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퀸 10
<메이퀸> 10부
씬1. 해양 사업부 면접장 (아침)
서류 확 뿌리는 강산. 서류가 해주 앞으로 떨어진다.
일문, 굳어지며 보는데, 멈칫 보고 서류 줍는 해주.
강산에게 내미려다가 두 사람 시선 마주친다.
강산/아니, 이 여자?
놀라보는 해주. 마주 보는 강산. 이내 강산의 얼굴에 웃음이 떠오른다.
강산/야! 반갑네요. 내 얼굴 기억하죠? 나 아직 어깨가 뻐근한데...
해주/(당혹스런 시선으로 보는데)
일문/(의아한 듯 보고) 아는 사람입니까?
강산/내가 묻고 싶은데... 이 여자 뭐야?
일문/(얼굴 찌푸려지고)
민경/저희 기술개발팀에서 뽑으려고 하는 신입 사원이에요.
강산/(피식 웃고 일문 보며) 기술 개발팀에서 깡패도 뽑나?
일문/깡패? (하고 해주 보면)
해주/(멈칫 당황해 보고는) 아닙니다. 이 분하곤 오해가 있어서...
강산/오해가 있었으면 사과부터 해야 하지 않아요?
해주/(힐끗 일문 보고는 작게) 이봐요. 나 지금 중요한 일 보는 중이거든요?
강산/어쩌나? 나도 중요한 일 때문에 왔는데? (하고 일문 보면)
일문/(해주 보고는) 나가 봐요.
해주/네?
일문/귀 어둡습니까? 나가라구요!
해주/아직 제 소개도 다 하지 않았습니다.
일문/소개 충분히 했어. 중졸에 현장에서 굴러먹다가 첨단부품 만드는 대기업 개발팀에 겁도 없이
응시한 깡패 여자. 됐습니까?
해주/응시자격에 학력제한 없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절 믿지 못하시면 한 번 더 시험해 보셔도 좋습니다. 부탁합니다.
일문/됐어요! 면접에서 탈락입니다. 더 할 말 있어요?
해주/(입술 깨물다가) 저한테는 절박한 문젭니다. 한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일문/나가는 문 몰라요?
입술 깨물고 보는 해주. 나가려다가 강산과 시선 마주친다.
어깨 으쓱하는 강산. 째려보고 나가는 해주.
씬2. 해양사업부 대기실 (아침)
허탈하게 나오는 해주. 대기하고 있던 면접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꽂힌다.
두고 온 백화점 쇼핑백을 드는 해주.
씬3. 동 면접장 (아침) - 강산 바라보는 일문.
일문/라이언 강... 미안하지만 문제제기는 저희 면접 끝나고 하면 안 될까요?
강산/그쪽한테는 면접이 중요할지 몰라도, 나한텐 9억불짜리 드릴십이 훨씬 중요하거든.
이거 해명하긴 전엔 아무 것도 못 해.
일문/(다시 찌푸리며) 라이언 강 감독관님, 한국말 잘하시는 분이 존대는 못 배우셨습니까?
저 이 회사 해양본부장입니다.
강산/놀고 있네, 자식...
일문/뭐요?
강산/넌 예전에 창희한테 머리도 딸리더니 이젠 눈도 어둡냐? 그러니 나한테 맨날 줘 터졌지.
일문/(얼굴 굳어지며) 누구...? (하다가 눈 커지며) 설마... 강산?
강산/이 친구 정보력도 형편없네. 중요한 사람이 오면 최소한 그 사람이 누군지 정도는 알아봐야
하는 거 아냐? 아니면 내가 상상도 못할 만큼 너무 잘 생겨졌나?
놀라 보는 일문, 미소 머금는 강산.
씬4. 천지조선 본사 주차장 (아침)
냉소 머금고 나오는 강산. 일각에 세워진 오토바이 쪽으로 가려다가 멈칫 본다.
자신의 오토바이 옆에 미끄러지듯 주차되는 자동차. 차문을 열고 인화가 내린다.
인화/(쪼르르 달려와) 오빠!
강산/(보고) 넌 너한테 추적 장치 달아놨냐?
인화/오빠가 어딜 가도 우린 이렇게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거지!
강산/(어깨 으쓱하고는 오토바이로 다가가고)
인화/(강산을 막으며) 어디 가는 거야?
강산/추적 장치 작동해서 찾아 봐.
인화/나도 갈래!
강산/(대꾸 없이 오토바이에 타고)
인화/아, 진짜? 어디 가는데? 오빠 요트까지 있다며? 바다에 가는 거야?
강산/니가 바다를 좋아하면 산으로 가고, 산을 좋아하면 바다로 가지.
인화/아씨~! 진짜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아빠한테 오빠가 라이언 강인거 확! 다 말해버린다.
강산/한물간 아이템으로 협박을 하다니~ 이러니 내가 널 어떻게 믿겠냐? 이미 자수해서 광명 찾았다 임마!
인화/우씨...뭐야! 난 오빠 위해 가족을 버릴 각오로 입에 자물쇠를 걸었는데!
강산/오...그런 위험한 발상까지 했단 말이지? 자수하길 잘했네! (시동 거는)
인화/오빠!
강산, 웃으며 인화에게 손 흔들어 보이고는 출발한다.
인화, 짜증스럽게 아씨~거리며 발 동동 구르는데서.
씬5. 동 천지조선 일각 (아침)
오토바이 타고 오는 강산. 지나가다가 멈칫 본다.
일각에 해주가 건조 되고 있는 드릴십을 처연하게 바라보고 있다. 오토바이 세우는 강산.
잠시 해주 보는데 뒤에서 E 클랙션 소리. 뒤에 오는 작업차 보고 그냥 가는 강산.
사이드미러에 해주 모습 보인다.
씬6. 검찰청 창희 사무실 (낮)
핸드폰 들고 있는 창희. ‘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 멘트가 흘러 나온다.
전화 끊고 생각하는 창희. 그 얼굴에...
씬7. 창희 집 거실 (밤) - 회상.
들어오며 창희 붙잡는 기출.
기출/창희야. 정말이야! 정말로 회장님이 니가 사위감으로 괜찮다고 했다니까!
창희/인사치례로 한 말이에요. 장도현이라는 사람 몰라요? 옛날부터 우릴 어떤 취급했는지!
기출/그때하곤 니가 달라졌잖아? 이거야말로 하늘이 주신 기회야!
창희/(보는)
기출/만약에 니가 인화하고 결혼만 할 수 있다면, 일문이 따위 제치고 천지조선을 손에 넣을 수 있단 말이다.
창희야. 너라면 할 수 있어, 이 녀석아. 아버지가 온갖 고통 참아가며 이 집에
살아온 이유가 뭐겠냐?
창희/(굳은 얼굴로 보는데서)
씬8. 검찰청 창희 사무실 (낮)- 현재
생각하다가 핸드폰 다시 드는 창희. 잠시 보다가 결심한 듯 단축 번호 누른다.
창희/저에요, 아버지... 드릴 말씀이 있어요... (굳어지는 얼굴에서)
씬9. 바닷가 일각 (낮)
홍철이 뿌려진 바닷가이다. 그 일각에 하이힐 손에 든 체 서 있는 해주.
옆에 쇼핑백 놓여 있다. 밀려오는 파도 위에, 홍철의 뼈를 뿌리던 장면이 떠오른다.
해주/(한숨 쉬며) 미안허요, 아부지... 자주 와 보지도 못하고... 오늘 합격했으면,
밀렸던 거 까지 합해서 맨날 올려 그랬는디... 미안허요.. 아부지...
요번에는 참말로 붙고 싶었는디...
해주, 주저앉으며 눈물 글썽해지는데, 그 뒤에 다가와서는 창희.
잠시 보다가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린다. 멈칫 보고 일어나는 해주.
해주/(눈가 훔치고) 오빠... 어떻게 알고?
창희/니가 올 데가 여기 밖에 더 있어?
해주/(보는)
창희/전화기가 계속 꺼져 있더라고. 합격했으면 신나서 전화했을 텐데...
해주/(씁쓸하게 웃으며) 맞아. 보기 좋게 미끄러졌어. 준비 많이 해 갔는데, 말할 기회도 없었어.
창희/(보는)
해주/인화 오빠 그 싸가지가 면접관이더라. 세월 흘렀어도 한 눈에 알겠던데? 싸가지 없는 게 여전해서..
창희/너.. 알아보디?
해주/아니. 그 인간은 내 학벌 밖에 눈에 안 보이나 보더라.
창희/... 괜찮아?
해주/어쩔 수 없지 뭐. 이런 일 한 두 번 당해 본 것도 아닌데...
(웃으며) 오빠하곤 가까이 있을 팔자가 아닌가 봐. 잘 된 건지도 몰라.
사실 사랑은 떨어져 있어야 훨씬 더 애틋하대.
창희/(아프게 보면)
해주/으응? 왜 오빠가 울상이야? (구두 들어 보이며) 그래도 울산 와서 옷도 사고 구두도 하나 건졌잖아?
창희/신고 있지 왜 발 아프게 들고 있어?
해주/모래나 자갈 밟으면 신발 망가진대.
창희/(옆의 쇼핑백 들며) 가자. 뭐 좀 먹어야지.
해주의 손잡고 가는 창희. 해주 가다가 자갈에 발 삐끗한다. 그 모습 보고는 앞에 앉는 창희.
창희/업혀.
해주/진짜? 나 은근 무거운데?
창희/임마, 나도 남자야.
헤~ 웃고 업히는 해주. 창희 일어나려다 휘청한다.
창희/이거 뭐야? 쇠로 만들었어?
해주 웃으며 등 때리면, 같이 웃고 걸어가는 창희.
해주/(창희 목에 손 걸며) 아~ 너무 편하다. 예전에 아버지 등에 업혔던 거 생각나네.
창희/(말없이 굳은 얼굴로 묵묵히 업고 걸어가고)
씬10. 한정식 집 복도(낮)
해주/무슨 점심을 이런 데까지 와서 먹어? 간단히 먹으면 되
는데...
창희/들어가자. (해주 손잡고 가는)
씬11. 동 일실 (낮)
문 열고 해주 손잡은 채 들어오는 창희. 일순 얼어붙는 해주.
방 안에 기출이 앉아 있다. 얼떨떨한 얼굴로 일어나는 기출.
기출/창희야... 누구?
창희/제가 결혼할 사람입니다, 아버지...
기출/뭐...라고? (휘둥그레져 해주 보면)
해주/(당황해 보다가 꾸벅 인사하고) 아...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기출/(다시 창희보고 해주 보면)
창희/기억 못하시겠어요? 해줍니다.
기출/누구?
해주/천해주에요, 아저씨... 예전에 배 밭 너머에 살던...
기출/(멍하니 보는데)
창희/(웃으며) 아버지... 놀라셨죠? 좀 앉으세요.
기출/(여전히 보고 있고)
창희/아버지?
하는데 갑자기 창희 제치고 방문 열고 후다닥 나가는 기출.
창희/아버지! (따라 나가려다가 한숨 쉬고 해주 보면)
해주/오빠... 이게 무슨 짓이야? 어떻게 나한테 말도 않고 이럴 수가 있어!
창희/(입술 깨물고)
해주/오빠!
창희/말했으면 니가 여기까지 왔겠니?
해주/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이런 막무가내가 어디 있어? 오빠 아버지도 너무 당황하셨잖아? 어서 나가 봐!
창희/됐어. 어차피 한번은 벌어질 일이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린 영영 아무 것도 못해!
해주/(기가 막혀 바라보고)
씬12. 동 바깥 (낮)
충격 받은 얼굴로 나오는 기출. 몇 발자국 가다가 선다. 그 얼굴에..
(플래시백) 6부 씬 53. 부두 일각 - 트럭으로 홍철을 들이 받던 장면 떠오르고.
(현재) 눈 질끈 감았다가 고개 홱 돌려 음식점 바라보는 기출.
씬13. 한정식 집 일실 (낮) - 방문 닫는 창희. 보고 있는 해주..
창희/미리 말 못해서 미안해. 좀 앉아.
해주/(선 채) 이런 식은 안 돼, 오빠... 난 준비가 하나도 안 됐단 말야...
창희/그 준비 언제 끝나는데? 나는 더 이상은 기다릴 상황이 아니야!
해주/오빠...
창희/우리 지금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 거 같아? 한 달? 두 달? 기껏 거제까지 찾아가면 낮에는 회사,
밤에는 포장마차! 1시간이라도 맘 편하게 만난 적 있어? 이제 이런 식으론 못 기다려.
해주/(아프게 보면)
창희/아버진 내가 설득할 거야. 설득 안 되더라도 설득할 테니까 아무 걱정 마.
해주/오빠 아버지 문제만은 아니잖아? 나한테도 식구들이 있어.
창희/거기도 인사하면 되잖아?
해주/그런 얘기가 아니야! 나 없으면 우리 식구들 아무 것도 못 한다구! 알면서 왜 그래?
창희/그럼 그 식구들 다 건사할 때까지 나는 계속 기다려야 돼?
해주/(말 못하고 보면)
창희/도대체 언제까지, 니 엄마 오빠 동생들까지 등에 짊어지고 갈 건데?
해주/(글썽해) 가족이잖아.
창희/니 발목만 잡는, 니 행복 방해만 하는 그게 가족이야?
해주/(입술 악무는)
창희/한번만이라도. 정말 한번만이라도 니 행복만 생각할 수 없어?
해주/(눈물 글썽해지는데)
창희/좋아! 그럼 내가 짊어질게. 네 가족들 내가 책임질 테니까 결혼하자.
해주/(놀라 보고) 말도 안 돼는 소리 하지 마... 그건 내 몫이야.
내가 무슨 염치로 오빠한테 식구들까지 떠맡겨? 왜 날 이해를 못해 줘? 나한텐 일이 필요하단 말야..
창희/그 일 하면 되잖아! 천지조선에 취직하고 싶으면 취직해! 내가 일문이한테 무릎 끓고라도 부탁할 테니까!
해주/오빠가 왜 그렇게까지 해야 되는데?
창희/사랑하니까! 바보야! 내가 너 사랑하는 거 몰라? (하는데)
문 벌컥 열고 들어오는 기출. 보는 해주와 창희.
기출/(해주 쳐다보지도 않고 창희 손 잡으며) 나가자.
창희/아버지...
기출/나가서 얘기해!
창희/여기서 얘기해요!
기출/이놈의 자식아! 나오라면 나와!
창희 끌고나가는 기출. 해주,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따라 나간다.
씬14. 동 바깥 (낮) - 창희를 붙잡고 나오는 기출. 창희, 기출의 팔을 떼어낸다.
창희/아버지... 화나신 거 이해해요. 하지만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제 사정이 있었어요.
기출/듣고 싶지 않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창희/그럼 일단 해주 인사는 받으세요! 모르는 사람도 아니잖아요?
기출 쳐다보는데, 뒤이어 나오는 해주. 기출에게 고개 숙인다.
해주/죄송해요.. 많이 놀라셨죠?
기출/너하고는 할 얘기 없다.
창희/아버지!
기출/(버럭) 소름 끼치니까 내 눈 앞에서 사라지란 말이야!
해주/(놀라 보는데)
창희/아버지! 정말 왜 이러세요!
해주/오, 오빠... 나중에 연락할게. (기출 보며) 죄송해요. (하고 돌아서면)
창희/해주야!
해주/(대답 않고 뛰어가고)
창희/해주야!
창희, 쫓아가려는데 붙잡는 기출.
기출/안 돼! 가지 마라!
창희/아버지! 지금 무슨 짓을 하시는 거예요!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사람을 이렇게 대하는 법이 어딨어요! 비키세요! (밀어내고 가려는데)
기출/창희야!
일순 창희의 바짓가랑이 잡고 무릎 꿇는 기출. 놀라 보는 창희.
창희/아버지?
기출/안 된다. 이놈의 자식아... 절대로 안 돼. 쟤를 만나려거든 차라리 아버지를 죽이고 가라.
기가 막혀 보는 창희. 눈물이 글썽해 간절한 눈으로 보는 기출.
씬15. 울산 시외버스 터미널 (낮)
멍한 얼굴로 걸어오는 해주. 일각의 의자에 가 털썩 앉는다.
고개 숙이다가 창희가 사 준 구두에 시선이 가는 해주.
휴지로 구두에 묻은 얼룩을 닦아낸다. 그 모습에...
기출/(E) 15년?
씬16. 기출 집 거실 (낮) - 경악한 얼굴로 창희 보는 기출.
기출/그 아이를 만난 게 15년이나 됐다고?
창희/예... 거제에 정착한 후부터 계속 연락하고 만났어요. 아버지한테 말씀드리지 못한 건...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저한테 거는 기대가 너무 컸으니까요.
기출/(멍하니 보는데)
창희/아버지 실망하신 거 잘 알아요. 말씀드리지 못한 것도 죄송해요...
하지만 해주는, 해주는 제 삶에서 등대 같은 여자였어요.
걔가 없었으면 저는 괴물이 됐을지 몰라요. 해주는 세상 다 엎어버리고 싶은 저한테,
처음으로 이 세상도 살만하다고 느끼게 해 준 여자라구요.
기출/나는 그딴 거 모른다. 천지조선의 사위자리가 눈에 보이는데...
이놈아,이 악물고 와서 이제 정상이 보이는데, 어떻게 바닥으로 떨어질 생각을 해!
창희/아버지..
기출/창희야. 너 아버지 세월 모르냐? 너 하나 때문에 내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다 잊었어? 이 녀석아.
장회장한테 맞아가며 일문이한테 갖은 수모 당해가며 살아온 내가, 기껏 이 꼴 보려고 한 줄 알아?
창희/잊어버리지 않았어요. 아버지보다 더 장회장이나 일문이한테 복수하고 싶었어요.
지금도 그 사람들보다 더 위에 서고 싶어요... 아버지가 장회장이나 일문이,
부수라면 부수고, 이기라면 이기겠어요! 하지만 제 인생이 그게 다는 아니에요...
저도 행복해지고 싶다구요. 그건 해주만이 해 줄 수가 있어요.
기출/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창희/아버지!
기출/아버지를 죽이고 그 아이한테 가던지, 장회장 사위가 되던지, 둘 중 하나를 택해라.
더 이상은 할 말 없다.
창희/(절망적인 얼굴로 보는 데서)
씬17. 도현 집무실 (낮) - 굳은 얼굴의 도현 앞에 서 있는 최비서. 그 옆에 일문이 서 있다.
도현/알아봤어?
최비서/예. 회장님...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하고 자료 주면)
도현/(자료 받아 보는데)
최비서/MIT에서 조선과 해양 공학 박사를 다 딴 후에, 영국 클락슨 사, 노르웨이의 노르쉬핑,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에서 브로커와 선주감독관을 다 지냈습니다. 지금 노블사에는 파격적인
대우로 스카우터 된 것이구요. 신임이 얼마나 두터운지, 노블사 앤드류 케인 회장의 양아들이라는
소문도 나돈답니다.
도현/(자료 책상에 던지며) 호랑이가 죽은 줄 알았는데... 새끼를 키우고 있었구먼..
일문/뭔가 착오가 있는 거 같은데요? 그 친구 학교 다닐 때, 성적이 꼴찌였습니다!
근데 MIT에서 조선공학과 해양공학 박사를 다 땄다뇨?
학력위조나 가짜일 겁니다.
도현/바보 같은 놈! 넌 세계 2위 시추회사 노블이 그렇게 엉성할 거 같으냐?
일문 보고 말 못하는데 E 노크소리. 일동 보면, 강산이 들어온다.
강산/(일문 힐끗 보고 깍듯하게 도현에게 인사하며)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도현/라이언 강... 강산이... 이거 몰라봐서 미안하구만. 왜 처음부터 얘기하지 않았나?
강산/아이~ 제 입으로 말씀 드리면 쑥스럽잖아요?
도현/놀랍구만... 자네가 노블사의 선주 감독관이라니...
강산/놀라긴 제가 더 놀랐죠. 해풍 조선 삼키실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재벌 이 되실 줄은 몰랐거든요.
도현/그래서? 옛날 원한 때문에 우리 선박 검사 깐깐하게 하는 건가?
강산/에이, 그럴 리가요? 저야 선주가 파견한 월급쟁인데, 무슨 힘이 있다고 독단적으로 행동하겠어요?
뭐 원한이 좀 있다 하더라도 이렇게 거물이 되신 분을 어떡하겠습니까? 참고 납작 엎드려야죠.
도현/(미소 머금고 보는데)
강산/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할 일이 좀 많아서요.
도현/그래... 차차 얘기하도록 하지. 앞으로 볼 일이 많을 테니까.
미소 머금고 서로 마주 보는 강산과 도현.
씬18. 해양사업부 (낮) - 휘파람 불며 들어오는 강산. 민경과 직원들이 인사한다.
강산/(민경 보며) 작업 지침서 완성됐습니까?
민경/아닙니다. 아직...
강산/왜 그렇게 느려 터졌어요?
민경/현장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해서... 지금 최종 면접자 중에서 고르고 있습니다.
강산, 자기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멈칫 멈춘다. 그 얼굴에.
(플래시백) 씬5 천지조선 일각 - 드릴십을 처연하게 바라보는 해주의 모습.
(현재) 고개 돌려 민경 바라보는 강산.
강산/조팀장님! 그 여자 나 때문에 떨어진 거 아니죠?
민경/누구 말입니까?
강산/아침에 면접장에서 만난 여자 말입니다.
민경/아! 천해주씨요? 아닙니다. 자격이 되지 않아섭니다. 학력이 좋지 않아서...
강산, 끄덕이고 들어가려다가 다시 우뚝 멈추고, 고개 홱 돌린다.
강산/잠깐만! 지금 누구라고 했죠?
민경/예?
강산/아침에 떨어진 그 여자 이름 말입니다!
민경/천해준씬데... 왜 그러세요?
강산/천해주... (얼굴 굳어지며) 그 여자 이력서 있죠?
민경/예...
강산/가져와 봐요! 빨리!
(점프)
민경에게 파일 받아 넘겨보는 강산. 해주 사진 붙어 있는 란 확인하고 뒷장 넘기는 강산.
강산/(읽으며) 가족관계.. 부 천홍철 사망, 모 조달순, 오빠 천상태...
멍한 얼굴로 고개 드는 강산. 자신의 머리를 후려친다.
강산/이런 바보 같은... 멍청한 놈... (하면서 환한 얼굴 되는 데서)
씬19. 달순 포장마차 앞 (밤)
힘없이 걸어오는 해주. 달순이 국물 떠서 손님들에게 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해주/(다가가) 엄마...
달순/(멈칫 보고) 어떻게 됐어?
해주, 대꾸 없이 가방과 쇼핑백 놓다가 멈칫 본다. 상태가 친구 둘과 함께 술 마시며 앉아 있다.
달순/(한숨 쉬며) 에휴... 혹시나 했는데, 또 낙방했냐?
상태/(친구들과 술잔 부딪히고 술잔 꺾으려다가 해주 발견하고) 음마?
우리 집 기둥이자 물주! 우리 동생 오셨구마이!
해주/(달순 보고) 언제부터 마신 거야? 많이 취한 거 같은데?
상태/(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오며) 야! 나 오늘 회사 때려쳐부렀다!
해주/뭐?
상태/너가 되지도 않는 보험회사 다닌다고 날 깔봤잖여! 그려서 이참에 아주 확~때려치워 불고!
적성에 맞는 사업이나 할란다.
해주/오빠가 사업할 돈이 어딨어? 또 한달 못 채운 거네?
상태/(친구들 의식하고) 야! 걱정 말드라고! 나가 한 달 안에 너 입 찢어지게 만들어 줄탱께!
해주/그 말 한 달 전에도 똑같이 했거든?
상태/근디 이 가시내가 친구들 앞에서... 어째 시비당가?
달순/(상태 말리며) 이놈아 그만해. 너 술 취했어!
친구1/(해주, 상태 눈치 보다가 일어나며) 상태야... 우리 그만 갈게.
상태/아, 어째 그려? 인자부터 시작인디... 워디 갈라고야?
친구2/다음에 보자..
해주/(테이블 위 안주접시와 소주병을 재빠르게 세더니) 육만 칠천원이요.
친구들/(멈칫 보면)
상태/(손사래 치며) 아, 아니여! 그냥 가드라고! 이 가시내가 대학을 안 가봐서 캠퍼스의 우정을 모른당께!
친구들/(그냥 나가려고 하는데)
해주/(앞을 가로막으며) 육만 칠천원이라고요.
상태/(붙잡으며) 야! 천해주! 너 뭣하냐? 나 친구라고 혔잖여!
친구1/여, 여기 돈 있어요! (해주에게 주면)
해주/(돈 나꿔채고) 엄마, 옷 갈아입고 나올게! (하고 가면)
상태/아니, 저것이? 야! 천해주!
뒤쫓아 가는 상태. 불안하게 보는 달순.
씬20. 해주 집 거실 (밤) - 들어오는 해주. 진주가 주방에서 요리하다가 본다.
진주/어? 언니 왔어?
해주/너 뭐 하는 거야? 주방 일 하지 말라 그랬잖아!
진주 멈칫 하는데, 따라 들어오는 상태. 해주 어깨 확 잡아 제친다.
상태/야! 이 가시내야! 너 시방 나가 우습게 보이냐?
해주/그만 하드라고, 나 지금 참고 있응께.
상태/너가 안 참으면 어떡할 건디? 잡것이 돈 좀 번다고 나가 핫바지 저고리로 보이냐? 어!
하고 해주의 머리채 잡으려는 상태. 그런 상태를 메다꽂는 해주. 놀라 뛰어 들어오는 달순.
달순/아이고! 왜 또 이 난리야?
상태/아이고! 나 죽네. 엄니! 저년 하는 짓 좀 보소!
해주/(달순 보며) 엄만 오빠가 회사 때려치웠다는데도 어떻게 두고만 봐?
달순/이 기집애야! 니가 맨날 돈돈 하고 구박하니까 그렇잖아! 어떡하든 사내 기를 살려줘야지,
지 오래비를 등신 취급하는 년이 어디 있어!
해주/오빠가 제대로만 했어봐! 내가 업고라도 살지!
달순/아, 사업해서 잘 될지 안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거 아냐! 왜 시작도 안 한 애를 기를 죽여!
해주/그 사업 뭘로 할 거데! 전세 보증금 날려먹고 월세로 온 걸로 모잘라?
지금까지 오빠가 날려먹은 통장 한번 가져와봐! (하는데)
상태/(옆의 밥상 걷어차며) 지랄 좀 그만 떨랑께! 가시내야!
해주/(보고) 밥상을 왜 걷어차는데!!(화나 달려가고)
달순/아이구! 왜 이래! 참아! 이것아! (붙잡고 늘어지는데)
방에서 문 꽝 열고 나오는 영주.
영주/(버럭) 제발 좀 그만하라고!!
해주/(멈칫 보면)
영주/나보고 공부하라매?! 근데 왜 이 난리굿이야! 이렇게 지지고 볶고 싸우면..내가 공부가 돼? 되냐구!
성질내며, 문 쾅 닫고 다시 들어가는 영주.
멍하니 보는 해주. 그런 해주 눈치 보는 달순과 상태. 해주 안쓰럽게 쳐다보는 진주.
씬21. 동 해주 방 (밤)
들어오는 해주. 속상한 얼굴로 책상 앞에 앉는다. 홍철의 사진 들어보는 해주. 눈물 글썽해진다.
해주/아부지... 어째 이리 힘들다요? 사는 게 왜 나아지지 않는다요?
하는데 문 열고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진주. 다가와 해주를 뒤에서 안는다. 멈칫하는 해주.
진주/미안해. 언니... 내가 잘 할 게. 다 언니 속 썩여도 내가 공부 열심히 해서 언니 고생 덜어줄게.
보고는 일어나 진주를 안아주는 해주.
해주/괜찮아. 언니 힘 안 들어. 그냥 조금 속상했을 뿐이야. (진주 등 토닥여주는 모습에서)
씬22. 인화 레스토랑 앞 (밤)
화장 찐하게 하고 가슴이 드러난 탑에 타이트한 스커트를 입은 봉희,
조금 어색하고 불편한 표정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봉희/(자기 가슴을 내려다보며) 이거...뽕 괜히 넣은 거 아냐?
택시에서 내리는 사람, 정우다. 봉희를 그대로 지나치려는데
봉희/(다정하게) 윤정우씨?
정우/(멈칫 보고) 어... 너도 지금 도착했냐? 들어가자. 배고프다.
봉희 옷에 눈길 주지도 않고 들어가는 정우. 일그러지는 봉희.
씬23. 인화 레스토랑 일각 (밤)
웨이터가 봉희와 정우를 자리로 안내하는 것을 본 인화,
쪼르르 달려가 웨이터가 들고 있던 메뉴판을 낚아채고는 정우를 보며 활짝 웃으며 메뉴판을 보여준다.
인화, 봉희에게도 메뉴판 주려다가 가슴을 보고 다시 봉희 보는데
봉희, 인화 눈빛 피하고 메뉴판 잡는데 놓지 않는 인화.
봉희/(확~ 낚아채며 인화 째려보다가 정우보고 웃으며) 뭐 먹을래?
정우/(메뉴판 보며) 글쎄...난 잘 모르겠다. 니가 먹고 싶은 거 골라.
봉희/(메뉴판 내려놓고 가슴 들이밀며) 진짜 먹고 싶은 거 다 골라?
인화/(헉...하면서 놀라 쳐다보는)
봉희/(메뉴판 가리키며 혀 짧은 소리로) 이거..비싼거거덩... 박봉 검사 월급 거덜 날 텐데..
정우/(사람 좋게 웃으며) 칼 안든 강도 여기 또 있네!
봉희/에이~ 검사님 수갑 채우시면 언제라도 오케이!
인화/(헐~ 토 나오는 시늉하는)
봉희/그럼...(메뉴판 사정없이 넘기면서) 이거. 이거. 그리고 이것도. 아참 이것도. 맞다.
이것도. 토핑까지 신경써줘요. 아참 와인 빈티지는 90년대로.
인화/(어이없어하면서) 네..(힘주어) 빠른 시일내로 가져다 드릴게요.
인화, 걸어 나오면서도 다시 뒤돌아보면 봉희, 애교 섞인 눈웃음으로 과하게 모션 취하는 거 보이고
(점프)
봉희와 정우 테이블이 보이는 자리, 벽에 붙어서 전화 중인 인화.
인화/그 차장검사 아저씨랑 또 같이 왔다니까. 둘이 뭔가 있는 게 틀림없어! 이건 여자의 육감이라고!
(웨이터가 와인 test하는 것을 보고) 우와...엄마! 엄마...
지금 이모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깡소주 나발 불던 사람이 우아 떨며 와인을 마시고
있단 말야.
씬24. 동 레스토랑 일각 (밤)
테이블 위에 스테이크, 스파게티. 그리고 와인이 쿨러에 담겨져 있다.
봉희, 꽉 조이는 옷이 뭔가 불편해 꼼지락 거리면서 어색하게 웃고
직원이 따라주는 와인 잔을 들고 정우와 부딪힌다.
정우/(바로 스테이크 썰면서) 요새 시추팀 분위기는 어때?
봉희/(스테이크 썰면서) 6다시 2광구 탐사문제로 문제로 바쁘지. 시추 계획안 수정작업 들어갔는데..
정우/(봉희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먹기만) 장회장이 석유공사에 deal한 건 합의된 거야?
봉희/그거야 형부가..(하다가 정우를 쳐다보는데)
정우/석유공사 측에서 그렇게 쉽게 지분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을..
봉희/윤정우!
정우/(의아해서 쳐다보는)
봉희/넌 나만나면 석유 얘기 밖에 할 줄 모르냐?
정우/그게 왜? 그게 우리 공통 관심사 아니야?
봉희/(욱해서) 그게 어떻게 우리의 공통 관심사야!!
정우/(어리둥절해서) 그렇다고 내 담당사건을 얘기하긴 그렇잖아.
봉희/(손에 쥔 칼에 힘을 주며 정우 똑바로 바라보고) 야..살인이 괜히 일어나는 거 아니다! 이 둔탱아!
정우/물론 그렇지. 존속살인이든 우발적 살인이던 살인에는 동기가..
봉희/(버럭) 야 윤정우!! (스프 스푼을 휙 던지는)
정우/(이마에 정통으로 맞아서 아파하며) 아, 왜 그래? 임마?
봉희/(포크를 들어 테이블위에 꽂으며) 내가 앓으니 이를 뽑고 만다!
정우/(이마 쓰다듬으며) 야..진짜 왜 그러는 건데?
봉희/(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검사님이 그 정도의 추리력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흥!
봉희, 휙~하고 나가버리는데 정우, 어쩔 줄 몰라서 쳐다보기만
봉희/(나가면서 가슴에 손을 집어넣어 뽕을 빼고) 어떻게 가슴에 눈길 한 번을 안 주냐! 나쁜 놈!
곁눈질이라도 했으면 내가 억울하지나 않지!
씬25. 동 일각 (밤)
인화, 전화기를 들고 지켜보다 봉희가 일어서 나오자 얼른 주저앉는다.
인화/완전 대박! 이모의 현란한 수저신공이 나왔어. 진짜라니까. 검사아저씨 이마에 제대로 꽂혔다고.
아무래도 훔쳐간 내 뽕의 위력이...
봉희/(E) 실시간 중계 현장감 있어서 좋네!
인화/(올려다보고는 스르르 일어서며 어색한 웃음)
봉희/(인화 앞에 뽕을 던지며) 어디서 그런 뽕 같지도 않은 걸 가지고..
남자를 뿅가게 하지 못하는 뽕이 뽕이냐?! (하고 나가버리는)
인화/엄마 엄마 들었지? 저렇게 치솟는 울분이 괜히 생기는 게 아니라니까.
이거 불길한데...일방적인 짝사랑이 아니고서는..(그러다가 문득) 근데..엄 마 어디 아파?
목소리가 왜 그렇게 힘이 없어?
씬26. 도현 집 거실 (밤) - 소파에 앉아 통화중인 금희.
금희/힘이 없긴. 그 이야긴... 집에 와서 하자. 그래.
힘없는 얼굴로 전화기 내려놓는 금희. 생각에 잠기는데 현관문 열고 일문이 들어온다.
금희/(보고 일어나며) 왔니? 아버지는?
일문/모르겠어요. (하고 이층으로 올라가려는데)
금희/일문아!
일문/(보면)
금희/엄마랑 얘기 좀 하자.
금희, 주방으로 들어가면 한숨 쉬고 따라 들어가는 일문.
씬27. 동 주방 (밤)
일문에게 주스 잔 놔주는 금희. 일문, 금희의 떨리는 손 의식하는데, 그 앞에 앉는 금희.
금희/회사 일 많이 힘들지?
일문/다 그렇죠 뭐. (하고 주스잔 들어 마시면)
금희/(좀 어렵게) 언제부터... 알았니?
일문/(멈칫 보면)
금희/내가 너 낳은 엄마 아니라는 거 말야.
일문/(잔 내려놓으며)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금희/그래도 너 겨우 다섯 살이었는데... 누구한테 들었어?
일문/어렸을 때부터 꿈을 많이 꿨어요.
금희/(보는)
일문/피 토하고 죽은 엄마... 그 옆에 울고 있는 여동생...그게 꿈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꿈이 아니더라구요.
금희/일문아..
일문/그때, 우리 엄마 죽어갈 때 아버지는 어머니 곁에 계셨다면서요?
금희/일문아... 그건 나도 나중에 알았다. 니 아버지도...
일문/됐어요.. 이제 와서 얼굴도 기억 안 나는 엄마 얘기해서 뭐 해요?
금희/너... 설마 인화한테까지 얘기한 건 아니지?
일문/저 생각 없는 놈 아니에요. 저만 아프면 됐지, 동생까지 상처 줄 필요 없잖아요? (하고 일어나 나가려는데)
금희/(일어나며) 일문아!
일문/(돌아보면)
금희/누가 뭐래도 너는 내 아들이야. 알겠니?
말없이 보고 나가는 일문. 눈물 글썽해 보는 금희 얼굴에서.
씬28. 포장마차 (밤)
그릇들 설거지하고 있는 해주. 문득 설거지하던 손질 멈춘다. 그 얼굴에.
(플래시백1)- 씬13. 한정식 집 일실
창희/사랑하니까! 바보야! 내가 너 사랑하는 거 몰라? (하는데)
(플래시백2)- 씬 14. 한정식 집 바깥
기출/소름 끼치니까 내 눈 앞에서 사라지란 말이야!
(현재) 설거지하다가 끝내 우는 해주. 달순이 오다가 그 모습 본다.
달순/망할 기집얘... 울긴 왜 울어?
해주/(멈칫 보고 눈물 닦고)
달순/니 오래비 저러는 거, 니 말마따나 하루 이틀이냐? 그러려니 하지. 승질 머리는...
해주/오빠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거든?
달순/아, 조선소 떨어진 것도 어디 한 두 번이야? 뭘 그깟것 가지고 질질 짜?
(하고 소주병 하나 들며) 속 상하면 술이나 한잔 하던지!
해주/됐어! 술 먹으면 더 속상하단 말야...
달순/(안타깝게 보고) 해주야...
하는데 포장마차 탁자에 놓인 해주 핸드폰이 울린다. 힐끗 보는 해주.
‘박기사님’ 이 떠 있다. 보고 외면하는 해주.
달순/아, 왜 전화를 안 받아?
해주/냅 둬! (눈가 닦으며) 진짜 눈에 뭐가 들어갔나. 왜 이렇게 눈물이 나고 난리야?
하며 설거지하는 해주. 그 모습 짠하게 보는 달순.
씬29. 도현 집 정원 (밤)
핸드폰 계속 귀에 대고 있다가 한숨 쉬며 핸드폰 내리는 창희. 그 어두운 얼굴에 F.O.
씬30. 해주 집 앞 (아침- F.I)
찢어진 청바지에 청자켓 입고 나오는 해주. 오토바이 앞으로 가는데,
고급차 한 대가 그 옆에 선다. 내리는 김비서.
김비서/혹시 천해주씹니까?
해주/(보고) 누구세요?
김비서/천지조선에서 나왔습니다.
해주/천지조선이요?
해주 얼떨떨해 보는데, 뒷 차문 열어 주는 김비서.
씬31. 요트 선착장 앞 (낮)
차가 선착장에 서고 김비서가 차 문을 열어주면, 내리는 해주.
김비서 깍듯하게 인사하고 차 몰고 출발한다. 의아한 표정으로 요트 보는 해주.
씬32. 요트 위 (낮)
요트로 올라오는 해주. 호화로운 요트 신기한 듯 둘러보는데.
요트 갑판 위에 테이블에, 화려한 음식들이 놓여 있다.
해주 음식은 제쳐 두고 요트 끝에 가 바다 바라보며 환한 얼굴 되는데...
강산/(E) 복장 죽이는데?
멈칫 돌아보는 해주. 강산이 와인병 들고 나온다. 강산 보고 놀란 얼굴 되는 해주.
해주/그 싸가지...
강산/뭐라고?
해주/아니, 그쪽이 왜 여기 있어요? 천지조선에서 불렀다고 했는데...
강산/나 천지조선에서 일하는 선주 감독관이야.
해주/선주감독관?
강산/앉아요. (하고 테이블에 앞에 앉으면)
해주/(약간 경계하며 앉으면)
강산/(앞에 와인잔 둘에 술 따르고) 수집가도 아니고 무슨 자격증을 그렇게 모았대?
해주/(멈칫 보면)
강산/(와인 잔 하나 들어 해주 앞에 놓고) 이 아가씨 눈치 없네? 나 당신한테 면접 기회 한 번 더
주는 거야. (하고 와인 잔 들고 웃으면)
해주/협력업체를 돌아다니다보면 매번 같은 포지션에 자리가 나는 게 아니거든요.
강산/(와인 한 모금 마시고) 근데 왜 아직도 비정규직이야?
해주/몇몇 군데에선 정직원으로 일했었어요. 매번 회사가 문을 닫긴 했지만..
강산/이력서에 있는 실력이면 웬만한 조선소엔 취업이 가능했을 거 같은데?
해주/그들이 원하는 건 실력이 아니라 졸업장이던데요?
강산/(보고 피식 웃고) 기억력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닌가봐?
해주/네?
강산/어릴 때 좋아하던 사람 있었나?
해주/(뭔가 이상한 듯 보면)
강산/(일어나 옆에 다가와 앉으며 잔 부딪치고) 질문하잖아요?
해주/있었어요.
강산/(바싹 붙어 앉으며) 어떤 사람인데?
해주/근데 그게 조선소 취업 면접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요?
강산/뭐... 정서적인 걸 좀 알아보려고... 어린 시절의 가슴 뛰는 첫사랑...
그거 사는데 윤활유가 되더라니까. 안 그래?
해주/(의심스럽게 쳐다보는)
강산/지금 사귀는 사람은 있어?
해주 찌푸리며 보는데, 얼굴 바짝 들이 밀고 해주 얼굴 살피는 강산.
강산/사귀는 사람 없으면 나 어때?
해주/그것도 정서적인 질문이당가?
강산/오우! 그래! 이 사투리 그리웠어!
해주/이런 변태자슥이 있나?
해주, 앞의 와인잔을 들어 강산의 얼굴에 홱 뿌린다. 강산, 와인을 덮어 쓰는데, 일어나는 해주.
강산/(얼굴 닦으며) 야! 너 정말 나 몰라?
해주/나가 너를 워트게 알겄냐? (하고 돌아서는데)
강산/야! 잠깐만! (하고 팔 잡는데)
해주, 뒷발로 돌려 차면 강산, 그대로 바다로 빠져 허우적대는 강산.
해주/꼴에 이쁜 건 알아가지고. 니가 선주감독관이면 내가 미스코리아다! 자식아! (흥! 하고 돌아서는데서)
씬33. 요트 밖 (낮) - 요트에서 내려오는 해주, 걸어가려는데 E 울리는 핸드폰.
해주/(전화 받고) 여보세요?
민경/(F) 천해주씨? 천지조선 기술개발팀 조민경 팀장입니다. 연락 받으셨죠?
해주/예?
민경/(F) 라이언강 안 만났어요? 그쪽에서 합격통보하기로 했는데?
해주, 놀라 전화기 든 채로 요트 바라보는데서.
씬34. 요트 위 (낮)
올라오는 해주. 밑에서 헤엄치던 강산이 갑자기 해주를 보고는 허우적거린다.
강산/사...사람 살려!.. 나..수...수영 못해...(하고 가라앉으면)
씬35. 바다 (낮) - 해주. 강산을 붙잡는다. 해주에게 찰싹 달라붙는 강산.
씬36. 요트 위 (낮) - 강산을 눕히는 해주.
해주/이봐요! 정신 차려 봐요! 이봐요!
강산, 늘어져 꼼짝도 않고, 해주 가슴을 누르며 심폐 소생술을 한다.
그러다가 코 잡고 인공 호흡하는 해주. 순간 강산의 한쪽 눈이 살짝 뜨였다가 다시 감긴다.
해주, 다시 심폐 소생술 하고 두 번째 인공호흡하는 순간, 강산이 해주의 입에 쪽!
입 맞춘다. 해주, 놀라 보는데, 눈 뜨고 씩 웃는 강산. 그제야 속은 것 알고 일그러지는 해주.
해주/이 변태자슥이 참말로! (하고 주먹 지켜 드는데)
강산/반갑다! 땜쟁아!
해주/(때리려다가 멈칫 눈 커지며) 뻥쟁이?
강산/(환히 웃는 얼굴에서)
씬37. 시간 경과 요트 위 (낮)
음식들 놓여 있는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해주와 강산.
강산은 옷을 갈아 입었고, 해주는 타월로 몸을 감싸고 있다.
강산/(턱 만지며) 아아~ 15년 만에 만난 친구, 대접하려다가 이게 뭐냐? 걷어차이질 않냐, 바다에 빠지질 않냐?
해주/그러게 첨부터 말을 했어야지!
강산/서프라이즈 해 줄려고 그랬지. 어째 넌 옛날하고 하나도 안 변했냐?
해주/뻥쟁이 오빠도 자세히 보니까, 옛날 얼굴 나온다...
강산/(미소로 보다가) 나 너 생각 많이 했는데...넌 안 했지?
해주/왜에? 나도 가끔 생각했어.
강산/그래?
해주/오빠가 준 드릴십 모형 있잖아. 그거 볼 때마다 생각났거든.
강산/그걸 여태 가지고 있었어?
해주/그럼... 근사한 거잖아? 내가 누구한테 받은 첫 선물이고.
강산/그보다 더 근사한 걸 보여줄게. 모형이 아닌 진짜 드릴십...그걸 만드는데 니가 필요해.
해주/지금 천지조선에서 만들고 있는 그 드릴십 말이야?
강산/그래. 내가 그 감독관이야...
해주/근데, 난 그 정도로 첨단화된 배는 잘 모르는데...
강산/모르면 배우면 돼지. 너 자격증 무지하게 많잖아?
해주/(약간 감동한 듯 보는데)
강산/근데 진짜 땜쟁이 첫사랑이 누구였어?
해주/(수저로 강산 머리를 툭 치며) 뻥쟁이는 아닝께 신경 끄더라고! (하고 음식 먹는)
강산/(그런 해주 바라보다가 미소 짓는데서)
씬38. 해풍공업사 일각 (낮)
공업사 안에서 초췌한 대평이 깨진 부품 하나를 들고 나오다가 본다. 그 앞에 다가가는 도현.
도현/강회장님... 오랜만입니다.
대평/(눈 게슴츠레 뜨고) 누고?
도현/장도현입니다.
말없이 보다가 쿨룩 쿨룩 기침하는 대평. 부품을 홱! 던지고 돌아선다.
기침하다가 일각에 놓인 소주병 들어 벌컥벌컥 마신다. 보는 도현.
대평/(쳐다보지도 않고) 뭐를 보고 싶어서 왔노? 죽어가는 송장 묻어 줄라꼬왔나?
도현/(주변 둘러보며) 왜 이러고 사십니까? 저한테 양도한 주식 값이 그리 푼돈은 아니었는데?
대평/사업 망하고 어데 폐인 된 사람이 한 둘이가?
도현/와신상담하는 게 아니고요?
대평/(쳐다보면)
도현/손주분이 아주 잘 자라서 왔더군요. 제가 잠깐 방심했습니다.
그렇게 쉽게 쓰러질 회장님이 아니었는데, 승리에 도취해서 비장의 무기를 키운다는 걸 생각 못했습니다.
대평/얼라가 커 봤자 얼매나 크겠노? 장회장... 큰 산이 됐으면 밑에 자잘한 돌멩이는 신경 쓰는 기 아이다.
도현/(미소 띠며) 오해하진 마십시오. 저도 자라나는 새싹 밟고 싶지 않습니다. 상대가 분수 모르고 칼만
겨누지 않는다면요.
대평/...
도현/노파심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잘 키운 아이 다치게 하지 마십시오.
대꾸 않고 소주병 드는 대평. 술병이 비어있자 도로 놓는데, 그 손이 덜덜 떨린다.
그 손의 검버섯 보는 도현.
씬39. 강산 오피스텔 앞 (저녁)
다가와 멎는 강산의 스포츠 카. 차에서 내리는 강산. 기분 좋은 듯 걸어가는데...
대평/(E) 산아!
멈칫 보는 강산. 일각에 기다리고 있던 대평이 나온다.
강산/어? 할아버지... 웬 일이세요? 우리 집엔 절대 안 오시겠다더니..
씬40. 동 오피스텔 (저녁) - 들어오는 강산과 대평.
대평/이놈의 자슥... 무슨 속셈이고?
강산/뭐가 말이에요?
대평/장도현이한테 다 까발렸다면서?
강산/아이~ 말씀드렸잖아요? 어차피 밝혀질 거 밝은 데로 나오는 게 좋다구요. 어두운 쪽은 저쪽 장기잖아요?
대평/계획이라도 말해 보그라. 할애비도 알아야겠다.
강산/지금 말씀드려봐야 소용없어요. 그보다 공장 하나 인수해 주세요.
대평/무신 공장?
강산/장도현씨 하청공장인데요. 프로펠라를 만드는 곳이에요.
대평/프로펠라?
끄덕이고 장도현의 자료철이 붙어 있는 보드 앞에 서는 강산.
강산/할아버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장도현씨는 왜 이렇게 석유시추에 관심이 많을까요?
대평/그놈아가 조선소 차리기 전에 석유화학 공장을 했다 아이가?
강산/석유화학 공장하고 시추는 완전히 다르죠... 배를 만들어 파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벌이 됐는데,
뭣 때문에 확률도 낮은 석유시추에 잡착할까... 장도현에 관한 나머진 다 알겠는데,
그게 이해가 안 돼요...
씬41. 등대 일각 (밤) - 해주, 불 켜진 등대 옆에서 바다 바라보고 있는데...
창희/(E) 해주야!
돌아보고 미소 짓는 해주. 창희가 성큼성큼 다가온다.
다가와 그대로 와락 해주를 끌어안는 창희. 해주 멈칫했다가 창희의 등을 작게 두드린다.
창희/(떨어지며 어깨 두 손으로 잡고) 이 자식... 전화도 안 받고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해주/오빠 아버지는... 괜찮으셔?
창희/그래... 아버지도 너한테 모진 소리 하신 거 후회하고 계셔.
해주/(살짝 웃고)
창희/왜?
해주/오빨 내가 몰라? 15년간 마음에 담아둬서 눈 감고도 그릴 수 있는데... 그런 거짓말 안 해도 돼.
창희/(씁쓸하게 웃고)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잖아. 시간 지나면 다 해결 될 거야.
해주/(안쓰럽게 창희 얼굴 쓰다듬어 보는) 그 사이 많이 야위었네.
창희/(자신의 얼굴에 닿은 해주 손잡으며) 아냐.
해주/오빠... 우리 아저씨 마음 풀릴 때까지... 시간 좀 가져보는 게 어떨까?
창희/(해주 손 꽉 잡으며) 그런 소리하지 마. 마음 독하게 먹어야 돼. 절대로 흔들리면 안 돼. 알았지?
해주/(어렵게 고개 끄덕이면)
창희/근데 나 만나러 울산까지 온 거야?
해주/(힘내서 밝게) 오빠한테 전해줄 기쁜 소식 있지롱!
창희/기쁜 소식?
해주/나 합격했어. 천지조선에...
창희/떨어졌다며...어떻게?
해주/오빠 나 누구 만났는지 알아?
씬42. 강산 오피스텔 (밤)
신나는 음악 틀어 놓고 혼자 춤추는 강산.
그러다가 베개까지 끌어안고 황홀지경으로 춤을 춘다. 그 모습에.
창희/(E) 산이가?
씬43. 등대 일각 (밤) - 놀라 해주 바라보는 창희.
창희/산이가 울산에 있단 말야?
해주/그렇다니까. 천지조선에서 수주 받은 드릴십 감독관으로 왔더라고.
창희/혹시 라이언강 말하는 거야? 그게 산이었어?
해주/어, 오빠도 알아?
창희/그래. 들었어.
해주/옛날하고 똑같더라. 짓궂고 느물거리고... 아무래도 산이 오빠가 힘써줘서 합격한 거 같아.
자기는 아니라고 하지만...
창희/잘 됐구나... (약간은 씁쓸한) 산이가... 내 대신 큰 일 해줬네.
그 녀석 보고 싶기도 하고... 근데, 언제부터 출근이야?
해주/당장 내일부터...
창희/그렇게 빨리? 그럼 집은 어떡해? 식구들도 이사 와야 할 거 아냐?
해주/당분간은 내가 여기서 집을 구해야겠지..오빠, 이젠 우리 예전에 살던 집 같은 데는 울산에 없겠지?
창희/(뭔가 생각하는 데서)
씬44. 정우 집 마당 (밤) - 해주와 함께 들어오는 창희. 어리둥절해서 집을 둘러보는 해주.
해주/여기가 어디야?
창희/(해주 향해 씩 웃고 부르는) 차장님!
정우/(방문 열고 나오며) 어, 박검사가 웬일이야? 이 시간에...
해주/(눈 휘둥그레 져서 정우 알아보고)
창희/차장님... 혹시 세 들인다는 방... 벌써 나갔나요?
정우/(그제야 해주 살피며) 아니. 왜? 이 분이 세 들어오고 싶으시데?
해주/아저씨! 정우 아저씨 맞죠? 저 해주에요! 천해주!
정우/뭐?
마루에서 내려오는 정우. 해주 얼굴 자세히 본다.
정우/니가 해주라고? 그 똘똘하던 해남 아가씨 해주?
해주/예. 오랜만이에요...
정우/야! 이놈의 자식!
와락 해주를 끌어안는 정우. 떨어지며 본다.
정우/어디 보자... 그래 맞구나? 이야! 왜 이렇게 많이 컸냐? 길거리서 보면 못 알아보겠다!
해주/아저씨는 그대론데요?
감격해 보는 정우. 미소 머금고 보는 해주와 창희.
씬45. 동, 정우 방 (밤) - 나중에는 안방.
찻잔 놓고 환한 얼굴로 앉아있는 정우와 해주, 창희.
정우/이 녀석아...내가 너 얼마나 찾았는 줄 알아? 해남으로 갔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거제도에 있었다니 어떻게 된 거야?
해주/그게... 말하자면 길어요.
창희/해주가 천지조선에 합격했습니다. 그래서 당장 있을 집이 필요한데...
당분간만 해주 머물게 해 주십시오. 식구들이 이사오면 그땐 제가 다른 집을 알아보겠습니다.
해주/(멈칫 보고) 오빠... 무슨 소리야? 그걸 왜 오빠가...
정우/그래! 식구들 다 이리 오면 돼지! 방이 지금 세 개나 비어 있는데!
창희/(보고 말 못하면)
정우/야! 나야 대환영이다! 우리 집에 들어와. 예전처럼 복작거리며 사람처럼 살아보자.
(하다가) 근데... 니들은 언제부터 연락주고 받은 거야?
창희/(머뭇거리다가) 좀... 됐습니다.
정우/근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해주,창희/(서로 쳐다보고 말 못하는데)
정우/야... 혹시 니들... 연애하는 거야?
창희/(해주 다시 보고 웃으며) 예...
정우/이야! 박창희! 이 친구 쑥맥인 줄 알았더니, 나보다 훨씬 낫네? 그래! 잘 어울린다. 보기 좋다야.
정우 껄껄 웃고, 해주와 창희 서로를 바라보며 수줍게 웃는 데서.
씬46. 도현 집 앞 (밤) - 창희차 와서 서고, 죽이 담긴 쇼핑백 들고 내려 집으로 들어가는 창희.
씬47. 기출 집 거실 겸 주방 (밤)
식탁위의 식탁보를 걷어보는 창희. 차려진 반찬이 그대로 있다.
밥통을 열어 보면 그 안에 밥이 한 가득이다.
씬48. 동, 기출 방 (밤)
기출 자리 펴고 방문을 등진 채 모로 누워 있는데 쟁반에 죽 그릇을 들고 들어오는 창희.
기출 창희가 들어온 걸 알면서도 그 자세 그대로 있다. 창희, 기출 곁에 쟁반 놓고 앉으며
창희/아버지... 이런다고 저 흔들리지 않아요. 저 어떤 놈인지 잘 아시잖아요?
여전히 미동도 않는 기출. 죽 쟁반 놓고 나가는 창희. 나가고 나면 길게 한숨 쉬는 기출.
씬49. 정우 집 마당 (밤) - 정우가 집을 둘러보며 해주에게 소개시켜 주고 있다.
정우/이쪽 방을 니가 쓰면 돼고, 상태는 저쪽... 그리고 어머니하고 얘들은 안방을 써.
해주/아니, 그건 안 돼요. 주인이 안방을 쓰셔야죠.
정우/(정우 방 가리키며) 난 저 방이면 충분해. 집에서 밥도 잘 안 해먹고 일찍 나가 늦게야 들어오니까..
큰 방 필요없어...
해주/아무리 그래도... 보증금이랑 월세도 넉넉히 낼 형편이 아닌데...
정우/이 녀석아! 우리 사이에 무슨 돈 얘기야... 너 형편 되는 만큼만 줘.
정 부담스러우면 그런 건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도 되고...
해주/제가 자리 잡고 월급 오르면 꼭 더 해드릴게요. 너무 고마워요, 아저씨...
정우/(짠하게 보며) 너 보면 내 조카가 생각나서 그래.
해주/조카요?
정우/너... 예전에 우리 형님이 조카한테 쓴 편지 보여줬던 거 기억 안 나?
해주/(생각하다가) 아! 생각나요... 아저씨 형님이 딸에게 쓰신 그 편지...
정우/그래...유진이한테 형님이 쓴 편지였지..(애잔한) 유진이가 살아있었다면 바로 네 나이쯤 됐을 텐데..
해주/(!) 돌아가셨어요?
정우/(끄덕이면)
해주/어린 나이에 왜.. (하는데)
봉희/(E) 야! 윤정우!
두 사람, 멈칫 돌아보면 봉희가 눈에 불을 켜고 해주를 보며 들어온다.
봉희/애 뭐야? 이야! 너... 너 고고한 척 하더니, 뒷구멍으로 이런 호박씨 까고 다녔냐?
해주/(알아보고 눈 커지며) 안녕하세요?
봉희/(힐끔 보고) 안녕 못하거든?
해주/(뻘쭘한데)
정우/(웃으며) 야! 누군지 모르겠냐?
봉희/뭔 소리야? 누군데?
정우/해주야! 이 자식아! 예전에 우리 앞집에 살던 해주!
봉희/해주...(보다가 눈 휘둥그레지며) 니가... 그 꼬맹이?
해주/야... 팍삭 삭은 아줌니.. 이러면 알겠지라?
어이없는 듯 보는 봉희. 환히 웃는 해주와 정우, 그들 모습에서.
씬50. 천지조선소 (아침) - 오토바이 타고 조선소로 출근하는 사람들 모습 보이고.
씬51. 해양 사업부 복도 (아침) - 활기차게 걸어오는 해주.
씬52. 동, 해양 사업부 (아침) - 해주 사무실 문 열고 씩씩하게 들어와 90도로 인사한다.
해주/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근무하게 된 천해주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직원들 멀뚱히 보는데, 다가오는 민경.
민경/천해주 씨?
해주/(밝게) 네. 전화주신 조팀장님이시죠?
민경/우선 본부장님부터 봬요.
씬53. 동, 본부장실 (아침) - 일문 앉아서 삐딱하게 해주 보고, 그 앞에 선 해주.
해주/(깍듯이 고개 숙여 인사하며) 기회주신 만큼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일문/기회야 내가 준 게 아니고... 강산이, 아니 라이언 강이 낙하산으로 꽂아준 거지? 내가 뭐 한 일 있나.
해주/(기분 나쁘지만 참는)
일문/근데 둘이 어떻게 아는 사이야?
해주/(차마 말하지 못하고)
일문/상사가 묻잖아.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해주/싸우다가... 만났습니다.
일문/치고 박고 그런 건가?
해주/오해가 좀 있었어요.
일문/알았어. 나가 봐...
해주/(목례하고 나가면)
일문/아무튼 이상한 자식이야...
씬54. 동, 해양사업부 (아침) - 민경에게 설명을 듣는 해주.
민경/천해주씨가 할 일은 우리 기술 개발팀에서 제작한 설계도면을 작업지침 서로 만들어 공장에
내려 보내는 거예요. 그러니 사무실과 현장 오가며 조율도 잘하고 바삐 움직여야 할 겁니다.
오전엔 사무실에서 일 좀 파악하고, 오후부턴 현장에 나가요!
해주/(당차고 밝게)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
민경/(한 쪽 가리키며) 저기가 우리 기술개발팀이고. (다른 쪽 가리키며) 저 쪽이 해양 시추팀이에요.
시추팀장님은...
해주/알아요. 이봉희 팀장님..
민경/(멈칫 보고) 어떻게 알아요?
해주/(대답 대신 활짝 웃는 데서)
씬55. 도현 집 거실 (낮)
외출복 차림으로 나갈 준비를 마친 금희,
주방에서 잠옷 차림으로 주스잔 들고 나오던 인화가 발견한다.
인화/엄마! 어디가?
금희/(핸드백에 파우치를 넣으며) 회사에 가보려고. 이모랑 할 얘기가 있어서.
인화/아침에 하지..(하다가 눈 똥그래지며) 뭐야? 이모 어제 안 들어 온 거야?
금희/(낮은 한숨)
인화/봐봐...내 말이 틀림없다니까. 드디어 온몸을 던져 일을 저질러버린건가?
(하다가 금희에게 쪼르르 달려가) 엄마, 엄마 그럼..회사 간 김에 아빠 좀 만나고~
맛난 것도 먹고~ 그렇게 해요.
금희/(인화보고) 무슨 부탁인데 안하던 존댓말까지 하고 그러니?
인화/히~ 속보였나? 나..아웃도어 런칭하고 싶은데 아빠가 허락을 안해 주셔.
금희/아웃도어? 레스토랑 사업은 그새 싫증 난거야?
인화/그게 아니고, 이거 예전부터 꼭 하고 싶었던 거란 말야. 나 미국물 먹으면서 의상공부했던 사람인데
보는 눈도 없을까. 이 브랜드 진짜 고급이라서 성공할 수 있단 말야.
금희/뭐 하러 사서 고생을 해? 돈 부족한 것도 아닌 얘가..
인화/난 엄마처럼 집에서 눌러 앉아 있는 아줌마 되기 싫어! 결혼하더라도 내 힘으로 성공해서 내 남자에게
인정받는 뽀대가 좀 나는 아줌마가 되고 싶단 말이야.
금희/어이고..결국 남자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잖아. 그래..말해보마. 너 출근하려면 밥은 먹어야지.
인화/(컵 내려놓고 하품하며) 나..좀 잘래. 이 정도는 늦게 가줘야 사장인거지.(하고 계단 올라가는)
씬56. 도현 집 정원 (낮)
바깥에 차가 대기하고 있고, 금희 나오는데, 기출이 일각에 홀로 멍하니 있는 모습 보인다.
금희/(다가가며) 박집사님...여기서 뭐하세요?
기출/(벌떡 일어나며) 아...사모님 어디 가세요?
금희/네... 회사에 좀.. 그런데 어디 편찮으세요? 얼굴색이 안 좋으신데..
기출/아... 아닙니다.
하는데 집 밖에 다가와 서는 봉희 차. 두 사람 보면 봉희가 내려,
트렁크에서 짐 가방 캐리어를 들고 내린다. 들어오는 봉희 보는 금희.
금희/봉희야! 너 어떻게 된 거니?
봉희/(배를 쓰다듬으며) 아...속 쓰려. 정우 집에서 쫓겨났어.
금희/(기출 눈치 보며) 그럼 거기서 오는 거야?
봉희/그래. 밤새 퍼마셨어. 오늘 회사 못 가겠다... (하고 들어가려다가) 참!
언니, 옛날 인화 친구... 해주 알지?
순간, 동시에 얼어붙는 금희와 기출.
봉희/걔가 정우네로 이사 왔더라구.
금희/뭐라고?
봉희/근데 또 걔가 우리 해양본부에 입사했대. 세상 참 좁은 거 있지? 와아~ 그 기집얘 술 쎄대?
하고 짐 캐리어 끌고 들어가는 봉희. 멍하니 보다가 갑자기 대기하고 있는 차로
바쁘게 걸어가는 금희. 기사가 내려 차 문 열어주고 금희가 탄다.
출발하는 차 보다가 안색 변하며 집 쪽으로 달려가는 기출.
씬57. 기출 집 거실 (낮)
황급히 들어오는 기출. 마음이 급한 듯 이곳저곳을 마구 뒤지다가 일각에서
자동차 키 발견한다. 뛰어 나가는 기출.
씬58. 도로 + 금희 차 안 (낮) - 기사의 빽미러에 비치는 초초한 표정의 금희
금희/김기사님. 조금 만 더 속도를 내주세요.
씬59. 도로 일각 + 기출 차 안 (낮)
악셀레이터 무섭게 밟으며 운전하는 기출. 어느 순간, 앞에 금희 차가 보인다.
교차로에서 신호등을 받아 건너간 금희 차, 이내 빨간 불로 바뀌면, 기출 차 가려다가 끼익!
선다. 초조하게 신호등만 바라보는 기출. 핸들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직진 신호로 바뀌었지만 좌측에서 직진하던 차들의 꼬리가 길어지는 바람에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기출, 크락션을 미친 듯이 눌러댄다.
씬60. 천지 조선 해양 사업부 (낮)
문을 열어제끼며 들어서는 금희. 민경이 나오다가 보고 놀란다.
민경/(고개 숙이며) 사모님... 어쩐 일이세요?
금희/여기... 해주, 천해주라는 아이 입사했어요?
민경/예... 그런데...?
금희/(둘러보며) 지금 어디 있어요?
민경/(같이 둘러보며) 좀 전까지 있었는데... 화장실에 갔나 봐요...
씬61. 동 화장실 (낮)
해주, 허리 숙여 세수하고 있다. 그 뒤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금희.
해주 의식 못하고 씻는데, 다가오는 금희. 해주 부르려다가 멈칫 본다.
그 시선에 목덜미 아래에 있는 흉터가 보인다. 눈 커지는 금희.
다가가며 해주의 목에 난 흉터에 손을 대는데, 놀라 돌아보는 해주.
금희/니가... 해주니?
해주/(알아보고) 아... 안녕하세요? 사모님...
말 못하고 보는 금희. 마주 보는 해주. 거울에 비치는 흉터. 그들 모습에서 (10회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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