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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에서 온 그대 1

 

(하녀2) 아이고정말 뚝 그치지 못하느냐

 

(하녀1) 우리 아기씨 너무 불쌍해서 그러지요

 

세상에 청천벽력도 유분수지

 

마당과부라니요 - (하녀2) [작은 목소리로아이고 [흐느끼는 소리가 난다]

 

(하녀1) 이제 겨우 열다섯인데 [계속 흐느낀다]

 

서방님 얼굴 한 번 못 보고 평생을 과부로 사셔야 하잖아요

 

무슨 팔자가 그렇냐

 

(하녀2) 아이고

 

아이고 [바람이 거세게 분다]

 

[긴박한 음악]

 

[하녀1이 훌쩍인다] [기계음이 울린다]

 

[하녀2의 놀라는 신음]

 

[사람들이 저마다 놀란다]

 

[하녀2의 겁먹은 비명]

 

[사람들의 힘겨운 숨소리]

 

(하인이거이거

 

[하녀1의 힘겨운 신음]

 

[사람들의 힘겨운 비명]

 

[사람들의 힘겨운 신음]

 

[비명]

 

[겁먹은 숨소리]

 

이보게이보게

 

(이화아무도 없는가누가 나 좀 꺼내 주게 [와지끈 소리가 난다]

 

누가 나 좀 살려 주게

 

[비명]

 

[거친 숨소리]

 

[]

 

[이화의 힘겨운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몽환적인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쿵 소리가 울린다]

 

[신비로운 효과음]

 

[하녀1의 놀라는 신음]

 

[달칵 소리가 울린다]

 

(민준) 1609년 광해 1

 

'조선왕조실록'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 물체가

 

여러 지방에서 동시에 목격됐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 비행 물체가

 

날 조선에 데리고 왔죠

 

내 고향 행성에 지구인들이 붙인 이름은

 

[사각거리는 효과음] (민준)

 

지구와 매우 흡사한 환경의 행성입니다

 

 

거기서 왔어요

 

[장면 전환 효과음]

 

[잔잔한 음악]

 

(민준조선 시대부터 지금까지

 

한양이 서울이 되도록 400년을 넘게 여기 살았고

 

자기장이나 중력 문제를 비롯해 물에 적응하는 부분까지

 

이젠 지구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이 된 상태입니다

 

시력이나 청력 등

 

모든 감각은 여기 사람들보다 7배 정도 뛰어나고요

 

그 덕에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고

 

듣고 싶지 않은 것을 듣기도 합니다

 

(민준특별히 구애받는 음식은 없지만

 

지구인과 타액이나 혈액이 섞이는 건 안 됩니다

 

그래서 밥은 늘 혼자 먹죠

 

[다가오는 오토바이 엔진음]

 

(여자1) 어떡해

 

어휴내 백내 백 아유어떡해소매치기야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어유어떡해

 

[여자1의 다급한 비명] [남자1이 신고 전화를 한다]

 

(여자1과 남자1) - 내 백소매치기야 - 아주머니괜찮으세요?

 

[밝은 음악]

 

왜 돕지 않느냐고요?

 

어차피 내가 그들의 삶에 개입한다는 건 무의미해요

 

내가 원하지 않았지만

 

다른 은하계에서 지구로 와 400년을 넘게 살아야 했던 것처럼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돼 있어요

 

지구인들은 그것을

 

'운명'

 

이라고 부르더군요

 

[신호등 알림음이 울린다]

 

(민준새로운 운명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400년을 기다려 온 혜성이 지구로 다가오고 있어요

 

석 달 뒤 난

 

내가 살던 행성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습니다

 

[활기찬 음악]

 

[카메라 셔터음이 계속 울린다] [사람들의 환호]

 

(여자2) 언니언니 여기 좀 봐 주세요!

 

언니여기 좀 봐 주세요!

 

[사람들이 저마다 외친다]

 

(여자3) 송이 언니!

 

여기 한 번만 봐 주세요언니!

 

(여자4) 언니!

 

[사람들이 저마다 환호한다]

 

언니여기 좀 봐 주세요!

 

() [가쁜 숨소리로누나 여기요

 

커피

 

모카라테?

 

그거 꼭 사 오라고 하셨잖아요

 

잠깐비켜 봐 봐

 

[타이머 작동음]

 

[카메라 셔터음]

 

[타이머 작동음]

 

[카메라 셔터음]

 

[휴대전화 조작음] [송이의 흡족한 신음]

 

- (송이너 이거 마셔 - (민아?

 

감사합니다언니

 

[송이의 생각하는 신음] (누나

 

힘들게 200미터나 뛰어가서 사 온 건데

 

모카라테 칼로리 어마무시해 [휴대전화 조작음]

 

그거 잠깐 마시자고 러닝머신 2시간짜리를 먹니?

 

역시우리 누나가

 

자기 관리 하나는 철저하시다니까 [범의 웃음]

 

당연하지이사 잘했지? [휴대전화 조작음]

 

어유그럼요

 

(제가 마무리 청소까지 다 하는 거 딱 보고 왔는데

 

[휴대전화 조작음]

 

누나근데 지금 뭐 하세요?

 

팬들과의 소통

 

( SNS 하세요?

 

아니또 뭐라고 하신 거예요?

 

[휴대전화 조작음]

 

(송이피곤한 오후엔 역시 달달한 모카라테가 짱

 

문익점 선생님이 왜 모카씨를 숨겨 들어왔는지 알 것 같다

 

문익점 선생님생큐

 

누나문익점 선생이라니요

 

[피식한다]

 

너 모카씨 밀수한 문익점 선생 몰라?

 

(송이그 붓대롱인가 어딘가에

 

모카씨 딱 쌔벼 가지고

 

중국 애들 모르게

 

아주 요령 있는 양반이야 그 양반이

 

모카씨가 아니라 목화씨겠죠!

 

[익살스러운 음악]

 

[웃음소리가 들린다]

 

[웃음]

 

(남자2) [웃으며이거 뭐야?

 

(여자5) 이것 봐 봐

 

'모카라테'란다

 

[여자5의 웃음]

 

[메시지 전송음]

 

내가 트위터 이런 것 좀 하지 말라고 그렇게

 

(안 대표너 뭐 했어인마못 하게 말렸어야지

 

제 말 듣나요어디 저도 죽겠어요 [안 대표의 성난 한숨]

 

기사는 내려졌어?

 

거의 내리고 있긴 합니다만

 

(직원이미 실시간 검색어 1위가 '모카 문익점'

 

2위가 '문익점 천송이'

 

[안 대표의 한숨]

 

(안 대표아니 얼마나 닭대가리면

 

목화랑 그 모카를 구별을 못 하냐?

 

문익점 선생님은 후세에 자기가 이런 일로

 

실시간 1등 먹을 줄 꿈에도 몰랐을 거야그렇지?

 

이야이건 그야말로

 

무식이 빚은 대참사다 대참사야정말

 

돌아버리겠네

 

[송이의 한숨]

 

촬영도 다 끝난 사람을 왜 오라 가라 해요피곤하게

 

(안 대표피곤해?

 

[탄성]

 

넌 피곤한 애가 피부가 이렇게 좋냐?

 

이건 뭐바로 화장품 CF 찍어도 될 얼굴인데안 그렇니?

 

(송이뭔데요나 빨리 가서 쉴 거야

 

그래그래내가 얼른 얘기할게

 

 

모카씨 사건얘기 들었지?

 

그게 뭐이렇게 화제가 될 일인가?

 

그러니까

 

(안 대표요새 네티즌들이 그래 자기네들은 뭐다 아냐고

 

나도 오늘에야 알았어 그 목화가 그 목화인지

 

그렇죠?

 

그럼그럼

 

(안 대표괜히 샘나니까

 

뭐 하나 꼬투리 잡아서 그냥 뒤에서 씹고 그러는 거야

 

알아요사람 심리가 그렇지

 

그래그래

 

(안 대표그러니까 그런 애들 아예 상대를 말자고

 

SNS인지 뭔지도 오늘부로 그냥 하지 말고

 

싫어요 - (안 대표?

 

?

 

왜 싫을까?

 

나 그것도 안 하면 누구랑 대화해요?

 

나랑 해나랑

 

아유더 싫어

 

[못마땅한 숨소리]

 

천송이너 인마 이것 때문에 아파트 CF…

 

맞다 JK 박 대표님 계속 연락 오네?

 

진국이걔가 왜?

 

[웃으며모르죠

 

나보고 안 대표님이랑 재계약할 거냐고 물어보고

 

(송이자기네 이번에 일본에서 투자받아서

 

돈 엄청 많다고 올 생각 없냐 그러고

 

둘이 로드 때부터 베프라면서

 

이래도 돼요?

 

[손뼉을 딱 친다]

 

[이 악물며박진국 이 자식

 

아유나 가 봐도 되나?

 

[놀라는 숨소리]

 

그럼그럼

 

(안 대표피곤한데 가 봐야지 이사한 집 세팅 다 해 놨으니까

 

마음에 들 거야

 

너 누나 빨리 안 모셔다드리고 뭐 하냐?

 

[강사들의 웃음]

 

(강사1) 천송이 얘 진짜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한 거야?

 

웃기려고 한 게 아니고? [강사2의 한숨]

 

천송이 무식한 건 유명하잖아요

 

아참

 

오늘 저녁에 사회 대학 강사들 전체 회식 있는 거 아시죠?

 

(강사3) 학장님이 다들 참석하시랍니다

 

(강사2) 도민준 선생님

 

오늘은 가실 거죠?

 

도민준 선생님?

 

오늘 저녁에 회식 있는데 같이

 

못 갑니다

 

(강사2) 아유같은 연구실 쓴 지 1년이나 넘었는데

 

밥 한 끼 같이 못 먹어 봤잖아요

 

도 쌤

 

제 이름은 아세요?

 

[흥미로운 음악]

 

모르세요?

 

(강사1) 어머웬일이야 거의 얼굴 매일 보는 사이인데

 

[강사2의 헛기침내 이름은 알아?

 

[의자가 덜그럭거린다]

 

(강사3) 그럼 내 이름도?

 

가 보겠습니다

 

[강사1의 한숨]

 

(누나

 

탈퇴하자니까요

 

(송이싫다니까!

 

나 지금 SNS 친구가 2만 명이야

 

그게 무슨 친구예요?

 

여차하면 안티로 돌아서는 애들인데

 

(그리고 누나

 

갈릭피자 사건 한 달도 안 됐어요

 

[흥미로운 음악] (송이여러분

 

갈릭피자에서 이상하게 마늘 냄새가 나네요

 

저만 그런가요?

 

(그때 누나

 

갈릭이 마늘인지도 모른다고 얼마나 까였냐고요

 

아니글만 안 올리면 될 걸

 

왜 되지도 않는 글은 자꾸 올리셔 가지고 이 사달을

 

지금 악플 진짜 장난 아니에요

 

난 악플 그딴 거 상관없거든?

 

누나

 

(제가 독립군 된 심정으로 직언 한마디만 할게요

 

[못마땅한 숨소리]

 

누나 같은 스타일은

 

팬들하고 소통을 하면 안 돼요

 

소통을 하면 할수록 사람이 우스워진다니까?

 

차라리 불통하시면서

 

신비로운 이미지를

 

(송이어유운전이나 해 [범의 아파하는 신음]

 

[아파하는 신음]

 

[송이의 성난 숨소리]

 

왜 내려따라오지 마! [차 문이 탁 닫힌다]

 

(아니집도 모르시잖아요

 

(송이왜 몰라?

 

갈릭이 마늘인지 모르면 내 집도 못 찾아갈 줄 아냐?

 

2301호라며?

 

(그래도요

 

누나 혼자 엘리베이터 타는 것도 그렇고

 

모셔다드릴게요

 

- (송이됐거든? - (민아언니

 

(송이됐다고나 혼자 간다고!

 

(민아아니귀걸이

 

협찬이어서 돌려주셔야 하는데

 

됐지?

 

나 간다

 

[범의 한숨]

 

[민아의 한숨]

 

(민아혼자 가게 놔둬도 돼요?

 

저번에 언니 엘리베이터 혼자 탔다가

 

변태 같은 놈 만나서 난리난리 났었잖아요

 

(너 그 변태 전치 8주 나왔던 거 기억 안 나?

 

징 박힌 핸드백으로 애를 얼마나 개 패듯 팼으면

 

애가 그냥 만신창

 

어휴내가 진짜

 

변태한테 미안한 건 처음이었다니까

 

[민아의 어색한 웃음]

 

[흥미로운 음악]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린다]

 

[송이의 코웃음]

 

저기

 

왜 안 눌러요?

 

아니그쪽 몇 층 가는지 왜 안 누르냐고요

 

[송이의 헛웃음]

 

(송이그래요

 

나 천송이예요

 

당신 나 언제부터 미행했어?

 

[기가 찬 신음]

 

나 또 새로 이사한 집은 또 어떻게 금세 알아서

 

(송이어떻게 해 줄까?

 

사인해 줄까?

 

사진 찍어 줘그럼 갈래?

 

[한숨]

 

딱 보니까

 

나이도 어려 보이고 혈기 왕성할 때인 건 알겠어

 

알겠는데 가서 공부를 해

 

아니면 운동을 해서 좀 에너지를 발산시켜 보든가

 

여기서 이상한 짓 할 생각으로 나 쫓아온 거면

 

너 잘못 짚었거든

 

[엘리베이터 도착음나 이런 일 한두 번 겪는 여자 아니고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린다]

 

저 변태 새끼!

 

너 지금 무시 까냐?

 

너 지금 어디 가

 

시나 했더니 [도어 록 조작음]

 

옆집 가시는구나

 

[멋쩍게 웃으며아 거기 사시나 봐요?

 

[송이의 어색한 웃음]

 

저 오늘 2301호에 새로 이사 왔거든요

 

깜짝 놀라셨죠?

 

[송이의 웃음]

 

[흥미로운 음악]

 

저 모르세요?

 

몰라요?

 

알아야 됩니까?

 

아니요그런 건 아닌데요

 

근데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세요?

 

비밀번호 누를 겁니다

 

[혀를 굴리며쏘리

 

쏘리

 

[송이의 한숨]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아이나 저 어린놈의 새끼 저사람을 뭘로 보고

 

아니진짜 날 몰라?

 

어떻게 몰라?

 

북한에서 왔어?

 

외계인이야?

 

(미연대한민국에서 우리 천송이 모르는 사람은 없잖아?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요샌 개나 소나 다

 

'국민 배우', '국민 가수이러는데

 

'국민이거 함부로 붙이면 안 되는 거거든

 

전 국민이 다 알아야 국민 배우지

 

한두 작품 반짝 떴다고

 

어디 가서 '국민 배우이러는 거 보면

 

난 좀 웃기더라

 

맞아요우리 천송이 정도는 돼야 그런 말 들을 자격이 있지

 

[여자들의 웃음]

 

(여자6) 아무튼 우리 애들 다 아역으로 똑같이 시작했는데

 

이 바닥에 남은 건 송이랑 세미밖에 없네

 

(여자7) 이번에 송이는 또 새로 드라마 들어간다면서요?

 

(미연

 

봉준호 감독이 영화 하자고 하자고 하는 걸

 

까고 들어가는 드라마거든

 

[미연의 웃음] [여자6의 탄성]

 

잘돼야 하는데

 

우리 세미도 이번에 같이 들어가잖아

 

(여자7) ?

 

기사에서 못 봤네?

 

[어색하게 웃으며

 

우리 딸 친구 역할이던가 그래

 

기사엔 주인공만 나니까

 

[여자들의 어색한 웃음]

 

(선영

 

오늘 송이 이사한 집에는 안 가 봐도 돼요?

 

(미연?

 

이사?

 

어머언니

 

설마 몰랐어요?

 

(선영딸내미 이사하는 거?

 

?

 

[어색한 웃음]

 

내가 왜 몰라

 

알지이사한 거

 

(미연가 보려 그랬는데

 

우리 딸이 엄마 고생스럽다고 오지 말래서

 

[미연의 웃음]

 

어디로 이사했는데요?

 

(미연?

 

그냥

 

서초동

 

대치동 골드팰리스던데?

 

그래

 

[웃으며알아대치동

 

[미연의 어색한 웃음]

 

말이 헛나왔네

 

[미연의 웃음]

 

[미연이 쓱쓱 칼질한다]

 

잠깐만

 

[차창이 쓱 열린다]

 

언니타요데려다줄게

 

아니야됐어

 

웬만하면 운전 배워요

 

(선영아니면 국민 배우 딸내미한테

 

기사 하나 붙여 달라든가

 

궁상맞게 그게 뭐야

 

[멋쩍은 웃음]

 

우리 송이야 아주 난리지 기사 딸린 차 타라고

 

(미연내가 귀찮고 부담스러워서

 

'싫다싫다하는 거야

 

길바닥에 널린 게 택시인데

 

그래요그럼

 

밤길 조심해서 들어가요

 

그래바이!

 

[코웃음]

 

딸내미 등쳐 먹다가 팽당한 주제에

 

(선영어디서 잘난 척이야?

 

(미연

 

네 딸이 조연이면 너도 조연이야

 

어디 주연 앞에서 우아를 떨어?

 

기가 막혀

 

이놈의 계집애는

 

이사를 가면 간다고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휴대전화 진동음]

 

(송이) '상식도 없고 개념도 없어'?

 

[코웃음]

 

 

아이디만 딱 봐도 초딩인데

 

'뇌에 보톡스 맞았냐?'

 

'네 뇌에는 주름도 없을 거다'?

 

[코웃음]

 

[짜증 섞인 한숨]

 

(송이요즘 초딩들은 악플 다는 수업을 받나?

 

학원 다녀단체로?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여보세요

 

넌 애가!

 

엄마를 꼭 그렇게 망신을 줘야겠어?

 

(미연내가 세미 엄마한테서 내 딸 이사 간 걸 알아야겠냐고!

 

다신 연락하지 말라며?

 

엄마 딸 인연 끊자며?

 

(미연이 계집애야그건

 

네가 언제부터 그렇게 엄마 말을 잘 들었냐?

 

(송이나 예전부터 엄마 말 잘 들었지

 

엄마가 되지도 않는 프렌치 레스토랑 차린다고

 

돈 달랄 때부터

 

아니면 수입 옷 편집 숍 낸다고 돈 달랄 때부터

 

얘는

 

넌 지금 언제 적 얘길 하고 있어?

 

(송이최근 거 해?

 

무슨 다이어트 센터 차렸다 말아먹은 거?

 

도넛 가게 날려 먹은 거?

 

이 계집애야 그거 다 해 봐야 얼마나 되니?

 

(미연너 거울 한번 봐

 

네 얼굴네 몸매

 

그거 백만 불짜리 누가 준 거니?

 

[미연의 코웃음]

 

네가 나 같은 엄마 안 만났어 봐

 

얼굴에 칼 하나 안 대고

 

그 정도 미모 가당키나 할 거 같니?

 

막말로 너 발연기잖아

 

지금 네가 드라마 하고 CF 하면서 돈 버는 거

 

네가 날 닮아 이뻐 그러는 거지

 

네 연기가 좋아서가 아니거든?

 

네가 그걸 알아야 돼이 계집애야

 

나 아빠 닮았거든?

 

[잔잔한 음악] (미연어머머얘 좀 봐

 

네가 무슨 네 아빠를 닮아?

 

네 아빠 인물 없는 건 검증된 사실인데

 

맞다

 

엄마는 아빠 인물 안 보고 돈 보고 결혼했지?

 

그래서 아빠 돈 없어지니까 홀라당 차 버리고

 

!

 

너 네가 뭘 안다고 그래네가 뭘 알아!

 

난 아빠 닮아서 엄마 그런 게 너무너무 신물 나게 싫어

 

그러니까 그 입으로 아빠 이야기 하지 마세요

 

[멋쩍은 숨소리]

 

생활비 모자라, 5백만 더 부쳐

 

(미연그러게 자동이체 해 주면 좀 좋니?

 

그리고 윤재한테 전화 한번 해 봐

 

이틀째 집에 안 들어와

 

[휴대전화 조작음]

 

[송이의 한숨]

 

근데 이천윤재 미친 새끼

 

또 가출이야?

 

[게임 소리가 흘러나온다] [키보드와 마우스 조작음]

 

[친구1의 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키보드와 마우스 조작음]

 

(친구1) 이거 봐 봐

 

윤재야 이거 봐 봐이거이거이거

 

그럴듯하지 않아?

 

다음에 한번 누드로 해 볼까?

 

 [친구들의 웃음]

 

(친구1) 왜 그래?

 

(윤재이거 당장 지워

 

나 화장실 갔다 올 때까지다

 

알았어

 

[친구1의 놀라는 신음]

 

(친구1) [책상을 탁 치며아 저 자식 왜 저래?

 

(친구2) 쟤 천송이 좋아하냐?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한숨]

 

[똑 소리가 울린다]

 

[옅은 숨소리]

 

[시끄러운 노랫소리가 들린다] [리드미컬한 음악]

 

[송이가 시끄럽게 노래한다]

 

[송이의 노래가 계속된다]

 

[소리친다]

 

욕을 해야겠는데

 

[송이의 노래가 계속된다]

 

[시끄럽게 노래한다]

 

[거친 숨소리]

 

[초인종이 울린다]

 

[도어 록 작동음]

 

무슨 일이세요?

 

(민준지금 시간이 몇 시인 줄 아나 해서

 

지금요?

 

몇 시지?

 

, 10시 좀 넘었나?

 

이런 야심한 시간에는

 

잘하는 노래도 안 하는 게 상식이죠

 

[멋쩍은 웃음]

 

들렸어요?

 

(송이나 이 건물 방음 잘됐다 그래서 이사 온 건데

 

암튼 미안해요

 

(민준심지어 굉장히 못하는 노래일 때는

 

노래를 한다기보단 소란을 피운다고 봐야지

 

- (송이? - 인근 소란은 엄연한 범죄입니다

 

신고하면 처벌도 가능하고요

 

그래서 지금 저를 신고하시겠다는 거예요?

 

(송이노래 좀 했다고이웃 지간에?

 

내 말은

 

신고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상식적으로

 

그러니까 내가 지금 상식이 없다 이거잖아요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내가 상식도 없고 개념도 없다 이거잖아요지금

 

무개념무뇌보톡스

 

'네 뇌에는 보톡스 맞았냐?' '주름도 없을 거다'

 

그 얘기잖아요지금!

 

(송이나 오늘 다이어트하느라

 

하루 종일 사과 한 개랑 양배추 반쪽밖에 못 먹었는데도

 

배가 불러요

 

사람들한테 욕을 배 터지게 먹어서

 

그런데도 제가 이 오밤중에 욕을 얻어먹을 줄은 진짜 몰랐네요

 

그것도 노래 좀 했다고

 

[송이의 속상한 숨소리]

 

나 노래 좀 하면 안 돼요?

 

하루 종일 사람들한테 욕을 그렇게 먹었는데?

 

그럼 난 스트레스 어디서 풀어?

 

하루 종일 사과 한 개양배추 반

 

[훌쩍인다]

 

[송이의 떨리는 숨소리]

 

(송이됐어요

 

사과할 필요 없어요

 

[송이의 울먹이는 숨소리]

 

더 이상 그쪽하고 얘기할 기분이 아니네요

 

[도어 록 작동음]

 

[어이없는 숨소리]

 

[부드러운 음악]

 

[한숨]

 

[송이가 흐느낀다]

 

(송이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송이가 흐느낀다]

 

자기들은 그렇게 다 잘 알아?

 

[코를 훌쩍이며그렇게 유식해?

 

내가 제일 이쁘다고

 

내가 제일 좋다고 그러더니

 

사람을 그렇게 껌 씹듯 씹고

 

정말 지조도 없는 것들

 

[송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한숨]

 

[한숨]

 

[괴로운 신음]

 

[한숨]

 

[송이의 울음소리가 계속 들린다]

 

[한숨]

 

"하버드 대학교"

 

[한숨]

 

[글씨를 쓱쓱 적는다]

 

[한숨]

 

(문 실장너무하시잖아요

 

우리 세미 5시 스탠바이라 그래서

 

2시에 일어나서 3시에 머리하고 메이크업하고

 

여기 4시 반에 왔습니다

 

근데 아지금 9시지 않습니까

 

아이그럼?

 

(조감독감독님께서 아직 촬영 준비가 안 되셨다는데

 

난들 어쩝니까?

 

아니주인공 아니면 이래도 되는 겁니까?

 

(문 실장막말로 천송이 5시에 스탠바이시켜 놓고

 

이렇게 촬영 딜레이시킬 수 있겠어요?

 

(조감독거기서 또 천송이 씨 얘기는 또 왜 나와요?

 

(문 실장) [한숨 쉬며우리 세미 어저께 딱 세 신 찍었어요

 

그런데 아침에 첫 신 찍고

 

오후 5시에두 번째 신 찍고

 

저녁 12시에 막신이었다고요

 

천송이는 스무 신을 7시간 안에 다 몰아주고

 

그럼 주인공 하든가!

 

(조감독?

 

그게 싫으시면요 그냥 다 때려치우시든가

 

[세미의 다급한 숨소리] (문 실장뭐요?

 

(세미그만해요문 실장님

 

[문 실장의 한숨]

 

조감독님죄송해요

 

아이저희 문 실장님이 오늘 좀 예민하시네요

 

누군 동네북이네진짜

 

(조감독괜히 사람 바쁜데 불러서 짜증 나게 하고 있어

 

(문 실장내가 진짜 저… 더러워서 진짜아휴

 

(세미하루 이틀이에요?

 

그러려니 하세요

 

천송이 이건 8시 스탠바이인데 왜 아직도 안 오냐고

 

[문 실장의 기가 찬 숨소리

 

송이 오늘 좀 늦을 거예요

 

아예 못 올지도 모르고

 

?

 

뉴스 못 보셨어요?

 

(기자해마다 입시 철만 되면 들려오는

 

연예인들의 특례 입학 소식

 

그러나 연예인들은 학교에서마저 학생이 아닌 스타였습니다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배우 천송이 씨가

 

몇 달째 수업에 전혀 출석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뉴스 속 기자해당 학교에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익명의 제보자?

 

어떤 자식이야대체?

 

[뉴스 속 기자가 인터뷰한다] (안 대표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지금

 

(뉴스 속 기자어디서요?

 

(뉴스 속 학생1) TV에서요 그광고에 맨날 나오잖아요

 

(뉴스 속 기자그러면 학교에서는 본 적 없으세요?

 

(뉴스 속 학생1) 학교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졸업한 거 아니었어요?

 

촬영 때문에 바빠 죽겠는데 학교를 어떻게 가냐고

 

(송이너무한 거 아니야?

 

(뉴스 속 기자소속사에서는 그녀가 수업에 나오지 않는 건

 

바쁜 스케줄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지

 

그러나 천송이 씨가 바빠서 학교에 출석하지 않았다던 오늘 오후

 

그녀의 SNS에는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즐기는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함께 탄식한다]

 

(뉴스 속 기자바쁜 스케줄에 쫓기는 모습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연예인이라는 사회적인 입지를 이용해 입학해 놓고

 

학생으로서의 의무는 지키지 않는 불편한 진실

 

과연 언제까지 묵인할 수 있을까요?

 

SBC 뉴스 하장우입니다 [안 대표가 손가락을 딱 튀긴다]

 

[사람들의 한숨]

 

[TV 종료음]

 

당분간 송이는 인터넷 댓글

 

그런 거 보지 말고

 

박 감독님한테는 내가 미리 양해를 구해 놨어

 

(안 대표당분간 네 신은 주말이랑 밤에만 몰아서 찍는 걸로

 

[한숨오늘은

 

학교 가자송이야

 

뉴스 났다고 바로 이러는 거 너무 오글거리고 속 보이잖아요

 

물론

 

뉴스 난다고 바로 학교를 가면 오글거리고 속 보인다고 욕먹겠지

 

(안 대표근데 안 가면

 

지적을 해 먹어도 들어 처먹지를 않는다고

 

따따블로 욕먹고

 

괘씸죄로 찍히기까지 한다

 

가자학교

 

[한숨 쉬며아이

 

"회장 이범중"

 

[잔이 달그락거린다]

 

[입소리를 쯧 낸다]

 

휘경이 놈 도착할 시간 안 됐냐?

 

도착했을 겁니다

 

(범중하던 공부나 좀 마치고 돌아오라니까

 

꼭 계집애 뒤꽁무니나 따라다니느라

 

[혀를 쯧쯧 찬다]

 

이런 한심한 놈

 

[재경이 피식한다그래쇼핑몰 부지 확보 건은 어떻게 돼 가나?

 

아직도 서른한 평 알 박기 놈이 안 빠져? [휴대전화 진동음]

 

(황 이사설득 작업 중인데 쉽지가 않습니다

 

주주 총회 전에는 이게 해결이 나야 할 텐데

 

[범중의 헛기침]

 

해결이 날 것 같은데요

 

어떻게? - (재경그 서른한 평 땅 주인이

 

조금 전에 운명했답니다

 

[범중의 놀라는 신음]

 

졸음운전을 했는지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고 하네요

 

그래?

 

[범중의 웃음] (범중그것참

 

사람이 죽었다는데

 

이거좋아하는 건 죄받을 거 같긴 한데

 

[웃으며일이 좀 쉬워지는 건가?

 

그럼요

 

그 사람 아들은 팔고 싶어 했거든요

 

(황 이사돈이 급하다고

 

그래 [웃음]

 

축하드려요아버지

 

휘경이 놈전화 좀 넣어라

 

같이 저녁 먹자고

 

 

[범중의 웃음]

 

[공항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휘경형 미안 나도 그러고 싶은데

 

나 가족보다 여자 우대인 거 알잖아

 

얘 완전 열받았겠네

 

나 얘 달래 주러 가야 돼

 

[휴대전화 조작음]

 

[휘경의 못마땅한 신음]

 

(수고하셨습니다 [스태프와 민아가 인사한다]

 

(민아언니계단 조심하세요

 

[숨을 하 내뱉는다]

 

- ( - (휘경천송이!

 

더 이뻐졌네?

 

이러다가 진짜 여신 되겠어

 

(송이언제 왔어?

 

(휘경아휴, 30분 전에

 

6개월 만에 보는 건데 안 반가워?

 

너 반가울 마음의 여유가 없다

 

(휘경학교 간다며?

 

데려다줄게

 

(송이어째 기분이 좋아 보인다?

 

(휘경잘됐지

 

이참에 스케줄 좀 줄이고 학교 착실히 다니다가

 

졸업하면 내년에 결혼하자

 

저기 모범택시 앞에 세워 줘라

 

아휴왜 또 그래?

 

평생 결혼 안 할 거야?

 

누가 평생 안 한대?

 

하긴 할 거잖아 - (송이하긴 하겠지

 

(휘경그럼 이왕 할 거 나랑 하면 좋잖아

 

그리고 또 이왕 나랑 할 거 하루빨리 하면 더 좋고

 

언젠가 누군가랑 하긴 하겠지만 내년은 아니야

 

- (휘경? - 결혼하면 멜로 안 들어오고

 

자꾸 아줌마 드라마 하자 그럴 거라고

 

[피식한다]

 

아니야아니야

 

넌 이뻐서

 

결혼해도 멜로로맨틱 코미디 다 할 수 있어

 

섭외 안 들어오면 우리 아버지한테 얘기해서

 

내가 제작비 댈게

 

나 로맨틱 코미디 그딴 거 안 해

 

난 격정 멜로 할 거야

 

격정?

 

격정이 맘에 안 들어?

 

[어색하게 웃으며야 마음에 안 들긴

 

멜로 하면 무조건 격정 멜로지

 

티미드한 멜로가 좋겠냐?

 

키스 신베드 신 다 있을 텐데?

 

[한숨]

 

나 다 이해해

 

(휘경나 미국에서 태어난 거 몰라?

 

사고 자체가 미국식이야 열려 있단 얘기지

 

연기하고 실생활 구분 못 하고 그러는 사람 아니야

 

네가 이해를 하든 못 하든 상관없어

 

미래의 내 남편만 이해해 주면 돼

 

(휘경) [웃으며아이 그게 바로 나라니까

 

내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너한테

 

수만 번을 얘기했겠다

 

네가 싫어하는 영어로 말하는 것도 아닌데

 

좀 알아들어라제발

 

[경쾌한 음악]

 

- (남자3) 천송이네 - (남자4) 천송이 왔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죄송합니다 아사진 찍지 마실게요

 

[소란스럽다]

 

[카메라 셔터음이 계속 울린다사진 찍지 않을게요

 

죄송합니다

 

사진 찍지 않으실게요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사진 안 찍을게요

 

사진 안 찍을게요

 

죄송합니다길 좀 비켜 주세요

 

[범이 제지한다]

 

(감사합니다

 

잠깐아니사진 안 찍을게요!

 

[민아가 말한다]

 

아유예예죄송합니다

 

[카메라 셔터음]

 

(아니요죄송합니다 저사진 안 찍을게요

 

[카메라 셔터음핸드폰 집어넣자곱슬에헤

 

[반짝이는 효과음사진 찍지 마세요

 

[학생들의 탄성죄송합니다

 

(학생2) 난 저 책이 되고 싶다 [범이 제지한다]

 

- (학생3) 난 저 의자 - (학생4) 난 저 머리카락

 

(학생4) 찍은 거냐아이 잠깐 줘 봐잠깐 줘 봐잠깐

 

(학생5) 코 했지?

 

(학생6) 했네했어 저게 자연산인 게 말이 되냐?

 

(학생7) 돌려 깎기 했지

 

태어나서부터 저런 얼굴형이란 게 어디 있노?

 

(학생5) 코 하고 돌려 깎기 해서 저 정도 안 이쁜 사람도 있냐?

 

(학생6) 했으면 네가 더 예쁘지

 

(학생5) 어유자기는 청순하기는 자기가 더 청순하면서

 

너희들 어디 가서 좀 수술 좀 하고 와라맞짱 뜨게

 

(누나참으세요

 

지금 자숙하러 온 거예요

 

[짜증 섞인 한숨]

 

수업은 왜 시작 안 해?

 

빨리빨리 시작해서 빨리빨리 끝내지 [문이 탁 여닫힌다]

 

(학생들안녕하세요

 

[학생들이 저마다 인사한다]

 

저 옆집 어린놈의 새끼

 

쟤 여기 왜 왔어? - (누나 아는 사람이에요?

 

알지

 

[출석부를 사라락 펼친다]

 

우리 옆집 살아

 

- (진짜잘됐다 - 강다정 [학생8이 대답한다]

 

(이건 연극영화과 수업도 아니고 [민준이 호명한다]

 

제일로 까다롭단 말이에요

 

누나 F 맞은 거라 재수강 필히 해야 하는 과목이고

 

?

 

옆집 교수님한테 뭐 실수하고 그런 거 없죠?

 

() [웃으며하긴 어제 이사했는데

 

그럴 틈도 없었겠네

 

있었어그럴 틈이

 

[리드미컬한 음악] (송이딱 보니까

 

나이도 어려 보이고 혈기 왕성할 때인 건 알겠어

 

가서 공부를 해

 

아니면 운동을 해서 좀 에너지를 발산시켜 보든가

 

[한숨]

 

(왜요?

 

(송이그래서 지금 저를 신고하시겠다는 거예요? [리드미컬한 음악]

 

'네 뇌에는 보톡스 맞았냐?' '주름도 없을 거다'

 

그 얘기잖아요지금!

 

[짜증 섞인 신음]

 

[한숨]

 

(민준금파리의 세계에서는 짝짓기를 하는 동안에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습니다

 

수컷은 교미는 하고 싶지만

 

암컷에게 잡아먹히고 싶진 않다고 생각하게 되죠

 

이를테면

 

타나토스 없는 에로스를 즐기고 싶은 거겠죠?

 

[흥미로운 음악]

 

그래서 금파리 수컷은 한 가지 책략을 찾아냅니다

 

먹이 한 조각을 선물로 가져오는 거죠

 

암컷은 교미를 하다가 허기가 지면

 

수컷이 가져온 고기 한 조각을 먹게 되고

 

수컷은 위험 없이 교미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조금 진화된 수컷들은 머리를 써서

 

곤충 고기를 투명한 고치에 포장해서 건네줍니다

 

포장을 풀어야 하니까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거든요

 

[학생들의 탄성과 웃음]

 

그 방법이 먹힌다 싶으니까

 

사악한 수컷들은 포장된 먹이를 가져오되

 

두껍고 부피만 크고

 

속은 텅 빈 것을 가져와요

 

암컷이 속았다는 걸 알아도

 

용무는 이미 끝난 뒤니까

 

[학생들의 웃음] [송이와 범의 웃음]

 

몇 번 속아 본 암컷들은

 

이제 선물받은 고치를 흔들어서

 

그 안에 먹이가 들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그렇지만 진화한 수컷들은

 

그것을 대비해서

 

그 안에 자기 똥을 담습니다

 

[학생들의 웃음]

 

무게는 비슷하니까

 

[어색한 웃음]

 

[학생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교수님!

 

아유아니

 

(송이아 너무 어려 보이셔 가지고

 

정말 상상도 못 했는데 깜짝 놀랐잖아요

 

[웃으며반가워 가지고

 

반가워요?

 

암요반갑죠

 

혹시 어젯밤 일 때문

 

[웃음]

 

당황하셨죠?

 

(송이저도 당황했어요

 

제가 가끔 조울증이 오는데 어제가 울증 차례였나 봐요

 

[웃음]

 

감기 같은 거죠현대인들에겐

 

[웃음]

 

할 말이 뭡니까?

 

[웃음]

 

아까 내주신 리포트 말이에요

 

그게 양이 좀 상당한 거 같던데

 

그래서요?

 

(송이

 

아시아가 하나 된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세요?

 

전 그게 한류 때문이라고 보는데

 

문화가 우리를 하나 되게 만든 거죠

 

그 중심에는 바로 제가 있

 

[흥미로운 음악]

 

[멋쩍은 웃음]

 

그냥

 

그냥 제가 툭 까놓고 말씀드릴게요

 

(송이제가 촬영이다 뭐다 숨 쉴 틈도 없이 바쁜데

 

어제 기사가 하나 터졌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학교에 와야 되는 상황이 됐는데

 

리포트까진 힘들어요솔직히

 

[송이의 다급한 숨소리]

 

그래서 말인데요 좀 도와주세요

 

부탁 좀 드릴게요

 

썩 기분 좋은 첫 만남은 아니었지만요

 

그래도 이런 인연이 어디 있어요?

 

이사를 왔더니 옆집에 살고 학교에 왔더니 교수님이시고

 

사람 인연 또 모르잖아요

 

이번 한 번만 절 도와주시면

 

저도 언젠가는 갚을 날이 반드시 있을 거고

 

 

다 그런 게 사람 사는 거 아닌가요?

 

[웃음]

 

[귀여운 효과음] [침을 꿀꺽 삼킨다]

 

왜요?

 

[익살스러운 음악]

 

사람 사는 건 그런 게 아니지

 

?

 

아니저기

 

(민준한 번 도와주면

 

두 번

 

세 번 [송이의 당황한 신음]

 

계속 도와 달라고 빌붙는 게

 

그게 사람 사는 거지

 

[침을 꿀꺽 삼킨다]

 

그리고 [긴장하는 숨소리]

 

언젠가 갚을 날 따위는

 

안 와

 

인생은 인간이 철들 만큼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거든

 

[숨을 하 내뱉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근데 저 새끼 지금

 

어영부영 나한테 말 깐 거야?

 

이런자기가 강사면 다야나보다 딱 봐도 어린 게

 

[따뜻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영목의 웃음] [탁 소리가 난다]

 

(영목배우 천송이를 모르시는 건 너무 심하셨어요

 

저도 아는데

 

전 요즘 연예인은 잘 모르겠더라고요

 

애들이 품위가 없어졌어 시끄럽기만 하고

 

[웃음하긴다른 건 몰라도

 

가수는 옛날 가수가 좋았어요

 

노래도 옛날 노래가 좋고

 

노래 하면 배호죠배호

 

그럼요배호 따라가는 가수 없죠

 

(민준드라마도 말이에요

 

전 요새 거 보지도 않아 잘 모르지만

 

얘기만 들어 봐도 왜들 보는지

 

재미있나그게?

 

드라마도 옛날 드라마가 재미있었어요

 

'아씨', '여로'

 

[탄성]

 

주옥같았죠

 

(민준새로 개업한 변호사 사무실은 잘되십니까?

 

(영목그냥뭐 무료 변론 위주라서요

 

석 달 뒤에

 

[장기 알을 탁 놓으며저 사망 신고 작업

 

한 번 더 해 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요?

 

아니원래 10년에 한 번씩 하시던 건데

 

아직 2년밖에 안 됐는데요?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장 변호사님 실력인데 문제가 있을 일이 있나요

 

이번이

 

마지막 사망 신고가 될 거 같아요

 

?

 

석 달 뒤에

 

원래 제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게 됐어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영목전 너무 갑작스러워서

 

제 유일한 친구셨습니다

 

[장기 알을 탁 놓는다]

 

장 변호사님은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세미그럼 이번엔 아예 들어온 거야?

 

어차피 나 공부도 못하는데 밖에 있어 봐야 외화 낭비지

 

그렇지너도 이제 나라를 생각할 나이가 됐지

 

[세미가 피식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미야

 

- (세미? - 네가 증인 좀 서 줘라

 

나 프러포즈한다

 

(휘경) 15년 기다렸으면

 

나 너 많이 기다린 거 아니냐?

 

[애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영목이 사진 기억나시죠?

 

워낙 사진 찍는 거 싫어하셔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건데

 

저만 늙었네요그대로신데

 

30년 전이랑 똑같이 젊고

 

멋지시고요

 

내가

 

친구 사귀기 무서워했던 이유가 이겁니다

 

(민준사람들은 금방 늙고

 

금방 죽어 버리니까

 

나만 남겨지니까요

 

똑같이

 

젊고

 

멋있는 상태로

 

오래오래 사세요저 없어도

 

근데

 

저 항상 궁금한 게 있었거든요

 

(영목처음에 여기 오셨을 때 말이에요

 

왜 바로 돌아가지 못하신 겁니까?

 

사고가 있었어요

 

그 사고로

 

저는 돌아가지 못했고

 

한 아이는

 

죽어야 했어요

 

어떤 아이요?

 

저한테 처음으로

 

선물을 준 아이였어요

 

[부드러운 음악]

 

(이화선물입니다

 

제가 직접 그린 거예요

 

그날 타고 오셨던 거

 

저 위에 하늘에 떠 있었잖아요

 

달처럼

 

그런데

 

나리는

 

진정 저승사자이십니까?

 

[살짝 웃는다]

 

[아련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

 

무슨

 

12년 전 겨울

 

크리스마스 전날이었을 거예요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민준그땐

 

경기도 한 병원에서 외과의로 일할 때였는데요

 

[긴장되는 효과음] [의미심장한 음악]

 

[무거운 효과음]

 

(민준그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아련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400년 전에 만났던 그 소녀랑

 

얼굴이 똑같았다는 말씀이시죠?

 

 

그래서요?

 

그때 본 그 장소에 가 보셨나요?

 

[잔잔한 음악]

 

휘경아

 

(송이네가 중학교 2학년 크리스마스이브 때도

 

나한테 반지 선물했었지?

 

(휘경그랬지

 

네가 안 받아 줬지만

 

오늘도 안 받아 주려고

 

미안

 

[한숨]

 

한두 번도 아니고 이제 상처도 안 받는다

 

근데

 

이유는 듣자

 

(휘경이유가 뭔데?

 

내가 안 되는

 

이유

 

그 사람 얼굴너 기억나?

 

누구?

 

[한숨]

 

[몽환적인 음악]

 

[어린 휘경이 살짝 웃는다]

 

[긴장하는 숨소리]

 

?

 

(어린 휘경송이야

 

메리 크리스마스

 

넌 여기 왜 또 왔어귀찮아 [불안한 음악]

 

(어린 송이비켜!

 

(어린 휘경송이야!

 

[어린 휘경의 가쁜 숨소리]

 

(어린 휘경송이야천송이!

 

(어린 송이) [울며오지 말라고 나 좀 놔둬!

 

[어린 송이의 가쁜 숨소리]

 

[트럭 경적이 빵빵 울린다]

 

[타이어 마찰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잔잔한 음악] [트럭 문이 달칵 열린다]

 

[의아한 숨소리]

 

천송이

 

송이야!

 

[떨리는 숨소리]

 

생각 안 나?

 

자세히 보지도 못했지만

 

[한숨]

 

봤다고 해도 그게 언제 적인데 생각이 나?

 

난 봤거든

 

분명 봤는데 기억이 안 나

 

그 일을 왜 이렇게 신경 쓰는데?

 

송이는 그 남자가 첫사랑이래

 

(휘경그 사람이랑 얘기를 해 봤냐?

 

몇 시간을 같이 있어 보길 했냐?

 

딱 몇 초

 

얼굴도 기억 안 나는 사람이 첫사랑은 무슨

 

[멋쩍게 웃으며아니그냥

 

(송이첫사랑은 좀 오버고

 

그냥 언젠가 한번 만나 보고 싶다 뭐그 얘기지

 

그때 나 살려 줘서 고마웠다고

 

근데 나 왜 살려 준 거냐고

 

한번 뭐물어보고 싶다

 

그거지

 

(민준그날 밤

 

거길 갔어요

 

[부드러운 음악]

 

(어린 휘경천송이천송이!

 

(어린 송이) [울며오지 말라고 나 좀 놔둬!

 

[긴장되는 효과음]

 

[긴장되는 효과음]

 

[긴박한 음악]

 

[트럭 경적이 빵빵 울린다]

 

[타이어 마찰음]

 

[신비로운 효과음]

 

[끼익 소리가 울린다]

 

[신비로운 효과음]

 

[부드러운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트럭이 끼익 멈춘다]

 

아저씨 누구예요?

 

(어린 송이귀신이에요?

 

아니면

 

저승사자 같은 건가?

 

(민준그날 밤 일은

 

꿈이었을까요?

 

(민준그렇게 닮은 사람이

 

존재할까요?

 

만약 꿈이 아니라면

 

떠나기 전에

 

꼭 다시 만나 보고 싶은데

 

안 되겠죠?

 

- (송이뭔 스페셜? - () '천송이 스페셜'이요

 

(송이밖에서나 스타죠

 

학교에선 평범한 학생일 뿐이랍니다

 

(민준천송이 씨

 

베껴 쓰기짜깁기복사해 붙이기 다 했네요?

 

빵점입니다 - (송이그쪽 몇 살이세요?

 

대답을 해야 되나?

 

(송이천송이도 사람인데 실수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나쁜 새끼

 

(영목) 12년 전에 만났다던 그 아이찾아보고 있습니다

 

(민준만나야 할 이유가 있다면

 

만나지지 않겠습니까?

 

열려라참깨!

 

[도어 록 작동음]

 

[경쾌한 음악]

 

(강사2) 도 쌤! [잔이 달그락거린다]

 

- (강사3) … - (강사2) 저 싸가지바가지저거 [익살스러운 효과음]

 

(강사2) 어린놈이 강단 서니까 뵈는 게 없네

 

(강사1) 천재면 뭐 해하버드면 뭐 해?

 

애가 사회성이 없잖아사회성이

 

(강사3) 저 자식이 군대를 안 갔다 와서 그래요

 

저런 물정 모르는 놈한테는 군대가 답이죠

 

그냥 군대에 확 처넣고

 

 2년 뺑뺑이 빡세게 돌려야 정신 차리고 인간도 되고

 

- (강사3) 남자가 된다니까요 - (강사2) 맞아

 

[기가 찬 숨소리]

 

(민준군대

 

신미양요 때 군대 간 사람 본 적 있습니까?

 

[포탄 터지는 소리가 울린다그때는 방탄조끼 대신에 핫옷이라고 해서

 

솜을 아홉 겹씩 겹쳐 입고 그걸로 총알을 막았습니다

 

해방이 되고

 

이제 좀 편해질까 했죠

 

그런데

 

전쟁이 나더니 분단이 되더라고요

 

[기차 경적그 이후 육해공군 안 가 본 데가 없습니다

 

10년에 한 번씩 신분 세탁을 했는데

 

그때마다 입대를 해야 했으니까요

 

싸이가 군대 두 번 갔다 왔다고 뭐라 뭐라 하던데

 

[코웃음]

 

나는 조선 시대 때부터 다 합치면 스물네 번을 갔다 왔습니다

 

내가 이 나라에 400년 살면서

 

군대에만 49 7개월을 있었던 셈이죠

 

믿어지세요?

 

(강사3) 쟨 해병대 보내야 돼 해병대

 


 

.별에서 온 그대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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