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퀸 9
<메이퀸> 9부
씬1. 절벽 앞 (저녁)
입술 깨물고 절벽 아래 보는 해주. 그 아래 푸른 파도가 넘실댄다.
두목 사내1, 점차 다가오는데...
해주/아부지... 도와주쇼.
하고는 몸 돌려 그대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해주. 놀라 달려오는 두목과 사내1.
씬2. 절벽 아래 바다 (저녁) - 떨어져 그대로 바다 아래로 사라지는 해주. 포말만 남는다.
씬3. 바다 아래 (저녁)
바다 아래 잠수하는 해주. 떨어진 충격으로 정신을 잃었다.
물 아래에서 늘어지는 해주. 물밑으로 가라앉는데...
(플래시 백)- 2부 씬 47. 어선 위
홍철/해주야, 시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말이여. 파도가 아무리 쎄도 말이다이. 시방 이 기분을 잊지 않아 불면,
뚫고 나갈 수 있어야... 알겄냐?
해주/야.
홍철/눈 감고 있어서 깜깜해 아무것도 안 보여도 말이다이. 시상에 빛이 없는 건 아닌께, 움츠려 들지 말어야.
알겄냐?
(현재) 눈 번쩍 뜨는 해주. 그대로 발버둥 치며 위로 올라간다.
씬4. 바다 위 (저녁)
수면으로 올라오는 해주. 멀리 해변에 불빛이 휘황하게 보인다.
필사적으로 헤엄쳐 가는 해주. 찬란한 불빛들에서 O.L 되면..
씬5. 철판 위 (낮)
두꺼운 방열장비와 작업복 차림으로 불꽃 튀기며 용접하고 있는 해주.
일순 그 옆으로 작업복 차림의 기사 하나가 다가와 해주를 툭툭 친다.
용접 멈추고 방열모와 마스크 벗는 해주. 귀에 꽂힌 귀마개도 뺀다.
얼굴이 땀투성이고, 젖은 머리카락이 얼굴에 붙어 있다.
해주 기사 1 쳐다보면, 아래쪽을 손으로 가리키는 기사1.
밑에서 손을 흔드는 작업반장 보인다. 팔로 얼굴의 땀 닦아내는 해주. 얼굴에 검정 가루가 묻는다.
씬6. 다른 용접장 (낮)
반장과 함께 걸어오는 해주. 기사2가 용접기 들고 철판 앞에 난감한 얼굴로 서 있다.
해주/아~ 바빠 죽겠는데 정말... 무슨 문제에요?
반장/(기사2 가리키며) 이자슥이 UT용접할 줄 안다캐서 시켰두만,
저래 엉망으로 만들어 놨다. 이거 재검 받게 생겼다.
해주, 다가가 삐뚤삐뚤하게 용접된 부분 살펴본다.
일각에 있는 철판 하나 들어 용접된 부분 두드려 보는 해주.
해주/(소리 듣고 기사2 보며) UT 검사에서 결함이 20미리 정도 나왔죠?
기사2/(놀라 보고) 우, 우째 알았노?.
해주/가우징으로 다 파내고 다시 해야겠네. 가우징기 가져와요!
(점프)
방화장비 착용하고, 가우징기로 용접된 부분 파내는 해주.
용접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불꽃이 튄다. 다 파내고 용접모 벗고 살펴 보는 해주.
다시 용접모 쓰고, CO2 용접기로 용접하는 해주.
깔끔하게 용접하고 땀에 흠뻑 젖어 용접모 벗는다. 감탄하는 반장.
반장/도사가 따로 없네.
해주/(기사2 보며) 크랙이 안 보이는 건 이해하는데요. 비드와 비드 사이 골 만 제대로 녹여주면
불량 안 나요. 용접할 때 호스 꺾였는지 확인하구요. 실드가 안 되면 기공 발생 하잖아요?
반장/(기사2) 들었나, 자슥아. 이래놓고 니가 A 급이면 천기사한테는 용접신 이라 캐라!
시급 차이가 얼마나 나는데!
해주/말로만 말고 반장님이 내 시급 좀 더 올려줘요!
반장/자슥아. 거기 내 맘대로 되나? 대신에 밥 사주꾸마.
해주/됐구요! 나 잠깐 나갔다 올테니까, 하던 일이나 처리 좀 해줘요!
반장/니는 점심시간에 맨날 밥 안 묵고 어데 가는데?
해주/갔다 올게요! (하고 나가면)
씬7. 시장통 앞 (낮) - 오토바이 몰고 오는 해주. 일각에 오토바이 세우고 시장통 안으로 걸어간다.
씬8. 시장 안 (낮) - 걸어오는 해주. 해산물 파는 아낙 앞에 와서 멈춘다.
해주/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아낙/오이야. 왔나?
해주/(앞에 산낙지 하나 잡으며) 와아! 오늘 물건 엄청 싱싱하네요?
아낙/너그 물건은 거기 담아 놨다!
해주, 일각에 있는 스티로폼 상자 열어보면, 오징어와 조개, 낙지 등이 들어 있다.
해주 아무렇지도 않게 손에 든 산낙지 스티로폼 상자에 넣고, 한 마리 더 잡아 넣는다.
아낙/야야! 니 뭐 하노?
해주/아이, 단골인데 이 정돈 덤으로 줘야죠!
아낙/가시나야! 안 된다! 거기 얼마짜린데?
해주/(다가가 아낙 뺨에 쪽 뽀뽀하고) 이거면 됐죠? 많이 파세요! (하고 스티로폼 상자 들고 가면)
아낙/아니, 저 문디 가시나.. 담부턴 절대 안 된다! 가시나야!
해주/(활짝 웃어 보이고 가는데서)
씬9. 거리 일각 (낮)
오토바이 뒤에 스티로폼 상자 싣고 오는 해주. 일각에서 멈춘다.
포장마차 하나가 포장으로 덮여 있고, 그 앞에 중고 자동차 한 대가 세워져 있다.
다가가 자동차 앞 유리 살펴보고는 고개 갸우뚱하고 오토바이 몰고 가는 해주.
씬10. 해주 집 앞 (낮)
초라해 보이는 연립주택 앞에 오토바이 세우는 해주.
반 지하로 통하는 계단으로 스티로폼 상자 들고 들어간다.
씬11. 동 거실 (낮)
상자 들고 들어오는 해주. 좁은 거실 한 켠에 달순이 누워서 자고 있다.
해주/(버럭) 엄마!!!
달순/(화들짝 놀라 일어나며) 엄마야! 아니, 이놈의 기집애! 왜 소릴 질러?
해주/여태까지 자고 있으면 어떡해? 장사 안 할 거야!
달순/장사를 대낮부터 하냐? 나도 새벽까지 일하고 삭신이 쑤셔 죽겠다, 이놈의 기집애야!
대꾸 않고 거실에 붙은 주방으로 가 싱크대에 해산물들 쏟아 붓는 해주.
손질하는데 달순이 다가온다.
달순/냅두고 밥이나 쳐먹어! (하고 해주 밀어내는데)
방에서 나오는 상태. 머리 부스스하게 뻗쳐 있다.
상태/엄니! 지도 밥 주랑게요!
해주/(멈칫 보고는) 오빠? 아직도 회사 안 나갔어?
상태/(멈칫 보고) 잉? 점심 먹으러 쪼까 왔어야.
해주/지금 자고 일어난 꼴이구만, 무슨 점심이야?
상태 대꾸 않고, 상 앞에 앉아 덮어놓은 보자기 치운다.
초라한 반찬들 보이고, 달순 옆의 밥통에서 밥을 푼다.
해주/(앉으며) 그런 식으로 영업해서 어떻게 손님들 잡으려고 그래? 발바닥에 불이 나게 뛰어도 될까 말깐데?
상태/(대꾸 않고) 반찬이 요거밖에 없다요?
해주/그거 보험 영업이 되긴 되는 거야? 큰 소리만 빵빵 치고 또 한달 하고 그만 하는 거 아냐?
상태/이 가시내가? 잔소리 좀 그만 하더라고! 나가 너 오빠여! 어서 계속 쨍알댄당가?
해주/(원망스럽게 보는데)
달순/(해주보고) 너 밥 안 먹을 거야! 공장 안 가?
해주/(한숨 쉬고 숟가락 들려다가) 포장마차 앞에 차는 뭐야? 왜 남의 영업장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거야?
연락처도 안 적어놓고.
달순,상태/(멈칫 서로 보는데)
해주/경찰서 연락해! 견인차 불러 끌고 가게! (하는데)
상태/그거 내 차구마이.
해주/뭐?
달순/그거 내가 사준 거다. 왜?
해주/(보고는 버럭) 엄마!!!!
달순/이년아! 나 귀 안 먹었다! 소리 좀 그만 질러!
해주/오빠가 왜 차가 필요한데!
달순/니 오래비 영업하잖아, 영업!
상태/가시내야. 너가 발로 뛰라고 혔잖여? 근디 바퀴 달고 뛰면 월매나 잘 뛰겄냐?
해주/(기 막혀 보는데서)
씬12. 포장마차 앞 (낮)
차 본네트 열고 엔진 점검하는 해주. 그 뒤에서 있는 달순과 상태.
해주 고개 들어 한숨 크게 쉬고 홱 돌아 달순과 상태 째려본다.
해주/이 똥차를 월매나 주고 샀다고야?
달순/(모른 척 딴 데 보며) 내가 얼마라 그랬더라?
해주/엔진이 팍삭 갔잖여! 시방 폐차비 물게 생겼다고!
상태/뭔 소리다냐? 메타기 보드라고! 5만도 안 뛰었당께.
해주/메타기도 다 조작한 것이랑께! 나 뒤집어 지는 거 보고 싶어야! 참말로!
달순/야! 이 기지배야. 너는 근사한 오토바이 끌고 다니면서 니 오라비 중고차 하나 뽑은 거 가지고 왜 지랄이야?
상태/(달순 쿡 찌르며) 엄니, 고만 하쇼. 저 가시내 사투리 나오는 거 봉께, 열 지대로 받았당께요.
해주/저건 나가 직접 부품 하나하나 사서 조립한 거잖여! 장마철에 물에 빠져 녹슬다 아예 썪어 들어가는
고물차를 워디서 들고와 비교를 하는디!
달순/썩을 년! 그럼 차도 하나 조립해 주면 되겠네!
해주, 화가 나 차 본네트 쾅 내려닫으면, 달순 움찔하고...
해주, 화가 나 씩씩대며 노려보는데, E 핸드폰 문자 음 들린다.
핸드폰 전화 메시지 확인하는 해주. 갑자기 얼굴 환해지며 뛰어간다.
달순/왜 저래?
상태/뭔 일인지 몰라도 다행이구마이... (하는데)
달순/(상태 등짝 치며) 내가 그 놈 말 듣지 말랬지?
상태/근디 저 가시내 저거 갈수록 싸가지가 없구마이. 저게 지금 오빠를 물로 보잖여라?
달순/(보고 한숨 쉬는 데서)
씬13. 해주 방 (낮)
문 열고 들어오는 해주. 책상 위에 홍철의 사진 보이고,
그 옆에 예전 강산이 준 드릴 십 모형이 있다. 책장에는 선박 설계에 관한 책들이 보인다.
컴퓨터 메일함을 여는 해주. 메일 클릭하면 화면에,
‘ 천해주님. 3차 실기 시험에 합격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떠 있다.
해주/(나머지 읽으며) 최종 면접은 8월 26일 10시 본사 해양 사업부에서 있을 예정이니,
차질 없이 참석해 주시기 바랍...(하다가 두 손 번쩍 들며) 아자! 아부지! 해 냈어요!
제가 해 냈다구요! (환히 밝아지는 얼굴에서)
씬14. 선박 회사 사옥 앞 (낮)
다가와 멎는 검찰차량들. 검찰 수사관들 우르르 내려 안으로 들어가면,
마지막 승용차에서 창희가 서류 들고 내린다. 넥타이 느슨하게 풀며 안으로 들어가는 창희.
씬15. 동 회사 사무실 일각 (낮)
수사관들, 회사 직원들에게 가로 막혀 못 들어가고 있다.
몸싸움하는 수사관들과 직원들.. 아수라장이다.
수사관/경고합니다. 압수수색 영장집행을 막으면, 모두 특수공무집행 방해로 연행됩니다.
직원1/헛소리 하지 마! 야! 한 놈도 못 들어오게 막아!
일동, 몸싸움 거칠게 하는데, 걸어오는 창희. 그 모습 보고는 두리번거린다.
일각에 있는 소화기 보고 꺼내는 창희. 그대로 소화기를 창문에 집어 던진다.
와장창 깨지는 유리창. 일동, 놀라 창희 보는데...
회장/(E) 이게 무슨 짓이야!
창희, 돌아보면 회장이 임원들과 변호사를 대동하고 걸어온다.
창희/(그 앞에 다가가며) 울산지검 특수부 박창흽니다. 제가 보낸 출석요구서 보셨죠?
아무 답변이 없어서 직접 왔습니다.
회장/이 새파란 놈이 어디서 감히! (하고 나서려는데)
변호사/(나서며) 박검사. 너무 무례한 거 아닌가? 검사가 재물손괴, 형사소송법 위반도 모르나!
창희/그럼 고소하십시오. 대신에 119조 1, 2항, 영장 집행 중의 출입금지는 지켜주셔야죠.
무슨 깡패들입니까? 이게 뭡니까?
변호사/목록 줘 보게.
창희/(들고 있는 서류 건네주면)
변호사/(훑어보고) 이걸 다? 박검사 정신 나갔나? 이건 회사 업무를 하지 말라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창희/그러니까 출석을 하셨어야죠. 저도 이러는 거 번거롭습니다.
회장/미친 소리 하지 마라! 내가 거길 왜 가나!
창희/그럼 체포 영장 받아 올까요? 기자들 쫙 다 불러 놓고 수갑 차는 사진 찍어 드려요?
원하시면 그렇게 하죠! 5초 드리겠습니다. (수사관 보며) 이 수사관! 철수해요!
말 마치자마자, 돌아서는 창희. 수사관들 보고 그를 따라간다.
당황하는 회장. 옆의 변호사가 그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인다.
복도를 걸어가는 창희. 손가락으로 하나 둘 셋을 꼽는다. 다섯 번째 손가락 접는 순간!
변호사/박검사!
창희/(냉소 머금었다가 돌아보는 얼굴에서)
씬16. 도현 저택 앞 (낮)
간절곶 저택 앞으로 다가오는 창희의 차. 창희 차에서 내리면,
육중한 철문이 열리며 집사가 다가와 인사한다.
집사/일찍 들어오시네요.
창희/회장님은요?
집사/아직 안 오셨습니다..
창희/(시계 보는데)
기출/(E) 창희야!
창희, 보면 별채 이층에서 기출이 문 열고 내려다본다. 올라가는 창희.
씬17. 기출 집 거실 (낮) - 들어오는 창희를 맞이하는 기출.
기출/회장님 뵈려고 일찍 퇴근 한 거냐?
창희/예... 샤워 좀 하고 나올게요.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놓고 양복 윗도리 벗고 와이셔츠 단추 푸는데)
기출/창희야, 잠깐만!
냉장고에서 한약 팩 꺼내 가위로 잘라 잔에 부어주는 기출.
창희/뭐에요, 이게?
기출/마셔. 경주까지 가서 유명한 한의사한테 지어왔다. 여름에 기력 보충해 주는데 최고래.
회장님도 드시나 보더라.
창희/그럼 아버지 드세요.
기출/이 녀석아. 니 체질에 맞춰 지어온 거야. 쭈욱 마셔.
창희, 보고는 잔 들어 마시면 흐뭇하게 보는 기출.
창희, 잔 내려놓고 욕실로 들어가는데, 탁자 위의 창희 핸드폰이 울린다.
기출, 다가가 핸드폰 들어보면 ‘ 검사장님’ 이라고 문자 메시지 떠 있다.
기출/(욕실 쪽 보며) 창희야! 검사장님이라고 문자 왔는데?
순간, 와이셔츠 벗다 말고 나오는 창희. 기출 의식하고 핸드폰 들고는 밖으로 나간다.
씬18. 동 바깥 + 거제 오션 산업 일각 (낮)
와이셔츠 단추 잠그며 나오는 창희. 집 쪽 힐끗 보고는 전화를 건다.
창희/여보세요?
해주/(F) 많이 바빠?
이하 공장 일각에서 통화하는 해주와 동시화면으로...
창희/아냐. 지금은 괜찮아.
해주/아, 그럼 먼저 전화 좀 주면 어디가 덧나? 꼭 이 높은 검사장님이 친히 문자질 해야 하냐고요!
창희/(미소 띠며) 무슨 일인데?
해주/오빠, 나 울산 갈 거 같아.
창희/울산엔 왜?
해주/오빠 보고 싶어서... 는 페이크고, 나 거기 취직할 거 같거든!
창희/(멈칫 하고) 천지조선 합격한 거야?
해주/최종 면접만 남았어! 1차 서류에서 뎅강 날아갈 줄 알았는데, 짜식들이 인재를 이제야 알아 본 거 같아.
울산 가면 오빠 자주 볼 수 있고 너무 좋을 거 같아.
창희/그래..
해주/어? 근데 왜 목소리가 그래? 나 보는 거 싫어?
창희/아니야. 좋아...
하는데, 해주 쪽에서 누군가 “천기사 좀 와 봐! ” 소리 들린다.
해주/으메! 간당께! 고만 좀 부려 묵어 싸요! (하고는 창희에게) 오빠, 미안~ 내가 나중에 다시 문자할게.
창희/그래..
해주 전화 끊고 화면에서 사라지면, 조금 어두운 얼굴이 되는 창희.
일순 멈칫 본다. 그 시선에 가정부들 넷과 집사가 집안에서 우르르 나오는 모습 보인다.
시선 돌려 보면 집 앞으로 차량 세 대가 다가온다.
씬19. 동 집 앞 (낮)
차량 세 대에서 기사들 내려 문 열면, 각자 내리는 도현과 일문, 금희와 인화는 같은 차에서 내린다.
일동, 안으로 들어오면 일제히 고개 숙이는 집사와 가정부들. 창희가 들어오는 도현에게 인사한다.
창희/이제 오십니까?
도현/어! 박검사! 미안해. 좀 늦었지?
금희/창희, 일찍 왔구나?
창희/예. 어떻게 다 같이 들어오십니까?
금희/인화 레스토랑에 들러서 점심 먹었어. 너 일찍 올 줄 알았으면 같이 먹을 걸...
요새 얼굴 보기가 힘들잖니? 한 집에 살면서...
인화/그건 그래. 오빠 너무 한 거 알아?
창희/(멈칫 보면)
인화/검찰청 사람들 데리고 한 번 오라니까, 통 안 오더라? 나한테 뭐 감정 있어?
창희/바빠서 그래. 미안해.
인화/피~ 누군 안 바쁘나?
일문/(사이, 굳은 얼굴로 보는데)
도현/그만 들어가자고. 더워!
일동, 들어가는데 곱지 않은 시선으로 창희 노려보는 일문.
씬20. 동 저택 거실 (낮) - 차 놔주는 가정부. 앉아 있는 도현과 창희, 일문.
도현/대양상선 고회장 잡았다면서?
창희/(멈칫 보고) 예..
도현/구속 시킬 거야?
창희/죄질이 나빠서 그래야 할 거 같습니다.
도현/너무 나가진 말지. 지역 경제에 타격 있잖아.
창희/(멈칫 보면)
도현/중국 건만 해결해 줘. 아직은 나한테 필요한 인간이야.
창희/... 알겠습니다.
도현/그래. (어깨 툭 치며) 박검사가 있어서 든든해. (일문 보며) 이 녀석이 너 반만 따라가면 좋겠어.
일문/(얼굴 굳어지는데)
도현/그건 그렇고, 박검사 지경부에 배윤성 사무관이라고 아나?
창희/(멈칫 보고) 예. 대학 동깁니다.
도현/다음 주에 회사에 온다는구만. 인도네시아 유전개발 건 때문이라는데, 느낌이 좋지 않아.
(일문 힐끗 보고는) 이 녀석이 일을 너무 크게 벌렸어. 장관까지 대동하고 갔는데,
시추해 본 결과는 경제성이 하나도 없어.
일문/아직 그렇게 단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유전이란 게 원래...
도현/(말 자르며) 아직도 그 따위 생각이냐? 지난 3년 동안 거기 퍼 부은 돈 이 얼마야!
나라 돈은 얼마나 들어갔고? 감사라도 받으면 무사할 거 같아! 수습할 능력도 없으면서
일은 왜 벌려! 에비가 밑까지 닦아줘야 돼?
일문, 다시 얼굴 굳어지는데 주방에서 나오는 금희와 인화.
금희/(일문 의식하고) 여보, 집에서는 일 이야기 금지라고 했죠?
도현/(멈칫 보고는 헛기침하고 일문에게) 그 선주 감독관은 말썽 없냐?
일문/라이언 강 말입니까?
인화/(사이, 이층으로 올라가려다가 멈칫 서며 보고)
도현/(차 한잠 마시고) 이팀장 말 들으니까 깐깐하다면서?
일문/지금 조치 중입니다. 별 문제 없도록 하겠습니다.
인화/(다가오며) 오빠... 이름이 누구라고? 그 선주 감독관?
일문/라이언 강... 왜?
인화/(멈칫) 아, 아냐...
창희/(보고는) 선박을 또 수주한 모양이죠?
도현/그래. 미국 휴스턴의 노블사에서 발주한 9억불짜리 드릴십이야. 선주 대신 감독관이 왔는데,
MIT에서 조선공학과 해양공학 박사를 다 땄다더군. 젊은 친구가 대단해.
인화/(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는 데서)
씬21. 요트 안 (낮)
바다 위에 유유히 떠 있는 호화로운 크루저 요트.
찬란한 햇빛 아래, 선 베드에 선글라스를 낀 채 누워있는 강산.
비키니 복장의 늘씬한 여자 네 명이 강산 주변 의자에 앉아 있다.
여자1, 와인 잔에 와인 따라서 강산에게 다가온다.
여자1/오빠, 한 잔 하세요.
강산/노 탱규! 운전 때문에 술은 안 돼.
여자1/어머, 배도 음주 운전 걸려요?
강산/(대꾸 않고 시계 보는데)
여자2/(강산 어깨에 살짝 기대며) 오빠 어깨도 무지 넓구나? (하면서 강산 가슴에 손을 대려는데)
강산/노 타치! 건드리지 마라. 백옥 같은 피부 흠집 난다.
여자2/어머..오빠 귀엽다~! 부끄러워하는 거야? 어머 신선해!
강산/(선글라스 살짝 내리고 여자2 아래 위 훑어보며) 선수는 수리를 너무 많이 했고, 선미는 빈약해.
기관실은 괜찮은데, 갑판엔 싣지 말아야 될 물건을 실었네. 운전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여자2/무슨 소리에요?
강산/뇌까지 투명하시구만... (일어나며) 그만 배 돌리지.
여자1/왜요? 오빠? 이대로 그냥 가게?
여자2/비키니 입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맘에 안 들어요?
강산/마음에 들어. 비키니만... 그러니까 계속 입고 있어.
여자들, 얼떨떨해 보면 미소 머금는 강산.
씬22. 동 요트 안 (낮) - 옷장 문 열고 아웃도어 옷으로 갈아입는 강산.
씬23. 천지 조선소 입구 (저녁)
퇴근하는 직원들 오토바이가 무리를 지어 조선소 입구를 빠져나가다가, 일순 모두 고개 돌아간다.
오픈 스포츠카를 몰고 있는 강산, 그 옆 좌석과 뒷좌석에 비키니 차림의 여자들이 일어나
손을 흔든다. 미소 머금고 운전하는 강산.
씬24. 동 해양 사업부 (저녁)
문이 열리고, 비키니 차림의 여자 네 명이 들어온다.
봉희와 민경, 직원들, 뭐야??하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강산이 들어온다..
강산/수고들 많으십니다.
봉희/(놀라는) 라이언 강...
강산/장일문 본부장님께서 선물을 보내셨는데, 인사는 해야 할 거 같아서... 안에 계십니까?
봉희/지금 퇴근했는데...
강산/그래요? 그럼 대신 전해 주세요.
강산, 뒷 호주머니에서 꺼내든 종이, 책상에 툭 던지면
봉희, 의아한 표정으로 종이를 펼쳐보면 드릴십 도면이다.
강산/일반 배치도와 배의 중앙부단면 형상도면이 기본 설계 때와 전혀 다른데, 아셨습니까?
봉희/설계는 잘 몰라서... (옆의 민경에게 종이 주며) 사실이야?
민경/(종이 받고는) 예. 본부장님 지시라서...
봉희/(난감한 얼굴로 강산 보면)
강산/일을 이렇게 하면 곤란하죠. 9억불이 들어가는데, 기초도면 무시하고 (비키니들 보며)
이런 편법 쓰면 되겠어요?
봉희, 굳어지며 비키니들 보면, 멋모르고 생글대는 비키니들.
강산/본부장께서 보내주신 선물은 하자가 많아 털끝하나 건드리지 않고 반품합니다.
이런 식이라면 9억불짜리 드릴십도 바로 반품될 수 있다는 것만 기억하십시오.
(돌아서 나가려다가 비키니들 흘낏 보고 다시 다가와)
미적 감각도 좀 키우라고 전해주세요. (하고 문 꽝 닫고 나가면)
봉희/(일그러져) 일문이 이 자식!! (하고 이 악무는데서)
씬25. 달순 포장마차 앞 (밤) - 오토바이 타고 오는 해주. 일각에 세우고 포장마차로 들어간다.
달순/(음식 다듬다가) 어서 오세...(하다가) 왔냐?
해주/손님 좀 있었어?
달순/보면 모르냐? 파리만 많다.
해주/들어가, 엄마... 내가 있을게. 영주하고 진주 밥 챙겨줘야지.
달순/그래.. (행주로 손 닦고 가려다가) 야, 해주야. 니 오빠 참말로 차 한 대 사주면 안 되겠냐?
해주/(굳어지며 보면)
달순/니 오빠 장가도 가야할 나인데, 차도 없이 저리 추레하게 다니니까 여자도 안 붙잖아?
막말로 요즘 차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해주/엄마...
달순/아니, 차 있으면 너도 고생 덜 할 거 아냐? 공장에서 점심도 못 먹고 시장 왔다 갔다 하는 거
상태한테 좀 시키면 되잖아?
해주/엄마, 오늘 매상 얼마 올렸어? 줘 봐.
달순/(멈칫 보면)
해주/줘 보라고.
달순 주춤하며 앞치마에서 만 원 권 한 장과 천 원짜리 몇 장 내민다.
해주/(받아보고는) 봐봐. 엄마 새벽까지 꼬박 일해도 재료비 빼면 이걸로 우리 생활비도 안 돼.
내 월급으로 집세, 공과금, 영주 학원비, 오빠 밑으로 들어가는 돈 다 어떡할 건데?
근데 차를 사? 그 돈 어디서 어떻게 뽑을 거냐고!
달순/(말 못하고 한숨 쉬는데)
진주/(E) 언니!
해주, 멈칫 보면 진주가 커다란 양동이 들고 낑낑대며 온다.
해주/너 그거 뭐야?
진주/가락국수 육수...
해주/(일순 홱 달순 노려보며) 엄마! 진주한테 이런 일 시키지 말라고 했잖아!
달순/(주춤하며) 아, 지가 한다고 그래서... 그리고 육수는 솔직히 나보다 쟤가 잘 내.
해주/그래도 얘한테 이런 걸 시키면 어떡해!
진주/언니... 오늘 잠깐 그런 거야. 화내지 마.
해주/(양동이 뺏으며) 영주는 들어왔니?
진주/아니...
해주/학원 끝났을 시간 아냐?
진주/학원은 무슨! 아까 세탁소에 가던데. 요란하게 화장하고...
해주/뭐라고? (얼굴 굳어지면)
달순/(진주에게 인상 쓰며 뭐라고 하는데)
해주/(뭔가 떠오른 듯) 이놈의 기집얘가 또!
그대로 돌아서 걸어가 오토바이에 오르는 해주. 오토바이 시동 걸고 간다.
씬26. 해안도로 (밤)
멀리 광안대교의 야경이 보이는 가운데, 해주의 오토바이, 차들을 재빠르게 제치며 달려간다.
씬27. 클럽 안 (밤)
음악 요란한 가운데, 손님들 대부분이 외국인이다.
강산이 테이블 바 자리에 앉아 외국인들과 대화중이다.
강산 옆으로 한 여자 외국인 접근해 강산의 술잔에 술잔 부딪히는데,
강산 미소만 보이고, 다시 옆에 외국인 남자와 얘기하고, 외국인 여는 무안해 자리를 뜬다.
그런 강산 앞에 바텐더가 위스키 병을 놓는다. 강산 의아해 보면,
바텐더가 저 쪽 바 자리에 앉은 또 다른 여자 외국인 가리킨다.
여자 외국인 윙크하면, 강산 피식 웃고 달러 꺼내 바텐더에게 준다.
그런 강산을 일각에서 지켜보는 영주. 일순 윗옷 벗으면, 안에 굴곡진 몸매의 원피스 드러난다.
영주 사람들 헤치고 걸어 가다가, 어떤 테이블의 물잔 들어 자기 머리에 쏟는다.
머리 한 번 섹시하게 털어주고... 음악에 맞춰 영주 섹시 댄스 춘다.
여기저기서 환호성과 함께 모두 영주에게 시선집중.
강산 옆 외국인도 넋을 놓고 보자, 고개 돌려 영주 보는 강산.
씬28. 클럽 밖 (밤)
클럽 문 앞에 급정거 하는 해주의 오토바이.
화난 표정으로 핸들에 헬멧 꽂고 급히 들어가는 해주.
씬29. 동 클럽 안 (밤)
강산과 눈 마주치자 더 과하게 춤추며 강산에게 눈을 떼지 않는 영주.
강산을 향해 다가가며 춤추다가, 강산의 넥타이 서서히 잡아당기는데,
강산 영주 손목 확 잡아당긴다. 서서히 영주 얼굴로 다가가는 강산.
강산/(영주 귀에 대고 속삭이듯) 너 천지에서 보냈지?
영주/네?
강산/(재미있다는 듯 낄낄 웃으며) 그 쪽에서 수법을 바꿨나 보네. 나름 신선해. 인정!
이때 뛰어 들어오는 해주. 영주를 발견한다.
해주 눈에 영주의 손을 잡고 바짝 붙어 있는 강산이 들어온다.
영주/(흐뭇해하며) 오빠도 내 미모 인정?
하는데 영주 손에 있던 강산의 넥타이 낚아채는 해주.
놀란 영주 강산에게서 떨어지고, 해주 강산의 넥타이 힘껏 잡아당긴다.
강산/(숨 못 쉬어 캑캑거리는) 야, 뭐... 뭐야? 이, 이거 놔.
해주/목숨이 아깝긴 한가보네. 목숨 줄 보전하고 싶음 이러면 안 되지. 어디서 어린 애한테 수작이야?
해주에게 넥타이 잡힌 강산 숨 막혀 캑캑거리며 얼굴 붉어지고,
영주 벌벌 떨고 섰는데 사람들 모여 웅성댄다. 겨우 해주 손 뿌리치는 강산.
강산/(목 만지며) 야! 너 뭐야? 깡패냐?
해주/(영주 가리키며) 그려! 나가 이 가시내 깡패 언니요. 나잇살이나 처먹고 이런 데서 아그 만지는
그짝은 양아치다냐?
강산/(놀라 영주 보며) 야! 너 미성년자냐?
영주/(손 사레 치며) 아, 아니예요. 나... 대딩이에요!
해주/이놈의 기집애! 너 이리 안 와?
해주, 영주의 뒷머리채를 잡는데, 영주 소리 지르며 반항하다가 부분 가발 벗겨진다..
가발 던지고 다시 영주 머리채 잡으려는 해주의 손목을 무섭게 잡는 강산.
강산/이봐! 동생이라며? 정말 깡패야? 성인이면 이런 데 놀러 올 수도 있지,
이렇게 폭력 휘두르는 법이 어딨어?
하는데 강산 손목잡고 업어치기로 내동댕이치는 해주.
나뒹구는 강산 머리에 얼음통의 얼음 확 부어버린다. 놀라 보는 일동.
해주/(둘러보며) 여그 주인이 누군지 모르겄는디, 나가 분명히 경고 하겄소!
또 한 번 더 내 동생 여그 들여 놓으면 불을 확 싸질러 버릴탱께, 그리 아쇼!
해주, 영주 뒷덜미 끌고 나가고 그 모습 어이없는 얼굴로 보는 강산.
씬30. 동 클럽 앞 (밤)
영주, 해주에게 목덜미 잡힌 채 질질 끌려나오는데,
앞에서 화려하게 치장한 인화, 걸어오다가 멈칫 본다.
영주/(목덜미 잡은 해주의 손을 붙잡고) 아... 언니 이거 좀 놔.
해주/잔 말 말고 따라 와.
영주/세탁소서 빌린 옷 이거 비싼 거란 말야! 이거 찢어지면 언니 한 달 월급 물어줘야 돼!
해주/(순간 뜨끔해 목덜미 놓으며) 진작 말하지!
순간, 도망치는 영주. 해주 쫓아가다가 인화와 부딪히고.
인화/야! 지금 뭐 하는...(하다가)
영주의 발을 걸어 넘어트린 후, 끌고 오는 해주 보고 주춤하는 인화.
영주/아! 아! 언니! 아프다니까!!
인화 앞으로 스쳐 가며 영주를 끌고 가는 해주. 눈 동그래지는 인화.
인화/뭐야? 이 동네 왜 이래?
씬31. 동 클럽 안 (밤)
물 덮어쓰고 자리에 앉은 강산. 씬26의 외국인 여자가 손수건을 건넨다.
강산/(보고 영어) 고맙지만, 사양할게요. 나한테도 있어서...(하고 주머니에서 손수건 꺼내 얼굴 닦는데)
외국인여/(영어) 제 술 받았으면 이런 수모 안 당하잖아요?
강산/(영어) 그건 그렇네요.
외국인여/(영어) 드릴십 발주한 분이죠? 라이언 강...
강산/(멈칫 보고, 영어) 누구세요?
외국인여/(영어) 나도 선주 감독관에요... 난 LNG선...
강산/(영어) 야! 반갑네요! (하고 악수 나누는데)
인화/(E) 산이 오빠!
놀라 돌아보는 강산. 인화가 걸어온다.
강산/(휘둥그레지며) 야! 너?
인화/(다가와 외국인여 보고는) 야! 너 뭐니? 저리 가!
외국인여/(멈칫 보면)
인화/(영어) 이 사람한테서 떨어지라구! 이 사람 내 꺼니까!
외국인여/(강산 보고 웃으며, 영어) 인기 많으시네. 나중에 봐요... (하고 가면)
인화/저게? 나중에 보긴 뭘 봐?
강산/(인화 보며) 너... 어떻게 알고 날 찾은 거냐?
인화/내가 옛날부터 오빠 찾는 덴 귀신이잖아? 오빠야말로 어떻게 된 거야?
귀국한 지 한 달이나 됐다면서? 꼴은 또 이게 뭐야?
강산/진짜, 귀신같다. 너...
인화/(흘기고 어깨 때리며) 빨랑 가! 여기 있지 말고!
씬32. 동 클럽 밖 (밤) - 강산의 팔을 잡고 나오는 인화. 그 팔 뿌리치는 강산.
강산/얌마! 어딜 갈려고?
인화/어디든? 우리 할 얘기 많잖아? 미국에 있을 때 보고 진짜 몇 년 만이야?
강산/너 안 보니까 살 거 같았는데, 진짜 공포다, 공포!
인화/그런 사람이 아빠 회사에 선주 감독관으로 오셨어?
강산/(멈칫 보고) 야! 너... 집에 내 얘기 했냐? 내가 라이언 강이라고...
인화/오빤? 내가 바본 줄 알아?
강산/(보면)
인화/나도 철 다 들었다고.. 오빠 할아버지 우리 아빠 때문에 망하셨잖아? 근데 어떻게 얘길 해?
강산/그걸 알면서 왜 나한테 이러냐?
인화/(다시 팔 잡으며) 뭐 어때서? 로미오와 쥴리엣! 멋있잖아?
강산/(다시 밀며) 난 로미오처럼 죽기 싫거든? 저리 가라. 쫌!
인화/아, 어디 갈려고?
강산/집에 가야지, 임마!
인화/그럼 내가 데려다 줄게. 술 마셨잖아?
강산/야, 은근슬쩍 집까지 알아내서 나 확 덮칠려는 수작인 거 같은데... 아서라. 그거 안 통한다!
(하고 손짓하면)
일각에서 차 한 대가 다가온다. 내리는 김비서. 차문 열어준다.
강산/잘 있어라. 쥴리엣! 오빤 사라진다!
손으로 키스하는 시늉하고는 차에 타면 차 출발해 버린다.
인화/오빠! 산이 오빠! (울상으로 보는 얼굴에서)
씬33. 달리는 자동차 안 (밤)
김비서가 운전하고 있고, 강산이 물끄러미 창밖의 야경을 보고 있다.
좀 전과는 달리 우울한 얼굴이다.
김비서/(백미러 보며) 어디로 가실 건지?
강산/(여전히 창 밖 보는데서)
씬34. 해풍 공업사 앞 (밤) - 초라해 보이는 공업사 앞. 차가 다가와 멎고 내리는 강산.
강산/(차 안의 김비서에게) 나 신경 쓰지 말고 들어가요. (잠시 공업사 보다가 들어가는)
씬35. 동 작업실 안 (밤)
강산, 들어와 보면, 때 묻은 작업복 입은 대평이 컵라면 놓고, 소주를 마시고 있다.
텁수룩하게 자란 수염과 얼굴에 핀 검버섯이 노숙자처럼 초췌해 보인다.
잠시 아프게 보다가 다가가는 강산.
강산/아~ 이 밤중에 무슨 청승이에요?
대평/(멈칫 보고는 대수롭지 않게) 뭐할라꼬 왔노?
강산/술을 드실라면 야식이라도 좀 시키던지요! 아니면 저한테 뭐 좀 사오라고 하던지!
대평/(대꾸 않고 컵라면 먹으면)
강산/할아버지, 고집 그만 피우고 저 있는 데로 가요. 이러다 진짜 병 난다구요.
대평/회사 말아묵은 놈이 등 따시고 배부르게 살면, 언제 그 회사 되찾겠노?
강산/저 천하의 상 불효자식 만드는 건 괜찮구요?
대평/씰데 없는 소리 말고, 여기 오지도 마라. 누한테 들키면 우짤라꼬?
강산/(피식 웃고) 벌써 들켰네요.
대평/(놀라 보고) 니를 알아 보더나?
강산/인화 알죠? 장도현씨 딸... 걔가 미국 유학 시절부터 절 알았거든요.
대평/망할 노무 자석... 그래가 니가 무슨 일을 하겠다고...
강산/할아버지, 어차피 저 숨어서 칼 겨눌 생각 없어요. 그자가 비열한 방법으로 할아버지 넘어뜨렸다면,
전 제식으로 정정당당하게 해풍조선 재건할 거라구요.
대평/일마가? 장도현이가 옛날 장도현인 줄 아나? 니가 무슨 수로?
강산/글쎄... 무슨 수가 나겠죠.
대평/(어이없어 보다가 술 마시는데, 콜록댄다)
강산/아~ 진짜! 이러다 진짜 해풍이 다시 불기도 전에, 골병 들겠다구요! (등 두드려 주며) 제 집에 가자니까요!
대평/싫다. 이놈아... 해풍조선 찾기 전에는 여가 내 집이다.
강산의 손 밀어내는 대평. 아프게 보는 강산.
씬36. 강산 오피스텔 (밤)
불 켜지고 들어오는 강산. 원룸식의 오피스텔 안은 온통 배 모형과 설계도들로 메워져 있다.
일각의 벽으로 가 서는 강산. 그곳의 보드에 장도현에 관한 신문 기사들이 빼곡히 꽂혀 있다.
‘ 장도현 회장 해풍조선 인수’라는 오래된 신문부터,
‘ 천지조선 국내 최초 드릴십 수주’‘ 6광구 시추 성공에는 장도현 회장이 있었다’
‘ 천지조선 해양사업에 중점’‘ 장도현 회장 최후의 꿈은 석유시추’
‘ 조선에서 해양까지 세계를 제패하겠다’
‘ 장도현 회장, 한반도 대륙붕에 더 많은 석유매장 있음을 확신한다’등의
신문들이 빼곡히 꽂혀 있다. 굳은 얼굴로 보드 보다가 책상 앞에 앉는 강산.
컴퓨터 켜다가 문득 생각하는 강산. 책상 서랍을 열고 안에서 머리띠를 꺼낸다.
예전 해주에게서 가져온 머리띠 다. 미소 짓는 강산 얼굴에..
(플래시백) 8부 씬 19. 도현 집 근처
해주의 머리에서 머리띠 떼어 내고, 해주를 와락 끌어안던 강산의 모습.
(현재)
미소 머금고 머리띠 보다가 머리띠 도로 넣고, 컴퓨터 화면 보는 강산.
화면에 드릴십의 거대한 트러스터 프로펠라가 떠 있다. 진지해지는 강산의 눈빛.
씬37. 해주 집 거실 (밤)
머리채 잡힌 듯 산발된 머리로 앉아 있는 영주.
그 옆에 진주가 앉아 있고, 상태가 옆에 뚱한 얼굴로 선채 보고 있다. 그 앞에 서 있는 해주.
영주/나 학원 안 가!
해주/뭐?
영주/대학 안 갈 거라구! 재수해서 대학 나오면 뭐 해? 오빠 대학 나와도 맨 날 저 모양 저 꼴로 살잖아?
상태/음마, 이 가시내 보소. 어째 날 물고 들어간다냐?
해주/대학 안 가면 뭐 할 건데? 너 언니 안 보여? 너도 나처럼 살고 싶어?
이 뜨거운 날, 용접하고 기계기름 때 묻히며 살래?
영주/누가 언니처럼 산대? 대학 안 나와도 남자만 잘 만나면 잘 살더라, 뭐.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도 몰라?
해주/그래서 외국인들 들락거리는 술집에 가서 춤추고 아양 떨어?
영주/그게 뭐 어때서? 나도 좋은 옷 입고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단 말야! 이런 집구석 정말 지긋지긋해!
해주/너 입 안 닥쳐?
영주/그래! 언니처럼 구질구질하게 살기 싫어서! 한국놈 안 되면 외국놈이라 도 붙잡을 거야!
춤추고 몸 팔아도 그런 놈 하나 잡아서 제대로 살 거란 말야! (하는데)
일순 영주의 머리를 후려치는 해주. 놀라 보는 상태와 진주.
해주/너 다시 말해 봐! 이 기집얘야! 뭐라 그랬어!
진주/언니... 그만 해.
상태/(해주 잡으며) 야! 너 시방 뭐 한다냐!
해주/(뿌리치며) 이거 놔! 너 이리 와! 내가 그딴 소리 들으려고 너 업어 키 운 줄 알아?
영주/(울며) 누가 업어 키우래! 뻑하면 그 소리야! (하는데)
문 열고 밖에서 뛰어 들어오는 달순.
달순/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왜 이래!
해주/너 공부 안 하면 사람 취급당하는 줄 알아! 나는 정말 대학 가고 싶어도 너하고 오빠 때문에
공부 못했어! 고등학교 졸업장이라도 받고 싶었는데! 먹고 살기 바빠서 그것도 못 땄다구!
이 기집얘야! (하고 옆에 있는 물건 집어 던지는데)
상태/야! 이 가시내야! 지랄 좀 고만 떨랑께!
해주/뭐?
상태/너 돈 쪼까 번다고 오빠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냐!
이것이 어서 큰소리야! 이 집 가장이 누군디 난리냔 말여!
해주/오빠가 가장 노릇한 게 뭔데?
상태/뭣이야?
해주/오빠 대학 졸업하고 집에 돈 한 푼 가져와 봤어? 가져오기는 커녕 그동안 날려먹은 돈이 얼만데!
상태/이 잡것이 참말로! 너 죽고 싶다냐!
달순/(사이 끼어들어 말리며) 그만 못해! 형제지간에 이게 무슨 짓이야!
상태/엄니! 저 가시내 말 하는 싸가지 좀 보소! 저것이 위아래도 없당께요!
달순/그만하라니까! (해주 보며) 너도 그만 해! 이것아! 니 아버지가 이 꼴 보면 참 좋아하겠다!
해주/(눈물 글썽해 보다가 홱 돌아서면)
달순/아, 어디 가?
해주/장사 안 할 거야! 포장마차 놔두고 들어오면 어떡해! (하고 나가면)
울고 있는 영주. 눈물 글썽한 진주. 씨근대는 상태 보며 한숨 쉬는 달순.
씬38. 포장마차 (밤)
소주 하나 따 글라스에 붓는 해주. 그대로 벌컥벌컥 마시는데, 그 옆에 오는 달순.
해주 눈물 글썽해 한숨 쉬는데...
달순/니 오빠 말 틀린 거 없어. 이것아. 유세 좀 그만 부려.
해주/(멈칫 쳐다보면)
달순/너 고생하는 거 누가 몰라? 너만 힘들었냐? 나도 니 아버지 죽고 니들 넷 키우며 죽을 둥 살 둥 살았어.
해주/엄마... 나 힘든 거 알아 달라고 이러는 거 아냐. 억울해서 그래...
달순/(보면)
해주/나 정말 학교 가고 싶었다구. 조금만 더 배웠으면 지금보다 좋은 회사 들어갔을 거고,
그랬으면 우리 이렇게 힘들게 살진 않을 거 아냐? 근데 엄마가 오빠 대학 들어가야 한다고
나 학교 못 다니게 했잖아? (울며) 왜 그랬냐고? 왜 그랬어?
달순/(한숨 쉬며) 내가 저놈의 자식 저렇게 될 줄 알았냐?
해주/노력하면... 내 몸이 부서져도 노력하면 잘 살 줄 알았단 말야... 근데 안 되잖아...
그게 억울해서 영주 진주는 공부 제대로 시키고 싶은데... 내 맘 아무도 모르잖아?
다들 이런데 우리 언제 남들처럼 살아?
달순 말 못하고 아프게 보는데, 눈물 닦고 소주병 들어 잔에 따르려는 해주. 그 소주병 뺏는 달순.
달순/이년아. 장사할 술을 왜 먹어? (하고 자신이 마시려는데)
해주/그러는 엄니는? (하고 다시 뺏으려면)
달순/아, 이거 안 놔? 속 터져서 먹고 콱 죽을란다!
해주/죽을 때 죽더라도 돈 내고 먹어!
하고 옥신각신하는데, 들어오는 손님들.
손님1/장사 안 하나?
해주/(멈칫 보고) 안 하긴요? 어서 오세요! 어머, 아저씨 왜 이렇게 오랜만이 에요?
씬39. 시간경과 (새벽)
손님들 빈 가운데 포장마차 치우는 해주. 달순은 일각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다 치우고 달순 깨우는 해주.
해주/엄마... 일어나. 그만 들어가자.
달순/(부스스 일어나며) 몇 시니?
해주/새벽 네 시...
달순/(하품하며) 너 좀 자야 되는데...
씬40. 해주집 해주 방 (새벽)
씻고 들어오는 해주. 영주와 진주가 자고 있다.
아이들 이불 여며주고 책상 앞에 앉아 스탠드 켜는 해주.
책장에서 ‘선박설계’ 와 ‘프로펠러 설계’ 책을 꺼내, 읽던 부분 펼친다.
보다가 하품하는 해주. 정신 차리려는 듯 머리 흔들고 다시 책 본다.
씬41. 동 거실 (새벽)
나오는 해주. 달순이 일각에서 잠들어 있고, 깨우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럽게 주방 씽크대로 가
쌀 꺼내 씻는 해주. 반찬도 몇 가지 만든다. 씻은 쌀을 밥통에 넣고 예약 맞춤하는 해주.
씬42. 동 집 앞 (아침) - 나오는 해주. 심호흡하고는 헬멧 쓰고는 오토바이 타고 출발한다.
씬43. 검찰청 조사실 (낮) - 들어오는 창희. 회장이 초췌한 얼굴로 앉아 있다.
창희/(앞에 앉으며) 변호사 안 불러도 되겠습니까?
회장/됐습니다.
창희/그래요? (서류 펼치며) 그럼 시작할까요?
회장/박검사.
창희/(보면)
회장/나 구속... 안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거 같소?
창희/(잠시 보다가) 일단 탈세한 세금 내시구요. 배임으로 회사에 손해 끼친 것도 정상으로 돌려 놓으셔야죠.
그리고 사재 출연 좀 하세요. 그럼 외화 밀반출 건은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회장/그거면 되겠소?
창희/(서류 보며) 고회장님... 상선 주문을 중국 조선소로 바꿨더군요?
꼭 그럴 필요 있습니까? 이왕이면 우리나라 조선소 도와주시죠.
회장/(!) 그거였구만!
창희/(보면)
회장/천지조선하고 계약 깨니까 날 친 거였어! 장도현이가 시켰소? 박검사?
창희/저는 그냥 충고 드린 것뿐입니다. 어떡하시겠습니까?
이 악물고 보는 회장. 무표정하게 보는 창희.
도현/(E) 니가 제 정신이야!
씬44. 도현 집무실 (낮) - 분노한 얼굴로 일문 앞에 서 있는 도현.
도현/자그만치 9억불이 걸린 일이야! 우리 돈으로 1조야! 그런데 그 선박 발 주한 감독관한테
동네 양아치나 하는 짓을 해! 니가 서푼짜리 하청업 하는 놈이야!
일문/죄송합니다. 어떤 식으로 접근해도, 우리 쪽에 부정적이어서... 건조 비용 좀 줄여 보려고...
도현/그러니까 네가 안 되는 거야! 멍청한 놈! 장차 내 뒤를 이어야 할 녀석이 왜 이렇게 작아?
널 보면 정말 이 그룹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하는데, 도현의 핸드폰이 울린다. 보고 받는 도현.
도현/어! 박검사! 나야!
일문/(멈칫 바라보는 데서)
씬45. 검찰청 복도 (낮) - 걸어오면서 핸드폰 통화하는 창희.
창희/회장님 말씀대로 처리했습니다... 근데 검사장님한테 전화 한번 해 주십시오.
저희 차장님이 납득하지 못할 겁니다.
씬46. 도현 집무실 (낮) - 미소 머금고 전화 받고 있는 도현. 보고 있는 일문.
도현/알았어. 아무 걱정 마. 수고했어. (전화 끊으며) 이 녀석, 일처리 하나는 정말 똑 부러진단 말이야.
(환하게 웃는다)
일문/(굳은 얼굴로 보는 데서)
씬47. 검찰청 차장 검사실 (낮)
‘ 차장 검사 윤정우’ 명패 보이고, 창희 쳐다보는 정우.
정우/불구속 수사한다고?
창희/예..
정우/무슨 소리야? 구속 요건 충분하다고 했잖아? 죄질도 나쁘고...
창희/탈세한 세금을 모두 내기로 했습니다. 반성하는 뜻에서 사재출연을 하기로 했구요.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했습니다.
정우/이 친구가? 죄를 지었으면 처벌을 받아야지. 그렇게 넘어가는 법이 어디 있어? 박검사가 정치인이야?
창희/...
정우/난 그런 식으로 타협 못해. 구속 영장 청구해!
창희/죄송합니다. 이미 검사장님께서 그렇게 지시하셨습니다.
정우/(굳어지며 일어나) 무슨 소리야? 이 사건 지휘를 누가 하는데! 야! 박창희!
너 나 제쳐두고 검사장한테 직보하는 거야?
창희/(말 못하고 굳은 얼굴로 보는데)
여직원/(들어오며) 차장님.. 손님 오셨습니다.
정우, 보면 뒤이어 들어오는 봉희.
봉희/어? 박검사도 있었네?
창희/(말없이 목례하면)
봉희/(창희 노려보는 정우 보고) 분위기가 왜 이래?
정우/(무시하고 창희에게) 이유가 뭐야? 이런 식으로 일 처리하지 않았잖아?
창희/검사장님께 여쭤 보십시오. 그럼 전 이만... (고개 숙이고 나가면)
봉희/(나가는 모습 보고 정우 보며) 왜 그래? 왜 이렇게 시베리아냐고?
정우/내부 문제야. 넌 남의 직장에 이렇게 불쑥불쑥 와도 되냐?
봉희/이 자식이? 무서워 죽겠네. 그래! 불쑥 왔으니까 잡아갈래?
정우/용건이 뭐야?
봉희/누가 검사 아니랄까봐, 더럽게 딱딱하네. 야! 너 집 세 내놨다며?
정우/그게 왜?
봉희/근데 왜 내 방까지 내 놓냐고?
정우/(어이없어) 야! 임마, 니 방이 어디 있냐? 그거 엄연히 내 집이야!
니가 주인 허락도 안 맡고 시도 때도 없이 자고 가서 그렇지!
아니, 좋은 니네 집 놔두고 왜 내 집 불법점유하는데?
봉희/와아! 이 자식 불쌍해서 김치도 갖다 주고, 반찬도 갖다 주고 했더니... 이제 와서 뻥차네?
아무튼 너 내 방 내놓기만 해 봐! 네 방에 들어가서 너랑 한 침대서 잘 테니까!
정우/뭐?
봉희/(배시시 웃으며) 너 혹시... 나랑 한 침대 쓸려고 일부러 방 세 놓는 거 아냐?
정우/(어이없어 웃는데서)
씬48. 해주 집 해주 방 (낮)
해주, 거울 보며 화장하고 있는데 문 열고 영주가 들어와 옷 한 벌 휙! 던진다.
해주/(보고) 뭐야?
영주/면접 보러 간대매! 작업복 입고 갈 거야?
하고 문 꽝 닫고 나가 버리는 영주. 해주 옷 들어보면 원피스다.
거울에 옷 비쳐 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 짓는 해주.
씬49. 울산 시외버스 터미널 (밤)
버스 한 대 들어와 멎으면, 내리는 승객들. 사이 해주가 내리는데..
창희/(E) 해주야!
멈칫 보는 해주. 창희가 일각에서 손 흔들고 있다.
해주/(환하게 밝아지며) 오빠!
해주, 창희에게 달려가다가 그만 하이힐이 삐끗하며 주저앉는다.
“아!” 비명 지르며 발목 만지는 해주. 굽이 나가 떨어졌다. 놀라 다가와 부축하는 창희.
창희/괜찮니?
해주/(울상으로 나간 굽 보며) 어... 뭐 이런 신발이 있어?
창희/(보고 갑자기 웃는)
해주/아, 왜 웃어? 아파 죽겠는데?
창희/(웃으며) 미안... 니가 이런 구두 신은 게 신기해서... 많이 아파?
하고 해주의 발목 어루만져 주는 창희. 해주, 아프면서도 미소 머금는다.
씬50. 백화점 구두매장 (밤) - 해주에게 새 구두 신겨주는 창희.
창희/어때? 이게 이쁜 거 같은데?
해주/오빠가 이쁘다면 나도 좋은데... 너무 비싼 거 아냐? 잘 신지도 않는데...
창희/나 만날 때 신으면 되잖아?
해주/신발 사 주면 도망간다는데? 괜찮아?
창희/(웃으며) 지구 끝까지 도망가 봐. 나 범인 잡는데 선수야.
보고 같이 웃는 두 사람.
씬51. 동, 옷 매장 일각 (밤) - 창희가 든 정장 바라보는 해주.
해주/옷까지 안 사줘도 되는데...
창희/임마, 나 잘 나가는 검사야. 이 정도는 괜찮아.
해주/미안하니까 그러지..
창희/그 옷이 면접 때 안 맞아서 그래. 합격하려면 내 말 들어.
해주 보고는 옷 들고 탈의실로 들어가는데, 창희의 핸드폰이 울린다.
창희 핸드폰 보면‘ 아버지’ 가 떠 있다. 잠시 망설이다가 핸드폰 꺼 버리는 창희.
씬52. 인화 레스토랑 일각 (밤)
전화기 들고 있는 기출. ‘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멘트가 흘러 나온다.
전화 끊고 일각으로 가는 기출. 도현과 금희, 일문, 인화가 음식 놓고 앉아 있다.
도현/(보고) 박검사 바쁘대?
기출/예... 그런가 봅니다.
금희/오랜만에 같이 저녁 먹으려 그랬더니... 앉으세요.
기출/예... (앉아서 음식 먹으면)
인화/아저씨는 여기 처음이죠? 음식 어때요?
기출/응... 맛있네. 푸짐하고...참 대단해. 이런 걸 운영할 생각을 다 하고...
인화/돈 버는데 재미 붙였거든요.
도현/적당히 해라, 이 녀석아. 재벌 문어발 소리 듣는다.
인화/저는 문어발 보다 많은 지네발 되고 싶거든요. (하고 일어나며) 엄마, 와인 좀 가져올게. (하고 가면)
도현/돈 부족한 것도 아닌 녀석이... 뭘 이런 걸 한다고...
금희/그래도 대견하잖아요? 지 힘으로 돈 벌겠다고... 마냥 철부진 줄 알았는데... (기출 보며) 우리 인화,
괜찮죠? 박집사님?
기출/(멈칫 보고) 아, 예... 대단합니다.
금희/나 진지하게 묻는 건데... 인화 창희 짝으로 어때요?
일순 놀라 보는 기출. 도현과 일문도 놀라 쳐다본다.
금희/(둘러보며) 왜들 그런 얼굴이에요?
일문/(억지로 웃으며) 농담도... 그런 농담 마세요.
금희/나 농담 아닌데? 니 혼처는 아버지가 알아서 하신다니까, 인화 짝은 내가 고르고 싶어.
난 부자도 싫고, 정치인 집안도 마음에 안 들고, 그저 인화만... (하는데)
일문/(포크 꽝 내려놓으며) 어머니!
금희/(멈칫 놀라 보는데)
도현/이 녀석이 왜 이래?
일문/아니, 아버지... 하도 말씀이 안 되는 얘기를 하시니까.
도현/말 안 될 것도 없구만... 창희 정도면 나쁘진 않지.
일문/(굳어져 보는데)
금희/(밝아지며) 당신 생각도 그렇죠?
대꾸 않고 음식 먹는 도현. 일문 얼굴 심각해지고, 환히 밝아지는 기출.
씬53. 고기 집 일각 (밤)
고기 구워주는 창희. 허겁지겁 먹는 해주. 영주 옷 입고 있고, 옆에 백화점 쇼핑백 놓여 있다.
해주/오랜만에 소고기 먹으니까 너무 맛있네. 오빤 왜 더 안 먹어?
창희/난 직원들하고 저녁 먹었어. 많이 먹어..
고기 접시에 올려 주는 창희. 해주, 미소 띠며 다시 먹는데,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올려주는 창희. 해주 바라보는데...
창희/(보다가) 해주야.
해주/(보면)
창희/(좀 어렵게) 천지조선... 니가 가려는데 말야. 일문이가 책임자로 있어. 너 알아볼지도 몰라.
해주/아~ 그 싸가지? 설마?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데... 알면 또 어때?
창희/...
해주/혹시 나하고 오빠 사이 알까봐 그래? 걱정 마. 절대 얘기하지 않을 거니까.
창희/그렇게 숨기는 게 싫어서 그래. 차라리 아버지한테 얘기하는 게 낫겠어.
해주/안 돼! 그러지 마!
창희/(보면)
해주/나 아직은 그러고 싶지 않아. 이 꼴로 어떻게 오빠 아버질 봐?
창희/니가 뭐가 어때서?
해주/오빤 검사잖아. 난 학교도 제대로 못 나온 용접공이고...
창희/그건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잖아?
해주/나한텐 중요해! 오빠 아버지한테도 중요하고!
창희/그럼 언제까지 이러고 만나?
해주/미안해, 오빠..조금만 더 기다려 줘. 이번에 합격하고..나 조금이라도 떳떳해질 때, 그때 말씀드려..
창희/...
해주/미안해.
창희/... 더 먹어.
해주/(수저 놓으며) 나도 배불러. 나 혼자 다 먹었잖아?
창희/그럼 가자. 숙소 잡아뒀어.
씬54. 호텔 룸 안 (밤)
들어오는 창희와 해주. 창희가 카드키를 꽂자 불이 들어온다. 들어와 두리번거리는 해주.
해주/우와! 여기 정말 좋다! (커튼 열어젖히고) 시내 야경이 다 보이네?
창희/(미소 지으며 서 있는데)
해주/(보고는) 뭐 해? 안 들어오고?
창희/아니... 가야지.
해주/(멈칫) 벌써?
창희/너 피곤할 거 같아서...
해주/아냐. 하나도 안 피곤해. 나 강철 체력인 거 몰라?
창희/알았어. 얘기하다 가지 뭐... (들어오면)
씬55. 동 침실 (밤) - 문 열고 들어오는 해주. 눈이 휘둥그레진다.
해주/우와! 침대도 대빵 크다! (침대에 앉아 쿨렁거리다가) 오빠! 이리 와 봐!
따라 들어오는 창희. 멈칫 하고는 해주 옆에 앉아 본다.
같이 몸 흔들며 침대 반동시켜 보는 두 사람. 시선 마주치자 웃는다.
그러다가 어색해 지는 두 사람. 해주 괜히 머리 긁적이고, 창희는 딴 데 본다.
두 사람 침묵하다가...
창희/잠깐... 전화 좀 하고 올게.
해주/어...
창희, 나가면 침대에 누워 보는 해주.
해주/아! 편하다... 이런 날이 언제였는지 모르겠어. (베개 부둥켜안고 행복 한 미소 머금으며 눈 감는데서)
씬56. 동 침실 밖 (밤)
켜진 핸드폰 보는 창희. ‘ 아버지’ 부재중 전화가 수없이 와 있다.
침실 쪽 보는 창희. 전화한다.
기출/(F) 창희냐? 너 어디 있어?
창희/무슨 일인데요?
기출/(F) 바쁘지 않으면 빨리 집에 좀 와. 와서 얘기해.
창희/알았어요. (전화 끊고 생각하는 얼굴에서)
씬57. 동 침실 (밤)
들어오는 창희. 멈칫 바라본다. 해주가 베개 끌어안은 채 그대로 잠들어 있다. 다가가는 창희.
창희/해주야...
해주, 그대로 잠자고 있고 흔들어 깨우려다가 멈추는 창희.
잠들어 있는 해주를 물끄러미 보다가 해주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본다.
얼굴 가까이 가져가 해주의 이마에 입 맞추는 창희. 이불 여며준다.
일어나 엷은 스탠드 불만 남기고 불을 끈다. 나가려다가 돌아보는 창희.
창희/그래... 니가 가까이 있으면 나도 정말 좋겠다. (미소 머금고 나가는데서)
씬58. 도현 저택 앞 (밤)
기출 왔다 갔다 하며 기다리는데, 다가오는 자동차 불빛.
자동차가 다가와 멎고, 창희가 내린다. 황급히 다가가는 기출.
기출/어떻게 된 거냐? 검찰청에 전화해도 일찍 나갔다 그러고... 어디 있었던 거야?
창희/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기출/창희야. 사모님이 너 인화하고 결혼시킬 마음이 있나 보더라.
창희/예?
기출/사모님뿐만이 아니야. 회장님까지 괜찮다고 했어!
창희/아버지? 무슨 엉뚱한 얘기세요?
기출/이 녀석아. 엉뚱한 얘기가 아니야. 희망이 보인단 말이다!
창희/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하고 걸어가면)
기출/글쎄, 그게 아니라니까? 창희야! 내 말 좀 들어 봐!
기출, 창희를 쫓아 걸어가는데 일각에서 모습 드러내는 일문. 차가운 얼굴로 노려본다.
씬59. 도현 집 주방 (밤)
들어오는 일문. 정수기에서 물 따라 먹다가 갑자기 정수기 꽝 후려친다.
주먹 쥔 손 부르르 떠는데...
금희/(E) 일문아!
일문, 돌아보면 금희가 놀란 얼굴로 들어온다.
금희/너... 왜 그러니?
일문/(말없이 노려보면)
금희/또 아버지한테 무슨 소리 들은 거야? 그건 아버지가 너 잘 되라고...
일문/그거 진심이세요?
금희/(보면)
일문/인화하고 창희가 정말 어울린다고 생각하냐고요!
금희/(멈칫 보고) 일문아. 너 창희한테 왜 그러니?
일문/(이 악물고) 그 자식은 집사 아들이라고요!
금희/신분이 뭐가 중요하니? 요즘 시대에?
일문/인화가 어머니 친 딸이라도 그런 자식한테 시집보낼 거에요?
금희/(일순 얼어붙으며) 일문아... 너..?
하는데 노려보고 나가 버리는 일문. 그대로 충격에 빠져 있는 금희.
따라 나가려다가 휘청하며 벽 짚는다. 그 모습에 F.O.
씬60. 천지조선 사옥 앞 (아침- F.I)
긴장한 얼굴로 걸어오는 해주. 창희가 사준 옷을 입고, 한손에 쇼핑백 들고 있다.
씬61. 천지조선 공장 일각 (아침)
뒤편에 건조중인 드릴 십 선박이 보이고, 걸어오는 강산. 손에 설계도 서류 들고 있다.
일각에 세워진 최고급 오토바이에 오르는 강산. 시동 걸고 출발한다.
씬62. 동 면접장 (아침)
들어오는 해주. 일문과 면접관1, 민경이 앞에 앉아 있다. 해주, 일문 보고 멈칫 하는데...
일문/(힐끗 보고) 앉아요.
해주/천해줍니다! 잘 부탁합니다!
해주,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 앉으면, 서류 보는 일문.
일문/(찌푸리며) 뭐야? 중졸이잖아?
해주/(멈칫 보고) 고등학교 다니다가 그만 뒀습니다.
일문/그게 중졸이지! (옆 면접관1 보며) 아니, 어떻게 이런 사람이 여길 들어와요?
면접관1/지난 번 2, 3차 실기 테스트에서 가장 우수한 점수를 받았습니다.
저희 조선소 기능대회 우승자까지 제쳤습니다..
민경/각종 특수용접, 엔진 수리, 선반 밀링까지 자격증만 열 개가 넘습니다.
일문/지금 현장 기능공 뽑습니까? 설계파트하고 현장 연결할 사람 찾잖아요?
해주/설계도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캐드 자격증도 있고 유닉스 스프트웨어도 다룰 줄 압니다.
제대로 배우지 못해 설계를 할 줄은 모르지만, 충분히 현장하고 소통할 정도는 됩니다.
시험해 보셔도 좋습니다.
일문, 찌푸리며 보는데, 일순 문이 꽝! 열리며 강산이 들어온다.
강산/장일문 본부장! 얘기 좀 하죠?
일문/(놀라 보고) 아... 라이언 강... 지금 면접 중입니다만...
강산/지금 면접이 중요한 게 아니지. 기초 설계도 제대로 안 따르는데다가,
유압 파이프 배관 왜 약정대로 안 지키는데? 내가 우습게 보이시나?
하고 서류 확 뿌리는 강산. 서류가 해주 앞으로 떨어진다.
일문, 굳어지며 보는데, 멈칫 보고 서류 줍는 해주.
강산에게 내미려다가 두 사람 시선 마주친다.
강산/아니, 이 여자?
놀라보는 해주. 마주 보는 강산. 두 사람 모습에서. (9부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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