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 12
[휴대전화 조작음] (여자1) 오빠
아, 이것 봐, 사람 맞잖아
어떡해, 뺑소니인가 봐
(남자) 저, 119죠?
저, 여기 사람이 쓰러져 있거든요
저, 교통사고인가 봐요
[사이렌이 울린다]
- (구급대원) 여기죠? - (남자) 네
(구급대원) 환자는 어디 있습니까?
(남자) 네, 이쪽이요
(여자1) 어?
(구급대원) 어디요?
(여자1) 어디로 간 거야?
(남자) 방금 분명히 여기…
(여자1) 있었어요
젊은 남자가 피 흘리면서
(남자) 네
[의미심장한 음악]
(세미) 그 사람 기다린다는 핑계로
언젠가 다시 만날 거란 이유로 넌 휘경이…
너 하나만 바라보는 그 바보 같은 아이
오지도 가지도 못하게 발 묶어 놓은 거잖아
그래 놓고 왜
알아보질 못해?
뭘 알아보지 못해?
(세미) 바로 네 옆에 있는데
왜 알아보지를 못하냐고
내 옆에?
어디?
누구…
무슨 소리야, 너?
[한숨]
궁금하니?
아니
전혀
단지 하나 명확하게는 알겠네
너 휘경이 좋아하는구나?
[쓸쓸한 음악]
언제부터?
[한숨]
그래, 좋아해
(세미) 휘경이가 너 좋아하기 시작한 그때부터
근데 지금 그 얘기가 왜?
그랬구나?
너 참 내가 미웠겠다
(송이) 이제야 이해가 가네
그래서 그 얘기 한 거야?
12년 전 남자가 누군지 안다고?
그 사람이 누군지
네가 그 얘길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보지 않을게
얘기하고 싶어 죽겠어도 얘기하지 마
네 말을 어떻게 믿겠니?
15년 동안 친구였지만
단 한 순간도
나한테 솔직하지 않았던 너인데
천송이
어, 유세미
휘경이를 좋아했던 네 마음
(송이) 그래서 어떻게든 12년 전 그 남자라도 찾아서
너희들한테 떨어지길 바랐던 네 마음
너무 잘 알겠어
[어이없는 숨소리]
한때 친구였던 나로선
그 마음
참 측은해
- 너 말 함부로… - (송이) 착각했나 본데
나한테 12년 전 그 남자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송이) 막연히 궁금은 했지
아빠가 떠나던 날 밤
내 목숨을 구해 준 사람이니까
그렇지만
난 더 이상 아빠 때문에 거리를 헤매면서 울던
어린 소녀가 아니야
그러니까
그런 일로 날 놀래려 하거나
내 주변 누군가를 끌어들여서 이상하게 만들 생각
하지 마
그 남자를 알아볼 일이 생긴다면 내가 할 거야
못 알아보고 지나치더라도 상관없어
그러니까
내 앞에서 다신 그 남자 얘기 꺼내지 마
사람 심리가 그렇다더라
나보다 좋아 보이는 곳에 있는 인간을 보면
'나도 거기 가야겠다'가 아니라
'너도 내가 있는 구렁텅이로 내려와라, 내려와라'
그런대
[기가 찬 숨소리]
미안한데
나 안 내려가
네가 사는 그 구렁텅이
누군가를 미워하고 질투하면서
사는 지옥 같은 짓
나 안 해
그러니까
나한테 '내려와라, 내려와라'
손짓하지 마
[분한 숨소리]
[문이 탁 열린다]
[문이 쾅 닫힌다]
[어이없는 숨소리]
[도어 록 작동음]
[문이 쾅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통화 연결음]
[옅은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조작음]
(송이) 할 말이 있어
전화 부탁해
[한숨]
[휴대전화 벨 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휴대전화 조작음]
[게임 소리가 흘러나온다]
(송이) 야, 너 왜 전화를 안 받아?
안 받아도 돼
누군데?
나 좋다고 쫓아다니는 계집애
[휴대전화 알림음]
야, 너 문자 메시지 왔잖아 확인 안 해?
됐어, 뻔해
꼭 할 말이 있다는 둥
(윤재) 전화 부탁한다는 둥
[휴대전화 알림음]
아이, 귀찮게, 이, 씨
아, 왜 때려?
(송이) 정말 꼭 할 말이 있을 수도 있잖아
전화 한 통 그거 받는 게 그렇게 어려워?
문자 답도 못 해 줘?
기다리는 사람 마음이 어떨지 생각 못 하지?
하, '귀찮아'?
무슨 나라를 구하래? 목숨을 구하래?
전화 한 통, 문자 한 통
그게 그렇게 어려…
[송이의 한숨]
[송이의 옅은 한숨]
(윤재) 뭐래? 하
아, 짜증 나
[게임 소리가 흘러나온다]
[의미심장한 음악]
바로 네 옆에 있는데
왜 알아보지를 못하냐고
도대체 뭔 소리가 하고 싶었던 거야?
아니야, 안 궁금해
궁금하면 지는 거야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초인종이 울린다]
[긴장되는 음악]
도민준 씨
(송이) 도민준 씨!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닫힌다] (송이) 도민준 씨
[스위치 조작음]
[잔잔한 음악]
(송이) 도민준!
도민준!
도민준 씨!
가지 마!
[신비로운 효과음]
(송이) 도민준 씨
[송이의 당황한 숨소리]
도민준 씨
도민준 씨
도민준 씨,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된 거야?
[무거운 음악]
괜찮아?
괜찮아?
병원 가자, 어?
병원 가자, 내가 금방…
천송이…
(송이) 어?
안 돼, 부르지 마
(민준) 병원 갈 수 없어
가면 안 돼
왜?
왜 안 돼?
왜?
안 돼, 너 이러다 죽어
어? 너, 너 이러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도민준 씨
(송이) 도민준 씨, 정신 차려, 어?
도민준 씨, 나 어떡하라고…
[활기찬 음악]
(송이) 이대로 놔둬도 된다고요?
그냥 지혈만 했을 뿐인데
그래도 병원에 가야…
응급차 부르지 않아 준 거 고맙습니다
그러기 힘들었을 텐데
왜 그래야 하는 건데요?
아, 아무튼
죽지는…
무슨 일 없겠죠?
글쎄요
(영목) 그냥 내버려 뒀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랬으면 이런 일도 당하지 않았을 텐데
네?
뭘 내버려 둬요?
아, 여긴 제가 있을 테니까
천송이 씨는 그만 돌아가 보세요
아니요, 저도 있을 거예요
끝까지 깨어나는 거 보고 있을 거예요
아니요, 저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 그렇지만… - (영목) 그리고
제가 전부터
씁, 이런 말씀 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을 했는데요
우리 민준이 곧 떠납니다
네?
[부드러운 음악]
어디…
두 달도 안 남았어요, 이제
어디로 가는데요?
멀리…
해외예요?
(영목) 아무튼 곧 떠날 사람하고 정드는 건
서로한테 좋을 게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혹시 마음이 있으면
이쯤에서 정리하는 게 맞지 싶습니다
[봉지가 바스락거린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만 돌아가세요
[영목이 봉지를 뒤적인다]
[사랑스러운 음악]
[도어 록 작동음]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재경) 검토해 보시고
도장 찍어서 보내 주시면 됩니다
저희 쪽은 이미 다 찍어 놨어요
네, 그럴게요
[서류를 뒤적인다] [휴대전화 벨 소리]
아, 잠시만요
[휴대전화 조작음]
(재경) 응
[불안한 음악] [미연이 서류를 바스락거린다]
알았어
[휴대전화 조작음] 뭐, 신경 쓸 일 생겼나 봐요?
아
[옅은 웃음]
네
유기견 보호 센터에 가끔 봉사를 가는데요
(재경) 거기서 안락사시키려던 맹견이
탈출을 했답니다
어머나, 저런
위험한 거 아니야, 그럼?
그러게요
빨리 잡아서 처리를 해야죠
아무튼 앞으로 천송이 씨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재기해서 예전처럼
화려하게 정상의 자리에 설 수 있도록
그룹 차원에서 최대한 서포트하겠습니다
[감격하는 숨소리]
[한숨]
(신) USB는 자체 복사 방지가 된 제품이었기 때문에 [긴장되는 음악]
새어 나갔을 위험은 없습니다
그런데 도민준
상태는 어땠어?
움직일 수 없었던 건 확실해?
(신)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까진 확인을 했는데
응급차가 왔을 때 갑자기 사라진 것 같습니다
[한숨]
가 봐
[멀어지는 발걸음]
(재경) 다녀왔습니다
(범중) 어, 그래, 퇴근이 늦는구나
어디 나가시게요?
(범중) 그, 저녁 먹은 게 소화가 안 돼서
네 엄마랑 저 공원이나 좀 거닐다 들어오려 그런다
[범중의 웃음]
(은아) 피곤하겠다, 들어가서 쉬어
(재경) 네
(범중) 자, 갑시다
[범중의 헛기침]
[멀어지는 발걸음]
무슨 좋은 꿈이라도 꾸고 계십니까?
[영목의 한숨]
[리모컨 조작음]
[부드러운 음악]
(민준) 행복한 꿈을 꾸었습니다
일어나
[옅은 웃음]
[옅은 웃음]
[투정하는 신음]
(송이) 어? 빨리 일어나
[민준과 송이의 웃음]
(송이) 왜 거기 그러고 있어?
편하게 앉아 있으면 내가 딱 차려서 준다니까
[송이의 놀라는 신음]
[민준의 힘주는 신음]
내가 하면 안 될까?
(송이) 안 돼
난 에이프런에 대한 로망이 있단 말이지
자기는 내 요리의 결과물에 상관없이
뭐든지 맛있게 먹어 줘야 해 [칼질을 탁탁 한다]
(TV 속 쇼 호스트) 오늘 소개해 드릴 제품은요
바로 주방에서는 빠질 수 없는…
[TV 소리가 계속 흘러나온다] (송이) 저거 살까?
(민준) 저런 버티고개에 가 앉을 놈들
하나같이 쓸모없는 물건이야
(송이) 아니야 그래도 저게 흔한 구성이 아니야
원 플러스 원에다가 프라이팬까지 끼워 주잖아
음 [휴대전화 조작음]
(민준) 원 플러스 원이나 사은품에 현혹되지 말라니까?
[휴대전화 조작음] [감미로운 음악]
이거나 먹어
(송이) 안 돼, 내놔
아, 내놔
저거 지나간단 말이야, 빨리
(송이) 우리 집에 갈 때 아이스크림 사 갈까?
(민준) 살찔 텐데
(송이) 나 살쪘지, 쪘지?
쪘어, 쪘어, 솔직히 말해 봐 나 살쪘지, 쪘어?
배 속에 꼬물이가 있는데 그럼 찌지, 안 찌냐?
(송이) 아, 망했어
안 망했어, 찐 게 더 이뻐 [송이의 아쉬운 신음]
[송이의 투정하는 신음]
[부드러운 음악]
[리모컨 조작음]
(민준)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행복한 꿈은
깨고 나면 더욱 날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을
애당초
행복한 꿈은 꾸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너… [한숨]
여기서 뭐 하냐?
뭐 하냐고, 여기서?
(재경) 그런데 도민준 상태는 어땠어? [의미심장한 음악]
움직일 수 없었던 건 확실해?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까진 확인을 했는데
(신) 응급차가 왔을 때 갑자기 사라진 것 같습니다
도민준한테
무슨 일 생기기라도 했어?
네가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았어?
지금 네 얼굴 보면 누구라도 알겠다
(휘경) 이리 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휘경) 어떻게 된 건데?
모르겠어, 나도
어쩌다 그런 건지
근데
너 이 얘기 아무한테도 하지 마
왜?
그 와중에도 병원 안 가겠다고 하는 거 보면
뭔가 사정이 있는 거 같아서
[문이 달칵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미연) [놀라며] 어머
마침 휘경이도 있었네?
(휘경) 아, 오셨어요?
(미연)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어
고마워
[미연의 웃음]
(휘경) 뭐가요?
형한테 얘기 다 들었어
우리 송이 1인 기획사 차려 준다고
- (휘경) 네? - 상무님한테 얘기 못 들었어?
(민준) 천송이를
[의미심장한 음악] 네 형으로부터 지켜
뭔 소리야?
어젯밤에 나 상무님 만났거든
재경 오빠?
그래
이재경 상무님이 네 재기 힘껏 도와주시겠다고
(미연) 너를 직접 케어해 주시겠대
얼마나 고마운 일이니, 이게
[한숨]
뭐야? 몰랐어?
우리 이 서방이 형한테 부탁한 거 아니었어?
[휘경의 어색한 웃음]
(휘경) 저는 모르는 일이었어요
그래?
뭐, 아무튼 [서류를 바스락거린다]
계약서까지 딱 준비해 오셨던데?
(미연) 응 거기다 네 도장 찍으면 돼
엄마
나 안 해
[답답한 숨소리]
휘경아
(미연) 송이 또 시작이야
네가 얘기 좀 해 봐, 응?
송이 의사 묻지도 않고
형이 경솔했어요, 어머니
네가 싫다면 일 진행 안 시켜
신경 쓰지 마
그래, 고맙다
[도어 록 작동음]
(박 형사) 영등포에서 나왔는데요
도민준 씨 안에 있습니까?
이번 유석 검사 피습 사건에 관련해서
조사할 게 몇 가지 있습니다
(영목) 아, 그런데 지금
도민준 씨가 조사받을 상황이 안 됩니다
간단하게 몇 가지만 물어볼 건데요
아, 그렇지만…
유 검사님을 불러낸 게 도민준 씨고요
(박 형사) 거기 갔다가 사고가 난 거고요
지금 이렇게 조사 피하시면
의심받아요
지금 도민준 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하고 싶으신 거 아닙니까?
(영목) 근데 지금 그 발언은
이미 도민준 씨를 용의자로 놓고 조사하시는 거 같네요?
그런 건 아니고요
참고인 조사는 임의 조사가 원칙입니다
(영목) 나와 달라 연락 한 통 없이 이렇게 찾아와서 이러시는 건
원칙에 어긋난 일이란 거 아시죠?
게다가
지금 그 사건에 도민준 씨가 용의자가 될
그 어떤 물적 증거도 없는 가운데 이러시는 거
무죄 추정 원칙에도 어긋납니다
조사하고 싶으시면
구속 영장 발부받아 가지고 오세요
누구세요, 그런데?
도민준 씨 개인 변호사입니다
(영목) 앞으로 할 말 있으시면 저를 통하세요
[도어 록 작동음]
[어이없는 숨소리]
[초인종이 울린다]
[도어 록 작동음]
안녕하십니까?
(박 형사) 아유 이, 통 연락이 안 돼서요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박 형사) 쯧, 어휴
여, 한유라 씨 사건 때문에
마음고생 심하셨죠?
그 사건 관련해선
제 입장 서면으로 다 제출했었잖아요
아, 오늘은 그것 때문에 온 게 아니고요
그, 옆집 도민준 씨 말입니다
꽤 친한 사이로 알고 있는데
그, 혹시
사건 당일
크루즈에서 도민준 씨 보신 적은 없습니까?
도민준 씨가 거길 어떻게 와요?
거긴 초대받은 사람…
[의미심장한 음악]
[폭죽이 펑펑 터진다] [사람들의 탄성]
(박 형사) 왜요?
혹시 봤어요?
말씀드렸잖아요
봤, 왔을 리가 없다고
그래요? 아
평소 도민준 씨한테 뭐 이상한 점이라든가
그런 거 발견하신 적은 없고요?
아니요, 전혀요
[코를 훌쩍인다]
그럼 혹시 도민준 씨하고 한유라 씨 관계에 대해서
뭐 아시는 거 있습니까?
그게 무슨 얘기예요?
(박 형사) 아, 그게
한유라 씨한테 그, 남자가 있었던 걸로 보이는데
저는 그게 도민준 씨가 아니었나
- (박 형사) 그렇게… - 아니거든요?
아니라고요?
둘은 알지도 못해요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지금?
(박 형사) 음
그럼 혹시 그, 다른 남자라도
뭐, 아시는 거 있습니까?
[휴대전화 알림음]
[휴대전화 조작음] [긴장되는 음악]
[물소리가 솨 들린다]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를 달칵 내려놓는다]
[문소리가 들린다]
[휴대전화를 달그락거린다]
[뚜껑을 달칵 끼운다]
뭐 해?
[어색한 웃음]
형 기다렸지
(재경) 그래? 뭐?
왜, 할 말 있어?
(휘경) 형
송이 어머니 만났어?
(재경) 응
아버지한테 네가 부탁드렸다면서
1인 기획사 차려 달라고
아버지는 절대 안 된다고…
내 선에서 해 줄 수 있는 일이야
[옅은 웃음]
근데 송이가 싫대
[불안한 음악] 싫대?
(휘경) 응
아무 명분 없이
누구 도움 받는 거 안 하는 애야
실은 그래서 아버지한테 허락받더라도
송이한테 어떻게 말 꺼낼까 고민이었는데
아무튼 신경 써 줘서 고마워
그래도 다시 한번 얘기 잘해 봐
아니다 내가 송이 한번 만나 볼까?
아니
[옅은 웃음]
걔 고집 세
한번 안 한다 그러면 절대 안 해
그래?
본인이 그렇다면, 뭐
[옅은 웃음]
[옅은 웃음]
어, 쉬어
[문이 달칵 여닫힌다]
(송이) 한유라 씨가 비밀리에 사귀던 남자
저 알아요
제가 봤거든요, 둘이 얘기하는 거
봤다고요? 뭘?
나 아는 사람들 [어두운 음악]
오빠 아는 사람들 죄다 온 거 같던데
기대해
내가 그 사람들한테 무슨 말을 할지
(유라) 나 이따 깜짝발표 할 건데
그 얘기 들으면 오빠도 아마
놀랄 거야
(재경) 유라야
(유라) 응?
(재경) 너 요즘 우울증은 좀 어때?
(유라) 내 우울증이야 오빠 하기 나름이지, 뭐
얼마 전부턴 약도 끊었어
(재경)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지?
건강 관리 잘해
(박 형사) '건강 관리'
'잘하라고 했다'
어
[생각하는 숨소리]
둘이 사이는 좋았던 모양이네요
뭐, 그랬겠죠, 사귀는 사이인데
'한유라가 S&C 후계자랑'
'사귀는 사이였다'
(박 형사) 어 [한숨]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아, 근데 천송이 씨는
도민준 씨랑 어떤 관계십니까?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어떤 관계인지
예?
그만 좀 가 주시겠어요? 제가 좀 피곤하거든요
[긴장되는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직원) 네, 하늘정신병원입니다
(K) 재경 씨
나 보러 한번 와 줘요
내 얘기 좀 들어 봐 줘
나 미치지 않았잖아
여기 있는 사람들이 아무도 안 믿어 준단 말이야
당신은 나 빼 줄 수 있잖아
혹시
환자 중에
양민주 씨라고 있습니까?
(직원) 그런 분 안 계십니다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 조작음]
(영목) 괜찮으십니까?
(민준) 지금 몇 시죠?
(영목) 밤 12시 다 돼 갑니다
아니, 어디 부러지거나 아픈 데는요?
(민준) 다행히 없는 거 같네요
저 진짜 기겁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차가 저를 덮쳤습니다
아니, 그럼 왜 그걸 막지 못하시고?
그걸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일은 처음이었어요
(민준) 몸의 상태가 썩 좋은 건 아니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은 절대…
아니었어요, 그런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제 능력이
제 마음대로
제어가 되지 않는 느낌
왜 갑자기 그랬는지…
(영목) 혹시
최근 그, 몸이 추위를 느끼는 것과
이게 관련이 있는 걸까요?
그럴지도 모르죠
떠날 날이 가까워져 오면서
제가 갖고 있는 것들이
하나씩 사라져 가는 걸지도
아, 이제 정말 안 되겠습니다
저라도 나서야 되겠어요
천송이 씨한테도 벌써 얘기했습니다
선생님 곧 떠나신다고 정리하시라고
장 변호사님
예
(영목) 제 반평생 바쳐서 선생님 지켰습니다
제 인생의 가장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잔잔한 음악]
선생님 곧 떠나게 되셨다고 했을 때도
'그래'
'내가 죽으면 그다음엔 누가 선생님 곁을 지키나?'
그 걱정 안 해도 되니까
'차라리 다행이다' 그랬고요
그런데 자꾸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시고
이렇게 다치시고
이래저래 정체만 자꾸 노출되시고
거기다가 믿고 있던 초능력마저
언제 못 쓸지 모르게 되는 상황이라면
저도 두 손 놓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예전에 그러셨죠?
인간사 개입해 봤지만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나고
나빠질 일은 더 나빠졌다고요
400년 전에 죽었던 그 소녀도
결국 구하지 못하고 죽게 만들었다고요
천송이 씨 사건 개입한 거
결과가 어떻습니까?
좋아진 게 뭐예요?
[침대를 탁탁 치며] 여기 계시면서 매일 얼굴 보고 그러면
정리하기 어려우시니까
차라리 이사라도 가시죠
어차피 이 집도 내놓은 거였고요
신변 정리 제가 해 드렸으니까 마음 정리도 제가 해 드리겠습니다
[놀라는 숨소리] [도어 록 작동음]
[송이의 당황한 신음] 뭐 합니까?
(송이) 도민준 씨는 괜찮아요?
(영목) 예, 좋아졌습니다
[도어 록 작동음] (송이) 아버님, 어디 가세요?
바쁜 일 있으시면
제가 도민준 씨 옆에서 간병할까요?
지난번에 해 봐서 잘하는데요
아니,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저 지금
집 내놓으려고 갑니다
네?
얘기했잖아요, 곧 떠난다고
(영목) 그러니까 제발 우리 선생…
아니, 우리 민준이
그냥 내버려 둬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엘리베이터 버튼음]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린다]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닫힌다]
[기계 음성] 비밀번호가 맞지 않습니다
비밀번호가 맞지 않습니다
[초인종이 울린다]
[초인종이 울린다]
[부드러운 음악]
(송이) 도민준 씨
보고 있나?
보고 있어?
괜찮아?
정말 괜찮은 거야?
나 물어볼 거 많았는데
이제 하나도 안 궁금해
도민준 씨 눈 떴고
이제 일어났고
그러니까 나 됐어
보고 싶다
[인터폰 조작음]
(박 형사) 야, 나 진짜 어떤 겁대가리 없는 놈이
이, 현직 검사를 테러해, 어?
아, 뭐 생각나는 거는 전혀 없으시고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당한 일이라
참
[봉투를 툭 던지며] 제가, 이 누워 계시는 동안 조사를 했는데
(박 형사) 그게 이, 검사님 차를
트럭 두 대가 양쪽에서 막고 벌어진 일이잖아요, 예?
이놈들이 또 이 CCTV 사각지대는
기가 막히게 알고 일을 쳤더라고
심지어 차량은 다 이, 도난 차량이고요
그, 현장에서
이게 나왔는데
만년필
이, 한정판이긴 한데, 이
딱히 걸리는 사람은 없어요, 아직
근데
왜요?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았어요
(선영) 며칠 더 있었으면 좋겠는데
얘가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지 모르겠어요
나가도 괜찮은 건가요?
일상생활엔 큰 무리가 없고요
(의사) 다만
바로 일을 시작하는 건 조심하셔야 합니다
두통이나 다른 증상은 없으십니까?
네, 괜찮습니다
가끔 두통이 오거나 멍한 느낌이 올 수도 있으니까
(의사) 충격이나 외상은 각별히 주의하시고요
(박 형사) 아, 예
[문이 드르륵 열린다] (선영) 아니
무슨 얘기를 하셨길래
[문이 드르륵 닫힌다] 애가 갑자기 퇴원을 하겠다고 이 난리예요?
(박 형사) 아, 저는
그, 뭐, 일 얘기를 했는데
아이, 검사님이 워낙 열정적이시잖아요, 아이참
아, 이거 유세미 씨가
누구를 닮아서 이렇게 미인인가 했더니
어머니랑 아주 판박이네요
[박 형사의 웃음]
(세미) 그래서? 기어코 퇴원했어?
(선영) 그 고집을 누가 말리니?
얘, 근…
아, 고마워요, 저 엄마랑 얘기 좀
(헤어 디자이너) 네, 언니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내가 살짝 들었는데
한유라가
자살이 아닌 모양이더라?
[의미심장한 음악]
(선영) 타살 정황이 있다는데
무슨 용의자가 하나 나타난 모양이더라고
누군데?
몰라, 그건 못 들었어
(선영) 얘, 근데
한유라가 자살 아니라고 발표되면 송이는…
어떻게 되는 거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선영) 그렇잖아
네가 지금 송이 CF 다 물려받아서 하고 있고
이렇게 승승장구 중인데
나 솔직히
걔 복귀하는 거 싫다
[옅은 한숨]
(세미) 시나리오 수정고가 더 좋더라고요
(감독) [웃으며] 그렇지?
그 톤이 세미 씨한텐 더 맞을 거야
[웃음]
아, 감독님, 근데 그
배수아 역할은 누가 해요?
그건 아직
여러 배우 후보들 놓고 접촉 중이야
아휴, 그 역할 혹시
천송이가 하면 안 될까요?
천송이?
아직 활동 못 하지 않아? 한유라 사건 때문에
(세미) 감독님만 알고 계세요
조만간 그 사건 해결될 거 같기도 해서요
(감독) 그래?
그래도 복귀가 쉽나?
이미지라는 게 있는데
그래서 제가 도와주고 싶어요
송이도 예전에 저 많이 도와줬거든요
(세미) 영화로는 제 첫 주연작인데
송이라도 곁에 있으면
좀 마음이 편할 거 같기도 하고요
(감독) 이야
세미 씨 의리 있네?
뭐, 고려해 보지
근데
맨날 주인공만 하던 애가
주인공 친구 역할 하려 그러겠어?
[옅은 웃음]
제 친구니까 하지 않을까요?
전 뭐, 15년을 해 온 일인데요
[한숨]
[초인종이 울린다]
[살짝 웃는다]
(공인 중개사) 아, 저, 이 집이
내부 수리를 아주 기가 막히게 해 놨거든요
어? 남향으로다 햇빛이 그냥 쫙
[초인종이 울린다]
[공인 중개사의 놀라는 신음] [흥미로운 음악]
쉬, 쉬, 쉬, 쉿
연예인, 연예인
천송이, 천송이, 천송이 오, 오, 오
바로 옆집에
천송이 씨가 살아요
어? 연예인이며 정재계 인사들이 많이 사시는 건물이라니까
아무튼 이게 급하게 나와서 이 가격인데
나왔을 때 사세요, 나왔을 때
[초인종이 울린다] 예? 어?
아, 이 집 아버지가 사람이 있을 거라고 그랬는데
아무도 안 계시나?
저기
[공인 중개사의 당황한 신음]
2302호 보러 오셨어요?
(공인 중개사) 아, 아이고 예
천, 천, 천 선생님, 안녕하세요?
아이, 저기 이 집 그, 주인 아버님께서
집을 내놓으셨습니다, 예
아
[옅은 웃음]
아, 근데 집 보러 오신 분한테 이런 말씀 드려도 되나?
- 응? - (여자2) 네?
(여자2) 무슨…
아, 이 집 터가…
[흥미로운 음악]
(여자2) 네?
수맥이 흐르는 거 같아요
밤에 잠도 잘 안 오고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이 찌뿌둥한 느낌?
[여자2의 놀라는 숨소리]
(공인 중개사) 아니, 저
아니, 천송이 씨
아유,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내가 가업으로다가 10대째 부동산을 하는 사람이에요
여기가 그, 조선 시대부터 그, 터가 좋기로 아주 유명하고
응? 그리고 저기…
아시죠?
'톱 오브 더 톱'이었던 제가 완전 꼬꾸라진 거
저 요즘 완전 맛 갔잖아요
(송이) 그게 바로
이 집에 이사 오고 나서부터예요
[공인 중개사가 호응한다]
하, 나 진짜 이 집 오고 나서부터 되는 일 하나도 없고
사람 잃고 돈 잃고 건강 잃고
[송이의 기침]
[송이의 힘겨운 신음] [공인 중개사의 난감한 숨소리]
(공인 중개사) 그, 터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고요, 저기
[홍 사장이 과자를 와그작 씹는다]
(홍 사장) 병원에 못 가?
그리고 형사가 찾아와서 그 사람에 대해서 물었고?
그 아버지는 곧 짐 싸서 이사 간다고 했고
일기장엔 '3개월 남았다' 어쩌고 그랬다고?
이제 두 달 남은 거지
누군데, 그 남자?
아, 그건 말할 수 없고
누가 됐든 마음 접어라
누가 봐도 이건 범죄자 필이잖아
아, 그럴 사람 아니야
(홍 사장) 범죄자가 뭐, 얼굴에 써 붙이고 다니냐?
병원에 왜 못 가겠어? 지명 수배인 거야
형사가 왜 왔겠냐고? 뭔가 낌새가 이상한 거지
3개월?
이거 공소 시효일 수 있다
[홍 사장의 생각하는 숨소리]
경찰에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냐, 그 남자?
안 돼
(홍 사장) 너 범죄자 숨겨 주면
뭐더라?
범인 은닉죄야
안 그래도 내가 인터넷 검색 좀 해 봤는데
그게 부부 사이엔 처벌이 안 된다더라
그래서?
처벌 안 받으려고 혼인 신고라도 할래?
많이 이상할까?
이상하다 뿐이냐?
(홍 사장) 너 왜 그래?
너 천송이야
암만 좋아해도 자존심은 지켜
[홍 사장의 한숨]
[발랄한 음악]
(홍 사장) 저 훈내 폴폴 나는 귀요미는 누구?
[한숨 쉬며] 귀요미는 무슨
내 동생
진짜?
넌 저 얼굴을 아침저녁으로 보고 살아?
복 터진 년
[초인종이 울린다]
(송이) 누구지?
[송이의 한숨]
[휘경의 한숨]
너 저녁 못 먹었을 거 같아서
(홍 사장) 어머, 요 황금 비율 꽃보다 미남은 누구셔?
(송이) 너 왜 그러냐?
알잖아, 휘경이
뭐, 휘경이?
그때 그 휘경이가 이렇게 잘 컸어?
(홍 사장) 너 나 몰라?
홍복자
모르겠는데?
왜, 중학교 2학년 때 네 짝꿍이었는데
기억 못 하는구나
(홍 사장) 금 넘어왔다고
네가 팔꿈치로 내 인중 찍어서 나 엄청 울었는데
내가?
(홍 사장) 그래서 너희 어머님이 그거 무마하시느라
나한테 문구 세트 엄청 사 주셨지
아, 그랬구나
- 미안하다 - (홍 사장) 나만의 추억이었네
(휘경) 아, 너 얼굴이 왜 이렇게 까칠해?
오늘도 밥 못 먹고 있었지?
[휘경이 부스럭거린다]
너 이 집 초밥 좋아하잖아
자, 자
복 터진 년
[휘경이 부스럭거린다]
그런데 무슨 일로?
(석) 한유라 씨 사망 사고 때문에 조사 중인데요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이재경 씨가 한유라 씨와 교제 중이셨더라고요
네? 제가요?
[웃으며] 아
누가 그런 얘길 하던가요?
그거는 말씀드릴 수가 없고요
한유라 씨하고 이재경 씨하고
얘기 나누는 걸 본 사람이 있습니다
그날 있었던 일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불안한 음악]
(유라) 왜?
오빠가 오래?
(신) 네
[웃으며] 치
어디?
(유라) 어유, 뭐야?
언제 이런 거 다 준비한 거야?
얘기했잖아
네가 생각하는 거 이상으로 내가 너
좋아한다고
그래서 너 때문에 조금 번거로운 거 정도는
참아 줄 수 있어
내가 사람들 앞에서 뭐, 딴소리할까 봐
미리 이러는 거 아니고?
마셔
나 지금 술 마시면 안 돼
무알코올이야
간만에 기분 내고 싶은데 싫어?
어유
[웃음]
[긴장되는 음악]
(유라) 12시에 시작한댔지 불꽃놀이?
[들뜬 숨소리]
곧 시작하겠다
왜 그렇게 봐?
[웃음]
많이 봐 두려고
뭐야?
솔직히 이해 안 될 때가 많아
이렇게 다정하고 좋은 오빠인데
(유라) 오빠 전 부인은 왜 그런 짓을 했을까?
[피식 웃는다]
그러니까 오빠한테 벌받는 거야
[입소리를 쯧 낸다]
벌받아 마땅하지
걱정 마, 오빠
난 절대
오빠 배신하는 일 없을 거니까
그래
넌 나 배신 못 해
난
알아
[유라의 한숨]
근데 오빠
이거 무알코올 맞아?
아휴, 나 왜 이렇게 취하는 기분이 들지?
[웃음]
(재경) 취하는 건 아니고
마비가 오는 거야
뭐?
(재경) 너는 곧
손발에 힘이 없어져서 제대로 걷기가 어려워지고
호흡이 가빠지고
혀가 마비될 거고
결국 잠에 빠져들 거야
네가 줄곧 먹던 수면제랑 같은 성분이라서
나중에 검출돼도
그냥 네가 먹은 거라고 생각들 하겠지
그냥 넌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여러 연예인들 중 한 명으로 남게 될 거야
[당황하는 숨소리]
오, 오빠, 지…
지금 농담하는 거…
[힘겨운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헛웃음]
난 농담 안 해
(재경) 그러게 왜 그랬어?
난 너 오래 보고 싶었는데
[떨리는 신음]
[문이 탁 닫힌다]
[의미심장한 음악] [사람들의 탄성]
[유라의 겁먹은 신음]
[폭죽이 지지직거린다]
[놀라는 신음]
[유라의 겁먹은 숨소리]
[사람들의 탄성]
[불안한 음악]
누구에게 어떤 말씀을 듣고 오셨는진 모르겠지만
(재경) 저는 한유라 씨와
교제하던 사이가 아닙니다
저희 백화점 모델을 오래 해 오셨기 때문에
안면 정도가 있던 사이였고요
이번 시즌부턴 모델 교체를 하기로 해서
사실 그날
그 일을 통보해 드렸습니다
말씀하신 다툼은
없었습니다
아, 어쩌죠?
저녁 약속이 있는데
(재경) 의외였어
먼저 연락 줄 거라고 생각 못 했는데
[재경의 웃음]
이렇게 멀쩡한 것도 신기하고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제안을 하려고 왔어
그쪽이 원하는 걸
내가 하지
모든 걸 내가 안고
사라져 주길 바라는 거 아닌가?
그렇게 하겠다고
그럼
여기서 멈출 건가?
[코웃음]
집에 있나, 없나?
[송이의 기합]
[송이의 기합]
[송이의 생각하는 숨소리]
잘하면 넘어갈 수 있을 거 같기도 하고
[한숨]
보지 말자
[흥미로운 음악]
[겁먹은 신음]
[놀라는 신음]
[휴대전화 벨 소리]
아이, 씨
[휴대전화 조작음]
도민준?
(민준) 어디야?
어디?
(송이) 어 내가 지금 그쪽을 보려고
생명을 걸고
[송이의 겁먹은 신음] (민준) 뭐?
아무튼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긴 한데
말해
(민준) 잠깐 만날래?
(송이) 만나자고?
콜
만나, 만나자
[겁먹은 숨소리]
[웃음]
[편안한 음악]
[반가운 웃음]
뭐야, 문도 안 열어 주고? [차 문이 탁 닫힌다]
안 열어 주면
내가 열면 되지, 뭐
손이 없냐, 내가?
(송이) 정말 괜찮아?
회복력 진짜 짱이다
근데 우리 어디 가?
나한테 물어보고 싶은 거 있다면서?
어, 있었어
내가 말했잖아, 안 궁금하다고
(민준) 왜?
상관없어졌거든
(송이) 상관없어
당신이 누구든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든
지금 말 못 할 사정이 있든
상관없어, 진짜
눈 떴고
일어났고
지금 내 옆에 있으니까
됐어, 진짜로
근데 우리 진짜 어디 가?
말 안 해 주니까 또 설레는 맛이 있다
이거 데이트 맞지?
[잔잔한 음악]
(영목) 처음부터 없었던 인연이라고 생각하면
편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왜 그래야만 합니까?
그 여자를 볼 수 있는 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민준) 좋은데
[울먹이며] 좋단 말입니다
나는
그 여자가 좋습니다
도민준 씨
두 달 뒤에
어디로 가?
(송이) 멀리 가?
유럽?
있지
나는 원거리 연애도 상관없고
그, 은근 해외 체질이라서
그, 해외 촬영 같은 거 갈 때
고추장하고 김치만 있으면
몇 달씩 아무렇지 않았어
그러니까 혹시 어디 가야 해서
나 밀어내는 거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뭐
그 얘기지
두 달도 좋고
한 달도 좋고
그냥 같이 있고 싶습니다
(민준) 그러다 떠나지 못해서
장 변호사님 말씀대로
이 땅에서 죽는다고 해도
행복한 꿈에서
깨어나지 않을 수만 있다면
저…
그렇게 하고 싶은데
정말 안 되는 걸까요?
안 되겠습니까?
(송이) 그런데
설마 뭐, 지명 수배 뭐, 이런 거 아니지?
아, 이게 은닉죄가 걸려 있는 문제라서
갑자기 혼인 신고 하기는 좀 그렇고
공소 시효
아니지? 그런…
[웃음]
어머 [송이의 웃음]
여기 뭐 묻었다
[송이의 웃음]
(송이) 여기 직원들은 문도 안 닫고 퇴근한 거야?
금방 어떻게 문 연 거야?
우리 뭐, 저녁 먹으러 안 가?
나 아무것도 안 먹었더니 배고프단 말이야
휘경이가 초밥 사다 줬는데 입맛 없으니까 영 못 먹겠더라
천송이
내가 경고했지?
나 믿지 말라고
(민준) 당신이 그렇게 바보같이 믿고 있는 남자가
어떤 비밀을 갖고 있는지 얘기해 주려고
보자고 했어
말 안 해 줘도 돼
그렇게 무서운 얼굴로 말해야 하는 비밀이라면
나 알고 싶지 않아
[송이의 놀라는 숨소리]
12년 전에
너를 구한 게 누구였는지
궁금했던 거 아닌가?
(민준) 그때 너를 구한 게
나야
[의미심장한 음악]
너를 구했던 건 딴 이유 없었어
그때의 네가
400년 전 그 아이
이 비녀의 주인인 그 아이를
닮았으니까
순간 착각할 만큼
많이 닮았었거든
무슨 소리야, 지금?
(송이) 400년 전 비녀의 주인
그때 살았던 사람 얼굴을 어떻게 알아?
그럼 당신이
400년 동안 살기라도 했단 말이야?
맞아
(민준) 나는 400년 전에
외계에서 이곳에 왔고
내가 살던 별로 돌아가지 못했고
이 땅에서 400년을 살아왔어
도민준 씨
(송이) 가자, 집에
우리 도민준 씨
아직 많이 아프네
[신비로운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민준) 상관없다며?
[떨리는 숨소리]
내가 누구든
나는 이런 사람이야
아직도
상관없어?
[부드러운 음악] 떠날 날이 다가오고 있는데
기분이 어떠냐고요?
글쎄요
[흐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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