의원님.
태산 아..예..앉으세요. 어머님은 잘 모셨어요?
세진 네..(앉으며 정중히) 지난번엔 죄송했습니다.
태산 ..뭐..?
세진 이모가 소개해주셨을 때 처음 뵙겠습니다 한거요.
태산 나도 그게 참 궁금했는데..왜 그러셨어요?
세진 정치가한텐 여잔 늘 처음이라야 한다 들었거든요?
이모한테..
태산 아~ 수십년 정계 막후의 산증인인 민여사님한테 제가 또 한 수 배우네요. 근데 민여사님 이모라면서요? 이모 앞에서까지 그래야 하나?
세진 (미소로) 친 이몬 아니시구...엄마 친구세요.
태산 세진씨 알수록 궁금해지는데..
(웃으며)더 알려는 건 금기겠죠? 정치가한테?
세진 (활짝 웃으며) 네... 이모님 말씀이...
태산 (세진의 환한 웃음을 보는데.. 전화오고) 예..지청장님..
예?..(인상쓰며) 김태봉일 참고인으로요?
공성조(E) 하도야도 사람인데, 또 물먹고 싶겠나.
생각보다 개념도 있고, 눈치도 있네..자쓱이..허허..
태산 고맙습니다, 일간 한번 뵙지요, 지청장님..예..(끊고)..사람 잘못 봤군. 하도야가 너도 그렇고 그런 썩은 검사였냐..!
세진 (하도야란 말에)...?!
남해도청 앞 (D)
리무진 행렬, 장관을 이뤄 들어간다.
남해도청 회의실 (D)
백성민 대통령, 중심에 앉아 준비된 업무보고 책자를 넘기며 확인한다.
도지사, 프로젝션을 이용, 도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대통령, 뭐라 질문하면 도지사, 대답하고...
하도야 검사실 (D)
김태봉 참고인으로 나왔다.
도야 (안보고 서류 뒤적거린다)
김태봉 (어색하게 웃으며).. 예전에.. 하검사 부친한테 미안했네.
도야 아닙니다. 덕분에 제가 정신 차렸으니까, 되려 감사드려야죠?
김태봉 (풀어져서)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네.
도야 아 예.. 사적인 이야긴 차차 하구요...김태봉 의원님, 지금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수사 중인 건 아시죠?
김태봉 몇 번이나 말했지만...그건 정치후원금이었다고.
도야 후원금이 왜 의원님 처제 계좌에 있습니까?
김태봉 (당황한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기억이..
도야 (OL) 박미경씨, 의원님이 기억나시게 증거자료들 가져오고..계장님은 지금 즉시 법원에 가서 구속영장 때오세요.
김태봉 구..구속? (놀라고)
지청장실 (D)
공성조 (벌떡 일어서서) 뭐, 구속? 야, 하도야!
도야 저도 웬만하면 봐줄라 그랬죠..근데 전과기록이요 아우~ 장난 아닙니다. 영장 판사도 해외도피,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농후하다며..즉각 구속영장을 발부해줬습니다.
지청장 니.. 선거 또 치룰라믄 국민 혈세가 얼마나..
도야 (OL) 제가 보궐선거 비용을 대충 뽑아봤는데요..김태봉이 연간 착복한 국민 혈세의 약 5분의1밖에 안됩니다, 지청장님.
공성조 ...아이고, 이 문디쌔키를! 그냥 칵!
도야 들판에 쥐새끼들이 득시글거리는데 어찌 풍년을 바라겠습니까? 풍년을바란다면 쥐약을 풀어 쥐새끼들부터 박멸해야죠.
조배호 대표 방 (D)
조배호, 강태산, 유명선을 비롯한 중진 의원들, 심각하게 회의 중이다.
조배호 김태봉이 구속한 검사가 호빠사건으로 좌천된 그놈이라구?
태산 (무표정하게)..더 이상 좌천시킬 데도 없습니다, 대표님.
조배호 골치 아프네...
유명선 유죄판결 날 때까지 1-2년은 걸리니까 김태봉인 버텨봐야죠.
태산 김태봉이 때문에 7석이 걸린 보궐선거 전체를 망칠 순 없습니다. 김태봉이 사퇴시키고 남송, 해송에도 보궐선거 치러야 합니다.
유명선 (OL)문제는 그 지역에 공천할 후보자가 있겠냐는 거지.
남은 임기 1년짜리 보궐선거에 목숨 걸 놈이 있겠냐구?
태산 ...!
지청 화장실안 (D)
혜림, 남자 변기를 닦고 있다. 도야, 바지 자크 내리며 들어오다가 헉! 하고 놀란다. 돌아서서 얼른 채우고...
도야 아줌마! 여기 남자 화장실야!
혜림 청소하는 거 안 보여!
도야 아, 빨랑 나가... 급해! 얼른!
혜림 ...(나가는 척 한다)
도야 (자크 내리며 변기 앞에 다가서는데)
혜림 김태봉이 구속 멋졌어! 나이스! (파이팅 해 보인다)
도야 (헉! 꽥) 아줌마!
남해도청 앞 (D)
대통령, 도지사 일동의 환송을 받으며 리무진을 타고 떠난다.
리무진 안 (D)
백성민, 낡은 쌕 같은 가방을 만지작 하고 있다.
실장 각하, 주십시오. 제가 전해주고 다른 차 타고 가겠습니다.
백성민 서혜림씨 집이 어디랬지? 내가 전해주고 싶은데...
실장 (놀라서) 각하가 직접, 말입니까?
혜림 방앗간 앞 (D)
경찰 싸이카와 리무진 행렬이 들어선다.
"어? 대통령인가 봐? 차 번호판이 봉황이랑 무궁화잖아."
모여든 사람들로 주변이 꽉 차는데...경호원들, 대통령 차를 에워싼다.
대통령 차에서 내려, 사람들에게 목례로 인사하고..혜림집 앞에 선다.
박민구의 낡은 쌕을 든 대통령, 심호흡을 한 뒤 벨을 누른다.
혜림(E) 누구세요?
백성민 청와대에서 왔습니다. 문 좀 열어주시죠, 서혜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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