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도 잘 부탁해 9
[지음]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살았던 생이 있었다
나처럼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아니
나를 믿어 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밤하늘을 보며 생각하곤 했다
[애잔한 피아노 연주]
[연주가 멈춘다]
[서하] 그 곡을
어떻게 알아요?
이 곡을 만든 사람이
나니까
[아련한 음악]
[지음] 누군가가 그리울 때 쳐 봐
기분이 한결 나아질 거야
라고 윤주원이 말했었죠?
반지음 씨가 그걸 어떻게…
[지음] 내가 윤주원이었으니까요
[당황한 숨소리]
알아요, 믿을 수 없다는 거
그래도 내가 윤주원이었던 건 사실이니까
위로해 주려는 건 알겠는데
그 말은 못 들은 걸로 할게요
그러니까 제발 돌아가 줘요
전무님
제가 하려는 얘기는
기적에 관한 이야기예요
[차분한 음악]
[지음] 과거에 있었던 윤주원이
지금도 있고
미래에도 있을 거라는 기적
'달과 마녀의 숲' 기억해요?
열두 살 윤주원이 가장 좋아하던 책이에요
[어린 서하] 뭐가 그렇게 재밌어?
[주원] '달과 마녀의 숲'
[어린 서하] 무슨 내용인데?
[주원] 죽지 않는 마녀가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그런 이야기야
[어린 서하] 왜 안 죽는데?
마녀도 그걸 몰라
그걸 몰라서 괴로워
왜 괴로워?
계속 살면 좋은 거 아니야?
[주원] 음…
꼭 그렇지만은 않아
[지음] 마녀는 죽지 않고 사는 게 아니었어요
그냥
다시 태어나도 전생을 기억할 뿐이죠
[서하] 전생?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겁니까?
곧 알게 되실 거예요
그 책 안에 들어 있어요
문서하 생일 선물로 윤주원이 줬던
보석함의 열쇠
[지음] 열쇠 찾아서 보석함을 확인하면
그때 이 쪽지를 봐 줄래요?
[비밀스러운 음악]
[탁 붙드는 소리]
순서 틀리면 안 돼요
보석함 먼저 열고
쪽지는 제일 나중에
아셨죠?
- [도어 록 작동음] - [풀벌레 울음]
[도어 록 작동음]
[지음] 기다릴게, 서하야
[한숨]
[문 열리는 소리]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이건 어떻게 열어?
열쇠는 숨겨 놨어
[어린 서하] 오, 놀이공원에?
그런 정성까지는 없거든?
대신 오늘 하루 말 잘 들으면 알려 줄게
[어린 서하] 이 누나는 매사에 이런 식이야
[달그락 놓는 소리]
[한숨]
[지음] 순서 틀리면 안 돼요
보석함 먼저 열고
쪽지는 제일 나중에
[차분한 음악]
[지음] 똑똑
어, 언니, 금방 왔네?
- 아직 안 끝났어? - [초원] 아, 끝났어
언니, 이쪽에 앉아
- 언니, 앉아 - [지음] 응
[초원의 한숨]
[초원] 무슨 일인데?
나 서하한테 고백했다?
내가 윤주원이라고
[놀란 소리]
진짜?
오빠가 믿어?
시간이 필요할 거야
끝까지 못 믿으면?
떠날지도 모르지
잘 이겨 내고 와 주길 바라지만
그것도 각오하고 있어
[초원] 근데 갑자기 왜? 숨기고 싶어 했잖아
서하한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생겼거든
반지음이 아니라 윤주원으로
나는 언니가 다시 돌아와서 너무 좋은데
근데 전생을 기억한다는 건 어떤 기분이야?
- [잔잔한 음악] - [지음] 음…
여러 번 태어나고 죽으면서
온갖 생을 살고 여러 사람들을 만났거든?
- [하인들의 힘주는 소리] - [아이가 울며] 엄마!
나 해월이예요, 엄마!
[한숨]
[지음] 그만큼 날 떠난 사람들도 늘어 갔고
[주원의 떨리는 숨소리]
[주원] 서하야
[지음] 나한테는 매일매일이
지난 생 아끼던 누군가의 생일이기도 하고
기일이기도 해 [옅은 웃음]
[안쓰러운 숨소리]
정말 그렇겠다
우리 언니 너무 힘들었겠다
[살짝 웃는다]
그것도 반복이 되면 무뎌지는 거 같아
어느 순간부터는
뭘 바라는 마음도 잃어버리고
'아, 이 생도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아, 나는 또 죽고 태어났구나'
싶어지더라고
[초원의 속상한 숨소리]
[지음] 근데 아쉬운 건 있었어
[초원] 응?
기쁜 기억도 슬픈 기억도
아무도 나눌 사람이 없다는 거?
다들 죽고 사라졌거나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니까
[지음] 근데 오늘은
내가 우리 동생 덕분에 힘받는다
[함께 웃는다]
울보
[초원이 목멘 소리로] 아니거든?
[요란한 자동차 경적]
- [차분한 음악] - [또각또각 울리는 발소리]
[반짝이는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반짝이는 효과음]
- [살랑이는 바람 소리] - [또각또각 울리는 발소리]
[몽환적인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반짝이는 효과음]
[반짝이는 효과음]
[또각또각 울리는 발소리]
[먹먹한 효과음]
[지음] 마녀는 죽지 않고 사는 게 아니었어요
그냥
다시 태어나도 전생을 기억할 뿐이죠
난 이번 생이 처음이 아니거든
[몽환적인 효과음]
[지음] 내가 윤주원이었으니까요
[서하] 반지음 씨
서하야
[자박자박 울리는 발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목멘 소리로] 미안해
- [먹먹한 효과음] - [주원] 서하야
- [무거운 효과음] - [굉음]
[젊은 상혁] 채무자 중에 트럭 기사 있습니까?
[무거운 효과음]
- [주원] 서하야 - [울리는 말소리]
- [삐 울리는 소리] - [어린 서하] 누나
[먹먹한 말소리]
[먹먹한 말소리]
[서하] 무슨 말이었을까?
[강조되는 효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한숨]
[연옥] 사람이 죽었고 현장에 문서하 전무가 있었어요
여기서 한 끗이라도 틀어지면 결국
그 사고 얘기까지 줄줄이 끌려 나오지 않겠어요?
그만할 때도 된 거 같은데
[연옥] 서하는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고
그 덕에
이상혁 이사는 꽤 불안해해요
그 오래된 죄책감에
'내가 그랬다, 서하야' 나설 수도 있고
이 정도면 우리 회장님 위기 상황 같은데
그럼 저한테는 기회죠
지금까지 그랬듯이
제가 잘 케어해 볼게요
[비밀스러운 음악]
회장님이랑 저
이쪽으로는 잘 통하잖아요
[한숨]
[놀란 숨소리]
- [강조되는 효과음] - [지음] 아, 깜짝이야
저게 왜 여기 있어?
[한숨 쉬며] 강민기 이 사람 진짜…
[의미심장한 효과음]
[긴장되는 효과음]
[덜그럭거리는 소리]
[한숨]
[스위치 조작음]
[날카로운 효과음]
[스위치 조작음]
내 방에 뭐 놓고 갔던데?
[민기] 아, 그거
'아, 그거'?
[지음] '아, 그거' 때문에 나는 심장이 내려앉았어요
잡아 봤어요?
[딸랑거리는 소리]
- [냉장고 문 여닫히는 소리] - [지음] 잡을 뻔했죠
[민기] 아니, 언제는 만지게 해 달라더니
[민기의 힘주는 소리]
안 궁금해요?
첫 번째 전생
[지음] 뭐, 궁금했었죠
근데 지금은 딱히?
[헛웃음]
아니, 뭐
그거보다 급한 게 있어요?
그거보다 소중한 게 있어요
거기에만 집중할 거예요
- 지금 나한테 첫 번째 전생은 - [조르르 따르는 소리]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지음] 하나도 안 중요해
[지음의 시원한 숨소리]
그렇구나
[지음] 자, 그럼 강민기 씨
굿 나잇
- [문 여닫히는 소리] - [출입문 종소리]
아무것도 아니구나
- [의미심장한 음악] - [의미심장한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타닥거리는 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딸랑거리는 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 [주원] 너 전생이 뭔지 알아? - [먹먹한 말소리]
난 이번 생이 처음이 아니거든
- [삐 울리는 소리] - [먹먹한 말소리]
[몽환적인 효과음]
[펄럭거리는 소리]
[여자의 흐느끼는 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어두운 음악]
- [몽환적인 효과음] - [비밀스러운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서하] '달과 마녀의 숲'
'달'…
[서하] 어릴 때 보던 책은 아마
위쪽에 있던 책들이랑 바꿨었지?
찾았다
[서하의 힘주는 소리]
- [잘그랑거리는 소리] - [의미심장한 효과음]
[의미심장한 음악]
[비밀스러운 효과음]
[서하의 놀란 숨소리]
[서하] 진짜 열쇠다
[지음] 그 책 안에 들어 있어요
문서하 생일 선물로 윤주원이 줬던 보석함의 열쇠
[문소리]
[가사 도우미] 오셨어요? 회장님 기다리고 계십니다
[상혁] 네, 2층에 계시나요?
[가사 도우미] 네, 이쪽으로
[상혁] 괜찮아요, 일 보세요
[다가오는 발소리]
서하야
[상혁의 옅은 웃음]
니가 본가에 다 오고 어쩐 일이야?
아버지 호출이니?
아니요
볼 게 좀 있어서
[상혁] 아, 어제 전화했는데 안 받길래
일이 바쁜 줄 알았지
[웃으며] 자식
아버지는 봤고?
같이 식사하자, 오랜만에 셋이서
출근해야 돼서요
그래
근데 표정이 안 좋은데
어디 아픈 거 아니지?
몸 상태 안 좋으면은 삼촌한테 바로바로 말해
[상혁] 니 엄마 옆에 있다 보니까
- [무거운 음악] - 나도 반의사가 다 됐으니까
[정훈] 왔으면 들어오지 않고 뭐 해?
[상혁] 아, 서하가 왔길래
같이 밥 먹자고 하려던 참이었어요
[어두운 음악]
두 분 저한테 하실 말씀 없으세요?
[정훈] 회사 일이냐?
아니겠죠
- 그럼 가 - [서하] 아버지
[상혁] 아니, 서, 서하야
가만히 계세요
[정훈] 나랑 얘기 좀 하지
[달그락 작업하는 소리]
[무거운 효과음]
[초원] 반지음 씨!
[지음의 웃음] 윤초원 씨
[놀라며] 준비 많이 했네요?
이거 하느라고 밤새웠나 보구나
[초원이 작게] 티 나?
- 쪼금 - [톡톡 치는 소리]
[웃음]
서하 오빠는?
아직
오늘은 출근도 안 했어
[옅은 웃음]
[초원] 받아들이는 게 쉽진 않을 거야
- 긴장돼? - [지음의 놀란 소리]
- [지음] 티 나? - [초원의 웃음]
- [초원] 조금 - [지음의 웃음]
[옅은 웃음]
[잘그랑거리는 소리]
[도윤의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도윤] 야, 하도진
야, 하도진
[도진이 취한 말투로] 어, 아, 어?
[한숨]
너 빼고 다 튄 거냐?
[도진] 어, 몰라
[도윤의 한숨]
[도윤] 일어나
[도윤의 힘주는 소리]
아, 정말, 씨
야, 빨리 일어나
야, 너 똑바로 안 서냐? 아이…
[도진] 몸이 의지대로 안 움직여 막 따로 놀아
아이씨, 덩치는 산만 해 가지고
- [취한 소리] - [도윤] 정신 차려라
[도윤의 한숨]
[유쾌한 음악]
정신 차려라, 도진아
[도진] 형, 근데 왜 이렇게 쪼끄매졌냐?
[도윤] 너 키우느라 등골 다 휘어서 그런다
- [도진] 형 - [익살스러운 음악]
- 나 아이스크림! 나 아이스크림! - [도윤] 야, 야
[도진] 아이스크림 사 줘
- [도윤] 야, 너 시끄러워, 야 - [도진] 아, 사 줘
[도윤] 사 줄 테니까 조용히 좀 해
- [도진] 아, 사 줘, 사 주세요 - [도윤] 야, 야
- 야, 이씨, 야, 이거 놔, 이거… - [도진] 아, 사 줘!
아, 사 줘!
[도윤] 안 놓으면 죽는다, 이거 놔
- [도진] 아, 사 줘, 사 줘, 사 줘 - [도윤] 야, 야
- [도진] 아, 사 주세요! - [도윤의 말소리]
- 아, 사 주세요, 사 달라고! - [도윤] 야
- [놀란 소리] - [도진] 아, 사 주세요
[아파하는 신음]
[도윤] 야, 이거 놓고 얘기해
- [도진] 아, 사 달라고! 사 주… - [초원] 그거 안 놔요? 야!
- [도진의 아파하는 신음] - 빨리 놔, 안 놔?
야, 놔! 안 놔?
- 놔 [힘주는 소리] - [도윤] 잠시만, 잠시만요
[도진의 아파하는 신음]
[초원] 괜찮아요? 아, 이 사람 뭐예요?
- 제 동생입니다 - [초원] 네?
[놀라며] 어머, 동, 동생이요?
어, 어떡해, 죄송해요
많이 아팠죠? 저는 취객인 줄 알고
[도윤] 아니요, 괜찮습니다
윤초원 씨 아니었으면 제가 때렸을 거예요
[만족스러운 소리]
- [리드미컬한 음악이 흐른다] - [도진의 웃음]
[도윤의 한숨]
[도진] 근데 누구세요?
아, 저는 하 비서님이랑 같이…
[도윤] 야, 일어나
[도진] 아, 몰라! 아, 갈 거면 업어 주든지!
[초원의 웃음]
아, 근데 하 비서님이랑은 정말 하나도 안 닮았네요
[초원] 눈매는 좀 닮았나?
[도윤] 근데 진짜 취객이었으면 어쩌려고 덤빕니까?
내가 뭐가 예쁘다고
미워지지 않는데 어떡해요
그거 콩깍지입니다
알아요
[도윤] 뭐, 근처에서 회식 있었다더니
많이 안 드셨나 봐요?
[초원] 오늘은 자제했어요
지금 저 걱정해 주시는 거예요?
[한숨]
윤초원 씨
우리 이제 이런 얘기 그만합시다
[잔잔한 음악]
하 비서님…
[도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전 윤초원 씨와 어떤 관계가 될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
좋아하시잖아요, 저
좋아한다고 다 사귀는 거 아닙니다
하지만 사과는 할게요
내가 여지 주는 행동을 해서
윤초원 씨 헷갈리게 했습니다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걱정하시는 거 뭔지 알아요
아는데, 극복할 수 있어요
[한숨]
내가 서하랑 같이 있으면
사람들이 누구 얘길 더 많이 하는지 알아요?
나예요
내 얘기 하면서 자기들 가진 거 누리는 거 확인하고 떠들고
[도윤] 사람 깔아뭉개면서 초라하게
이제 익숙해요, 그런 거
근데 익숙하다고 해서 괜찮은 거 아닙니다
버티는 거예요 내가 선택한 거니까
극복할 수 있다고 했죠?
알아요, 윤초원 씨 독립적이고 편견 없는 사람이란 거
근데 그럴 생각이 없어요, 난
그 생각조차 하기 싫을 만큼 마음에 여유가 없어요, 난
이럴까 봐 얘기하기 싫었습니다
윤초원 씨도 나도
상처만 될 거 같아서
[울먹이는 소리]
그러니
이제 정말 그만합시다
부탁입니다
[훌쩍인다]
[초원의 한숨]
[멀어지는 발소리]
[한숨]
[감성적인 음악]
[한숨]
[북적거리는 소리]
[주원] 서하 생일날 누나가 놀이공원 같이 가 줄까?
[어린 서하] 엄마도 데려왔어
[주원] 오늘 우리 셋이 재밌게 놀자
[어린 서하] 응
[주원] 가서 뭐부터 타고 싶어?
[어린 서하] 음…
회전목마?
누나는?
[주원] 음…
귀신의 집?
[웃음]
- [부글거리는 소리] - [계속되는 감성적인 음악]
[먹먹한 효과음]
[여자] 어?
[여자들의 놀란 소리]
[지음의 당황한 소리]
[먹먹한 효과음]
[지음] 음…
[전원 조작음]
오늘은 여기까지
굿 나잇, 문서하
[먹먹한 효과음]
- [지음] 서하야 - [울리는 말소리]
문서하
[먹먹한 효과음]
문서하
[삐 울리는 소리]
[옅은 한숨]
[새소리]
[달칵거리는 소리]
[잘그락 놓는 소리]
[달그락 놓는 소리]
[주원] 문서하 너는 내가 마녀라고 했지?
- 이건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녀 - [무거운 음악]
아니, '한 사람'에 관한 동화야
누나가 쓴 건가?
[주원] 모든 전생이
생생히 기억난 채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있어
[쏴 파도 소리]
[지음] 첫 번째 기억은 소리였어
파도 소리
- [휭 바람 소리] - 바람 소리
- [딸랑딸랑 울리는 소리] - 종소리
두 번째 기억은 엄마였어
좋은 향기, 부드러운 손길
- 포근한 품 - [몽환적인 효과음]
한 사람은 다시 태어나 기억 속 엄마를 찾아갔지만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어
그때 알았어
자신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존재라는 것을
어떤 생은 춤을 추고 노래를 만들었어
- [쏴 파도 소리] - [신비로운 효과음]
[총성]
어떤 생은 연인을 잃고
어떤 생은 아이를 잃었지
모든 걸 기억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 [차분한 음악] - 몇 번의 생이 지나갔어
[쏴 파도 소리]
스쳐 간 많은 인연들은 한 사람을 두려워했고
한 사람은 상처받는 것에 지쳤어
- [휭 바람 소리] - 다음 생
다음 생이 돌아올 때마다
[무거운 효과음]
마음속에 돌멩이가 하나씩 쌓이는 기분이 들었지
[서하] '다음 생'
- [무거운 효과음] - [떨리는 숨소리]
- [삐 울리는 소리] - 서하야
[어린 서하] 누나
- [주원] 다음 생에도 - [서하] '다음 생에도'
[주원] 다음 생에도
너를 기억하고 싶어
다시
만나러 올게
-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 [몽환적인 효과음]
[지음] 이 책의 주인공은 윤주원
지금은 반지음이에요
윤주원
반지음
[지음] 이 말을 믿는다면
보석함을 주던 날 결국 가지 못했던 그곳으로 와요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웃음]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직접 와서 확인해, 서하야
[차분한 음악]
-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 [휴대전화 조작음]
[직원1] 저분 어제도 있지 않았어?
[직원2] 그러게
누굴 기다리는 건가?
[지음] 열여덟 번째의 생이 시작되고
한 아이를 만났어
이상했어
- [도르르 구르는 소리] - [쏴 파도 소리]
아이와 있을 때면
- [툭 울리는 소리] - 쌓여 있던 돌멩이가
하나씩 덜어지는 기분이었어
특별할 것 없는 아이였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가벼워지는 걸까
[아이들의 장난치는 소리]
- 한 사람은 - [새소리]
전생의 기억들을 잠시 잊고
[몽환적인 효과음]
열두 살처럼 웃게 되었어
열여덟 번의 생을 기억하는 한 사람은
아이와 함께 웃을 수 있을까?
[한숨]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차 문 닫히는 소리]
[카메라 셔터음]
[잔잔한 음악]
[밝은 음악]
[반짝이는 효과음]
[어린 서하] 나 좋아해?
[주원이 피식 웃는다]
[주원] 음…
[작게] 그건 다음 니 생일날 대답해 줄게
[지음] 왜, 생일날 고백받으면 기억에 오래 남잖아요
- [잔잔한 음악] - 좋아해요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실 때
제가 옆에 있어 드릴게요
- 괜찮아요 - [울리는 말소리]
[새소리]
[주원] 내가 니 옆에 있어 줄게
이번 생은 그러려고 태어났거든요
제가 많이 이상한가요?
[지음] 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지음] 전무님 제 첫사랑이에요
고된 세월의 강을 넘고 넘어서 온
진심이라고요
[지음] 제가 하려는 얘기는
기적에 관한 이야기예요
과거에 있었던 윤주원이
지금도 있고
미래에도 있을 거라는 기적
왔어요?
[감성적인 음악]
[서하] 전화도 안 받으면서 여기 있으면 어떡해요
난 그것도 모르고…
귀신의 집으로 갔죠?
[지음의 웃음]
문서하가 타고 싶은 건 이건데 여기로 와야죠
[서하] 쪽지 안 봤으면 어쩌려고 여기서 기다려요
[지음] 음…
오늘이 아니면 내일
내일이 아니면 그다음 날 계속계속 기다리면 되죠
쪽지 버렸을 수도 있잖아요
안 버렸잖아요
[목멘 소리로] 진짜 누나야?
다시 만나고 싶었어
매번 죽을 때마다 같은 기도를 했었거든?
다음 생에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게 해 달라고
[지음] 근데 그때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
미안해
[서하가 흐느끼며] 미안해
미안해, 나 때문에
울지 마
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서하야
[지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어
윤주원과 반지음은
문서하가 아주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응?
[살짝 웃는다]
[어린 서하가 엉엉 운다]
[차분한 음악]
[한숨]
[한나] 서하랑 주원이
생각보다 마음이 깊은 거 같아
[민기의 한숨]
이대로면
결국 문서하도 문제가 생겨
[비밀스러운 음악]
[민기] 알잖아
우리가 평범해져야 문제가 끝나
더 늦기 전에 알게 해야지
각자 할 수 있는 걸 하자
아직 기회 있을 때
[부드러운 음악]
[서하] 근데
이젠 뭐라고 부르죠?
[지음] 난 계속 전무님이라고 부를 건데?
[서하] 그러면서 지금도 반말하는데?
[지음] 그랬네 [웃음]
[서하] 지금도
우리 그냥 나오는 대로 하자 정하지 말고, 응?
[서하] 그래, 좋아
[지음이 감탄하며] 이쁘다
말하기 무서웠어
널 다시 못 볼까 봐
니가 그랬잖아
윤주원이 다시 나타나면 다신 안 볼 거라고
나랑 있다가 불행해졌으니까
불안했어
지금도?
[지음의 쓰읍 들이켜는 소리]
[지음] 괜찮아
난 과거에도 있고 현재에도 있고
미래에도 있을 사람이니까, 응?
[부드러운 효과음]
[지음이 살짝 웃는다]
[새소리]
[도진] 음
아이고, 또 된장찌개를 언제 끓이셨디야
하여간 우리 형 참 참해
잘 먹겠습니당
[도진의 놀란 탄성]
형, 괜찮아?
왜, 싱거워?
[도진] 짜!
아니, 형, 미각이 사라지고 막 그런 건 아니지?
그러네
[도윤] 기다려, 다시 끓여 줄게
[가스레인지 조작음]
[보글보글 끓는 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여보세요
[지석] 야, 넌 전화를 왜 이렇게 안 받냐?
왜 또?
[지석] 너 이번 모임에 올 거지?
너 자꾸 뺀다고 애들이 서운해하더라
아, 나 일이 좀 있어서
[지석] 가희 청첩장 돌린단다 꼭 와
아, 청첩장?
[밝은 음악]
[지음] 애경아, 출근한다
[애경] 삼촌, 출근하기 전에 이리 좀 와 보쇼
왜?
[애경] 언능 와 보쇼
짠!
[지음] 어머, 이게 뭐야?
아니, 지난번에 나 옷 사 준 거 좋아 갖고
나도 한 벌 사 와 봤어
아, 니 거?
니 거
- 내 거? [놀란 숨소리] - [애경] 응!
김애경
서하랑도 잘된 거 맞제?
[애경] 겸사겸사 축하할라고 내가 하나 샀어
[애경의 웃음]
- 그럼 한번 볼까? - [애경] 응
[지음이 놀라며] 색깔 곱다
그려? 언능 입어 봐
[지음이 놀라며] 어머, 부들부들해
[애경] 아따
- [지음] 입어 볼까? - [애경] 응, 입어 보쇼
자 [힘주는 소리]
[놀란 숨소리]
아따, 마네킹보다 이쁘네 [웃음]
이거 입고 앞으로 좋은 일만 생길 거여
[지음] 응, 이거 입고 꽃길만 걸어야지
- [부드러운 음악] - 서하랑 초원이랑
우리 애경이랑
아이고
- 상상만 해도 좋네 [웃음] - [지음의 웃음]
- 고마워, 애경아 - [탁탁 토닥이는 소리]
- [휴대전화 진동음] - [지음] 잠깐만
[밝은 음악]
네, 아줌마
콜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흐른다]
[연옥의 한숨]
[연옥] 아휴
땀 흘렸더니 목마르네 시원한 걸로
[흥미진진한 음악]
[연옥의 힘주는 소리]
오늘은 또 왜?
멀쩡한 사람 살인자 만들더니
무슨 헛소리를 또 하시게?
고소당하면 변호사비는 있니?
시원한 거 한잔 줄 테니까 마시고 빨리 가
같은 걸로
[지음] 장연옥
우리 언니 참 많이 늙었다
'언니'?
미쳤구나
내 과외 선생일 때는 참 파릇파릇했었는데
[지음] 좋았니, 내 남편이랑?
내 호텔은?
마음에 들고?
오빠 따라온 언니
처음 봤을 땐 참 빛나고 총기가 넘쳤었는데
[연옥의 놀란 숨소리]
이왕 뺏은 거 좀 잘하지 그랬어, 응?
아니, 우리 언니 꼴이 이게 뭐야?
- [익살스러운 음악] - 내 남편 옆자리도 회사도
- 제대로 쥔 것도 하나 없이, 응? - [연옥의 분한 숨소리]
뭐 하는 짓이야!
[연옥의 당황한 소리]
적어도 내 아들 가지고 협박질은 하면 안 되는 거잖아
[탁 붙드는 소리]
언니도 엄마면서
[연옥] 너 누구야?
이렇게 전해 달래요, 이상아 씨가
[피식 웃는다]
[지음] 대표님 때문에 열받아서 구천을 떠돌다가
떠날 타이밍을 놓치셨다나
지금까지 쭉 지켜보고 계셨대요
지금도 보고 계실 텐데?
[연옥의 놀란 숨소리]
[픽 웃는다]
대표님
전무님께 진심으로 사과하세요
그러면 제가 이상아 씨 설득해 볼게요
안 그러면요, 앞으로 쭉
대표님 옆에 붙어 계신댔어요
네?
[지음의 안타까운 소리]
가엾어라
[문 여닫히는 소리]
[거친 숨소리]
[문소리]
[강조되는 효과음]
[함께 웃는다]
이 정도로 후련하시겠어요?
쫌?
- 나머진 서하가 알아서 하겠지 - [차분하고 몽환적인 음악]
그렇겠죠
그럼 난 이제 가 봐야 되겠다
연락할게요, 아줌마
아니, 바쁠 거야
아주 중요하게 할 일이 있거든
[살짝 웃는다]
[한나] 주원아
난 너가 혼자서 잘 건너갔으면 좋겠어
여기서 저기로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한나] 우리 같은 사람들
전생의 인연들이랑 잘 지낸 게 행운이지, 근데
사실 새로 태어났으면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야 되는 거잖아
알게 될 거야
그때 되면 현명한 판단을 할 거라고 믿어
[휴대전화 진동음]
[헛기침]
[휴대전화 진동음]
[민기] 여기예요? 전에 말한 그 연못과 불꽃?
[키보드 조작음]
[지음의 옅은 한숨]
진짜 있네?
[마우스 조작음]
[옅은 탄성]
- [문 여닫히는 소리] - 내가 여길 왜 몰랐지?
[도윤] 일찍 나오셨네요
왜 혼자예요? 전무님은요?
[도윤] 본가 회장님께 들렀다가 올 겁니다
- 아… - [차분한 음악]
[다가오는 발소리]
서하야
여기 계셨네요?
안 그래도 찾아가려고 했었는데
[서하] 아버지는요?
아…
아버지 아침에 일찍 회의 있으시다고
나가셨어
[서하] 이유가 뭐였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어요
당신이 날 죽이려고 했던 이유
[무거운 음악]
믿을지 모르겠지만, 서하야
절대 널 죽이려고 했던 거 아니야 실수였어
[상혁] 그날 니가 그 차에 타고 있을 줄 정말 몰랐어
[서하] 그럼
아버지를 죽이려고…
도대체 왜요?
[한숨]
내가 미쳤었어
무슨 말이에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
연옥이가
니 아버지 옆에 가까이 있는 게 너무 싫었어
[떨리는 숨소리]
[상혁] 니 엄마가 죽든 말든
회사만 중요한 니 아버지도 너무 미웠고
그런 니 아버지를 잡고 싶어서
따라다니는 장연옥도 볼 수가 없었어
하지만 절대 죽이려고 했던 건 아니야, 서하야
믿어 줘
실수였고
사고였어
[기막힌 숨소리]
24년 전 교통사고
[서하] 그리고 원조캐피탈 방 사장 사건
다 자수하세요
[고조되는 음악]
시간 오래 못 드려요
움직이지 않으시면
내가 움직여요
[뉴스 속 앵커] MI 그룹 이상혁 이사가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이후 드러난 과거 범죄 행각의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상혁 이사는 1998년
- [무거운 음악] - 원조캐피탈 대표 방 씨를 사주해
문 회장 일가 소유 차량 중 한 대에 뺑소니를 지시했으며
이 사고로 인해 문 회장의 외아들이자
이상혁 이사의 조카인
현 MI 호텔 문서하 전무가 부상을 입었고
동승했던 열두 살 윤 모 양과
기사 하 모 씨가 사망했습니다
또한 얼마 전 발견된 하산리 변사체 또한
이 이사가 과거 자신의 행각이 드러날 것을 우려
은폐하기 위해 범행을 사주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했습니다
아직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 MI 그룹은 사건에 대해 - [한숨]
일절 함구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이로써 국내 굴지 기업 MI는
기업 이미지의 심각한 손상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 [탁 놓는 소리] - [한숨]
[통화 연결음]
[서하] 또 내 걱정 돼서 전화했구나
[쓰읍 들이켜며] 아닌데 내가 왜요?
[지음] 운동화 끈 꽉 매고 끝까지 완주한 사람한테
기다리는 거예요, 안아 주려고
'고생했다, 문서하'
'고맙다, 문서하', 이렇게
응? 여보세요? 전무님?
[작게] 서하야?
[서하] 난 괜찮으니까 신경 안 써도 돼요
[부드러운 음악]
사무실에서 봐요
[지음의 생각하는 소리]
목소리가 좀 가라앉은 거 같기도 하고
많이 웃겨 줘야겠네, 문서하
[서하] 어떻게 웃겨 줄 건데요?
[놀란 숨소리]
깜짝이야 [웃음]
이번에도 손잡고 튀려나?
[지음] 아니요
[탁 발 구르는 소리]
- [흥미로운 음악] - [서하] 우아
전생에 플라멩코 댄서였어요
아, 그게 다른 전생이었구나
원래 사람은 누구나 전생이 있어요
기억을 못 할 뿐이지
전무님도 있어요, 전생
반지음 씨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봤으니까
내 전생을?
[서하] 에이, 말도 안 돼
지금 나 웃기려고 하는 거죠?
[지음] 확인해 볼래요?
안 그래도 갈 데 있었는데 같이 갈까요?
1박 2일로?
그래요
[의미심장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지음] 저기인 거 같아요
[서하] 이야, 그러니까
내가 지금 반지음 씨 천 년 전 전생 스팟을 보고 있는 거예요?
[지음] 저도 최근에 알았어요
첫 번째 생의 기억은 조각이라 아는 게 없거든요
가끔 꿈에서 본 이미지가 전부고
[서하] 어떤 건지 물어봐도 돼요?
흩날리는 불꽃 속으로
걸어오던 남자?
남자?
어떤 남자?
[지음] 어?
지금 혹시 천 년 전 남자한테 질투?
[당황한 숨소리]
[서하] 아닌데요? 아, 그냥
- 누군지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 [지음의 웃음]
몰라요, 나도 아직
그래도 기억에 남은 걸 보면
보통 인연은 아닐 거예요
[쓰읍 들이켜는 소리]
뭐, 유치하게 천 년의 사랑 그런 건 아니죠?
'천 년의 사랑', 너무 좋은데?
[지음] 어떤 남자인지 진짜 만나게 되면
엄청 반가워해 줘야지
[서하] 에이
- [딸랑딸랑 울리는 소리] - [의미심장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긴장되는 효과음]
[한숨]
[어두운 음악]
[긴장되는 효과음]
- [쨍그랑] - [사람들의 놀란 소리]
[놀란 숨소리]
[카메라 셔터음]
- [카메라 셔터음] - [의미심장한 음악]
[지음] 어?
여기쯤이었던 거 같은데
- [무거운 음악] - [날카로운 효과음]
[몽환적인 효과음]
- [타닥거리는 소리] - [딸랑딸랑 울리는 무령 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 [강조되는 효과음] - [딸랑딸랑 울리는 무령 소리]
[째깍거리는 효과음]
[몽환적인 효과음]
[탁 꽂히는 소리]
[딸랑딸랑 울리는 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무거운 효과음]
[고조되는 음악]
- [의미심장한 효과음] - [딸랑딸랑 울리는 무령 소리]
- [탁 꽂히는 소리] - [지음의 놀란 숨소리]
[무거운 효과음]
[몽환적인 효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무거운 효과음]
[감성적인 음악]
[서하] 내가 너보다 오빠거든?
[지음] 천 년 전의 그 남자가 진짜 너이려나?
[서하] 아, 여기서 진짜 제 전생을 알 수 있다고요?
[지음] 자, 이제 전무님 전생 보러 갈까요?
[도윤] 싫더라고, 문득
[초원] 하 비서님
거기 있는 내가
[연옥] 난 니 엄마 밟은 적 없다
[서하] 탐나서 훔치신 거 아닐까요?
비겁하게 아픈 사람을 두고
[민기] 당신이 엮은 전생의 인연들
결국 그 사람들도
김애경 씨와 다르지 않을 거예요
[지음] 당신은 대체 뭐야?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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