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6
KBS 수목드라마 ‘마왕’ 6회 - 고통의 도시로 가려는 자, 나를 지나가라
씬1 도서관 자료실 데스크(전회 연결, 오전)
해인이 천천히 파란색 봉투를 열어보면 그 안에 들어있는 타로카드 한 장.
수선화가 그려져 있는 <여제 The Empress> 카드다.
카드를 바라보는 해인의 얼굴엔 어쩔 수 없이 긴장과 불길한 예감이
담겨있다.
씬2 강력5팀(아침)
오수, 굳어진 얼굴로 사진을 들여다본다.
사진속의 소년 오수는 해 맑게 웃고 있다.
긴장된 표정, 충혈 된 눈으로 사진을 바라보는 오수.
재민 (사진 들어다보면서) 누구 사진이에요?
오수 ...
민재 (오수 눈치 살피며 조심스레) 강선배....같은데?
오수, 두 사람의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 듯 긴장된 표정으로 편지를 집어
들어 펼친다. 프린트된 글씨.
씬3 도서관 자료실 데스크(오전)
긴장된 시선으로 <여제> 타로카드를 응시하는 해인.
오수 (E) 고통의 도시로 가려는 자, 나를 지나가라.
씬4 강력5팀(오전)
오수, 싸늘하고 충혈 된 눈으로 편지를 보고 있다. 그 위로.
오수 (E) 영원한 고통으로 가려는 자, 나를 지나가라.
씬5 실내 수영장/혹은 거리(오전)
수영장 한 복판에 둥둥 떠서 무표정한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승하, 두 팔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오수 (E) 영혼을 상실한 인간들에게 가려는 자, 나를 지나가라.
-승하, 갑자기 물속으로 잠수해서 한참을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
물 위로 솟구치듯 몸을 내민다.
타이틀 뜬다. 마왕 6 회
씬6 경찰서 주차장(오전)
긴장된 눈빛, 꽉 다문 입, 거친 걸음으로 걸어와 승용차에 타는 오수.
씬7 멈춰진 차 안(오전)
오수, 신경질적으로 문을 탁 닫고는 차 키를 꽂으려는데 불안정하고
흥분된 마음 탓에 차 키가 제대로 꽂히지 않는다.
‘에이씨’ 화를 내며 거칠게 차 키를 옆 좌석으로 확 집어던져버리고는
핸들을 손으로 미친 듯이 두드려 패듯 때리더니 핸들에 얼굴을 박는다.
오수, 답답하고 미치겠는 심정이다.
씬8 경찰서 근처 카페(오전)
광두 (놀라서) 조동섭을 배후에서 조종한 인물이 성준표라구요?
반팀장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 성준표 집에서 증거품도 발견됐구. 근데
말짱 도루묵이 됐어.
광두 왜요?
반 근데 너 이 사건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아? 오수 얘기는 또 뭐구?
광두 (다급한) 대답해 주세요.
반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직감하고)...증거품은 누군가 조작한 것 같구,
아까 말했듯이 성준표한텐 권변호사 살해 동기는 있어. 하지만 윤대식
살해 동기는 없거든.
광두 (굳어지며) 지금..누구라고 했습니까?
반 윤대식이라고 강형사 친군데 그저께 밤에 죽었어.
광두 (창백해지는)....
반 오늘 부검해 봐야 살해된 건지 자연사인지 밝혀지겠지만 그 친구
사무실에도 타로카드가(하는데)
광두 (중얼거리듯) 이럴 수가..
반 ?...뭐가?
광두 (뭔가 무서운 것을 본 것처럼 정지된 표정)...
씬9 도서관 복도(오전)
복도를 뚜벅뚜벅 걸어가는 승하의 발.
씬10 달리는 차 안(오전)
긴장되고 충혈 된 눈빛으로 앞만 보며 운전하고 있는 오수.
본능적으로 룸미러로 자신을 미행하는 차가 있는지를 살피는 오수의 눈빛이
날카롭다.
씬11 도서관 복도(오전)
담담하고 평화로운 표정의 승하, 복도를 걸어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봄 햇살이 눈부신지 눈을 조금
찡그리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지는 승하의 모습이 아이처럼
천진난만해 보인다.
씬12 강력5팀(오전)
민재 (소년 오수의 사진을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재민 (사진을 들여다보며) 근데 이 싸이코 자식 도대체 목적이 뭘까요?
민재 (대답대신 사진 재민에게 주며) 지문감식 의뢰해. 보나마나 깨끗하겠지만.
(E) 오수 핸드폰 소리.
-민재, 소리가 나는 쪽을 보면, 오수가 놓고 나간 핸드폰이 오수 책상
위에서 벨을 울리고 있다. 민재, 핸드폰 들어 창을 보면 ‘서해인’이라고
떠 있다.
민재 (받으며) 여보세요?
해인 (F) 강형사님 핸드폰
민재 (말 자르며) 핸드폰을 놓고 나가셨어요.
씬13 도서관 자료실 데스크(오전)
<여제> 타로 카드를 앞에 놓고 들여다보며 통화하고 있는 해인.
해인 ..네.
민재 (F, 자기말만 빠르게 한다) 서해인씨죠? 오시거든 전화 드리라고 할게요.
해인 (좀 얼떨떨한 기분으로)..고맙습니다. (끊는)
-해인, 수화기를 내려놓고 <여제> 타로카드를 가만히 응시한다.
나한테 왜 이런 카드를 보낸 걸까..아무리 생각해도 의문뿐인 해인,
조용히 카드에 손끝을 갖다 대려는데 누군가 자신 앞에 와 선다.
해인, 움찔하는 기분으로 올려다보면 승하가 서서 타로카드를 보고 있다.
해인 ....
승하 (미소로) 해인씨가 직접 그렸다는 그 타로카든가요?
해인 ...네.
승하 그림이 예쁘네요. 신비로운 느낌도 들고.
해인 (민망한 듯 웃어 보인다)
승하 좀 봐도 될까요?
해인 (대답을 망설이는데)
승하 (이미 카드를 집어 들고 본다)
해인 ....
승하 (혼잣말 하듯) 이 카드에도 수선화가 있네.
해인 ....
승하 (카드를 건네며) 타로는 카드마다 각기 다른 의미가 있다면서요?
해인 네. 하지만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의미가 조금씩 달라지기도 해요.
승하 그렇군요. (뭔가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잠시 서서 해인을 바라본다)
해인 (그 시선에 좀 멋쩍어져서) 뭐 하실 말씀 있으세요?
승하 카드 속 그림이 해인씨랑 좀 닮은 것 같아서요.
해인 (대답할 말을 못 찾고 머쓱해져서 보는데)
승하 (미소만 지어보이더니 자료실로 간다)
-해인, 승하의 뒷모습을 보다가 다시 카드 속 여제 그림을 본다.
그러다 시선을 돌려 창가를 본다. 창에 놓인 수선화 화분.
씬14 국과수 부검실 안(오전)
수술실과 흡사한 실내. 중앙에는 테이블과 무영등이 배치되어 있다.
부검 침대에 나체로 누워있는 대식의 사체.
어둡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사체 옆에 서 있는 오수.
오수 (침통한 얼굴로 손을 뻗어 대식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며)..미안하다, 대식아.
부검의 (옆으로 오며) 세 시간쯤 걸릴 건데..괜찮겠어?
오수 (손을 떼어내곤 이내 다부진 표정으로)...네.
씬15 경찰서 한 곳(오전)
복잡한 얼굴로 골똘히 생각에 빠져서 걸어오는 반팀장.
앞에서 나오던 민재와 재민, 반팀장 발견하고 빠르게 다가온다.
재민 윤대식 핸드폰으로 걸려왔던 발신지가 찜질방이라서 그리로 가는
중이에요.
반 강형사는?
민재 국과수에요. 근데 팀장님.
반 (보면)
민재 강선배한테..택배가 또 왔습니다.
반 (긴장하는)...!
씬16 국과수 부검실 일각(낮)
오수, 부검의에게 부검 결과를 듣고 있다. 오수의 표정은 착잡함과
비장함이 섞여있다.
부검의 (늘 하던 일이니만큼 너무 심각하지 않게) 사망자 기관지에 점액전이
가득 차있고, 점막에 부종이 보여.
오수 대식이가 천식을 앓았습니다.
부검의 경우에 따라선 천식이 급사의 원인이 될 수 있긴 한데 이 경우엔
비후성 심근병증의 소견이야.
오수 비후성 심근병증이요?
부검의 심장의 무게가 증가해 있고 심실벽의 비후가 있어. 이거야말로 급사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병변이거든.
오수 그럼 제가 말씀드린 건.
부검의 가능성은 충분해. 강형사 말대로 가스총이 사망자 얼굴에 발사됐다면
호흡장애가 오고 비후성 심근증을 앓고 있는 심장에 큰 부담을 주거든.
게다가 사망자는 천식환자였구.
오수 (마음이 급하다) 가스총이 사용됐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습니까?
부검의 사망자 얼굴부위를 도말해서 성분분석을 맡겨봐야지.
오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부검의 (이해한다는 듯 오수의 어깨를 툭 쳐준다)
씬17 구치소 면회실(낮)
오수와 조동섭이 마주보고 앉아있다. 조동섭은 안정을 찾은 듯 편안한
표정이다.
동섭 (황당한 표정으로)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오수 누군가 권변호사님을 살해하는데 당신을 이용했다구요.
동섭 무슨 뚱딴지같은(하는데)
오수 (O.L. 답답해서) 조동섭씨는 권변호사님을 살해할 생각이 없었어요. 맞죠?
동섭 예에.
오수 권변호사님이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면 당신은 만나러 가지도
않았을 거구요.
동섭 예에.
오수 카드키가 떨어져있지 않았다면 사무실에 들어가지도 못했습니다.
동섭 그렇다니까요.
오수 (O.L.)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교묘하게 조동섭씨를 이용했다
이 말입니다!
동섭 (여전히 황당)...예에?
오수 (달래듯) 잘 생각해 보세요. 조동섭씨 신상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고
알아본 사람이 없었는지 혹시 짐작 가는 사람이 없는지 잘 기억해 봐요.
동섭 (어이가 없다는 듯) 언젠 없는 공범을 불라고 하시드니
오수 (말 자르며, 버럭) 잘 생각해보라구요!
동섭 (딱하게 쳐다보며) 형사님 어디 아프세요?
오수 (맥이 탁 풀리듯 할 말 잃고 본다)...
씬18 면회실 복도(낮)
갑갑한 심정으로 걸어 나오는 오수, 순간 걸음을 멈춘다.
앞에서 걸어오던 승하도 오수를 확인했지만 멈추지 않고 걸어와 선다.
승하 (예의 그 특유의 미소로) 안녕하세요.
오수 조동섭씨 만나러 오셨습니까?
승하 1차 공판 날짜가 잡혔거든요. 그럼. (가려는데)
오수 잠깐 얘기 좀 하죠.
승하 지금은 시간이 좀.
오수 (O.L.) 조동섭씨 변론하는데 검토하셔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단, 아직까진 비공식적인 얘깁니다.
승하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느긋한 시선으로 보는)
씬19 구치소 건물 옥상/또는 공원 정도(낮)
승하 (흐트러짐 없는 얼굴로) 살인을 배후조종하는 자가 있단 말입니까?
오수 그렇습니다.
승하 혹시..윤대식씨 사망사건도 관계가 있나요?
오수 (잠시 망설이듯 보다) 오변호사님을 믿어도 됩니까?
승하 (미소를 지으며) 믿지 않으시면 말씀 안하셔도 됩니다.
오수 (보다가 결심이 선 듯)...맞아요. 조동섭을 이용해 권변호사님을 살해한
배후인물이 누군가를 이용해 대식일 살해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승하 하지만 비공식적이란 얘긴 강형사님 말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아직 없다는
얘기로 해석되는데..아닌가요?
오수 증거는 있습니다.
승하 내가 말하는 건 법정에서 채택 될 만한 것인가를 묻는 겁니다. 사실에
입각해서 실체적 진실을 증명할 수 있는 분명한 증거 말입니다.
오수 아직은 없지만 곧 찾을 겁니다. 그때까지만 1차 공판 날짜를 미루시죠.
승하 (본다)
오수 배후조종 인물이 체포되면 조동섭씨한테 유리하게 작용할 겁니다.
승하 지금도 불리할 건 없습니다.
오수 (본다)
승하 어차피 내 의뢰인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오수 우발적이었다고 백 프로 장담할 순 없습니다.
승하 세상엔 백 프로 장담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드러난 정황과 사실이 중요한 거구요.
오수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닙니다.
승하 (의미 있는 미소를 지으며) 눈에 보이는 진실조차도 보지 못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오수 (승하에 대한 알 수 없는 저항감으로 굳어져 본다)...
승하 (표현할 수 없는 분노를 눈에 담은 채 입만 웃으며 보는)...
오수 (시선 피하지 않은 채) 사실이 밝혀지면 어떤 게 진실인지 알게 되겠죠.
승하 (잠시 보더니 미소를 머금고)..강형사님의 열정이라면 반듯이 진실을
밝혀내실 겁니다.
오수 ...시간 내줘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비공식적인 얘기라는 사실,
잊지 말아주십쇼.
승하 (미소로) 그 점은 걱정하지 마세요. (하고 돌아서려다가) 근데
오수 (본다)
승하 그건 알아내셨나요?
오수 뭘 말입니까?
승하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배후인물이 진짜 존재한다면 그 사람이 왜 그런
일을 저지르는지..그 동기 말입니다.
오수 (보는)
승하 (담담하게) 문제를 정확히 알아야 해답을 찾는 것도 쉽지 않겠습니까?
오수 거기까지 신경 쓰실 건 없습니다. 그건 내 일이니까.
승하 (미소로) 물론 그렇죠. (고개로 인사하고 돌아서서 간다)
오수 (눌러보듯 승하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씬20 타로카페(낮)
주희, 한가한 표정으로 앉아 테이블 위에 타로카드를 쭉 펼쳐놓고 하나를
집어 들려고 하는데 해인이 들어선다.
주희 (반색하며)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해인 (밝은 얼굴로) 점심 먹으러. 공주희표 샌드위치 좀 해주라.
주희 (곱게 흘기며) 나름 미각은 있어가주구. 기다리삼. (하고 주방으로)
-해인, 웃으며 주희를 보곤 구석진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파란 봉투에서 <여제> 타로카드를 꺼내 놓는 해인, 잠시 카드를 응시하다
결심이 섰는지 카드에 손을 갖다 대고 집중하는. 떨림이 오는 해인의 손,
찌푸려지는 해인의 미간..
<플래시 컷
--12년 전 고등학교 복도를 도망치듯 달려가는 남학생의 뒷모습, 마치 누군가의 시선을 피하려는 듯 자꾸 뒤를 힐끔 거리는 남학생의 흐릿한 옆모습.
순간적으로 보이는 교실에 걸려있는 교실 반 번호, 1-4반.
그리고 로댕의 <지옥문> 청동 조각상의 부분들이 교차로 보여 지다가.
--순간적으로 보이는 고등학교 건물의 부분 전경.
--12년 사건 당시 도망치는 학생들의 발에 채이는 박하사탕.
다시 고등학교 건물 전경, 그 건물 앞에 서서 건물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 그 남자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남자의 얼굴이 드러난다. 후회와 원망이
뒤섞인 비틀린 표정의 순기다. (순기는 출소한 날, 당일 입은 옷차림).>
-눈을 번쩍 뜨는 해인, 잠시 그대로 있다가 벌떡 일어나 서둘러 나간다.
주희 (샌드위치 들고 오며) 짜짠 공주희표 샌드위치가(하는데)
해인 미안해. 나중에 먹을게.
주희 (어리둥절) 무슨 소리야?
해인 (이미 급하게 가면서) 가봐야 할 곳이 있어.
주희 어디 가는데? 해인아!
씬21 로댕 갤러리(낮)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여 지는 지옥문 청동조각의 모습.
해인, 조각품 앞에 서서 지옥문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관람객들을
주위 깊게 살펴본다. 한 쌍의 연인과 아이를 데리고 온 주부등 관람객
몇 몇...하지만 해인이 잔상에서 본 남자(순기)의 얼굴은 찾을 수가 없다.
해인, 잠시 그렇게 관람객을 둘러보다가 시계를 보곤 서둘러 발길을 돌려
간다. 그때 갤러리로 들어오는 자신 없고 무기력한 표정의 영철.
두 사람, 무심하게 서로를 스쳐 지나친다.
그제야 해인을 돌아보는 영철의 표정은 무심하면서도 어쩐지 섬뜩한
느낌을 준다.
씬22 경찰서 로비(낮)
잔뜩 날이 선 채로 걸어 나오는 준표와 담담한 표정의 반팀장, 그 뒤로
여전히 준표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 채로 준표를 주시하는 오수.
반 (정중하게) 수사에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준표 (비꼬듯) 결국 서로 시간만 낭비했으니 감사할 일도 아니죠.
반 (씁쓸하게 웃곤) 아직 사건이 종결된 게 아니라서 경우에 따라 다시 한 번
협조 요청할 수도 있으니까 그럴 경우 협조 부탁드립니다.
준표 나처럼 힘없는 시민이야 경찰이 임의동행 요청하면 부탁 아니라도
들어주는 수밖에요.
오수 우린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준표 그러시겠죠. 설마 일선 형사가 자기 아버지에 대한 비난 기사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선량한 시민을 범인으로 오인하진 않았을 테니까요.
오수 (씹어뱉듯) 물론입니다. 그럼 조심해서 가십쇼. 수고 많으셨습니다.
준표 (훗 웃으며) 고양이 쥐 생각한다는 말, 이럴 때 참 적절하네요. (하곤
돌아서서 간다)
오수 (준표의 뒷모습을 쏘아보며) 괜찮을까요?
반 저런 여우는 냄새 맡았다고 함부로 추측기사는 안 써. 적당한 크기로
커질 때까지 주시는 하겠지.
오수 (시선을 여전히 준표에게 꽂힌 채 고개만 주억인다)
반 (그런 오수를 복잡한 심정으로 보는)..
씬23 경찰서 앞(낮)
밖으로 걸어 나오는 준표, 걸음을 멈추고 휙 돌아본다. 그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진다.
씬24 강력5팀(낮)
오수, 신경이 날카로워진 채 핸드폰 통화중이고 반팀장은 그런 오수를
생각이 많은 얼굴로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오수 (서성이며) 지금 어딘데?...일단 대식이 사무실로 와. 그리로 갈 테니까.
(끊고) 찜질방에선 아무것도 못 건졌답니다.
반 (자기 생각에 빠져서 고개만 끄덕인다)
오수 다녀오겠습니다. (하고는 반팀장 대답 듣기도 전에 나가려는데)
반 오수야.
오수 (멈추고 본다)
반 (망설이듯 본다)
오수 왜 그러세요?
반 (담담하게) 이번 사건에서 넌 빠져라.
오수 (발끈해서)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반 윤대식은 니 친구야. 그래서 객관적이기 힘들고.
오수 (다가가서, 다부지게) 전 대식이 친구이기 전에 강력계 형삽니다.
반 형사이기 전에 인간이야.
오수 (바짝 다가가서) 형님이 보시기엔 제가 복수심 때문에 범인을 잡겠다고
설치는 걸로 보이십니까?
반 ....
오수 전 윤대식 친구가 아니라 형사이기 때문에 범인을 잡고 싶은 겁니다.
다른 사람을 이용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비겁한 살인자를 꼭 잡고 싶은
거라구요!
반 ...알아. 니 맘..누구보다도 더 잘 알아.
오수 (긴장을 풀듯) 그럼 됐습니다. (하고 급하게 나간다)
반 (착잡한 기분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위로)
광두 (E) 아무래도 12년 전 사건과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씬25 경찰서 근처 카페(오전, 회상)
반 12년 전 사건?
광두 ..네. 고1 남학생이 칼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반 (보는)
광두 그 사건 현장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해인이었구요.
반 (긴장해서) 그럼 니가 해인일 알게 됐다던 사건이?
광두 그렇습니다.
씬26 후미진 곳(낮, 회상/1회 씬3의 한 장면)
12년 전 사건 현장.
어린해인, 한손에 박하사탕을 꼭 쥔 채 공포에 사로잡힌 눈으로 한곳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 그 시선을 따라가면 순식간에 현장 모습이
드러난다. 바닥에 흩어진 박하사탕들, 옆구리 쪽으로 잭나이프가 꽂힌 채
바닥에 엎어지듯 쓰러져 있는 태훈. 그 모습들 위로.
광두 (E) 해인인 그때 처음 자신에게 남과 다른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물론 아무도 해인이 말을 믿지 않았지만요.
씬27 경찰서 근처 카페(오전, 회상)
반 (긴장한 표정으로) 그렇다면 권변호사하고 윤대식은?
광두 권현태는 그 사건의 가해자측 변호사였습니다.
반 그럼 윤대식이 가해자였나?
광두 현장을 목격한 증인 중 한명이었습니다. 가해자는...
반 (어떤 불길한 직감으로 보는)
광두 강오수였습니다.
반 (철렁하는 기분으로 굳어진다)...하지만 강형사한텐 전과기록은 없어.
광두 그 당시 강오수는 미성년자였고 또 정당방위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정부기록관리소에 등재가 안 돼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반 정당방위?
광두 네.
씬28 경찰서 사무실 안(밤, 12년 전 회상)
교복을 입은 다부진 표정의 석진과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처럼
긴장된 모습의 대식, 위축되고 불안한 순기가 들어서고 그 뒤로
혼이 빠져 나간 사람처럼 멍한 얼굴의 오수와 진지한 표정의 권변호사가
들어선다. 그들을 뜨악하게 바라보는 12년 전 광두와 다른 형사 한 명.
권, 광두와 형사 앞으로 다가가 무언가 얘기를 하자 놀란 표정의 광두가
오수를 바라본다. 광두의 시선을 피하듯 고개 돌리는 소년 오수.
그 모습들 위로.
광두 (E) 강오수는 사건이 있던 날 밤 자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현장 목격증인
세 사람 모두 피해자가 먼저 강오수를 포함한 자신들을 칼로 위협했고
그 와중에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건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씬29 경찰서 근처 카페(오전, 회상)
광두 범행에 쓰였던 칼도 피해자 칼인 게 확인됐구요.
반 (혼잣말하듯)...권변호사 사건과 쌍둥이처럼 닮았군.
광두 네.
반 어찌됐든 강형사한텐 과오가 없었단 얘기잖아?
광두 겉으로 드러난 정황만으론 그렇죠.
반 그럼 숨겨진 건 뭔데?
광두 피해학생이 강오수를 먼저 위협했다는 말을 믿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강오수는 그 당시 폭행을 일삼는 문제아였구요.
반 문제아라고 전부 범죄를 저지르진 않아.
광두 압니다. 저도 고교 때는 문제아였으니까요. 하지만 해인이가 본 잔상은
강오수측 주장과 달랐습니다.
반 (굳어서 보는)
<플래시 컷(1회 1씬)
-태훈의 교복바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드는 누군가의 손.
-교복 앞에 달린 이름표, 정태훈. 대항하려는 듯 입 꽉 다물고 노려보는
태훈의 얼굴.
-교복 입은 소년 세 명의 발, 소년 한 명은 장난치 듯 농구공을
바닥에 통통 치고 있다> 그 위로.
광두 (E) 해인인 누군가 피해자를 칼로 위협했고 결국 피해자가 칼에 찔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현장엔 세 명의 남학생이 있었다고 했구요.
반 오수의 얼굴을 봤단 얘기야?
광두 피해학생 말고는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고 했어요. 하지만 해인이 말대로
세 명의 증인은 나타났습니다.
반 (보는)...
광두 우발적이든 계획적이든 전 최소한 상해치사 사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강오수는 무죄로 풀려났죠. 힘 있는 아버지를 둔 덕분이지만.
반 강형사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아. 절대로 누굴 일부로 해칠 놈이 아니야.
광두 (그저 씁쓸한 미소)
반 ...넌 아직도 강형사가 고의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확신하고 있나?
광두 (대답대신) 정당방위 판결이 있던 날 밤, 강오수가 날 찾아왔었습니다.
씬30 경찰서 앞(밤, 12년 전 회상)
초췌하고 몹시 불안한 표정의 소년오수가 서 있다.
광두, 밖으로 나오다가 그런 오수를 보고 멈춰 선다.
소년오수, 꿈쩍도 않고 광두를 바라보고 서 있다.
광두 (다가가서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한테 할 말 있어?
오수 (입은 꽉 다물고 있지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으로 망설이듯 본다)
광두 할 말 있으면 해.
오수 (입 꽉 다문 채 죄책감과 망설임으로 가득한)
광두 법은 니 손을 들어줬지만 난 아니야.
오수 (슬프게 일그러지는 얼굴)
광두 한 가지만 명심해. 넌 누군가의 불행을 딛고 오늘부터 새로 시작하는
거야. 그러니까 열심히 살아. 죽은 그 소년의 몫까지 열심히(하다가 말을
멈춘다)
-소년오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흐느낌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을 꽉 다물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새어나오는 울음소리.
광두, 눈물을 보는 순간 가슴이 내려앉듯 할 말을 잃고 본다.
오수, 감당하기 벅찬 고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듯 울며 서 있다.
광두, 뭐라 말을 하려고 입을 움직거리는데 소년오수, 뒤돌아 어둠속을
미친 듯이 뛰어간다. 그 모습을 무겁게 보는 광두.
광두 (E) 죽은 소년한텐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씬31 경찰서 근처 카페(오전, 회상)
광두 그날 밤 그 녀석 보니까 한편으론 좀 안됐다 싶더라구요.
반 (착잡하게 보는)
광두 어쨌든 그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이번사건과 모두 얽혀있는 것으로 봐서
반 (말을 받아서) 12년 전 사건과 관련된 누군가의 복수란 얘기지.
광두 그렇습니다.
반 좋아. 어쨌든 범인의 윤곽은 좁혀졌어. 그리고 성준표가 이 사건과
무관한 것도 일단은 확실해졌구.
광두 성준표도 관계있습니다.
반 (본다)
광두 (오래된 신문 기사를 오린 종이를 꺼내서 내밀며) 그 당시 학교폭력
여부를 알기위해 학교 측에 수사협조요청을 한 뒤에 나온 기삽니다.
반 (뜨악한 표정으로 기사를 본다)
학교폭력은 없었다 그러나 인권침해는 있었다.(큰 글씨)
일부 언론 학교 내 집단 따돌림으로 매도
경찰은 철저한 진상 조사 없이 강압수사로 일관
선량한 학생들 가슴만 멍들어.(작은 글씨)*기사 전문은 따로 첨부하겠습니다.
광두 성준표는 그 학교 교장의 조카였어요. 그래서 학교 측에 유리한 기사를
썼던 거구요.
반 (굳어보는)
씬32 강력5팀(낮, 현재)
반 (무거운 마음에 후우 깊은 숨을 내리쉬는데)
재민 (뛰어 들어오며) 팀장님, 지구대에서 가스총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씬33 대식 사무실 빌딩 로비(낮)
정연, 불안하고 초조한 기색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무겁게 안으로 들어선다.
망설이다가 결심이 선 듯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정연, 이내
자신이 없는지 다시 발길을 돌리는데 관리인 남자가 걸어온다.
정연 ...저기.
관리인 (본다)
정연 (침착하려 애쓰며) 혹시..404호 윤사장님한테 무슨 일 있나요?
관리인 그건 왜 물어요?
정연 (애써 억지미소로) 중요한 일로 만나야 되는데..연락이 안돼서요.
관리인 (툭) 그 사람 죽었어요.
정연 (순간 잘못 들었나싶다)..네?
관리인 누가 죽였다는데
정연 (동상처럼 얼어붙은 위로)
관리인 (E) 지금 형사들이 와서 난리가 났어요.
-정연, 관리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허겁지겁 도망치듯 간다.
관리인, 이상해서 정연을 보는데 그 뒤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오수와 민재.
민재 CCTV가 완전 폼이네. 어떻게 죄다 고장이야?
오수 (대답도 않고 걸어가는데)
관리인 (빠르게 와서) 저기요. 방금 어떤 여자가 404호 윤사장에 대해
묻고 갔는데 아무래도 좀 수상합니다.
오수 (확 긴장해서) 언제요?
관리인 방금이요.
-오수,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후닥닥 현관으로 뛰어나간다. 민재도
그 뒤를 따라 뛰어간다.
씬34 대식 사무실 건물 앞(낮)
오수, 뛰어나와서 주위를 빠르게 둘러본다. 그 뒤에 민재도 뛰어나온다.
행인들 속에서 보이는 정연의 뒷모습이 건물 사이로 사라진다.
하지만 오수와 민재, 행인들 속에서 무작정 여자를 찾는다는 건 도대체
불가능하다.
민재 인상착의를 뭘 알아야 찾아내지.
오수 (급하게 다시 건물로 발길을 돌리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받으며) 나야.
씬35 골목 구석 한 곳(낮)
정연이 엎드려 구토를 하고 있다. 충격으로 가슴이 막혀 숨이 쉬어지지
않는지 억지로 숨을 내쉬면서 진정을 하려고 하지만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는다. 무섭고 두려운 심정에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는 정연의 몸이
덜덜덜 떨리고 있다.
씬36 강력5팀(낮)
오수 (문 벌컥 열고 들어오며) 어떻게 된 거야?
민재 (뒤따라 들어오고)
재민 피해자 사무실 근처에서 발견한 걸 주민이 지구대에 신고 했어요.
오수 지문은?
반 발견주민하고 지구대쪽 지문 빼고 알 수 없는 지문 하나를 찾았어.
재민 (얼른) 성준표 지문은 아니에요.
오수 그럼 경찰청 지문 판독반에 의뢰해서
재민 (O.L.) 벌써 했죠. 근데 전과자가 아닐 경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면 보름은 걸린대요.
오수 남자는 빼고 여자 중에서 찾아. 가스총을 쏜 건 분명히 여자야.
재민 (안 그래도 궁금했던 중이다) 그 정보는 대체 어디서 나온 거예요?
오수 (말 자르며) 대식이 사무실 근처 병원 리스트도 뽑고.
민재 병원은 왜?
오수 대식이가 천식을 앓고 있단 사실을 알고 가스총을 사용한 거야.(하는데)
(E) 오수 핸드폰
오수 (받으며) 강오숩니다.
-오수가 전화 받는 사이, 재민은 여전히 대답을 기다리는 얼굴,
반팀장과 민재는 각기 자기 할 일만 하고 재민은 토라진 표정.
남자 (F, 머뭇거리며)...저기..
오수 여보세요?
남자 (F) 저..용굽니다, 형님.
오수 (버럭) 너 거기 어디야?!
-강력5팀 사람들 놀라서 오수를 본다.
씬37 석진 오피스텔 안(낮)
석진 (놀라 굳어서) 순기가 집까지 찾아왔다구?
나희 (불안한 기색 역력해서) 그렇다니까.
석진 (답답한 마음으로 서성인다)
나희 나 정말 너무 불안해요. 초인종만 울려도 불안하고 여기도 이젠 편하지
않아.
석진 (같은 심정으로 바라본다)
나희 당신이 왜 그 사람하고 같이 있어야 돼? 여긴 당신하고 나한테 유일한
공간이었잖아?
석진 ...미안해.
나희 (답답하다) 그런 말 들으려고 하는 얘기 아니에요. 난 그 사람이 여기
있는 게 싫어. 오피스텔이라도 얻어서 내보내면 되잖아?
석진 그렇게 할 거야.
나희 (초조하다) 빨리요. 빨리 그렇게 해요.
석진 그래, 알았어.
나희 석진씨 혼자 애쓰지 말고 도련님한테 말해요. 왜 당신 혼자 그 사람을
떠맡고 있어요.
석진 오수는 바쁘잖아.
나희 당신이 도련님 비서예요?
석진 (순간 움찔 기분이 상해서 본다)
나희 왜 궂은일은 전부 당신이 도맡아서 하냐구요?
석진 (굳어서 본다)
나희 그리고 난 도무지 이해가 안돼요. 당신도 희수씨도 그 사람한테 왜 그렇게
쩔쩔매요? 그 사람한테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사람들처럼(하는데)
석진 (말 자르며, 화내듯) 내가 알아서 한다잖아.
나희 (어리둥절해서 본다)
석진 (좀 격해져서) 다신 어제 같은 일 없도록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당신
행복한 결혼생활 망치는 일 없도록 한다구, 내가!
나희 (충격을 받은 듯 바라본다)...
석진 (자신도 내 뱉고 보니 실수했다 싶지만 그대로)..
-나희,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서서 가방을 챙겨들고 현관으로 나간다.
석진 나희야?
나희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대로 나간다)
석진 (자책하듯 바라보다가 이내 급하게 따라간다)
씬38 오피스텔 현관 앞(낮)
석진, 밖으로 뛰어나와 나희의 팔을 잡아서 돌려세운다. 처연한 표정의
나희의 눈엔 눈물이 그렁하다. 석진, 그대로 나희를 끌어안는다.
석진 ..미안해. 미안해.
나희 (그 마음을 안다)...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이 찰칵찰칵 사진으로
찍혀지는..
씬39 호텔 앞(오후)
석진, 화가 난 표정으로 걸어오다 멈춰서 보면 호텔 앞에 멈춘 승용차
안에서 내리는 동현의 모습이 보인다. 석진, 편치 않은 마음으로 보는.
씬40 희수 사무실(오후)
희수 맞은편에 능청맞은 얼굴로 앉아있는 순기.
희수 (성가시고 귀찮다) 너한테 맞는 적당한 자리 석진이한테 찾아보라고
할 테니까 그만 돌아가. (일어서려는데)
순기 제주도에 호텔을 짓는다는 소리가 있든데.
희수 (움찔한 기분으로 다시 자리에 앉으며) 제주도로 가고 싶어?
순기 거기 카지노를 저한테 맡겨주시면 좋겠는데.
희수 (어이가 없다) 카지노?
순기 (혼자 들뜬 기분으로) 예에. 카지노 관리라면 제가 자신 있거든요.
희수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야?
순기 그럼요.
희수 (화내며) 카지노가 동네 화투판인 줄 알아?
순기 저도 카지노라면 좀 압니다.
희수 (O.L.) 봐주는 것도 정도가 있어! 그만큼 돌봐줬으면 사람이 은혜를
알아야지. 그만 가봐. (일어선다)
순기 (일어서며 사나워진 표정으로) 저한테 이러시면 안 되죠.
희수 뭐?
순기 제가 오수한테 한 거 생각하면 그 정도쯤은 해 주셔야 되는 거 아니냐구요.
희수 (기가차서 말문이 막혀 보는데)
-문이 거칠게 벌컥 열리며 무섭게 굳은 얼굴의 동현과 불안한 표정의
석진이 뒤따라 들어온다. 석진의 시선은 자신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희수
책상 위에 놓인 희수와 나희가 찍은 사진 액자에 머문다.
희수 (놀라서)..아버지.
동현 (순기를 무섭게 노려본다)
순기 (동현의 출현에는 겁을 먹은 듯)..오셨어요, 아버님.
동현 (무섭게 보는)
순기 (눈치 보며)..전 그만 가봐야겠네요. (하며 나가려는데)
동현 (낮지만 무섭게) 인간답게 대접할 때 인간답게 굴어.
순기 (보는)
동현 내가 방법을 몰라서 널 그냥 두고 보고 있는 줄 아나?!
순기 ..저기 뭔가 오해를..
동현 (O.L.) 명심해. 쓰레기 처리하는 방법쯤은 나한테 얼마든지 있어.
순기 (굳어보는)
씬41 호텔 로비(오후)
흥분해서 걸어오는 순기, 멈춰서 돌아보는 얼굴이 당장이라도 무슨
일을 저지를 듯 것처럼 일그러져있다.
씬42 경찰서 앞(오후)
오수 앞에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서 있는 용구.
용구 정말 죄송합니다. 대식이 형님 소식 듣고 바로 연락하려고 했는데..
살인사건이라고 하니까 괜히 겁이 나서
오수 (O.L. 퉁명) 사과는 대식이한테 가서 해.
용구 ...네. 저기 이거. (장부를 건넨다)
오수 뭔데?
용구 형님 일수 장붑니다.
오수 (빠르게 장부를 받아들고 긴장해서 보는)
용구 딴 녀석들이 동대문파한테 돈 받고 넘기자는 걸 제가 겨우 말렸습니다.
대식이 형님한테 죄짓는 거라구.
오수 (마음이 풀어지듯 보며) 그래. 고맙다.
용구 아닙니다.
오수 가라. (하고 돌아서려다가) 혹시 소라엄마라고 들어봤어?
씬43 강력5팀(오후)
오수 (급하게 문 열고 들어서며) 용의자 신상 파악됐습니다.
민재 (놀라서) 정말이야?
오수 이름은 김정연, 소라란 딸이 있어. 주소는 (장부 들어 보이며) 여기에
있구.
재민 (좋아서) 일수 장부 어떻게 손에 넣으셨어요?
오수 (웃는 낯으로) 대식이 자식이 아우들한테 잘한 덕분이지.
반 김정연이란 이름으로 지문 조회하라고 해.
재민 네. (하며 자기자리고 가는데)
오수 (핸드폰 울린다. 번호 확인하고 받으며) 나야, 형.
동현 (F, 버럭) 너 뭐 하는 놈이야!
오수 (확 굳어지는)
씬44 희수 사무실(오후)
동현, 잔뜩 열이 오른 채 통화를 하고 있고 희수와 석진, 불편한 채로
보고 서 있다.
동현 사내자식이 친구 놈 하나 제대로 컨트롤 못하고 왜 호텔로 집으로
찾아오게 만들어! 그 정도 해결해 줬으면 이젠 니가 알아서 해결해야
할 거 아냐? 니가 아직도 고등학생이야?
씬45 강력5팀(오후)
오수 (굳은 표정으로) 아버지께 해결해 달라고 부탁 한 적 없습니다.
반 (긴장해서 보는)
-민재와 재민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살피듯 보고 있다.
씬46 희수 사무실(오후)
동현 (착잡한 심정으로) 한심한 놈. 어떻게든 아들 놈 하나 살려보려고
애썼더니 애비한테 한다는 말이 고작 그거냐? 니놈이 제대로 살았다면
나도 나서지 않았어.
-일방적으로 확 전화를 끊어버린 동현, 자신도 마음이 좋지만은 않다.
희수 너무 걱정 마세요. 제가(하는데)
동현 (O.L.) 그런 놈 하나 어쩌지 못하고 끌려 다니는데 어떻게 널 믿고
호텔 경영을 맡겨!
희수 ..죄송합니다.
동현 (벌떡 일어선다. 그러다 석진을 본다)
석진 (면목이 없는 듯 보는데)
동현 (못마땅하게 보곤 휙 가는)
석진 (자신도 마치 순기와 같은 취급을 받은 기분으로)....
씬47 경찰서 옥상(오후)
슬프고 비참한 심정으로 혼자 서서 목적 없이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오수,
핸드폰 들어 1번을 누르자 액정 화면에 ‘엄마’라고 뜬다. 순간 마음이
바뀌었는지 얼른 전화를 끊는 오수. 그대로 멍하니 서서...
씬48 강력5팀 복도(오후)
민재, 걱정스런 표정으로 서성이고 있다가 오수가 걸어오자 다가간다.
민재 ...무슨 일 있어요?
오수 (대답 않고 가려는데 핸드폰 울린다. 빠르게 받으며) 해인씨?
민재 (그제야 해인이 전화했던 게 생각난 듯 보는)
오수 오늘은 좀 곤란한테 친구 장례식장에 가야해서요.
<화면분할>
해인 (도서관 한곳) 저한테 타로카드가 택배로 왔어요.
오수 (순식간에 식어 내리며) 뭐라구요?
해인 혹시 강형사님한테도 택배가 왔나요?
오수 (대답대신 허둥대며) 내가 지금 곧 그리로 갈 테니까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말고 도서관에서 기다려요. 내 말 알아들었죠?
해인 ..네.
<화면 오수에게 오며>
오수 (전화 끊고 급하게 가려는데)
민재 (오수를 잡으며) 왜 그래?
오수 해인씨한테 타로카드가 택배로 왔어! (말 끝나기도 전에 정신없이
뛰어간다)
민재 (너무 놀라 입이 막혀버린 채 오수의 뒷모습을 본다)
씬49 강력5팀(오후)
반 (놀라서) 뭐야?
민재 (긴장해서) 다음 희생자로 서해인씨를 지목한 걸까요?
-반, 허둥대며 전화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고 어찌해야할
바를 몰라 이리저리 서성인다.
씬50 승하 사무실 비서실(오후)
준표의 12년 전 신문기사를 책상위에 놓고 생각에 빠져있던 광두,
결심이 섰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승하 사무실 문 쪽으로 가려는데
소박하지만 깔끔한 차림의 수곤이 보자기에 반찬그릇을 싸들고 들어온다.
광두 (본다)
수곤 (사람 좋은 웃음으로) 저기 여기가 승하 아니 오변호사님 사무실이죠?
광두 어디서 오셨습니까?
수곤 (은근히 자랑하듯) 오변호사 형입니다, 제가.
씬51 승하 사무실(오후)
수곤 (뿌듯한 기분으로 사무실 둘러보면서) 처가 큰아버님 팔순 잔치가 이
근처라서 잠깐 들렀어.
승하 (반가운 얼굴로) 그럼 형수님이랑 하늘이도 같이 오지.
수곤 직장에 괜히 우루루 몰려오면 민폐지. (둘러보며) 사무실 좋다.
승하 여긴 처음인가?
수곤 그래 임마. 너 개업식도 안했었잖아.
승하 (웃곤) 차 뭐 마실래?
수곤 빨리 가봐야 돼. 이거. (하면서 보자기 올려놓으며) 밑반찬 좀
갖고 왔어. 입맛 없을 때 매실 장아찌 하나면 밥 한 그릇 뚝딱이잖냐.
승하 (따뜻한 미소로) 고마워. 잘 먹을게.
수곤 고맙긴. 아 그리고 이거. (작은 상자하나를 내밀며) 하늘이가 작은
아빠 갖다 주라고 하도 성화여서 그냥 갖고는 왔어.
승하 (상자를 열어보면 시든 들꽃이 한 묶음 들어있다.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지며) 와아..정말 예쁘다.
수곤 (어이가 없다는 듯) 그게 넌 예쁘냐?
승하 어. 무지하게 예뻐.
수곤 (픽 웃곤) 어 참, 너 마빡 지배인 소식 들었어?
승하 (본다)
수곤 강남에 캬바레 차렸대. 식당한다 어쩌고 하더니 결국 그 바닥에다
밥상 차리드라.
승하 잘됐네.
수곤 출세했지 뭐. 근데 그 인간 희한한 소릴 하드라구.
승하 무슨?
수곤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너도 알지? 마빡 집에 돈 되는 물건이 좀 되잖아.
승하 근데?
수곤 도둑놈이 딴 건 다 놔두고 앨범만 훔쳐갔드래.
승하 (미소 띤 얼굴로) 그럴 리가.
수곤 그러니까 희한하다는 거지. 돈도 안 되는 남의 사진은 왜 훔쳐가냐구?
그것도 남자들만 수두룩하게 찍은 사진들뿐이라는데. 변태자식인가?
승하 (미소를 머금은 채 보는)
씬52 승하 사무실 비서실(오후)
승하, 수곤을 배웅하고 들어온다.
광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형님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승하 (웃는 낯으로) 우리 형 같은 사람만 있으면 변호사 사무실 문 닫아야
됩니다.
광두 (웃곤) 근데 형제분이 전혀 안 닮았어요.
승하 (그저 웃고는 들어가려는데)
광두 저기..드릴 말씀이 좀 있습니다.
승하 (본다)
씬53 도서관 복도(오후)
다급한 심정으로 급하게 뛰듯이 걸어가는 오수.
씬54 도서실 자료실 데스크(오후)
오수, 정신없이 안으로 들어서면 한가하게 손거울을 보고 있던 보람이
오수를 바라본다.
오수 (급하게) 해인씬요?
보람 (어리둥절)..자료실에.
오수 (보람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료실로 간다)
씬55 도서관 자료실서가(오후)
오수, 급하게 와서 보면 해인은 여전히 평온한 모습으로 책을 찾고
있고 그 뒤에 대학생을 보이는 남자 한 명이 책을 찾아주길 기다리고
서 있다. 안심이 되듯 후우 숨을 내쉬고는 해인을 바라본다.
입가에 저절로 따뜻한 미소가 지어지는 오수, 이내 발을 옮기려는데
남자가 해인의 어깨로 손을 뻗는다. 마치 해인의 어깨를 잡을 것 같은
느낌이다. 오수, 확 굳어져 뛰어가서는 단숨에 남자의 팔목을 확 잡아채며.
오수 (버럭) 너 지금 뭐하는 거야?!
해인 (놀라서) 강형사님?
남자 (기겁해서)..왜 그러세요?
오수 너 방금 무슨 짓하려고 했어?
남자 (황당하고 어리둥절하고) 무슨 짓이라뇨?
해인 (오수에게) 왜 그러세요?
오수 (O.L.) 이 자식 누굽니까?
해인 (당황스럽다) 여기 자주 오는 학생이에요.
오수 이 자식이 해인씨한테 손을 대려고
남자 (어이가 없다 O.L.) 그게 아니라. 누나 옷에 뭐가 묻었길래 떼 주려고 한
거예요.
오수 (당황해서 손을 놓는다)
해인 (상황을 이해하고, 남학생에게) 미안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
(책 주며) 여기.
남자 (책 받으며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오수를 본다)
오수 ..미안합니다.
남자 (대꾸도 않고 화가 난 채로 해인에게만 고개인사하고 휙 간다)
해인 (학생에게) 잘 가. (오수 보며 장난스럽게) 서해인 남자친구
생겼다고 도서관에 소문 파다하게 나겠다.
오수 (민망하다) 난...해인씨한테 택배가 왔다니까..암튼 뭐 미안하게 됐습니다.
해인 (오수의 마음을 안다. 웃는)
-민망해하는 오수와 그 모습을 웃으며 보는 해인.
두 사람 함께 자리를 옮겨가는 모습이 책장 틈사이로 누군가의 시선으로
위태롭게 보여 진다.
씬56 선술집(밤)
소주잔을 앞에 놓고 앉아있는 승하와 광두.
광두 이런 말씀을 드린 건 조동섭 변론을 재검토 해보셔야 될 것 같아섭니다.
승하 (담담하게) 12년 전 사건에 대한 복수로 누군가 조동섭씨를 조종했대도
제 변론이 달라질 건 없습니다.
광두 하지만 변호사님이 정당방위를 주장하게 되면 범인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결과가 됩니다.
승하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씬57 지하철 보관함(밤)
문이 열리고 검은 가죽장갑을 낀 손이 빨간색 봉투를 꺼내가고 문을
닫는 모습 위로.
광두 (E) 범인은 12년 전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려고 하고 있어요.
씬58 선술집(밤)
승하 (의미 있는 미소 지어보이며) 그러니까 12년 전에 강형사가 빠져나간
방법 그대로 조동섭을 빼내는 것이 범인의 목적이다.
광두 그렇습니다.
승하 하지만 그때하고 분명히 다른 게 있습니다.
광두 (본다)
승하 사무장님 말씀대로라면 12년 전 사건은 분명한 범죄였고 이번엔
우발적인 사건이란 거죠.
씬59 동현의 집 앞(밤)
승용차에서 내리는 동현과 뒤따라 내리는 희수. 두 사람의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는 준표, 그 눈빛에 원한이 서려있다. 그 위로.
승하 (E) 범인의 목적이 무엇이든 전 실체적 진실을 밝힐 의무가 있고
조동섭씨 역시 정당한 재판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씬60 선술집(밤)
승하 만약 1차 공판 전에 배후인물이 체포되거나 명확한 증거가 제시된다면
당연히 변론도 달라지겠지만 무작정 공판날짜를 미루면서까지 기다릴 순
없는 일입니다.
광두 (이해되듯 끄덕인다)
승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광두 (보는)
승하 (담담하게 말하지만 어쩐지 문제를 던지는 듯한 느낌으로) 제가
조동섭씨 사건을 맡은 게 우연이었을까요?
광두 (본다)
승하 아니면...그것도 범인이 계획한 일부였을까요?
광두 아마...나 때문일 겁니다.
승하 (보는)
씬61 장례식장 앞(밤)
검은 양복차림의 석진, 침통한 차림으로 들어오면 한쪽에 기진맥진해 있는
대식의 노모와 누나가 있고 용구와 대식 똘마니와 덩치들도 술을 마시고
있다. 순기는 이미 술에 취해서 대식똘마니들 붙들고 주절주절 떠들어대고
있다. 석진, 못마땅해죽겠는 표정으로 순기를 보곤 이내 착잡한 얼굴로
대식의 영정을 본다. 그런 모습들 위로.
광두 (E) 나를 이 사건에 끌어들이기 위해 변호사님을 이용한 겁니다.
씬62 대안학교 교무실(밤)
모두, 퇴근하고 텅 빈 교무실 안.
양복을 입은 남자(모인호)가 책상 앞에 앉아있는 뒷모습이 보인다.
남자의 손엔 웃고 있는 고등학생 태훈의 사진이 들려있고 책상위엔
조동섭에 관한 준표의 인터넷 기사를 인쇄한 종이가 놓여있다.
그 옆엔 회색봉투하나가 있다. 봉투 위엔 발신자는 없고 수신인에
00대안학교 모인호선생님께라고 적혀있다.
남자는 옆모습 정도만 보이고 있다. 그 위로.
광두 (E) 범인은 12년 전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모두 한 자리에 모이게
하고 있어요.
씬63 도서관 자료실 안(밤)
해인과 오수가 책상 앞에 앉아있다. 오수는 해인에게 온 <여제> 타로
카드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 위로.
광두 (E) 마치 연극무대의 배우들처럼 역할을 정해놓고 자신이 쓴
시나리오대로 연출하고 있는 거죠.
씬64 선술집(밤)
승하 그게 가능한 얘길까요?
광두 불가능한 일이길 바라고 있어요. (단호한) 그리고 절대 가능하게해서도
안 되는 일이구요.
승하 (어쩐지 쓸쓸한 미소로)...그래야겠죠.
광두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변호사님까지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해서.
승하 (부드러운 미소로) 전 변호사로서 제 일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사무장님은
(진심을 담아) 잘못하신 것도 없잖습니까.
광두 그렇지 않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학생한테 해 준 게 아무것도 없어요.
어찌 보면 나도 가해자인 셈이죠. (하곤 술잔을 단숨에 비워낸다)
승하 (조금은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본다)
그 위로.
해인 (E) 카드의 여제는 신화 속 인물인 데메테르를 상징해요.
씬65 도서관 자료실 한 곳(밤)
<여제>타로카드를 앞에 놓고 있는 오수와 해인.
오수 데메테르요?
해인 대지의 어머니이자 자연의 지배자예요. 세상 모든 자연을 성장시키는
생명력을 의미하죠.
오수 (안심이 되는) 나쁜 카드가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네요.
해인 그렇지만은 않아요.
오수 (본다)
해인 이 카드에 수선화는 하계의 꽃이에요. 죽은 자의 목소리를 의미해요.
오수 (굳어져서) 죽은 자의 목소리요?
해인 네에. 죽은 자들이 죽어서도 끝끝내 밝히려고 하는 진실을 꽃으로 피워낸
것이 바로 이 수선화예요.
오수 .....
해인 어쩌면...이 카드를 보낸 사람은 제가 죽은 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길 바라는 것 같아요.
오수 (굳어져서 보는)
씬66 장례식장 복도(밤)
승하, 무표정한 얼굴로 뚜벅뚜벅 걸어온다.
씬67 장례식장 안(밤)
승하, 문 앞에 멈춰 서서 대식의 영정을 서늘하게 바라본다.
순기 (E, 술 취한) 야 임마 대식아!
승하 (보면)
-순기가 술이 취해서 횡설수설 소리를 치고 석진은 무시하고 않아
혼자 술잔을 비우고 있다.
순기 뭐라고 말을 좀 해! 니가 왜 죽어? 왜? 그러니까 착하게 살라고 했잖아,
내가! 야 나석진, 오수 이 자식은 왜 안 와? 대식이가 저한테 어떻게
했는데? 이 나쁜 새끼 왜 안 와?
석진 (대꾸도하기 싫은 듯 거칠게 술잔만 비운다)
-승하,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하지만 두 눈은
싸늘하게 식어있다.
씬68 해인의 집 근처 동네 길(밤)
오수와 해인, 걸어오면서..
해인 이번에 강형사님한테 온 타로카드는 어떤 거였어요?
오수 카드가 아니라..편지하고 사진이 왔어요.
해인 사진이요?
오수 ...고등학교 때 내 사진이에요.
해인 (굳어서 본다)
오수 (불안하고 갑갑한 심정을 담아서) 감식 반에 보냈는데 보나마나 지문이고
뭐고 아무것도 못 건질거구...어떤 놈인지 날 오랫동안 지켜본 모양이에요.
해인 (오수의 불안을 감지하는).....
오수 (자책하듯) 보란 듯이 증거는 보내는데 난 그 놈 꽁무니 쫓느라 허덕대면서
친구도 지켜주지 못했어요. 진짜 한심한 놈이죠.
해인 (안쓰럽게 보는)....
씬69 해인의 집 앞(밤)
오수와 해인, 집 앞에 멈춰와 선다.
오수 (긴장을 풀지 못한 채로) 앞으론 무조건 조심해야 돼요. 가능하면 늦게
다니지 말고 만약 늦게 되면 나한테 전화해요. 무슨 말인지 알죠?
해인 (미소로) 제 걱정은 마세요.
오수 (O.L.) 지금까지 타로카드를 받은 사람 중에(실수했다 싶어 말을 멈춘다)
해인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 안다. 문득 수화를 한다)
오수 ? 무슨 뜻이에요?
해인 (밝은 얼굴로 다시 수화하면서)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한쪽 문이 열린다..
오수 (보는)
해인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분명히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문이 열릴 거예요.
오수 (위로가 된 듯 훗 웃는)
해인 (미소를 지어보이는)
오수 들어가요.
해인 조심해서 가세요. (하고 돌아서다가 문득 멈춰 선다)
오수 ? 왜 그래요?
해인 ....
오수 해인씨?
해인 (돌아보며) 알 것 같애요.
오수 뭘요?
해인 여제 카드에서 본 건물이 어딘지 알 것 같애요.
오수 (긴장) 어딘데요?
해인 예전에 제가 살았던 동네에 있던 학교(하는데)
-해인모가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온다가 두 사람을 보고 멈춘다.
해인 (당황해서) 엄마?
오수 (그 말에 순간 당황해서 꾸벅 인사) 안녕하세요.
해인모 (관심 있게 살피며, 수화) 반가워요.
오수 (순간 당황스럽게 본다)
해인 반가우시데요.
오수 아...예. 저기..(수화를 할 수도 없고 해인을 본다)
해인 (미소) 입모양을 읽으실 수 있어요.
오수 아..(해인모보며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 크게) 강오수라고 합니다.
해인 (혼자 푹 웃는)
해인모 (수화) 들어와서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요.
오수 (해석해 주길 바라며 해인을 보는데)
해인 이 분 지금 가야할 곳이 있어서 안돼요, 엄마.
해인모 (해인을 곱게 흘긴다)
해인 진짜예요. (오수에게) 전화주세요.
오수 그럴게요. (해인모에게 역시 큰 소리로) 다음에 뵙겠습니다!
해인모 (맘에 든다. 웃으며, 수화) 다음에 꼭 놀러 와요.
오수 (자기 멋대로 해석) 예. 조심해서 잘 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해인모 (피식 웃으며 끄덕인다)
오수 (멋쩍게 또 고개인사를 하고는 돌아서서 간다)
해인모 (관심 있게 오수의 뒷모습을 보다가 이내 해인을 곱게 흘기며, 수화)
이래도 남자친구가 아니야?
해인 (곤란해져서 보다가)...저 분...형사예요, 엄마.
해인모 (순간 굳어져서 보는)
씬70 해인 방(밤)
해인모 (화를 낸다. 수화) 다신 그런 일 안하겠다고 약속했잖아?
해인 엄마?
해인모 (수화) 당장 그만 둬!
해인 엄마?
해인모 (수화) 그만 둬, 글쎄!
해인 (모친의 마음을 알기에 부드럽게 설득하는) 엄마가 그랬잖아. (갑자기
수화를 하면서 말도 함께) 나한테 남과 다른 점이 있다는 건 축복이고
행운이라고. 그래서 고마워해야 한다구.
해인모 (보는)
해인 난 힘들 때마다 그 말을 생각해. 끔찍해서 보고 싶지 않은 모습들을
마주칠 때마다 정말 무섭고 도망치고 싶은데 그 말만 생각하면
용기가 나. 있는 그대로 마주할 용기가 나요.
해인모 (글썽해져서 보며, 수화) 엄마는 니가 상처 받을까봐 걱정이 돼. 또
아파질까봐 그게 걱정이 돼.
해인 알아. 나도 내가 얼마나 약한 아인지 잘 아는데 뭐.
해인모 (보는)..
해인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그치만 엄마. 상처 받을까봐 도망가고 외면하면
그게 더 상처가 될 것 같애.
해인모 ...
해인 나, 절대 무리 안 할게. 절대로 위험한 일도 안하고. 아까 그
강형사님도 되게 좋은 사람이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요. 응? 엄마.
해인모 (복잡해져서)...
씬71 해인 현관문 앞(밤)
해인모, 밖에 나와 서 있다.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가득하다..
씬72 여관 방(밤)
극도의 불안과 초조함으로 서성이고 있는 정연. 소라는 침대에 잠들어
있다. 절망감에 빠져서 소라를 바라보는 정연 위로.
대식 (E) 뭐야 이거!
<플래시 컷-대식, 눈을 뜨지도 못하고 얼굴을 감싸 쥐며 괴로워하는>
-정연, 울 것 같은 얼굴로 우두커니 서 있다.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지 넋이 나간채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씬73 정연의 집 근처(밤)
차 안에서 잠복중인 민재와 재민.
재민 (빵과 우유를 먹으면서) 소라엄마가 자기 집에 다시 나타날까요?
-하고 민재를 돌아보면 민재, 차창 밖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지만
어쩐지 생각은 딴 곳에 가 있는 것 같다.
<플래시 컷-씬49>
오수 (허둥대며) 내가 지금 곧 그리로 갈 테니까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말고 도서관에서 기다려요. 내 말 알아들었죠?
-민재, 어쩐지 쓸쓸해지는 느낌으로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 쉬는데.
재민 (우유와 빵을 퍽 주면서) 왜 안 먹어요? 이거라도 먹어야 밤샘을 하죠.
민재 (기분 털어내듯 웃으며 씩씩하게) 오냐 그래. 먹자 먹어! (우적우적 먹는)
재민 그렇게 먹으면 체하죠. 천천히..천천히.
민재 (재민의 뺨을 꼬집으며) 으이구 귀여운 우리 미스신!
재민 아이씨 왜 이래요? 나도 남자라구요!
민재 아이고 알았어. 알았어. (하며 웃지만 웃음 끝이 흐려진다)
씬74 장례식장 밖(밤)
착잡한 심정으로 걸어오는 오수, 무거운 마음처럼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지고 무거워진다. 장례식장 앞엔 희수가 보낸 화환을 포함한 몇 개의
화환 뿐 초라한 분위기다. 마음이 더욱 무거운 오수, 문득 걸음을
멈추고 보면 승하가 보낸 화환이 눈에 띈다. 유난히 크고 화려하다.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드는 오수.
승하 (E) 오셨습니까?
오수 (휙 돌아본다)
승하 (조문을 마치고 나가는 중인 듯 순기가 따라 나와 있다) 못 뵙고 가나
했는데..
오수 ..이렇게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순기 (술 취해 혀 꼬부라진) 넌 친구란 자식이 이제야 오냐? 만약에
니가 죽었으면 대식인 안 그랬어, 임마!
오수 (무섭게 눌러보곤 꾹 참고 승하에게) 조심해서 가십쇼.
승하 (표정을 읽을 수 없다) 친구 분 일은 정말 유감입니다.
오수 (씁쓸하게 보곤 고개 인사하고 가는)
순기 (그런 오수 노려보며 중얼거리는) 나쁜 놈.
승하 (싸늘하게 순기를 보는)
씬75 장례식장 밖(밤)
밖으로 나오는 승하, 담담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씬76 장례식장 안(밤)
대식의 영정 앞에 서서 사진속의 대식을 바라보고 있는 오수.
눈물이 나오려는 걸 입 꽉 다물고 참고 서 있다.
한쪽에서 그 모습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석진.
씬77 장례식장 밖(밤)
하늘을 올려다보던 승하, 주머니에서 박하사탕 하나를 꺼내 입에
넣고는 오물오물...마치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얼굴이다.
씬78 장례식장 안(밤)
눈물을 꾹 참고 영정을 바라보던 오수의 시선이 유가족에게 머문다.
이젠 눈물도 말라서 멀거니 앉아있는 노모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져
시선을 돌려 다시 영정을 보는 오수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진다.
그러다 차츰차츰 고개가 꺾인다. 하지만 꽉 쥔 오수의 주먹이 떨리고 있다.
씬79 승하의 거실(밤)
양복차림 그대로 책상 앞에 서 있는 승하, 책상 서랍 하나를
열어 그 안에서 무언가 꺼내든다. 작은 오르골 보석상자다.
살아있는 사람을 보듬듯 오르골 상자를 손으로 쓰다듬고는 조심스레
상자를 연다. 처연하게 들리는 오르골 소리...
그 안에 은으로 된 실반지 하나가 놓여있다.
반지를 바라보는 승하의 얼굴에 비통한 슬픔이 가득하다.
승하 ....엄마.
승하, 마치 소리 없이 울고 있는 것 같다.
씬80 해인의 집 앞(아침)
해인이 대문을 나서면 까칠한 얼굴의 오수가 차를 대기시켜놓고
기다리고 있다.
해인 (다가와서) 못 주무셨나 봐요?
오수 괜찮아요. 근데 해인씨 휴일을 뺏어서 미안합니다.
해인 아니에요.
오수 (차 문을 열어주며) 어디로 가면 됩니까?
씬81 달리는 차 안(아침)
오수 (충격을 받은 듯 굳어있다)
해인 (의아해서) 왜 그러세요?
오수 ..아뇨. 우리 집이 그 근처라서..
해인 (반갑다) 그러세요? 전 12살까지 거기서 살다가 이리로 이사했어요.
오수 (알 수없는 불길한 기분에 휩싸이는데)
해인 (오수 기분 모른 채로) 아직도 거기가 고향 같아요, 전. 그 집에서 태어나고
아버지도...거기서 돌아가셨거든요.
오수 (불안한 기분으로 자기 생각에 빠져서).....
씬82 고등학교 건물 한 곳(아침)
해인, 진지한 표정으로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뒤로 좀 떨어져 서 있는
오수는 긴장으로 굳은 얼굴이다.
학교 건물을 바라보는 해인의 진지한 얼굴.
<플래시 컷-씬21 <여제>타로 카드 잔상에서 보았던 학교 건물>
해인 (여기가 확실하다)...맞아요. 이곳이에요. (하고 돌아보면)
오수 (어쩐지 겁에 질린 얼굴로 멍하니 서 있다)
해인 ? 강형사님?
오수 (그제야 해인을 본다)
해인 왜 그러세요?
오수 (애써 미소로) 아무것도 아니에요.
해인 제가 잔상에서 본 곳..여기가 맞아요.
오수 ....
씬83 학교 복도(아침)
복도를 걸어오는 해인과 그 뒤로 불안한 얼굴로 무겁게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오수. 오수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복도의 풍경은 마치 자신을
위협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오수의 시선에 보이는 교실 명패 1-4반.
오수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한다.
해인의 눈에도 확인되는 1-4반 교실 명패. 잔상에서 보았던 바로 그곳임을
확인하는 해인, 마치 누군가를 따라 걸어가듯 복도를 걸어간다.
그 순간, 환상처럼 스르르 나타나는 모습.
해인이 잔상에서 보았던 복도를 도망치듯 달려가는 남학생의 뒷모습.
해인, 남학생을 따라가듯 자신도 걸음이 빨라진다.
소년은 마치 해인을 피해 도망이라도 가려는 듯 힐끔힐끔 돌아보며
달려간다. 하지만 소년의 얼굴은 정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해인..그 모습을 따라 뛰어가는데 어느 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소년의
모습. 해인, 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영문을 모른 채 다급하게 해인을 따라온 오수.
오수 ? 왜 그래요?
해인 (그대로 복도 끝을 바라보고 서서)...이 학교에 다녔던 학생이 분명해요.
오수 (불안한 기분으로 보는)
해인 (이제야 알겠다는 듯)...어쩌면 그때..그 일 때문에.
오수 (점점 더 불안해지기 시작하는)..그 일이라뇨?
해인 (천천히 돌아보고) 이 학교에 다니던 남학생이 죽었어요.
오수 (한 대 맞은 듯 멍해진다)
해인 제가 그 현장을 처음 발견했는데.
오수 (겁에 질린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뒷걸음질을 친다)
해인 그때 처음 저한테 남과 다른 점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오수 (공포에 사로잡힌 얼굴로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해인 (뭔가 심각함을 감지하고)..강형사님?
오수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멍한 위로)
태훈 (E) 넌 비겁해.
<플래시 컷-사고 장면의 태훈>
태훈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심한 놈이야.
오수 (공포에 사로잡혀 고개를 가로저으며 뒷걸음질을 친다)
해인 (걱정가득해서 다가가며) 왜 그러세요?
오수 (이럴 수가..고개를 저으며 마치 해인이 태훈이라도 되는 듯 뒷걸음질 치는)
해인 (의아해서 다시 다가서며) 강형사님..
오수 (고개를 저으며 뒷걸음질 치는)
<플래시 컷-사고 장면의 태훈의 공포에 질린 눈빛>
-오수,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도망치듯 몸을 휙 돌리다가
한 곳에 시선 고정된 채 흠칫 놀라 멈춰 선다.
오수의 시선 따라가면 누군가 복도 끝에 서 있다. 하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은 채 실루엣만 보이는..
오수, 굳어져서 본다. 남자가 한 발 다가선다.
오수, 놀라 굳은 채로 혼이 빠져나간 듯 바라보는데서...(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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