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hdal Chronicles 8
너야?
그럼...
그럼...
[사야가 킥 웃는다]
[긴장되는 효과음]
누구겠어요?
[긴장되는 음악]
(사야) 이제 아버진
그 아사씨 여자랑 혼인할 테니
[나뭇조각을 탁 내려놓는다]
태알하 님도 잃으셨네요
[태알하의 분한 숨소리]
그리도 바랐던 사람을
(하림) 단벽 님이 쓰러지시다니!
(스천) 말 그대로예요, 얼른 가셔야 돼요!
그래도 태알하 님은 저보다 나아요
다음을 노려볼 수 있잖아요
우리 새나래는 다시 볼 수도 없는데
미안하다고 했잖아
나도 후회한다고 했잖아! [물건들이 우당탕 떨어진다]
네, 미안해요
(사야) 저도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겠죠
[거친 숨소리]
[사야의 찌뿌둥한 신음]
생각보다 허무하다
되게 후련할 줄 알았는데
근데
태알하 님에 대한 마음은 깨끗해졌어요
정말이에요, 이제 다른 마음은 없어요
우리 다시 잘해 봐요
이제 제가 필요하실 거예요
[어이없는 숨소리]
[태알하의 분한 숨소리]
(태알하) 네가 필요할 거라고?
내가 뭘 원하는지
내가 뭘 두려워하는지 알아?
어느 정도는요
그럼 이제부터 어머니라고 불러
[사야가 킥 웃는다]
[어두운 음악]
[헛웃음]
우리가 몇 살 차이 난다고
[웃음]
몇 살 차이도 안 나는 내가
그 어린 나이에 널 받았고
목숨 걸고 키웠어
그 정도면 자격 있지
(사야) 음...
예, 그렇네요
그럴게요
어머니
[긴장되는 효과음] [태알하의 손목을 탁 잡는다]
[태알하의 힘주는 숨소리]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어머니는 날 이해하잖아요
[긴장되는 음악]
자길 키워 준 사람한테 복수
(사야) 그 어린 나이에 여마리 짓 하느라
아버지 같은 사내와 살을 섞고
[기가 찬 숨소리]
자길 키워 준 아버지는
마음에 품은 사내를 죽이라는 명을 내리고
오늘은 복수의 날이네요
난 이렇게 이미 했고 이제
어머니 차례니까
[태알하의 분한 숨소리]
가서 복수하세요
[긴장되는 효과음]
어머니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태알하의 거친 숨소리]
(미홀) 이 한심한 것
[태알하의 떨리는 숨소리] 정말 타곤을 바라기라도 한 거야?
(태알하) 그래
이제 내 차례지
[어두운 음악]
독이야?
알 수가 없습니다
(하림) 독이든 병이든
연맹인들은 이소드녕의 신벌로 여깁니다
이실로브 세그마
(채은) 신벌이 내려진 경우
장례를 치를 수 없습니다
(하림) 제가 외롭지 않게 이소드녕께 바치겠습니다
그래
[문이 삐거덕 닫힌다]
(무백) 정말 살릴 수 없는 겁니까?
(하림) 이미 시체에 가까워요
애는 써 보겠지만...
어쨌든 단벽 님을 아스달 밖으로 빼내야 합니다
[하림의 한숨]
여기선 무조건 죽습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타곤) 단벽, 분명 아사론 그놈 짓일 테지
뱀 같은 놈
신벌?
아사론, 어떻게든 영능을 지켜 내는구나
미홀을 풀어 줘
- 예 - (타곤) 그리고
[의미심장한 음악]
(타곤) 이건 미홀에게
이건 태알하에게
(박량풍) 예, 알겠습니다
(타곤) 소당, 편미
너희 둘은 단벽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진다
이제부터 위병단은 길선, 네가 맡는다
(길선) 예!
(타곤) 위병단은 이 모든 일에 책임이 있다
각별히 자중하라
알겠는가!
(함께) 예!
(미홀) 나가라고?
(박량풍) 예, 석방입니다
어째서?
단벽 님이 죽었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한숨]
[한숨] (타곤) 올라가선 안 되는 곳까지 올라가면
떨어지는 법이고
[헛기침]
해서는 안 되는 일까지 하게 되면 후회가 남는 법입니다
(남자1) [작은 소리로] 어떻게 된 거야?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긴장되는 음악]
수고 많으셨어요
(태알하)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그런 꾀를 누가 냈겠어요?
아버지께선 모든 경우를 대비해
우리 해족의 살길을 준비하셨답니다
산웅이 이긴다면 아버지께서
타곤이 이긴다면 저 태알하가
이렇게 해족의 어라하를 맡는 것이지요
부족하지만 해 보겠습니다
아버지께선 이제 푹 쉬시면서
청동관을 잘 맡아 주세요
(투악) 언니
내가 새 어라하님을 잘 모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
조언 좀 해 봐
매혼제라고 했던가, 그거?
그거 먹일 때
숟갈로 입을 확 찢는 게 나아
아니면 나뭇가지로 찢는 게 나아?
[긴장되는 음악]
[헛웃음]
[사람들의 놀란 탄성]
[여비와 투악의 떨리는 숨소리]
(흘립) [낮은 소리로] 뭐 하는 짓들이야?
어르신들 얘기 중이신데
[투악의 분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미홀) 널 여마리로 키운 건 나 살자고 한 일이 아니었다
우리 가문...
(태알하) 그 어린애를 여마리로 써야지 살아남을 가문이면
그냥 멸문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산웅을 죽인 건 분명 타곤일 게야
당연하죠 내가 평생을 얼마나 부추겼는데!
[어두운 음악]
내 옷을 만들어 주라고 하신 날
기억하세요?
(태알하) 여비한테 그러셨죠
세상에서 제일 예쁜 옷을 나한테 만들어 주라고
[헛웃음]
그날부터 난 여비 옆에 딱 붙어 있었어요
천을 고를 때도
옷감을 자를 때도
바느질을 할 때도
너무 예뻐서
너무 설레서
한 순간, 한 순간이 다
너무 좋아서요
그걸 입혀 주는 사람도
벗기는 사람도
산웅인 줄은 모르고
[한숨]
그거 때문에 아비를 버리고 타곤을 택했니?
타곤은 결국 연맹을 깰 거야 왕이 될 거라고
(태알하) 예, 그리되겠죠
그리고 그 왕을 갖고 있는 건 나 태알하고요
[긴장되는 음악]
어차피 연맹은 깨져요
아스달은 이미 연맹이란 그릇에 담기기엔 너무 커졌으니까
너...
[한숨]
그럼 우리 해족은?
해족이란 울타리를 고집하면 해족은 작아질 뿐이에요
(태알하) 이제 부족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요
더 큰 하나
그 하나의 꼭대기가 될 거예요 나와 타곤이!
혼인은?
[헛웃음]
(미홀) 타곤이 혼인을 너와 하겠다니?
아니겠지, 아사씨하고 하겠지
(태알하) 당연히 지금은 그래야죠
내가 그러라고 했어요 그래야 연맹장이 되니까
(미홀) 그리고 버림받게 될 거야
버려도 내가 먼저 버려요
아버지도 먼저 버린 저예요
이젠 내가 있을 곳과 내가 갈 길
(태알하) 좋아할 사람과 버릴 사람 모두
아버지 당신이 아니라 내가 정해요
왕이 될 사람까지
내가 정한 타곤을 내가 왕으로 만들 거야!
[차분한 음악] [산새 울음]
(길선) 나가셔야 합니다
[가짜 은섬의 신음] [대칸 전사들이 소란스럽다]
[어두운 음악] (기토하) 야, 잡아 봐, 이거
벌려 봐, 벌려 봐!
[가짜 은섬의 비명]
[기토하의 힘주는 신음]
아, 혀 뽑기 더럽게 힘드네, 씨...
[가짜 은섬의 신음]
(아사욘) 연맹을 세우신 아라문께서 내리는 지혜이다
용기이다
의지이다
[북이 둥둥 울린다]
[장엄한 음악]
[웅장한 음악] [사람들이 열광한다]
(함께) 타곤!
타곤! 타곤!
(남자2) 연맹장 타곤!
- (남자3) 타곤! - (여자1) 연맹장 타곤!
[사람들이 '타곤'을 외친다] (여자2) 연맹장 타곤!
[사람들이 저마다 소리친다] (사람들) 타곤! 타곤!
타곤!
타곤!
타곤!
타곤!
타곤!
(기토하) 문을 열어라!
(남자4) 와한족을 죽여라!
(남자5) 저놈이 산웅 니르하를 죽였다!
[사람들이 저마다 소리친다]
(남자5) 산웅 니르하를 죽인 놈이다!
(남자4) 와한족을 죽여라!
[사람들이 저마다 소리친다]
(남자5) 산웅 니르하를 죽인 놈이다!
(여자3) 저놈이 산웅 니르하를 죽였다! 와한족을 죽여라!
[사람들이 계속 소리친다]
[가짜 은섬의 신음]
(남자6) 죽여라! 저놈이 산웅 니르하를 죽였다!
와한족을 죽여라!
[가짜 은섬의 비명] [조용해진다]
[어두운 음악]
[가짜 은섬이 끓는 물에 풍덩 빠진다] [사람들의 환호]
산웅 니르하의 원수를 갚았다!
(무광) 이소드녕이 원수를 삼켰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사람들) 타곤! 타곤!
타곤! 타곤!
[사람들이 열광한다]
[사람들이 열광한다]
(기토하) 원수를 갚았다!
[사람들이 계속 열광한다]
- (남자7) 연맹장 타곤! - (남자8) 연맹장 타곤!
(무광) 타곤!
(투악) 연맹장 타곤!
[사람들이 계속 열광한다]
(여자4) 연맹장 타곤!
- (남자7) 연맹장 타곤! - (남자8) 연맹장 타곤!
(아사론) 8방 12원?
200년 전 아라문께서
연맹을 만드실 때 있던 체계를 부활시킨다?
예
그럼 그 8방 12원의 좌솔은 누가 맡아 하고?
(타곤) 각 부족의 어라하들을
아스달로 불러들여 맡기려 합니다
어라하들이라...
[살짝 웃는다]
딴생각을 못 하게 하려는 게로군
연맹장 좋을 대로 하시오
[헛기침]
고맙습니다, 니르하
[새가 지저귄다]
(타곤) 방과 솔
(다와) 아라문께서 연맹을 세우실 때 만들었다던
그걸 말하는 겁니까?
(나린) 어떤 일을 가장 잘하는 자를 솔이라 했고
그가 맡은 무리를 방이라 했었지요
[함께 웃는다]
[어라하1의 탄성]
새녘족의 새 어라하께서
(타곤) 어린 나이에도 아주 잘 알고 계십니다
(나린) 어라아지에서 어라하의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거론치 마시길, 니르하
[어라하들의 웃음]
예, 제가 실수했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어라하들의 웃음]
예, 그것을 다시 만들려 합니다
(타곤) 연맹의 일을 살피기 위해
여덟 개의 방과 그 방을 돕는 열두 개의 원이 필요합니다
하니 여기 계신 어라하들께선 아스달로 올라오시어
방과 원의 좌솔과 입솔을 맡아 주십시오
[밝은 음악] [어라하들의 웃음]
[어라하들이 저마다 말한다]
(태알하) 역시 산웅을 닮았어
거짓 꾸밈 하나는 오달지다니까?
(초발) 호피족의 어라하 초발 연맹장의 뜻을 따르겠소!
(다와) 까치놀족 어라하 다와 맡겨만 주십시오!
(흑갈) 가라말족 흑갈, 맡겨만 주십시오!
[저마다 말한다]
(쿵퉁) 저 또한 동참합니다, 바토족의 쿵퉁
해족의 어라하 태알하 함께하겠습니다
(나린) 새녘족의 어라하 나린 연맹장 뜻을 따르겠습니다
흰산의 어라하 아사론
이는 신의 뜻에 어긋남이 없음을
연맹장께 이미 알려 드렸소
[어라하들의 웃음]
(타곤) 그럼 필경장 대대는 맡으실 일을 말씀 올리거라
(대대) 예
먼저 교역방입니다
좌솔은 바토족의 어라하 쿵퉁 님
[어라하들의 탄성과 웃음]
[어라하들이 축하 인사를 한다]
(쿵퉁)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쿵퉁의 웃음]
(대대) 다음은 궁리방입니다
궁리방 좌솔에 해족의 어라하 태알하 님
[어라하들의 탄성과 웃음]
(어라하1) 축하드립니다
[어라하들이 축하 인사를 한다] 마음을 다하겠습니다
(대대) 다음으로 제사방 좌솔에
흰산의 어라하 아사론 님 [긴장되는 음악]
[어라하들이 술렁인다]
[어라하들이 축하 인사를 한다] - (어라하2) 축하드립니다 - (어라하3) 아사론 님, 축하드립니다
(어라하3) 역시 흰산의 주인이십니다
[어라하들의 웃음] - (어라하3) 아사론 님 - (어라하2) 축하드립니다
[어라하들이 저마다 축하한다]
(아사욘) 아사론 니르하를
뭐? 좌솔?
(대대) 하시던 일을 하는 것이고 이름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아사욘의 성난 숨소리] 아니지, 연맹장 밑에 둔 것이지!
(아사론) 이놈 타곤!
이놈!
(태알하) 어라하들 말이야
[새가 지저귄다]
(태알하) 자기네가 앞으로 뭐가 될지도 모르고 아주 좋아 죽더라?
문제는 아사론이지
어차피 판은 못 깨
(태알하) 참, 새녘족 새 어라하가 아주 당돌하더라?
(타곤) 단벽이 딸을 잘 키웠어
아직 애인데 잘 달래 줘야지
네 애는?
(태알하) 사야
안 볼 거야?
[투악의 들뜬 웃음]
(투악) 어때요? 별로인가? 별로인가?
그러면 이건 이거하고...
이제 타곤 님이 사야 님 딱 데리고 가서
'내 아들이다, 짠!'
[투악과 사야의 웃음]
신나죠? 신나죠?
야!
야, 이게 진짜...
너 진짜!
오셨어요? [투악의 멋쩍은 웃음]
나가, 나가, 나가
[문이 탁 닫힌다]
이제 어른이 됐구나
예
어른이죠
(타곤) 해족 필경관의 책을 다 읽었다지?
(사야) 그것 말곤 달리 할 게...
그날은 제 실수예요
그곳에 모르는 사람이 처음 들어와서...
[차분한 음악]
벗어 봐
[책을 툭 내려놓는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타곤) 껍질이 다 떨어졌구나
이젠 돌아다녀도 되겠다
하나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거라
(사야) 걱정 마세요, 아버지
근데 아버지
그렇게 훌륭하게 아라문이 되셨는데
왜 더 밀어붙이지 않으셨어요?
200년 전 아라문 해슬라가 신이 된 건 아사씨가 인정했기 때문이에요
아버지도 그때 밀어붙였어야
아사씨도 마지못해 인정을...
(타곤) 그게 아니어도 연맹장에 올랐다
(사야) 연맹장은 왕이 아니잖아요
왕이 되시려는 거잖아요 [어두운 음악]
아스달 사람들은 아사씨를 무서워해요 아버지는 좋아하고요
그러면 왕이 되지 못해요
왕은 재난 같은 지도자여야 해요
재앙을 만난 거 같은 공포를 줘야 해요
근데?
(사야) 아버지는 너무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해요
아사씨의 피가 떨어지면 재앙이 닥친다
그게 신성이죠
아버지도 그렇게 하셔야 돼요
내가 왜 그래야 하지?
[힘주는 신음]
(사야) 이그트는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잖아요
[나뭇조각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왕이 되시고 전 물려받고
우리가 그렇게 신이 되어서
이 세상에 당당히 이 보라색 피를...
(타곤) 당당히 뭘?
[긴장되는 음악]
지금 보니 너야말로 공포에 대해 모르는구나
이그트에 대해 배운 게 없어
어렸을 때 동무 한 놈이 내 피를 봤다
나도 일곱 살이었고 그 아이도 일곱 살
그 아이에겐 열한 살짜리 누나가 있었고
열세 살짜리 형이 있었다
그 애 아버지도 있었고 어머니
그리고 삼촌도 함께 살았지
아, 할머니도 한 분 계셨어
근데 아버지가 그 사람들을 모두 몰살했다
그다음부턴 들키면 내가 죽였어
내가 거기서 그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그다음 날은
그 사람이 하루 동안 만난 모든 사람을 죽여야 하니까
그게 이 아스달에서의 이그트야
근데 뭐?
전장에 가면 너같이 공포에 무지한 전사들이 간혹 있다
친해져 본 적이 없어, 왜?
너무 빨리 죽으니까
[돌들을 탁 집는다]
공포를 배워라
못 배우면
결국 내가 가르치게 돼
내 아버지처럼
아버지는 이그트인 게...
이그트인 게!
[사야의 거친 숨소리]
아니, 아니에요
(사야) 명심하겠습니다
[어두운 음악]
[떨리는 숨소리] [문이 탁 닫힌다]
[긴장되는 효과음]
(사야) 아버지는 이그트인 게...
이그트인 게!
(타곤) 부끄럽냐고? [타곤의 한숨]
이그트인 게 부끄럽냐고?
[울먹인다]
[팔을 쓱 벤다] [아파하는 신음]
[흐느낀다]
[어린 타곤의 울음]
(타곤) 아니, 혐오했지
혐오해
[문이 탁 닫힌다]
(태알하) 어때?
좀 적응돼?
살아야 하니까요
무슨 일이든 다 할 거예요
죽는 게 무섭긴 한가 보네?
살아야 할 까닭이 있는 사람한텐
(탄야) 어떻게 사는지, 어떤 고통을 겪는지
그런 건 아무래도 괜찮으니까
뭐?
[태알하의 웃음]
(태알하) 넌 오늘부터
사야의 모든 걸 감시해서 나한테 말해
[의미심장한 음악]
당연히 비밀
사야는 물론
타곤이나 그 누구에게도 얘기해선 안 돼, 알았어?
그럴게요
(태알하) 만약 허튼짓했다
그럼 네 아비부터 죽일 거야
[탄야의 떨리는 숨소리]
우리 아버지?
우리 아버지 어디 있어요?
불의 성채
우리 노예가 될 거야
그러니까 내 말 잘 들어야겠지?
네
네
(탄야) 아버지...
[와한족들의 겁먹은 신음] (대칸 전사) 나와!
[와한족들의 비명] (검불) 터대야
[와한족들이 흐느낀다] [와한족들의 힘겨운 신음]
(터대) 은섬일...
은섬이를 어떻게 끓는 물에...
그렇게 처참하게...
(아가지) 사람도 아니야, 여기 사람들은
(뭉태) 다들 울지 마요
이까짓 게 뭐라고 울고 앉았어?
이씨, 야, 뭉태
너 왜 말을 그렇게 해?
은섬이가 뭐라고
(뭉태) 우린 안 처참해?
달새랑 북쇠 걔들 우리 버리고 그냥 갔어
- 그거야... - (뭉태) 내가
(뭉태) 내가 제일 억울한 게 뭔지 알아?
내가 먼저 못 한 거야
달새, 북쇠가 먼저 날 저버린 게, 그게
그게 정말 분하다고
- 뭉태야 - (터대) 야...
[무광이 손뼉을 딱 친다]
[와한족들의 겁먹은 숨소리]
(무광) 이놈 [둔지의 놀란 신음]
이놈, 이 둘은 궁석공방 [아가지의 놀란 신음]
이놈 [뭉태의 떨리는 신음]
이놈, 이 둘은 돌담불
나머지는 바치두레에 전부 넘긴다!
우리 말 하는 놈들이니까 값들 제대로 받아!
(대칸 전사들) 예!
(아가지) [흐느끼며] 아버지
[와한족들이 울부짖는다]
[소란스럽다]
- (검불) 아버지, 아버지! - (뭉태) 아버지!
[와한족들이 소란스럽다] [어두운 음악]
그럼 저는 어디로...
(무광) 불의 성채
거기 가서 네가 보고 듣는 모든 걸 나한테 전해
은밀하게
허튼짓하면
네 딸년은 펄펄 끓는 물에 들어갈 거야
알아들었지?
[신비로운 음악]
(흘립) 이리 와
[흘립의 헛기침]
[흘립의 헛기침]
이리 와 앉아
(열손) 등을 기대고 팔을 거는 거구나
왜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
이름은?
열손입니다
(흘립) 지금부터 네가 아는 건 모두 얘기해야 한다
- (열손) 예? - 네가 지내던 곳은 어디며
(흘립) 어떤 풀이 자라고 어떤 짐승이 사는지
땅은 어떠하며 날씨는 어떻고
어떤 돌이 많은지
너희 와한족에 대해서도 샅샅이 꼼꼼하게 모두
모두 다요?
왜 그걸...
(흘립) 우린 그걸 다 적을 거다
저, 적어요?
적는 게 뭡니까?
[신비로운 음악]
(흘립) 이것이 글자라는 것이다
네가 말한 게 이렇게 글자로 바뀌지
네가 여길 나가서도
아니, 네가 죽는다고 해도
이것이 너 대신 우리에게 떠들어 주는 것이지
(열손) 내가 그곳에 없어도
그 이상한 그림이 나 대신 떠들 수 있다고?
그럼 그 글자라는 것이 나란 말인가?
(탄야) 이건 분디 [익살스러운 음악]
이건 겨자
이건 음식이 아니고 음식에 맛을 더하는 거
[한숨]
맛을 더해?
하, 무슨 말이야, 대체
이건 초
[냄새를 킁 맡는다]
[힘겨운 숨소리]
겨자...
[냄새를 킁 맡는다]
[냄새를 킁킁 맡는다]
(투악) 자세히 보세요 너무 빨라서 놓칠 수도 있으니까요
[거친 숨소리]
너무 빨랐죠? [투악의 웃음]
예, 천천히 다시
이렇게, 처음부터
(사야) 난 영 흥미가 없어, 몸 쓰는 거엔
[탄야의 비명]
[익살스러운 음악] [괴로워하는 탄성]
아, 물, 물
물! [탄야의 다급한 숨소리]
[그릇들이 쨍그랑 깨진다]
[탄야가 기침한다]
(탄야) 물!
[기침]
[괴로워하는 신음]
[탄야가 기침한다]
(투악) 야! 너 뭐 한 거야?
(탄야) 저것들 다 독이죠?
저거 먹는 거 맞아요?
하, 이게, 이게 진짜...
야, 너 안 일어나?
(투악) 이거 다 어떡해!
[탄야의 기침] 야, 빨리 치워!
아유, 야, 야, 됐어
[그릇들을 잘그락 치우며] 나가서 사야 님이나 지키고 있어
아유, 진짜...
[탄야의 힘겨운 숨소리]
뭐 한 거야, 이게
[기침]
[기침]
[훌쩍인다]
(탄야)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사야 님
[긴장되는 음악] [탄야의 거친 숨소리]
사야 님
[탄야가 기침한다] (투악) 아, 뭐야, 또!
[투악이 중얼거린다] (탄야) 사야 님이...
[투악의 놀란 숨소리] (투악) 야, 빨리 찾아
사야 님!
[탄야의 다급한 숨소리] 아, 빨리 좀 와
자, 난 이쪽으로 갈 테니까 너, 너 저쪽으로 가
[탄야의 다급한 숨소리]
[거리가 시끌벅적하다]
[새가 지저귄다]
[거친 숨소리]
[탄야의 거친 숨소리]
왜 이렇게 따라와?
사야 님?
도망가면 되잖아, 지금
여긴 해투악도 없고 태알하도 없어
못 도망가요
왜?
도망가면 아버지를 죽인댔어요
아버지가 어디 있는데?
태알하 님 사는 데요
(탄야) 그 연기 나던
불의 성채라던가?
[의미심장한 음악]
[탄야의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이게...
이게 뭐예요?
난 꿈을 만나
(사야) 아...
꿈이란 게 뭔지 잘 모르겠지?
난 갇혀 있는데
내내 갇혀 있었는데
꿈속에선 저런 곳에 살아
들판을 뛰어다니고 사냥하고
굉장히 빠르고 강해, 꿈에선
(탄야) 설마
얘도 꿈에서 은섬이를 보는 거야?
근데 꿈이라는 건 항상 희미해
꿈속에서 선명한 것도
깨어나면 다 흩어져
(탄야) 정말 꿈으로 이어져서 서로를 보는 거였단 말이야?
(사야) 널 본 거 같아, 꿈에서
근데 모르겠어
너 맞는 거야?
[차분한 음악]
근데 지금 어디를 가시는 거예요?
(사야) 보여 줄 게 있어
나만 아는 비밀 통로야
(탄야) 은섬의 배냇벗
그럼 얘도 그날
푸른 객성이 나타난 날 태어났겠지
같은 날 태어난 우리 셋
정말 초설 어머니 말대로 뭔가 있는 걸까?
(탄야) 은섬아
보고 싶어
너무너무 보고 싶어, 은섬아
다 왔어, 여기야
[힘주는 숨소리]
[투악이 살짝 웃는다]
(투악) 예, 뭐, 일로 오실 줄 알았어요
[투악의 웃음]
넌 이따 나 좀 보자
- (사야) 잠깐이면 돼 - (투악) 아, 아이, 안 돼요
(투악) 태알하 님 오시기 전에 빨리 가셔야 돼요
- (사야) 아니 - (투악) 아이, 왜...
잠깐 해야 할 일이 있어
무슨 일인데요?
[한숨]
(사야) 얘 아버지가 여기 노예로 있어
내가 만나게 해 주고 싶어
(투악) [웃으며] 아...
아이...
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시고
(사야) 여기서 소리 한번 질러 볼까?
[긴장되는 음악] (투악) 예?
'여기 이그트가 있다 내가 타곤의 아들이다'
한번 해 봐?
아, 아이...
(투악) [난감하게 웃으며] 장난하지 마시고요
장난 같아?
사, 사야 님
여기서 내가 혀를 확 깨물고 난동 부리면 어떻게 될까?
(사야) 네가 날 기절시켜서 업고 갈 순 있겠지만
여기가 온통 보랏빛 피범벅이 되면 그건 어떻게 할 거야?
못 할 거 같아?
해투악 너...
네가 그때
새나래 죽였지?
[긴장되는 효과음]
[떨리는 숨소리]
[차분한 음악]
(열손) 이게 글자란 말이지?
글자...
(투악) 잠깐이야
얼굴만 보고 바로 튀어나와
예
아, 어유
[탄야가 울먹인다]
아버지
탄야?
탄야야
[함께 흐느낀다]
아버지
(열손) 어디, 어디 다친 데 없는 거야? 어?
(탄야) 예, 저는 멀쩡해요
아버지는요?
나도 괜찮아
(열손) 네가 왔으니 이제 다 괜찮아
[열손의 안도하는 숨소리]
와한 사람들은요?
다들 잘 지내고 있는 거죠?
달새하고 북쇠는 잘 도망친 거 같고
그래, 잘들 있을 거야
흩어지긴 했는데 나처럼 이렇게 일을 시킨다고 했어
(탄야) 아버지
은섬이 소식 들은 거 없어요?
[긴장되는 효과음]
왜요?
너
모르고 있었구나?
[무거운 음악] [훌쩍인다]
제가 뭘 모르고 있어요?
(탄야) 아버지
아버지, 왜요?
뭐냐고요
은섬이...
죽었다
[긴장되는 효과음]
[산새 울음]
[탄야가 입바람을 하 분다]
[놀란 숨소리]
[은섬의 아파하는 탄성]
(눈별) 어? 그러면 상처가 벌어지는데
[은섬의 놀란 숨소리]
(은섬) 너, 너, 너 누구야?
(눈별) 난 눈별
채은 언니 동생
너 언니가 여기 있으랬어
(은섬) 아, 채은이
우, 우리 와한족은?
(은섬) 와한족은 어떻게 됐어?
내가 나타나지 않으면 와한 사람들 목을 베겠다고 했어
(눈별) 아, 아니
아니야
그럼?
넌 이미 죽은 걸로 됐고
와한은 무사하댔어, 채은 언니가
그리고 밖에 네 동무들 두 명도 와 있어
[아파하는 숨소리]
[산새 울음]
[달새의 다급한 숨소리]
- (북쇠) 은섬아, 은섬아! - (달새) 은섬아!
(은섬) 달새야, 북쇠야 [문이 덜컥 닫힌다]
[함께 기뻐한다] (북쇠) 은섬아, 괜찮아? 어?
은섬아, 괜찮아?
(은섬) 어, 어, 어떻게, 어떻게 여길 왔어? [북쇠의 기쁜 숨소리]
도티를 만났어
그리고 채은인가 하는 사람이 우릴 도와줬어
(북쇠) 살았다, 은섬이도 살고 우리도 살았어!
은섬아!
[은섬의 아파하는 신음] [북쇠의 놀란 신음]
(눈별) 몸이 성치 않으니까 가만있어야 해
약 마저 달여 올게
(북쇠) 은섬아 [달새의 못마땅한 신음]
[문이 덜컥 열린다]
탄야는?
[문이 덜컥 닫힌다] [무거운 음악]
(은섬) 탄야는 어떻게 됐대?
잡혔대?
탄야는 전혀 알 수가 없대
(달새) 그러니까
어쩌면...
(은섬) 아니
탄야는 무사할 거야
방금 처음으로 꿈에서 탄야를 만났어
그러니까 탄야는 잘 있을 거야
내가 찾을 수 있을 거야
근데 은섬아
(북쇠) 뭉태랑 터대가 멀리 끌려간대
(달새) 그래서 우리가 구해 내려고
어, 어떻게?
(달새) 같이 할래?
야, 은섬이 몸도 이 모양인데
(은섬) 아니, 같이 가 [은섬의 힘겨운 숨소리]
[은섬의 힘겨운 숨소리]
[은섬의 힘주는 숨소리]
(북쇠) 은섬아
뭐야, 그건?
(은섬) 여기선 보라색 입술이
무슨 불길한 그런 거래
[북쇠의 의아한 신음]
[달새의 헛기침]
나도 그게 길하고 그러진 않았어
사람 사는 데 다 마찬가지네, 뭐
[북쇠의 난처한 숨소리]
[함께 웃는다]
[탄야의 실소]
[무거운 음악]
[탄야의 실소] [탄야가 훌쩍인다]
너...
왜 계속 웃어?
아버지 만난 게 그렇게 좋아?
그럼요
고맙습니다, 사야 님
[사야의 헛기침]
(사야) 그럼 나한테 앞으로 더 잘해라
예
[실소]
(투악) 하, 저거 진짜 미친년 아니야?
(열손) 우리 탄야 잘 좀 봐주십시오
어려서부터 마음에 품었던 벗이 죽었어요
제가 얘기해 줬습니다, 바보같이
그 은섬이라는 놈, 그놈요
(투악) 마음에 품었던 벗이 죽었다는데
[탄야의 실소] 저, 저, 저, 저거 웃는 거 봐라, 저거
저거 미친년 맞네
[어두운 음악] [새가 지저귄다]
[시끌벅적하다]
(뭉태) 아까 저놈들이 하는 말 들었어?
우리 살아서 못 온다는 말?
(터대) 드, 들었어...
[뭉태가 울먹인다]
이럴 순 없어, 이럴 순...
(무광) 얘네 우리 말도 한다고
진짜 비싸게 팔아 줘야 돼요
떼먹을 생각 하지 말고
아, 이 자식 진짜, 이씨
출발!
[위병들이 소리친다] (위병1) 야, 빨리빨리 안 일어나?
- (위병1) 야, 빨리빨리 안 일어나? - 형님만 믿어요!
- (위병1) 출발! - (위병2) 출발!
[위병들이 소리친다] (위병1) 빨리 가, 씨
- (위병2) 빨리 안 와? - (위병3) 빨리빨리 와, 이 새끼들아
(위병4) 아, 오줌 싸는 데 하루 종일 걸려
빨리 와, 빨리 와, 빨리 와
먹은 것도 없는데 뭐 그렇게 오줌을 많이 싸
- (위병2) 앉아, 앉아, 앉아 - (위병3) 빨리 앉아!
(위병4) 야, 묶어, 빨리
(위병2) 안 앉아? 앉아
(길선) 확실하게 하란 말이야
두즘생들한테 약하게 보이면 안 돼, 어?
[와한족들의 신음과 기침]
(위병3) 가만있어!
[위병들이 소란스럽다]
- 어? - (위병3) 가만있어, 아, 일로 와!
(위병3) 가만히 있으라고, 이 새끼야!
- (위병2) 일로 와 - (위병3) 아, 냄새, 이씨
(위병3) 야, 손 묶게 일로 와! 일로 와!
- (위병5) 야 - (위병3) 야, 이 새끼야!
[긴장되는 음악] (위병3) 아, 가만히 안 있어?
(위병5) 야, 일로 와, 새끼야
(위병3) 손 대라고!
아, 이 새끼 이거 옷에다 싼 거 아니야?
- (위병5) 가만히 있어, 이 새끼들아 - (위병3) 일로 와!
(위병3) 가만있어!
뭘 봐, 이 새끼야?
뭘 봐, 이 새끼야!
꾸물거리지 말고 일로 오라고!
(위병2) 총관님, 다 됐습니다
(길선) 출발한다!
(위병들) 출발!
- (위병3) 다 일어나! - (위병2) 야, 일어나, 빨리!
[위병들이 소리친다] (위병3) 빨리 일어나!
- (위병2) 일어나! - (위병3) 빨리빨리 움직여!
(위병2) 자, 출발! [위병들이 소리친다]
[위병들이 계속 소리친다]
(위병2) 일어나, 빨리빨리 일어나!
- (위병3) 빨리빨리, 빨리 일어나! - (위병2) 자, 이동!
- (위병5) 야! - (위병2) 움직여! 이동!
(위병3) 야, 빨리 움직여
(뭉태) 아, 아, 아, 배야!
[긴장되는 음악] - (뭉태) 아, 잠시만요! 잠시 - (위병2) 야
- (뭉태) 잠깐만요, 못 걷겠어요 - (위병2) 아이씨
[뭉태가 아파한다] (위병2) 아까 가라고 할 때는 안 가고
이 새끼가, 씨
[뭉태를 발로 퍽 차며] 야, 안 일어나?
(뭉태) [울며] 잠시만요
[위병2의 짜증 섞인 신음] [뭉태의 울음]
(위병2) 아, 진짜 갈 길이 멀어 죽겠는데 귀찮게 하네
나와, 이 새끼야
- (위병2) 빨리 나와! - (뭉태) 아, 잠깐만요
(위병2) 야, 출발!
(위병들) 출발!
- (위병3) 앞으로 가! - (위병2) 빨리빨리 가!
[위병들이 소리친다] (위병3) 빨리 움직여!
[위병들이 저마다 말한다]
[새가 지저귄다] [탄야가 콧노래를 부른다]
[탄야가 콧노래를 부른다]
[탄야가 피식 웃는다]
[차분한 음악]
[탄야가 피식 웃는다]
[탄야가 입바람을 하 분다]
[탄야가 콧노래를 부른다]
[한숨]
[긴장되는 음악] (위병2) 야, 빨리빨리 와!
(은섬) 어? 뭉태가 없어
분명 터대 옆에 있었는데
(달새) 어쩌지?
멈춰?
아니면 터대만 구해?
[한숨]
북쇠가 앞에서 불을 지를 텐데
어차피 시작됐어
[다가오는 발걸음]
[긴장되는 음악]
[은섬과 달새의 놀란 탄성]
(위병2) 멈춰!
[은섬과 달새의 신음]
(달새) 북쇠야! 도망가, 북쇠야!
북쇠야, 도망가!
[은섬과 달새의 신음]
(달새) 북쇠야! 도망가, 북쇠야!
악, 북쇠야, 도망가! [북쇠의 다급한 숨소리]
[어두운 음악]
[은섬과 달새의 신음]
(길선) 두즘생들이 그래도 정이 있어
동무 구하려고?
궁금하지?
어떻게 우리가 미리 알고 매복했는지
[거친 숨소리]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위병6의 거친 숨소리]
(위병6) 도주한 놈은 놓쳤습니다
병력을 더 보낼까요?
됐다
노예가 둘로 늘었으니
(길선) 네 덕분이구나
(위병2) 야, 끌어내
[위병들이 소리친다]
(뭉태) 그때!
온통 깜깜해졌을 때
(위병3) 빨리 가라고!
내가 널 그렇게 불렀는데도
[어두운 음악] (뭉태) 달새야, 어디 있어! 북쇠야!
달새야, 나 놓고 가지 마!
나 놓고 가면 안 돼, 달새야!
(뭉태) 계속 손을 내밀었는데도 [뭉태가 울부짖는다]
넌 북쇠 손만 잡고 가 버렸어
- (위병3) 움직이라고, 이 새끼야 - (위병5) 뭐 하는 거야?
내가 귀찮았지?
- (위병3) 움직여! - (위병5) 야, 똑바로 안 서 있어?
[떨리는 숨소리]
네가 먼저 등졌어!
[위병들이 저마다 말한다] 그래서...
그래서!
구하러 왔잖아
그래 봤자
뭐 안 되잖아
[울먹인다]
(뭉태) 너도 우리 구한답시고 그런 짓 하다가 결국에
[소란스럽다] [와한족들이 흐느낀다]
[우루미가 칼에 푹 찔린다] (뭉태) 우루미 누이도 죽고
(뭉태) 돌돌이도
오륙이도 죽고
(위병3) 빨리 움직여라
- (뭉태) 어차피 - (위병3) 야
안 되는 거야
- (위병3) 그만해! - (위병2) 끌고 가
[위병들이 소리친다]
(위병2) 끌고 가!
(뭉태) 난 안 미안해
(위병3) 빨리빨리 안 움직여?
(뭉태) [울먹이며] 안 미안해
(위병2) 빨리 가라, 빨리 가!
야, 똑바로 걸어!
[달새가 흐느낀다] (위병2) 너도 빨리 가!
[흐느낀다]
(길선) 장난해?
통역까지 할 수 있는 놈이 무려 셋이라니까?
그만두자
(쇼르자긴) 아이, 저, 왜 이러세요, 총관님
아, 뭐, 제가 언제 싫다고 했어요?
자
이건 노옛값이고
[주머니를 잘그락거린다]
이건
위병단 총관님께 드리는 제 마음
[길선의 헛웃음]
아, 이 새끼가 진짜
저, 아스달로 올라갈 수 있게 힘 좀 써 주십시오
[긴장되는 음악]
(뭉태) [말을 더듬으며] 야, 약속했잖아요
난 거기로 안 데려간다고
살려 준다고!
(위병2) 누가 두즘생이랑 한 약속을 지키냐?
일어나, 이 새끼야!
(뭉태) 말도 안 돼
- 내가 동무들 다 저버리면서 - (위병4) 일어나!
[뭉태의 기합] [위병들의 당황한 신음]
[소란스럽다] [뭉태가 울부짖는다]
[뭉태의 신음] (위병4) 이게!
(위병3) 이 새끼가 [뭉태가 울먹인다]
[위병들이 저마다 말한다] [뭉태가 퍽퍽 맞는다]
(길선) 그만, 그만
그렇게 억울해?
너 구하러 온 친구들 다 배신해 놓고
뭐가 그렇게 억울해?
[울먹이며] 살고 싶었어
살고 싶어서 그랬어
살 수 있으면 다 해?
뭐든지
뭐든지 다 할 거야, 살 수 있다면
이 자식 나랑 딱 닮았네
힘도 예사 힘이 아니고
살려 주면
해 볼래, 나랑?
뭐든지
(터대) 뭉태가...
[수하들이 소리친다] - (수하1) 야, 뭐 하냐! - (수하2) 빨리 가!
(터대) 뭉태가 그랬다고?
뭉태가?
(달새) 너 이거 못 끊겠냐?
[은섬의 힘주는 신음]
(은섬) 안 돼
어떻게든 탈출해야 돼
[의미심장한 효과음] [은섬의 힘주는 탄성]
(은섬) 어떻게 그걸 끊을 수 있었지?
(터대) 뭉태...
어, 그럴 수 있겠네
뭐?
(터대) 그럴 수 있겠다고
뭐?
너 나한테도 그랬잖아
[긴장되는 효과음]
(은섬) 무, 무슨 소리야?
- (뭉태) 달새야, 달새야, 달새야! - (터대) 달새야, 달새야! 달새야!
(터대) [흐느끼며] 나 버리지 마!
달새야!
[어두운 음악] (달새) 맞아
그랬어
탈출할 때
뭉태랑 얘 깜깜한 데서 헤매는데
나 그냥 모른 척하고 빠져나왔어
(은섬) 네가?
사냥할 때 흑곰 앞에서도 뭉태만 챙기던 네가?
[울먹이며] 자신이 없었어
(달새) 흑곰 앞에선 자신 있었는데 여기선 자신이 없어
뭉태를 챙길 자신이 없다고
변명하지 마
(터대) 뭉태 겁 많고 난 약하니까 귀찮았던 거잖아
아니야?
야!
버렸잖아!
[달새의 기합]
[소란스럽다]
[터대와 달새의 신음]
[은섬의 신음]
[소란스럽다]
(수하3) 이, 이그트다, 이그트
(수하1) 움직이지 마! [수하들의 기합]
[은섬의 신음]
(쇼르자긴) 왜 이 법석들이야?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이 새끼 이거 이그트예요!
[놀란 신음]
[은섬의 신음]
아, 안 돼, 안 돼
[쇼르자긴이 중얼거린다] [달새의 다급한 신음]
[은섬의 놀란 신음]
[은섬의 힘주는 신음]
[은섬이 삭 베인다] [은섬의 신음]
(수하2) 아이씨, 야!
(쇼르자긴) 어?
이 새끼 이거 진짜 이그트네?
그것도 딱 반반씩 진짜배기
아이씨!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쇼르자긴의 흥분한 숨소리]
아이씨, 이거 봐, 이거, 씨
피가 진짜 보래, 이거 어? 완전 보래, 이거!
이거 죽, 죽여야겠죠?
(쇼르자긴) 야, 이 새끼야, 내 피 같은 보석이 얼마나 나갔는데, 이 새끼야!
(수하4) 그럼 어쩌려고요?
(쇼르자긴) 아이씨...
뭐, 어차피 깃바닥에 버려질 텐데 일은 잘하겠지
일단 조져, 힘 못 쓰게, 얼른!
[수하들의 기합] (달새) 은섬아! 은섬아!
은섬아! [은섬의 신음]
(터대) 은섬아... [달새의 신음]
은섬아, 안 돼!
은섬아, 안 돼!
[소란스럽다]
(달새) 은섬아! 안 돼!
[퍽퍽 때리는 소리가 난다]
[소란스럽다] [은섬의 신음]
(의문의 목소리) 약한 사내다
[의아한 숨을 들이켠다]
쟤 정말 미친 거 아니야?
아, 저거
진짜 미치면 어떡하지?
- (사야) 누가? - (투악) 아!
아유, 깜짝이야, 아유, 놀라라, 아...
누가 미쳐?
[투악이 손가락을 쪽 빤다]
(투악) 아, 쟤...
저, 타, 타, 탄야요
왜?
[어두운 음악]
[콧노래를 부른다] [문이 덜컥 열린다]
(탄야) 오셨어요, 사야 님? [문이 탁 닫힌다]
아... [탄야가 병을 탁 내려놓는다]
뭐 시키실 일 있나요?
사야 님...
뭘 기다리는 거야?
예? 기다려요?
뭘 기다리길래 안 죽는 거냐고 너 죽으려고 하는 거잖아
나도 그랬어, 새나래 죽었을 때
(사야)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 지으면서 웃으면서 즐겁게 기다렸어, 태알하를
그 앞에서 죽으려고
넌 뭘 기다리면서 안 죽는 거야?
[당황한 숨소리] 주인님
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사야) 그게 아니면
마음에 품었던 옛 동무가 죽었다는데
누가 죽어요?
은섬이요?
아니에요
[의미심장한 효과음]
은섬인
절 구하러 올 거예요
제가 오라고 그랬거든요
걘 죽었어
[무거운 음악]
아니에요
죽었다고
아니라니깐요?
(사야) 내가 봤어, 아니
온 연맹인들이 다 봤어
[탄야의 떨리는 숨소리] 혀는 뽑힌 채로
어버버 비명 지르면서
펄펄 끓는 물에 산 채로 삶아져서 죽었어
아니야!
아니라고
모두가!
손뼉 치며 소리를 질렀어
'원수를 갚았다!'
'우리가 드디어 산웅 니르하의 원수를 갚아 냈다!'
(사야) '그 더럽고 천하고'
'벌레 같은 두즘생을 삶아 버렸다!'
[탄야의 괴성]
[사야의 신음] (탄야) 아니라고
은섬이 안 죽었다고
[사야의 힘주는 신음] [탄야의 신음]
(탄야) 아니야, 안 죽었어
은섬이 안 죽었다고 [사야의 신음]
은섬이 안 죽었다고
아니야! 아니야!
(투악) 야, 이 미친년아! 야! [탄야가 울부짖는다]
[투악의 힘주는 신음] [탄야의 신음]
사야 님 [사야의 거친 숨소리]
사야 님, 사야 님, 괜찮으세요?
(탄야) 은섬이 안 죽었다고! [사야의 기침]
[탄야의 신음]
(투악) 야, 이런 미친!
(탄야) 은섬이 안 죽었어
(투악) 미친년아!
(탄야) 안 죽었다고! [투악의 힘주는 신음]
(수하5) 움직여! 빨리 가!
- (수하6) 빨리빨리 움직여 - (수하5) 빨리 가, 이 새끼야
[수하들이 저마다 소리친다] - (수하7) 가, 빨리! - (수하5) 꾸물대지 말고 빨리 가!
- (수하8) 빨리 이동해라! - (수하5) 빨리 가라고
[수하들이 계속 소리친다] [은섬의 신음]
(탄야) 은섬아... [어두운 음악]
[탄야가 흐느낀다]
은섬아...
넌 내가 죽였어
(아이1) 야!
[아이들이 즐겁게 논다] [새가 지저귄다]
[아이들이 즐겁게 떠든다]
[아이들의 웃음]
(아이2) 야, 이거 뭐야 [아이3의 탄식]
(아이3) 야, 아깝다
[중얼거린다]
- (아이2) 하나, 둘, 셋! - (아이3) 셋!
[아이들이 즐겁게 논다] (어린 뭉태) 너무 세게 밀지 말고
천천히, 천천히
(어린 은섬) 하나, 둘, 셋!
(탄야) [흐느끼며] 훨훨 날아갈 사람
[함께 웃는다]
내가 바보같이 주문으로 묶기까지 했어
[어린 은섬이 울먹인다] (어린 은섬) 엄마...
[흐느낀다]
[어린 은섬이 작게 설명한다]
(탄야) 불길한 년 주문에 걸려서
[흐느끼며] 그리 참혹하게...
[탄야가 흐느낀다]
[계속 흐느낀다]
[새가 지저귄다]
[탄야의 힘겨운 숨소리]
[한숨]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자에게
(사야) 어떻게 사는지는 안 중요하다
그 은섬이라는 애가
그 이유였어?
[차분한 음악]
(탄야) 왜 우리들은 이런 일을 당하는 거죠?
올미
그 어린애가 왜 죽어야 하고
우루미 언니는 왜 그렇게 되고
은섬이는 왜 그렇게 잔인하게...
아니, 애초에
왜 우릴 잡아 와서 이러는 거죠?
여긴 일손이 많이 필요해
(사야) 씨를 뿌려서 길러야 하고
어마어마한 집도 지어야 하고
화려한 옷과 많은 보석도 필요하고
왜요?
왜 그렇게 많이 필요하죠?
우린 그러지 않고도 잘 살았는데
[떨리는 숨소리]
(탄야) 멧돼지 한 마리면
스무 명도 넘게 먹을 수 있잖아요
여기 사람들은 멧돼지 한 마리를 한 사람이 다 먹나요?
아니면 여기선
하루에 다섯 끼, 열 끼씩 먹나요?
배를 채우려고 먹는 게 아니야
마음이야
(사야) 여기 사람들의 마음은
일백 근의 황금으로도
천 마리의 흰말로도 채워지지 않으니까
그래서 끊임없이 마음이 고파, 항상
[한숨]
정말
하나도...
하나도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어
그래, 모르겠지
[어두운 음악]
(사야) 네가 힘이란 걸 가져 보고
아무리 가져도 마음이 고픈 그런 자리에 오르지 않으면
알 수 없겠지
그래
결국 모른 채로 죽겠구나
너희 씨족이 왜 그런 일을 당했는지
자기가 왜 죽는지
살아야 할 이유였던 동무가 왜 삶아졌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렇게 죽겠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사야) 어쩌지? 어떡하지?
[사야의 한숨]
[사야의 한숨]
(사야) 저러다 진짜 죽는 거 아니야?
[어두운 음악]
(사야) 네가 힘이란 걸 가져 보고
그런 자리에 오르지 않으면
알 수 없겠지
(사야) 아무것도 모른 채 그렇게 죽겠네?
(탄야) 자리, 힘
이유
은섬아...
[수하들이 소리친다] (탄야) 은섬아...
(수하5) 일어나! [은섬의 신음]
[수하들이 소리친다]
- (수하6) 꾸물대지 말라고! - (수하5) 빨리빨리 이동해!
[은섬의 신음]
[수하들이 계속 소리친다]
[은섬의 신음]
[우루미의 웃음]
(우루미) 음...
이런 돌은 너무 커 잘 날아가지 않아
새를 잡기에는
요 정도 돌이 적당해
근데 멧돼지는
이런 거, 양쪽이 뾰족한 요런 돌을 걸란 말이야
아...
멧돼지는 가죽이 두꺼우니까?
(우루미) 그렇지
자, 그럼
만약에 우리가 이러고 있는데
저기서 갑자기 호랑이가 확 튀어나왔어
그럼 어떤 돌을 집어야 될까?
(어린 탄야) 음...
(사야) 에이씨...
나랑 무슨 상관이야 저 더러운 두즘생 년 죽든 말든
[사야의 떨리는 숨소리] 아무 상관 없어
(탄야) 은섬아, 미안해
난 살겠어
그 자리로 가겠어
그래서 너에게 벌어진 일 우리에게 닥친 일
지금의 난 하나도 모르겠는 이 모든 일
다 알아내서
언젠가 너한테 들려줄게
(어린 탄야) 이 뾰족한 돌?
아니
(우루미) 갑자기 호랑이가 확 튀어나오면
그냥 제일 가까운 돌을 들어야지
[우루미의 웃음]
[사야의 떨리는 숨소리]
(탄야) 제일로 가까운 돌
너...
(탄야) 그래, 너로 정했다
(사야) 너 말이야
(탄야) 내 첫 번째 무기
(탄야) 용서해 주세요
[긴장되는 음악]
제 동무가 죽어서 제가 미쳤었나 봐요
용서하시고
저 살려 주세요
탄야는 당신의 것입니다
주인님
주인님?
(탄야) 예
당신은 오직 하나뿐인
탄야의 주인이십니다
제가 필요하실 거예요
힘을 다해 모실게요, 주인님
(탄야) 나 와한의 탄야
너에게 주문을 건다
주인?
누가 주인이 될지
어디 한번 내 주문을 받아 봐라
사야
[감성적인 음악]
(탄야) 먼저 알아야 돼, 모두 다
그게 시작이야
(아사론) 이제야 다들 비로소 타곤에 대해 알게 되겠지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사야) 아사론
- 엄마! - (사야) 뭔가 시작된 건가?
[수하들이 소리친다]
[터대가 울먹인다]
(무백) 너희를 구하고
세상을 구하려 한다
[사람들이 흐느낀다]
(사야) 이제 아스달에서 가장 강력한 신이 움직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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