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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회 6


거리.

 

-퇴근길 인파 속 선재뛰다시피 걷는다생각이마음이 둘로 갈라져 요동친다준형의 주책없는 손아귀를 벗어났다는 건 일단 홀가분. ‘얘 다 재밌어나는 찬성이라고 말한 혜원의 속마음은 더욱 궁금. ‘어쨌거나 나는 성문 밖 내 집에서 나 자신으로 살아야 해아니라면 내가 뭘 하든 다 거짓일 거야사랑도 음악도

-선재지하철역 입구로.

플래시 백방금 전.

 

-VVIP 라운지.

 

혜원 뭘 웃어?

선재 네?...아아, (새삼 웃음)좋아서요.

혜원 (저 웃음 참 좋구나)

선재 (머뭇)그래서저 오늘 집에 갈려구요.

혜원 (?! 의자 옆의 가방을 본다)

선재 너무 좋아하면 다 들키지 않나요? 저좀 비겁해두 끝까지 들키지 않을려구요제 여친이나 교수님한테,

혜원 (소리나게 웃음)재밌네.

 

-퍼스널 샵 룸알수 없는 표정으로 구경하듯 바라보는 혜원.

 

선재 아닙니다괜찮습니다.

준형 오디션에 그러구 올 거야학교 그러구 다닐 거야?

선재 그건 잘 모르겠구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준형 (혜원에게)얘 지금 즈이 집에 가겠다는데?

혜원 나는 찬성좋은 생각이야편하게 해 줘야지.

선재 감사합니다.

혜원 (준형에게)보내요. (선재에게)가 봐.

선재 네, (가방을 집어든다)

준형 (벌컥)뭐야왜 이래!!

거리준형 차 안..

 

-준형이 운전 중옆자리 혜원이 떠보듯 말을 건넨다.

(준형은 실은 조금 전 선재의 완강한 사양에 내심 당황했다자격지심이 놈이 나를 우습게 보나)

 

혜원 선선히 보내주네한바탕 할 줄 알았더니.

준형 참았어너무 땡기믄 또 엇나갈까봐.

혜원 (천연덕시선 창 밖)그러엄...

준형 (힐끗)그래두 당신 앞에선 좀 웃더라?

혜원 (본다)?

준형 아까 말야나보단 당신이 편한 거 같던데.

혜원 뭐아무래두 교수님보단,

준형 자식이설마 날 거부하는 건 아니겠지?

혜원 뭘 그럴라구. (다시 창 밖)

준형 인내를 가지구 보여 줘야지사제 간의 정이 뭔지믿구 따른다는 게 뭔지그런 걸 지가 어떻게 알겠어.

혜원 (이쯤에서 그만 했음 좋겠다)

준형 당신은 왜 찬성이라구 했는데?

혜원 나두 당신하구 같은 이유야.

준형 그럼 내가 잘 한 거지신경은 좀 쓰여두풀어 줄 건 풀어 주면서?...근데 그여자 친구라는 애가 좀 걸리긴 해.

혜원 (찔리네)

준형 아예 우리 쪽에서 터 줄까같이 나오래서 밥두 사주구집에두 놀러오래구,

혜원 (뭣이라?)

준형 나쁘게만 볼 건 또 아닌 거 같애정서적으루나 신체적으루나한창 왕성하구 예민한 때잖아막는 게 능사가 아니지정해진 상대랑 만나는 애들 보믄뭔가 편안하게 안정이 돼 있어요.

플래시백혜원의 상상.

 

-다미의 여러 모습들선재 목의 생채기.

-둘이 격하게 엉켜 뒹구는.

준형 차 안.

 

혜원 (웃음짜증대신)너무 앞서 가네인내를 가지구 보여 준다매사제 간의 정이 뭔지신뢰가 뭔지,

준형 비꼬냐지금?

혜원 그게 아니라당신이 이랬다 저랬다 하구 있잖아여자 친구 맘에 걸린댔다가터 주쟀다가. (나 이러믄 안되는데)

준형 (벌컥)당신두 열성을 좀 보여봐관리 감독을 어떤 식으루 할지 같이 고민하자는데내 방식이 맘에 안들믄 안든다구 말을 하던가!

혜원 (위험하다입 다물자창밖)

준형 화내서 미안한데당신이 이해해라솔직히 나두 그 넘 쉽지가 않아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내가 고맙긴 한 건지도대체 속을 알 수가 없어요그런 환경에서 자란 애를 언제 봐봤어야 말이지.

혜원 그런 환경, (참자고!)알아...그래두 당신이 먼저 진심으루 허물없이 대해 봐.

준형 그럴까?

혜원 어나 큰 길에서 내려줄래지수랑 정희잠깐 보기루 했거든.

준형 걔들은 또 왜,

혜원 왜는...당신두 같이 보던가.

준형 싫어시끄러운 것들.

 

혜원 동네 밤.

 

-혜원이 준형의 차에서 내리고 준형의 차 떠난다.

-통화 하면서 급히 길 건너는 혜원.

 

혜원 어어지수야이거 통신 보안...너 지금 나랑 만나구 있는 거야혹시 몰라서 그러는데까먹지 말구 알리바이 챙겨주라.

 

-반대편에서 오는 빈 택시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뛰는 혜원.

 

혜원 그럴 일이 있어나중에 얘기할게.

선재 집 앞 골목.

-큰길에서 터벅터벅 접어드는 선재새삼스럽게 둘러보거나 할 것도 없이 그냥 다 익숙하다냄새색깔소음내가 사는 곳.

-선재식당 안으로.

-식당 앞에 배달용 오토바이.

 

식당.

 

-옥진(식당 새주인. 50대 초반원래 이웃)이 카운터 서랍 열어 깊숙이 뒤지고선재가 서서 무 채 썰어 놓은 것 집어 먹으며 둘러본다.

-손님 두엇.

 

선재 다 그대로네?

옥진 그냥 쓰지 그럼뭐 하러 돈 들여메뉴두 그대론데.

선재 내가 꿀꿀해서 그러지...괜히 엄마 생각 나구.

옥진 생각 나믄 생각해야지 어떡해.

선재 그러게. (옥진이 꺼내 든 열쇠 몇 개중 하나 집어든다)

옥진 공익은 아주 끝난 거야?

선재 몇 달 있다가 재검 받구 다시 오라믄 가야 될 거예요.

주인 밥 하기 뭐하믄 내려 와반찬두 갖다 먹구가끔 배달이나 도와줘아저씨 바쁠 때.

선재 네.

 

계단 입구.

 

-선재열쇠 뱅뱅 돌리며 모퉁이 돌아나와 나무 계단 올라서는데,

 

혜원 집에 오니까 좋아?

 

-멈추는 선재.

-철계단 옆에 혜원이 서 있다.

 

선재 어떻게,

혜원 (웃음)택시 타구.

선재 그게 아니라,

혜원 너한테 꼭 해둘 말이 있어서너 아직 전화 안되잖아앞으로 따로 만날 일두 거의 없을 거구.

선재 (...하다가 본다)왜 없어요?

혜원 (조금 웃고)커피샵 같은 거 못찾았어어디 들어가 좀 앉았음 좋겠는데.

선재 네저희 집 밖에는.

혜원 (선재의 감정을 차단하려는난 니 선생으로 온 거다?

선재 (시선 비낀다)...(본다)근데괜찮으시겠어요?

혜원 뭐가?

선재 어둡구 위험해요선생님한테는.

혜원 (철계단 돌아보고는)너 잘 따라갈게.

선재 (계단으로)오세요.

 

-철계단 앞.

 

선재 (난간)이거 좀 더러운데그래두 잡으세요.

혜원 어.

 

-선재가 먼저 올라가고 혜원 조심스레.

이층 계단.

 

-선재와 혜원이 접어든다.

혜원 어후 진짜 깜깜하네?

선재 네전등이 나가서...핸드폰 좀 줘보실래요?

혜원 어그래,

 

-선재가 혜원의 핸드폰 쳐들어 발 아래 비춰주고혜원이 한손으로 벽을 짚으며 따라간다.

 

선재 집 문 앞.

 

-선재손이 떨려서 열쇠 구멍 조준이 안된다혜원이 핸드폰 불빛 비춰준다.

 

선재 집.

 

-현관문이 열리고선재가 자바라를 민다선재 어깨 너머 혜원핸드폰 쳐들고 있다선재가 벽의 스위치를 누르자혜원의 핸드폰 불빛이 사라지고 집안 풍경 드러난다.

-선반찬장책꽂이 다 휑하고거실 바닥에 이삿짐 싸놓은 것 그대로 쌓여있다크고 작은 상자들보따리침대도 들어내기 편하게 옆으로 세워져 있고테이프 붙여진 서랍장.

-상자 마다 악보그릇겨울옷여름옷엄마꺼등등 적혀 있다.

-선재 방은 휑하다.

-욕실 앞에는 빗자루와 쓰레받기빨랫줄엔 낡은 걸레 두 개와 깨끗한 수건 한 장 걸려있다.

-선재잠깐 아연했다가 급히 가방을 내려놓고 신발 벗고 올라선다.

 

선재 잠깐 계세요, (빨랫줄의 걸레와 수건 벗겨든다)

혜원 이사 갈래다가 다시 온 거네?

선재 네,(문간의 가방을 들고 욕실로 들어가며)현관문은 닫아 주세요.

혜원 아,(현관문 닫으며 웃음)쥐님들이 들어온댔지.

 

-선재정신없이 후드티를 벗어 던지고가방에서 셔츠(체크 무늬 긴 소매)를 꺼내 걸친다.

-수돗물에 수건 먼저 적셔 비틀어 짠다.

-꽉 짠 걸레와 수건을 양손에 나누어 들고 나오는 선재수건을 혜원에게 건넨다.

 

선재 손닦으세요.

혜원 (얼결에 받는다)

-엎드려 황황히 바닥을 닦는 선재.

-현관의 혜원손 닦은 수건을 반듯하게 접어서 빈 신발장에 올려놓는다.

-바삐 걸레질 하는 선재.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 얼핏 돌리는 혜원.울컥 목이 멘다.

-열심히 닦느라 허리춤이 드러난 선재속옷도 좀 보인다.

-선재잠깐 멈추고 걸레를 들어보고 다시 닦는다걸레가 별로 더럽지 않다.

혜원 준수하네 뭐.

선재 (닦으면서),여친이 가끔 들러서 청소 했다거든요.

혜원 그렇구나...(새삼 둘러본다)

 

-주방 싱크대 위에 부스터와 작은 냄비주전자쓰지 않은 종이컵 몇 개 포개져 있고뜯지않은 사발면 한 개믹스 커피 두어 개반쯤 남은 생수병(1.5리터하나다미의 흔적이다.

-분리된 가스렌지는 네 귀퉁이에 골판지 대어 노끈으로 묶어놓았다.

혜원 대충 해나 그냥 들어갈게.

 

-혜원이 올라서고선재진땀더 서둘러 걸레질 몇 번 더 한 다음상자 하나를 끌어낸다. ‘악보&이라고 쓰여 있다선재바닥의 새 걸레 집어 상자 위 두어번 닦고는 반듯하게 놓는다.

(훗날 혜원은 이 상황을 내 생애의 명장면’ 중 하나적빈한 연인의 온전한 헌신으로 추억할 것이다. ‘나를 위해 목숨을 내놓은 것도 아니고그저 정신없이 걸레질을 했을 뿐인데깨끗한 앉을 자리를 만들어 주려고 애쓴 것 뿐인데그게 그렇게 목이 메더라내가 단 한번도 그런 정성을 받아보지 못했다는 게심지어 나 자신도 나를 성공의 도구로만 여겼다는 게 스스로 가여웠나봐’. 그렇게 말할 것이다)

선재 여기,

혜원 (웃음)앉아두 돼악본데?

선재 괜찮아요.(상자 위를 소맷부리로 두어번 또 닦는)

 

-혜원이 상자에 걸터앉고선재걸레 집어 욕실로.

 

혜원 너두 앉어.

선재 네잠깐만,

-욕실걸레를 내려놓고 급히 손을 씻는 선재.

-혜원선재가 욕실에서 나와 싱크대 앞으로 가는 것을 보다가,

 

혜원 나 뭐 주게?

선재 (주전자 헹구려다가)커피,

혜원 물이믄 돼.

선재 아,

-종이컵에 생수 따르는 선재손이 덜덜.

-혜원물 마시고선재휴대폰 충전기 벽에 꽂는다휴대폰 연결하면서 혜원을 얼핏 본다혜원종이컵을 보고 있다.

-좀 떨어진 상자에 앉아 있는 선재손끝 만지작.

혜원 할 얘기가 뭐냐믄,

선재 (손끝 멈춘다)

혜원 우선 넌목표를 크게 잡아야 돼니가 바라봐야 하는 건 오혜원두 아니구서한 음대 오디션두 아냐그런 건 그냥 가볍게 넘어가 주구국제 콩쿨 나가야지사이트 들어가서 스케줄 확인해라지민우는, (본다)걔 알지음악제 때 봤을텐데.

선재 (걔구나)

 

-아트센터 연주홀혜원,인서민우 장면 떠올리는 선재.

 

혜원 걘 올해 11제네바 콩쿨에 나가. DVD 예심 신청 했다더라마감이 지났으니까 넌 내년 꺼에 맞춰야겠지? 2015년 3월에 프랑스 에삐날, 6월 초 스위스 게자 안다같은 달 15일부터는 차이콥스키, 8월에 뭔헨, 10월에 쇼팽,

선재 저기, (본다)저를 그런 애들 끕으루 보시지 말았으믄 좋겠어요.

혜원 (그래?)

선재 (서운해서 얼굴까지 빨개졌다)저는 선생님 앞에서 재롱이나 떠는 어린 애두 아니구또 이렇게 말해서 죄송하지만교수님같은 감정 머글두 아니예요.

혜원 (웃음이 나려한다)제대루 먹혔네그래너 기분 나쁘라구 하는 소리야목표를 세우구 도전하란 뜻에서.

선재 너무 애쓰시는 거 같아요저한테 어른 사람으루 보이실려구.

혜원 (잠깐 흔들리는 시선)

선재 제가잘 할 수 있어요.

혜원 뭘?

선재 쫄지 않는 거요.

혜원 무슨 뜻이야?

선재 저는 선생님한테 백퍼 다 진심이라거짓말 안해두 되거든요물론 남들한테 숨기기는 하겠죠지키구 싶으니까요근데 그래서 더잘 할 수 있어요여기 제 집에 오니까막 자신이 생겨요왠지 떳떳하구제가 좀 괜찮은 놈 같기두 해요그러니까 걱정 같은 거 하지 마시구너무 어른인 척두 마시구그냥 저 사랑하시믄 돼요밑질 거 없잖아요분명히 제가 더 사랑하는데.

혜원 (웃음 터진다)허허허허허허,

선재 (너무 나갔구나!)그렇다고요!

 

혜원 집 침실.

 

-준형팔짱 끼고 생각에 잠겨 서성이다가 멈춰 선다.

혜원 집 거실..

 

-주방 어귀미순이 큼직한 종이가방 내민다.

 

미순 과일이랑 이것저것 챙겼어요간식거리라구 하셔서.

준형 (받아 들고 얼핏 들여다보고는)됐어요이 정도믄. (돌아선다)

미순 실장님 들어오심 뭐라구,

준형 (현관으로 가면서)학생 하나 만나러 갔다 그럼 알 거예요.

미순 (몇 걸음 따라가다)그럼 다녀 오세요불에 뭘 얹어 놔서.

선재 집.

 

-혜원선재를 망연히 바라보고선재고집스레 침묵을 견디며 앉아 있다.

-이윽고,

 

혜원 너 왜 이렇게 질겨니 감정이얼마나 위험한지 몰라?

-선재말없이 일어나상자들 두어 개 확인하고는 그 중 하나를 끌어내 테이프 북 뜯는다.

-선재상자 뚜껑 열어 혜원 앞에 밀어놓고는오래된 교본(하농피쉬나체르니 등)과 공책들(초등 때부터 써온 연습 일기)을 혜원 앞에 꺼내 놓으며.

 

선재 제가 지금 컴(컴퓨터연결할 건데요그동안 이거 보구 계세요.

혜원 딴짓 하지 말구내 얘기 마저 듣지?

 

-선재아랑곳 없이 상자에서 컴퓨터와 모니터스피커며 멀티탭 등을 꺼내 바닥에 늘어놓는다.

선재 금방 돼요.

 

-혜원소리없이 한숨실패다...선재는 묵묵히 컴퓨터 연결 중혜원교본 한 권 집어들어 펼친다복잡한 악보여백이 바를 정자로 가득 채워져 있다책장 넘긴다.

-느닷없이 명화 글씨. ‘목욕 갔다와꼬추랑 겨드랑이랑 깨끗이 씻쳐’ 혜원혼자 웃는다.

-선재힐끗 보는가 싶더니 몸을 날려 교본 뺏는다.

 

혜원 뭐야왜 이래?

선재 (교본을 뒤로 감추며 공책을 집어 안긴다)이게 더 웃겨요.

 

-선재교본 단단히 깔고 앉아 헤드폰을 한쪽 귀에 대고 마우스 움직인다모니터 가득저장된 곡명과 연주 날짜.

-혜원공책 넘긴다.

-초딩 선재 글씨그날 연습한 곡 제목과 연습 횟수느낌 등을 적어놓은.

-다음장 넘긴다한 면 가득몰토 비바체 알레그로 등등 원어 옆에 한국어 발음 적어 놓은맨 아래에, ‘영어는 어렵다웃기는 발음도 너무 많아서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진다’.

-혜원선재 힐끗 보고는 또 넘긴다찬찬히 본다.

 

초등 선재 소리 오늘은 하루 종일 모차르트 소나타만 쳤다밤까지 쳤다엄마가 설거지 하면서 시끄럽다고 하셨다그런데 듣고 나서 이상하다고 하신다명랑한데 왜 슬프냐고 하신다나도 그렇다장조에서도 단조 느낌이 난다단조에서도 장조 느낌이 난다.

혜원 (선재를 본다)어머닌 어떤 분이셨어?

선재 네? (헤드폰 떼는)

혜원 니 재능이 어머니 쪽 유전잔가봐음악을 제대루 느끼시잖아.

선재 (그런가하다가 멋쩍은 웃음)

혜원 사진 없어?

선재 아,,

 

-휴대폰을 충전기에서 빼내 사진 찾는 선재.

 

선재 여기,

 

-혜원받는다.

-핸드폰 속선재와 명화의 셀카.

 

혜원 미인이시다...

선재 (마우스로 목록 뒤지며)다른 건 다 허당이예요맨날 다치구사기 당하구.

혜원 (핸드폰 내려놓고)그래두 너 잘 키우셨잖아.

선재 (손 멈추고 혜원 보며 웃음)나쁜 짓은 안 해봤어요친구들에 비하믄 욕두 별루 안하는 편이구...잔소리 많이 들어서 생활 습관그런 거몸에 뱄어요제가 많이 고맙구사랑하죠엄마를.

혜원 현재형이네?

선재 네...(다시 마우스 놀린다)선생님 얘기두 막 하구 싶구 그래요.

혜원 엄마 생각해서라두 나한테 들이대지 마.

선재 (멈춘다)?

혜원 엄마들은 아들이 그러는 거 못 참아스무살 연상 좋아한다 그러믄 무지 슬퍼하실 거야.

선재 (정말 몰라서)왜요?...

혜원 말이 안되지나를 때려서 내쫓구망신 주구그러구 싶으실 걸?

선재 저기헤드폰으루 들으실래요아님 그냥,

혜원 말 돌리지 말구.

선재 전에 쳐놓은 거 몇 개 골랐는데.

혜원 (본다소리없이 한숨)

선재 밤이라 차소리 별루 안 나니까 그냥 좀 크게 듣는 게 좋을 거 같긴 해요. (마우스로 플레이 클릭)동영상 없이 녹음만 했어요.

혜원 (너 정말 막무가내다...)

 

-리스트스페인 광시곡.

-핀정하듯 냉정히 듣다가 카덴짜부터 멍해지는 혜원.

-시간 경과혜원물끄러미 듣고선재는 서성이며 제 흥에 겨워 한손으로는 허벅지를 건반처럼 치고 한손은 간간이 박자 젓는 등.

 

선재 집 계단.

 

-음악 소리 들리고준형이 올라온다멈칫.

 

선재 집.

 

-피날레선재벽에 기대 서 있고숨죽인 혜원.

-곡이 끝나고 여운...

-혜원외면하며 또 울컥삼키고선재혜원을 힐끗어떠셨는지.

혜원 이런 것두 했어?

선재 네그냥.

혜원 리스트 중에서두 난곡인데.

선재 손열음이 치는 거멋있어가지구요차이콥그 때,

혜원 (웃음)사람 이름을 왜 끊어 먹어자신있게 끝까지 발음해.

선재 (웃음)차이콥스키 2라운드동영상 무지 여러번 봤어요.

혜원 오디션 레파토리 이거루 해라.

선재 괜찮았어요?

혜원 그러엄...(팔 벌린다)일루 와한번 안아주께.

선재 (본다정색)

혜원 (머쓱해서 팔 내리고)

 

-정적혜원에게는 당혹스럽고선재에게는 뭔지 벅차게 솟구쳐 오르는.

 

선재 제가안아드릴게요...

혜원 (떨린다얘야제발)

선재 (한 걸음 다가선다)

혜원 (가방 집어들고 선다)가야겠다오늘 내 얘기 명심해목표를,

선재 (또 한걸음)

혜원 (오지 마)

선재 집 현관 앞.

-하얗게 질린 준형....돌아선다.

 

식당 앞..

 

-준형한참 앉아 있다가 출발.

 

선재 집.

-혜원을 꽉 끌어안고 서 있는 선재혜원어린 애처럼 울음 참는당장 삐질삐질 삐져나올 것 같다이러지 마내가 얼마나 추하구 비겁한데.

-혜원의 어깨에 고개를 얹고 두 팔에 더욱 힘주는 선재눈물 글썽피하지 마세요겁내지 마세요.

-끌어안은 채 거칠어지는 숨소리위태로운 두 몸풀지 않은 이삿짐 더미 속에서.

-결국혜원이 선재 허리를 끌어 앉고순간 선재가 혜원의 목에 코를 묻는데,

-선재의 전화벨 울린다.

 

버스 정류장.

 

다미 (버럭)집이라구?!...(뛰기 시작)새끼야 근데 왜 전화 안해?! 너 인제 죽었어나 방금 버스 내렸거든?!

식당.

 

-선재급히 들어온다.

-주방의 옥진이 돌아본다.

 

옥진 왜,

선재 (배식대 위에 집열쇠 놓으며)다미 오믄 이거 주시구요오토바이 좀,

식당 앞.

 

-선재가 식당에서 오토바이 열쇠와 헬멧 들고 나온다헬멧 한 개는 오토바이에 걸려있다.

 

혜원 이걸 타라고?

선재 네이것두 쓰시구,(헬멧을 혜원의 머리에)

혜원 (당혹스레 웃음)스릴 있다웃겨.

선재 (턱 끈 여며준다)걔가 좀 싸나워요안 보시는 게 좋죠.

혜원 (이게 뭐람)

 

-헬멧 쓴 혜원이 뒷자리에 타고선재가 돕는다.

 

혜원 나 이거 첨인데,

선재 (탄다저를 꽉 잡으세요안 그럼 떨어져요.

혜원 어,

 

-오토바이 출발하고,

-다미가 반대편에서 뛰어온다.

 

거리.

 

-스쿠터 달린다선재와 혜원.

 

선재 더 꽉이요흑심 아니예요안전 문제라구요!

혜원 알았어!

 

-어느새 선재를 꽉 안은 채 온 몸에 부딪치는 바람과 속도를 즐기는 혜원.

혜원 동네.

-동네 입구에 도착선재가 서둘러 내려서 혜원이 내리는 것 돕는다헬멧 벗는 혜원.

 

혜원 애들이 이래서 좋아하는구나.

선재 (헬멧 받아들며 정색)한 바퀴 더 돌아 드려요?

혜원 사탕 오래 물구 있으믄 이빨 썩지이만 여친한테 가 봐.

선재 여기저희 집에서 가까워요뛰어서 30분 정도믄 될 거 같아요아침 일찍 와서 연습하구 조용히 갈게요.

혜원 (정색)연습은 니 집에서 해피아노 보내줄게회사에 있는 거.

선재 (본다)

혜원 그리구학교 문제는 강교수가 연락할 거다넌 나한테 전화두 문자두 하지 마나만 할 수 있어. (돌아선다)

선재 (돌연 현실감 덮친다그렇군요)

 

-골목 안으로 들어가는 혜원한참 바라보는 선재.

 

혜원 거실.

 

-준형소파에 앉아 얼굴을 싸쥐고 있다.

-현관 번호키 누르는 소리.

-준형급히 리모콘 집어 텔레비전 켜고혜원이 현관 들어선다.

 

혜원 나 왔어.

준형 재밌었나?

혜원 (후들후들)뻔하지 뭐서영우 뒷담화부터.(계단으로)

준형 (보다가)선재 말야.

혜원 응?!

준형 오디션 때 뭐 치믄 좋을까?

혜원 어어글쎄,

준형 리스트 어때스페인 광시곡.

혜원 (뜨끔)그거 당신 취향 아니지 않어?

준형 내 취향이 무슨 상관이야선재가 확 튀구 어필하는 게 중요하지다 뻑이 갈텐데당신이 한 번 권해 봐.

혜원 당신이 해.

 

-혜원얼른 이층으로.

-준형지그시 쏘아보다가 일어나 주방으로...술 따르며 이를 악무는나는 참을 것이다.

 

혜원 침실.

 

-혜원 들어와 가방을 창턱에 얹으며 블라인드 커튼 틈으로 창 밖 본다.

-골목 어귀 선재 보인다.

-혜원얼른 돌아선다.

 

혜원 집 앞.

 

-선재혜원 집 이층 올려다 보다가 오토바이 탄다.

혜원 침실.

 

-어둠 속모로 누운 혜원핸드폰 쥐고 있다.

선재 소리 저희 집에서 선생님 댁 지나 다시 저희 집까지뛰어서 40분 쯤 걸릴 것 같아요매일 아침 운동 삼아 한 바퀴 돌려고 합니다.

 

선재 집.

 

-문자하는 선재.

 

선재 소리 혹시 여섯시 반쯤에 일어 나신다면 창 밖을 내다봐 주세요.

 

준형 서재.

 

-준형술잔을 들고 앉아 있다.

 

선재 집 옥상이른 아침.

 

-샌드백 차는 선재차면서 두 손 뒷짐 진다.

 

선재 주먹은안써야지,

 

선재 집 앞이른 아침.

 

-선재내려와 뛰어간다.

혜원 동네.

 

-선재뛰면서 혜원 집 앞을 지나간다.

 

혜원 침실아침.

 

-혜원창 밖 내다본다창 턱에 혜원의 핸드폰.

-준형이 들어온다혜원흠칫.

 

혜원 당신밑에서 잤어?

준형 (힐끗 보고는)축구 보다가, (욕실로 가려다가 돌아본다)뭐 해?

혜원 어어목련아니배꽃이 피었길래,

준형 무슨, (다가간다)그게 왜 벌써 피나,

혜원 아닌가나 먼저 씻으께?

 

-혜원욕실로핸드폰 둔 채.

-준형혜원을 힐끗 보고는 핸드폰 집어든다.

 

선재 소리 저 지금 지나가요.

 

-준형블라인드 틈으로 보다가 시계 본다. 6시 32.

-준형핸드폰 힘껏 던지려다가 팔을 내리고 지그시 핸드폰 그러쥔다으으으참아야 하느니라.

원서동 언덕길.

 

-뛰어 내려 오는 선재.

-옆으로는 창덕궁 전경이 보인다.

아트센터혜원 사무실아침.

-혜원이 들어오고세진이 인사한다.

 

혜원 안녕.

세진 어서 오세요.

혜원 악기 구입 대장파일 좀 넣어 줘.

세진 아,.

 

-조금 후혜원 책상 앞혜원이 컴퓨터로 선재의 피아노 구입 및 수리 내용 본다세진이 곁에서,

 

세진 수리가 아니라 완전 새거 하나 만들어서 집어넣은 거네요해머 댐퍼 현건반까지 다 갈았음 뭐,

혜원 그렇지?

세진 30만원에 사가지구수리비가 150만원감사 때 문제 안될까요구입 및 소장 가치가 있는 거냐이런 식으루 걸믄,

혜원 이사장 전결 처리 해야지별 문제 없을 거야대여 반출 서류 만들어 줘대상자 이선재.

세진 아아,

선재 집 옥상.

 

-이불을 널다가 통화 하는 선재.

 

선재 아...지금 내려갈게요.

 

선재 집 앞.

 

-피아노 운반차기사가 짐칸을 열고 있다선재가 나무계단 뛰어내려오고조율사가 돌아본다.

 

조율사 어이선재씨?

선재 네,

조율사 말씀 들었죠?

선재 네.

조율사 확인 하세요.(짐칸의 피아노 가리키는)

 

-담요로 귀퉁이 싸인 피아노선재가 쓰던 거다.

 

선재 어?...

조율사 (웃음)많이 보던 거죠?

선재 (조율사를 본다)

조율사 몇 달 전에 이선재씨가 판 걸 우리 실장님이 사두셨어요.

선재 어,어떻게요어떻게 아시구,

회상선재 집 앞(3).

 

-피아노 싣는 선재.

선재 집 안

 

-피아노가 원래 있던 자리에 들어간다기사와 조율사선재가 함께.

-조율사 작업선재가 간간이 거들면서 쳐보기도 하고,

아트센터 복도오후.

 

-혜원서서 문자를 본다.

 

선재 소리 피아노 받았어요!! 어떻게 이게 저한테 다시 왔는지선생님은 저 를 다 보고 계신 거 같아요소리가 정말 좋아졌어요들어 보세 요.

 

-혜원오디오 파일 재생 누른다.

-작은별 변주곡.

플래시 백.

-혜원 음악실(5). 신나게 연주 하는 선재.

 

혜원 사무실.

 

-혜원듣는다.

 

뷰티샵 샴푸실오후.

 

-혜원이 들어오자다미가 공손히 허리 굽힌다.

다미 어서오십시오.

혜원 (웃음)뭘 그렇게 깎듯해.

다미 네?

혜원 우리 좀 친한 사이 아냐?

다미 (?!)

혜원 나한테 걱정거리 털어놨던 거좋았는데.

다미 (활짝 웃음)저두 무지 감사했습니다앉으세요.

혜원 (앉으며)우리끼리 있을 땐 말 편하게 해자기네들 쓰는 말로.

다미 네...(수건을 혜원 어깨에 여미며)의자 눕혀 드릴게요.(눕히려는데)

혜원 아 참그 일은 어떻게 됐어?

다미 다 잘됐어요.(목걸이 보여주며)이게 복을 갖다 주나봐요남친이 풀려났거든요.

혜원 오잘됐네...돕질 못해서 마음이 안좋았는데.

다미 (눕힌다)제 얘기 들어주신 것만두 감사하죠.

혜원 그래서 얼굴이 활짝 폈나봐?

다미 그런가봐요나와가지구 바루 교수네 집으루 가는 바람에 열은 좀 받았지만.

혜원 저런.

다미 (손으로 물 온도 맞추면서 재불재불)연락이 안돼서 아침에 무작정 찾아갔는데좋은 방에서 쳐자구 있으니까 화가 나더라구요나는 걱정하느라 먹지도 자지도 못했는데...치구 박구 한바탕 했죠물 온도 괜찮으세요?

혜원 어딱 좋아.

다미 걔가 쫌 괜찮은 게요교수가 자기 집서 살라구 했다는데 사양하구 지네 집으로 왔어요집이 엄청 후진데두 걔는 그게 좋대요기특해서 다 봐줬죠인제 저두 제대루 내조 할려구요피아노 다시 한다니까.

혜원 (불쑥)같이 산다는 거야?

다미 네?

혜원 아,아니내조라길래,

다미 와이프 노릇을 미리 하겠다는 거죠식은 나중에 올리더라두.

혜원 얼굴 좀 덮어 줄래?

다미 아맞다. (얼굴 덮는 수건 집어들며)제가 정줄이 잠깐 나갔나봐요.

혜원 (웃어준다)

 

-다미가 혜원 얼굴에 수건 덮고수건 아래서 길게 한숨 토하는 혜원.

 

뷰티샵 미용실.

 

-거울 앞에 앉아 있는 혜원빗질하는 원장.

 

혜원 나생머리 한 번 해볼까봐요좀 울적한데.

원장 지금 좋은데요.

혜원 안어울려요?

원장 되도록이믄 피하시는 게 좋죠아무래도 나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니까.

혜원 (웃음)나 원장님 좋아솔직하셔서.

원장 감사합니다...어 참서대표 어제 들르셨는데자회사 만드신다면서요.

혜원 뭐 아직은 희망사항이예요.

원장 이사장님 귀국하셔야 뭔 일이 되두 되는 거죠?

혜원 네...

 

-원장과 보조가 혜원의 머리 말리고거울 속으로 다미가 지나가며 웃어보인다혜원웃어준다.

 

원장 (곁에 서 있는 보조에게)쟤 뭐라구 한마디 해줘.

보조 네.

혜원 왜요저 아가씨 웃는 얼굴 이쁜데.

원장 깍듯해야죠. VVIP 분들이신데.

혜원 (새삼 힐끗 보다가 문자 확인)

선재소리 바쁘시면 1싫으시면 2번을 눌러주세요.

혜원 (웃음 참는망설답을 할까 말까)

원장 시간 좀 되시믄 코팅 하세요.

혜원 어아니요약속이 있어서그건 담에 할게요.

원장 그러세요.

혜원 (핸드폰 만지작)

동 일각.

 

-다미가 라운지 쪽에서 접어드는데저만치서 유라가 온다다미그년이다!

-엊그제다미 이마에 찐득한 파마제 묻은 껌을 쩍 붙이는 유라.

-다미가 재빨리 주변 살피고유라다미를 지나치려는데 다미가 발을 건다고꾸라지는 유라다미 얼른 유라를 일으켜 세우며당황한 척.

 

다미 어머 어떡해죄송합니다,

유라 아 진짜재수없게.

다미 (가방 집어 주고 유라 팔짱 낀다)그러게요괜찮으세요?

유라 비켜,

다미 (더 꽉 잡는다나직)안 비켜.(한 손으로 머리에 꽂힌 비녀를 뽑는다풀어져 내리는 머리)

유라 뭐?!

다미 (비녀로 유라 옆구리 지그시 찌른다.나직)조용히 해라?

유라 ()

다미 나 너 땜에 일찐 돋았거든?

파우더 룸.

-화장실 쪽에서 나직한 말소리.

 

유라 소리 (징징)잘못했어요,

다미 소리 언니.

유라 소리 언니.

 

-혜원(머리 손질 마친)이 들어오다 멈칫뭐지?

 

다미 소리 붙여서.

유라 소리 잘못했어요언니.

다미 소리 인제 꺼져.

-유라가 겁에 질려 삐질거리며 나온다머리가 산발이다혜원세상에화장실 쪽 보고유라나가면서 통화.

다미 엄마나 미용실 바꿔줘.

 

-물소리 나고 다미가 나온다.

 

혜원 (?!)

다미 (생글 웃음)끝나셨어요?

혜원 (당황),

다미 (들어가 일 보시라고)

혜원 그,그래또 보자?

 

-화장실 향하며 얼핏 돌아보는 혜원,

-다미거울 보며 머리 틀어 올리고,

-혜원화장실 문 열며쎄다.

 

까페.

 

-혜원지수왕비서소파에 편안히 앉아서.

-널찍한 탁자에 반쯤 빈 요리 접시 두 어 개와인 등.

 

지수 요즘 스무 살이믄 절대루 애가 아니지우리 때랑 달라.

혜원 그렇겠지?

왕 웃기지 마우리 때구 니네 때구 그 나이에 하는 짓은 다 똑같애나두 대한이랑 사귈 때 집에다가 엠티 간다구 속이구 설악산으루 튀었다.

지수 너니까 그랬지.

왕 너니까 좋아한다저는 연습실에서 인서랑 완전 19금 찍다 걸려놓구서.

지수 그게 뭐가 19금이야눈을 뱁새처럼 똥그랗게 뜨구선내가 점심 먹구 이를 딲았던가 말았던가클났다깍두기 먹었는데그러다 말았구만.

왕 인서가 니 엉덩이 만지는 거 나만 본 줄 알어너두 리액션 장난 아니었어.

혜원 하하하,

지수 얘가 사람을아니라니까?

왕 아니긴 야, (선다)갔다 와서 계속.

혜원 기대할게.

-왕비서가 가자,

 

지수 아우 증말, (와인 한모금 마시고 혜원을 힐끗)

혜원 (웃음 끝와인 잔을 보면서)난 그때 뭐 했지?...

지수 (사려 깊게 본다어제 무슨 일 있었는지)

혜원 지금 생각하믄 진짜 지옥이었는데.

지수 좋게 생각해다 이겨 냈잖아.

혜원 문제는그땐 내가 아주 잘하구 있다그런 줄 알았다는 거지...

지수 그럼 아냐?

혜원 한창 사랑할 나이에정말 머리만 더럽게 굴렸다...어떻게든 벗어나야지영우한테 묻어서라두 유학 가야지그런 맘으루,

지수 (혜원 잔 채워준다)어쨌거나 살아 남았으니까 오늘이 있는 거지...

혜원 그래...근데 그 오늘이 참, (얼핏 목이 메는)

지수 (뭐 있긴 있구나)

혜원 뭔지 모르겠어몸뚱이는 여기저기 쳐지기 시작하구심장은 진작에 모래주머니가 돼버렸는데, (글썽)인제 와서 그 시절에 못해 본 걸 기어이 찾아먹겠다는 심뽄지...(눈물 한방울)

지수 (냅킨 집어준다)

혜원 (받아서 눈물 닦고찍어내고냅킨 접는다)발악 해 봤자지 뭐내가 스무살 짜리를 어떻게 이겨.

지수 응?!

혜원 뭘 또 놀래구 그래. (잔 집어든다)그렇단 얘기다.

 

-긴 머리 틀어올리는 다미 모습.

지수 너 어제 일아직 말 안했다?

혜원 (마시려다 멈칫)

지수 쟤 나오기 전에 빨리 말 해뭐 땜에 알리바이가 필요했는데강준형어린애랑 바람 났니혹시 어제 그 여자애 만나러 갔던 거야몰래 조용히 해결 볼라구?

혜원 (웃음)요거 마시구 가자.(마저 마신다)

지수 (불안하네)

 

선재 방.

-선재 피아노 앞에 앉아서 핸드폰 만지작.

 

혜원 소리 나한테 전화두 문자두 하지 마나만 할 수 있어...

 

-선재핸드폰 만지작망설인다.

-선재이곡 저곡 조금씩 치다가글리산도 위에서 아래로 아래서 위로...하다가 다시 핸드폰 집어 본다또 망설이는데,

-‘강준형교수님

-선재얼른 일어서며 통화.

 

선재 네교수님,

 

거리준형 차 안.

 

-준형운전하면서 통화.

 

준형 어피아노 갔다며...어어내가 집사람한테 그러라구 했지...그래두 그게 니 인생의 피아노 아니냐...어때맘에 들지오실장한테 특별히 부탁을 했거든부품 다 최고루 갈아 달라구.

 

선재 방..

 

선재 (그랬다고?...당혹스럽지만)감사합니다......?!...아니요혼자 있습니다인제 잘려구요......

 

거리준형 차 안.

 

준형 그럼 잘 자고또 통화 하자...그래..(끊는다.창 밖을 힐끗)

 

-사이.

 

혜원 소리 일루 와한 번 안아주께.

 

-사이.

 

선재 제가 안아 드릴게요...

 

-준형마른 침 꿀꺽니가 사내 짓을 하든 말든 난 일단 눈 감아준다...

비행기 착륙며칠 후 낮. (성숙 귀국)

 

서회장 집 침실다음 날 밤.

 

-파우더 룸왕비서가 화사한 차림의 성숙에게 목걸이 걸어주는 등 치장을 돕고곁에 혜원태블릿 들고 서 있다.

 

성숙 불쌍한 기집애자회산지 나발인지그거나 받구 떨어질 것이지 어디 감히...반년 안에 뻥 차일 거면서.

혜원 회장님께서 어떤 식으루든 가닥을 잡아 주시겠죠.

성숙 (왕비서에게)금방 내려 간다구 해.

왕 네.

 

서재/게임 룸.

 

-게임 룸의 홈 바에서 민학장과 회사 임원들이 칵테일 마시며 환담하고왕비서가 주방을 향해 가는 모습 보인다.

-소파에 앉아 있는 서회장영우팔걸이에 걸터 앉아 어리광인지 협박인지.

영우 1, 2번 중에 하나 찍어 줘.

서회장 나는 3번을 권한다.

영우 그건 선택지에 없어둘 중에 하나야김서방이랑 이혼을 허락하던가서한 어패럴을 주던가.

서회장 3.

영우 아진짜,

서회장 이혼은 김서방이 법무팀장이라 안되구에스에이는 니 깜냥이 모자라 못준다.

영우 내가 행복한 게 젤이라며!

서회장 장사꾼한테 젤 큰 행복이 뭐겠냐적은 밑천으루 이문 크게 남기는 거지조촐하게 자회사루 시작해서 착실히 해 봐사람 하나 붙여 줄테니까,

영우 사람 누구우!!!

-홈 바의 민학장이 슬몃 사라지고,

 

일각.

 

-장비서와 민학장이 소곤소곤 밀담민학장이 끄덕이며 듣는다.

 

침실.

 

-성숙과 혜원소파에 앉아 혜원의 태블릿 보던 중에 문자 확인하는 성숙민학장 저장명은 예스터데이

 

민학장 소리 영감님이 오실장 빼내서 영우한테 붙여 줄 거 같어참고 해.

 

-성숙혜원을 얼핏 보고는 답전ㅇㅋ전송 누르고 혜원 보며 새삼 미소.

성숙 계속 해봐.

혜원 투자 수익이 잘 나와서 에스 에이 최저선은 확보가 됐어요영우가 탐을 내두 가질 수가 없죠.

성숙 백선생 펀드가 정말 짭짤하다 그치재단 명의루 수익사업을 할 수 있음 좋겠는데한번 알아볼래?

혜원 (웃음)그건 제 소관이 아니라서간두 작구요.

성숙 그렇진 않지...암튼 수고했구, (눈으로 협탁을 가리키는)고기서랍 열어봐니 꺼 뭐 하나 사왔어.

혜원 좋아라, (서랍 연다).

 

-빌로드 상자 여는 혜원.

-고급 목걸이귀걸이 세트.

혜원 어머...이거 무지 비싸지 않나요? (또 무슨 꿍꿍이?)

성숙 좀 썼지...니 덕에 내가 맘놓구 나다니잖니별 귀찮은 일 다 시키구이번 여행 기간 중엔 영감이 딴 짓두 안한 거 같던데그거 다 니 덕 아니겠어?

혜원 덕은요...

성숙 해 봐.

혜원 제대루 갖춰 입구 할게요. (상자 닫는다)더 빛나게.

성숙 그럴래? (니 취향 아니라 이거지?)

혜원 (가방에 넣으며)정말 고맙습니다.

성숙 내려 가자.

혜원 네.

-성숙혜원의 어깨 감고 문을 향하며,

 

성숙 회장님 말씀 한번쯤 거역해두 돼그것두 전략이야.

혜원 (웃음)적절히 처신 하겠습니다.

성숙 그래...

혜원 (뭔가 빅딜이 있겠군)

 

플래시 백.

-4수육집.

 

서회장 성숙이가 널 안 내주겠지.

서회장 집 게임 룸.

 

-성숙이 2층에서 내려오며 화사하게 인사 건넨다그 뒤 혜원.

 

성숙 안녕들 하셨어요...

 

-민학장과 홈 빠의 남자들(1부에 나왔던앞다투어 답한다.

 

김이사 어유푹 좀 쉬셨어요?

성숙 덕분에요.

박상무 선물 잘 받았습니다.

황전무 집사람이 썩 좋아해요.

성숙 다행이네요.

민학장 오늘은 이사장께서 이쪽에 좀 풀어 주시죠.

남자들 어유 좋죠...

성숙 그래볼까요?

 

-서회장과 영우가 서재 쪽에서 나온다영우서회장 팔짱 끼고 혜원을 핼끔 보며 웃음혜원웃어준다.

 

성숙 나 오늘 한눈 좀 팔아두 되죠?

서회장 오그래...나하구는 회포 풀었으니까 그쪽에서 놀구오실장이 이쪽으루 와라.

혜원 그럴게요.

 

-잠시 후,

-홈 빠 한 켠에 도우미.

-각자 패산을 쌓는 중(그 전 단계부터 보여져도 됨). 서회장과 영우혜원민학장이 한 테이블에 앉고(혜원이 영우의 왼쪽), 성숙과 남자들이 다른 테이블.

서회장 혜원이 너 영우 회사 일 좀 도와라.

혜원 네?

민학장 서대표 회사 차려요?

영우 웬 내숭?

 

-옆 테이블의 회사 사람들도 성숙에게 눈으로 묻고 성숙이 그렇대요끄덕이는.

 

서회장 재단 일 하면서 사외이사 정도믄 무리없겠지.

영우 돈두 제법 줘.

민학장 (짐짓)돈이 문제가 아니라,

영우 아저씨얘 은근히 돈 밝혀요.

서회장 어허넌 지금 부탁하는 입장이다.

영우 알았어요.

혜원 (미소띤 채 듣기만)

서회장 그런 줄 알구기획안 올려라.

혜원 그러겠습니다.

민학장 (?)

 

-성숙얼핏 돌아본다거절하랬는데?

 

영우 오홀직방 먹히는데!

혜원 감히 거역은 못하겠구요이거 한 가지만 깊이 고려해 주셨으면 합니다저는 예술 재단에 뼈를 묻는다는 마음으루 일을 하구 있거든요.

다들 (뭐지?)

서회장 그야 알지조건을 말해 봐라.

혜원 제 고유 업무 전결권을 주셨으면 합니다.

영우 ?!!!

민학장 (무표정그럼 그렇지 오혜원인데)

성숙 (역시슬몃 웃음)

영우 허허허이 틈에 니가 대표를 해보겠다는 거야감히?

혜원 직위는 상관 없죠.

영우 (일어서며)!

서회장 앉아라.

-그러나 영우패를 움켜 쥐고는 혜원 머리에 힘껏 흩뿌린다.

 

영우 이런 뻔뻔한 기집애,

-성숙과 남자들 일어서고민학장은 탁자 밑으로 숨는다.

-혜원피하지만 몇 개는 맞는다이게 이렇게 아픈 거였나정신이 아득해지는데,

-영우혜원의 가방 집어 연타금속 장식이 혜원의 이마에 부딪치고,혜원 엎드린다.

 

영우 배은망덕능구렁이불여우!

 

-회사 사람들이 영우를 붙잡고뭐라뭐라 계속 악쓰는 영우.

-성숙과 도우미가 혜원을 부축한다이마에 피도 좀 보인다.

 

성숙 (과장된)세상에!

 

-주방에서 뛰어나오는 왕비서와 장비서,

-묵묵히 지켜보던 서회장이 일어선다.

 

서회장 영우 보내라.

파우더 룸.

-혜원이 의자에 앉아 있고왕비서가 상처에 화투장 만한 밴디지 붙이고 그 위에 안과용 얼음주머니를 붙인다성숙이 자못 걱정스러운 듯 지켜본다.

 

성숙 내일 병원 가서 세심하게 처치 받아흉터 생길라.

혜원 (남의 일처럼)괜찮을 거예요찢어진 것두 아니구.

성숙 (혜원의 어깨 두드린다)잘 했어회장님 절대 거절 못하시지당신 딸 하는 짓을 눈 앞에서 보셨는데...당장 보내시잖니너랑 독대 하시겠대.

혜원 (조금 웃음)그래 주심 고맙구요...

왕 (이런고맙기두 하겠다)

 

선재 집.

-선재그릇 두어 개 헹궈서 건조대에 엎어 놓고수세미도 헹궈서 수도꼭지에 건다.

-빈 밥상을 접어 벽에 기대놓는 선재밥 먹으며 읽은 리흐테르는 바닥에 엎어 놓았다옆에 핸드폰.

-화장실이를 닦는 선재.

 

선재 소리 궁금하구 걱정 돼요.

 

거리.

 

-혜원의 차 길 가에 서 있다.

-혜원선재의 문자를 보다가 외면하며 글썽얼음주머니는 떼냈고반창고는 머리칼에 가려져 있다.

 

선재 바쁘지도 싫지도 않으시다면 왜 답을 안하시는지.

선재 집.

-전화벨 소리.

-칫솔 든 채 뛰어나오는 선재.

-선재울리는 전화 한 손에 들고 싱크대 수돗물 받아 입을 헹군다숨가쁘다.

-물묻은 손 바지에 닦고 응답’ 누른다.

 

선재 선생님...

 

거리혜원 차 안.

혜원 (애써 담담히)선재야...

 

선재 방.

 

선재 (... ‘선재야라고 불러준다.)

 

거리혜원 차 안.

 

혜원 너운전 할 줄 알어?

 

선재 집.

 

선재 (왜지하면서도 급)민쯩 나오구 바루 면허 땄어요다마스랑 봉고두 몰아봤구요주문 많을 때그리구, 1톤두,

혜원 소리 알어...잘 하냐구...

선재 네,좀 해요...(근데 왜요?)

혜원 소리 지금 좀 나올래나 지금 안전한 기사가 필요한데.

선재 (!)

 

거리.

 

-헉헉 거리며 뛰어 오는 선재.

-운전석의 혜원선재가 다가오자내려서 조수석으로선재혜원 얼핏 보고는 그냥 운전석으로.

-차 안.

-선재가 계기판이며 운전대 아래를 민첩하게 살핀다진지하다.

-혜원시트 눕히고 뒷자리의 외투 집어들며,

 

혜원 어디든 두 시간만 갔다 와말 시키지 말구.

선재 (살피는 채로진지하다.)저 가만히 있는 거 잘 해요.

혜원 (담요 덮고 누워)훌륭해.

선재 (자세 잡는다나는 이제 이 여인을 쉬게 해줄 것이다)출발 할게요주무세요.

혜원 (눈 감으며)...

-출발하는 차.

 

6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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