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 13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난 내가 가진 능력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그들과는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들켜야만 했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남자1의 아파하는 신음]
(남자1) 거기 누구 없소?
나 좀 살려 주시오
[남자1의 아파하는 신음]
나 좀 살려 주시오
나 좀 살려 주시오, 아휴
내 다리
[남자1의 아파하는 신음]
[신비로운 효과음]
[당황한 신음]
[놀라는 숨소리]
[뛰어오는 발걸음]
[긴장되는 음악] (남자1) 저놈입니다!
저놈이 잡술을 써서
눈빛만으로 바위를 들어 올렸습니다
분명 마을에 불길한 일들이 생기는 것이
다 저놈 때문일 것입니다
(군관) 저놈 잡아라, 잡아라! [사람들이 저마다 소리친다]
(군졸1) 저놈 잡아라!
[신비로운 효과음]
[사람들의 당황한 신음]
(군졸2) 도, 도, 도깨비다, 도깨비
(군졸3) 구미호다
[차분한 음악] 나에게서 받은 도움을 고마워하는 것은 잠깐
난
내가 가진 능력 때문에
그들과는 다른 존재라는 사실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오래 정을 주고 산 사람이라 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잔잔한 음악]
(남자2) 아, 얘기를 해 보게
우리가 벗이 된 지가 올해로 벌써 10년째인데
못 할 말이 무에 있는가?
도대체 어디로 떠난다는 말인가?
(민준) 자네는
날 믿나?
(남자2) 믿지, 내 자신보다 더
(민준) 내 얼굴이 어떠한가?
자네를 처음 만났던 10년 전과 비교한다면 말일세
(남자2) 내 늘 얘기하지 않나?
이, 자네는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이, 얼굴이 똑같다네
[남자2의 웃음]
[민준의 한숨]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나?
그거야
자네가 잘 늙지 않는 체질을 타고나서
아니라네
놀라지 말게
나는
이 별의 사람이 아니라네
뭐?
다른 별에서 온
다른 생명체라네
[못마땅한 헛기침]
자네
지금 날 놀리는 건가?
사실이네
[한숨]
증명해 보일 수 있겠나?
증명해 보게
(남자2) 그럼 내 자네 말을 믿겠네
아니라면
나를 놀리는 것으로 알고…
[신비로운 효과음]
[책이 툭 떨어진다]
다치지 않았나?
사, 사, 사, 사, 살려 주시게
제, 제발
내가 왜 자네를… [남자2의 겁먹은 신음]
사, 사, 사, 사람 살려
(남자2) 아, 사람 살려! [남자2의 다급한 신음]
사람 살려!
(민준)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누군가를 잃지 않으려면
철저하게 정체를 숨겨야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난 오늘
천송이를 잃기 위해서
그녀에게 내 정체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녀가 나에게서 달아나 주기를
나를 두려워해 주기를
바라면서
[송이의 놀라는 숨소리]
12년 전에
너를 구한 게 누구였는지
궁금했던 거 아닌가?
(민준) 그때 너를 구한 게
나야
[의미심장한 음악]
너를 구했던 건 딴 이유 없었어
그때의 네가
400년 전 그 아이
이 비녀의 주인인 그 아이를
닮았으니까
순간 착각할 만큼
많이 닮았었거든
무슨 소리야, 지금?
(송이) 400년 전 비녀의 주인
그때 살았던 사람 얼굴을 어떻게 알아?
그럼 당신이
400년 동안 살기라도 했단 말이야?
맞아
(민준) 나는 400년 전에
외계에서 이곳에 왔고
내가 살던 별로 돌아가지 못했고
이 땅에서 400년을 살아왔어
도민준 씨
(송이) 가자, 집에
우리 도민준 씨
아직 많이 아프네
[신비로운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민준) 상관없다며?
[떨리는 숨소리]
내가 누구든
나는 이런 사람이야
아직도
상관없어?
방금 뭐야?
뭘 어떻게 한 거야?
아직도 모르겠어?
(민준) 나는 마음만 먹으면
지금 이 자리에서 너를 해칠 수도 있어
그러니까
기회 줄 때 도망가
가!
[송이의 떨리는 숨소리]
나 잠깐만 붙잡고 있을게
(송이) 나 다리가 너무 후들거려서 그래
[쓸쓸한 음악] [송이의 떨리는 숨소리]
당신이 다 맞다 쳐
당신 말대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날 해칠 수 있었다 치자고
그럼 왜 그랬는데?
왜 그동안 몇 번이나 날 구해 주고
내가 하자는 대로 다 해 주고
내 말 다 들어주고
왜 날 지켜 준 건데?
왜?
말했잖아
그 아이랑 닮아서 그랬어
(민준) 혹시 두 사람 사이에 뭐가 있나 해서
그런데
그게 아닌 거 같더군
네가 그냥 천송이기만 하다면
난 관심 없어
네가 어떻게 되든
[떨리는 숨소리]
말도 안 돼
장난해?
외계인?
병원은 자기가 가 봐야겠네
[떨리는 숨소리]
[트럭 경적이 빵빵 울린다]
[트럭이 끼익 멈춘다]
정말 그 아저씨라고?
도민준이?
[신비로운 효과음]
(송이) 도민준!
[비명]
[신비로운 효과음]
[다가오는 엔진음]
(손님) 네
(택시 기사) 예, 들어가세요
[버튼 조작음]
[택시가 끼익거린다] (택시 기사) 어? 뭐야, 이거?
[기어 조작음] 아이참
[자동차 시동음]
[택시 기사의 힘주는 신음]
아, 이게 왜 안 걸려?
아휴 [자동차 시동음]
참, 아휴
[기어 조작음]
[꾸르륵 소리가 난다]
(송이) 아이, 씨, 배고파
헛소리할 거면 밥이나 먹여 놓고 하든가
[짜증 섞인 숨소리]
데이트인 줄 알았잖아
[송이가 입소리를 쯧 낸다]
[송이의 당황한 신음]
아이, 진짜
아이, 가지가지…
아휴
[송이가 구두를 달그락거린다]
[송이의 힘주는 신음]
아휴
[한숨]
[부드러운 음악]
(송이) 네가 다른 별에서 와?
외계인이야?
네가 외계인이면 나는 뱀파이어다!
내가 스무 살 때부터 늙지도 않고
이 얼굴, 이 피부
다들 그래, 뱀파이어 같다고
방부제 미모라고!
네가 뭘 알아?
이런 저승사자, 도깨비, 말미잘
이런 괴물 같은 자식아!
[송이의 거친 숨소리]
[활기찬 음악]
[불안한 음악]
검사한테 내 얘기를 한 게 누굴까?
누굴 거 같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
천송이
천송이밖에 없거든
천송이가 했을 거야, 분명히
일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꼭 이렇게 번거로운 상황이 생기지
[책상을 탁 친다]
[성난 숨소리]
(재경) 그런데 말이야
천송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건 따지고 보면
너 때문이야
네가 네 라이벌한테
어떻게든 나와의 관계를 밝히고 싶어서
이런저런 힌트를 주는 바람에
천송이가 우리 사이를 알게 된 거야
이 와중에 내 탓을 하는 거야?
[웃음]
노려봐도 소용없어
넌 나에게 아무 짓도 하지 못해
그러라고 내가 죽인 건데?
넌 이미 너무 많은 짓을 했어
그걸 다 덮을 수 있을 거 같니?
[코웃음]
[웃음] [책상을 탁 친다]
(재경) 재미있는 놈이 나타났어
그런 놈은
처음 봐
이상한 능력을 갖고 있거든
정체를 모르겠어
[웃으며] 그래서 더 재미있지
정면 승부로는 절대로 이길 수가 없는데
아주 어이없는 약점을 하나
내가 알고 있어
천송이
그래서 난 그 약점으로
게임을 해 보기로 했어
무조건 내가 이기는 게임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걸로
넌 게임을 하니?
(재경) 응
너도 졌잖아
그 게임에서
난 너희들 오래 보고 싶어
근데 왜 날
건드려
[여자1의 놀라는 신음]
(학예사) CCTV는 고장 난 상태였고요
박물관 문이 어떻게 열렸는지는
보안 업체에서도 모르겠다고
지금 다시 수리 중에 있습니다
뭐, 어쨌든
훼손되거나 도난당한 문화재가 없다니
천만다행입니다
아참, 그리고
[관장이 봉투를 부스럭거린다]
(관장) 내가 귀한 사진을 발견했어요
이거
1910년도 사진이네요?
우리 학교 개교할 당시입니다
씁, 그, 이분들 중에 그분이 있지 않을까요?
익명의 기부가 말씀이십니까?
우리 학교 개교할 때 거액의 자금을 내놓고
힘들 때마다 장학금이며
(관장) 연구 자금까지 댔다던 그분
우리 박물관도 그분이 아니었다면
만들어지기도 힘들었을 겁니다
(학예사) 그럼 개교 100주년 전시회 때
이 사진도 함께 전시하는 거 어떨까요?
그렇게 해 보죠
(영목) 아니, 왜 그렇게까지…
아, 천송이 씨 엄청 놀랐겠네요
(민준) 그랬겠죠
(영목) 안 도망가요?
(민준) 네, 도망가라 그런 건데
(영목) 아니, 그래도 그렇지 그런 얘기는 뭐 하러
그냥 제가 말씀드린 대로
깔끔하게 이사 가시고
연락 끊어 버리면 될 거를 뭣 하러…
혹시
기억을 지워 버리는 건 안 됩니까?
예? 무슨 기억을 지워요?
아니, 영화 보면 그런 거 있던데, 왜
외계인이 무슨 봉 같은 걸 누르면
사람들 기억이 다 지워지고 그러는 거
그런 건 안 됩니까?
영화잖아요
(영목) 아니 시간을 멈추는 능력도 있고
염력도 있고
웬만한 건 다 되시는 분이 왜 그건 없대?
진짜 없어요?
(민준) 없어요
(영목) 아, 띡 누르니까 기억 다 지워지고 좋던데
(민준) 아, 없다고요
(영목) 하긴 이젠, 뭐 있던 능력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고
될 땐 되고, 안 될 땐 안 되고
이젠 뭐, 복불복인 거죠, 초능력도
이거 원, 불안해서…
[민준의 한숨]
[차분한 음악]
(민준) 제가 앞으로 뭘 할 수 있을까요?
이제 곧 가야 하고
같이 갈 수도 없고 남을 수도 없고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잘 사라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난 이제 [영목의 한숨]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같이 밥을 먹거나
산책을 하거나
좋은 날을 축하해 주거나
그런 건 할 수가 없으니까
그 여자가
내가 없을 때도
맛있는 거 먹고
산책하고
좋은 날들을 누리면서
잘 살 수 있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들을 해 주고
선생님이 해 줄 수 있는 게 뭔데요?
[불안한 음악] (민준) 그쪽이 원하는 걸
내가 하지
모든 걸 내가 안고
사라져 주길 바라는 거 아닌가?
그렇게 하겠다고
그럼
여기서 멈출 건가?
[코웃음]
(영목) 뭔데요?
예?
(홍 사장) 너 군고구마 환장하잖아 좀 먹어
아무것도 안 넘어가
물도 가슴을 쳐야 넘어가
참, 큰일이다
이거는 뭐로 보나 상사병 초기인데
(홍 사장) 아, 도대체 그 남자가 뭐랬는데, 어?
뭐라 그랬냐면
(홍 사장) 어
자기가…
하, 뭔데?
너 이거 진짜 아무한테도 얘기하면 안 돼
말해 봐, 뭐래?
외계인이래
[흥미로운 음악]
[깨닫는 숨소리]
안 놀라?
웃지도 않고?
(홍 사장) 이제는 핑계도 진화를 하는구나
(송이) 핑계?
내가 처음에 남자한테 사랑 고백 했을 때
그 남자가 그랬어
[흥미로운 음악]
나 군대 가
[헛웃음]
한 달 뒤에 나이트에서 부킹하다 딱 걸렸지
[홍 사장의 헛웃음]
두 번째 남자는 그러더라
나 이민 가
1년 뒤에
소래 포구에서 회 먹다 재회했지
(홍 사장) 근데
제일 황당했던 케이스는 뭔지 아니?
뭔데?
[한숨]
나
신 내렸어
[떨리는 숨소리]
받아들이려고
[기가 찬 웃음]
그러면서 막 눈이 돌아가더라고
(홍 사장) 게거품도 물고
나 그 남자 진짜 박수무당 되는 줄 알았다
근데 얼마 뒤에 결혼하더라
교회에서
목사님 주례 서시고
성가대 축가 불러 주고
그럼 다 뻥이었던 거야?
그렇지, 나 떼 내려고
근데 이번 케이스는 좀 심했다
외계인이라니
아, 근데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
그 얘기 할 때도
내 앞에서 유리 상자가 터졌어
유리 겔러 뭐, 그런 사람 아니야?
(송이) 어?
왜, 옛날에 TV 나오고 했던 초능력자 있잖아
자기가 뭐, UFO를 만나서 초능력이 생겼다나 그러면서
눈빛으로 숟가락 막 휘게 만들고
아유, 몰라, 나 그런 거 안 믿어
그, 말이 되냐?
근데 너 생각보다 자존심 없는 거 같다
(홍 사장) 얼마나 구질구질 매달렸으면
남자가 그런 어이없는 뻥을 치냐?
자기가 외계인이라니
그거 100프로 뻥 아니면
그분이 정신적으로 편찮으신 양반인 거야
[한숨]
(송이) 나 도저히 이렇게는 못 있겠어
왜?
확인을 좀 해야겠어
[흥미로운 음악]
[등산객들이 두런거린다]
[등산객들이 수군거린다]
[송이의 가쁜 숨소리]
(송이) 내가 여기서 불렀는데
오면 인정
도민준!
나 좀 살려 줘!
나 좀 구해 줘!
(등산객1) 아니, 저 여자 왜 저래?
(등산객2) 아니, 그러니까
(등산객3) 왜 저래?
(등산객4) 미친 여자인가 봐
응? 가자고
도민준!
나 여기 북한산인데!
(송이) 나 지금 좀 위험한데!
진짜인데!
아,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까마귀 울음 효과음]
[어이없는 숨소리]
내 이럴 줄 알았어
자기가 무슨 외계인?
무슨 슈퍼맨?
[코웃음]
[밝은 음악]
강다정
(학생1) 네
[문이 달칵 열린다] 강희진
(학생2) 네
- (민준) 고영민 - (학생3) 네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반짝이는 효과음]
(학생4) 천송이 왔다, 천송이
(학생5) 천송이, 천송이
- (민준) 권혁진 - (학생6) 네
- (민준) 권현주 - (학생7) 네
- (민준) 김민경 - (학생8) 네
(민준)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왜?
나가 봐
뭐?
나가 보라고
외계인이면 내가 가로막고 있다고 못 나가나?
나가 봐
순간 이동
그런 거 못 해?
비켜
(송이) 아니지? 외계인 아니지?
어? 야, 아니잖아
(민준) 뭐 하는 거야? 다 쳐다보잖아
(송이) 날아 봐
(민준) 뭐?
(송이) 날아 보라고
못 나나?
슈퍼맨처럼 의상이 있어야 나나?
(민준) 장난하지 마
(송이) 장난치는 거 같지?
내가 이러니까 되게 짜증 나고 장난치는 거 같지?
내 기분이 딱 그랬거든
아니지? 외…
아니지, 그거? 아니잖아
[한숨]
가기만 해
또 나 놔두고 가기만 해
나 여기서 소리 지를 거야
당신
외계인이라고
[흥미로운 음악] [한숨]
[입소리를 쯧 낸다]
(송이) 사람들이 다 나만 쳐다보는 거 보이지?
내가 그렇게 소리 지르면
SNS 타고 전국에 1시간이면 소문 쫙 퍼질걸?
'모 대학 교수 외계인설'
천송이 너 진짜…
왜? 나 믿었어?
(송이) 믿지 말라며?
아무도 믿지 말라고 친절하게 경고해 준 건 당신이면서
나는 왜 믿니?
[한숨]
나 두고 혼자 또 가면
소리 지르는 걸로 끝나지 않아
내가 경찰에 외계인 나타났다고 신고도 하고
저기, 청와대에 투서도 넣고
씁, 그, 뭐냐, 미국 나사 뭐시기
아무튼 거기도 찌르고
아무튼 다 할 거니까
각오해
[어이없는 숨소리]
날 쉽게 봤어, 너
난 한다면 하는 여자야
(민준) 원하는 게 뭐야?
나랑 밥 먹어
[흥미로운 음악]
(민준) 어디 가는 거야?
밥 먹겠다며?
어디서 뭘 먹을지는 내가 정해
고속 도로는 왜 타?
(송이) 바다를 가르고 그러는 건 안 돼?
(민준) 그만해라
그때 보니까 굴비도 잘 먹던데
(송이) 총각김치도 잘 먹고
외계인도 그런 거 먹어?
전기나 수액 같은 걸로 에너지 충전하는 건 아니고?
[한숨]
[경쾌한 음악] 야!
껍질 같은 거 벗겨지고 그러는 건 아니고?
(송이) 왜, 보통은 막 파충류 같은 거 안에 들어 있고
피도 막 파란색이고 그렇잖아
껍질 안 벗겨져
(민준) 안에 파충류 없고 피도 빨간색이야
그리고 우리 별 사람들
너희보다 미모가 훨씬 뛰어나
우리 별 오면 평균도 안 될 것들이
'에일리언'이나 '혹성 탈출' 같은 말 같지도 않은 영화 만들어서
외계인에 대한 편견이나 만들고 말이야
내가 그런 영화 보면서 기가 찰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
[젓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소주 한잔할래?
차 가지고 왔잖아
아유, 술 깨고 가면 되지
수작 부리지 마
(송이) 나 뭐 하나만 묻자
나한테 예전에 그랬잖아
내가 누구냐고
[잔잔한 음악] (송이) 지금 내가 누구냐고 물어본 거예요?
나 아직도 몰라요? 천송이잖아요
그래
천송이지
그 여자일 리가 없지
그 여자가 누군데요?
뭐, 나랑 좀 닮았나?
그때 그 여자야?
비녀 주인이라던 여자?
그래
비녀 주인이라면
헤어스타일이 머리에 쪽을 찌고 있었다는 거잖아
(송이) 도민준 씨 유부녀 좋아했니?
어유, 나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민준) 그런 게 궁금해?
(송이) 아니 포인트는 그게 아니고
이뻤나?
아이, 뭐, 하긴, 날 닮았다면 입 아플 정도일 거고
근데…
정말 그게 다였어?
당신이 좋아했던 어떤 여자가
나랑 많이 닮아서
그게 다야?
그래
착각에서 시작된 일이야
(민준) 너무 닮아서
끌렸고 궁금했고
확인하고 싶은 것들이 생겼어
그래서 네 옆에 있게 됐는데
어느 순간
넌 그 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만약
내가 널 조금이라도 좋아했다면
넌 그 아이가 아니라고 깨달았을 때
뭔가가 남았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아무것도
안 남아?
그래
단 한 순간도
내가 좋았던 적이 없었어?
[감미로운 음악]
(송이) 단 한 번이라도
나 때문에 설레었거나
(송이) 핸드폰 하나 사면 안 돼?
그 정도는 매니저의 기본 장비 아닌가?
진심으로 내가 걱정되거나
(송이) 그런 적이 없었어?
(송이) 그 여자랑 상관없이
그냥 내가 좋았던 적이
진짜 단 한 번도 없었어?
(송이) 나와의 미래를 그려 본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었어?
꼭 대답을 들어야겠어?
(송이) 응
확실하게 대답해 줘
없었어, 단 한 번도
(민준) 근데 넌
그게 더 중요해?
내가 외계인이라거나
400년을 살았다거나 그런 것보다
널 좋아했니, 말았니
겨우 그런 것들이?
(송이) 응
난 그게 훨씬 백배 천배 중요해
난 네가 어느 별에서 날아온 에일리언이든
뱀파이어든 괴물이든 과거가 어떻든
그런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아니
내가 좋아했던 남자가
날 어떻게 생각했는지가
가장 중요해
날 단 한 순간이라도 진짜로 좋아했던 건지
그냥 자기가 못 잊고 마음에 품고 있던 여자 대용으로
나한테 관심이 있었던 건지
난 그게 훨씬 더 중요해
당연한 거 아니야?
넌 내가 좋아했던 남자야
12년 전에 네가 나를 구하든 말든
그 아저씨든 아니든
그 진실과는 상관없이
난 우리 옆집 사는 도민준이라는 남자로
그냥 좋았다고
[부드러운 음악]
널 좋아했다고
진심으로
그런데
다른 여자 대용으로 나를 봤던 남자라면
최악이지
그런 남자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 좋아하면
난 더 최악이고
접을게, 내가
잘 생각했어
도민준 씨 그동안 귀찮게 해서 미안했어요
다시는 그럴 일 없을 테니까
안심해요
(송이) 그럴 일 없겠지만
내 마음이 갑자기 널을 뛰어서
그쪽에 전화하거나 찾아가거나 하면
원래 하던 대로 칼같이 잘라 줘요
그리고 오다가다 얼굴 보게 되면
서로 알은체하지 말아요
이제 그럴 이유 없으니까
[안전띠를 달칵 푼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안전띠를 달칵 푼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민준) 미국의 심리학자 퀴블러 로스 박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애착을 박탈당한 사람은
현실 직시까지
다섯 가지 감정의 단계를 겪습니다
첫 번째, 분노
[흥미로운 음악]
[송이의 성난 신음]
어휴, 내 가슴에서
천불이 다 나네
(송이) 뭐, 안 남아? 안 남아?
뭐, 아무것도 안 남아? 어?
뭐, 없어? 없어?
날 좋아한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어? 어?
아, 나쁜 자식
어떻게 복수하지?
[비명]
두 번째는 현실 부정
[익살스러운 음악]
아, 말이 돼?
아, 외계인?
아, 장난해? 아, 누구 놀려?
아, 영화 찍어?
아, 몰래카메라 아니야?
(송이) 야, 야
[송이의 웃음]
너지? 어디야, 어?
[웃음]
알고 있다, 어? 알고 있어
어? 참
세 번째는 타협
[흥미로운 음악]
(송이) 그래
걔는 원래 내 스타일이 아니었어
무뚝뚝하고 말도 싸가지 없게 하고
구닥다리에 조선 욕이나 하고
그래, 걘 어차피 진짜 외계인일 수도 있어
완전 또라이잖아 내 인생 최고의 또라이
(민준) 네 번째 길고 긴 우울의 단계를 지나
(미연) 너 왜 울어?
내가?
이건 우는 게 아니야
그냥 눈에서 눈물이 난 거야
우는 게 아니야
눈물이 난 거랑 우는 거랑 뭐가 달라?
쟤 요새 미쳤어
마지막, 수용의 단계가 옵니다
[리드미컬한 음악]
(송이) 그래
내가 더 이뻐져서
물론 지금도 심히 이쁘지만
아주 그냥 헉 소리 나게 이뻐져서
네가 땅을 치게 만들어 주마!
[거친 숨소리]
(민준) 이렇듯 상실로 초래되는
슬픔과 괴로움을 직접 겪으면서
상처를 회복해 가는
이른바 애도의 단계를 거칩니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남녀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죠
여자는 더 나은 나를 만들거나
더 나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
스스로의 발전에 집중하는 반면
남자는
(영목) 좀 드세요
(민준) 안 넘어가요
자기 파괴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견딜 수 없는 상실감에
여자보다 훨씬 더 괴로워합니다
[한숨]
(영목) 집이 팔릴 거 같습니다
그래요?
잘됐네요
(영목) 예, 거, 터가 안 좋다는 둥
누가 헛소문을 퍼트려서 안 팔리나 싶었는데
시세보다 더 주고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어요
그래요?
- 그래요? - (영목) 예
(영목) 어, 젊은 사람이 무슨 돈이 그렇게 많은지
집도 안 보고 벌써 계약금까지 다 입금시켰더라고요
아, 그리고 마침 그 근처에 있다면서
집에 잠깐 들르겠다고 했다네요
[한숨]
오면 문 열어 주시라고 전화드렸어요
[초인종이 울린다]
아, 벌써 왔나 보네?
[한숨]
[도어 록 작동음]
(민준) 그런데요, 장 변호사님
저 그 계약 안 합니다
(영목) 예? 안 되는데?
벌써 그쪽에서 계약금 입금시켰는데?
그거 두 배 물어 주면 되잖아요
물어 주세요
[휴대전화 조작음]
왜 계약 안 하는데?
(휘경) 시세보다 더 주겠다는데?
가격이 마음에 안 들면
두 배까지도 더 줄 수 있어
아, 집 내놨다며? 내가 사겠다고
너한테는 안 팔아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어이없는 웃음]
아, 나한테 왜 안 팔아?
야, 이사 간다며? 갈 거면 빨리 가!
[한숨]
(휘경) 네가 누구한테 집을 팔든
난 이 집으로 꼭 이사 올 거야
[민준의 한숨]
[의미심장한 효과음]
[부드러운 음악]
[한숨]
[물을 쪼르륵 따른다]
[신비로운 효과음]
(휘경) 옆집 내놨더라?
내가 사 버릴까 싶어
(송이) 그럴 수 있으면 그렇게 해
네가 옆집 살면 나야 좋지 얼굴도 자주 볼 수 있고
[물이 주르륵 흐른다]
[한숨]
[혀를 쯧 찬다]
'흉중생진'이라는 말이 있죠
너를 너무 그리워하다 가슴에 먼지가 쌓였다는 말인데
이건, 뭐
[리드미컬한 음악] 먼지는커녕
티끌이 쌓일 틈도 없을 거 같네요
마음 정리하는 게 무슨 방 정리하는 겁니까?
책상 정리하는 거예요?
이렇게 빨리
지금 화내는 거냐고요?
천만에요
다행이란 얘기입니다
이렇게 빨리
쿨하게 정리가 돼서
정말 다행입니다
화내는 거 아니라고요
(송이) 참
나 어제 영화 제의받았다?
정말?
(송이) 응
주연은 아닌데 비중 있는 조연
캐릭터가 죽인대
어떤데?
성질이 더럽대
야, 딱이네
그렇지?
애써 연기할 필요가 없을 거 같아
(송이) 아, 솔직히 주인공 캐릭터 다 거기서 거기잖아
밝고 착하고 정의감 넘치고
나 원래 캐릭터 센 조연 꼭 한번 해 보고 싶었거든
[옅은 웃음]
잘됐다
천송이 멋지다
그럼 [컵을 탁 내려놓는다]
조연이든 주연이든 나 천송이야
주연이 누구든 내가 확 다 잡아먹어 버릴 거야
[웃음]
그래 [웃음]
[휘경의 웃음]
(송이) 아참, 휘경아
나, 형사가 나 찾아왔었어
[의미심장한 음악]
(휘경) 형사가 왜?
한유라
남자 있었냐고 묻더라
(송이) 그러면서
혹시 도민준 씨가 한유라랑 사귀는 사이 아니냐면서…
아, 근데 그거 아니잖아
사실
나 알거든
뭘?
유라 언니랑 사귀던 남자
재경 오빠야
정말이야?
(송이) 응
그래서 그 사실 형사한테 얘기했어
개인적인 얘기라고 생각해서 말 안 하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그게 수사랑 관련된 거 같았고
또…
도민준이 의심받는 게 싫어서?
(송이) 재경 오빠가 알면 많이 섭섭해하겠지?
[긴장되는 음악]
(박 형사) 아니, 그러니까 이게
조기, 요 앞에만
- 저쪽 밖으로는 안 나오고? - (점원) 네, 네네
(석) 지금 저 카메라가 어디서 어디까지 커버해요?
(남자3) 예 저 간판 있는 데서부터
저 건널목까지입니다
저거 24시간 돌아가는 거 맞죠?
(남자3) 네 24시간 돌아가고 있습니다
[휴대전화 알림음]
[휴대전화 조작음]
(재경) 약속을 조금 더 빨리 지켜 줘야겠어
사흘 줄게
[휴대전화 조작음]
[피곤한 신음]
[박 형사가 입소리를 쯧 낸다]
(박 형사) 없어요, 없어, 아휴, 쯧
천송이 말대로
이재경 상무랑 한유라랑 사귀는 게 맞다면
이 중 어디 하나 걸렸어야지
이게 지금 며칠째야?
[박 형사가 입소리를 쯧 낸다]
이재경 회사
한유라네 집 앞, 근처 도로
정류장까지 다 뒤졌는데
둘이 있는 그림 단 한 컷 안 나오고
어? 서로 통화 기록 하나 없고
씁, 천송이가 그냥 한번 해 본 소리 아닐까요?
어찌 됐든 한유라가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 되는 게
본인한테는 유리할 테니까
일단은 '남자가 있었다'
어? 이렇게
뭘 그렇게 뚫어져라 보시나?
기지국 리스트를 뽑아 놓은 자료인데요
(석) 여기요
회사에 확인해 보니까
지난해 이재경 상무가 여름휴가를 쓴 게
7월 24일부터 27일까지거든요
그때 핸드폰 기지국이
청평으로 잡혔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그런데…
(박 형사) 한유라 쪽은
7월 24일부터
27일까지
청평
우연일까요?
(박 형사) 내 성을 갈아요
작년 7월 24일부터 27일까지
청평 쪽, 이 톨게이트 CCTV 자료 화면 좀
싹 다 받아 주세요
내 눈알이 빠지는 한이 있어도
찾아냅니다
[휘경의 옅은 웃음]
- 수고하십니다, 아저씨 - (남자4) 네
저, 형은 들어갔어요?
네, 조금 전에요
아참
제가 얼마 전에 형 차 탔다가 뭐 좀 놓고 나온 게 있거든요
그, 잠깐 좀 찾을게요
예, 그러세요
- 키 좀… - (남자4) 아, 예
여기 있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내비게이션 작동음]
[내비게이션 조작음]
[무거운 음악] (민준) 너를 구했던 건 딴 이유 없었어
그때의 네가
400년 전 그 아이
이 비녀의 주인인 그 아이를
닮았으니까
순간 착각할 만큼
많이 닮았었거든
(송이) 아, 저기요
어디 갔어요? 여기 있던 비녀요
아
얼마 전에 사고가 좀 있어서요
(학예사) 다른 곳으로 옮겨서 보관 중입니다
아, 네
아, 그런데요
혹시
이 비녀의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있을까요?
네?
아, 그건 저희도 알 수가 없네요
(송이) 뭐, 초상화라든가
몇 살이었는지
유부녀였나, 처녀였나 뭐, 그런 인적 사항은요?
- (학예사) 예? - 아니면 이뻤을까요?
외모에 대한 정보는요?
[웃음]
글쎄요, 그건 저도 잘…
[송이와 학예사의 웃음]
실례했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무거운 효과음]
(송이) 무슨 소리야, 지금?
400년 전 비녀의 주인
그때 살았던 사람 얼굴을 어떻게 알아?
그럼 당신이
400년 동안 살기라도 했단 말이야?
맞아
(여자2) 어? 야
100년 전 남자들인데
되게 다 잘생겼다
(여자3) 진짜
이 남자 완전 훈남
요새 남자들보다 낫다, 야
[여자들의 웃음]
[여자2의 놀라는 숨소리]
(여자3) 천송이 아니야?
(여자2) 어? 여기 웬일이야?
(여자3) 우리 가자
(송이) 아, 저기요
네
이 사진 뭐예요?
(학예사) 아, 우리 학교가 개교했을 당시에
도움 많이 주신 분들의 사진입니다
- 파나요? - (학예사) 예?
이 사진 파냐고요
제가 살게요 얼마죠? 에눌 되나요?
돈으로 사고팔 수 있는 그런 사진이 아닙니다
(송이) [웃으며] 사인해 드려요?
(여자들) 아니요, 괜찮아요
(송이) 괜찮아?
[송이의 웃음]
아유, 나 어떡해, 정말, 아휴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직원1) 안녕히 가세요
(미연) 오랜만이다?
(선영) 응
잘 지내지?
그럼, 좋아
(미연) 아참
우리 송이 영화 들어가 하도 급하게 매달려서
어, 그래?
드디어 활동 다시 시작하는구나?
(선영) 근데
소속사도 없이 힘들겠다
안 그래도 S&C에서
우리 송이 1인 기획사 차려 준다고 해서
(미연) 그거 타진 중이야
계약서에 도장만 찍으면 되는데
우리 송이가 좀 더 생각해 보겠다네?
아, 그래?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걱정해 줘서 고맙다
근데 네 걱정이나 해
무슨 걱정?
[웃음]
아니
우리 송이 재기하면
CF 다 가져와야 되잖아
또 보자
(직원2) 어? 계산 아직 안 하셨는데?
(미연) 계산?
윤 실장
나야
천송이 마미
원장님이 더 이상 협찬 안 된다고
(직원2) 돈 받으라고 하셨거든요
죄송해요
(선영) 수고해요, 윤 실장
(직원2) 네, 세미 언니 촬영장으로 스태프 보내면 되죠?
(선영) 그래요
언니, 나 먼저 갈게
[성난 숨소리]
[송이의 한숨 소리가 들린다]
(송이) 얘기를 해, 말아?
내가 얘기할 필요가 뭐가 있어?
됐어
이 개불, 말미잘 같은 자식, 쯧
[송이의 한숨]
[흥미로운 음악]
(송이) 씁, 얘기해?
[한숨]
아냐, 아냐, 아냐
[발을 탁탁 구른다]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송이) 명인 대학교 박물관에 가 보시오
100주년 기념인가 뭔가 사진을 주목하시오
내가 누군지는 절대
알려고 하지 마시오
참…
[부드러운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문이 달칵 열린다]
(박 형사) 유 검사님
걸렸어요, 걸렸어
찾았습니까?
이재경, 한유라가 같이 가는 건 없는데
(박 형사) 둘이 1시간 간격으로 청평 IC 통과하는 거는 찾았습니다
이재경 상무 별장이 호명산 쪽이더라고요
예? 고쪽, 이, 샅샅이 뒤져 보면
뭔가 나오지 않겠어요?
[웃음]
근데 어디 가세요?
만년필 주인이요
실종돼 사망 처리 됐다는 한서진이라는 사람
(석) 혹시 지인이나 친구한테 선물했을 수도 있잖아요
그렇죠
응, 검사님 이, 뒤통수 갈긴 놈인데
누군지 반드시 알아내야죠
- (박 형사) 다녀오세요 - (석) 네 [박 형사의 웃음]
(미연) 뭐, 어차피 계약이야 내가 늘 해 왔던 거니까
잘 생각하셨습니다
아마 송이도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옅은 웃음]
영화 들어가기로 했다고요?
그럼 일단 매니저와 차량부터…
아니
그 계집애가 내가 자기 몰래 계약한 거 알면
지랄 난…
[웃음]
[멋쩍은 웃음]
언짢아할 수 있으니까
일단은 촬영 들어가서
(미연) 빼도 박도 못하게 바쁠 때 그때…
자기도 소속사의 필요성을 느끼면
그때는 오케이 하겠죠
그럼 그러시죠
그래도 스케줄은 알고 있어야 하니까
저한텐 알려 주시죠
'오브 코스'
(윤재) 영화 들어간다며?
(송이) 응
아무래도 TV보단 영화 쪽이 여론이 나을 거 같기도 하고
아이
아, 근데 액션이야
난 치정이나 격정 멜로 이런 게 좋은데
(윤재) 왜? 네가 짝사랑 중이니까?
(송이) 이게, 이, 씨 [흥미로운 음악]
야, 야, 야, 참 나
아, 또 대한민국에서
나만큼 액션 되는 여배우가 어디 있냐? 어?
벽 타기면 벽 타기
격투면 격투
참 나, 야
내가 요번에 한번
제대로 보여 주겠어
쫙!
[기합]
쫙쫙
[코웃음]
[소란스럽다]
(감독) 점검 좀 해 봐
(조감독) 예, 예, 예
- (조감독) 형님, 형님 - (남자5) 왜?
(조감독) 이 와이어 이거 지지대 잘못 끼우면
이, 바로 줄 끊어지거든
그러니까 진짜 조심해야 됩니다, 이거
(남자5) 아유, 장사 하루 이틀 해?
크레인, 도르래 다시 한번 그, 점검해 주시고예
알았어, 알았어
(남자5) 야, 알바
도르래 느슨해지면 안 된다
느슨해지면
처음엔 제대로 작동하는 거 같다가도
한두 번만 와이어 당겼다 풀면
나사가 풀려 버린다고, 알았어?
(남자6) 네
(남자5) 어 빨리 움직여, 빨리, 어
[불안한 음악]
(박 형사) 아유, 이제 오세요?
아유, 뭐 좀 알아내셨어요?
[석의 한숨]
아니요, 별거 없던데요?
(박 형사) 아유, 이젠 별게 없어
[휴대전화 벨 소리]
[박 형사의 피곤한 신음]
여보세요?
[휴대전화 조작음]
지난번 일은
유감입니다
이제 좀 괜찮으십니까?
네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는데
지난번엔 저를 왜 보자고 하신 겁니까?
검사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석) 그러니까 한서진 씨는
3년 전에 사망한 게 확실한 겁니까?
네, 어디로 여행 떠난다고 하고 안 보인 다음에
소식이 끊겼고요
나중에 사망 처리 됐다고 얘기만 들었어요
혹시 한서진 씨 주변에
도민준이라는 지인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석) 얘기하는 걸 들어 보셨다거나
찾아온 적 있다거나
(남자7) 서진 씨는 친구가 없었어요
우리끼리도 밥 한 번 먹은 적이 없는데요, 뭘
누구 하나 찾아오는 사람도 못 봤고
그럼 혹시
(석) 이 사람 본 적 없으세요?
아니, 뭐, 헷갈리신 거 아니에요?
예?
이 사람이 한서진이잖아요
(남자7) 한서진 씨 맞아요
머리 스타일만 다르네
확실합니다
[의아한 숨소리]
하세요, 저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
[불안한 음악] [촬영장이 분주하다]
(미연) 뭐야?
누구 하나 '오셨습니까?' 하는 놈이 없고
아휴, 이게 뭐니?
감독이랑 사전 미팅도 없이 바로 촬영장이라니
이게 바로 조연의 설움인 거야
저, 그러니까 엄마 말대로 S&C랑…
다 끝난 얘기 그만해
(감독) 어, 어, 세미 씨 왔어?
(세미) 어, 안녕하세요, 감독님 안녕하세요 [저마다 인사한다]
(감독) 야, 오늘 피부 톤 좋다, 야
(미연) 뭐야? 주연이 유세미였어? [세미와 감독이 대화한다]
[미연의 놀라는 숨소리]
(감독) 세미 씨가 도전하는 건 아니니까
어, 어, 천송이 씨 왔네?
(송이) 오랜만이에요, 감독님
(감독) '한번 하자, 하자' 하다가 드디어 만났네
반가워
이번에 송이 씨 상황이 좀 그래서 어떨까 했는데
우리 유세미 씨가 강력 추천 해서 캐스팅하게 됐어
[무거운 음악]
그랬니?
(세미) 응
너도 늘 나한테 그래 줬잖아
(감독) 첫 촬영부터 와이어 신인데
우리 송이 씨가 액션 좀 하잖아
(송이) 좀 하죠, 제가
일단 합부터 맞춰야 되니까
무술 감독하고 얘기를 좀 해 보자고
(감독) 점검 끝났냐?
(조감독) 예
(선영) 잘 부탁한다, 송이야
조연이 옆에서 잘 받쳐 줘야 주연이 빛나니까, 응?
가자
(미연) 들었니? 들었지? 저 여편네 얘기하는 거
엄마가 맨날 세미 엄마한테 했던 소리잖아
(송이) 준 만큼 받는 겁니다, 여사님
야
넌 누구 편이야?
(영목) 미치셨어요?
왜요? 왜 그런 생각을 하세요?
아니면
내가 이재경을 죽여야 됩니다
(민준) 죽이든지, 멈추게 하든지
둘 중 하나예요
아니면 천송이가 죽을 수도 있어요
천송이가 형사에게
이재경과 한유라 관계를 얘기했어요
시간이 없습니다
(영목) 아유
무슨 소리예요?
아휴, 진짜
[불안한 음악]
그래?
착하네
약속도 잘 지키고
천송이 쪽은?
(무술 감독) 야
센터가 안 맞잖아!
(감독) 진짜 스턴트 없이 본인이 다 해도 괜찮겠어?
하라면서요
해 주면 고맙다고 했지
(감독) 그게 아무래도 더 실감 나니까
해야죠
주연 확 잡아먹으려면
[송이의 힘주는 신음]
[당황한 숨소리]
(석) 이제부터 하는 말은 영상 녹화에 들어갑니다
동의하십니까?
네, 동의합니다
(석) 시작하시죠
[긴장되는 음악]
(송이) 도민준! [리드미컬한 음악]
나 여기 북한산인데!
[등산객2의 못마땅한 신음] 나 지금 좀 위험한데!
진짜인데!
아,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까마귀 울음 효과음]
[어이없는 숨소리]
내 이럴 줄 알았어
자기가 무슨 외계인?
무슨 슈퍼맨?
[코웃음]
- (등산객5) 실성했나 봐 - (등산객6) 그렇지?
[한숨]
저게 사람을 아무 때나 불러 대고, 씨
깜짝 놀랐잖아, 씨
.별에서 온 그대 ↲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