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5
(용식) 나는요
필구든
동백 씨든
절대 안 울려요
(동백) [울먹이며] 용식 씨
진짜 어쩌려고 이래요?
그러다 진짜 내가
용식 씨 진짜로
좋아하게 되면 어떡하려 그래요?
[동백이 흐느낀다]
(용식) 씁, 그... [용식의 헛기침]
(동백) 예?
(용식) 아, 이, 만두 좋아하시나 봐요 [용식의 어색한 웃음]
(동백) 예, 필구도 좋아하고 그리고 뭐
만두 싫어하는 사람 있나요?
(용식) 어, 그러면 다음 주 주말에요
저랑 같이 개부도로 왕만두 잡수시러 안 가실래요?
(동백) 어머머
[당황한 웃음]
아이, 왕만두 먹으러 개부도까지 가요?
(용식) 아니, 그
꼭 그 만두 때문만은 아니고유
[쑥스러운 웃음] (동백) 뭐, 그럼 뭐요?
하, 치, 아니, 무슨 만둣집이 널렸는데
괜히 뭘 섬으로 가요?
아유, 괜히 막 섬에서 막 배 끊기고 이런 거 너무 올드한 거 알죠?
진짜, 웃겨, 진짜, 촌스럽게
(용식) 동백 씨
개부도에 다리 놓은 지 10년이에요
그래요?
(용식) 아이, 동백 씨 그, 이, 개부도가요, 예?
뭐, 예전에는 섬이 맞았어요
우리 동백 씨가 생각하신 대로
근데 [용식의 웃음]
근데 요즘에는 이 다리 때문인지
차로도 가고 걸어서도 가요, 요즘에는 [용식의 웃음]
[천둥이 우르릉 친다] [용식의 놀란 신음]
[흥미로운 음악]
(필구) 엄마
저 아저씨랑 친해?
왜 같이 와?
(용식) 어, 그, 이 아저씨가 집이 요 동네여 가지고
(필구) 이 동네 어디요?
(용식) 어, 저짝
(필구) 저짝 어디요?
(용식) 아유, 야, 우리 필구는 커서 CSI 해도 되겄다, 야, 어?
[용식의 웃음] (필구) 아저씨 우리 엄마 좋아해요?
어?
(필구) 우리 엄마 좋아할 거면요
우리 가게 오지 마요
왜?
너는 내가 별로니?
네, 별로예요
[당황한 신음]
(용식) 너 인마, 너, 너 접때는
나한테 너희 엄마 맡기기도 하고 막 그렇게 얘기도 했으면서
(필구) 나는
우리 엄마 좋아하는 아저씨는 다 싫어요
(동백) 뭐?
(필구) 노규태 아저씨
준기네 아저씨, 떡집 아저씨
다 우리 엄마 좋다면서 반말하고 이름 부르고
그래 놓고 준기네 엄마가 우리 엄마 막 떠밀 땐 보고만 있잖아요
아저씨들은 그런 게 좋아하는 거잖아요
[아련한 음악] (동백) 아, 필구야, 너 왜 이렇게 자꾸 커?
왜 이렇게 눈치가 빤해, 애가, 아휴, 참
아, 필구야
이 아저씨는, 그...
고딴 식으로 너희 엄마를
(용식) 그, 저거 하는 게 아니고...
어차피 다 똑같아요
(필구) 엄마가 그랬지?
아빠는 키도 크고 똑똑하고
훌륭한 박사님이라고
중국 가서 박사 열 개 한다고
훌륭한 아빠도 엄마를 좋아했지만
어차피 중국 가서 혼자 잘 살아요
나는
우리 엄마 좋아하는 아저씨들은 다 싫어요
[술 취한 말투로] 너 뭐, 국가 대표 할 거야?
(종렬) 아이, 필라테스에 어떻게
돈 5백을 써?
하, 엄마랑 같이 끊었다고
아니, 아무리 둘이라도 그렇지
어떻게 필라테스에 5백을 긁을 수가 있냐?
(제시카) [헛웃음 치며] 그럼 내가 뭐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단체반이라도 들을까?
아, 개인 레슨 받아야 될 거 아니냐고
아, 넌 제시카니까?
그렇지, 제시카는 단체반은 못 듣지
(화자) 자네 취했나?
(종렬) 장모님, 안 주무셨어요?
[화자의 못마땅한 신음]
(화자) 내가 자네한테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우리 제시카, 장관 집
청담동 성형외과 원장 집에서도 탐냈던 애야
(종렬) 예, 알죠
청담사거리 지날 때마다 말씀을 해 주시니까요
(화자) 그저 집하고 학교밖에 모르던 어린애 톡 채 가서 살면
장모 집에 카드 고지서 들고 올 용기는 안 냈어야지
그게 염치지
하, 어머니, 그게 아니고요
어떤 애들은 48만 원이 없어서 칭다오를 못 가요
(제시카) 뭔 칭다오?
(화자) 맥주 마셨나 보지
자네 취했으면 집에 가서 잠이나 자
강종렬이는 마누라 필라테스에
돈 5백을 긁는데요
[아련한 음악] 어떤 애는
[한숨]
48만 원이 없어서
칭다오를 못 가니까 [헛웃음]
제가
[쓴웃음]
제가 아주
미쳐 버리겠는 거라고요
예
[내비게이션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규태가 휘파람을 분다]
(향미) 오빠, 학교 때 운동했어?
(규태) 야
나 공부했어
공고에서도 입시반이었거든?
그러니까
난 오빠가 막 어려운 말도 잘 쓰고 그러니까
(향미) 당연히 공부했을 줄 알았거든?
근데 어떻게 초보가 금방 웨이크를 타?
음, 오빤 진짜 보통 사람이 아닌 거 같아
[웃으며] 아이참
오빠도 그냥 보통 사람이야, 어?
(향미) 씁, 까놓고 말해서 난 오빠가
저것도 할부로 살 줄 알았거든?
근데 '일시불' 딱 이래 버리는데
난 오빠 무슨 정몽주 회장인 줄?
[피식 웃는다]
향미야
(규태) 그, 정몽주는 고려 시대 위인이고, 응?
오빠 군수 나오면 비밀 투표래도 오빠 뽑으려고
나를?
아, 왜 꼭 나를?
그...
네가 나를, 그...
(향미) 응, 존경, 존경하니까
야
앞으로 너, 어, 오빠를 멘토다 생각하고
그냥 편하게 대해, 어? 어려워하지 말고
(향미) 지금도 안 어려운데?
응, 우리 사이에 뭘 어려워?
우리 사이?
(용식) 야, 필구야
[용식의 멋쩍은 웃음]
딴 사람은 몰라도
네가 싫다면 나도 안 할게
(필구) 우리 가게도 오지 말고요
오락실에서도 알은척하지 마요
(용식) 씁, 나도 너만 할 때
우리 엄마 지킨다고 골이 터지는 줄 알았거든?
너 그, 이, 쪼끄만한 게 맨날 그
너희 엄마 지킨다고 얼마나 고생하는지 아는데
내가 왜 네 그 콩알만 한 가슴팍에다가 불을 지피겠냐?
점수 따려고 거짓말 치지 마요
백두 할머니는 지켜 줄 필요가 없는데 왜 지켜요?
[웃음] [잔잔한 음악]
(용식) 아니, 그건 그렇고
아무튼 간에 내가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은
아, 기냥 푹 자라고
이, 너는 기냥 죽어라 먹고 죽어라 놀고
죽어라 잘 나이니께
기냥 푹 자
씁, 이 아저씨는 너의 그 황금 같은
이 8세 인생에 고춧가루 안 되려니까
내가 싫으면 다 꽝이에요
어, 다 꽝
난 기냥
(용식) 내 식대로 너한테 점수를 따 볼게
만두는 가져와
[용식의 웃음]
(용식) 아이, 참 필구가...
만두는 가져갈게요
(용식) 아, 예
[용식과 동백의 멋쩍은 웃음]
예
[용식의 멋쩍은 웃음]
[잠금장치가 철커덕거린다]
[옅은 웃음] (동백) 필구야
(규태) 음...
아, 향미, 어, 송어 좋아해?
[흥미진진한 음악] [종렬의 힘겨운 숨소리]
[한숨]
엄마나 자식이나 진짜...
더럽게 신경 쓰이게 하네
[풀벌레 울음]
[피식 웃는다]
아들이나 엄마나
더럽게 귀엽네
[휴대전화 알람음이 들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무거운 효과음]
[용식의 의아한 숨소리]
여기 뭐 볼 게 있다고 여기 서 있었대?
거기 송어는 진짜 내 사람들만 아는 데거든?
그, 아무한테나 소개를 안 해 준다고
(향미) 그러니까는 이제 나는 오빠 사람이네?
(규태) 거기 진짜 아는 사람만 아는 데인데, 어?
너도 언제 시간 한번 되면 네 친구들하고...
- (향미) 그럼 오빠 - (규태) 어?
이제 오빠 군수 되면 나는 옹산 영부인이야?
뭐?
[익살스러운 음악] 우리 이제 사귀는 거잖아
어?
안 들려?
우리 오늘부터 1일이잖아
(향미) 오늘부터 1일
그럼 나는 옹산 넘버원 레이디
[어색한 웃음]
[어색한 웃음]
아이고, 우리 향미가 은근히 재치가 있다니까?
[웃으며] 참...
웃기려고 한 소리 아닌데?
오빤 사귀지도 않는 여자랑 단둘이 양평 가?
(향미) 양평을?
[침을 꿀꺽 삼킨다]
[자동차 알림음]
아유, 씨, 왜 이것까지 진상인데?
아이씨
[격정적인 음악]
(자영 방백) 오늘은
오늘의 태양이 기어코 떠올랐고
[시계가 째깍거린다]
놈은 외박했다
나는 어제의 홍자영일 수 없었다
[후루룩 소리가 난다]
[규태의 한숨]
아, 그...
그, 앞으로도 존경하는 오빠 동생 사이로 종종 가다가 이렇게
(규태) 어, 조우를 하고
그... [규태의 헛기침]
오늘의 스키는 그, 오늘의 스키로 딱 그, 응? 응
스키는 탔지만 바람은 아니다?
(향미) 양평은 갔지만 1일은 아니다?
오빠
양아치는 군수 못 해
아이, 넌 왜 그렇게 매사가 진격적이고, 인마
응?
(규태) 급박스럽게 뭐, 네가 진격의 향미야? 씨...
어쨌든 하룻밤을 꼴딱 같이 있던 사이에 뭐가 급박해?
(규태) 아, 그냥 차 퍼진 거 가지고
왜 이렇게 야리꾸리하게 얘기를 해, 어?
수상 스키는 스포츠야, 스포츠, 그냥, 어?
건전한 스포츠
그럼 건전하게 마누라랑 오지 왜 나랑 왔어?
사귀니까 왔지
[익살스러운 음악] [멋쩍은 한숨]
아이, 왜...
이렇게, 급하게 뭘 이렇게 자꾸 도모를 하려 그래?
야, 이, 인마 너도 알다시피 난, 새끼야
(향미) 뭐, 가정 있는 남자니까? 그게 뭐?
아, 그게 뭐라니?
(향미) 왜? 똥물에 튀겨 죽일 바람피운 연놈들 될까 봐?
조강지처 버린 천벌 받을 놈 될까 봐?
근데 오빠
세상이 그렇게 따박따박 정의롭지가 않더라고
[향미가 우유를 호로록 마신다]
(규태 방백) 지뢰를 밟은 건가?
[성난 한숨]
(찬숙) 아이, 우리가 알았어도 어떻게 일러바쳐유?
[재영의 호응하는 신음] 우리 회장님 억장 무너질 거 뻔히 아는데
(재영) 아이, 용식이가 아주 그냥 오자마자
까멜리아에 코를 빠뜨리고 살더라고
- (찬숙) 동백이가 - (재영) 응
(찬숙) 용식이한테 땅콩 서비스를 줬을지도 모르는 일이여
- (재영) 그려, 그려, 그려, 그려 - (찬숙) 그러니께 그...
신났냐? 신들 났어!
[덕순이 혀를 쯧 찬다]
(찬숙) 아유, 내 말은 그 말이 아니고
우리 회장님이 지금 이렇게 둔눠 계실 때가 아니다 이 말이쥬
- (재영) 암만, 응 - (찬숙) 둘이 덜컥
사고라도 치기 전에 회장님이 먼저 액션을 취해야 돼유! [재영의 호응하는 신음]
(재영) 그류, 그류, 그류
아주 엄마 죽겄다 하고 나자빠지셔유
하이고, 치사햐!
쥐어패면 쥐어팼지 내가 그 짓을 왜 햐?
(찬숙) 패면 안 돼유!
아주 '동백이냐, 엄마냐', 어?
'양단간에 택일을 해라' 이렇게 몰아붙여야 돼유 [재영의 호응하는 신음]
둘이 저거 하고 나면 그때는 회장님은 백전백패예유!
저거는 뭘 저거 혀?
아이, 너 가!
(용식) 씁, 하, 이거를, 그
타액이라든가, 이, 지문이라든가
이, 이런 것들을 이렇게 추, 추출을 좀 해서...
마이애미 CSI를 보면요
여기가 마이애미여?
마이애미가 좋으믄 마이애미로 전출을 가, 인마
아니, 그러면 이, 과학 수사대에다 이렇게 정식으로 이렇게 좀
좀 협조 요청을 좀, 좀, 좀 넣어 봐요!
아, 이걸 뭐라고 하믄서 갖다줘, 어?
(변 소장) 뭐 사건 났어? 이거, 이거, 뭐 이거
이게 현장 증거여?
아니, 이
(용식) 제가 줍기는 주웠는데, 이
암만해도 이게 좀 궁금해 갖고
아, 과학 수사대가 네 호기심 해결사여, 뭐여!
아니, 그, 어떤 놈이 식당이고 뭐고 개뿔도 없는 골목에서
아니, 이거를, 이거를 이거를 까 처먹으면서
한참을 서 있더라니까요, 이거를, 응?
(용식) 이 땅바닥에 이 발자국이 탁 기냥
싹 기냥...
너 쓸데없이 빈 병이나 줍고 댕기지 말고...
아니, 아니! 그, 나 영심이네 안 가요
(용식) 뭐예요?
(변 소장) 이거나 봐
까불이 사건 파일이여
뭐여?
이제야 공유를 좀 해 주는 거예요?
[규태의 거친 숨소리]
[규태가 숨을 카 내뱉는다]
- (자영) 맛나? - 아이씨!
[어두운 음악] [규태의 당황한 신음]
아, 깜짝이야
[어색한 신음]
아, 당신 출근 안 했어?
우리 엄마가 해다 놓은 대구머리찜이 맛나냐고
(규태) 응?
[규태의 만족스러운 신음]
아, 장모님은 [어색한 웃음]
대구머리찜, 진짜 뭐 달인이야, 뭐야, 응?
[규태의 만족스러운 신음] (자영) 나는 주 3회 오는 너희 엄마한테
매번 5첩 1국은 해 드리는데
너는 연중 세 번도 안 될 장모 오는 날
하필 상갓집엘 갔다, 그렇지?
[쿨럭거린다]
그런데도 우리 엄마는
그놈의 노 서방 좋아하는 대구머리찜에 [심장 박동 효과음]
갓김치를 이고 지고 온 시점에
하필 그때 친구 와이프가 죽은 거야
그렇지?
[어색한 신음]
간암이라는 게 그렇게 무섭다니까?
대장암 [뎅 울리는 효과음]
- (자영) 대장암이랬어 - (규태) 그러니까, 대장암
(규태) 그래 갖고 어젯밤에 갑자기, 그
저, 그, 걔 와이프가...
- 석근이 - (규태) 어, 석근이 와이프가
즉사를 한 거야
[비웃음]
(자영 방백) 한때는 이 백치미 때문에 이 남자를 좋아했었다
- (은실) 어유, 안 와? - (규태) 어유, 진짜
- (은실) 안 와, 이리? - (규태) 아유, 진짜
- (은실) 이씨 - (규태) 아유, 진짜 내가 농, 아유
(규태) 진짜, 내가 진짜
아이, 진짜 학원비 내려 그랬는데 농고 애들한테 다 뺏겼다니까?
(은실) 네가 뺏었잖아
- (규태) 내가, 내가 어떻게 뺏어? - (은실) 네, 네가
내가 어떻게 뺏어, 내가? [은실의 성난 신음]
다 거기 조, 조폭 형들인데 내가 어떻게 뺏어?
방금 농고 애들이라며, 농고!
(은실) 야, 이 새끼야!
어유, 삥땅도 머리가 돼야 치지 [규태의 못마땅한 신음]
이런, 어휴, 이런... [자영의 한숨]
(규태) 아, 그러니까 엄마가 순순히 모도로라를 사 줬어야지!
(은실) 어유, 내가 억장이 무너져
억장이, 억장이, 억장이 [규태가 씩씩거린다]
- (규태) 아, 애들이 쳐다보잖아 - (은실) 어유, 진짜
(자영 방백) 뭐든 드러내지 않는 나와 달리
여지없이 속을 들키고 마는 노규태가 청량했다
(규태) 아유 [쿨럭거린다]
(자영 방백) 그런데 그런 그는
그래서 못 보던 친구들 많이 봐 갖고 좋았지
(규태) 그때 학원 같이 다닌 친구들 있잖아
(자영 방백) 바람도 숨기질 못한다
(규태) 아휴, 그럼 뭐 하냐, 이렇게 갑자기 사람이 가니깐 허망하더라고, 응?
그, '생로병사의 비밀' 같은 거를
우리가 수시로 봐 줘야 된다니까?
근데 넌 오밤중에 상갓집 가면서
선크림을 칠갑을 하고 가니?
(규태) 어?
선글라스 끼고 뭐 했니?
- (규태) 어? - 문상을 선글라스 끼고 했니?
[의미심장한 음악] [연신 쿨럭거린다]
(자영) 원래 성경에도
훔친 물이 더 달고
몰래 먹는 빵이 더 맛있대 [물을 조르르 따른다]
근데 고 맛에 빠졌다간
[강조되는 효과음]
[규태가 쿨럭거린다] 지옥 불구덩이에서 네가 대구머리찜이 될 수도 있어
[연신 쿨럭거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공범 가능성 있음"
뭐여, 이건?
찜찜하게
(동백) 아이, 누가 여기다 이걸 자꾸 버려?
나 이거 진짜 싫어하는데, 씨, 쯧
누구야, 이씨
- (향미) 언니 - (동백) 응?
(향미) 난 아주 언니랑 황 순경이 옹산 브란젤리나인 줄?
동네 아주 난리 났어요
(동백) 괜히 회장님 보기만 민망하게 됐어
뭘 괜히야?
언니도 쪼끔 넘어갔으면서?
내가 넘어가긴 누가 넘어갔다 그래? 참...
(향미) 시계는 왜 자꾸 봐요?
[장난스러운 신음] 점심인데 용식이 안 오니까 쫄려서?
[향미의 장난스러운 웃음]
너 뭐 신나는 일 있어? 어?
(동백) 너 얼마나 찾았어? 봐 봐 꽁초 얼마나 버렸어?
- (동백) 씨, 일은 안 하고 - 아유, 걱정을 마요
요즘 세상에 누가 엄마 말을 듣는다고
부모 반대로 헤어지는 건 아침 드라마에서도 안 먹힌다고요
왜? 나는 헤어지겠던데
그거 진짜로 당하면 엄청 더럽고 치사하더라?
필구 아빠?
(향미) 거기랑 그래서 빠빠이 한 거예요?
너 왜 이렇게 내 아들 아빠 궁금해해?
언니, 내가 항상 말하죠?
비밀은 나 같은 애한테 까놓는 거라고
(향미) 내가 생각이 있어, 기억력이 좋아?
그냥 나한테 속이나 풀어요
(동백) 나 풀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동백이 피식 웃는다]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되는 거지, 뭐
[향미의 미심쩍은 숨소리]
아, 세상에 굿바이가 어디 있냐고
(향미) 더럽게 헤어져야 진짜 헤어지는 거지
나도 더럽게 헤어졌어
진짜? 동백이가?
너무 많이 좋아했나?
걔한테는 '그러려니'가 잘 안되더라
일생을 그렇게 살았는데도
[아련한 음악]
[아이들이 저마다 말한다]
(동백) 어차피 아기 때부터 어딜 가든 환영받질 못하니까
그러려니 그냥 하고 마는 게 편하더라고
(아이1) 야, 너희들 이거 안 넣냐?
(아이2) 똥개
(교사) 너는 우유 급식비 안 내도 돼
(동백) 친구들이나 친구 엄마들이
고아 친구를 별로 안 좋아하는 거야
(아이들) 엄마!
(동백) 어린애 그늘이 무슨 전염병이나 되는 줄 아는 건지
(여자1) 아름아!
아줌마네 차 타고 가
- (여자1) 어 - (아이3) 빨리 와
(동백) '딱하다, 너'
너 참 딱하다고는 하면서
자기네 차 문은 안 열어 주더라고
[매미 울음]
(동백) 그러다 스물둘에 걔를 만났는데
막 온 우주가 그놈인 거야
(종렬) 아이, 가긴 어딜 가, 진짜 자꾸!
- (종렬) 어? - (동백) 아유, 됐어!
(종렬) 아, 내 말 좀 들어 봐, 정말!
(동백) 네가 사랑이 식어서 그랬나 보지!
그럼 그냥 헤어지든가
(동백) 딱 스물둘에만 할 수 있는 연애질을 진짜 죽어라 했지
아유, 진짜 왜 그래? 내가...
[떨리는 숨소리]
갑자기 게임이 너무 잘돼서 그랬어
야, 너 울면 어떡해?
[울먹이며] 내가
다시는 게임방 가자고 안 할게
내가 진짜
(종렬) 다시는
너 앉혀 놓고
스타 안 할게 [동백이 울먹인다]
그런 얘기 하지 말고 [동백이 흐느낀다]
나 진짜 너 없으면 어떻게 살라고, 나보고!
야! [울먹인다]
나는 뭐, 사냐?
[동백과 종렬이 흐느낀다]
(종렬) 울지 마 [동백이 계속 흐느낀다]
(동백) 걔 말고는 아무것도 안 보여서
걔한테도 누구한테나 있는 엄마가 있다는 걸 내가 깜빡한 거야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유, 씨
(종렬 모) 아유, 몰라, 몰라
난 뭐, 너한테 줄 봉투도 없고
응, 뭘 그렇다고 어떻게 교양 있게 떠들어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난 그냥...
네가 너무 싫어
진짜, 너무
너무너무, 너무!
[떨리는 숨을 내뱉으며] 이렇게 싫은데 어떻게 보고 사니?
[옅은 쓴웃음]
아, 웃는 거야, 우는 거야?
뭔 애가 이렇게 울상이야?
아, 왜 하필 종렬이한테 붙냐고
왜 하필!
나는
네가 진짜...
[종렬의 한숨]
(종렬) 아, 우리 엄마가 뭐라는데, 어?
너 고아라서 싫대? 어? 욕하디?
막 때렸어?
미움받는 건 힘든 일이야
그것도 너희 엄마한테 미움받는 일
(종렬) 아, 진짜, 야 내가 우리 엄마 이긴다니까!
좋아하는 사람 엄마한테 미움받는 건
그러려니가 안 되네
내가 엄마가 없고 싶어서 없는 것도 아닌데, 씨...
(종렬) 아, 그러니까 대체 우리 엄마가 뭐라고 했냐고
말을 좀 해 보라니까, 말을?
(종렬 모) 나는
네가 진짜
꼭
진짜 무슨
병균덩이
병균덩이
병균덩이 같대
[잔잔한 음악]
이상하게 너희 엄마 만나는데
우리 엄마 생각이 자꾸 나더라
나도 엄마가 있었으면 내 백 해 줬을까?
(향미) 그래서?
걔 엄마한테 한 방 먹고 나가떨어져 준 거라고?
[착잡한 한숨]
(동백) 아니
결국엔 당사자가 나서 줘야 되는 거더라
(향미) 남자가 바람이라도 피웠구나
완전 개새끼네
개새끼랄 것도 없어
그냥
원망이고 자시고도 안 해
나는 우리 필구 남겨 준 것만으로도 그냥
퉁치고도 남는다고 생각해
진짜 그게 퉁이 돼요?
필구가 그렇게 좋아요?
너도 하나 낳아 봐
[동백의 옅은 웃음]
(향미) 언니 엄마나 우리 엄마나 딱 언니만 같았으면요
그럼 동백이나 향미나
지금 꽁초나 찾고 있진 않았겠다
(용식) 소장님!
[용식이 의자를 탁탁 친다] (변 소장) 아, 왜?
[용식의 머뭇거리는 숨소리]
(용식) 이, 저...
고부 갈등이라는 게, 이, 씁
이, 조금, 좀, 좀 뻑적지근한 그런 건가?
뭐, 걷지도 못하는 놈이 뛸 걱정 하고 자빠졌네
아, 여자도 없는 놈이 그런 걸 왜 물어?
아이, 기왕이면, 이
엄마랑 친한 여자가 좋지 않나 해서유
[변 소장이 숨을 크 내뱉는다]
(변 소장) 이상적이지
씁, 이 지구상에 말이여
고부 갈등만 없었어도
남자들 평균 수명이 90은 가지
둘이 베프라고 하긴 했는디, 쯧
(변 소장) 근데
이, 고부 갈등 없는 집은 없어
그런 데는
가상 도시
무릉도원?
저기 저 무 도사, 배추 도사나 지껄일 법한
전래 동화 같은 곳이라고
(용식) 밥 안 먹어요?
(변 소장) 잉
너 걔 때문에 그러는구나, 응, 응?
뭐요? 또 누구요?
누구긴
(변 소장) 너 헬레나 봤지?
나 촉 좋아, 응?
[변 소장이 킥킥댄다] [한숨]
소장님
저 동백 씨 좋아해요
[익살스러운 음악]
- 뭐? - (용식) 기냥 첫눈에 반해 버렸고요
하루에도 열 번씩 찍고 있고요
온 동네가 다 알아요
아이, 네 엄마도 이 사태를 아셔?
[용식의 아파하는 신음]
- (용식) 아, 엄마! - (변 소장) 아시는구나, 아셔
아시니께 엘보를 쓰시지, 응?
[옅은 한숨]
[개가 왈왈 짖는다]
[격정적인 음악]
(자영 방백) 감추고 싶었다
이 더럽게 자존심 상하는 감정을
(은실) 야! 뭐 해?
나 늦었어, 빨리 가야 돼
(자영 방백) 근데 이젠
더 고상한 척 못 할 거 같다
[헛웃음]
(은실) 생일이라고 며느리가 그렇게 상을 차려 준 거야
구절판이고 신선로고 그 집 며느리가 다 했대
정말 대박 아니니? 응?
- (자영) 어머님 - (은실) 어
제가 지금 어머님 생신상에 구절판 차려 드릴 기분이 아니거든요?
(은실) 뭐?
(자영) 생신은 제가 아비랑 얘기해서 어디 뷔페라도...
(은실) 야
내가 왜 내 생일까지 네 기분을 살펴야 되니?
하긴
시어미 생일이 뭐가 중해?
며느님 기분이 중하시지 [헛웃음]
어머니
(자영) 아비가요
(은실) 그래, 또 아비겠지
네가 아니라 걔가 뷔페로 퉁치자고 했겠지
(자영) 그게 아니라...
[헛웃음]
아니에요
(은실) 뭔데?
왜 어른한테 말을 하다 말아?
얘
너 지금 나 놀리니?
(자영) 제가 왜 구절판 할 기분이 아닌지
그냥 뉘앙스만 알려 드릴게요
(은실) 뭘 뉘앙스만 알려 줘?
너 지금 나랑 말장난해?
아비가
아버님을 닮았어요
[격정적인 음악] 뭐...
(자영) 아버님이 어머니 가락지
대폿집 애실이한테 갖다주셨을 때가
딱 아비 나이였죠?
(은실) 얘가 뭔 헛소릴 해?
규태는 날 닮았어!
그냥 그렇다고요
(자영) 저 앞부터는 걸어가실 수 있으시죠?
(은실) 왜 걸어가?
서예반 사람들이 네가 데려다주는 거 다 보는데!
제가 중차대하게 가 볼 데가 있어서요
어, 어딜?
미용실
미용실 가요
[퍽퍽 소리가 난다]
이, 착한 사람이잖아
[연신 퍽퍽 빻는다]
(용식) 아, 엄마도 알잖아
베프라며?
씁, 이, 참 착하고
또 딱하고
이, 또 참
자꾸 이, 내 속이 안 좋고
나는?
네 엄마는 안 딱하고?
아니
아, 이게 지금 누가 누가 더 딱하나 뭐, 이런 게 아니잖아
(덕순) 나 진짜 모냥 빠져서 이런 말 하기 싫은디
너
엄마여, 동백이여?
엥? 그게 말이여, 방구여?
너 이거 택일이여!
아, 엄마, 진짜 치사하게 왜 이랴?
너야말로 나한테 치사하게 왜 이랴?
이 쌍놈의 새끼, 그냥
아이, 아이, 욕은 하지 말고요 [덕순이 혀를 쯧 찬다]
이, 논의를 합시다, 엄마
내가 너 유복자로 낳아서
진짜 피똥 싸면서 키운 것을 몰라서 이랴? 잉?
(덕순) 내가 철마다 너 합의금 해 준 것은 얼마며
내가 너 땜시 절에서 삼천배를
5조 5억 번을 드리다가 아주 그냥 도가니가 다 나갔다고, 잉?
네가 양심이 있으믄
다름 아닌 네가 나한테 이랄 수가 있어? 잉?
아이, 아, 동백 씨 착하다며!
아, 이쁘다며? 아, 베프라며, 베프?
동백이 착하지
딱하고 이쁘지
근디 최소 중의 최소로다가
아들은 없어야지, 아들은!
(덕순) 내가 지금 이거
허무맹랑한 거 바라는 겨? 잉?
엄마
이 1타 2피 개념으로다가 접근 한번 혀 봐, 응?
(용식) 이, 메느리에 손주까지 기냥 한 방에 기냥...
[용식의 다급한 신음]
[덕순의 분에 찬 숨소리] 어유, 또 마늘을 빻고 있어, 지금, 또?
(덕순) 나는
넘의 자식 탓할 생각 없어
까멜리아 쫓아가서 얼빠진 소리 하기도 싫어
동백이는 아닌디 너 혼자 좋아서 환장하는 것도 알겄고
나는 딱 너만 조질 겨
그니께 너랑 나랑 양단간에 결정을 봐
딱 택일을 햐!
아니
아니, 근데...
[답답한 신음]
아, 이게 뭐, 짜장, 짬뽕이여?
뭐 이런 걸 택일을 하재?
(용식) 아, 오케이, 오케이!
반반, 반반!
너 양아치니?
반반은 없어
아, 좋아 죽겠는데 어떡하냐고 좋아 죽겠는데!
(용식) 막 기냥, 막 눈 탁 뜨면
딱 보고 싶고
지금도 막 가고 싶고 막 그랴
[흥미진진한 음악] 이, 내 발길은 N극, 어?
우리 까멜리아는 S극
이, 이런, 이런 비유면 좀 납득이 돼야?
지랄하고 자빠졌네
(덕순) S극으로 확 쳐 불라, 이씨, 쯧
나도 내 마음과 내 발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고
[헛웃음]
그럼 너 딱 두 달만 동백이 보지 말아 봐
그러고도 네 마음이 고대로믄
나도 정상 참작은 해 볼 테니께
아, 뭐, 그, 내 마음이 뭐, 한 두어 달짜리인 줄 알아?
포레버여, 포레버!
(실장) 자
시작해 볼까요? 네
(자영) 아니
원장, 원장님 불러 줘요
어, 고객님, 어...
저희 원장님은 2주 전부터 예약하셔야 되는데요
(직원) 저희 실장님도 엄청 잘하시거든요
그...
홍대 쪽에 3년 동안 계셨어요
(자영) 실장님 잘하시겠죠
[직원의 옅은 웃음] (실장) 네
(자영) 근데 제가 지금 이 머리를 하고
남편 내연녀를 만나러 갈 거거든요
[비장한 음악]
어머나
(실장) 원장님 모셔 와
원장, 원, 원장님!
[옅은 한숨]
(원장) 로드 3호로...
안 돼
(자영 방백) 누구에게나 사수되어야 할 마지노선이라는 게 있다
내 마지노선은
자존심이다
동백이 따위에게 아랑곳도 하기 싫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무시하고 싶었다
[옅은 웃음]
[동백의 옅은 웃음]
(동백) 아니, 어떻게 여기까지...
통 건물에 안 오시는 줄 알았는데
열무 좀 드릴까요?
어떻게...
(자영 방백) 웃기도 잘 웃네
생얼이에요?
아, 저...
(동백) [멋쩍게 웃으며] 아, 예, 요즘 바빠 가지고
하다 말았어요
본인이 예쁘다고 생각하죠?
네?
그냥
속으론 그렇게 생각할 거 같아서
[동백의 의아한 숨소리]
(동백) 아니, 저는 예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그래도 뭐, 그냥 관상적으로 밉상은 아니지 않나
그냥 그렇게 생각은 했는데
아유, 좀, 죄송해요
동백 씨의 관상 얘기 듣자고 온 거 아니고
(자영) 원래 법적으론 한 달 전에만 고지하면 되는데
도의적 차원에서 미리 말해 두려고 왔어요
아, 무슨 말...
(자영) 12월에 계약 끝나죠?
(동백) 예
가게 빼 줘요
[의미심장한 음악] [동백의 놀라는 숨소리]
네? 그게 갑자기 무슨...
갑자기는 무슨 갑자기?
임대차 보호 기간도 끝났고 석 달 전 고지인데?
(동백) 어...
아, 예
[어색하게 웃으며] 사모님, 혹시, 그
세 올리고 싶으셔서 그러신 거면 저하고 그냥 얘기를 좀...
아니요, 세 올릴 생각 없어요
창문도 없는 점포인데 까멜리아 나가면
(자영) 뭐, 다시 건어물 창고로나 쓰겠죠
그럼 지금 세의 반의반이나 받을까?
근데 굳이 왜 그거를...
돈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
꼭 말로 해 줘야 아나?
아...
(자영) 이제 집주인의 의도 파악했을 테니까
이 일로 더 얘기할 일 없게 하죠
그럼 하던 업무 계속해요
(동백) 야...
[동백의 당황한 숨소리]
규태가 양평을 가고 싶겠네
[동백의 가쁜 숨소리]
사모님
(동백) 사모님, 제가 [동백의 가쁜 숨소리]
사장님이 아무 말씀이 없으셨어서 제가 준비도 못 했고요
그리고 저기, 사장님이 전에 뵀을 때도 아무 말씀이 없으셔서
- 언질을 안 주셔... - (자영) 얻다 대고
지금 내 앞에서 내 남편을 백 삼는 건가?
(동백) 아, 그런 건 아닌데요, 하...
(자영) 동백 씨
나 끝까지 고상하고 싶어
근데 동백 씨가 내 마지노선을 건드려서 내 꼭지가 돌면
내가 아주 솔직해지고 싶을 거 같거든?
그럼 피차 상당히 모양 빠지게 될 거야
그러니까 조심을 좀 해 줘
난 동백 씨 피부, 말투, 관상 다 별로인데
특히 지금 그 표정
난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그 표정이 제일 거슬려
집주인의 의도
정확히 파악하겠죠?
[작은 목소리로] 예
(용식) 동백 씨!
아이...
아, 왜요, 왜? 또 왜요, 예?
왜 또 눈깔이 또 소 눈깔이에요?
여기 동백 씨 김장한대 갖고
이 태양초 고춧가루 한 포대 쌔벼 왔는데
이, 또 왜, 왜, 왜 또 눈이 또 눈이 그래요?
하, 저 집주인한테 완전 찍힌 거 같아요
예?
[동백의 힘겨운 신음]
[주변이 시끌시끌하다]
아, 아이씨
(종렬) 또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쯧
아, 얘는 애 데리러 안 오고 어디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에?
아, 뭘 또 저런 애한테 애를 맡겼어?
아이씨...
[발랄한 음악]
(향미) 너 책도 읽어?
(필구) 몰라, 무조건 가져가래
엄마는?
(향미) 오늘 김장했잖아
(필구) 그럼 엄마 지금 혼자 있어?
그 경찰 아저씨는 안 왔지?
(향미) 왜, 넌 그 아저씨 싫어?
(필구) 어, 싫어
누난 좋아?
(향미) 몰라, 난 어느 라인에 붙어야 되나 생각 중이야
(필구) 근데 나는 그 경찰 아저씨가 4등으로 싫어
(향미) 4등?
(필구) 노규태 아저씨, 준기네 아저씨
떡집 아저씨 다음으로 싫긴 싫어
(향미) 씁, 그럼 좋은 걸론 나름 1등이네?
(필구) 아, 무슨 엄마가 48킬로냐고
- 뭐? - (필구) 왜 엄마가 그렇게 예뻐?
(필구) 아, 옹산 엄마 중에 우리 엄마가 제일 예쁘니까
난 진짜진짜 피곤하다고
하, 나도 진작 아들이나 하나 낳아 놓을 걸 그랬다
(향미) 가자
[흥미로운 음악]
아이, 집에 차도 한 대 없냐?
한 대 확 그냥 뽑아 줄까 보다, 쯧
(향미) 필구야, 더운데 차 타고 갈래?
(필구) 무슨 차? 누나 차 있어?
(향미) 잡으면 내 차지
강종렬 선수!
아이, 쟤 진짜 또라이 아니야?
[용식의 힘주는 신음]
(용식) 아휴
(동백) 용식 씨, 회장님은 뭐라세요?
저 이거 가져다드려도 돼요?
아, 우리 집 거구나
예, 뭐, 둬요, 이거, 뭐
제가 가는 김에요
(용식) [얼버무리며] 제가 갖다드리면 되죠, 뭐
[용식의 어색한 웃음]
아, 나 가면 안 되는구나
우리 엄마가 동백 씨 좋아해요
베프잖아요, 베프 [용식의 웃음]
필구도 회장님도 다 싫다잖아요
(동백) 그러니까 혼자 고집부리지 말고
그만해요
[머뭇거리는 숨소리]
그, 이, 대외적으로요
제가 한, 허, 참
한, 한 두어 달 정도는
제가 조금 좀 자중을 해야 되나 싶기도 하고요
(용식) 제가 뭐, 이, 중2도 아니고, 이게
우리 엄마 말을 아주 쌩까는 게, 이게
이, 미래에 동백 씨한테 그렇게 썩 좋을 거 같지도 않고
이, 작전상 후퇴 개념으로다가요
그...
그렇게 구구절절 말씀 안 해 주셔도 돼요
예?
[애잔한 음악] 제가 옛날, 옛날부터 깨달은
제 인생의 진리가 딱 하나 있는데요
동백일 누가 좋아해?
누가 저를 좋아하겠어요?
제가 좋아하잖아요, 제가요
아니야, 우리가 무슨 사이도 아니었고요
(동백) 우리 필구가 나 같은 여자 좋대도 싫죠
근데 제가 이런 게 너무 익숙해서 그냥 '대츠 오케이'예요
그냥 뭐, 그냥 또 그러려니 하면 돼요, 용식 씨
동백 씨 보면요
꼭 그, 저기 그, 두더지 게임 같아요
(용식) 그, 곰방 헤헤거리다가도
이, 곰방 이게 폭폭 쑤셔 박히시니까는
아주 그냥 제가 이 속이 터져 환장하겠다고요
회장님 말씀 들어요
세상에서 용식 씨 엄마만큼 아끼는 사람 없어요
(동백) 그러니까 중2처럼 굴지 말고 어른답게
다신 오지 마세요
[옅은 한숨]
(종렬) 그, 뒤에 에어컨 잘 나오니? 시원하지?
아저씨는 훈련 안 해요?
- 어? - (필구) 왜 맨날 와요?
[어색하게 웃으며] 어, 어, 어
훈련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으시겠지
(종렬) 저기요, 남의 차 서랍을 왜 자꾸 열어 봐요?
(향미) 씁, 근데 참, 집주인이 가게 빼라던데 [종렬이 혀를 쯧 찬다]
- (필구) 진짜? - (향미) 걱정할 거 없어
너희 엄마 백 많아
(향미) 여유 되면 그냥 그 건물 하나 사 주세요
연봉 세잖아요
예? 아니
내가 그 건물을 왜 사 줘요? 참...
[익살스러운 음악] 글쎄, 왜일까?
[향미의 신난 신음]
(향미) 난 이 언니 옆에 붙어 있길 진짜 잘한 거 같아
(종렬) 아니, 굳이 보조석엔 왜 앉아 가지고, 쯧
(향미) 강 선수, 근데 나요 제시카 팔로우하는데
[한숨 쉬며] 그래서요?
맞팔 좀 하자고 전해 줘요
앞으로 볼 일 좀 생길지도 모르는데
쫄보가 웬일로 딱지는 끊고 다녀?
옹산이 어디야?
(변 소장) 기밀 유지야 하겄지?
어?
러브하신다며?
뭐, 러브라는디 워쩌?
[놀란 숨소리]
이제 나한테 다 까 주시는 거예요?
(변 소장) 또 마음만 급하게 더펄거리다 사고 치지 말고
네가 첫눈에 반한 목격자 신변과 직결되는 문제니께
차분차분히 좀 하라고
아이, 근데 뭐가 이렇게 많아요?
(변 소장) 여기부터 차례대로 봐
[마우스 조작음] [의미심장한 음악]
어? 영상이 다 있어요?
피해자 한금옥이가 사건 당일에 마지막으로 찍힌 영상인데
(용식) 예?
아이, 피해자 영상이 왜 목격자 파일에서 나와요?
여기 동백이 있어
예?
(변 소장) 이게 그날 아침이니께
여기부터 딴딴하게 짚어 나가라고
요 하루 안에 분명히 까불이 있다
(동백 방백) 언니와는 성당에서 만났다
(동백)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신부가 설교한다]
[키득거린다] [신부가 계속 설교한다]
(동백) 실습은 한 두 시간이면 되지?
나 이따 필구 데리러 가야 되는데?
(금옥) 너 주중에도 짬짬이 와서 기술 배워
피부 관리사 자격증 하나 따서
[동백의 한숨] '까멜리아 에스테틱'으로 딱 간판만 바꿔 버리면
너 전문직이라고, 전문직
(동백) [살짝 웃으며] 나 지금도 두루치기 전문직인데?
[금옥의 옅은 웃음]
[어두운 효과음]
[동백의 미심쩍은 숨소리]
(동백) 이거 실습 맞지, 언니? 어?
[살짝 웃으며] 이거 나한테 테스트하는 거 아니야?
중고여도 돈백짜리야
[웃으며] 걱정을 말라니까
(동백) 씁, 중고 사서 나한테 테스트하는 거 같은데?
[동백의 당황한 신음]
이...
[동백과 금옥의 놀라는 신음]
[동백의 놀라는 신음] [금옥의 웃음]
괜찮은 거야, 이거?
[피식 웃는다] [전화벨이 울린다]
(금옥) 아, 잠깐
(동백) 언니, 이거 문 이상한 거 같은데? [금옥이 전화에 응답한다]
아, 예약요?
그럼 바로 오실 수 있으세요?
지금 마침 예약 없어서요
(동백) 이거 닫는 거지?
- (동백) 어... - 네, 지금 아무도 없어요 [덜컹 소리가 난다]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금옥) '대운이 깃드는 날이니 문을 활짝 열어 두라'
오늘은 돈 좀 벌려나?
[초인종이 울린다]
네, 예약하신 분이세요?
[음산한 음악]
예약하신 분...
[문이 달칵 닫힌다]
[어색하게 웃으며] 아, 안 더우세요? 한여름에 마스크까지...
[남자1이 콜록거린다]
금방 예약 전화 한 게...
[리드미컬한 음악의 볼륨이 높아진다]
[스위치가 탁탁 꺼진다]
[남자1이 콜록거린다]
[금옥의 겁먹은 신음] [남자1이 연신 콜록거린다]
[금옥의 힘주는 신음]
[금옥의 힘겨운 신음]
[우당탕 소리가 난다] [금옥의 힘주는 신음]
[남자1이 콜록거린다]
(동백 방백) 그 7분
[리드미컬한 음악이 들려온다]
아, 무슨 노래를 이렇게 크게 틀어?
(동백 방백) 그 7분 동안 나는 그와 함께 있었다
"트랙 03"
그리고 그 7분 동안
[강조되는 효과음]
[전화기가 뚜뚜 울린다]
언니는 죽었다
"트랙 04"
[리드미컬한 음악이 뚝 끊긴다]
[탁]
[스위치가 탁탁 켜진다]
[남자1이 콜록거린다]
손님인가?
(동백 방백) 잊을 수 없는 그 소리
[남자1이 콜록거린다]
[태닝기 알림음]
[강조되는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남자1이 연신 콜록거린다]
[동백의 한숨]
아이, 이거 끝난 거 같은데
[남자1이 콜록거린다]
(동백) 쇳소리 같던 그 기침 소리
[남자1이 콜록거린다]
[남자1이 콜록거린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 (변 소장) 야, 재호야 - (형사) 예?
고객 명단 뒤질 거 없어
딱 보니께
이런 데 처음 와 본 놈이구먼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변 소장) 너 같으면
여기 사람 들어와 있을 줄 알았겄어?
[형사의 한숨]
나도 이게 뭔질 모르겄는디
걔도 헤맸던 거지
[미심쩍은 숨소리]
한금옥이를 저짝에서 죽이고
왜 여길 다 뒤집어엎었겄냐고
동백이를 못 찾았던 거지
[안타까운 숨소리]
가만히만 있었어도 됐을 걸
[탁 소리가 난다]
(동백) 언니
[쿵쿵거린다] 이거 문이...
[연신 쿵쿵거린다]
언니
이게 왜 이러지?
언니, 이거 끝났어
언니
이거 끝난 거 같은데?
언니
(동백) [쿵쿵 두드리며] 언니
[연신 두드리며] 언니?
고쳐야겠다, 문 이상해
[남자1이 콜록거린다]
[힘주는 숨소리]
언니, 이거 진짜 문이 이상하다니까?
[남자1이 콜록거린다]
(동백 방백) 그 기침 소리
주기적이고도 참을 수 없어 터지는
그 이상한 기침 소리만은 잊을 수가 없었다
[남자1이 콜록거린다]
[남자1이 연신 콜록거린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놀라는 숨소리]
[동백의 겁먹은 숨소리]
[동백의 겁먹은 신음]
[화재 경보음]
[쿵쿵 소리가 들린다]
[쿵쿵 소리가 연신 들린다]
[카메라 셔터음]
(형사) 지금 현장을 봐도 얘가 확실히 당황했다니까요?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아무래도 까불이한테
저 여자가 변수였던 거 같아요
[의미심장한 음악]
[사이렌이 울린다] (여자2) 어쩐지 박복하게 생겼더라니
(기자1) 기억하십니까?
- (기자2) 지금 심정이 어떠십니까? - (여자3) 쟤는 어떻게 살았대?
(변 소장) 야, 현장 통제 똑바로 안 햐!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사람들이 쑥덕거린다]
(남자2) 쟤가 술집 하는 걔 아니여?
(남자3) 아, 그 동백이 말이여? [차 문이 탁 닫힌다]
(남자2) 아, 그래, 동백이
맞네
(남자3) 이게 무슨 일이여, 이게?
(동백) [한숨 쉬며] 형사님, 나는 못 살아요
난 이렇게는 진짜, 진짜 못 살아요
아까는 무슨 텔레비전 기자님도 왔었고요
그리고 막 무당은 나보고
팔자에 살이 꼈다고 막 굿을 하라는데
근데 나는 진짜...
아, 정말로
하, 막 본 게 없어서
씁, 무슨 말을 하려 해도
나 진짜 그 사람 뒷모습밖에 못 봤거든요
[한숨 쉬며] 그러니까 나 빼고 잡으세요
나 빼고 잡으실 수 있잖아요
동백아, 그럼
나 딱 그거 하나만 더 묻자
[음산한 음악]
(변 소장) 씁, 까불이가 네 앞에 있었을 때
확실히 그때 스프링클러가 터졌다는 거지?
증거 인멸하려고 자기가 터트린 게 아니라
자기도 터질 줄 모르고 있었다가 토꼈다는 거 아니여
그렇지?
하, 그때 그 남자가 제 앞에 서 있었을 때
그, 막 사이렌이랑
(동백) 뭐, 그, 스프링클러 막...
아, 막 문도 막 쾅쾅댄 거 같고, 그냥...
뭐, 문을?
네, 근데 아, 아무튼 잘 모르겠어요
그냥 막 모든 게 막 그냥 갑자기 다 터졌는데...
근데 그 남자가
제 앞에 서 있었던 건 확실해요
[기가 찬 숨소리]
스프링클러가 너 살렸다
네?
[의아한 숨소리]
아니, 근데 대체 왜 그때...
(동백 방백) 근데 세상에 그런 우연이 있을까?
(변 소장) 그때는 천운인지 뭔지가 동백일 살렸지만
그래도 난 영 불안햐
아, 온 동네가 목격자를 아는 판에
까불이가 모를 리도 없고 말이여
그 대단하신 까불이가
동백 씨를 만나고 탁 멈췄다는 거죠?
[변 소장의 미심쩍은 숨소리]
(변 소장) 모르지
멈춘 건지, 쉬는 건지
[용식의 깊은 한숨]
[흥미진진한 음악]
불안은 싹을 파내야죠
(용식) 싹을 파내서요
조지고요
화장을 시켜 버려야죠
(변 소장) 이게 또 눈깔은 또 왜 이랴?
나는요
천운인지 우연인지 고런 아리송한 거에 동백 씨 안 맡겨요
(변 소장) 너 눈깔 똑바로 안 떠?
소장님
제가요
까불이 잡아 보렵니다
잡아서 알려 줘야죠
자기가 감히 누구를 건드린 건지
[자동차 경적]
(덕순) 야!
(용식) 아이고, 아이고, 아이, 깜짝...
(덕순) 너 경찰이 왜 무단 횡단 햐?
(용식) 엄마!
아, 엄마, 여긴 어쩐 일이야?
(덕순) 어쩐 일은?
- 나 경찰에 신고하러 간다 - 뭔 신고?
집에 도둑 들었어!
[의아한 신음] (덕순) 국내산 태양초 고춧가루
한 포대가 없어졌다고
내가 아주 그냥, 잉?
시장통 CCTV라도 까서 이 쌍놈의 도둑놈을 기냥 막...
- (용식) 엄마 - (덕순) 잉?
- 나여 - 뭐, 뭐여?
아이, 내가 동백 씨한테 갖다줬다고 [덕순의 어이없는 신음]
[덕순의 기가 찬 숨소리] (용식) 아유, 아, 엄마
(덕순) 야 [용식의 당황한 신음]
경찰에 신고 넣어
신고 넣어야 돼야!
(용식) 아,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옅은 한숨]
나 있잖아
아유, 나 참, 이런 얘기 엄마한테 쪽팔려서 하기 싫은디
쪽팔리면 하지 말아!
나!
두 달이고 나발이고
못 하겄어!
자중 못 햐!
[익살스러운 음악] [성난 신음]
[당황해하며] 엄마, 엄마
이거 그, 엄마, 엄마!
그게... [용식의 다급한 신음]
엄마
엄마가, 어, 고걸로 나를 후두려 패도 할 수 없고, 어?
나를 이, 중2로 봐도 할 수 없고
이, 성들 불러내 갖고 나를 이렇게 조져 버리라 해도 나는 기냥
난 기냥 동백 씨한테 빼박이여!
[덕순의 힘주는 신음] [용식의 겁먹은 신음]
너, 30년 키워 준 나를 버리고
동백이를 택일하겄다 그것이여, 시방? 잉?
엄마
잉, 맞지
엄마 30년 맞는디
내가 지금 동백 씨 혼자 내버려 두면, 어?
앞으로 한 30년은 내가 후회할 거 같아서 그랴!
허, 이 새끼 또
눈, 눈깔이 왜 또 이랴, 잉?
엄마
내가 진짜로, 어?
[가슴을 탁탁 치며] 내가 진짜, 내가 진짜진짜 미안한디, 어?
아, 엄마는 30년 동안 나한테 져 줬잖아, 어?
(용식) 기냥
아, 기냥 이번에도 기냥 한 번만 져 줘, 좀!
[다급한 숨소리]
(덕순) [울먹이며] 아이고, 저 짐승 같은 놈을
또 어쩌요, 저걸!
[음산한 음악]
[무거운 효과음]
[풀벌레 울음]
[잔잔한 음악]
(동백) 어?
까딱하면 진짜 좋아할 뻔했네
[잠금장치가 철커덕거린다]
[뛰어오는 발걸음]
[용식의 가쁜 숨소리]
아유, 어떻게
집에는 잘 들어가신 건가?
[휴대전화 알람음이 들려온다] [긴장되는 음악]
[용식의 가쁜 숨소리]
[용식의 가쁜 숨소리]
[가쁜 숨소리]
[부드러운 음악]
(동백) 요즘 내 인생이 좀 안 어울리게 달달구리했잖아
어쩐 일로 바로 인정을 해요?
(동백) 이제는 다 땡이니까
(덕순) 내 싸가지가 요만큼이다
(동백) 회장님이 걱정하실 일은 없어요 제가 약속해요
(용식) 동백 씨
(동백) 다시 오지 마세요
(향미) 오빠! [향미가 소리친다]
(향미) 나를 어디라도 들여보내고 싶은 거면
모텔은 어때? [포스 작동음]
(자영) 진짜 다 죽여 버릴까?
(용식) 제가 어젯밤에 누굴 잡아 왔는데
(변 소장) 누굴?
(규태) 아, 왜 말을 하다가 말아?
(동백) 이 손은 놓고 얘기해요!
(용식) 손잡지 말랬지! [용식이 소리친다]
(동백) 용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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