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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에서 온 그대 3

 

이거 누구야?

 

[의미심장한 효과음]

 

왜 허락도 없이 남의 사진을 봐요?

 

누구야!

 

내가 대답해야 돼요?

 

[송이의 어이없는 숨소리]

 

[송이의 놀란 신음]

 

뭐 하는 짓이야이게미쳤어?

 

 

누구야?

 

(이화뉘십니까?

 

아니이상해서요

 

[부드러운 음악갑자기 막 공중에 붕 뜨지 않나

 

그날 입고 있던 이상한 옷 이상한 머리 모양

 

그날 하늘에서 내려온 그 이상한 물체도요

 

다 이상합니다

 

뉘십니까대체?

 

소녀 그 어떤 말씀을 하셔도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이래 봬도

 

'이문총록'이라든가 '요재지이'라든가

 

이런 서책을 즐겨 읽습니다

 

어머니께선 요물 나오는 잡서라고 싫어하셨지만

 

전 이 세상에

 

인간만 있을 거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귀신도깨비

 

구미호저승사자

 

다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리는

 

그중 어느 것이옵니까?

 

 

말씀을 못 하십니까?

 

그럼 갈 곳은 있으십니까?

 

가족은요?

 

[한숨]

 

나리가 뉘시든 정체가 무엇이든

 

저에게 은인이십니다

 

아마 제 목숨을 구해 주신 분이라고 하면

 

저희 시어머님께서도 그냥 내치진 않을 것입니다

 

하니 저랑 같이 가시지요

 

나랑

 

같이 가요

 

내가

 

도와줄게요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문이 끼익 열린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여자1) 아이고불쌍해

 

(남자아니어쩌다가 이런 애통한 일을 당하셨습니까?

 

(이화 시부우리 가문의 종부 서 씨가

 

어젯밤 여우 고개 기슭에서

 

목을 매어 자결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그 아름다운 뜻을 기리기 위해

 

곧 나라에

 

열녀 품신을 청하는 글을 올릴 것입니다

 

[쿵 소리가 울린다]

 

(이화 시모오늘 밤

 

발인이 진행될 것이다

 

어떻게든 그 아이를 찾아내 없애거라

 

열녀 품신을 청해 놓은 이때에

 

그 아이가 살아서 돌아다니는 꼴을

 

누구에게도 보여서는 안 된다

 

 

[날카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부드러운 음악]

 

[이화가 흐느낀다]

 

"경주 김공배 열녀 이천 서 씨의 묘"

 

이게

 

[훌쩍인다]

 

내 무덤이래요

 

(이화그럼 난 뭐야?

 

사람이야귀신이야?

 

내가 이리 살아 있는 걸 들키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제 어디로 가야 되는 거지요?

 

[흐느낀다]

 

[서글픈 음악]

 

[이화가 계속 흐느낀다]

 

(이화저는 친정이 있는 강릉으로 갈 것입니다

 

아버지께

 

그간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면

 

어떻게든 살아갈 방도를 알려 주시겠지요

 

그동안 여러 가지로 정말 감사했습니다

 

계시던 곳이 어디인지 모르오나

 

무사히 돌아가시길 바라겠습니다

 

나리의 정체는 모르겠으나

 

저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많이 가지신 분 같으니

 

달리 걱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같이 가요

 

나랑 같이 가요

 

내가

 

지켜 줄게요

 

[송이의 성난 숨소리]

 

(송이지금 내가 누구냐고 물어본 거예요?

 

나 아직도 몰라요천송이잖아요

 

그래

 

천송이지

 

그 여자일 리가 없지

 

그 여자가 누군데요?

 

나랑 좀 닮았나?

 

(송이하긴

 

요즘 성형외과 가면

 

죄다 '천송이처럼 해 주세요이러는 바람에

 

청담동에 나 닮은 여자들이 그냥

 

[웃으며쫙 깔렸다잖아요

 

그렇지만 오리지널이 괜히 오리지널이겠어요?

 

짝퉁은 절대 진품 못

 

[무거운 음악]

 

[쿵 떨어진다]

 

(송이이거 봐요

 

지금 어디를 봐요?

 

그 구두

 

그쪽 건가?

 

그럼 내 거지

 

(송이협찬일까?

 

이거 대한민국에

 

딱 한 켤레 들어온 거거든요

 

개나 소나 다 신는 거 신고 그러는 여자 아니에요

 

[활기찬 음악]

 

(영목혹시 그런 거 아닐까요환생

 

아니면 도플갱어

 

(민준아니법조인이라는 분이

 

어떻게 그런 비논리적인 추측을 합니까?

 

그런 게 존재할 리가 없잖아요

 

논리적으로 생각을 해 보시란 말입니다

 

(영목아니외계인도 있는데 도플갱어는 왜 없습니까?

 

논리적으로 하면 그게 더 안 되지

 

근데 어쩌실 겁니까?

 

- (민준뭐가요? - (영목구두요

 

(영목그게 그때 본 그 구두라면서요

 

만약에 12년 전처럼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미리 본 거라면

 

구두 주인이 죽을 수도 있단 얘기인데

 

12년 전처럼 사건에 개입하실 겁니까?

 

아니면 여태까지 그래 오셨던 것처럼

 

외면하실 겁니까?

 

(세미한유라랑 도대체 미용실을 얼마나 뒤집어 놨길래

 

만나는 애들마다 그 얘기니?

 

몰라그게 자꾸 약 올리잖아

 

(세미그럼 그 남자는 누구야네 손목 잡고 끌고 나갔다던

 

그 남자야옆집 산다던

 

너 수업 듣는다던 교수?

 

(송이

 

[헛웃음]

 

(세미근데 그 남자가 왜?

 

(송이지갑 돌려주러 왔었나 봐

 

그러면서 하는 말이 누가 나 닮았다나?

 

누가?

 

[코웃음 치며뻔한 거 아니냐?

 

자기 첫사랑 아니면 돌아가신 엄마가 나 닮았고 어쩌고

 

(송이우리 또 느낌 알잖아

 

작업 거는 거 같더라고나한테

 

[피식 웃는다]

 

[송이의 아파하는 신음]

 

왜 그래?

 

아유저녁때부터 배가 좀 아프네

 

[문이 달칵 열린다]

 

너 화보 찍는다고 너무 굶어서 그런 거 아냐? [문이 달칵 닫힌다]

 

(후배1) ?

 

(함께안녕하세요선배님!

 

(후배2) 선배님 시상식 봤어요

 

진짜 축하드려요

 

(후배1) 드레스 완전 시크 도도 짱

 

진짜 예쁘던데

 

어디 거예요? [문이 달칵 열린다]

 

(스태프유세미 씨 다음 신 들어갈게요

 

(세미

 

[문이 달칵 닫힌다]

 

[살짝 웃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너희들 [문이 달칵 닫힌다]

 

유세미 알아몰라?

 

알아요 - (후배1) 알아요

 

아는데 왜 인사 안 해?

 

(송이사람 가려 가면서 인사하는 싸가지는

 

대체 어디서 배워 먹은 싸가지냐?

 

너희들 내가 딱 두고 볼 거야

 

한 번만 더 유세미 봐 놓고도 쌩까는 거 내 눈에 띄면

 

진짜 가만 안 둔다

 

[흥미로운 음악]

 

나 성깔 더럽다는 소문 들었지?

 

그거 소문 아니고

 

사실이거든?

 

아이저것들 때문에 대사 외운 거 다 까먹었네

 

[문이 쾅 닫힌다] [후배들의 헛웃음]

 

(후배2) 웃겨진짜

 

저러다 한 방에 훅 가 봐야 정신을 차리지

 

(후배1) 야 쟤 망하면 밟아 주겠다고

 

아주 벼르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냐?

 

[후배2의 기가 찬 숨소리]

 

다들 '뭐 하나만 터져라터져라하는데

 

진짜 터지는 날에 천송이 끝장이야

 

[후배2의 코웃음]

 

[후배1의 헛웃음]

 

[전화벨이 울린다] [휘경의 생각하는 숨소리]

 

(민준당신 말대로 저 여자가 그렇게 유명하고 대단한 여자라면 [의미심장한 음악]

 

나는 당신 뭘 믿고 순순히 저 여자를 내주지?

 

[의아한 숨소리]

 

그 자식을 [전화벨이 계속 울린다]

 

내가 어디서 분명히 봤는데?

 

[휴대전화 알람음]

 

[기계 음성] 6

 

[흥미로운 음악]

 

[한숨]

 

[휘경의 힘주는 신음]

 

[웃음]

 

, 6시인데 퇴근들 안 하시나요?

 

[흥미로운 음악]

 

(휘경저는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조 부장)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살짝 웃으며

 

(조 부장어이신입!

 

너 말이야

 

내가 진짜 옛날부터 한마디 하려고 그랬었는데

 

(유 과장제가 하겠습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부장님제가 하겠습니다

 

[유 과장의 성난 숨소리]

 

(유 과장이휘경 씨

 

회사가 놀이터야놀러 왔어?

 

[멋쩍은 웃음]

 

저는 그저 오늘 업무를 다해서

 

(유 과장선배 업무가 안 끝나면 네 업무도 안 끝난 거야

 

신입이 빠져 갖고 말이야

 

오자마자 컴퓨터 바탕 화면에

 

연예인 사진 깔 때부터 내가 알아봤지!

 

[웃으며아유잠깐

 

제 여자 친구인데

 

시끄러워!

 

천송이가 네 여자 친구면 내 마누라는 김남주야!

 

(유 과장정신 상태가 썩은 거야

 

우리 회사 사람들은 바탕 화면에?

 

자기 업무에 관련된 거 올려놓거나

 

가족사진들을 올려놓으면서 의지를 다진단 말이지

 

'내 가족을 내가 먹여 살려야 되겠구나', ?

 

'최선을 다해야겠구나하는 의지 강한 의지!

 

그렇습니까?

 

'그렇습니까'는 무슨 '그렇습니까'!

 

[유 과장이 혀를 쯧 찬다]

 

얼른 가서 바탕 화면 바꾸고

 

(유 과장팀 사람들한테 커피 한 잔씩 돌리면서

 

'죄송합니다

 

[큰 소리로사회가 만만해?

 

?

 

그러겠습니다

 

[휘경이 중얼거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큰 소리로사회가 만만해?

 

[뿌듯한 탄성]

 

[전화벨이 울린다]

 

[뿌듯한 숨소리]

 

(조 부장유 과장 [최 대리의 한숨]

 

(유 과장그 녀석 커피 사러 갔죠?

 

제가 아주 혼꾸멍을 내 줬습니다

 

(김 과장

 

(조 부장왜 그랬어유 과장?

 

(김 과장이휘경 씨가 컴퓨터 바탕 화면에

 

자기 가족사진을 깔아 놓고 갔는데요

 

- (유 과장내가 깔라고 했지 - (김 과장 [유 과장의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유 과장아니회장님이 왜 여기 계시는 건가요?

 

그럼 상무님은 왜 또 저기에 계시는

 

(조 부장왜겠어?

 

(유 과장이게

 

(조 부장이휘경 씨가 회장님 아들이고

 

상무님 동생인가 보지

 

[유 과장의 놀란 숨소리] (최 대리어유과장님

 

(조 부장

 

나 아까 전에 이휘경 씨한테

 

조금 성질낸 거 같았지?

 

- (나 대리 - (최 대리아유과장님아유 [김 과장의 당황한 신음]

 

[조 부장의 한숨]

 

(조 부장나 왜 그랬을까?

 

(휘경커피 사 왔습니다

 

(김 과장아니… [직원들의 당황한 신음]

 

[휘경의 웃음]

 

아깐 제가 뭘 몰라서

 

제 업무는 다 끝났더라도

 

선배님들 모두 퇴근하시면 들어가겠습니다

 

우리 유 과장님이 제대로 가르쳐 주셔서요

 

[휘경의 웃음]

 

- (유 과장제가요? - (휘경

 

(조 부장누구

 

일 남은 사람 있었어?

 

(최 대리아니요

 

(유 과장전 아까부터 끝났는데요?

 

(조 부장그럼그럼

 

일은 업무 시간 안에 다 끝내야 되는 거야 [유 과장이 호응한다]

 

[함께 웃는다]

 

우리

 

다 같이 퇴근할까?

 

- (유 과장 - (휘경

 

 

[직원들의 웃음]

 

(조 부장커피 잘 마실게 아유뜨거워

 

 

[직원들의 당황한 신음]

 

(재경너 티 안 내고 잘하는 중이지?

 

[잔을 탁 내려놓으며당연하지

 

(휘경아무도 몰라 내가 형 동생인 거

 

[피식 웃는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휘경황 이사님

 

그래휘경아오랜만이다

 

잘 지내셨어요?

 

그렇지

 

한국에 들어왔다는 소식만 들었는데

 

(황 이사언제 밥이라도 먹자

 

(휘경어유물론이죠

 

대신 사셔야 됩니다

 

저 신입이라 진짜 월급 얼마 안 돼요

 

[피식 웃는다] [황 이사의 웃음]

 

그래그러자

 

(황 이사그리고

 

너 먼저 들어가라

 

 

이사님조만간 쳐들어갈게요

 

- (휘경맛있는 거 먹어요 - 그래

 

[휘경의 힘주는 신음]

 

[황 이사의 힘주는 신음]

 

무슨 일이세요?

 

며칠 전에도 한번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임세옥 씨 말입니다

 

(황 이사쇼핑몰 건축 부지 건 관련해 있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무래도 조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황 이사장례식장에서 유가족들의 얘기를 들었는데

 

사고 전의 그정황들도 좀 이상하고

 

그때도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우리 소관은 아닌 거 같은데

 

경찰에서 알아서 하겠죠

 

그렇지만 뭔가 좀 찜찜합니다

 

(황 이사사고 전날

 

우리 회사 사람을 만났다고 그러는데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자세히 알아봐야 할 것 같아서

 

그럼 그러세요

 

알아보세요

 

알겠습니다

 

(재경당뇨는 좀 어떠세요?

 

(황 이사

 

규칙적으로 혈당 체크하고 인슐린 맞고

 

그렇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사님 좋아하는 거 아시죠?

 

건강 관리

 

잘하세요

 

고맙습니다

 

그럼

 

[황 이사의 헛기침]

 

[멀어지는 발걸음]

 

[문이 탁 열린다]

 

[긴장되는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잔잔한 음악]

 

"기유년"

 

(송이아유배야

 

나 배 왜 이래?

 

[송이의 아파하는 신음]

 

아유배야

 

[힘겨운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범아

 

(누나

 

아유나 배가 너무 아파 나 지금

 

오른쪽 아랫배가 막

 

(저번에도 스트레스성 복통이라고

 

 

지난번이랑 달라

 

[아파하는 신음]

 

진짜 빨리 와

 

(저 아버지 제사라 충주 내려와 있어요 [힘겨운 숨소리]

 

- () 119 부르시는 게… - 이 새끼야

 

119 불렀다가 기사 쫙 깔릴

 

(그럼 어머니께 전화해 보세요

 

제가 할까요?

 

아유하지 마엄마한테 하지 마

 

내가 알아서 가 볼게

 

[아파하는 신음]

 

[힘겨운 신음]

 

[걱정스러운 숨소리]

 

오른쪽 아랫배면

 

맹장일 수 있는데

 

(민준그러든가 말든가

 

[익살스러운 음악] (송이아유배야

 

정신 차리자

 

나는 스타야

 

나는

 

아시아의 별이야

 

나는

 

국민

 

여신이

 

[난감한 신음]

 

[다급한 숨소리]

 

어휴어휴껌껌해

 

그래

 

(송이이거

 

[힘겨운 숨소리]

 

병원 패션도

 

내가 일인자여야만 돼

 

[도어 록 작동음]

 

[아파하는 신음]

 

[도어 록 작동음]

 

(송이아이저기요

 

[송이의  힘겨운 신음]

 

미안한데 지금 어디 가요?

 

?

 

근처

 

성민대학병원

 

새벽 2시에?

 

볼일이 좀 있어

 

아유아무튼

 

그럼 더 잘됐네요

 

내가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그러는데

 

[힘겨운 숨소리]

 

가는 길에 나 좀 데려다줄 수 있어요?

 

[흥미로운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민준저녁 무렵부터 오심과 구토 증상이 있었던 것 같고

 

[힘겨운 숨소리]

 

발열도 있네요

 

[송이의 아파하는 신음우측 하복부를 눌렀을 때 통증이 발생하고 있고

 

[비명손을 뗄 때 통증이 심해지는 반발통이 관찰되는 걸로 봐서

 

어펜더사이티스가 의심됩니다

 

뭐 합니까?

 

1년 차죠?

 

얼른 위의 선생님께 노티드리고

 

응급 수술 준비하세요

 

 

(의사근데 누구세요?

 

?

 

(의사그러니까 환자분이랑 어떤 관계시냐고요

 

[다급한 숨소리]

 

(송이내 매니저예요

 

내 매니저 - (민준내가?

 

[한숨]

 

설마

 

[힘겨운 숨소리] [의사의 짜증 섞인 한숨]

 

(의사아니무슨 매니저가 노티를 드려라 마라

 

[차트를 탁 덮는다]

 

아무튼 요새 의학 드라마가 너무 많아

 

난무하다

 

내가 왜 당신 매니저야?

 

나 여배우거든요?

 

오밤중에 낯선 남자랑 응급실 왔다고 얘기 나가면

 

'임신했다', '자살 기도 했다'

 

아주 별의별 흉한 소문 다 난다고요

 

아니그렇다고 사람을 갑자기 자기 매니저로

 

(간호사1) 천송이 씨 매니저시죠?

 

가서 수속해 주세요

 

[어이없는 숨소리]

 

(송이아이근데

 

나 진짜 맹장이면 수술 꼭 해야 되나?

 

해야지안 해그럼?

 

[짜증 섞인 신음]

 

자국 남을 텐데

 

(송이비키니 입어야 되는데

 

신경 좀 써 달라고 얘기 좀 해요

 

(민준과 송이) - 내가 왜? - 매니저 하기로 했잖아요

 

내가 언제?

 

(간호사1) 천송이 씨 매니저분

 

 

[익살스러운 음악]

 

[한숨]

 

[종이를 사락 넘긴다]

 

(직원이 번호 맞습니까?

 

 

(직원아니아직도 삐삐 쓰는 사람이 있네?

 

[황당한 웃음]

 

잠깐만요

 

[송이의 다급한 숨소리]

 

저기요

 

도 매니저

 

[호응한다]

 

[한숨]

 

(민준?

 

[부드러운 음악]

 

가면 안 돼요

 

(송이나 깼을 때

 

어디 가지 말고 꼭 옆에 있어요

 

(간호사2) 들어가실게요

 

(송이알겠지?

 

도 매니저어디 가지 마

 

가면 안 돼요

 

[문이 드르륵 열린다]

 

[힘겨운 신음]

 

[아파하는 숨소리]

 

(간호사2) 보호자분

 

[문이 드르륵 닫힌다]

 

(민준

 

복강경 수술을 하셔서 배에 가스가 차 있어요

 

(간호사2) 그걸 빨리 빼는 게 중요합니다

 

복도에 보시면 초록색 화살표 보이세요

 

환자분 부축하셔서 산책하듯이 몇 바퀴 도세요

 

그래야 방귀가 빨리 나옵니다

 

[힘겨운 숨소리]

 

나 그런 거 안 뀌어요

 

뀌셔야 퇴원을 하십니다

 

나 뀔 리가 없다고

 

(민준뀌면 알려 드리죠

 

[송이의 신음] (간호사2) 

 

[못마땅한 숨소리]

 

[송이의 힘겨운 신음]

 

(송이정말

 

환자복 너무 후져요

 

나 약간 핏되는 옷을 입어야 옷발이 사는데

 

혹시 레드 있냐고 물어봐 줄래요?

 

난 레드가 좀 잘 받는데

 

내가 그런 걸 물어볼 거 같아?

 

걷기나 해

 

[송이의 의아한 숨소리]

 

(송이근데 어마무시하게 이쁜 여자인가 보죠?

 

(민준뭐가?

 

나 닮았다는 여자

 

(송이나랑 헷갈릴 정도면

 

비주얼이 장난 아니란 얘기인데

 

잠깐 헷갈렸는데

 

자세히 보니 아니야

 

둘이 전혀 다른 사람이야

 

첫사랑 그런 거?

 

아니

 

미안한 사람

 

미안한 사람은 그 사람뿐이 아닐걸요?

 

(송이자기 인생을 한번 잘 돌아보라고

 

한둘이 아닐 거라니까?

 

아이딱 봐도 그쪽이 원한을 살 스타일

 

[송이의 아파하는 숨소리]

 

그 성성격을 고쳐 봐요

 

[뿡 소리가 난다] [송이의 놀란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됐네

 

내 거 아닌데?

 

간호사님

 

아니이거 내 거 아니라

 

[아파하는 신음]

 

(송이눈이네?

 

[아련한 음악]

 

[송이의 한숨]

 

첫눈이네

 

(이화첫눈이 오시네요

 

그거 아십니까?

 

이 나라 조선에선

 

첫눈이 오시는 날

 

그 어떤 거짓말을 해도 용서가 된답니다

 

심지어 왕에게 하는 거짓말도 용서받을 수 있는

 

유일한 날이랍니다

 

나리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사실은

 

 

나리가 좋습니다

 

제가 빨리 나이를 더 먹어서

 

어여쁜 여인이 된 모습을

 

나리께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웃음]

 

거짓입니다

 

놀라셨습니까?

 

(송이제가 말했잖습니까

 

오늘은 거짓을 고해도 용서받는 날이라고요

 

첫눈이 오시니까요

 

(송이첫눈 오는 날에는

 

치킨에 맥주인데

 

[익살스러운 음악]

 

막창에 소주라든가

 

돼지껍데기도 좋고

 

해물파전과 막걸리도 먹고 싶다

 

짜장면탕수육

 

(민준이거 봐

 

나 갑자기 산낙지도 당겨

 

(송이참기름 콕 찍어 가지고 꿈틀거리는 거 씹으면

 

그거 되게 쫄깃한데

 

어디 맹장이 아니고 뇌 수술 받은 거야?

 

[입맛을 쩝 다신다]

 

먹고 싶은 거 맘대로 다 먹어본 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나요

 

(송이짜장면에 탕수육은 1,395킬로칼로리

 

해물파전과 막걸리는 900킬로칼로리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치킨과 맥주는 무려

 

1,522킬로칼로리

 

이러니 내가 뭘 먹나?

 

가만있어 봐

 

맹장을 떼어 낸 거면

 

몸무게가 좀 줄어드나?

 

(민준헛소리할 시간에 잠이나 더 자든가

 

나 자면

 

가려고?

 

(송이사람들한테 내 매니저라고 얘기해 놨는데

 

가 버리면 좀 이상하게 생각할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내 말은… - (민준안 가

 

[한숨]

 

별자리가 뭐야?

 

물병자리인데 왜요?

 

(민준혹시 조만간 배 같은 거 탈 일 있나?

 

?

 

(민준물병자리는 배 타지 말라는데?

 

물을 조심하라고

 

[하품하며그래요?

 

아휴그런데 난 그런 거 안 믿어

 

그래도

 

조심하라는 거 조심해서 나쁠 거야 없지 않나?

 

안 그래?

 

[부드러운 음악]

 

[신문을 부스럭거린다]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경호원1) 외부인 면회 사절입니다

 

저 외부인은 아니고요

 

[한숨]

 

어디까지 말씀을 드려야 되나?

 

소문내시면 안 되는데

 

 

[살짝 웃으며천송이 남자 친구거든요

 

[헛웃음]

 

안 됩니다

 

확인시켜 드릴게요

 

(휘경

 

[휴대전화 조작음] [휘경의 헛기침]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전원이 꺼져 있어

 

[휴대전화 조작음얘가 전화를 꺼 놨네?

 

근데 저 정말 천송이 남친이에요

 

그런 사람들 오늘 아침에만 열 명도 넘게 다녀갔어요

 

아이나 그런 애들하고 다르다니까요

 

[한숨]

 

송이 매니저 어디 있어요?

 

그 친구가 날 알아요

 

(경호원1) 매니저분 나오시네요

 

이분이 자기가 천송이 씨 남자 친구라고 하는데요

 

맞습니까? - (휘경너 여기 왜 있어?

 

(휘경이 사람 매니저 아니에요!

 

(경호원1) 무슨 소리 하세요?

 

어젯밤에 이분이 천송이 씨랑 같이 입원하셔서

 

밤새 같이 계셨는데

 

밤새?

 

밤새?

 

(경호원1) 어떻게 할까요?

 

환자가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니까요

 

외부인은 절대 출입 금지시켜 주십시오

 

- (경호원2)  - (휘경

 

(휘경옆집

 

!

 

[카메라 셔터음] (기자천송이 씨랑 연예계 유명한 절친이시잖아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중학교 때부터 친했다면서요?

 

(세미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붙어 다녔어요

 

학교에서도 보고 촬영장에서도 보고요

 

[웃으며안 친해질 수가 없었죠

 

새벽에 천송이 씨가 맹장염으로 응급 수술을 받았다고 하던데요

 

병원에 가 보실 건가요?

 

이 인터뷰 끝나면 가 봐야죠

 

그런데

 

학창 시절 천송이 씨는

 

기자님 - (기자?

 

저한텐 궁금한 거 없으세요?

 

 

왜 없어요있죠

 

세미 씨는 남자 친구 있으세요?

 

[한숨]

 

10년 넘게

 

짝사랑해 온 남자가 있어요

 

[학생들이 술렁인다] [부드러운 음악]

 

(학생1) 휘경이다휘경이휘경이

 

(학생2) 휘경이다

 

[학생들의 탄성] (학생3) 휘경이휘경이다

 

(어린 송이아이

 

뭐야?

 

왜 이렇게 많아대사가?

 

[어린 세미의 웃음]

 

(어린 세미송이 네가 장희빈 아역이잖아

 

좋겠다

 

나도 세미 너처럼 삼월이 이런 거 하면

 

대사도 안 외워도 되고

 

추운데 물에 빠지고

 

이런 짓 안 해도 되잖아

 

(어린 세미 [문이 달칵 열린다]

 

(학생4) 이휘경이다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학생5) 잘생겼어잘생겼어

 

[학생들이 저마다 감탄한다]

 

(어린 휘경천송이

 

나 알지?

 

내가 이휘경이야

 

그게 누군데?

 

[학생들이 수군거린다]

 

너 이번에 초콜릿 광고 찍었지?

 

그것 때문에 빵 떠서 드라마까지 들어갔잖아

 

(어린 휘경그 초콜릿 회사 회장님이 우리 아빠야

 

그래서?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학생6) 

 

(어린 휘경뭐 생색내는 건 아니지만

 

너 이번에 초콜릿 광고 모델로 하자고 우리 아빠 조른 거

 

그거 나다

 

그래서 고맙다는 거야?

 

[코웃음 치며네가 아니고 내가?

 

내가 모델 하고

 

너희 아빠 회사 초콜릿 엄청 잘 팔린다더라

 

그거 고맙다고 인사하러 온 거냐고

 

[헛웃음] [무릎을 탁 친다]

 

누가 인사

 

나 그런 게 아니라

 

됐고난 그런 인사까지 받을 시간 없어

 

[어린 송이가 대본을 쓱 당긴다]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어린 휘경이 계집애야!

 

너 나 아니었으면 네가 이렇게 유명해졌을 거 같아?

 

그게 다 우리 아빠 싫다는 거 내가 설득해서

 

누가 그러랬냐?

 

[잔잔한 음악]

 

[헛웃음]

 

(세미단 한 번도 나를 봐 주지 않은 사람인데

 

왜 난 자꾸 그 사람만 보게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경호원들이 제지한다] (휘경나 참

 

제가 지금 송이 남자 친구라고 몇 번을 얘기를 하고 있어요? [경호원1이 호응한다]

 

내가 천송이 남자 친구라고

 

(휘경과 경호원1) - 내가 대체 몇 번을 말해요 - 알겠습니다

 

(경호원1) 예 맞아요맞아요

 

휘경아!

 

(휘경

 

넌 범이가 못 온다고 하면 날 불렀어야지

 

왜 그 자식을 끌어들이냐고

 

(송이마침 그 남자가 병원 갈 일 있다 하더라고

 

(세미새벽 2시였다며?

 

볼일이 있었대

 

[기가 찬 숨소리]

 

그 자식 계획적이네

 

(휘경아니면 걔야말로 네 스토커 아니냐?

 

[휘경의 한숨]

 

생각해 보니까 그렇네

 

옆집인데다 네 수업하는 교수고

 

서울이 뭐손바닥만 하냐?

 

이거 계획적인 접근 아니야?

 

억지 쓸 걸 써라

 

옆집으로 이사 간 건 나고 수강 신청 한 것도 나거든?

 

아휴

 

네 옆집으로 내가 이사 갈까?

 

그 자식 그거

 

자가래전세래?

 

세미야 얘 좀 데리고 집에 가이제

 

(세미그래송이 쉬게 우린 가자

 

(휘경너 가

 

나 오늘 여기 쭉 있다가 잘 거야

 

왜 자?

 

위험하잖아!

 

네가 제일 위험해네가

 

너 어머니한텐 전화드렸니?

 

(송이

 

나 머리 드라이해야 되지 않을까?

 

복도 왔다 갔다 할 때 사진 찍힐 수 있잖아

 

네 어머니 걱정하실 텐데

 

(송이거기 신문 좀 줘 봐

 

내가 너희들 별자리 운세 봐 줄게

 

(세미운세어디?

 

(송이줘 봐

 

[신문을 탁 편다]

 

내가 물병자리인데 물을 조심하라 그랬대

 

배 타지 말라고

 

[신문지를 사락 넘긴다]

 

뭐야없는데?

 

[신문지를 사락 넘긴다]

 

이 인간 뭐야?

 

있지도 않은 별자리 운세 타령 한 거야?

 

[신문을 뒤적인다]

 

[은은한 음악이 흘러나온다있지도 않은 운세가 어쩌고 해 가면서

 

(민준물가에 갈 일 있으면 가지 말라고 경고를 했거든요

 

먹히던가요?

 

원래가

 

남의 말을 들어 먹는 여자가 아니에요

 

그럼 그냥 내버려 두실 거예요?

 

난 할 만큼 했으니까

 

더 이상의 개입은 무리라고 봅니다

 

근데 저 왜 부르셨어요?

 

?

 

(영목아니저도 제 생활이라는 게 있는데

 

막 아무 때나 불러내셔 가지고는

 

그리고 천송이 씨 사건 더 이상 개입 안 하신다면서요

 

그러면 안 하시면 되지

 

[가방을 뒤적이며왜 자꾸 그 얘기를 하시는지

 

속으로 신경 쓰시는 거잖아요

 

예전엔 저 어려워하고 그러시더니

 

요즘 약간 편하게 생각하시는 거 같습니다?

 

아이, 30년 넘게 봤으면 편해질 때도 됐죠에이

 

(영목그리고 비주얼 무시 못 합니다

 

이게 누가 봐도 아들하고 아빠니까

 

[웃으며마음적으로도 좀 편해지긴 하더라고요

 

 

동방예의지국의 장유유서는 다 어디로 갔는지

 

제가 참 세상 돌아가는 거 보면 개탄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삐삐 알림음]

 

지금 이거 선생님 삐삐가 울린 건가요?

 

[삐삐가 계속 울린다]

 

아니삐삐 번호 저밖에 모르는 거 아니었습니까?

 

[삐삐 조작음] (영목처음 보는데요?

 

선생님 삐삐 울리는 거

 

전화 한번 해 보세요

 

도민준 교수님?

 

어머웬일이야

 

진짜 삐삐 써요?

 

나 천송이예요

 

(민준내 삐삐 번호 어떻게 알았어?

 

보호자 연락처에 적어 놓으셨던데요?

 

[민준의 한숨]

 

(민준무슨 일인데?

 

[신문을 뒤적이며아니 그별자리 운세 어디 있어요?

 

암만 찾아봐도 없던데?

 

[은은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있어

 

겨우 그것 때문에 연락한 건가?

 

부탁?

 

부탁은 들어줄 만큼 들어주지 않았나?

 

그런 부탁을 내가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어?

 

[철수와 혁의 웃음]

 

[철수가 코를 훌쩍인다] (내일 뭐 하냐?

 

(철수) [웃으며어 날이 좀 쌀쌀한 거 같아서

 

핀란드 가서 사우나나 하고 올까 해

 

아쉽네 - (철수?

 

(별다른 플랜 없으면 우리 집에 오라고 하려고 그랬지

 

[철수가 호응한다타이거 우즈랑 당구 한판 시원하게 치려고 그랬거든

 

[철수의 웃음]

 

(철수우리 집에 어제 잡스 왔었는데

 

[혁이 호응한다컴퓨터가 말썽이라 만든 사람더러 고쳐 달라고 했지

 

[함께 웃는다]

 

(이 새끼가

 

(홍 사장저기요

 

잡스는 고인이시거든요?

 

(철수에이김치 없어요?

 

[한숨]

 

800원짜리 라면 사서 천 원에 파는데

 

김치까지 어떻게 줘요?

 

아휴너무하네진짜어유 - (야박하다야박해

 

싫으면 그냥 가든지 [혁이 구시렁댄다]

 

(철수어유아휴잘 먹겠습니다 [혁이 입바람을 후 분다]

 

[철수와 혁이 후루룩 먹는다]

 

(홍 사장어서 오세요

 

[밝은 음악]

 

[홍 사장의 들뜬 숨소리]

 

어떻게 오셨나요?

 

책 좀 빌리러

 

암요암요

 

그런데 어떤 책을?

 

[뒤적인다]

 

'원룸의 집사'

 

(민준) '옆집 남자의 화려한 유혹'

 

[웃음]

 

'욕심쟁이 상사와 한밤중의 사무실'

 

[홍 사장의 웃음]

 

'폭군과의 계약 연애'

 

[웃음]

 

어머나

 

[반가운 숨소리]

 

[송이가 책장을 사락 넘긴다]

 

왜요?

 

뭐요?

 

(민준) '원룸의 집사'?

 

원룸에 집사가 왜 필요해?

 

집사 부를 돈으로 투룸을 얻어야지

 

[책을 탁 집는다]

 

이게 진짜 원룸이겠어요?

 

아유아무튼 사람이 상상력이 부족해

 

(민준욕심쟁이 상사와 한밤중에 사무실을 굳이

 

상상해야 되나?

 

[책을 툭 던진다]

 

[책을 탁 집으며저기요

 

내 인생의 책들이거든요?

 

모욕하지 말아요 [민준의 어이없는 숨소리]

 

그러는 그쪽은

 

얼마나 수준 높은 책들을 읽으시길래?

 

내 인생의 책은

 

'구운몽'이야

 

뭔 운몽요?

 

'구운몽'

 

 

그거 조선 시대 책 아니에요?

 

(송이아유 아무튼 고리타분해아유

 

옛날 건 다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해?

 

(민준) '구운몽'은 조선이 낳은 신개념 판타지 소설이었어

 

무려 '해리 포터'보다 400년이나 앞섰지만

 

뭐로 보나 그보다 못할 게 없는 작품이라고

 

저기요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몇 년생이에요?

 

[한숨]

 

[차 문이 탁 열린다]

 

(미연너 이 자식

 

넌 도대체 그동안 어디를 싸돌아다니느라고

 

집에도 안 들어오고

 

그 계집애는 어디가 아픈데 입원까지 한 거야?

 

[윤재 등을 퍽 때린다]

 

그 계집애라니누나더러

 

아무튼 빨리 들어가

 

기다려 봐

 

[PD가 설명한다]

 

안 대표님여기

 

(안 대표예예

 

[웃으며어머니

 

이쪽은 '천송이 스페셜찍고 있는 감독님

 

그리고 스태프분들이세요

 

[웃음]

 

수고가 많으시네요

 

제가 바로 천송이 엄마예요

 

(미연 [카메라 셔터음]

 

동생 천윤재

 

[PD의 탄성]

 

(PD) 역시 천송이 씨가 어머니를 닮으셨네요

 

[안 대표와 미연의 웃음]

 

다들 그렇게 얘기해요

 

근데

 

반사판은 안 대시나 봐요?

 

(PD) ? [흥미로운 음악]

 

(미연조명은 이게 다야?

 

[한숨] (PD) 

 

[안 대표의 어색한 웃음]

 

(안 대표잘 알아서 하시겠지만 오늘 설정이

 

바쁜 일정 때문에 오랫동안 서로를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이 [미연이 호응한다]

 

수술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와 동생이 급하게 오신 거거든요

 

아주 단란한 가족이 콘셉트예요

 

(미연안 대표

 

'돈 워리'

 

그럼 내가 택시에서 내리는 것부터 찍는 건 어때?

 

울면서

 

나 눈물 3초면 뽑는데

 

(안 대표) [손가락을 딱 튀기며굿 아이디어예요

 

(미연그렇지?

 

그럼 일단 택시 섭외부터

 

(안 대표?

 

카메라 뽀개 버리기 전에 찍지 마요

 

(윤재?

 

(미연저런 썩을

 

[흥미로운 음악] [안 대표의 난감한 숨소리]

 

[미연의 멋쩍은 웃음]

 

3병 아시죠?

 

그런 얘기 있더라고요

 

외계인도 중2랑 고3들 무서워서

 

지구 침략을 못 한대

 

[미연과 안 대표의 웃음]

 

[PD와 작가의 어색한 웃음]

 

(안 대표어쩌죠단란한 가족이 콘셉트인데

 

(미연일단 윤재 저 새끼는 빼고

 

나만 찍어 달라 그래

 

내가 최대한 단란하게 해 볼게

 

(안 대표

 

(미연솔직히 연기는 내가 송이보다 나아

 

[안 대표의 어색한 웃음] [미연의 웃음]

 

[문이 드르륵 열린다]

 

천윤재

 

- (윤재살아 있냐? - (송이너 이 새끼

 

누나 전화도 안 받고

 

엄마가 그러는데 너 가출을 밥 먹

 

[아파하는 숨소리]

 

입 닫고 누워나 있어라

 

살아 있으면 됐다

 

(송이

 

너 누나 1년 만에 봐 놓고 그냥 가게?

 

일로 와누나가 용돈 좀… - (윤재됐어

 

(윤재나 알바해서도 내 밥벌이는 하거든?

 

누가 알바하래?

 

집에 붙어서 공부하라니까

 

몰랐냐?

 

나 네 돈 받아 쓰기 싫어서 집 나간 거야

 

(윤재집에 있으면 네 돈 써야 되니까

 

 

누나한테 말 고따위로 할래?

 

그러니까

 

집에 돈 보내지 마

 

(윤재네 돈 때문에 우리 집이 이 모양이야

 

아빠도

 

너 아니면 그렇게 안 됐어

 

천윤재

 

(미연송이야

 

[울먹이며내 딸

 

[미연의 떨리는 숨소리]

 

얼마나 아팠니?

 

엄마가 왔어

 

[문이 스르륵 닫힌다]

 

아유아유우리 아들

 

자기 누나 아프다고 속상해서 표정 좀 봐

 

[미연의 감격한 숨소리]

 

얘네들이 우애가 이렇게 깊어요

 

(안 대표저기저기

 

거기

 

[문이 드르륵 열린다]

 

[문이 드르륵 닫힌다]

 

[흐느낀다]

 

송이야

 

제발 이러지 좀 마!

 

나가엄마

 

다들 나가 주세요

 

[작은 목소리로끊어

 

(미연계집애가 나이 먹으면서 성질머리만 더 더러워져

 

얼굴이랑 몸매만 날 닮고

 

성격은 날 안 닮았어

 

(안 대표그러니까요

 

어머님

 

다음 달이 계약 만료인데 재계약하실 거죠?

 

사인은 늘 어머님이 해 오셨으니까

 

(미연몰라

 

제국이며 팬텀에서 얼마나 연락들을 해 오는지

 

[안 대표의 한숨]

 

아역 때부터 너무 한 회사랑만 하는 거 아니냐고

 

이제는 둥지를 옮겨 볼 때가 되지 않았냐고

 

(안 대표아 그둥지를 옮기면 뭐 합니까

 

번거롭기만 하지

 

구관이 명관

 

오래된 친구가 진정한 친구

 

안 대표

 

근데 난

 

신상 좋아하잖아

 

어머니간만에 저랑 백화점 나가실래요?

 

(안 대표신상 많던데?

 

(여자2) 천송이 이 병원에 입원했대

 

(여자3) 정말어디 아프대?

 

[감성적인 음악]

 

(민구우리 딸

 

아빠!

 

(민구일로 와

 

[어린 송이와 민구의 웃음]

 

추운데 안에서 기다리지

 

사 왔어?

 

(민구사 왔지요우리 치킨 귀신

 

[민구의 웃음역시

 

눈이든 비든 하늘에서 뭐 내리는 날엔

 

치킨에 맥주라니까

 

요 녀석아

 

너는 맥주 안 돼콜라?

 

알아알아 [민구의 웃음]

 

(민구요 녀석그냥

 

어느 세월에 커서 아빠랑 맥주 한잔하지?

 

[한숨]

 

[송이가 울먹인다]

 

[송이가 코를 훌쩍인다]

 

아유나 왜 이러냐?

 

[스위치 조작음]

 

[황 이사의 지친 한숨]

 

[피곤한 숨소리]

 

[황 이사가 숨을 후 내뱉는다]

 

[황 이사의 한숨]

 

[채혈기 작동음]

 

[혈당 측정기 작동음]

 

[황 이사의 한숨]

 

[전화벨이 울린다] [혈당 측정기를 달그락 넣는다]

 

[서랍을 드르륵 닫는다]

 

[힘주는 숨소리]

 

여보세요?

 

(재경이사님

 

제 방으로 잠시 올라와 주실 수 있을까요?

 

알겠습니다

 

[수화기를 달칵 내려놓는다] [숨을 하 내뱉는다]

 

[긴장되는 음악]

 

[힘겨운 숨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긴장되는 효과음]

 

[황 이사의 비명]

 

[힘겨운 신음]

 

[힘겨운 숨소리]

 

[황 이사의 떨리는 숨소리]

 

[퍽 소리가 난다]

 

[휴대전화가 툭 떨어진다]

 

[황 이사의 힘겨운 신음]

 

[거친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

 

 

황 이사가 뭐가 어떻게 돼?

 

저혈당성 쇼크사랍니다

 

인슐린이 과다 투여 된 거 같다고

 

(범중아니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왜 그런 일이 생긴 거야?

 

그 친구가 당뇨 하루 이틀 앓아?

 

그런 실수를 할 친구가 아니잖아

 

정 기사 불러라

 

장례식장으로 곧장 가자

 

(재경알겠습니다

 

[심호흡한다]

 

[심전도계 비프음]

 

(송이연약하고 청초해 보이지만 추레하지는 않게

 

(민아보세요

 

(송이

 

이거 좀 가르마가 작위적인 거 아니냐?

 

 

침대에서 막 일어난 것처럼 부스스하고 흐트러져 있는데

 

어딘가 묘하게 섹시한 느낌 있잖아

 

섬유 유연제 CF 같은 거 찍을 때 그런 콘셉트

 

?

 

(민아드라이 다시 들어갈게요

 

(송이

 

[문이 드르륵 열린다]

 

(누나 구두 암만 찾아 봐도 없는데요?

 

그게 왜 없냐?

 

분명 병원 올 때 신고 왔는데

 

누나 물건은 다 그 교수님이 가져갔다던데요?

 

딴건 다 있는데 왜 그 구두만 없지?

 

[경쾌한 음악]

 

그 구두

 

(민준그쪽 건가?

 

뭐야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민준사랑은

 

성욕을 기반으로 한 성적 쾌락을 무기로 합니다

 

인간은 그 과정에서

 

그 무엇보다 뜨겁고

 

달콤한 환상을 만들어 내는 거죠

 

여러분은 가끔

 

사랑이 영원할까 고민할 겁니다

 

단언컨대

 

그대들의 사랑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사랑의 유효 기간은 자연의 법칙을 따르고

 

인간은 거기로부터 절대로 벗어날 수가 없죠

 

사랑이 거룩하다면 그 이유는

 

종족을 유지시키고 번성시키기 때문일 뿐

 

이 이상의 이유는 없습니다

 

따라서 사랑이 보여 주는 잠깐의 허상 때문에

 

여러분의 소중한 것을 희생시키는 행위는 하지 마십시오

 

[삐삐 알림음]

 

(학생7) 뭐야누구 거야?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삐삐 조작음]

 

자꾸 삐삐 치지 말랬지?

 

(민준확실히 말할게

 

내 삐삐 번호 지워 줬으면 좋겠어

 

불어요 - (민준?

 

내 구두 어디 있어요?

 

구두?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구두가 없어졌다고요 딴건 다 있는데

 

[한숨]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그런 거지

 

난 모르는 일이야

 

진짜 이렇게 나올 거예요?

 

(송이아니지난번에 병원에서 도와준 거 고마워서

 

'사람이 그렇게 안 봤는데 괜찮은 사람이구나'

 

내가 그랬는데

 

이런 식으로 뒤통수치나?

 

당최 무슨 소리인지

 

여자 구두는 갖다 얻다 쓰려고 그래요?

 

내가 가져간 거 아니라니까!

 

[익살스러운 음악]

 

[한숨]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유라오빠 동생이 아직도 천송이한테 목맨다면서?

 

오빠가 좀 말려

 

?

 

왜냐니?

 

오빠랑 내가 결혼했는데 천송이가 오빠 동생이랑 결혼하면

 

천송이 그거랑 내가 동서지간 되잖아

 

아휴나 걔 싫다고

 

내가

 

너랑 결혼해?

 

그럼 안 해?

 

(유라우리 이렇게 만난 지 1년이야

 

맨날 이렇게 밀실에서만 만나니까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디스패치는 요새 열심히 일 안 하는 거 같아

 

이런 대박 기사가 있는데

 

?

 

다른 사람한테 알리고 싶어?

 

뭐야?

 

결혼 안 하겠다는 거야?

 

그럴 거면 헤어져

 

[살짝 웃는다]

 

그게 싫으면 결혼하고

 

오빠 혹시

 

전 부인 때문에 그래?

 

난 그 여자랑은 달라

 

알잖아

 

그리고

 

난 내가 알고 있는 거

 

절대로 다른 사람들한테 얘기 안 할 거야

 

[살짝 웃는다]

 

(유라아참

 

나 노서영 결혼식 초대받았는데

 

그룹 둘째가 오빠 친구지?

 

(재경

 

오빠도 초대받았지우리 같이 가자

 

그래그러자

 

[살짝 웃는다]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씁 수술받고 고생해서 그런가?

 

살 빠져서 더 이뻐진 거 같아

 

(송이좀 그렇지?

 

꼭 남의 결혼식 갈 때 난 더 이쁘고 그러더라

 

그러니 결혼식 갈 때마다

 

민폐 하객이라고 사람들한테 욕먹지

 

(메이크업 아티스트) [웃으며그래요?

 

그럼 오늘은 좀 덜 이쁘게 하고 갈까? [송이의 한숨]

 

이대로 가면 신부한테 민폐인데?

 

내가 오늘 '민폐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 줄게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웃음]

 

(송이아이근데 노서영 이 계집애는

 

무슨 결혼식을 크루즈를 타고 해?

 

이 엄동설한에 드레스 입고 배 타다

 

얼어 죽으라는 거야뭐야?

 

(메이크업 아티스트보안 때문에 그런다잖아요

 

특급 호텔에서 해도 몰래 들어올 놈들은 또 들어오니까

 

- (송이도착했니? - (민아

 

근데요언니 사이즈가 없어서

 

(민아바로 이 사이즈예요

 

이것도 급하게 공수해 오느라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아휴할 수 없지

 

(송이아휴 멀쩡한 걸 잃어버려 가지고

 

핸드폰 좀 줘 볼래?

 

 

(민아여기요

 

[휴대전화 조작음] [안내 음성삐삐 호출을 원하시면 1번을

 

녹음을 원하시면 2… [휴대전화 조작음]

 

[삐 소리가 난다]

 

저기요도민준 교수님

 

나 천송이예요

 

나 그 구두 다시 샀어요 거액을 주고요

 

저번에 신세 진 것도 있고 하니까 그냥 넘어가는데요

 

언제 정식으로 사과하세요

 

나 아직도 그걸 왜 가져갔는지 진짜 이해가 안 되거든요?

 

[휴대전화 조작음] [안내 음성녹음되었습니다

 

(유라!

 

내 눈에 띄지 말랬지?

 

[코웃음]

 

싫댔잖아

 

어쩌나오늘 결혼식에도 보게 생겼는데?

 

좋게 말할 때

 

오지 마라

 

(송이왜요?

 

열심히 꾸미고 갔는데

 

기사엔 내 사진만 나올까 봐?

 

애썼는데 왜?

 

자신감을 가져요

 

! - (송이맞다

 

마정봉 감독님 영화 나한테 들어왔는데

 

(송이언니가 개런티 깎아 준다고 꼭 하고 싶다 그랬다면서요?

 

나도 마 감독님 건 놓치기 싫어서 개런티 깎고 한다 그랬어요

 

내가 칸이라도 가야 언니랑 덜 마주치지 싶어서

 

[유라의 성난 숨소리]

 

[유라가 소리친다]

 

[불안한 음악] [유라가 씩씩댄다]

 

내가 저 계집애

 

죽여 버리든지 내가 죽든지 할 거야

 

[성난 숨소리]

 

(녹음 속 송이나 천송이예요

 

나 그 구두 다시 샀어요 거액을 주고요

 

저번에 신세 진 것도 있고 하니까 그냥 넘어가는데요

 

언제 정식으로 사과하세요

 

나 아직도 그걸 왜 가져갔는지 진짜 이해가 안 되거든요? [불안한 음악]

 

[소란스럽다]

 

지금 이곳은요 배우 노서영 씨와

 

그룹 장해철 회장의 차남 장준영 씨의 결혼식이 열리는

 

크루즈 앞입니다

 

(리포터철통 보안 속에

 

많은 정재계 인사와 대형 스타들이 속속 입장하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취재진이 지금 보이십니까?

 

말씀드리는 순간 배우 천송이 씨가 등장했습니다

 

가시죠가시죠

 

[긴장되는 음악]

 

[쿵 떨어진다] [풍덩 소리가 난다]

 

왜 사랑을 믿지 않느냐고요? [발랄한 음악]

 

완전 믿죠 [카메라 셔터음]

 

옛날에도 그런 사람들 많았어요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을 한다면서

 

마님이랑 머슴이 바람나서 밤도망 가고

 

그런데 목숨 걸었던 그 사랑은 3년도 못 가서 끝이 나요

 

마님은 호미 들고 바람난 머슴 잡으러 돌아다니고

 

[웃음]

 

프러포즈요?

 

나만을 위해서 노래를 불러 주는 거?

 

무릎 꿇고

 

무릎 꿇고 노래 부르며 결혼을 구걸하는 인간들

 

유치하죠

 

유치한 맛으로 하는 거죠 사랑이란 게

 

사랑은 시간을 못 이깁니다

 

모든 걸 다 이기는 사랑

 

저도 곧 만날 거 같아요

 

만나면 저도 가겠죠

 

시집갈 때 됐잖아요

 

[송이의 웃음]

 

[반짝이는 효과음] [경쾌한 음악]

 

(영목결국 그 구두를 신고 그 배를 탔다 이 말입니까?

 

그분에게 정말 나쁜 일이 생기면

 

아무렇지 않을 자신 있으십니까?

 

(세미송이가 없어졌어요 아무리 찾아도 없어

 

(휘경그걸 어떻게 믿냐고!

 

(이 남자가 사라질 때 천송이 씨도 사라졌어요

 

(송이나 그날 정말 이상한 일이 있었어

 

혹시 그날 거기 왔었나?

 


 

.별에서 온 그대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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