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20
KBS 수목드라마 ‘마왕’ 마지막회 - 심판의 나팔소리가 멈추고 새 날이 밝아오면 지옥문은 스스로 그 문을 닫을지어다.
씬1 오피스텔 계단(오후, 전회)
영철, 정신없이 계단을 뛰어 내려가면서 뒤를 돌아보면 오수가
비상구 문을 열고 뒤따라온다. 영철, 허둥지둥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오수, 영철을 따라서 계단을 내려간다. 그 뒤로 재민도 뒤따른다.
영철, 뒤를 돌아보며 계단을 내려가다가 어느 순간 발을 헛딛으며
계단으로 굴러 떨어져 바닥으로 나뒹군다.
오수 (정지된 듯 놀라서) 영철아! (급하게 뛰어간다)
-영철은 특별한 외상은 보이지 않지만 의식을 잃고 쓰러져있다.
오수 영철아! (뒤따라오는 재민에게 버럭) 구급차 불러! 어서!
재민 (서둘러 핸드폰 번호를 누르고) 급한 환잡니다. 00에 있는 00오피스텔
입니다. 빨리요!
-그러는 사이 오수, 서둘러 영철의 목에 맥박을 살핀다. 맥박이 뛴다.
오수 영철아, 정신 차려. 영철아.
영철 (기절한 채로)
오수 (창백해서 바라본다)
씬2 강력5팀 안(오후)
승하가 반팀장에게 석진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승하 (담담하게) 나석진씨 살해혐의를 언급한 1차 조서내용을 삭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반 아직 살인교사에 대한 혐의가 전부 벗겨진 것도 아니고 검찰에 송치전
까진(하는데)
-반팀장의 전화가 울린다.
반 잠시만요. (받으며) 어....(놀라서)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김영철이
왜 사고를 당해?
승하 (확 굳어져 본다)
타이틀 뜬다. 마왕 20회.
씬3 병실 안(오후)
팔에 기브스를 하고 포도당 주사를 꽂고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는 영철.
얼굴에 타박상 흔적은 보이지만 큰 외상은 아니다.
오수, 영철의 모습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플래시 컷>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감싸 안은 채 사총사의 발길질에 채이고 있는
교복 입은 어린 영철.(2회 씬2)
--도망가는 소년영철, 모퉁이에 숨어 있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어
사총사를 살핀다. 그 순간 겁에 질려있는 소년영철의 얼굴이 드러난다.
(7회 씬41)
오수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솟는 듯 참담한 심정으로)...미안하다..영철아.
씬4 달리는 승하차 안(오후)
영철의 사고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 채 운전하고 있는 승하, 영철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두 눈이 초조하게 흔들리고 있다.
핸드폰이 울린다. 핸드폰을 확인하는 승하의 얼굴에 일순 긴장감이 감돈다.
승하 (받는, 긴장한 채)...오승합니다.
동현 (F) 강동현이오.
승하 ....
씬5 병실 안(오후)
영철이가 겨우 정신을 차리듯 눈을 뜨고 흐릿한 시선으로 보면
오수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서 있다.
오수 ...정신이 들어?
영철 (자기 팔의 기브스를 보고 주위를 둘러본다)
오수 ..병원이야.
영철 (예의 그 무관심한 표정으로 일어나 앉는다)
오수 (차분한) 팔꿈치에 금이 갔어. CT결과 다른 이상은 없다고 하구.
영철 (오수의 말엔 전혀 관심 없다는 듯 멀뚱하게 보다가 침대에서 나온다)
오수 오늘까진 병원에 있어.
영철 (상관없이 윗도리와 가방을 챙기기 시작한다)
오수 ...미안하다.
영철 (본다)
오수 ..미안해, 영철아.
영철 (멀뚱하게 보다가) 순기가 죽었다면서?
오수 (본다)
영철 이젠..찾아다닐 필요 없겠네. 나는..너희들을 맨날 찾아다녔거든.
오수 (굳어서 본다)
영철 너..너희가..날 찾을 수 없도록...내가 너희들을 찾아다녔어. 그래야..
너희들이 날 괴롭히지 못할 거니까.
오수 (괴로움이 차 온다)....
영철 (웃는 듯 우는 듯 기이한 표정으로) 근데..순..순기는 누..누가 죽인거야?
넌..알고 있어?
오수 (숨이 막히듯 얼어붙어서 본다)...!
씬6 고급 식당 룸(오후)
승하, 문을 열고 들어와서 보면 동현이 등을 보이고 생각에 잠겨 서 있다.
승하 (복잡한 감정으로 바라보는데)..
동현 (그대로 선 채로)...약속을 지켰구나.
승하 (움찔하듯 본다)
동현 (돌아보며 공허한 미소를 지으며) 언젠간 날 찾아올 거라고 했던
그 약속을...결국엔 지켰어.
승하 (싸늘한 눈빛으로 가만히 응시한다)
동현 (시선 피하지 않은 채 회한에 차서) 억울했겠지. 억울했을 거야...하지만
인간에겐 착시현상이란 게 있어. 어떤 상황과 입장에 놓여 지느냐에 따라
곧게 그어진 선도 휘어져 보이고 휘어져 있는 선도 곧게 보이지.
승하 (차갑게 보며)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동현 12년 전에 난 휘어진 선이 곧게만 보였어. 그것이 맞다고 생각했어.
자식을 위해 애비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으니까.
승하 (조소를 날리듯 입가가 일그러진다)
동현 (착잡한 시선으로) 변명을 하자는 게 아니야. 만약 지금 똑같은 위치에
처한다 해도 난 같은 선택을 했을 거니까. 그게 ..부모니까.
승하 (싸늘한 눈빛으로 응시하며) 당신을 용서할 수 없는 건 바로 그
때문입니다.
동현 (본다)
승하 당신으로 인해 누군가의 어머니가...누군가의 자식이 받았을 고통은
단 한번도..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동현 (흔들리듯 본다)
승하 당신이 자식을 사랑했듯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아들을 억울하게 잃은
누군가의 어머니를...누군가의 아버지인 당신은 철저하게 외면했고..짓
밟았습니다...그것이 당신이 지은 가장 큰 죕니다.
동현 (말문이 막혀서 본다)
승하 ..그것이 당신들을 용서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윱니다.
동현 (참담한 심정으로)...자네는 어떤가?
승하 (보면)
동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만약 자네가 꾸미고 있는 거라면
자네 역시..자신의 목적을 위해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어.
승하 (순간 흔들리는 눈빛이지만 맘 꽉 다잡듯 본다)
동현 자네도 역시 휘어진 선을 곧다고 믿고 있을 뿐이야.
승하 (흔들리는 눈빛이면서도 단호하게) 쉽게 판단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당신은
날 판단할 자격이 없습니다.
동현 (착잡하게 보는)..
승하 (시선피하지 않고 바라본다)
씬7 고급식당 룸 앞(오후)
밖으로 나온 승하의 눈빛이 혼란스럽게 흔들리고 있다.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는..
씬8 고급식당 룸 안(오후)
승하의 말들이 동현의 가슴에 꽂힌 듯 회한에 찬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서 있다.
씬9 도서관 앞(오후)
텅 빈 것 같은 허망한 눈빛으로 걸어와 서는 승하. 하지만 들어가진
못한 채 도서관을 바라보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보면 해인이가 보낸
푸른 하늘을 찍은 포토메일이다. 핸드폰 액정 속 화면을 들여다보던
승하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맑은 하늘...승하, 물기어린 눈으로
서글픈 미소를 지어 보인다.
씬10 도서관 한 곳(오후)
해인, 자료실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해인의 눈엔
간절한 소망이 담겨있는 듯 보인다.
씬11 희수 사무실(오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오수 멈춰서 보면 희수가 침통한 표정으로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소파에 앉아있다.
오수 (복잡한 심정으로 갈등하듯 형을 바라본다)
희수 (시선을 느끼고 돌아보며 오수를 확인하곤 얼른 표정 정리하고
담담하게) 언제 왔어?
오수 ..방금....괜찮아?
희수 (쓰게 웃으며) 괜찮을 리가 없지. 앉아.
오수 (복잡한 심정으로 앉고)
희수 (애써 담담한) 석진인 어떻게 되는 거야? (살피는 눈초리로) 살인혐의
에서 벗어나긴 한 거야?
오수 (간절한 심정으로 바라보며)...형.
희수 어..말해.
오수 (쉽게 말문이 열리지 않아서 괴롭게 본다)
희수 (불안한 눈빛이면서도 애써 미소로) 왜 그래? 나한테 뭐 할 말 있어?
오수 (힘들게)...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사실대로 대답해줘.
희수 (긴장해서 본다)
씬12 강력5팀(오후)
반팀장, 민재, 재민.
반 (뜻밖이라는 듯) 김영철이 자진해서 출두하겠대?
민재 (자신도 의외다) 네에. 본인이 직접 그렇게 말했어요. 서로 오겠다구.
(하는데 민재 핸드폰이 울린다. 받으며) 이민잽니다. (긴장하며)..그래요?
언제요?...알겠습니다. (끊고) 민이범의 애인 룸싸롱 근처에서 민이범을
목격했다는데요?
반 (긴장하며) 그래?
재민 (들어오며) 김영철 집에서 발견된 카메라에 대한 정밀분석을
국과수에 의뢰 했습니다.
반 (O.L.) 재민인 남형사하고 같이 룸싸롱 앞에서 잠복 들어가. 이틀이든
일주일이든 거기서 죽치고 살아. 이형산 나석진 조서 다시 작성하고,
김영철 집에서 압수한 물건 중에 뭐든 확실한 증거가 될 만한 걸 찾아내.
그 놈이 배후조종자이든 공범이든 증거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야.
-그때 택배직원이 택배상자를 들고 안으로 들어온다. 다들 돌아봤다가
택배상자에 일순 굳어버린다.
씬13 희수 사무실 안(오후)
굳은 표정의 희수가 오수의 얘기를 듣고 있다.
오수 (괴로운 심정으로) 제주도에서 형은 6시이후론 호텔 룸에서 나오지
않았어. 그리고 다음 날 아침 9시 30분에 시장과 골프를 쳤구.
희수 (긴장되고 초조한 눈빛, 애써 담담한 얼굴)...몸이 좋지 않았어.
다음날 라운딩 약속은 깰 수 없었던 거구.
오수 (흐린 눈으로 보며) 제주에서 서울까지는 한 시간이면 돼. 만약 형이
그 날 저녁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가 첫비행기로 제주도로 갔다면
9시30분 라운딩은 충분히 가능했을 거야.
희수 (굳어지며)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오수 (너무도 괴로운 심정으로 시선을 피한 채) 만약..형이 석진이와 형수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다면...어땠을까..생각해 봤어.
희수 (긴장한 채 본다)
오수 ...석진일 용서하기 힘들었을 거야. 누구보다 형이 믿었던 사람이니까.
희수 (싸늘하게 굳어진 채)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오수 (슬픈 눈으로) 석진이 소지품을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사람은..순기를
제외하면 아마도...형일 거야.
희수 (낮지만 무섭게) 넌..내가 순기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거야?
오수 (울 것 같은 심정으로)...아니길 바라고 있어. 정말...아니길 바라고 있어.
희수 (O.L.) 황당한 생각하지도 마! 내가 왜?! 난 절대 아니야!
오수 (바라본다)
희수 (당당하게 말하려고 하지만 불안하게 흔들리는 시선) 석진이가 날 속이고
있다는 것조차 순기가 죽은 다음에야 알았어. 그리고 죽은 건 석진이가
아니라 순기야. 내가 왜 석진이 문제로 순기를 죽여? 말이 된다고 생각해?
오수 (고통스럽게 바라보며)...공항 CCTV를 확인해도 괜찮겠어?
희수 (순간 당황해서 대답을 못하고 본다)
오수 (그 모습에 무너지듯 보며)...민이범은..언젠간 검거될 거야.
희수 (창백한 얼굴로 시선을 피한 채)....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CCTV에 찍혔대도 내가 순기를 죽였다는 증거는 못 돼.
오수 (시체처럼 창백해져서 바라본다)
희수 ..그만 돌아가. (하고 일어선다)
오수 (넋이 나간 얼굴로) 어떻게..형이..형이 어떻게..
희수 (본다)
오수 (일어서며 울 것 같은 얼굴)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이렇게 잔인하게..
도대체 왜?
희수 (괴로운 심정으로 보며) 넌...어떻게 할 거야?
오수 (본다)
희수 만약..내가 범인이라면...넌 어떻게 할 생각이야?
오수 (말문이 막힌 채 바라본다)
희수 네가 한 말은 모두 추측이야. 내가 범인이라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어.
난 순기 일과는 무관해. 순기는 석진이가 아니라면 타로카드를 보낸 자가
죽인 거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면 돼. 니 머릿속에서 나에 대한
모든 추측을 깨끗이 지워버리고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 거야.
오수 (참담하게 본다)
희수 오수야, 우린..형제야...형제.
오수 (초점 잃은 눈으로 희수를 바라보다가..발길을 돌려서 휘청휘청 걸어
나간다. 그러다 멈추고 돌아보지 못한 채 서서)..난..형이 도망갔으면
좋겠어. 아주 멀리..도망이라도 갔으면 좋겠어.
희수 (아프게 본다)
오수 (돌아보며 슬픈 눈빛으로)..하지만 난 누구보다 잘 알아. 사람은 과거를
잊어도..과거는 사람을 절대 잊지 않는다는 걸.
희수 (굳어서 본다)
오수 (흐린 눈으로 보고는 돌아서서 쓰러질 듯 걸어 나간다)
희수 (그제야 휘청하듯 소파를 짚고 선다)
씬14 멈춰진 차 안(오후)
괴롭고 처참한 심정을 가눌 수 없어서 차 안에 혼자 멍하니 앉아있는 오수.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이젠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오수, 핸들에 머리를 묻는다.
씬15 희수 사무실(오후)
희수, 불안하게 이리저리 서성이다가 이내 수화기 든다.
여비서 (E) 네, 사장님.
희수 (O.L.) 파리행 비행기 티켓 두 장 예약해줘. 집사람하고 나. 어.
빠를수록 좋아. 만약 빠른 게 없으면 일본에 들렸다 가는 걸로라도 끊어.
씬16 타로카페 안(밤)
해인, 아무리 생각해도 낮에 오수와 만났던 일이 마음에 걸려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앉아있다. 그 위로.
오수 (E) 이 사람이 맞는지 다시 한 번 봐요.
<플래시 컷-19회 씬69>
오수 다시 봐요, 해인씨! 이 사람이 아닐 겁니다. 해인씨가 잔상을 혼동한
겁니다. 충분히 혼동할 수 있어요.
해인 (후우 숨을 내리쉬는데)
주희 (찻잔을 들고 오며) 너 요즘 무슨 고민 있지?
해인 (애써 미소)...그래 보여?
주희 확실히 그렇게 보여. 뭐야? 내가 속 시원하게 해결해 줄게.
해인 그러고 싶지만..말하기 어려운 얘기야. 미안해.
주희 외계인 친구사이에 비밀이 생기면 섭섭하지. (조르듯) 뭔데? 응?
해인 (주희의 손을 잡아주며 미안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씬17 영철의 오피스텔 안(밤)
한 팔에 기브스를 한 영철이 급하게 현관문을 열면 승하가 서 있다.
영철 (문밖을 살피고는 승하와 거실 쪽으로 움직이며) 여..여기 오면 아..안 돼.
오..오수가 지키고..있으면 어쩌려구?
승하 (영철의 팔을 보고 미안함을 담은 눈빛으로) 벌써 퇴원해도 괜찮은 거야?
영철 괘..괜찮아.
승하 (영철을 바라보다 태훈과 영철이 찍은 사진을 본다)
영철 (시선 따라 가서 보며 미소로) 태..태훈이가..우릴 지켜..줄 거야.
승하 (흐린 눈으로 영철을 본다)
영철 (미소로 본다)
승하 (비행기 표를 내민다)
영철 ..뭐..뭐야?
승하 내일 저녁비행기야.
영철 (어리둥절해서 본다)
승하 형 말대로 모든 게 끝났어. 그러니까 떠나.
영철 시..싫다고 했잖아?
승하 (비행기 표를 영철 손에 쥐어주며) 보름 정돈 호텔에서 지내야 할 거야.
그 뒤에 형이 지낼 곳과 돈은 준비해 뒀어.
영철 왜.. 자꾸..날..밀어내려는 거야?
승하 (안타까운 눈빛으로) 밀어내려는 게 아니야.
영철 내가 귀찮아진 거야? 나..절대..니 얘기 안 할 거야. 절대루 니 얘기 안 해.
승하 그래서가 아니야. 형을 위해서 떠나라는 거야. 제발 내 말 들어.
영철 (완강하게) 시..싫어!
승하 형?
영철 (O.L.) 나..내..내일 겨..경찰서에 가..갈 거야.
승하 (굳어서 본다)
영철 집에 있던 건...증거가 안 돼. 오..오수가 얼..얼마나 쩌..쩔쩔 매는지
내 눈으로 직접 볼 거야.
승하 (영철의 어깨를 잡고는) 이젠 끝났다고 했잖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게 끝났어. 끝나가고 있어! 그럼 됐잖아! 떠나도 되잖아!
영철 끄..끝나가고 있는 거지..끝난 건 아니야.
승하 (굳어서 본다)
영철 그리고 니..니가 그..그랬잖아? 우린 끝까지..같이 가는 거라구.
승하 (충격에 빠진 듯 가슴이 턱 막혀서 본다)
씬18 성당 안(밤)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십자가를 바라보고 서 있는 승하.
두 눈엔 죄책감이 일렁이고 있다.
씬19 공원(밤, 회상)
3년 전. 호주에서 막 돌아온 평상복 차림의 영철, 지금보다 훨씬 더
수더분하고 위축된 모습으로 누군가를 찾듯 걸어오다 보면 평상복
차림의 승하가 등을 보이고 서 있다.
영철, 두려운 기분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선다.
영철 ...저..저기요.
승하 (돌아본다)
영철 (흠칫하듯 본다)
승하 (차갑고 싸늘한 눈빛에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오랜만이야.
영철 (조금은 두려운)...태..태성이니?
승하 (자신만만한 태도 무표정하고 냉정한 말투) 귀국을 축하해, 형.
영철 ...호..호주로..펴..편지 보..보낸 게 역시..너였구나.
승하 (싸늘한 눈빛으로) 형이 언젠가 그랬지? 우리 형한테 미안한 마음..꼭
갚을 거라구.
영철 (두려움에 차서 본다)
승하 기회를 줄 게. 이젠 잘못된 걸 바로 잡을 때가 왔어.
영철 ..어..어떻게?
승하 날 믿고 날 따라오면 돼. 신은 운명을 예정하지만 형은 운명을 바꿀 수
있어.
영철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본다)
승하 (렌즈가 깨진 사진기를 건네며) 귀국 선물이야.
영철 (어정쩡하게 받아든다)
승하 내 친구가 아주 소중하게 생각했던 물건이야.
영철 ..그..그...친구는 어디 있는데?
승하 (순간적으로 얼핏 눈가가 슬퍼지며)...교통사고로 죽었어. (이내 싸늘해
지며) 이젠..형이 맡아.
영철 그..그렇게 주..중요한 걸 왜..나한테 줘?
승하 (차가운 눈빛으로) 중요한 사람을 그 카메라에 담아야 하거든.
영철 (두려운 눈빛으로 카메라를 보고 승하를 보는)
씬20 성당 안(밤, 현재)
승하의 두 눈이 길을 잃은 것 같은 혼란스러움과 죄책감으로 가득 차 있다.
고통스러운 시선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던 승하의 고개가 차츰차츰
수그러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던 해인, 승하의 모습에 걸음을 멈추고
승하의 뒷모습을 아프게 바라본다.
씬21 강력5팀(밤)
오수와 반팀장, 민재.
굳은 표정의 오수, 빨간 봉투를 열어 사진을 꺼내들더니 다급하게
한 장씩 본다.
첫 번째 사진은 2005년 4월..경찰서 앞에서 웃으며 나오는 오수의 사진.
두 번째 2006년 4월..편의점에서 커피 캔 정도 사들고 나오는 밝은
표정의 오수. 세 번째, 네 번째 사진은 2007년 3월과 4월 거리와
경찰서 앞 정도에 오수 사진이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은 2007년 5월
민이범의 오피스텔 앞에서 찍힌 모습이다.
사진의 날짜가 최근으로 오면서 서서히 손가락이 오수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다 민이범의 오피스텔 앞에서의 사진속의 손이
마치 오수의 목덜미를 잡아채는 듯 보인다.
오수, 섬뜩한 기분으로 굳어 있다.
민재 (오싹한 기분으로)...이거 뭐야?
-오수, 갑자기 책상 서랍을 뒤져 지금까지 왔던 자신의 사진을 책상
위에 순서대로 나열하기 시작한다.
쫙 펼쳐진 사진을 보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손가락의 모습.
민재 ...미쳤어. 이 사람 정말..미쳤어.
반 (사진을 집어서 렌즈가 깨져 흐릿한 부분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오수, 서둘러 다른 빨간 봉투 속의 것을 꺼내든다. <운명의 수레바퀴(
X Fortune)>와 편지가 나온다.
민재 운명의 수레바퀴야.
오수 운명의 수레바퀴?
민재 어. 편지엔 뭐라고 적혀있어?
-오수, 편지를 펼쳐서 본다. ‘심판의 나팔소리가 멈추고 새 날이 밝아오면
지옥문은 스스로 그 문을 닫을 지어다‘라고 적혀있다.
오수 (굳은 채 멍하니)...
반 타로카드가 왔다는 건 누군가 또 희생자가 있다는 얘긴가?
민재 글쎄요. 제가 알기론 이 카드는 운명의 시작과 끝이다 뭐 그런 뜻으로
알고 있거든요?
반 마지막 카드란 뜻인가?
민재 그건 저도 알 수 없죠.
오수 (희수가 검거되는 것이 끝이란 걸 의미하고 있다는 걸 직감하고
중얼거린다)..시작과 끝..
반 (사진 속 렌즈가 깨져 흐릿한 부분을 가리키며) 여길 봐.
-오수와 민재, 반팀장이 가리키는 곳을 본다.
반 이거..카메라 렌즈가 깨져서 생긴 흔적 맞지? 그렇지?
민재 (들여다보며) 그런 것 같긴 해요.
반 (모처럼 기운에 찬) 됐어. 김영철 카메라도 렌즈가 깨져있었어. 국과수에서
정밀검사결과만 나오면 어떻게든 잡아넣을 수 있어.
씬22 성당 밖(밤)
해인, 조용히 앞을 보고서서 승하를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성당 안에서
승하가 나오다가 해인을 보곤 멈춰 선다.
해인 (선뜻 인사말조차 나오지 않는 듯 그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승하 (같은 심정으로 바라본다)
해인 (그러다 무슨 생각에선지 가방에서 무언가를 찾아 승하에게 내민다. 오수가
주었던 호루라기다)..선물이에요.
승하 (호루라기를 바라본다)
해인 이건..따뜻한 마음이 담긴 특별한 거라서 성능이 아주 좋아요.
언제든지 내가 필요하면 이걸로 날 불러요. 멀리까지도 잘 들릴 거예요.
(하더니 승하의 손을 잡아서 호루라기를 쥐어준다)
승하 ...해인씬 내가 무섭지 않습니까?
해인 (본다)
승하 내가 무섭지 않아요?
해인 (흐린 미소로) 두 분은 정말 많이 닮았어요.
승하 (본다)
해인 언젠가 강형사님이 나한테 같은 질문을 했어요. 자기가 무섭지 않냐구.
승하 (흔들리는 눈빛)
해인 (간절한 눈빛으로) 두 분은 서로를 미워하면서도 서로를 연민하고 있어요.
...누구보다 서로가 느끼는 고통을 잘 아니까요.
승하 (눈빛이 흔들리면서도) 그렇지 않습니다. 난 강오수를 절대로 동정하지
않아요. 절대로 용서하지도 않을 겁니다.
해인 당신은 이미 강형사님을 용서했어요.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승하 (당황한 듯 바라본다)
해인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세요. 분명히...알 수 있을 거예요.
승하 (혼란스러운 눈빛으로)...아닙니다. 그렇지 않아요. (하곤 그대로 해인을
지나쳐서 걸어간다)
해인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씬23 강력5팀(아침)
민재가 세수를 했는지 수건을 들고 들어와서 보면 오수가 밤을 지새운 듯
까칠한 얼굴로 불안하게 서성이고 있다.
민재 (다가와서 부러 밝게) 구내식당 아침 메뉴 간만에 선지해장국이드라.
강선배, 그거 좋아하잖아? 가자.
오수 재민이한텐 연락 없었어?
민재 밤새 허탕 친 모양이야.
오수 (자신도 모르게 안도한다)
민재 걱정하지 마. 선배 친구 살인혐의도 거의 풀렸구 죽치고 잠복하면
민이범 그 놈 언젠간 나타나겠지 뭐.
오수 (대답할 말을 못 찾고 보는데)
-문이 열리고 영철이 들어선다. 오수, 굳어서 본다.
영철 (예의 그 어리숙한 표정으로 오수를 본다)
씬24 진술 녹화실 유리문 안(아침)
건너편 유리문에서 영철의 진술을 듣고 있는 오수와 대필.
진술실 안에는 반팀장과 민재 앞에 영철이 앉아있다.
영철은 마치 재미있는 구경을 나온 듯 진술실 안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반 (E) 타로카드는 어디서 구입했습니까?
영철 (E) 카..카페에서..사..샀어요.
오수 (대필을 보며) 저 목소리가 맞습니까?
대필 ..글쎄요.
-그 사이 반팀장이 질문이 이어진다.
반 (E) 카페 주인은 김영철씨한테 카드를 판매했다는 기억은 없다고 하던데요?
씬25 진술 녹화실 안(아침)
탁자 위엔 영철의 집에서 갖고 온 타로카드세트와 가위, 가죽장갑 등이
놓여있다.
영철 ..원래..사람들이 날..잘 기억 안 해요. 같이..이..있어도 기억이..아..
안 난데요.
씬26 진술 녹화실 유리문 안(아침)
오수 (대필에게) 맞습니까?
대필 맞는 것 같애요.
오수 수고 하셨어요. 고맙습니다.
대필 ..아닙니다.
-대필은 정복 경찰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가고 오수는 영철을 바라본다.
반 (E 가죽장갑을 밀어주며) 이 장갑 김영철씨 본인 거 맞죠?
씬27 진술 녹화실 안(아침)
영철 ..네.
반 택배를 보낸 사람들 모두 택배를 부탁한 사람이 검은색 가죽장갑을
끼고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영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본다)
반 당신이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택배를 부탁한 게 맞죠?
영철 아..아니요.
반 김영철씨 집에서 발견된 카메라를 국과수에 의뢰한 상탭니다. 사실대로
진술하는 게 좋을 겁니다.
영철 ..카메라가 왜요?
반 카메라 렌즈가 깨져있더군요.
영철 아..그거요? (하며 유리문 안의 오수를 보듯 바라본다)
씬28 진술 녹화실 유리문 안(아침)
오수 (영철의 오싹한 시선을 마주보고 있다)
영철 (오수를 바라보며) 내 친구가..교..교통사고로 주..죽었는데요. 그때..렌즈가
깨..깨졌어요. 저한테 소중한 친구라서..제가 보관하고 있었던 거예요.
오수 (일그러지듯 바라본다)
반 (E) 김영철씨 지금 사실대로 자백하면 정상참작을 해 드릴 겁니다.
영철 (대답대신 유리문 안의 오수를 보듯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사실대로
자백했으면..좋았을 텐데...이젠..너무 늦었어. (하며 기묘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오수 (굳어져서 보는)...!!
씬29 경찰서 현관 앞(낮)
유유히 경찰서를 떠나는 영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는 굳은 표정의
오수.
씬30 강력5팀(낮)
오수, 생각에 빠져서 책상 앞에 앉아있고 반팀장은 충혈된 눈으로 씩씩
거리며 서성이고 있다.
반 (서성이면서) 황대필 증언도 그렇고 김영철이 공범자가 분명한데 어떻게
그 놈 하나 잡아둘 확실한 증거가 하나도 없어.
민재 팀장님 말씀대로 국과수 결과만 나오면 됩니다. 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인 것만 증명되면 무조건 잡아넣을 수 있어요.
-하는데 오수 핸드폰이 울린다. 확인해 보면 재민이다.
오수 (긴장해서 급하게 받으며) 어.
재민 (다급한, F) 민이범이 방금 룸싸롱 안으로 들어갔어요.
오수 (창백하게 굳는다)
재민 (F) 근처 지구대에 지원요청했구요. 저흰 지금 들어가요.
오수 (대답도 못하고 끊는다)
민재 재민이 전화야?
오수 (창백해진 채)...어. (하더니 허둥지둥 급하게 나간다)
민재 (의아해서 본다)
씬31 강력5팀 복도(낮)
당황한 얼굴로 급하게 걸어와 핸드폰 열어 번호를 누르는 오수.
핸드폰 액정화면에 희수형이라고 뜬다. 하지만 이내 핸드폰을 끈다.
그리곤 불안한 심정으로 갈등하듯 미친 듯이 서성인다.
씬32 승하 사무실(낮)
승하, 마치 오수의 상황을 보고 있는 듯 초점 없는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서 있다.
씬33 강력5팀 복도(낮)
갈등어린 충혈 된 두 눈으로 핸드폰 버튼을 누를지 못한 채 망설이는 오수.
씬34 승하 사무실(낮)
오수의 선택을 바라보고 있듯이 창밖을 바라보는 승하의 서글픈 눈빛.
씬35 강력5팀 복도(낮)
오수...갈등어린 눈이 서서히 슬픔으로 번지더니 결국 핸드폰을 닫는다.
그리곤 형에 대한 미안함과 아픈 심정으로 벽에 몸을 기대고 선다.
오수 ...미안해..형.
씬36 승하 사무실(낮)
승하, 창밖을 바라보고 서 있는데 노크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면
광두가 작은 바이올렛 화분과 밝은 녹색(밝은 녹색은 생명, 희망이지만
짙은 녹색은 죽음을 뜻하기에 의미가 전혀 다릅니다. 밝은 녹색을
구하기 힘들면 초록색으로 하세요.) 편지봉투를 들고 들어온다.
광두 (화분을 책상위에 놓아주며 담담하게) 점심시간에 해인이가 찾아왔었어요.
승하 (놀라 굳어서 본다)
광두 (담담하게)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승하 (보면)
광두 (아프게 보며)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을 향해서 조금만 걸어오면 몇 걸음만
걸어오면..거기에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승하 (슬픈 눈으로 바라본다)
광두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고는 뒤돌아서 나간다)
-승하,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책상위에 놓인 바이올렛 화분을 바라본다.
그러다 시선이 그 옆에 놓인 녹색봉투가 보인다.
승하, 봉투를 열어서 해인이 보낸 편지를 꺼내 읽는다. 그 위로.
해인 (E) 당신이 무섭지 않느냐고 어제 물었었죠? 난 당신이 어떤 모습으로
있어도 당신이 조금도 무섭지 않아요.
승하 (두 눈에 물기가 어린다)....
해인 (E) 함께 하고 싶은 게 너무도 많은 사람을 무서워할 사람이 있을까요?
난 당신과 하고 싶은 게 정말 너무 많아요.
씬37 도서관 자료실서가(낮)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책을 배열하고 있는 해인의 모습 위로.
해인 (E) 볕 좋은 날 공원길을 걸어보고 싶고, 비오는 날 포장마차에서
술도 마시고 싶어요. 주말이면 형님 농장에 내려가서 소라랑 하늘이랑
텃밭에서 감자도 캐구요.
씬38 승하 사무실(낮)
그리움이 담긴 두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서 있는 승하, 한 손에
편지를 그대로 든 채로..그 위로.
해인 (E) 그 감자로 감자전을 만들고..예쁜 카페에서 맛있는 팥빙수도 먹고
크리스마스 날 자정미사도 함께 보구요. 그리고...내년 새봄에 형님
농장에 심어 놓은 수선화를..당신과 함께 보고 싶어요.
승하 (물기어린 눈빛으로 혼잣말)...정말..그럴 수 있을까요..그래도..되는 걸까요..
씬39 강력5팀(낮)
재민, 문을 열고 들어와 보면 오수가 창밖을 바라보고 서 있다.
오수의 얼굴엔 고통을 넘어선 초연함이 자리하고 있다.
재민 지금 시작할 건데, 진술실에 안 가세요?
오수 (그대로 서서)...어.
재민 (의아한 듯 바라보다가...밖으로 나가고)
오수 (초연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는다)
씬40 진술 녹화실 안(낮)
반팀장과 민재 앞에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민이범.
반팀장, 석진이 차에 부착했던 위치추적기를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반 당신 차 트렁크에 있던 거야. 당신은 나석진 승용차에 위치추적기를
달아놓고 창고에 가서 김순기를 독살했어. 그리고 다시 나석진 오피스텔로
돌아와서 위치추적기를 제거했구.
이범 (황당해서)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반 트렁크에서 함께 발견된 네비게이션을 국과수에 의뢰해 놓은 상태야.
사건현장 위치정보 흔적을 지웠어도 다 찾아낼 수 있어!
이범 난 부탁 받은 일만 해 준 겁니다. 살인은 하지 않았다구요.
반 (긴장해서) 누구한테 무슨 부탁을 받은 건데?
이범 (포기한 듯 시선을 돌린다)
반 (버럭) 부탁한 사람이 누구야?!
이범 ....강희숩니다.
민재 (확 굳어지고)
반 (설마 싶은)..누구라구?
이범 00호텔 강희수 사장입니다.
-반팀장과 민재, 충격을 받아 얼어붙는다.
씬41 호텔 스위트 룸(오후)
초조하고 불안한 표정의 희수와 나희.
나희 (어리둥절해서) 지금 가자는 거예요?
희수 그래. 비행기시간 맞추려면 지금 떠나야 하니까 빨리 준비해.
나희 희수씨?
희수 (O.L.) 당신 필요한 물건들은 일본에 도착해서 사도록 해. 아니면
파리로 가서 사도 되구.
나희 (남편의 태도가 아무래도 불안하다) 왜 이렇게 서두르는 거예요?
희수 계획했던 여행이야. 아무 말 하지 말고 무조건 내가 하잔 대로 해.
나희 ...가고 싶지 않아요.
희수 (O.L. 화내듯) 가고 싶지 않아도 가!
나희 (굳어서 본다)
희수 (토해내듯) 석진일 위해서 나도 아버지도 당신부모도 모든 걸 포기했으면서
날 위해서 이 정도도 못하겠다는 거야!?! 이 정도도 해 줄 수 없는 거야?!
나희 (말문이 막혀서 본다)
희수 난 당신이 나한테 돌아오면 깨끗이 용서하고 받아 줄 생각이었어.
모든 게 내 잘못이라고..당신을 외롭게 한 내 잘못이라고 그렇게 당신을
이해하려고 했어. 근데..당신은 끝까지 내 믿음을 저버렸어. 끝까지 날
배신했어.
나희 (창백하게 굳어져서)...당신..알고 있었던 거군요?
희수 (대답대신) 차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빨리 내려와. (하고 돌아서는데)
(E) 노크소리.
희수 (보면)
-민재와 재민이 무거운 얼굴로 들어오고 그 뒤로 희수 여비서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따라 들어온다.
희수 (얼어붙어서 본다)
민재 (착잡한 심정으로 체포영장 보이며) 강희수씨 체포영장입니다.
나희 (창백해져서 남편을 본다)
희수 (무너지지 않으려는 듯 이 악물고) 무슨 말입니까?
민재 ..당신을 김순기 살해혐의로 체포합니다.
나희 (얼어붙어 있고)
재민 (굳어있는 희수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며, 침통한)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
할 수 있고.
-희수, 위엄을 잃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더 빳빳하게 치켜세운다. 그 위로.
재민 (E)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씬42 희수 사무실(오후)
반팀장과 남형사가 희수 책상 서랍 등을 뒤지고 있다.
한쪽에 놓여있는 희수의 여행용 가방을 뒤지던 반팀장, 여행용 가방
안에서 나희와 석진이 오피스텔 앞에서 포옹한 사진이 들어있는
빨간 봉투를 찾아든다. 굳어지는 반팀장.
씬43 유치장 면담실(오후)
승하와 까칠하고 모든 걸 포기한 듯한 표정의 석진.
승하 (담담하지만 눈빛은 서글픔이 담긴) 나석진씬 살인교사혐의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석진 다른 증거라도 나온 겁니까?
승하 살해용의자가...체포됐습니다.
석진 (놀라서) 그게..누굽니까?
승하 (바라보다가)...강희수사장입니다.
석진 (충격으로 얼어붙는)
승하 ...경찰조서가 마무리 되는대로 나석진씬 폭행교사혐의로 검찰에
이송될 겁니다.
석진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 정말..희수형입니까?
승하 (본다)
석진 (믿어지지 않는 듯) 희수형이...정말 순기를 살해했다는 겁니까?
승하 (착잡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씬44 경찰서 현관 앞(오후)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희수를 태운 경찰승합차에서 민재와
재민이 수갑을 찬 희수를 데리고 내리고 그 뒤로 반팀장과 남형사가
따라 내린다. 남형사는 희수 사무실에서 압수한 물품이 든 사과상자만한
박스를 들고 있다. 희수 앞으로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희수는 굳은 표정이지만 의연한 태도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몰려드는 기자들을 헤치며 희수를 보호하면서 경찰서 안으로 가는
민재와 재민.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 붙는다.
기자1 경찰에서 발표한 내용이 전부 사실입니까?
기자2 피해자를 살해한 동기가 아내와의 불륜 때문이었습니까?
기자3 지금 심정이 어떻습니까?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기자1 직접 독살을 한 겁니까? 살인교사를 한 겁니까?
-희수,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경찰을 뚫고 로비로 들어간다.
따라붙는 기자들을 저지하는 정복경찰들.
씬45 경찰서 로비(오후)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밖에서 계속 터지는 가운데 민재와 재민에
이끌려 로비로 들어서는 희수의 시선이 한 곳에 멈춘다.
참혹한 심정으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두 눈으로 희수를 바라보고
서 있는 오수. 반팀장과 민재와 재민이 착잡하게 오수를 본다.
희수, 동생에 대한 원망이 서린 눈으로 오수에게 짧은 시선을 주고는
고개를 돌리고 간다.
무너지는 심정으로 희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오수.
면담실쪽에서 걸어 나오던 승하, 오수의 모습에 굳어 선다.
오수는 승하를 보지 못한 채 희수의 모습에만 시선이 멈춰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오수의 눈에서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린다.
승하, 철렁하는 기분으로 본다.
오수, 고개를 숙인 채 곧 꺾이려는 무릎을 유지하려는 듯 벽을 짚고 선다.
오수가 울고 있는지 어깨가 떨리고 있다.
봐서는 안 될 것은 본 사람처럼 얼어붙은 채 오수의 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는 승하, 두 눈이 혼란스럽게 흔들리고 있다.
씬46 달리는 동현차 안(오후)
믿을 수 없는 사실에 현실감을 잃은 듯 멍해 있는 동현의 모습위로
라디오 뉴스의 기자멘트가 들려온다.
기자 (E) 지난 10일에 있었던 000(창고지역명) 창고 사건에 대해 호텔
비서질장 나 모씨의 범행으로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경찰은 이번 사건의 유력한 살해용의자로 00호텔 강희수 사장을
긴급 체포했습니다. 국내 호텔재벌 서열 3위인 강희수사장은 강동현
국회의원의 장남으로 평소 온화한 성품이란 평판이 높아 재계는 물론
00호텔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듯 고개를 가로젓다가 가슴이 뻐근해지는
통증이 오는 듯 가슴에 손을 대고 인상을 찌푸린다. 그리곤 머리를 뒤로
기대고 눈을 감아버린다.
씬47 어느 식당(오후)
영철이 맛있게 밥을 먹고 있다. 식당에 켜 놓은 TV에서 경찰서 현관
앞에 연행되어 가고 있는 희수의 모습과 기자의 멘트가 이어지고 있다.
기자 (E) 경찰은 사건 당일과 다음날 아침 공항 CCTV에 찍힌 강사장의
모습과 강사장 핸드폰의 발신내역등을 증거물로 제시하며 강도 높게
추궁하고 있으나. 강사장은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철 (무심한 얼굴로 맛있게 밥을 먹는다)..
씬48 도서관 한 곳(오후)
해인, 창백한 얼굴로 광두에게 전화를 하고 있다.
해인 강희수란 사람이..혹시..강형사님..가족인가요?
광두 (침통한 목소리 F)...강형사..형이야.
해인 (말문이 막힌다)
씬49 승하 사무실 비서실(오후)
광두,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결국..이렇게 됐구나..싶은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씬50 강력5팀(오후)
민재와 재민이 침울하게 있는데 반팀장이 들어온다.
반 (같은 심정으로) 오수는?
민재 ...모르겠어요.
재민 저기요. 국과수에서 김영철 카메라 정밀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반 (기대에 차서 O.L.) 뭐래?
재민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심증은 가지만 그 카메라로 찍은 거라고...
확신하긴 어렵답니다.
반 (허탈해져서 보는)
씬51 동현의 거실(오후)
아버지가 걱정돼서 집으로 온 오수, 안으로 들어와서 보면 동현이 입 꽉
다문 채 소파에 앉아 앞만 응시하고 있다.
오수 ....아버지.
동현 (앞만 본 체로) 사실이 아닐 거야. (아니란 걸 알면서도 믿고 싶지 않아서)
네 형은 어려서부터 정이 많았어. 주인 잃은 강아지도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놈이야.
오수 (가슴이 막혀서 본다)
동현 희수는..느이 어머닐 많이 닮았어. 작은 일에도 상처를 아주 잘 받아.
그 사람이..소식을 들었다면 충격이 클 텐데.
오수 (할 말을 잃고 보는)...
-잠시의 침묵 그러다가 불쑥.
동현 오수야.
오수 ..네.
동현 날..용서해라.
오수 (놀라 굳어서 본다)
동현 난 이 세상에 모든 사람이 행복해 질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행복 뒤에는 반드시 누군가의 불행이 있기 마련이지.
그건 어쩔 수 없는 세상이치라고...그래서 강한 자가 살아남는 거라고
강한자만이 행복해 질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게 내 아들들의 행복을
지켜줄 수 있는 길이라고...믿고 있었다.
오수 (불안한 기분으로 본다)
동현 한심한 노릇이야. 이 나이가 돼서야 이런 생각이 드니 말이다.
(하며 허하게 미소를 짓는다)
오수 ...아버지.
동현 ..그래.
오수 (참담한 심정으로)..제가..형을 지켜주지 못했어요....죄송합니다.
동현 (고개를 가로젓더니)...그렇지 않아. 너도 어쩔 수 없었던 일일 거야.
오수 (아픔으로)...형 문젠 저한테 맡기시구 당분간 다른 곳에 가 계세요.
동현 그럴 수 없어.
오수 아버지.
동현 내가 떠나는 건 니 형을 포기하는 거다. 그건 내가 용납이 안 돼.
오수 (아프게 보며 슬픈 눈으로)...힘드시더라도...식사는..꼭 챙겨 드세요.
동현 (허한 눈으로 공허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오수, 생전처음 보는 아버지의 약한 모습에 마음이 아려온다. 하지만
어떤 위로의 말도 쉽게 할 수 없는 듯 잠시 바라보다가 조용히 돌아서서
나간다. 문이 닫히며 혼자 남은 동현....텅 비어 공허한 눈빛으로..
씬52 달리는 오수차 안(오후)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운전하고 있는 오수, 결국에 차를 세우고는
핸들에 얼굴을 묻고 흐느낀다.
씬53 동현의 거실(오후)
멍한 시선으로 혼자 앉아있던 동현, 답답한 듯 크게 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서려다가 가슴에 뻐근한 통증이 오는 듯 헉하며 가슴을
움켜쥔다. 차츰차츰 숨이 가빠지며 통증으로 얼굴을 찌푸리는 동현,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는지 떨리는 손으로 더듬더듬 소파를 짚고
서재를 향해 가려다가 무릎이 꺾이며 바닥으로 쓰러진다.
씬54 진술 녹화실 안(오후)
반팀장과 민재 앞에 무표정하게 앉아있는 희수. 희수 옆에 변호사로
보이는 중년남자가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반 (복잡한 심경이지만 애써 담담하게) 이렇게 부인만 하고 있는 건
강희수씨한테 오히려 불리합니다.
희수 (버티듯 앉아있다)
반 CCTV는 물론이고 강희수씨 핸드폰내역 조회결과 민이범과 여러 차례
통화한 기록도 확인했습니다.
희수 개인적인 일로 통화했을 뿐입니다.
반 (안타까운 얼굴로 홍콩행 비행기 표와 돈 봉투를 희수 앞으로 내밀며)
강희수씨 사무실 금고에 있었던 겁니다.
희수 (눈빛이 흔들린다)
반 그밖에 강희수씨가 창고까지 타고 갔던 렌트카와 차 키등을 국과수에
의뢰해 놓은 상탭니다. 그리고 민이범과의 대질심문을 하게 되면
모든 건 드러나게 될 겁니다.
희수 (흔들리는 눈빛)...
씬55 병실 앞 복도(밤)
오수, 제 정신이 아닌 채 미친 듯이 뛰어온다.
복도에서 넋이 빠진 얼굴로 기다리고 서 있던 나희와 동현의 집 앞에
있던 경호원 두 명.
오수 (병실을 보고 나희를 본다)...어떻게 된 거예요? 아버지가..왜 쓰러져요?
나희 (말문이 막힌 채 눈물을 흘린다)
오수 (웃어 보이려 애쓰며) 아버지 괜찮으신 거죠? 괜찮으신 거죠?
나희 (말문을 열지 못하고 흐느낀다)
오수 (급하게 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씬56 병실 안(밤)
안으로 들어선 오수, 창백한 얼굴로 멈춰 선다.
의사가 동현의 시신위에 흰 천을 덮고 있다. 그 옆에 간호사와 다른
의사 한 명이 심전도 기구와 전기충격기등을 걷어내고 있는 중이다.
오수 (달려들어서 흰 천을 걷는 의사의 손을 잡는다) 뭐 하는 겁니까?
의사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오수 (O.L.) 안 돼. (의사를 붙들고) 뭐든 해 봐요. 뭐든 하라구요!
나희 (들어오다 보고)
오수 (할 말이 없는 의사를 붙들고) 제발 부탁드립니다. 우리 아버지 좀
살려주세요. 우리 아버지..살려주세요.
의사 ...죄송합니다.
오수 (멍하니 바라보다 의사를 잡은 손이 힘없이 풀어진다)
-의사와 간호사들 침통한 얼굴로 밖으로 나간다.
오수, 멍하니 아버지를 바라본다. 비로소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오수 (우는 눈으로 멍하니)..죄송하단 말도 못했는데...한 번도 못했는데...
한번도...(결국 아버지의 시신에 엎드려 소리 내어 운다)
나희 (흐느끼며 오수를 보고 있다)
씬57 해인의 집 앞(밤)
해인, 창백한 얼굴로 정신없이 대문을 열고 나와 뛰어간다.
씬58 승하의 거실(밤)
고통이 가득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승하. 모든 것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됐지만 승하의 마음은 오히려 또 다른 고통으로 가득하다.
결국...승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씬59 진술녹화실 안(밤)
무표정한 얼굴로 버티고 앉아있는 희수. 그 옆에 변호사는 조서를
보는 듯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다. 잠시 후..반팀장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동현의 소식을 들었는지 반팀장의 얼굴이 침통하다.
반 ...강희수씨.
희수 (본다)
반 (힘들게 말을 꺼낸다)...조금 전에...아버님께서...돌아가셨습니다.
희수 (충격으로 멍해지는)....!!!
씬60 병원 앞(밤)
택시가 멈춰서고 해인이 차 안에서 급하게 뛰어나와 병원입구로
들어가려다가 흠칫 멈춰 선다. 어두운 구석에 시체처럼 서 있는 오수의
모습. 해인, 가슴 아픈 심정으로 보다가..천천히 다가가 선다.
해인 ....강형사님.
오수 (돌아본다. 두 눈에 눈물이 가득 차 있다)
해인 (휘청하듯 본다)
-오수, 아무런 말도 못한 채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부인하려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러다 고개를 떨구는 오수.
해인, 어떤 위로의 말도 나오지 않아 조용히 손을 뻗어 오수를 안아준다.
그렇게 서 있는 오수와 해인...
씬61 동현의 집 앞(밤)
며칠 후..
동현의 집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나오는 반팀장과 민재, 재민.
세 사람 모두, 장례식에 참석한 옷차림이다.
착잡한 심정으로 승용차에 오르는 반팀장과 재민.
민재, 차에 오르다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대문을 돌아다본다.
씬62 동현의 거실(밤)
검은 정장차림에 까칠한 얼굴의 오수, 동현이 앉아있던 그 자리에
앉아 앞을 응시하고 있다. 물기어린 오수의 눈빛이 차츰 무섭게
변해가기 시작한다. 처음엔 현실감을 잃은 망연자실한 눈빛에서..
그리움..슬픔..후회..분노..증오심으로 바뀌어가는 오수의 충혈 된 두 눈.
씬63 동현의 대문 앞(밤)
승하가 서글픈 눈으로 대문을 바라보고 서 있다.
천천히 주머니에서 박하사탕 하나를 꺼내 입에다 넣으려다가 도로
손을 멈추고 힘없이 손을 내린다. 승하의 손에 쥐어져 있던 박하사탕이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씬64 동현의 거실(밤)
싸늘한 눈빛으로 소파에 앉아있는 오수의 얼굴이 무섭도록 굳어있다.
씬65 요양원 병실(낮)
차분한 표정의 승하가 문을 열고 들어선다.
승희 (돌아본다)
승하 ...나야, 누나.
승희 (미소가 감돌며) 태성이구나.
승하 ..어.
승희 의사 선생님 만나봤어? 당수치가 회복됐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승하 (슬픈 눈으로)..그래도 무리하면 안 돼. 스트레스도 받으면 안되구.
승희 (미소로)...그럴게. 밖에 날씨 따뜻하지?
승하 어...아주 따뜻해.
승희 (미소로 바라본다)
승하 ...어쩌면 당분간 못 올지 몰라.
승희 ...어디가?
승하 (애써 담담하게) 여행이라도 다녀올까 해. 그 동안 너무 피곤했던 것 같애.
승희 (어쩐지 불안하면서도 애써 미소로)...어디로 갈 건데?
승하 ..아직은 결정 못했어.
승희 금방..돌아오는 거지?
승하 (대답을 못하고 본다)
승희 승하야?
승하 (슬픈 미소로)...금방 올 거야. 걱정하지 마.
승희 (불길한 예감이 들면서도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인다)
승하 (물기어린 눈빛으로 승희를 바라본다)...
씬66 해인의 거실(오후)
승하가 해인모를 찾아왔다.
해인모 (반가운 얼굴로 수화) 어쩐 일이에요?
승하 (담담하게) 지나가다 들렀습니다.
해인모 (수화) 그래요? 앉아요.
승하 아닙니다. 저기 이거 해인씨한테 전해 주십시오. (자신이 갖고 있던
오르골을 넣은 선물용 상자를 내민다)
해인모 (의아해서 수화) 변호사님이 직접 해인이한테 주세요.
승하 (담담한 미소로)...어머님이 전해주십시오.
해인모 (의아하지만 미소로 수화) 그래요, 그럼. (상자를 받는다)
승하 (흐린 미소로)..고맙습니다.
해인모 (무언가 마음에 걸리듯 보며 수화) 아니에요. 근데 얼굴이 많이 수척해
보여요.
승하 (흐린 미소로 보며)...가볼게요. (하며 돌아서서 나간다)
해인모 (걱정스럽게 보며 따라 나가는)
씬67 강력5팀 안(밤)
민재 (반팀장에게) 내일 중으로 강희수씨 구속영장 신청하게 될 것 같애요.
반 (생각에 잠겨 끄덕이곤) 오수는 좀 어때?
민재 낮에 출근한 뒤론 오후 내내 어딨는지 모르겠어요. 핸드폰을 해도
받지 않구요.
재민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며 다급하게) 큰일 났어요.
-반팀장과 민재, 돌아본다.
재민 강선배님이 총기수령실에서 권총을 받아갔대요!
반 (벌떡 일어나서) 뭐야?
씬68 승하 사무실(밤)
승하, 차분한 표정으로 수곤에게 전화를 하고 있다.
승하 형, 나야. 잘 지내고 있지?
<화면분할>
수곤 (달리는 배달승합차 안) 그럼. 야채도 무럭무럭 자라고 하늘이하고 소라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
승하 (흐린 미소로)..그래?
수곤 나 금방 부자 될 것 같애. 주문량이 자꾸 늘어서 밤늦게까지
배달하느라 정신이 없다.
승하 (미소를 지으며) 잘 됐네. 형은 금방 부자 될 거야.
수곤 (웃으며) 넌 어디 아픈데 없지?
승하 ..그럼. 아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
수곤 그래야지, 임마. 주말에 해인씨하고 좀 놀러와. 소라가 해인씨하고
너 되게 보고 싶어 해.
승하 (대답을 못한 채)...형.
수곤 어.
승하 ...그냥 한 번 불러봤어.
수곤 (피식 웃으며) 자식 싱겁긴. (핸드폰 충전이 끝나가는 삐삐 신호음)
빠데리 나간다. 끊어지겠다야.
<화면 승하에게>
승하 어....잘 지내, 형.
-하는 순간 수곤의 핸드폰은 이미 끊겼다. 핸드폰을 내려놓는데 다시
핸드폰 벨이 울린다. 승하, 핸드폰을 확인하면 강오수라고 떠 있다.
승하 (기다리고 있었던 듯 차분한 얼굴로 전화를 받는다)...오승합니다.
씬69 달리는 오수차 안(밤)
모든 걸 초월한 듯 처연한 눈으로 앞만 보고 가고 있는 오수.
보조석엔 권총이 놓여있다.
씬70 강력5팀(밤)
반팀장, 안절부절 못하고 서성이고 민재는 핸드폰을 걸고 있다.
그 옆에 재민도 걱정 가득한 얼굴로 보고 있다.
민재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어떡하죠? 핸드폰을 꺼놔서 위치추적도
안돼요, 팀장님.
반 이 자식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가슴이 터질 것 같은지 머리를
쓸어 올린다)
씬71 승하 사무실(밤)
승하가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려다 뒤를 돌아본다. 자신의 책상위에
놓인 바이올렛 화분에 시선을 주는 승하의 눈빛에 그리움이 가득하다.
조용히 시선을 돌리고 밖으로 나가고...문이 닫힌다.
씬72 승하 사무실 건물 앞 후미진 곳(밤)
밖으로 나온 승하, 주차해 놓은 자신의 승용차를 향해 걸어가는데
어둠속에서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용구가 승하 앞으로 걸어온다.
승하, 자기 생각에 빠져서 용구를 보지 못한 채 자신의 승용차 앞에 와
서는 순간 용구가 승하의 옆구리에 칼을 찌른다. 그 순간 승하의 낯빛이
정지한다. 용구, 칼을 힘껏 빼내고는 빠르게 걸어간다.
승하, 돌아보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용구의 뒷모습이 보인다.
승하,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다.
옆구리 갈비뼈와 골반 뼈 사이 칼에 찔린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허 웃는 승하..
씬73 해인의 방(밤)
두려움에 찬 눈빛으로 승하가 주고 간 상자를 열어보는 해인, 그 안에
들어있는 승하의 오르골을 집어 들어 뚜껑을 열어보면 태성모의 은반지가
들어있다. 해인, 천천히 은반지를 집어 들어보다가 엄습해 오는 불길한
예감에 반지를 오르골에 넣고는 급하게 핸드폰을 들어 승하의 핸드폰
번호를 누른다.
여자 (E) 지금 저희 고객 전원이 꺼져있어.
해인, 핸드폰을 끄고는 가방을 들고 급하게 밖으로 나간다.
씬74 달리는 승하차 안(밤)
창백한 표정으로 고통을 이 악물고 참으며 운전을 하고 있는 승하,
한 손으론 상처부위를 손수건으로 꽉 누르고 있다. 손수건은 피로
흥건하게 젖어있다. 승하의 이마에선 진땀이 흐르고 있다.
씬75 해인의 집 거리(밤)
해인, 급하게 뛰어와서 택시를 잡기 위해 두리번거린다. 빈 택시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때 해인의 핸드폰이 울린다.
해인 (확인도 못한 채 급하게 받는) 여보세요?
씬76 강력5팀(밤)
민재와 재민이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반팀장이 우왕좌왕
불안하게 서성이며 핸드폰을 하고 있다.
반 강형사한테 연락 없었나?..이 녀석이 총을 갖고 나갔어.
씬77 해인의 집 거리(밤)
해인 (놀라 굳은 채)...뭐라구요?
<화면분할>
반 통화내역 조회를 해 보니까 마지막 통화가 오승하변호사던데.
해인 (O.L.) 오변호사님이요?
반 어. 너 혹시 강형사가 갈만한 곳 짐작 가는데 없나?
<화면 해인에게 온다>
해인 (다급하고 불안한 채로 생각해 내려고 애쓴다)
반 (F) 혹시라도 생각나는 게 있으면 나한테(하는데)
해인 (O.L.) 어쩌면..거기로 갔을지도 모르겠어요.
씬78 폐차장(밤)
창백한 표정의 승하, 한 손으로 칼에 찔린 자리를 누르며 걸어와 선다.
저쪽에 오수가 등을 보이고 자신을 기다리고 서 있다.
상처부위를 누르던 손수건을 주머니에 넣는 승하, 양복단추를 잠그고
상처부위를 가리고는 상처부위의 고통을 참으며 오수 앞으로 걸어가 선다.
돌아보는 오수의 얼굴엔 이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듯 공허하고
처연하다. 서로를 마주보고 서 있는 두 남자.
오수 (처연한 눈빛으로 총을 겨눈다)
승하 (동요 없이 바라본다)
오수 (물기가 어린 눈빛으로)...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 줄게.
승하 (처연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오수 ...내가 널 죽이는 것..그게 니가 계획한 끝일 테니까.
승하 (처연한 눈에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끝을 맺기엔 좋은 곳이네요.
여긴 강형사님과 나 둘 뿐이니까요.
오수 (처연한 눈에 물기가 어리며 승하를 바라본다)
승하 (처연한 눈으로 똑바로 응시한다)
오수 (이를 악물고 빈 공간에 권총을 쏜다. 공포탄이다)
승하 (꿈쩍도 안한 채) 이제부터 실탄인가요?
오수 (물기어린 눈으로 똑바로 응시하고 있지만 총을 쥔 손이 떨리고 있다)
승하 (처연한 눈으로 바라보며) 뭘 망설이십니까? 여긴 우리 둘뿐입니다.
오수 (슬프게 바라본다)
승하 (똑바로 응시하고 있지만 두 눈엔 슬픔이 가득하다)
오수 (연민에 찬 눈빛으로)...너도..나처럼 괴롭구나.
승하 (물기어린 눈으로 움찔하듯 본다)
오수 ...너도..나처럼 지옥에 와 있어...나보다 더한..고통 속에 있어.
승하 (꿈틀거리는 감정을 억제하며) 망설이지 말고 날 쏴요. 그럼 모든 게
끝나는 겁니다.
오수 (물기어린 눈으로 안쓰럽게 바라본다)
승하 뭘 망설이는 겁니까?
오수 (연민에 찬 눈빛으로 보다가 손을 내리며 힘없이 총이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승하 (오히려 조급해지듯 본다)
오수 .....내가 널..이렇게 만들었어. 너를 지옥으로 이끈 건..나야..
승하 (굳어서 본다)
오수 (눈물이 흐르며)...널 죽이고 싶도록 증오하면서도...널 보면..너무
..가슴이 아프다.
승하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
오수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승하 (극도로 흔들리는 눈빛으로 입가에 당황스런 미소가 지어지며) 왜 이러는
거야?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이 악물고 오수 앞으로 걸어가 바닥에
떨어진 권총을 집어 오수 앞에 내밀며) 끝을 내야지. 당신이 끝을 내야 돼.
날 쏴. 당신은 할 수 있어.
오수 (연민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승하 (평정심을 잃어가며) 난 당신 친구들을 모두 죽게 했어. 당신 형을
살인자로 만들고 당신 아버지를 죽게 했어. 날 쏴, 어서.
오수 (물기어린 눈빛으로 진심을 담아)..살아.
승하 (굳어서 본다)
오수 ...사는 게 고통스럽고 지옥 같아도 있는 힘껏...살아서..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어두운 터널을 빠져나가, 태성아.
승하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멍하게 바라본다)
오수 (물기어린 눈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며) 그..총..이리 줘.
승하 (평정심을 잃은 듯 혼란스러운 눈빛)...끝을 내야 돼.
오수 ...이리 줘.
승하 (평정심을 잃은 듯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날 끝내야 돼.
오수 (굳어서 본다)
승하 (물기 어린 눈빛으로) 난..날 용서할 수가 없어. 당신이 아니라..이젠 날..
용서할 수가 없어. (하더니)
-승하, 순간적으로 자신의 관자노리에 권총을 가져다 댄다.
놀란 오수, 승하에게 달려들어 승하의 팔을 부여잡아 권총 잡은 승하의
손을 공중으로 치워내는 순간 공중으로 울려 퍼지는 총소리.
오수 (다급하게 말리며) 왜 이러는 거야! 정신 차려!
승하 (제정신이 아닌 채) 끝을 내야 돼! 끝을 내야 돼!
-어둠속에서 오수와 승하, 권총을 잡은 채로 옥신각신하는 어느 순간
한 발의 총성이 다시 울린다.
오수와 승하, 시간이 정지된 듯 당황스럽고 놀란 눈빛이 마주친다.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천지..
잠시 후...오수가 밑으로 스르르 무릎이 꺾이듯 주저앉는다.
승하...넋이 나간 듯 얼어붙어 있다.
오수, 초점을 잃은 눈으로 자신의 몸을 바라본다. 오수의 가슴부위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그대로 뒤로 넘어지며 가쁜 숨을 헐떡이는 오수.
승하 (멍해지듯 주저앉으며 제정신이 아닌 채로) 정신 차려. 강오수...정신 차려.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피 묻은 손수건을 꺼내 오수의 상처를 막으며)
죽지 마. 죽지 마 강오수.
-승하, 한손으로 오수의 상처를 압박한 채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찾아서
열려고 하지만 손이 너무 떨려서 핸드폰조차 열어지지 않는데 오수의
손이 승하의 손을 잡는다.
승하 (놀라서 본다)
오수 (힘겹게 숨을 헐떡이며)...살아줘...있는 힘껏...최선을 다해..살아, 태성아.
승하 (어이아이처럼 나약하게 일그러지는 얼굴에 눈물이 흐른다)
오수 ...용서해라...나두...너두.
-오수의 얼굴에 얼핏 편안한 미소가 지어지는 듯도 싶더니 승하의
손을 잡았던 오수의 손이 힘없이 떨어진다.
승하 (믿어지지 않는다)...일어나..일어나 강오수. 일어나 강오수!!
오수 (이미 숨이 멈췄다)
승하 (넋이 나간 표정에서 오수를 바라본다)
<플래시 백-17회 씬16>
오수 ..그래도 살아보고 싶었어. (눈물이 흐른다) 내가 나쁜 놈이란 거 알면서도
...다시 살아보고 싶었어. 눈을 뜨고..눈을 감을 때..숨을 쉴 때마다
태훈이 생각이 났어. 살아있는 게 정말 지옥 같았어. 그런데도..그런데도..
살아보고 싶었어.
승하 (괴롭게 일그러지는 얼굴위로 눈물이 흐르며 허한 웃음이 새어나온다)..
허...허...(그 웃음이 비통한 울음으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씬79 달리는 택시 안(밤)
해인, 불안하고 불길한 예감을 억누르려고 애쓰며 기도하듯
두 손을 꼭 쥐고 가고 있다.
씬80 폐차장(밤)
폐차된 차에 기대어 있는 오수와 승하.
칼에 맞은 승하의 상처에선 계속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
흐린 눈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승하의 얼굴이 어느 때보다도
편안해 보인다. 마치 승하의 눈에 선하게 보이듯 스쳐가는 모습들.
<플래시 백>
--태성과 태훈, 서로 질세라 잡채를 먹는다. 태성과 태훈, 입 안 가득
잡채를 넣고는 서로를 바라보곤 장난스럽게 웃는다. (13회 씬76)
--처마 밑에 서서 승하와 해인 나란히 손에 비를 맞으며 서 있다.
12년 전 레코드 가게 앞에 서 있던 소녀해인과 소년태성의 모습과
오버랩 되어 보여 진다.
--해인과 함께 했던 공원과 카페에서의 행복했던 순간(18회 씬25)
--오수가 돌아보더니 승하를 향해 잘 가라는 듯 지친 얼굴에 흐린
미소를 지어 보인다. (11회 씬64)
승하 ...용서해...나두...당신두.
-승하의 편안한 얼굴에도 얼핏 미소가 스치는가 싶더니 승하의
얼굴이 오수의 어깨에 기대어지더니 스르르 눈을 감는다.
오수와 승하 두 남자의 얼굴이 어느 때보다도 평온하다.
두 사람의 모습이 마치 서로를 의지하듯 기대있는 것처럼 보인다.
-폐차장 길로 급한 걸음으로 뛰어오는 해인.
어느 순간 멈칫 걸음을 멈추고 선다.
해인의 시선에 보이는 오수와 승하가 나란히 어깨를 기대고 앉아있는 모습.
해인, 마치 두 사람의 죽음을 확인하듯 억누를 수 없는 슬픔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오수와 승하...편안한 얼굴로 형제처럼 기댄 모습에서 화면이 점점
멀리 빠지면 두 사람을 바라보고 서 있던 해인이 두 사람 앞으로
떨리는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고 있다.
그 위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엔딩)
.마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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