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2
음악실.
-혜원이 들어서며 전등 스위치 켜고, 문 밖에 서 있는 선재.
혜원 들어와.
-주춤주춤 들어서는 선재.
-혜원, 창문들 닫는다.
-방 한가운데 그랜드 피아노.
-AV 기기와 벽면에 큼직한 모니터. 3인용 1인용 소파가 하나씩. 1인용은 연주자의 자세가 잘 보이도록 피아노 옆 조금 비껴 놓여 있다.
-선재, 여기는 어디이며 저 아줌마는 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그 애는 어제 선생님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실장님이라고 한댔다.
-혜원. 준형의 서재로 통하는 문까지 닫고 나서, 피아노 상판 세워 고인다. 앞 뚜껑도 열고,
혜원 앉어.
선재 (흠칫 본다)
혜원 너 여기 왜 왔는지 몰라?
선재 (비로소 현실)어제 일 땜에,
혜원 당연히 처벌 받아야지.
선재 (여기서요?)
혜원 쳐 봐, 어제처럼.
선재 네?
혜원 들어보구 정할 거야.
선재 뭘,
혜원 벌을 줄지, 용서할지.
선재 (시바, 뭔가 앞뒤가 안맞잖아. 기분이 나빠지고 있지만 최대한 공손하려)아니 저기, 이해가 좀 안되는 게요, 분명히 어제 그 분 말씀은, 제가 현행범이지만 일단 봐준다 그랬,
혜원 잘 치면 봐 줄까 해. 내가 책임자거든. 널 경찰서에 보낼 수두 있구 안보낼 수두 있구.
선재 (잘 치면 봐 줘?)
혜원 싫어? 그냥 바로 그리 보내줘?
선재 (허)치죠 뭐. (피아노 앞으로)
혜원 (까딱)
-피아노 앞의 선재, 의자를 좀 당겨 앉고,
-1인용 소파의 혜원, 리모컨으로 버튼 누른다. 카메라 및 녹음 장치.
혜원 녹음,녹화 한다.
선재 (두 손 건반 위에 올리다가 얼핏 둘러보는)
혜원 증거 자료.
-천장 네 귀퉁이에 카메라.
선재 아,예.
-혜원, 리모컨을 소파 옆 탁자에 내려놓고 깊숙이 기대 앉는다.
혜원 시작해.
선재 네.
-선재, 저음부 쪽 건반 위에 손 올린다.
-혜원, 깊숙이 기대 앉아 팔짱 끼고 지켜본다. 어떻게 치는지 한 번 보자는.
-선재,손가락은 폈는데 움직이지 못한다...
혜원 ...뭐하니?
선재 (머릿속이 하얘지고 있다)
혜원 친다며...
선재 (그랬죠)
혜원 왜 못 쳐? 어젠 허락두 없이 잘만 해놓구?
선재 (왼손 칠듯이 달싹, 하지만 다시 정지)
혜원 (본다...)
선재 (여전히)
-혜원, 선다. 선재, 등줄기 써늘하지만 꼼짝할 수가 없는데,
혜원 좀 친다 그래서, 직업상 한 번 들어볼까 했더니 안되겠네. 그런 애들 많구두 많은데 어떻게 다 상대하겠니. (문을 향해 간다)절차대루 하자. (문 열려는데)
-조용히 시작되는 저음부.
-혜원, 돌아본다.
-선재, 저음부 인트로 두 손으로 치는가 싶더니 어느 새 오른 손을 고음역으로 옮겨 고음부 멜로디를 친다. 왼손은 저음부 멜로디와 화음 및, 고음부 화음 번갈아.
-혜원, 응? 저걸 저렇게 쳐?...
-두 손으로 4성부 넘나들며 연주하는 선재. 간간이 엉덩이 들썩여 위치도 바꿔가면서.
-혜원, 놀란 내색 지우고 냉정하게 지켜보는.
-이윽고 선재, 연주 멈추고 어렵게 입을 연다.
선재 어제, 여기까지 쳤습니다...
혜원 (놀란 티 안내려 더 사무적)정말 니 맘대루네? 너 원래 그렇게 쳐? 악보 무시하구?
선재 (헤매기 시작)그게, 이 곡이, 원래는 둘이서 치는 건데 저 혼자 치다보니까,
혜원 솔로 편곡 있잖아.
선재 그건 악보를 본 적이 없어서요, 그냥 어제 거기서 들은대루, 아니 저기, 그러니까, 치면서 말씀드릴게요. (저음부 두 손으로 치다가 오른 손 고음부로 옮겨 멜로디 치면서 왼 손으로 저음부 멜로디)여기는, (오른손 멜로디 두 마디쯤 친다)이게 좋으니까, 고음부 화음 대신 왼손 멜로디를 쳤구요, 고 담에, 또,
혜원 편하게 얘기 해. 천천히.
선재 (마른침 꿀꺽)다른 거 쳐 볼게요.
혜원 (미소를 숨긴)다른 거 뭐?
선재 악보 외우는 걸로,
혜원 해 봐.
-혜원, 소파에 앉고, 선재, 확실한 긴장감. 손바닥 허벅지에 문지르고 두어 번 쥐었다 폈다 한 뒤 건반에 얹는다. 고갯짓 하나 둘 셋 넷, 바하의 평균률.
-혜원, 선재의 발을 본다. 페달 밟지 않는다. 얘 봐라?
-어느 새 스칼라티.
-슬몃 웃는 혜원.
-모짜르트로.
-혜원, 고개 돌리며 소리없이 하하하.
명화 식당.
-퍼머 캡을 쓴 명화가 배식대 쟁반위에 라면 두 그릇을 올려놓는다. 장호가 단무지 집어먹다가 일어서서 쟁반 들고 탁자로. 다미, 집게로 끊어진 목걸이 고치려 애쓰는. 손님은 없다.
명화 알바를 하나 더 잡은 건지.
다미 그런 거믄 왜 말을 못 해?
장호 바람 났나?
다미 걔가 너냐?
장호 뭐냐 그건(목걸이).
다미 줏었어.
-와장창.
-바닥에 깨진 그릇 조각 잔뜩.
명화 못산다,내가.
다미 (주방 들여다본다)안다쳤어?
장호 취미 활동 하셨네.
혜원 침실.
-혜원 핸드폰 진동. ‘서영우’
아트센터 대표실(영우 방).
-영우가 사무실에서 나오며 성질. 그 뒤 세진 전전긍긍. 경위서를 들고 있다.
영우 누구 맘대루 월차? 경위서만 내믄 다야? 지 위엔 이사장 밖에 없어? 대체 뭘 믿구 계통을 무시해?
이사장실.
영우 오혜원 휴가 줬다죠?
성숙 하루 푹 쉬라구 했어. 나타나믄 서대표 심기 불편할까봐.
영우 당연히 불편하죠. 후궁이 공주 앞에서 상궁을 두둔하는데.
성숙 노, 후궁 아니구 중전. 사극두 안 보시나.
영우 직속 상관은 나예요. 징계위 넘길 거야.
성숙 재고하기 바래. (들어가려다가)어 참,
영우 뭐요.
성숙 재고 할 거 또 하나 있다. 학교 일에 너무 관여하지 마. 니 소관 아니지.(영우의 어깨에서 뭔가 떼내는 척)
영우 (진저리)
성숙 (새삼 미소)음대 입시는 전적으루 교수들 권한이야. 시험 때마다 번번이 압력 넣는 거, 좀 그렇잖아? 뒷말이라두 나믄 어쩌려구.
영우 뒷말은 그쪽이 조심해야죠. 피아노만 세 명, 합이 여덟명이나 부탁했다며. 서한음대 합격증이 무슨 동네 잔치 떡접시야? 이집 저집 다 나눠주게?
성숙 난 부탁이 아니라 추천.
영우 나두 추천권 행사하는 건데,
성숙 아무나 해주믄 안되지. 음대에선 재능 있는 인재를 뽑아주구, 예술 재단은 전폭 지원하구, 그게 우리 보람이자 명예 아니겠어? 다 엄격하게, 예비사정 수준으루 테스트 거친 애들이야.
영우 예비사정? 누가, 댁에가?
복도.
-영우가 나오고, 데스크의 왕비서가 일어선다.
영우 어디서 그런 뻥을,(하다가 멈칫. 혹시?)
혜원 거실.
-현관 들어서는 영우, 미순이 실내화 앞에 놓아주려는데 구두 신은 채 올라
서서 마구 간다. 미순이 실내화 들고 황황히 따라간다.
미순 아유 이거,
영우 얘, 어딨어요, 뭐 해?
미순 학생이랑,
-영우가 음악실 복도 지나치려다 음악실 앞으로.
영우 학생 누구!
미순 저두 첨 봐요. 조교가 델구 왔던데.
-영우, 음악실 문 열어 밀어젖히자 격정의 피아노 굉음이 확 쏟아져 나온
다. 영우 깜짝.
음악실.
-혜원이 돌아본다. 영우, 연주 중인 선재를 한번 보고 혜원 향해, 허.
-혜원, 민첩하게 일어나 영우 향하며 입에 손가락 댄다. 선재는 연주에 몰두하여 무슨 일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영우, 어이없다는 듯 혜원과 선재를 번갈아 보는데 혜원이 영우를 밀고 나간다.
음악실 앞.
영우 너,넌 이러구 놀아?
혜원 (문 닫으며)오디션 중이야.
영우 무슨 오디션. 너 한마담 입시 장사 거들어?
혜원 무슨 그런 지저분한 말씀을, 고귀하신 입으루.
영우 쉰다더니, 알바 중이었어?
혜원 쉬는 거 맞아. 간만에 행복하다. 귀두 즐겁구.
영우 고상한 척 하지 마. 쟨 또 누구집 자식이야? 붙여주구 얼마 받어?
혜원 그런 거 아냐.
영우 댓가가 뭐냐고!
혜원 안되겠다. 끝나구 전화할게. 아님 놀면서 기다리던가.(영우 돌려세우고 재빨리 들어간다)
영우 야!
음악실.
-문 잠그는 혜원.
음악실 앞.
-얼결에 당한 영우, 문 손잡이 잡고 흔들다가 발로 찬다.
영우 이것들이 아주 대놓구 한 통속이야. 이사장부터 민학장, 니 남편, 너까지! (돌아서며)다 내 앞에 꿇려버린다.
혜원 집 마당.
-영우, 나오면서 통화. 뒤따라 미순.
-최기사가 닭털 털이개로 차를 닦다가 얼른 트렁크에 집어 넣고 뒷좌석 문을 연다.
영우 어디야?...잘 됐네. 끝나구 좀 만나. 뭔 작당 하는지 알아야겠어. 나 당신한테 기회를 주는 거야. 한때나마 나한테 바쳤던 충성을 생각해서.
일식당 2층 복도.
-준형, 여종업원 뒤 따라 가면서 통화. 한쪽은 방들, 한쪽은 실내 정원.
준형 전화할게...응?...알았어. (골치 아프다는 듯 끊는데)
-지배인과 민학장과 진교수(성악과), 김인주(관현악과)가 복도 접어든다.
준형 어, 같이들 오시네요.
민학장 오, 강교수,
김인주 1등이네?
진교수 앞에서 만났지.
민학장 유부장, 우리 보안 좀,
지배인 조치 했습니다.
-옆방 앞 ‘예약’ 팻말 놓여 있다.
-지배인이 문을 열고, 준형이 민학장 옆으로 슬몃 다가간다.
준형 저 잠깐.
민학장 응?
-진교수와 김인주가 신발 벗으며 힐끗.
-민학장과 준형, 좀 떨어져 서서,
준형 서영우가 좀 보자는데요.
민학장 어제 일루 성질 부리구 싶은 게지.
준형 그런 거믄 제가 알아서 하는데, 아닌 거 같아서요.
민학장 알았어. (전화기 꺼내는)통화 좀 하구 들어갈게.
준형 네.(방으로)
이사장실(성숙 방)
성숙 (전화.핸드폰)걔두 참 발전 없다, 수가 뻔한 게... 코털 한 개 살짝 건드
렸다구 바로 그렇게 예상대루 나오니...왜 건드리긴, 긁어 부스럼을 만들 어야지...만나보라 그래. 조심할 게 뭐 있어? 말 많이 하게만 하믄 돼
요...어. (끊고 인터폰 버튼)
-왕비서 들어온다.
왕비서 네, 이사장님.
성숙 어, 서영우가 오후 늦게 강준형 만날 거야.
왕비서 아,네,알겠습니다, 이사장님.
성숙 대답할 때 호칭 좀 빼지? 들을 때마다 오글거려. 조폭두 아니구. 직무 상관없이 여기 월급 받으믄 다 문화예술 종사잔데.
왕비서 주의하겠습니다.
일식당 밀실.
-민학장과 서로 명단 대조하며 이야기. 명단의 이름 마다 빨강 파랑 다른 색깔 표시.
-식사는 진작 마쳤고, 차와 후식, 주전부리 접시 등.
준형 (이름 하나 가리키는)얘는 아무래두 불안한데요. 워낙 딸려서.
민학장 그냥 둬.
진교수 누군데,(들여다 본다)정유라?
김인주 걔 엄마가 백선생이죠?
진교수 백선생이 누구야.
김인주 유명하잖아요. 투자 분석가.
진교수 아아, 거의 역술인 수준으루 맞힌다는,
준형 역술인 ‘수준’이 아니라 역술인이죠.
김인주 이사장 단골.
민학장 그건 와전이고, 발전 기금 운용에 자문을 구하구 있지.
진교수 오오...근데 조인서 쪽에서 반발하지 않을까요?
민학장 최저,최고점 제외 조항 있잖아.
진교수 이번엔 수 틀리면 들구 일어날 거 같은데.
준형 찜찜하죠.
진교수 그 쪽, 젊은 친구들 분위기두 그렇구, 요즘 네티즌 수사 무서워요.
민학장 쓸만한 애 두엇 반드시 끼워넣어. 그쪽에서도 인정할 만큼. 나두 너희 못지않게, 오직 실력이 기준이다, 그걸 보여 주면 되는 거 아냐. 조인서는 지민우같은 제자들이 자산이구 무기야. 신경 써야지.
준형 그럼 저 할당 한명 더 주셔야 하는데.
민학장 그런 애가 있긴 있어?
준형 확인 중이예요.
민학장 확인 되면 얘기하자고.
준형 (쩝,핸드폰 만지작)
민학장 (김인주와 진교수에게)여기(명단)서 제외된 개인 레슨생들 말이야. 사전에 어떤 식으루든 언질을 줘야 해요.
진교수 붙을 애들 빼구는 부모들 불러 솔직하게 얘기 했습니다. 실력 안되니까 낮은 데 내라구요. 여기저기 다 연결 시켜줬죠.
민학장 그럼 됐구, (김인주에게)첼로 쪽두 제법 많을텐데.
김인주 일찌감치 정리했어요. 이모저모 다 싹수 없는 애들. 악기두 후지구.
민학장 자 그럼 서대표 쪽이 남았지?
진교수 그렇죠.
민학장 올핸 유난히 여럿 디밀었어. 수시 때부터.
김인주 짜증나요. 내 올케라 좋게좋게 대하지만.
진교수 어쩌겠어. 지분이 있는데.
민학장 그래서 우리가 지금 그 횡포를 막아보자는 거 아닌가. 이사장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진교수 양쪽이 쪼끔씩 양보하는 걸로 어떻게,
민학장 이 쪽은 줄일 수가 없지. 꽉 찼는데.
준형 (눈치 보며 탁자 밑에서 핸드폰 전송 누르는)
준형 소리 들어 봤어?
혜원 집 음악실.
-혜원, 선재의 연주 듣는다. 때로는 방심한 듯 기대 앉아, 때로는 피아노 옆
에 서서. 때로는 서성이며, 때로는 벽에 기대 서서.
고급 술집 룸. 저녁 무렵.
(영우의 단골 호스트 바)
-영우와 준형. 모서리 사이에 두고 기역자로 앉아서.
준형 (얼음을 컵에 넣다가)우리집엘?
영우 혜원이가 웬 애벌레 하나 가르치던데?
준형 너두 들어봤어? 잘 해?
영우 알게 뭐야. 나야 비주얼이 우선이지.
준형 (술 따른다)그래, 니 취향을 잠깐 잊었다.
영우 등판이 꽤 널찍하더라. 피아노 앞에 앉아 있어서 얼굴은 못봤지만, 제법
실해 보였어. 언제 한번 선 좀 보여 봐.
준형 꿈두 꾸지 마. 내 제자가 될 수두 있어.
영우 당연히 그러시겠지. 조인서는 뒷거래루 들어온 애들, 쳐다두 안볼테니까.
준형 뒷거래?
영우 미안하다, 현장을 봐버려서.
준형 현장?
동 주차장.
-영우 차 안의 최기사, 문자 확인하고 전화한다. ‘왕누님’
최기사 네...그거 미리 세팅했구요. 강교수 방금 들어갔습니다...네...
동 룸.
영우 내 결론은 이래. 오혜원두 입시 비리 커넥션의 하부 조직이다. 맞지?
준형 절대 아냐, 그런 거. 너 혜원이 몰라?
영우 내가 지금 혜원이 하나 잡자구 이러겠어? 한성숙 민학장 그 둘 엮어서
쳐넣고! 니들 부부 충성을 되찾고! 오랜 우정을 회복하겠단 거지. 딜 하
자. 합격 내정자 명단 줘. 부모 직업, 약정 내역 포함해서. 너는 빼구 터
뜨릴게. 내부고발자 보호 차원이라고나 할까.
준형 (정신 차리자)명단 같은 게 있을 리 없지. 넌 청탁자 이름 수첩에 적어놓
니?
영우 난 최소한 증거 하나는 확보했다. 아까 걔, 니 조교가 델구 왔대며? 조교
한 명쯤 포섭하는 게 뭐 그리 어렵겠어?
준형 (한모금 벌컥 마시고는)서영우, 니가 본 그 애는, 이쪽에 줄을 댈 만큼 돈
두 없구 힘두 없어요.
영우 그런 애를 왜?
준형 내가 정말 오랜만에 진심을 말하는데, 나 지금 나름 초조하거든?
혜원이가 그 넘 연주 들어보구, 이거 물건 돼, 그렇게 말해주기만 바라구
있어. 나두 괜찮은 애 하나 키우구 싶어서... 무슨 무슨 커넥션, 이런 거
말구, 교수 강준형, 그거 한 번 제대루 해보구 싶어서. (마신다)
영우 조인서 땜에 학장 후보 밀려날까 겁나서가 아니구?
준형 (전화기 꺼내 단축 번호 누르는)니가 내 맘을 어찌 알겠니.(통화)어, 난데
요, 집사람 전화가 계속 안되네요? 문자 답두 없구,
혜원 집 주방.
-미순, 양상추 찢으며 핸즈프리 통화.
-유리 파티션 너머 다이닝 룸 식탁에 수저 2인분과 뚜껑 덮인 반찬 그릇들.
미순 여태 저 안에 계세요. 전화기는 위에 있구요...점심두 안드시구, 하루 종
일,
동 거실.
-미순, 음악실 쪽 기웃.
미순 인제 좀 조용한 거 같은데, 전화 하시라구 할까요?
술집.
준형 아뇨 아뇨, 방해 말구 그냥 두세요. 나 지금 들어갑니다.(선다)네,
영우 (탁자 밑으로 준형의 정강이 걷어찬다)어딜.
준형 아,(정강이 만지며 버럭거린다)궁금하잖아! 여태 듣구 있다믄 들을만
하다는 건데!
영우 (얼음잔 끼얹는다)
준형 (흡)
영우 (냅킨 집어 주는)그게 뭐 급해? 거사를 도모하는 게 먼저지.
준형 (냅킨 나꿔채 머리며 손이며 닦는다)이런 너랑 뭘 도모하냐?
영우 그럼 조인서 쪽에 흘려볼까?
준형 (뭐?!)
영우 입시 문제 불거지면, 여론 싸움에서 누가 이기지?(준형 술잔 채워준다)비
리 세력의 배후 한성숙과, 진정한 교육자를 지원하는 서영우, 누가 이겨?
준형 (진심인가?)
영우 우리 아빠 한마담 무조건 이뻐 죽는 줄 알지? 천만에. 그 영감은 누구든
이기는 사람 편이야. 이쯤에서 줄 갈아 타. 말했잖아. 넌 빼주겠다구. (전
화기 집어들어 번호 누르는)지금 조인서 불러낸다?
준형 야,그건,좀,
영우 (통화)어, 지수야, 난데, 인서 뭐 해?
인서 침실.
지수 이 밤에 남의 남편은 왜 찾어? (인서에게 입모양 서영우)
인서 (외투 벗어 걸며 손 내젓는.없다 그래)
술집.
준형 (덮치듯 달려들어 전화기 뺏는다)어, 신경 쓰지 마, 얘 취했어.
영우 (준형의 손목 문다)
준형 아!
-전화기 떨구는 준형, 영우, 준형을 마구 때린다.
영우 미워 죽겠어 증말, 맨날 요리조리 피하기만 하구!
준형 (맞으면서 전화기 집으려 애쓰는)
영우 이 미꾸라지, 박쥐!
인서 침실.
영우 소리 혜원이랑 결혼할 때, 너 뭐랬어. 걘 껍데기라구,
준형 소리 전화부터 끊구 얘기 해.
지수 얘들 뭐하니.
인서 (화장실 들어가며)원래 그러구 놀잖아.
술집.
-시간 경과.준형, 술잔 들고 멍. 영우는 젊은남(1부의) 및 그 동료와 노래하
며 춤추고,
민학장 소리 쓸만한 애 한 둘 쯤 필히 박아 넣어. 아무말 못하게. 조인서는 지 민우같은 제자들이 자산이구 무기야.
혜원 집 음악실.
-조용하다. 선재는 피아노 앞에, 두 손 무릎 위. 혜원이 소파 옆에 서서 바라
본다.
선재 더, 할까요.
혜원 가 봐.(리모콘 집어 녹화장치 끄고 문쪽으로)용서해 주께.
선재 (엉거주춤 선다)저,
혜원 (나가려다)뭐,
선재 (그 서슬에 멈칫)
혜원 (뭐냐고)
선재 (코끝을 보며 간신히)제가 좀 쳤는지,
혜원 (문 손잡이 잡은 채 좀 보다가)가 보라구. 용서 한다는데.
선재 (확실한 칭찬이 아니다)
혜원 몇 시간 집중했더니 무지 피곤하다. 쉬어야겠어. 됐니?
선재 (다시 시선 코 끝.멍하다)
혜원 (손잡이 놓는다)넌 널 모르나보다? (다가간다)정말 몰라?
선재 (모릅니다. 꿀꺽 삼키는)
-혜원, 피아노에 기대 선다. 선재도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혜원 (연민 경계)몇 살 때 시작했어?
선재 ...여섯 살 쯤...
혜원 누구한테 배웠어?
선재 그냥, 가지구 놀았습니다.
혜원 재밌든?
선재 ...어머니가, 일 나갈 때 문을 잠가서요.
혜원 (상상 안된다...)그래두 어떻게, 집에 피아노가 있었네?
선재 이사간 집에,전에 살던 사람이 버린 거,
혜원 제대루 배운 적 있어?
선재 초등학교 때 동네 학원에서,
혜원 지금은?
선재 유툽,
혜원 어디?
선재 유투브 들어가서, 잘하는 사람들 꺼 듣구, 따라칩니다.
혜원 악보는...어떻게 외워?
선재 다운 받아서요, 백번쯤 치믄,
혜원 지겹지 않니?
선재 외우구 나믄 재밌습니다.
혜원 ...아픈 덴 없어?
선재 네...얼마 전에 건초염, 치료했습니다.
혜원 잘했네.
선재 (또 꿀꺽)
혜원 무슨 말이 듣구 싶어?
선재 ...하나만 더 치믄 안될까요...어제 그거.
혜원 (본다)
플래시 백.
-아트센터 메인홀. 민우와 인서가 치고 혜원이 듣다가 ‘됐어,아주 좋아’
혜원 음악실.
-선재가 멍하니 서 있고, 혜원이 준형 서재에서 나온다. 악보 한 권 들고 있다.
혜원 (악보 들어보이는)이거 제대루 해보겠다는 거지?
-네 손을 위한 슈베르트 판타지아.
혜원 안 그럼 너 밤새 그러구 서 있을 거잖어. 저음부 쳐 줄게.
선재 (같이요?)
혜원 의자 붙여.
-선재, 황급히 일어나 좀 작은 걸상을 의자 곁에 붙이면, 혜원, 앉아서 악보를 펼쳐 세운다. 선재, 옆에 앉아도 되나 싶은.
혜원 페달은 니가.
선재 네...(조심스레 앉는)
-혜원, 두 손 깍지 끼고 스트레칭. 선재, 혜원처럼 표나게 못하고 무릎 위에서 양 손 쥐었다 폈다를 반복할 뿐.
혜원 (두 손 건반 위에 올린다)
선재 (자세 조금 고쳐 앉고 손 건반 위.초긴장)
-네 개의 손.혜원의 왼손 약지엔 간결한 반지.
-선재, 가만히 기다리고, 이윽고 혜원의 저음부 시작되면, 이어서 선재의 고음부.
-영롱한 멜로디와 화음 속에 선재, 서서히 긴장이 풀리고, 혜원 역시 사무적이던 표정이 지워지면서 자연스레 몰입.
-둘,번갈아 악보를 넘기면서, 팔이 부딪치지 않도록 배려하지만 가끔 스친다.
-각자 몰입한 중에 간간이 마주 보는.
-진지한 시선. 교감은 점점 깊어지고,
-시간 경과.
-머리칼 귀 뒤로 넘기는 혜원.
-선재, 혜원의 귀가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
-피날레로 접어든다. 혜원과 선재, 잠깐씩 부딪치는 눈길.
-페닯 밟는 선재의 발. 매우 가까이에 있는 혜원의 발.
-스치는 손...격정을 거쳐 드디어 마지막 타건.
-둘, 눈 앞을 보며 말없이 숨을 고른다. 거친 숨소리 내지 않으려 애쓰는 선재.
-여운이 사라지자, 혜원, 일어서고, 선재, 얼른 따라선다.
혜원 (본다)
선재 (눈 앞만)
헤원 (손을 뻗어 선재 뺨을 찝는다)이거, 특급 칭찬이야.
선재 (헉!)
혜원 인제 진짜 가라.
거실.
-혜원, 이층으로.
미순 (주방에서 고개 내민다)저녁,
혜원 전 됐구 쟨 먹여 보내세요.
혜원 침실.
-혜원, 들어서며 중얼.
혜원 미친 놈, 혼자서.
마당. 밤.
-선재가 황황히 나오고 미순 뒤따라.
미순 밥 먹구 가라시는데.
혜원 동네 입구. 큰 길. 밤.
-선재, 주택가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정신없다. 숨도 가쁘고 온 몸이 떨린다.
혜원 소리 특급 칭찬.
거리. 새벽.
-선재,감정을 가눌 수가 없다. 이마를 쳤다가 주먹으로 눈물 닦다가.
플래시 백. 몇 시간 전. 혜원 음악실.
혜원 평균율 칠 때, 왜 페달 안써?
선재 소리가, 끊어지는 게 좋아서,
혜원 니 취향이 아니라 해석을 묻는 거다.
선재 그냥, 이 곡은, 그렇게 치라구 써 있는 거 같아서요. 음표 사이에.
혜원 그게 해석이지.
선재 (그런가요)
혜원 음악실. 새벽.
-소파에 앉아 물끄러미 피아노를 바라보는 혜원.
혜원 그런 거지...
-몇 시간 전.
혜원 베토벤 18번 프레스토 콘 푸오코 다시 해 봐. 아니다, 그 전에 코다부 터.
선재 틀렸나요?
혜원 아니, 한 번 더 듣구 싶어서.
성수대교. 새벽.
-선재, 난간 앞에 서 있다가 손을 올린다. 건반 위에 올리듯.
플래시 백. 혜원 음악실.
-베토벤 소나타 18번 후반부 연주하는 선재.
다리 위.
-선재의 손 난간 위를 넘실대고,
-곡이 바뀌어 슈베르트. 혜원이 곁에 서서 함께 치고 있다.
-동이 튼다.
플래시 백.
-이미 선재의 심상에 선연히 새겨진 혜원의 여러 모습들. 그제부터 어젯밤 혜원이 선재의 뺨을 찝기까지.
선재 방.
-선재, 침대(낡은 라꾸라꾸) 위에 오그리고 누워 피아노를 본다.
-낡은 피아노. 여기저기 덧대어 수리한 흔적.
-그 앞에 나란히 앉아 듀오를 연주하는 혜원과 선재.
혜원 소리 더 듣구 싶어서.
-또 눈물이 솟는다. 선재, 웃는다. 함께 있다.
혜원 음악실. 새벽.
-혜원, 소파에 팔을 괴고 모로 누워 피아노를 보며 픽 웃음. 탁자 위엔 빈 찻잔.
-나란히 앉아 연주하는 둘.
혜원 애 참, 심하게 이쁘네.
아침.혜원 침실.
-혜원, 다시 숨가쁜 일상. 핸즈프리 통화 하면서 출근 준비. 포스트 잇 많이 붙어 있는 거울 보며 눈썹 끝을 그리고, 스타킹 신고, 침실과 파우더 룸을 바삐 오가며.
-샤워 소리.
혜원 아홉 시 인터뷰, 열두시 후훤회 플래티넘 클럽 오찬. 멤버들 근황 확인한 거 한 시간 전에 나 줘야 되구, 다섯 시 갤러리 초대전 테잎 커팅. 그리구 내일 장학제도 개선 토론회, 조인서 교수가 발제할 거야. 확인 전화 해. 오케이? 난 지금 미용실루 가. 이사장님 거기서 만나기루 했어.
-혜원이 외투 걸치고, 준형이 욕실에서 나온다.
준형 이사장한테 얘기 좀 해 줘.
혜원 어?
준형 (머리 닦던 수건 던지고 거울 본다)그게 빠르겠어.
혜원 뭐가?
준형 (화장수 병 집어든다)나 할당 한명 더 필요하거든. 이선재 정시 보랠려구.
혜원 (가방에 화장 파우치 따위 집어넣으며)할당이믄...걔는 굳이 안 그래두 붙을텐데? 조인서두 인정할 걸?
준형 당신은 그게 기준이야? 조인서가?
혜원 됐구, 그런 애를 왜 굳이 그래야 하는데?
준형 불안하잖아. 레슨두 콩쿨두 전혀 경험이 없으니까.
혜원 시험날까지 적응할 시간 충분하지 않어?
준형 거 참! 내가 힘을 써서 붙여줘야 확실히 내 께 될 거 아냐!
혜원 (웃음)아니 걔가 무슨 물건이야?
준형 암튼!
혜원 늦었어. 나중에 얘기하자.(급히 나간다)
준형 이사장이 한명 양보하라 그래! 서영우 몫은 건들지 말구!
거실.
-혜원, 급히 계단 내려오며 중얼. 한 손에 가방.
혜원 계산 복잡해.
-미순이 주방에서 야채 스틱(당근, 샐러리) 컵 들고 나온다.
-혜원, 샐러리 하나 집는다. 서재로 가며 먹는다.
-계단에서 볼 때, 음악실은 오른 쪽(현관 쪽), 혜원의 서재는 왼쪽.
혜원 서재.
-혜원, 한 켠의 슬라이딩 책장을 드르륵 민다. 그 안에 또 책장. 또 밀면 금고 문 보인다.
-금고에서 유에스비 꺼내는 혜원.
-책상 위 태블릿 피씨 가방에 집어넣고 뛰어 나가는 혜원.
혜원 마당.
-혜원, 나와서 차를 향해 뛰어가며 통화.
혜원 어 지수야, 나 지금 출근...어, 이따 봐서 되믄 봐...전화하께.
-혜원 차 출발.
미용실 복도.
-다미, 카트 밀며 간다. 잘 접힌 수건과 까운 잔뜩 실린.
-혜원이 온다.
다미 (건성)안녕하십니까.
혜원 다미씨, 안녕.
다미 (어? 짝퉁 아줌마다! 이미 지나친 혜원 향해 꾸벅)안녕하세요.
-다미, 가면서 목 섶을 안보이게 여민다. 끊어진 혜원의 목걸이 고쳐서 걸었다.
-특실에서 나오는 성숙과 원장 등.
혜원 어머 다 하셨어요?
성숙 어, 간단히 만졌어.
혜원 잘 됐네요. 오늘 스케줄 장난 아니거든요. 길두 벌써 밀리구.
꽉 막힌 거리. 성숙 차 안.
-뒷자리, 성숙과 혜원. 앞자리에 기사와 왕비서. 왕비서는 좀 늦겠다는 전화 중이고, 혜원이 태블릿 피씨에 유에스비 꽂고, 화면 터치.
-화면에 학과장 회의 때 결정된 내정된 명단 및 금액.
혜원 확인하시믄 바로 폐기할려구요.
성숙 (보면서)그래야겠지...민학장한테두 다시 한번 일러두구.
혜원 네.
왕 (전화 끊고)그쪽두 늦는답니다.
혜원 잘됐네요. (화면 바꾸는)인터뷰 기자가 질문지 보내 준 거 중에서 사생활 관련 대목은 빼달라구 했는데요, 혹시라두 서대표 얘기 비치면,
성숙 ‘예술 재단은 사심으로 되는 게 아니다. 둘 다 그 점 아주 잘 알구 있다. 그래서 큰 문제 없다’
혜원 (정답)
성숙 실은 나 사심 덩어린데.
혜원 (마주 웃어 보이고는)제가 배석할 거예요. 핸들 하겠습니다.
성숙 (좌석 포켓에서 뭔가 꺼낸다)이거 들어 봐.
-이어폰 꽂힌 소형 녹음기.
혜원 아,네.
성숙 강교수 암말 안해?
혜원 (이어폰 꽂는다)영우 건들지 말라구.
성숙 둘이 주책 떠는 건 왕비서가 편집했어. 너 다 익히 아는 거라.
혜원 그래두 현장감은 살려줘야죠.
왕비서 (돌아본다)몇 군데는 살렸어요.
혜원 참 잘했어요.(버튼 조작)
-시간 경과. 장소 이동.바깥 풍경 달라져 있다.
혜원 (들으며 미소)
성숙 (힐끗)
혜원 (이어폰 뺀다)심플하네요. (버튼 누르면)
영우 소리 비리 세 력의 배후 한성숙과, 진정한 교육자를 지원하는 서영우, 누 가 이겨? 지금 조인서 불러내믄 손 잡을래?
-준형이 말리고 영우가 뭐라뭐라 떠드는 소리, ‘혜원이는 껍데기라 그랬잖아!’ 등등 이어지면 혜원, 끈다.
성숙 이건 좀 지우지 그랬어.
왕 죄송합니다.
혜원 확실하구 좋은데요 뭐.서영우, 조인서와 연대를 도모하다.
성숙 지 시가붙이들 이럴 때 써먹겠단 거지,검찰 쪽에 흘려서?
혜원 아무래두 이사장님이 먼저,
성숙 그러자. (왕비서에게)회장님 오늘 저녁 집에서 드시나?
왕 네.
성숙 영우 쪽 명단 있지?
혜원 네.(짐짓 농담)솔직히 전 다른 건 관심없는데요, 제 이름까지 거명이 되니까 좀 싫으네요.
성숙 나두 다른 건 관심 없지. 니 앞에서 연주하던 애가 누구던.
혜원 (웃음)걘 관심 좀 가지셔야 되는데.
성숙 (응?)
혜원 지금 이 상황에 매우 적절하거든요. 입시 관련 의혹 같은 거, 한 방에 날려줄만큼 해요.
성숙 그래?
식당 앞.밤.
-오토바이 도착. 선재와 다미 내린다.
-차들 양쪽으로 빽빽이. 그 중에 덤프트럭도.
-선재, 장갑낀 손으로 출입문 한쪽의 잠금쇠 풀면서 한손으로는 콧물 훔친다. 다미, 헬멧을 짐상자에 넣는다.
-선재, 출입문 양쪽 활짝 열고 오토바이를 식당 안으로 들인다. (밖에 세워 놨다가 도둑 맞은 적이 있다).
식당 안. 밤.
-선재와 오토바이 끌고 들어오고 다미가 거들며 뒤따라.
-영업은 끝났다. 앞치마 차림으로 식탁 위 냅킨통이며 수저통 정리하며 행주질 하던 명화, 의자 치워 자리 내준다.
명화 뭐하러 끌구 와.사무실에 두구 오지.
선재 늦어서.
다미 (선재 얼굴 잡아 명화 쪽으로 돌린다)눈 좀 보구 얘기해.
선재 (걷어내는)
다미 (선재 가슴팍 툭 밀치는)
선재 (허허)
다미 (또 친다)웃어?
선재 웃지 그럼.
명화 얘 걱정 많이 했어. 밤새 잠두 설치구.
선재 왜 설쳐.
다미 니가 행불인데 어떻게 자, 새꺄.
명화 말은 좀 이쁘게 해라.
선재 (다미와 명화를 왈칵 안는다)사랑해.(간다)
명화 (엉?)
다미 너 뭐 잘못 먹었냐?
식당 앞. 밤
-선재, 건물 입구 들어서며 손등으로 뺨을 쓱 닦는다.
플래시 백.
-선재의 뺨 찝는 혜원.
혜원 거실. 밤.
-준형이 혜원 따라 올라가며 방정,
준형 그래서, 이사장이 양보한대? 나 한명 더 써두 된대?
혜원 영우 쪽 티오 쓰믄 돼.
준형 어떻게. 그 난리를 치는데.
혜원 큰 여우가 손 쓰구 있어.
서회장 침실.
성숙 (서회장 목에 매달려 슬픈 표정)영우가요,
서회장 또 왜,
성숙 어떡하지? 내 선에서 정리가 안돼...
서회장 집 거실. 다음 날 아침.
-서회장 호통. 영우가 잔뜩 부어 앉아 있고, 성숙은 서회장 곁에 앉아 과일 찍힌 포크를 서회장이 집기 쉽도록 놓아준다. 혜원은 서 있다.
서회장 (명단을 영우 앞에 흔들어 대며)이거 다 누구집 자식들이야. 엉? 니가 뭐가 아쉬워서 이런 청탁을 들어 줘야 해.
영우 왜 나만 갖구 그러세요!
성숙 그만 하세요.
서회장 (혜원에게)넌 영우 측근들 관리를 어떻게 하냐. 애가 마음이 약해 거절을 못하믄 니가 막아 줘야지.
혜원 죄송합니다.
서회장 (성숙에게)자네두 그렇다. 아트센터는 예술재단 산하기관인데 어째 이렇게 통솔을 못해.
성숙 제가 부덕한 탓이예요. 저두 마음이 약해서 영우 입장 배려하구 양보하다보니 그만 일이 이렇게 됐어요.
영우 양보라니,뭘?!
성숙 내 좌우명을 양보했단 뜻이야. 원칙, 상식, 그런 거. 회장님이 어떻게 세우신 학굔데, 입시부터 공정해야지.
혜원 저, 이사장님, 기자 간담회.
서회장 먼저들 가 봐. 넌 좀 있구.
영우 (선다)저,저,저 말 믿으세요, 설마?
-성숙, 혜원,매우 송구한 척 하면서 나간다.
서회장 앉아.
영우 나 미쳐 증말, 회장님! 아부지!
서회장 잠깐 쑈 좀 했다.
영우 왜? 뭐 땜에?
서회장 왜 만날 지냐. 니 새어머니랑 쌈을 붙여 놓을 때는 멧집을 키우라는 뜻인데, 총장이든 이사장이든 깜냥이 돼야지, 고작 이런 일로 책을 잡혀? 저 큰 여우 작은 여우, 보고 좀 배워라.
영우 (팩 간다)
혜원 사무실.
-영우, 발광. 이것저것 마구 집어던진다. 혜원 이리저리 피하며 또박또박 대꾸.
영우 너땜에 되는 일이 없어!
혜원 그러게 입시 청탁 같은 건 첨부터 무시했어야지!
영우 어떻게 무시해! 남친 조칸데.
혜원 뭔친?
영우 남친이라 그랬다 왜.
혜원 민망한 줄 알어. 마흔 살 유부녀가.
영우 그러는 너는! 비밀 레슨이 더 구려, 기집애야!
혜원 내가 그거 아무나 해주겠어?
영우 얼마나 잘 하길래.
혜원 상상 그 이상이지. 서한 음대를 빛내 줄 거다.
까페. 낮.
-선재가 들어와 두리번. 종이가방 들고 있다. 준형이 손을 든다. 선재, 다가가며 꾸벅.
준형 앉아라.
선재 (앉으며 종이가방 내민다)이거, 전에 빌려주신 옷.
준형 오오, (잠깐 들여다보고는)허허허. 그 날이 없었으면 오늘두 없었다 그치?
플래시백,아트센터 화장실.
-준형, 카디건 벗어 선재에게 입히는.
까페.
준형 뜻깊은 날이지. 넌 스승을 얻구 난 제자를 얻었잖냐.
선재 (그런가요?)
준형 왜 보자구 했냐믄 말이다, 이선재.
선재 (말씀하세요)
준형 이번에 정시 한번 쳐봐라. 우리 학교.
선재 (네?!!)
준형 1차 2차 다 100프로 실기만 본다. 학비 걱정은 하지 마. 우리 재단 장학제도는 세계 죄고 수준이야. 3대 콩쿨 입상하면 생활비두 나와요. 군대는 당연히 면제구.
선재 (벙....)
까페. 밤.
-혜원과 지수, 종숙(왕비서), 수다와 함께 가운데 놓인 해산물 파스타, 샐러드, 리조또 등등을 부지런히 덜어다 먹으며, 홍합도 발라 먹고, 간간이 와인도 한 모금씩 마시는 등,
지수 거의 발광이네. 하다하다.
혜원 젊은 애인 놓칠까봐 겁이 나나 봐.
종숙 그런 연애 결말이 뻔하지 뭐. 기,승,전, 먹튀.
혜원 남친, 남친, 그러는데, 웃기면서 한편 짠하더라. 영우가 사는 낙이 없잖 아.
지수 누구는 낙이 흘러 넘쳐 사나?
종숙 니가 그렇게 말하믄 야, 나는 당장 여기 코 박구 죽어야지. 똑같이 예 고 나와서 서대표님, 오실장님, 이건 뭐 완전 층층시하,
혜원 실장님은 빼. 나두 너랑 다를 게 없어. 5분 대기조.
종숙 무슨, 연봉이 다른데!
혜원 넌 남편 없잖아.
종숙 시끄러 기집애야.
혜원 젤 속 편한 건 윤지수다.
지수 나라고?
종숙 환상의 궁합.
혜원 천상의 금슬.
지수 그딴 소리 하지두 마.
종숙 근데 어떻게 애를 넷씩이나 만드니?
지수 연애 세포가 아우성 칠 때마다 그저 만만한 남편을 덮쳤던 거 뿐이야.
혜원 그게 축복이지 야. 어쨌거나 애정과 우정이 있다는 건데.
지수 축복 다 갖구 가시구, 나랑 딱 한 달만 바꿔 살아볼래?
혜원 미친,
지수 죽기 전에 너처럼 한번 살아보구 싶다.
종숙 나두. 55 사이즈 입구, 비즈니스루 출장 다니구, 사모님들이랑 막 트구 지내구,
지수 난 아침마다 출근하는 게 젤 부러워. 그게 완전 내 로망.
혜원 남편이 강준형인데, 그래두 로망이야?
종숙 그 대목이 깨긴 하네. 중2병 남편 맨날 코 딲아 주면서 우쭈쭈, 그것두 할 짓 아니지.
지수 아니 준형 선배는 뭐 땜에 서영우랑 따루 만나 노는 거야? 둘이 술 취 해서 전화루 진상 떠는데 매우 역하더라. 너 열받지 않어?
혜원 어쩌겠어. 우리 부부의 영원한 갑인데, 예고 때부터.
-인서가 온다.
지수 어, 여보...
혜원 엄?...
종숙 너 왜 와?
인서 (지수 옆에 앉는다)셋이서 나 씹을까봐.
혜원 너만 씹었겠어?
종숙 이거랑 이거 중에 하나 시켜. 이 집 다른 건 맛 없더라.
인서 (지수의 포크를 집는다)배는 안고파. 그냥 이거 쪼끔 먹지 뭐.
혜원 야, 먹던 걸루,
종숙 드럽게.
인서 간접 키스(입에 넣는다).
지수 (인서 허벅지 투덕투덕)어이구, 그게 고팠져요
인서 어.
지수 먹어 먹어, 오늘 밤엔 이뻐해 주께. (와인 잔 인서에게)요기가 내 입술 닿은 데야.
인서 (한모금 쪽)
지수 더 맛있지?
종숙 (어우어우어우 하면서 보다가)놀구 있다.
혜원 왜 아냐.(하면서도 부러운)
인서 (히히 웃다가)근데 걔 누구야?
혜원 어?
인서 준형 선배가 자랑하던데, 물건 하나 나타났다구.
혜원 (활짝 반색)어어, 누구냐믄, 음악제 날 몰래 치다 걸린 앤데,
종숙 어어, 걔?
혜원 어, (핸드폰 집어들어 부산하게 터치)동영상 파일 있어. 우리집에 와서 친 거. 보내 주께, 한번 봐봐. 인서 너두 반할 거야.
종숙 이사장 앞에서 얘가 큰소리 팡팡 치더라.
인서 그래?
지수 궁금하다.
선재 학교 외경. 다음날 낮.
-부광실업고등학교.
선재 학교 교무실.낮.
담임 니가 웬 일이냐?
선재 저 이번에 졸업 되나 하구요.
담임 그래, 시킬 거다. 지겨워서.
선재 저 대학 갈려구 하는데,
담임 어딜 가?
선재 대학교. 서한 음대 피아노과,
담임 뭐?
선재 간다고요.
담임 이게 누굴 놀리나, 부광실고 역사에 없는 짓을,
-다미가 급히 들어온다.
다미 쌤,
담임 어, 박다미.
다미 얘, 허파에 바람 들었어요!
선재 아닌데,
담임 넌 월급 타믄 밥 한 번 산다며.
다미 견습 띠믄 살게요.(선재 끌고 나가려)가. 나랑 얘기 좀 해.
선재 (팔 빼내는)아, 진짜,(담임에게)진짜예요.
교사(맞은 편의) 그냥 써 줘. 거기 쳤다 떨어졌다 그러믄 여자애들한테 좀 먹어주겠지, 그런 거 아냐.
다미 얘 저랑 사귀거든요?
담임 그럼 둘이 나가 놀아. 농담 그만 하구,응?
선재 (전화기 꺼낸다)아, 참,
음대 복도.
준형 (가면서 통화)오, 선재...응?...그런데...어...그래?...바꿔 봐...네, 제가 강 준형입니다. 네...네...맞습니다.잘 부탁 드립니다.
교무실.
담임 (끊고 선재를 본다.내심 놀란)
선재 (히죽 웃으며 사진 씨디를 내미는)여기 사진,
-이윽고 담임, ‘접수하기’ 클릭.
-프린터에서 사진 박힌 수험표 나온다.
다미 (중얼)진짜다.
제과점 앞.
-준형, 혜원 나온다. 준형이 바게뜨 봉지를 안고 있다.
-합격엿 매대.
준형 오, 이선재 저거 하나 사다 주자. 격려 차원.
혜원 뭘, 저 하던대루 하믄 되지.
준형 그래두 긴장 될 거야. 경험이 없잖아.
혜원 당신 제자 돼서 좋아?
준형 (엿을 고른다)한번 잘 키워보자구.
혜원 (힐끗. 들뜨긴)
선재 거실.
-선재, 뛰어나와 담요며 옷가지 마구 집어 안방으로 쳐녛는다.
준형 소리 지금 잠깐 들를게. 이틀 남았는데, 예행 연습 한 번 해야지.
계단.
-뛰어 내려가는 선재.
식당 앞.밤.
-선재가 뛰어 나오다가 흠칫.
-차에서 내리는 준형과 혜원. 어깨에 외투 걸친 혜원, 엿을 들고 있다.
준형 연습 많이 했냐.
혜원 이거. 합격엿이래.
준형 이런 거 없이두 붙겠지만.
선재 (얼결에 받으며 꾸벅 하고는)어,어떻게 같이.
혜원 (응?)
준형 어, 몰랐나?
혜원 몰랐어?
준형 허허 이거 재밌네. 정식으루 인사 해라. 여긴 우리 집사람,
선재 (얼결에 혜원에게 또 꾸벅)처음 뵙겠,아니, 안녕하세요.
혜원 (웃음)
준형 자식 이거 은근히 순진해.
선재 집 앞 계단.
-선재가 앞장서 올라온다. 등을 벽 쪽으로 좀 돌리고.
-그 뒤 준형과 혜원,
준형 어유 좀 가파르네?
혜원 어...(선재 등을 힐끗 보고)
선재 (온몸이 화끈거린다)
-열려 있는 문.
거실.
-얼이 쑥 빠진 선재가 황황히 먼저 들어와 신발을 한켠으로 벗고 올라선다.
-혜원과 준형이 구두 벗는다.
-선재 방 문이 열려 있다.
선재 저리루,
혜원 저기가 니 방이야?
선재 네.
선재 방.
-문간의 혜원과 준형이 찬찬히 둘러본다. 그 뒤 선재.
-사방 벽에 달걀판(사제 방음 장치. 인터넷에서 배웠다). 구석에 풀지 않은 상자들. 낡은 침대와 책상. 지퍼가 고장난 비키니 옷장. 벽에는 선재 옷가지 포개져 걸려 있고,교복만 얌전히 옷걸이에.
-책상 위, 옹색한 조립 컴퓨터와 스피커.헤드폰이며 이런저런 잡동사니들
-책꽂이엔 곡명 적힌 파일이 가득 꽂혀 있다. 사제 악보.
준형 대단하네...인간 승리다 야...이런 데서.
혜원 (놀라움 내색치 않고 웃음)역시 방음은 달걀판이지. 이것두 유투브루 배웠어?
선재 네.
준형 저 악보들 좀 봐. 다 사제 아냐.
선재 (멋쩍은)네, 다운 받아서 출력,
혜원 (새삼 본다)
준형 야...선재 넌 정말 성공 밖에 할 게 없다.
선재 저기,잠깐 계세요, 차라두, (돌아서려)
혜원 아냐 됐어, 치는 거 잠깐 보구 갈 거야.(외투 벗는)과제곡 뭐 칠 거야?
선재 네,저기, 스크,(마른 침 꿀꺽)
준형 스크리야빈!
혜원 신통하네.(외투 책상 앞 의자에 걸쳐놓는다)
준형 아,나 눈물 날라 그래.
혜원 (침대에 앉아 옆자리 토닥)울지 말구 앉어요.
준형 어어,(앉기는 싫다)
-혜원, 얇은 덧신만 신은 발을 한쪽으로 모으다가 뭔가 쩔꺽.
혜원 어머,
선재 (헉!)
-침대 밑의 끈끈이에 붙어버린 혜원의 발. 날렵하게 줄 세워진 바지 아래 드러난 하얀 발. 그 발에 끈끈이라니.
준형 뭐냐 이거?!
선재 그게,저기,끈끈이, 쥐 땜에요,
혜원 응?
준형 야야야,(나간다)
거실.
준형 (뛰어나와 구두 신는다)나 쥐 정말 싫거든? 밖에서 기다리께.
-선재, 방과 거실 사이 우왕좌왕.
혜원 소리 이선재,
선재 방
-선재, 뛰어들어온다.
혜원 (좀 미안한)뭐가 이렇게 아프니? 발바닥이 타는 거 같다?
선재 네,그게 초강력이라,
-선재, 혜원의 한쪽 발을 쳐들어 끈끈이 판을 조심조심 분리하기 시작.
선재 엄청 아픕니다.쪼끔만 참으세요.
혜원 야, 엄청 아픈데 쪼끔 참으라구?
-거의 다 떨어졌을 때 확 떼내는 선재. 혜원의 얇은 덧신이 함께 벗겨진다.
혜원 아오!
거실.
준형 (현관 밖에서 고개만 빼꼼)당신 괜찮어?!
혜원 안괜찮은데 너무 웃겨.
준형 119 안불러두 돼?
선재 문 닫으세요. 쥐 들어와요.
준형 (헉)나 차에 가 있으께.
-현관문 닫히고, 선재가 혜원을 안고 나온다. 혜원, 어쩔 수 없이 한 팔을 선재 목에 두른.
-혜원을 안은 선재, 욕실로 가며 여기저기 막 부딪친다.
혜원 (아휴)
선재 (덜덜)정말 죄송합니다.
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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