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퀸 7
<메이퀸> 7부
병원 중환자실 (낮)
해주 가려는데, 해주의 손을 놓지 않는 홍철.
뭔가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인다.
해주, 홍철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댄다.
홍철 (힘겹게) 미안혀.
해주 뭐가 미안혀요? 나가 미안허지.
홍철 너한티... 잘 해주고 싶었는디... 너 잘 살게 해주고 싶었는디..
해주 (울컥해) 아부지.. 힘드신께 말하지 마셔라.
홍철 ... 니 엄니...
해주 엄니 모셔 올게라?
홍철 (힘겹게 고개 젓고는) 니 엄니는.... (말하려는데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해주 아부지!
하는데, 문 벌컥 열고 들어오는 금희. 놀라보는 해주.
금희 바라보는 홍철. 뭔가 말하려다가 말이 나오지 않자,
간절한 눈으로 손가락 들고 해주 가리키다가, 힘없이 손 떨어진다.
뒤이어 고개 떨구는 홍철. 놀라 보는 해주.
해주 아부지! 아부지!
홍철 (감은 눈에 한줄기 눈물이 흐르고 숨을 거뒀다)
해주 아부지! 어째 이러셔라! 눈 떠 보셔라! 아부지, 지 말 안 들려라?
눈 뜨랑께요! (울음 터지며) 아부지! 안 돼요... 아부지! 아부지!
이러지 마셔라! 제발 이러지 마시고 일어나랑께요!
홍철 흔들며 우는 해주. 그 모습 멍하니 보는 금희.
동, 중환자실 앞 (낮)
나오는 금희. 안에서 연신 “ 아버지”를 부르는 해주의 울음소리 들린다.
서 있는 기출과 창희, 인화.
인화 (금희 보며) 엄마...
금희 (길게 한숨 쉬고는) 창희야. 다른 식구들 어딨는지 좀 찾아봐.
창희 예.. (하고 가면)
금희 애들도 어리고 엄마도 임산부던데...
박 집사님이 장례식 준비 좀 해줘야겠네요...
기출 (여전히 멍하니 있고)
금희 박 집사님! 내 말 듣고 있어요?
기출 (멈칫) 예? 예...
병원 장례식장 안 (낮)
떨리는 손으로 홍철의 영정사진을 놓는 기출. 그 앞에 향을 피운다.
아직 상복도 입지 않는 달순이, 실감이 안 가는 멍한 얼굴로 앉아 있고, 상태와 영주가 그 옆에서 울고 있다.
달순 어제까지 멀쩡하게 돌아다니더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이사 가자더니 혼자 저 세상 가 버리면 어떡해...
울산에 오는 게 아니었는데... 돈 벌어 호강시켜준다더니, 이게 뭐야?
얘들이나 적나.. 우리는 어찌 살라고... (하고 울면)
기출 (멍한 얼굴로 우는 상태와 어린 영주 보고)
달순 이렇게 갈 줄 알았으면 잘 해 줄 걸... 허구한 날 볶아 댔으니...
아이고~ 상태 아버지. 이 매정한 인간아. 배속에 이 아이는 어떡해?
줄줄이 빚은 또 어떡해? 아이고~ 이 망할 인간아....
기출, 비실비실 나가다가 쓰러질 듯 벽을 짚는다.
장례식장 바깥 일각 (낮)
해주, 울음도 나오지 않는지, 멍한 얼굴로 앉아있고.
그 옆에 앉아있는 창희와 인화.
창희 이제 좀 괜찮아?
해주 ...
창희 교통사고였다면서? 어쩌다 그렇게 되신 거야?
그 말에 왈칵 눈물 차오르는 해주. 소리 내 엉엉 운다.
창희 (당황) 해주야.
인화 (글썽해) 울지 마.
해주 (엉엉 울며) 아부지.. 미안혀라. 아부지~ 아부지~
창희 (어쩔 줄 몰라 하는데)
해주 미안혀라, 아부지... 지 땜시...지 땜시... 미안혀요.. 아부지~
아프게 보다가 해주의 어깨를 감싸 안아주는 창희.
그 가슴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우는 해주.
인화, 그 모습 보고 일어서려다가 멈칫 발견한다.
굳은 얼굴로 걸어오는 강산.
인화 (일어나며) 산이 오빠...
강산 해주야...
강산, 다가가려는데, 그 팔을 잡는 인화. 울게 놔두라고 고개 젓는다.
강산, 창희 품에서 오열하는 해주를 아프게 보는데,
장례식장에서 나오던 기출. 창희와 해주 모습 보고 굳어지는데서.
도현 집무실 (밤)
고개 들며 기출 보는 도현.
도현 죽었다고?
기출 ... 예.
도현 (빤히 보는데)
기출 (시선 피하며) 뺑소니 사고였다고 합니다. 범인도 아직 못 잡고...
도현 돈은 줬어?
기출 (멈칫) 예? 예..
도현 그래. 잘 됐군. 나쁜 놈들은 천벌을 받는 거야.
아이 죽여 놓고 돈까지 뜯으려고 하니 그 꼴이 되지.
양아치다운 결말이야.
기출 ...
도현 근데 아직 끝난 건 아니지. 그 노란색 옷 찾아와.
기출 (멈칫 보면)
도현 혹시 모를 후환은 없애야지. 안 그래?
기출, 말 못하고 보는데 E 노크소리.
도현 (보고) 들어와.
최비서 (들어와서) 회장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도현 뭐야?
최비서 (기출 힐끗 보고는) 어제 밤, 배 밭에서 작업하던 사람들이,
현장에서 들켰답니다.
도현 뭐라고? 누구한테!
최비서 그건... 모르겠습니다. 밤중에 남녀 두 사람이 덥쳤답니다.
도현 (보다가, 얼굴 굳어지며) 윤정우야!
화난 듯 책상 위의 종이뭉치들 집어 던지는 도현. 말없이 보는 기출.
장례식장 (저녁)
홍철의 영정 사진 앞에 절하는 정우.
착잡하게 보다가 상복 입은 상태와 맞절한다.
그 옆에 영주를 안은 달순이 넋 나간 듯 있고, 해주가 울고 있다.
말없이 다가가 해주를 안아주는 정우. 흐느껴 우는 해주 얼굴에서.
바닷가 일각 (낮)
바닷가에서 정우, 강산, 창희가 지켜보는 가운데,
상복 차림으로 바닷가로 가는 해주 가족들.
상태, 유골함에서 뼛가루 꺼내 뿌리고.
달순은 영주를 안고 꺼이꺼이 운다.
해주 역시 슬프게 운다... 그런 해주 얼굴 위로.
(1부) 씬 24. 시골국도
트럭 짐칸에서 홍철과 해주가 이불 덮어쓰고 노래 부르는 모습.
홍철/해주 (함께) 내 이름은 경상도 울산 큰 애기~ 상냥하고 복스런 울산
큰 애기. 서울 간 삼돌이가 편지를 보냈는데~
(2부) 씬 6. 해주동네 골목길
해주를 업은 채 캐리어 끌고 가던 홍철의 모습.
해주 아부지, 무겁지라?
홍철 그라네. 우리 딸 겁나게 많이 컸네잉.
해주 글면 언능 내려주쑈. 구루마까지 끌고 힘들겄소.
홍철 가는 데꺼정 가 보드라고. 아따, 평생 이라고 업고 살았으면 좋겄다.
(2부) 씬 47. 바다 + 어선
해주에게 운전대를 잡게 하고 뒤에서 같이 운전대 잡고 있는 홍철.
홍철 해주야. 시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말이여. 파도가 아무리 쎄도 말이여.
시방 이 기분을 기억한다믄, 뚫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알긌냐?
(3부) 씬26. 해주집 마당
대야에서 튀어 나오는 미꾸라지를 잡으려다가 놓치는 홍철과 해주.
깔깔거리고 웃는 모습.
(5부) 씬 48. 해주동네 일각
해주 끌어안는 홍철.
홍철 니는 참말로 나가 세상에서 젤로 좋아하는 내 딸이랑께.
죽을 때꺼정 너하고 안 떨어질 것이구마이.
해주 (헤헤 웃고) 지도 그럴 거구만이라. 아부지하고 평생 같이 살 것인께요.
(6부) 씬31. 어선 안
운전하는 해주를 뒤에서 보는 홍철.
홍철 아부지는 말이여. 보이나 보이지 않으나, 항상 너 뒤에서 요로코롬 있으 면서 너 사는 거 지켜 볼 것이여. 이놈의 자식이 운전은 잘 하나... 한번 좌초했다고 겁내지는 않나... 혼자 배 몬다고 외로워하지는 않나...
항시 널 뒤에서 볼 것이여.
(현재)
아버지를 목 놓아 부르며 서럽게 우는 해주 모습에서.
해주 집 안방 (낮)
방안을 뒤지고 있는 기출. 찾는 것이 보이지 않자, 초조한 얼굴이 된다.
벽의 못에 걸려 있는 홍철의 옷까지 털어 보는 기출.
주머니에서 뭔가 떨어진다. 6부 씬1에서 빚쟁이 두목이 준 메모지이다. 기출 메모지 들고 보는데..
해주 (E) 엄니, 괜찮여라?
기출 (화들짝 놀라보고)
동 마당 (낮)
들어오는 해주 가족. 달순이 지친 얼굴로 평상에 주저앉고,
영주 업고 들어온 해주, 역시 영주를 내려놓는데... 문 열고 나오는 기출.
상태 (보고) 아저씨? 어째 거기서 나온당가요?
기출 어... 니 아버지 유품 정리도 할 겸...
상태 그걸 어째 아저씨가 한다요? 남의 집에 말도 없이... 도둑도 아니고라?
기출 (당황하는데)
해주 오빤 뭔 말을 그렇게 한댜? 아저씨가 아부지 영정 사진도 가져 왔잖여.
달순 (힘없이) 그래. 집구석에 뭐 훔쳐갈 게 있어야 도둑이지.
상태야, 나 좀 들어가 누워야겠다. 좀 일으켜 다오.
상태 (달순 일으키고)
기출 그럼... 난 가볼게요. (하고 돌아서는데)
해주 아저씨, 고마워라.
기출 (보면)
해주 아저씨 없었으면 장례도 제대로 못 치렀을 것인디...
아부지도 저 세상에서 고마워 할 것이구만이라...
기출 (말없이 멍하니 보고)
동 집 앞 (낮)
나오는 기출. 담벼락에 기대며 괴로운 듯 뒷머리 찧는데,
정우 (E) 기출이 형!
기출, 멈칫 놀라 보면 앞에 정우가 서 있다.
기출 저, 정우야...
정우 장례식장에서 얘기 들었어요...해주 아버지가 형 군대 선배였다면서요?
기출 그래... 나...가 볼게. (가려는데)
정우 잠깐만! 형!
기출 (보면)
정우 장도현이 배 밭에 약 뿌리는 거, 알고 있어요?
기출 (멈칫 보고) 무, 무슨 소리야?
정우 형... 장도현이한테 가서 전해요.
무슨 짓 하는지 내가 다 알고 있으니까, 헛된 꿈 접으라구요.
기출 (말 못하고 보면)
정우 그리고 형도 웬만하면 그 집에서 나와요.
그 사람 옆에 있어서 좋을 거 없어요. (하고 가 버리면)
기출 (그대로 보고 있는 모습에서)
해주 집 안방 (밤)
누워 있는 달순. 문 열리고, 죽 그릇 담긴 쟁반 들고 들어오는 해주.
해주 엄니, 이것 좀 드셔라.
달순 ... 생각 없다.
해주 애기 생각혀서 쪼까 드시고 기운 내셔야지라. 얼른 일어나쇼, 엄니.
달순을 일으키는 해주, 달순 손에 숟가락 쥐어준다.
달순, 겨우 한술 뜨는데,
상태 (E) 엄니! 쪼까 나와 보쇼!
해주 집 마당 (밤)
달순과 해주, 문 열고 나와 보면.
상태 옆에 형사와 제복 차림의 경찰이 서 있다.
달순 (형사와 경찰 앞에 다가가며) 범인 잡았어요?
형사 아직 못 잡았심더.
달순 사고 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못 잡아요? 그 천벌 받을 놈을!
형사 (해주 보며) 니가 사고 목격했제?
해주 야...
형사 번호판 확실히 몬 봤나?
해주 ... 야아.
형사 현장에서 보이끼네... 땀프 트럭 스키드 마크가 말이다.
화악 휘어져 있어가, 뭐를 피할라꼬 그런 거 같은데, 니 뭐 몬 봤나?
해주 (고개 숙이며) 거시기... 고것이...
달순 너 뭐 봤어? 본 게 있으면 말을 해. 얼른!
해주 (울먹) 고것이... 지 때문이어라.
동, 안방 (밤)
방바닥에 패대기쳐지는 옷가지들.
달순, 장롱에서 해주 옷들을 마구 끄집어내고 있다.
상태와 영주, 울상으로 보고, 그 옆에서 울고 있는 해주.
해주 (울며) 엄니... 엄니..
달순 (가방에 해주 옷들을 쑤셔 넣으며) 이 육시랄 년아!
누구한테 엄니라고 불러!
해주 엄니...
달순 니 아버지 죽게 만들고, 내 앞에서 엄니라는 소리가 나오냐?
치가 떨리고 살이 떨린다. 나가! 이년아! (하며 해주에게 가방 던진다)
해주 엄니, 지발요... (하고 매달리는데)
와락 떠미는 달순. 쓰러지는 해주.
영주 (해주 잡으며) 언니...
달순 언니는 무슨 언니! 저년은 니 아버지 죽인 웬수야!
(하고는 앉아 방바닥 친다) 아이고~ 상태 아버지, 억울해서 어떡해~
그렇게 해주 해주 하며 물고 빨고 하더니, 저년 때문에 세상 떠났네.
아이고~ 원통하고 절통해라.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죽자 사자 키웠는데. 저것이 지 애비를 죽였네.
상태 아, 뺑소니한 자석을 잡아야제, 어째 엉뚱한 아그를 잡는다요?
달순 저년 자전거 피하려다가 죽었다잖아, 니 아버지가!!
상태 글면, 자전거를 뽀사불든지! 어째 나한티 화를 낸다요?
달순 시끄러워! (해주 보며) 이년아! 왜 그러고 있어! 나가라니까!
너 안 나가면 내가 나갈 거야! 얼른 못 나가! 나가!
해주 (그 말에 울며 돌아서는데서)
동, 마당 (밤)
나오는 해주. 그 모습 위로,
달순 (E) 오늘부터 저 년은 니 동생 아니야.
영주 니 언니도 아니고! 우리 가족도 아니다! 알겠냐!!
몇 발자국 가다가 돌아보는 해주. 입 틀어막고 우는 모습에서.
바닷가 (밤)
비가 내리고 있다. 홍철의 뼛가루가 뿌려진 그 바닷가.
비 맞으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해주.
해주 (울먹) 아부지, 죄송혀라. 지 때문에... 지만 아니었으면...
참말로 죄송혀라... 근디, 아부지... 지 쫓겨났어라...
엄니가 가족도 아니라고 하는디... 지는 이제 어떡한다요?
우는 해주 위로 점차 세게 내리는 빗방울.
도현 집 안방 드레스 룸 (밤)
금희, 거울 앞에서 해주의 돌 사진 (1회 씬 56)을 보고 있는데,
인화 (E) 엄마! 엄마 어딨어?
멈칫 사진 감추고 보는 금희. 인화가 들어온다.
인화 뭐 해? 여기서?
금희 무슨 일이니?
인화 이모 왔어. 봉희 이모.
금희 (멈칫 보는데서)
동 거실 (밤)
일문을 얼싸안는 봉희. 그 옆에 도현이 서 있다.
봉희 (떨어지며) 이야! 이 자식 키 큰 거 좀 봐? 어쭈! 수염 난 거 까지?
너 나랑 나가면 남자 친구라 그러겠다, 임마!
일문 아이, 징그러운 소리 하지 마세요. 저도 수준이 있죠.
봉희 야! 내가 뭐 어때서, 임마?
일문 이모는 남자 같거든요?
봉희 뭐? 이 자식이! (한대 치는데)
인화 (안방에서 나오며) 이모! 엄마 못 나온대!
봉희 (멈칫 보고) 왜?
인화 몰라. 몸이 아프대요.
봉희 그래? 어디가? (하고 안방으로 가려는데)
도현 (붙잡으며) 처제. 나 좀 보지.
봉희 (의아해 보는 데서)
동 서재 (밤)
들어오는 도현과 봉희. 서재 보다가 휘둥그레지는 봉희.
봉희 우와! 왠 조선책이 이렇게 많아요? (모형 배 보고) 어? 배도 있네.
도현 처제.
봉희 (보면)
도현 며칠 전에 혹시 국립묘지 갔었어?
봉희 예. 어떻게 알았어요?
도현 언니도 거기 있었고?
봉희 형부 은근 천리안이네. 전 남편 기일 챙기는 거 형부도 허락했어요?
도현 거기서 무슨 일 있었는데?
봉희 왜요?
도현 그날부터 집사람 상태가 안 좋아. 무슨 얘기 했어?
봉희 그래요? 사실은... 정우 만났어요.
도현 (굳어지며) 정우?
봉희 예...
도현 (한숨 쉬며) 그랬군..
봉희 형부 대인밴 거 알겠는데요, 웬만하며 언니 이제 거기 오지 말라 그러세 요. 뭔 일인지 몰라도 정우 자식도 언니 애기만 나오면 인상 팍팍 쓰고 요. 뭣보다 옛날 형부 자꾸 생각해서 형부한테도 좋을 일 없잖아요?
도현 (말없이 생각하는 얼굴에서)
동 안방, 드레스 룸 (밤)
해주의 돌 사진 보고 있는 금희. 그 얼굴에...
(플래시백) 6부 씬44. 국립묘지 일각
정우 미안한 게 아니라 뻔뻔한 겁니다. 오지 마세요.
형님은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나는 용납 못 해요!
금희 삼촌...
정우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요! 내가 옛날 일 다 잊은 줄 아세요!
금희 (놀라 보는데)
정우 우린 남입니다. 대단하신 장도현씨하고 행복하게 잘 살면 다 된 거 아닙 니까? 앞으론 두 번 다시 나한테 아는 체 하지 마세요.
(현재)
사진 보다가 끝내 흐느껴 우는 금희 모습에서.
바닷가 입구 + 바닷가 (아침)
비가 멎었다. 두리번거리며 오는 창희와 강산.
강산 (뭔가를 발견하고) 저긴 거 같아!
창희, 보면 한쪽에 쓰러져 있는 해주 보인다.
황급히 해주 쪽으로 달려가는 창희와 강산. 달려가 보면,
가방 끌어안은 채 웅크리고 자고 있는 해주. 입술이 새파랗다.
창희 (해주 흔들며) 해주야! 해주야!
해주 (겨우 눈 뜨더니, 이내 눈 감는다)
강산 왜 이래?
창희 (해주 이마 짚어보는) 불덩이야.
(강산에게) 해주 업게 좀 도와줘. 병원에 데려가야겠어. (하는데)
해주 (창희 팔 잡고, 눈 뜨며) 집... 집에 가고 싶어라. 엄니 보고 싶어야...
그 말에 창희와 강산 시선 마주친다.
해주 집 마당 (낮)
달순, 상태와 같이 평상에서 홍철의 옷가지들 정리하고 있는데,
쭈뼛거리며 들어오는 기출.
상태 (보고) 아니, 어째 또 오셨다요?
기출 지금... 뭐 하는 거야?
상태 보면 모른당가요? 아버지 옷가지 정리하잖소?
기출 (다가가 옷들 기웃거리다가 달순 보며) 저기, 형수님...
혹시... 애기 옷은... (하는데)
창희 (E) 아버지!
일동, 돌아보면 창희가 해주를 업고 들어온다. 그 옆에 있는 강산.
창희를 보는 기출, 얼굴 굳어지는데...
달순 그년은 왜 데리고 왔냐?
창희 애가 많이 아프다구요!
달순 아프던 말던 그년은 우리 집 하고 상관없으니까 데리고 오지 마!
창희 (기가 막혀 보는데)
강산 아니, 아줌마! 진짜 뭐 하는 사람이에요!
달순 뭐?
강산 밤새 비 맞아서 열이 펄펄 끓는다구요!
지나가는 개가 아파도 이렇게 취급은 안 해요!
달순 아니, 남의 집 일에 니들이 뭔 상관이라고 이래라, 저래라야?
창희 남보다 아줌마가 더 못하니까 그렇죠!
달순 아니, 이것들이?
강산 야! 가자! 우리 집에 데려가는 게 낫겠다!
이 아줌마 아동학대로 경찰에 신고해!
달순 (그 말에 주춤하는데)
강산 (창희 보며) 뭐 해! 안 가고!
해주 (업힌 채) 창희 오빠...나 내려 주셔라.
창희 해주야...
해주 (힘없이) 내려 달랑께요.
창희, 해주를 내리면 비틀거리는 해주. 창희 재빨리 부축하는데,
해주 (달순 보며) 엄니... 지가 잘못했어라... 그래도 쫓아내지만 마셔라..
지 엄니하고 살고 싶어라... 엄니한테 잘 할 탱께, 지발 쫓아내지....
(하다가 풀썩 쓰러지며 정신 잃는다)
창희 (부축하며) 해주야! 해주야! (하고 원망스럽게 달순 보면)
달순 상태 방에 가 눕혀! 망할 년...
창희, 황급히 해주를 안아 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따라 들어가는 강산과 상태. 그 모습 불안하게 보는 기출.
상태 방 (낮)
해주 안고 들어오는 창희. 따라 들어오는 강산과 상태.
창희 (상태 보며) 이불 좀 깔아!
상태 애 비 맞았잖여? 이불 다 젖을 텐디..
강산 (뒤통수치며) 새꺄! 지금 이불 젖는 게 문제야! 깔라면 깔아!
상태, 황급히 이불 꺼내 깔면 그 위에 해주를 눕히는 창희.
해주 얼굴의 물기를 손으로 닦아낸다.
강산 (상태 보며) 너는 자식아! 오빠라는 놈이 동생이 집에서 쫓겨나는데도,
멀쩡히 눈 뜨고 보고만 있었냐?
상태 긍께, 니들한테 알려줬잖여?
강산 그러니까 밤새 비 맞을 동안 너는 뭐 했냐고 새꺄! 우리가 해주 오빠냐?
상태 아, 니들이 울 엄니를 몰라서 근당께. 화나면 허벌나게 무서워야.
강산 으이그, 이걸 그냥! (하다가 해주 보면)
창희 (해주 이마 짚어보며) 열이 많은데... 진짜 병원 안 가도 될지 모르겠네.
강산 짜식아. 근데 너 왜 자꾸 만져? 걔 얼굴을! 저리 비켜봐!
창희 밀어내고 해주 이마 짚어보는 강산. 보는 창희 얼굴에서.
해주 집 앞 (낮)
걸어 나오는 창희와 기출. 걸어가다가...
기출 창희야.
창희 (멈추고 보면)
기출 너... 이 집에 왜 오는 거냐?
창희 왜라뇨? 아버지도 봤잖아요, 해주 상황...
기출 그래도 너 공부도 해야 되고... 앞으론 이 집에 오지 마라.
창희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해주 아버지, 아버지한테 후배잖아요?
그런 분이 돌아가시고 집안이 저 모양인데 어떻게..
기출 그러니까 내가 알아서 한단 말야! 너는 니 할 일이나 해! (하고 가면)
창희 (불만스런 얼굴로 보는 데서)
상태 방 (저녁)
끙끙 신음하는 해주. 일순, 해주 이마에 올려지는 손.
해주, 눈 뜨면... 홍철이 보인다.
해주 아부지...
홍철 많이 아픈 겨? 일어나야제.
해주 (미동 없이 보기만 하는) 아부지...
홍철 아부지 없다고 기운 안 차릴 겨?
너가 젤루 이뻤을 때는 쌩쌩하게 돌아댕길 때여.
너가 웃으면서 돌아댕기면, 주변이 다 환해지는 거 몰러?
해주 그건 아는디... 엄니가 지를 미워혀라.
홍철 그럴 리가 없어야. 니 엄니, 말은 거칠게 혀도 니를 을매나 이뻐허는디.
봐야. 요 죽도 쒀왔잖여. 긍께 얼른 일어나야.
해주, 힘들게 일어나 앉으면 홍철 모습 보이지 않고,
죽 그릇이 눈에 들어온다. 해주, 멍하니 있다가 기운 내듯 죽을 먹는다.
해주 (눈물 그렁) 아부지... 맛있어라. (하며 먹는 데서)
해주 집 전경 (밤)
달순 (E) 영주야... 상태야.
동, 안방 (밤)
배 안고 신음하는 달순. 옆에 영주와 상태가 잠들어 있다.
달순 (힘겹게) 상태야! 영주야!
영주 (부스스 일어나며) 왜? 엄마?
달순 불... 불 좀 켜 봐!
일어나 불 켜는 영주. 보면 얼굴에 땀범벅인 달순.
영주 엄마... 왜 그래? 어디 아파?
달순 애기 나오려고 그래. 니 오빠 좀 깨워.
영주 (놀라 상태 깨우며) 오빠! 오빠, 일어나 봐! 오빠!
상태 (깨어나며 짜증) 아, 씨~ 뭐다냐? 한참 통닭 맛나게 먹는디..
영주 엄마 애기 나오려고 그런대.
상태 머시야!! (벌떡 일어나 보면)
영주 (나가며) 언니! 언니! (문 열고 나가면)
달순 상태야... 너 아래 마을에 파란 대문 집 알지?
상태 예... 예!
달순 그 집 할머니 좀 모시고 와. (이 악물며) 어서! (하고 비명 지른다)
동, 마당 (밤)
상태, 뛰어나오는데 해주 방에서 해주와 영주가 나온다.
해주 오빠! 어디 가능겨?
상태 잉. 마을에 할머니 델꼬 올 탱게, 엄니한테 가 보드라고! (하고 나가면)
동, 안방 (밤)
해주와 영주, 들어오면 비명 지르는 달순.
해주 (다가서며) 엄니... 괜찮여라?
달순 (계속 비명 지르고)
해주 (어쩔 줄 모르고) 엄니...
달순 (숨 몰아쉬다가) 물... 물 좀 끓여.
해주 (!) 알았어라. 엄니 쪼까 기다리쇼!
(일어나 나가면, 영주 어쩔 줄 몰라보다가 따라 나간다)
동, 부엌 (밤)
솥에 물 붓는 해주.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방안에서 달순의 비명소리가 계속 들린다.
해주 오빤 어째 안 오는 거다냐?
영주 어떡해... 언니?
해주 걱정 말고야, 니는 오빠 방에 가서 더 자드라고.
영주, 밖으로 나가면 달순의 비명소리 계속 되고,
초조한 얼굴로 아궁이에 장작 넣는 해주.
(점프)
아궁이에 불이 활활 타오르는데, 달순의 비명 소리 높아진다.
해주 어쩐댜? 아니, 오빠는 어떻게 된 것이여, 참말로!!
해주 불안한 얼굴 위에 E 개 짖는 소리.
마을 어느 집 앞 (밤)
상태, 파란 대문 집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서성댄다.
약간 열려진 대문 안에서 커다란 개가 요란하게 짖고 있다.
들어가려다가 개가 더 크게 짖자 물러나는 상태.
좀 떨어진 곳에 가 쭈그리고 앉는다.
상태 염병 해부네이. 개새끼가 요로코롬 짖으면 나와 봐야 할 거 아녀?
귓구녕이 먹었당가?
해주 집 안방 (밤)
달순, 아악! 비명 지르고, 뛰어 들어오는 해주.
해주 엄니! 오빠한티 뭔 일 있나 보네요잉. 지가 갔다 올텡게, 쫌만...
하는데, 해주의 팔을 붙잡는 달순. 이 악물고 신음한다.
침 꿀꺽 삼키고 아래쪽 보는 해주. 눈이 커진다.
해주 어... 엄니... 머리가 보여라...
달순 (해주 붙잡은 채 악 쓰고)
해주 알았어라. 지가 있을 탱게, 걱정 말고 힘내셔라.
달순 (계속 소리 지르고)
해주 쫌만... 엄니...쪼끔만 더 힘 줘 보랑께요. 엄니!
두 사람, 땀이 범벅이 되어 같이 용을 쓴다.
어느 순간! 마지막 비명을 지르는 달순. 같이 힘쓰는 해주.
동시에 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달순, 탈진하는데..
탯줄 달린 핏덩이 아이를 안아 드는 해주. 울고 있다.
해주 엄니... 지 여동생이 또 생겼어라... 참말로 이쁘구만이라.
한번 보쇼이. 천사가 따로 없어라.
아이 보여 주면, 흐느껴 우는 달순.
해주 (같이 울며) 울지 마쇼. 엄니... 아부지 대신 가족이 생겼잖여라.
아부지가 그랬어라. 아픔도 설움도 배고픔도 나누는 게 가족이라고라.
지가 아부지 대신 이 아이 잘 키우겠어라. 긍께, 슬퍼하지 마셔라.
그 말에 더 서럽게 우는 달순. 해주도 같이 운다. 그 모습에 F.O.
천지 석유화학 전경 (F.I- 며칠 후 )
동, 회의실 (낮)
대형 스크린에 조선소 부지 (1회 씬 34) 보이고, 임원1이 옆에 서 있다.
임원들 도열해 앉아 있는 가운데, 중앙에서 보고 듣는 도현.
스크린 속 배 밭 부지에 색깔이 나타난다.
임원1 현재 배 밭은 저희가 60 퍼센트 정도를 매입 했습니다.
20%는 해풍조선 강대평 회장이 매입을 했고,
나머지 20%는 아직도 땅주인들이 팔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도현 그 문제는 됐고, 무허가촌은 어떡할 거야?
임원1 예. 일단 저희가 그들이 점유하는 있는 국유지를 매입했기 때문에,
자진철거를 요청한다는 계고장을 보낼 예정입니다.
도현 그래 가지고 어느 천 년에 철거를 해! 용역회사 불러!
임원1 하지만 회장님..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10년 이상 악의가 아닌, 선의로 땅을 점유한 사람은...
하는데 앞의 재떨이 날리는 도현.
임원1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며 벽에 부딪쳐 박살난다.
도현 멍청한 놈! 그게 법으로 해결이 돼? 계고장 날리는 순간,
빨간띠 매고 몇 달은 버틸 놈들이야! 그 꼴 보기 전에 밀어버리란 말야!
임원1 죄송합니다.
도현 분노한 얼굴로 일어나면, 임원들 우르르 따라 일어난다.
동, 복도 (낮)
도현, 임원들과 함께 걸어오는데, 일각에서 기다리고 있는 기출.
기출 회장님!
도현 (멈칫 보고 임원들에게 눈짓해 보내고는 다가와) 뭐야?
기출 그게... 그 옷이...
도현 바쁘니까 빨리 말해!
기출 그 노란색 옷이 없습니다.
도현 (보면)
기출 죽은 친구가 도, 돈 받고 없앴던지...
그 집사람이 유품 태우면서 없앤 거 같습니다.
도현 확실해?
기출 예...
도현 그럼 됐군! (가려다가) 아! 넌 철거반에 합류해!
기출 (멈칫) 철거반이요?
도현 그래! 이번엔 제대로 해! 오늘부터 전쟁이야!
기출 (침 꿀꺽 삼키는데서)
해풍 조선 일각 (낮)
용접모와 작업복 착용한 대평이 걸어오는데...
강산 (E) 할아버지!
대평, 돌아보면 강산이 뛰어온다.
대평 여, 또 우짠 일이고?
강산 방학 했잖아요?
대평 용접 끝냈으면 도장 배우라 캤제?
강산 아, 알았어요. 배울 테니까 저 돈 좀 주세요.
대평 벌써 용돈 떨어짔나? 얼마 필요한데?
강산 글쎄... 한 1억만 주세요.
대평 (놀라) 머라카노? 이놈아가 더위 묵고 돌았나?
강산 그게 아니라, 저랑 제일 친한 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구요.
대평 그기 내하고 무신 상관이고? 할애비, 자선사업가 아니다.
문디자슥! 1억이 어데 개 껍데기 이름이가?
강산 좋아요, 그럼 빌려 주세요.
대평 뭐?
강산 어차피 이 회사, 저한테 물려주실 거잖아요?
그때 가서 이자 쳐서 갚아 드릴게요.
대평, 기가 막혀 보는데 달려오는 김비서.
김비서 회장님!
대평 (보고) 뭐꼬?
김비서 (다가와) 큰 일... 큰 일 났습니다.
대평 (멈칫 보는데서)
해풍 조선 사무실 (낮)
사무실 곳곳을 누비며 각종 서류와 장부들을 압수하고 있는 검찰직원들.
사원들, 속수무책으로 보고 있는데...
황급히 들어오는 대평. 강산과 김비서도 뒤따라 들어온다.
대평 뭐꼬! 이 빌어물 놈들아! 이기 뭐 하는 무슨 짓이고!
검사1 (수색영장 내밀며) 울산지검 형사2부입니다.
주가조작, 탈세, 횡령에 관한 제보가 들어와서 영장 집행중입니다.
협조해 주십시오.
대평 뭐라꼬? (하며 휙! 영장 나꿔채 보면)
검사1 (검찰 직원들 향해) 뭐해! 빨리 서둘러!
말 떨어지기 무섭게 분주하게 다시 움직이는 검찰직원들.
대평, 멍하니 보다가 갑자기 몸 돌려 홱! 뛰어 나간다.
강산 할아버지! (고개 돌려 김비서 보며) 이게 무슨 소리에요?
할아버지한테 왜...?
모르겠다는 듯 고개 젓는 김비서.
검찰 직원들 보다가 대평이 간 쪽으로 나가는 강산.
동 집무실 앞 (낮)
대평, 바쁜 걸음으로 오는데 검사2가 수사관들과 함께 자료를 잔뜩 안고
나온다. 놀라 막아서는 대평.
대평 일마들아! 뭐 하는 기고!
검사2 영장 못 보셨습니까? 비켜 주세요!
대평 영장은 개코라 캐라! 그거 제 자리 못 갖다 두나!
내가 너그 총장한테 전화 한통화하믄 니는 모가지다! 이 자슥아!
감사2 자꾸 이러면 공무 집행 방해까지 추가 됩니다.
대평 뭐, 뭐라꼬? (하는데)
대평을 확 밀어 버리는 검사2. 대평, 벽에 부딪치고,
검사와 직원들 가 버린다. 이 악물고 보다가 집무실 쪽 보는 대평.
걸어가면 그 뒤에 강산이 나타난다. 열린 집무실 문 쪽으로 가는 강산.
동 집무실 (낮)
굳은 얼굴로 보는 대평. 텅 비어 있는 공간에,
도현이 등지고 있다가 돌아선다.
대평 (눈 커지며) 장도현이... 니놈이!
도현 제가 충고 드렸죠? 연로하신데 저하고 싸울 생각 마시고,
손자나 보시면서 좀 쉬시라구요..
대평 이 죽일 놈이....그래가, 선전포고도 없이 내 뒷통수를 치나?
도현 먼저 친 건 회장님이죠. 언론사 마다 보도요청 했더군요.
제가 배 밭에 독극물 뿌린다는 유언비어... 그런데 한 줄도 안 났죠?
대평 (노려보면)
도현 회장님... 이 정도면 추가 어느 쪽에 기울었는지, 감 잡으셔야지요.
대평 닥치거라. 일마야! 니 그래 사업 하다는 천벌 받을 끼다. 이 더러븐 놈!
도현 (미소 띠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습니다. 그 배 밭 넘겨주시지요.
대평 택도 없는 소리 하지 마라! 등 뒤에서 칼 찔러놓고 이깄다꼬 착각하지도 마라! 니 내를 잘 못 건드린 기다! 호랭이 수염을 뽑은 기란 말이다!
도현 끝까지 가면, 가죽까지 벗겨지는 수가 있을 텐데요?
팽팽히 노려보는 두 사람. 그 모습 문 밖에서 지켜보는 강산.
도현, 냉소 머금고 돌아선다.
동 집무실 앞 (낮)
걸어 나오는 도현. 앞에 있는 강산을 발견한다. 도현을 쏘아보는 강산.
도현 (보고) 산이구나. (머리 쓰다듬으며) 방학했지? 녀석... 착하게 살아라.
하고 가면, 그 뒷모습 노려보다가 집무실 쪽 보는 강산.
동 집무실 (낮)
강산, 들어오면 허탈하게 서 있는 대평.
강산 할아버지...
대평 (천천히 돌아서 쳐다보면)
강산 어떻게 된 거에요? 할아버지 무슨 잘못 하신 일 있어요?
대평 ...
강산 인화아버지, 장회장님하고 무슨 일 있어요?
대평 니가 걱정할 필요는 엄따. 사업을 하다 보면, 진흙도 밟고 가시밭길도 가는 기제. 할애비 그래 만만한 사람 아이다.
강산 (말 못하고 보는 데서)
해주 집 마당 (낮)
손에 봉지 든 체 놀란 얼굴로 해주 보는 창희.
창희 얘를 낳으셨다고?
해주 (환히 웃으며) 그렇당게요. 지가 받았어라. 얼마나 이쁜지 몰라라.
창희 어떻게 그럴 수가...
해주 오빠한테 보여 주고 싶은디, 지금은 안 되어라. 아직 어려서 외부 사람 접촉하면 안 된다니께요.
창희 그런 줄 알았으면 미역을 사 올 걸... (하고 봉지 내 밀면)
해주 이건 뭐다요?
창희 쌀 좀 가져왔어. 하도 안 보이길래 무슨 일 있나하고..
해주 오메! 그라지 않아도 쌀이 간당간당 혔는디, 고마워서 어쩐당가요, 오빠?
창희 (말 못하고 보는데)
상태 (E) 해주야!
후다닥 뛰어 들어오는 상태. 급하게 오다가 넘어져 바닥에 나뒹군다.
해주 (보고) 오빠? 어째 그런댜?
상태 (울상이 되어) 아우, 아파라... 야! 큰일났당께!
창희 왜 그래?
상태 우리 마을 다 부서지게 생겼당께!
해주 (놀라 보는데서)
마을 앞 (낮)
불도저와 포크레인들이 서 있고, 철거반원들이 서 있다.
그 뒤편에 기출 보이고, 불도저와 포크레인 맞은편에 마을 사람들이 대 치하고 있다. 전면에 있는 정우와 봉희. 해주, 창희, 상태가 달려와 본다.
정우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철거반장 (확성기 들고 나서며) 지금까지 설명했다. 당신들은 오랫동안 국유지를
불법적으로 점유해 왔고, 그 국유지는 이제 사유지가 됐다! 1시간 후에,
집들을 철거할 예정이니 모두 짐들 챙겨서 떠나길 바란다!
정우 민법 245조!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부동산을 점유한 자는 그 소유권이 인정된다! 제209조! 점유자는 점유를 부당히 침탈당하는 행위에 대해..
(하는데)
철거반장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정우 당신들이 법을 위반하고 있단 말야!
철거반장 말이 안 통하는구만! (뒤쪽 보며) 야! 밀어 버려!
동시에 포크레인과 불도저가 전진해 온다. 순간, 그 앞에 드러눕는 정우.
정우 밀려면 날 죽이고 가!
봉희 (보다가 같이 누우며) 그래! 이 자식들아! 나도 깔아뭉개!
해주 (놀라 보다가) 그려요! 이판사판잉께, 마음대로 해 보드라고요!
(하고 정우 옆에 눕고)
창희 (놀라 보는데)
철거반장 (당황해 보다가) 뭐 하나! 들어내!
철거반원들 달려들어 세 사람을 들어낸다. 정우가 반항하자,
그를 두들겨 패는 반원들.
봉희 정우야! (하다가 들려가며) 야! 너 지금 어디 만져!
너 이거 엄연히 성추행이야! 이거 안 놔?
해주 (발버둥 치며) 이거 내려 노랑께! 내려 노란 말이오!
주민들 얻어맞는 정우 보다가 나서는 중년.
중년 이 새빠질 놈들아! 고만 몬 하나!
노인 이놈의 자석들! 그래! 니 죽고 내 죽자!
동시에 와르르 몰려드는 주민들. 철거반원들과 싸움 벌어진다.
주민들 결사적으로 싸우며 점점 밀려나가는 철거반원들,
위협적으로 밀고 나아가는 주민들.
굳은 얼굴로 보는 기출. 일순 옆의 철거반원 손에서 해머를 뺏어든다.
기출 (눈 돌아서) 모두 비켜!! 다 죽인다!!
일동, 놀라 보면 해머 들고 달려드는 기출. 그 모습에 주민들 주춤
물러서면, 그대로 달려가 앞에 놓인 담을 미친 듯이 부수는 기출.
창희 (보고 나오며) 아버지..
기출 (못 보고 계속 담을 부수면서) 으아아! (하는데)
창희 (절규하듯) 아버지!!!
멈칫 창희와 시선 마주치는 기출. 손에서 힘없이 해머가 떨어진다.
놀란 얼굴로 그 모습 보는 해주.
근처 일각 (낮)
씨근대며 마주 서 있는 기출과 창희. 먼 발치에서 해주가 오다가
그 모습 본다.
창희 아버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이 마을 사람들 다 알잖아요!
더구나 해주 네는... 아버지 선배분이시잖아요.
돌아가신지 얼마나 됐다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구요!
기출 니가 나설 일이 아니다.
창희 해주 일이에요!
기출 (버럭) 그 아이가 너한테 뭔데!
창희 (놀라 보며) 아버지?
기출 똑똑히 들어. 앞으로는 그 애하고 만날 일도 없고, 만나서도 안 돼.
니가 가야 할 길은 따로 있어!
창희 그래서 해주네 일, 모른 척 하라구요?
기출 모른 척 하지 않으면 니가 뭘 해줄 수 있는데!
니 동정심으로 집을 사줄 거야?
창희 (말 못하는데)
기출 창희야. 아버지 말 들어라. 그 아이 절대 두 번 다시 만나지 마!
창희 아뇨! 그렇겐 못하겠어요!
하는데 창희의 뺨을 후려갈기는 기출. 놀라보는 창희.
기출 (무서운 얼굴로) 아버지 말 들으라면 들어!
창희, 멍한 얼굴로 보고 일각에서 놀라 보는 해주.
도현 집무실 (낮)
집무실 벽면에 남한의 대형지도가 붙어 있고,
지도의 바다에는 1광구부터 7광구의 광구표시가 되어 있다.
그 앞에서 6광구 쪽에 빨간색 압침 꽂는 도현. 바라보는데...
여비서 (E) 안 됩니다! 약속 없이는!
봉희 (E) 저리 비키라구요!
도현, 멈칫 보면 문 열고 봉희가 들어온다. 따라 들어오는 여비서.
여비서 죄송합니다, 회장님...이분이 다짜고짜...
도현 괜찮아. 나가 있어.
여비서 (멈칫 보고 나가면)
도현 (미소 띠며) 처제가 웬 일이야?
봉희 정말 형부 짓이에요?
도현 갑자기 무슨 소리야?
봉희 배 밭에 독극물 뿌리고, 마을 불도저로 밀라는 게 형부 지시냐구요!
도현 (멈칫 굳어졌다가) 처제... 무슨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봉희 (말 자르며) 둘러댈 생각 말아요! 이미 다 확인 했다구요!
박기출씨, 박집사도 현장도 있었구요!
조선소 만들려고 한다는 기사도 확인 했어요!
도현 (돌아서서 지도 가리키며) 처제... 이게 뭔지 모르겠어?
봉희 (멈칫 보고) 대륙붕 광구 잖아요?
도현 그래. 난 여기서 석유를 뽑아낼 거야.
봉희 형부... 정신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우리나라에 석유가 어딨다고 시추를 해요?
도현 난 있을 거라고 확신해. 처제가 그렇게 좋아하던 학수도 확신했잖아?
봉희 엉뚱한 소리 하지 말아요! 석유시추하고 조선소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옛날 형부가 나눠 줬던 배 밭까지 짓밟으려고 하냐구요!
도현 석유시추를 뭘로 하나? 맨 몸으로 하나? 탐사부터 시추까지 하는 배를 만들고 싶단 말야! 바로 드릴 십을 만들 거야! 알아?
봉희 미쳤군요...
도현 그래! 미쳤다고 해도 좋아! 바다에서 석유를 퍼 올리는 드릴 십!
이게 내 꿈이야! 처제만 학수 생각하는 줄 알아?
나도 학수가 죽은 날부터 한순간도 그 녀석 잊어 본 적 없어!
그래서 배를 만들 거야! 나라가 가난해서! 기술이 없어서 이루지 못했던 꿈! 이 나라 바다에서 석유가 쏟아져 나오는 학수와 나의 꿈!
그걸 위해 조선소를 만들려는 거야! 드릴 십을 만들 거라고!
봉희 아무리 그래도 남의 터전을 빼앗는 건 정당화 될 수 없어요.
형부가 사지로 내모는 그 사람들에게도 소박하게나마 꿈이라는 게 있고, 살아야 할 이유라는 게 있다구요! 돌아가신 형부도 이런 식으로 자기 꿈이 이뤄지는 건 바라지 않을 거예요! 나하고 정우도 용납 못하구요!
도현 노려보면, 팽팽히 마주 보는 봉희.
도현 집 거실 (낮)
놀란 얼굴로 보는 금희. 그 앞에 깨진 얼굴로 정우가 서 있다.
금희 그 이가... 배 밭하고 마을을요?
정우 몰랐습니까?
금희 (멍한 얼굴로 보며) 그 사람이 그럴 리가 없어요.
정우 그 믿음, 우리 형한테는 있었습니까?
금희 (말 못하고 보면)
정우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한때 우리 형을 사랑했다면, 죽은 유진이한테 정말 털끝만큼이라도 미안하다면, 이런 짓 하지 마세요. 돌아가신 형 보기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금희 (말 못하고 여전히 충격 받은 얼굴로 보는 데서)
해주 집 부엌(저녁)
밥을 푸고 솥뚜껑을 여는 해주. 김이 솟아오르는 미역국이 들어 있다.
동 안방 (저녁)
밥상에 미역국 한 대접과 밥 한 그릇, 김치 보이고
밥상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달순과 그 앞에 앉은 해주.
한쪽에 이불에 싸여 아기가 잠들어 있다.
해주 엄니... 드셔라.
달순 (넋을 잃은 채 말없이 밥상만 보고 앉은)
해주 (아기 쪽 보고) 애기 젖 물리려면 엄니... 이거 다 드셔야 한당께요.
달순 (힘없이) 미역이 어디서 났냐?
해주 지난번에 인화 엄니가 준 옷 팔았어라.
달순 (보는)
해주 끼니는 걱정 마셔라, 엄니... 지가 아부지 공업사에 가서 일을 해서라도,
밥벌이는 할 탱께요. 아부지한테 배워서 기계는 쪼까 만질 줄 아니께요.
달순 동네 철거 된다면서? 그럼 거기도 없어지지 있겠냐?
해주 글면 어디 생선장사라도 할라요. 것도 안 되면 남의 집 식모살이라도 할 탱께, 걱정 마시고 쪼까 드셔라.
힘없이 국 한술 뜨는 달순. 이내 눈물이 뚝 떨어진다.
해주 (멈칫 보고) 엄니, 어째 그러셔라...
달순 말이 씨 된다더니... 니 아버지 저 세상 살고, 나 이 세상에서 살자했더니... 정말 그리 됐네. (복 받쳐 가슴 치며 우는) 서방 잡아먹는 년은 어떤 년인가 했더니 그게 바로 나네. 나야.
해주 (울먹이는) 엄니, 화나서 하신 말씀인 거 다 알어라...
이리 엄니 슬퍼하시는 거 알믄 아부지가 얼마나 맘 아프시겠어라...
달순 (숟가락 놓고) 아이구... 상태 아버지... 뭐가 급하다고 애들 줄줄이 사탕으로 남겨두고 먼저 갔데요. 이 마을에서도 쫓겨나면 우린 어디로 간데?
차라리 다 데려가지, 왜 혼자 갔대...
달순이 꺼이꺼이 울자, 아이가 깨서 운다. 해주, 아이 얼른 안아 달랜다.
해주 울지 말어야. 언니 있잖여. 어째? 배 고퍼야? 쫌만 기다려라이.
엄니 밥 다 드시면 젖 주실 탱께.
달순 (젖은 눈으로 아이 달래는 해주 바라보는데서)
도현 집 거실 (밤)
도현 들어오고 일문이 맞이한다.
도현 니 엄마는?
일문 계속 방안에만 계세요.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죠?
도현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일문 아버지!
도현 (보면)
일문 (머뭇거리다가) 어머니 제사가 멀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안 치르실 거예요?
도현 (굳어진 얼굴로 다가와) 누가 니 엄마야? 다시 말해 봐.
일문 (보고 말 못하면)
도현 말 귀 못 알아 듣냐? 니 엄마는 세상에 한 사람 뿐이다. 그걸 부정하는 순간 넌 내 자식도 아니야.
일문 죄송합니다.
도현 인화한텐 입도 뻥긋하지 마라. 니 머리속에서도 그 여자는 지우고.
알았냐? (하고 들어가면)
일문 (어두운 얼굴로 보는 데서)
동, 안방 (밤)
들어와 불 켜는 도현. 침대에 금희가 앉아 있다.
도현 뭐 해? 불도 안 켜고...
금희 ....
도현 여보?
금희 (쳐다보지 않은 채) 정우 삼촌, 왔다 갔어요.
도현 (넥타이 풀며) 그랬나?
금희 정우 삼촌 얘기... 사실이에요?
도현 (쳐다보며) 사실 아냐. 오해한 거야. 아랫사람들이 과잉 충성한 거야.
난 그런 지시 내린 적 없어.
금희 (같이 보며) 그럼 삼촌이 나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거예요?
도현 여보...
금희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당신 입으로 학수씬 당신한테 피를 나눈 형제 보다 더 한 사람이라 그랬죠? 그런데 학수씨가 나눠 준 땅을...
그 사람들이 사는 터전을 어떻게 짓밟을 수가 있어요!
도현 당신, 내 말은 못 믿고 정우 말을 믿겠다는 거야?
금희 거짓말 할 사람 아니니까요. 학수씨 동생이잖아요?
도현 학수! 학수! 나도 알아! 학수가 훌륭한 거 안다고!
그런데 왜 내 꿈은 다들 이해를 못하는 거야!
학수가 못 다한 거 하려고 몸부림치는 나는 안 보여!
금희 학수씨는 단 한 번도 나쁜 짓을 한 적이 없으니까요!
그 이는 야망이나 꿈 때문에 누굴 다치게 한 적 없으니까요!
당신은 나까지 다치게 한 적이 있잖아!
멈칫 보는 도현, 금희 눈물이 글썽해 마주 보는데...
도현 (한참 만에) 그래... 그랬었나? (일각으로 가 전화기 들고 다이얼 돌린다)
나야, 최비서... 그 무허가 촌 사람들, 원하는 대로 보상해 줘!
배밭도 마찬가지고... (듣다가) 이 자식아! 세배를 부르던 열배를 부르던! 보상해 주란 말야! (전화 철커덕 끊는다)
이 악물고 잠시 감정 삭이는 도현. 일어나 미소 띠며 금희 바라본다.
도현 미안해, 여보... 내가 아랫사람들을 잘못 관리했어. 정말 미안해.
(하고 안으려는데)
금희 (피하듯 물러나며) 오늘은 다른 방에서 잘게요. (문 열고 나가 버리면)
굳은 얼굴로 보는 도현. 주먹 움켜쥔 손 부르르 떤다.
도현 11년... 11년이나 노력했는데...윤정우 니놈이...11년 세월을 무너뜨렸어. 윤정우... (이 악무는 모습에서)
해주 집 마루 (밤)
해주, 마루에 이불 깔고 누워있는데, 잠이 오지 않는 듯 일어난다.
마루 밑의 신발 신으려다가 멈칫 보는 해주. 그 시선에 홍철이 신던
낡은 신발이 보인다. 그 신발 들어 만져보는 해주.
해주 (눈물 글썽해지며) 아부지... (하는데)
손에 봉지 들고 들어오던 정우가 그 모습 물끄러미 보다가,
정우 해주야.
해주 (멈칫 보고 눈물 닦으며) 아저씨... 이 밤에 어쩐 일이다요?
정우 내가 경황이 없어서 이제야 소식 들었다. (봉지 내밀며) 받아.
해주 이게 뭐다요?
정우 돼지 족이야. 삶아 먹으면 어머니 젖 잘 나온대.
해주 (받으며) 번번이 고마워서 어째라...
정우 근데, 너 왜 여기서 이불 깔고 있어?
해주 (멈칫 보고) 얘기가 시도 때도 없이 깨서 우니께, 여그서 잘라고라...
정우 아무리 그래도 새벽에 이슬 맞지. 내일 비도 온다는데...
우리 집에 갈래?
정우 집 방안 (밤)
들어와 앉는 정우와 해주.
해주 마을 부수려는 사람들은 워트게 됐당가요?
정우 글쎄... 일단 물러갔는데, 또 오겠지.
해주 근디, 그 사람들이 참말로 천지석유화학하는 장회장님 부하다요?
정우 응... 왜?
해주 그 분 딸이 친구라서 몇 번 놀러갔는디, 그렇게 안 보였는디...
정우 사람은 겉만 보고는 모르는 거야.
해주 ....
정우 그 보다 니가 정말 고생 많았구나. 애기까지 받고... 이름은 지었니?
해주 아녀라. 아부지가 없응께... (하다가) 아저씨가 지어 줄라요?
정우 내가?
해주 야. 아저씨 공부 많이 하셨잖여라...
정우 글쎄... 음... 니가 해주면... 아, 진주 어떠니?
해주 진주요? 오메! 참말로 이쁘구만이라! 진주! 천진주! 너무 좋아라!
엄니도 좋아하시겠어라!
환히 웃는 해주 보며 미소 머금는 정우. 일순 해주 배에서 꼬르륵 소리 가 난다. 멈칫 보는 정우.
정우 너 배고프구나? 저녁 안 먹었니?
해주 아녀라. 먹었는디... (다시 꼬르륵 소리 나고) 야가 어째 이런댜?
정우 있어 봐. 내가 라면이라도 끓일 게.
해주 아, 아니라니께요.
정우 내가 배고파서 그래. 조금만 기다려. (하고 나가면)
해주 (배 두드리며) 잡것이... 눈치도 없다냐? 미안해 죽겠구먼...
하고 일어나 상 위의 법전들 치우는 해주. 법전 안에서 편지봉투 하나가
툭 떨어진다. 해주 봉투 들어오면, - 유진에게, 아빠가- 라는 글씨 보인 다. 갸우뚱하는 해주.
동 부엌 (밤)
라면 담긴 냄비를 소반에 올리고, 김치를 담는 정우.
동 방안 (밤)
상 위에 냄비 놓고 걸신들린 듯 라면 먹는 해주. 그 모습 보는 정우.
어느 새 국물까지 다 마셔 버리는 해주.
정우 이런... 더 끓일 걸 그랬구나.
해주 (멈칫 보고) 아, 아니랑께요. 참말로 배 불러라. 올챙이 배 됐다니께요.
정우 (미소 띠고 보는데)
해주 근디, 아저씨 유진이가 누구다요?
정우 (멈칫 보면)
해주 거시기... 볼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 (옆의 법전 안에서 봉투 꺼내며)
요것이 떨어져서...
정우 (편지 봉투 받으며) 내용도 봤니?
해주 아녀라! 남의 편지를 어째 본다요?
말없이 편지 봉투 안에서 편지지 꺼내 보는 정우. 쓸쓸하게 보다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는 해주를 본다.
정우 한 번 볼래?
해주 누구 편진디...?
정우 내 조카 태어났을 때, 우리 형이 쓴 편지...
해주 아! 글쿠만이라... 난 또 아저씨가 딸이 있는 줄 알았지라...
봐도 되겄어라?
정우 끄덕이면, 받아 보는 해주. 그 얼굴에...
학수 (E) 유진아. 오늘은 아빠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구나. 니가 태어난 날, 엄마도 아빠도 하염없이 울었단다. 7년 만에 또 하나의 가족이 생긴 거야. 유진아. 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자랄 것이다. 니가 태어난 5 월의 눈부신 장미처럼, 여왕처럼 살아가도록 아버지가 노력할 거야. 세 상은 많이 험하지만, 너는 정말 곱고 찬란하게 피어날 거야.
편지 읽던 해주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편지 내려놓는 해주.
해주 못 읽겄어라.
정우 왜 그래?
해주 그냥... 슬퍼서라... 마음이 아프라...
정우 (짠하게 보고) 아버지 생각나는구나?
해주 (울며 고개 끄덕이면)
정우 자식... 미안하다. 괜한 걸 보여 줬구나...
해주를 안아 주는 정우. 해주 그 품에서 흐느껴 운다.
해주 아저씨... 사실은 저 배고팠어라. 배 고팠는디 오빠도 영주도 먹어야 항 께, 엄마도 드셔야 젖이 나옹께.... (하며 우는데)
정우 그래... 알아. 아저씨가 보살폈어야 하는데... 미안해. (하고 다독이는데)
문 벌컥 열고 봉희가 들어온다. 보고 떨어지는 두 사람.
봉희 뭐 하는 거야? 왜 그래?
정우 (감정 수습하며) 어.. 아냐. 왜 왔어?
봉희 야! 언니네 갔다 왔는데. 일이 잘 됐어!
정우 (보면)
봉희 형부가 마을 사람들 다 보상해 준댔어! 그것도 시세보다 비싸게!
정우 (놀라 보는데)
해주 (얼른 눈물 닦고) 고것이 참말이러라?
정우, 착잡한 얼굴로 해주 보고 보고, 해주 희망에 부푼 얼굴에서...
마을 입구 (낮)
커다란 천막이 쳐져 있고, 그 앞에 마을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그 모습 보고 있는 정우와 봉희.
동 천막 안 (낮)
줄 서 있는 사람들. 간이 책상에 천지석유화학 직원들, 서류 놓고 있다.
직원들, 마을 사람들의 신분증과 서류를 대조해 보고는,
옆의 상자에서 현금을 꺼내 지급하고 있다.
사이에 강보에 싸인 진주 안고 선 달순.
그 뒤에 해주가 영주 업고 서 있다.
바로 앞에서 중년이 현금을 세는 것을 보고 침 꿀꺽 삼키는 달순.
직원 맞죠?
중년 예... 아이구! 고맙심더. 고맙심더... (굽실거리며 돈 챙겨들고 나가면)
직원 다음!
달순, 다가가 신분증과 주소를 내민다. 신분증 보며 서류 확인하는 직원.
직원 조달순씨? 천홍철씨 부인?
달순 (기대에 차) 예... 맞아요. 남편은 얼마 전에 교통사고로 죽었어요.
직원 (쳐다보며) 여기 사신지 한 달밖에 안 됐잖아요?
달순 예... 그게 왜?
직원 미안합니다만, 조달순씨 가족은 보상 받을 수가 없네요.
해주 (나서며) 아니, 고것이 뭔 소리다요? 어째서라?
직원 법적으로 20년 이상 거주를 해야 보상 대상이 됩니다.
달순 그런 게 어디 있어요? 한 달을 살건 한 백년을 살건, 산건 산 거지!
직원 법이 그렇다니까! 바쁜데 빨리 가요! 다음!
울상으로 서로 쳐다보는 달순과 해주.
정우 집 마당 (낮)
들어서는 정우와 봉희. 놀라 바라본다. 그 시선에 포크레인이 정우의 집을 부수고 있다. 옆에 철거반장과 반원들이 보고 있다.
정우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뛰어들면)
철거반장 (막으며) 어허! 다쳐!
정우 지금 뭐 하는 짓이냐고!
철거반장 아, 거기도 보상대상은 아니잖아?
정우 저 안에 책들이 있단 말야! 책 꺼낼 시간은 줘야 할 거 아냐! 당장 멈춰!
하는데, 일각에서 나오는 형사 둘.
형사1 윤정우씨 맞죠?
정우 (멈칫 보면)
형사1 불법 시위 선동 및 폭력 행위로 연행하겠습니다. (하고 수갑 채우면)
봉희 무슨 소리야? 이 사람이 뭘 잘 못 했다고!
형사1 갑시다.
형사들 정우 끌고 나가면, 따라 붙는 봉희.
봉희 이러는 법이 어디 있어! 정우야!
정우 (끌려가며) 봉희야. 내 걱정 말고... 해주네, 해주네 좀 살펴 줘!
거기도 보상 못 받을 거야!
봉희 정우야!
하는데, 포크레인에 의해 정우 집이 와르르 무너진다.
동네 일각 (낮)
리어카 끌고 오는 해주. 솥단지와 봇짐들이 리어카에 실려 있고, 영주가
리어카에 타고 있다. 그 리어카를 상태가 밀고, 옆에는 아이를 강보에 싼 달순이 따른다.
거리 일각 (낮)
리어카 끌고 오는 해주와 식구들...
상태 엄니... 어디로 간당가요?
달순 나도 몰라. 이놈아.
상태 아, 대책도 없이 무작정 가면 어쩐당가요?
달순 니 아버지 잡아먹은 저 놈의 재수 옴 붙은 마을만 벗어나면 돼.
어디 간들 산 입에 거미줄 치겠냐?
하는데 갑자기 후두둑 소나기가 쏟아진다. 놀라 보는 해주.
해주 음마! 어쩐댜? (달순 보며) 우리 진주 다 젖겄네! 어쩌까이.
리어카 위의 이불로 진주 덮어 주며 두리번거리다가 일각의 다리 발견하 는 해주.
다리 밑 (낮)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거지꼴로 비를 피하고 있는 해주 가족.
어느 순간 영주가 울음을 터뜨린다.
해주 어째 운다냐? 영주야...
영주 언니... 배고파 죽겠어.
상태 나도 디지기 일보직전이구마이. 아침도 못 먹었잖여?
해주 (멍한 얼굴로 있는 달순 보고는) 쪼까 참아 보드라고. 밥을 해볼탱께.
(점프)
돌로 아궁이를 만든 위에 솥이 놓여 있고, 밑에 나뭇가지에 불이 타고 있다. 나뭇가지가 적어 불이 잦아든다. 입으로 불다가 몸을 일으키는 해 주. 식구들이 올망졸망 한 곳에 모여 있다.
해주 으쯔까? 나무가 너무 모자라는 구마이. (상태 보며) 오빠... 나무 좀 구해 와 보드라고!
상태 야, 기집애야!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어디서 마른 나무를 구해?
해주 글면 불 꺼뜨리지 않게 여기 쪼까 봐야. 나가 구해올탱께.
해주, 비 맞으며 다리 밑을 벗어나는데, 솥 앞으로 오는 상태.
침 꿀꺽 삼키고 솥뚜껑을 열어본다. 아직 덜 익은 죽이 끓고 있다.
상태, 숟가락으로 퍼 먹으려다가 “ 엇 뜨거! ” 하며 물러나다가,
세워진 아궁이 돌을 걷어차고 만다. 그 바람에 쏟아지는 솥단지.
달순 야! 이 썩을 놈아! 뭐 하는 짓이야!
그 소리에 가다가 돌아보는 해주. 놀라 뛰어온다. 솥 안의 죽이 쏟아져
그나나 남았던 불도 꺼졌다.
해주 음마... 이를 어쪄? (솥 들어 보려다가 뜨거워 손 거두며 상태 노려본다)
미쳐 부렀냐! (부르짖듯) 어째 밥을 쏟고 지랄이여!
상태, 보고 말 못하는데 영주가 다시 크게 운다.
상태가 삐쭉삐쭉하더니 같이 운다.
해주 울지 말라고! 밥이야 다시 하면 되제, 왜 우는디!
달순 (그 모습 보며 역시 소리 내 우는데)
해주 울지 말랑께, 엄니까지 어째 그라요! 참말로!
해주를 제외한 식구들 모두 비속에서 엉엉 운다.
홀로 애 써 눈물 참는 해주. 그 모습에서.
(7부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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