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7
KBS 수목드라마 ‘마왕’ 7회 - 믿어라, 진실의 무게를
씬1 학교 복도(전회 연결, 낮)
해인 (천천히 돌아보고) 이 학교에 다니던 남학생이 죽었어요.
오수 (한 대 맞은 듯 멍해진다)
해인 제가 그 현장을 처음 발견했는데.
오수 (겁에 질린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뒷걸음질을 친다)
해인 그때 처음 저한테 남과 다른 점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오수 (공포에 사로잡힌 얼굴로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해인 (뭔가 심각함을 감지하고)..강형사님?
오수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멍한 위로)
태훈 (E) 넌 비겁해.
<플래시 컷-사고 장면의 태훈>
태훈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심한 놈이야.
오수 (공포에 사로잡혀 고개를 가로저으며 뒷걸음질을 친다)
해인 (걱정가득해서 다가가며) 왜 그러세요?
오수 (이럴 수가..고개를 저으며 마치 해인이 태훈이라도 되는 듯 뒷걸음질 치는)
해인 (의아해서 다시 다가서며) 강형사님..
오수 (고개를 저으며 뒷걸음질 치는)
<플래시 컷-사고 장면의 태훈의 공포에 질린 눈빛>
-오수,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도망치듯 몸을 휙 돌리다가
한 곳에 시선 고정된 채 흠칫 놀라 멈춰 선다.
오수의 시선 따라가면 누군가 복도 끝에 서 있다. 하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은 채 실루엣만 보이는..
오수, 굳어져서 본다. 남자가 한 발 다가선다.
오수, 놀라 굳은 채로 혼이 빠져나간 듯 바라본다.
남자가 걸음을 멈추지 않고 천천히 다가서자 남자의 모습이 드러난다.
편안한 차림의 모인호다.
오수, 마치 환상을 보는 듯 넋이 나간 표정으로 굳어 서 있다.
인호 역시 오수를 보고 의아한 표정이었다가 이내 오수를 알아본 듯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짓고는 뚜벅뚜벅 다가와 오수 앞에 선다.
오수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채 얼어붙어 서서 인호를 바라본다.
해인, 의문에 찬 표정으로 인호와 오수를 번갈아 바라본다.
인호 (오수 앞에 다가와 서서 살피듯 보며)...혹시..강오수?
오후 (창백한 표정으로 겨우 새어나오는 소리로)...선생님..
타이틀 뜬다. 마왕 7회.
씬2 달리는 차 안(낮)
승하, 휴일이라 편안한 차림으로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
보조석에 시선을 주면 활짝 피어있는 수선화 다발이 놓여있다.
승하의 두 눈에 슬픔이 차 있다.
씬3 학교 복도(낮)
인호 (뜻밖이면서도 무언가 긴장한)..안 그래도 경찰이 됐단 얘긴 들었다.
잘 지냈어?
오수 (여전히 굳은 채 입이 막혀있다)
인호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어쩐 일이야, 여긴?
오수 (겨우 입이 열리듯)..선생님은 무슨 일루..(말끝이 흐려진다)
인호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잠시 보다가) 만날 사람이 있어서 나왔다가..잠시
들렀어. (그러다가 해인에게 시선이 간다)
해인 (인호와 시선이 부딪치자 차분하게 고개 인사를 한다)
-인호 눈엔 해인이 오수의 여자 친구로 보인다. 인호, 해인에게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다시 오수를 보며 담담하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걱정했던 제자가 지금은 잘 살고 있는 듯 보여 안심이 된다.
하지만 인호를 바라보는 오수의 두 눈은 어둡게 엉켜있는 마음처럼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씬4 학교 운동장(낮)
불안정하고 상기된 표정으로 걸어오는 오수.
해인, 오수를 조심스럽게 살피며 따라 걸어온다.
해인 ..이 학교 다니셨나 봐요?
오수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대신) 집에 바래다줄게요. (하고는 앞서서 성큼성큼
걸어간다)
해인 (오수의 태도가 심상치 않지만 더 이상 묻지 않고 조용히 뒤따라간다)
씬5 1-4반 교실(낮)
창가에 서서 복잡한 심정으로 운동장의 오수와 해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인호.
씬6 달리는 차 안(낮)
창백하게 굳어있는 오수, 충혈 된 눈으로 앞만 보며 운전하고 있다.
해인, 걱정스럽게 오수를 바라보지만 얼음처럼 굳어있는 오수의 모습에
아무 말도 묻지 못하고 다시 시선 돌려 앞을 보는 순간, 해인의 시선에
보이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
해인 (순간 놀라서) 강형사님!
-오수, 그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급브레이크를 밞아 차를 세운다.
출렁 앞으로 몸이 쏠리는 해인과 오수.
해인, 고개 들어 보면 차 창 밖으로 놀란 행인이 차 안의 해인과 오수를
향해 손가락질을 해 대며 눈을 흘기고 지나간다.
해인이 시선 돌려 보면 오수는 핸들을 두 손으로 움켜쥔 채 멍하니 있다.
해인 ...괜찮으세요?
오수 (멍하니)..
해인 ..강형사님?
오수 (해인의 시선은 피한 채로)...미안해요.
해인 (그 말에 어쩐지 가슴이 철렁하는 기분이다)
오수 (해인이 아니라 마치 다른 사람에게 하는 말처럼 공허하게 들린다)...
미안합니다.
-빵! 뒤차에서 들리는 자동차 클랙슨 소리에도 움직일 줄 모르고 그대로
앉아있는 오수. 클랙슨 소리 요란하게 울려대면서 뒤차들이 지나가고
오수는 그대로...해인, 알 수 없는 불안감 속에서 오수에게 뭔가 위로를
해 주어야 할 것 같지만 할 말이 떠오르지 않은 채 그대로 보고 있다.
씬7 어느 숲 속(낮)
수선화를 들고 땀에 흠뻑 젖어 산길을 오르는 승하.
투명한 봄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반짝반짝 빛난다.
어디쯤엔가..승하가 걸음을 멈추고 바라본다.
승하의 시선을 따라가면 한곳에 아름드리소나무가 당당하게 버티고 서
있다. 승하의 입가에 반가운 사람을 만난 것처럼 잔잔한 미소가 잡힌다.
하지만 두 눈엔 그리움과 슬픔이 일렁인다.
씬8 해인의 집 앞(낮)
멈춰있는 오수의 승용차 밖으로 나와 서 있는 오수와 해인.
오수 ...들어가요.
해인 (부러 더 밝게) 운전 조심하세요.
오수 (맥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해인 (미소를 짓고는 돌아선다)
-오수, 승용차로 가서 차 문을 열려는데 손이 떨려온다.
다리에 힘이 풀리듯 무릎이 꺾이려는 걸 겨우 버티고 서는 오수, 힘없이
손을 거두고 고개가 차츰 꺾인다...
씬9 해인의 집 현관(낮)
해인, 집안으로 들어가려다가 조심스레 돌아보면 승용차에 타지
못한 채 차에 기대서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오수의 모습이 보인다.
해인의 시선에는 오수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얼굴빛을 읽을 수가 없다.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해인..
씬10 해인의 집 앞(낮)
오수, 차에 기대서서 불안한 시선으로 생각을 집중하려 애쓴다.
<플래시 컷-1회 씬68씬 중에서>
--<심판>타로카드가 보여 지고.
해인 과거에 저지른 죄의 대가를 치를 때가 왔음을 알리는 카드죠.
-오수,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눈동자 위로.
해인 (E) 칼의 양날은 창조와 파괴 생명과 죽음을 뜻해요.
<플래시 컷-3회 씬 51씬 중에서>
--<정의>타로 카드가 보여 지고.
해인 문젠 카드를 보낸 사람이 칼의 양날 중 어느 쪽을 생각하고 보냈느냐는
거예요.
-오수, 이젠 범인의 의도를 간파한 듯 낮게 중얼거린다.
오수 진실은 친구들을 자유롭게 해주지 않는다.
-몽둥이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커다란 충격으로 굳어 서 있는 오수.
씬11 어느 숲 속(낮)
아름드리 소나무를 살아있는 소중한 사람을 대하듯 가만히 쓰다듬어보는
승하, 나무를 올려다보면 그의 얼굴위로 쏟아지는 햇살.
햇살이 눈부신 듯 눈을 찡그리는 승하위로.
승하모 (처연한 E) 여기라면 괜찮을 거야.
-승하, 고개를 돌린다.
씬12 11씬과 동 장소(회상, 낮)
처연한 눈으로 아름드리 소나무를 바라보고 있는 승하모의 모습이
어린 태성의 시선으로 보여 진다. 승하모는 초라한 검은색 옷을
입고 있다.
승하모 (처연한) 이 소나무, 작년 여름 그 폭풍도 이겨내고 여전히 푸른 나무로..
나뭇가지 하나 꺾이지 않고 이렇게..잘 살아남았다는구나. 그래서 생각했어.
이 나무..오래오래 이 자리에서 날 기다려줄 테니까 우린..다시 만날 거라구.
그러니까 여기라면 우리 태훈이도..나도 괜찮을 거야.
언젠간..다시 만날 거니까. (하며 돌아보는데 그 눈에 눈물이 가득하다)
-뒷모습만 보이는 소년태성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태훈의
유골함을 들고 있는 소년태성의 손은 감정을 억누르듯 떨림이 일고 있다.
씬13 어느 숲 속(낮, 현재)
승하, 처연한 눈으로 마치 승하모를 바라보듯 그 자리에 서서 승하모가
있던 자리를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나무를 올려다본다.
승하 (중얼거리듯)...잘 지내시죠? ...잘 지내지?
-마치 승하의 물음에 회답하듯 불어오는 바람에 나뭇가지가 사락사락
흔들린다.
승하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이지만 그 눈은 울고 있다)
씬14 석진 거실(낮)
석진, 외출복 차림으로 나오다가 한곳을 보면 순기가 소파에 늘어지게
누워서 빈둥빈둥 이리저리 티브이 채널을 돌리고 있다.
석진 (못마땅해서 인상이 구겨지며 현관으로 가려는데)
순기 (티브이도 마땅치 않은지 꺼버리고) 데이트 하러 가냐?
석진 (퉁명스레) 출근하는 거야.
순기 일요일인데?
석진 (대답대신 짜증스레) 너 언제까지 여기서 이러고 있을 거야?!
순기 확답 받으면 제주도로 내려가야지. 할 일이 많아질 테니까.
석진 (짜증이 왈칵 솟구쳐서)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 좀 해!
순기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두고 보면 알 거구.
석진 두고 보고 할 것도 없어! 무턱대고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면서 분란이나
일으키고, 너 도대체 언제 정신 차릴 거야?
순기 대식이가 없으니까 이젠 니가 충고질이냐?
석진 (겨우 화를 누르며 달래듯) 너희 어머닐 생각해서라도 제발 정신 좀
차려(하는데)
순기 (O.L. 울컥해서) 우리 엄만 내가 알아서 생각해! 너는 오수네 머슴
노릇이나 잘 하고 살아!
석진 (버럭) 뭐야?! (그 순간 석진의 핸드폰이 울린다. 화난 채로 받으며)
어, 나야. (순기 노려보고 그대로 현관문 밀고 나가면서) 지금 출근하려구.
순기 (석진을 노려보는)..
씬15 달리는 차 안(낮)
오수 (잔뜩 긴장한 채로 통화하는)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대식인 살해당했어. 사고가 아니야.
씬16 석진 오피스텔 현관 밖(낮)
석진 (놀라 굳어서) 살해? 누가? 누가 대식일 죽인 건데?
씬17 달리는 차 안(낮)
오수 아직 몰라. 하지만 범인의 다음 목표는 (맘을 다잡고) 너하고 순기일 거야.
씬18 석진 오피스텔 현관 밖(낮)
석진 (어리둥절해서) 그게..무슨 소리야?
씬19 달리는 차 안(낮)
오수 자세한 얘긴 나중에 할 테니까 일단 내 말부터 들어. 지금 이 순간부터
너하고 순기한테 타로카드가 택배로 오면 받는 즉시 나한테 연락해.
석진 (F)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오수 (긴박한 심정으로) 내 말 명심해. 무슨 일이 있어도 받는 즉시 연락해.
내 말 알아들었지?
석진 (F) 오수야?
오수 (말 자르듯) 타로카드 뿐 아니라 발신인이 없는 우편물을 받으면
즉시 연락해야 돼. 내 말 꼭 명심해.
씬20 석진 오피스텔 현관 밖(낮)
석진, 의문만 쌓인 채로 전화를 끊는다. 그 모습을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듯한 시선.
씬21 석진 오피스텔 현관 안(낮)
현관에 귀를 대고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순기, 가만히 머리를
현관문에서 땐다. 요리조리 머리를 굴리는 표정의 순기..
씬22 1학년 4반 앞 복도(낮)
학교를 다시 찾은 오수.
긴장된 표정으로 복도를 바라보고 서 있다. 천천히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오수. 그때 갑자기 환청처럼 들리는 태훈의 목소리.
태훈 (E) 강오수!
오수 (놀라서 휙 돌아본다)
씬23 1학년 4반 앞 복도(회상, 낮)
12년 전. 소년오수가 휙 돌아보면 그 앞에 태훈이 서 있다.
오수 옆엔 석진과 농구공을 든 대식, 순기와 함께 서 있다.
태훈 (담담하지만 결의에 찬) 나하고 얘기 좀 하자.
오수 (못마땅한 듯 노려본다)
씬24 후미진 곳/사고 장소(낮, 현재)
성인 오수의 시선으로 보여 지는 공터.
오수, 긴장된 얼굴로 천천히 12년 전 사고 장소를 향해 걸어온다.
어느 순간, 걸음을 멈추고 공터를 바라보는 오수의 얼굴에 두려움이
감돌기 시작한다.
씬25 씬24과 동장소(회상, 낮)
소년오수와 태훈이 마주보고 서 있고 석진과 대식, 순기가 태훈의
뒤편으로 마치 막아서듯이 서 있다. 대식은 농구공을 바닥에 통통
튕기며 장난을 치고 있고 석진은 담담하고 순기와 대식의 표정은
태훈을 비웃듯 빙글빙글 웃고 있다.
오수 모범생 정태훈이 요즘 나한테 할 말이 참 많은 가부다?
태훈 (흔들림 없이 노려본다)
대식 (한 대 칠 듯이) 눈 깔어!
오수 (손으로 대식을 제지시키고) 말 해. 할 말이 뭔데?
태훈 영철이 괴롭히는 짓 그만 둬.
오수 (이죽거리며) 또 그 소리냐?
태훈 그만 둬.
오수 니가 그 자식 대변인이냐?
태훈 (지지 않고) 여러 명이서 한 사람을 괴롭히는 건 비겁한 짓이야.
오수 (순간 표정이 일그러지며) 비겁해?
태훈 ..그래, 비겁하고 한심해.
오수 (한 발 다가서며 무섭게) 너 지금 뭐라 그랬어?
태훈 나도 이젠 보고만 있진 않을 거야.
오수 (버럭) 뭐라 그랬냐고 묻잖아?!
태훈 (순간 움찔하지만 애써) 한심하다고 했어.
오수 (확 식어 내리는데)
순기 이 새끼가 어디서
오수 (O.L.) 한번만 말할 테니까 잘 들어.
태훈 (긴장해서 본다)..
오수 (바짝 다가서서 무섭게) 내 앞에서 다시 한 번 그따위 소리하면 그땐
정말 가만 안 둬. 명심해.
태훈 (어쩔 수 없이 움찔해서 한 발 뒤로 물러선다)
오수 가 봐.
태훈 (지지 않고) 아직 대답 안 했어. 영철이(하는데)
오수 (O.L.) 잠깐만.
태훈 (본다)
오수 (태훈의 바지 주머니에 비죽 나와 있는 잭나이프의 귀퉁이를 본다)
그거 뭐냐?
태훈 (영문을 몰라보는 순간)
대식 (얼른 태훈의 바지 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내 든다) 허, 이 자식바라.
오수야. (하곤 오수에게 잭나이프를 건넨다)
오수 (받아들고 요리조리 보곤 태훈을 본다)
태훈 (대항하려는 듯 입 꽉 다물고 노려본다)
오수 (태훈의 눈빛에 감정이 더 상한다) 이걸로 뭘 어쩌려구?
태훈 내 놔.
오수 (한 발 다가서서 위협적으로 태훈의 얼굴에 칼을 들이대며) 이걸로
날 찌르기라도 할 생각이었냐?
태훈 (이마에 땀이 흐른다)
오수 (놀리듯) 너 칼이나 쓸 줄 아냐? 엉? 내가 시범을 보여줄까?
-대식과 순기는 낄낄거리며 웃는다. 석진은 무언가 좀 불안한 표정이다.
태훈 ...
오수 (픽 웃으며) 됐다. 가봐라. (하는데)
태훈 (O.L.) 넌 비겁해.
오수 (확 굳어진다)
태훈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한심한 놈이야.
오수 (무섭게 굳어져서) 내가 분명히 말했지? (칼을 들이대며) 다시 한 번
그따위 소리 하면 가만 안둔다고 분명히 말했지!
태훈 (겁에 질린 눈빛으로 와락 오수의 팔목을 잡는다)
-석진과 대식, 순기가 순간 놀라서 본다.
오수 어쭈?
태훈 (팔목을 잡은 채 옥신각신하며) 난 너 같은 놈 겁 안 나!
오수 (태훈에게 팔목이 잡힌 채 옥신각신하면서) 그래? 그럼 내가 겁나게
해 줄까! (하는 순간에서)
-뒤에서 보고 있던 석진과 대식, 순기의 시선으로 보여 지는 태훈이
칼에 찔리는 형상.
씬26 후미진 곳/사고 장소(낮, 현재)
성인오수, 두 눈에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차서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씬27 후미진 곳(낮, 회상)
소년오수, 놀라고 겁먹은 표정으로 태훈을 밀쳐내고 앉은 채로 뒷걸음질을
친다. 태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몸에 꽂힌 칼을 내려다보고
오수를 본다. 소년오수, 그 시선에 더욱 겁에 질려서 꼼짝도 못하고 있다.
씬28 후미진 곳/사고 장소(낮, 현재)
성인오수, 12년 전 그때처럼 꼼짝도 못하고 서 있다.
오수의 이마엔 진땀이 맺혀있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듯 보이더니
무릎이 꺾이며 맥없이 털썩 주저앉아 멍하니..
마치 그때의 태훈을 보듯 넋이나가 아무도 없는 공터를 바라본다.
오수는 마치 울 것 같은 표정이다.
씬29 어느 숲 속(낮)
승하의 모습은 간데없고 아름드리나무 밑에 수선화 다발과 박하사탕이
놓여있다.
씬30 달리는 차 안(낮)
승하, 무섭도록 차갑게 식어 내린 표정으로 속력을 내서 차를 몬다.
씬31 카페(낮)
문을 열고 들어서는 광두, 누군가를 찾듯 두리번거리다가 한 곳에
시선이 머문다. 광두의 시선 따라가면 한쪽에 생각에 잠겨 앉아있는
인호. 광두, 저 사람인가...기억이 가물거린다.
광두 (다가가서) 혹시..모인호 선생님이신가요?
인호 (일어서며)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광두 하마터면 못 알아 뵐 뻔 했습니다. (자리에 앉는)
인호 (앉으며) 차형사님은 변한 게 없으시네요.
광두 (웃으며) 그럴 리가요. 근데 제 번호는 어떻게 아셨습니까?
인호 전에 근무하셨던 경찰서에 연락드렸다가 어렵게 알아냈습니다.
광두 그러셨군요. 헌데..무슨 일루?
인호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권현태변호사 사건에 대해 자세히 좀
알고 싶은데
광두 (순간 긴장해서 본다)
인호 (계속 이어서) 무작정 담당경찰서를 찾아가기도 그렇고 해서요.
광두 경찰 그만 둔지 오래됐습니다.
인호 말씀 들었습니다. 경찰 쪽에 아시는 분이 있으실 테니까 알아봐주실
순 없을까 해서 실롄줄 알면서도 전화 드렸습니다.
광두 (살피듯) 그 사건에 대해 왜 알고 싶으신 건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인호 (잠시 보다가 회색봉투를 꺼내서 내민다)
광두 (봉투를 보는)
인호 누군가 저한테 보내 온 겁니다.
광두 (봉투의 주소를 살핀다. 발신인이 없다. 긴장된 얼굴로) 내용을 좀 봐도
될까요?
인호 네.
광두 (봉투를 열어서 안에든 사진과 기사를 꺼내든다. 태훈의 사진을 보고
굳어지는)...!
인호 12년 전에 죽은 태훈이 사진입니다.
광두 (심각한 표정으로 알고 있다는 듯 끄덕이는)
인호 나한테 왜 이런 걸 보냈는지..그 수수께끼를 풀고 싶어서 왔습니다.
광두 (잠시 보다가 결심이 섰는지) 윤대식이라고 기억하십니까?
인호 ...우리 반 학생이었습니다.
광두 얼마 전에 살해당했습니다.
인호 (놀라 굳어지는)...!
광두 그리고 그 사건 담당형사가...강오숩니다.
인호 (얼어붙는다)...!
씬32 희수 사무실 비서실(낮)
석진, 책상위에 우편물을 챙기다가 빨간 봉투를 발견하고 집어 든다.
발신인을 찾기 위해 봉투를 돌려보지만 발신인은 없다.
오수 (E) 타로카드 뿐 아니라 발신인이 없는 우편물을 받으면 즉시 연락해야 돼
-의문에 쌓인 채 봉투를 열어 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드는 석진, 무서운
것이라도 본 것처럼 심장이 덜컥 내려앉듯 사진을 본다.
나희와 석진이 오피스텔 현관 앞에서 포옹하고 있는 사진 두 장이다.
석진, 다리에 힘이 쭈욱 빠지듯 휘청해서 책상을 집고 서는데 문이 열리며
고급스러운 평상복 차림의 희수와 나희가 들어선다.
석진, 놀라서 사진을 얼른 서류 사이에 끼어 넣는다.
석진 (허둥대며) 나오셨습니까?
희수 (웃으며) 공치고 오다가 들렀어. 휴일인데 집에서 좀 쉬지.
석진 회사에 오는 게 쉬는 겁니다. (나희에게) 안녕하셨어요?
나희 (어색함을 감추며) 잘 지내시죠?
석진 ..네.
희수 근데 무슨 사진이야?
석진 (놀라서) 네?
희수 방금 사진보고 있지 않았어?
석진 (당황스럽게) 아..오래 전에 찍었던 친구 녀석 사진인데..서류 사이에
끼어있었네요.
희수 (웃으며) 나비서가 일에 파묻혀 사니까 친구 사진도 덩달아 파묻혀
있는 모양이네.
석진 (억지 미소)
희수 일만 하지 말고 연애라도 좀 해. (나희에게) 말 나온 김에 당신이
다리 좀 놔봐. 나비서 정도면 일등 신랑감이잖아.
나희 (애써 미소로) 그럴..까요?
석진 (불편한)..
희수 (사무실로 가면서) 말로만 그러지 말구. 아 참, 저녁때 약속 있어?
석진 (순간 나희의 불편한 시선과 마주치자, 눈치 빠르게) 있습니다.
희수 아쉽네. 같이 저녁 할까 했는데. (하며 사무실 안으로)
-나희, 뒤 따라 들어가면서 석진과 불안하면서도 은밀한 시선을
주고받는다. 나희의 눈에 석진의 표정이 유난히 불안해 보인다.
씬33 희수 사무실(낮)
희수 (책상 앞에서 서류 들척이며) 잠깐만 기다려.
나희 천천히 해요. (하며 소파에 앉으려는데 진동으로 핸드폰 메시지가 온다.
확인한다)
석진 (E) 괜찮다면 잠깐만 그리로 와 줘.
나희 손 좀 씻고 올게요.
희수 (서류만 보면서) 어.
-나희가 밖으로 나가자 고개 들어 문 쪽을 바라보는 희수, 담담한
표정이지만 어쩐지 눈빛이 차갑게 느껴진다.
씬34 호텔 한 곳(낮)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구석진 장소.
나희, 주위를 살피며 걸어오면 석진, 불안한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기다리고 있다.
나희 (의아해서) 왜 그래요?
석진 (애써 침착 하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불안한) 혹시..이상한 우편물
받지 않았어?
나희 ? 이상한 우편물이라뇨?
석진 (받지 않은 모양이다 싶은)...아니면 됐어.
나희 무슨 우편물인데 그래요?
석진 (망설인다)...아니야, 아무것도. (하고 가려는데)
나희 (석진의 팔 잡고 주위를 살피며) 뭔데요? 무슨 우편물인데?
씬35 희수 사무실 비서실(낮)
희수 (나오면서) 나비서! (보면 석진이 없다. 잠시 서서)..
씬36 호텔 한 곳(낮)
나희 숨기지 말고 얘기해 봐요.
석진 (애써 웃으며)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나희 아니야. 당신 뭔가 숨기고 있어. 말해 봐요.
석진 (대답대신) 난...네가 정말 행복하길 바래. 그리고 그 행복이
나로 인한 것이었으면 좋겠다고..그랬으면 좋겠다고 언제나 생각해.
나희 (불안해서 보는)
석진 내가 너한테 해 줄 수 있는 건 그런 마음뿐이고 아무것도 없어.
그게..미안해.
나희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해요? 무슨 일이 있는 거죠?
석진 (미소로 나희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며) 아니라니까. 정말 아무 것도 아니야.
나희 (불안한 채로 보는)
석진 내 말 믿어.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두 사람의 모습이 마치 누군가 보고 있는 듯한 위태로운 시선으로
보이는..
씬37 강력5팀(낮)
형사들은 모두 나가고 반팀장과 광두, 인호가 앉아있다.
인호 (얘기를 다 들었는지 충격어린 표정으로) 12년 전 사건에 대한 보복범죄란
얘긴가요?
반 아직은 단정할 순 없지만 그런 것 같습니다.
인호 (착잡하고 복잡한)...증거가 있습니까?
반 증거는 있지만 모두 범인이 고의로 남긴 증거뿐입니다.
인호 (의아한) 그게 무슨..말씀이신지..
반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거기까집니다. 아시겠지만 우린 철저히
비공개 수사를 원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선생님도 익명의 편지를
받으셨기 때문에 이 정도 말씀드린 겁니다.
인호 (자기 생각에 빠져서)..무슨 말씀이신지 압니다.
반 혹시 누가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지 짐작 가는 사람은 없으십니까?
일단 제 생각엔 그 당시 사건 관련자와 피해학생 가족이 유력할 것
같습니다만.
인호 태훈이한텐 어머니와 남동생이 있었습니다. 아버진 일찍 돌아가셨구요.
하지만 어머니 역시 사고로 돌아가셨구 동생은 그 뒤로 동네를 떠났다고
들었습니다.
광두 (놀라서) 어머니가 사망했다구요?
인호 (착잡한 심정으로)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도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았습니다.
반 (광두보며) 너도 피해자 가족은 만났을 거 아냐?
광두 동생은 못 봤구 어머니만 한 번 만났어요. 전 피의자쪽 수사를 맡았고
동료형사가 피해자가족 면담을 했거든요.
반 (끄덕이곤) 어쨌든 동생은 우리가 수소문해보면 나올 거구. (인호보며)
떠오르는 사람은 없으십니까? 누구보다 그 당시 학생들의 상황을 잘 아는
분이시니까 여쭙는 겁니다.
인호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망설이다가 이내 담담하게)...없습니다.
광두 (그런 인호를 살피듯 보는)...
씬38 경찰서 앞(낮)
반창호와 광두가 멀어져가는 인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다.
광두 형님 생각은 어떠세요?
반 뭐가?
광두 (시선은 인호의 뒷모습에 박힌 채) 저 사람 뭔가 숨기고 있다는 생각
안 드세요?
반 (같은 생각으로 인호의 뒷모습 보며)...글쎄.
광두 (자신의 생각에 확신이 있는 듯 인호의 뒷모습을 매섭게 보는)
씬39 해인의 방(오후)
해인, 걱정스런 얼굴로 핸드폰을 하다가 오수가 전활 받질 않는지
핸드폰 끊고 골똘히 생각하는.
<플래시 컷-6회 엔딩, 공포에 질려서 뒷걸음질을 치던 오수의 모습>
-해인, 도대체 오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도저히 안 되겠는지 겉옷 집어 들고 급하게 나가는.
씬40 해인 거실(낮)
해인모 급하게 나가는 해인을 잡는다.
해인모 (수화) 또 어딜 나가?
해인 (안심시키려고 웃는 얼굴로 급하게) 가볼 데가 있어서요. 걱정하지 마요.
(급하게 밖으로 나가면서도) 걱정하지 마, 엄마!
해인모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씬41 1-4반 교실(오후/현실과 환상)
오수, 멍하니 한 곳을 응시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고개 들어 복도 쪽을
본다. 누군가 복도를 뛰어 달아나는 모습이 환상처럼 보인다.
오수, 후다닥 복도 창가로 뛰어간다.
창을 통해 복도를 내다보면 해인이 보았던 잔상의 소년 영철이 도망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오수, 굳어서 보는데 영철이 힐끔힐끔 누군가를 피해 도망치듯 뒤를
돌아본다. 오수, 그 시선을 따라서 반대쪽 복도를 보면 소년 오수와
석진, 대식, 순기가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스르륵 환영처럼 나타난다.
소년 오수는 잔뜩 화가 난 얼굴이고 석진은 그런 오수를 살피고, 순기는
도망치는 영철을 손가락질하며 낄낄거리며 대식에게 뭐라 떠들고 대식은
그런 순기의 머리를 툭 때린다.
성인 오수, 다시 도망가는 소년영철을 본다.
소년 영철, 모퉁이에 숨어 있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어 사총사를 살핀다.
그 순간 겁에 질려있는 소년 영철의 얼굴이 드러난다.
성인 오수,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다.
오수 (창백한 채 새어나오듯)...김영철.
-복도엔 이미 소년 영철의 환영은 사라지고 텅 비어 있다.
씬42 출판사(오후)
영철, 혼자 출근해서 책상 앞에 앉아 빨간색 펜으로 원고교정에 몰입해
있다. 잡지편집부 쪽에서 준표가 잡지편집장과 걸어 나온다.
편집장 무슨 건순데 혼자만 쥐고 얘길 안 해요?
준표 조금만 기다려. 확실해지면 얘기할 테니까.
편집장 기대되네. (하곤 영철에게 시선 주며 무심히) 혼자 뭘 그렇게 열심히 해?
영철 (그저 배시시 웃고 마는)..
-준표, 영철에게 무심한 시선 주었다가 편집장과 나간다.
영철, 그제야 준표에게 시선 주는데 그 눈빛이 매섭다.
그때 영철의 핸드폰이 울린다.
영철, 움찔해서 핸드폰 발신 번호를 보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받는.
영철 여보세요?...전데요. (얼른 자세 고쳐 앉으며 혼자 꾸벅 인사, 심하게
말 더듬으며) 안..녕..하셨어요?....(긴장) 오..늘..이요?
씬43 교실 복도(오후)
해인, 혹시 오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학교에 다시 왔다.
급한 걸음으로 와서 보면 텅 빈 복도에 아무도 없다.
고개를 돌려 창문을 통해 1-4반 교실을 들여다본다. 교실도 텅 비어있다.
해인...
씬44 후미진 곳/사건 현장(오후)
해인이 사건 현장에 걸어와 선다. 이곳을 다시 오게 될 줄은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12년 그때처럼 현장을 바라보고 서 있는 해인.
<플래시 컷-1회 3씬>
옆구리 쪽으로 잭나이프가 꽂힌 채 바닥에 엎어지듯 쓰러져 있는 태훈과
바닥으로 흘러내린 핏자국, 태훈은 눈을 감은 채 해인 쪽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성인 해인, 태훈의 환영이 이미 사라지고 없는 빈 공간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해인 (부드러운 목소리로 마치 살아있는 사람에게 묻듯)..나한테 원하는 게 뭐죠?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태훈이 쓰러져있던 공간을 묵묵하게 바라보고 서 있는 해인의 얼굴엔
피하지 않고 진실과 마주보겠다는 엄숙한 의지가 깃들어 있다.
씬45 강력5팀(밤)
다른 형사들 들어와 자리 지키고 있고 민재가 반팀장에게 보고하고 있다.
민재 김정연이 집주변엔 당분간은 안 나타날 것 같애요.
재민 (서류 들고 급하게 들어오며) 윤대식 얼굴을 도말해서 성분분석 의뢰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반 말해.
재민 최루탄가스 성분인 CS가스 성분이 검출됐답니다. 발견된 가스총하고
성분이 일치해요.
민재 가스총 지문도 우리가 찾고 있는 김정연과 일치해.
재민 (신나서) 범행도구하고 범인까지 확실해졌으니까 이젠 김정연만 검거하면
되네요.
반 (그게 아닌 걸 알기에 무거운) 국내시판 가스총은 CS가스 성분은
없어. 가스총 밀수업자를 중심으로 탐문 수사 병행해.
재민 범인이 확실한데 뭐 하러(하는데)
반 (O.L.) 오수는?
민재 해인씨하고 갈 데가 있다고 했는데
반 (O.L.) 전화해 봐.
민재 (걱정가득해서) 아까부터 계속 해봤는데 핸드폰을 안 받아요.
-하는데 문이 열리고 해인이 조심스레 들어선다.
반 (뜻밖이라 놀라서) 해인아?
민재 (그 말에 시선이 빠르게 해인을 본다)
해인 (미소로) 안녕하셨어요?
반 (성큼 다가가며) 여기까지 어쩐 일이야?
해인 (걱정을 담은 미소를 지으며) 강형사님 여기 안 계신가요?
민재 (자신도 모르게 끼어들어서) 해인씨하고 같이 있던 거 아니었어요?
해인 (보면)
민재 (그제야 자기소개를 안 한 게 생각나서) 이민재라고 합니다. 강선배님
파트넌데 저번에 전화 받았었죠 왜.
해인 네에. (하곤 다시 반팀장을 본다. 둘 만 얘기하고 싶다는 듯)
반 (그 시선 받아서 보는)..
씬46 경찰서 한 곳(밤)
해인 (걱정으로) 낮에 강형사님 모습이 맘에 걸려서요. 전화도 계속 안 받고..
강형사님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반 오수하고 어딜 갔었던 건데?
해인 타로카드에서 봤던 장소에요. 혹시나 싶어서 학교에 다시 가봤는데
거기도 없었어요.
반 (긴장해서) 학교라면 혹시 오수가 다녔던 고등학교?
해인 어떻게 아셨어요?
반 (오수가 왜 나타나지 않는지 짐작이 간다)....
해인 학교에서 강형사님 태도가 많이 불안해보였어요.
반 (이해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해인 무슨 일인지 아저씬 알고 계세요?
반 (망설이듯 본다)
해인 (조심스럽게) 혹시...이번 사건들이 오래전에 그 학교에서 일어났던
사고와 관련된 건가요?
반 (움찔해서 말문이 막혀본다)
해인 (표정을 읽고는 좀 심각해져서)...역시 그렇군요.
반 자세한 얘긴 오수하고 먼저 얘기한 뒤에 너한테 설명하는 게 순서일 것
같다.
해인 (담담한 미소로)...네.
반 (웃으며) 그래도 오수 이놈이 우리 해인이한테 점수는 땄나분데?
여기까지 쫓아온 걸 보면.
해인 (밝게) 아저씨 점수가 아직은 더 높아요. 광두 아저씨 점수가 더 높지만.
반 (피식) 농담도 할 줄 알구, 많이 컸네?
해인 (웃는)
반 (미소가 잦아들더니 이내 걱정으로) 범인은 너한테도 타로카드를 보냈어.
해인 (보는)
반 내가 무슨 말 하려는지..알지?
해인 (따뜻한 미소로)...알아요.
반 조심해야 된다.
해인 (미소로)...네.
씬47 성당 앞(밤)
해인, 생각이 많은 얼굴로 걸어오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오수 전화인가
싶어서 후다닥 받는 해인.
해인 여보세요? (실망해서)...주희구나?
씬48 타로카페 안(밤)
손님도 별로 없고 한가한 실내. 주희, 따분한지 몸을 비비틀며 통화중이다.
주희 나 심심한데 카페로 와라. 맛있는 거 만들어 줄게. (실망해서) 성당엔 왜?
씬49 성당 앞(밤)
해인 엄마랑 같이 집에 들어가려구. (웃으며) 내일 퇴근후에 갈게. 알았어. (끊고)
-성당 문을 향해 걸어가는데 문득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좀 찜찜한 기분으로 다시 발길 돌려 성당으로 가는 해인.
저쪽에서 그런 해인을 지켜보고 있는 시선, 성준표다.
씬50 성당 안(밤)
해인이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이미 미사는 끝나고 아무도 없다.
해인, ‘어, 벌써 가셨나?’ 싶어서 엄마에게 전화를 해보려고 핸드폰을
꺼내는데 어디선가 아이들의 웃는 소리가 들린다.
해인, 의아한 얼굴로 소리가 나는 방을 본다.
씬51 성당 안의 작은 방 앞(밤)
해인, 조심스레 문 앞에 와 서는데 안에서 들리는 승하의 목소리.
승하 (E, 동화책을 읽어주는) 조금 있다가 오빠가 큰 소리로 불렀어요.
이것 봐! 터널이야. 저 끝에 뭐가 있는지 알아보자.
-해인, 살그머니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면 승하가 초등학생 여럿을
앞에 놓고 동화책<터널/앤서니 브라운 저>을 읽어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승하 (천진한 얼굴로) 싫어. 마녀가 있을지도 몰라..괴물이 터널 속에 있을지
모르잖아.
씬52 성당 안의 작은 방(밤)
승하 (책을 읽는) 동생은 터널이 무서워서 터널 밖에서 오빠가 나오기를
기다렸어요.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오빠는 나오지 않았어요. (아이들을
보며 미소로) 동생은 오빠를 찾으러 어두운 터널 속으로 용감하게
들어갔을 까요?
-아이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승하의 대답을 기다리듯 말똥말똥
쳐다본다.
승하 (책 덮으며) 그 얘기는 다음 주에 해 줄게.
-아이들 아쉬운 탄성으로 ‘싫어요’ ‘지금 해 주세요’ 아우성을 친다.
승하 (웃으며)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까 집에 가야지.
-그러다 문득 열린 문틈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해인의 눈과
마주친다. 해인, 머쓱해져서 문틈 사이로 꾸벅 인사를 하면 승하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씬53 성당 안(밤)
아이들은 모두 나가고 승하와 해인만이 남았다.
승하 해인씨 어머니 좀 전에 집으로 가셨는데..길이 어긋난 모양이네요.
해인 그러게요. (미소로) 꼬마들한테 인기가 참 많으시네요?
승하 해인씨한텐 인기가 없나요?
해인 꼬마들이요?
승하 아뇨. 내가요.
해인 (순간 말문이 막혀서 보는데)
승하 (미소로) 집으로 갈 거죠? (하더니 대답도 듣기 전에 앞서서 간다)
해인 (머쓱한 기분으로 보다가 살그머니 미소가 감도는)
씬54 강력5팀 복도(밤)
오수,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뚜벅뚜벅 걸어온다.
씬55 강력5팀(밤)
오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민재와 재민, 반팀장..시선이 쏠린다.
민재 (걱정했던 만큼 득달같이 달려가서) 어떻게 된 거야, 대체? 전화는
왜 안 받아요?
오수 (대답 않고 반팀장 자리 앞에 가서 선다)
반 (보는)
오수 (대뜸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내민다)
반 이게 뭐야?
오수 사직섭니다.
-민재와 재민, 다른 형사들 놀라서 바라본다.
반 사직서를 왜 내냐고 묻는 거야?
오수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는)
반 (화내듯) 이유가 뭐냐고 묻잖아?
오수 형사..그만 두고 싶어서요.
반 미친놈.
오수 죄송합니다. (하고 나간다)
민재 (팔 잡으며) 강선배!
재민 갑자기 왜 이러세요?
오수 (뿌리치고 그대로 나간다)
민재 (쫓아나가려는데)
반 (일어서서 나가며) 넌 여기 있어. (나간다)
씬56 경찰서 옥상(밤)
반 (화가 난 어조로) 이유를 말해!
오수 (입 꽉 다물고 서서)..
반 납득할만한 이유면 나도 안 잡아!
오수 형사 자격 없는 놈입니다, 전.
반 왜?
오수 (대답 못하고 본다)
반 (버럭) 대답해!
오수 나쁜 놈이니까요.
반 (보는)
오수 나쁜 놈이 나쁜 놈 잡겠다고 설치는 거 말 안 되잖습니까?!
반 한심한 놈.
오수 (지친 얼굴에 눈만 살아서) 맞습니다. 저 한심한 놈입니다. 그걸 잊고
있었어요. 제가 한심한 놈이라는 거, 나쁜 놈이라는 거 그걸 잊고
있었다구요!
반 그래서 또 도망치겠다구?
오수 (움찔해서 보는)
반 12년 전엔 아버지 뒤에 숨더니 이젠 그 잘난 죄책감 뒤로 숨어버리겠다구?오수 (심장이 내려앉듯 본다)
반 니 친구가 죽었어. 그리고 또 누가 죽을지 모르지. 니 친구가 될 수도
있고 가족이 될 수도 있어. 그런데도 너 혼자만 도망치겠다는 소리야?
오수 (흔들리는 눈빛으로)..어떻게..
반 내가 널 왜 좋아하는 줄 알아? 넌 때리면 맞고 욕하면 먹으면서도 변명
하는 법이 없어서 좋았다. 누가 뭐라든 니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로
가는 그 뚝심이 좋았어. 근데 지금 너 뭐냐? 사직서? 그깟 종이조각으로
모든 게 용서될 거라고 생각하나?
오수 (굳어서 보는)...!
반 니가 얼마나 나쁜 놈이었는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나도 알고 영원히
잊지 않을 거다. 그러니까 너도 잊지 마. 니가 얼마나 나쁜 놈이었는지
얼마나 비겁한 놈이었는지 절대로 잊지 마. 절대 잊지 않기 위해서
니 몫의 오늘을 살아!
오수 저 혼자 힘으로 범인을 찾아낼 겁니다.
반 그건 개인적인 복수에 불과해! 넌 정정당당하게 승부해야 돼. 죄책감에서
도망치지 말고 겪어야 되는 고통이라면 전부 다 스스로 겪어내란 말야!
오수 정정당당한 승부는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제식대로 승부 하겠습니다.
반 (O.L.) 모르겠냐? 범인의 목적은 널 무너뜨리는 거야! 니가 다시 희망을
잃고 한심한 놈이 되는 걸 보고 싶은 거라구!
오수 (지친 얼굴에 눈만 살아 시선 비켜 선채로)....
반 잘못을 만회하려면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져야 돼.
그게 고통스럽더라도 니가 짊어지고 가는 수밖에 없어.
오수 (울 것 같은 눈으로 고집스럽게 버티고 서 있다)
반 만약 이대로 여기서 도망치면 나도 널 절대 용서 안 해.
넌 영원히 나쁜 놈인 거구, 영원히 용서 받을 자격도 없는 놈이니까.
오수 ....
반 그래도 좋다면 니가 원하는 대로 해! 나도 더 이상은 말리지 않아.
(하곤 미련도 없이 돌아서서 간다)
오수 (그대로 버티고 서 있다)...
씬57 해인의 집 앞(밤)
승하와 해인이 나란히 걸어온다.
승하 (해인의 안색을 살피더니) 무슨 걱정 있습니까?
해인 ..네.
승하 뭔데요?
해인 (좀 미안하다는 듯) 말씀드릴 수 없어요.
승하 (훗 웃는다)
해인 근데 그 동생은 어떻게 됐어요?
승하 어떻게 되다뇨?
해인 아까 읽으셨던 동화책이요. 동생이 오빠를 구하러 갈지 말지 어두운
터널 입구에서 망설이고 있었잖아요? 오빠를 구하러 갔나요?
승하 이유가 뭘 것 같아요? 그 동생이 망설이고 있던 이유.
해인 터널속이 어두우니까 무서웠던 거 아닐까요?
승하 그 이유도 있겠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어요.
해인 (궁금한 듯 본다)
승하 사실 동생은 자길 괴롭히는 오빠가 사라져주길 바랬어요.
그랬는데 오빠가 터널 속으로 들어가서 정말 나오질 않았던 겁니다.
해인 (보는)...
승하 자기 때문에 오빠가 사라졌다는 죄책감 때문에 동생은 오빨 찾으러
들어갈 수 없었던 거죠. 진짜 무슨 일이 생겼을까봐서. (집 앞에
멈춰 서더니) 다 왔네요.
해인 (그대로 서서) 그래서 동생은 터널 속으로 들어갔나요?
승하 (미소로) 직접 확인해 봐요. (하며 동화책을 건넨다)
해인 (책을 보고 승하를 본다)
승하 (미소를 지어 보인다)
씬58 해인의 현관 앞(밤)
해인에게 동화책을 건네는 승하의 모습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는 해인모.
씬59 술 집 앞(밤)
영철, 쭈뼛거리며 걸어와 선다. 옷차림을 다시 정돈하고 머리도 만져보고
잔뜩 긴장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인호 (E) 영철아!
영철 (놀라서 돌아보면)
인호 (차분한 얼굴로 바라보고 서 있다)
영철 (긴장하는)..
씬60 공원(밤)
인호 (담담하게) 2년 만이지? 그때 김선생님 출판기념회 때 우연히 만나고.
영철 (불안정한 눈빛으로 시선 피하면서 시종일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네.
인호 여전히 소설 담당인가?
영철 ...네.
인호 (조금 의미가 담긴 듯한) 부모님은..잘 계시나?
영철 (움찔하는 기분으로)..네.
인호 (잠시 영철을 보다가...시선을 돌리곤) 나한테 발신인이 없는 우편물이
하나 왔어.
영철 (곁눈질로 슬쩍 본다)
인호 내 생각을 말할까?
영철 (긴장한)..
인호 난 영철이 니가 보낸 것 같애. (영철 보며) 맞니?
영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아.뇨.
인호 (동정어린 눈빛으로 응시하며) 정말 니가 아니야?
영철 (더듬으며) 아..아니에요.
인호 나한테 이젠 솔직하게 말해 줄 수는 없어?
영철 무..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모르겠어요.
인호 (혼란스럽게 본다)
영철 (허둥대며) 교정 볼 게 남아있어서 가야 돼요. 안녕히 계세요.
(꾸벅 인사하고 서둘러 간다)
-인호, 복잡한 심정으로 허둥대며 가는 영철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위로.
인호 (E) 왜 자꾸 아니라고 하는 거야?!
씬61 1-4반 교실(낮, 회상)
아무도 없는 텅 빈 교실에 인호와 겁에 질린 소년영철이 있다.
인호 (안타깝다) 아이들 말로는 괴롭힘을 당한 건 태훈이가 아니라 너라고
했어. 태훈인 유독 널 챙겼던 것뿐이구.
영철 (겁먹은 얼굴로 입 꽉 다물고)
인호 선생님한테 솔직하게 말해 줄 수 없어? 태훈이가 널 지켜주려다가
사고가 생긴 거야. 맞지?
영철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본다)
인호 그렇게 된 거지? 그렇지?
영철 (자신 없게 말더듬으며) 아..아니에요.
인호 (화가 난다) 김영철!
영철 (눈물 그렁그렁해서, 목소리가 갑자기 커지며) 아..아니에요. (뛰쳐나간다)
인호 (무너지듯 보면)
-복도에서 잡아먹을 듯 험악하게 인상구기고 서서 인호를 바라보고 있는
그 당시 교장선생.
인호 ....
씬62 거리(밤, 현재)
성인영철, 울 것 같은 얼굴로 도망치듯 정신없이 걸어가고 있다.
<플래시 컷-사고 장면 중에 영철의 시선들>
--태훈과 마주서 있는 오수, 태훈을 막아서듯 서 있는 석진과 대식, 순기의
모습이 영철의 시선으로 보여 진다.
-성인 영철, 울 것 같은 얼굴로 정신없이 걸어가는 발걸음이 더욱 빨라진다.
<플래시 컷>
--대식 (얼른 태훈의 바지 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내 든다) 허, 이 자식
바라. 오수야. (하곤 오수에게 잭나이프를 건넨다)
-모퉁이에서 지켜보던 영철, 마치 자신이 들키기라도 한 듯 놀라서
얼른 몸을 확 숨기고 거친 숨을 몰아쉰다.
-성인 영철, 괴로움에 기묘하게 일그러지는 얼굴, 더욱 빨라지는 발걸음.
<플래시 컷-영철의 시선의 사고 장면>
--태훈 (겁에 질린 눈빛으로 와락 오수의 팔목을 잡는다)
-모퉁이의 영철도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오수 어쭈?
태훈 (팔목을 잡은 채 옥신각신하며) 난 너 같은 놈 겁 안 나!
오수 (태훈에게 팔목이 잡힌 채 옥신각신하면서) 그래? 그럼 내가 겁나게
해 줄까! (하는 순간)
-모퉁이에서 보고 있던 영철, 태훈이 칼에 찔리는 모습.
-성인 영철, 기묘하게 일그러진 얼굴에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며 도망치듯
정신없이 걸어간다.
<플래시 컷-영철의 시선의 사고 장면>
--석진 여?으면 안 돼, 임마!
석진, 넋이 나간 오수를 힘으로 끌고 간다.
끌려가다가 돌아보는 오수, 태훈의 모습에 그제야 현실감이
확 덮쳐오는 듯 겁먹은 표정으로 갑자기 정신없이 뛰어간다.
모퉁이에서 지켜보던 영철은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덜덜덜 떨고
서 있다가 정신없이 어딘가를 향해 뛰어간다.
-성인 영철, 죄책감과 미안함이 뒤섞인 얼굴로 넋을 놓고 멍하니 서 있다.
씬63 버스 정류장(밤, 현재)
착잡한 표정으로 목적 없이 한 곳 바라보며 서 있는 인호.
씬64 학교 체육관(밤, 회상/비)
12년 전. 체육관밖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다.
엎드려뻗친 자세로 이 악물고 있는 소년오수(과거 광두를 경찰서로
찾아간 날과 동일한 옷차림)의 엉덩이를 사정없이 후려치고 있는 인호.
인호 넌 아주 나쁜 놈이야!
오수 (이 악물고)
인호 (후려치며) 비겁하고!
오수 (더 꽉 물고)
인호 치사하고!
오수 (이 악무는)
인호 양심도 없는 아주 나쁜 놈이야!!
오수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는 버럭) 그래요! 나 나쁜 놈이에요! 비겁하고
치사하고 쓰레기 같은 놈이라구요!
인호 엎드려!
오수 (눈물이 그렁해져서 쏘아본다)
인호 그래도 난! 최소한 니가 솔직하길 바랬다. 최소한의 양심을 가져주길
바랬어! 친구를 죽이고도 양심의 가책조차 받지 않는 너 같은 놈이
만들어갈 세상..생각만 해도 무섭고..끔찍하다.
오수 (울지 않으려고 버티듯 쏘아보며) 그럼 선생님은 뭐 하셨어요?
인호 (굳어 보는)...!
오수 나 같이 나쁜 놈이 사람을 죽일 때까지 선생님은 왜 아무것도 안 했어요?
왜요?!
인호 (말문이 막혀서)..
오수 (그렁한 눈으로 입 꽉 다물고 보는)..
인호 (기운이 쭉 빠지듯 방망이 집어던지며)...가라.
오수 (혼잣말하듯) 왜..아무도 안 믿어줘요.
인호 (본다)
오수 일부러 그런 게 아닌데...정말 그게 아닌데...왜 아무도 안 믿어주냐구요!
(하곤 뛰쳐나간다)
인호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멍하니 보는)...
씬65 한강 둔치(밤, 현재)
멍하니 앉아 소주를 병 채 마시고 있는 오수.
그러다 벌렁 누워 하늘을 본다.
오수 (쓸쓸한 얼굴로 혼잣말하듯)..안 취한다. 더럽게 안 취하네.
-밤하늘을 바라보는 오수, 피식피식 웃음이 세어 나온다. 그러다 큰소리로
웃는다. 그 웃음의 끝이 울음처럼 흐느낀다.
눈물을 가리려는 듯 팔을 들어 눈을 가리는 오수.
씬66 석진 오피스텔 앞(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걸어오는 석진, 문 앞에 멈춰 선다.
<플래시 컷-3회 씬76, 순기가 무심히 나희를 보는>
석진, 사진을 보낸 사람이 순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석진, 마음을 다잡고는 문을 열려는데 문이 벌컥 열리며 양복을 쫙
빼입은 순기가 나온다.
석진 (덜컹하는 기분으로 본다)
순기 왔어?
석진 (긴장한 채로)...어디가?
순기 사업구상. (하고 가려는데)
석진 ..순기야.
순기 (본다)
석진 (망설인다)
순기 뭐? 왜 불러놓고 말을 안 해.
석진 (좀 망설이다가 어색한 미소로) 아냐. 갔다 와. (들어간다)
-순기, 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석진의 태도가 뭔가
이상하다 싶다.
씬67 석진 오피스텔 안(밤)
석진, 다급한 손길로 순기의 가방을 찾아서 가방 안을 뒤지기 시작한다.
사진이든 카메라든 물증을 확인하고 싶은 석진이다. 하지만 가방 안엔
온통 잡동사니뿐이다.
순기 (E) 지금 뭐 하는 거야?
-석진, 기겁해서 돌아보면 순기가 험악한 얼굴로 서 있다.
순기 (험악한 얼굴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남의 가방을 왜 뒤져?
석진 (당황해서) 오해하지 마.
순기 오해?
석진 (진땀이 난다) 뭘 좀 찾을 게 있어서 그랬어.
순기 (덥석 석진의 멱살을 거머쥐며) 오수가 시켰냐? 나한테 구린 거 없는지
감시하라고 오수가 시켰어?!
석진 (멱살을 확 뿌리치며) 그런 게 아니야.
순기 (O.L.) 아니면 쥐새끼처럼 남의 가방은 왜 뒤져 이 새끼야!
석진 그건 미안하게 됐다. 사과할게.
순기 (O.L.) 사과 필요 없고 이율 말해! 뭐야? 뭘 찾은 거야?
석진 (다급한 순간 번뜩 생각이 나듯) 타로카드.
순기 뭐?
석진 너한텐 얘길 못했는데 오수 말로는 대식이가 살해됐대.
순기 헛수작하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
석진 (O.L. 목소리 높여서) 사실이야! 무슨 영문인진 모르지만 오수말로는
범인의 다음 목표는 너하고 나고 타로카드가 우편으로 오면
받는 즉시 자기한테 알리라고 신신당부했어.
순기 (이죽거리듯) 놀고 있네.
석진 사실이야. 그래서 혹시 니가 받았나 싶어서 찾아봤던 거야.
순기 오수가 시켰지? 나 감시하라구.
석진 아니라니까.
순기 너 그 자식 너무 믿지 마. 그래봐야 그 자식 살인자야.
석진 (굳어져서) 사고였어.
순기 찌르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너도 분명히 봤잖아?
석진 (어쩐지 목소리에 자신이 없다)...사고였어.
순기 (비웃는) 그래 넌 오수 머슴이니까.
석진 (확 찍어 내려서 멱살을 틀어지며) 한번만 더 그따위 소리하면 가만 안 둬.
순기 (겁먹지 않고) 넌 아직도 내가 강오수 똘마니 김순기로 보이냐?
석진 ...
순기 이젠 아냐. (석진의 손을 확 뿌리치고는) 경고하는데 나 건드리지 마.
나 머리 돌면 니들 작살나는 거 시간문제야.
석진 (공포가 엄습한다)..
순기 (비죽 웃고는 나가버린다)
석진 (도대체 순기가 자신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혼란스러운 기분이다)..
씬68 동현의 집 앞(밤)
오수, 술에 잔뜩 취해서 발이 휘청거리며 서 있다. 술 취한 정신에도
초인종을 누를까 말까 망설이는 오수, 초인종을 누르지 못하는 자신이
우스운 듯 헛웃음을 날린다. 그때 희수와 나희가 탄 승용차가 멈춰 선다.
오수, 눈이 부신 듯 찡그리며 보는.
씬69 동현의 거실(밤)
술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오수를 안다시피해서 들어오는 희수와
걱정스런 표정의 나희.
소파에서 혼자 바둑을 두고 있던 동현, 오수의 모습을 못마땅해서 본다.
희수 (얼른) 술이 좀 과했나 봐요.
동현 (상관없다는 듯 시선 돌려서 다시 바둑을 둔다)
-희수, 오수를 데리고 이층으로 올라가려는데.
오수 아버지.
동현 (쳐다보지 않은 채로) 데려가서 재워라.
오수 아버지이이!
동현 (그제야 손을 멈추고 돌아본다)
오수 (혀 꼬부라진) 나 아직도 나쁜 놈이죠? 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내가 일부러 그랬다구.
희수 (말리듯) 오수야.
오수 맞아요. 일부러 그랬습니다. 아버지 빽 믿고 그랬어요. 아버지는 못하는
게 없으시잖아요.
동현 (착잡하게 본다)
오수 (두서없이) 근데요 아버지. 내가 원한 건 그게 아니었어요. 저는요
아버지 빽을 원한 게 아니라...감옥가도 좋고 두드려 맞아도 상관없으니까
아버지가 내 말을 믿어주길 바랬다구요, 아버지.
동현 (착잡한 마음이면서도 목소리는 냉정하다) 많이 취했다. 올라가.
희수 그래, 올라가자.
-나희는 난감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다.
오수, 희수의 손에 이끌려 비틀비틀 이층으로 올라간다.
동현 (그런 아들의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본다)...
씬70 오수의 방(밤)
희수, 오수를 침대로 데리고 가려는데 오수가 그 팔을 물리고는
비틀거리며 책상 쪽으로 가서 액자를 집어 든다. 고등학생 오수와
석진, 대식, 순기가 함께 찍은 사진이다.
희수 (걱정스레) 어서..자.
오수 (액자를 들여다보면서) 하나님이 뭐 이래.
희수 (본다)
오수 (고개 숙이고 액자 속 대식의 사진을 손가락으로 만지며)..한 번은 용서해
줘야지. 그래야..하나님이지.
-희수, 고개를 기웃해서 오수의 안색을 살핀다. 오수는 울고 있는 것 같다.
오수 (고개 푹 숙인 채)...그래야 하나님이지..
희수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하고 그저 본다)
오수 (고개를 더욱 깊게 숙인다. 그 어깨가 떨리고 있다)
씬71 법정 복도(낮)
무표정한 얼굴로 뚜벅뚜벅 복도를 걸어오는 승하. 그 위로 재판장의
호명하는 소리.
재판장 (E) 2007고합3211 피고인 조동섭.
씬72 법정 안(낮)
변호사석의 승하와 검사석의 검사, 주심판사와 배석판사 자리에 앉아
있고, 조동섭은 피고인석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방청석 한곳에 앉아있는 오수, 하루 만에 눈에 띄게 까칠해진 얼굴이다.
뒤쪽에 앉은 광두, 방청객들을 매서운 눈초리로 유심히 살피고 있다.
그리고 조동섭의 처와 아들도 앞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승하 (차분하고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변론하고 있다) 검찰에서는 피고인을
살인의 죄로 기소하였으나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방위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으로써 그 위법성이 조각되어 죄가 될 수
없는 것이고 피고인에게는 살인은 물론 상해의 의사조차 없었던 바,
피고인의 죄는 (숨을 고르듯 멈추고 오수에게 잠시 시선이 멈춘다)
오수 (그 시선을 받아서 묵묵히 본다)
광두 (두 사람의 시선을 놓치지 않고 보고 있다)
승하 (시선 돌려 재판장 보며) 정당방위에 의한 무죄를 주장하는 바입니다.
-오수, 예견하고 있었다는 듯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다.
씬73 승하 사무실 앞(낮)
생각이 많은 표정의 광두와 승하가 걸어오다가 멈칫 멈춰 선다.
사무실 앞에 까칠한 얼굴의 정연, 승하의 명함과 사무실을 확인하곤
망설이고 있고 그 옆엔 인형을 든 소라가 천진한 얼굴로 서 있다.
광두, 의아한 얼굴로 승하를 본다. 승하는 담담한 표정이지만 입가에
얼핏 미소가 스치는 듯 싶다.
씬74 승하 사무실 안(낮)
승하와 광두, 소라와 정연이 앉아있다.
소라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승하 옆에 앉아 발을 까딱거리며 인형을
만지작거린다.
정연 (시선을 못 맞추며)...너무 염치없는 부탁을 좀 드리려고 이렇게 왔어요.
승하 말씀하십시오.
정연 (입이 열리지 않는 듯)...
승하 어려워 마시고 말씀하세요.
정연 (어렵게) 남편이 지방에 있어서 만나러 갈까하는데..죄송하지만 내일
저녁때까지만 소라를 좀 맡아주셨으면 해서요.
광두 (좀 황당해져서 보는)
승하 남편분도 소라를 보고 싶어 하실 것 같은데.
정연 (시선을 계속 피한 채로) 네...많이 보고 싶어 해요.
승하 근데 데려가지 못할 특별한 사정이라도 있으신가요?
정연 꼭..그건 아니지만 혹시..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광두 무슨 일이라뇨?
정연 (당황스레 서둘러 변명하는) 아니 그냥 혹시나 싶어서 (허둥대는) 그리고
소라가 차멀미를 심하게 해요. 꼭 데리러 오겠습니다. 하룻밤만 부탁드릴
게요. 달리 맡길 곳이 없어서 염치없이 찾아왔어요. 부탁드립니다.
-승하, 광두와 난감한 시선을 교환한다.
씬75 강력5팀(낮)
민재, 오수에게 전화를 했지만 안 받는지 수화기를 탁 내려놓곤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 올린다.
재민 (옆에 있다가 걱정가득) 안 받아요?
민재 ..응.
재민 아우 참, 도대체 강선배님 왜 그러시는 거예요? 월급 안 받고두
경찰하라면 할 사람이 강선배님인데.
민재 (후우 한숨을 내쉬고 반팀장을 본다)
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일상적으로 지압봉으로 어깨 꾹꾹 누르며 서류 본다)
(E) 민재 핸드폰.
민재 (놀라서 후다닥 받는) 여보세요? (오수가 아니다. 실망)..네, 아주머니.
(긴장해서 벌떡) 그래서요? 언제요? ...저희가 다녀갔단 얘긴 안하셨죠?
반 (뭔가 싶어서 민재를 본다)
민재 태연하게 행동하셔야 됩니다. 네. (끊고 다급하게 반팀장에게) 용의자
집주인 전환데요. 김정연이 전화를 했답니다.
반 그래서?
민재 집세를 달라고 해서 만나자고 했다거든요?
재민 (얼른) 언제요?
민재 8시에.
반 선수치고 나올 수도 있으니까 미리 가서 잠복했다가 실수 없이 체포해.
민재 근데 강선배님이
반 (O.L. 화내듯) 강오수 없으면 강력5팀 형사가 없나?
민재 ..다녀오겠습니다.
-민재와 재민, 다른 형사 두 명 모두, 급하게 나간다.
반 (오수에 대한 걱정으로) 바보 같은 놈.
씬76 도서관 자료실서가(밤)
모두 퇴근한 시간. 해인, 혼자 남아서 배열할 책을 쌓아 놓고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오수에 대한 걱정으로 일손이 잡히지 않는 해인이다.
시계를 본다. 6시 10분. 해인, 장갑을 벗고 북트럭 밀고 가려는데.
오수 (E) 해인씨.
-해인, 멈칫 멈춰 서서 시선 돌려 보면 아무도 없다. 고개를 기웃해서 책장
사이를 보면 반대편 서가에 서 있는 오수의 모습이 책장사이로 보인다.
해인 강형사님? (하곤 그리로 가려는데)
오수 오지 마요. 그냥 거기 있어요.
해인 (멈춰 선다)
오수 (괴로운 심정) 해인씨한테 해야 할 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해인 .....
-책장을 사이에 두고 얘기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마치 고해성사를 하는
분위기 같은 느낌이다.
오수 (목소리에 떨림이 있다) 12년 전에 난...힘든 순간에 부모에게서 위로
받을 수 있는 친구들이..정말 부러웠어요.
해인 ....
오수 난 못난 아들이었고 ...아버진 날..한 번도 지지해주지 않았어요.
한심한 핑계지만 그래서 더 못되게 굴었어요. 힘없는 애들을 괴롭히고
때리고 모욕했어요.
해인 (책장 사이로 보이는 오수의 몸이 떨리고 있다)....
오수 그러다가...되돌릴 수없는 짓을 저질렀습니다.
해인 (불안함이 엄습한다)
오수 (너무도 괴로운 심정으로) 내가 얼마나 비겁한 놈인지 알려주었던...
용감한 놈이 있었는데..너무 용감해서 미웠고...그래서 그 놈처럼 되고
싶었고...그래서 부러웠던..태훈이를 내가...죽게 했습니다.
해인 (철렁해서 손으로 책장을 짚고 선다)
오수 내가..태훈이의 미래를 모두 죽였어요.
해인 (숨이 막힐 듯한 심정으로 서 있다)
오수 그리고...비겁하게 살아남아서...그래도 이제부터 노력하면 될 거라고
...최선을 다해서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서 살면 하나님도 용서해
주실 지도 모른다고..그럴 거라고..(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해인 (아픈 심정으로).....
오수 ...지금은 모르겠어요. 내가 정말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건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해인 (천천히 오수쪽으로 다가간다)
오수 근데..내가 정말 나쁜 놈인 건 대식이를 그렇게 만든 놈을..그 놈을
잡고 싶다는 열망이..그 열망이 식질 않아요.
해인 (오수가 서 있는 곳에 와 선다)
오수 (시선을 느끼고 고개 들어 본다. 처참할 만큼 지친 얼굴이다)
해인 (오수의 얼굴을 보는 순간 말문이 열리지 않는다)
오수 (지친 얼굴로 보다가..돌아서서 가려는데)
해인 중요한 건.
오수 (멈추고 선다)
해인 (담담하면서도 굳건한)...지금이에요. 누굴 위해서도 범인을 잡기 위해서도
아니라 강형사님이 선택한 길을 믿고 걸어가면 돼요.
오수 (보는)...
해인 자신을 용서하려면 아무리 어두운 터널속이라도 들어가야 해요.
오후 (마주본다)
해인 강형사님을 구원할 사람은 강형사님 자신밖에 없어요.
오수 (시선 피하지 않고 바라본다)
해인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오수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이내 발길 돌려 간다)
해인 (걱정스레 바라보는)...
씬77 강력5팀(밤)
반 (통화를 하고 있다) 아직 안 나타났어? 계속 주시해. 실수하지 말구.
(끊는데)
-오수, 문을 열고 들어선다.
반 (반가움이 치밀지만 꾹 누르고 덤덤하게 본다)
오수 (진실한 의지가 담긴 얼굴) 형사자격 없어도 용서받을 자격 없어도..도망
치진 않겠습니다. (꾸벅 고개 숙이며) 죄송합니다.
씬78 달리는 차 안(밤)
승하, 소라를 보조석에 태우고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
소라 아저씨 집으로 가는 거예요?
승하 아니.
소라 그럼 어디가요?
승하 아저씨가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우리 소라도 아주 좋아할 만한
사람이 있는 곳.
소라 거기가 어딘데요?
승하 가보면 알아.
-하며 미소를 짓는 승하에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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