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도 잘 부탁해 3
[서하] 잘 지냈어?
[떨리는 목소리로] 너무 오랜만에 왔지?
[살랑거리는 바람 소리]
전무님, 잠시만요
[지음] 참 예쁘죠?
고민 같은 거 다 날아갈 정도로 예쁘지 않나요?
무서운 기억이 떠오를 때
한없이 가라앉을 때
오늘 본 이 꽃들을 기억해 주세요
[반짝이는 효과음]
반지음 씨 배려는 참 일방적인 거 같아요
그래도
[지음] 전무님 표정이 아까보다는 좀 나아졌어요
그럼 된 거죠
반지음 씨는 참 이상한 사람입니다
[지음] 네, 처음엔 이상했다가 그게 계속 생각나고
그러고는 자꾸 신경 쓰이고
그러다가
좋아하게 되는 거죠
[서하] 그럴 일 없습니다
[잔잔한 음악]
[지음] 아, 예쁜 여자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시구나
아이, 그거참 아쉽네
[서하] 뭐 좋아해요?
[지음] 전무님이요
[서하] 식사 말입니다
[지음] 전무님이 좋아하시는 거요
[서하] 취향이란 게 없으신가 봐요?
[지음] 어…
제 취향은 전무님인데
전무님을 어떻게 할 수는 없으니까
전무님이 좋아하는 걸 먹겠다는 제 취향을
존중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반지음 씨는
제 스타일 아닙니다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시는데요?
저 연상 좋아합니다
- [탁 치는 소리] - [옅은 탄성]
저 나이보다 성숙하다는 소리 많이 들어요
[지음] 정신 연령으로 따져 주시면 안 될까요?
안 될까요?
이 의미 없는 대화 언제까지 할 건가요?
그래서 더 괜찮지 않나요?
오늘 같은 날은
[지음이 살짝 웃는다]
[차 문 여닫히는 소리]
[자동차 경적]
- [타이어 마찰음] - [긴장되는 음악]
- [무거운 효과음] - [삐 울리는 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와장창 깨지는 소리]
[요란한 자동차 경적]
[달칵 안전띠 푸는 소리]
[떨리는 숨소리]
- [차 문 열리는 소리] - [서하의 헐떡이는 숨소리]
[서하의 힘겨운 숨소리]
[서하의 고통스러운 신음]
[지음] 전무님, 괜찮아요, 응?
- 괜찮아요, 괜찮아 - [서하의 거친 숨소리]
- [서하의 힘겨운 신음] - 전무님
[서하의 힘겨운 숨소리]
[지음의 걱정스러운 소리]
[울리는 숨소리]
[주원] 서하야…
- [무거운 음악] - [무거운 효과음]
[서하의 후 내뱉는 숨소리]
[절단기 작동음]
- [어린 서하] 누나? - [울리는 말소리]
[울리는 거친 숨소리]
- [지음] 괜찮아요, 괜찮아 - [울리는 말소리]
[지음의 후후 내뱉는 소리]
- [서하의 힘겨운 숨소리] - 괜찮아
[오디오 작동음]
[구성진 음악이 흐른다]
[지음] 나의 죽음이
남겨진 사람들한테 이렇게 큰 족쇄가 되어 있을 줄
몰랐어
나야 뭐, 열아홉 번을 죽고 또 태어났잖아
[구성진 음악] ♪ 궂은비 내리는 날 ♪
♪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
♪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
♪ 짙은… ♪
[지음] 내 생각만 했지 나 아픈 생각
[계속되는 구성진 음악]
[기침]
[콜록거린다]
[거친 숨소리]
[어린 애경] 삼촌!
내가 주먹밥 만들라고 가져왔으니께 쫌만 기달려 봐
[어린 애경이 흥얼거린다]
[살짝 웃는다]
[함께 흥얼거린다]
[중호] 자, 애경아
[중호의 하 내뱉는 소리]
반주해 줄 테니께
크게 한번 불러 젖혀 봐
[어린 애경] 그럴까?
[중호] 애경아, 가자
[어린 애경이 흥얼거린다]
[어린 애경] ♪ 공 굴리며 좋아했지 ♪
- [흥겨운 아코디언 연주] - [중호의 탄성]
♪ 노래하면 즐거웠지 ♪
[중호] 잘한다!
♪ 흰 분칠에 빨간 코로 ♪
[어린 애경] ♪ 사랑 얘기 들려주었지 ♪
- ♪ 죽어도 ♪ - [중호] 잘하네!
[어린 애경] ♪ 변치 말자 ♪
- ♪ 언약했었지 ♪ - [중호의 추임새]
[웃음]
[석유풍로 조작음]
삼촌, 일어나
삼촌, 죽었어?
[애잔한 음악]
[중호의 옅은 웃음]
가시나
아직 아니여
[한숨]
삼촌, 이거 고생해서 끓인 거니께
이거 먹고 죽어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디야
[중호가 살짝 웃는다]
[힘주는 숨소리]
[어린 애경] 삼촌 없으믄 난 아무것도 없응께
이거 많이 먹고 오래오래 살어, 응?
애경아
삼촌 없어도
애경이는 혼자가 아니여
[울먹이는 숨소리]
[중호] 얼매나 걸릴지 몰라도
삼촌이 꼭
다시 태어나서
[울먹이며] 우리 애경이
지켜 주러 올 테니께
씩씩허게
기다릴 수 있지?
[어린 애경] 응
[어린 애경의 울음]
[흐느낀다]
[쏴 내리는 빗소리]
- [쓴 숨을 내뱉는다] - [지음] 애경아
넌 어떻게 살았던 거야?
뭣을 어떻게 살어?
그냥저냥 살았제
[지음] 너 그때 열 살 때쯤이었고
부모님도 없이 나까지 죽었으니까…
[애경의 한숨]
애경아
잘 버티고 살아 줘서
고맙다
[탁 맞잡는 소리]
내가 더 고맙제
[울먹이며] 이라고 삼촌이 내 앞에 나타나 줘서 고맙고
[부드러운 음악]
이라고 이쁘게 커 줘서 고맙고잉
[애경] 앞으로도 사고 없이 무탈허게
이라고 사는 거
나는 그거 하나 보고 살어
아따, 우리 애경이 많이 컸네
[웃음]
아따, 그 얼굴로 할 소린 아닌 거 같은디?
[함께 웃는다]
[지음] 아이고
일로 와 봐 삼촌이 한번 안아 줄게
[애경] 아따, 남사스럽구로, 뭐여?
[지음] 남사스럽기는? 한번 안아 보자
- [애경의 웃음] - 파고들어, 얼른
- [애경] 아, 참말로 - [지음의 웃음]
[훌쩍인다]
[지음] 아이고, 우리 애경이
- [꼬르륵거리는 소리] - [애경] 오메
뭔 소리여, 이게?
[함께 웃는다]
내가 오늘 아무것도 못 먹었어
생일인데 둘이 아무것도 안 먹었어?
생일?
오메, 우짜쓰까잉
왜?
오늘이 윤주원이 기일이믄
서하는?
서하 생일 아니여!
[놀란 숨소리]
[애경의 한숨]
[주원] 서하야
서하 생일날 누나가 놀이공원 같이 가 줄까?
- [어린 서하] 진짜? - [주원] 응, 진짜
진짜 같이 가는 거다? 약속해
[주원이 피식 웃으며] 알았어 약속할게
[주원] 내가 엄마의 빈자리까지 채워 줄 순 없어
그치만 니가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내가 옆에 있어 줄게
다시
만나러 올게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천둥소리]
[애잔한 피아노 연주]
[주원] 이 곡은 일제 강점기에
어떤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쓴 노래인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어
[어린 서하] 근데 누나는 이걸 어떻게 알아?
[주원] 이 곡을 만든 사람이 나니까
- [어린 서하의 헛웃음] - [주원의 웃음]
[어린 서하] 나 이제 그런 거 안 속거든?
잘 외워 뒀다가 누군가가 그리울 때 쳐 봐
기분이 한결 나아질 거야
[계속되는 애잔한 피아노 연주]
[후 부는 소리]
[가사 도우미] 생일 축하합니다 도련님
[훌쩍인다]
[서하] 매번 생일 초를 끌 때마다
- [후 부는 소리] - 누나의 숨결이 꺼져 가던
[후 부는 소리]
그 순간이 떠올랐다
내 생일은
늘 누나의 죽음과 함께 있었다
- [무거운 효과음] - [먹먹한 말소리]
[피아노 연주가 멈춘다]
[탁 닫는 소리]
[초인종 소리]
[초인종 소리]
[한숨]
[초인종 소리]
[도어 록 작동음]
[서하] 반지음 씨?
- [부드러운 음악] - 전무님
무슨 일이시죠?
가장 중요했던 건데
못 했던 말이 있어요
반지음 씨, 대체…
[지음] 왜, 생일날 고백받으면 기억에 오래 남잖아요
[지음] 서하야, 이제 생일엔 이것만 기억해 줘
좋아해요
[감성적인 음악]
[어린 서하] 나 좋아해?
[반짝이는 효과음]
[주원이 작게] 그건 다음 니 생일날 대답해 줄게
[지음] 인생을 살다 보면 타이밍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게 오늘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 놓치면 안 되는
좋아해요
[도어 록 작동음]
[초원] 하 비서님 오기로 했어요?
[서하] 들어가 있어요
[문 닫히는 소리]
손님이 계셔서요
조심히 가세요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 닫히는 소리]
[지음] 초원이가 왜…
- [물소리] - [달그락거리는 소리]
뭐 하는 거예요?
아, 접시가 없어서
생일 지나기 전에 촛불 불어요
[한숨]
[물소리가 멈춘다]
[서하] 고무장갑 벗고 5분 아니, 3분 내로 가요
[초원의 한숨]
난 오빠가 진짜 이해가 안 돼
이해해 달라고 한 적 없어
진짜진짜 이해가 안 돼 진짜 안 돼
[초원]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겠어, 정말
귀국하면 연락하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소문으로 듣게 하고
연락을 아무리 해도 받지도 않고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되는 건데?
- 나 생일 안 챙… - [초원] 안 챙기는 거 알아요
[목멘 소리로] 아는데
아니까 더 이러는 거 그거 진짜 모르겠어요?
윤초원이랑 문서하는 달라
각자 다른 시간을 견디고 있는 거라고
[초원] 다르다는 것도 알겠고
오빠가 나보다 더 힘들다는 것도
인정해
근데
[한숨]
아, 적당히 좀 해요 지긋지긋해, 정말
[초원의 한숨]
이런 말은 진짜 안 하려고 했는데…
나 진짜진짜 너무 속상해
[초원의 짜증 섞인 소리]
[서하의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 [지음의 한숨] - [문소리]
[다가오는 발소리]
[초원] 아직 안 가셨네요?
서하 오빠 집에는 무슨 일로 오셨던 거예요?
이거 드세요
[지음] 아니, 이걸 왜 저한테…
[초원] 만드는 데 4시간 걸렸는데 아까워서요
맛있을 거예요
혹시 문서하 전무님 좋아하세요?
[흥미로운 음악]
그걸 제가 왜 말해야 되죠?
저는 좋아하거든요, 문서하 전무님
[초원] 제가 좋다고 하면요?
그럼 포기하실 건가요?
[문소리]
으째 그라고 온대?
[애경] 오메
초원이랑 같이 있더라고
[애경] 초원…
그 여동생?
아무래도 초원이가 서하를 좋아하는 거 같아
오메, 어째쓰까잉
[애경] 그라믄 동생이랑…
으메, 안 되겄다
이참에 말해 불어
'내가 니 언니다' '내가 먼저 좋아했다'
자매끼리 쌈박질 나는 거보다 낫제
[지음] 괜히 말해서 좋을 거 없어 혼란스럽기만 하고
- 아휴 - [지음의 한숨]
환생 텀 짧으면 이게 문제다
[지음] 아, 복잡하게 됐다
- [지음의 한숨] - '환생 텀' 그것이 뭔디?
[지음] 음…
뭐, 그때그때마다 다르긴 한데
이번처럼 죽는 즉시 다시 태어나는 경우는 드물었지
[의미심장한 음악]
그라믄 이번에는 으째 그랬던 건디?
이번 같은 경우는
제명에 살지 못했을 때
타살이었을 가능성?
[남자의 힘겨운 소리]
[남자의 컥컥대는 소리]
[남자의 기침]
[남자의 컥컥대는 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쿵쿵 두드리는 소리]
[남자의 거친 소리]
[쿵쿵 두드리는 소리]
[남자] 동우야! 야, 인마!
[동우] 아, 진짜 문 부서지겠네, 씨
- [남자가 소리친다] - [쿵 두드리는 소리]
[달칵 잠금장치 여는 소리]
[걸걸한 기침 소리]
아이씨
아, 왜 왔어?
[취한 말투로] 싸가지 없는 놈의 새끼가
아버지한테 말하는 꼬라지하고는
[학수] 누나는?
뭔 소리 하는 거야? 내가 누나가 어디 있는데?
[학수] 지음이, 그거 어디 있냐고
[동우] 아, 지음이가 왜 누나야?
신발도 벗고, 좀! 씨
누나 아니야?
아버지가 헷갈린 걸 갖고
어디 아버지한테 성깔이야 이 새끼
[탁 내던지는 소리]
아, 진짜, 미치겠네, 씨…
- [학수] 에… - [동우] 아니, 왜 왔는데?
[학수] 가방 열어 봐
가방 열어 봐
[동우의 한숨]
여기 통닭 사 왔다 식기 전에 처먹어라
너 그, 라면 하나 끓여 오고
지음이 그거 연락처 좀 다오
- [탁 내던지는 소리] - [동우] 아, 몰라! 씨
[학수] 저 새끼가, 저, 저!
[학수의 신음]
[새소리]
[한숨]
- [산뜻한 음악] - [탁 자르는 소리]
[탁 자르는 소리]
[지음] 참 예쁘죠?
[부드러운 음악]
[지음] 왜, 생일날 고백받으면 기억에 오래 남잖아요
좋아해요
[산뜻한 음악]
[도윤] 네, 제가 지금 바로 갈게요, 네
나 재무 팀 바로 들렀다 가야겠다 나 먼저 간다
[서하] 어
[차 문 열리는 소리]
- [지음] 전무님 - [고조되는 음악]
- [반짝이는 효과음] - [강조되는 발소리]
[잔잔한 음악]
- [지음] 좋아해요 - [울리는 말소리]
[지음] 어?
지금 어제 생각 하셨죠?
아닌데요?
[서하] 어제는 빗길에 잘 들어갔죠?
음, 어제 그때는 비가 그쳤었는데?
[흥미로운 음악]
아, 예, 그쳤죠, 예
[지음] 어제는 제가 진도를 많이 나갔죠?
약할 때 훅 치고 들어가는 건 좀 비겁했어요
당황하셨다면 깔끔하게 사과드리겠습니다
[서하] 어제는
고마웠어요
혹시 고백이 고마우신 건가요?
[어이없는 숨소리]
같이 가요, 전무님
[전화벨 소리]
- [수화기 드는 소리] - [사장] 네
아, 네, 잠시만요
에밀리 윤, 전화 왔어요
[차분한 음악]
[헛기침]
[차분하게] 여보세요
[도윤] 에밀리 윤 씨 맞으신가요?
네
MI 호텔 전략 기획 팀 하도윤입니다
[도윤] 조경업체 선정 건으로 미팅하고 싶어서 연락드렸었는데
혹시 내일 시간 괜찮으신가요?
네, 괜찮습니다
자세한 일정은 제가 문자로 남겨 드리겠습니다
- [밝은 음악이 흐른다] - 하나는 미트 추가해 주세요
[점원] 네
- [수화기 놓는 소리] - [기쁜 숨소리]
[사장] 근데 왜 초원 씨라 안 밝히고?
[초원] 아… [웃음]
피하는데 가까이 다가가고는 싶고
무리수인 건 알지만 일단 시도는 해 보는 거예요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서요
[옅은 웃음]
[도윤] 조경업체 최종 후보들 연락됐고
- [흥겨운 음악이 흐른다] - 미팅은 내일 하기로 했어
[서하] 재무 팀은?
리모델링 예산 신청한 거 승인 안 났어
[한숨]
원래 안 될 줄은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움직이네? 장 대표
[도윤] 바로 예산 진행해야 될 것들이 좀 있는데
보류할까?
진행해
어떻게든 한다, 내가
[서하] 먹어, 일단 니 건 특별히 미트 추가했다
고맙다
[서하] 맛있지?
[도윤] 괜찮네
근데 너 회장님 뒀다가 뭐 하냐?
부탁이라도 좀 해 보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겨 뒀다가 쓸 거야
부탁이 아니라 협상으로
잘난 척은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엘리베이터 문 닫히는 소리]
[탁 공 치는 소리]
[흥겨운 음악이 흐른다]
[탁 공 치는 소리]
[서하] 오, 굿 샷!
[상혁] 어, 왔어?
[서하] 아니, 무슨 점심시간에도 운동을 하세요?
[상혁] 아이, 너 장타 친다면서?
삼촌이 너랑 한판 붙으려면 이렇게 연습을 해야지
- [서하의 탄성] - 어때, 괜찮아?
[서하] 볼까요? 어유, 자세도 좋고 비거리도 좋은데
[쓰읍 들이켜며] 근데 연습을 좀 더 하셔야겠는데
[상혁] 좋아, 빨리 한판 붙어
[서하의 웃음]
아니, 생일날 뭐 좀 챙겨 먹었어?
[서하] 안 챙기는 거 아시잖아요
[상혁] 아, 뭐 대단한 게 아니라
밥이라도 한 끼 먹이려고 그러지
뻔히 너 혼자 있는 거 아는데
뭐, 혼자는 아니었어요
아이고
- 삼촌 소원이 - [툭 치는 소리]
니 생일에 웃는 거예요
호텔 때문에 웃을 일이 없습니다, 삼촌
자금 때문이지?
[서하가 살짝 웃는다]
[사각거리는 소리]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어, 아직이야?
[서하] 어, 이제 곧 만나
[도윤] 어, 그럼 기다려
[서하] 됐어, 알아서 갈게
기다리세요, 전무님아
[리드미컬한 음악이 흐른다]
- [상혁] 아, 오셨습니까? - [남자1] 어서 오세요, 이 이사
- [상혁] 잘 지내셨죠? [웃음] - [남자1] 오랜만입니다
- [상혁] 오랜만입니다 - [남자2] 예, 안녕하세요
[상혁] 말씀드린 제 외조카
이번에 귀국해서 MI 호텔 전무로 갔어요
[상혁의 웃음]
[서하] 처음 뵙겠습니다 문서하입니다
[남자1] 반갑습니다
[사람들] 짠
- [쨍 부딪는 소리] - [사람들의 웃음]
[지석] 야, 하도윤
니가 여기 어쩐 일이냐?
서하는?
[도윤] 야, 이지석
인사나 하고 가 내 친구들 소개시켜 줄게
[도윤] 내놔
- [두런거리는 소리] - [지석] 아이, 와
야, 하도윤, 하도윤, 알지?
[사람들의 의아한 소리]
아, 그, 서하 비서, 동창
[남자의 호응]
- 내놔 - [지석] 그러고 보니까
학교 다닐 때도 니가 날 종종 그렇게 째려봤었지?
검사 돼서 날 빵에 넣는다고 했던가?
- [사람들의 웃음] - [어두운 음악]
[여자1] 이 오빠 아버지는 뭐 하시는 분인데?
[지석] 뭐 하시긴 뭘 뭐 하셔 그냥 일반 서민이지
아, 일찍 돌아가셨을걸?
[여자1] 아…
[지석] 얘 우리 학교 근로 장학생…
- [지석의 비명] - [사람들의 놀란 소리]
[지석의 한숨]
[남자] 신경 쓰지 마, 마셔, 마셔
[쾅 밟는 소리]
[긴장되는 음악]
[지석] 뭐야? 문서하 너도 있었어?
[서하] 오랜만이다?
[지석] 오랜만이다, 너도 앉아
[서하] 비싼 거 마시네?
아깝다, 쓰레기통에 버리기엔
- [사람들의 놀란 소리] - [지석] 아! 야, 이씨…
- [지석이 씩씩거린다] - [쟁그랑 놓는 소리]
이 새끼가 돌았나! 씨
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여?
[지석] 내가 모르는 건 뭔데?
야,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씨
이 새끼!
[여자2의 비명]
- 야! [힘주는 소리] - [사람들의 놀란 소리]
[도윤] 문서하
[지석의 거친 숨소리]
[서하] 인간이면 척이라도 좀 하고 살아
부모님은
그렇게 입에 올리는 거 아니야
[지석의 어이없는 숨소리]
[서하] 도윤아
하도윤!
대답 안 할 거야?
하도윤!
하 비서님
화났어?
[도윤] 야, 너 내가 그렇게까지 하지 말랬지?
- 에이 - [툭 치는 소리]
[헛웃음]
아, 자금 문제는?
될 거 같기도?
[서하] 한국은행이랑 투자사 대표 만났어
[헛웃음]
아이, 뭐, 뭐, 그건 잘하셨네
[살짝 웃는다]
식사는 잡쉈어?
됐어, 나 집 가서 먹을 거야
[서하] 야, 같이 먹어
나 오늘 체하는 줄 알았어
[도윤] 도진이 기다리는데
[서하] 그럼 같이 먹으면 되겠네, 가자
[도윤의 어이없는 웃음]
[요란한 자동차 경적]
[의미심장한 음악]
[멀어지는 발소리]
[서하] 감사합니다
[차분한 음악]
[아랍어로] 네 그럼 그렇게 진행해 주세요
[고풍스러운 음악]
[지음] 아니요 저희가 더 감사하죠
네, 수고하세요
- [문소리] - [수화기 놓는 소리]
[한국어로] 어?
일찍 나오셨네요?
[서하] 아
혹시 로비에 있는 꽃 반지음 씨가 하신 겁니까?
아니요 저 들어올 때부터 있던데요?
[서하] 구하기 힘든 꽃인데 어떻게…
[지음] 무슨 꽃인데요?
글라디올러스라고
사랑했던 사람이 아끼던 꽃이에요
[지음] 사랑했던 사람이 또 있었어?
[노크 소리]
[문소리]
[초원의 힘주는 소리]
[살짝 웃는다]
[도윤] 아니, 윤초원 씨가 왜 여기…
안녕하세요
조경 담당 건으로 미팅하러 온 에밀리 윤입니다
실례하겠습니다
[서하] 하 비서님, 저 좀 보시죠
[도윤] 네
- [차분한 음악] - [문소리]
[서하] 확인도 안 하고 미팅을 잡은 거야?
초원이 보기 힘들다고 했지?
[도윤] 아, 그게 아니라 이름이 에밀리 윤으로…
[서하] 내가 못 하니까 부탁한 거잖아
초원이는 아직…
[서하의 한숨]
[도윤] 미안하다
[당황한 소리]
실례했습니다
[문소리]
[떨리는 숨소리]
[울먹이는 숨소리]
[초원의 숨 고르는 소리]
[초원이 훌쩍인다]
[초원의 한숨]
[초원의 떨리는 숨소리]
[지음] 윤초원 씨
마음 안 쓰셔도 돼요
저 의외로 씩씩해요
짐 좀 들어 드릴게요
[초원] 아, 괜찮아요
이번 일은 제가 경솔했어요
[아련한 음악]
그냥
'오빠들이 이끌고 싶어 하는 이 호텔에'
'나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싶었던 마음
그것뿐이었어요
그 말 좀 전해 주실래요?
[지음] 우리 초원이
[지음의 한숨]
나 이러면 안 되는데…
[지음] 초원 씨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 되세요?
왜요?
[지음] 근데 그거 하나만은 분명했어
다시 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
[주원의 말소리]
- [어린 초원이 소리친다] - [주원의 웃음]
[주원] 윤초원
- [웃으며] 이게 뭐야 - [어린 초원의 웃음]
[주원] 등에 있는데, 얼굴이?
'아'
뭐지?
[어린 초원] 초원이 땅콩 만들었다?
[웃음]
[어린 초원] 언니!
언니, 나랑 서하 오빠랑 둘이 물에 빠지면
누구 구해 줄 거야?
[웃음]
초원이는 누구부터 구해 줄 건데?
언니는 수영 잘하잖아
서하 오빠도 수영 엄청 엄청 엄청 잘하는데?
서하 오빠는 엄마도 없고 불쌍하잖아
[놀란 숨소리]
아이고, 언니는 물에 빠져 죽게 생겼네
[주원] 아이고
[주원이 우는 시늉을 한다]
[시원한 숨소리]
[초원] 지음 씨도 그래요?
'내일부턴 안 그래야지' 하는데 막상 보면 또 막 좋고?
[피식 웃는다]
네, 그래요
남들이 막 차갑다 그러면
나만 아는 따뜻한 얼굴 생각나서
속으로는 자부심 느끼고?
네
사실은 엄청 덤벙대고 겁 많다는 것도 알고요
맞아요
꼼꼼한 척해도 의외로 허술하잖아요
[초원의 옅은 웃음]
윤초원 씨는
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요?
[초원] 음, 글쎄요
누굴 좋아하게 되면 그냥 모든 게 다 좋지 않나요?
아…
그렇긴 하죠
[초원] 첫눈에 반한다는 말 믿어요?
저는요, 안 믿었거든요?
근데 그게 진짜 되더라고요
첫눈에 강렬하게 사로잡히는 그 기분
[흥미로운 음악]
[지음] 첫 만남이 그렇게 강렬했었나?
[익살스러운 효과음]
오빠, 안녕?
[뻐꾸기 울음 효과음]
[어린 서하] 안녕
[초원] 사람들은
오빠가 남들 무시한다고 흉보지만
난 알아요
사실 누굴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럴 여력도 전혀 없는 사람이구나'
[지음] 그렇긴 하지
[흥미로운 음악]
[초원] 무감해 보여도
사실 가계부 엄청 꼼꼼하게 쓰는 살림꾼이고요
동생 잘 챙겨 먹이는 거 좋아해서 요리가 취미고요
동생?
[초원] 아, 오빠 운전도 엄청 잘하는 거 알죠?
[지음] 운전?
- [지음] 잠깐, 잠, 잠깐만요 - [짤랑거리는 효과음]
호, 혹시 지금
하 비서님 얘기 하시는 거예요?
[웃음]
맞아요
- [부드러운 음악] - [초원] 아무리 차갑게 굴어도
난 그 사람이 얼마나 따뜻한지 알거든요
나만 아는 표정이 있어요
나만 아는 눈빛, 나만 아는 목소리
그럼 좋아한다는 사람이
하 비서님이었던 거예요?
[초원] 네
[함께 웃는다]
제가 서하 오빠 좋아한다고 하면 포기하려고 했어요?
[지음] 음…
그건 아니지만 엄청 심란할 뻔했어요
[한숨]
저 진짜 좋아했거든요
[초원] 다들 갑자기 유학 가는 바람에 한참 못 보다가
다시 보니까 옛날 생각도 나고
자꾸 궁금해지고
아휴
하 비서님 많이 좋아하시는구나?
아직 그런가 봐요
[웃음]
좋을 때네요, 두 사람
[살짝 웃는다]
[초원] 좋긴요, 힘들어 죽겠는데
[지음의 웃음]
[후 내뱉는 소리]
근데 지음 씨야말로 힘들겠네요
[지음] 제가 왜요?
[초원] 서하 오빠한테는
넘기 힘든 큰 산이 있거든요
문서하 첫사랑이자 지음 씨 라이벌
[아련한 음악]
윤주원
[서하]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되는 건데?
- 나 생일 안 챙… - [초원] 안 챙기는 거 알아요
[목멘 소리로] 아는데
아니까 더 이러는 거 그거 진짜 모르겠어요?
[서하] 윤초원이랑 문서하는 달라
각자 다른 시간을 견디고 있는 거라고
[휴대전화 진동음]
- [도윤] 어 - [서하] 뭐 해?
그냥 있어
[서하] 아…
[도윤] 왜?
그냥, 잠깐 볼까 하고
[도윤] 퇴근한 지 얼마 안 됐습니다, 전무님아
[서하] 그치
- [가스레인지 조작음] - 고민되면 그냥 해
[서하] 뭔 줄 알고?
[도윤] 아까 그래 놓고
초원 씨 마음에 걸려서 그러는 거 아니야, 너
그것도 그렇고, 뭐…
그래, 쉬어라
[도윤] 어
- 도진아, 가지고 와 - [도진] 어
[도윤] 내년부턴 납골당이나 간단히 다녀오자
[도진] 왜 갑자기?
같이 바람이나 쐬고 오면 좋잖아
[차분한 음악]
[한숨]
[어린 도진] 나가자, 형, 나가자
나가, 나가자, 나가서 놀자
[사람들의 울음소리]
[어린 초원이 울며] 언니!
[유선, 어린 초원의 울음]
언니!
주원이 언니, 언니!
[유선, 어린 초원의 울음]
언니, 언니
[계속되는 울음소리]
언니, 주원이 언니
[시끌시끌한 소리]
[서하] 저기
부탁 하나만 하자
뭐?
[서하] 이따 학교 끝나면
연주중학교 교복 입은 애가 교문 앞에 있을 거거든
이것 좀 대신 전해 줘
이름은 윤초원이야
왜 그래야 되는데?
기다리는데 비까지 오면 걔 기분이 안 좋을 거 같아서
그렇게 걱정되면 니가 직접 갖다주지?
[도윤] 너 내 이름은 알아?
그러는 넌 내 이름 알아?
알아, 문서하잖아
나도 알아, 하도윤
[감성적인 음악]
[도윤] 이거 써요
[초원] 저기요!
저
첫눈에 반한 거 같아요
[초원] 우리 언니예요
우리 언니 진짜 이쁘죠?
엄마 말로는
이쁜 것뿐만 아니라 못하는 게 없었대요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 언니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사람
모르는 게 없는 사람이었어요
잘 먹어야 한다는 것도 씩씩해야 한다는 것도
전부 언니가 알려 준 건데
언니가 떠나고
세상이 너무 조용해졌어요
[하 내뱉는 소리]
[초원이 살짝 웃는다]
[계속되는 감성적인 음악]
[의미심장한 음악]
[풀벌레 울음]
[차분한 음악]
[잔잔한 음악]
[지음] 인생을 살다 보면 타이밍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게 오늘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 놓치면 안 되는
[지음] 아유
- 초원 씨, 조심조심, 머리 조심 - [초원의 술 취한 소리]
읏차
감사합니다
- 어, 손 조심해요 - [초원] 감사합니다
[지음] 어떻게, 일단 앉을까요? 일단 앉을까요?
- [초원] 어디, 어디? - [지음] 조심, 일단, 옳지
- 옳지, 조심조심, 조심조심 - [초원의 술 취한 소리]
잠깐만 있어요
[초원의 술 취한 소리]
[초인종 소리]
[달칵거리는 소리]
- [여자] 누구세요? - [잔잔한 음악]
[초원의 술 취한 소리]
[지음] 초원 씨, 괜찮아요?
- [초원의 웃음] - 아이구
이기지도 못할 술을, 응? [웃음]
[여자] 누구 왔어?
[초원] 응? 어디 가?
어?
- [여자] 초원아 - [문 닫히는 소리]
[초원] 어? [웃음]
뭐 하다 이렇게 떡이 됐어? 아유
[유선] 아유, 문어야, 뭐야?
똑바로 못 서? 아유
- 윤초원, 정신 차려 - [초원의 아파하는 신음]
[초원이 칭얼대며] 아프잖아!
[유선] 아프라고 때리지, 이것아
아휴, 니네 집에 안 가고 왜 일로 왔어?
[초원의 옅은 웃음]
[초원] 우리 엄마 이쁘다 [웃음]
[유선] 뭐 하는 놈이랑 마신 거야?
[초원] 아, 남자 아니야 여자랑 마셨어
[유선] 아유 이왕 이렇게 마실 거면
- 남자랑 마셨어야지 - [초원의 웃음]
- [피식 웃는다] - 결혼 안 할 거야?
조유선 여사님
여전하시네
[초원] 어? 쓰읍 혼자 갈 수 있어, 나
[유선이 피식 웃는다]
[당황한 숨소리]
[옅은 헛기침]
[유선] 아가씨
여기서 뭐 하세요?
- 아… - [유선] 아, 혹시
우리 초원이 데려다준 분이세요?
아니요, 저는 그냥 지나가다가…
[지음] 죄송합니다
[유선] 아가씨 혹시
저번에도 여기 한참 서 있지 않았어요?
[애잔한 음악]
'조유선 여사님 여전하시네'
아까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너…
너 혹시…
우리 주원이니?
너 주원이 맞지?
[유선의 울먹이는 소리]
만에 하나 죽는다고 해도
다시 태어나서 엄마 보러 올 거니까
슬퍼하지 말고 잘 살고 있으면 된다고
니가 그때 그래서
엄마는 너 계속 기다렸어
[유선이 흐느낀다]
주원아
주원아
엄마
- 주원아 - [지음이 울며] 엄마, 엄마
[유선] 주원아
엄마, 엄마, 엄마, 봐 봐
[흐느낀다]
[지음] 엄마…
- [유선] 주원아 - [지음]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유선] 주원아…
[애잔한 음악]
[지음이 훌쩍인다]
[지음] 엄마…
[지음이 흐느낀다]
엄마…
엄마… [울음]
[지음의 울음 섞인 웃음]
엄마, 엄마
[서하] 이봐요
반지음 씨
서하야
[감성적인 음악]
[주원] 서하야
다음에도 이파리를 세고 싶은 기분이 들 때
[주원] 누나한테 전화해 줄래?
[어린 서하] 왜?
누나가 와서 안아 줄게
왜?
그냥
니 옆에 있어 주고 싶어서
[서하] 누나?
[밝은 음악]
[서하] 정신 차려
[지음] 저랑 한번 사귀어 보실래요? 좋아해요
[서하] 옆에 없어도 있고 있어도 있고
- [지음] 윤주원이 아니라 - [딸랑거리는 효과음]
- 반지음으로 다시 가야겠어 - [남자의 말소리]
- [남자의 아파하는 신음] - [서하] 뭐 하는 겁니까, 지금?
[동우] 아이, 놔! 씨, 오…
[지음] 술 연인은 어떠세요?
- 친구 놉, 연인, 오케이? - [서하의 어이없는 숨소리]
[초원] 하 비서님, 애인 있으세요?
저랑 해요, 소개팅
[도윤] 이상한 길로 빠진다는 게 어떤 길인데?
[서하] 입덕
아휴, 나 진짜 미쳤나 보다, 진짜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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