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5
KBS 수목드라마 ‘마왕’ 5회 - 들어라, 심판의 소리를
씬1 대식 사무실(밤, 연결)
오수 (점점 숨이 가빠지는 대식의 모습에 어쩔 수 없이 허둥댄다) 대식아,
조금만 참아. 구급차 금방 올 거야.
-<정의> 타로카드가 오수 옆으로 스르륵 떨어져 내린다.
오수 (카드는 보지 못하고 충혈 된 눈빛으로 마치 자신에게 얘기하듯)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대식 (오수를 바라보며 숨을 헐떡이며 뭔가 얘기를 할 듯이 입을 움직거린다)
오수 대식아?
대식 (뭔가 말하려고 애쓰지만 결국 이내 실신한다)
오수 (소리친다) 대식아! 정신 차려, 대식아! 대식아!
씬2 달리는 차 안(밤)
승하, 예의 그 무표정하고 싸늘한 얼굴로 운전을 하고 있다.
보조석에 잠든 소라, 인형을 꼭 끌어안고 있다.
씬3 달리는 앰뷸런스 안(밤)
<화면분할>
-오수, 의식을 잃은 채 산소 호흡기를 달고 누워있는 대식의 손을
꼭 쥐고 간절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앉아있다.
-달리는 차 안, 너무도 담담한 표정이 오히려 서늘한 느낌을 주는 승하와
인형을 꼭 끌어안고 잠든 소라.
타이틀 뜬다. 마왕 5회.
씬4 골목길(밤)
흐트러진 옷차림, 흐트러진 머리, 제 정신이 아닌 듯 혼이 나가서
정신없이 도망치듯 가고 있는 여자, 정연이다. 마치 무서운 것을 버리듯이
주머니에 있던 권총(가스총)을 인근 화단에 던져버리고 달려간다.
씬5 강력5팀(밤)
민재, 자동판매기 커피 한 잔을 앉아있던 광두 앞에 놓는다.
민재 이거라도 좀 드세요.
광두 (웃으며) 고마워요.
민재 신문이라도 갖다 드릴까요?
광두 괜찮아요. 나한테 신경 쓰지 말고 일 봐요.
민재 ..예에. (자리로 가려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얼른 받으며) 어떻게 됐어?
재민 (F) 일이 좀 생겼습니다.
민재 (O.L.) 강선배가 성준표 들이받은 거야?
광두 (준표란 말에 민재를 본다)
민재 (놀라서) 그게 무슨 소리야?
씬6 대식 사무실(밤)
재민, 혼자 남아서 안절부절 못하며 통화중이다.
재민 저도 아직 상황파악이 안된 상태라서..아무튼 강선배님 말로는 타로관련
사건이라고 하거든요?
씬7 강력 5팀(밤)
민재 (번쩍) 거기 어딘데? 잠깐만. (메모하고는) 알았어. (끊는데)
반팀장 (들어오며, 광두에게) 미안해. 오래 기다렸지?
광두 (일어서며) 아닙니다.
민재 (얼른 끼어들며)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사건이 생겼습니다.
반 사건?
씬8 병원 응급실(밤)
응급 베드에 누워있는 대식의 몸에 심전도가 붙여있고 의사1,
다급한 손길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참고: 손바닥으로 대식의 양쪽
유두를 연결한 부위 중간지점을 압박) 심전도 모니터엔 아무 반응
없이 제로로 나와 있다.
오수, 초조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씬9 정연의 집 앞(밤)
승하와 인형을 안고 있는 소라가 집 앞에 와 선다.
승하 여기가 소라 집이야?
소라 (웃는 얼굴로 주억이며) 네에.
승하 (소라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정말 똑똑한 도로시구나 소라는. (하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
씬10 응급실(밤)
의사1, 긴박하게 심폐소생술을 행하면서 심전도 모니터를 주시한다.
모니터는 ‘0’에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극도의 초조감과 절박함으로 머리를 싸잡으며 어쩔 줄 모르는 오수.
씬11 멈춰진 차 안(밤)
정연 집 근처에 세워진 승하의 승용차 안에 앉아있는 승하와 소라.
소라가 천진하게 동요를 부르고 있다. 승하는 그 모습을 미소로 바라본다.
씬12 응급실(밤)
땀을 흘리며 심폐소생술을 하는 의사1, 모니터를 본다.
여전히 모니터엔 반응이 없다. 이미 대식의 심장은 멈춰버렸다.
의사1, 손을 멈춘다. 의사1 의사2와 허탈한 시선을 주고받고 대식의
몸에서 심전도를 떼어내기 시작한다.
오수 (어리둥절해서 보며) 뭐 하는 겁니까?
의사1 (시계보고 확인하곤, 선고한다) 윤대식 환자 밤 8시30분 사망하셨습니다.
오수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으로 보는)
씬13 멈춰진 차 안(밤)
소라는 동요를 부르고 있고 승하는 차 창 밖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다.
그의 표정엔 기묘한 슬픔이 담겨있다.
씬14 응급실(밤)
오수 (믿기지 않아 오히려 웃어보려고)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
의사1 병원에 오기 전에 이미 심장이 멎은 상태였습니다.
-간호사가 대식의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어주려는데 오수가 잡아서
제지하며.
오수 (이성을 잃고)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럴 리가 없다구요!
의사1 (할 말이 없어서 보는데)
오수 (정신이 없다) 왜 이러고 있습니까? 빨리 뭐든 해 봐요! 당신들
의사잖아! (대식에게) 대식아! 기운 내. 조금만 더 힘을 내. 대식아,
내 말 들리지? (의사1에게) 뭐든 해 보라구요!
민재 (안으로 들어오다 우뚝 멈춰 선다. 상황파악이 됐다)
의사1 죄송합니다. 저희로선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가려는데)
오수 (잡으며) 이렇게 죽을 놈이 아닙니다. 이렇게 죽을 놈이 아니라구요.
의사1 (고개 인사하고 가려는데)
오수 (또 다시 잡으며) 이봐요!
민재 (잡아서 의사1에게 떼어내며) 강선배!
오수 어떻게 좀 해 봐요!
의사1 (이미 나가고 있다)
민재 (오수를 끌어안고 진정시키려 애쓰며) 제발 진정해.
오수 (발버둥 치듯) 뭐라도 좀 해 보란 말야!
민재 (안타까움으로 힘주어 안으며, 버럭) 제발 이러지 마! 정신 차려, 선배!
오수 (그대로 가만히 멍하게)...
민재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이 가득한 얼굴로 오수를 본다)
-오수, 민재의 손을 조용히 떼어내곤 대식을 돌아본다. 천천히
대식 앞으로 가는 오수, 슬프게 얼굴이 일그러진다.
손을 뻗어 대식의 얼굴을 만지려다가 손을 거두는 오수.
<플래시 백-4회 씬13>
대식 (감동해서 웃음이 돌며) 내 생각해 주는 건 그래도 너밖에 없다.
-오수, 비로소 울음이 터지기 시작한다.
<플래시 백-4회 씬45>
대식 대충 자금 회수되면 오뎅바 같은 거 하나 차릴까 싶다.
-오수, 울음을 참기 위해 꽉 다문 입과는 달리 눈에선 눈물이 흐른다.
손을 뻗어 대식의 머리를 쓸어주는 오수, 무릎이 꺾이듯 주저앉으며
대식의 가슴에 머리를 묻고 오열한다.
씬15 멈춰진 차 안(밤)
소라, 엄마를 기다리다가 지쳤는지 인형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승하 (다독이듯 부드럽게) 엄마 금방 오실거야.
소라 엄만 돈 벌어야 돼서 맨날 늦어요.
승하 (안쓰럽게 보다가) 아저씨가 소라한테 선물 줄까?
소라 (반짝해서 고개 주억인다)
승하 (주머니에서 뭔가 꺼내 주먹 쥔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자 어느 쪽
선물부터 풀어볼까?
소라 (재밌는 듯 금방 신이 나서 한쪽 손 가리키며) 이쪽!
승하 짠! (주먹을 펴면 박하사탕이 서너 개 있다)
씬16 응급실 앞 복도(밤)
민재 기도폐쇄요?
의사1 환자가 천식을 앓았다고 하니까 천식에 의한 기도폐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죠.
민재 그럼 천식 때문에 사망했단 건가요?
의사1 그건 어디까지나 추측이구요. 정확한 사망원인을 알고 싶으시면
부검하는 수밖에 없어요.
오수 (무섭게 굳은 얼굴로 밖으로 나온다)
민재 (의사1에게) 고맙습니다. (조심스럽게 오수에게) 괜찮아요?
오수 (O.L.) 차 키 줘.
민재 어디 가려구?
오수 (버럭) 키 줘 얼른!
씬17 정연 집 근처(밤)
정연, 혼이 빠진 얼굴로 넋을 놓고 걸어온다.
소라 (E) 엄마!
정연 (번쩍 고개를 들고 보면)
-승하의 승용차는 세워져 있고 승하와 소라는 밖에 나와 있다.
정연 소라야!
소라 (인형을 든 채로 뛰어가며) 엄마!
-정연의 품에 안기는 소라. 그 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는 승하.
정연 우리 소라 어디 다친데 없어? 응?
소라 (천진난만하게 끄덕인다)
정연 (안도하다가 문득 소라의 손에 들린 인형을 보곤 당혹스럽게 굳어지는)....!
소라 마법사 아저씨가 집 찾아줬어. 저기. (승하를 가리킨다)
정연 (그제야 승하를 본다)
승하 (담담한 미소로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씬18 대식 사무실(밤)
반팀장, 책상 위에 있는 <정의> 타로 카드를 보고 있다.
재민 저도 자세히는 모르는데 아마 그 카드가 택배로 온 모양입니다.
저 인형하구요.
반 (불길한 느낌으로 한숨 내쉬곤 책상 위에 놓여있는 인형을 보는)
씬19 정연 집 앞(밤)
정연 (불안정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뭐라고 인사를 드려야 할지..정말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승하 아닙니다.
정연 저기 지금은 제가 경황이 없어서..연락처라도 알려주시면 나중에라도
꼭 한 번 찾아뵐게요.
승하 (미소로) 괜찮습니다.
정연 그래도.
승하 소라 때문에 오히려 제가 즐거웠습니다. (소라에게) 이젠 아무나 따라가고
그러면 안 돼. 잘못하면 또 길 잃어 버려. 알았지?
소라 (웃으며 끄덕인다)
승하 (웃어보이곤, 정연에게) 들어가세요.
정연 정말 고맙습니다.
승하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간다)
정연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소라 엄마 이거.
정연 (보면)
소라 (박하사탕을 내민다) 오즈의 마법사가 도로시한테 선물 한 거야.
정연 ..그랬어?
소라 그리고 이거랑. (하고 내미는데 승하의 명함이다)
정연 (본다)
소라 (도로 자기 주머니에 소중하게 넣으며) 또 길 잃어버리면 마법사
아저씨한테 전화하랬어.
정연 ..그랬구나. (다시 승하를 본다)
-뚜벅뚜벅 어둠속으로 묻히듯 사라져가는 승하의 뒷모습.
씬20 준표의 오피스텔 복도(밤)
독이 오른 성난 사자처럼 무섭게 걸어오는 오수.
민재 (가로 막으면서) 이건 아니야, 선배.
오수 (밀치고 가며) 미친놈이야. 그냥 두면 안 돼.
민재 (오수를 걱정하는 마음을 담고 또 다시 막으며) 무작정 뭘 어쩌려구요?
오수 (다시 밀치고 가며) 이 자식이 대식일 죽였어.
민재 (따라가며) 천식 때문일 수도 있다잖아.
오수 (O.L.) 분명히 살인이야!
민재 아직 증거가 없잖아?
오수 미친 놈 상대하는데 증거 같은 건 필요 없어!
민재 (뭐라고 말도 하기 전에)
오수 (오피스텔 초인종을 누른다)
민재 증거 찾은 담에 그때 와요. 엉?
오수 (대꾸가 없자, 쾅쾅 주먹으로 현관을 두드린다) 성준표!
민재 강선배!
오수 성준표, 나와!
민재 진짜 왜 이래요?
-다른 오피스텔 주민이 문을 열고 나와서 본다.
오수 (대꾸가 없자 발로 차고 주먹으로 현관을 두드리면서) 안 나와!
나와 이 개자식아!! (하는데)
민재 (끌어안듯이 벽으로 오수를 밀어붙인다)
오수 (멍 본다)
민재 (간절하게 사정하듯) 제발 정신 좀 차려요. 그래, 선배 말대로 살인사건
이라고 치자구. 그럴수록 증거를 찾아야지. 무턱대고 붙었다간 오히려
우리가 당해. 선배 친구 죽음에 먹칠하고 싶어요?
오수 (멍해서 중얼거리듯)...도대체 왜..
민재 (본다)
오수 왜 대식이야...그 자식..이제 제대로 살아보려고 했는데..도대체 왜?
민재 (안타깝다) 그러니까 증거 찾자. 증거 찾아서 미친 놈 제대로 잡자구요,
응, 선배?
오수 (거의 돌아버릴 지경인지 감정 추스르지 못하고 울에 갇힌 사자처럼
서성이는데)
준표 (E) 여기서 뭐하는 겁니까?
오수/민재 (돌아본다)
준표 (다가오며) 남의 집 앞에서 뭐하는 거냐고 묻잖습니까?
오수 (무섭게 노려보고 뭐라 말하려는데)
민재 (얼른 제지하듯 앞으로 나서며) 경찰입니다. (신분증 제시하려는데)
준표 압니다. 근데 경찰이 이 시간에(하는데)
오수 (O.L. 다짜고짜) 지금 어디서 오는 길입니까?
준표 (어이가 없는 듯 웃으며) 그걸 왜 묻습니까?
오수 어디서 오는 거냐구요?
준표 내가 어디서 오든 당신이 그걸 왜 알아야 되는데?
오수 왜 반말이야?
준표 뭐요?
민재 (얼른, 중간에서 미치겠다) 확인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 그렇습니다.
준표 (어이없다는 듯 웃곤) 이거 엄연한 인권침핸 거 몰라요?
민재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사과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오수 (씹어 먹을 듯 준표를 노려본다)
준표 (현관문 열면서 느긋하게) 확인할 게 있으면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제대로 격식 갖춰서 다시 오시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오수 (문을 잡아 제지하곤) 먼데 가지 마십쇼. 제대로 격식 갖춰서 금방 다시
올 테니까! (휙 돌아서 간다)
민재 (난처한 표정으로 준표에게 고개 인사하고 간다)
준표 (굳은 표정으로 오수의 뒷모습을 본다)
씬21 달리는 차 안(밤)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앞만 보며 운전하고 있는 오수.
보조석의 민재, 불안하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오수를 바라본다. 오수의
심정을 이해하기에 오히려 입이 열리지 않는 민재.
씬22 달리는 차 안(밤)
차분한 얼굴로 운전하고 있는 승하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지어진다.
씬23 분식집(밤)
소라, 김밥등을 먹으며 얘기하고 정연은 무언가에 쫓기는 듯 불안한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소라 경찰서 앞에서 기다리면 엄마가 데리러 온 댔어.
정연 (불안하고 초조한) 그 아저씨 누군지 알아?
소라 마법사 아저씨?
정연 아니, 소라랑 동물원에도 가고 경찰서 앞에다 데려다 준 아저씨.
소라 (끄덕인다)
정연 저번에 우리 집에 왔던 그 아저씨야? 왜 있잖아, 소라가 무섭다고 했던.
소라 아니. (인형 들어 보이며) 소라한테 인형 선물한 착한 아저씨야.
정연 (영문을 모르겠다) 인형 선물한 아저씨?
소라 응. (맛있게 먹고)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소라의 인형을 보는 정연,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당혹스러운 얼굴로 멍한.
씬24 대식 사무실 안(밤)
오수, 눈빛을 빛내며 구석구석을 뒤지고 찾고 있다. 벽시계가 11시에
가까워진 시간.
재민 제가 다 찾아봤는데 별다른 게 없습니다.
오수 과학수사팀은 왜 안 왔어?
재민 저기 그게 아직 정식으로 접수가 된 사건이 아니라서..
오수 (버럭) 살인사건이야, 임마!
<시간경과>
12시를 향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벽시계의 시계바늘.
오수는 눈에 불을 켜고 구석구석 샅샅이 뒤지고 있다.
재민과 민재 함께 찾다가 지쳐서 일어서며.
민재 아무 것도 없어요.
오수 (대꾸하지 않고 증거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민재 저기..유가족한텐 연락했어요?
-오수, 대꾸도 않고 굳은 표정으로 소파 밑을 들여다본다.
오수 손전등 줘 봐.
재민 (얼른 손전등을 준다)
-오수, 소파 밑으로 손전등을 비춰본다. 저쪽 구석진 곳에 무언가 작은
물건이 보인다. 오수, 손을 뻗어 잡으려고 하지만 손이 닿지 않자
필사적으로 몸을 낮춰서 물건을 끄집어내서 본다. 작은 옷 단추다.
오수 (단추를 들여다본다)
민재 여자 것 같은데요.
오수 (증거품 봉투에 단추를 넣다가 문득 시선이 인형에게 간다)
해인 (E) 여자아이가 보였어요. 다섯 살 정도 되는. <전 대본에 없던
대사입니다>
오수 (중얼거리는) 여자아이..
민재 ..뭐?
오수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인형을 바라본다)
씬25 해인의 꿈(밤)
<혼재된 악몽, 플래시 컷>
-인형을 내미는 손, 어린 소라의 웃는 얼굴.
-칼을 뺏기 위해 소년 오수의 팔목을 잡아 쥐고 옥신각신하는 태훈,
두 소년의 손.
-블로그에 있던 글. 심판 타로 카드와 ‘들어라, 심판의 나팔소리를.
보아라, 어둠이 거치고 새 세상이 올 지어다‘
-태훈, 윽! 소리와 함께 허리가 꺾이는 모습..
-블로그에 있던 글. 정의 타로카드와 ‘믿어라, 진실의 무게를, 각오하라,
날선 진실이 심장을 찌를 지어다.
-한 남자의 뒷모습, 그 남자가 돌아보는 순간 얼굴이 드러난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는 오수.(2회 씬2)
씬26 해인의 방(늦은 밤)
해인, 헉! 놀라서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나 앉는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해인의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혀있다.
스탠드 불을 켜고 시간을 확인하면 새벽 2시가 가까워진 시간.
도로 침대에 누우려던 해인, 문득 창밖에서 들리는 빗소리에 창문을
돌아보면 유리창을 적시고 있는 빗방울들..
씬27 해인 집 현관문 앞(늦은 밤)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 봄비.
해인, 밖으로 나와 서서 손을 뻗어 빗방울을 느낀다. 후우...숨을
들이쉬며 한밤중에 내리는 비의 냄새를 맡는 해인의 입가에
안도의 미소가 잡힌다.
그러다 문득 시선이 집 밖 한 곳에 멈춘다. 해인의 시선을 따라가면
고개를 숙인 채 비를 맞으며 서 있는 남자가 보인다. 오수다.
해인, 놀라서 본다.
씬28 해인의 집 앞(늦은 밤)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넋을 잃고 멍하니 서 있는 오수.
<플래시 백-2회 씬65>
대식 오수야, 내가 너 진짜 좋아하는 거 알지?
-오수, 대식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지 슬픈 눈으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처참한 심정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 서 있다가 해인의 집 대문을 본다.
자신이 여기 왜 왔는지 알 길이 없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날리고는
이내 발길을 돌린다.
해인, 우산을 들고 대문을 나서서 보면 오수가 저만치 비를 맞으며
걸어가고 있다.
해인, 우산을 펴 들고 뛰는 걸음으로 가서 오수에게 우산을 받쳐준다.
무심히 돌아보는 오수의 눈빛이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너무도 슬프다.
해인, 철렁하는 느낌으로 본다.
두 사람, 각자의 이유로 말문이 막혀서 잠시 침묵...
해인 무슨...일 있으세요?
오수 (물기어린 눈으로 억지로 웃어 보이려하며) 난...그냥..이 근처에 왔다가.
해인 ....
오수 .....어떻게 알고 나왔어요?
해인 (애써 미소로)...빗소리 때문에 깼는데 강형사님이 계셔서..
오수 (허하게 끄덕이며)..아...(하면서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해인 안 좋은 일...있으신 거예요?
오수 (대답대신)..들어가요. 잘못하면 감기 걸려요. (우산 속을 나가 걸어간다)
해인 (잠시 보다가 얼른 가서 오수의 손에 우산을 쥐어주며) 쓰고 가세요.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이곤 가려는데)
오수 (해인의 손목을 잡는다)
해인 (움찔해서 본다)...!
오수 (말없이 해인의 손에 다시 우산을 쥐어주고는 슬프게 웃곤 빠르게
걸어가다가 이내 뛰어간다)
해인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씬29 해인의 집 거실(늦은 밤)
해인, 걱정스런 얼굴로 안으로 들어서는데 해인모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해인을 보고 서 있다.
해인 (놀라서) 깜짝이야. 놀랐잖아.
해인모 (수화, E) 오히려 내가 놀랬어. 지금 몇신 줄 알아?
해인 (웃으며) 비 소리가 너무 좋아서요.
해인모 (은근한 압박으로 애정을 담고 노려보며, 수화) 거짓말도 잘하네. 누구야,
방금 그 남자?
해인 (찔끔) 아아...
해인모 (호기심 가득, 수화) 남자친구 생겼어?
해인 그럼 당장 엄마한테 인사부터 시켰지.
해인모 (수화) 근데 이 시간에 집 앞까지 왜 왔어? 뭐 하는 사람인데?
해인 (설명하기 복잡해지자 얼렁뚱땅 애교) 나 더 자야겠다. 출근도 해야 되고.
(해인모 끌어안으며) 엄마도 어서 주무세요.
해인모 (너 수상해 하는 표정으로 귀엽게 흘긴다)
해인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어요.
해인모 (수화) 엄마 진짜 섭섭해. (부러 삐친 척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해인 (따라 들어가며 애교) 나중에 다 얘기해 줄게. 얘기해 준다구요. 엄마,
삐쳤어? 어?
씬30 석진의 거실(새벽)
석진이 문을 열어주면 비에 젖은 오수가 서 있다. 비는 이미 그친 상태.
석진 (어리둥절해서) 오수야?
오수 (그대로 거칠게 안으로 들어서며) 순기 어딨어?
석진 방에. 순기는 왜?
오수 (방으로 가려는데)
순기 (졸린 눈을 비비며 나온다) 왔냐?
오수 (O.L.) 오늘 아니지 어젯밤에 대식이 사무실에 왔었어?
순기 (어리보기)...아니.
오수 (O.L.) 너 대식이 만나기로 했었잖아?!
석진 무슨 일인데 그래?
오수 (O.L.) 바른 대로 말해. 만났어?
순기 (오수의 태도에 주눅이 든다) 아니 그게 저기 어떻게 된 거냐면. 만나러
가긴 갔었는데.
오수 그런데?
순기 경찰차가 있더라구. 그래서 그냥 왔어.
오수 (어이가 없다) 뭐?
순기 대식이 그 자식 경찰에 달려 들어갔지? 내가 진즉에 이런 일
있을 줄 알았다 그 자식 사람 등쳐먹는 짓만(하는 순간)
오수 (순기의 멱살을 덥석 움켜잡더니) 입 닥쳐!
순기 (겁에 질려서 본다)
오수 (버럭) 입 닥쳐, 자식아!
석진 (당황해서 말리며) 오수야, 왜 이래?
오수 (O.L.) 너 사실대로 말한 거지? 대식이 사무실엔 분명히 안 온 거지?
순기 그..그렇다니까.
오수 (순기의 멱살을 확 풀어주곤 답답한 듯 숨을 몰아쉬고 얼굴을 쓸어내린다)
석진 무슨 일인데 그래, 대체?
-오수, 참담한 시선으로 석진을 보다가 아무 말 없이 현관으로 향한다.
석진 오수야?
오수 (멈춰서더니 등을 보이고 서서) 대식이가...죽었다.
-석진과 순기, 도무지 현실 감각이 없는 듯 멍해져서 보는데
오수, 문을 열고 나간다.
순기 (믿기지 않는)...저 자식이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석진 (얼어붙은 채로 서 있다가 이내 급하게 오수를 따라 나간다)
씬31 병원 복도(새벽)
의자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오수, 참담하고 어두운 얼굴.
무언가 깊은 질곡에 빠진 사람처럼 혼란스런 눈빛으로 목적 없이 한 곳만
응시하고 있다.
씬32 승하 오피스텔(새벽)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하고 있는 승하, 감고 있던 눈을 조용히 뜬다.
씬33 병원 복도(아침)
오수, 그 자세 그대로 앉아 있다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이리저리 서성
이다가 그대로 벽에 머리를 박은 채...그러다 황급한 발소리에 고개 들어
시선주면 경황없이 오고 있는 낡은 옷차림의 대식모와 대식의 누나.
두 여자, 차림세로보아 형편이 넉넉지 않아 보인다.
그 뒤로 착잡한 표정으로 따라오는 석진.
오수, 두 여자의 모습에 가슴이 내려앉듯 보는.
씬34 승하의 방(아침)
옷장 문을 열어 와이셔츠를 찾아드는 승하의 손.
와이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잠그고 넥타이를 매고 양복을 입는 침착한
손놀림. 거울을 바라보는 승하의 차가운 눈빛.
씬35 경찰서 한 곳(아침)
반팀장, 걸어오면서 광두와 통화중이다.
반 모처럼 왔는데 어젠 미안했다.
광두 (F) 아닙니다.
반 근데 할 말이란 게 뭐야?
<화면 분할>
광두 (사무실에서) 직접 뵙고 말씀드릴게요. 언제 시간 괜찮으세요?
반 알 수가 없다. 사건이 또 터져서.
광두 그럼 형님 시간 되실 때 전화 주세요.
반 그래, 알았어. (끊는데)
오수 (급하게 오면서) 팀장님!
반 (돌아본다)
오수 유족이 부검에 동의 했습니다.
반 (대뜸) 살인사건이라는 확신 있어?
오수 무슨 말씀이세요?
반 니 친구 일은 정말 안됐지만 의사 소견도 그렇고
오수 (O.L.) 하지만
반 (O.L.) 내 말부터 들어. 타로카드가 왔다는 정황만으로 살인 사건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어.
오수 살인 사건이 분명합니다. 택배도 그렇지만 어젯밤 대식이 사무실에
들어갔을 떼 매캐한 가스 냄새 같은 게 났었습니다.
반 가스 냄새?
오수 네. 정확히 뭐라고 말씀은 못 드리겠지만 대식이 죽음과 분명히
관련이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민재 (급하게 나오면서) 찾았어요!
-오수와 반팀장, 돌아본다.
씬36 승하 사무실(아침)
막 출근하는 승하를 따라 들어오는 광두.
광두 어제 밤에 고생 많으셨죠?
승하 (미소로) 영특한 꼬마 때문에 오히려 즐거웠어요.
광두 (웃곤) 근데 어쩌다가 아이를 잃어버렸답니까?
승하 그건 못 물어봤네요. 아 참, 조동섭씨 1차 공판 날짠 잡혔나요?
광두 아뇨, 아직. 근데 조동섭씨하곤 어떻게 만나게 되신 겁니까?
승하 (본다) 그냥..우연히요.
광두 예에..
승하 그건 왜 물으시죠?
광두 권변호사 사건에서 마음에 걸리는 게 좀 있어서요.
승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며) 어떤 점이요?
광두 지극히 개인적인 호기심이라서 말씀드릴 만한 일은 못 됩니다.
승하 (미소로) 개인적이라고 하시니까 더 궁금하네요.
씬37 강력5팀(아침)
컴퓨터 모니터 앞에 모여 있는 오수와 반팀장, 민재, 재민.
<그림자 여행> 블로그 내용을 굳은 표정으로 보는 오수.
심판과 정의 타로카드와 해인이 잔상에서 보았던 문구들. 그 위로.
민재 타로카드가 강선배한테 보내진 순서대로 올려져있고 내용도
딱 들어맞아요.
재민 이 인간 진짜 싸이코네.
민재 (마우스로 블로그 내용 밑으로 내리면서) 정의 카드를 올린 뒤론 다른 타로
카드에 대한 언급은 아직 없어요.(하는데)
오수 잠깐!
-민재, 손을 멈추고, 다들 모니터를 주시하면 블로그에 있는 지옥문
청동조각의 사진.
오수 (사진을 확인하곤 표정이 식어 내린다)
<플래시 컷-4회 씬37>
해인 지옥문이라는 조각상이에요.
오수 이놈이 틀림없습니다, 팀장님.
반 (끄덕인곤 재민에게, 다급한) 통신회사에 긴급통신 조회 의뢰해서
블로그 주인 본명, 모든 인적사항, 몇 번 접속했는지 어디서 접속했는지
싸그리 알아내.
재민 알겠습니다. (자기자리로 가서 공문 작성을 위해 컴퓨터 켠다)
오수 (지옥문 사진을 응시하고 있다)
씬38 승하 사무실(낮)
승하 앞에 마주 앉아있는 양복차림의 순기.
순기 일찌감치 인사를 드리러 온다는 게 늦었습니다.
승하 (입가에 미소가 있지만 차가운 시선으로 본다)
순기 저기 이거. (주머니에서 봉투를 하나 꺼내서 내민다)
승하 뭡니까?
순기 제가 사례도 못했고 해서..얼마 안 되지만 받아주십쇼.
승하 사례는 이미 충분히 받았습니다.
순기 그러지 마시고 받아주십쇼. 저번 술값도 변호사님이 계산하셨다면서요?
승하 (뜬금없이) 친구 분들은 잘 계시죠?
순기 (한숨처럼) 잘 있긴요. 그때 보셨던 대식이란 놈 기억하시죠?
승하 ...그럼요.
순기 그 자식이 어제 밤에 죽었어요.
승하 (놀란 듯) 어쩌다가요?
순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부검한다고 장례도 못 치르고 있는데
..그 놈도 진짜 재수 드럽게 없는 놈이지. (깊은 한숨)
승하 (무표정한 얼굴에 차분한) 뭐라고 위로를 해 드려야 할 지 모르겠군요.
순기 사람 목숨이야 뭐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그 자식, 아직 서른도
안됐는데..
승하 (눈빛이 서늘해지며) 정말 아까운 나이네요.
순기 그러니까요.
승하 장례 날짜 정해지면 연락 주십시오.
순기 오시게요?
승하 그래야죠. 인연이 있는 분인데.
씬39 도서관 한곳(낮)
해인, 걸어오다 멈춰 선다. 한쪽에 어둡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해인을
기다리고 있는 오수의 모습. 오수 손엔 증거품이 들어있는 봉투가 있다.
해인, 오수의 모습이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다가가 선다.
해인 강형사님!
오수 (본다)
해인 (부러 더 밝은 미소로) 수선화가 활짝 폈어요.
오수 ..네?
해인 언젠가 강형사님이 선물해 주신 화분이요. 그 꽃이 수선화거든요.
근데 오늘따라 더 활짝 피었어요.
오수 (쓸쓸하게 웃으며)...무슨 꽃인지도 몰랐네요, 난.
해인 (웃곤, 조심스레) 어젯밤엔...잘 들어가셨어요?
오수 (가만히 보다가 시선 돌리며)....내 친구가 죽었습니다.
해인 (놀라서 말문이 막혀 본다)
오수 (마음을 정리하듯) 그 녀석 사무실로 나한테 왔던 정의타로 카드가
택배로 왔었어요.
해인 ...그렇다면.
오수 타로카드로 예고했던 다음 희생자가 내 친구였던 거죠.
해인 ...
오수 (여전히 시선은 다른 곳을 보며) 동기는 아직 모르겠지만 범인이 나와
관련된 인물인 것만은 확실해 졌어요. (힘들게) 그래서...대식이가 죽은
겁니다. 나 때문에..
해인 ....
오수 나 때문에...죽었어요.
해인 (뭔가 위로를 해 주고 싶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오수 (착잡한 심정으로 잠시 감정을 추스르다가) 이거. (하며 증거품 봉투에서
인형을 꺼내서 보여준다)
해인 (인형을 본다)
<플래시 컷-3회 씬47. 인형을 내미는 남자의 손에서 인형의 모습>
해인 (굳어진 표정)...!
오수 해인씨가 잔상에서 읽어낸 인형, 이거 맞죠?
해인 ...네. 이 인형이 타로카드와 함께 택배로 온 건가요?
오수 네. 권변호사님한텐 칼을 보냈고 그게 살해흉기로 사용됐어요.
이번엔 이 인형인데...보낸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어요.
해인 사인은...권총인가요?
오수 아니에요. 부검을 의뢰한 상태니까 사인은 곧 밝혀질 겁니다.
(사진 한 장을 내밀며) 혹시 이 남자, 잔상에서 본 적 있어요?
해인 (사진을 보면 준표의 주민등록증 사진이다) 아뇨.
오수 (실망하는)...그래요. (핸드폰이 울린다) 잠깐만요. (받으며) 어.
씬40 강력5팀(낮)
민재 (다급한) 블로그 주인이 누군지 알아냈어?
오수 (E, 긴장) 누구야?
민재 그 놈이야. 성준표.
씬41 도서관 한 곳(낮)
오수 (굳어서) 알았어. (끊고) 가봐야겠어요. (증거품 봉투 주며)
현장에 있던 타로카듭니다. 다른 현장 증거가 있는데 지금 감식반에
있어요. 부탁합니다.
해인 네.
오수 ..고마워요. (하고 돌아서는데)
해인 강형사님.
오수 (멈추고 돌아본다)
해인 ...강형사님 잘못이 아니에요.
오수 ...
해인 어떤 이유에서건 옳은 건 옳은 거고 틀린 건 틀린 거예요.
거기에 예외는 없어요. 어떤 이유에서건 나쁜 건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범인이지 강형사님이 아니에요.
오수 (아무런 말도 못하고 본다)
해인 (따뜻한 미소로) 그러니까...자책하지 마세요. 그건 친구 분도 원하는 일이
아닐 거예요.
오수 (상처받은 마음을 해인이 어루만져 준 듯 젖은 눈으로 웃으며 해인을
바라본다)
해인 (미소를 지어 보인다)
오수 (말문이 막혀 괜히 혼자 머리를 끄덕여보이고는 인사도 제대로 못한 채
돌아서서 간다)
해인 (걱정스레 바라보곤 자신의 손에 들린 증거품 봉투를 본다)
씬42 준표 오피스텔 복도(낮)
오수와 민재, 재민이 급하게 와서 준표의 오피스텔 현관 앞에 멈춰 선다.
민재, 초인종을 누르지만 안에선 대답이 없다. 또 다시 초인종을 누른다.
여전히 대답이 없다. 오수, 주먹으로 현관문을 치려는데 문이 열리며
준표가 얼굴을 내민다.
준표 또 무슨 일입니까?
오수 (압수수색영장을 준표 얼굴 가까이에 들이대며) 압수수색영장입니다.
준표 (황당해서) 뭐요?
씬43 준표 오피스텔 안(낮)
오수와 민재, 재민이 안으로 들어오고 준표가 뒤따라 들어온다.
준표 혐의가 뭡니까?
오수 (말은 정중하지만 표정은 친절하지 않다) 살인교사혐?니다. 수사에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성준표기자님.
준표 살인교사요?
오수 그렇습니다.
준표 (헛웃음을 웃으며) 어이가 없네. (여유가 있다) 혐의를 받고 있단 건
뭐든 정황이 있단 얘기니까..암튼 일단 뭐든 찾아보시죠. 얘긴
그 뒤에 하구.
오수 (눌러보다가, 민재와 재민에게 눈짓을 한다)
-민재와 재민, 준표의 집을 수색하기 시작한다. 오수는 준표의
책상 쪽으로 간다. 준표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오수를 보고 있다.
오수, 책상 위에 깔끔하게 정리 정돈된 필기도구며 문구용품들을 본다.
해인 (E) 꼼꼼한 사람 같아요.
<플래시 컷-2회 씬9>
해인 가위 손잡이 부분이 빨간색 실 같은 걸로 촘촘하게 매져있었거든요.
-오수, 책상 위에 놓인 필기도구 통에서 가위를 다급하게 찾는다.
거기엔 가위가 없다. 책상 서랍을 하나씩 열어보며 가위를 찾는 오수.
가위가 발견된다. 그냥 보통 가위다.
오수 (실망하는데)
민재 (E) 강선배!
오수 (보면)
-민재, 세트인 채로 들어있는 해인의 타로카드와 권현태 사무실 CCTV
화면에 찍혔던 현관 카드키를 놓던 남자가 신고 있었던 그 운동화를
들고 있다.
<플래시 컷-CCTV 화면에 찍힌 권현태 사무실 앞에 카드키를 놓던 남자, 운동화>
민재 이거 CCTV에 찍혔던 그 운동화 같은데?
재민 같은 게 아니라 틀림없습니다. 제가 그 화면을 스무 번도 더 봤거든요.
오수 (무섭게 준표를 노려본다)
준표 (영문을 모르겠는지 당황스런 기색으로 보는)
씬44 진술 녹화실(낮)
전혀 동요가 없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반듯하게 앉아있는 준표.
그 앞에 오수와 반팀장, 재민이 있다.
책상 위엔 블로그의 글을 인쇄한 종이와 오수에게 왔던 타로카드와
편지, 조동섭에게 보낸 편지 등이 놓여있다.
준표 택배를 보낸 사람이 누군진 모릅니다.
오수 누가 보냈는지도 모르는 물건을 왜 보관하고 있어요?
준표 누군지 모르니까 돌려줄 수가 없잖습니까.
오수 택배 상자는요?
준표 분리수거할 때 버렸습니다.
오수 근데 물건은 갖고 있었다?
준표 같은 소리 몇 번을 하게 합니까?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요.
그게 살인사건 현장에 있었던 증거품이라면 내가 집에다 모셔 뒀겠습니까?
오수 버렸을 리가 없죠. 다음 사건을 준비해야하니까.
준표 웃기는 소리 집어 쳐요.
오수 그럼 왜 아무 상관도 없는 당신한테 택배를 보냈다고 생각합니까?
도대체 무슨 이유로.
준표 그건 나도 궁금하네.
오수 (노려본다)
반 (블로그 인쇄한 종이 내밀며) 이거 당신 블로그 내용 맞죠?
준표 (보더니) 아뇨.
반 성준표씨 이름으로 개설된 블로급니다.
준표 난 모르는 일입니다.
오수 당신이 개설한 블로근데 모른다는 게 말이 돼요?
준표 (여유 있게 견지하며) 말 안 되는 일이 어디 한 둘 입니까? 지금
날 잡고 이러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일이구. 그리고 내 이름으로
개설됐다고 해서 내가 직접 만든 블로그란 증거 있어요?
오수 (말문이 막혀서 본다)
반 조동섭 옹호 기사를 쓴 이유는요?
준표 기자가 기사 쓰는데 이유가 있어야 됩니까?
오수 내가 말해 줄까요, 그 이유?
준표 (본다)
오수 당신은 몇 년 전에 강동현 의원에 대한 폭로성 비리기사를 썼다가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고 그 일로 편집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이혼까지 당했어요.
준표 (흔들림 없이 보는)
오수 그래서 강의원과 권변호사한테 원한을 품었고 다른 사람을 이용해
강의원 주변 인물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기로 결심한 거죠. 그 첫 번째
대상이 권변호사였던 거구.
준표 그거 기사거리가 되겠네.
오수 맞아. 당신은 그렇게 권변호사를 살해한 뒤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기사를 썼어. 조동섭을 옹호하는 기사.
준표 (피식 웃곤) 말이 되긴 하는데 나라면 권현태가 아니라 강동현부터
공격했을 것 같은데? (이죽거리는) 아니면 강동현의 자식이든가.
안 그래요?
오수 (확 굳어지며) 이 자식이! (덤벼들려는데)
반 (오수를 막으며 무섭게 책망하는 눈짓)
오수 (눌러 참는다)
준표 아버지를 많이 닮으셨네요.
오수 (확 노려보는데)
반 (오수의 행동을 막듯이) 어젯밤 7시에서 8시 30분 사이에 어디서 뭘
하셨습니까?
준표 (여유 있다) 이슈엔 이슈 편집장과 저녁을 먹고 있었어요.
-반, 재민에게 눈짓하면 재민, 고개 끄덕이고 급하게 밖으로 나간다.
준표 그리고 분명히 말하는데 난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어리석은 짓을 할
만큼 무모하지 않습니다. (오수를 똑바로 보며) 썩어빠진 비리 정치인이
버젓이 활보하고 다니는 것도 참아줄 만큼 인내심이 아주 많거든요.
오수 (폭발 직전의 감정으로 보는)..
씬45 강력5팀 복도(낮)
뭔가 일이 꼬이는 기분이어서 난감한 표정인 반팀장을 따라 걸으며
얘기하는 민재.
민재 (팩스로 받은 긴급통신조회 내역을 보며) 성준표 블로그 아이피 주소를
확인했는데요. 성준표의 다른 게시물하곤 달리 신촌에 있는 피시방에서
작성했어요.
반 (생각이 많은 얼굴로 보는)
씬46 출판사(낮)
영철, 변함없는 모습으로 자기 자리에서 고개 푹 숙이고 열심히
교정을 보고 있다. 저쪽에서 재민이 잡지 편집장(4회 씬26)에게 무언가
묻고 있다.
씬47 고등학교 앞(낮)
민재와 다른 형사가 2회 씬25에 나왔던 여학생에게 준표의 사진을
보여준다. 여학생, 사진을 들여다보더니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 젓는다.
씬48 편의점 앞(낮)
준표의 사진을 이봉규 앞으로 내미는 오수.
노숙자 이봉규, 어벙한 표정으로 사진을 들여다본다.
오수 자세히 잘 봐요. 택배를 부탁한 사람 맞습니까?
봉규 (들여다보며) ....아닌 것 같은데..
오수 다시 잘 보세요. 이 얼굴에 가발하고 선글라스를 썼다고 생각하고....맞아요?
봉규 아니네.
오수 (다그치듯) 다시 한 번 잘 보라니까요!
봉규 아니에요, 이 사람.
오수 (미치겠다)
씬49 로댕 갤러리(오후)
지옥문을 바라보고 있는 승하의 입가에 미소가 잡힌다.
씬50 강력5팀(오후)
책상에 엎드려 생각에 빠져있는 오수. 민재와 재민 힘이 빠진 상태다.
재민 성준표 말대로 택배가 온 것도 확인됐구 알리바이도 확실해요.
민재 하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너무 많아. 내 직감엔 성준표가 뭔가
숨기고 있어.
오수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아.
민재 그걸 어떻게 확신해?
오수 눈을 보면 알아. 그 자식 눈빛이 전혀 흐트러짐이 없어.
민재 그건 선배 생각이구.
반 정리를 해보자구. 만약 성준표가 조동섭을 이용해서 권현태를
살해했다면 그건 얘기가 돼. 강동현 의원에 대한 원한관계가 동길테니까.
근데 윤대식 살해 동기는 없어.
재민 그럼 이봉규 때처럼 범인이 성준표를 이용한 거 아닐까요?
오수 이봉규하고는 달라.
민재 어째서?
오수 이봉규가 무작위로 뽑힌 거라면 성준표는 범인한테 선택된 거야.
그래서 조동섭 편지를 표준성이란 이름으로 보냈고 또 연립주택에
대한 잔상을 (하다가 말을 멈춘다)
재민 잔상이라뇨?
오수 (반팀장을 본다)
반 (잠시 생각하다가 오수에게) 얘기 좀 하지. (하고 나가려는데)
민재 팀장님, 알고 있습니다, 전.
반 (멈칫해서 무섭게 오수를 본다)
민재 (얼른) 강선배한테 들은 게 아니라 제가 우연히 알게 된 겁니다.
재민 (궁금해서) 뭐를요?
-오수와 반팀장 고민하듯 생각하는 시선을 주고받는다.
재민 뭔데요?
반 (결심이 선 듯) 나중에 설명할 테니까 우선 강형사 얘기부터 듣자.
재민 (궁금해 죽겠다) 무슨 얘긴데요?
민재 나중에 설명해 주신다잖아. (오수보며) 선배 생각은 뭔데?
오수 만약 성준표가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 조동섭한테 온 편지에서
연립주택의 잔상이 보였을 이유가 없습니다.
반 성준표가 범인이 아니더라도 이번 사건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는 있다?
재민 (궁금해 죽겠는데 꾹 참고 있다)
오수 그렇죠. 단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서 성준표를 이용한 거라면
연립주택의 잔상을 (하다가 번뜩 드는 생각에 말을 멈추고 본다)
반 왜?
오수 잠깐만 밖으로 나가시죠. (먼저 나간다)
반 (보는)..
씬51 경찰서 한 곳(오후)
오수 만약에 누군가 연립주택의 잔상을 조동섭한테 보낸 편지에
일부러 심어둔 거라면 얘기가 어떻게 되죠?
반 우리가 성준표를 찾아내길 바라고 있다는 뜻이겠지. 결국 범인이
계획한 대로 우린 움직였구.
오수 (굳어져서) 더 중요한 건 범인이 해인씨 능력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소립니다.
반 (심각해지는) 그게 가능하다면 해인이가 읽어낸 잔상도 무조건
믿을 수는 없단 애기잖아?
오수 (차갑게 식어 내리는)
씬52 도서관 한 곳(밤)
모두 퇴근하고 혼자 남아 책상 앞에 앉아있는 해인.
책상 위에 놓인 <정의>타로 카드와 인형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뻗어 카드에 손을 대고 눈을 감는다. 해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린다.
태훈 (E)...그럼 죽여.
<플래시 컷-교정 한 곳, 교복을 입은 소년 태훈의 뒷모습에 가려져 반쯤 모습이
모습이 보이는 소년의 놀란 눈빛.
태훈 (E) 그럴 자신 있으면 그렇게 해.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4회 씬13의 대식과 오수의 모습이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여 지다가
...오수의 얼굴에서>
-책상위에 엎드려 있는 해인, 힘에 겨운 듯 거친 숨을 몰아쉰다.
씬53 지하철 승강장(밤)
지하철을 기다리고 서 있는 해인. 한 손엔 인형과 타로카드가 들어있는
가방을 들고 있다. 지하철이 서서히 멈추고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내린다.
해인, 옆으로 비켜서는데 안에서 내리던 영철과 어깨를 부딪친다. 그 순간!
태훈 (E, 환청처럼) 그럼 죽여.
<플래시 컷-4회 씬13의 대식과 오수의 모습이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여 지다가
...오수의 얼굴에서>
-놀란 해인, 동상처럼 굳어서 멍한 채로 잠시 서 있다가 빠르게 휙
돌아본다. 사람들 사이로 저만치 영철의 뒷모습이 사라져 간다.
해인, 정신없이 사람들을 헤치며 영철을 쫓는다.
사람들 사이로 영철의 모습이 보였다 사라졌다 반복한다.
씬54 지하철 입구(밤)
밖으로 뛰어나오는 해인, 다급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영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저만치서 영철의 뒷모습이 힐끗
보였다가 사라진다. 해인, 정신없이 달려간다.
어느 순간, 영철의 뒷모습이 꺾인 길로 사라진다. 해인, 끈질기게 쫓아간다.
씬55 도심의 어느 길(밤)
해인이 꺾어 들어오는 순간 누군가 해인의 앞을 가로막고 선다.
해인, 남자와 거의 부딪칠 듯 멈춰서 놀라 보면 승하가 서 있다.
해인 (어리둥절해서 본다)
승하 (의아해서)...해인씨?
해인 (이마엔 땀이 흐르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어떻게 여기.
승하 (미소로) 사무실이 이 근처예요. 해인씨야말로 여긴 어쩐 일이에요?
-해인, 대답대신 길 저쪽을 살핀다. 음식점들이 즐비하고 영철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승하 (해인의 시선 따라서 골목 보면서)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어요?
해인 (겸연쩍은 미소로)...아뇨. (하면서도 미련이 남아 골목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데)
승하 (해인을 보다가 손수건 꺼내서 내민다)
해인 (보면)
승하 땀을 많이 흘렸어요.
해인 ..괜찮아요. (손등을 닦으려는데)
승하 (손수건으로 해인의 이마의 땀을 닦아주려는데)
해인 (움찔, 순간적으로 한 걸음 물러서는데)
승하 (부스스 미소 짓곤) 이걸로 닦아요.
-해인, 망설이듯 잠시 보다가 조심스럽게 손수건을 잡는다. 아무런
잔상도 보이지 않자 안도하듯 빙긋 웃어보이곤 땀을 닦아내는 해인.
승하, 그런 해인을 가만히 본다.
씬56 승하 사무실 건물 앞(밤)
승하 (승용차 문을 열고 서서) 타세요.
해인 괜찮아요.
승하 괜찮다는 말이 습관인가요?
해인 네.
승하 (훗 웃곤) 괜찮더라도 타요. 갈란투스에 가는 길이라면서요.
해인 (보는)
승하 우리 집도 그쪽 방향이에요.
해인 (잠시 보다가 미소로) 고맙습니다. (차에 탄다)
-승하, 평소와 다른 따뜻한 미소로 보곤 차에 오른다.
씬57 달리는 차 안(밤)
해인, 증거품이 든 가방을 가슴에 끌어안고 앞을 보고 있다.
승하 한 밤중에 달리기는 왜 했어요?
해인 (겸연쩍은) ..그럴 일이 좀 있어서요.
-두 사람, 잠시 어색한 채로 침묵.
승하 (침묵을 깨고) 밥은 먹었어요?
해인 아뇨, 아직.
승하 나도 안 먹었는데.
해인 (본다)
승하 (앞 만 보고 운전하고 있다)
해인 (멀뚱해진다...다시 시선을 앞으로 주는데)
승하 같이 밥 먹을래요?
해인 (뜨악해서 보며) 네?
승하 (앞만 보며) 저녁 같이 먹자구요.
해인 (미안한)...카페에서 약속이 있거든요.
승하 (앞만 보며 미련 없이) 그래요.
-해인, 어쩐지 거절한 느낌이 들어서 미안한 기분으로 승하를 보지만
승하는 앞만 보고 있다. 해인, 이내 시선 돌려서 앞을 본다.
승하, 그제야 해인을 돌아본다. 해인의 옆모습을 바라보는 승하의
눈빛에 조용한 동요가 인다. 해인이 승하의 시선을 느끼고 무심코
돌아보면 승하는 이미 앞을 보고 운전하고 있다.
씬58 타로카페 앞(밤)
승용차에서 내리는 까칠한 모습의 오수, 카페로 가려는데 승하의 승용차가
들어온다. 오수, 강렬한 헤드라이트 불빛에 인상을 찡그리며 보다가
멈춘 승용차 안에 승하와 해인을 확인하고 순간 멈칫하는 기분으로 멈춰
선다. 승하와 해인이 차에서 내린다.
두 사람, 아직 오수를 보지 못한 채 인사를 나눈다.
해인 고맙습니다.
승하 (미소로) 들어가요.
-오수의 시선에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이 어쩐지 다정해 보인다.
자신도 모르게 인상이 확 구겨지는 오수.
해인 (돌아서다가 오수를 발견한다, 다가와서 미소로) 언제 오셨어요?
오수 방금이요. (승하를 본다)
승하 (다가오더니 담담한) 친구분 소식 들었습니다.
오수 (굳어져서 본다)
승하 오늘 김순기씨가 사무실에 다녀갔거든요.
오수 (그제야)...아.
승하 강형사님과 유난히 가까워 보이던 분이였는데..슬픔이 크시겠습니다.
오수 (잠시 보다가)...신경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에 뵙죠. (하고 카페로
가려는데)
승하 (해인에게) 다음번엔 밥 같이 먹어요.
해인 (별 뜻 없이 담담하게) 네에.
오수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불만스런 표정으로 해인을 본다)
승하 (자신의 승용차로 가고)
해인 (카페로 가려다가 우두커니 서 있는 오수보고) 안 들어가세요?
오수 (질투 섞인 표정으로 뭔가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보는)
해인 ? 뭐 할 말 있으세요?
오수 (자신이 좀 우습다) 아니에요. 들어갑시다. (가고)
해인 (의아해서 보며 뒤따라 들어간다)
씬59 동현의 거실(밤)
희수, 소파에 앉아 경제 잡지를 보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나희, 저녁상을 차리고 있었던 듯 앞치마 차림으로 주방에서 나온다.
희수 (일어서려는데)
나희 내가 나갈게요. (도어폰을 보며) 누구 (하다가 도어폰 속의 순기를
확인하고 하얗게 질려 말을 멈춘다)
희수 (나희의 모습에)..누군데?
나희 ...모르겠어요.
희수 (도어폰 앞으로 와서 순기를 확인하곤 성가신 표정으로) 열어줘.
나희 (놀라서)...누군데요?
희수 오수 친구야. 아버지 오시기 전에 해결해서 보내야 되니까 열어줘.
나희 당신이 나가서 얘기해서 보내요, 그럼.
희수 가란다고 그냥 갈 녀석이 아니야. (하며 열어주려는데)
나희 (얼른 막아서며) 당신이 나가요.
희수 (의아해서 본다)
나희 (애써 웃어 보이며) 모르는 사람 집에 들어오는 거 성가시고 싫어요, 나.
씬60 동현의 집 앞(밤)
순기 (짜증스런) 뭐 하는 거야? (다시 초인종을 누르려는데)
희수 (문을 열고 나온다)
순기 (얼른 표정 바꾸며) 집에 계셨네요.
희수 여기까지 어쩐 일이야?
순기 대식이 일로 마음도 심란하고..형님하고 술이나 한 잔할까 하고 왔습니다.
희수 나도 그러고 싶지만 아침 일찍 회의가 있어. 집사람도 몸이 좀 불편하구.
순기 그래요? 그럼 인사라도 드리고 가야겠네. 제가 학교에 있느라구 형수님
얼굴도 못 뵙잖습니까? (비굴하게 웃는)
씬61 희수의 방(밤)
나희, 안절부절 못하고 서성이고 있다.
씬62 동현의 잡 앞(밤)
희수 인사는 다음에 하구(주머니에서 봉투 꺼내서 내밀며) 이거.
순기 (밀어내며) 왜 이러세요? 이런 거 받으러 온 거 아닙니다.
희수 받아.
순기 아 참, 이러시면 안 되는데. (봉투 받는데)
-동현의 승용차가 와서 멈춘다. 희수, 난처한 표정이 되고 순기도 승용차를
본다. 동현이 차에서 내린다.
희수 (당황스러운) 오셨어요, 아버지.
동현 (이미 순기를 봤다) 그래.
순기 (구십 도로 인사하며) 안녕하셨습니다, 아버님. 덕분에 이렇게 나왔습니다.
동현 (일별도 하지 않고 희수에게) 오수는?
순기 (얼른) 대식이 일로 무지하게 바쁩니다.
동현 (못마땅한 표정으로 보곤 들어가려는데)
순기 안 그래도 조만간 찾아뵙고 이런저런 말씀을 좀 드릴 생각이었습니다.
동현 (본다)
순기 저 같은 놈한텐 유일하게 힘이 되는 분이 아버님밖에 없잖습니까. 제가
제대로 살려고 해도 도무지 사회에서(하는데)
동현 (O.L.) 이름이 뭐라고 했지?
순기 누구...말씀이세요?
동현 어 맞아. 김순기였지 아마.
순기 (이름을 모를 리가 없기에 얼떨떨한 채로)....예에.
동현 (뜬금없이) 내 생각엔 자기 분수를 아는 사람이 제일 현명하다 싶어.
순기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몰라서 본다)
동현 자기 분수에 넘치게 행동하면 화를 당하는 게 세상이치거든.
순기 ....무슨 말씀이신지.
동현 누군가에게 은혜를 베풀고도 뒤통수가 서늘해지는 느낌을 주는 사람,
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순기 (얼어서 본다)
동현 (얘기 끝났다는 듯 집안으로 들어간다)
희수 나중에 회사로 와. 그때 얘기하자.
순기 (비굴한 웃음으로)....예에.
-희수, 안으로 들어가자 순기의 표정이 곧 사납게 일그러진다.
씬63 타로 카페(밤)
주희 (화낸다) 얘가 겁도 없이 어딜 쫓아가? 니가 무슨 안젤리나 졸리니?
그 흉악한 놈이 너한테 무슨 짓을 할 줄 알구?
오수 (O.L. 긴장된) 그 남자, 얼굴은 봤습니까?
해인 아뇨. 뒷모습만요.
오수 특징 같은 건 없었어요?
해인 그냥..평범했어요. 보통 키에 양복차림이었구요.
오수 그 지하철역이 어디였습니까?
해인 교대역이에요.
오수 (생각이 많은...곧 단추가 든 비닐 증거품 봉투를 꺼내 놓으며) 저기 이거.
해인 (본다)
오수 대식이 사무실에 떨어져있던 건데
주희 (O.L.) 오늘은 그만!
오수 (보면)
주희 이러다 해인이 병나면 강형사님이 책임지실 거예요?
해인 주희야?
주희 솔직히 내가 얼마나 조마조마한 줄 알어, 너 또 쓰러질까봐?
해인인요 이런 거 다신 안 한다고 했던 얘에요. 그만큼 힘든 일이라구요.
근데 너무 부려먹는 거 아니에요?
해인 괜찮아.
주희 괜찮긴 뭐가 괜찮아?
오수 ...미안합니다. 급한 마음에 거기까지 생각 못했어요. (하며 증거품 봉투를
챙기려는데)
해인 나도 알고 싶어요.
오수 (보면)
해인 (다부진) 살인 예고에 왜 내가 그린 타로카드를 이용하는 건지, 나하고
어떤 관계가 있는 건지 알고 싶어요, 나두. 그리고 꼭 알아야겠어요.
오수 (보는)...
씬64 찜질방(밤)
찜질방 가운을 입은 정연, 불안하고 초조한 표정으로 손톱을 잘근잘근
씹고 있다. 그 옆에 잠들어 있는 소라.
정연 (E, 환청처럼) 소라를 어떻게 한 거야, 이 나쁜 자식아!
씬65 타로카페(밤)
해인이 보는 대식의 사고 장면 중에서의 잔상. 대사는 환청처럼 들린다.
<플래시 컷-정연, 대식에게 손목을 잡힌 채로 몸부림치며 ‘내 딸 어딨어!
우리 소라 어딨어?
- 가스총을 든 정연의 덜덜덜 떨리는 손, 바닥에 떨어져 있는 인형.
-대식, 어이없는 듯 웃으며 ‘뭐 하자는 거야?’
-방아쇠를 당기는 정연의 손.>
-잔상을 읽고 있는 해인, 떨리는 손 이마에 흐르는 진땀, 거친 호흡.
긴장되고 안쓰러운 시선으로 보는 오수. 주희는 자리에 없다.
<플래시 컷-괴로움에 눈도 못 뜨고 정연의 옷을 움켜쥐는 대식, 정연이 확
뿌리치자 옷에서 떨어져 나가는 단추.
-격렬한 기침, 호흡곤란 등, 참을 수 없는 괴로움으로 바닥을 뒹구는
대식의 모습, 고통스런 신음.
-연속적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정연의 손. 새파랗게 질린 정연의 눈.>
-해인, 놀란 듯 번쩍 눈을 뜬다. 거친 호흡을 가다듬으며 두 손에 얼굴을
묻는 해인의 모습에 오수, 안쓰러움과 미안함으로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해인의 어깨를 잡아주려는데.
해인 (혼잣말처럼)...소라.
오수 (손을 멈추고 본다)...?
해인 (고개 들어보며) 소라란 아이를 찾고 있어요.
오수 누가요?
해인 ...엄마인 거 같아요. 그리고 방아쇠를 당겼어요.
오수 (긴장해서 보며) 권총을 말하는 겁니까?
해인 네. 그것도 여러 번 방아쇠를 당겼어요.
오수 하지만 대식이 사망 원인은 총상이 아닌데 (하다 순간 어떤 직감으로
반짝이는 눈빛으로 해인을 본다)
해인 (보는)..
씬66 찜질방(밤)
실내에 설치된 공중전화 수화기를 들고 떨리는 손으로 번호를 누르고
있는 정연. 신호가 가자 숨죽이고 있는 정연.
민재 (F, 긴장된) 여보세요?
정연 (여자가 받자 놀라서 움찔)...
민재 (F) 여보세요?
정연 ...저기..윤대식씨 핸드폰 아닌가요?
씬67 강력5팀(밤)
반팀장과 재민, 촉각을 곤두서서 전화를 받고 있는 민재를 주시한다.
민재 (긴장한 채로) 맞는데요.
<화면 분할>
정연 ...윤대식씨랑...통화를 할 수 있을까요?
민재 지금은 좀 곤란한데..누구신가요?
정연 (불안과 초조감으로 망설이다가) 윤대식씨...괜찮은가요?
민재 (그 말에 바짝 긴장된 시선으로 반팀장을 보며) 누구신지 말씀해주시면
-하는데 정연이 전화를 황급히 끊으면서 화면 강력5팀으로.
민재 여보세요? (핸드폰 끊으며) 끊었어요.
반 누구야?
민재 피해자가 괜찮은지 묻는 걸 보면 사고를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근데 사망한 사실은 모르고 있어요.
반 (재민에게) 발신번호 빨리 추적해.
재민 네. (민재에게 대식의 핸드폰 넘겨받고 급하게 밖으로 나가고)
반 윤대식 부검은 언제야?
민재 내일 입니다.
(E) 반팀장의 핸드폰.
반 (받으며) 어....(뜻밖의 말에 놀란 듯) 가스총?
씬68 타로카페 앞(밤)
오수 (급하게 밖으로 나오면서 통화한다)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대식이 사무실에서 매캐한 냄새가 났던 것도 그렇고 해인씨가 권총을
본 이유도 가스총이라면 설명이 됩니다....지금 들어가겠습니다.
(끊고 승용차로 가려는데)
해인 (카페에서 급하게 나오면서) 강형사님!
오수 (멈추고 돌아본다)
해인 (걱정스런 표정으로)...조심하세요.
오수 (보면)
해인 증거품에서 친구 분과 함께 있는 강형사님 잔상이 보였다는 건
범인이 강형사님을 지켜보고 있다는 얘기잖아요.
오수 (마음이 따뜻해진다. 고마운 미소로)...걱정 마요. (하곤 차로 가려다가
문득 멈추고 돌아보며) 혹시 해인씨 능력을 알고 있는 사람이 누군가
또 있습니까?
해인 ..그건 왜요?
오수 (망설이다가)...나중에 얘기할게요. 그리고 얼른 집에 가요. 늦게 다니면
위험해요.
해인 (웃는 얼굴로) 저야말로 걱정 마세요.
오수 (걱정이 담긴 얼굴로 애써 웃어보이곤 차에 탄다)
해인 (보는)..
씬69 도서관 복도(오전)
택배직원이 택배상자를 들고 걸어가는 발.
씬70 경찰서 근처 카페(오전)
기다리고 있던 광두 앞에 와서 앉는 반팀장.
반 아, 미안해. 오래 기다렸지?
광두 아닙니다. 근데 무슨 사건이 터진 거예요?
반 좀 골치 아픈 사건이라서..나한테 할 얘기란 게 뭐야?
광두 (잠시 생각하다가) 강오수형사라고 형님팀에 있다면서요?
반 있어. 근데 오수는 왜?
광두 그 친구 아버지가 혹시 강동현 국회의원입니까?
반 맞어.
광두 (심각해지는)
반 오수하고 관련된 얘기야?
광두 (보는)..
씬71 도서관 자료실서가(오전)
해인, 밝은 표정으로 열심히 책을 서가에 정리하고 있다.
보람 (와서) 해인아!
해인 (보면)
보람 택배 왔는데.
해인 ...택배요?
씬72 강력5팀 안(오전)
민재 소라란 이름만 갖고 찾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주민증이 있는
나이도 아니고.
오수 대식이 사무실 직원은 아직도 못 찾았어?
민재 어. 성준표는 일단 내 보내야 할 것 같애. 더 이상 붙잡아 둘 방법이 없어.
오수 (생각하는)...
재민 (급하게 들어오며) 윤대식 핸드폰으로 걸려온 전화 발신지 확인했는데
찜질방인데요.
오수 (벌써 움직이며) 위치가 어디야?
-문 열리면서 택배 직원이 들어온다. 오수와 민재, 재민 우뚝 멈춰서
굳어지는.
씬73 도서관 자료실 데스크(오전)
해인, 택배상자를 앞에 놓고 가만히 보고 있다. 천천히 손을 뻗어
상자를 연다. 그 속에 파란색 봉투가 들어있다.
씬74 강력5팀(오전)
민재와 재민이 긴장된 표정으로 오수를 보고 있다.
긴장된 표정의 오수, 다부진 손길로 택배 상자를 열어본다. 그 안에
봉투 하나가 들어있다.
씬75 도서관 자료실 데스크(오전)
해인이 천천히 파란색 봉투를 열어보면 그 안에 들어있는 타로카드 한 장.
수선화가 그려져 있는 <여제 The Empress> 카드다.
카드를 바라보는 해인의 얼굴엔 어쩔 수 없이 긴장과 불길한 예감이
담겨있다.
씬76 강력5팀(아침)
오수, 봉투를 열어보면 타로카드 대신 사진 두 장과 편지가 들어있다.
사진을 꺼내 들고 보는 오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진다.
고등학생 소년 오수가 무표정한 얼굴로 교문을 나서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과 웃고 있는 소년 오수를 포착한 사진이다.
사진의 끝엔 사진을 찍은 사람의 손가락으로 보이는 손끝이 흐릿하게
보이고 있고 사진에는 시간과 날짜가 찍혀있다. 첫 번째 사진과 웃고
있는 소년 오수의 사진의 시간차는 정확히 일 년이고 먼저 찍은 사진
보다 웃고 있는 소년 오수의 사진에서 보이는 손끝이 좀 더 오수를 향해
가까이 다가온 듯이 보인다.
오수, 굳어진 얼굴로 사진을 들여다본다.
사진속의 소년 오수는 해 맑게 웃고 있다.
긴장된 표정, 충혈 된 눈으로 사진을 바라보는 오수에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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