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6
(TV 속 앵커) 피해자는 건강한 체격의 30대 남성으로
귀갓길 CCTV에 찍힌 것을 마지막으로 변을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리모컨을 탁 내려놓는다]
필구야
(동백) 오늘부턴
백두 할머니네 가서 밥 얻어먹지 마
[안내 음성]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삐 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시계 알람이 울린다]
(덕순) 아, 아이, 깜짝이야
[덕순의 못마땅한 신음]
이게 전화까지 꺼 놓고 외박을 햐?
으이구, 참...
[잔잔한 음악]
왜?
이제 백두 할머니도 우리 편 아니야?
우린 원래 둘이잖아
[찰싹 치는 효과음]
[하마 울음 효과음]
[한숨] (여자1) 회장님, 안녕하세요
(덕순) 예 [덕순의 옅은 웃음]
[혀를 쯧 찬다]
애 학교 보낼 애를 두고 내가 뭔 생각을 한 겨?
(필구) 안녕하세요!
어, 잉 [어색한 웃음]
필구 출근하냐?
(필구) 학교 가는데요?
어, 응, 응
(필구) 인사는 해도 되지?
(동백) 응 [난처한 숨소리]
[격정적인 음악] [담뱃불이 칙 탄다]
[갈매기 울음]
[음 소거 효과음] (남자1)
[휴대전화 조작음]
1억을 모아야 코펜하겐으로 뜨는데
[한숨]
[주변이 시끌시끌하다] [규태의 못마땅한 신음]
(규태) 내가 지금 이 인원에다가
어? 대디버거를 다 쐈는데
그, 지사님이랑 사진 한 방을 못 찍어요? 치
아, 누구는 뭐, 땅 파 가지고 대디버거 사나? 어?
(군수) 아이참, 씨 [규태가 계속 구시렁거린다]
쟤 또 누가 데려왔어, 이, 씨
(도지사) 쟤가 걔지? 옹산 송어
(보좌관) 아이, 그러니까
- 아, 이거 참... - (보좌관) 사진 찍어서
(보좌관) 어디다 쓰시게요?
(규태) 아, 그냥 내 카스에 올리려 그래요, 카스에
(도지사) 아, 거, 아, 됐어, 됐어, 찍어
- (도지사) 이리 와서 한 방 같이 찍어 - (규태) 아이고
(규태) 아유, 지사님, 아유
[규태의 웃음] - (도지사) 그래, 어 - (규태) 아유, 지사님, 아유
[규태의 흡족한 숨소리]
(향미) 오빠! [카메라 셔터음]
오빠!
오빠!
오빠!
[규태의 당황한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규태) 저기, 저기, 저기, 지사님 저기, 옹산까지 오셨는데, 그
- 송어라도 잡수고 가셔야지, 송어라도 - (향미) 오빠!
- 오빠! - (규태) 아니, 그러니까 저기
(규태) 저만 알고 있는 기가 막힌 데가 있는데
[도지사의 당황한 신음] 일단 저쪽으로 빨리 가셔야...
(도지사) 왜 사람을 밀고 그래? 이 사람... [향미가 계속 규태를 부른다]
(향미) [가쁜 숨을 내뱉으며] 오빠, 내가 부르는 거 못 들었어?
[뻐꾸기 울음 효과음]
(규태) 어, 안 들렸네?
나 돌섬에 담배 한 대 피우러 왔다가
(향미) 오빠 보고 막 뛰어왔잖아
밖에서 보니까 더 반갑네?
[아이들이 떠든다]
(도지사) 밖에서?
아니, 그럼
안사람이라도 되나?
(규태) 아유, 아유, 그럴 리가요
- (규태) 아유 - (향미) 차기
(도지사) 차, 차기?
나도 차기인데?
[뻐꾸기 울음 효과음]
(동백) 열무도 드려야 되고, 그리고
아, 저기, 곶감도 회장님이랑 나누려고 엄청 많이 시켜 가지고
참, 그, 홈 쇼핑에서 팩 시킨 것도 반띵 해야 되는데
하, 이걸 다 어떻게 갖고 가시지?
(덕순) 얘
너 이제 나 안 볼 거니?
가져다드리고는 싶은데, 그게
가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한숨]
뭐가 참 이러냐, 쯧
그렇지?
(변 소장) 이게 경찰이여, 취객이여?
야!
야, 인마!
[놀라는 신음]
너 왜 여기서 처자빠져 자고 있어?
[피곤한 신음]
아이, 내가 잠들면 안 되는데, 아...
(변 소장) 너 술 처먹었니?
아이, 아니요, 그...
제가 어젯밤에 누굴 잡았는데, 아니
아, 기냥, 기냥 데려왔는데요
(변 소장) 누굴?
아, 어디?
아, 저기, 저, 저기, 저기
저, 당직실에다 일단은 재웠는데...
(변 소장) 누구를?
누군지는 모르겠고
(변 소장) 너 누군지도 모르는디
저 안에다 재웠다고?
아니, 아니, 아니
아휴, 이...
알기는 알 것도 같은데, 이...
[답답한 숨소리]
야, 인마
너 술 처먹고 아무나 붙들고 오고 그러면
(변 소장) 그거 인마, 납치여, 인마, 납치! [용식의 아파하는 신음]
(용식) 아이, 아유, 아유, 납치가 아니고!
[의미심장한 음악]
[강조되는 효과음]
(용식) 아셔요? 이...
(변 소장) 누구...
[변 소장의 의아한 숨소리]
시더라?
(용식) 그렇다니까요?
이렇게, 씁...
[가쁜 숨소리]
[정숙의 옅은 웃음] [용식의 가쁜 숨소리]
[오준의 미심쩍은 숨소리]
(오준) 확실히 이상하게 낯이 익긴 익은데
씁, 동네 분 아니실까유?
(변 소장) 그
댁이 어디신지...
(용식) [헛기침하며] 아이, 소장님
어제부터 한마디를 안 하세요
핸드폰은?
(변 소장) 가방에 전화기 없디?
(용식) 아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핸드폰은 먹통에 아무 기록도 없고
- (용식) 아, 팔에 - (변 소장) 응
[용식의 의아한 숨소리]
(변 소장) 어?
(오준) 이거 그 팔찌 아니어유?
[작은 목소리로] 치매
(용식) [작은 목소리로] 맞아, 맞아
여기 전화 넣어 봤어?
예, 밤새 했는데 안 받더라고유
(용식) 씁, 옹산 번호긴 옹산 번호인데 이...
어? 이건 또 언제 꺼졌어?
나 충전 좀
그, 어쨌든, 이 지문을 띠어 보려고 했는데
이, 지문이 안 나와요
뭐?
이, 지문이 다 닳아 가지고 없어졌더라고
(변 소장) 아이고
[의미심장한 음악] [용식이 입소리를 쩝 낸다]
근디 왜 여기가 뜨니?
(오준) 왜요?
(덕순) 내가 너한테 뭔 말을 꺼내기도 웃기고
안 하기도 뭣하고, 참...
[헛웃음]
어려운 얘기 안 하셔도 돼요, 회장님
저 회장님이 무슨 얘기 하실지 다 알아요
그리고 그, 이해해요
사람 인심 참 얄구지다, 그렇지?
회장님이 걱정하실 일은 없어요 제가 약속해요
동백아
내 싸가지가 요만큼이다
[옅은 웃음]
전 어차피 팔자 고칠 생각도 없고요
그, 필구 하나 키우기도 빡세요
아, 누가 너 팔자 고치지 말랴?
팔자 고쳐
용식이보다 훨씬 나은 놈
아, 그까이 거 하나 칵...
[쓴웃음]
[잔잔한 음악]
(덕순) 그려
하, 그게 어디 쉽냐?
니 세상 뻔히 아는 내가
너한테 참
우스운 짓 한다
[혀를 쯧 찬다]
[착잡한 한숨]
[한숨]
[입소리를 쩝 낸다]
저한테도 회장님 같은 엄마가 있었으면 했는데
[한숨]
[전화벨이 울린다]
(동백) 잠시만요
네
예, 소장님
누구요?
(동백) 잊고 살던 그 이름을
27년 만에 들었다
[당황한 신음]
[어두운 음악] [매미 울음]
(동백) 차라리 더 일찍이나 버리지
일곱 살은 버려지기에 더 잔인한 나이였다
(정숙) 네 이름이 뭐냐 그러면
그냥 동백이
일곱 살 동백이라고만 해
(동백) 엄마 이름
얼굴, 목소리, 냄새
그리고 버려지던 순간에 한 말까지도 너무 선명히 기억할 나이니까
(정숙) 그리고 엄마 이름 뭐냐고 물어보면
그냥 모른다고 해야 돼, 꼭
엄마 부탁이야
(동백) 부탁?
부탁이라니
일곱 살짜리가 감당할 엄마의 부탁은 너무 가혹했다
(동백) 그 가혹한 부탁을 나는 끝까지 지킬 거다
(동백) 아니요, 저는 모르는 이름인데요
[동백의 떨리는 숨소리]
(동백) 그리고 나도 꼭 한번
엄마를 버려 보고 싶어졌다
저 모르는 사람이에요
(동백) 엄마가 웃는다
기막히게도
(변 소장) 괜히 어디서 본 거 같더니
동백이랑 웃는 게 똑같구나
[줄줄 흐르는 소리가 난다]
[용식의 당황한 신음] 아이고
아이고 [용식의 당황한 숨소리]
[당황한 숨소리]
쉬, 쉬, 쉬
쉬 [용식의 당황한 숨소리]
저 몇 년생인지 몰라요, 저도 어렸어서
근데 이름
정숙이
예, 정숙이 맞아요
동네에서 다들 그렇게 불렀어요
(여자2) 어유, 저 원수 같은 정숙이 년
(여자3) 저, 저, 돈 안 갚은 정숙이 년
(용식) 그, 저기, 일단은 그, 보호자부터 좀 찾아볼게요, 예
씁, 누가 여기로 보냈거나
정신이 조금 나셨을 때 이렇게 직접 찾아오셨거나...
스스로 오지는 못했을 거예요, 사람이면
하, 그, 동백 씨, 그 우리 잠깐 나가서...
(동백) 이것 좀 그만 마셔, 씨...
나 지금도 이것만 보면 토할 거 같아
(규태) 네가 돌섬에서 담배를 왜 피워, 어?
여기 청정 수역이야
(향미) 그럼 온 세상이 금연인데 담배는 어디서 피워?
네 집에서 피워, 어?
빨빨대고 온 동네 휘젓고 다니지 말고 네 집에서
- 오빠, 나... - (규태) 뭐?
혼자 사는 여자보다 더 무섭다는
집 없는 여자야
뭔 소리 하는 거야?
나를 어디라도 들여보내고 싶은 거면
[의미심장한 음악] 모텔은 어때?
[사레들린 기침]
[한숨]
[카드 단말기 작동음]
[카드 단말기 조작음] (향미) 나도 8시에 나와서
괜히 싸돌아다니다가
언니 셔터 올리고 나서 출근하는 척하기 힘들어 죽겠다니까?
[문이 달칵 닫힌다]
아니, 월세방 보증금을 다 해 먹냐고, 어?
(규태) 너 지금 노숙자야, 노숙자
기왕 끊어 주는 거 한 일주일 정도 끊어 줘도 되는데
(향미) 가게 소파에서 자려니까 나도 허리가 아파서
[규태의 헛웃음]
(규태) 너 뭐, 호구 하나 잡았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어, 씨...
도지사
모레까지 온다며?
나는 내 허리보다 오빠 마음 편하라고 그러지
모레까지만 추가해 줘요
[카드 단말기 조작음]
[규태의 기가 찬 숨소리]
(향미) 뭐?
라면 먹고 갈래?
그 라면 먹고 죽을 일 있냐? 씨...
(동백) 잘 사셨나 봐요
곱게, 아주 곱게 늙으셨네
살도 좀 찌시고
[한숨 쉬며] 어떻게 살이 쪘지?
아니
자식 버리고 27년을 산 여자가
어떻게 이렇게 살이 쪘어?
얼굴에 고생이 바글바글하면 내가
좀 봐줬을 수도 있는데
쯧, 참... [한숨을 들이켠다]
끝까지 사람 참 비참하게 만든다
엄마
나는
엄마 덕분에
진짜 더럽게 못 살았어
학교 때는 고아라고 왕따
다 커서는 부모 없이 자란 애라고
다 내가 싫대
아니, 나는 엄마 덕분에
재수 없는 년으로 살았지만
나 그냥 그러려니 했어
'엄마도 사정이 있었겠지' 했지
근데 있잖아, 엄마 내가 작년 여름에 이 터미널에서
필구 손을 딱 10분 놓쳤었는데
삼복더위에 이가 다 막 덜덜덜 떨리더라
내가 애를 낳고 보니까
[애잔한 음악]
내가 진짜...
진짜 엄마가 용서가 안 되더라고
엄만 사람 아니야
그러니까 어디든 가요
죽는대도 연락하지 마, 응?
(정숙) 아가
너는 예뻐졌다
사랑받고 사는 계집애처럼
얼굴이 분홍이다
(향미) 혼자 들어왔는데?
혼자요?
어디 갔다 왔대요?
몰라요, 아까부터 뭔 말도 안 하고 일만 해요
[한숨]
[코를 킁킁거린다]
아니, 근디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
[칙 소리가 난다]
(향미) 언니!
[향미의 놀라는 숨소리] (용식) 아이고
아유, 동백 씨!
[용식이 레버를 달칵 돌린다] [용식의 당황한 신음]
아이, 불 올려놓고 얻다 정신 팔고 있어요, 잉?
(향미) 언니, 탄내 못 맡았어요?
[용식이 콜록거린다]
(용식) 좀 봐 봐요 어디 뭐, 덴 거 아니어요? 예?
봐 봐요, 봐 봐, 예?
아유, 진짜
아, 동백 씨 죽으면 나는요, 예?
난 어떻게 살라고요!
(향미) 아, 산 사람 다 살아요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용식의 답답한 한숨]
내가 복수했잖아요
(용식) 예?
내가 오늘 엄마 버렸어요
[아련한 음악]
(직원) 일로 와 봐요, 여기 [경비의 당황한 신음]
아, 일로 와 봐, 와 봐
내가 거짓말이 아니라니까?
어? 아니, 말을 안 한다니까, 말을
(경비) 아, 그냥 경찰에 신고해요
[직원의 한숨]
(직원) 이거 다 먹은 거예요?
치워 드려?
아줌마!
여기 막차 다 끊겼고
여기서 노숙하면 잡혀가!
아이고, 참, 대꾸를 해야지, 대꾸를
아줌마, 말 못 해요? 응?
말 좀 해 봐, 말 좀
(동백) 엄마, 말 못 해?
왜 대답을 안 해!
[성난 숨소리]
[거친 숨소리]
(동백) 소문의 동백이
동네에 안줏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착잡한 한숨]
[메시지 수신음]
[메시지 수신음이 연신 울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규태가 다급하게 소리친다]
[규태의 어색한 기침]
뭘 그렇게 급하게 뛰쳐나와?
뭘 급해? 나 다 씻었구먼, 아
(향미) 오빠!
오빠!
아, 오빠!
아 [어색한 웃음]
단톡방, 단톡방
(규태) 왜 그러냐 하면, 저 반창회나 한번 하자고들, 다들
안 물어봤어
어?
어
(규태) 묻진 않았지, 응
[메시지 수신음] [의미심장한 음악]
[성난 신음]
[메시지 수신음] (향미) 우리 둘이 처음으로 같이 찍은 사진
(자영) 왜?
[당황한 신음]
또 누구 친구 와이프가 즉사했대?
[어색한 웃음]
[방문이 철커덕 잠긴다]
진짜 다 죽여 버릴까?
어휴, 진짜 저걸 콱 죽일 수도 없고, 씨... [분노의 숨소리]
어휴, 씨... [다가오는 엔진음]
[긴장되는 음악]
[발랄한 음악]
이런, 씨...
[짜증 섞인 숨소리]
[못마땅한 숨소리]
(규태) 너 지금 뭐 하자는 거야?
(향미) 오빠, 내 꿈이 뭔 줄 알아?
(규태) 아, 누가 네 꿈 물어봤어?
내 꿈은 코펜하겐이야
뭔 부루마블이야, 씨
야, 인마
너 아무튼 딴소리하지 말고...
최향미를 아무도 모르는 코펜하겐으로 이민 가서
새 인생 사는 거지
가, 어, 가, 그, 그럼 가
아무도 안 말려, 가
근데 1억이 없잖아
- (규태) 뭐? - 1억이 있어야 코펜하겐을 가지
[익살스러운 음악]
[한숨]
너 지금 나한테 1억 소릴 왜 하는데? 어?
너 나, 나 지금 협박하는 거야?
아이, 누가 1억을 달래?
나도 견적은 알지 오빠한테서 어떻게 1억이 나와?
마누라한테 찍소리도 못 하고 살면서
[뻐꾸기 울음 효과음] 찍소리는 해, 이, 씨
아니, 존경하는 오빠 보니까
기부하고 사진 찍고 그런 거 좋아하던데
나랑은
(향미) 선 사진 후 기부다 생각하면 좋잖아
오빠
나야말로 부모 없고 집도 없는 불우 이웃이야
(변 소장) 까불이가 설쳐 댈 때도
문을 안 닫던 애인디 [용식의 한숨]
전화 넣어 봤어?
안 받아요
집 밖으로도 안 나오시고
(정숙) 동백아
밥을 잘 먹어야지 혜란이 이기고
내년에 학교 가지
(필구) 혜란이가 누구인데요?
나 맨날 때리던 주인집 딸
(동백) 엄마는 내 일곱 살에 갇혀 있는 것 같았지만
다 거짓말이다
엄마, 왜 그래?
[정숙의 장난스러운 신음]
나한테는 이런 거 해 준 적 한 번도 없으면서
(동백) 언제 엄마가 내 밥숟가락에 반찬 올려 줘 본 적 있어?
아이, 근데 왜 이렇게 쇼를 해?
아유, 엄마 한풀이하는 거야, 지금?
(정숙) 저기요
밥은 저희끼리만 먹을게요
[동백의 한숨]
자
(준기) 진짜인데?
우리 아빠도 같이 봤다니까?
셔터는 내려갔는데 안의 불은 켜져 있었어
(필구) 향미 누나인가?
그럼 한번 들어가 보지
(준기) 아, 무섭잖아
도둑이면 몰라도 귀신이면 어쩌라고
(필구) 아빠 있는데 뭐가 무섭냐?
뭐, 아빠도 있으나 마나네
(준기) 야, 그래도 우리 아빠가 풀 파워로 붙으면
우리 엄마 이길 수도 있거든?
우리 아빠 힘세 갖고 나 목마도 태워 주거든?
내가 42킬로거든?
(필구) 나 목마 타 보고 싶지도 않거든?
(용식) 필구야! [아름다운 음악]
[용식의 웃음] [필구의 즐거운 신음]
[용식의 웃음]
필구, 필구, 필구 너 아침은 먹은 겨?
응? 엄마랑 같이 먹었어?
뭐 먹었어, 뭐, 뭐, 어?
왜, 왜, 왜, 왜?
놀랐어?
필구 너 이런 거 안 해 봤구나
아저씨
또 점수 깎였네?
[당황한 숨소리]
(필구) 재밌었다
금방 한 거 나도 해 줘요, 나도
- (용식) 너? - 넌 너희 아빠한테 해 달라 그래
나, 나 방금 한 거 또 해 줘 봐요, 나
[당황한 웃음] 또?
[잔잔한 음악]
[세탁기 종료음] [힘주는 신음]
[물이 솨 흘러나온다] [기계 작동음]
[그릇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수도꼭지를 잠근다] [물이 내려간다]
(동백) 대체 뭘 하고 산 건지
엄마랑 산 일주일 만에 알 수 있었다
(정숙) 저...
[동백의 한숨]
(정숙) 저기요
사장님, 저 이제 퇴근하려고요
아이, 왜 자꾸 나한테 사장님이래?
저기요, 사장님
뭐?
어떡하라고?
아, 그, 퇴근해요, 퇴근해!
저기요
(정숙) 저기요, 사장님
뭐, 또?
[옅은 웃음]
(정숙) 이제 내일모레는
화장실 락스 청소 좀 할까요?
[한숨]
엄마
자식 버리고 남의 집일 하고 살았어?
[옅은 웃음]
(정숙) 2만 3천 원...
(동백) 잘 살았대도 못 살았대도
짜증 나긴 마찬가지였다 [한숨]
[남자2의 기쁜 숨소리]
(남자2) 아이, 근데
이 건물은 왜?
혹시 아나요?
뒤뜰에서 기름이라도 팍 터질지
(여자4) 아, 건물이 매매로는 안 나왔고
전세로는 나와 있기는 한데
- 까멜리아요? - (남자2) 동백이 나간디야?
(여자4) 아, 나가긴, 쫓겨나는 거지
아, 걔가 그 보증금으로 갈 데가 어디 있어?
(남자2) 아
그래서 5일째 문을 안 연 거구먼?
(여자4) 며칠째인지 세고 있었나?
- (남자2) 아유, 저기, 그... - (종렬) 그, 전화 한번 해 보세요
(여자4) 주인한테요?
아니, 그 세입자한테요
(남자2) 아, 세입자한테는 왜?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알아야 제가 또...
그, 가게도 한번 둘러보고 하죠
예, 주인분이 내놓으신 건 맞는데요, 그...
제가 다시 전화드릴게요
예
[한숨]
[한숨]
(동백) 그렇지
또 저 날이 오려니까 다 재수가 없지
[한숨] [노크 소리가 들린다]
[힘주는 신음]
뭐, 금두꺼비라도 하나 주게?
[힘주는 신음]
[가쁜 숨소리]
[한숨]
너 해, 너 줄게
이걸로 집 사
[애잔한 음악] (동백) 감동은커녕 차라리 정신이 번쩍 났다
[동백의 한숨]
(동백) 엄마, 그 나이에 딸년한테 줄 게 이게 다야?
어, 하나 빠졌다
아니면 차를 사든가
엄마, 나 있잖아
절대로 엄마처럼은 안 돼야겠어
(찬숙) 회장님
용식이 단속 빠짝 하셔야 돼유
까딱하면 지금 용식이가, 응?
그 장모 수발들게 생겼어유
(재영) 어휴, 아무튼 동백이 팔자도 참 첩첩산중이여, 응?
천애 고아에, 아비 없는 자슥에
아, 인자는 치매 노모까지 건사하게 생겼잖여
(덕순) 팔자가 아무리 지랄을 한들 동백이를 이길까?
동백이는 난년이여 [게를 서걱 썬다]
시커먼 콩나물시루에 가둬 놔도
빛 들어올 구녕을 찾아내는 애라고, 갸는
[밝은 음악]
(동백) 가족이라고 해서 더 주진 않아
시급은 공평하게 8,500원이야
(변 소장) 너 또 텔레비전 나오는 프로파일러들 봤지? 어?
어이구
그이들은, 인마 다 박사 학위 딴 이들이여!
아, 네가 이렇게 저, 저 분홍 밑줄 쳐 가며 공부한다고
그이들처럼 되는 게 아니라고
[펜을 탁 내려놓는다]
그이들이 암만 그, 박사 학위를 땄대도
나보다도 까불이 잡고 싶어요?
정신일도 하사불성
의지로 따지면 내가 박사 중 상박사지
그건 또 뭔 개똥 같은 논리여?
까멜리아나 가 봐
(변 소장) 셔터 올라갔디야
예?
(향미) 언니도 인생 참 하드 캐리 하신다
요즘 내 인생이 좀 안 어울리게 달달구리했잖아
근데 엄마까지 오고 보니까
(동백) 내가 차라리 정신이 번쩍 나는 거야
'아, 맞다, 이게 내 팔자였지?'
나 진짜 이 악물고 두루치기 팔려고
(향미) 음, 용식이 때문에 마음이 좀 살랑은 했구나?
야, 그렇게 나 좋다는데 살랑도 안 되면
사이코패스지 [옅은 웃음]
(향미) 어쩐 일로 바로 인정을 해요?
(동백) 이제는 다 땡이니까
나 아예 용식이랑 안 놀 거야
갑자기 왜 단호박이 됐어요?
(동백) 그냥 무시무시한 내 팔자에 용식이는 안 끼워 주려고
고아에다 미혼모에다
치매 엄마까지 추가인데 어딜 끼워 줘?
그냥 용식이는 봐줄래
쯧, 내 팔자에 말리기는
좀 너무 귀엽잖아
[문이 스르륵 열린다] 치...
그렇지?
[가쁜 숨소리]
(용식) 아이!
아이, 진짜!
아이, 진짜진짜, 아이, 진짜진짜
아유, 진짜!
[용식이 씩씩거린다]
(향미) 하, 왜 저래?
[용식이 연신 씩씩거린다]
아이, 나 진짜 죽는 줄 알았다고요!
동백 씨 보고 싶어서!
보고 싶어 갖고!
[용식의 감격스러운 웃음]
동백 씨! [용식의 감격에 겨운 신음]
(향미) 담배나 한 대 피우러 가시죠
[용식의 감격스러운 웃음]
아니, 엄마는 뭘 또 쫓아 나가고 그래?
[용식의 힘주는 신음]
(용식) 씁, 아이, 그냥 이, 이것저것 [쑥스러운 웃음]
아, 이거는요, 그...
씁, 그냥 그, 혹시나 하는 차원에서
[웃음]
[한숨]
하필이면 또 용식 씨한테 다 뽀록이 났네요
(동백) 애 아빠에다가 치매 엄마에다가
뭐 이렇게 난 맨날 걸려?
아유, 저는요
그냥 일절 신경을 안 써요 [웃음]
(동백) 뭘 신경을 안 써요?
속으로는 '아, 뜨거워' 그랬으면서
속으로는 막 '아휴, 이 지뢰밭에 안 걸린 거 천만다행이다'
그랬겠지, 뭐
(용식) 그, 쓸데없는 소리 하실 거면요
저짝 가서 마늘이나 까요
근데요, 나 어차피 이제 용식 씨 좀 짜증 나요
가만있는 놈한테 왜 짜증이 나요?
쪽팔려서요
아, 내 바닥까지 다 아는 사람 불편하지 않겠어요?
암만 동백이라도
자존심은 있는 거잖아요
(용식) 그, 어머니 연령대로
주민 등록이니 의료 기록이니 그, 싹 다 뒤지고 있으니께요
아니, 용식 씨, 제 말이 우스워요?
나 이제 용식 씨 싫다잖아요
싫어도 어쩔 수 없어요
동백 씨 있는 데가 지뢰밭이면요
더더욱이
혼자 가만히 안 놔, 아이 아, 안 냅둬요
[잔잔한 음악]
[매미 울음]
(동백) 제가
만약에 남자를 만난다면요
그냥 막
막 산뜻하게 만나고 싶어요
내 우울하고 찌질한 과거 그런 거 하나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
그냥 사랑만 받고 산 척 그늘도 없는 척, 막 그렇게
천진하게, 그렇게 만나고 싶어요
그러니까 용식 씨는 아니에요
제일 아니에요, 제일
[당황한 웃음]
제일 아닐 것까지야...
(동백) 난 용식 씨 앞에서 영원히 딱한 여자일 거잖아요
내가 한숨만 쉬어도 용식 씨는 가슴이 철렁할 거고
그리고 나는 텔레비전에 강종렬만 나오면 막
용식 씨 눈치를 보겠죠?
그러니까 나는 용식 씨 앞에서
막, 속 편하게 막
막 행복할 수도 없어요
아휴, 아유
아유, 아주 기냥
오늘은 작정을 하셨나 봐요
[웃음]
[옅은 한숨]
저...
오늘은 기냥 갈래요
(동백) 그러니까
다시 오지 마세요
동백 씨
저도 소심해요
(용식) 이, 제 마음까지
돌뎅이는 아니라고요
[어색한 웃음]
그니께
오늘은 여기까지만 차요
가요
(동백) 29일의 저주가 용식이도 보냈다
엄마
내일 29일이잖아
내 생일인데
(동백) 미역국 안 끓여 줘?
내 생일은 겨울 언제였는데, 그렇지?
근데 그냥 여름이 됐어
[헛웃음]
엄마가 애를 보육원에 버렸더니
버려진 날이 생일이 된 거야
그거 엄청 끔찍하겠지?
[어두운 음악]
(간사) 어유, 엄마 이름이니 살던 데니
죽어도 말을 안 해요
(원장) 이름은 동백이가 맞대?
(간사) 모르겠어요
성은 말도 안 하고 그냥 동백이라고만 하니까
아, 생년월일도 모르는데
출생 신고는 어떻게 하나?
(원장) 그래도 자기가 일곱 살이라고 했다며?
그럼 그냥 대충
여기 들어온 날로 생일 해
(간사) 네
남들은 그 좋다는 생일이
[한숨 쉬며] 나한텐 최고로 끔찍한 날이 돼 버린 거야
(동백) 그러니까 엄마
이 정신 돌아올 때마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 줘
엄마가 나한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난 엄마가 그것까지 까먹고 막 홀가분해할까 봐
자꾸 약이 올라
[정숙의 한숨]
아가
내가 너 위해서
뭐든 딱 하나
딱 하나는 해 주고 갈게
그래
뭐든 해 줘 봐, 나는 뭐라도 하나 받아야겠으니까
(향미) 생각해 봐, 이게 싸게 먹히는 거야
오빠 이 사진 까여서 이혼당하면
위자료는 1억으로도 퉁 못 쳐
사모님이 이혼 전문 변호사시잖아
나도 판을 보고 광을 파는 거라고
내가 큰 욕심 안 내고 광만 팔고 끝내겠다는데
생큐지, 생큐
[의미심장한 음악] (규태) 오지게 걸렸구나
아니지
뭐?
오지게 걸린 게 아니라 오빠 발등 오빠가 찍은 거지
(향미) 나 같은 애들은 원래 벌거벗은 임금님 옷 같은 거야
착한 남자들 눈엔 안 보여
그러게, 오빠
왜 헛짓거리를 해?
집에다 비단을 모셔 두고 왜 삼베를 집어?
내가 오지게 걸렸다 얘기했었나?
- 뭐? - (규태) 어, 아니야
[긴장하는 숨소리]
(규태) 어제도 두 시간이나 잤나, 뭐...
(홍근)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씁, 일단
3일 치만 처방해 드리는데요
이 신경 안정제가 부작용으로
공격성이나 충동성이 강해질 수 있단 말이에요
뭐, 드물기는 한데 [홍근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원흉을 없애야 되지 않을까요? 원흉...
(홍근) 드시다, 어, 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복용 중단하시고요
약 드시면서 절대 음주하시면 안 됩니다
이, 매미 소리가 싫으면
[마우스 조작음]
나무를 뽑아 버려야 되는 거잖아요, 그렇죠?
(홍근) 아, 매미 소리 때문에 못 주무시는 거예요?
암만 해도요
그 본거지를 없애는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상인) 고맙습니다
[정숙이 중얼거린다]
(용식) 아유, 어머님!
아유, 나오셨어요?
[용식의 웃음]
(향미) 언니 생일이래요
예? 동백 씨 생일이에요?
아, 가짜 생일
진짜 생일은 겨울 언젠데
[호응하는 신음]
(용식) 아유, 어머님 빨리 모시고 들어가시지 그래요?
[용식의 어색한 웃음]
오늘이 그냥 주민 등록증상 생일이라고
[익살스러운 음악] 아이, 아, 어머니
오늘은 조금 괜찮으신 거죠?
(향미) 자꾸 왔다 갔다 하세요
고아원에 버려진 날이 생일이 됐대요
그 원장, 사람 그렇게 좋아 보이더니
아주 개년이었어
[규태가 중얼거린다]
(규태) 거...
아이, 그, 내가 군수 돼서
그, 게장 단지 지정되면
아무래도 골목길을 그, 게장집으로 통일하는 게 좋고
나도 개인적으로, 그
좀 불편한 것도 있고, 거참, 그...
[규태의 헛기침] 사모님한테 얘기 들었어요
사모님?
우리 마누라?
만기 때까지 빼라고는 하셨어도...
아, 네가 우리 마누라를 만났어?
[입소리를 쩝 낸다]
근데 혹시나 사장님은 의견이 좀
다르실지도 모른다 기대해 봤는데...
[익살스러운 음악]
뭐?
네가 나한테 기대를 했어?
사장님은 또 저희 집 단골이시니까 혹시나 하고요
하, 그 기대 좀 좀 일찍 좀 해 주지! 씨
예?
(규태) 네가 나한테 조금만 살갑게 대했어도 오늘날의 이 사태가 오냐?
너나 내 마누라나 너희들이 날 그렇게 무시하니까
내가 헛군데에다 삽질하다가 아주 내가...
진짜...
아휴, 나 소주 한 병 한다
(동백) 혼자 술 드시게요?
아, 땅콩 달라고 안 그래! 땅콩 끊었어
[규태의 한숨]
(규태) [술 취한 말투로] 너희들 진짜 왜 그래, 왜?
나한테만 왜 그러냐고! 어?
마누라는 세종대왕에
우리 술집 주인은 땅콩 투사에
이젠 막 나한테 1억 귀신까지 들러붙었어
나만 보면 '억, 억, 억, 억' 그래
그러니까 내가 지금 신경 안정제를 안 먹게 생겼냐고
(동백) 사장님, 많이 취하신 거 같은데
이제 그만 드세요
(규태) 야
너 내 얘기 듣냐?
하, 안 되겠다
이제, 이제, 이제 일어나세요, 좀
(규태) 야
사람 말을 들으라고
너희들은 왜 내 말만 안 듣는데?
이거 손은 놓고 말씀하세요
(규태) 그래, 그러니까
그러니까 네가 왜 이 지경이 오게 만드냐?
네가 땅콩을 줬으면 내가 삐뚤어졌어?
가게 뺄 일이 생기냐고, 어?
[동백의 짜증 섞인 신음]
너 내쫓는 내 마음은 뭐, 깨춤을 추겠냐?
나도!
[한숨]
[훌쩍이며] 너 보면 짠해
어? 그냥 고향 동생 같고 막
오빠 마음도 그, 짠해, 안 짠해? 어?
참, 쯧
[규태의 술 취한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씁, 사장님, 이렇게 자꾸 제 손을 잡으시면 저
가게 앞에 써 붙일 거예요
뭐를?
'노 규태 존'이라고요
뭐?
여기는 노 규태 존
나만? 노규태만 들어오라고?
[비웃음]
(동백) 아니, 그거 아니고
그, '노 키즈 존' 할 때 그 '노 규태'의 '노'
'노 키즈', '노 스모킹', '노 규태'
[칙 소리가 난다]
그 미국 대통령도 막 비서한테 찝쩍거리다가
(동백) 그냥 훅 갔잖아요
사장님도 군수 하고 싶으시잖아요 [규태의 술 취한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이 신경 안정제가 부작용으로
공격성이나 충동성이 강해질 수 있단 말이에요
야
너 지금 날 협박하냐? 어!
[한숨]
아, 저도 사장님이 막
(동백) 그, 고향 오빠같이 짠하고 막 그래요
야
네가 뭔데 내가 짠해? 네가 뭔데 내가 짠해?
고향 오빠는 손목은 안 잡잖아요
약 드시면서 절대 음주하시면 안 됩니다
[헛웃음 치며] 야, 야
야, 야, 야
너 이러면 네가 엄청나게 비싸 보일 줄 알지?
(용식) 동백 씨, 약한 척하지 말아요
(규태) 어, 근데
너 이러면 이럴수록
그냥 딱 얼마짜리 같은 줄 알아?
그냥
그냥 딱 아주 꼴값
아주 딱 꼴값
[동백이 씩씩거린다]
내가 꼴값이면 사장님은 육...
[동백의 성난 숨소리]
- 뭐? - 육...
어휴, 씨
(규태) 육 뭐?
육 뭐! 쯧
(동백) 취하셨으면 얼른 가요, 가
(규태) 아, 왜 말을 하다가 말아!
(동백) 아, 이 손은 놓고 얘기해요!
(규태) 그러니까 육 뭐?
육 뭐!
육갑!
[익살스러운 음악]
(동백) 용식 씨, 왜 거기서 나와요?
육갑, 응?
육갑!
[용식의 힘주는 신음]
[동백의 놀라는 신음]
[씩씩거린다]
[용식의 힘주는 신음]
(용식) 육갑, 육갑, 육갑! 이, 씨!
[용식이 씩씩거린다] (규태) 아이, 아이고!
[규태의 아파하는 신음]
[소란스럽게 싸운다]
[강조되는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뎅 하고 울린다]
[규태가 중얼거린다]
(규태) 너 몇 살이야?
너 몇 살이야, 야!
[규태와 용식의 다급한 신음]
[용식이 씩씩댄다]
[연신 소란스럽게 싸운다]
[뎅 하고 울린다] (규태) 가만히 내가 안 놔둬
내가 가만히...
[뎅 하고 울린다]
[용식의 가쁜 숨소리]
[용식의 분에 찬 신음]
(용식) 동백 씨가 손잡지 말랬지?
어! 말랬지!
너 한 번만 더 눈에 띄면
손모가지 분질러 버릴 겨, 어!
[용식의 가쁜 숨소리]
야
나 임플란트 빠졌어
[당황한 신음]
[울먹이는 숨소리]
나 임플란트 빠졌어
임플란트!
[규태의 울먹이는 숨소리] [당황한 숨소리]
(규태) 너 현직 순경이 차기 군수 임플란트를 털어?
내가 이거 가만 안 있어 내가 가만 안 있어, 내가
나는?
나, 나는 뭐, 가만있을 줄 알아? 어!
나는! 나는!
- (용식) 나는! - (규태) 넌 뭐, 뭐?
나는!
(용식) 나는!
너 절대 안 뽑아!
[규태가 씩씩거린다]
[잔잔한 음악]
[동백이 숨을 카 내뱉는다]
(규태) 아, 수갑을 채워요, 수갑을!
이거 현장 체포잖아요
포박을 해요 이거 도주를 하면 어떡하려고, 이, 씨
[규태의 아파하는 신음]
(변 소장) 팔짱이라도 껴, 이 새끼야
[용식의 못마땅한 숨소리]
(용식) 아, 놔요! 쯧
(변 소장) 야, 야, 야 [규태의 아파하는 신음]
[차 문을 달칵 열며] 뒤에 타
[용식이 씩씩거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규태의 한숨]
[못마땅한 한숨]
(찬숙) 그니께 지금
총각이랑 유부남이랑 동백이 때문에 붙은 겨?
(재영) 잉 [찬숙의 호응하는 신음]
아주 옹산 경국지색 나셨네
(규태) 아휴
(찬숙) 오라이, 오라이, 오라이
야, 우리 회장님 또 속 터지겄네
(향미) 진짜 안 가 봐요?
규태가 진짜로 용식이 밥줄 끊어 놓을 거 같다던데
가서 뭐라고 해?
뭐, 그 유부남은 내 손목을 잡았고
용식 씨는 내 편 들어주다가 싸웠다 그래?
(향미) 거기는 부인이 변호사잖아요
용식이도 자기편이 있어야지
(동백) 아, 난 안 가
나 소문이라면 진짜 지긋지긋해
(규태) 현직 순경이
차기 옹산 대권 후보를 폭행한 게
이게 지금 팩트라니까?
- 왜? - (규태) 아, 왜긴 왜야!
(규태) 미친놈이니까 그렇지 아주 미친놈이, 그냥 아주...
[규태의 못마땅한 신음] 아이, 진짜...
아, 저...
(변 소장) 야
뭔 야기를 햐, 야기를, 어?
아, 네가 뭔 말을 해야 합의든, 어?
정당방위든 비벼 볼 거 아니여 [규태가 구시렁거린다]
왜? [규태의 짜증 섞인 신음]
노 사장이 동백이를 건드렸어? 응? [규태의 한숨]
아, 뭐, 어떤
성희롱이나 뭐, 어떤?
[아련한 음악] 지방에서 술 파는 식당 하면서
혼자서 애 키우면서 살아 보셨어요?
그럼 이 남의 구설 타는 게 얼마나 지긋지긋한지
이해를 하셨을 텐데
[한숨]
[규태의 짜증 섞인 신음] 그런 거 일절 없었어요
- (성민) 어, 여기 들어오시면 안 돼요 - 동백 씨 이 일에 엮이게 하지 말아요
- 야 - (규태) 화장실, 화장실
너 동백이 지키다가 진짜 전과자 돼야
(규태) 화장실, 알았어
아유, 알았어, 알았어, 놔
(변 소장) 쟤 지금 눈깔이 아주
약 한 눈 같잖여
- (규태) 내가 누군지 알아? - (성민) 아유
(규태) 낯짝은 건드리지 마! 어딜 치려 그래?
같은 소속이야? 어?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내가 옹산 군수랑 급식도 푸고
송어도 먹고 다 했어, 내가!
- (규태) 아유, 아유, 진짜 - (변 소장) 아, 좀 앉아요
- (규태) 에헤, 참 나 - (변 소장) 에이, 좀 앉아, 좀...
(규태) 알았다고!
- (변 소장) 아유 - (규태) 오셨어요?
(규태) 아이고
(향미) 파출소 막내가 그러는데
용식이가 입 딱 닫고 아무 소리도 안 한대요
씁, 정의의 사도가 아주 폭력 경찰 될 판이던데?
그래도 경찰인데
아이, 무슨 경찰이 콩밥이야 먹겠어?
소장님이 어련히...
경찰이 사람 치면 그, 가중 처벌 아닌가?
(향미) 그건 더 새 된 거 같은데?
(규태) 아이, 가만히 있는 놈을 기냥 쳐 버리더라고!
나는 그냥 무방비 상태여 가지고
경황 중에 임플란트는 내가 털렸지만...
- (자영) 조용히 좀 해 - (규태) 아, 내가 뭐
당신이 조용히 하라면 조용해야 하는 사람이야?
당신 무슨 약 했어?
하, 어유
(덕순) 야가 미친놈이여?
가만히 있는 놈을 왜 쳤겄어? 잉?
야, 너 왜 주둥아리를 딱 붙이고 있냐?
말을 혀, 말을!
(규태) 나는 진짜 청렴결백하다니까?
(덕순) 아, 너는 착한 놈 패는 놈은 아니잖아!
너무 뭔 거리가 있으니께 날아 차기를 혔겄지
아니, 대체 저짝에서 까멜리아에서 뭘 어쨌길래?
(용식) [힘주는 숨소리] 아이, 좀!
기냥, 기냥, 내, 내가 기냥 치고 싶어서 좀 쳤소! 좀
(규태) 저거 봐, 저거, 저거 저거 봐, 저거 봐
저거 봐, 저거 봐, 저거 봐, 저 저 완전히 저거 사이코패스라니까
저 눈 좀 봐 아유, 완전 사이코패스잖아
(덕순) 야 기냥 집어 처넣어요
- (용식) 아유, 아, 알았어 - (덕순) 지, 집어넣어
(용식) 아유, 아, 아파, 아유, 아, 엄마!
(동백) 장사 준비나 하자
[향미의 미심쩍은 숨소리]
(향미) 거기 들어가면 언니 오늘 장사 못 할 거 같은데?
[동백의 한숨]
[동백의 한숨]
아휴, 그래도 경찰인데 무슨 경찰이 전과자가 돼?
경찰은 봐주겠지
이게 뭐지?
[부드러운 음악]
(용식) 너에게로 가는 길
동백길
조금만 더 오세요, 동백 씨
한 발자국만 더
한 걸음만 더 가까이
짠!
(용식) 생일 모르면요
맨날 생일 하면 돼요
내가요
맨날 생일로 만들어 드리면 돼요
동백 씨의 34년은요
충분히 훌륭합니다
아이 씨, 진짜 나한테 왜 그래? 씨
아휴
[울먹이며] 아, 진짜 내가 뭐라고 자꾸 이래?
[흐느낀다]
[동백이 계속 흐느낀다]
[다가오는 발걸음]
아이, 이렇게 천지가 동백꽃인 날
우리 동백이가 태어났는데
이게 다 엄마 때문이야
[동백이 훌쩍인다]
(동백) 그러니까 나를 왜 버려?
엄마가 애를 일곱 살 때부터 기죽어 살게 만드니까 내가...
내가 막 이런 데 넘어가지, 씨
[동백이 훌쩍인다]
나는 걸을 때도 땅만 보고 걷는 사람인데
[훌쩍인다]
이 사람이 자꾸 나를
고개 들게 하니까
[동백이 흐느낀다] 꽃이 다 피겠네, 이제
이 사람이랑 있으면 내가 막 뭐라도 된 것 같고, 엄마
자꾸 또 잘났다, 훌륭하다, 막
지겹게 얘기를 하니까 내가...
내가 진짜 꼭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으니까
[계속 흐느낀다]
[동백이 계속 흐느낀다]
[성난 숨을 내뱉으며] 나도 화딱지가 나!
더는 안 참고 싶어진다고!
출동하시는 거예요?
셔터 내려
[흥미진진한 음악]
(향미) 걱정 마세요
언니는 본 투 비 하마니까
하마가 빡치면 옹산 평정이라고
(정숙) 하마를 괜히 순둥이로 보는 것들이 똥 멍청이들이지
원래 하마는 어흥도 안 해
물고 자시고도 없어
그냥 냅다 들이받으면 끝이니까
동백 씨
(변 소장) 오, 어, 동백아
너 마침 잘 왔다
네가 저 현장에서 뭘 다 봤으니께...
(동백) 아니요
저 목격자로 온 거 아니에요
[변 소장의 의아한 신음]
그런 시시껄렁한 목격자로 온 거 아니고요
저 고소하러 왔어요
(변 소장) 아이, 이 와중에 뭔 고소를?
[비장한 음악]
2016년 12월 13일에
(동백) 노 사장님이 천장 물 새는 걸 보러 와서
천장은 못 고치고
내 좌측 날갯죽지만 두 번 두드리고 갔고요
2017년 2월 24일은
관리비를 받으러 왔다던 노 사장님이
관리비를 받는 척하면서
내 손등...
하, 두 번 스쳤어요
하등 터치할 필요가 없는데도요
[못마땅한 숨소리] 2018년 5월 15일에는
노 사장님이 두부김치를 처먹다 말고
두부가 동백이 피부같이 하얗다고
두 번 반이나 말했어요
(변 소장) 두, 두 번 반?
(동백) 세 번째는 말을 하다 말고 토했어요!
술을 처먹고요
이거 음주 언어폭력 맞잖아요, 그렇죠?
[말을 버벅대며] 응, 그렇지
[동백이 장부책을 탁 덮는다]
(동백) 그리고 저번에는
내 8천 원
떼먹고 토꼈어요
[규태가 취한 목소리로 말한다] (변 소장) 아이, 그, 그, 그러니께
이게, 저
까, 까멜리아 치부책이라는 거지?
아주 피바람이 불겄구먼
(동백) 성희롱, 주폭, 무전취식
나 이거
싹 다 합쳐서 노규태 씨 고소할래요
노규, 노규태 씨, 노규태 씨?
야, 너 이거 지금 가게 뺀다고 지금 막 나가냐?
(자영) 바로 알았다
쟤는 내 남편과 바람을 피웠을 리 없다
(동백) 그러니까 용식 씨 잡아가지 말고 노규태 잡아가요!
(덕순) 둘이 정분이 나겄구나
[떨리는 목소리로] 동백 씨
(용식) 거기 이름 쓴 놈들
싹 다 그냥
나 보, 보여 줘요
(동백) 아, 용식 씨는 왜 거기 그렇게 쭈그리고 있어요!
용식 씨 잘못한 거 하나도 없으면서!
[부드러운 음악]
[감격에 겨운 신음]
동백 씨가
지금 저
지켜 주신 거예요?
[속상한 숨소리]
아씨, 진짜, 씨...
[한숨]
아, 진짜 왜 이렇게 사람이...
하, 신경 쓰이게 해요!
[울먹인다]
(동백) [흐느끼며] 울어요?
[함께 흐느낀다]
[의미심장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형사) 신원도 바로 나왔어요
그분이 맞죠?
[거친 숨소리]
[떨리는 목소리로] 아니야
안 죽었어
[부드러운 음악]
(규태) 이게 다! 그, 정치 공작
[찬숙의 비웃음] 이깟 일로 노규태 앞날에 스크래치 안 나요
(규태) 야!
(용식) 이, 노규태는 동백 씨가 알아서 하실 거고요
나, 이 황용식이는 까불이 잡아야쥬
- (지현) 까불이? - (재영) 까불이는...
(찬숙) 그 살인으로 돈 번 이가 하나는 있지
(제시카) 옹산에 뭐 있어?
처신 똑바로 해
내 자존심 건드리지 마
(종렬) 하, 가면 안 되는데
(종렬) 그렇게 보는 눈이 없으니까 네 팔자가, 씨...
(동백) 네가 뭔데 내 팔자를 폈다 말았다 해?
(용식) 동백 씨! [용식의 웃음]
(종렬) 너 연애하는구나
- (용식) 우, 우, 우리가... - (동백) 썸 타 봐요
.동백꽃 필 무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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