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S1.1
“본 드라마의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모두 실제와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의사1) [영어] 보시다시피 이 환자의 뇌는
보통 사람의 뇌에 비해 지나치게 발달했습니다
그래서 작은 소리도 참지 못하고 통증을 느낍니다
이 부분은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예민한 부위입니다
[괴로운 신음]
[학생의 아파하는 신음]
진행했던 검사 결과들이 나왔습니다만
[개가 짖는다] 아직도 해야 할 검사가 남았습니다
수술에 약간의 위험이 따르지만... [시계 알람이 울린다]
통증을 없애려면 뇌엽절리술로 이 부분을 제거할 수밖에 없는데
수술 후유증으로 극심한 통증을 겪거나
감정을 아예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의사2) [한국어] 황시목 군
머리 수술 후에도 귀가 아픈가요? [의료 기기 작동음]
아니요
(의사2) 최근에 화가 난 적이 있었나요? 기분이 나쁘거나
아니요
기분이 좋거나 크게 웃은 적은?
아니요
(의사2) 요즘 제일 뭐가 먹고 싶어요? 뭐 좋아해요?
없어요
전에는 어땠어요? 그때도 좋고 싫은 게 없었어요?
[웃음]
(의사2) 수술 전에는 어땠죠?
지금하고 많이 다른가요?
[띵 울리는 효과음]
(의사2) 황시목 군은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경과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또 다른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나타날 수도 있어요
[삐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괴로운 신음]
[삐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괴로운 숨소리]
[자동차 경적]
(남자1) 야, 뭐 하는 거야, 지금! [남자2가 소리친다]
운전도 못 해! 차 빼, 차 빼! [남자들이 소리친다]
[자동차들의 경적]
[힘겨운 숨소리] [어두운 음악]
[자동차들의 경적]
(무성) 박무성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무성) 집으로 오십시오 내가 따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시목) '75-4'
'74-5'
'76'...
(시목) 저, 실례지만 75-3이 어디입니까?
아, 왜요?
박무성 씨, 댁에 있죠?
그런 사람 몰라요
댁이시잖아요, 75-3
아니에요, 가요
[자동차 경적] [무성 모의 놀란 신음]
(무성 모) 아이고, 아까운 거
우리 무성이 줄 건데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저 빚쟁이 아닌데요
빚쟁이는 뭔 내가 왜 빚쟁이를 무서워해요?
(시목) 어머니 댁도 넘어갈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가시죠
진짜 돈 때문에 온 거 아니죠?
전 받을 돈은 없고 빚만 잔뜩 있는 사람입니다
(무성 모) 우리 무성이 후배인가
(시목) 후배 아닙니다
동생네서 잔치가 있었거든요
(무성 모)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간 음식 다 없어질까 봐
얼른 챙겨 왔는데
내가 없으면 우리 무성이가 밥을 안 먹어요
(시목) 여기네요
[무성 모의 한숨]
진짜 아니죠?
(무성 모) 이제 돈 없어요
[초인종이 울린다]
(무성 모) 어유, 애가 자나 보네
요새 밤에 통 잠을 못 자 놔서요
[열쇠를 잘그락거린다]
[무성 모의 의아한 숨소리]
(무성 모) 이게 왜 열렸지?
[긴장되는 음악]
(무성 모) 아이고
[무성 모의 놀란 신음]
(시목) 나가 계세요
[다급한 숨소리]
[무성 모가 문을 두드린다]
[흐느낀다]
[망치를 탁 내려놓는다]
[긴장되는 음악]
(시목) 팔은 칼에 스쳤고
옆구리는 얕고
목, 치명타...
자상 셋
오른손잡이
세 번이나 찌른 건 원한?
마구잡이인가?
사람 무시하지 마
너희들 목숨 나한테 달렸어, 알아?
나도 이판사판이야
차장한테 가서 꼭 전해
내가 입만 뻥끗하면 그 새끼 순식간에 생매장시킬 수 있어
나 절대 혼자 안 죽어
(시목) 집에 있던 칼로
범인이 흉기 없이 들어왔다는 건
[휴대전화 조작음]
살인 사건 신고합니다
[긴장되는 음악]
(시목) 후암동 새빛로 75-3
현장 감식반 필요하고 피해자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보호가 필요한 70대 노인도 있으니까
응급차 보내십시오
(경찰1) 신고하신 분 누구십... [휴대전화 조작음]
[자동차 경적]
[통화 연결음]
(직원) 안녕하십니까, 용산 케이블 TV 서비스 센터...
후암동 75-3 박무성 씨 댁 고장 접수 됐습니까?
(직원) 박무성 씨 본인 되세요?
기사분 몇 시에 오기로 했죠?
(직원) 잠시만요
어? 두 시 방문이신데 아직 안 오셨나요?
그 기사 이름하고 주소 부탁합니다
(직원) 고객님, 저희가 기사님께 연락해 보고...
서부지검 형사3부 황시목 검사입니다
기사 이름하고 주소요
- (직원) 네? - 살인 사건 용의자라고요
이름, 주소 빨리요
[직원의 당황한 숨소리] (직원) 잠시만요
강진섭 기사님인데 주소가...
[직원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새창로 61번지요
그 기사 사진 지금 부르는 번호로 보내십시오
[사이렌이 울린다]
주, 죽었... [떨리는 숨소리]
사망했습니다
[울먹인다]
[무전기 작동음]
(김 경사) 야, 너희는 저... 주변 좀 훑어봐라
(경찰2) 예
[무전기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초인종이 울린다]
[대문을 쾅쾅 두드린다]
(김 경사) 저기요! [무성 모가 울먹인다]
[대문을 쾅쾅 두드린다] 경찰입니다, 안에 계세요?
저기요!
[대문을 쾅쾅 두드린다]
(김 경사) 아, 저기요!
아, 신고하셨죠? 경찰입니다
저, 저분 모셔 가십시오
(응급 요원들) 네
마루에 시체 한 구하고
범행 도구로 보이는 흉기도 있습니다
- 예? 누구신데... - (응급 요원) 할머니
(응급 요원) 괜찮으세요?
- 서부지검에서 나왔습니다 - (응급 요원) 할머니!
- 감식반은요? - (응급 요원) 할머니!
서부지검요? 그럼 검사... [응급 요원의 놀란 숨소리]
(응급 요원) 할머니!
[응급 요원의 다급한 숨소리]
[어두운 음악]
(김 경사) 할머니, 할머니, 괜찮으세요?
할머니! [무전기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저기요
저기요!
(여진) 죄송합니다
(김 경사) 저기!
아, 저기요!
저, 저기요!
- (김 경사) 서, 서부, 서부 - 왜, 누구인데? 누구인데?
(김 경사) 아, 서부, 아, 일단 잡아요!
꼭 잡아요!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여진) 거기 서라고요 [자동차 시동음]
말 안 들려? 어?
야!
아, 씨...
아이씨
[힘주는 신음]
그러면...
(여진) 이 자식이...
가 봤자지
[사이렌이 울린다]
[노크 소리가 난다]
(동재) 어, 들어와
박 사장님, 내 지인이야
(무성) 박무성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황시목 검사님
네, 처음 뵙겠습니다 [동재의 웃음]
(동재) 앉아, 내가 박 사장한테 네 칭찬 좀 했더니
꼭 보고 싶다고 하셔서
(무성) 서 검사님께 황 검사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아, 나 전화 한 통만 하고 올게
(무성) 전부터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아, 네
(무성) [멋쩍게 웃으며] 큰일 하시는 분
조금이나마 도움드리고 싶어서요
부담 갖지 마시고 한도 없는 놈이니까
좋은 일에 꼭 좀 써 주십시오
[사이렌이 울린다]
(여진) 0474, 0474 멈추세요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여진) 0474, 0474 멈추세요
[여진의 거친 숨소리]
내려
서부지검 형사3부 황시목 검사입니다
검사가 왜 도망가요?
이름 강진섭, 용의자입니다
어떻게 알아요?
저 사이렌 좀 끕시다, 도망가겠네
어떻게 아냐고요
피해자 가족이에요? 어디로 가는데요?
새창로 61
사이렌 끕시다
[창문을 윙 닫는다]
[자동차들 경적]
[어두운 음악]
[자동차들 경적]
[박진감 있는 음악]
- (남자3) 야! 이씨 - (진섭) 아이씨
[남자4의 놀란 숨소리] (남자5) 야, 야!
[타이어 마찰음]
(남자6) 아이고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진섭) 나와! [사람들의 아파하는 신음]
[남자7의 놀란 신음]
[남자8의 놀란 신음] (남자8) 뭐야
뭐야, 이씨
[진섭의 힘주는 신음]
(진섭) 아유, 씨
[진섭의 거친 숨소리]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진섭의 짜증 섞인 신음]
[자동차 경적]
[거친 숨소리]
(진섭) 아유, 씨
[다급한 숨소리]
[힘주는 신음]
[아파하는 신음]
[거친 숨소리]
[진섭의 신음]
(진섭) 아유! 씨
[진섭의 신음]
(여진) 직무 집행법 3조 1항
공무 집행 방해로 긴급 체포합니다
[진섭의 신음] 변호사 선임할 수 있고 묵비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여진) 이게 다입니까? 저 사람이 판 게?
(주인) 네, 이게 다예요
근데 돈 줬는데 내 돈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여진) 나중에 돌려 드려요
[문을 탁 연다]
(여진) 어어? 어디 가요?
어디 가요! 잠깐!
아이...
(주인) 아니, 언제 돌려줘...
아, 아, 이 양반 진짜
아니... [거친 숨소리]
[자동차 시동음]
(여진) 어? 야!
[어두운 음악]
[헛웃음]
[진섭의 아파하는 신음]
아, 아파요
[사이렌이 울린다]
[무전기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전화벨이 울린다]
(여진) [놀라며] 아이고
(팀장) 범인 뺏겼다고?
죄송합니다
검사가 긴급 체포해 간 걸 어쩔 거야
(팀장) 끗발 날리는 건수도 아니잖아
집 꼬라지 보면 말도 안 나와요
(김 경사) 어떻게 알고 훔쳤는지 신기하다니까
(팀장) TV 고치러 들락대면서 봤나?
아니, 근데 그 검사는 하필 그 시간에 거기 있었대?
(여진) 지금 가서 알아 오겠습니다, 예? 범인도 봐야죠
(팀장) 어, 그래, 어여 가 봐
예
(김 경사) 아휴, 누가 내 사건 좀 압송 좀 안 해 가나
이거 어느 천년에 해, 이걸
(팀장) 저 새끼 봐, 저, 이씨, 쯧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노트북요?
[사이렌이 울린다]
(장 형사) 오, 검사한테 까였다면서요?
씁, 언놈이 우리 경위님을 물먹였대?
(여진) 이놈
다시 물먹이러 가는 중
(장 형사) 헐
검사인가 흉악범인가
그림이 좀...
(김 경사) 저, 저기요! [문이 탁 닫힌다]
병원부터 가라시는데?
팀장님이요?
왜, 그 할머니 깨어나셨대요?
아, 아, 예, 예, 저
검찰청엔 내가 갔다 올게요
(여진) 아, 아니, 내가 가요
(김 경사) 아, 아니 내가 갔다 올게요, 예
식구 된 지 두 달째인데 아직도 '저기요'네
아니, 뭐 님 자 붙이면 뭐, 혀가 짜개지나? 어?
장 형사님
다녀오겠습니다
아이고
아이고, 그러십시오 한 경위님, 예?
알겠습니다
(장 형사) 들어가십시오, 들어가...
(은수) 어머, 검사님 얼굴이...
(계장) 아이, 어디서 그랬...
아, 이놈이에요?
(실무관) 괜찮으세요? 어디 약이 있을 텐데
괜찮습니다 영 검사, 나중에, 계장님
(계장) 예
(은수) 아, 저...
[문이 쾅 닫힌다]
(계장) 예
예, 진술 거부권 숙지했습니다
[진섭이 의자에 탁 앉는다]
[긴장되는 음악]
주, 주웠어요, 마당에서 집 안엔 들어가지도 않았어요
발 들어 봐요
(진섭) 됐죠?
아, 뭐, 뭐 합니까
[신발을 탁 떨어트린다]
[계장의 감탄하는 숨소리]
아니에요, 나, 나 아니에요!
처음부터 계획했다면 흉기도 준비했을 테고
신발도 신었겠지만
(시목) TV 때문에 가 보니까 사람은 혼자 있고 하필
칼은 손 닿는 데 있고
순간적으로 눈이 뒤집힌 거죠? 우발적 살인
아, 아니에요, 내가 갔을 땐 벌써 죽어 있었어요
[답답한 한숨]
놀라서 나오려는데
근데 옆에, 옆에 막 목걸이랑 그딴 게...
(진섭)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내가 진짜 뭐가 씌어 가지고
그렇지만 그게 다예요 안 죽였어요
현장에는 어떻게 들어갔습니까?
문 열어 줘서 안에서 열어 줘서 들어갔어요
- 누가 -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들어가 보니 벌써 죽어 있었고 집에 다른 사람도 없었다
방금 강진섭 씨 본인 입으로 한 말인데?
피해자 가족은 아들, 모친뿐이고
아들은 군 복무 중 모친은 외출 중
집에 혼자 있던 사람이 이미 죽어 있었다면
문은 누가 열어 줬을까요?
귀신이 열어 줬습니까?
내가 벨을 누르니까 분명히 안에서 열어 줬다고요
(진섭) 어, 아!
그놈이 범인이네, 안에 있던 놈
그놈 잡아야 되는 거 아니에요?
범인이 사람 죽이고서 밖에 누가 오니까
친절하게 문까지 열어 줬다?
그거야 내가 들어가야 뒤집어씌우니까요!
그런데 안 들어갔지 않습니까 마당에서 주웠으니까
본 대로 말해 봤자 안 믿을 거니까 그랬죠
그건 전과자가 전과 숨기고 남의 집 안방까지 드나드는 일을 [휴대전화 조작음]
(시목) 일부러 골랐으니까 [진섭의 답답한 숨소리]
미치겠네, 진짜
아니, 전과자라고 무조건 사람 죽여요?
(진섭) 내가 갔을 땐
온 집 안이 벌써 난장판이었다고요 믿어 주세요!
이게 뭐예요?
(시목) 당황한 게 아니다
황당해하고 있다
(진섭) 아, 뭐예요, 이게
(시목) 모르는 척이 아니다
본 적이 없다는 건...
[숨을 후 내뱉는다]
[노크 소리가 난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무슨 문제 생기셨습니까?
박무성이
죄송합니다 계속 뒤지고 있습니다만 아직...
죽었어
[긴장되는 음악]
예?
박 사장이 죽었어
언제...
어떻게요?
살인강도
예?
범인 여기 와 있어
벌써 잡혔다고요?
축하드립니다, 차장님
입조심해
죄송합니다
하지만 살인강도면 더할 나위 없지 않습니까?
사체 제일 처음 발견한 거 범인 검거한 거 다 황시목이야
아이, 왜 하필요?
하필 아니야, 우연도 아니야
둘이 내통한 거야
때마침 안 죽었으면
황 검사 손에 기소되는 건 범인이 아니라 우리였어
박 사장이 황 프로한테 다 불고 죽었으면 어떡하죠?
불고 말고 할 게 있나?
우리가 남들처럼 차를 받았어 집을 달랬어?
밥 몇 끼 먹어 준 게 다인데
[헛기침]
[한숨]
죽은 자는 말이 없지
제일 중요한 핵심 요건은 사라졌고
제아무리 황시목이라도
당사자 없이는 베팅 못 해
걔를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아주 독사 같은 놈이에요
이 건을 빌미로 더 파고들 게 뻔합니다
차장님, 이 건 저한테 주십시오 제가...
영은수한테 넘겨
아, 황 프로 방 수습요?
걔야말로 더 큰일 날 애잖아요
딱지 뗄 때 됐잖아
황시목이보다야 주무르기 훨씬 쉽지
이번엔 어떻게 되는지 제발 잘 좀 감시해
너무 노골적입니다
자기를 배제하려는 걸 황 프로가 모를 리가 없어요
이미 노골적이야
그놈은 우리 법복까지 다 벗겼는지도 몰라
그러니까 제가 맡아서...
황시목이 바보야?
고양이한테 쥐를 맡기려고 하겠어?
아, 제가 왜 고양이입니까
누구 앞에서 딴청이야?
박 사장이 누구를 제일 원망했는데
[한숨]
[헛기침]
[시목의 한숨]
[어두운 음악]
[진섭의 한숨]
(진섭)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일할 사람 구한다고 했어요
전과자도 입에 풀칠은 해야 되잖아요
먹고살려고 그랬어요
전과 숨긴 건 잘못했는데 가족같이 일한다고 해서
근데
니미, 가족은 개뿔
(진섭) 밥은 고사하고 오줌 눌 시간도 없어요
고객 만족도 낮게 나왔다고 반성문 쓰게 하고
한 군데서 좀만 오래 걸려도 계속 쪼아대고
이건 뭐, 영업도 해야지 주말도 없어요
토요일, 일요일도 막 굴려요
그렇게 죽어라고 시키고서는 월급 얼마 주는지 아세요?
오죽하면 제가 월세가 밀렸겠냐고요
월세는 밀렸고 빚도 있을 테고
동기는 충분하고
(진섭) [답답해하며] 아!
검사님! 검사님, 저요
저 진짜 마음잡고 살려고 했어요, 예?
저 애 아빠예요
검사님, 제가 애가 있다고요
애 엄마는요, 걔는 걔는 낳기만 했지 아무것도 몰라요
제가 봐 줘야 돼요 저 아니면 아무도 없어요
저 진짜요
얘 키우면서 정말 잘 살아 보려고
얘 하나만큼은 정말 잘 키우려고 저 진짜 마음먹었어요, 예?
네, 사람 죽은 거 보고서도 솔직히 그거 욕심낸 거는
정말 잘못했는데요
저 아니에요
저 진짜 아니에요
아니,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죽여요
[휴대전화 조작음]
(시목) 구치소 이송합니다
(진섭) 검사님, 검사님!
(계장) 죄목은...
추후 보강
아, 나, 나, 난 죄 없다고요!
(진섭) 나 아니라는데 왜 말을 안 믿어!
[문이 달칵 닫힌다] 죄가 없다?
[진섭의 거친 숨소리]
당신 말이 사실이래도
당신은 사람이 피 칠갑을 하고 쓰러져 죽어 있는데도
그 옆의 돈부터 움켜쥔 거야
[진섭의 답답한 숨소리]
그게 죄가 없어?
아무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도둑질은 해도 사람은 안 죽인다고! [노크 소리가 난다]
아이고, 나, 나 아니에요, 나 나 아니라고, 아니라고요!
아니야, 검사님, 나 아니라고!
(진섭) 나 아니라고요!
아, 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축하드려요
(계장) 아유, 단 한 놈도 자기가 했다는 놈이 없어요
단 한 놈도, 어?
나중에 보면 다 자기들 짓거리면서
- (실무관) 계장님 - (계장) 응
(실무관) 영 검사님 오늘로 수습 끝이래요
에? 아니, 벌써 6개월이 됐나?
(계장) 와, 시간도 참...
축하드립니다
영 영감님
[계장의 웃음] (은수) 덕분입니다
이거 DNA 분석 증거 등록
이것도 마지막이네요
(시목) 여기다 연락해서 피의자 주민 번호 받고
계좌 추적해 주세요
무슨 마지막?
(실무관) 영 검사님 공판 검사로 단독 임용되셨대요
아, 그래? 축하해
첫 케이스가 중요한데 뭐 맡았어?
일단 오늘 들어온 거 중에 경제 사범, 정치범 빼고
일반 형사 건부터 시작하라십니다
(계장) 어?
아니, 그럼 방금 저놈부터 하셔야겠네
조서부터 제가 쓸까요?
아니, 안 돼
네? [의미심장한 음악]
건드리지 마
- (시목) 저 나갑니다 - (계장) 예, 예
검사님
[문이 달칵 열린다]
(은수) 검사님, 왜 안 돼요?
안 돼
제가 못 미더우세요?
(시목) 어
[은수의 한숨]
(동재) 왜, 오늘 살인 사건 때문에?
그, 박무성인가 누구 죽었다는?
그러게 내가 말했지?
네가 아주 제일 까다로운 수석 만났다고
욕심은 좀 많냐?
사건 안 주겠다지?
무슨 사건인지 아직 못 들어서요
살인 사건이었군요
차 한잔하자, 와
[김 경사의 놀란 숨소리]
(김 경사) 황 검사님
또 뵙습니다 저 용산서 김수찬입니다
(시목) 아, 예
(김 경사) 아, 저
아까도 그러시더만 두 번은 안 되죠
저 보러 오신 겁니까?
저희도 보고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 그래서... - 말씀하시죠
(김 경사) 어...
용의자인 줄은 어떻게 알고 쫓으셨어요?
[시목의 한숨]
(시목) TV 고치러 오기로 한 기사가
현장 근처에서 도주하는 걸 목격했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그러니까
TV를 고치러 오기로 했다는 거는 어떻게 알았는데요?
자기 방에 책 한 권 없는 50대 무직자가 얼마나 심심했으면
(시목) 아들 방에 있는 책을 뽑아 들었더라고요
혹시나 해서 TV를 켜 봤는데 역시나 고장이었고
(김 경사) 아...
현장에는 왜 가셨죠?
개인적인 친분인데요?
피해자 박무성 씨하고는 무슨 사이십니까?
개인적인 친분입니다
박무성 씨 첫인상이 어땠습니까?
예? 처, 첫인상요?
죽은 사람 첫인상은 왜요?
더 질문 있으면 연락 주시죠
(김 경사) 기소할 겁니까?
해야죠
그럼, 해야지
[혼잣말로] 죄목이 뭐냐가 문제지
[개가 짖는다]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진섭) 아, 아니에요, 내가 갔을 땐 벌써 죽어 있었어요
[개가 짖는다]
[자동차 경보음]
[창문이 드르륵 열린다]
(택시 기사) 누구야!
저, 이씨...
너, 너 거기 꼼짝 마!
(택시 기사) 뭐 하자는 거야, 이 사람이
수사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어디를 안 가고
쭉 세워 놓은 건 맞는데
이게 길만 찍었지 뭐가 있겠나?
아, 이거 새로 사려면 몇만 원인데
저, 바로 돌려 드립니다
잠시만요
[어두운 음악]
[자동차 시동음]
(택시 기사) 칩
칩, 칩...
[택시 기사의 당황한 신음] 칩, 칩
저, 이씨
에이씨
(은수) 수고하셨습니다
(계장) 수고하셨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은수의 당황한 숨소리]
[아득히 울리는 사이렌]
(은수) 경찰에서 조서가 넘어왔길래 제가 잠깐...
죄송합니다
할 수 있겠어?
네, 맡겨만 주세요
어떻게 이길 건데?
재판도 제가 직접 나가나요?
공판 검사가 공판 나가는 게 질문거리인가?
[은수의 헛기침]
증거가 워낙 확실하네요
용의자가 훔친 장물은 피해자 모친 걸로 확인이 됐고
아, 용의자 양말의 혈흔도
피해자 거와 일치하는 거로 나왔습니다
흉기에서 지문은?
피해자 모친 지문 외엔 없습니다
용의자 강진섭은 자신이 박무성을 죽인 게 아니라
살인 현장에 뒤늦게 들어가서 패물만 훔쳤다고 주장하고 있어
TV 고장 접수를 정식으로 받았으니
뭐, 처음부터 범죄를 목적으로 한 것도 아니고
이건 어떻게 뒤집지?
아무리 정식으로 받았어도
월담을 하거나 강제로 들어갔다는 건
이미 범죄를 목적으로 했다는 거 아닌가요?
누가 강제로 들어갔대?
[종이를 사락 넘긴다]
(은수) 피해자 모친에 따르면
당시 현장엔 피해자 혼자였고
빚쟁이 때문에 문은 늘 잠가 놨다는데
강제로 들어간 게 아니면 어떻게 들어가요?
진범이 자기한테 혐의를 뒤집어씌우려고
일부러 불러들였다고 하고 있어
말도 안 되죠
재판장 앞에서도 그렇게 말할 건가?
그 혀 좀 어떻게 하지?
죄송합니다
이 모든 걸 뒤엎을 수 있는 한 방이 뭐라고 생각해?
[의미심장한 음악]
그 시간에 피해자가 살아 있었다는 결정적인 증거요
그렇지만 그런 게 있을까요?
집 안에 CCTV를 달아 놓은 것도 아니고
(은수) 그게 뭔데요?
이걸 어디서...
강제로 따고 들어간 게 아니라는 건 증명됐네요
그렇지만 이게 당시 피해자가 살아 있었다는 반증은 아니잖아요
어째서?
(은수) 용의자 주장대로
진범이 혐의를 뒤집어씌우려고 일부러 문을 열어 줬다는 것도
충분히 설득력 있어요
말이 안 된다며
그쪽 변호사는 그걸 물고 늘어지겠죠
그래
(시목) 여기를 봐
[긴장되는 음악]
(시목) 빚쟁이한테 시달리다 보면
누가 대문만 눌러도 일단 몰래 확인부터 하게 되지?
용의자가...
범인 맞네요
[한숨]
검사님
응, 퇴근해
(은수) 왜요, 그게 있어야 저도 재판을 하죠, 결정타인데
내일
내일 꼭 주세요
[의미심장한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USB 연결음]
(진섭) 이 자식이, 씨 [무성의 신음]
[진섭의 다급한 숨소리]
(시목) 2분 35초
저 아니에요
저 진짜 아니에요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죽여요
[마우스 클릭음]
도둑질은 해도 사람은 안 죽인다고!
[마우스 클릭음]
[통화 연결음]
네, 여기 4층 형사부인데요
황시목 검사요
예, 지금 제가 영상 하나 쏴 드릴 테니까
분석 좀 부탁드립니다
[마우스 클릭음]
[USB 해제음]
[시목의 한숨]
분석 다 됐죠?
원본 맞죠?
[문이 달칵 여닫힌다] [종이를 사락 넘긴다]
(동재) 아
그, 후암동 거 기소한다며?
하필 데뷔전이 강력이라 버겁겠다?
승소는 따 놓은 당상이거든요
뭔데?
(은수) 용의자가 꼼짝 못 할 물증요
증거 목록에만 올리면 돼요
[긴장되는 음악]
영은수
평생에 한 번뿐인 데뷔전인데 화려하게 치러야지
내가 변호사가 꼼짝 못 하게 압승 거두게 해 줘?
증거 목록?
이딴 걸 왜 올려
나중에 크게 쏴
[동재가 툭툭 친다]
[멀어지는 발걸음]
(팀장) 야, 그런 데는 범인 안 잡혀서
뭐 얻어걸릴 거 없나 할 때나 가는 거야, 인마
육개장 얻어먹으려고 그래? [여진의 한숨]
5분도 안 걸려요
네
(여자들) ♪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
♪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 ♪
♪ 내 일생 소원은 늘 찬송하면서 ♪
♪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
아멘
[여자가 기도한다]
(여진) 그냥 계세요
고마워요
우리 손자요
(여진) 아...
그 군대 가셨다는...
힘드시죠?
네
[잔잔한 음악]
(여진) 아, 예, 그럼
[여자가 기도한다]
[어두운 음악]
(기자) 야, 후암동 살인 사건 결과 오늘 나온대?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여진) 그 금은방에 가서 증거 수집을 했고요
그런 다음 피고가 훔친 장물이
피해자 모친의 소유임을 직접 확인하였습니다
'물건을 훔쳤다'가 곧 살인했다는 뜻은 아니죠?
그렇지만 현장에서...
(변호사) 예, 아니오로 대답해 주세요
'훔쳤다'가 살인은 아니죠?
아닙니다
(변호사) 감사합니다
더 이상 질문 없습니다
증인, 자리로 돌아가도 좋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긴장되는 음악]
(진섭 처) [작은 소리로] 저 사람 누구야?
(정본) [작은 소리로] 검사님 같아
[속삭인다]
(은수) 재판장님, 새로 확보한 증거를 신청합니다
사전 통보 못 받았습니다
(은수) 저희도 방금 전에야 확인이 끝났습니다
하지만 본 사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매우 중요한 증거입니다
(재판장) 양측, 앞으로 나오세요
(변호사) [작은 소리로] 뭡니까?
[은수와 변호사가 갑론을박한다]
(변호사) 법정에서 편법 쓰지 맙시다 [변호사의 헛기침]
(은수) 제가 언제 편법 썼습니까?
(재판장) 변호사님과 합의하세요
(변호사) 잠시 휴정...
(은수) 피고인은 재판 과정 내내
살인이 일어난 후에 현장에 들어갔다는 주장으로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 영상을 봐 주십시오
어젯밤까지의 탐문 수사로
인근 차량에서 확보한 블랙박스 영상입니다
어젯밤?
[긴장되는 음악] 사건 당일 현장에 도착한 피고인의 모습입니다
예, 저 맞아요, 예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은수) 초인종을 누르고
안에서 문을 열어 주길 기다리는 동안에
바로 여기
(은수) 여기를 봐 주십시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놀란 숨소리]
(은수) 여기 피고인이 아직 현장에 들어가기 전
피해자는 분명히 살아 있습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진섭이 부정한다] 만에 하나 제3자 개입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사망 추정 시간 전 12시간 분량의 영상을 [진섭이 부정한다]
일일이 확인했지만
피고인을 제외한 어떤 인물도
현장에 출입한 모습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아니...
(은수) 이 점 확인하느라 사전 제출하지 못한 점
양해 바랍니다, 재판장님
[진섭의 떨리는 숨소리]
변호인, 추가 변론 있습니까?
아니, 아니야, 아니에요
(진섭) 아니에요
- 없습니다 - (진섭) 아니에요
(진섭) 나 아니야, 아니에요 [진섭이 다급해한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저거 거짓말이에요, 다 가짜예요!
판사님, 아닙니다, 아니에요! [의사봉을 탕탕 친다]
- (재판장) 조용히 하세요 - (진섭) 아니에요
(진섭) 아니에요, 저, 저 안 죽였다고요 저거 가짜예요
왜 거짓말을 하고 그래요! 나한테 이러지 마시라고요!
정말이에요, 정말, 변호사님 얘기 좀 해 주세요, 제발
[울먹이며] 여보, 나, 나 안 죽였어 나 아니에요
아니에요, 왜 그래요 진짜, 나한테
나 안 죽였어요
나 안 죽였어요, 변호사님
아니에요, 왜 그래요 진짜, 나한테
나 안 죽였어요
나 안 죽였어요, 변호사님
(재판장) 명징한 증거를 부정하고
그 어떤 반성도 않는 피고인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합니다
(여진) 어머니, 혼자 오셨어요?
아유, 손자분은요 왜 같이 안 오셨어요? [휴대전화 진동음]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네
아, 끝났어요
어디서요?
또?
아니에요, 제가 갈게요, 예
아이고야
[못마땅한 숨소리]
[툭]
(정본) 어유
어?
저, 혹시...
혹시 저...
[가방을 탁 내려놓는다]
그래, 황시목
맞아, 시목이
야, 반갑다, 친구야
(정본) 야, 이게 얼마 만이냐?
20년?
너 그때 말도 없이 갑자기...
자식, 검사 됐구나?
(정본) 맞다
너 공부 엄청 잘했지?
너도 같은 계열인 거 같은데?
같은 계열은 뭐...
난 그냥 쪼만한 데 사무장
(변호사) 김정본 씨
(정본) 아, 예
나 지금...
미안해, 전화할게, 조만간
(정본) 야, 진짜 반갑다!
(동재) '재판장님, 새로 확보한 증거를 신청합니다'
잘하던데?
선배님 말씀대로 마지막에 터트리길 잘한 거 같아요
그런 게 노하우야
재판도 스토리가 있어야 된다니까
무엇을, 언제, 어떻게 쾅!
(동재) 터트리느냐
(은수) 원수 꼭 갚겠습니다
황 검사님
칭찬 한마디 하면 입이 부르트냐?
(동재) 자기 수습 첫 승인...
아, 저거 선배가 말하는데 저, 씨...
아, 하여튼 저, 씨...
(은수) 데뷔전이 중요하다고 서 검사님께서 많이 케어해 주셨어요
증거가 워낙 확실하니까 어드바이스를 좀 받은 거뿐이에요
그런 거부터 배우지 마
이기면 되는 거 아니에요?
날조한 것도 아니고 이겼잖아요, 어쨌든
어쨌든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어두운 음악]
(진섭 처) 오빠!
- (진섭 처) 오빠 - (진섭) 여보! 여보!
- (진섭 처) 오빠, 잠깐만 - (진섭) 정은아! 여보, 여보
(진섭 처) 잠깐, 잠깐
(진섭) 민지야, 민지야!
이거 놔 봐, 놔 보라고! 놔 봐, 제발
[진섭 처가 부탁한다] 잠깐만 봐주세요, 잠깐만
[아기가 운다] 잠깐만요, 잠깐만, 잠깐만요
- 오빠, 오빠... - 여보, 민지야
(진섭) 아빠가 잘못했어
아빠가 잘못했다 아빠가, 아빠가...
- (진섭 처) 잠깐만요 - (진섭) 잠깐만요 [아기가 운다]
(진섭) 여보, 민지야
[진섭 처의 울음] (진섭 처) 오빠, 오빠
- 여보, 민지야! 민지야! - (진섭 처) 나 이제 어떡해
(진섭 처) 오빠 [진섭의 울음]
(진섭 처) [통곡하며] 오빠, 아, 어떡해
어떡해, 오빠, 오빠
오빠, 오빠, 오빠, 오빠
[울먹인다]
(무성 모) 보고 싶어요
[무성 모가 울먹인다] [차분한 음악]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내가, 내가 옆에 있었어야 됐는데
같이 가고 싶어
같이 갔었어야 했는데
(시목 모) 같이 가자, 시목아
[시목 모가 흐느낀다]
(시목 모) 엄마랑 죽자
나랑
너랑
그냥 같이...
(어린 시목) 엄마, 잘못했어, 엄마
다신 안 그럴게요, 엄마
[어린 시목의 울음]
[흐느끼며] 더는 못 하겠어
엄마...
(어린 시목) 엄마
미안해
미안해, 엄마
엄마
[무성 모가 흐느낀다]
[변호사의 한숨]
[변호사의 짜증 섞인 숨소리]
[변호사의 한숨]
(변호사) 아
아까 만난 사람은 친구예요?
예, 중학교 때요
(변호사) 예
[변호사의 한숨]
(창준)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더니
패물을 꽉 쥐고 있었네
이러니 도둑이 꼬이지
다 처분하고 마지막 남은 거였다고 합니다
가슴 아프네
그날 거기는 왜 갔나?
그 질문을 이제서야 하십니까?
(창준) 해 봐
(시목) 피해자 박무성은
부도를 막으려고 모든 인맥을 총동원했습니다
돈으로 쌓은 인맥이
돈과 함께 사라졌단 걸 곧 깨달았지
횡령죄만 피하면 다시 재기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겠죠
시건방진 패착이야
대한민국 검사를 자기 뒷배로 착각하다니
착각할 만하지 않았을까요?
[긴장되는 음악]
결론이 뭐야?
(시목) 결론은 이겁니다
제3의 인물에 의한
단순 강도 살인
제3의 인물이라
이거 뭐, 제2의 인물도 있다는 소리로 들리네?
입만 뻥끗하면 순식간에 생매장시킬 수 있는 거
차장한테 가서 꼭 전해
내가 입만 뻥끗하면 그 새끼 순식간에 생매장시킬 수 있어
협박당한 인물이 있었습니다
뿌린 대로 거두는 데 실패한 박무성이
접대와 뇌물
모든 상납의 증거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인물
그 제2의 인물을 함께 무너뜨리자고
박 사장이랑 손잡았어?
(창준) 부패한 동료들 싹 다 몰아내려고?
독야청청하시다는 우리 황 검사님께서?
썩은 데는 도려낼 수 있죠
그렇지만 아무리 도려내도
그 자리가 또다시 썩어가는 걸
전 8년을 매일같이 목도해 왔습니다
(시목) 대한민국 어디에도
왼손에 쥔 칼로 제 오른팔을 자를 집단은 없으니까요
기대하던 사람들만 다치죠
박 사장이 그러다가 다쳤다?
협박당한 인물이 전과자 사주해서 죽였다?
(창준) 황시목이 별거 아니네?
전엔 좀 반짝반짝하더니
남의 집 TV 고장 내고
전과자 출신 수리 기사 일부러 수배하고
[어두운 음악]
그렇게 허접한 건 그 인물 방식이 아니죠
그 인물 방식은 뭔데?
박무성이 이미 죽어 있었다는 강진섭의 주장
그거 사실일 수 있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진범은 따로 있고
그 진범이 박무성을 죽이고
접대 증거를 없애려고 했다고요
그래서 온 집 안을 뒤져놨으니 말마따나
패물이 바닥에 뒹굴었을 수도 있다고요
근데 그 가설을 보기 좋게 엿 먹인 게
다름 아닌 바로 너잖아
네, 그렇습니다
깔끔하게 해결했네
믿고 쓸 만해
(창준) 속 쓰릴 텐데
가서 해장국이나 한 그릇 해
[돈을 바스락 꺼낸다]
맛있게 먹겠습니다
박 사장이 직접 알려 줬어
(창준) 황시목이랑 손잡았다고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인물이니까
진짜 찌르기 전에 자기 문제 해결해 달라고
시목아
착각하지 마
널 믿어서가 아니야
나한테 보여 주려고 한 거야
그런데도 그날 거기 왜 갔냐고 물으신 건
제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궁금해서 아닙니까?
박무성이 차장님 협박한 거
순식간에 생매장시킬 수 있는 거
그게 뭔지
그걸 제가 알고 있는지
그래서?
(시목) 맛있게 먹겠습니다
[문이 탁 닫힌다]
아니, 이 동네엔 뭔 마가 씌었나
[코를 훌쩍인다] [괴로운 신음]
(여진) 아, 너무 불쌍하다, 아...
꽤 된 거 같은데
[집주인의 한숨]
(집주인) 우리 해피도 불쌍하지만
아, 우린 도망간 줄 알았거든요
근데 이런 짓 해 놓은 거 보면
개가 막 짖으니까 죽인 거 아닐까요?
도둑이 들었다가
도둑요?
(여진) 뭐 없어진 거 있어요?
다치신 분은요?
(집주인) 뭐, 들었다는 게 아니고
몇 달 전에 저 뒷집
사람 죽어 나갔잖아요
생각해 보니까 [어두운 음악]
우리 해피 없어진 게 그날 같아요
(여진) 잠깐...
잠시만요
(집주인) 아, 어떤 썩을 놈인지
요 쪼그만 게 짖으면 얼마나 짖는다고
아유, 우린 이렇게 된 줄도 모르고 도망쳤다고 했으니
아이고, 불쌍한 우리 해피
[여진의 힘겨운 신음]
[비닐을 바스락거린다]
[전화벨이 울린다]
[무전기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그래서 그걸 분석해 보시겠다고?
혹시 모르니까 확실하게 해 두려고요
줘요, 나 지금 국과수 가는 길이니까
아니에요, 제가 갈게요
아, 어차피 가는 길인데, 뭐
아니면 손수 가시든가
네, 그럼, 네
(여진) 부탁해요
감사합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쓱 소리가 들린다]
[멀어지는 발걸음]
[의미심장한 음악]
[발걸음 소리가 난다]
[엘리베이터 문이 스륵 닫힌다]
[통화 연결음] 예, 강진섭 신병 확보하십시오 지금 당장
혼자 두면 안 됩니다
(진섭) 너무 억울합니다
억울해서 미칠 것 같습니다
난 안 죽였어요
다 거짓말이고 다 사기입니다
난 무죄예요
(진섭) 세상 사람 다 몰라도
나는 압니다
나는 사람 안 죽였습니다
검사가 증거를 조작해서
저를 살인마로 둔갑시켰습니다
목에서 피가 나게 외쳤는데도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었어요
[울먹이며] 힘없고 백 없고 돈 없는 놈이니까
(진섭) 왜 내가 짓지도 않은 죄로 평생을 감옥에서 썩어야 합니까?
왜 내 자식이 살인범 자식이 되어야 합니까?
평생 아빠도 없이 놀림받고 무시당할 내 자식을 생각하면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가 없어요
(진섭) 나를 개돼지 취급한 검사라는 인간
(교도관) 36085!
(진섭) 날 모함하고 핍박한 검사를
나의 죽음으로 고발합니다
내 죽음으로써 주장합니다
난!
안 죽였어
(진섭 처) [울먹이며] 네가 죽였어
네가 우리 오빠 죽였어!
(시목) 무엇 때문에 그렇게 확신했을까
(분석원) 이런 것도 뭐, 조금만 어긋났으면 안 찍혔을 텐데
(여진) 내가 뭘 알아냈는지 정말 몰라도 돼요?
(시목) 자, 이제 내 차례 뭘 찾았습니까?
(여진) 증거, 검찰이 조작한 거죠?
(창준) 그건 어찌 돼 가나 흔적이라도 잡은 거야?
(동재) 곧 찾을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창준) 네가 겁 없이 나댄 폐단이 뭔지 이제 실감 나?
(시목) 혈흔 나온 데가 어디입니까?
(여진) 강진섭은 얼씬도 안 한 데
다른 놈이 묻혀서 옮긴 거예요
범인은 따로 있어요
(시목) 누구야,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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