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빙유 5
<제5회> 2002년 8월 12일 (월)
S#1 바닷가 (이른 아침, 4부에서 연결)
뭔가에 시선 뺏긴 채, 조심스레 걸어오는 혁. (현무암 길)
부신 아침 햇살을 받으며 이젤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
챙넓은 모자에 하늘하늘한 원피스까지..
(플래시 백) 넓은 잔디밭. 화면, 뿌옇게..
챙 넓은 모자에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이젤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혁의 모(30대초반). 어린 혁(10세)이 엄마 주위를 빙글빙글 장난스럽게 맴돌고 있고.. 그 위에 울림처럼 들리는..
혁의모 (E) (다정하게, 웃음기) 어지러워. 엄마 정신 없어. 혁아...
멍한 혁의 얼굴 위에 혁아, 혁아.... 혁의모 소리 웅웅대며 울려퍼지고..
한 걸음, 다가 서는 혁.. 결에 부시럭 자갈 소리가 나고,
프레임 바로 화면 구도를 잡다가, 인기척에 돌아보는 여자..
부신 햇살을 받으며 화사하게 돌아보는.. 어머니 이미지의 여자..
수경이다! 수경, 놀란 듯 프레임 바를 떨어뜨리고.
혁 (그제야 정신 차리며 집어 주려는데)
수경 (동시에 집으려다, 혁의 손을 잡고)
혁 !! (수경을 보면)
수경 (붉히며 얼른 손을 놓고)
혁 (무심코 집어들다, 그제야 프레임 바인 걸 알고 휘둥그레진다.) !!
수경 (화사한 미소로 바라보고)
혁 (충격으로 프레임 바와 수경을 바라보는데서 - 여기까지 4부)
수경 (프레임 바 보며, 수줍게) 구도 잡기가 좋아서요.
프레임 바의 이니셜까지 확인하고 충격으로 수경을 보는 혁에서.
S#2 1부 프롤로그 몽타주
- S#2, 사나운 얼굴로 안 돼! 계속해! 촬영 강행시키는 혁.
- S#4, 아수라장 속에, 바다로 뛰어드는 혁.
- S#6, 의식을 잃고 가라앉고 있는 혁. 흰 면티 옆구리쪽에서 번져나는 붉은 핏물... 물살을 가르며 혁에게로 가는 다래.
- S#7, 다래, 축 늘어진 혁을 구조대원에게 인계하는 순간, 프레임 바
목걸이 줄이 뚝 끓어져, 다래의 팔목에 걸리는데서.
S#3 프롤로그의 바닷가 (이른 아침)
바위섬에 앉아, 씁쓸히 자기 팔목을 만져 보는 다래.
프레임 바를 잃은 아쉬움에 후.. 얕은 한숨..
S#4 리조텔 욕실 (아침)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 머리위로 물줄기 맞으며 벽짚고 선 혁.
수경 (E) 프레임 바요? 얘기하자면 긴데.. 제겐 소중한 사연이 담긴 거거든요.
혁, 먹먹한 표정으로 얼굴의 물기 쓸어 내리고..
S#5 산타루치아 + 그 앞 계단 (정오경)
화병에 꽂힌 장미꽃-4부에 민이 준비했던-을 테이블에 놓는 성욱.
미미 (보며) 이야.. 분위기 좋고. 어서 난 거야? 쫌생이 최성욱이 사비로
샀을리는 없고.
성욱 (주방 쪽에서 나오는 민 슬쩍 가리키는데)
민 (꽃보고는 멈칫.. 씁쓸해지다가... 고개 돌리고는 다른 곳으로 가고)
미미 뭔데? (성욱, 미미 귀에 대고 속닥속닥하자, 아하... 고개 끄덕끄덕..
그럴줄 알았다는) 이민과 진다래, 그리고 이 혁.. 삼각 대전이라..
성욱 (자기도 속상한) 삼각이면 낫지. 내가 보긴 민인 짝사랑이라니깐요.
미미 오호라, 애통한 거.. 우리 민이가 어쩌다가.. (한쪽 구석, 창밖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수경보며) 이민 껌딱지 조수경도 날아가, 거기에 진다래까지..
수경 (손톱 잘근잘근 물어뜯으며 초조한) 주사위를 던졌으면 반응이 있어
야지... (도저히 안되겠고, 카페 나가며 휴대폰 누른다. 계단에 서서)
다래니? (떠보듯) 별일.. 없지? 어.. 오늘 만날래? (사이 놀라는) 뭐? 중림에? 니가? (미치겠고.. 억누르며) 잘됐네. 그래.. 바쁘면 난 낼이라도 좋아. 어.. (닫고) 어떻게 된 거야.. 둘이 같은 회사를? (일그러지는데)
S#6 감협 판매부 (오후)
책상 위의 책과 짐들, 박스안에 담고 있는 다래.. 새출발의 기대로 들뜬.
상사 (E) 그동안 수고했어. 잘 돼서 간다니, 내 맘도 편하네..
S#7 기획팀 (오후)
노트북 켜놓은채 생각에 빠져 있는 혁.
(플래시백)
(2부)S#65, 저 사람, 상처가 있구나. 얼굴도 모르면서 맘대로 단정했죠.
(4부) S#17의 수경, 이 그림.. 지나갈 때마다 발을 잡는 거 있죠?
S#8 산타루치아 (늦은 오후)
한창 바쁜 시간, 민 일행들, 서빙하느라 바쁜데...
수경, 한쪽 구석에 기대서서 초조히, 손에 쥔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미미 (안주접시 들고 가다가) 조수경, 5번 테이블 주문받어! 하루죙일 팍
찌그러져갖구, 너 오늘 왜 그냐, 정말?
수경 (마지못해 움직이는데, 입구로 들어오는 혁. 반짝! 회심의 미소.. 감추
고는 차분히 다가가서) 웬일...이세요?
혁 지금..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수경 (부러 당황) 저요? 무슨.. 일인데요? 바쁘긴한데..
미미 (떨어진 곳에서 혁과 수경보며 갸우뚱... 성욱에게) 저 분위기는 또 뭐냐?
성욱 (같이 갸우뚱) 글쎄요..
계단을 내려오던 민. 마주 선 혁과 수경을 본다... ??
S#9 함덕 해수욕장의 바다 위 작은 다리 (늦은 오후)
수경 (혁과 나란히 선) 제 프레임바엔 왜 그렇게 관심이 많으세요?
혁 (보며) 나한텐.. 중요한 문제라서 그래.
수경 (짐짓, 바다쪽으로 고개 돌리는 위에)
(인서트) 다래, 그거.. 작년 여름에 농장아저씨 구해주다 주은 거야.
수경 그거.. 작년 여름.. 어떤 영화감독.. 구해주다가.. 주은 거예요.
혁 (역시 맞구나! 보고...)
S#10 몽타주 (늦은 오후)
- 신발 가게, 들뜬 마음으로 새 신발을 고르는 다래위에
수경 (E) 얼굴은 기억 안 나지만.. 첨 그 사람 봤을 때, 멀리서도 그 사람밖에 안 보이더라구요.
- 다른 신발 가게 안. 주인, 이것저것 권하지만, 다른 것 찾고 있는 다래.
수경 (E) 그 사람때문에.. 영화가 좋아졌나봐요. 그래서, 영화동아리도 들었고..
- 반짝해서 어느 쪽 보는 다래. 찾았다! 주인에게, 여기요! 하는데서.
S#11 함덕 해수욕장 바다 위 작은 다리 (늦은 오후)
혁 (충격으로 멍해 있는데)
다래 (E) 그 인간, 나한테 이거 있는지도 몰라. 바보같이..
수경 (표정 살피며, 슬픈 듯) 하지만 그 사람.. 내가 그거 갖고 있는지도 모를
거에요, 아마도.. 어쩌면.. 날 기억도 못할지도 모르구..
혁 (먹먹한)
수경 오빠..? 괜찮아요?
혁 (바다로 향하는 눈길)
수경 (짐짓) 전엔 수영하는 거 참 좋아했는데... 그 일 있고나선 바다가 두려
워졌어요. 다신.. 물에 못 들어갈 거 같아요.
혁 (그 마음 이해되는.. 수경을 보다가) 그럼.. 고3 때였나?
수경 고3 방학이었죠. 실기 준비엔 여기가 좋을 거 같아서 내려와 있다가..
(미소로) 지금 저 심문 받는 거 아니죠?
혁 (따뜻한 눈길로 본다..)
수경 (수줍은 듯) 오빠.. 오늘 좀 이상해요.. 왜 자꾸 그런 눈으로..
혁 내가... 바로 그 사람이라면... 믿겠니? 니가 구해준 바로 그 남자.
수경 (못 믿겠다는 듯 놀란 얼굴로 보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농담이죠?
혁 나도 믿기지가 않아.
수경 (어떻게 이런 일이.. 충격의 표정으로 보면)
혁 늦었지만.. (진심을 담아) 고맙다...
수경 (눈물 그렁해져서) 오빠...
S#12 산타루치아 앞 + 혁의 차안 (저녁)
멈춰서는 혁의 차. 수경, 차에서 내리고, 혁도 내려 수경쪽으로 온다.
수경 (흥분이 가시지 않은) 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요.
혁 (미소로 보다가) 근데.. 어떻게 얼굴이 전혀 기억이 안나지? 구해줬으면
가까이서 봤을텐데..
수경 (그말 할줄 알았다.) 사실, 오빠 처음 볼 때부터 낯이 익다 싶긴 했어요.
(풋 미소) 그런 얘기하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일부러 얘기 안했어요.
혁 (그럴 수도 있겠다.. 고개 끄덕끄덕) 다음에 저녁이나 같이 하자.
수경 (고개 숙이며 수줍게) 네... (가려는데 휴대폰 벨소리. 흠칫 보는데)
혁 (휴대폰 보며 받고) 어.
다래 (F) 저녁 안 살래요? 저번에 못한 얘기도 있구.
혁 (미소로) 아, 나한테 줄 거 있다 그랬지?
다래 (F) 만나서 얘기할께요.
혁 무슨 얘긴데 그래? 알았어... 카페서 보자. (끊는데)
수경 (바짝 귀 기울이고 있다가) 다래.. 예요?
혁 (아무렇지도 않게) 응. (다정) 잘가라.
수경 (미소 지으며 목례하고.. 혁, 운전석으로 가, 차에 탄다.)
배웅하고 섰던 수경,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급히 휴대폰 꺼내든다. 버튼 누르고는 귀에 댄채, 급히 택시 잡으려고 손 번쩍 드는데서.
S#13 거리 (저녁)
다래 (휴대폰에 대고) 수경이니? 지금? 나 약속 있는데.. (갸웃) 너.. 우니?
S#14 달리는 택시 안 (저녁)
수경 (우는 척) 나.. 지금 너무 괴로워, 다래야.. 잠깐이면 돼.. 어, 거기?
마침 나두 그쪽에 있는데.. 5분내로 갈께.. 참, 나 만난다는 거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마.. (끊고, 싸늘한 표정)
S#15 거리 (저녁)
이상하다... 다래, 걱정스런 표정으로 휴대폰 끄고는... 0번 누른다.
다래 아저씨? 나 좀 늦을 거 같은데..
S#16 근처 바닷가 (저녁)
다래, 달려 오는데, 일각에 앉아 손수건으로 눈물 찍고 있는 수경..
다래 (옆에 앉아 어깨 감싸며)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수경 다래야.. (말 잇지 못하고 다래 품에 얼굴 묻고, 펑펑 울고...)
(시간경과)
다래 (놀라고 황당해서 수경 보고)
수경 그렇게 보지만 말고, 차라리 뭐라고 해. 아니, 뺨이라도 쳐.
다래 (가로저으며) 프레임바... 너라고는 짐작도.. 상상도 못했는데..
수경 사랑이라는 거... 정말 인력으론 안되더라. 하루에도 수 십번씩, 이러면
안돼.. 이럴 순 없어 다짐했지만.. 니 방에서 그 프레임바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만...
다래 (멍한 채로) 그래서, 니가 구해줬다구.. 그렇게 말했단 말야?
수경 (흑, 터지는 울음) 미쳤지 나? 그래, 제정신 아냐 나.. 근데
다래 (O.L) (싸늘히) 그래, 너 제 정신 아냐. 친구한테 뒷통수 맞는 기분,
묘하다 못해 소름이 끼친다.
수경 (눈물 찍어내던 손수건 너머로 슬쩍 다래보며) 다래야..
다래 실망했다, 너한테.. (일어나려는데)
수경 (와락 다래 손 잡으며) 너 그거 모르지? 중학교때 성호.. 내가 걔
얼마나 좋아했었는지 알어?
다래 (흠칫 보는데)
수경 니 앞에서 티도 못내고, 내 속이 어땠을 것 같니? 이번 한번만,
한번만 이해해줘..
다래 (손 빼내고 일어나는데)
수경 (다시 잡으며, 마음 급해지는.. 빠르게) 너, 우리집 부잔줄 알지?
아니야.. 서울로 전학가구 나서, 우리집 망했어. 아빤 술타령에 엄만
파출부 나가구. 그동안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줄 알어? 대학두 다 내 힘으로 다니는 거야.
다래 (맘 약해진다.. 보는데)
수경 나두 하나쯤은 내가 원하는 거, 가질 자격 있잖니.. 혁이 오빠. 꼭
차지하고 싶었어.. 그 뿐이야..
다래 (기막힌) 차지? (손 빼고 돌아서며) 사랑은 차지하는 게 아냐. (가고)
수경 (저게 정말.. 매서운 시선 반짝.. 갑자기 바다로 내달으며) 죽어버릴거야.
다래 (휙 돌며 놀라서) 수경아! (뛰어가 잡는데)
수경 (뿌리치며) 놔, 이거 놔.. 나같은 애, 죽는 게 나아.
다래, 수경 붙잡고 늘어지지만, 수경, 완강히 바다로 가려하고
둘의 몸싸움.. 수경, 죽게 놔둬, 제발, 다래, 정신차려 좀.
어느 순간, 힘없이 털썩 주저앉는 수경...
수경 용서해줘.. 다래야..
다래 (괴로운 심정에 보다가... 그냥 가버린다..)
수경 (주저 앉은채, 가는 다래 보며 욱 치밀고..)
S#17 바닷가 카페 (밤)
식사하고 있는 다래와 혁. 밝은 분위기의 혁과는 달리, 풀죽은 다래.
혁 첩보전해? 갑자기 시간을 늦추재질 않나, 장소까지 바꾸구.
다래 .... (깨작깨작 먹기만..)
혁 수경이 말야. 니가 들어도 놀랍지? 세상 좁다지만 어떻게..
다래 (고개 숙이며) 정말.. 놀랍네요..
혁 나한텐 은인인데..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다래 (불편한 심정 감추려 물 먹고)
혁 (기색 살피며) 근데 너 어째 기분이 영 아니다? (피식) 질투하냐?
다래 (기막혀) 걔 내 친구예요. 질투는 무슨.. (입술 삐죽)
혁 중학교 동창이라 그랬지? 수경이 중학교땐 어땠냐?
다래 좋은.. 애였어요.. 착하고, 이해심 많고...
혁 그래? (잠시 생각...) 참, 할 얘기 있다며. 나한테 줄 것두 있구.
다래 (허탈하게) 없어요, 그런 거.. 그냥.. 그냥.. 그런 거예요.
혁 그냥? (기가 막혀, 미소로) 나 보구 싶어 그런 거야?
다래 (살짝 흘기고..)
혁 (다시 먹기 시작하는데)
다래 (안타까운 심정으로 혁을 본다.)
S#18 다래집 앞 돌담길 (밤)
나란히 걸어오는 혁과 다래.
혁 (다래 샌달 보며) 어?
다래 (미소로) 빨리도 보네.
혁 다시 찾은 건 아닐거구.
다래 똑같은 거 찾느라구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 이 신발 이름 날건달
이에요. 앞으로 잘해요. 밉게 보이면 (쾅쾅 발구르고)
혁 (허, 웃는데)
다래 첫출근이잖아요. 새마음, 새단장으루 새출발해야죠.
혁 그렇게... 좋아?
다래 좋죠 그럼. 울 아빠가 다녔던 회산데..
혁 (씁쓸히 고개 숙이는데..)
다래 우리 아빠, 모형비행기.. 참 좋아했거든요.. 아빠 부장 승진 하던 날...
(가리키며) 여기 돌담위에 비행기 수십개를 쭉 올려놓구 하나씩 날렸어요. 아빠, 쭉쭉 뻗어나가라고.. 멀리 멀리... (애틋한) 정말 멀리 가버렸지만.... 아빠 살아 계셨더라면, 아마 아빠도 나 첫 출근 축하하면서.. 그래줬겠죠..
혁 (추억에 젖은 다래 보며 안타깝고) .... 다래야..
다래 (? 보다가 픽 웃음) 아저씨가 이름 부르니까 이상하다.
혁 우리 앞으론 이름 부를까?
다래 이름? 이 혁씨? 혁씨? (푸후.. 웃음터지고) 어으으... 난 죽을때까지
아저씨네요.
혁 죽을때까지? 죽을때까지 옆에 있어 달라고?
다래 어으... (장난스럽게 치고) 내일 회사서 봐요. (집으로 들어가고)
혁 (따뜻하게 보던 시선.. 씁쓸히 변한다.. 복잡한 심경.. 한참이나 그렇게
다래를 보고 서 있는...)
S#19 다래방 (밤)
다래 (모형 비행기 만지며) 아빠.. 나 내일부터 중림에 출근해요. 잘 할께요,
아빠 몫까지.. (책상 위에 있던 이력서, 가방에 집어넣다가) 아참, 일기장. (서랍 속의 일기장 꺼내 가방에 넣고, 일어나는데, 빈 형광등 줄이 보인다..) 수경이, 용서해야겠죠?.. 내가 너무 모질게 했나봐... 걔두 혼자 속 끓이면서 힘들었을텐데...
S#20 리조텔 정문 앞 (아침)
당당하게 들어서는 샌달. 올라가면, 3부 첫데이트 약속날 입었던 옷차림에, 가방 매고 들어서는 다래.. 기대에 찬 미소로 건물을 올려다 본다.
S#21 인사부 (아침)
인사과장, 책상에 앉아 귀찮다는 듯 귀 후비고 있는데... 그 앞에 서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윤수. 다른 직원들, 수군거리며 윤수를 보고.
윤수 말이 과장이지, 그동안 나! 부장 아니, 이사급 과장이었다구. 진부장
죽고, 내가 그랬잖아. 충원 필요없다. 내가 부장 역할까지 다 해낸다!
밤낮없이 일했는데 말이야. 내가 승진에 누락돼? (씩씩대다 가라앉히고, 떠보듯) 사표는.. 올라갔대?
인사과장 (심드렁하게) 수리 하라던데? 아무리 그래도 자네 직급이 있는데..
벌써 부장 승진 바라는 건 좀 무리지.
윤수 (치밀고) 관둬 관둬, 관둠 될 거 아냐. (씩씩대며 나간다.. 은근히 잡아
주기 바라는데, 전혀 반응없고.. 어? 표정 흩트러지는데)
인사과장 (E) 강과장.
윤수 (그럼 그렇지.. 만족스런 미소.. 다시 험악하게 굳히고 돌아서며) 왜!
인사과장 (서류 달랑달랑 흔들며) 이거 쓰고 가야지? 퇴직후 회사기밀 누설 금지
각서.
윤수 (팍 일그러지고)
S#22 기획팀 (아침)
자리에서 착잡히 휴대폰 보고 있는 혁.
액정 화면 - 삼천원을 부채처럼 펼쳐쥐고 찍은 사진 위로,
다래 (E) (들뜬) 점심때 입사 턱 낼게요. 먹고 싶은 거 다 말해요.
혁 (맘 아픈.. 어쨌든 이젠 신분을 밝혀야만 한다. 결심으로 벌떡 일어서고)
S#23 인사부 앞 복도 (아침)
장난스런 미소로 휴대폰을 가방에 넣는 다래. 손에 든 이력서 미소로 보며 사무실로 들어가려는데, 불쑥 튀어나오는 윤수. 부딪힐 뻔...
다래 죄송합... (하다, 윤수인 거 알고, 의미있게) 안녕하세요.
윤수 (떨떠름) 여긴 웬일이냐?
다래 (이력서 보여주며) 오늘부터 총무부에 근무해요. 회장님 배려로.
윤수 (비웃듯 혼잣말로) 불쌍한 중생 하나 또 느는구만. (가는데)
다래 (매섭게) 저희 아빠 죽인 사람.. 꼭 밝혀낼 거예요.
윤수 ? (돌아보면)
다래 아빠 돌아가시고 누가 젤 덕 봤는지.. 어떤 사람이 아빠 자리 차지하고
활개 폈는지... 밝힐 거라구요.
윤수 (기막혀 하! 욱 치밀어 다래를 끌고 간다)
다래 왜 이래요, 이거놔요.. (반항하지만)
S#24 비상계단 (아침)
패대기치듯 다래 손 놔주는 윤수. 다래, 겁에 질린 눈빛으로 보면..
윤수 너 지금 내가, (어후.. 황당해서 보다가) 니 아버지 죽였다는 거냐?
다래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죠..
윤수 (미치겠고) 니 아버지! (손가락 위로 가리키며) 위에서 죽인 거야, 알어?
여기 회장 이창완,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줄 아냐구!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데야, 여기가!
다래 (충격...!!)
S#25 총무부 (인사부 한켠) (아침)
입구에서 다래를 찾느라 둘러보는 혁인데..
인사과장 (직원에게) 진다래씨 아직 안왔어? 첫날부터 지각이네.
혁 (의아한...)
S#26 리조텔 정문 앞 (아침)
황망히 정문을 빠져나오는 다래.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한 눈빛.
윤수 (E) 구린 데가 없으면, 널 뭐하러 취직까지 시켜줘? 니가 들쑤시고
다니니까 입막음할려는 거 아냐!
다래의 손에서 펄럭거리는 이력서. 스르르 놓아버리고...
바람에 뒹굴며 날아가는 이력서.
휴대폰 벨소리..
저만치 이력서를 짓밟고 지나가는 승용차 바퀴..
S#27 복도 일각, 창가 (늦은 오전)
혁 (휴대폰 대고 있다 폴더 닫는.. 이상하고)
인사과장 (E) 출근 안 했는데요? 집엔 전화도 안 받고.
혁 (안 되겠다..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는데, 휴대폰 벨소리.. 다랜가 싶어
얼른 휴대폰 보지만, 아니고.. 받으며) 이 혁입니다.
박실장 (F) 비서실 박 실장입니다.
S#28 산타루치아 (늦은 오전)
민 (카운터에서 통화중) 전 가봤자 도움도 안 되잖아요. 예. 암튼 감사합
니다. 박실장님. (끊는데)
수경 (옆에서 귀 쫑긋 듣고 있다가) 무슨.. 행사 있나 봐?
민 투자자들 모시고 연회하는데 오라고..
수경 (반짝 보는)
성욱 (계산기 두드리며 매상 맞춰보다가) 우리, 거기서 한끼 해결 할까?
미미 (그 옆, 콘티보며 빵 입에 물고 있다가) 그런덴 뷔페겠지? 술도 있을
래나? (입맛 다시며) 소주도 있음 좋을텐데.
민 나아참. 난 안 간다니까. (저쪽으로 가는데)
미미 (민 보며.. 쯧쯧 혀차고) 사랑의 상처가 이토록 무서운 거냐. 그 성격
좋던 애가, 가시가 돋히는구나, 돋혀.
성욱 자꾸 그러지 마요. 우리가 이해해야지.
수경 (딴 생각으로 머리 굴리고 있다가, 다정하게) 언니이..
미미 또 뭐? 니가 그렇게 부르면 겁난다, 이제.
수경 아이.. (애교스럽게) 여기 내려온지가 언젠데, 얼굴 안 뵈준다구 애들이
난리에요. 그동안은 촬영 때문에 바쁘다고 뺐는데.. 오늘도 빠지면, 인연 끊는다잖아요.
성욱 (반색) 동창회? 야. 일루 데꾸와 일루. 매상 좀 올리자.
수경 (당황) 매상은.. 외상값만 올릴걸? (미미에게) 이따 갔다와두 되죠?
S#29 리조텔 후원 가든파티장 (오후)
현악 3중주의 연주곡 흐르고..
플래카드, 중림, 서귀포 레저타운 사업설명회.. 늘어서 있는 화환들..
하얀 식탁보 깔린 테이블엔 길게 이어진 꽃장식과 얼음조각, 그리고
갖가지 요리들... 입구 테이블엔 팸플릿과 사업설명회 자료들 쌓여있고.
들어오는 투자자들에게 팸플릿을 나눠주는 도우미들.
투자자들, 칵테일잔 또는 팸플릿 들고 다니며 얘기나누고..
팸플릿보며 설명하는 기획팀 직원들.
창완과 그 옆의 혁, 일각에서 들어오는 투자자들을 반갑게 맞는다.
투자자 축하합니다. 이회장. 이러다 제주 바닷속까지 싹쓸이하는 거 아닙니까? 창완 그럴 수 있다면 그래야죠. (허허 웃는데)
휴대폰 벨소리. 혁, 양복 상의에서 얼른 휴대폰 꺼내는데
창완, 투자자와 얘기 나누다 혁을 흘끔 보고..
S#30 후원 일각 모퉁이 (오후)
수경 (휴대폰에 대고) 지금 꼭 전해 드릴게 있어서요. (화면 빠지면, 멀리
통화중인 혁의 모습 보인다. 모퉁이 너머로 혁 보며) 어디 계세요?
저 지금 리조텔 안인데..
S#31 후원 가든 파티장 (오후)
혁 (휴대폰 닫는데)
창완 (쯧 책망하듯 보며) 꺼둬라. (미소로 지나가는 손님에게 목례하고)
좀 있으면 태성 박회장도 올게다. 외동딸 데리고 온댔으니, 인사해라.
혁 (무슨 뜻인지 짐작) 아버지..!
창완 사내란 모름지기, 마음이 안정돼야 일도 되는 법이다. 박회장하고
사돈 맺어서 손해 볼 것도 없고.
혁 좋아하는 여자.. 있습니다.
창완 (놀라) 정말이냐?
혁 (시선 피하며) 네.
투자자들, 창완 쪽으로 오자, 창완, 미소로 투자자들 데리고 어느쪽으로
움직이고.. 가면서 흘깃 혁을 보는 창완. 그 놈 참 언제 여자친구를
다 만들었지 하는.. 혁, 고개 숙이며 창완의 시선 피하는데..
그때, 씬1에서와 같은 차림으로 혁에게로 오는 수경.
수경 (두리번) 무슨.. 행사가 있나 봐요?
혁 (좀 부담스럽다) 줄 게 있다구.
수경 죄송해요. 바쁘신데. (뒤로 들고 있던 포장갑을 내민다.)
혁 (의아히 보면)
수경 (뚜껑 열어 보이며) 돌려 드려얄 거 같아서..
혁 (프레임 바다! 미안해지고.. 보며) 끝날 때까지.. 기다릴래?
수경 (수줍게 고개 숙이며) 네에...
창완 (저쪽에서 투자자들과 있다가 이쪽을 본다. 창완의 시선에, 다정하게
얘기 주고받는 혁과 수경. 저 아인..! 그럼 저 아이가? 둘 쪽으로 가고)
수경 (창완 보고 사뿐히 인사) 안녕하세요? 아버님.
창완 (끄덕이며 찬찬히 수경을 본다.)
혁 (어, 아버지를 어떻게 알지? 보는데)
S#32 벼랑 (오후)
일각에 멍하니 앉아 있는 다래.
다래 (심정으로 일기장 보며) 아빠... 어떡해요, 이제.. 어떡해요? (안는)
깍아지른 벼랑.. 그 아래로 철썩이는 파도..
S#33 다래집 앞 돌담길 + 마당 (오후)
다래, 축 처져서 오는데.. 담 너머로, 수도가에서 닭 손질하는 영란.
아줌마 (평상에 앉아) 신났수다 그냥.
영란 그러엄.. 딴데두 아니구 중림인데. 그런 큰 회사 다니는게 쉽나우까?
몸 축나지 않게 보신해야지.
평상에는 대추며 삼.. 각종 야채거리들.. 거의 잔치 분위기고.
시큰해져 눈물이 도는 다래.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데, 쓰... 발이 아프다.
새샌달 뒤꿈치, 휴지가 대어져 있고.
S#34 프롤로그의 바닷가 (늦은 오후)
바위 정도에 앉아 휴대폰 들고 있는 다래위에
다래 (음성녹음중이다. 야속한) 아저씨.. 왜 안 받아요.. 지금 나 너무 힘든데..
아저씨.. 너무 보고 싶은데.. (기어이 울음 터진다. 앙 다물고 버튼 누르고는.. 휴대폰 닫고, 쓱 눈물 훔치다가..)
윤수 (E) 니 아버지! 위에서 죽인 거야, 알어? 여기 회장 이창완,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줄 아냐구!
다래.. 아닐거야... 도리질 하고...
S#35 후원 가든 파티장 (늦은 오후)
파장 분위기.. 손님들 많이 갔고.. 혁, 창완에게 인사하고 나가는데,
입구 쪽으로 오는 수경.
혁 오래 기다렸지?
수경 아니에요. 괜히 저 때문에 일찍 나온 거 아녜요?
혁 아니야, 내가 할 일은 다 끝났어.
수경 오빠가 민이 형일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이름도 비슷한데..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
혁 이 얘기.. 다른 사람들한텐 안 했음 좋겠다.
수경 걱정 마세요. 저 그렇게 눈치 없는 애 아니에요.
일각 손님과 얘기하던 창완, 나란히 가는 둘을 본다. 의미있게 보는..
S#36 프롤로그의 바닷가 (저물녘)
S#34, 다래가 앉아 있던 그 자리로, 나란히 걸어오는 혁과 수경.
수경 (둘러보며) 여기 너무 좋다..
혁 (의아해서) 여기.. 몰라?
수경 네?
혁 여기 작년 거기잖아.
수경 (당황, 얼른 머리 굴리고) 제가 왜 몰라요, 여길. 저한텐 운명적인 장손
데... 죽을 때까지 못잊죠.
혁 (바다 보며) 그래.. 나한테도 여긴 평생 잊지 못할 장소지.. 그때, 소중한
친구를 잃었어.. 촬영만 강행하지 않았어도, 그 친구.. 그렇게 보내진 않았을텐데.. (고개 숙이며) 그땐, 살아남은게 부끄럽기만 했다. 영화든, 세상이든 그냥 도망가고만 싶었어..
수경 (연민 가득한 눈길로 보는데)
혁 (씁쓸한 미소로) 내가.. 오늘 말이 많네..
수경 저.. 사실.. 어젯밤에 한숨도 못잤어요.. 그때 그 사람을 만나서라기
보다.. 그 남자가 바로 오빠라는게... (수줍게) 너무 좋아서..
혁 (멈칫 보는데)
수경 (벌써부터 부담줄 필요는 없다. 풋 웃고) 그렇게 보지 마요. 그랬잖아요.
오빠 작품 폭풍 좋아했다구요. 폭풍 감독이 내가 구해준 그 사람이라는게... 그게 좋았다 그거죠.
혁 (피식 미소..)
근처 일각, 울퉁불퉁한 현무암 길 걷느라 발이 더 아픈 다래.
뒤꿈치 만지느라 상체 숙였다가.. 허리 펴면, 저만치 노을 속에 바다를 향해 선 다정한 연인..
남자가 양복 상의를 여자에게 걸쳐 주고 있다.
다래, 부러운 듯 보다가 씁쓸히 돌아서려는데, 이상한 느낌..!
휙 다시 돌아보면.. 수경과 혁이다!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는 둘..
다래, 배신감으로 참담한..
S#37 다래방 (저녁)
어둠 속에 들어서는 다래.. 방문 닫아 걸고, 스르르 문 앞에 무너진다.
결국, 무릎에 얼굴을 묻고 들썩이며 운다. 그 위로... 형광등의 빈 줄..
S#38 산타루치아 (저녁)
득의만만, 만면에 미소띠고, 신나서 안주접시 들고 오는 수경.
수경 (손님 테이블에 접시 놓고는) 맛있게 드세요! (발걸음 가볍게 주방으로
가는데..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 액정 보고는 굳어지고..)
S#39 산타루치아 옥상 (저녁)
수경 (휴대폰에 대고) 나 워크샵하다 나왔어요.
형근 (F) 워샵? 워샵이고 풋샵이고, (다정) 언제 오는 거야아.. 내가 사업만
아니면 당장 뱅기 타고 일본 가지. (은근히) 둘이서 온천도 하고.
수경 (짜증.. 누르고) 여기 규율 엄격해요. 와두 못봐요.
형근 (F) 용돈은 있냐? 얼렁 와야 오빠가 우리 수경이 옷도 사주고, 화장품
도 사줄 거 아니냐. 오빠 안 보고 싶어?
수경 (마지못해) 나두 오빠 보고 싶어요. 보고 싶으니까.. 일단 끊어요.
서울가서 봐요. (닫고) 빨리 정릴 해버려야지. (돌아서는데, 뒤에 서 있는 민.. 헉! 귀신본 듯 소스라치게 놀라고) 어, 언제왔어?
민 방금.. (살피며) 누군..데?
수경 어어... 사촌... 오빠... (도망치듯 후다닥 가고)
민 사촌오빠? (미심쩍은 눈길로 본다.)
S#40 리조텔 특실 (저녁)
조명등에 걸린 두 개의 프레임바.. 혁, 날 구해준 사람을 만나다니.. 감회의 느낌으로 미소 지으며 본다.. 양복 상의 벗으며 무심코 휴대폰 꺼내들다가.. 아차! 꺼져있다.. 얼른 다시 켜면.. 메시지 벨 소리..
누르고, 들어보는데
다래 (F) 아저씨.. 왜 안 받아요.. 지금 나 너무 힘든데.. 아저씨.. 너무 보고
싶은데..
혁, 휘둥그레지며, 끄고는 단축키 누른다. 신호음 계속 울리지만 받지
않는다.. 초조하고... 그대로 달려나가는 혁.
S#41 다래 방 (저녁)
그 자세 그대로, 얼굴 묻고 있는 다래 위에 휴대폰 벨소리.
던지듯 놓인 가방 밖으로 비죽 삐져나온 휴대폰.. 받을 생각 없고..
S#42 혁의 차안 (도로) + 다래방 (저녁)
굳어진 얼굴로 운전하는 혁. 스피커폰으로 계속 울리는 신호음..
혁, 미치겠고.. 초조하게 운전대를 주먹으로 툭툭툭툭 때리는데..
다래 (F) (스피커폰) (가라앉은) 여보세요.
혁 (버럭) 너 어디야!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이야!
다래 (문에 기대 앉아 휴대폰 받고 있는) 아무일... 없어요.
혁 (좀 누그러지며) 아무일 없는 놈이 목소리가 왜 그래? 전환 왜 안 받구.
다래 나 너무 피곤해서.. 끊을께요.
혁 (다급히) 끊지마!... 집에 있는 거야? 집 앞으로 간다. 나와.
다래 지금 아저씨 보고 싶지도 않고.. 볼 기운도 없어요. (폴더 닫고, 밧데리
빼버린다.)
혁 진다래! 다래야! (이미 끊어졌고... 이상한 느낌..)
S#43 다래집 앞 (밤)
돌담밖에 서서, 휴대폰 귀에 댄채로 마당을 들여다 보는 혁. 받지 않고.
급한 마음에 다래를 부르려다가, 너무 늦은 시간이다.. 말고..
휴대폰 버튼 누르고 음성녹음.
혁 뭐 땜에 그러는진 모르지만.. 일단 나와라.. 나올때까지 기다린다.
(버튼 누르고, 휴대폰 닫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답답한 심정...)
S#44 다래방 (밤)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는 다래..
S#45 다래집 앞 돌담길 (밤)
운전석에 앉아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혁.. 어둠속에 눈빛만 반짝이고..
문득 시야에 들어오는 돌담... 불안하게 흩어지는 시선..
다래 (E) (4부) 아빤.. 우리집의 전부였어요.
혁... 천천히 시동을 건다. 출발하는 혁의 차.
S#46 시내 문구점 앞 (밤)
뭔가를 잔뜩 사서 나오는 혁. 양손에 든 여러개의 봉투.. 차 뒷자리에
놓고.. 운전석에 오른다.
S#47 혁의 차안 + 다래집 앞 돌담길 (새벽)
세워진 혁의 차안. 실내등 밝혀져 있고..
운전석에 앉아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는 혁.
뒷자리에 놓여져 있는 봉투들.. (속의 내용물들은 잘 안보여지게)
피곤한 눈을 깜박이며 치켜 뜨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S#48 다래방 (새벽)
문 앞 그 자리에 잔뜩 오그린채 모로 누워 잠든 다래..
S#49 혁의 차안 + 다래집 앞 돌담길 (새벽)
돌담길을 천천히 빠져나가는 혁의 차. (돌담쪽은 안 보이게)
거뭋하게 자란 턱수염과 풀어 헤친 와이셔츠 단추..
한팔을 창턱에 기대고, 한손으로 운전하는..
혁의 얼굴에 퍼지는 따뜻한 미소에서..
S#50 다래집 외경 (아침)
S#51 다래집 마루 (아침)
영란 (다래 방 앞에 서서) 왜 이리 늦장이야, 얘가.
다래 (미적미적 가방 들고 나오면)
영란 그런 큰 회사, 아무나 다니는 줄 알어? 첨엔 다 힘든 거야. (옷깃
만져주다가, 짠해져서) 부녀간에 나란히 다녔으면 좀 좋아..
다래 (피하듯 나가며) 갔다 올께..
S#52 다래집 앞 돌담길 (아침)
다래, 집 쪽 돌아보며, 한숨.. 풀죽어서 한걸음 옮기다가...
뭔가를 보고는 휘둥그레지며, 절로 입이 벌어진다. 하... 미소 터지고..
천천히 걸어나오는 다래.. 카메라 빠져서 돌담까지 잡으면..
양 옆으로 늘어선 돌담 위에 죽 올려져 있는 수십개의 종이 비행기들.. (마분지같은 두꺼운 종이로 만든. 노랑, 빨강, 주황 등, 따뜻한 느낌이 나는 색들, 크기도 큰 것으로..) 돌담에 늘어선 종이 비행기들 사이에 선 다래.. 따뜻한 미소.. 눈물 그렁해지고..
S#53 달리는 버스 안 (오전)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겨 창 밖 보던 다래.. 휴대폰 꺼내든다.
S#54 기획팀 + 버스안 (오전)
혁, 책상에 앉아, 옆에 선 팀 직원에게 포스터 시안 교정지보며 얘기하고 있는데. 울리는 휴대폰 벨.. 얼른 열어보고는
혁 조금 있다 다시 얘기하죠. (버튼 누르고, 일부러 건조하게) 여보세요.
다래 (버스안) 비행기... 고마워요...
혁 (피식 미소) 어젠 무슨 일이야.
다래 그냥.. 몸이 좀 안 좋아서요.. 잠들어버려서 메시지도 못 들었어요.
혁 (걱정스런) 어디가 어떻게 아픈데.
다래 감긴.. 가 봐요.
혁 그래서 출근도 못한 거야?
다래 ...... 네...
혁 그래, 그럼.. 병원 가보고.. 약 먹고..
다래 (힘없는 미소로) 알았어요..
S#55 산타루치아 (오전)
다래 (들어오는데)
미미 (성욱과 서로 어깨 툭툭 치며 장난하고 있다가) 어, 진다래!
민 (다른 쪽에서 오다, 다래보며 멈칫.. 얼른 장난스럽게) 배신이야 배신!
며칠만에 들른 거야, 이거?
미미 하긴. 좀 바쁘겠냐. 회사 옮겨, 청춘사업(하다가 민 눈치 슬쩍보는데)
민 우리 아버지 회사 들어갔다며? 어, 근데 이 시간에 어떻게 온 거야,
출근 안해?
다래 (가라 앉은) 나랑... 얘기 좀 하자.
민 ?
미미, 성욱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다래와 민을 보는)
S#56 산타루치아 2층 테라스 (오전)
테이블에 마주 앉은 다래와 민.
민 (얼굴 굳히고 있는 다래 기색 살피며) 얌마, 웬 분위기.. 니가 그러니까
이상하잖아.
다래 너희 아버지.. 어떤 분이니?
민 (농담) 너 혹시.. 내가 빽이 되주길 바라는 거냐?
다래 (장난 받아주기도 싫은 심정.. 뭔가 얘기하려는데)
테이블 앞에 와 서는 미미. 씨익 이빨 보이며 웃고...
미미 (화병에 있던 장미꽃 몇 송이를 들고) 꽃 사세요. 한송이에 오천원!
다래 ?? (보고)
민 (왜그래요, 도대체! 일그러진 표정 지어보이는데)
미미 이게 보통 꽃이 아니걸랑요. 전하지 못한 사랑, 가슴속 깊수욱히 숨겨둔
사랑 (하는데)
성욱 (달려와서) 안선배, 나좀 봐요. (팔짱끼고는 미미 질질 끌고가고)
미미 (끌려가며) 왜에?
성욱 (저쪽으로 가서는) 눈치가 그렇게 없어요? 이건 도와주는게 아니라
파토 내는 거라구요.
미미 (팔짱 탁 쳐내며) 민이 저 자식 답답해서 그러잖냐.
민 나한테야 인자하고 좋은 분이지.. 너무 일에 파묻혀 사시니까, 그게
걱정이지 뭐. 근데.. 왜?
다래 다른 사람들한테도 좋은 분이시니? 회사에서두?
민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다래 그냥... (일어나며) 나 가볼께. (저쪽에서 지켜보고 있던 미미와 성욱에게
인사하고 내려가고)
민 (가는 다래 보며 이상한... 문득 드는 생각! 일그러지며 미미와 성욱
에게) 쓸데없는 얘기 했지? 다래한테.
미미, 성욱 (휘둥그레지며 손 내젓고) 아니야.
S#57 산타루치아 앞 (오전)
다래 (문 앞을 나서는데)
수경 (콧노래 흥얼대며 계단을 올라오다가, 다래 보고는 굳어지고)
다래 (그냥 지나치는데)
수경 그 얘기... 안했지?
다래 (치미는.. 멈춰서며) 너 참 뻔뻔하다. 그런 말이 나오니?
수경 (애원하는 눈빛) 다래야...
다래 (한편으론 수경이 답답하고.. 한숨 쉬며 간다.)
수경 (뒷모습 보다, 눈 내리깔고 싸늘하고 낮게 내뱉는) 그냥 놔둠 안되겠네.
S#58 리조텔 앞 (정오경)
다래 (멀찍이 리조텔 건물 보며 휴대폰 하는) 관리부죠?.. 강 과장님 계세요?
(놀라) 퇴사요?... (확인하듯) 회사를 그만뒀다구요?
S#59 윤수집 앞 + 마당 (정오경)
쪽지 보며 윤수 집 찾고 있는 다래. 어느 집 앞.. 여기다.. 다래, 안쪽 보면, 텅빈 마당..
다래 (들어가며) 계세요? 강과장님 안계세요? (대답 없고.. 집안으로 들어가는
문 열어보지만, 잠겨져 있다... 난감하고..)
S#60 다래집 마당 (정오경)
영란 백수도 아닌데, 왜 집에 있겠어. 회사 갔지.
혁 ?? (이상해서 본다. 손에는 쥬스 한상자. 문병 왔다.)
영란 (의아) 다래가.. 중림에 취직한 거 말 안했어요?
혁 아, 아닙니다. 제가 착각했습니다.
영란 잠깐 들어왔다 가요. 여기까지 왔는데..
혁 아닙니다. 회사에 들어가 봐야 돼서요.
영란 (훑어보며, 볼수록 맘에 든다.)
S#61 혁의 차안 + 도로 (정오경)
운전하는 혁... 이상하고 불안한 느낌..
S#62 산타루치아 (오후)
들어오는 창완.
민 (서빙하다 보고) 아버지! (달려온다.)
수경 (소리에 보고, 얼른 매무새 만지는)
창완 (민에게) 할만 하냐?
민 웬일이세요, 이 시간에? 식산 하셨어요? 회사서 오시는 거예요?
창완 (미소) 그 놈참.. 니 아버지 숨 안 넘어간다. (하며, 눈으로 수경 찾는데)
수경 (얼른 와서, 다소곳이) 안녕하세요.
창완 우리..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수경 (올게 왔구나, 다소곳한 표정)
민 ?
미미,성욱 (주방쪽에서 오다, 창완과 수경보고는 의아하고..)
S#63 산타루치아 3층 테라스 + 출입구 (오후)
창완과 독대 중인 수경.
창완 양친께선 다 무고하시고?
수경 네..
창완 부친은.. 무슨 일을 하시나?
수경 (한템포) 사업.. 하세요. 작은 중소 기업이요.
창완 그래? 나도 알 만한 덴가?
수경 아니에요. 그냥.. 작은 벤처 기업이에요.
창완 (끄덕끄덕) 어머닌.. 댁에 계시나?
수경 예. 저 하나 뒷바라지 하는 것도 벅차시대요.
창완 (웃음기, 끄덕끄덕)
문 옆에 붙어 엿보고 있는 미미와 성욱.
민 (두 사람 어깨에 팔 걸며) 뭐해?
미미, 성욱 옴마나! (가슴 쓸어 내리는데)
민 (자기도 궁금하다.. 슬쩍 창완과 수경쪽을 보는데..)
성욱 니네 아버지.. 왜 수경이 호구 조사를 하시냐?
민 ?
미미 호구 조사뿐인가. 아깐, 이 선배 얘기도 하던데?
민 ?!
미미 니 아버지 이 선배도 잘 아시나 봐?
민 (당황, 얼른) 카운터 또 비웠지.
성욱, 미미 (동시에 보며) 맞다! (얼른 내려가고)
민 (가려다, 설핏 돌아본다.)
S#64 윤수 동네, 구멍 가게 앞 (저물녘)
파라솔 정도에 앉아, 윤수 기다리는 다래. 땀도 나고.. 지친다.
손수건으로 땀 닦아내는데, 문자호출 신호음.
휴대폰 꺼내 보면, 액정에 뜨는 문자.
7시까지 카페로 와라. 올 때까지 기다린다. 혁. 희미한 미소..
휴대폰 닫는데, 저만치 오는 윤수. 양복 차림이나 넥타이 잡아 빼고 축 처진..
다래 (달려가며) 강과장님!
윤수 (화들짝 놀랐다가, 짜증) 왜 또오?
다래 얘기 좀 해요. 저희 아버지 얘기.
윤수 (귀찮아 지나쳐 가다가, 문득 드는 생각. 다 불어버려? 돌아보는데서)
S#65 동네 식당 (초저녁)
밥 말은 해장국을 푹푹 떠먹고 있는 윤수. 소주 한잔 쭈욱 들이키고.
빨리 얘기나 해주지.. 답답해서 그런 윤수 보는 다래.
윤수 카.. (잔을 탁 놓고, 비장하게) 그러니까 그게...
다래 (긴장해서 보는데)
윤수 한 잔만 더 하고.
다래 (맥 탁 풀리고)
윤수 (한잔 더 비우더니, 비장한 눈빛으로) 그러니까 그 날이..
S#66 리조텔 앞 일각 (윤수의 회상) (오후)
윤수 (E) 당장, 태풍이라도 몰려올 거처럼, 궂은 날이었지.
어두컴컴한 하늘.. 바람이 스산하게 분다.
점심을 먹었는지 이를 쑤시며 오던 윤수,
어느쪽으로 가고 있는 진부장을 본다. 부장님? 따라가려는데,
일각, 담배불 던져 밟아 끄는 구둣발 (앞이 뾰족한).
윤수 (E) 그때.. 그놈이 나타난 거야.
다래 (E) 그 놈이라뇨?
윤수 (E) 글쎄 끝까지 들어봐.
구둣발의 남자(형근), 진부장 뒤를 바짝 따라 붙는다.
윤수... 이상한 느낌에, 슬금슬금 멀찌감치 남자 뒤를 따라가 본다.
남자, 진부장을 불렀는지.. 진부장 돌아본다. 남자를 보고는 굳어지는데..
남자, 진부장의 어깨를 위협적으로 싸안는다.
윤수 (E) 그 놈이 부장님 멱살을 확 휘어잡더니,
남자, 진부장을 끌고 가려는데.. 진부장, 이거 놓으라며 뿌리치고..
결국, 남자와 함께 어디론가 가는 진부장.
윤수, 고개 갸우뚱... 보고 있는 얼굴 위에.
윤수 (E) (제풀에 흥분해서) 거의 한방 날릴 기세로, 아니.. 한방 날렸다.
부장님이 억하고 쓰러지니깐, 질질 끌고 가는 거야.
S#67 동 식당 (초저녁)
다래 (분노로 떨리는) 그놈이... 누군데요?
윤수 생쥐같은 놈 있어. 양아치 똘마니 출신인데, 어떻게 회장 눈에 들었
는지, 회장 경호원이 되더니, 어느날 갑자기 나이트 영업부장이라구
명함을 돌리더라구. (술 따라 마시며) 꼴에 부장이라고, 되지도 않는 가오나 잡고.
다래 (O.L) (놀라는) 지하 나이트 클럽 말예요? 지금 거깄어요, 그 사람?
윤수 (답답 한) 너 같음 거깄겠냐? 사람을 죽였 (하다, 주위 살피는)
다래 아저씨가.. (울컥, 그렁해지며) 죽이는 거까지 봤어요?
윤수 짝하면 박수 치는 소리, 쩍하면 입맛 다시는 소리. 몰라?
다래 그러니까.. 회장님이 시켰다는 거에요? (울분실린) 그 놈한테?
윤수 이제 말귀를 좀 알아듣네..
다래 (울먹) 왜요?
윤수 (답답) 왜긴! 눈엣가시니까 그렇지.
다래 ?
윤수 관리부란 데가 원래, (돈 세는 시늉) 쩐을 다루잖냐. 근데 그 돈이라는
게 또 돌고 도는 거거든.
다래 (무슨 소린지 몰라) ??
윤수 (가까이 오라고 손짓)
다래 (바짝 얼굴 가까이 하면)
윤수 (살짝) 알지? 이중 장부. (물러앉으며) 그걸 시켰는데.. 죽어도 못한다
그랬거든. 그래서 끽 (목 긋는 시늉)...
다래 (충격, 애써 감정 추스리며) 이 얘기, 경찰서가서 해 주실 수 있죠?
윤수 (벌떡 일어서며) 얘가, 누구 밥줄을 끊을라 그래?
다래 아저씨! (일어서는)
윤수 나, 각서 쓰고 나왔어. 이런식으로 뒤통수 치고 다니는 거 알면, 암데도
취직 못 해! (나가고)
다래 아저씨! (쫓아가 붙잡으면)
윤수 (멈춘다. 휙 돌아보고) 밥값 있지?
S#68 거리 (저녁)
황망히 걸어가는 다래. 다리가 후들거려 픽 쓰러질 듯..
벽 같은 것 짚고 겨우 중심잡고...
S#69 산타루치아 (저녁)
수경 (콧노래 흥얼대며, 창가 테이블 정리하다가.. 창밖으로 보이는 혁. 카페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방긋, 미소로 입구쪽으로 간다.)
혁 (생각에 잠겨 굳은 얼굴로 들어오고)
수경 오셨어요, 오빠?
혁 (표정 풀어지며 미소로) 어. (둘러보며) 진다래, 안 왔니?
수경 (일순 굳어지다가, 표정관리) 여기서 만나기로 했어요?
혁 어. 오면, 나 3층에 있다고 얘기 좀 줄래? (계단으로 가고)
수경 (밝게) 네에.. (구겨지며, 테이블에 앉아 머리 굴리는데..)
다래 (카페로 들어온다.)
수경 (다래보며 치미는 심정.. 누르고 가서는) 혁이 오빠 3층에 있어..
민 (다른쪽에서 오며 반갑게) 다래야.
다래 (차가운 시선으로 민을 일별하고 그냥 가버린다.)
민 (벙쪄서... 왜 그러지... 보는데)
수경 (다래 쫓아가, 눈치 살피며) 무슨 일로.. 만나는 거야?
다래 (지치고 힘든 기색으로 대꾸도 없이 계단 올라가고)
수경 (계단 아래 멈춰서서) 다래야!
다래 (돌아보면)
수경 (다정) 너... 안색이 안 좋다..
다래 (희미한 미소로 다시 올라가고)
수경 (말하면 안돼.. 도리질하다가, 번쩍, 날카롭게 위를 올려다본다.)
S#70 산타루치아 3층 테라스 (저녁)
다래, 들어서면, 파라솔에 앉아 있는 혁... 다래, 그 앞에 털썩 앉는다.
혁 (기색 살피며) 무슨 일... 있어?
다래 (고개 숙이고 있기만..)
혁 집에선 회사 갔다 그러고, 나한텐 아파서 못나왔다 그러고.. (제발
진부장 일은 아니길 바라는 심정으로)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
다래 (치미는) 아저씬, 왜 그런 회사에 들어갔어요?
혁 (철렁 내려앉는) 그런... 회사?
다래 이중 장부나 만들구, 사람 죽이구... (울컥 울음 터지며) 아저씨... 우리
아빠... 우리 아빠... 중림 회장이, 회장이 시켜서 죽인 거래요...
혁 (올 것이 왔구나... 무너지는 심정으로 보는데)
S#71 동 테라스 입구 (저녁)
엿듣고 있다가, 휘둥그레져서 돌아서는 수경.
수경 (꿀꺽 침을 삼키고) 무슨 소리야 이게.. 그러니까.. 둘이 원수? (기가막힌
실소... 이게 웬 떡이냐.. 계산적인 미소로 눈망울 굴리는데서)
S#72 산타루치아 3층 테라스 (저녁)
다래 (흐느끼며) 어떻게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있어요? 것두 모르고 회장님
좋은 분이라구.. (분노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지옥 끝까지 쫓아갈
거야. 죄 값 받게 할 거야.
혁 (참담한 심정으로 고개 돌리는데서..)
-- 5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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