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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퀸 8

<메이퀸> 8부


씬1.  다리 밑 (낮)


해주 음마... 이를 어쪄? (솥 들어 보려다가 뜨거워 손 거두며 상태 노려본다)

미쳐 부렀냐! (부르짖듯) 어째 밥을 쏟고 지랄이여!


상태, 보고 말 못하는데 영주가 다시 크게 운다. 

상태가 삐쭉삐쭉하더니 같이 운다.


해주 울지 말라고! 밥이야 다시 하면 되제, 왜 우는디! 

달순 (그 모습 보며 역시 소리 내 우는데)

해주 울지 말랑께, 엄니까지 어째 그라요! 참말로!


해주를 제외한 식구들 모두 비속에서 엉엉 운다. 

해주 홀로 애 써 눈물 참는데..


봉희 (E) 야! 꼬맹아!


해주, 멈칫 보면 우산 쓴 봉희가 뛰어온다.


봉희 너...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 거니?

해주 아줌니... 어째 알고 왔어라?

봉희 리어카가 다리 위에 있잖아? 어떻게 된 거야?

해주 (말없이 속상해 식구들 보는 얼굴에서)


씬2.  도현 집 정원 (낮)

비가 멎었다. 기출, 일각에서 접어놓았던 파라솔을 다시 펴고, 파라솔 아 래의 의자 물기를 수건으로 닦아내다가 문 열리는 소리에 멈칫 본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기출. 그 시선에 봉희가 리어카를 끌고 오고, 

홀딱 젖은 해주네 가족이 줄줄이 따라온다.


해주 (기출 보고) 안녕하셨어라?

기출 어... 여긴 어떻게?

봉희 (나서며) 언니 집에 있죠?


씬3.  동 거실 (낮)

놀란 얼굴로 봉희 바라보는 금희.


금희 정우 삼촌이? 왜!

봉희 지난번에 철거반원하고 싸운 거 땜에 시위 주동자로 몰려 잡혀 갔어!

금희 (보고 말 못하는데)

봉희 언니가 책임 져! 형부 땜에 벌어진 일이잖아?

금희 알았어. 내가 알아볼게. 

봉희 그리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 또 있어.

금희 (멈칫 보는데)

인화 (주방에서 나오며) 어! 이모 왔네? 

(심각한 봉희 얼굴 보고) 왜? 무슨 일 있어?


씬4.  동, 정원 (낮)

금희와 봉희, 인화 나와 보면, 리어카에 실려진 짐들 보이고, 

그 앞에 영주를 업고 있는 해주,  진주를 안고 있는 달순. 

주저앉아 있는 상태가 보인다. 그 옆에 서 있는 기출과 창희.

해주 고개 숙여 인사하는데...


금희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봉희 갈 데가 없어서 내가 데려 왔다니까? 

금희 그렇다고 이 사람들을 집에 다 데려오면 어떡해?

봉희 그럼 어쩌라고? 이 사람들, 보상도 못 받고 길거리에 나 앉았어.

보라고! 아버지 돌아가신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애까지 받았다고!

금희 (놀라 달순이 안고 있는 아이 보는데)

인화 (다가와 보고) 진짜 그러네? 해주야... 너 동생 생긴 거야?

해주 그려...


하는데, 눈치 보던 달순이 바닥에 주저앉는다.


달순 아이구! 배고프고 어지러워 서 있을 힘도 없네. 얘도 울다 치쳤는지 

이제 울지도 않네. 아이구~ 내 팔자야!

금희 (망연히 보는데)

인화 엄마... 너무 불쌍하다. 우리 집에 들어가자 그래.

금희 (보고) 어떻게 이 사람들을 다 집에 들이니?

봉희 언니! 형부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했잖아? 

게다가 정우가 부탁까지 하고 갔단 말야!

금희 (멈칫 보는데)

창희 우리 집에 같이 있어요.

기출 (놀라 보고) 창희야... (하는데)

창희 (달순 보며) 아버지랑 제가 당분간 거실 쓸 테니까, 

저희 안방 쓰시면 될 거에요.

달순 (반색하며) 그래도 되려나? 뭐 해? 상태야, 해주야! 어서 짐 옮겨!

해주 (기출 눈치 보며) 엄니... 아무리 그려도 그라제, 염치가 있지 워쩌케...

달순 이것아! 지금 염치 따질 때냐? 어서 내리라니까!


창희와 상태, 리어카에서 짐 내리는데... 금희 눈치 보는 해주. 

굳은 얼굴의 금희.


씬5.  대평 집무실 (낮)

문이 꽝! 열리며 들어오는 검사와 수사관들. 

놀라서 바라보는 대평과 강산. 영장 보여주는 검사1.


검사1 강대평씨!  주가조작, 탈세, 횡령혐의로 긴급 체포하겠습니다.


동시에 대평에게 수갑 채우는 수사관. 놀라 보는 강산.


씬6.  동 조선소 건물 앞 (낮)

수사관들에게 연행되는 대평, 그 뒤를 김비서와 함께 쫓아오는 강산.

우르르 임원들이 몰려오고, 검사와 대평, 수사관들이 대기하고 있는 

승용차에 올라탄다.


강산 할아버지! 할아버지!

대평 걱정할 것 엄따. 금방 나올 끼다. (하는데 그대로 차 출발하고)

강산 (쫓아가며) 할아버지! (쫓아가다가 멍한 얼굴로 보는 데서) 


씬7.  도현 집무실 (저녁)

환하게 웃으며 일어나는 도현. 그 앞에 냉랭한 얼굴의 금희가 서 있다.


도현 당신이 회사까지 어쩐 일이야?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금희 (차갑게) 정우 삼촌 잡혀간 거 알고 있어요?

도현 (멈칫) 잡혀가?

금희 당신이 삼촌 꺼내요.

도현 여보... 당신 정말 왜 이래? 그건 나하곤 상관없는 문제야.

금희 당신이 조선소 지으려다가 생긴 문제에요!

도현 그건 아래 사람들 실수라고 했잖아? 

그래서 시세보다 비싼 값으로 손해 감수하면서 사람들한테 

돈 지불했다고! 도대체 뭘 더 어떻게 해 줘야 돼?

금희 정우 삼촌 꺼내라구요!

도현 그건 경찰하고 정우 문제야!

금희 당신 그럴 힘 있잖아! 풀려나게 해주라구! 


노려보는 도현. 지지 않고 노려보는 금희.


도현 (한숨 쉬며) 알았어. 노력해 볼게.  

금희 또 있어요.

도현 (멈칫 보면)

금희 해주네 가족 살 곳 좀 구해 줘요. 지금 우리 집에 와 있어요.

도현 뭐라고?


씬8.  도현 집 정원 (밤)

해주, 빨랫줄에 기저귀 널려는데, 키가 모자란다. 

일순 옆에서 기저귀 걸어 주는 손. 해주 멈칫 보면 창희다.


창희 저 쪽에 빨래 건조대 있는데, 왜 여기 널어?

해주 오빠네도 써야 할 거 아녀라... 그것까지 쓰면 넘 염치없지라.

창희 내가 널게. 가만있어. (하고 널어주면)

해주 (그 모습 보다가) 참말로 미안하구만이라...우리 식구들 땀시,

안방까지 내주고야..

창희 니가 와서 좋은데?

해주 어째서라?

창희 그냥... 좋아. 

해주 지도 사실 그런디...


두 사람, 시선 마주치면 웃는 해주. 이불 호청을 집어 든다.


창희 (이불 호청 끝 잡으며) 같이 털어. 혼자 하기 힘들잖아.

해주 어째 이런 것도 안다요?

창희 나 일찍부터 아버지 도와 살림했잖아.


두 사람 하얀 이불 호청 모서리 잡고 탁탁 터는데, 

순간 창희 잡아끄는 힘에 못 이겨 창희 가슴팍에 안기는 해주. 

해주가 “옴마!” 소리 지르며 얼른 가슴 밀쳐내면,

창희 무안한 얼굴 된다. 이불 호청 빨랫줄에 널기 시작하는 창희. 

해주, 그 모습 보며 미소 짓는데..


일문 (E) 놀고 있네!


두 사람,  멈칫 돌아보면 일문이 빙글거리며 서 있다.


일문 야! 박창희! 너 이 거지 기집애하고 연애질 하냐?

해주 (발끈해) 나 거지 아니라고 했잖여라?

일문 너 꼴을 봐. 기집얘야. 집도 없어서 남의 집에서 밥 얻어먹고 잠자고 하는 게 거지지, 딴 게 거지냐?

창희 (나서며) 그만 해.

일문 (멈칫 보고) 뭘 그만해?

창희 그냥 나한테 화낼 일 있으면 화 내. 

괜히 엉뚱한 애한테 심통 부리지 말고.

일문 (피식 웃고) 얼씨구? 니들 진짜 수상하네? 오! 개교 이래 최고! 

너 이 기집애 진짜 좋아하나 보다? 기사도 정신이냐?

창희 (대꾸 않는데)

일문 (뺨 툭툭 치며) 얌마! 왜 대답을 안 해? 사람 말이 말 같지 않냐? 어?


하고 창희 뺨 계속 때리는데, 갑자기 두리번거리던 해주가 

빗자루를 들고 일문을 마구 후려갈긴다.


일문 야! 이 기집애야! 뭐야? 너! 미쳤냐!

해주 그래! 미쳐 부렀다! 어째 가만있는 사람을 건들고 지랄이여! 

창희 (놀라) 해주야! (하고 잡는데)

해주 (뿌리치고)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고 개구락지도 건들면 뛰는겨! 

너가 뭔디 사람 때리는디? 너도 한번 당해 봐야! 기분 얼매나 드러운지!

(하고 마구 패는데)

금희 (E) 뭐 하는 거니! 지금!


멈칫 보는 해주. 금희가 노려보고 서 있다. 주춤 빗자루 내리는 해주.


씬9.  도현 집 거실 (밤)

서 있는 해주를 노려보는 금희.


금희 너 괜찮은 앤 줄 알았더니, 이제 보니 근본은 어쩔 수가 없구나. 

어디서 누구한테 감히 빗자루를 휘둘러?

해주 죄송혀라. 근디... 그 오빠가 먼저 창희 오빠한티...

금희 시끄러!

해주 (멈칫 보면)

금희 넌 용감한 거니? 눈치가 없는 거니?

지금 니 처지가 어떤 처지인 줄 몰라? 

해주 ....

금희 (보다가) 옷은 왜 그 모양이야?

해주 야?

금희 내가 준 옷은 어쩌고 그 떨어진 옷을 입고 있냐고?

해주 그건... 팔았어라.

금희 팔아? (기가 막힌 듯) 넌 사람 성의를 그렇게 간단하게 파는 애니?

해주 고것이 아니라...

금희 됐다. 그만하자. 어차피 오래 보지도 않을 사이니까... 그만 나가!

해주 야...


시무룩하게 돌아서는 해주. 나가다가 다시 한 번 금희 바라본다.


씬10.  동 인화 방 (밤)

들어오는 금희. 인화가 침대에 누워 책 보다가 일어난다.


인화 엄마? 또 내 방에서 자려고?

금희 그래..

인화 엄마, 아빠랑 싸웠어? 

금희 아냐. 싸우긴...

인화 근데 왜 자꾸 내 방에서 자려고 그래?

금희 (옆에 앉으며) 왜? 엄마하고 자는 게 싫어? 난 좋은데...

인화 나도 좋긴 한데... 이상하잖아?

금희 (미소 띠고 인화 얼굴 만지며) 우리 인화 자꾸 커 가는데, 더 크면 이런 날도 없을 거 아냐? 그러기 전에 많이 많이 니 옆에 있고 싶어서...

인화 (헤헤 웃고) 나도 엄마 냄새가 좋아. 아빠한테 엄마 뺏긴 줄 알았는데, 

내가 이겼네?!


같이 침대에 눕는 두 사람. 금희에게 안기는 인화. 

그런 인화 머리카락 만져주는 금희.


금희 엄마는 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니가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하며 인화의 등을 토닥거리는 모습에서)


씬11.  기출 집 안방 (밤)

해주가 영주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재운다. 그 옆에 등 돌린 채 진주

안고 누워 있던 달순. 어느 순간 땅이 꺼져라 한숨 쉰다.


해주 (돌아보며) 엄니... 안 주무셔라?

달순 잠이 안 온다. 앞 일이 깜깜해서...

해주 너무 걱정 마셔라. 구루마 끌고 나설 때보단 훨씬 좋아지지 않았어라.

달순 ...

해주 엄니.. 예전에 아부지가 그랬어라. 앞이 깜깜해 아무것도 안 보여도 

말이지라. 시상에 빛이 없는 건 아닌께 움츠려 들지 말라고라.

달순 망할 인간... 말은 번지르르 잘 하고 갔네.

해주 엄니... 지가 잘 하겄어라. 참말로 학교 끊고서라도 우리 영주하고 진주,

밥 안 굶길 탱께 걱정 마셔라.

달순 이년아. 학교는 왜 그만 둬? 진짜 동생들 먹여 살리려면 학교는 다녀. 학교 안 나오면 취직이나 되는 줄 알아? 쓸데없는 소리 말고 잠이나 자! 

해주 야... (하고 영주 쪽으로 돌아누우면)


몸 돌려 해주 바라보는 달순. 손으로 머리카락 만지려다가 손 거둔다.

한숨 쉬는 그 모습에 F.O.


씬12.  경찰서 앞 (새벽- F.I)

봉지 들고 일각에서 서성이고 있는 봉희. 

일순 멈칫 보면 정우가 걸어 나온다.


봉희 야! 윤정우!


정우, 멈칫 보면 달려오는 봉희. 그대로 몸 날려 정우를 얼싸안는 봉희.

정우 (무게에 쓰러질 뻔 하다가) 야! 야! 뭐 하는 거냐?

봉희 (그대로 끌어안고 있고)

정우 (당황해 주변 둘러보며) 야! 안 떨어져? 뭐 하는 짓이야! 창피하게!

봉희 (떨어지며) 어디 다친데 없냐? 안 얻어맞았어?

정우 (어이없어) 임마, 무슨 독립운동 하다 들어왔냐? 

남들 보면 한 십년 빵 살고 나온 줄 알겠다.

봉희 짜식아! 걱정 되니까 그렇지! 

정우 나 나오는 건 어떻게 알았어?

봉희 언니가 형부한테 사정했나 보더라. 풀려 날 거라고 귀뜸해 줬어.

정우 (쓸쓸하게) 그러냐?

봉희 (봉지 안에서 생 두부 꺼내며) 이거나 먹어.

정우 (어이없어 보고) 얌마! 하루 조사 받고 나왔다. 뭔 두부냐? 너나 먹어.

봉희 짜식이! 생각해서 사 왔더니... 먹으라면 먹어!


정우의 입에 강제로 두부 우겨넣는 봉희. 정우 억지로 먹다가 

결국 웃고 만다. 같이 웃는 봉희.


씬13.  해주 집 마당 (아침)

방문 열려져 있고, 쓰레기만 날리는 마당에 서 있는 정우와 봉희.


정우 니 언니 집에 갔다고?

봉희 그래. 보상도 못 받고 길거리 나 앉게 생겼는데 어떡해?

정우 ....

봉희 그보다 넌 어떡할 건데? 집도 부서졌는데?

정우 넌 그만 들어가. 난 여기 마을에 잘 데 많으니까.

봉희 야, 이 멍충아! 마을도 곧 다 없어질 건데 뭐 하러 여기 있냐구!

정우 시작을 내가 했으니까 책임도 져야지. 

사람들 이사 가는 거라도 도와 줄려 그래.   

봉희 그 다음엔 어떡할 건데? 

정우 다시 절에 가지 뭐...

봉희 장가도 못 가 보고 스님 될 거냐? 

정우 (피식 웃고) 해주네나 잘 보살펴 줘.

봉희 야! 윤정우! 그 집이 뭔데 그렇게 신경을 쓰는데! 

니 앞가림도 못 하면서!

정우 그러니까 나하고 엮이지 마. 너 같은 애가 왜 나하고 엮여서 구질구질하 게 살아? 니 가족한테 가.

봉희 싫다! 자식아! 

정우 아, 왜?

봉희 얼마나 구질구질한지 끝장을 봐야겠다! (하고 앞서가면)

정우 어딜 가?

봉희 이사 도와 준대매? 빨리 가!

정우 (피식 웃고 보는 데서)


씬14.  울산 검찰청 조사실 (낮)

초췌한 얼굴로 수첩 놓고 전화기 들고 있는 대평. 

그 앞에 압수돼 쌓여 있는 서류들 잔뜩 놓여 있고, 

검사1, 2가 보고 있다.


대평 김의원! 그기 다 터무니없는 소리라 카이까네!... 아니, 그기 아이고.

이 사람아. 사업을 우째 맑은 물에서만 하노? (하다가 끊긴 듯) 봐라!

김의원! 여보세요! 여보세요!


굳어지며 수화기 놓는 대평. 서로 쳐다보며 냉소 짓는 검사1,2.

대평, 떨리는 손으로 수첩 넘긴다. 이하, 몽타주의 느낌으로 곳곳에 

전화하는 대평. 뭐라고 설명하지만 전화가 끓기거나, 전화를 받지 않는

상황들이 보인다. 그 마지막에 대평 수첩 넘기는데...


검사1 강회장님, 그만 하시죠. 조사 받으러 와서 1박 2일 전화만 하시면

어떡합니까?

대평 (노려보며) 너그 배후가 누고? 

검사1 그런 거 없습니다.

대평 장도현이 정도가 이래 판을 키울 리는 엄따. 누가 내 잡으라 카드노!

안기부가? 청와대가!

검사1 이보십시오, 강회장님... 질문은 저희가 합니다. (서류철 하나 들며)

자,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탈세부터 하죠.

대평 (보다가) 알았다, 고마... 장도현이한테 전화해라.

검사1 (보면)

대평 배 밭 내가 포기하꾸마. 그래 전해라. (하는데)


보던 검사2. 갑자기 서류철 하나를 들어 대평의 머리를 후려갈긴다.


대평 (휘둥그레지며) 이놈우 자석이! 뭐 하는 짓이고!

검사2 이 영감이 오냐 오냐 하니까, 정신 못 차렸구만! 당신 범법자야!

그것도 나라경제를 좀 먹는 아주 악질적인 범죄자! 

대평 이 미친놈의 자석이! 감히 누구한테! 내 변호사 불러라! 

너그 지검장 오라 캐라!

검사2 얼씨구? (서류철로 뺨 때리며) 직접 전화 해 보세요! 

지금까지 한 걸로 모자라시나? 응? (하고 다시 때리는데)

검사1 이거, 왜 이래? 나이 드신 분한테....

대평 (부들부들 떨며 보면)

검사1 강회장님, 제가 장담하는데... 지금까지 혐의로도 징역 10년은 사셔야 

할 겁니다. 산전수전 다 겪으셨으니, 감옥도 잘 아시죠? 

10년이면 회장님 같은 분들은 버티기 힘듭니다.

대평 이놈... 이놈아들이 감히...

검사1 촉 좋으신 분이 왜 이러십니까? 강회장님 세상 끝났습니다. 

이제 손자 분 장래도 생각하셔야지요...

대평 (노려보다가) 좋다. 그라머 장도현이가 내한테 원하는 기, 뭐꼬?


씬15.  도현 집무실 (낮)

전화 수화기 들고 있는 도현.


도현 ... 알았네. 이 신세 잊지 않겠네. (전화 끊고 창 쪽으로 가 창 밖 보며) 

그래. 한 시대가 그렇게 가는 거지. (미소 머금는 얼굴에서)


씬16.  울산 검찰청 앞 (낮)

대평, 혼자서 쓸쓸한 얼굴로 계단 내려오다가 약간 휘청한다.


강산 (E) 할아버지!


대평, 보면 차 세운 곳에서 강산이 뛰어온다. 그 뒤에 따라오는 김비서.


강산 (부축하며)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대평 (말없이 강산의 어깨를 두드리고)

김비서 (다가와) 회장님... 어디 병원으로 모실까요?

대평 됐다. 아푼 데도 없는데 무신 놈의 병원이고? 

김비서 그럼...?


씬17.  해풍 조선소 일각 (낮)

멀리 김비서가 차 대기시켜 놓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 걸어와 멈추는 대평과 강산.


대평 (물끄러미 조선소 보다가) 산아, 니 미국 가거라.

강산 예?

대평 가서, 박사 될 때까지, 거서 공부하고 온니라.

강산 할아버지? 조사 받고 나오시더니, 어떻게 되신 거 아니에요? 

갑자기 미국엘 왜 가요?

대평 할애비 농담 하는 거 아이다.

강산 저도 농담 하는 거 아니라구요. 할아버진 하나뿐인 핏줄을 떼놓고 

싶으세요? 

대평 오이야. 그라고 싶다. 그래야 되는 기다.

강산 아니, 갑자기 왜 그러시는데요?

대평 니 인자부터 이래 살아서는 안 된다. 넘들보다 천배 만배 노력해가, 

최고가 돼야 하는 기다.

강산 공부... 얘기하는 거예요? 그런 거라면 여기서 할게요! 

할아버지, 제 실력 아시잖아요? 공부를 못하는 게 아니라, 재미없어서

안 하는 거 뿐이라구요. 원하시면 그까짓 1등 할게요! 하면 되잖아요?

대평 이놈우 자석아! 말 귀 못 알아듣나? 

오늘 이 할애비 회사가 날라간단 말이다!

강산 예?

대평 내가 평생을 일 해가, 내 피와 땀으로 쌓아올린 이기 넘한테 넘어간다  말이다. 용접공으로 시작 해가, 죽기 살기로 만든 이기, 이 조선소가...

(하다가 말 못하고 눈물 흘리면)

강산 할아버지?

대평 (이 악물고) 내는 지키고 싶은데, 인자 늙어가 힘이 엄따. 

인자는 니가 내 대신 싸워야 된다. 니가 이거를 되찾아야 되는 기다..

그럴라카믄 이 작은 나라에서 1등 한다꼬, 해결 될 문제가 아이다. 

니가 미국 가가, 최고로 잘난 놈들하고 싸워가 이겨야 희망이 쪼매 생긴 단 말이다. 할애비 말 모르겠나?

강산 (멍하니 보다가) 언제... 가야 되는 데요?

대평 시간이 엄따. 할애비가 준비 다 할 끼니까, 오늘 당장 출발해라.

강산 그럼 하나만 물어볼게요.

대평 (보면)

강산 할아버지 이렇게 만든 게 장도현 회장이에요? 장회장이 할아버지 회사

빼앗는 거예요?

대평 오이야. 할애비가 그놈아하고 싸움에서 졌다. 그 놈... 생각보다 훨씬 무 서운 인간이다. 니가 돌아 올 때는 지금 이 조선소보다 훨씬 더 크게  확장해 있을 끼다. 그런데 니가 이길 수 있겠나?

강산 확장하면 좋죠. 제가 그것까지 고스란히 할아버지한테 돌려드릴 테니까.


대평 보면, 굳은 얼굴로 보는 강산.


씬18.  도현 집 정원 (낮)

손에 쇼핑백 하나 들고 들어오는 강산. 

창희 집 쪽으로 가려는데 일문이 나오다가 본다.


일문 어이! 강산! 오랜만이다?

강산 (무시하고 들어가려는데)

일문 (붙잡으며) 얌마! 뭐가 그렇게 바빠?

강산 너 지금 뭐 하는 거냐? 안 놔!

일문 (멈칫 손 놓고 실실 웃으며 강산의 어깨 먼지를 턴다) 신문 봤다? 

니네 할아버지 잡혀 들어갔대매?

강산 (멈칫 굳어지면)

일문 우리 집엔 왜 왔냐? 우리 아버지한테 도움이라도 좀 청해 볼려고?

강산 (화나는 거 참고) 해주 너희 집에 들어왔다던데, 사실이냐?

일문 야아! 그 거지 인기 좋네? (웃으며) 하긴 앞으론 너하고도 어울리겠다.


일순 일문의 턱을 후려갈기는 강산. 나가떨어지는 일문.


강산 이 자식! 죽고 싶냐?

일문 (일어나 침 뱉고는) 그래... 주먹도 제법이네? 큰 소리 칠 만 하네. 

근데 어쩌냐? 주먹도 빽이 있어야 주먹이지. 

잘하면 니네 할아버지하고 같이 깜빵 쓰겠다?

강산 이 자식이! (하고 주먹 치켜드는데)

해주 (E) 뻥쟁이 오빠!


강산, 멈칫 보면 해주가 창희 집에서 나오다가 본다.


해주 시방 뭐 한당가?

강산 (일문 힐끗 보고는 주먹 내리는데)

일문 아~ 아무리 봐도 어울리네? 방학 끝나면 학교서 보자. (하고 가면)

강산 (그 뒷모습 노려보는데)

해주 저 싸가지하고 싸웠어야?

강산 (보고는) 나 좀 보자. (해주 손잡고 가면)


씬19.  동 집 근처 일각 (낮)

해주 손 붙잡고 오는 강산.


해주 (손 뿌리치며) 아, 뭣 땀시 숙녀 손을 잡고 이런댜? 

강산 해주야..

해주 어째 그라는디?

강산 나... 미국 가.

해주 미국? 미국은 뭣 땀시?

강산 (말없이 쇼핑백 내밀며) 받아.

해주 이게 뭔디?

강산 너한테 배 만드는 과정 보여주겠다던 약속 못 지킬 거 같아. 

이걸로 대신할 게.


해주, 의아한 얼굴로 보고는 쇼핑백 안의 물품 꺼내 본다.

모형으로 만든 드릴 십이다.


해주 오메! 요것이 뭔 배다냐? 희안하게 생겼구마이.

강산 드릴 십 모형. 내가 직접 만든 거야.

해주 드릴 십? 고런 배도 있당가?

강산 바다에서 석유를 캐는 배야. 세상에서 제일로 비싼 배이고, 꿈의 배라서

드림 십이라고도 해.

해주 비싸면 얼만큼인디?

강산 글쎄, 한 오천억 쯤...

해주 (휘둥그레지며) 오천억이야? 시상에! 뻥 아니지야?

강산 너 배 좋아하잖아? 이런 거 하나 만들어봐.

해주 정신이 워트케 됐당가? 5천억짜리 배라면서 나가 뭔 수로 이런 걸 만들 어야?

강산 왜? 너 자전거도 고치고 땜질도 잘 하잖아?

해주 그것하고 배 만드는 것이 같다냐?

강산 우리 할아버지도 시작은 용접공이었어. 

해주 참말로?

강산 (미소 띠며 고개 끄덕이는데)

해주 (배 모형 바라보다가 쳐다보며) 근디, 요렇게 귀한 것을 줬는디, 

난 줄 것이 아무 것도 없구마이.


강산, 보다가 해주의 머리띠를 떼어낸다.


해주 얼레? 뭣 한다냐?

강산 이거면 돼.

해주 참말로 고것으로 되겄어야? 오빠가 밑지는 거 같은디?


하는데 갑자기 와락 해주를 끌어안는 강산. 놀라 바둥대는 해주.


해주 오메! 오메! 요것이 뭔 짓이다냐! 이거 안 놔야!

강산 (더 세게 안으며) 너 오랫동안 못 볼 거야. 잘 있어.


그 말에 멈칫 그대로 있다가 일순 발견한다. 일각에서 보고 있는 창희.

화들짝 놀라 강산 밀어내는 해주.


해주 아, 미국을 가든, 달나라를 가든 뭔 상관이라고 이런댜? 

(하고 황급히 걸어가면)


강산, 해주 부르려다가 서 있는 창희 발견한다. 

모형 배 든 채, 창희 옆을 얼굴 빨개져 고개 숙이고 지나가는 해주. 

창희, 가는 해주 보고는 고개 돌려 강산 바라본다.


씬20.  동 집 정원 (낮)

모형 배 들고 들어오는 해주. 갑자기 멈추고 돌아본다.


해주 오랫동안 못 볼거라고라?


씬21.  동 집 근처 일각 (낮)

강산 바라보는 창희.


창희 미국? 미국엔 왜?

강산 할아버지 명령. 아마 대학 졸업할 때까지 못 볼 거다.

창희 그렇게나 오래?

강산 임마, 좋지? 나 없으면 해주 혼자 볼 수 있으니까.   

창희 (웃지 않고 보며) 나 농담하고 싶지 않는데?

강산 (보고는) 그래? 그럼 진담을 하자. 창희야. 우리 친구지?

창희 (말없이 보면)

강산 친구로서 부탁 하나 하자.

창희 뭔데?

강산 너 이 집에서 나가라.

창희 (멈칫 보면)

강산 당장 나가라는 소리는 아니고... 너 똑똑한 자식이니까, 

뭘 하든 성공할 거 아냐? 그렇게 되면 이 집에 나가. 뒤돌아보지 말고.

창희 왜?

강산 이 집하고 난 원수가 될 거니까. 너까지 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굳은 얼굴로 보는 창희. 진지한 얼굴로 마주 보는 강산.


씬22.  도현 집무실 (저녁)

변호사가 배석한 가운데, 두툼한 ‘주식 양도 계약서’ 에 도장 찍고 있는

대평. 도현이 보고 있다. 대평이 도장 찍은 계약서 넘길 때마다, 

변호사가 꼼꼼히 살펴본다. 마지막 장 찍고 도장 내려놓는 대평.


대평 인자 됐나?


도현, 변호사 바라보면 고개 끄덕이는 변호사.


도현 (미소 띠고 대평 보며) 고맙습니다. 회장님... 너무 서운해 하진 마십시 오. 어차피 은퇴하실 거, 조금 빨리 했다고 생각하시고 여생 편히 보내 셔야지요. 

대평 장회장... 내 하나만 말하꾸마.

도현 예. 말씀하세요.

대평 알겠지만, 해풍 조선은 내 전부였다. 자식이 죽었을 때도 내는 거서

일하고 있었다. 그거 다른 사업 한다꼬 팔아묵지 마라.

도현 그럴리가요? 회장님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조선소로 발전시킬 겁니 다. 염려 놓으세요.

대평 그라고, 니 사업을 이래 하지 말그라. 나도 자네 못지않게 험하게 살아  왔다만,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만들면 언젠가 후회할 날이 온다. 

기업도 인생이나 마찬가진기라. 늘그막에 뒤돌아 볼 때, 

쪼매는 자랑스러워야 안 되겠나?

도현 (피식 웃고) 회장님... 은퇴하실 때가 되긴 됐군요. 

뒤돌아보며 회한이라... 저는 그런 거 없을 겁니다.

대평 (말없이 보는 얼굴에서)


씬23.  바닷가 해풍조선소 앞 도로 (밤)

걸어오는 대평. 어느 순간 멈추고 불빛 찬연한 조선소를 바라본다.

눈물 흘리는 대평. 끝내 무릎을 꿇고 꺽꺽 소리를 내며 흐느낀다.

그 뒤편에 나타나는 강산. 대평의 뒷모습 보고 다가가려다가 멈춘다. 

이 악물고 돌아서는 강산. 


씬24.  울산 공항 출구 (밤)

강산, 김비서와 함께 짐을 실은 캐리어 밀고 출구 쪽으로 가는데,


인화 (E) 오빠! 산이 오빠!


멈칫 돌아보는 강산. 인화가 달려온다. 다가와 숨 몰아쉬는 인화.


강산 (굳어지며) 니가 어떻게 여기?

인화 창희 오빠한테 얘기 들었어. 오빠 진짜 미국 가는 거야?

강산 (굳어진 체 보면)

인화 진짜로 가서 대학 졸업하고 오는 거야?

강산 그래.

인화 아, 왜!

강산 (보다가 미소 떠올리며) 니가 쫓아다니는 거 지겨워서 간다, 임마.

인화 오빠!

강산 (피식 웃고) 농담이고. 오빠 없는 동안에 키 많이 크고 잘 자라서, 

훌륭한 사람 만나. (머리 쓰다듬으며) 너도 그리울 거 같다야.

인화 (글썽해지며) 나도 오빠 따라 갈 거야. 따라서 미국 갈 거라고!

강산 그럼 난 아프리카로 도망갈 건데?

인화 (대꾸 않고 울면)

강산 세월 지나면 나 같은 거 까맣게 잊을 거야. 그리고 우리는....

(뭐라고 하려다가) 아니다. 잘 있어라. (하고 돌아서면)

인화 오빠!

강산 (뒤돌아보지 않고 김비서와 함께 들어가고)

인화 이~씨! 오빠! 산이 오빠~ (하고 엉엉 우는데서)


씬25.  동 공항 게이트 일각 (밤)

의자에 앉아 해주의 머리띠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강산. 


안내멘트 (F) 8시 30분 김포로 가는 승객께서는 7번 게이트로 입장하시기 바랍니 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8시 30분 김포로 가는 승객께서는...


일어나는 강산. 가다가 돌아본다. 눈물 글썽한 그 얼굴에서.


씬26.  도현 집 정원 (낮)

빨래 줄에서 기저귀를 걷는 해주. 바구니에 담아 들어가려는데...


양남댁 (E) 얘!


해주 보면, 양남댁이 걸어 나온다.


해주 (꾸벅하며) 안녕하셨어라?

양남댁 넌 애가 그렇게 얌통머리 없니?

해주 야?

양남댁 걷으려면 이 쪽 빨래도 좀 걷지, 꼭 니네 집 것만 챙기냐? 


해주 멈칫 보면 빨래 건조대에 도현 집의 빨래들이 걸려 있다.


해주 아, 지는 함부로 손대면 안 될까봐 그랬어라. 지가 걷겄소.


빨래 바구니 놓고 도현 집의 빨래를 걷다가 양남댁 보는 해주.

팔짱 낀 채 보는 양남객.


해주 뭐 또 시키실 일 있으면 말씀하쇼잉.

양남댁 그래?


씬27.  도현 집 주방 + 거실 (낮)

주방에 잔뜩 쌓인 그릇을 설거지하고, 거실을 청소하는 해주.


씬28.  동 서재 (낮)

문 열고 들어오는 해주. 청소기로 바닥 청소하려다가 문득 멈추고 본다. 

그 시선에 서재에 빼곡히 꽂힌 책들 보인다. 다가가 살펴보는 해주. 


해주 조선이면 배 만드는 거 아녀? (책 한 권 꺼내 훑어보다가 놓고 일각에 놓인 모형배들 전시 된 것 발견한다) 워메! 이게 다 뭐다냐!

좋아라 하며 모형배들 들여다보는 해주. 


해주 조선소서 만드는 배가 여기 다 있구마이. (하다가) 얼레? 이건...

(모형 배들 중 드립 십을 들어 보는데)

도현 (E) 거기서 뭐 하냐?


화들짝 놀라 보는 해주. 문 앞에 도현이 서 있다.


해주 (사진 놓고) 야... 청소 쪼까 할라고라...

도현 (다가와 드릴 십 모형 배 뺏으며) 여기 물건들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해주 ... 죄송하구만이라...

도현 (대꾸 없이 드릴 십을 제자리에 놓는데)

해주 거시기, 고것이 드릴 십이지라?

도현 (멈칫 보고) 니가 드릴 십을 알아?

해주 야. 바다서 석유 캐는 배잖여라.

도현 그래. 아는 구나.

해주 회장님이 그 배 만들려 하신다요?

도현 (찌푸리며 보면)

해주 아니... 동네에서 들었어라. 마을 철거하는 것이 조선소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라.

도현 그게 왜? 너도 나 때문에 쫒겨 나 화가 난 거냐?

해주 (손사래 치며) 아, 아녀라! 지들이야 어차피 지들 집도 아닌디, 

화나고 말고 할 게 어딨어라?

도현 그럼...?

해주 그냥... 고런 비싼 배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서라...

도현 배를 만들고 싶냐?

해주 (끄덕이며) 야...

도현 그럼 공부를 많이 해야겠지.

해주 얼매나요?

도현 대학 졸업하고 유학은 갔다 와야겠지. 

니가 관심 가질 배는 아닌 거 같구나.

해주 야아... 그렇구만이라. (시무룩해지는데)

인화 (들어오며) 야! 너 여기서 뭐해?

해주 (멈칫 보고) 어. 청소야.

인화 니가 왜 그 딴 걸 해? 아줌마 시키고 빨리 내려와. 엄마가 너 옷 주래.

해주 옷이야? 필요 없는디...

인화 야! 내가 창피해서 그러거든? 그래도 넘버 툰데, 그 꼴로 내 옆에 붙어 다닐래? 


씬29.  동, 거실 (낮)

예쁜 공주풍 드레스를 입고 있는 해주. 그 앞에 서서 감탄하는 인화. 


인화 너 이렇게 입으니까 진짜 이쁘다... 역시 옷이 날개라니까. 

봐. 우리 집에 있으니까 이런 것도 입잖아? 고맙지?

해주 나는 불편혀서 안 입고 싶구마이. 

인화 야! 내가 입으라면 입어! 말이 많아? 

(하다가 이층에서 내려오는 도현 발견하고) 아빠, 해주 이쁘죠?

도현 그렇구나..

인화 한 바퀴 돌아 봐.

해주 (뭔 소린가 보면)

인화 이런 옷 입으면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아보는 거야. 나처럼!


하고 빙그르르 돌면, 해주도 인화 따라 빙그르르 돌아본다.

도현, 두 아이가 귀여운 듯 미소로 보는데...


인화 그러지 말고 머리 한 번 올려봐. 드레스에는 머리 올리는 게 

훨씬 더 이쁘거든. 어서.


해주 머리 잡고 올리면 등 파진 드레스 아래 데인 흉터 보인다.

그 모습 보고 도현, 눈 커지는데...


인화 (해주 얼굴 보며) 아니다. 넌 머리 내린 게 더 예뻐.


해주, 머리 다시 내리고 가려지는 목 흉터. 굳어지는 도현.


씬30.  동, 정원 (낮)

걸어 나오는 도현. 굳은 얼굴로 뭔가 생각하다가 기출집 쪽 쳐다본다.


씬31.  동 기출 집 앞 (낮)

기출과 달순 집에서 같이 나오는데 다가오는 도현.


달순 (보고) 안녕하세요?

도현 (굳은 채 보면)

기출 왜... 왜 그러십니까? 회장님?

도현 (쳐다보지도 않고 달순 보며) 아주머니. 내 말에 거짓 없이 대답해요.

달순 (멈칫) 무... 무슨?

도현 아주머니, 해주가 친딸 맞습니까?

달순 (멈칫) 예?

도현 혹시 그 아이, 입양하지 않았냐구요.


일순 얼어붙는 기출. 놀라 보는 달순.


기출 회, 회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도현 너한테 묻지 않았어! (달순 보며) 친 딸 맞아요? 혹시 11년 전에 데려다  키운 아이 아닙니까? 

기출 (절망적인 얼굴 되는데)

달순 지금 무슨 소릴 하세요?

도현 (보면)

달순 (뚱한 얼굴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누가 해주가 내 딸 아니라고 그래요? 열 달 내내 배불러 낳았는데? 

없이 산다고 사람까지 무시해요?

도현 아니, 그게 아니라...

달순 큰일 날 소리 하시네. 해주 얼굴 보면 딱 저 판박인 거 모르시겠어요? 

우리 둘이 시장 한 복판에 떨어뜨려 놔도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로 

닮았구만... 남들 들으면 오해해요. 이상한 소리 하시네. 진짜.

도현 이, 미안해요... 내가 뭔가 착각했어요.. (기출 보며) 자네 나 좀 보지. 


하고 돌아서면 안도의 한숨 쉬고 따라가는 기출. 

그 뒤에서 휘둥그레져 보는 달순.


달순 그걸... 어떻게 알았대? (고개 갸우뚱하는 얼굴에서)


씬32.  동 집 앞 (낮)

굳은 얼굴로 나오는 도현. 그 뒤에 바짝 쫀 얼굴의 기출이 따라 나온다.

도현이 걸음 멈추고 홱 돌아보자, 움찔하는 기출.


도현 너 무슨 속셈이야?

기출 예? 무슨 말씀을...

도현 저 식구들을 집안에 왜 들여놓고 있냐고!

기출 그건... 사모님이 집 구할 때까지 잠시 데리고 있으라고 해서...

도현 멍청한 놈! 벌써 잊었어? (주변 둘러보고는) 죽은 천홍철이라는 놈이,

유진이를 죽인 놈이라면서? 근데 그 식구를 집안에 들여 놔?

기출 (말 못하고 보면)

도현 둔한 놈 같으니... 너는 찝찝하지도 않냐? 

당장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보내!

기출 하지만 사모님한테는 뭐라고...?

도현 집사람하고 나갔다 올 테니까, 알아서 정리 하란 말야! 

니가 저지른 일이니까, 니가 책임져! 오늘 밤 안에! 알았어?

기출 ... 예.


도현, 못 마땅한 얼굴로 고개 돌리면 몰래 다시 안도하는 기출.


씬33.  동 기출 집 거실 (낮)

들어오는 기출. 아이들 모습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서성대다가, 

식탁 탁자에 머리를 감싸고 앉는다. 한참 만에 고개 드는 기출.

결심한 듯 일어나 걸려 있는 옷에서 메모지 한 장 (7회 8씬) 꺼낸다.

뒤이어 일각에 있는 장문을 연다.

그 서랍 맨 아래를 열면, 돈 가방 (6회 12씬)이 나온다. 

기출, 가방 안의 돈 확인하고, 다가와 전화 수화기를 든다. 

메모지의 번호 보며 떨리는 손으로 다이얼 돌리는 기출.


기출 여보세요, 거기 해남이죠? 


씬34.  도현 집 앞 (밤)

다가와 멎는 승용차. 안에서 빚쟁이 두목과 사내1, 2가 내린다.


씬35.  기출 집 거실 (밤)

드레스 입고 방에서 나오는 해주. 창희가 눈부신 듯 그 모습 바라본다.  옆에서 달순이 기저귀를 개고 있고, 상태는 뭔가 먹고 있다.


해주 (좀 부끄러운 듯) 오빠... 어뗘라?

창희 (말 못하고)

해주 이상하당가요?

창희 아냐... 너무, 너무 이쁘다...


그 말에 씩 웃다가 쳐다보는 달순 의식하는 해주.


해주 엄니... 금방 벗을 거구만이라... 한 번 입어 본 거 뿐이요.

달순 (힐끔 보고 다시 기저귀 개며) 뭘 벗냐? 어울리는구만...

해주 (멈칫 보는데)

상태 아, 엄니... 지난번엔 우리 형편에 뭔 저런 옷을 입냐고 쌩난리를 

치두만, 어째 그라요?


달순, 대꾸 않고, 해주 얼굴에 화색이 도는데, 

일순 거실 문 박차고 구둣발로 들어오는 빚쟁이 두목과 사내1,2.

보고 사색이 되는 달순과 상태, 해주.


두목 아줌마, 오랜만이네? 남의 빚도 안 갚고 좋은 집에 사네!

달순 (본능적으로 상태 안으며) 여, 여기 우리 집 아니에요..

두목 그래도 계산은 하셔야지. 이자 부쳐 주기로 한 지가 언젠데?

달순 우리... 우리 그 양반이 죽었어요...

두목 그래도 빚은 남지. 우리가 지옥에 가서 받을 수는 없잖아? 

(하며 해주 슬쩍 건드리는데)

창희 (벌떡 일어나며) 당신들 뭐 하는 짓이에요! 남의 집에서! 

사내1 상관없는 놈은 조용히 해라. 다친다.

창희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나가요! (하고 전화기 쪽으로 가는데)


사내1이 뒷덜미를 잡고 창희를 내동댕이친다. 

쓰러지는 창희 보고 일어나 그 앞을 막는 해주.


해주 이 오빠 건들지 말어야! 나가 가만 두지 않을 탱께!

사내2 오! 무서운데? 가만 안 두면, 어떡하실라고?

해주 (파르르 떨며 노려보는데)

기출 (E) 댁들 누구요!


일동, 멈칫 보면 기출이 들어와 본다.


(점프)

앉아 있는 기출과 달순, 해주, 창희. 빚쟁이 두목과 사내1,2. 


기출 그렇게... 많은 빚을 졌다구요?

두목 그렇다니까? (달순 보며) 어이! 아줌마! 어떡할 거야? 

딸래미라도 하나 팔 거야?

달순 (말 못하고 움츠려 드는데)

기출 내가, 내가 갚을 게요!


놀라 보는 해주와 달순. 창희도 놀라 본다.


두목 아저씨가?  진짜요?

기출 그렇다니까! 대신에 이 가족들 더 이상 괴롭히지 마시오!

두목 그러면 우리야 좋지. (하고 사내1, 2 보며 웃는데)

달순 창희 아버님이... 왜?

기출 천병장님, 나 때문에 돌아가셨잖아요? 나 찾아서 울산 오지만 않았어도

그런 일 안 당했을 텐데....

달순 아무리 그래도 한 두 푼도 아닌데...

기출 대신에 형수님, 여기 떠나서 해남으로 돌아가요.

달순 (놀라) 해남이요? (두목과 사내 1, 2 보며) 그건...

기출 내가 갚는다니까요. (두목 보며) 빚만 갚으면 이 가족들, 

옛날 집에 사는 거 문제없죠?

두목 그야 당연하죠.

기출 (달순 보며) 형수님... 그럼 가세요. 사실 형수님 가족 울산 사는 거, 

제가 불편해 죽겠습니다. (창희 힐끗 보고) 또 회장님한테 신세져야 하는데... 그분한테 제가 미안한 게 너무 많아서요.

달순 정말... 갚아 주실 수 있어요?


기출 고개 끄덕이면, 반신반의 해 보는 달순. 

해주와 창희도 말 못하고 본다. 


씬36.  도현 집 앞 (밤)

차 뒷좌석에 던져지는 돈 가방. 두목과 사내1,2 기출 쳐다본다.


두목 (기출 어깨 툭 치며) 고맙수.

기출 약속... 지키는 겁니다?

두목 걱정 마시고 나머지 돈이나 붙이쇼.... 가자, 애들아.


차에 타고 출발하는 일동. 기출 무거운 얼굴로 보다가 돌아선다.


씬37.  동 정원 (밤)

들어오는 기출. 멈칫 고개 들면 해주와 창희가 앞에 서 있다.


기출 왜들... 나왔냐?

해주 너무 죄송하고 고마워서라...

기출 (보면)

해주 아저씨네도 형편이 어려울 텐디... 그런 큰 빚까지 안아 주시고..

이 은혜를 어째 갚는다요?

기출 (말 못하고 창희 보면)

창희 죄송해요. 아버지... 그 동안 아버지 오해했었어요. 

기출 오해한 거 없다. 들어가자.


앞서가는 기출. 그런 기출 보며 창희가 해주 손을 잡는다.

가다가 돌아보는 기출.


기출 뭐 하냐?  안 오고!

창희 (멈칫 손 놓으며) 예! 가요!


앞서가는 창희. 뒤에서 창희가 잡았던 손 펴보는 해주. 

메모 한 장이 딱지 모양으로 접혀 있다. 

씬38.  도현 집 앞 (아침)

이삿짐 트럭이 와 있고, 인화가 혼자 나와 해주 식구들을 배웅한다. 

기출이 이삿짐을 차에 올려주고 있다.


인화 엄마가... 울산에 집구해 준댔는데, 기집애  끝까지 내 말 안 듣네. 

(달순 보며) 아줌마! 다시 생각해 보면 안 돼요?

달순 애기 했잖아? 울산 땅에 만정 떨어졌다고....

인화 (해주 보며) 나 너 보내기 싫은데... 겨울 방학 때 꼭 놀러 와. 

전화도 자주 하고.

해주 (기출 힐끗 의식하고) 알았당께. 몇 번을 말하냐?

인화 (글썽해) 기집얘. 다 가 버리네. 산이 오빠도 없는데, 너까지..

해주 (안쓰러운 듯 보는데)

기출 (해주 향해) 너도 얼른 타야지?

해주 야... (고개 숙여 인사하며) 그 동안 참말로 고마웠어라.


기출 끄덕이고, 해주, 창희를 찾는 듯 둘러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기출에게 인사하고 진주를 안고 트럭 앞에 타는 달순. 

영주가 그 옆에 타고, 해주와 상태는 트럭 뒤에 탄다. 

트럭 출발하면 손 흔드는 해주. 인화 글썽해 같이 손 흔들고, 

기출 착잡하게 본다.  트럭이 멀어져 가는데, 일순 보는 해주. 

담벼락 사이에 창희가 서 있다. 부르려다가 부르지 못하고 보는 해주, 

슬픈 눈으로 보는 창희. 멀어져가는 트럭 바라보는 얼굴에..


창희 (E) 해주야. 우린 다시 만날 거야. 어디에 있던 꼭 연락해. 

아버지가 마음에 걸리면 학교로 편지하면 돼.


씬39.  도로 일각 + 트럭 위 (낮)

트럭 짐칸 위에서 창희가 준 메모지를 보고 있는 해주. 그 얼굴에.


창희 (E) 너는 온통 고통과 어둠 밖에 없던 나한테, 처음으로 웃음과 빛을 가르쳐 준 아이야. 너 때문에 세상이 꼭 절망적이지 않다는 걸 알았어. 

내가 뭘 해야 할지 가시밭길을 헤치고 살아가야 할 의미도 알았어.


씬40.  조선소가 보이는 언덕 (낮)

혼자 서서 조선소를 내려다보는 창희 얼굴에,


창희 (E) 기억하지? 니가 했던 말... 작은 배 한 척 가지고 싶다는 꿈...

나도 내 말을 기억해. 언젠가 저 광대한 조선소를 가지고 싶다는 꿈...

그걸 잊어버리지 말자. 너를 믿듯이 나도 나를 믿을 거다.


씬41.  해안도로 + 트럭 안 (낮)

짐칸에서 메모 보는 해주.


창희 (E) 어둠이 깊어질수록 아침이 밝아온다고 하더라. 다시 만날 때까지 건 강해라.


해주, 미소 띠며 메모 보는데, 쳐다보는 상태.


상태 뭘 그렇게 본다냐?

해주 (멈칫 보고) 암 것도 아녀. 


메모지 집어넣고 바다 보는 해주. 

어느 순간, 갑자기 눈 커진다. 


해주 아저씨! 아저씨! 차 세워 주셔라! (앞에 두드리며) 쪼까 세워 달랑께요!

상태 어째 근다냐?


트럭이 갓길에 서면 뛰어 내리는 해주. 바닷가 쪽으로 달려간다.


달순 (트럭 안에서) 아니, 저놈의 기집애, 어디 가는 거야?


씬42.  바닷가 일각 (낮)

홍철이 뿌려진 바닷가이다. 달려와 멎는 해주. 밀려오는 파도 바라본다.


해주 (바다 향해 소리 높여) 아부지! 지 떠나요! 아부지 고향으로 간당께요!

지 가드라도 슬퍼하지 마셔라! 언제고 꼭 다시 돌아와 아부지 보겠어라!

식구들은 지가 잘 돌보고야, 씩씩하고 용감하게 살 탱께, 

아무 걱정도 마셔라!  아부지! 꼭 다시 올탱께, 잘 계셔라! 

사랑혀라! 아부지! 사랑혀라...


하다가 눈물 흘리는 해주. 멀리 갈매기만 무심히 난다.


씬43.  도현 집 정원 (저녁)

도현과 금희, 외출했다가 오는 길인 듯 나란히 들어오는데,

앞에서 큰 박스 하나 들고 오는 양남댁.


양남댁 사람들이 양심이 없어...(하다가 두 사람 보고) 어머! 이제 오세요?

금희 그게 뭐에요?

양남댁 아니, 아침에 이사 간 사람들 있잖아요. 남의 집에 살았으면 쓰레기를

치우고 가야지, 정원에 이렇게 버리고 갔잖아요?

금희 경황이 없어서 그랬나 보죠. 아줌마가 그냥 치우세요.

양남댁 예...

금희 (들어가려다가 멈칫 서며) 잠깐만! 아줌마!


양남댁, 멈칫 보면 다가오는 금희. 박스 안에서 노란색  뜨게 옷을 

꺼낸다. 눈 커지는 금희. 같이 보던 도현의 눈도 커지는데,


금희 아줌마! 이 옷! 이 옷 해주네가 버리고 간 거 맞아요?

양남댁 예... 왜 그러세요?

금희 (멍한 얼굴로 옷 이리저리 뒤집어 보다가 눈물 차오른다) 유진아...

도현 여보...

금희 유진이 옷이야... 유진이... (하다가) 아줌마! 박집사 어디 있어요?

양남댁 사모님?

금희 (비명처럼) 박집사 불러오라구요!


양남댁 놀라 보고, 도현 얼굴 더 굳어지는 데서.


씬44.  도현 집 거실 (밤)

부들부들 떨며 노란색 옷 내미는 금희. 받아 보는 기출. 사색이 되고,

그 옆의 도현이 죽일 듯 노려본다.


금희 이게, 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왜 유진이 옷이 해주네가 버린 쓰레기에서 나와요?  

기출 (보고 말 못하는데)

도현 당신... 잘 못 본 거 아냐? 그게 언제 적 옷인데 설마...

금희 내가 손으로 뜬 거예요! 내가 유진이한테 입힌 옷이라구요! 

여기 까만 배 문양도 내가 떴어요! 그런데 이게 어떻게.... 

어떻게 여기 있는 거예요? 말해 보세요! 박집사님!

기출 모, 모르겠습니다.

금희 유진이... 살아 있는 거 아니에요? (하다가 눈 커지며) 혹시, 그 아이

해주가 유진이 아니에요?

기출 (놀라)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럴 리 없습니다!

금희 어떻게 알아요? 입양됐을 수도 있잖아요!

기출 그건 아닙니다. 제가 그 형수님 배 만삭일 때도 몇 번이나 해남에서 

봤습니다.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도현 그래, 여보... 당신이 과민 반응하는 거야.

금희 그럼 이 옷이 왜 그 사람들 집에서 나오냐구요!

도현 (보다가 결심한 듯) 박집사. 해주네 해남 집 알지?

기출 (멈칫) 예?

도현 그리 가서 확인 해 봐!  이걸 왜 가지고 있었는지 확인해 보라구!

기출 (멈칫 금희 보고는) 알겠습니다. (일어나는데)

금희 안 돼요! 나도 같이 가요!


하고 일어나면 굳어지는 기출. 도현의 얼굴도 굳어 있다.


씬45.  기출 집 거실 (밤)

후다닥 들어오는 기출. 일각의 주머니에서 황급히 메모지 꺼내 보며 

전화 다이얼 돌린다. 잠시 기다리다가 눈 커지는 기출.


기출 여기 울산이에요! 도착했어요?.... 안 돼! 계획이 바뀌었어! 거기 있으면  안 돼!.... 글쎄, 내 말 잘 들어요! 그 아이, 해주라는 아이는 절대 해남에 

있으면 안 돼!


씬46.   국도 + 달리는 차 안 (밤)

기출이 굳은 얼굴로 운전하고 있고, 뒷좌석에 앉아 있는 도현과 금희.

도현, 무섭게 굳은 얼굴로 금희의 손을 잡고 있는데, 

금희의 한 손에는 노란색 뜨개옷이 꼭 잡혀 있다.


씬47.  해남 홍철 집 앞 + 마당 (새벽)

다가와 멎는 차. 기출과 도현이 내리기도 전에 금희가 내려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그러나 방치된 집 마당에는 풀만 무성하고 아무도 없다.

멍하니 보는 금희. 그 뒤에 와 보는 도현과 기출.


금희 (돌아서 기출 보며) 여기가 맞아요? 분명히 이리 온다고 했어요?

기출 예. 틀림없습니다.

금희 그런데 왜 없어요? 어디로 간 거예요!


씬48.  어느 창고 안 (아침)

짐들과 함께 내동댕이쳐지는 해주 가족. 

두목과 사내 1, 2를 보며 겁에 질린다.


해주 이런 법이 어딨당가요? 해남 집으로 보내 주기로 약속했잖여라!

두목 우리가 약속 지키고 사는 사람들은 아니지.

달순 원하는 게 뭐야?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거야!

두목 아줌마한테는 원하는 거 없으니까 얌전히 계셔.


눈짓하고 나가는 두목과 사내1,2. 뒤이어 커다란 철문이 닫힌다.

문 두드리는 해주.


해주 야! 이 썩을 놈들아! 이거 열어야! 안 열면 가만 안 둘탱께 어서 열어야!

상태 야! 그라지 말랑께! 와서 해코지하면 어쩌려고 그런댜?

해주 이거 열라고! (하며 계속 두드리는데..)


씬49.  동 창고 앞 (낮)

가로 지르는 잠금쇠를 닫아 버리는 사내1. 계속 문 두드리는 소리 들리 는 가운데, 두목과 사내2를 따라간다.


사내1 어쩌지요, 형님?

두목 약속대로 큰 애만 섬에 넘겨.

사내2 나머지는요?

두목 니들이 알아서 해라. 나도 머리 아프다.


씬50.  동 창고 안 (낮)

문 계속 두드리는 해주.


해주 밖에 누구 없어라? 여기 사람이 갇혀 있당께요! 누가 좀 도와주셔라!

도와주셔라! (하는데)


영주가 울음을 터뜨린다. 보는 해주.


영주 언니... 나 무서워...

해주 (얼른 와서 안으며) 괜찮여. 영주야... 거시기 숨바꼭질 한다고 생각해야.

아무 일 없을 것이구먼...


하지만 모두 겁에 질린 얼굴이다.


씬51.  해남 홍철 집 앞 (낮)

차 앞에서 노란색 뜨개옷 들고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금희. 

그 모습 보는 도현과 기출.


도현 여보... 그만 돌아가. 애들 기다릴 거야.

금희 ....

도현 그 옷이 꼭 당신이 뜬 옷이라는 보장도 없잖아. 

흔하디 흔한 게 노란색이고, 누구든 배 모양 뜰 수 있어. 

금희 (천천히 고개 저으며) 아니에요.. 이건 내가 뜬 옷 맞아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나 뚜렷이 기억해요. 

꿈속에서도 떠올랐던 옷이라구요! 해주 만나야 돼요!

도현 (말 못하고 기출 보는데)

기출 사모님... 저기, 해주 동생 진주라는 갓난 애 주려고, 

그 엄마가 어디서 옷 얻어 입힌 것일 수 있어요...

없이 사는 집이라 옷 얻어 입힌다고 그랬어요.

금희 그럼 그 엄마라도 만나야겠어요! 

이 옷 어디서 났는지 물어봐야 한다구요!

도현 (말 못하고 보는 데서)


씬52.  창고 안 (낮)

땀을 뻘뻘 흘리며 나무 조각으로 철문 아래의 틈을 파고 있는 해주와 달 순. 상태가 진주와 영주를 안은 채 보고 있다.


달순 (나무 조각 부러지자) 얘! 안 되겠다. 안에 시멘튼지 돌땡인지 더 이상은  안 파져!

해주 (낙담한 듯 주저앉다가 문득 생각하고는) 야! 영주야!

영주 (보면)

해주 너 요 사이로 나갈 수 있겄냐? 니는 작아서 될 거 같은디?


주춤 거리며 다가오는 영주. 파진 구덩이 쪽으로 기어들어간다.


달순 그래! 되겠다! 조금만 더 가 봐!

해주 힘내 봐야! 영주야!


낑낑거리며 틈을 빠져 나가는 영주.


씬53.  동 창고 밖 (낮)

밖으로 빠져 나오는 영주. 두리번거리다가 가로 잠금쇠 보고 팔 뻗지만  손이 닿지 않는다. 


해주 (E) 어째 그냐? 영주야!

영주 손이 안 닿아!

달순 (E) 옆에 어디 발 받힐 거 없어?


다시 두리번거리다가 적당한 나무 고임목 발견하는 영주. 낑낑거리고 끌 고와 그 위에 올라 서 잠금쇠를 안간힘을 다 해 옆으로 민다.


씬54.  동 창고 안 (낮)

일순 문이 열린다. 얼굴 환해지는 해주와 달순, 상태.

해주, 영주를 와락 끌어안는다.


해주 영주야! 니가 우릴 살렸당께! 나가 너 업어 키운 보람이 있어야!

달순 야! 그놈들 오기 전에 빨리 가!

상태 짐은 어쩐당가요?

달순 지금 짐이 문제야! 후딱 나가자니까!


일동 나가는데, 일순 멈추는 해주. 

돌아와 짐 사이에서 강산이 준 모형배를 챙겨 든다.


달순 너 뭐 해? 그딴 건 왜 챙겨!

해주 싸게 가드라고요!


씬55.  물류 창고지 일각 (낮)

해주가 영주를 업고, 달순이 진주를 안고, 상태가 모형배를 든 체 달려 온다. 모퉁이를 도는 순간! 멈칫 하는 해주. 그 시선에 걸어오는 두목과  사내1,2가 보인다. 황급히 일각으로 숨는 일동. 두목과 사내1,2 걸어 오 다가 열려진 창고 문 본다.


두목 야! 저거 왜 열렸어!


놀라 뛰어 가는 사내1,2. 그 일각에 숨어 침 삼키는 해주가족.


사내1 형님! 없는데요! 토낀 거 같습니다!

두목 이런 빌어먹을! 빨리 찾아! 멀린 못 갔을 거야! 큰 기집애만 잡으면 돼! 

나머진 필요 없어!


두목과 사내1,2 흩어져 가면 고개 빼고 보는 해주.


상태 어... 어떡한댜?

해주 (보다가 입술 깨물고)

영주 언니... 무서워..

해주 (고개 돌려 보고는) 엄니... 여그서 헤어져야 겄소.

달순 무슨 소리야?

해주 거시기... 여그가 어딘지 모르겄지만, 시외버스 터미널서 만나드라고요.

달순 (손 붙잡으며) 안 됀다! 그건 안 돼!

해주 걱정 마셔라. 지가 얼매나 날랜지 알잖여라...

달순 (글썽해지며) 해주야...

해주 (상태 보며) 오빠... 얘들 잘 챙기드라고....


하고 달순의 손에서 손 빼며 달려 나가는 해주.


해주 야! 썩을 놈들아! 나 여깄당께! (하고 달려가면)


뒤이어 해주를 쫓아가는 두목과 사내들. 숨어서 보는 달순.


달순 (울며) 해주야... 해주야...


씬56.  해남 터미널 일각 (낮)

해남 간판 보이는 가운데, 지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다니는 금희.


금희 아저씨... 혹시 천해주라는 아이 모르세요? 천홍철씨 딸인데, 

그 아이 이곳 해남에 이사 오지 않았어요?


씬57.  거제 터미널 일각 (낮)

진주를 안고 기다리고 있는 달순과 상태, 영주. 울고 있는 일동.

그들 뒤로 거제 간판 보인다.


씬58.  한적한 바닷가 (저녁)

해주를 끌고 오는 사내1,2. 두목이 따라온다.


해주 시방 어디로 간다요?

두목 모르는 게 좋을 거다.


해주, 주변 둘러보지만 사람 하나 없다. 일각에 세워진 어선으로 해주를  끌고 가는 사내1,2.


씬59.  어선 위 (저녁)

해주를 끌고 오는 사내1,2. 사내2가 운전석으로 들어가는데,

두목 보고 사정하는 해주.


해주 아저씨.. 지한테 어째 이라요? 지 아직 동생들도 어리고, 우리 식구들한 테 지가 있어야 되어라. 아부지 빚땜시 이러신다면 지가 갚을 탱께, 지 발 풀어 주셔라.

두목 잔 말 말고 들어 가!


두목, 해주 잡아끄는데, 일순 두목의 손을 깨무는 해주.

두목 비명 지르는데, 옆에 있는 사내1을 바다에 떠다미는 해주. 

사내1이 바다에 빠지고, 그대로 선착장으로 도망치는 해주. 두목 물어뜯 긴 손 보여 아파하는데, 사내2가 놀라 뛰어나온다.


두목 뭐해! 잡아!


씬60.  해안가 (저녁)

달려오는 해주. 뒤돌아보면, 배에서 뛰어내려 쫓아오는 두목과 사내1이  보인다. 몸 돌려 숲 속으로 뛰어가는 해주.


씬61.  숲속 일각 (저녁)

달려오는 해주. 그 뒤를 두목과 사내1이 쫓아온다.


두목 야! 거기 서!


씬62.  절벽 앞 (저녁)

달려오는 해주. 멈칫 멈춰 선다. 앞은 가파른 벼랑이다.

그 뒤에 쫓아와 멈추는 두목과 사내1. 

빙글거리고 웃으며 다가오는 두 사람.


두목 왜 이렇게 속 썩이냐? 얌전하게 가자. 응?


입술 깨물고 절벽 아래 보는 해주. 그 아래 푸른 파도가 넘실댄다.

두목 사내1, 점차 다가오는데...


해주 아부지... 도와주쇼.


하고는 몸 돌려 그대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해주. 놀라 달려오는 두목 과 사내1.


씬63.  절벽 아래 바다 (저녁)

떨어져 그대로 바다 아래로 사라지는 해주. 포말만 남는다.


씬64.  바다 아래 (저녁)

바다 아래 잠수하는 해주. 떨어진 충격으로 정신을 잃었다. 

물 아래에서 늘어지는 해주의 모습에서.

(8부 엔딩!!)


.메이퀸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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