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퀸 11
<메이퀸> 11부
씬1. 해양사업부 화장실 (낮)
해주, 허리 숙여 세수하고 있다. 그 뒤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금희.
해주 의식 못하고 씻는데, 다가오는 금희. 해주 부르려다가 멈칫 본다.
그 시선에 목덜미 아래에 있는 흉터가 보인다. 눈 커지는 금희.
다가가며 해주의 목에 난 흉터에 손을 대는데, 놀라 돌아보는 해주.
금희/니가... 해주니?
해주/(알아보고) 아... 안녕하세요? 사모님...
말 못하고 보는 금희. 마주 보는 해주. 거울에 비치는 흉터.
금희의 시선, 해주 얼굴과 거울 속 흉터에 번갈아 머문다.
해주/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죠?
금희/너... 목에 흉터...
해주/(멈칫 목 만지면)
금희/그거 언제 생긴 거니?
해주/잘.. 모르겠어요. 아주 어릴 때 생긴 거 같은데...
금희/너 혹시? (하다가 말 못하고 보면)
해주/(의아해 보고)
금희/어머니... 니 어머니 어디 계시니?
해주/거제에 계신데...
금희/거제? 해남으로 이사 가지 않았었니?
해주/그게 사정이 생겨서... 왜 그러세요?
금희/내가 니 어머니 좀 만날 일이 있구나. 거제 어디 있는지 주소 좀 가르쳐 줄래?
씬2. 동 해양사업부 (낮)
문 벌컥 열고 들어오는 기출. 주변 두리번거리지만, 금희와 해주는 보이지 않는다.
직원1이 보고 다가온다.
직원1/무슨 일로 오셨어요?
기출/여기 천해주라고... (하는데)
일문/(E) 아저씨가 웬 일이에요?
기출, 멈칫 보면 일문이 민경과 함께 본부장실에서 나온다.
일문/웬 일이냐고 묻잖아?
기출/어... 사모님이 오셨을 텐데...
일문/어머니? 어머니가 왜요?
기출/(말 못하고 보면)
민경/좀 전에 오셨어요... 오늘 입사한 천해주씨를 찾던데...
일문/걔를 어머니가 왜?
민경/모르겠어요... 찾아서 화장실 가신 거 같던데..
그 말에 후다닥 몸 돌려 나가는 기출. 고개 갸우뚱하는 일문.
씬3. 화장실 앞 (낮)
걸어오는 기출. 여자 화장실 표시 보고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문 열고 나오는 금희와 해주. 해주, 기출 얼굴 보고 안색 변하는데...
금희/박집사님.. 여긴 어떻게?
기출/예, 저도 소식 듣고...(하고 해주 보면)
해주/(저도 모르게 목례하고)
금희/(해주 보며) 그래. 네 아버지하고 박집사님이 잘 알았지... 나중에 또 보자. (하고 걸어가면)
후딱 해주 노려보는 기출. 고개 숙이는 해주.
기출/너... 나 좀 보자. (하고 걸어가면)
해주/(심호흡 하고 따라 가는데서)
씬4. 조선소가 보이는 한적한 곳 (낮)
걸어오는 기출. 긴장된 얼굴로 따라오는 해주. 멈추고 노려보는 기출.
해주/죄송해요. 그렇지 않아도 한 번 찾아뵈려고 했는데...
기출/너는 아무 얘기도 하지 마! 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해!
해주/(멈칫 보면)
기출/사모님이 너한테 무슨 말을 했어?
해주/예?
기출/무슨 말 했냐고!
해주/어, 엄마 주소 좀 가르쳐 달라고...
기출/그래서 가르쳐 줬어?
해주/예...
기출/(멈칫 입술 깨물었다가) 그것 말고는 또 무슨 얘기 했어?
해주/인화 잘 있냐고 제가 좀 묻고... 아, 제 목에 흉터 왜 생겼는지 물어보셨어요.
기출/(얼굴 일그러지는데)
해주/왜... 그러세요?
기출/그 얘긴 됐고, 너 확실히 대답해라. 창희 계속 만날 거냐?
해주/(멈칫 보고 고개 숙였다가 다시 들며) 아저씨... 제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거 잘 알아요.
그 때문에 아저씨가 충격 받으신 것도..
기출/쓸 데 없는 소리 말고! 계속 만날 거냐고 물었잖아!
해주/(잠시 보다가) 예.. 아저씨한텐 죄송하지만, 저 창희 오빠 많이 사랑해요.
하는데 그대로 해주의 뺨을 후려치는 기출. 고개 돌아갔다가 놀라 보는 해주.
기출/너 따위가 창희하고 어울린다고 생각해?
해주/(충격 받아 말 못하고 보면)
기출/창희가 사랑할 사람은 따로 있어! 니가 아니야!
해주/아저씨 화나신 거 충분히 이해해요. 제가 모자란 것도 알구요.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기출/입 닥쳐! 넌... 나한테 악몽이야. 너는 나타나지 말았어야 했어! 처음부터 나타나면 안 됐다구!
해주/(슬픈 얼굴로) 아저씨...
기출/긴 말 할 거 없고, 오늘 이후 두 번 다시 창희 만나지 마라! 만약에 또 만나면...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하고 돌아서 가는 기출. 그대로 멍하니 보는 해주.
씬5. 동 일각 (낮) - 걸어오는 기출. 고통스런 얼굴이다. 이 악물고 걸어가는 기출.
씬6. 조선소가 보이는 한적한 곳 (낮)
그대로 멍하니 있는 해주. 비로소 눈물이 차오른다. 눈물 닦으며 멀리 있는 배 바라보는 해주.
해주/괜찮아. 해주야... 예상했잖아...좋은 일 있으면 나쁜 일도 있지. 너 좋아하는 배 만드는 곳에
왔잖아... 힘내! 아자! 아자!
하고 심호흡 하는데 E 핸드폰 벨소리. 전화 확인하면 강산이 떠 있다.
해주/(감정 수습하고) 여보세요?
씬7. 요트 안 (낮) - 드릴 십 트러스터 사진 보며 전화하고 있는 강산.
강산/목소리가 왜 그래? 누구한테 야단이라도 맞은 거야?
해주/(F) 잠깐 목이 잠긴 거야. 무슨 일인데?
강산/현장 둘러봤어?
해주/(F) 지금 둘러보려고... 끝나면 바로 보고할게. 사무실 언제 와?
강산/요트에 와서 보고해.
해주/(F) 요트? 사무실 놔두고 거긴 왜?
강산/너 배 좋아하잖아? 사무실은 답답하고... 좀 있다 보자. (전화 끊고 미소 머금는 얼굴에서)
씬8. 동, 안방 드레스 룸 (낮)
들어오는 금희. 옷장 문을 열고 맨 아래 서랍에서 노란색 뜨게옷을 꺼낸다.
쇼핑백에 뜨게 옷을 보다가 넣고 나가는 금희.
씬9. 도현 집 앞 (낮)
나오는 금희. 기사가 대기하고 있는 차 앞으로 가는데, 다가와 서는 기출의 차. 황급히 내리는 기출.
기출/사모님!
금희/(기사가 문 열어주는 차에 타려다가 보는)
기출/어, 어디 가시려고요? 혹시... 거제에 가시나요?
금희/어떻게 아셨어요?
기출/해주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금희/갔다 와서 얘기해요, 그럼...
기출/사모님!
금희/(보면)
기출/(힐끗 기사 의식하고) 제가 아니라고... 그렇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금희/그래서 확인만 해 본다구요. (하고 타려는데)
기출/(다급하게) 그럼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금희/(보면)
기출/오랜만에 천병장님 식구들 보고 인사도 할 겸...
금희/(기출 보는 데서)
씬10. 조선소 배 위 (낮)
거대한 배 위를 설계도면 보며 둘러보는 해주의 몽따쥬.
드릴십이면 좋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다른 배라도 상관없음.
옆의 작업반장과 배관 상태 보며 뭔가 얘기한다. 그 모습 위에...
일문/(E) 프로펠러를요?
씬11. 도현 집무실 (낮) - 놀란 얼굴로 도현 바라보는 일문.
일문/드릴 십 프로펠러를 자체개발 하시겠단 거예요?
도현/그래.
일문/아니, 아버지? 그건 수입해서 장착하기로 했잖아요? 저희 기술로는 안 됩니다.
도현/안 되는 게 어디 있어? 내가 기술 개발팀에 수백 억 쏟아 붓는 이유가 뭐겠어? 필요한 인력,
기술 다 끌어 모아서 만들어 내!
일문/하지만... 노블측과 사양서에도 롤스로이스사 프로펠러를 쓰게 돼 있습니다.
지금도 사소한 걸로 강산이 놈이 트집을 잡는데, 이건 절대 안 들어 줄 겁니다.
도현/들어주게 만들어야지. 너는 내가 하자는 데로만 해! 연구자금 충분하잖아?
일문, 당황해 보는데 문 열고 들어오는 인화.
인화/아빠!
도현/(찌푸리며) 이 녀석이? 너는 회사가 안방인 줄 알아? 왜 이렇게 불쑥 들어와?
인화/아이~ 아빤? 해주가 오빠 밑에 들어왔다니까 왔죠! (일문 보며) 어떻게 된 거야?
오빠가 해주 뽑았다면서? 어디 있어? 해양사업부에 없던데!
일문/그 신입사원? 아니, 왜 다들 갤 찾아? 아까 어머니도 찾아왔다던데?
도현/(멈칫 보고) 니 엄마가? (하는데)
인화/다들 기억 안 나요? 아우! 그 머리들로 어떻게 사업을 한다고... 내 친구 해주!
어릴 때 해남에서 왔던 애! (도현 보며) 아빠, 생각 안 나요? 우리 집에도 잠깐 있었잖아요?
도현/(보고 얼굴 굳어지는데)
씬12. 달리는 차 안 + 도현 집무실 (낮)
운전하고 있는 기출. 뒷좌석엔 금희가 노란 옷 꼭 부둥켜안고 있다.
기출, 백미러로 금희 바라보는데... E 울리는 전화벨. 전화 받는 기출.
기출/여보세요?
도현/(F) 지금 어디야?
이하, 도현 집무실과 동시화면으로...
기출/(멈칫 하고는) 아... 지금 사모님 모시고 거제 가는 길입니다.
도현/거제?
기출/(힐끗 금희 의식하고) 예... 해주라는 아이가 나타나서 그 어머닐 만나러...
도현/(한숨 쉬며) 다 잊은 줄 알았는데... 병이 또 도졌군.
기출/...
도현/그래, 이번 기회에 확실히 마무리 짓고 와. 다시는 그 사람이 유진이 일로 괴로워하지 않도록 말야.
기출/네... 알겠습니다.
씬13. 도현 집무실 (낮) - 생각에 잠겨 실내를 거닐다가 멈추는 도현.
도현/왜 이러지? 왜 이렇게 개운치가 않아?
생각하다가 다가가 인터폰 누르는 도현.
여비서/(F) 예! 회장님..
도현/해양사업부에 천해주라는 직원, 파일 다 가져와 봐! (끊고 생각하는데서)
씬14. 해양 사업부 본부장실 (낮)
직원1, 들어와 인화에게 메모지 한 장 건넨다. 옆에 일문이 보고 있다.
직원1/여기 천해주씨 연락첩니다.
인화/(받고 나가려는데)
일문/야! 너 거지 기집애한테 왜 신경 쓰는데?
인화/말 참 이쁘게 한다, 오빠? 내 친구잖아! 어릴 때 내 목숨 까지 구해줬던 친구!
일문/됐고, 너 그거 아냐?
인화/뭐?
일문/어머니가 너하고 창희 결혼시킬 마음 있다는 거.
인화/(어이없어) 오빠 지금 개그 해? 나 웃어야 되는 거야?
일문/농담 아니야. 아버지까지 동의했다고.
인화/기가 막혀, 정말! 아니, 내가 무슨 물건이야? 내 생각도 안 물어보고 뭔 결혼?
오빠, 창희오빠가 나하고 어울린다고 생각해?
일문/당연히 아니지. 그러니까 정신 바짝 차리라고. 괜히 엉뚱한 거지들하고 어울리지 말고.
씬15. 강산 요트 위 (낮)
올라오는 해주. 멈칫 바라본다. 강산이 옆에 양동이 놓고 낚싯대를 바다에 드리우고 있다.
해주/뭐 해?
강산/어? 왔냐?
해주/무슨 선착장에서 낚시를 해?
강산/얌마! 니가 몰라서 그래! 내가 아까 봤는데...(팔 벌리며) 이따만한 물고기가 왔다 갔다 하더라니까?
그걸로 너 매운탕 해 줄려고... 내가 미국에서 낚시대회 우승도 했거든!
해주/뻥 아니시고?
강산/아니라니까? 여기 봐! 내가 잡은 것들!
해주/(양동이에 든 물고기들 보고 강산 보는데)
강산/어! 왔다!
해주 보면, 낚싯대 휘어지며 줄이 팽팽하다.
강산/와아! 이 손 맛 봐라! 죽인다...
해주, 저도 모르게 다가와 보면 엄청 커다란 물고기 딸려 올라오는데, 죽어 있다. 당황하는 강산.
강산/어? 이게 왜 죽었지?
해주/(어이없는 듯) 물고기도 산거지? 옛날에 미꾸라지 산 것처럼?
해주/(한숨 쉬며) 살려면 제대로 사던지... 이거 민물고기잖아? 붕어를 바다에 넣으면 살아?
강산/(일그러지며) 민물고기? 붕어? (양동이 보며) 그럼 이건?
해주/그건 빠가사리랍니다. 이 빠가씨야!
강산/(당황해 보는데)
해주/일이나 하시죠. 라이언 감독관님...
씬16. 요트 안 (낮)
해주, 탁자 위에 문서로 된 작업지침서와 설계도면을 펼쳐 놓고 강산에게 설명중이다.
해주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힐끗힐끗 미소 지으며 해주 보는 강산.
해주/(도면과 지침서에서 눈 떼지 않고) 지금 보는 것처럼 설계도와 작업 지침서 모두 수정되어
원래 규정대로 파이프 두께를 80에서 40으로 교체 중에 있어요.
강산/내가 왜 파이프 두께를 줄이라고 한건지 알아?
해주/두껍게 파이프를 깔면 튼튼할 수 있지만, 지금 이 드릴십 유압배관 파이프는 두께를 40으로 해도
무리가 없어요.
강산/(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맞아. 그 때문이야. 현장 경험도 많고 공부도 많이 했네. 근데 왜 존댓말이야?
해주/아무리 여기가 사무실이 아니라고 해도 일할 때만큼은 내 상사니 예의를 지켜야죠.
강산/야... 적응 안 되니까 말 놔.
해주, 작업지침서 정리해 나가려는데, 강산이 보던 트러스터 사진을 발견한다.
해주/와! 멋지다! 이거 트러스터 아냐?
강산/(멈칫 보고) 트러스터를 알아?
해주/그럼... 드릴십에 장착하는 프로펠러 아냐? 나 프로펠러 엄청 좋아하는데..이거 우리나라에선 못 만드는 거지?
강산/영국 롤스로이스사 제품이야. 프로펠러를 왜 좋아하는데?
해주/배의 꽃이고 심장이잖아? 아름답고 강하고... 너무 멋있잖아?
강산/맞아. 바로 나 같은 거지.
해주/(일그러졌다가) 춥거든?
강산/프로펠러 설계의 기본 4요소가 뭔지 알아?
해주/직경, 피치, 각도, 날개개수... 그리고 한 가지 더, 사람.
강산/사람?
해주/프로펠러는 배가 항해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부품중 하나지. 근데 그 배에 사람이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 프로펠러가 배의 운행 목적에만 맞춰 설계되다 보면...
선실에 진동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거든. 어떤 기술이던 사람을 빼곤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봐.
강산/오~ 새로운 해석인데... 사람까지 다섯 가지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박수치며) 훌륭해! 멋지다야!
해주/(눈 흘기며) 놀리지 마.
강산/농담 아냐. 언제 그런 공부까지 했어?
해주/그냥... 현장경험하고 책으로만 본 거야... 설계공부하고 싶었는데... 학교를 못 가서..
쓸쓸한 얼굴 되는 해주. 보는 강산.
씬17. 동 요트 위 (낮) - 나오는 해주. 강산 따라 나오다가,
강산/야! 학교가 뭐가 중요하냐?
해주/(돌아보면)
강산/원래 공부라는 게 학교에서 배우는 거 별 볼 일 없어.
해주/지금 나 약 올려?
강산/설계 정말 배우고 싶으면 나한테 배우면 돼지.
해주/뭐?
강산/우주 최강의 선생님이 여기 있잖아.
해주/그거 진짜야? 정말 가르쳐 줄 수 있어?
강산/어렸을 땐 니가 내 용접 사부였잖아. 갚는 셈치고 이번엔 내가 니 사부가 돼주지 뭐.
해주/(환히 밝아지며) 지금 농담 아니지? 이거 녹음해야 되는 거 아냐? 맘 바뀌기 전에...
강산/(새끼손가락 내밀며) 이 정도 약속으론 약한가?
해주/(강산과 새끼손가락 걸고) 뻥쟁이와 이 정도 계약은 좀 불안하지만... 한 번 믿어주지.
하고 손 빼려는데, 계속 걸고 있는 강산.
강산/오! 용접으로 단련된 손 치고는 부드러운데?
해주/맞고 싶다냐! (하고 다른 손 치며 드는데)
인화/(E) 산이 오빠!
두 사람 놀라 보면, 인화가 올라온다. 강산 손 뿌리치고 인화 보는 해주.
강산, 인화 보고 머리 짚으며 졌다는 듯 고개 젓는다.
인화/(다가와) 너... 해주지?
해주/(보고 눈 커지며) 인화?
일순 해주 왈칵 끌어안는 인화. 떨어지며 서로 좋아하는데...
인화/야! 너 왜 전화를 안 받았어? 얼마나 불나게 했는데!
해주/전화? (전화기 꺼내 보고는) 미안... 일 하느라고 꺼 놨어. 너 여전히 이쁘구나?
인화/(머리 한 번 넘기며) 나야 뭐... 내 미모는 아직도 업그레이드 중이지.
강산/(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는데)
인화/오빠가 얘 취직 시켰다면서? 근데 왜 나한테 얘기 안 했어?
강산/너 만나는 것도 공폰데, 보고까지 하시라고?
인화/(우이씨! 하는데)
해주/둘이... 계속 만났던 거야?
인화/그래! 나 산이 오빠 따라 미국까지 갔거든!
강산/그러니까 공포지...
인화 같이 활짝 웃고, 강산 짜증 난 듯 보는 데서.
씬18. 거제 해주 집 앞 (낮) - 다가와 멎는 차. 기출이 내리기도 전에 금희가 쇼핑백 들고 내린다.
씬19. 동 거실 (낮)
달순, 거실에 널브러져 잠들어 있는데, E 초인종 소리.
달순, 못 듣고 자는데 초인종 계속 울린다. 부스스 일어나는 달순.
달순/이 시간에 어떤 놈이야? (하품하며 문 앞으로 다가가)
누구야!
금희/(E) 해주 어머니! 울산에서 왔어요!
달순/울산?
갸우뚱하고 문 열어주면 들어오는 금희와 기출. 달순 금희 보고 처음엔 어리둥절한다.
달순/누구세요? (하다가 기출 보고 알아보고 눈 커지면)
금희/저... 모르시겠어요? 울산에 인화 엄만데...
달순/예... (고개 숙였다가) 여긴...어쩐 일로?
금희/잠깐... 들어가도 될까요?
달순/예...
달순, 들어와 이부자리 치운다. 집안 둘러보며 앉는 금희. 기출이 옆에 불안한 얼굴로 앉는다.
달순/집구석 꼴이 이래요... 근데 무슨 일로?
금희/해주 어머니, 꼭 좀 물어볼 말이 있어서요...
달순, 의아해 보는데 쇼핑백에서 노란색 뜨게 옷 꺼내는 금희. 옆의 기출 긴장해 보는데...
금희/혹시 이 옷 기억 하세요?
달순/(옷 들어 보다가 안색 변하는데)
기출/울산에 있을 때 얻은 옷 아닙니까? 막내 입히려고...
달순/(멈칫 기출 보고는) 모, 모르겠네요...그런 거 같기도 하고..
금희/잘 생각해 보세요! 우리 집에서 이사갈 때 해주 어머니 집에서 나온 거라구요!
달순/글쎄, 모르겠다니까 왜 이래요? (하고 옷 툭 던지면)
금희/(백에서 해주의 돌사진도 꺼내며) 그럼 이 아인 모르겠어요?
사진 받아 보는 달순. 보다가 눈이 커진다.
금희/(달순 얼굴 뚫어져라 보다가) 이 아이, 해주 아니에요?
달순/(화들짝 놀라 보고는) 무,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첨보는 얘구만...
금희/해주 목덜미에 덴 상처가 있던데... 그거 언제 난 거예요?
달순/(멈칫 다시 보면)
금희/해주... 혹시 데려다 키운 거 아니에요?
기출/사모님!
달순/(거의 동시에 사진 던지며) 아니, 이 여편네가 지금 무슨 헛소릴 하는 거야!
금희/(놀라 보는데)
달순/살다 살다 별 꼬라지를 다 보겠네! 아니, 멀쩡한 남의 딸을 두고, 뭐? 데려다 키워?
별 거지깽깽이 같은 소릴 다 듣겠네!
금희/(당황해) 미, 미안해요. 제가...
달순/미안하면 후딱 나가요! 재수 옴 붙은 소리 하지 말고!
기출/사모님... 나가시죠...
금희/(울며) 제가 아이를 잃어 버려서 그래요!
달순/(멈칫 보면)
금희/(사진 집어 들며) 이 아이... 유진이를 돌 지났을 때 잃어버렸어요... (뜨게옷 들며)
이 옷! 이 옷 어디서 났어요? 그거라도 말해줘요!
달순/이... 이 아저씨 말마따나 그 동네 어디서 얻었겠죠!
금희/동네 어디서요? 누구 집에서요?
달순/아, 모르겠으니까! 나가라구요! 어서 나가!
금희/(울며 절망적인 얼굴로 보는 데서)
씬20. 동 집 앞 (낮)
맥없이 나오는 금희. 기출이 따라 나온다. 대꾸 않고 차 앞으로 가는 금희.
차에 타려다가 흐느껴 운다. 말 못하고 보는 기출.
씬21. 동 거실 (낮) - 넋 나간 얼굴로 서성대는 달순.
달순/이게 어떻게 된 거야? 해주가... 해주가... 어떻게? (고개 돌려 안방 바라보는)
씬22. 동 해주 방 (낮) - 들어오는 달순. 해주 책상 위의 홍철 사진을 들어본다.
달순/당신... 무슨 짓을 한 거야? 나한테는 배 타다가 섬에서 만난 여자라고 했잖아?
근데 어떻게 저 여자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씬23. 인화 레스토랑 (낮)
테이블에 음식 가득 차려 있고 강산 옆엔 인화가 바짝 붙어 있다. 해주 마주 보고 앉아 있다.
해주/이게 니가 운영하는 거란 말야? 와아! 진짜 대단하다!
인화/(으쓱해서) 이거 말고도 아웃도어 하나 런칭 할거거든. 근데 산이 오빠랑 같이 뭔 일 하는 건데?
강산/넌 설명해줘도 몰라. 배 만드는 일이 얼마나 시간가고 복잡한 일인데...
너한테 며칠 밤새고 얘기해줘도 모를 거다.
인화/(강산 그윽하게 바라보며 팔짱끼는) 단 둘이라면...나 며칠 밤이고 들어 줄 수 있는데...
강산/(팔짱 빼며) 야! 절로 좀 가라. 응?
해주/(미소 띠며) 보기 좋네... 두 사람.
강산/(인화 밀어내며) 보기 좋은 사람 다 죽었냐? 너까지 왜 그래?
인화/(째려보다가) 참, 해주야, 너 창희 오빠랑 예전에 친했지?
해주/(멈칫) 응? 그래..
인화/오빠 검사 됐어. 개천에서 용난 거지... 하긴 집안 빼곤 창희 오빠 뭐 뒤지는 거 없는 사람이니까.
강산/(음식 먹으며) 그 녀석 아직도 너희 집에 같이 사냐?
인화/응. 근데 재미있는 얘기 해 줄까?
해주/(쳐다보면)
인화/글쎄... 우리 집에서 나랑 창희 오빠 결혼 얘기까지 했었대!.
해주/(놀라는데)
인화/(강산 보며) 오빠, 웃기지 않아? 내 결혼 문제를 왜 나빼고 얘기해? 그치?
강산/(반응 없이 음식 먹고) 괜찮네, 이거...
인화/(다시 일그러졌다가 애써 참으며) 근데, 오빠.. 창희 오빠 한번 보고 싶지 않아?
대꾸 않고 음식 먹는 강산. 해주도 어두워진 얼굴로 음식 먹는다.
씬24. 도현 집 정원 (저녁) - 창희, 정원에서 바다 보고 있는데, 일문이 나오다가 본다.
일문/야! 박창희!
창희/(돌아보면)
일문/(다가와) 어떻게 하면 나 젖히고 천지그룹 먹을까 연구중이냐?
창희/무슨 소리야?
일문/시치미 떼지 마, 자식아. 인화하고 결혼얘기 니 아버지가 해 줬을 거 아냐? 니 아버지 아주 입이 찢어졌더라?
창희/...
일문/너 조심해. 조금 기어올랐다고 바닥에 있던 놈이 정상 노리면 떨어져 다친다?
창희/그럴 마음 없으니까 너나 조심해. 요즘 소문이 안 좋아.
일문/(굳어지며) 무슨 소리야? (하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두 사람 돌아보면 들어오는 금희와 기출.
일문/(피식) 아주 사이좋게 붙어 다니시는구먼! (하고 집으로 들어가 버리고)
창희/(다가가 금희 보며) 어디.. 다녀오세요?
금희/응.. 그래... (하고 힘없는 얼굴로 쇼핑백 들고 들어가고)
창희, 기출 보면 집 쪽으로 가다가 비틀거리는 기출.
창희 놀라 부축하는데, 그 손 뿌리치고 들어가는 기출. 바라보는 창희 얼굴에서.
씬25. 도현 집 안방 (저녁)
들어오는 금희. 침대에 털썩 주저앉아 멍하니 있는데, 뒤이어 들어오는 도현.
도현/(눈치 보며) 거제에 갔다면서?
금희/...
도현/그 엄마 만났어? 뭐래?
금희/아니래요..
도현/그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금희/근데 이상해요...
도현/뭐가?
금희/(쳐다보며) 그 여자... 왠지 그 여자가 거짓말 하는 거 같았어요..내 눈을 똑바로 보지도 못했다구요...
도현/여보...
금희/정말이라구요! 해주 한 번 더 만나봐야겠어요. 아무래도 그 아이가 유진인 거 같다구요.
도현, 한숨 쉬고는 일각에 놓여진 파일 하나 던져 준다. 보는 금희.
도현/그거 천해주라는 아이, 이력서야. 거기 혈액형 봐.
금희, 멈칫 보고는 파일 열어보면, 이력서 혈액형 란에 ‘AB' 가 표기되어 있다.
뭔가 생각하다가 고개 돌려 도현 보는 금희.
도현/아니지? 당신이 예민했던 거야...
금희/(멍하니 보다가 쳐다보며) 그럼... 그 동네, 그 동네 사람들 찾아줘요!
도현/(보면)
금희/(쇼핑백에서 뜨게옷 꺼내며) 해주 어머니가 예전 동네에서 옷을 얻은 거 같대요! 그 동네 누구 집에서
얻었는지 동네 사람들 다 찾아 보라구요!
도현/정신 차려! 여보... 그 동네 없어진 지가 언젠데!
금희/그래도 찾으라구요! 당신 능력이면 찾을 수 있잖아요!
도현/당신 정말 왜 이래! 도대체 언제까지 죽은 아이한테 매달려 있을 거야! 당신한텐 그 아이만 중요하고
우리 아이들은 아무 것도 아니야? 당신 아이는 죽은 그 아이가 아니고,
일문이하고 인화라고! 제발 정신차려!
금희/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어요! (울며) 하지만... 일문이는 안 그렇다구요!
도현/무슨 소리야?
금희/일문이 다 알고 있더라구요... 당신이 내 옆에 있을 동안에 그 아이 엄마 죽은 거 다 알고 있었다구요..
나는 내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유진이 대신에 내 모든 걸 다 줬는데...
그 아이는 아니에요. 모든 게 당신 때문이라구요!
하고 흐느껴 우는 금희. 멍하니 보는 도현.
씬26. 동 서재 (저녁) - 일문, 책 보고 있는데 문 열고 들어오는 도현. 문 걸어 잠근다.
일문/(보고 일어나며) 아버지? (하는데)
다가와 그대로 일문의 턱을 후려갈기는 도현. 나가떨어지는 일문.
도현/일어나!
일문 비틀거리며 일어나면 다시 갈기고, 일문, 책장에 가 부딪친다.
일문/왜 이러세요!
도현/(멱살 움켜잡으며) 니 엄마가 누구야!
일문/(멈칫 보면)
도현/말 해! 니 엄마가 누구야!
일문/지금 계신 어머니요...
도현/그런데 왜 엉뚱한 소리를 해? 왜 죽은 여자 끌어 들여 니 엄마 가슴에 상처를 줘! 이유가 뭐야!
일문/(입술 깨물고)
도현/내 눈 똑바로 보고 대답해! 이유가 뭐냐고!
일문/창희... 창희한테 인화 주겠다는 소리에 화가 났습니다. 죄송합니다.
도현/이런 어리석은 놈! (멱살 놓으며 와락 밀치고)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어?
일문/(보면)
도현/창희는 잘 키운 애완동물일 뿐이야. 주인이 가끔 쓰다 듬어라도 줘야지.
그 정도도 안 하면 들판으로 뛰쳐나갈 놈이란 말이야!
일문/(놀라 보면)
도현/그 정도 립서비스도 못하는 놈이 무슨 사업을 해? 너! 똑똑히 들어! 니 가 무슨 짓을 해도,
니가 내 후계자인 한에는 용서 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여자 눈에 눈물 나게 하는 건
용서 못 해! 니 엄마가 너희들을 어떻게 키웠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하고는 돌아서 문 꽝 닫고 나가 버리는 도현. 입가의 피 닦고 눈빛 매서워지는 일문 모습에서.
씬27. 기출 집 주방 (저녁)
음식 차려져 있고, 퀭한 얼굴로 앉아 있는 기출. 그 앞에 앉아 있는 창희.
창희/괜한 고집 피지 말고 좀 드세요. 아무 것도 안 먹고 밖에 다니시니까, 어지럽잖아요?
기출/...
창희/아버지...
기출/그 아이 만났다.
창희/(멈칫 보면)
기출/해주 만나서 뺨을 한 대 갈겨줬다...
창희/(놀라) 아버지?
기출/그래. 니 고집 내가 안다. 한번 결정했으면 뒤돌아 볼 놈 아니지. 그럼 방법은 그 앨 괴롭히는 수밖에 없다.
창희/(일그러지며) 아버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요! 때리려면 차라리 절 때리세요!
왜 해주를... 걔가 무슨 잘못이 있다구요!
기출/그래.. 잘못은 이 에비에게 있다. 못 배우고 가난하게 태어나 너 하나만 바라본 아버지한테 있다.
내가 지옥에 가서 모든 천벌 받을 테니, 그 아이하고는 헤어져라. 창희야...
그게 니가 살고, 니 에비가 살고, 그 아이 가 사는 길이다.
창희/말씀 잘 하셨어요. 아버지... 저, 한번 결정하면 절대 뒤돌아보지 않아요.
저야말로 지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요!
수자 탁 놓고 일어나 나가 버리는 창희. 괴로운 듯 눈 감는 기출.
씬28. 정우 집 해주 방 + 해남 해주집 거실 (밤)
빈 방을 걸레질하는 해주. 문득 걸레질 멈추고 생각한다. 그 얼굴에...
(플래시백) 씬4. 조선소가 보이는 곳 - 해주의 뺨을 후려치는 기출.
기출/너 따위가 창희하고 어울린다고 생각해?
해주/(충격 받아 말 못하고 보면)
기출/창희가 사랑할 사람은 따로 있어! 니가 아니야!
(현재) E 핸드폰 벨이 울린다. 멈칫 깨어나는 해주. 전화 받으면,
달순/(F) 엄마다...
이하 동시화면으로...
해주/응... 엄마...
달순/퇴근했니?
해주/응. 아저씨네 집이야...
달순/회사는 마음에 들어? 힘들진 않고?
해주/힘들긴... 내가 얼마나 들어오고 싶었던 회산데...너무 좋아.
달순/다행이구나...
해주/(생각난 듯) 참! 엄마! 혹시 옛날에 인화 어머니한테 돈 꾼 적 있어?
달순/(멈칫하고) 무슨 소리야? 누구라고?
해주/예전에 장회장님 사모님 말야... 아버지 돌아가셧을 때도 오셨잖아...
그 분이...엄마 주소를 묻더라고. 안 찾아 왔어?
달순/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내가 그 여자 만날 일이 뭐가 있다고...
쓸 데 없는 소릴 하고 있네, 얘가...
해주/근데.. 왜 그랬지?
달순/아, 시끄럽고! 저기, 일요일 날 새벽에 이삿짐 출발할 거야. 그때 집에 있지?
해주/응.. 알았어... 그날 봐. (전화 끊고 고개 갸우뚱하는데...)
씬29. 동 마당 (밤) - 나오는 해주. 정우가 서 있다.
해주/이제 오세요? 저녁은요?
정우/(미소 띠며) 먹었어..
해주/아, 왜요? 아저씨 저녁 차려 드릴려고 재료 다 사왔는데?
정우/그랬어? 얌마, 그럼 미리 얘기를 했어야지. 나도 집 밥 먹고 싶었는데...
해주/그럼 맨날 사서 드시는 거에요?
정우/그렇지 뭐..
해주/앞으론 그러지 마세요. 점심은 어쩔 수 없지만, 아침하고 저녁은 꼭 챙겨드릴게요...
정우/정말? 이야! 내가 아주 제대로 사람을 들였는데? 고맙다야!
해주/아저씨가 저희한테 해 준 게 어딘데요? (하는데)
창희/(E) 해주야!
두 사람 돌아보면, 창희가 들어온다.
창희/(정우 보고 꾸벅 인사하면)
정우/이 녀석들... 데이트하기로 약속한 거야? 야. 좀 늦게 올 걸 그랬나?
창희/아닙니다. (해주 보며) 좀 보자.
해주/(바라보는 얼굴에서)
씬30. 등대 일각 (밤) - 불 켜진 등대 앞에서 마주 보고 선 해주와 창희.
창희/아버지한테 맞았다면서?
해주/그 얘길... 하셔?
창희/어딜 맞은 거야?
해주/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창희/(보면)
해주/어릴 때부터 나 맞는 데는 익숙했거든... 나보다 오빠가 걱정이지.
창희/해주야...
해주/난 그래도 오빠 아버지 매일 보진 않잖아. 화 많이 나신 거 같던데, 오빠는 얼마나 힘들겠어?
창희/너 우리 아버지가 원망스럽지도 않아?
해주/원망스러운 건 나지...
창희/(보면)
해주/오빠도 힘들게 살아 왔는데... 어쨌든 그 자리에 왔잖아. 나도 조금만 더 노력했으면...
엄마하고 더 싸워서 대학만 갔어도 오빠하고 이렇게 차이는 안 났을 텐데... 오빤 너무 많이
올라가 버렸고, 난 여전히 바닥에 있잖아. 오빠 아버지 화내시는 거 당연해.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인데...
창희/바보야. 넌 할 만큼 했어. 더 이상 어떻게 하는데? 니 식구들 때문에 너 혼자 희생한 거잖아?
해주/나 정말 괜찮다니까? 오빠 아버지한테 맞는 순간, 마음이 오히려 편하더라.
오빠한테 모자라는 거... 그렇게라도 맞으면 조금은 덜어질 거 같았으니까...
창희/(글썽해 보면)
해주/그리고 내가 얼마나 오빠를 사랑하는지도 알았으니까...
그런 일 당하고도 오빠하고 헤어질 마음 안 생겼으니까...
일순 와락 해주를 끌어안는 창희.
해주/걱정 마, 오빠... 나 흔들리지 않을 게. 꼭 성공해서 오빠 아버지 마음에 들도록 노력할게.
창희/(대꾸 않고 끌어안은 체 흐느끼고)
해주/왜 그래? 지금 우는 거야?
창희/미안하다.. 미안하다, 해주야...
해주/(같이 글썽해지며) 왜 울어? 바보같이... 남자가...
창희/미안하다...
끌어안은 채 흐느끼는 두 사람 모습에서 F.O.
씬31. 해안도로 (F.I- 아침) - 해주 가족을 실은 이삿짐 차가 달려오고..
씬32. 정우 집 마당 (낮) - 이삿짐 든 해주와 식구들 들어온다. 마루에서 내려오는 정우.
해주/아저씨! 저희 식구들 왔어요!
정우/(짐 들고 들어오는 달순과 시선 마주치고 얼른 짐 받으며) 아이고! 아주머니! 오랜만입니다!
달순/예... 이게 몇 년 만이에요? 세상에... 살다보니 이렇게 만나네.
정우/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반갑습니다...(하다가 상태 보고) 니가 상태구나?
상태/야. 겁나 반갑네요잉. 아저씨...
정우/이 녀석 키 큰 거 봐라? 길거리서 만나면 못 알아 보겠네!
상태/아저씨는 고대론디요? 어째 늙지도 않았다요?
정우/하하! 고맙다! (하다가) 가만, 그럼 영주가 누구냐?
영주/(새침하게) 전데요?
정우/니가? 야아! 해주가 너 업고 다닐 때가 엊그제 같은데? 너 아저씨 생각나?
영주/안 나는데요.
달순/아이구... 그때가 몇 살인데 생각나겠어요?
정우/그렇죠? 정말 이쁘게 컸구나...(하고 진주보며) 그럼 니가...?
진주/안녕하세요.. 천진주에요...
정우/(믿기지 않는 듯 보는데)
해주/진주야. 니 이름 지어주신 분이야..
진주/어머! 이분이 그분이야? 고맙습니다! 아저씨! 이쁜 이름 지어주셔서요!
정우/그래... 이야! 정말 이런 날이 있구나!
상태/근디, 아저씨... 바깥에 짐 허벌나게 많은디요. 언제까지 요러고 있어라?
정우/응? 그래? 그러 내가 도와줘야지. 일단 여기 짐들 놔라.
일동, 평상에 짐들 놓는데, 시계 보고 달순 보는 해주.
씬33. 강산 오피스텔 앞 (낮)
해주, 오토바이 주차장에 도착하면.
해주, 오토바이에서 내리면서 헬멧 벗고 오피스텔을 올려다 본다.
씬34. 강산 오피스텔 (낮) - 강산, 문 열어주면 들어오는 해주. 경계하는 눈빛으로 강산 바라본다.
해주/일하자면서 왜 여기로 부르는데?
강산/너 설계 배우고 싶다면서. 설계 도면부터 시작해서 모든 장비가 여기 있는데?
해주/그래도... 여기 집이잖아?
강산/집이 아니라 개인 사무실이다, 임마! 뭐...잠도 자긴 하지만... 왜? 집이라고 생각하니까 설레냐?
해주/알겄지만, 오빠 하나쯤은 거뜬히 집어 던질 수 있어야.
강산/(사투리 흉내) 오메 겁나네요. 들어 와 보쇼잉!
들어와 둘러보는 해주. 각종 설계도와 모형들 구경하다가,
장도현의 기사들이 꽂혀 있는 보드로 간다.
해주/인화 아버지 아냐? 웬 신문 기사들을 이렇게 모았어?
강산/(보드를 가리는 커튼 내리고) 일단 제대로 불러 보시지?
해주/뭘?
강산/싸부님이라고!
해주/(보고 피식 웃는 데서)
씬35. 해풍 공업사 (낮)
대평. 사무실에서 나오는데, 보자기에 싼 상자 들고 들어오는 인화. 보고 쪼르르 달려간다.
인화/할아버지!
대평/(힐끗 보고 무시하고 일하는데)
인화/안녕하셨어요?
대평/와 또 왔노?
인화/왜 왔겠어요? 할아버지 보고 싶어서 왔죠.
대평/(일하고)
인화/지난번에 가져온 소고긴 다 드셨죠?
대평/갖다 버맀다.
인화/어머, 왜요?
대평/(일하며) 배때기 기름 앉으면 오래 몬 산다.
인화/그럼 진작 말씀하시지. (보자기 내밀며) 이건요. 산삼 엑기스예요. 진짜 산삼이니까 몸에 좋을 거예요.
대평/(쳐다보며) 니 이라는 거, 느그 아부지가 아나?
인화/제 인생이지, 아빠 인생 아니잖아요? 이거 받으세요.
대평/됐다. 고마 가 보거라. (하고 돌아서는데)
인화/할아버지! 저랑 산이오빠 결혼하면 천지조선 거저 먹는 거잖아요?
대평/(멈칫 멈추고 돌아보면)
인화/(해맑게 웃으며) 산이 오빠 오피스텔이 어딘지 알면 좋을 텐데!
씬36. 강산 오피스텔 (낮)
이동용 백보드 판에 선박 그림과, 설계도 그림, 복잡한 수식들이 그려져 있고,
마커 들고 설명하는 강산.
강산/그래서 기체가 물에서 빠져나와 압력이 낮은 곳에 모이는데 이때 물이 없는 빈공간이 생기는 것을
캐비테이션이라고 하는 거야.
해주/그게 프로펠러나 터빈의 효율을 떨어트리고 침식시키는 원인이지?
강산/어? 너 그걸 어떻게 알아?
해주/기포가 급격하게 생성되었다 소멸되면 높은 압력이 금속 표면에 가해질 거 아냐.
강산/목 위에 달린 게 중심 추가 아니라 머리가 맞구나. 써먹을 줄도 알고? 짜식!
(하면서 해주 머리 헝클어트리는데)
해주/(손 탁 치고) 가급적 신체적 접촉은 삼가자고!
강산/야..너 은근 느끼는구나? (음흉하게 웃는데)
해주/한 대 맞고 싶다냐? (하고 주먹 치켜들면)
강산/야아! 무슨 제자가 이래? 얌마! 군사부 일체! 스승의 그림자도 안 밟는다! 몰라?
해주/쓰잘데기 없는 소리 자꾸 해봐야., 그림자도 안 생기게 콱 밟아버릴겨!
강산, 기막혀 보는데, 인터폰 울리고, 다가가는 강산.
인화 얼굴이 떠 있다. 황급히 끄는 강산.
해주/왜 그래?
바로 다시 울리는 인터폰, 해주, 들여다보면
인화/(화면에서) 문 열어!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해주/인화잖아! (도어 오픈 버튼 누르면)
강산/야! 안 돼!!
인화/(문 벌컥 열며) 산이 오빠!! (하다가 해주 보고 얼굴 굳어지면)
해주/(웃으며) 인화야...
인화/야! 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해주/어... 일 좀 하느라고.
인화/그게 말이야 밥이야? 왜 멀쩡한 오픈 공간 놔두고 집에서 일을 하냐고!
회사는 뒀다 국 끓여먹으라고 있는 거냐고!
강산/야! 내 맘이다! 너야말로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인화/(해주 보며) 너 나 좀 봐!
강산/얌마! 일 하는 중이라고 했잖아?
인화/나도 여자들끼리 일 이야기 좀 해야겠어!
해주/(난감한 얼굴로 보는 데서)
씬37. 인화 레스토랑 (낮) - 커피 놓고 마주 앉아 있는 해주와 인화.
인화/설계를 배운다고?
해주/그래. 그러니까 이상한 오해 하지 마.
인화/너 나 산이 오빠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알아? 초등학교 때 1학년 때 파티장에서 보고 난 후니까,
자그만치 20년이야.
해주/(웃으며) 야... 정말 오래 됐네.
인화/웃지 마. 나 웃을 기분 아냐.
해주/인화야. 나 정말 다른 생각 눈꼽만큼도 없다니까. 진짜 설계 배우고 싶어서 그래.
인화/널 못 믿는 게 아니고. 산이 오빨 못 믿어서 그래. 산이 오빠 옛날에도 이상하게 너 쫓아 다녔잖아?
해주/그때도 용접 배우느라고... 그리고 인화야. 나도 좋아하는 사람 있어.
인화/(놀라) 뭐? 진짜야?
해주/(고개 끄덕이는) 나도 벌써 15년이나 된 걸.
인화/와...누군데? 뭐하는 사람이야? 어디서 만났는데? 결혼할거야?
해주/있어. 그런 사람.
인화/(의심스런 눈초리로) 너 나 안심시키려고 급 제조한 사람 아니야?
해주/아니야. 나중에 소개시켜 줄게.
인화/좋아! 믿어주겠어! 친구니까... 근데 너 내 믿음 배신하면, 정말 가만 안 둔다.
난 산이 오빠한테 모든 걸 다 걸었단 말야. 여태까지 단 한번도 딴 남자 쳐다보지 않았고,
부모까지도 버릴 생각하고 있단 말야.
해주/(놀라) 무슨 소리야 그게? 부모까지라니?
인화/넌 몰라도 되고... 암튼 오피스텔 들락거리는 건 기분 나빠. 거긴 가지 마.
해주/(한숨 쉬며) 그래.. 알았어...
씬38. 기출 집 거실 (낮)
굳은 얼굴로 창희의 핸드폰을 들고 있는 기출.‘검사장님’누르면,
‘ 덕분에 식구들 잘 이사 왔어’ 문자 떠 있다. 기출 얼굴 일그러지는데,
방에서 나오다가 놀라 보는 창희.
창희/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핸드폰 뺏으면)
기출/검사장님이라고? 그러면서 에비 속이고 만났냐? 식구들까지 다 이사를 오고?
창희/(대꾸 없이 돌아서는데)
기출/내가 분명히 경고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만나면, 그 아이만 괴로울 거라고!
창희/(돌아보며) 저도 말씀 드리죠. 계속 해주 괴롭히면 저 집 나갈 겁니다.
하고 나가 버리면, 기출, 기가 막혀 보다가 옆에 있는 물건 집어던지는 기출.
분노한 얼굴로 바라본다.
씬39. 도현 집 거실 (낮)
금희, 찻잔 놓고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는데, 이층에서 골프복 차림으로 내려오는 일문.
금희/(보고 일어나며) 운동가니?
일문/(대꾸 않고 나가려는데)
금희/일문아...
일문/왜요?
금희/너 요새 왜 그러니? 엄마하고 통 말도 않고...
일문/얘기하면 뭐 해요? 그대로 아버지한테 쪼르르 다 일러 바칠텐데...
금희/무슨 소리니?
일문/계모는 계모라구요. (하고 나가 버리면)
충격 받아 다시 주저앉는 금희. 한참 그대로 있다가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간다.
씬40. 간절곳 바닷가 일각 (낮)
바다로 내려오는 금희. 손에 쇼핑백 들고 있다. 안에서 노란색 뜨게 옷과 사진을 꺼내는 금희.
잠시 보다가 라이터 꺼내, 옷과 사진에 불을 붙인다.
타오르는 옷과 사진을 보며 흐느끼는 금희 얼굴에서.
씬41. 정우 집 마당 (저녁)
들어오는 해주와 봉희. 봉희는 집들이용 휴지 곽 들고 있다.
평상에 큰 상이 차려져 있고, 음식들과 막걸리가 놓여 있고, 달순과 진주가 음식을 놓고,
정우와 영주, 상태가 앉아 있다.
봉희/야!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네!
정우/(보고는) 어? 어떻게 같이 오냐?
해주/이 앞에서 만났어요... 아저씨가 전화하셨다면서요?
정우/그래.. 다들 보면 반가와 할 거 같아서...
달순/(정우 보며) 누구에요? 애인이에요?
봉희/예..
정우/(동시에) 아닙니다!
일동/(얼떨떨해 보는데)
해주/엄마, 모르겠어? 예전에 우리 도와주신 분...
달순/(갸우뚱하는데)
해주/장회장님 사모님 동생분이잖아? 우리 리어카 끌고 장회장님네 갔었잖아?
달순/(얼굴 굳어지며) 그 동생이라고?
봉희/예! 오랜만이에요, 아주머니! (일동 보며) 야! 다들 커 가지고 누가 누군지 모르겠네?
(정우 옆에 앉은 영주 밀어내며) 얘! 절로 좀 비켜. 앉자.
영주/(뭐야? 하는 얼굴로 비키면)
상태/으메! 생각나 부네요이! 거시기 무신 학자라 그랬는디?
해주/석유학자... 나하고 회사에 같이 있어.
봉희/(어느새 파전 하나 집어먹으며) 와! 이거 맛있다! 야! 막걸리 한 잔 따라 봐! (하는데)
달순/(굳은 얼굴로 봉희 보는 데서)
(점프)
밤이 돼 불이 밝혀져 있고, 막걸리병, 소주병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젓가락 두드리며 노래 부르는 봉희.
봉희/몰래 사랑했던 그 여자 그리고 또 몰래 사랑했던 그 남자~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영주/아..진짜 노래까지 구려가지고~아줌마! 그만하라구요!
봉희/이게? 나 아줌마 아니거든!
영주/암튼 재미없다구요!
정우/그래. 그럼 영주가 한번 해 봐라.
영주/(해주 보며) 언니! 오랜만에 천자매 실력 함 보여 줄까?
해주/(웃으며) 그럼 의상이 필요한데?
상태/오케이! 렛츠 고!
(점프)
정우, 봉희, 달순 관객모드로 나란히 큰 상 뒤에 앉아있고 상태, 머리에 바가지 쓰고,
츄리닝 차림에 흰 런닝차림인데 목에는 넥타이를 맸다. 뒤집개를 들고 평상 아래에 서서
상태/아~~고대하시고 거시기하던 순간이 왔당께요~! 울산입성을 축하해 불기 위해 동남아 순회공연을
겁나게 마치고 돌아온 (손가락 4를 만들며) 미쓰 천~사. 아니 아니 (손가락 3을 만들며)
미쓰 천~삼을 소개해 부러요! 염병!
용접사 복장에 용접 마스크를 머리에 올리고 등장하는 해주.
해주/(껄렁껄렁하게) 미쓰 천~삼에서 랩을 맡고 있는 땜쟁이 천해주랑께요~!
영주/(하늘거리는 치마를 입고 빙그르~돌면서 등장해서는) 미쓰 천 삼에서 안무를 담당하고 있는 신이
내린 몸매 천영주여라~!
진주/(교복복장으로 쪼르르 달려와) 미쓰 천 삼에서 영계를 담당하고..
해주,영주/(째려보고)
진주/(아차..) 노래를 담당하고 있는 영계 천진주지라~!
해주/(상태보고) 오빠~! 시작해 보까? (씨익 웃으며)오빤 울산 스타일!!!
상태/(말 춤추며) 오빤 울산 스타일!! 울산 스타일!! 옵옵옵옵..오빤 울산 스타일!
eh~ sexy lady~오~오~
상태, 해주, 영주, 진주 앞으로 나와서 다 함께 말 춤을 춘다.
봉희도 기분이 업 되서 박수만 치고 있는 정우를 끌어내다가 뒤로 벌러덩 넘어지면서
정우까지 바닥을 뒹군다. 해주, 어깨 춤 추는 달순을 끌어내려하자 버티는 달순.
영주, 진주까지 합세해서 달순을 끌어내리고 달순에게 말 춤을 가르치며 함께 말춤을 추는데.
봉희, 정우를 억지로 끌어당겨서 그 앞에서 말 춤을 가르치는데, 어색해하며 엉성하게 따라하는 정우.
각자 막춤을 추면서 노래 부르는 모습에서...
씬42. 정우 방 (밤) - 술 취한 봉희, 정우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서는데
정우/(후다닥 들어오며) 야! 여기 내 방이야! 해주 방은 저쪽인데! (보는)
봉희/난 침대 아니면 잠 못 잔다고!
정우/그럼 집에 가!
봉희/이 시간에. 이 미모에. 게다가 술까지 마셨는데 날 보내겠다고?
이 자식... 신사의 기본이 안 되 있잖아?
봉희, 정우 침대에 다이빙 하듯 점프해서 눕는다. 난감해 보는 정우.
씬43. 동 부엌 (밤)
설거지하고 있는 해주. 달순이 들어오다가 그 모습 물끄러미 본다. 그 얼굴에...
(플래시백1) 3부 씬3. 해주 집 마당.
해주의 뺨을 후려갈기고, 머리카락을 쥐어뜯던 달순의 모습.
(플래시백2) 7부 씬13. 홍철 집 안방.
달순/내 앞에서 엄니라는 소리가 나오냐? 치가 떨리고 살이 떨린다. 나가! 이년아!
(플래시백3) 9부 씬41. 포장마차.
해주/나 정말 학교 가고 싶었다구. 조금만 더 배웠으면 지금보다 좋은 회사 들어갔을 거고,
그랬으면 우리 이렇게 힘들게 살진 않을 거 아냐? 근데 엄마가 오빠 대학 들어가야 한다고
나 학교 못 다니게 했잖아? (울며) 왜 그랬냐고? 왜 그랬어?
(플래시백4) 씬20. 달순 집 거실.
금희/(울며) 제가 아이를 잃어 버려서 그래요!
달순/(멈칫 보면)
금희/(사진 집어 들며) 이 아이... 유진이를 돌 지났을 때 잃어버렸어요... (뜨게옷 들며)
이 옷! 이 옷 어디서 났어요? 그거라도 말해줘요!
(현재) 저도 모르게 해주 보며 우는 달순. 해주 설거지하다가 멈칫 바라본다.
해주/엄마? 왜 그래? 왜 울어?
달순/(말 못하고 울면)
해주/(다가와) 아이~ 또 아버지 생각나서 그래?
대꾸 못하고 우는 달순. 그런 달순을 안아 주는 해주 모습에서.
씬44. 정우 방 (밤)
스탠드 켜져 있는 가운데, 침대에서 자고 있던 봉희. 살며시 눈을 뜨고 돌아본다.
그 시선에 정우가 바닥에 이불 깔고 자는 모습이 보인다.
봉희, 잠꼬대 하는 듯 몸을 굴리더니 침대 밑으로 쿵 하고 떨어진다.
봉희, 아픈 거 참느라 미간 찌푸리다가, 다시 몸부림치는 척하며 정우 옆으로 다가간다.
바싹 붙는데 정우, 옆으로 비껴가고, 다시 정우 옆에 붙는 봉희. 마침내 정우 몸이 벽에 닿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자, 봉희, 슬쩍 다리 하나를 정우 다리 위에 얹는다.
정우, 이내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나, 봉희를 바라본다.
봉희 잠든 척 눈 꼭 감고 있는데, 일어나 나가는 정우. 봉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닫힌 문을 바라보며 한숨 내쉰다.
씬45. 동 마당 (밤) - 정우, 나오다가 멈칫 본다. 해주가 평상에 앉아 하늘 보고 있다.
정우/(다가오며) 왜 안자고 그러고 있어?
해주/(멈칫 보고) 예... 잠이 안 오네요... 오랜만에 식구들이랑 웃고 떠들고 하니까..아부지 생각도 나고..
정우/(말없이 옆에 앉으며) 창희랑은 잘 되고 있는 거야?
해주/(그저 웃는)
정우/해주야. 내가 네 삼촌할까?
해주/예?
정우/나는 조카를 잃었고, 넌 아버지를 잃었잖아? 나는 가족이 필요해.
부족하지만 네 아버지 같은 삼촌이 되면 안 되겠니?
해주/(뭉클해) 아저씨...
정우/아저씨? 그거 거절인거야?
해주/아니요. 삼촌. (웃는) 저는 좋아요. 아저씨가...아니 삼촌이 돼주시면...
다른 이유 다 말고..그냥..힘들 때, 힘들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좋을 거 같아요..
해주, 정우 서로 따뜻하게 바라보는데서
씬46. 정우 집 앞 (아침)
나오는 해주. 세워져 있는 오토바이를 타려다가 멈칫 본다. 일각에 기출이 서서 보고 있다.
씬47. 바닷가 일각 (아침)
걸어오다가 멈추는 기출. 따라오다가 같이 서는 해주.
기출 무서운 얼굴로 다가오면, 해주 맞을 거 각오한 듯 눈 감는데, 그 앞에 꿇어앉는 기출.
해주/(놀라 앉으며) 아저씨! 왜 이러세요?
기출/15년이면 창희에 대해서 많이 알겠구나.
해주/왜 이러시냐구요? 일어나세요!
기출/그 아이, 젖먹일 때 창희 엄마가 아이를 버리고 갔다. 내가 너무 못 나서... 남의 집 종처럼 살았으니,
희망이 없었겠지. 그 후로 그 녀석 하나 보며 짐승처럼 살았다... 죽고 싶어도 못 죽고,
그 놈 하나 보며 살았다.
해주/아저씨...
기출/해주야... 내가 너한테 못한 짓 한 거 알고 있다. 너한테 지은 죄를 생각하면...
나는, 나는 찢어 죽여도 할 말이 없는 사람이야... 그렇지만 이왕 악마가 된 김에 한번만
부탁을 하자, 해주야... 니가 정말 창희를 좋아한다면 걔 장래를 위해서라도 제발 놓아 줘...
해주/(글썽해 보면)
기출/그 녀석은 인화하고 결혼을 해야 돼! 네가 놓아만 주면, 창희는 천지조선의 사위가 될 수 있단 말이다.
해주/인화는... 그런 생각 안 해요, 아저씨..
기출/아니야! 그렇게 만들 수 있다! 창희는 할 수 있어! 내가 이렇게 빌마! 제발! 제발!
창희를 놓아다오... 그 놈은 할 일이 많단 말이다..
하고 머리 조아리는 기출. 어쩔 줄 모르고 보는 해주 얼굴에서.
씬48. 창희 사무실 (아침)
창희, 조서 보고 있는데 E 핸드폰 문자음 소리. 핸드폰 들어보면‘ 검사장님’ 떠 있다.
문자 확인하면, ‘ 우린 안 될 거 같아. 미안해, 오빠...’ 가 쓰여 있다. 안색 변하는 창희.
핸드폰 걸어 보지만, 꺼져 있다는 안내 멘 트 나온다. 핸드폰 닫고 굳어지는 창희.
씬49. 도현 집무실 (아침) - 선 체 도현 바라보는 강산.
강산/프로펠러를요?
도현/그래. 우리가 만들 걸 달고 싶어.
강산/지금 트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겁니까?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도현/우리가 실패하면, 약정대로 롤스로이스 트러스터를 달겠네. 한번 기회를 줘 봐. 자네도 한국사람 아닌가?
우리나라 기술이 발전하면 좋잖아?
강산/이건 애국심의 문제가 아니죠. 약속의 문젭니다.
도현/자네도 편법을 사용하지 않았나? 듣자니까, 공식적으로 탈락한 직원 하나를 다시 채용했다면서?
나는 그거 눈 감아 줬네.
강산/(어이없는 듯) 이보세요. 회장님... 지금 여직원 한 사람 채용하고, 200억 짜리 프로펠러를 비교하시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도현/그래. 나는 말이 된다고 생각해. 똑똑한 자네가 규정 무시해 가며 남의 회사에 꽂아 넣을 정도면,
자네한테 가치 있는 여자 아닌가?
강산/(말 못하고 굳은 얼굴로 보는 데서)
씬50. 해양사업부 복도 (아침)
생각에 잠겨 걸어오는 강산. 일순 멈칫 본다. 일각의 벽에 기대 있는 해주.
핸드폰 든 체 눈물을 닦고 있다. 심호흡하는 해주에게 다가가는 강산.
강산/어이! 땜쟁이!
해주/(멈칫 보고 감정 수습하면)
강산/너 지금 뭐 하는 거야?
해주/(시선 피하며) 아무 일도 아냐.
강산/아무 일도 아닌 게 아닌 거 같은데?
해주 얼굴 돌려보는 강산. 해주 다시 눈물이 흐르고, 강산 얼굴 굳어지는데...
창희/(E) 해주야!
멈칫 보는 해주와 강산. 굳은 얼굴로 걸어오는 창희. 말없이 다가와 해주의 팔을 잡는다.
창희/따라 와! (하고 끌고 가려는데)
강산/(해주 다른 팔 잡으며) 이봐! 당신 뭐야?
해주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듯 노려보는 두 사람. 그들 모습에. (11부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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