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4
KBS 수목드라마 ‘마왕’ 4회 - 진실의 승리는 확실하다
씬1 고급 바(밤, 전회 연결)
오수, 입구 쪽을 바라보면 승하가 서 있다. 확 표정이 굳어지는 오수.
미소를 띤 표정으로 오수네 자리로 걸어오는 승하.
오수 저 사람이 여기 왜 와?
석진 순기 항소심 변호사야.
오수 (놀라서) 뭐어?
순기 (승하에게) 어서 오십시오. 여긴 제 친구들입니다. 다들 인사해.
내 은인이신 오변호사님이야.
승하 (오수보며 뜻밖이라는 듯) 여기서 뵐 줄을 몰랐네요, 강형사님.
오수 (전혀 반갑지 않다) 그러게 말입니다.
순기 오수를 아세요?
승하 네.
순기 어떻게요? (오수보며) 어떻게 아는 사이야?
석진 (얼른) 그게 뭐 중요해? (승하에게) 앉으시죠.
순기 야, 통성명은 하고 앉아야지. 여기 이놈이 윤대식이구요. 뭐해, 인사안하구.
대식 (궁시렁) 이런 자식은 꺼내주면 안되는데.
순기 (발끈) 뭐 임마?
대식 (그러던지 말던지) 아무튼 잘 오셨습니다.
승하 (입만 웃으며 눈빛은 차갑다) 처음 뵙겠습니다.
씬2 PC방(밤)-1씬과 교차편집.
모니터 화면에 올려진 <심판>타로카드와 자판을 치는 누군가의 손.
모니터엔 ‘들어라, 심판의 나팔소리를. 보아라, 어둠이 거치고 새 세상이
올지어다.‘라고 쓰여 진다.
씬3 고급 바(밤)
순기 (앞에 이어서 소개 이어진다) 석진이는 아실테구.
석진 (웃는 낯으로)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승하 (여유 있지만 차가운 미소, 시선 흔들리지 않고 똑바로 보며) 별 말씀을요.
<화면 분할>
-한쪽 화면에 PC방 모니터 화면에 올려진 <정의>타로카드와 자판을
치는 누군가의 손.
‘믿어라 진실의 무게를. 각오하라. 날선 진실이 심장을 찌를 지어다’
순기 오수 이 자식은요(하는데)
오수 (말 자르며) 지금 선보냐?
<화면 오수에게 오면서>
오수 술이나 한 잔 하시죠. (승하 잔에 술을 따라 주고는 앉는다)
-석진과 대식 자리에 앉고 순기, 기분이 좀 나빠졌지만 별 말없이
자리에 앉는다.
승하 (선 채로) 참 보기 좋네요.
오수 (본다)
승하 사이좋은 친구 분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있는 모습을 보니까 부럽기도
하구요.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인다)
타이틀 뜬다. 마왕 4회.
씬4 타로카페(밤)
플래시 컷 화면으로 시작.
<플래시 컷-로댕 <지옥문> 조각품의 사진 속 부분 부분들이 빠르게
보여 지고 그 사이사이로 블로그에 올려져있는 심판과 정의 타로카드,
문구(위 씬에 있는)들이 휙휙 빠르게 지나간다.(사진 속 조각만 보이고
사진 액자나 그 외의 것은 보이지 않는다)
-로댕의 <지옥문> 맨 위 중앙에 있는 생각하는 사람 조각의 일부분에서...
-검은 장갑을 낀 손에 들려있는 권총, 마치 누군가를 겨냥하듯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에서>
-해인, 눈을 번쩍 뜬다. 이마엔 땀방울이 맺혀있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대로 테이블에 얼굴을 묻는다. 해인의 손끝엔 표준성이 조동섭에게
보냈던 편지가 놓여있다. 해인, 고개를 들어 편지를 들여다본다.
주희 (앞에 와서 앉으며) 강형사님은 어디가고 혼자 온 거야?
해인 갑자기 약속이 생겼다고 편지만 전해주고 급하게 갔어.
주희 (대뜸) 너 나하고 동업 안 할래? 한국 최초의 여성 탐정사무소.
히트 칠 거 같지?
해인 (빙긋 웃곤 다시 편지를 본다.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씬5 고급 바(밤)
탁자위엔 빈 양주병이 늘어있다. 대식은 간간히 기침을 계속 해 댄다.
순기 (술이 취해 기분 들떠서) 솔직히 우리 넷 중에 내가 젤 운이 없는 건
사실이잖아. 안 그래? 니들도 그건 인정하지?
대식 (못 마땅해 죽겠다) 운 같은 소리하고 있네.
순기 내 말 틀렸어?
대식 운도 다 노력이고 실력이라고 유명한 교수가 테레비 나와서
얘기하더라. (기침을 한다)
-오수, 불편한 기분으로 잔을 비우고 석진이 얼른 오수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 오수는 승하의 잔을 본다. 승하는 술은 그대로 둔 채
물만 마시고 있다. 그 위로 순기와 대식이 계속 주절주절 떠들어 댄다.
순기 뻥치고 있네.
대식 무식한 새끼. 야 교수가 할 일 없어서 그런 소릴 하겠냐? 그것도
텔레비전에 나와서? (사레들린 기침을 해 댄다)
순기 담배 끊어!
대식 너나 끊어, 자식아! (기침)
순기 아 시끄러. 암튼 대식이 이 자식은 사업이랍시고 하고 있고 오수 너!
오수 (본다)
순기 (비겁한 웃음 흘리며) 웃기지 않냐? 넌 형사가 됐는데 난 빵에나
들락거리구.
석진 너 취했다.
순기 아 맞다, 니들 석진이 애인 봤어?
석진 (확 굳어진다)...!
오수 (석진을 본다)
순기 이 자식 집에 살림을 차렸드만. 앞치마까지 하고 서방님 기다리는데
완전 닭살이드라구.
대식 애인 생겼냐?
석진 (당황해서) 아냐.
오수 (피식 웃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 위로 순기 얘기 계속된다)
순기 아니긴. 내 눈으로 직접 봤는데. 야 날 잡은 김에 지금 나오라고 해.
신고식은 확실하게 해야지.
석진 (O.L. 벌컥 짜증) 아니라니까! (긴장된 시선으로 나가고 있는 오수를 본다)
-묵묵히 이들을 관찰하듯 보고 있던 승하의 눈빛이 석진을 보고 있다.
씬6 강력5팀(밤)
민재, 한 손에 서류 들고 급하게 들어오며 자기 자리에서 아령 들고
운동하고 있던 재민에게.
민재 강선배 어디 갔어?
재민 약속있다구요. 왜요?
민재 (급하게 전화 들고 번호 찍는다)
재민 선밴 다리도 이쁜데 치만 왜 안 입어요?
민재 한 대 맞을래?
오수 (F) 뭐라구?
민재 (이크! 얼른) 선배한테 한 얘기 아니구. 저기 그 연립주택이요 3년 전에
들어섰대요. 그 전엔 단독주택이었구.
씬7 약국 앞(밤)
오수 (약 봉투 들고 나오면서 통화중) 단독주택 소유자는?
민재 (F) 표준성은 아니구. 박숙희라는 여잔데 호주로 이민 갔더라구.
오수 (난감) 이민?
씬8 고급 바 앞(밤)
오수가 걸어오면 석진이 밖에 나와서 나희와 통화를 하고 있다.
석진 (오수가 오는지 모른 채) 집엔 잘 들어갔어?
나희 (F) 그럼요.
석진 많이 놀랬지? ..미안해.
씬9 희수의 방(밤)
나희 (통화중, 아직까지 침울한 기분이 가시지 않은 채) 석진씨가 미안할 게
뭐 있어. 근데...좀 걸리네. 그 친구 희수씨도 아는 사람이라면서?
석진 (F)...걱정하지 마. 별 일 없을 거야.
나희 (불안하다)....
씬10 고급 바 앞(밤)
오수, 친구에게 역시 애인이 생겼구나 싶어서 빙글빙글 웃는 얼굴로
석진에게 다가온다.
석진 (눈치 못 채고) 아무 생각하지 말고 푹 자.
나희 (F) 석진씨도요.
석진 ...사랑해.
-하는 순간, 오수가 장난스럽게 석진의 핸드폰에 귀를 갖다 댄다.
석진 (화들짝 놀라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오수 놀라긴. 이쁘냐?
석진 (핸드폰을 얼른 끊으며) 뭐..가?
오수 (픽 웃으며) 언제 한 번 소개 시켜주라.
석진 (당황) 아..니라니까.
오수 (피식 웃고는 축하한다는 듯 어깨를 툭 치고 들어간다)
석진 (복잡해지는)...
씬11 준표 오피스텔 로비(밤)
피곤한 얼굴의 준표, 로비로 들어서는데 관리인이 부른다.
관리인 저기요.
준표 (돌아본다)
관리인 (택배상자 하나 들고 와서 내밀며) 낮에 안 계셔서 제가 맡아뒀습니다.
준표 ?...고맙습니다.
-택배 상자 받아 들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움직이며 발신인을 본다.
발신인은 없고 수신인에 분명 성준표 기자님이라고 적혀있다.
뭐지..싶지만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씬12 고급 바 안(밤)
오수, 자리로 들어와 앉는 위로 순기는 계속 떠들어 대고 있다.
승하는 흐트러짐 없는 태도로 묵묵히 듣고 있다. 오수 뒤로 애써
침착하려하지만 불안한 얼굴의 석진이 들어와 앉는다.
순기 (혀 꼬부라진) 나는 변호사 그러면 돈만 밝히는 썩은 놈들만 있는 줄
알았거든? 근데 오변호사님을 만나고 나니까 개념이 확 달라지는 거야.
아직 대한민국에 정의는 살아있다! 엉? 알지, 정의? 정의가 살아있더라구.
대식 (O.L.) 정의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순기 니가 정의를 아냐?
대식 난 정의 빼면 시체다 자식아.
순기 개가 웃겠다.
대식 개소린 니가 하고 있어. 너 독립운동하다 잡혀갔다왔어?
-오수와 승하는 묵묵히 자기 술잔을 비우고 물 잔을 비우면서
서로 간간히 시선이 마주친다.
대식 (말 계속 이어서) 빵에 있어야 할 놈 힘써서 빼 준 게 누군데 어따
대고 딴소리야!
순기 니가 빼줬냐? 여기 있는 이 오변호사님이 빼줬어. 알어?
석진 니들 왜 이래.
대식 합의금도 변호사가 대줬냐?
순기 그럼 니가 대줬어? 그리고 나 그 돈 받을만 하니까 받은 거야.
오수 (굳어져서 본다. 그 위로)
대식 (E) 미친 새끼.
순기 미쳐? 야, 솔직히 내가 누구 때문에 전과자가 됐는데?
오수 (굳은 표정, 컵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 위로)
대식 (버럭 E) 우리 때문이냐, 그럼?!
순기 (E) 니들만 안 만났어도 내 인생 이렇게는 안 꼬였어?
대식 근데 이 자식이 뻑하면 그 소리야!
순기 너 같은 사채업자 놈도 전과자는 안됐는데 난 왜 이러고 살아야 되냐구?
오수 (낮지만 무섭게) 그만들 해라.
순기 사실이 그렇잖아?
대식 (열 올라서) 너 같은 놈은 한강에 빠져도 안 돼, 물이 오염돼서.
오수 (말리듯) 대식아!
대식 (자기말만 한다) 너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놈이야. 너는 들어가야 정신 차려.
순기 나 빵에서 오늘 나왔다 자식아.
대식 그러니까 또 들어가. 너 같은 새끼는 나오면 안 돼.
-그 순간,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어 대식의 멱살을 움켜쥐는 순기,
대식과 함께 바닥으로 구른다. 옆 테이블에서 캭 비명 지르는 사람들.
분노에 찬 순기와 대식, 거친 몸싸움이 벌어진다.
오수와 석진, 달려들어서 둘의 싸움을 말린다.
승하는 자기 자리에서 꿈쩍도 않고 앉아서 그 모습을 지켜본다.
싸움에선 순기보다 대식이 한 수 위다.
오수, 대식을 순기에게서 거칠게 떼어내어 밖으로 끌고 나가면서
석진에게 뒷일을 부탁한다는 듯 서로 눈짓을 주고받는다.
순기 (일으키려는 석진의 손을 뿌리치며) 저 새끼 내 손으로 죽여 버릴 거야.
석진 (한숨을 쉬고)
-승하, 여유 있게 물 잔을 다 비우고 천천히 잔을 내려놓는다.
씬13 고급 바 근처 한 곳(밤)
대식 (열 올라 씩씩거리며) 뭐 저런 새끼가 다 있냐? 저 자식은 인간되긴
다 틀렸어!
오수 (마음이 좋지 않다) 술 취해서 그러는 건데 너까지 왜 그래?
대식 술을 처먹으려면 똑바로 먹든가!
오수 순기 집행유예 기간이야. 잘못했다간 다시 들어가, 임마.
대식 바라던 바다. 암튼 저 새낀 오늘부터 내 인생에서 아웃이야.
오수 (답답한 듯 보다가 주머니에서 약 봉투 꺼내 내민다) 받어.
대식 (본다)...?
오수 기침 소리가 심상치 않더라. 집에 가서 이거 먹고 푹 자. (대식이 손에
약 봉투 쥐어주며) 내일은 병원 가서 주사라도 한 대 맞든가.
대식 (감동해서 웃음이 돌며)...내 생각해 주는 건 그래도 너밖에 없다.
오수 (애정을 담고) 시끄러, 임마. 한번만 더 내 눈앞에서 싸우면 니네 둘 다
폭행죄로 확 집어넣어 버릴 거야. 알았어?
대식 (약 봉투 때문에 마음이 많이 풀렸다) 그러시든가요, 형사님.
오수 (픽 웃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보면 서해인이다)
씬14 타로카페 앞(밤)
해인이 나와서 보면 오수가 한쪽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다.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감지한 해인,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바라본다.
우울한 기분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오수, 순기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플래시 컷>
순기 (비겁한 웃음 흘리며) 웃기지 않냐? 넌 형사가 됐는데 난 빵에나
들락거리구.
-오수,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곤 갑갑한 듯 하늘을 보고 숨을 내쉬고
하다가 이내 마음을 털어내듯 자리를 털고 일어서다 해인을 본다.
오수 (잠시 당황했다가 이내 밝은 표정으로) 내가 좀 늦었죠?
해인 (조심스럽게) 뭐 안 좋은 일 있으세요?
오수 ...그래 보였어요?
해인 ..네.
오수 음. 성공했구만.
해인 ?
오수 (부러 밝게) 사람이 가끔은 좀 이렇게 고독 컨셉이 필요할 때가 있거든요.
양조위 아시죠? 내가 양조위 광 팬 아닙니까. 뭔가 고독해 보이는 게 완전
폼에 지존이거든요.
해인 (끄덕끄덕) 아아..
오수 들어가시죠.
해인 근데요.
오수 (본다)
해인 제 생각엔 밝고 씩씩한 게 훨씬 더 폼 나는 거 같애요. 잘은 몰라도
어둡고 슬픈 과정을 넘어선 사람한테 보이는 밝음 같은 거랄까...
오수 (말문이 막혀서 보는)
해인 그래서 전 밝고 씩씩한 게 더 힘든 일 같아요. 그러니까 더 폼 나구요.
오수 (뭔가 감동 받은 얼굴이다)
해인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리고 강형사님은 밝고 씩씩한 컨셉이 더 잘
어울려요. (하곤 들어간다)
-오수,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해인의 말이 상처 받은 오수의 마음을 순식간에 어루만져 준 기분이다.
씬15 승하의 거실(밤)
승하, 막 들어온 듯 와이셔츠 차림으로 창밖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다.
승하의 눈빛이 차갑고 서늘하다.
씬16 타로카페 안(밤)
오수 (놀라서) 권총이요?
해인 ...네. 그래서 연락 드렸어요.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오수 (심각해져서) 권총이라..
주희 장난감 총일 수도 있지. 여기가 미국도 아니고 권총이 쉽게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오수에게) 그쵸?
오수 그러면 다행이지만. 만약 진짜 총이라면 얘기가 좀 심각해지는데..
해인 최근에 총기사건은 없었나요?
오수 없었습니다.
해인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오수 일단 조사는 해 볼게요. 근데 그 조각품이란 건 뭡니까?
해인 확실하게 보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심판하고 정의 타롯은
분명해요. 제 생각엔 컴퓨터 사이트 같은 게 아닌가 싶은데.
주희 그럼 뭐 타로 관련 인터넷 사이트부터 확 뒤지면 되겠네.
-오수와 해인, 그렇지 싶은 표정으로 서로를 본다.
씬17 강력5팀 복도(아침)
오수와 민재 걸어가면서.
민재 내가 누굽니까, 자타가 공인하는 인터넷 중독잔데 타로 관련 사이트는
벌써 쏵 다 뒤져봤지.
오수 근데?
민재 이거다 하는 건 없어요.
오수 더 뒤져봐. 분명히 인터넷에 증거가 있어.
민재 서해인씨가 그래요?
오수 (멈추고 본다)
민재 솔직히 난 선배가 그 여자 만나서 증거품 보여주고 그러는 거
별로 맘에 안 들어.
오수 어째서?
민재 아니 무슨 무당 찾아가서 굿하는 것도 아니구(하는데)
오수 (말 자르며, 무섭게) 해인씨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마.
민재 (멈칫해서 본다)
오수 해인씨가 원해서가 아니라 팀장님하고 내가 부탁해서 힘들게
우릴 도와주는 사람이야.
민재 그건 아는데요. 수사라는 건 어디까지나 사실을 근거로
오수 (말 자르며)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선 수많은 가설을 세우고 추측해
나가는 과정이 필수야. 해인씨는 그 과정을 돕는 훌륭한 조력자구.
민재 솔직히 난 사이코메트러가 진짜로 존재하는지 그걸 못 믿겠어요.
내 눈으로 직접 보지도 못했구.
오수 (O.L. 단호하게) 이민재!
민재 (움찔해서 본다)
오수 눈으로 보는 걸 믿는 게 아니라 믿는 게 보이는 거야.
(5팀 안으로 들어간다)
민재 (떨떠름한 기분으로)
씬18 강력5팀 안(아침)
오수 (들어오자마자 재민에게) 연립주택 전 소유자하고 권변호사하고 관련은
알아봤어?
재민 조동섭 현장검증 시나리오 작성하느라고 아직 못했는데.
오수 현장검증 오늘이지 참. (핸드폰이 울린다. 받으며) 어. 순기는 괜찮냐?
씬19 희수 사무실 비서실(아침)
석진, 모니터 들여다보며 통화중이다. 모니터에는 ‘이슈엔이슈’의
준표의 기사가 떠 있다.
석진 아침까지 자고 있는 거 보고 나왔어.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낼
생각인 모양인데..어떻게 방법을 찾아봐야지.
<화면분할>
오수 니가 고생이다. 근데 어제 밤에 오변호사는 언제 갔냐?
석진 나도 모르겠어. 분위기도 그렇고 하니까 말없이 간 모양이야.
오수 찜찜하네.
석진 게다가 오변호사가 술값도 다 냈드라구.
오수 ...그래?
<화면 석진에게 오며>
석진 나중에 인사라도 하지 뭐. 어쨌든 어제 순기가 한 말 너무
신경 쓰지 마...그래. (끊는)
-전화 끊은 석진, 준표의 기사 밑에 있는 성준표란 이름을 무심히 본다.
석진 (알고 있는 이름인 듯 표정이 긴장된다)
씬20 승하 사무실 비서실(아침)
준표의 기사를 모니터에 띄어놓고 바라보고 있는 광두.
역시 성준표의 이름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 뭔가 맘에 걸리는 얼굴이다.
씬21 도서관 자료실 데스크(낮)
해인 (컴퓨터 자판 두드리며 앞에 서 있는 남학생에게) 다음부턴 반납날짜
꼭 지켜주세요.
남학생 네에. (가고)
-해인, 책을 보면 ‘인격과 전이’다. 책을 들고 일어서려던 해인위로.
해인 (E) 책 제목이 뭔데요?
<플래시 컷-3회 씬12>
승하 (그제야 돌아보며 미소) 인격과 전이.
-해인, 잠시 생각하다 서가로 가져가지 않고 자기 책상 한 곳에 잘
두고는 창가에 놓여있는 수선화 화분에 시선을 준다.
수선화 꽃이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피어있다.
씬22 권변호사 사무실 앞 복도(낮)
승하, 뚜벅뚜벅 걸어온다. 사무실 앞엔 폴리스라인이 설치되어 있고
정복 경찰 여러 명이 지키고 서서 기자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장사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 사이에 준표의 모습도 보인다.
승하 (앞에 와 선다)
경찰 (제지하며) 유가족 요청으로 비공갭니다.
승하 피의자 변호인입니다.
씬23 권변호사 사무실 안(낮)
반팀장, 한 손에 범행 당일 시나리오(따로 첨부할게요)가 적힌 종이
들고 서 있고, 민재는 비디오카메라 들고 서서 촬영준비하고 있다.
조동섭은 수갑 차고 포승줄에 묶여 있고 옷은 죄수복이 아닌 자수할 때
옷차림 그대로다. 정복 경찰이 문 앞에 지키고 서 있다.
승하가 안으로 들어온다. 반팀장과 민재 승하를 떨떠름한 표정으로
본다. 경찰이 승하를 막으려고 하자.
반팀장, 손으로 경찰에게 지시하고, 눈으로 승하와 인사를 나눈다.
조동섭은 고마운 듯 승하를 보고 승하는 조동섭에게 안심하라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인다.
반 시작하지. 강형산 어딨어?
민재 여기 있었는데.
반 (밖에다 대고) 야, 피해자 어딨어? 피해자 빨리 와!
오수 (떨떠름) 여?습니다.
-안으로 들어오는 오수, 마라톤 선수처럼 옷 앞뒤로 피해자라고 써져 있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들어오던 오수, 승하를 본다.
승하 피해자 역할을 맡으셨군요.
오수 (대답대신) 부지런하시네요. (하곤 반팀장 쪽으로 간다)
오수 제가 꼭 해야 됩니까?
반 그럼 내가 하리?
오수 ..아뇨.
반 자 그럼 시작합시다. (조동섭에게) 그러니까 소파에 앉아있는데
피해자가 들어왔다는 거죠?
동섭 네.
반 소파에 가서 앉아요.
<시간경과>
-민재, 비디오카메라로 현장검증 상황을 찍고 있다.
동섭 (동작 취하면서) 제가 여기서 이렇게 재떨이를 집어 던지고 물건을
집어던지니까.
오수 (권현태가 서 있던 위치로 가 선다)
동섭 아뇨. 좀 더 옆으로.
오수 (옆으로 간다)
동섭 아니 반대쪽으로.
오수 (움직이며) 여기요?
동섭 ..네. 거기. 권변호사님이 저기서 칼을 집어 드셨어요.
오수 (책상위에 준비해 둔 고무 칼을 집어 든다)
동섭 칼을 저한테 들이대면서 막 소리를 쳤습니다.
오수 (가만히)...
반 피해자 뭐해?
오수 (좀 어정쩡한 모습으로 칼을 동섭에게 들이대며) 당장 나가.
동섭 (동작취하면서) 그래서 제가 이렇게 다가서서 찔러보라고 들이댔습니다.
오수 (긴장된 표정으로 본능적으로 한 발 물러선다)
동섭 그러다가 제가 이렇게 손목을 팍 잡아서(오수의 손목을 확 잡는다)
오수 (움찔 긴장한다)...!
동섭 (동작하면서) 막 몸싸움이 벌어졌어요.
오수 (자신도 모르게 칼날의 방향을 옆으로 튼다)
동섭 아뇨. 그게 아니라 칼날이 제 쪽으로 이렇게.(하며 칼날의 위치를 잡아준다)
오수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이마엔 땀이 흐른다)
승하 (그 모습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
-긴장된 오수의 눈빛과 이마의 땀, 고무 칼을 쥔 오수의 손의 작은 흔들림.
그 모습을 보는 승하의 흔들림 없는 눈빛 등이 교차하면서 동섭의
현장재현 목소리가 계속 들린다.
동섭 (E) 그래서 제가 본능적으로 칼 방향을 이렇게 틀었습니다. 이렇게 막
실랑이를 하다가 권변호사님이 절 확 밀쳐내니까 제가 권변호사님
손목을 붙들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뒤로 넘어지면서 권변호사님도
같이(하는데)
반 피해자 뭐 하는 거야?
오수 (정신이 나간 듯 멍해 있다)
민재 강선배님?
오수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리며) 어?..어. (반팀장에게) 죄송합니다.
반 밀치는 데서부터 다시 시작하지.
오수 ...네.
민재 (걱정스레 본다)
씬24 권변호사 사무실 화장실(낮)
찬물을 정신없이 얼굴에 끼얹는 오수. 거칠게 종이타월로 얼굴의
물기를 닦아낸다. 거울을 들여다보는 오수의 얼굴에서 불안정한
기운이 감돈다. 후우 크게 숨을 들이쉬는 오수.
씬25 화장실 앞 복도(낮)
오수,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앞에서 걸어오던 승하 모습에 멈칫 멈춘다.
승하, 예의 그 특유의 미소를 지어 보인다.
승하 괜찮으십니까?
오수 (툭) 뭐가요?
승하 무척 긴장하신 것 같아보여서요.
오수 (허 웃곤) 현장검증이 처음도 아닌데 긴장을 왜 합니까?
승하 그래서 이상하다 했습니다. 혹시 몸이 안 좋으신가 싶기도 하고.
오수 참 여기저기 배려도 많으시네. 뭐 허긴 그러니까 현장검증 참관까지
하신 거겠지만.
승하 의뢰인에 대한 배려차원이 아니라 마지막 확인 절찹니다.
오수 (본다)
승하 난 조동섭씨의 진술을 신뢰하지만 만에 하나 의뢰인이 거짓말을
한 거라면 현장검증에서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요.
오수 ...그래서, 찾으셨습니까?
승하 (미소로)...아뇨. 그럼. (가는데)
오수 저기요.
승하 (본다)
오수 언제 소주 한 잔 사겠습니다. 어젯밤 술값만큼은 안 되겠지만.
승하 언제든지요. (간다)
-오수, 어젯밤부터 이어지는 찜찜한 기분으로 잠시 승하의 뒷모습을
보다 돌아서는데 앞에서 오던 반팀장.
반 너 괜(하는데)
오수 (얼른) 괜찮습니다!
반 반항하냐?
오수 그럴 리가요. 제가 어제 마신 술이 좀 덜 깼습니다. 가시죠, 팀장님.
반 (피식 웃는다)
씬26 출판사(오후)
잔뜩 기죽은 모습으로 단행본 팀 편집장 앞에 서서 잔소리를 듣고
있는 영철.
편집장1 정작가랑 연락이 된다는 거야, 안 된다는 거야?
영철 그게..엊그제까지는 됐었는데..
편집장1 (못마땅해서) 마감 이틀 남았어! 책상머리에서 전화만 돌리지 말고
작업실에라도 가봐야 할 거 아냐?
영철 ...알겠습니다. (자기 자리로 간다)
-편집장1, 탐탁지 않아 죽겠는 표정으로 영철을 보다가 저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시선을 돌려보면, 잡지팀 쪽에서 성준표와 잡지팀 편집장이
함께 걸어오며 기분 좋게 얘기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편집장2 성선배 덕분에 우리 웹진 서버가 다운되고 아주 난리가 났어요.
준표 난 사실대로 기사를 쓴 거뿐인데 뭐.
편집장2 사건을 보는 시간이 달랐잖아요. 지금 네티즌들의 댓글수가 장난이
아니에요.
-영철, 두 사람 대화에 전혀 관심 없는 듯 가방 챙기는 위로.
편집장2 (E) 이러다 창간호고 뭐고 웹진으로 자리 잡게 생겼다니까요.
프리랜서 말고 아예 우리 잡지로 들어오시는 건 어때요?
준표 (그저 웃고 만다)
씬27 식당 앞(오후)
일하다 나왔는지 앞치마 차림의 정연이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핸드폰을
받고 있다.
정연 (사정한다) 시간을 조금만 더 주세요. 일한지 열흘밖에 안 돼서
가불을 해도 얼마 되지가 않아요.
씬28 대식 사무실 안(오후)
책상 몇 개와 한쪽에 러닝머신이 놓여있는 썰렁한 사무실 안.
대식, 지금 막 러닝머신을 뛰었는지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면서 핸드폰
통화를 하고 있다.
대식 입 아프게 왜 자꾸 같은 말 또 하게 만들어요? 무조건 내일까지야.
나는 약속 안 지키는 사람을 제일 싫어해요, 아줌마. (탁 끊고) 착하게
살래도 세상이 안 도와주네.
씬29 식당 안(오후)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와 손님이 먹고 간 식탁을 치우는
정연. 주인은 카운터에 있고 택배직원이 안으로 들어온다.
직원 택배 왔는데요.
주인 (받아서 보더니 E) 소라엄마!
정연 (돌아본다)
씬30 선술집(밤)
서민적인 분위기의 술집. 씁쓸한 기분으로 혼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오수.
민재 (옆에 턱 앉으며) 이러고 있을 줄 알았다, 내가.
오수 (대답 않고 자작하려는데)
민재 (병을 빼앗아 가서 오수 잔에 술 따라주며) 이모, 여기 소주 잔!
선배만 기분 별룬 거 아니에요. 나도 그렇고 팀장님도 그렇고
-주인이 잔을 갖다 주자 오수가 민재의 잔에 술을 따라주고 민재
받으면서.
민재 (앞에 말 계속 이어서) 전부다 찜찜하긴 마찬가지라구요. 범인 잡고
현장검증까지 끝내놓고도 이런 기분이긴 진짜 처음이네.
오수 인터넷에선 뭐 좀 나왔어?
민재 눈 빠지게 찾았는데 못 건졌어요. 타로카드 관련 사이트 말고 다른
사이트도 찾아보려구.
오수 (끄덕이곤) 최근에 총기사건 없었지?
민재 그런 게 있었으면 발칵 뒤집혔지. 근데 그건 왜?
오수 아냐. (잔을 다 비우고) 마시고 와라. (자리에서 일어선다)
민재 (뜨악해서) 어디 가려구?
오수 (이미 가고 있다)
민재 강선배!
재민 (안으로 들어오며) 아우 배고파. (하다 나가는 오수 보고) 팀장님은
과장님이랑 저녁(하는데)
오수 (말 자르며) 박희숙에 관한 건 하나도 빼놓지 말고 전부
다 찾아서 뽑아놔.
재민 (어리보기) 예에?
오수 연립주택 그 전 주인 임마!
재민 아..예.
오수 (빠르게 나간다)
재민 (어리둥절해서 민재에게 오며) 강형사님 어디 가시는 거예요?
민재 (대답 대신 술 잔 비워서 탁 내려놓는다)
씬31 도서관 자료실 데스크(밤)
해인, 퇴근 준비를 다 끝내놓고 책상 앞에 앉아 책(로댕의 화보집)
을 보고 있다. 문득 벽시계를 본다. 6시 20분이 다 되어간다.
책상 위에 놓인 ‘인격과 전이’에 시선을 주는 해인, 오늘은 안 오려나 싶은
표정 지었다가 다시 자신이 보던 책에 시선을 준다. 책 페이지를 넘기던
해인의 손이 멈추더니 페이지 한 곳에 시선이 고정된다.
로댕의 조각품인 <지옥문>의 사진이 있다. 사진을 들여다보는 해인.
<플래시 컷-씬4 해인이 조동섭의 편지에서 읽어냈던 <지옥문>사진속 조각의
한 부분.>
-해인, <지옥문>의 사진 속에서 그 조각을 찾아낸다.
<플래시 컷-씬4 <지옥문> 사진 속 조각의 다른 부분>
-해인, <지옥문> 사진 속에서 똑같은 조각을 찾아낸다.
<플래시 컷-씬4 <지옥문> 사진 속 조각품 상단에 있던 생각하는 사람 조각
사진의 한 부분>
-해인, 사진 속 지옥문 맨 위 상단에 있는 생각하는 사람을 손가락으로
짚는다.
해인 (혼잣말) 이거였어. 지옥문.
-그 순간, 해인의 앞에 누군가 와서 선다.
해인, 화들짝 놀라서 올려다보면 승하가 미소를 지으며 서 있다.
해인 ...오셨어요.
승하 (아주 잠깐 지옥문 사진에 시선 주었다가 담담하게) 시간이 늦어서
혹시나 싶었는데..아직 퇴근 안했네요.
해인 (대뜸 책을 들어서 내민다) 여기요.
승하 (책을 받아서 보곤 해인을 본다)
해인 찾으셨던 책 맞죠?
승하 이거주려고 퇴근 안하고 있었던 거예요?
해인 (좀 당황했다가 이내 담담하게) 아니에요. 뭘 좀 볼게 있어서요.
(가방 들고 일어서며) 가봐야 되는데.
씬32 도서관 복도(밤)
해인과 승하가 나란히 걸어 나온다. 승하는 담담한 표정이고
해인은 어쩐지 조금은 어색한 기분이다.
승하 도서관에 근무하면 좋겠어요. 퇴근시간이 정확해서.
해인 퇴근시간 정확하지 않아도 정규직이면 좋겠어요.
승하 정규직 아니었어요?
해인 계약직이에요. 그래서 언제 짤릴지 몰라요.
승하 (훗 웃곤) 집으로 가요?
해인 친구한테 들렀다가요.
승하 저번에 그 타로카페요?
해인 ..네.
승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었는데..
해인 (본다)
승하 그 카페 친구 분한테 들었는데 타로카드를 해인씨가 직접 그렸다면서요?
해인 ..네.
승하 근데 카드이름이 왜 갈란투습니까?
해인 그냥 꽃에 얽힌 전설이 맘에 들어서요.
승하 갈란투스가 꽃 이름이었어요?
해인 네. (하는 순간)
-갑자기 전기불이 전부 소등되면서 확 어두워진다. 밖에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만이 겨우 비쳐든다.
해인 어?
승하 ...정전인가?
해인 퇴근시간이 지나면 한꺼번에 소등을 하긴 하는데 오늘은 좀 빠르네.
승하 아아..
해인 (두리번두리번) 스위치가 여기 어디 있을 텐데. (벽 쪽으로 가서 스위치를
찾는다)
승하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
해인 (더듬더듬 찾으며) 여기어디 있었는데..
-승하, 스위치를 찾는 해인에게로 천천히 다가간다.
해인, 스위치를 찾다가 어느 순간 자신 앞에 와 서 있는 승하를
보고 움찔해서 본다.
승하가 해인에게로 손을 뻗는다. 해인, 당황해서 순간 몸이 확
굳어지는데 승하가 해인을 가운데 두고 마치 해인의 어깨를 잡을
듯 손을 뻗는가 싶더니 벽에 있는 스위치를 켠다.
복도부분 불이 빛을 내며 밝아지는 실내.
해인, 어쩐지 좀 당황스러운 기분으로 잠시 머쓱하게 서 있다.
미소를 지어보이는 승하.
해인 (어색한 기분으로) 저보다 더 빨리 찾으시네요.
승하 ...난 어둠에 익숙하거든요. (간다)
해인 (잠시 보다가 따라 걷는다)
승하 (가다가 문득 멈추고 돌아보며) 그 꽃에 얽힌 전설이 뭡니까?
해인 (본다)
씬33 달리는 차 안(밤)
승하, 무표정한 얼굴로 혼자 운전을 하며 앞을 바라보고 있다. 그 위로.
해인 (E) 아담과 이브가 낙원에서 쫓겨났을 때,
씬34 도서관 한곳(밤, 회상)
해인과 승하가 나란히 걸어 나온다.
해인 (앞에 대사 이어서) 눈이 많이 내렸대요. 이브가 너무 추워서
절망하고 있었는데 천사가 내려와서 위로를 했어요.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따뜻해 질 거니까 너무 슬퍼하지 말라구요.
승하 (해인의 옆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해인 (앞만 보고 걸으며) 그리고 천사가 손으로 눈송이를 휘저으니까
금방 꽃으로 변했는데 그게 갈란투스래요.
승하 ....
해인 난 내가 그린 타로카드가 갈란투스 전설처럼 사람들한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얼굴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며)
나쁜 일이란 건 그리 오래가지 않아요. 노력하면..
씬35 달리는 차 안(밤, 현재)
승하의 입가에 따뜻한 미소가 감도는 가 싶더니 차츰 미소가 잦아들며
이내 승하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진다.
씬36 지하철 보관함(밤)
보관함이 열리고 그 안에 빨간 봉투를 꺼내가는 검은 장갑을 낀
누군가의 손.
씬37 해인의 집 앞(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서 걸어오는 해인, 문득 시선을 들어보면
오수가 핸드폰을 들고 집 앞에 서서 전화를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해인 강형사님?
오수 (깜짝 놀라서 보며) 아우 깜짝이야. 갑자기 나타나니까 놀랬잖아요.
해인 여기서 뭐 하세요?
오수 (머쓱해서 횡설수설) 아니 뭐 그냥 저기..그러니까 그게 오늘 권변호사님
사건 현장검증도 마치고 검찰에 송치하는 일만 남았거든요.
해인 근데요?
오수 그래서 뭐..해인씨도 일종의 비밀동료니까 알아야 할 것도 같구
또...인사도 할 겸 뭐 겸사겸사.
해인 잘 됐다. 안 그래도 전화 드리려고 했었는데.
오수 (확 밝아지며) 나한테 전화하려고 했어요?
해인 제가 봤던 조각이 뭔지 알았어요.
오수 (긴장해서 본다)
해인 지옥문이라는 조각상이에요.
오수 지옥문이요?
해인 네에.
오수 그 조각상에 무슨 특별한 의미라도 있는 겁니까?
해인 그거야 로댕만 알죠.
오수 지금 나 무식하다고 놀리는 겁니까?
해인 (웃으며) 아니에요. 저도 오늘 책에서 읽었어요. 단테의 신곡중에서
지옥편을 주제로 삼은 로댕의 조각품인데요.
씬38 강력5팀(늦은 밤)
혼자서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로댕의 지옥문 사진을 올려놓고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오수, 위로.
해인 (E) 단테와 베르길리우스가 지옥을 방문해서 처절한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목격한다는 이야기래요.
-오수, 벌떡 일어나서 답답한 듯 이리저리 서성이다가 다시 모니터 화면
속 지옥문의 사진을 들여다본다.
씬38-1 해인의 방(늦은 밤)<추가씬>
해인, <지옥문> 사진이 수록된 책을 보고 있다. 그러다 시선이
생각하는 사람에 멈춘다.
해인 (E) 200개가 넘는 조각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건 중앙에 있는 생각하는
사람이래요.
씬38-2 강력5팀(늦은 밤)<추가씬>
오수의 시선도 컴퓨터 모니터에 떠 있는 <생각하는 사람> 조각에
멈춰있다. 그 위로.
해인 (E) 눈을 감고 있을 때는 심판을 기다리는 자였던 생각하는 사람이
눈을 뜨는 순간 심판하는 자가 된다고 해요.
오수 (혼잣말)..심판하는 자라..
씬39 지하철역 한 곳(낮)
<지옥문> 사진에서 화면이 빠져나오면 승하가 그 앞에 서서
사진 속 청동조각상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다.
드문드문 지나는 행인들은 <지옥문>사진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
무심히 지나친다.
승하는 마치 혼자만의 공간, 혼자만의 세상에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씬40 희수 사무실(낮)
순기, 양복을 쫙 빼 입고는 마치 자기 사무실처럼 안으로 들어선다.
그 뒤를 짜증 섞인 얼굴로 따라 들어오는 석진.
석진 사장님 지금 자리에 안 계신다니까.
순기 (능청스럽게 둘러보며) 기다리지 뭐.
석진 언제 오실지도 몰라. 그리고 앞으로 이런 식으로 무턱대고 찾아오지 마.
순기 (비죽 웃고는 딴소리) 이 양복 나한테 잘 어울리냐? 너하고 나하고
싸이즈가 대충 비슷한가봐.
석진 (눌러본다)
순기 (희수의 책상 쪽으로 움직이며) 나도 이젠 일다운 일을 좀 해야 되는데..
-석진, 불안한 시선으로 희수의 책상을 본다. 책상 위에 희수와 나희가
함께 찍은 사진이 들어있는 액자가 눈에 띈다. 철렁하듯 굳는 석진.
순기 이 정도 호텔이면 내가 할 일도 좀 있지 않겠냐?
-하며 희수의 의자에 앉으려는 순간, 석진이 얼른 책상위에 있던 액자를
엎어놓는다.
순기 (눈치 못 채고 의자에 앉아서) 쿠션 죽인다.
석진 (진땀이 난다) 나가자. 점심시간도 됐으니까 밥이나 먹자.
순기 밥은 됐구. 희수형님한테 전화 좀 해 봐.
석진 (짜증) 너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언제까지 이럴 거야?
순기 (천연덕스럽다) 내가 뭘 어쨌다고 열을 올리냐?
석진 (순기의 팔 잡아서 끌고 나가며) 나가서 얘기하자.
순기 (벌컥 화내듯) 놔아! 이 자식은 근데, 니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다고
맨날 날 무시해?
석진 누가 널 무시해?
순기 지금 무시하고 있잖아? 니들 가만 보면 셋이 뭉쳐서 날 무시하는데
나 고등학교 때 김순기가 아니야! (하는데)
희수 (굳은 표정으로 들어와 선다)
석진 (당황해서) 오셨습니까?
희수 (순기를 보고 시선 돌려 자리로 가며) 왜 이렇게 시끄러워?
순기 (어느새 비굴한 태도로) 안녕하셨어요?
희수 나왔단 얘긴 들었어.
순기 (빙글빙글 웃으며) 다 형님 덕분이죠 뭐. 그래서 고맙단 인사도 드림
겸해서 왔습니다.
희수 (싸늘하게 보는)...
씬41 호텔 로비(낮)
잔뜩 기분이 좋아진 듯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걸어 나오는 순기.
양복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슬쩍 안의 돈을 확인하곤 만족한 듯
웃음기를 흘리며 봉투를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씬42 희수 사무실(낮)
석진 (면목이 없다)...죄송합니다.
희수 나비서가 죄송할 건 없구...앞으로가 걱정이네.
석진 제가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희수 (혼자 생각에 빠져 끄덕인다)
석진 혹시 인터넷에 올라온 ‘이슈엔이슈’기사 보셨어요?
희수 인터넷 기사?
씬43 호텔 로비(낮)
희수와 동현이 걸어오고 그 뒤로 석진이 따라온다.
희수 (앞에 대사 이어서) 곧 창간되는 시사주간진데 아직 서점 발매는
하지 않았고 일단 인터넷 웹진을 먼저 오픈한 모양이에요.
동현 그런데?
희수 조동섭에 대한 동정기사를 써서 현재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데
기사를 쓴 사람이 성준푭니다.
동현 (미간을 찌푸리며) 그 친구 기자 그만뒀잖아?
희수 프리랜서로 기획기사를 쓰고 있나 봐요. 아무래도 이번 기사는
권변호사님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으로 쓴 것 같아요.
동현 쓰레기 같은 기사에 괜히 신경 쓸 거 없어. 어차피 남의 일엔 관심도
없으면서 괜히 떠들어대는 게 여론이야.
희수 그렇긴 하지만 권변호사님 가족들은 명예훼손 소송을 하려는 것 같아요.
동현 그럼 니가 신경을 좀 써. 도울 일 있으면 돕구.
희수 네, 아버지.
씬44 경찰서 근처 식당(낮)
오수와 대식, 설렁탕 정도의 점심을 먹고 있다.
오수 (움찔해서 본다) 순기가?
대식 방금 석진이한테 전화했더니만 순기 자식 왔었다고 하더라구.
오수 (짐작이 가서 표정이 어두워진다)
대식 내가 그 자식 만나서 확실하게 담판을 질 테니까 넌 걱정하지 마.
오수 만나서 치구받구 코피 터지게 싸우려구?
대식 그럼 넌 언제까지 계속 당하고만 있을 거냐?
오수 만나도 내가 만나고 담판을 져도 내가 져. 그러니까 넌 빠져.
대식 니가 빠져. 내가 처리할 테니까.
오수 친구가 무슨 물건이야, 처리하게?
대식 그 자식이 무슨 친구야(하다가 갑자기 기침을 해 댄다)
오수 (걱정스레) 병원에 가봤어?
대식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 천식이랜다.
오수 천식? 심하대?
대식 뭐 그냥 조심하래지. 의사들 괜히 겁주는 거 있잖냐. (허탈하게 웃으며)
나 참, 재수가 없으려니까..물려줄 게 없어서 이딴 걸 물려 주냐.
오수 무슨 소리야?
대식 우리 아버지 천식으로 세상 빠이빠이 했잖냐.
오수 ..너두 조심해, 임마.
대식 (웃으며) 걱정마라.
씬45 경찰서 앞(낮)
대식 (이쑤시개 입에 물고 오수와 걸어 나오면서) 나 지금 하는 사업 곧
정리할 거다.
오수 (본다)
대식 내가 약속은 꼭 지키잖냐. 그리고 솔직히 친한 친구가 짭새, 아니
민주경찰인데 나도 음지에서 벗어나야하지 않겠냐?
오수 (웃으며) 음진 건 인정하네?
대식 (사람 좋게 웃으며) 그래 자식아, 인정했다.
오수 (웃는)
대식 대충 자금 회수되면 오뎅바 같은 거 하나 차릴까싶다.
오수 (어깨 툭 쳐주며) 잘 생각했다, 친구야.
대식 (웃으며) 들어가.
오수 그래. 짭새는 간다.
대식 (히 웃고)
오수 (몇 걸음 가다가 돌아보며) 건강 조심해!
대식 (웃는 얼굴로) 알았어, 이 짭새야.
오수 (피식 웃고 간다)
대식 (웃는 얼굴로 보고 서 있다)...
씬46 강력5팀 복도(낮)
오수,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씩씩하게 걸어오는데 재민이 부른다.
재민 강선배님!
오수 (보면)
재민 (한 손에 재적등본 한 통 들고 급하게 와서) 박숙희에 대해 알아 봤는데요.
권변호사나 조동섭하곤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 같습니다.
오수 (걸으며) 박숙희하고 직접 통화했어?
재민 통화가 안돼서 재적등본을 떼 봤는데요. 3년 전에 이혼을 했더라구요.
오수 이혼 사유는?
씬47 강력5팀(낮)
민재는 자기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 사이트 찾는데 골몰하고 있고
반팀장은 지압 봉으로 목 뒷덜미 꾹꾹 누르고 있다. 오수와 재민
안으로 들어오며 앞에 대사 이어서 한다.
재민 주변인 조사해 보니까 남편이 (재적등본을 보며) 성준표란 사람인데요.
기자였다가 짤렸대나 봐요. 그래서(하는데)
오수 (말 자르며) 성준표?
재민 네.
오수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다)..성준표?
민재 (끼어들며) 성준표라면 이번에 조동섭 동정기사 쓴 기자 이름 같은데?
오수 기사 찾아봐.
민재 (급하게 인터넷 기사에서 이슈엔 이슈 기사를 찾아낸다)
오수 (기사를 본다. 맨 밑에 성준표란 이름을 확인한다)
민재 맞네. 성준표.
오수 (뒤통수를 한 방 맞은 듯 성준표란 이름을 들여다보고 있는 위로)
재민 (E) 동명이인인가?
-어느새 옆에 와 서 있는 반팀장.
민재 같은 사람이라면 이거 뭔가 냄새가 나는데?
오수 (혼잣말처럼) 표준성.
-민재와 재민, 반팀장 무슨 소린가해서 오수를 본다.
오수 성준표를 거꾸로 읽으면 표준성이야.
민재 (중얼중얼) 성준표, 표준성...(눈 확 커지며) 그러네?
오수 이걸 왜 몰랐지...간단한 트릭이었는데.
반 그럼 성준표가 조동섭한테 편지를 보냈다는 얘기가 되나?
재민 그렇죠.
반 권변호사나 강형사한테 택배도 보내고?
민재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반 동기는? 도대체 왜 그런 거지?
민재 그건 지금부터 찾아봐야죠.
오수 (대뜸) 저하고 관계있습니다.
반 무슨 소리야?
오수 확인부터 하구요. (급하게 핸드폰 들어 번호 찍으면서 밖으로 나간다)
-강력5팀 형사들 모두 긴장해서 오수를 본다.
씬48 대식의 사무실 앞(낮)
오래된 낡고 허름한 건물. 택배 기사가 택배 상자를 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씬49 강력5팀 복도(낮)
강력5팀 안 형사들은 모두 밖에 있는 오수에게 촉각이 곤두서 있는 상태.
오수 (혼자 나와 통화중) 4년 전쯤에 아버지하고 관련된 동대문 뉴월드 비리사건
폭로기사 썼던 기자 이름이 성준표 맞지?
<화면 분할되며-사무실의 희수>
희수 맞아. 안 그래도 최근에 권변호사님 사건 기사를 그 사람이 썼길래
오수 (말 자르며) 아버지가 권변호사님 통해 성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희수 어.
오수 그 다음엔 어떻게 됐어?
희수 우리가 재판에서 이겼어. 그 뒤로 성기자가 이민 갔단 소릴 들었었는데
다시 온 모양이야. 근데 왜?
오수 (심각해져서)...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끊는다. 뭔가 실마리가 잡히는
듯하다. 급하게 사무실 문 열고 안으로)
씬50 강력5팀 안(낮)
오수 (들어오자마자) 팀장님, 성준표 가택수색영장 청구해 주십쇼.
반 (긴장해서 보는)..
씬51 공원(낮)
따사로운 봄 햇살을 받으며 느긋하게 벤치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승하. 한쪽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승하의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다. 마치 휴양지에라도 온 사람처럼 평화로워
보인다.
씬52 강력5팀 안(낮)
반 협박이든 살인교사든 짐작만 갖고 수색영장을 어떻게 청구해?
청구해 봤자 나오지도 않아.
오수 이건 단순한 짐작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설명 드렸잖습니까?
반 동대문 뉴월드 비리사건이라면 나도 알아. 나라가 떠들썩했던 일이니까.
민재 동기는 충분해요. 강선배 아버지 때문에 자신이 기자직에서도 쫓겨나고
결국 이혼까지 당하게 됐다고 생각해서 원한을 품은 거죠. 그래서 강선배
한테 택배를 보낸 거구요.
오수 성준표가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할 당시 권변호사님이 성준표를 자주
만났답니다. 아마도 (불편한 심정으로) 성준표에게 심한 모욕감을 줬을
거구요. 그래서 조동섭을 조종해서 살해하도록 유도한 겁니다.
재민 (신나서) 아귀가 딱 들어맞네요.
반 전부 짐작일 뿐이지 증거는 아니야.
오수 성준표 집을 뒤져보면 증거가 나올 겁니다.
반 증거가 있어야 수색영장을 받을 수 있어.
오수 (곤두서서) 이 자식 완전 사이콥니다. 두 번째 카드를 보낸 뒤에
아직은 잠잠하지만 분명히 다음 대상이 있다는 얘기라구요!
반 일단 24시간 교대로 성준표 옆에 붙어있어.
오수 그 놈이 직접 범행을 저지른다는 보장이 없잖습니까?
반 (O.L.) 그럼 뭐든 증거가 될 만한 걸 찾아! 그게 우선이야.
오수 (답답하다) 증거가 있으면 당장 체포영장부터 받지 뭐 하러 수색영장을
받습니까?
반 너 형사 일이년 해? 수색영장을 받을 만한 증거가 뭐든 있어야 받든지
말든지 할 거 아냐?
오수 (답답해서 머리 북 헝클며) 아~증말 미치겠네.
씬53 대식의 사채 사무실(오후)
대식 (화가 난 듯 수화기를 거칠게 팍 내려놓으며 옆에 덩치남에게)
핸드폰 정지시킨 거 보니까 이 아줌마 또 토겼네. (덩치남에게) 뭐 해,
임마?
건달 (얼른) 찾아보겠습니다, 형님. (나간다)
대식 아 진짜 착하게 살라는 사람, 세상이 무지하게 안 도와주네.
-사무실 책상 한쪽에 놓인 택배 상자가 아직 풀지도 않은 채
무심히 놓여있다.
씬54 식당 안(오후)
정연, 대충 꾸린 짐 가방을 들고 주인 앞에 죄인처럼 서 있다.
반쯤 열린 문 사이로 식당 밖에 서 있는 소라의 모습이 얼핏 보인다.
주인 갑자기 관두면 우린 어떡해?
정연 죄송해요. (출입문을 살피면 소라의 모습이 보이는 위로)
주인 (E) 사정이야 있겠지만 사람이라도 구해놓고 그만두더라도 그만둬야지.
씬55 식당 밖(오후)
인형을 안고 심심한 듯 서 있는 소라가 문득 한쪽에 시선을 준다.
양복을 입은 남자의 다리가 보인다. 소라, 반가운 듯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씬56 식당 안(오후)
정연 (주인이 건네는 돈을 건네받으며) 고맙습니다. (하고 문득 밖으로
시선을 주면 소라가 보이지 않는다)
씬57 식당 앞(오후)
급하게 밖으로 나오는 정연. 황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지만 소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정연 (새파랗게 질려서) 소라야? (우왕좌왕) 소라야? (정신없이 가며)
소라야? ..소라야?
씬58 강력5팀 복도(오후)
오수 (곤두선 채로 서성이며 통화중이다) 형, 난데. 집에 별 일 없지?
...아니 뭐 그냥. 저기 혹시 형이나 아버지한테 택배 같은 거 온 거
없어?...(안심) 어, 그래. (애써 밝게) 일은 무슨. 그냥 물어 본 거야.
씬58-1 경찰서 복도(오후)<추가씬>
오수, 혼란스럽고 복잡한 기분으로 걸어오다가 보면 저쪽에서 걸어오는
승하가 보이다. 오수, 멈추고 본다.
승하 (담담한 표정으로 오수를 본다)
오수 조서작성도 끝났는데 어쩐 일이십니까?
승하 조동섭씨를 내일 검찰에 송치한다면서요?
오수 (내키지 않은 기분인 채 보며) 네.
승하 결국 공범은 밝혀내지 못한 모양이죠? 아니면 공범은 처음부터 존재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구요.
오수 (뚝뚝하게) 수사 기밀이라 대답할 수가 없네요.
승하 대답을 들으려고 한 말은 아닙니다. 어차피 제 변론과는 무관한
일이니까요. 그나저나 김순기씨는 잘 지내시죠?
오수 잘 지냅니다. 근데 어떤 계기로 순기 항소심 변론을 맡으신 겁니까?
제가 알기론 자청하셨다고 하던데.
승하 (미소로) 꼭 자청이랄 건 없구, 김순기씨 국선 변호를 맡게 된
선배한테 인계받은 셈이죠.
오수 인계를 받아요?
승하 선배한테 김순기씨에 대해 들었는데 썩 내켜하지 않는 것 같아서
제가 변론을 맡은 겁니다. 권변호사님과 인연도 있고 해서요.
오수 남들이 내켜하지 않는 변론을 자주 맡으십니까?
승하 그런 편이죠. 뭐 또 궁금한 거 있으십니까?
오수 ..아닙니다.
승하 (미소로) 그럼 조동섭씨 면회신청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오수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저항감을 느끼며 승하를 보는)...
씬59 도서관 복도(오후)
환한 얼굴로 어딘가를 향해 급한 걸음으로 가는 해인.
무척이나 반가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모습이다.
씬60 도서관 한 곳(오후)
광두, 만남이 설레는 듯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그 위로.
반장 (E) 차형사 지금 제정신이야?!
씬61 경찰서 사무실(낮, 회상)
12년 전.
광두 앞에 반장과 2회 회상에서 나왔던 형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 있다.
광두 해인이 말을 무조건 부정할 게 아니라.
반장 (말 자르며) 우리까지 단체로 미친 놈 소리 듣고 싶어?
광두 그 아인 미친 게 아닙니다! 단지 남과 다른 능력이
반장 (말 자르며) 초능력자?
광두 (다부지게 입 꽉 다물고 보는 위로)
반장 (E) 개뼈다귀 같은 소리 그만하고 사건 종결 져.
씬62 도서관 한 곳(오후, 현재)
광두, 씁쓸한 미소를 짓다가 문득 시선 돌려 보면 저쪽에서
해인이 뛰어온다.
광두 (얼굴에 미소가 번지며 바라본다)
해인 (앞에 와 서서 숨을 고르며 웃어 보인다)
광두 오랜만이네?
해인 (그저 맑게 웃어 보인다)
<시간 경과>
광두 해인이가 그린 타로카드가 현장에 있었다는 얘긴 창호형님한테 들었어.
해인 그 점이 자꾸 마음에 걸리고 이유가 궁금해요.
광두 창호형님한테 물어보면 되잖아. 범인이 자수했는데.
해인 그 사람은 타로카드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고 했대요.
광두 (의아한) 그래?
해인 네에.
광두 그럼 우연히 권변호사 사무실에 있었던 건가?
해인 그건 아니에요. 그 뒤로도 다른 카드가 경찰서로 왔거든요.
광두 (호기심에서) 그래?
해인 네에.
광두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밝은 표정으로) 이런 얘기하려고 온 건
아니었는데...어머님은 잘 지내시지?
해인 그럼요. 여전히 천사표시고 여전히 잔소리꾼이세요.
광두 (미소로 보며) 예전에 해인이 어머니가 하셨던 말이 가끔 생각나.
해인 뭐라고 하셨는데요?
광두 딸이 갖고 있는 능력 때문에 혹시나 해인이가 동화를 잃어버린
세상에서 살게 될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라고...
해인 (엄마의 마음이 느껴진다)...그러셨어요?
광두 어. 그래서 솔직히 해인이가 창호형 수사 돕는 단 얘기 들었을 때
반갑지가 않더라구.
해인 걱정 마세요. 전 철이 덜 들어서 맨날 동화세상에서 살거든요.
광두 (웃는)
해인 그리고 강형사님도 되게 좋은 분이에요.
광두 강형사?
해인 네. 강오수 형사님인데 반창호 아저씨하곤 자주 못 뵙고(하는데)
광두 (설마 싶어서) 방금 이름이 뭐라고 했어?
해인 네?
광두 (굳은 표정으로) 방금 강오수라고 했나?
해인 네. (하다 광두의 표정이 심상치 않자) 왜..그러세요?
광두 (애써 표정 풀며) 어..아냐..아무것두.
씬63 승하 사무실 비서실(밤)
광두, 혼자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 결심이 선 듯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가 도로 내려놓곤 무슨 생각에선지 윗도리 집어 들고 급하게
밖으로 나간다.
씬64 해인 거실(밤)
해인 (막 들어와서 소파에 앉으며) 엄마, 나 오늘 광두 아저씨 만났어.
해인모 (반가운. 수화) 그래? 잘 지내시지?
해인 응. 엄마한테 안부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 언제 한 번 인사드리러
온다구.
해인모 (웃으며 끄덕이곤 수화) 그 동안 잊고 지냈네. 유일하게 널 믿어 준 고마운
분이었는데..
해인 (12년 전 일이 생각나는 듯 미소로)...그러게요.
해인모 (수화) 얼른 씻고 밥 먹어.
해인 엄마.
해인모 (본다)
해인 (수화랑 동시에 말을 하며) 난 언제나 동화가 있는 세상에 살고 있어요.
내 옆엔 항상 날 믿어주는 엄마가 있으니까.
해인모 (따뜻하게 웃어 보인다)
해인 (회답하듯 웃는다)
씬65 공중전화 부스(밤)
정연, 수화기를 잡고 있는 손이 덜덜 떨리고 있다. 한쪽엔 간단한
짐 가방이 놓여있다.
정연 (제정신이 아니다, 무섭게) 우리 소라 지금 어딨어요?
대식 (숨이 가쁘다 F) 뭐?
정연 (소리치는) 내 딸 당신이 데려갔잖아!
씬66 대식 사무실(밤)
러닝머신을 하며 핸드폰을 받고 있는 대식.
대식 (허 웃으며) 이 아줌마가 증말.
<화면 분할>
정연 (제정신이 아닌 채로 악을 쓰듯) 내 딸 어딨어! 우리소라 어딨어 지금?
대식 (기막힌 표정으로, 러닝머신에서 내려서며) 아 귀청 떨어지겠네!
헛소리 그만하고 돈이나 갖고 와.
정연 우리 소라 손 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내가 당신 가만 안 둬.
대식 (어이가 없다, 버럭) 가만 안 두면 어쩔 건데?
정연 (떨리는 소리, 사정조로) 어린 애가 무슨 죄가 있어요. 그러니까.
대식 (말 자르며, 버럭) 내가 분명히 말했지? 난 받은 대로 갚아준다구!
(팍 끊고) 미쳤나? 무슨 헛소리야.
-하며 책상으로 가려다가 뭔가 발에 채여 보면 택배상자다.
대식 ? 이건 또 뭐야?
씬67 공중전화 부스 앞(밤)
창백한 표정으로 쓰러질 듯 걸어 나오는 정연.
마치 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는 정연의 주먹 쥔 손이
덜덜덜 떨리고 있다.
씬68 강력5팀 복도(밤)
오수, 거칠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민재와 재민 따라 나오면서.
민재 (잡으며) 어딜 간다는 거예요, 지금?
오수 (버럭) 확 들이받기라도 할라 그런다 왜!
민재 그 사람 기자야. 잘못 건드렸다간 우리만 피 본다구요.
오수 그렇다고 넋 놓고 있을 순 없어!
민재 탐문 조사 하고 있잖아?
오수 평범한 잡범이 아니야! 그런식으론 평생 증거 못 찾아! (확 뿌리치고 간다)
민재 강선배!
재민 (얼른) 제가 따라 가겠습니다. (간다)
민재 (속상하다) 아, 증말.
씬69 경찰서 앞(밤)
오수와 재민이 탄 승용차가 빠르게 경찰서 앞을 빠져나가는 동시에
택시가 앞에 와 선다. 차 안에서 내리는 광두, 급하게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광두, 멈춰서 소리 나는 곳을 돌아보면 여자아이가 어두운 곳에서
울고 있다. 광두, 천천히 다가간다.
광두 꼬마야?
-아이가 고개를 든다. 눈물범벅인 얼굴로 인형을 안고 있는 소라다.
광두 ...왜 여기서 울고 있어?
소라 (훌쩍훌쩍)...엄마.
광두 엄마 잃어버렸어? (하는데)
승하 (E) 사무장님?
-광두, 그 소리에 돌아보면 승하가 서 있다.
광두 (뜻밖이라) 변호사님?
승하 여긴 어쩐 일이세요?
광두 누굴 좀 만나려구요. 근데 변호사님은 어쩐 일이십니까?
승하 조동섭씨가 내일 검찰에 송치된다고 해서 면회하고 가는 길입니다.
광두 아아..
승하 근데 이 아인 누굽니까?
광두 (난처해서) 집을 잃어버린 모양이에요.
승하 그래요? (키를 낮춰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엄마 잃어버렸니?
소라 (훌쩍이며 끄덕인다)
승하 이름이 뭐야?
소라 (훌쩍훌쩍)
승하 아저씨가 엄마 찾아주려 그래.
소라 ...소라. 정소라.
승하 아주 예쁜 이름이네. (하며 미소를 짓는다)
씬70 거리(밤)
실성한 사람처럼 미친 듯이 사람들을 밀쳐내면서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는 정연. 물기어린 눈빛에 살기가 어려 있다.
씬71 경찰서 앞(밤)
승하, 소라의 손을 잡고 서 있고 광두가 어딘가에다 전화를 하고 있다.
광두 (핸드폰 끊고는) 사용이 중단된 번호라는데요.
승하 그래요? (소라에게) 엄마가 전화를 못 받으신데. 소라 혹시 살던
동네가 어딘지 알아?
소라 (훌쩍훌쩍) 개봉동 새싹 유치원 앞이요.
승하 근처에 가면 어딘지 찾을 수 있겠니?
소라 (주억인다)
승하 (머리 쓰다듬어 주며) 소라 아주 똑똑하구나. (광두에게) 제가 근처로
가서 한 번 찾아볼게요.
광두 미아신고부터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승하 직접 찾아보고 못 찾으면 그때 신고 하죠.
광두 (따뜻한 미소로) 그러시겠어요?
승하 (미소를 지어 보인다)
씬72 준표의 오피스텔 앞(밤)
오수의 차가 급정거 하듯 멈춰 선다.
씬73 멈춰진 차 안(밤)
오수, 급하게 밖으로 나가려는데 재민의 오수의 팔을 잡는다.
재민 저기요. 그냥 무작정 들이닥치시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오수 넌 여기에 있어.
재민 (팔 꽉 잡고) 그러지 마시구요. 팀장님 말대로 그 사이코 자식을 24시간
죽치고 감시하는 겁니다.
오수 그러니까 여기서 넌 감시하라구. (하는데)
-오수의 핸드폰이 울린다.
오수 (받는다) 어.
<화면 분할>
대식 (택배 포장 뜯으면서 통화를 하고 있다) 난데, 좀 있다가 순기
만나기로 했는데 너도 와라.
오수 그 일에선 빠지라고 했잖아.
대식 (택배 상자 안에서 소라가 들고 있던 인형과 똑같은 인형을 꺼낸다)
빠지긴 임마. 말 나온 김에 오늘 담판을 짓자.(이게 뭐야, 싶은 표정으로
인형을 본다)
오수 지금은 안 돼. 그리고 너도 순기 만나는 거 취소해.
대식 (상자 안에서 뭔가를 또 꺼낸다. <정의>타로카드다) 벌써 약속 했어. (기침)
오수 취소해! 괜히 시끄러운 일 만들지 말구.
대식 나한테 맡겨. (혼잣말) 뭐야, 이게. 그림카드도 아니구.
오수 (순간 긴장하며) 뭐라구?
대식 나한테 맡기라구. (기침)
오수 그게 아니라 방금 카드 어쩌고 했잖아.
대식 아무 것도 아니야.
오수 (O.L.) 말해 봐. 뭔데?
대식 택배로 좀 괴상한 게 와서.
오수 (확 긴장한다) 택배? 괴상한 거 뭐?
대식 몰라. (기침) 여자가 그려져 있고 아무튼 무슨 애들 장난감 같은 카드가
왔어. 인형하고(하는데)
오수 (O.L. 목소리 커지며 다급한) 그 카드 밑에 뭐라고 써 있어?
대식 (들여다보며) 영어로 뭐라고 써 있긴 한 것 같은데
오수 (말 자르며, 다급한) 택배 언제 온 거야?
대식 (의아한) 그건 왜?
오수 (버럭) 언제 왔냐니까?!
대식 (의아해서) 왜 화를 내냐? (기침하면서) 아우 이놈의 기침. 아무튼 내가
순기 만나서
오수 (말 자르며) 너 지금 사무실이야?
대식 오려구?
<화면 오수에게 오며>
오수 내가 지금 그리로 갈 테니까 택배 온 거 잘 갖고 있어. (전화를 끊더니
다시 시동 켜고 급하게 차를 출발시킨다)
재민 (어리둥절해서 보고)..
씬74 달리는 오수의 차 안(밤)
오수, 잔뜩 긴장한 얼굴로 급하게 운전을 하고 있다.
재민은 오수의 긴장된 태도에 말도 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 위로.
승하 (E) 어느 날, 소라처럼 이쁘고 똑똑한 소녀 도로시가.
씬75 달리는 승하의 차 안(밤)
인형을 꼭 끌어안고 있는 소라가 운전석의 승하가 들려주는 얘기를
말똥말똥 듣고 있다.
승하 나쁜 마귀할멈의 심술로 요술나라에 떨어져서 집에 가는 길을
잃어버렸어.
소라 (말똥말똥)
승하 하지만 도로시는 착한 친구들의 도움으로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고
무사히 엄마가 기다리는 집으로 가게 되거든? 그러니까 소라도
금방 엄말 만날 수 있을 거야.
소라 그럼 아저씨가 오즈의 마법사예요?
승하 (웃는 얼굴로) 맞아. 아저씨가 오즈의 마법사야.
소라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승하 아 잠깐만. 이 이야기에 맞는 음악이 있거든. 아저씨가 틀어줄게.
-카오디오를 켜자 <오버 더 레인 보우>가 흘러나온다. (서정적인
다른 음악도 좋아요)
씬76 달리는 오수의 차 안(밤)
뭔가 알 수 없는 불안이 엄습해 오는 것을 느끼는 오수.
긴장된 표정으로 앞 만보며 운전하고 있다. 그 위로 음악이 계속 흐른다.
씬77 달리는 승하의 차 안(밤)
승하, 옆을 돌아보면 소라는 어느새 잠이 들어있다.
잠자는 모습이 무척이나 평화로워 보인다. 승하, 소라의 머리를
한 번 쓸어주고는 앞을 본다. 그 순간 승하의 얼굴엔 표정이 사라진다.
씬77-1 해인의 방(밤)<추가씬>
해인 <정의> 타로카드를 들여다보고 있다.
<플래시 컷-3회 47씬중>
--놀이터에 설치된 뱅뱅 돌아가는 놀이기구.
--인형을 내미는 영철의 손.
--영철을 올려다보는 소라의 해맑은 얼굴>
해인 (혼잣말) 인형을 왜 준 걸까..(불길한 기분에 휩싸이는)..
씬77-2 지하철 역내 한 곳(밤)<추가씬>
누군가 <지옥문>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다. 영철이다.
어눌한 표정으로 신기한 그림을 보듯 요리조리 들여다보고 있다.
씬77-3 강력5팀(밤)<추가씬>
민재 (수화기 내려놓으며) 아, 왜 전화를 안 받어?
반 (들어와서 둘러보곤) 다들 어디 갔어?
민재 (난감한데)..
반 (짐작하고) 혹시 오수 이 자식 성준표 만나러 간 거 아냐?
민재 (변명해주듯) 저기 그냥 잠복한다고 갔습니다.
반 그 자식 욱하는 성격에 사고칠지 모르니까 전화해 봐.
민재 안 받아요. 재민이도 그렇고.
반 (보는)
씬78 대식의 사무실 건물 앞(밤)
급하게 와서 멈추는 오수의 승용차.
거칠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오수, 그대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재민도 어리둥절한 채로 따라 들어간다.
씬79 달리는 승하의 차 안(밤)
무표정한 얼굴로 앞만 보고 운전하고 있는 승하.
씬80 대식 사무실(밤)
오수가 문을 열고 들어와선 그대로 동상처럼 굳어 선다.
대식이 바닥에 쓰러져 가슴을 부여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책상위엔 열려진 택배상자와 인형, <정의> 타로카드가 놓여있는 상태.
오수 (와락 달려들어) 대식아!
-대식, 숨을 거칠게 헐떡이며 목에서는 계속 쌕쌕거리는 기분 나쁜
휘파람 소리를 내며 오수를 바라본다. 대식의 눈은 금방이라도 빠질 것처럼
튀어나온 채 실핏줄이 서 있다.
-뒤따라 들어온 재민도 어리둥절 혼이 나가 서있다.
오수 대식아, 너 왜 이래! (허둥대며 대식의 몸을 살펴본다. 다행히 상처는
전혀 없다) 대식아, 정신 차려봐!
대식 (오수는 알아보는 눈치지만 말은 나오지 않는다)
오수 정신 차려, 임마! (재민에게 버럭 소리친다) 뭐 해!
재민 (당황) 예에..(허둥지둥 핸드폰 들어 119 찍고)
오수 (대식을 끌어안고) 대식아, 정신 좀 차려.
재민 (오수와 동시에) 급한 환잡니다. 빨리 구급차를 보내 주십쇼.
(허둥대는) 잠깐만요. 여기 주소가.
-재민, 마침 책상위에 놓인 택배상자가 보이자 택배상자 집어 드는 순간
책상위에 있는 <정의> 타로 카드가 바닥으로 스르륵 떨어진다. 재민은
카드는 전혀 모른 채 주소를 불러주고.
오수 (점점 숨이 가빠지는 대식의 모습에 어쩔 수 없이 허둥댄다) 대식아,
조금만 참아. 구급차 금방 올 거야.
-<정의> 타로카드가 오수 옆으로 스르륵 떨어져 내린다.
오수 (카드는 보지 못하고 충혈 된 눈빛으로 마치 자신에게 얘기하듯)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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