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4
재미나게 사시네
(종렬) 사람 기분 참
치사해지게
[한숨]
[자동차 시동음]
[종렬이 안전벨트를 딸깍 잠근다]
- 또 오셨네? - 예?
저번에도 왔었죠?
(향미) 그, 까만 모자 쓰고 얼굴 가리고 이상한 티 입고
저 여기 알바예요
아, 예
그럼 들어가 보세요
어, 그냥 가시게? 왜 안 들어가시고?
저기...
저 신경 쓰지 마시고 출근하세요
(향미) 이상하잖아요
그냥 시원하게 들어가면 손님인데
앞에서 쭈뼛대면 둘 중 하나거든요
돈 꾸러 왔거나
누가 보고 싶어서 왔거나
[익살스러운 음악]
슈퍼맨이 동백이네 못 들어갈 이유라도 있나 봐?
장사를 참 잘하시네요
아유, 용식 씨, 그, 진짜 막
사람 골 띵해지게 만드는 거 알아요?
(향미) 언니!
언니, 강종렬 알죠?
음, 슈퍼맨이 왜 자꾸 돌아오나 몰라?
[한숨] [아련한 음악]
(용식) 어?
어...
나 이거 못 먹을 거 같은데
이게 소짜예요
아이, 뭐가 이렇게 똑같아 10년 전이랑
[보글거린다]
[유쾌한 음악]
저기
저 아까부터 공깃밥 하나 더 추가했는데
밥하고 있어요
[작은 목소리로] 돼지야, 뭐야 집에서 밥도 못 먹고 사나?
[어이없는 한숨]
[밥공기를 탁 내려놓는다]
- 애는? - 뭐?
너 애 밥은 주면서 연애하고 다니는 거지?
(종렬) 다 저녁에 애는 어디다 두고, 쯧
[코웃음]
[접시를 탁 내려놓는다]
너 여덟 살 애 키워 봤어?
- 뭐? - 요즘 여덟 살 얼마나 바쁜지 알아?
(동백) 나 두루치기 팔아서 우리 필구 할 거 다 시켜
너는 그냥 네 따님이나 들쳐 안고 돌고래 쇼나 보러 다녀
괜히 무슨 이제 와서 코미디 하지 말고
너 그거 봐?
내 얼굴도 까먹고 살았다며?
아, 무슨 재방을 어지간히 해야지
(동백) 아, 뜨거워, 뜨거워, 뜨거...
[동백의 아파하는 숨소리] (종렬) 괜찮아?
아이씨
[동백의 한숨] 괜찮아
(용식) 저...
[익살스러운 효과음]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용식의 웃음]
(용식) 아, 강종렬 선수
저, 그, 강종렬 선수, 그거
그거 다 알아요, 응원가
응원가 다 알아요, 하나, 둘
원, 투, 스리, 포
[흥얼거리며] 빰빠라바라, 종렬, 종렬!
[용식이 계속 노래한다] (종렬) 동백이가
이런 캐릭터를 좋아했던가?
(용식) 종렬! 거봐요, 저 진짜 다 알죠? [용식의 웃음]
(동백) 황용식 씨는 종렬이에게
첫 만남에 밑장을 다 까였다
(용식) 거봐요, 제가요, 예?
이, 진짜 예의상이 아니라요
진짜로 이 강종렬 선수!
[기쁜 숨을 내뱉으며] 이, 강 선수님 진짜 팬이걸랑요
아, 예
- (종렬) 그러신 거 같네요 - (용식) 예
(동백) 굳이 팬일 것까지야
(용식) 아, 동백 씨, 동백 씨도 이 천만종렬 강종렬 아시죠?
아니요, 저는 야구라면 질색해서 잘...
(용식) 예?
아이, 어떻게 그래도 천만종렬을 몰라요?
- 천만은 뭐야? - (용식) 예?
(용식) 아, 참, 아, 모르시는구나, 예?
씁, 저, 이쪽이
이, 천만 대군을 이끌었다 해서 '천만종렬'
한, 한 10년 전인가?
이 WBC 결승전에서요
한일전이다, 한일전이야, 응?
WBC 결승, 응? 그, 한일전에서
아니, 그, 이 양반이 그, 2루에서 3루를 안 뛰고
그냥 가만히 멍때리고 앉아 가지고
그냥 한일전을 말아드셨잖아요 [용식의 웃음]
그러고 나선 단박에
아유, 왜 그랬...
천만 안티, 응?
그래서 천만종렬!
거봐요, 저 진짜 다 알죠?
[용식의 웃음] 예
정확히는 8년 전에 그랬죠
(용식) 예?
아, 아, 그게 8년 전인가?
[용식의 웃음]
가만있어 봐, 응?
우리 초등학교도 한 1년 당기셨다면서요? 응?
아, 이거 학연에다 지연 추가면
아, 이거 뭐 땅콩 서비스 정도야 뭐, 그렇죠? [용식의 웃음]
(동백) [헛웃음 치며] 누가 준대요? 그거
아니, 황용식 씨가 왜 남의 집 땅콩에 관여를 하고 그래요?
어, 관여할 사이는 아니신가 봐요?
[버벅거린다]
[타이머 작동음]
(용식) 3초요
[종렬의 어색한 웃음]
[카메라 셔터음]
[용식의 웃음] [문이 스르륵 닫힌다]
씁, 아, 저 이거...
그, 프사 해도 돼요?
(종렬) 아, 예, 그러시죠, 뭐
(용식) [웃으며] 아유, 고마워요
[동백의 한숨]
(동백) 근데 용식 씨
용식 씨, 그, 경찰
시험 봐서 된 거 아니죠? 그렇죠?
(용식) 그, 충청권 오실 일 있으면요
꼭 한 번, 꼭 한 번 또 들러 주세요 [용식의 웃음]
아, 예
아, 근데 꼭 주인같이 그러시네요?
(용식) 아유, 뭐, 진배없죠
[용식의 웃음]
마음만은요 [용식의 멋쩍은 신음]
[용식의 멋쩍은 숨소리] (종렬) 그냥 촌놈이네
(종렬) 그... [종렬의 옅은 웃음]
되게, 뭐라고 해야 되지?
토속적으로 매력 있으신 거 같아요
(용식) 토속적으로요?
(종렬) 예, 뭐, 그냥 좀 수더분하시고 편안하시고
남자들한테 인기도 많으실 거 같고
(용식) 예, 예 [용식의 쑥스러운 웃음]
(동백) 그거 여자들한테 좀 치명적일 거 같은데
[아름다운 음악] (용식) '치명적'
원래 개도 진짜 귀여운 건 똥개랬잖아요
(동백) 사방에 겉만 뻔지르르한 양아치가 널렸는데 [심장 박동 효과음]
촌놈이야말로 속은 알배기지
그거
저 들으라고 하시는 소리죠?
[우아한 음악]
[동백의 옅은 한숨]
[종렬의 못마땅한 한숨]
[동백의 한숨]
[풀벌레 울음]
(동백) 근데 진짜로 저를 출퇴근시키시게요?
(용식) 아니, 그, 출퇴근만이라도 제가
전담 마크를 해야죠, 그...
이, 저기, 치명적인...
수, 수, 순경요, 순경으로서요
(동백) 아니, 뭐, 따지고 보면
그 낙서가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니잖아요
어차피 까불이는 5년 전에도 나는 못 죽였어요
근데 지금은 더 못 죽이죠
(용식) 왜요?
황용식이가 있으니께요?
(동백) 아니요
아줌마니까요
여덟 살 남자애 혼자 키웠으면 말 다 했지, 뭐
일대일로 붙어야 되면 내가 까불이 이길 거예요
그때도 나는 살았고
나 만나고 까불이는 살인도 멈췄잖아요
(변 소장) 뭐, 흉기? [사이렌이 울린다]
아, 현장에서 흉기가 나와?
(형사) 예, 지금 까불이가 자기 흉기를 남기고 간 것도 처음인데
아, 지금 그것만 나온 게 아니에요
(기자1) 까불이 범인이 맞습니까?
- (기자2) 이번에도 메모가 나왔나요? - (형사) 생존자
(기자1) 브리핑은 언제 하실 건가요?
(형사) 현장에 여자 하나가 살아 있어요
(기자2) 형사님, 한 말씀 해 주시죠!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기자1) 범인의 지문 나왔습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형사) 지금 현장을 봐도
얘가 확실히 당황했다니까요?
아무래도 까불이한테
저 여자가 변수였던 거 같아요
(경찰) 가시죠
[용식의 머뭇거리는 숨소리]
(용식) 그, 좀 센 척은 하셨어도
쪼시긴 쪼셨죠?
(동백) 용식 씨 까불이 본 적 있어요?
(용식) 예?
남들은 막 텔레비전에서 보는 까불이를
나는 막, 코앞에서 막 기침 소리 막 다 듣고
아, 안 쫄았다면 개뻥이죠
하, 지금도 그날 꿈 꾸면 막 골 아프고 막 체하고 그래요
아씨, 뭐, 꿈도 꾸고 그래요?
그게 그거예요, 그, 이
외상 후 스트레스 그거요
사실은 아까 그 낙서 보는데 막 닭살도 돋고 막 그러더라고요
[한숨]
(용식) 괜히 보여 줬다
저기, 많이 놀라셨으면
며칠이라도 가게는 좀 쉬시면서요
아, 뭘 쉬어요?
(동백) 그때도 온 동네방네 내가 까불이 목격자란 소문 다 났어도
저 5년 동안 가게 문 하루도 안 닫았어요
미친놈 하나 설친다고 나까지 쫄 게 뭐 있어요
'까불이가 나한테 할 수 있는 건 없다'
'나 건들지 마라'
나도 그거 5년 동안 착실하게 보여 주고 있는 거예요
[부드러운 음악]
(용식) 씁, 가만 보면 이 동네 사람들 참 얼빵해요
동백 씨 발톱을 모르고 개기기는
발톱요?
[살짝 웃으며] 예
(용식) 원래요, 겁 많은 개들이 짖는 거고요
그릇이 간장 종지만 한 것들이
끄덕허면 파르르르 떨면서 쌈질하는 거잖아요 [용식의 옅은 웃음]
이, 언뜻 보면
동백 씨는 이 동네 쭈구리 같아도요
사실은 동백 씨는
그릇이 대짜예유, 대짜
[용식의 옅은 웃음]
[옅은 웃음]
(동백) 아, 저 누구한테 또 대짜란 소린 처음 듣는 거 같은데요?
[함께 웃는다]
(용식) 저도요
씁, 이, 동백 씨 지킨답시고 설치긴 설치면서도요
전 다 알아요
동백 씨는 누군가가 지켜 줄 여자가 아니다
사실 제가 막 4학년 때까진
남자애도 막 때리고 그랬어요
[용식과 동백의 웃음]
(용식) 그래서요
사실은
더 섹시하셔요 [용식의 웃음]
(동백) 어유, 미쳤나 봐 [용식의 당황한 신음]
[놀라며] 어머
(용식) 어유 [동백의 옅은 웃음]
[덜컹 소리가 들린다]
[한숨 소리가 들린다]
[연신 덜컹거린다]
[물이 첨벙거린다] (향미) 아이, 씨...
어휴, 흥식이 불러서 싱크대 뚫는 것도 한두 번이지
아이씨
노숙자도 아니고 이게 뭐냐고
씨...
[의미심장한 음악]
[휴대전화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향미의 한숨]
[향미의 고민하는 숨소리]
동백이한테 나 쪽방 좀 쓴다고 말을 해 봐?
[옅은 숨소리]
아니다
자기가 대 준 보증금 다 까먹었다고 하면
암만 동백이라도 쌍욕을 하겠지
이래서 1억을 언제 당겨?
코펜하겐을 언제 가?
[한숨]
[음성이 계속 흘러나온다]
[음산한 효과음]
[무거운 효과음]
(향미) 나도 스키 타러 가고 싶엉
난 오빠 존경하는데?
(규태) 존경?
존경...
존경
이게 뭐야?
(규태) 옹산 게보다 속이 맑은 남자 노규태!
군민의 리즈를 아는 일꾼 노규태! [무거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기겁하는 숨소리]
니즈
(규태) 아이, 뭐?
(자영) 군민의 '리즈'를 알아?
군민의 뭐, 리즈 시절이야?
니즈잖아, 니즈
군민의 요구, 군민의 니즈
리즈 아니고 니즈라고, 니즈
아이씨...
- (자영) 모르면! - (규태) 아, 뭐!
그냥 한글을 써!
(자영) 몇 번을 말해?
[짜증 섞인 숨소리]
(규태) 왜 남의 깨톡을 왜 봐?
[짜증 섞인 숨소리] [혀를 쯧 찬다]
내 프로필을 그러니까 왜 보냐고!
아니, 와이프가 남편 프로필 본 게 [규태가 혀를 쯧 찬다]
그게 주먹질할 일이야?
[한숨 쉬며] 이거 오타라고
니즈, 니즈, 알아, 니즈
나 스펠링도 쓸 줄 알아
써 봐!
- 아휴, 아휴 - (자영) 아, 됐고
(자영) 빨리 수정이나 해
- 당신 나 존경도 안 하지? - 뭐?
내가 아주 이 집구석에서는 몸도 마음도 졸아붙어
풍산 노씨 삼대독자가 끊긴 것도 다 당신 탓이라고, 씨
예, 그러시겠죠
거진 99%가 그게 장난일 거라고, 그게, 응?
어?
이게 뭐여?
(변 소장) 아, 왜? 뭐?
[의미심장한 음악]
[무거운 효과음]
[향미의 하품]
(용식) 어, 저, 향미 씨, 향미 씨!
이거, 이거 향미 씨가 이거 라이터로 이렇게 이렇게 했어요?
[하품하며] 실내 금연이에요
- (동백) 소장님! - (변 소장) 어?
(동백) 보시니까 뭐, 아무것도 아니죠? 그렇죠?
(변 소장) 어? 어...
(동백) 그땐 까불이가 그렇게 거의 유행이었잖아요
하, 그거 싹 지워 버려야겠어요
괜히 기분만 나빠
저기, 동백아
- 혹시 이거 네가... - 아유, 아니래요
[웃으며] 아유, 씨, 그, 개뿔도 아니래요
[용식의 웃음]
그, 괜히, 그 신경 쓰셔 가지고요, 막...
쫄고 막, 아유, 골 아프고
어휴, 이런 거 안 하셔도 돼요
[용식의 옅은 웃음]
(동백) 근데 왜 이렇게 두 분 좀 불편해 보이시지?
(용식) 예? 어이구 [변 소장이 웅얼거린다]
어? 뭐, 뭐요
[달달 떠는 소리가 난다]
(동백) 우리 필구가 오락실 갔다 온 날
딱 이렇게 다리를 떨고 있던데
- (동백) 왜 그래요, 뭔데요? - (용식) 왜, 왜...
[의미심장한 음악]
[놀라며] 이게 왜...
(동백) 그새... [동백의 당황한 신음]
저기, 동백아
밖의 CCTV 되는 거지?
(변 소장) 그럼 하룻밤 새 누가 들어와서
딱 거기만 지져 놨다는 거 아니여?
씁
자기가 까불이가 아니고서야 왜 그런 미친 짓을 햐?
(용식) 저기, 일단은 경거망동하지 말고요
이, CCTV 영상부터 확보를 해요
작전 개념 있게 움직이되
동백 씨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된다고요
- 네가 소장이여? - 아이, 까불이가 기든 아니든 간에
아, 그, 왜 남의 가게에 침입을 하냐고요, 침입을!
근데 네가 왜 나대?
마! 너 영심이네는 가 봤어?
어유, 야! 좀 그놈의 좀 영심이, 영심이, 영심이! 좀
너 시방
이 소장한테 성낸 겨?
인마, 이거 하극상으로 봐도 무, 무, 무방햐! 쯧
아이, 소장님!
아, 소장님은 소장님이나 돼 가지고
아, 뭐 이렇게 입은 싸요, 예?
'그냥 아무것도 아니야' 하고 말면 되지
뭘 그, 동백 씨 앞에서 CCTV까지 찾고 앉았고, 이...
그려
[변 소장이 입소리를 쩝 낸다]
[용식의 한숨] 너만 속 있고
너만 잘났다, 그래
어유, 그냥
내가 그냥 겨우 기 좀 살려 놓으면
애를 겁먹이고 쫄게 하고, 씨, 쯧
[용식의 못마땅한 숨소리] 너 말이여
아니, 거, 왜 사슴 눈깔에다가 겁을 먹이냐고요, 겁을!
[흥미로운 음악] 사슴 눈깔?
아, 대한민국, 예?
법치 국가에서, 예?
누구라도 쫄지 아니하고, 응?
이 두, 두루치기 한 판 팔 수 있을 권리가 있는 거 아니냐고요?
뭐요?
너 말이여
아유, 알려면 알고 아유, 맞아요, 맞아요
(변 소장) 카, 이 새끼 [용식의 한숨]
이야, 새끼, 어?
아, 나, 이 새끼 [변 소장이 키득거린다]
경찰 다 됐다, 인마, 어? [변 소장의 옅은 웃음]
아주 그냥 사명감이, 어!
[변 소장의 웃음] [용식의 깊은 한숨] 사슴 눈깔
(변 소장) [연신 웃으며] 사슴 눈깔
저기, 저, 소장님
그, 경찰을 시험을 봐서 되신 건 아니죠?
[깊은 한숨]
치
자기가 까불면 뭐, 나는 가만히 있나?
언니 안 쫄았어요?
나는 대짜인데?
나는 그릇이 대짜인데 내가 왜 쫄아?
[휴대전화 음악 소리] (향미) 언니는 어쩔 때 보면
은근 깡이 좋아요
너도 애를 낳아 봐라
진짜 무서운 건 까불이가 아니라
우리 애 학원비가 될 테니까
[한숨]
(필구) 엄마, 이제 가자
너 왜 밥을 먹다 말아?
(동백) 너 왜 요즘 이렇게 밥을 남기고 그래?
어?
(승엽) 첫째 날은 피곤하니께 방에 가서 바로 잘 거고
둘째 날은 칭다오 초등학교랑 친선 경기를 할 거여
그다음 날은 놀이공원에 갈 거야, 응
[아이들의 환호성]
[승엽의 만류하는 신음]
떠들면 안 데리고 갈 겨, 알겄어?
(아이들) 네
(승엽) 대답 크게!
(아이들) 네!
(승엽) 자, 먹는다, 실시!
[새가 지저귄다]
[종렬의 헛기침]
(종렬) 야, 넌 중국 안 간다며?
왜 안 가냐?
(필구) 가기 싫으니까요
왜?
전지훈련 안 가도
어차피 야구는
내가 4학년 종구 형보다 잘해요
그래?
네가 종구보다 잘해?
다 나보고 야구 센스는 타고났대요
[아련한 음악]
[헛기침]
[입소리를 쩝 낸다] (필구) 어차피 훈련도 아니고
쟤들 그냥 놀러 가는 거예요
(종렬) 아이, 그, 칭다오 가서 놀다 오면 좋잖아
그, 양고기도 먹고 놀이공원도 가고
48만 원이면
한국에서도 양고기 먹고
씨, 놀이공원 가고 다 해요
48만 원이면
오락을 천 번, 백 번 하고요
거의 미국도 가고요
두루치기를 거의 48개 안 팔아도 돼요
[착잡한 한숨]
아, 진짜 미치겠네
촌스럽게
근데 전지훈련은 왜 가?
왜 다 가?
아이, 잠깐만, 너 그러니까 지금
그...
48만 원 때문에 거기 안 간다는 거야?
가는 애들이 촌놈들이지
난 절대 안 가요, 절대
[종렬의 착잡한 한숨]
(종렬) 야, 너 밥은 먹고 다니냐?
[유쾌한 음악] (기자1) 군수님, 이쪽 좀 봐 주세요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기자2) 활짝 웃어 주세요
(기자1) 여기도 부탁드립니다
- (기자4) 이쪽도 한번 봐 주세요 - (기자2) 예, 한번 웃어 주시고요
- (기자1) 예, 좋습니다 - (기자4) 여기도 한번 봐 주세요
(기자2) 크게 웃어 주세요 [저마다 웃으며 대화한다]
(기자1) 아, 좋습니다
(기자1) 한번 환하게 웃어 주세요, 좋습니다
[규태의 웃음]
[기자들이 계속 말한다] (규태) 저쪽, 저쪽 카메라 먼저 보시고, 예
[군수의 어색한 웃음]
- (규태) 자연스럽게 - (기자1) 한번 환하게 웃어 주세요
(규태) 예, 예 [규태의 웃음]
(기자4) 네, 한 번 더 크게 웃어 주세요
(규태) 예, 크게 한번 웃을게요 자, 아유, 읏차!
[사람들의 호응하는 신음]
[규태가 중얼거린다]
[규태의 웃음] (지역 유지) 아, 최고, 최고
(규태) 군수님 최고, 아이, 최고
[규태가 계속 말한다] (보좌관1) 아이, 쟤 왜 저러냐, 진짜?
(보좌관2) 공천 한번 받아 보겠다고 저러지
(규태) 아, 수고 많으십니다, 예
[기가 찬 숨소리]
아이, 내가 술 취했어?
(군수) 아니, 뭐, 늙은이여?
아이, 왜 멀쩡한 사람을 들쳐 업고 그...
나 참...
저는 그저 순수한 충심으로다가 저...
당신 그, 카메라 있어서 그랬지?
[멋쩍게 웃으며] 아니요, 아이, 꼭 그렇다기보다는요
아니면, 나랑 뭐, 이렇게 친한 척하고 그러면
(군수) 누가 공천을 준디야?
내 코가 석 자여, 이 양반아
저기, 저, 제가 전부터 그
송어 한번 모시러 간다, 간다 하고요
그, 측근들만 가는 데인데
- 그, 회랑 매운탕도 나오시고... - 송어가 군수여?
아니, 송어를 왜 모시고
거기서 매운탕이 왜 나오셔?
[익살스러운 음악] (군수) 참...
한글도 제대로 모르면서 무슨 정치를 한다고 그랴?
[군수의 기가 찬 숨소리]
아이고, 쯧
변호사랑은 어떻게 사나 몰라
[군수의 어이없는 숨소리] [차창이 스르륵 올라간다]
가! [자동차 시동음]
(규태) 죄송합니다
[작은 목소리로] 하, 내가 진짜 이러고 살아야 되냐, 진짜
어휴, 진짜
매운탕이 나오실 수도 있지
그, 젊은 애들 앞에서 무안하게
그, 씨, 고위층이란 사람이
내가 이래서 정치를 하려 그러는 거라고, 내가
내가 진짜, 아휴
[규태의 한숨]
어유, 씨...
어유, 씨, 쯧
싫어요
난 안 보여 줄래요
군수한테 뺨 맞고 왜 여기 와서 센 척을 햐?
나는 무조건 안 보여 줘
(변 소장) 하이고, 참
아이, 괜히 또 왜 그러셔?
이거는 공권력의 사유 재산 침해지, 응?
내가 왜 내 건물 CCTV를 까 줘야 돼요?
뭐, 구속 영장 가져왔어?
[용식의 어이없는 숨소리]
아, 뭐, 구속되고 싶으셔요? 예?
아, 구속을 왜 햐, 구속을?
아유, 뭘 알아야 면장을 하지, 아휴
내가 면장을 왜 못 해?
면장은 하고도 남아!
그 면장이 아니고...
아유, 아유
- (변 소장) 야, 넌 가 - (용식) 쯧
(변 소장) 너 가, 저짝 가 있어!
아유, 하여튼 기냥 나랑 안 맞아, 기냥, 어유, 어유
어유, 치, 쯧
왜요? 뭐, 골목에 도둑이라도 들었대?
(변 소장) 아이, 저
- 이 까멜리아에 - (규태) 응
누가 좀 침입을 한 거 같아서요
(변 소장) 아이, 뭐, 셔터 내린 뒤에 누가 들어온 거라
동백이는 괜찮긴 한디
그, 저...
저기는요?
아, 뭐, 재산 피해도 딱히 없긴 해요
아니, 아니, 그
저기
향미는요?
[익살스러운 음악] 응? 뭐, 거, 뭐, 동백이만 사람인가?
아이, 뭐, 향미야 말짱하죠
아, 저, 긍께, 잉?
저, CCTV 좀, 잉?
그래도 그건 못 보여 준다니까?
(변 소장) 아이
아이, 또, 또, 그, 괜히 또 어깃장이셔
보여 주실 거면서
아니, 저기
그게...
음...
그거 페이크예요
예? [용식의 기가 찬 숨소리]
아이, 뭐, 그런 시장통에
굳이 CCTV를 달아 둘 이유가 뭐가 있어?
그냥 이게 가짜로 요렇게 달아만 놓은 거예요
(용식) 아이, 진짜 소장님, 예?
아, 우리 공무원이 이따우 종자랑 계속 말을 섞어야 돼요?
이따우 종자? 어?
내 종자가 어때서? 당신이 뭔데 내 종자를 논해?
아, 뭔 인생이 기냥 다 페이크냐고!
페이크라도 이게!
효과가 있어!
(승엽) 빵, 우유 사 줘, 꽃등심 사 줘
그니께 너희들 앞으로 인터넷에
강종렬 악플 같은 거, 어 달지들 말라고, 알겄지?
(아이들) 네
(승엽) 대답 크게!
[아이들이 크게 대답한다] (종렬) 아이, 강필구
- (승엽) 그려 - (종렬) 너 꽃등심 좋아하냐고, 어?
(필구) 아, 왜 자꾸 나한테만 말 걸어요? 집중 안 되게
야, 꽃등심이 얼마나 비싼데
네 취향인지 정도는 내가 알아야 될 거 아니야
사 주시는 거예요?
아휴, 그럼 뭐, 뭐, 내가 뭐 너보고 사라고 할까 봐?
[휴대전화 게임 소리가 요란하다]
그럼 전 등심 말고요
[유쾌한 음악]
아이, 무슨 애가 게장을 좋아하냐?
내가 맨날 공짜로 먹는데
할머니가 욕은 잘해도 사람은 착해요
(종렬) 치
(용식) 이 동네 순경이 말이여, 응?
이, 남의 집 누렁이 호적에나 관여를 하고 말이여
영심이가 너 하도 안 와서 [용식의 질색하는 신음]
아주 보믄 죽인디야
아유, 이 점심시간에 식당에 붙들려 갖고
이, 마늘이나 까고 앉아서 그럴 자리가 아니라고, 이게 [문이 스르륵 여닫힌다]
[용식의 질색하는 신음]
(필구) 할머니! 이거 다 내가 끌고 온 손님이에요
- (필구) 내가, 내가 - (덕순) 아이
(덕순) 이게 다 뭔 일이래?
아이고, 강 선수!
[종렬의 어색한 신음] 강 선수께서 어떻게 여기를
- (종렬) 아, 예 - (용식) 아유, 엄마, 강 선수
- 여, 여기서 또 뵙네요? - 예, 예!
(필구) 내가 이 아저씨 데려온 거예요
할머니, 사인 받아서 걸어 놔요
[덕순이 대답한다] [용식의 웃음]
엄니, 저도 왔어유
어이, 양승엽이
너 왜 애들을 이렇게 단체로 끌고 댕겨?
너 뭐, 피리 부는 사나이여?
(승엽) 많이 먹어, 응
(용식) 먹어
[용식의 만족스러운 신음]
응, 응, 필구, 자, 응
많이 먹어
[용식의 옅은 웃음]
아유, 왜 굳이 여기 끼셔 가지고
아, 제 거는 제가 낼 건데요?
그 뭐, 순찰이라도 도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웃으며] 아, 경찰도 밥은 먹어야죠
그렇죠
식사는 하셔야죠
그리고 저기 [용식의 헛기침]
저 이 가게의 아들인데요?
아
- (용식) 이 업장의, 그, 뭐지? 그... - (종렬) 사이다 시켜 줄까?
- (필구) 음, 아니요 - (용식) 아, 상속자
상속자거든요 [용식의 웃음]
- (용식) 형들하고 N빵이기는 혀도 - (종렬) 아, 예
너 그, 당근 안 먹냐?
네
너 혹시 그, 오이도 안 먹니?
어떻게 알아요?
[유쾌한 음악] [젓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인마!
너 인마, 그, 골고루 먹어야 키가 크는 겨, 어?
너 봐 봐, 너 이렇게 편식하니까 봐 봐, 응?
네가 제일 작잖여
얜 늦게 클 거예요
고등학교 가면서부터 180으로 치고 나가요
[용식의 어이없는 웃음]
아이, 그거를 강 선수께서 어떻게 아셔요?
그냥, 늦게 크는 애들도 있다고요, 예
아, 뭐, 그, 뭐, 밥 더 드려요?
(종렬) 아니요
이거 먹죠, 뭐
너 밥 그만 먹는댔지?
- (필구) 네 - (종렬) 응
(용식) 아니, 거...
암만 애 밥이라도 참...
[멋쩍은 웃음]
털털하시네
야구부는 훈련하느라 수학여행도 못 갔고
말이 전지훈련이지, 그냥, 뭐
애들 콧바람이나 쐐 주는 거죠, 뭐, 응
[승엽이 입소리를 쩝 낸다] 저희 그, 애들 전지훈련요
전원 다 보내죠 훈련비는 제가 다 대겠습니다
(승엽) 예, 예? 왜...
왜?
아이, 뭐, 그냥
장학금 조로 생각해 주세요, 예, 예
(승엽) 역시, 음, 역시!
이 모교가 표밭이여, 어
(필구) 왜 괜히 가방은 들어 준다 그래요?
(용식) 어? 아, 그
나도 핑계 김에 가는 거니께 신경 쓰지 말아
씁, 저, 필구야
너 혹시 왼손 타자니?
엄마!
어, 엄마 [동백의 반가운 신음]
[동백의 놀라는 신음] 엄마, 나 중국 가
뭐?
장학금으로 전부 보내 준대
그래서 나도 가, 완전 대박이야
그 전지훈련?
(필구) 어, 어제까지도
나랑 4학년 호준이 형만 못 가는 거였는데
우리도 다 가
그래 가지고 놀이공원도 가고 양고기도 먹고
[웃으며] 또 뭐였지?
필구 너 거기 가고 싶었어?
아, 당연하지, 비행기도 타는데
근데 왜 안 간다 그랬어?
그거 48만 원이야 엄마 돈 없잖아
[아련한 음악] 엄마가 돈이 왜 없어?
엄마가 맨날 그러잖아
먹고 죽으려도 돈이 없어서 딱 죽고 싶다고 했잖아
그건 그냥 하는 소리지
야, 무슨 여덟 살이 그런 걸 걱정해? 얘는 진짜
강종렬 그 아저씨 진짜 미쳤나 봐
- (동백) 응? - 돈을 다 대 준대
[멋쩍은 숨소리]
[한숨]
어휴
내가 도와준댔지
독박 쓴댔나?
후...
아휴
아, 거기다 담지 마요
언니, 이 김치 통 베프네 거죠?
어, 이따 가져가려고 내놓은 거야
아, 이, 동백 씨가
동네에 친구는 있으신가 봐요?
있죠, 이 동네에서 제일 센 언니
아, 씁, 왠지 든든하네요
[웃음]
[필구가 흥얼거린다]
[동백의 옅은 웃음]
(동백) 필구야, 좋아?
다 틀리면서도 막 콧노래를 하네?
(필구) 어
오락을 안 해도 배가 부를 거 같아
필구야
그냥 오락실에 가
엄마가 한 달에 세 번은 허락해 줄게
내가 공짜로 중국 가니까 엄마도 기분이 좋구나?
아니, 엄마는 기분이 구려
왜?
나는 그냥 네가 오락실이나 가고
학원 땡깔 궁리나 했으면 좋겠어
엄마가 두루치기를 몇 개를 팔아야 48만 원인지
그런 거는 생각 안 했으면 좋겠어
[필구의 한숨]
[동백이 입소리를 쩝 낸다]
아니, 키가 140도 안 되는 게 벌써 어른이 되면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 그렇지?
아니, 근데 이 많은 무를 언제 다 썰어?
아, 이놈의 동네는 뭐, 김장이 배틀이여?
누가 다 먹는다고, 이씨, 쯧
(덕순) 한 통씩 노나 먹으면 금방 땡이지 [용식의 못마땅한 한숨]
원래 김치는 집집이 나눠 먹는 재미여
그...
나눠 줄 거면
[무를 탁 썰면서] 공평하게 햐
어디 하나 이렇게 왕따시키지 말고
왕따를 왜 줘? 난 싫은 놈은 안 줘
나한테 찍힌 놈들은 안 줘
이거는 큰성네 주고 이거는 작은놈
이거는 내 베프 주고
[웃음]
아이, 뭐, 베프?
엄마 뭐, 그런 것도 있어?
왜? 나는 뭐
베스트 프렌드 좀 있으면 안 돼야?
참, 이 동네 베프 좋아하네
뭐, 뭐, 어디 뭐, 떡집?
[김치 통이 탁 잠긴다]
동백이 [용식이 무를 탁 썬다]
[익살스러운 음악]
- (헬레나) 동백이 온다 - (동백) 안녕, 안녕
[향미가 흥얼거린다]
타
왜?
그거 무겁잖아
코앞인데 뭘 타?
향미야, 일단 타, 어
[덕순의 놀라는 신음] [동백의 옅은 웃음]
(덕순) 아무튼 싹수는 있어 가지고
아이고, 이런 걸 뭘 맨날 챙겨 와?
[동백의 웃음]
근데 회장님
알타리 얼마 해요? 엄청 비싸죠?
(덕순) 한 단에 7천 원이랴
금타리여, 금타리 [동백의 놀라는 신음]
그 비싼 걸 이렇게 많이...
(덕순) 응
참, 너 우리 셋째 아직 못 봤지?
야, 오빠 어디 갔니, 오빠?
헬레나야, 오빠 어디 갔냐고
아, 나는 몰라
[웃음] (덕순) 저거 존댓말 할 줄 알면서
저러는 거 같아 [동백의 옅은 웃음]
(동백) 그 내려오셨다는 막내 아드님요?
(덕순) 잉
아이, 근디 이게 무 썰다 말고 또 어딜 토꼈나 벼
[흥미로운 음악] (동백) 토꼈어요?
아이고
(덕순) 주특기여, 농고 댕길 때부터
(용식) 에? 아니, 그때 얘기를 왜 해!
설마...
그때부터 뒤지게 공부 안 하고 토껴 쌓더니
(덕순) 꼴찌로 정점을 찍더라고
꼴찌도 했어요? 아이고
응, 딱 세 번
[분한 숨소리] [덕순의 웃음]
(용식) 아이, 진짜 왜 저래?
(덕순) 나는 내심은 말이여
1등만치나 힘든 게 꼴찌라고 보거든? 잉?
[덕순과 동백의 웃음]
근디 갸가 매사가 그려
- (동백) 어유 - (덕순) 인생이 모 아니면 도라고
옹산 남자들이 좀 그런 성향이 있나 봐요?
왜, 누가 또 그랴?
아니, 우리 가게에 요즘에 새로 오는 아저씨가 있는데
[동백의 생각하는 신음]
씁, 꼭
불곰 같아요
(덕순) 곰뚱아리 같은 것들이랑은 놀지 말아
촌시러워
촌티는 불치여
[웃음]
근데 곰 중에도 왜, 그
푸 같은 거는 좀 귀엽잖아요
[덕순의 웃음] [아련한 음악]
(덕순) 아니, 근디
너 어짠 일로 원피스를 다 입었디야?
[쑥스러운 웃음]
(동백) 너무 짧아요, 회장님?
무릎이 다 나와서
남 눈치 볼 거 없이 여시 토깽이같이 입고 댕겨
여시 토깽이 [동백과 덕순의 옅은 웃음]
(덕순) 그러다 너 이쁘다고 힐끔대는
순하고 멩 긴 놈 하나 주워서 시집가라
아이, 또 그러신다
저는 필구 보고 사는 것도 바쁜데
필구한테도 홀어미는 짐이여
그리고 너는
필구 엄마로만 살다 죽지 마
품에 있을 때나 내 새끼지
콩 자루에서 자식새끼들 줄줄 빠지고 나믄
껍데기만 툭 남는 게 두식이, 규식이 엄마더라
그니께 갔다 오더라도 시집가
과부 팔자 굽이굽이 외로워
(향미) [안전벨트를 딸깍 풀며] 그냥 가게로 들어오지 뭘 타라 마라야?
(규태) 아, 가게에 도둑 들었다면서?
(향미) 몰라, 뭐가 왔다 갔나, 어쨌나
근데 착실한 동백이는 휴무도 안 해
너 그럼, 그
동백이도 존경을 하냐?
뭐?
너는 옹산에서 또 누구누구 존경을 하는데?
뭔 존경?
존경하는 남자는 간간이 있는 편이고?
존경은 개뿔
내 인생에 존경할 놈이 세 놈만 있었어도
최향미가 지금 이러고 살지를 않지
이, 심심하면 그 앞에 서랍 한번 열어 봐
[규태의 헛기침]
왜?
뭐야, 이건? 불안하게
[입소리를 쩝 내며] 딱지는 펴 보라고 있는 거 아니냐, 어?
그, 오다가 줍지는 않았어
어, 내 카드로 일시불로 딱 샀지 [흥미로운 음악]
월차 쓰고 한번 타든가
누구랑? 오빠랑?
아이, 따로 가려면 가든지
오빠랑 나랑 둘이?
(규태) 내 빵빵이 타고 가려면 가고
뭐, 고속버스 타고 한 두어 번 갈아타고 가려면 가고
[익살스러운 음악] (규태) 나 지금 약간 박력 있었나?
[갈매기 울음 효과음] (향미) 오빠
이 수상 스키 뭐야?
뭐긴 뭐야?
스키가 스키지
스키
아이, 키스도 아니고
스키 한번 타는 거까지 뭔 오라지게 청렴결백해야 되냐, 어?
키스? 이 상황에 아재 개그야?
(규태) 키스라니
내가 지금 뭐라고 지껄인 거지?
스키
스키, 스키, 스키스, 키스, 키스 [익살스러운 음악]
이거 썸이야?
뭐?
왜 내 앞에서 새삼 귀때기를 달구고 그래?
귀엽게?
[익살스러운 효과음]
(용식) 동백 씨, 이쪽, 이쪽으로...
(동백) 아니에요, 아니요
여기부턴 진짜 싫어요
(용식) 아, 예, 그러면 저는
저, 한, 한 5보 뒤에서 이렇게 딱...
아니요
이 시장통 근처에서는
제 인근 500미터 안에도 계시지 말아 주세요
(용식) 씁, 저기, 근데 그, 상식적으로요
이, 이 시장통이 한 400미터 안 될 거 같은디
500미터는 그, 너무 그, 팍팍한 처사가 아닌가 [용식의 웃음]
용식 씨
지방에서 술 파는 식당 하면서
혼자서 애 키우면서 살아 보셨어요?
예?
[입소리를 쩝 낸다]
그러면 이, 남의 구설 타는 게
얼마나 지긋지긋한지 이해를 하셨을 텐데
[동백의 한숨]
(동백) 저
이제 젖먹이 키우는 미혼모도 아니고
우리 필구 눈치가 빤해요
아니, 저도 용식 씨가 경찰로서 따라다니는 거라니까
그냥 좀 못 이기는 척하잖아요
그러니까 용식 씨도
씁, 엄마로서의 제 입장을 좀 존중해 주셔야 될 거 같아요
예
(용식) 저기, 근데 동백 씨
[새가 짹짹거리는 소리]
[한숨]
이, 남녀가 뒤에서 뭘 하면
구설이고 카더라지만요
이...
앞에서 대놓고 그냥 '좋아한다'
응? '진짜 좋아한다'
'너희들이 뭐라든 나는 동백 씨 좋아 죽겄고'
'이 엄청난 여자 좋아하는 거, 그거'
'오냐, 그게 내 자랑이다' 하면
그래 버리면 [부드러운 음악]
차라리 찍소리들도 못 하는 거잖아요
저는 기냥
그게 더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요
(동백) 생각해 보면 나는 한 번도...
나도 갈까? 동기 결혼식인데
아휴, 내가 널 뭐라고 소개해?
스캔들 나면 서로 귀찮잖아
[종렬의 옅은 웃음]
(동백) 누군가의 자랑이었던 적은 없었다
[당황한 숨소리]
뭐야, 왜 저렇게 웃어, 자꾸?
(찬숙) 용식이 너 괜히 인절미 먹는 척할 거 없어
저짝 가 봐
[찬숙의 못마땅한 신음] 야, 가란다고 가냐?
8천 원요?
이게 왜 이렇게 올랐지?
(지현) 줘, 말아?
근데 그, 이게 한 단에 7천 원이라고 그러던데?
그럼 7천 원에 하는 데 찾아가
여기서 알타리는 우리가 독점이니께
[용식의 미심쩍은 숨소리] 그게...
(용식) [요란하게 헛기침하며] 아, 그, 거참
그, 미스터리한 알타리네, 응?
이, 어제 분명히 울 엄마는
이 알타리를 한 단에 7천 원에 샀다는디
왜 동백 씨 알타리만 8천 원이지?
씁, 이건 뭐, 거진
이, 시장 경제 흐리는 독점이자 경제 사범급인디?
암만 여자가 좋기로서니, 어?
너 코딱지만 할 때부터 네 코 닦아 주던 아줌니를 뭘로 몰아?
경제... 뭐?
아니, 알타리 얘기 하다 갑자기 코 닦아 준 얘기가 왜 나와요?
나는 용식이 저게 옹산 보안관인지
동백이 보안관인 줄을 모르겄어
(귀련) 그러게 말이여
(찬숙) 우리 영심이는 맨날
우리 용식이를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 용식이는 맨날 우리 동백이 꽁무니만
쫄쫄 쫓아댕기고 있네 [용식의 짜증 섞인 한숨]
그놈의 영심이, 영심이, 진짜...
(지현) 야, 네가 우리한테 이러면 안 되지
여기 시장이 너 다 같이 키웠어
[황당한 신음] (찬숙) 야
(찬숙) 너희 엄마 아시면 억장이 무너진다
이 맹맹이 콧구녕 같은 놈아
- 아, 나는 알타리... - 저, 아니에요, 아니에요
제가 다시 사러 알타리 다음에 사러 올게요
아이, 저...
하여튼 누구든, 예? 바가지만 씌우고 그래만 봐요, 응?
내가 아주 그냥 읍내 나가 가지고 알타리를 짝으로 떼어 와 버릴 거니까!
[흥미로운 음악]
용식 씨
저 그냥 알타리 8천 원에 사고 싶어요
그때가 더 살기 편했어요
아니, 저 언니들 있잖아요
그, 내가 막 새 신만 사 신어도 파마만 말아도
막 쑥덕쑥덕
내가 용식 씨 꼬시려고 그런다고
[한숨]
동백 씨
동백 씨는 저기, 그
백반집 아줌마 새 신 사면 봐요?
이 파마부터 발끝까지요
왜 저 사람들이 그, 하루 종일 그냥 동백 씨만 쳐다보겠냐고요
[한숨]
뭐요? 뭐, 또 이뻐서 그런다고 하려고요?
(용식) 아니요
이쁜 거는 빼박이고요
저 봐, 저 봐, 어휴
지겨워, 정말
(용식) 그, 이, 옹산의 그, 그거요
그, 옹산 셀럽, 셀럽이니께, 예?
'아, 고놈의 동백이 얼마나 잘 사나 보자' 이렇게
별나게 관심 있다는 거는
그, 좌우지간에 동백 씨가 톡 튀게 잘났다는 거 아니어요? 예?
아유, 그냥
자기가 얼마나 동네에서 핫한 줄도 모르는데 이게
알타리 깎아 주고 싶은 이 내 마음을 알겄냐고
아유, 어떻게 된 게, 이
나보다도 머리가 나빠요?
저 4학년 때까진 공부 되게 잘했어요
근데 왜 내 마음 몰라요!
예? 이 동네 개도 다 아는데 왜
왜, 왜 너만 몰라요?
용식 씨는 무슨 기승전 고백이에요?
동백이가 뭐가 있긴 있나 벼
용식이 그거 아주 그냥, 응?
눈이 돌았데 [재영의 웃음]
아니, 나는 무슨 드라마 보는 줄 알았잖여
[지현의 의아한 신음] 아, 동백이 건드렸다가는
용식이가 물겄더라고 [지현의 웃음]
그래, 용식이가 조기 축구밖에 모르는 줄 알았는데
아주 로맨티시스트여, 응 [재영의 웃음]
[웃으며] 로맨티시스트
(덕순) 아이, 넘의 아들 뒷담 까는 겨?
아이, 깜짝아
뭐, 승엽이가 다 지껄이고 댕겼어?
회장님, 아셔유?
[가소로운 웃음]
애 좀 내버려둬
자기가 어련히 알아서 하려고
아이, 진짜 내버려두시게?
- 용식이가 은근히 여시여 - 예?
나도 걔가 순 맹탕, 숙맥인 줄 알았는디
은근히 야심가더라고
벤호사를 꼬시지를 않나
[익살스러운 음악] 백두게장을 내놓으라지를 않나
[웃음]
야, 가래떡 금방 뽑은 거 있니?
- (재영) 예 - (덕순) 우리 야심가
- (덕순) 떡국 해 먹이게 - (재영) 안에 있어요, 안에
(찬숙) 벤호사는 뭔디?
- (재영) 헛다리, 헛다리 - (지현) 헛다리?
헛다리지?
벤호사 같은 소리 하네
(재영) 얼마나 드려? [지현이 연신 혀를 찬다]
(동백) 용식 씨가 이럴수록 나만 웃겨져요!
천하의 백여시에 총각 꼬시는 웃기는 애 된다니까요?
아, 저도
동백 씨가 그런 소리 듣는 건 싫어요
싫으면 어떻게 해야겠어요?
제가 꼭 필구를 가르치듯이 이렇게 해야 돼요?
아이, 누구든지 동백 씨 우습게 만들면
내가 들이받아 버릴 건디, 그...
또, 내가 또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내 말이 그 말이에요!
그러게 좀 안 좋아하는 척이라도 해 봐요
근디 제가요
꼭 이, 뒷구녕에서 뭘 하려고 하는 순간에
에러가 나더라고요
[동백의 답답한 신음]
아니, 그, 솔직한 데에는 장사 없는 거잖아유, 맞쥬? 예?
저는 이, 내숭 떨 비위도 안 되고요
이, 겉으론 사실무근
이래 놓고선 이 뒤에서 찝적거리는 거
아이, 이게 더 양아치 같은 거 아니어요?
그게 더 동백 씨 웃기게 만드는 거죠
나는요
기냥 내 식대로 할래요
뭘 또 네 식대로 해요?
왜 눈은 그렇게 떠요, 용식 씨?
[흥미진진한 음악]
옹산 바닥 그 어떤 주뎅이도요
동백 씨가 용식이 꼬신단 소리 못 하게
동백 씨한테 백여시란 소리 못 하게
그렇게 할게요
용식 씨!
(동백) 어디 가요?
용식 씨!
아줌마!
아, 깜짝이야, 하...
왜 소리는 질러, 이씨, 쯧
동백 씨가 나 꼬시는 거 아니고요!
내가 동백 씨 꼬시는 거예요, 내가!
아니, 아니야
[이를 악물고] 야, 너 가, 빨리, 가
이, 동백 씨는 나를
이, 인근 400미터 안에도 접근을 못 하게 하는데
나 혼자 좋아 죽겄는 거고요! 예?
그, 내가 꼬시는 거고 내가 백여시라고요, 내가!
[이를 악물고] 알았으니께 빨리 가라고, 이 새끼야
얘, 용식아
아줌마가 알타리 7천 원에 줄게 고만 떠들고 일로 와, 일로
아이, 나 좀 놔 봐요, 예?
아이, 뭐, 우리가 뭐 남들한테 뭐, 쫄릴 짓 했어요? 예?
아, 불륜이에요? 예?
아, 바람이에요?
아, 좋아하니께!
예, 좋아해요!
좋아해요, 좋아해요
아, 좋아한다고요!
[용식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용식의 거친 숨소리]
(동백) 하, 용식 씨는 그렇게 악을 쓰고 커밍아웃을 했고
나는 곧...
아이, 뭐, 용식이, 뭐 다 같이 키웠다며, 예?
아, 그럼 용식이가 좋아하는 동백이도 좋아를 해 줘야죠, 예? 안 그래요?
[포효하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놀라는 신음]
이게 뭔 소리여?
네가 누굴 좋아햐?
[당황한 신음]
어, 엄마
어, 엄마가 왜 거기서 나와?
엄마?
엄마?
(동백) 나는 곧 베프를 잃을 운명이었다
범접 불가 내 편에서 통제 불가 내 편으로
그렇게 나는 라인이 바뀌고 있었다
[용식의 한숨]
용식이는 모 아니면 도라며?
나는 동백이를 모로 정했어
[용식의 두려운 숨소리]
(동백) 나랑 술이나 한잔하지
누구랑 갑자기 수상 스키를 타러 가?
근데 언니가 웬일로 술이에요?
오늘 상가 번영회 안 가요?
아니, 나 못 가
백 없어서 이제 못 가
쩝, 그렇지, 나라도 싫지, 나라도
동백이를 누가 좋아하겠어? 치...
언니도 그럼 오늘 일찍 셔터 내려요
다녀올게요
(동백) 조심해 [문이 스르륵 열린다]
혼술은 안 하시겠네
[문이 스르륵 열린다] [한숨]
[문이 스르륵 닫힌다]
애 훈련비는 왜 내 줘?
왜 콩만 한 게 48만 원 걱정을 하게 하냐?
[한숨 쉬며] 너도 꼭 그렇게 나 사는 거를
속속들이 알아야 되겠니?
너는 잘나가는 슈퍼맨이라 모르겠지만
내 입장은 좀 다르지 않겠어?
뭐, 기껏 한다는 게 술집이라?
그래, 진짜 제대로 한번 좀 묻자
왜 하필 술집인데? 어?
여기 너랑 진짜 안 어울리는 거 알지?
어울려, 나 장사 잘해
너 뭐, 사기당했니?
대체 무슨 헛바람이 들어서
(종렬) 왜 술장사를 하고 있어, 술장사를!
네가 바람 넣었잖아
뭐?
내가 찌개를 해도 떡볶이를 해도
너 맨날 똑같은 소리만 했잖아
[아련한 음악] (동백) 넌 왜 꼭 밥을 해 놓으면 술을 찾아?
(종렬) 야, 여기다가 어떻게 술을 안 먹냐?
진짜 넌 뭘 해도 이, 술을 부르는 맛이라니까?
안주 쪽은 네가 최고야, 최고!
[동백의 호응하는 신음] [종렬의 옅은 웃음]
[종렬의 애교 섞인 신음] [동백의 옅은 웃음]
[한숨]
난 살면서 최고란 소리 들은 건
안주가 처음이었어
[종렬의 착잡한 한숨]
진짜 미쳐 버리겠네
(동백) 그냥 각자 자기 잘하는 거 하면서 사는 거야
넌 야구를 잘하니까 야구를 하는 거고 나는
두루치기가 최고니까 술집을 하는 거고
아니
네 인생엔 뭐, 내가 다냐? 어?
아이, 이, 내가 뭐라고
너한테 이렇게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칠 일이냐, 이게? 어?
그럼 내가 가족도 없고 아무도 없는데
네가 하는 말이 다였지, 뭐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내가 두루치기 최고란 소릴 안 했지!
너 왜 이렇게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냐?
[종렬의 한숨] 아, 그냥 나 좀 놔둬!
나 그냥 먹고사는 거야
[종렬의 한숨] (향미) 근데 언니 왜 술장사해요?
진짜로 왜?
진짜로는
[동백의 힘주는 신음]
소주는
한 병에 3,500원이 남으니까
내가 뭐, 배운 건 없고
잘하는 건 요리뿐이고
우리 필구는 키워야 되고
여러 생각 할 게 뭐 있어?
그냥 힘들고 모양 빠지는 거 다 내가 하고
나는 우리 필구 메이저 리그 갈 때
돈 많이 든 통장 하나 쥐여 주는 거
그럼 동백이 인생은 만고땡이지, 뭐
[종렬의 한숨]
아싸리 잘 살기나 하든가
[옅은 한숨을 쉬며] 너 환장할 거 없어
그냥 너는 네 인생 살면 되고 나는 내 인생 살면 돼
[종렬의 답답한 한숨]
그렇게 잘났는데 그 팔찌는 왜 여태 차고 있어, 왜?
[술잔을 탁 내려놓으며] 이거
이거는 그, 뭐, 그냥 습관이지 몸에 좋다며?
[한숨]
이러고 살 거였으면
그냥 옆에 있든지
(종렬) 아니면
숨을 거면 잘이나 숨던가
우, 우리 그렇게 대단한 재회한 거 아니야
그냥 오다가다 마주친 거야
그러니까 달라질 거 하나도 없어 너는 그냥 네 길
갈 길 가면 돼
너 같으면 그게 되겠냐? 어? 되겠어?
그 징글징글한 동백이가 지금 내 자식까지 키우고 살고 있는데?
그 징글징글한 동백이 없다 치고 살아!
너 그동안 그렇게 잘 살았잖아
뭘 잘 살아! 잘 살긴, 진짜
징글징글하게, 씨
진짜 지긋지긋하게!
[종렬의 깊은 한숨]
[한숨]
나도 너 아직 잊진 않고 살아
[아련한 음악]
야,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잊니?
굳이 뭐, 잊고 자시고 할 거 없이 그냥
생각나면, 뭐 그냥 생각나나 보다, 뭐
그렇게 그냥 살아지는 거지
(동백) 이제 다시 볼 사이도 아니고
그냥 뭐, 생각까지 뭐
별수 있냐?
그냥, 각자 그냥 떳떳하게 살면 돼
(종렬) 떳떳이고 나발이고 간에
네가 지금 이러고 살고 있으면
내가...
어?
내가...
널 어떻게 쌩까고 사냐?
[착잡한 한숨]
너
내가 왜 천만종렬인 줄이나 알아?
내가 2루에서 3루 못 뛰고
하루 종일 정신 나가 있던 날이
2012년 3월 12일이야
[훌쩍인다]
어휴, 진짜
진짜 징그럽다, 징그러워
어휴, 진짜
[종렬의 한숨]
(종렬) 잘 살기나 하든가
착해 터진 게 왜...
왜 잘 살지도 못해?
아휴, 씨, 쯧
(용식) 아이고
여긴 또 어쩐 일로 오셨어요?
(종렬) 예, 들어가 보세요
[종렬의 헛기침]
여기서 술 드신 거예요?
아니요, 술 안 했습니다 운전할 수 있어요
강 선수 운전을 묻는 게 아니고요
여기를 왜 또 오셨냐
그걸 묻는 거예요
[의미심장한 음악]
내가 그쪽한테 꼭 대답을 해야 되는 겁니까?
눈은 왜 뻘거신 건데요?
상관할 사이 아니라고 들었는데요
제가요
이상하게
하, 이상하게
기분이 좀 안 좋아서요
그럼 기분 상한 김에 한마디 더 합시다
동백이 갖고 장난치지 마요
'동백이'요?
당신 같은 사람들이 괜히 껄떡대고 찔러 보지 않아도 걔
인생 충분히 고달픈 애니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자동차 시동음]
나 회장님 어떻게 보라고...
이제 그만 와요
우셨어요?
울었냐고요
네, 울었어요
나도 울 만하면 좀 울고 살아야죠
뭐가 울 만하셨는데요?
술이 울렸죠, 술이
베프도 잃고
그냥 내 꼴도 우습고
왜 우셨냐고요
그냥...
사는 게 좀 쪽팔려서요
사는 게 너무...
[한숨 쉬며] 너무 쪽팔려서요
(동백) 내 인생은 뭐가 이래요?
학교 때는 반에 고아도 나 하나
커서는 동네 미혼모도 나 하나
48만 원 때문에 아들내미 철들게 하는 것도 나 하나
뭐, 나도 좀 쨍하게 살고 싶은데
아유, 참 세상이 나한테 그렇게 야박해
나만 자꾸 망신을 줘
[동백이 술잔을 탁 내려놓는다]
[침을 꼴깍 삼킨다]
동백 씨
약한 척하지 말아요
고아에 미혼모인 동백 씨
모르는 놈들이 보면
동백 씨 박복하다고 쉽게 떠들고 다닐지 몰라도요
까놓고 얘기해서
동백 씨 억세게 운 좋은 거 아니어요?
[피식 웃는다]
운이 참도 좋네요
고아에 미혼모가, 예?
필구를 혼자서 저렇게 잘 키우고
(용식) 이, 자영업 사장님까지 됐어요
남 탓 안 하고요
치사하게 안 살고
그 와중에
남보다도 더 착하고
더 착실하게
그렇게 살아 내는 거
그거 다들 우러러보고 그, 박수 쳐 줘야 될 거 아니냐고요
(동백) 태어나서 처음으로
칭찬을 받았다
(용식) 남들 같았으면요
진작에 나자빠졌어요
근데 누가 너를 욕해요?
동백 씨
이 동네에서요
제일로 세고요
제일로 강하고
제일로 훌륭하고
제일로
장해요
[잔잔한 음악]
하, 진짜 왜 그래요, 나한테? 진짜
[훌쩍인다]
[훌쩍이며] 하, 나한테 그런 말 해 주지 마요, 그냥
(동백) 죽어라 참고 있는데
누가 내 편 들어 주면 나 막...
막...
[흐느낀다]
(동백) 나 그냥 편들어 주지 마요
칭찬도 해 주지 마요, 그냥
[흐느낀다]
응? 왜 자꾸 예쁘대요?
왜 자꾸 나보고 자랑이래?
나는 그런 말들 다 너무 처음이라
막 마음이 울렁울렁, 울렁울렁
[동백이 흐느낀다]
이 악물고 산 사람 왜 울리고 그래요!
[계속 흐느낀다]
그래 놓고 어차피 다, 어?
어차피 다, 이씨
나는 강종렬이랑 달라요
필구 아빠 누구든 상관없어요
나는요
필구든
동백 씨든
절대 안 울려요
[훌쩍인다]
내가
매일매일
이 맹한 동백 씨
안 까먹게요
당신 얼마나 훌륭한지 내가 말해 줄게요
[훌쩍인다]
그니께
[한숨 쉬며] 이제 잔소리하지 말고요
기냥 받기만 해요, 좀
[기가 찬 숨소리]
용식 씨
진짜 어쩌려고 이래요?
그러다 진짜 내가
용식 씨 진짜로
좋아하게 되면 어떡하려 그래요?
[동백이 흐느낀다]
어떡하려 그런대
[흐느낀다]
(동백)
[동백이 계속 흐느낀다]
[용식의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한숨]
아유, 좀 도와주든가, 좀, 씨, 쯧
그냥 가만히, 그냥 갖다 놓고
[힘주는 신음]
[쓱 긁는 소리가 난다]
[쓱 긁는 소리가 난다] [의미심장한 음악]
[무거운 효과음]
[부드러운 음악]
(용식) 딴 사람은 몰라도
네가 싫다면 나도 안 할게
(자영) 동백 씨가 내 마지노선을 건드려서 내 꼭지가 돌면
- 사모님! - 내가 아주 솔직해지고 싶을 거 같거든?
(용식) 울 엄마가 동백 씨 좋아해요 [용식의 아파하는 신음]
베프잖아요, 베프 [용식의 웃음]
동백일 누가 좋아해? 누가 저를 좋아하겠어요?
(필구) 아저씨는 훈련 안 해요?
왜 맨날 와요?
(동백) 아이, 누가 여기다 이걸 자꾸 버려?
(용식) 정식으로 이렇게 좀
좀 협조 요청을 좀, 좀 넣어 봐요!
(용식) 제가요, 까불이 잡아 보렵니다
잡아서 알려 줘야죠
자기가 감히 누구를 건드린 건지
.동백꽃 필 무렵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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