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 2
(남자1) 모야! [사람들의 웃음]
(남자2) 아유, 뭐 이래, 또? 아
[사람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신비로운 효과음]
[끼익 소리가 울린다]
[밝은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장터가 시끌벅적하다]
(상인) 나물 들여가세요 [사람들의 놀란 신음]
[사람들의 환호]
[사람들의 탄성]
(남자들) 윷이다!
(야바위꾼1) [엽전을 짤랑거리며] 자, 돈 놓고 돈 먹기…
한 냥이 두 냥, 두 냥이 네 냥
네 냥이 여덟 냥 여덟 냥이 열여섯 냥
자, 돈 놓고 돈 먹기, 자
애들은 가라
자, 어이, 맞혀들 보세요, 자
[야바위꾼1의 기합]
- (남자3) 이거! - (야바위꾼1) 음…
[남자4의 비장한 신음] [남자4가 좌판을 탁 친다]
(야바위꾼1) 자, 아이고
[의미심장한 효과음] [경쾌한 음악]
- (야바위꾼1) 아이고, 이거 - (남자3) 뭐야?
(야바위꾼1) 이걸 어쩌나? [남자3의 당황한 신음]
여기 있네
[야바위꾼1의 웃음] [남자4의 탄식]
아이고, 이를 어쩌나? [남자3의 한숨]
[남자5의 탄식] 자, 돈 놓고 돈 먹기
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야바위가 아니야
자, 자, 자, 맞혀들 보세요
(남자3) 나 이거
우리 딸 약값이야
[엽전을 짤랑거리며] 이거 잃으면
나도 한강 물에 뛰어들어 확 죽어 버릴 거야
돌려
(야바위꾼1) [헛기침하며] 자, 자
자, 어이, 자
[야바위꾼1의 헛기침]
- (남자3) 이거! - (야바위꾼1) 자
(야바위꾼1) 자, 그럼 결과는…
[신비로운 효과음]
[사람들의 놀란 신음]
[남자3의 웃음]
[남자3의 탄성] [사람들이 저마다 놀란다]
(남자3) 얼른 돈 내
[남자5의 웃음]
[야바위꾼1의 당황한 신음]
[한숨]
아휴, 목매달아 죽어 물에 빠져 죽어
(이화) 굶어 죽어, 울다 죽어
하, 참
갖가지 방법들로 죽었네
[한숨]
어머니는 도대체 열녀 편 따위를 왜 베껴 쓰라는 거야?
뭐, 나도 서방님 따라 죽으라는 거야, 뭐야?
내가 왜?
꽃다운 나이 열다섯에 과부 된 것도 억울한데
[이화의 한숨]
[짜증 섞인 한숨]
[긴장되는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남자6이 입바람을 후 분다]
[이화의 힘겨운 신음]
[밤새 울음]
[이화의 힘주는 신음] [남자6의 신음]
[남자6의 다급한 숨소리]
[남자6이 화살을 뿌드득 당긴다]
[날카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떨리는 숨소리]
[이화의 비명]
[부드러운 음악]
나리는
그때 절 도와주셨던 분이 아닙니까?
(이화) 행색이 달라 얼른 못 알아뵈었습니다
그런데
여긴 어떻게…
혹
방금 전도
저를 도와주신 겝니까?
정말 무어라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지
오늘은 성함이라도 여쭙고자 하옵니다
(이화) 제 이름은
서이화라고 하오
[신비로운 효과음]
[한숨]
(학예사) 이 비녀는 중요 민속자료로서
정식 명칭은 수정죽절비녀입니다
수정을 다듬어 대나무 밑동처럼 만들어
머리로 삼고
몸통에다가 구리판을 말아서 끼웠는데요
원래는 끝부분도 수정이었을 것이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나
부러져서 없어졌습니다
제작 연도는 1600년대 초반으로 추정이 되고
비녀의 주인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참고로
이 방에 전시된 모든 유물들은
우리 학교가 개교할 당시인 1914년
익명의 후원가께서 기증을 해 주셨다고 하는데요
워낙 의미 있고 귀중한 자료들이 많아서
기증자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해 보았지만
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활기찬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몽환적인 음악]
[코웃음 치며] 저기요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닫힌다]
아까 내가 학교에선 좀 당황을 해서
(송이) 할 말을 제대로 못 했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못 하면
자다가도 막 발차기를 하고 그러는 성격이라
마주친 김에 좀 하면 어떨까 싶은데
아이, 뭐, 사람이 뭔 말을 하는데 대꾸도 없고
쯧, 아이, 뭐, 암튼
그쪽 몇 살이세요?
대답을 해야 되나?
[헛웃음 치며] 이거 봐
(송이) 말이 또 짧아
물론 내가 심하게 동안이긴 한데요
내일모레면 서른이에요
아니, 어린 나이에 무슨 백으로 대학교수까지 됐는진 모르겠는데
내가 나이가 있는데 반말은 좀…
[한숨]
병자년 방죽을 부리는군
[익살스러운 음악] 아니, 이 양반이 지금 사람이 좋게 좋게 말을 하는데
방금 '년'이라고…
지금 저한테 욕했어요?
고종 13년이 병자년이었는데
뭐요?
그해가 몹시 가물어서
조선 팔도 방죽이란 방죽이 모두 말라붙었지
그걸 보고 사람들은 '건방죽'이라고 했고
지금 무슨 '전설 따라 삼천리' 하시나
뭔 소리예요, 건방죽이라니?
건방죽
(민준) 그게 지금 '건방지다'라는 말의 시초가 됐고
그래서 당시엔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사람을 보면 이렇게 말했지
'병자년 방죽을 부리는군'
그러니까 지금 나한테
요즘 욕도 아니고
조선 욕을…
(송이) 아, 아이, 저, 저기요
아, 이거 봐요, 이거 좀
아, 야!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아, 무슨 저런 또라…
하, 나 진짜
(송이) 아니, 자기나 무슨 방죽을 부리든가 말든가
븅자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진짜, 씨, 재수탱, 나 진짜
[송이의 짜증 섞인 신음]
[어이없는 숨소리]
[혀를 쯧쯧 찬다]
[민준의 옅은 숨소리]
[무거운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거친 숨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쿵 떨어진다] [풍덩 소리가 난다]
(영목) 12년 전처럼
앞으로 일어날 사고를 미리 보시는 거 아닐까요?
아, 떠날 시간이 가까워져 오면서
뭔가 신호가 오는 걸 수도 있고요
(민준) 무슨 신호요?
(영목) 그야 뭐, 인제
지구에 있을 시간 석 달밖에 안 남았으니까
떠나기 전에
뭐, '있는 능력 가지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 좀 도와주고 와라' 뭐, 그런 거
(민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줘라'
그럼 뭐가 달라질까요?
(영목) 예?
뭣도 모르고
그랬던 적도 있었습니다
[의아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왁자지껄하다]
[남자3의 비장한 기합]
(남자3) 자, 내 딸을 걸겠소
얼마를 쳐주겠소?
아, 이 사람이 또 왔네, 이거, 어?
아, 돈 없으면 가라고, 이 사람아
내가 이것 때문에 집도 날렸고
(남자3) 마누라도 도망쳤고
이제 남은 거라고는 이 병든 딸년밖에 없는데
얘라도 걸고 하게 해 달란 말이야! [야바위꾼1의 놀란 신음]
(야바위꾼1) 아니, 이 미친놈이… [야바위꾼2의 힘주는 신음]
[야바위꾼1의 힘주는 신음] [남자3의 신음]
- (아이) 아버지 - (야바위꾼1) 그러니까, 어?
(야바위꾼1) 좀 땄을 때 관뒀어야지 [남자3이 흐느낀다]
- 그래, 너 같은 놈은, 응? - (아이) 아버지
그때 돈을 따지 말았어야 했어
[울부짖는다] (야바위꾼1) 아니 그 뒤로 그냥 미쳐 날뛰더니만
아주 꼴좋다, 이놈아
[침을 퉤 뱉는다] (아이) 아버지, 왜 그래?
(야바위꾼1) 에이 별 거지 같은 걸 다 봤네
(야바위꾼들) 자, 자, 자, 자
[남자3이 오열한다]
(아이) [울며] 아버지, 아버지
잠깐 돕는다고
좋아지는 건 없었습니다
(민준) 결국 일어날 일은 일어났고
나빠질 일은
더 크게 나빠졌어요
뭔 스페셜?
'천송이 스페셜'이요
[코웃음]
난 원래가 뼛속 깊이 스페셜해
그런 거 안 하면 사람들이 나 스페셜한 거 모를까 봐?
(범) 알죠, 전 국민이 다 아는데 [카메라 셔터음]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아직도 누나를 의심하잖아요
'학교 다니는 것도 다 쇼가 아니냐' 이러면서
그런데 누나의 24시간 사생활이 딱 공개가 되면
그런 소리들도 쑥 들어갈 거고
조금 더 친근한 이미지로…
친근한 이미지 만들어 뭐 하게?
동네 반장 하게?
그래도 누나
이거 메이드시키느라 안 대표님 진짜 힘들었는데
아, 됐어, 안 해
언니가 안 하면 한유라가 한다던데?
뭐?
아, 그쪽 코디한테 들었거든요
(민아) 그쪽에선 언니가 이거 까기만 기다린대요
'한유라 스페셜'로 간다고
[헛웃음]
어유, 어유, 웬일이니
[비웃음]
야, 걔가 어디가 스페셜하냐?
걔가 하면 '한유라 스페셜'이 아니지
[혀를 굴리며] '한유라 노멀'이지 노멀, 나 진짜
[송이의 코웃음] [탄성]
우리 누나 영어 느셨네
(범) 역시 원어민 튜터랑 스터디한 보람이 있으셔
[송이의 웃음]
내가 한유라 걔가 걱정이 돼서 그래요
사람들이 '한유라 스페셜' 이러면 얼마나 웃겠냐고
내가 지난번에 대종상에서 여우 주연상 탔을 때
걔 뭐 탔지?
인기상?
[웃으며] 참
대신 청룡에선 언니가 물먹고 한유라가 여우 주연상 탔잖아요
[익살스러운 음악]
곧 안 대표 생일이지?
아유, 나 생일 선물 미리 줘야겠다
한다고 해, 스페셜인지 뭔지
(범) 진짜요, 누나?
어휴
대중들이 원할 때
가끔은 친근한 이미지 나쁘지 않지
[만족스러운 신음]
하지, 뭐 [웃음]
(유라) 한다고?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코디) 네 천송이네서 하기로 했다네요
[잡지를 사락거린다]
안 할 거 같다더니 왜?
(코디) 모르겠어요, 저도 잘
[짜증 섞인 신음]
언니가 그거 되게 하고 싶어 하셨는데
어떡해요?
아, 시끄러워
[유라의 짜증 섞인 신음]
[다가오는 발걸음]
(세미) 오랜만이에요, 언니
[유라가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자긴 요새 일 안 해?
왜요? 저 드라마 하는데
(코디) 아, 천송이 나오는 드라마
거기 나오시죠?
역할이 뭐더라?
(유라) 아, 맞다
자기 천송이랑 친하지?
(세미) 네, 뭐
(유라) 천송이
이번에 스페셜 다큐 찍는 거 알아?
[잡지를 뒤적이며] 들었어요
아니
걔 그런 거 싫어하지 않아?
왜 갑자기 하기로 한 거래?
글쎄요, 저도 잘 모르죠, 뭐
[못마땅한 숨소리]
(세미) 근데
[살짝 웃는다]
송이가 난 신경 안 쓰지만
유라 언니는 신경 되게 많이 써요
무슨 소리야?
(세미) 나야, 뭐 어차피 경쟁 상대가 안 되니까
친구 하면서 잘해 주지만
언니는 경쟁자로 생각한다는 얘기죠, 뭐
뭔 소리야? 좀 알아듣게 얘기해
안 입으려고 했던 드레스도
언니가 입겠다고 하면 일단 홀딩
(세미) 안 하려고 했던 드라마도
언니가 하고 싶어 한다고 하면 덜컥 계약
그게 천송이거든요
[살짝 웃으며] 우리 송이 애 같은 데가 좀 있죠
뭐야, 그럼?
이번 것도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거 알고
자기가 하겠다고 한 거란 얘기니?
[웃으며] 아유 어머, 설마 그랬겠어요?
[살짝 웃는다]
[어이없는 숨소리]
[밝은 음악]
[송이의 못마땅한 신음]
(남자7) 와, 천송이다, 천송이다 [시끌벅적하다]
(범) 안녕하세요 [카메라 셔터음]
(송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수고가 많으시네요 [송이의 웃음]
어?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송이의 탄성]
(PD) 자전거 타고 가시게요?
(송이) 어!
평소에도 스케줄 없을 땐 자전거를 애용해요
저 녹색 숲 지킴이 홍보대사인 거 아시잖아요? [카메라 셔터음]
[사람들의 탄성]
(작가) 역시 [PD의 웃음]
(송이) 아, 그나저나 저 서둘러 나오느라 완전 민낯인데
벌써 찍으시는 거예요? [작가의 웃음]
아유, 이 프로그램 정말 리얼이다, 어?
[사람들의 웃음]
[리드미컬한 음악]
(송이) 생얼처럼 해라, 생얼처럼
(메이크업 아티스트) 그게 더 어려워요
(송이) 야, 어려운 걸 해내야 진정한 프로지
에이, 씨, 망할 놈의 HDTV
아주 그냥 콧등의 피지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무시무시한 세상이에요, 어?
사람들이 생얼 좋아한다고 진짜로 생얼로 나갔다간
나 완전 생매장당한다고
모공 하나도 안 보이게 물광 장난 아니게 내고
화장으로 포토샵을 한다 생각하면서, 어?
아니, 저는 정말 세수만 하고 나왔거든요
(송이) 아이, 나 로션이라도 좀 바를걸
[사람들의 웃음]
(PD) 예쁘기만 한데요, 뭐
어머, 정말요?
[웃음]
[사람들의 웃음] (PD) 그, 평소 미모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송이) 특별한 건 없어요
잘 웃고 잘 먹고
긍정적인 마음가짐
그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웃음]
또 제가 특별히 챙겨 먹는 게 있는데
[혀를 굴리며] 바로 바이타민하고요, 오메가 스리요
[함께 웃는다]
[PD의 웃음] (작가) 나도 먹는데
(송이) 아!
그리고 프로포폴 애용하고요
[익살스러운 음악] [사람들의 의아한 신음]
정말이지
효과가 짱인 거 같더라고요
(송이) 몸이 날아갈 거 같으니까
기분도 좋아지고요
(범) 저기요, 저기, 어
잠시만요, PD님
아, 뭔가 오해가 있으신 거 같아서요
누나, 프로포폴이라니요
왜? 나 요즘 매일 먹잖아
노화 방지된다며?
(민아) 언니, 그건
프로폴리스잖아요 저번에 호주 갔다 사 온 거
그래, 둘이 뭐, 많이 달라? 자매품 아니야?
(범) 아니!
검찰 출두 할 일 있어요, 누나?
[복화술로] 너 지금 나한테 성질냈니?
(범) 아니요, 그럴 리가요
잠깐만요, 누나
[민아의 어색한 웃음]
아유, PD님, 헷갈렸나 봐요
그, 프로폴리스랑 프로포폴이랑 우리 누나 귀엽죠?
[범의 웃음] (PD) 아
[사람들의 웃음]
편집해 주실 거죠?
(PD) 아이 상황이 재미있긴 한데, 응?
(작가) 그러게, 날리긴 아깝다
(범) 잠깐 재미있으려다가 배우 하나 훅 갑니다
[코웃음] (PD) 어쩔 수 없지, 뭐
[송이가 살짝 웃는다] [카메라 셔터음]
(범) 사진 안 찍을게요, 예 사진 안 찍을게요
(PD) 평소 학교 동기나 선후배들과 친하게 지내는 편인가요?
[송이가 살짝 웃는다]
(송이) 물론이죠
밖에서나 스타죠
학교에선 전 그냥 평범한 학생일 뿐이랍니다
동기며 선후배들 모두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흥미로운 음악] [송이의 웃음]
(범) [복화술로] 2시 방향 파란 티 같은 과 동기 이현수
(송이) 어머, 현수야 [학생들의 들뜬 숨소리]
(현수) 저요?
(송이) 그래, 이현수
우리 언제 밥 한번 먹어야 되는데
(현수) 저랑요? 아니, 왜…
전화할게
(현수) 저한테요? 아니, 도대체 왜…
(범) [복화술로] 6시 방향, 박영아
- (송이) 영아야 - (범) 교수님
(송이) 교수님!
[놀라며] 진짜 볼 때마다 어려지시네요
제가 '영아야'라고 부르고 싶을 만큼
[송이의 웃음]
별일 없으시죠?
[송이의 웃음]
(범) 편집 좀…
[범의 웃음]
[학생들의 탄성]
천송이 씨
네?
그동안 내 수업 안 나와서 이 수업 룰을 잘 모르나 본데
내 수업 리포트는
베껴 쓰기, 짜깁기, 복사해 붙이기 절대 안 됩니다
(민준) 그런데 그걸 다 했네요?
(학생1) 와, 대박, 그걸 베꼈어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범) 누나
이건 진짜 귀신도 몰라요
여기저기서 교묘하게 베껴서 짜깁기한 거라
전문가 솜씨야 몰라, 절대 알 수가 없어
아, 아닌데요?
안 했는데?
(민준) 첫 장의 개론은
1999년 논문
'데이비슨의 심리 철학과 해석론을 중심으로 본'
'사유 조건으로서의 사랑의 원리'를
그대로 베꼈네요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사랑은 옵션이 아니라 조건이다'
'심적인 것의 본성이다'
라는 문구까지 그대로
그 뒤에 있는 사례와 예시들은
1996년 발표된 논문
'사랑 태도 척도의 타당화 연구'에서
아주 기술적으로 짜깁기했고
[학생들의 탄성]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1959년 발표된 '사랑으로서의 경험 이성'
결론 부분을 토씨 하나 안 바꾸고 그대로 복사해 붙여 놨고
[민준이 리포트를 사락 넘긴다]
학술 기사도 교묘하게 베꼈네요?
1953년 11월 '사상계'에 실린 김기석 기자의 기사
제목은 '사랑의 현상학 에로스와 아가페'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그래서 이 리포트는
빵점입니다
[학생들의 웃음]
이의 있습니까?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카메라 셔터음이 계속 울린다]
(학생2) 빵점이래, 빵점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범) 에이, 씨, 진짜 [PD의 한숨]
(학생3) 야, 아까 천송이 얼굴 봤냐? 가관이더라
(학생4) 나 그거 동영상 찍었잖아 '빵점입니다' 할 때 [학생들의 놀란 신음]
(학생3) 대박 게시판에 올려, 올려
(학생3과 학생4) - 야, 완전 조회 수 폭발하겠다 - 그럴까?
(학생4) 제목 '빵점 송이' [휴대전화 조작음]
[학생들의 웃음]
야, 야, 야, 욕 올라오는 속도 봐 LTE야, LTE
(학생3) '뇌에 보톡스 맞은 천송이 이젠 표절까지?'
'역시 무개념, 무뇌' [학생들의 웃음]
[잔잔한 음악] 그러니까 내가 상식도 없고 개념도 없다 이거잖아요, 지금
무개념, 무뇌
[학생들이 저마다 험담한다]
(학생5) 천송이 그게 웬 개쪽이니?
(학생6) 그러게 말이야
(학생6과 학생7) - 나 같으면 얼굴 못 들고 다닌다 - 창피해
(송이) 나 오늘 다이어트하느라
하루 종일 사과 한 개랑 양배추 반쪽밖에 못 먹었는데도
배가 불러요
사람들한테 욕을 배 터지게 먹어서
(학생3) 야, 야, 야 딴 데 또 올려 봐
- (학생4) 오케이, 여기 올릴까? - (학생3) 어? [신비로운 효과음]
(학생3) 뭐 하는 거야, 너?
(학생4) 몰라, 자기 혼자 떨어졌어
(학생3과 학생4) - 야, 핸드폰에 귀신이 붙었냐? - 아, 몰라
[잔잔한 음악]
[음성 변조 효과음] (네티즌1) 천송이 강의실 개망신 소식 접하셨나요?
(네티즌2) 그 교수님 칭찬받아야 할 듯
[네티즌2의 웃음]
(송이) 천송이도 사람인데 실수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네티즌3) 천송이 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범) 저기, 누나
귀신도 몰라?
그 인간은 귀신이냐?
아니, 진짜 어떻게 알았지?
(범) 그게 절대로 알 수가 없는 건데
나가
나 혼자 좀 있자
[멋쩍은 숨소리]
누나, 왜 그러세요?
(범) 평소대로 그냥 패세요 그게 맘 편해요
됐어
나 진짜 좀 혼자 있고 싶어서 그래
나가 줘, 좀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메시지 수신음]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미연의 옅은 웃음]
(선영) 언니
여기서 보네?
(선영) 언니 근데 뭐 해?
(미연) 백화점에서 기도하겠니? 쇼핑 좀 했지
저렴한 거 많네, 너도 좀 골라 봐
(선영) 아니, 그럴 시간 있어? 안 가 봐도 돼?
(미연) 어디를?
(선영) 씁, 언니 혹시 모르나?
아, 뭘?
'천송이 스페셜' 한다던데?
(선영) 지난번에 딴 사람 한 거 보니까
집도 나오고 가족도 나오고 하던데
언니 인터뷰는 안 해?
그래도 엄마인데
[어색한 웃음]
난 또 뭐라고, 하기로 했지
(미연) 우리 송이랑 윤재랑 다 같이 밥 먹는 거 찍기로 했어
씁, 참
우리 이 서방도 오려나?
- 이 서방? - (미연) 우리 휘경이
[어이없는 웃음]
둘이 아직 사귀는 것도 아닌데 이 서방은 오버 아니야, 언니?
얘, 우리 송이 입에서 오케이가 안 떨어져 그렇지
떨어지면 번거롭게 사귀고 말고 할 거 없이
바로 결혼이지
(미연) 근데 계집애가 너무 비싸게 굴어서
내가 우리 이 서방한테 미안해 죽겠다, 진짜
명색이 대S&C
둘째 아들인데
[미연의 웃음]
(휘경) 에이, 씨, 어떤 자식이 우리 송이 빵점 준 거야? 쯧
[못마땅한 신음]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조 부장) 자, 우리 커피나 한잔씩 할까?
난 카페라테
난 초콜릿티
나는 카모마일
(최 대리) 난 카페모카
[키보드 조작음] 나는 아메리카노
[휴대전화 조작음]
신입?
네?
(유 과장) 부장님은 카페라테 김 과장은 초콜릿티
나 대리는 카모마일 최 대리는 카페모카
'나는 아메리카노'라고 혹시 못 들었나?
[살짝 웃으며] 아하
저는 밀크티요
[웃음] [휴대전화 조작음]
[유 과장의 한숨] [흥미로운 음악]
[헛웃음]
(유 과장) 시, 신입 [휴대전화 조작음]
[헛웃음 치며] 신입
(휘경) [웃으며] 아
잘 먹을게요
[유 과장의 헛웃음]
[휴대전화 벨 소리] - 야, 신입 너 말이야 - (휘경) 여보세요?
(휘경과 유 과장) - 어, 세미야, 아니야, 아니야 - 너, 너, 어?
- 괜찮아, 얘기해 - (유 과장) 너 어디 가니? 신입
- (조 부장) 아니, 뭐 저런… - (유 과장) 부장님
(유 과장) 제가 또 저런 애들 전문 아닙니까
열받지 마십시오 [조 부장의 한숨]
제 바운더리 안에서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오늘?
오늘이 무슨 날이지?
[깨달은 신음]
그래, 내 생일이다
치!
미안하면 저녁 사
(휘경) 당연하지 내 베스트 프렌드인데
야, 각오해라 내가 아는 최고 비싼 걸로 산다
정말?
(휘경) 천송이도 불러야지
아…
소, 송이, 오늘 바쁠 거야
오늘 인터넷 오르내리는 거 봤잖아
예민할 땐 혼자 두는 게 나아
(휘경) 그런가?
그럼, 천송이는
내가 잘 알잖아
(휘경) 오케이 촬영 몇 시에 끝나? 데리러 갈게
8시쯤?
응
[휴대전화 조작음] [들뜬 숨소리]
[휴대전화 알림음]
(기사) 다 왔습니다
(송이) 아, 예
[잔잔한 음악]
(기사) 손님?
(송이) 아 [지갑을 뒤적인다]
여기요
(철수) 어, 10억?
아유, 깎지 말고 그냥 사 [문이 달칵 닫힌다]
10억에 사고
그, 2억은 오 사장 주고 그러란 말이야
[봉지를 바스락거리며] 오케이?
[휴대전화 조작음]
- (혁) 왔어? - 왔어!
(혁) 왜 이렇게 늦었어? [탄식]
눈이 썩어 버릴 것 같은 기분이야
안구 정화를 해야지 안 되겠어
[마우스 조작음]
[마우스 조작음] 아유
(홍 사장) 이 계집애는 실시간 검색 1위를
그냥 밥 먹듯이 하네
아이고, 야, 악플이
[한숨]
음
[키보드 조작음] 저는 천송이의
[흥미로운 음악] 중고딩 동창입니다
천송이에 대해 오해가 있으신 것 같네요
그 아이는 떠서 싸가지가 없어진 게 아닙니다, 여러분
원래가 싸가지가 바가지였답니다
[웃음]
아유
(송이) 뭐 신나는 일 있냐?
(홍 사장) 어?
[놀란 숨소리]
[홍 사장의 한숨]
웬일이야, 갑자기?
나 이 동네로 이사 왔어
아, 왜?
싫으냐?
아니, 그럴 리가
자, 먹어
[입바람을 후 분다]
너 막 라면 먹고 그래도 돼?
내일 촬영 없어?
소주나 따라 봐
[한숨]
[입소리를 쯧 낸다]
[숨을 카 내뱉는다]
인터넷 봤어
(홍 사장) 너 빵점 맞은 거 때문에 그래?
고등학교 때도 비슷하게 맞은 적 있었잖아
수학 4점이었나?
한 줄로 찍으라니까 내 말 안 듣더니
빵점 맞은 거 때문에 그런 게 아니야, 복자야
- (송이) 난… - 얘기 끊어서 미안한데
나 개명한 지 10년 됐거든?
[젓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홍 사장) 혜인이라고 불러 줄래?
에이, 씨
[한숨]
난 이해가 안 되거든
사람들은 왜 앞에선 날 좋아한다고 하면서
뒤에선 날 미워하지?
[어이없는 숨소리]
도대체 왜 그럴까, 복자야?
그거야 네가 미워할 만한 짓을 골라 가면서…
[한숨 쉬며] 글쎄다, 왜들 그럴까?
[송이의 한숨]
[홍 사장이 병을 탁 내려놓는다]
나쁜 새끼
누구?
[정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제가 쓰모 하면 됩니까?
(노인1) 어허 내가 지금 타패를 안 했어
좀 기다려 봐
[피식 웃는다]
- 죄송합니다 - (노인1) 응?
론 [노인1의 놀란 신음]
(노인1) 아니…
(민준) 국사무쌍입니다
[사람들의 놀란 신음]
(노인2) 어허, 이건
[노인1의 아쉬운 신음] 아, 이건 당할 수가 없구먼
젊은 사람이 어디서 이런 걸 배운 겐가?
아버지 되시오?
(영목) 예?
아, 예
[마작 패를 달그락거린다]
[삼식의 놀란 신음]
(삼식) 자네 혹시
김무산이?
(민준) 화료! [의미심장한 음악]
[젊은 삼식의 아쉬운 신음]
(젊은 삼식) 김무산이 자네
밥도 안 먹고 마작만 하나?
어떻게 한 번을 안 지나?
[분한 숨소리]
(노인2) 참, 아유 [정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김무산이 손주 되나?
(영목) 아!
그분이 돌아가신 제 아버님이시고요
이분은…
[웃으며] 아, 이놈은 제 아들놈입니다
[삼식의 깨닫는 신음]
손주가 할아버지를 쏙 뺐구먼
(삼식)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있을까?
(영목) 아버님 마작 실력을
[웃으며] 이 녀석이 닮은 모양입니다
[웃음] (삼식) 실력은 무슨
번번이 내가 이겼는데
자네 할아버지는
늘 나한테 졌다네
[헛기침]
그럴 리가요
(민준) 제가 듣기로
저희 조부님께서 마작으로는 경성 최고셨다고…
예끼, 이 사람
(삼식) 경성 최고의 마작꾼은 나였지
자네 할아버지가 거짓말을 했구먼그래
제가 알기로
거짓말 같은 걸 하실 분이 아닌데…
그럼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가, 지금?
(삼식) 아무렴
경성 최고의 마작꾼은 나였어
아, 그 시절을 살아온 내가 잘 알지
자네가 봤나?
자네 할아버지가 나 이기는 걸 봤어?
봤냐고!
[한숨]
[영목의 웃음]
(민준) 내가 이름도 기억합니다 강삼식이
저 친구가 그때도 그렇게 우기기를 잘했어요
60년이 흘렀는데
역시 인간은 안 변해
(영목) 살다 보니까 별 재미난 일도 다 있네요
[영목의 웃음]
(민준) 그때가 엊그제 같네요
(영목) 그런가요?
(민준) 80년을 살든 100년을 살든
인생이 길다고 하는 사람 없죠
다들 낮잠 한숨 잔 것처럼 짧다고들 해요
이곳에서 400년을 살았지만
막상 돌아보니
가지고 갈 기억은 몇 가지 안 됩니다
(영목) 지난번에 말씀하셨던 거 있잖습니까
12년 전에 만났다던 그 아이
찾아보고 있습니다
그 동네 근처에 중학교가 세 개더라고요
그 시기 그, 졸업 사진을 뒤져 보면
씁, 그중에 있지 않을까 해서요
확실한 방법은 아니겠지만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됩니다
아, 그래도 떠나기 전에 꼭 한번 보고 싶다고…
궁금은 합니다
[부드러운 음악]
그런데
만나야 할 이유가 있다면
만나지지 않겠습니까?
(민준) 만나지 못하고 간다면
그럴 이유가 없으니 그런 걸 테고요
여기서 긴 세월 살면서
배운 겁니다
[민준의 옅은 숨소리]
[바깥이 소란스럽다]
[책을 탁 내려놓는다]
[소음이 계속 들린다]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신비로운 효과음]
(송이) [술 취한 목소리로] 2, 8, 3, 2 [도어 록 조작음]
[기계 음성] 비밀번호가 틀렸습니다 [도어 록 오류음]
아니
그럴 리가
(송이) 2, 8, 3, 2
[도어 록 오류음]
[기계 음성] 비밀번호가 틀렸습니다 [한숨]
(송이) 아니, 도대체 왜?
[송이가 코를 훌쩍인다]
[송이의 못마땅한 숨소리]
가만있어, 내려오지 말고, 이, 씨
[익살스러운 음악]
어?
너 언니 말 안 들을 거야?
이, 자꾸 내려오면, 이거 귀신 같아요
이거, 옷도 화이트한데
이, 씨, 잠깐
[숨을 들이켜며] 음
자
음
다시
[도어 록 조작음] 2, 8, 3, 2
[헛웃음] [도어 록 오류음]
[송이의 코웃음] [기계 음성] 차단되었습니다
차단시켜? 감히 날?
[코웃음]
[못마땅한 신음]
열려라, 참깨!
[어이없는 숨소리]
열려라, 참깨!
열려라, 참깨!
열려라, 참깨!
헐, 진짜 열렸네?
[웃음]
(민준) 열렸겠지
내가 열었으니까
(송이) 아
조선 욕쟁이?
나 욕하고 그러는 사람 아니야
욕쟁이, 왜 우리 집에 있어?
(민준) 당신 집이 아니라 내 집이니까
[익살스러운 음악]
좋냐?
(송이) 나 빵점 주고 망신 주고 그러니까 좋아?
내가 봤을 땐
넌 찌르면 퍼런 피가 나올 놈이야
이런 자선냄비에 씹던 껌도 안 넣을 새끼
- 이거 봐, 천송이 씨 - (송이) 왜?
너만 조선 욕 하냐?
나도 한다
이런 븅자년에 죽빵을 날릴, 씨
죽빵이 아니고 방죽
에이, 시끄러워!
(민준) 어디를 들어가!
[들뜬 숨소리]
(휘경) 뭐?
너 그런 얘기를 이제 하면 어떡해!
야, 그럼 낮부터 지금까지 연락 안 되는 거야?
(범) 네, 전화를 아무리 해도 안 받고
(휘경) 아이, 씨
[타이어 마찰음]
[흥미로운 음악]
[술 취한 숨소리]
[한숨]
[송이가 새근거린다]
[강조되는 효과음]
[휴대전화 벨 소리]
누구세요?
'누구'…
너 누구야?
아, 누군데 우리 송이 전화를…
야, 천송이 바꿔
아, 아니, 걔는 왜
아, 자기네 집 놔두고 옆집에 가서 잠을 자?
[도어 록 작동음]
[휘경의 거친 숨소리]
사람이 실수로, 어?
(휘경) 잘못 들어왔으면
집에 곱게 돌려보내 주는 게 맞는 거 아닌가?
그것도 여자가 만취해서 들어왔는데?
집에 곱게 돌려보내 주려고
당신 전화 받아 내 집까지 들여보내 줬으면
고맙다고 얘기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아이참
[짜증 섞인 숨소리]
송이…
[거친 숨소리]
[한숨]
[못마땅한 숨소리]
(휘경) 우리 송이한테 아무 짓도 안 한 거 확실하지?
빨리 내 집에서 치워 주기나 해
뭐? 치워?
(휘경) 하, 나, 이 자식, 이거 말하는 거 보게
우리 송이가 무슨 쓰레기야?
치우긴 뭘 치워?
[한숨]
야, 안 되겠다
너 이 자식, 핸드폰 내놔 봐
핸드폰 달라고
너 천송이 알잖아
대한민국에서 제일 핫한 여배우가
저렇게 만취해서 들어왔는데 뭘 찍어 놨을지 알게 뭐냐고
내가 당신 뭘 믿고 순순히 나가겠어?
그렇네, 정말
(휘경) '그'…
[못마땅한 신음]
(민준) 당신 말대로 저 여자가 그렇게 유명하고 대단한 여자라면
나는 당신 뭘 믿고 순순히 저 여자를 내주지?
[익살스러운 음악]
뭐?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하지만
지금은 만취한 저 여자를 데려다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뭐, 이 자식아?
난 저 여자 남자 친구야, 이, 씨
(송이) 아, 시끄러워!
아이, 잠자는데
[휘경의 짜증 섞인 신음]
(휘경) 야, 천송이
너 지금 애먼 남자 집에서 자고 있는 거 알아?
(송이) 여기 어디야?
(휘경) 아, 내가 묻고 싶다, 씨
[송이의 술 취한 신음] [휘경의 한숨]
(휘경) 일어나, 하나, 둘, 셋!
[휘경의 힘주는 신음]
아, 정신 차려, 천송이
[휘경의 힘주는 신음] (송이) 알았어, 알았어 가야지, 가야지, 집에
(휘경) 아이, 거기 아니야 이쪽, 이쪽, 이쪽, 이쪽
[신비로운 효과음]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송이의 술 취한 신음]
[휘경의 힘겨운 신음]
(송이) 아휴, 여기가 어디… [휘경의 힘주는 신음]
[문이 달칵 닫힌다] (휘경) 집, 집, 집
[휘경의 힘겨운 신음] (송이) 아, 너 왜 따라 들어와? 가
(휘경) 아유 나 너 걱정되니까 그러지
아, 너 암만 정신이 없어도 그렇지
어떻게 남의 집에를 다 들어가냐? 씨
[송이의 술 취한 신음] (휘경) 아유, 야, 그 자식이
너한테 이상한 짓이라도 했으면 어쩔 뻔했냐고
딱 보니까 그, 인상도 별로던데
[기가 찬 숨소리]
[잔잔한 음악] [물소리가 쏴 난다]
(송이) 아유, 나 피곤해 잘 거니까 얼른 가
(휘경) 커피 한 잔만 하고 갈게
야, 아니다, 맥주 있냐?
[물소리가 커진다]
[헛기침]
(휘경) 아휴, 쩝
날도 춥고
아, 언제 집에 가지?
아이코, 야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긴장되는 숨소리]
[한숨]
[캔을 탁 내려놓는다]
죽을래?
안 잤어?
(휘경) 아, 야
- (송이) 집에 빨리 가 - (휘경) 아, 가잖아, 간다고!
(휘경) 야, 경고하는데 뒤통수는 때리지 마
나 무척 자존심 상해
[퍽 소리가 들린다] 야! 이, 씨, 야
아, 뒤통수
[차고 문이 스르륵 닫힌다] 아, 미치겠다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여보세요, 세미냐?
야, 미안하다, 야, 깜빡하고, 저…
아니
천송이 이 계집애가 취해 가지고 옆집에 들어간 거야
괜찮아
안 그래도 우리 촬영 길어져서 못 만나겠다 그랬었어
밥은 다음에 먹지, 뭐
[아련한 음악]
[떨리는 목소리로] 아, 나 슛 들어가야 돼
끊어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허탈한 숨소리]
[세미가 훌쩍인다]
(휘경) 형
하, 퇴근 늦었네?
(재경) 유기견 보호 센터 봉사하는 날이라
[휘경의 탄성]
(휘경) 이건, 뭐 재벌 2세계의 간디지
[재경의 웃음] 대한민국에서
카메라도 없는데 봉사하는 재벌 2세가 어디 있냐고
[휘경이 피식 웃는다]
(재경) 넌 귀국해서도 얼굴 보기 힘들다?
(휘경) 단속 안 되는 내 여자 때문에 좀 바쁘네
(재경) 네 여자는 무슨
맨날 끌려만 다니면서
참, 나는 끌려다닐 여자라도 있지
형은 그럴 사람이라도 있어?
(휘경) 아, 맨날 일만 하다 결혼 안 할 거야?
S&C 후계자께서 한 번 갔다 왔다고 겁먹은 거야?
[웃음]
출근은 잘했지?
사람들이 네 배경 모르니까 알아서 잘해
형은 들어갈 때부터 팀장 자리 주시더니
나는 신입 사원이냐, 쯧
난 큰형이 회사 물려받을 줄 알고
후계자 수업은 받아 보지도 못했던 사람이야
알잖아
나 수의사가 꿈이었던 거
알아
큰형 그 일 있고 나서 작은형 노력 많이 했던 거
그러니까 너도…
[한숨]
형은 완벽한 인간이고요
나는 형 따라갈 수도 없고
따라가고 싶지도 않거든
[피식 웃는다]
[휴대전화 벨 소리]
(재경) 먼저 들어갈래? 나 통화 좀
(휘경) 응
(K) [울먹이며] 나 좀 살려줘요 꺼내 줘요
[의미심장한 음악] 자,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래요, 맹세할게요
당신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잖아요
물론 난 나쁜 사람 아니야
여태 죽인 사람보단
죽이고 싶었지만 살려 둔 사람들이 훨씬 많거든
넌 후자에 속해
그러니까 난 네가 나한테 애원할 게 아니라
고마워하길 바라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문이 탁 닫힌다] (범) 어?
[도어 록 작동음] 우리 누나 빵점 주신 교수님이시네?
(민준) 천송이 씨 지금 어디 있어요?
우리 누나는 갑자기 왜…
누나 점수 고쳐 주시려고요?
어디 있어, 지금!
[긴박한 음악]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가속음]
[자동차 가속음]
[자동차 가속음]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언니
얼굴에 뭐 맞았어요?
왜?
(메이크업 아티스트) 어마어마하게 부었네요
아이, 씨, 어제 소맥 해서 라면도 먹고
(송이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 어유, 나 그렇게 많이 부었어? - 각이 안 나오네
(메이크업 아티스트) 오늘은 그냥 촬영 접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아휴, 안 돼, 나 어제도 잠수 타…
[구역질하며] 아, 잠깐만
[한숨]
[변기 물이 쏴 내려간다]
[힘겨운 숨소리]
아휴 [물이 쏴 흘러나온다]
[다가오는 발걸음]
[송이가 가글한다]
안녕하세요, 언니
(유라) 야!
[한숨]
너 미용실 옮겨라
(송이) 지금 저보고 그러셨어요?
[헛웃음]
머리 나쁘면 말귀도 못 알아듣나?
[유라의 한숨]
여기 너 말고 또 누가 있니?
근데 내가 왜 미용실을 옮겨요?
(유라) 내가 너랑 마주치면
기분이 더러우니까
[헛웃음]
그건 나도 그런데
언니가 바꿔 보시는 건 어때요?
이게 어디 선배가 얘기하는데 토를 달아?
죄송해요, 나이 많은 언니가 얘기하는데 토 달아서
(송이) 근데 말은 똑바로 해야죠
늙은 건 언니가 사실이지만
선배는 아니지
뭐?
(송이) 나 열다섯에 데뷔해서 지금 데뷔한 지 12년 차인데
언니 데뷔한 지 이제 5년?
사실 내가 그런 권위 의식이 없어 가지고
티를 안 내서 그렇지
제대로 따지고 보면
선배는 내가 선배예요
[짜증 섞인 숨소리]
듣자 하니까 너
이번에 '천송이 스페셜' 안 하려다가
내가 한다니까 날름 한다 그랬다며?
[코웃음 치며] 네
어떻게 아셨어요?
너 나한테 무슨 열등감 있니?
아니요
열등감은 내가 상대보다 못났을 때 느끼는 거 아닌가?
나 머리 나빠도 그 정도는 아는데
내가 언니한테 느끼는 건
우월감이라는 거
(유라) 그래?
넌 그렇게 우월해서
사람들이 '막장이다'
'우리고 우려먹은 신데렐라 이야기다'
이런 것만 골라서 작품 하냐?
요즘 사람들 모이면
네 드라마 욕하느라고 정신이 없더라
그렇죠?
어떻게 된 게 사람들이 모였다 하면
내 얘기, 내 드라마 얘기
그거밖에 할 게 없나 봐
좋아요, 그게 욕이든 칭찬이든
4프로짜리 드라마 하면서
누가 드라마를 시작했는지 끝냈는지
아무도 몰라주는 것보단
너 지금
내 드라마 얘기하는 거니?
[살짝 웃으며] 아, 맞다
언니 지난달에 끝난 그 드라마 4프로로 끝났지, 참
그거 내가 안 한다고 깠던 건데
너무 망하니까 괜히 내가 다 미안하더라고요
[헛웃음] [어두운 음악]
너
시청률이 다가 아니야
(유라) 내 드라마 웰메이드라고 칭찬 얼마나 많이 받았는데
그 드라마 폐인이 얼마나 많았는지
네가 알아?
(송이) 폐인 많았던 거 알죠
그 드라마 때문에 망한 제작사 사장님도
아주 폐인 되셨다고 하던데
연락이라도 해서 밥이라도 한 끼 사요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야, 너…
(송이) 또 하나
내가 아는 거 얘기해 줘요?
난 언니가 증권가 지라시에
말도 안 되는 내 소문 퍼트리고 다니는 것도 알아요
명예 훼손으로 확 걸려다가
용케 잘 참고 있는 중인데
몰랐죠?
그러니까 웬만큼만 해요
[유라의 분한 숨소리]
[유라가 씩씩댄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의 놀란 신음]
[유라가 씩씩댄다]
[코웃음]
너
S&C 둘째 꼬시느라고 애쓰고 있다는 소식 들었어
이것도 루머냐?
루머 아니고 사실
(송이) 근데 뭐가 좀 바뀐 거 같네
내가 아니라 그쪽에서 날 꼬시느라 애달프죠
(유라) 아
그래서 그런 거니?
너 팔아 대출도 받고 장사도 하던 네 엄마가
요즘은 S&C 팔고 다닌다는 소문이 이 바닥에 파다해
자기 사위 될 사람이 그 집안 아들이라면서
[헛웃음]
너무 앞서 나가는 거 아니냐?
가족은 건드리지 말지?
[긴장되는 음악]
왜?
나도 그 집안 사람이 될지도 몰라서 그래
괜한 분탕질 그만하고
못 먹을 거 같으면 깨끗이 포기했으면 해서
[코웃음]
못 먹는 게 아니고 안 먹는 거야
(송이) 몰랐나 본데
난 누구처럼 찌질하게
남의 돈으로 인생 역전 하고 싶은 생각 없거든
나도 나 먹고살 만큼은 버니까
뭐?
이게…
[의미심장한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뭐예요?
여기 어떻게 온 거예요?
나가자
(유라) 나가긴 어딜 나가?
이것 봐
나 지금 이 계집애랑 얘기 중인 거 안 보여?
괜히 껴들지 말고 꺼지라고!
[신비로운 효과음] [전구가 펑펑 터진다]
[사람들의 놀란 신음]
[놀란 신음]
[사람들의 놀란 비명]
[겁먹은 숨소리]
[송이의 어이없는 숨소리]
(송이) 나 지금 완전 황당한 거 알아요?
[한숨]
나 여기 있는 건 또 어떻게 알았대?
왜요?
뭐?
혹시 어제 내가 취해서 그쪽 집에 잘못 들어간 거 때문에
뭐, 그거 따지려고 이러는 거예요, 지금?
[송이의 한숨]
실수였어요
뭐, 그럴 수 있잖아요
살다 보면 술도 먹고
먹다 보면 취하기도 하고
취하다 보면 실수도…
(민준) 이거 누구야?
[감성적인 음악]
왜 허락도 없이 남의 사진을 봐요?
누구야!
내가 대답해야 돼요?
[송이의 어이없는 숨소리]
[송이의 놀란 신음]
뭐 하는 짓이야, 이게, 미쳤어?
너
누구야?
(민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돼 있어요
지구인들은 그것을
'운명'
이라고 부르더군요
[웃음]
첫사랑이요?
[웃음]
아, 질문 진부해
[웃음]
쯧, 뭐, 데이트야 몇 번 해 봤지만
아직 딱 첫사랑?
뭐, 그럴 만한 사람은 없고요
어렸을 때 크게 한번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어떤 아저씨가 날 구해 줬거든요?
얼굴이 자세히 생각은 안 나고
[생각하는 숨소리]
키가 좀 크고 훈남 스타일?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은
없고
싫어하는 여자 스타일은 있습니다
술 취한 여자
딱 싫어요
주사 있는 여자 더 싫고요
안하무인
무식하거나 잘난 척하는 여자
굉장히 싫어요
그 모든 특징들을 갖고 있는 여자를 하나
알긴 알아요
최악이죠
최고였죠
짧은 순간이었지만
굉장히 신비스러우면서도 다정했던 느낌?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그 아저씨도 날 기억할지는 모르겠어요
근데요
전 그분 보면 딱 알아볼 것 같아요
운명적으로
(PD) 컷, 오케이
(범) 네, 수고하셨습니다 [사람들이 인사한다]
[사람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어유, 저 재수탱, 저
[못마땅한 신음]
[경쾌한 음악]
(세미) 그 남자는 누구야? 네 손목 잡고 끌고 나갔다던
(송이) 우리 또 느낌 알잖아
작업 거는 거 같더라고, 나한테
(영목) 환생 아니면 도플갱어
속으로 신경 쓰시는 거잖아요
(송이) 아유, 배야
나는 스타야, 아시아의 여신이…
[난감한 신음] 내가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그러는데
그런 부탁을 내가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어?
(송이) 가면 안 돼요
나 깼을 때 꼭 옆에 있어요
(영목) 구두 주인이 죽을 수도 있단 얘기인데
12년 전처럼 사건에 개입하실 겁니까?
외면하실 겁니까?
.별에서 온 그대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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