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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1

 

복동희, 날아 봐

 

[동희의 힘주는 소리]

 

[연신 힘주는 소리]

 

복귀주

 

[여자] 과거로 돌아가 봐

 

[다가오는 발소리]

 

[귀주의 거친 숨소리]

 

눈 감아, 얼른

 

[남자] 야, 너…

 

복이나, 니 차례야

 

[흘러나오는 휴대전화 게임 소리]

 

[여자] 너는 중학생이나 됐는데

 

언제쯤 뭐라도 좀 보여 줄래?

 

[남자] 할머니가 잠을 못 자서 좀 예민해

 

[연신 흘러나오는 게임 소리]

 

엄마는?

 

[귀주 모] 미래가 안 보인다 한 치 앞도

 

잃어버린 걸 되찾지 못하면 복씨 집안은 여기서 끝이야

 

차라리 다 같이 바다에 뛰어들자

 

- [흥미진진한 음악] - [귀주 부] 여보!

 

[놀라는 소리]

 

[비장한 숨소리]

 

[귀주 부의 놀란 소리]

 

[거센 파도 소리]

 

[새 지저귀는 소리]

 

[귀주 모의 한숨]

 

[힘주는 소리]

 

[멀리 아이의 웃음]

 

[아이, 아이 아빠의 탄성]

 

[아이 아빠] 와, 잡았다

 

[동희] 회 한 점이라도 먹고 뛰지?

 

여기 감성돔이 잘 잡힌다는데

 

[한숨]

 

[귀주 모] 도대체가 앞날이 캄캄해

 

미래를 보시는 분이 앞날이 캄캄하면, 어?

 

[동희] 엄마부터 뛰어들어야겠네

 

[귀주 모] 아, 죽기 살기로 살아 볼 생각을 해야지

 

죽을 걱정만 하고 있으니

 

죽기 살기로 돌아가 보자고

 

우리가 우리다웠던 때로

 

눈만 감았다 뜨면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었잖아

 

돌아가자고, 제발!

 

[신비로운 효과음]

 

[의미심장한 음악]

 

과거로 갔나?

 

[행인1] 저기 사람 빠졌어요 저기 사람 빠졌어!

 

저기 사람 빠졌어 사람, 사람, 사람!

 

저, 사, 사람인 거 같은…

 

야, 저기 사람, 사람!

 

저, 저기 사람 빠졌어요!

 

저기 사람 빠졌어, 사람!

 

[철썩이는 소리]

 

[거친 숨소리]

 

[귀주] 행복했던 과거?

 

[아련한 음악]

 

[긴장되는 음악]

 

[행인2] 어, 저기 어떡해

 

- [행인2의 걱정하는 소리] - [여자의 거친 숨소리]

 

어머, 어유, 어떡해

 

저기 어떡해 죽은 거 아니야? 어?

 

살아 있어?

 

- [여자의 힘겨운 숨소리] -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행인3] 신고 좀 해 줘 누가 신고 좀…

 

[여자] 저기요, 저기요

 

[거친 숨소리]

 

[여자의 거친 숨소리]

 

[사람들의 걱정하는 말소리]

 

[쿨럭거리는 소리]

 

[여자] 저기요

 

[의미심장한 효과음]

 

[아련한 음악]

 

세연아

 

세, 세연아

 

- [귀주] 세연아 - [놀란 숨소리]

 

- [귀주 모] 귀주야! - [귀주 부] 천천히, 어?

 

[거친 숨소리]

 

[여자] 괜찮아요?

 

[귀주의 거친 숨소리]

 

[여자의 놀란 소리]

 

귀주야, 귀주야!

 

[귀주 부] 감사합니다

 

[심전도계 비프음]

 

[귀주 모] 아, 어떻게 물에 뛰어들 생각까지…

 

[귀주] 안 뛰어들었어요

 

- 빠진 거지 - [귀주 모의 어이없는 소리]

 

[동희] 그래

 

이나한테도 그렇게 말해 뒀어

 

아빠가 술 처먹고 스노클링이 하고 싶었던 거라고

 

[귀주 부] 야

 

[차분한 음악]

 

[흘러나오는 게임 소리]

 

괜찮으니까 됐어

 

다음부턴 조심하자

 

[한숨]

 

[여자의 거친 숨소리]

 

경황이 없어서 연락처도 못 받았네

 

[직원1] 오늘 복 여사님 오신대

 

그 불면증?

 

마사지받다 잠들게 해 주면 팁이 백만 원이라며?

 

[직원1] 야, 꿈 깨

 

그 백만 원 절대 아무도 못 받아

 

아니, '오일은 언제 개봉했냐'

 

[직원2] '요즘 날씨가 훅한데 상한 건 아니냐'

 

아니, 멀쩡한 거 확인시켜 주면

 

'이런 날씨에 멀쩡하면 오히려 이상한 거다'

 

'방부제든 뭐든 화학 성분이 들었단 거다'

 

'천연 오일은 순 거짓말이다'

 

잠들 틈이 있겠어?

 

[직원3] 아, 병원 가서 수면제를 먹지

 

[직원2] 편견 덩어리 옛날 사람이야

 

'내성 생긴다'

 

'의존하다 부작용 온다'

 

'자연 요법이 최고다'

 

- [직원3] 진상, 나 안 들어갈래 - [직원2] 어, 나도 싫어

 

- [직원4] 나도 안 해 - [직원5] 나도 안 할래

 

[매니저] 다 싫으면 누가 들어가니?

 

누가 들어가?

 

내가 들어가?

 

[직원6] 제가 들어가도 될까요?

 

[매니저] 신입?

 

다해 씨 야무진 건 알지만 매번 궂은일은 혼자서 다 하고

 

괜찮겠어요?

 

그래야 저도 배우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다해] 처음 뵙겠습니다 도다해라고 합니다

 

차부터 한잔하시겠어요?

 

[귀주 모] 밍밍한 허브티라면 됐어요

 

[다해] 지리산 약초로 제가 만든 차예요

 

산에 다니는 걸 좋아해서

 

잠을 잘 못 주무신다고 들었어요

 

불면증에 좋은 약초들로 우렸는데

 

[귀주 모가 씁 맡으며] 향은 괜찮네

 

[다해] 음

 

최근에 어디 바람 쐬러 다녀오셨어요?

 

[쓱 서랍 열며] 피부가 거칠고 발긋해서요

 

[고민하는 소리]

 

[쓱 닫으며] 손상된 피부를 진정시키는 오일로

 

준비해 오겠습니다

 

[드르륵 문 여닫히는 소리]

 

[귀주 모의 신음]

 

[귀주 모] 힘이 세네

 

[다해] 부드럽게 할까요?

 

[귀주 모] 아니, 이대로 괜찮아요

 

- 좋은 오일이나 제품도 많지만 - [차분한 음악]

 

[다해] 저는 손만 한 도구가 없는 거 같아요

 

[귀주 모] 그렇지

 

[다해] 저는 손으로 기운을 불어넣는다고 생각해요

 

여기 다 지치고 기운이 바닥나서 오시는 분들이니까요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산으로 바다로 일부러 찾아다녀요

 

좋은 기운 받아서

 

이렇게 제 손으로 직접 전해 드리려고요

 

[귀주 모] 그러게

 

안 그래도

 

머리끝까지 수렁에 잠긴 기분이었는데

 

지금껏 받았던 마사지랑은 좀 달라

 

손끝에서 특별한 기운이 느껴져

 

우리 가족한테는 없는 거

 

그게 뭔데요?

 

[귀주 모] 건강

 

건강이요?

 

[귀주 모] 그래, 건강

 

우리 가족한테 무엇보다 필요한 거

 

[똑똑 노크 소리]

 

[귀주 모] 어?

 

벌써 끝났나?

 

여사님, 깨셨어요?

 

어, 내가 잤다고?

 

그럴 리가

 

[귀주 모가 놀라며] 세상에

 

내가 몇 시간이나 잔 거야?

 

[매니저의 놀란 숨소리]

 

감사합니다

 

아까 저쪽 방에 들어왔던 선생 이름이 뭐였더라?

 

 

[매니저] 어, 저기

 

도다해입니다

 

[귀주 모] 어, 도다해…

 

어, 잠깐

 

맞죠? 며칠 전에 바다에서

 

[귀주 모] 귀주야!

 

[다해] 어…

 

네, 바다에 다녀오긴 했는데

 

맞네, 맞네

 

아유, 세상에, 어떻게 여기서 만나

 

[귀주 모] 안 그래도 내가 꼭 찾고 싶었는데

 

[당황한 웃음] 무슨 말씀이신…

 

내 아들이 바닷물에 뛰어들…

 

[매니저] 아드님이 바닷물에?

 

[다해] 아, 그

 

아드님 신발이 파도에 휩쓸려서 제가 도와드렸었죠

 

- [밝은 음악] - 아유, 그랬죠, 그랬죠

 

- [귀주 모] 너무 아끼는 신발이라 - [다해] 네

 

[다해, 귀주 모의 웃음]

 

아, 받아요

 

[귀주 모] 아니지, 아니지 이걸로 모자라지

 

 

[직원들의 놀란 숨소리]

 

[다해] 이러지 마세요 편히 주무시지도 못했는데

 

아무래도 내 방, 내 침대가 아니면 편치 않으시죠?

 

그럼 집으로 한번 와 줄래요?

 

- [귀주 모] 출장도 가능하지요? - [매니저의 놀란 숨소리]

 

[매니저가 웃으며] 네 아, 물론이죠

 

[귀주 모의 웃음]

 

[귀주 모] 응

 

[다해] 네, 그러면 다음엔 댁에서 뵙겠습니다

 

[귀주 모의 옅은 웃음]

 

[새소리]

 

[초인종 소리]

 

[인터폰 신호음]

 

안녕하십니까, 여사님 일루전스파 도다해입니다

 

[철컹 소리]

 

[몽환적인 음악]

 

[다해] 계세요?

 

[신비로운 음악]

 

여사님

 

[귀주 모] 왔어요?

 

[다해] 어?

 

[웃으며]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 이리로 - [다해] 아, 네

 

[다해] 와 정원이 너무 예뻐요, 여사님

 

- [어두운 음악] - 직접 가꾸시는 거예요?

 

[어두운 효과음]

 

[귀주의 한숨]

 

[옅은 기침]

 

[거친 숨소리]

 

[뎅그렁 부딪는 소리]

 

[귀주 모]

 

[다해] 차부터 한잔하시겠어요?

 

[옅은 웃음]

 

[살짝 웃으며] 잠시만요

 

[귀주의 힘주는 소리]

 

[연신 힘주는 소리]

 

[다해] 저, 실례합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귀주의 거친 숨소리]

 

[귀주] 아 자동 오프너가 있었는데

 

[달그락거리는 소리]

 

[우당탕 떨어지는 소리]

 

[탁]

 

[달그락 찾는 소리]

 

[다해] 이거 이렇게 두면 위험할 텐데

 

[귀주] 아씨

 

[귀주의 짜증스러운 한숨]

 

제가 해 드릴게요

 

[귀주] 아, 됐어요

 

- [쨍그랑] - [다해의 놀란 소리]

 

[흥미로운 음악]

 

[다해] 봐 봐요, 위험하다니까

 

[귀주] 그냥 둬요

 

[다해] 어, 움직이지 마세요

 

위험해요, 취하신 거 같은데

 

[귀주 모] 어머나

 

아, 이게 무슨 일이야, 응?

 

귀주 니가 그랬어?

 

너 괜찮니?

 

[다해] 어! 잠시만요

 

네, 이제…

 

이제 좀 됐어요

 

[귀주 모] 세상에나, 고마워라

 

두 번씩이나 우리 귀주를…

 

어, 그, 인사는 했니?

 

[다해] 아

 

- [차분한 음악] - [귀주 모] 너 구해 준 분이잖아

 

도다해 씨

 

이름도 이쁘지? [옅은 웃음]

 

이쪽은 내 아들 복귀주

 

아유, 이게 뭐야, 얘가

 

괜찮으신 거 보니까 마음이 놓이네요

 

- [귀주 모의 웃음] - [귀주] 아

 

- 목숨값 받으러 오셨구나 - [귀주 모의 놀란 숨소리]

 

사례는 이쪽에서 해 주실 겁니다, 예

 

[귀주 모] 아, 얘 생명의 은인한테 너 그게 무슨…

 

복귀주

 

[멋쩍게 웃으며] 아이, 귀주야!

 

얘, 귀주야

 

귀주야!

 

[멀어지는 발소리]

 

[후 내뱉는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똑 여는 소리]

 

- [발소리] - [뚝 멈추는 흥미로운 음악]

 

[귀주 모] 도다해 씨 부모님은 근심이 없겠다

 

따님이 야무져서

 

[다해] 두 분 다 안 계세요

 

오, 저런

 

내가 괜한 소리를

 

다른 가족은?

 

혼자예요

 

[다해] 결혼도 했었는데

 

- 잘 안됐어요 - [귀주 모] 아

 

벌써 결혼을?

 

[멋쩍은 웃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했는데요

 

[귀주 모의 놀란 소리]

 

- [비밀스러운 음악] - 어쩌다?

 

[멋쩍은 웃음]

 

[달칵 문 열리는 소리]

 

[다해] 자기야

 

내가 오늘 밤을 위해 뭘 준비했는지 알아?

 

[다해의 웃음]

 

짜잔…

 

[여자의 신음]

 

자기야

 

[다해] 첫 번째 남편은

 

[놀란 숨소리]

 

틈만 나면 다른 사람을 찾았고요

 

[전남편] 아, 도망가지 말라고!

 

[전남편의 취한 말소리]

 

아, 씨

 

[다해] 두 번째 남편은

 

술만 마시면 다른 사람이 됐고요

 

- [전남편의 성난 고함] - [쨍그랑]

 

[거친 숨소리]

 

[다해] 제가 성급했죠, 뭐

 

가족이 너무 갖고 싶어서

 

가족이 갖고 싶다?

 

실은

 

내 아들 귀주한테도 비슷한 상처가 있어요

 

[귀주 모] 사고로 아내를 잃었거든

 

오래전 일이에요

 

20대 초반

 

철없고 아무것도 모를 때 저질러 버린 결혼이라

 

결혼 생활도 순탄치 못했고

 

그런데도 여직 가슴에서 지우질 못하는 건

 

그만큼 사랑에 진심인 남자란 거지

 

[옅은 웃음]

 

[다가오는 발소리]

 

[귀주 부] 나 왔어요

 

내가 좀 늦었지요?

 

[힘주며] 근데 우리 귀주 구해 준 사람은요?

 

갔어요

 

[귀주 부] 아, 밥 먹고 가라고 안 했어요?

 

한우며 송이며 장 잔뜩 봐 왔는데

 

뒤에 예약 손님이 있다고 칼같이 가 버렸어요

 

[비밀스러운 음악]

 

[여자1] 아, 새벽에 일어났더니 너무 피곤해

 

[여자들의 대화 소리]

 

[귀주 모] 우리 귀주처럼

 

가족을 잃고 아픔을 겪은 사람이에요

 

엄마, 나 밥

 

[다해 모] 아, 예, 어서 오세요

 

- [여자2] 빨리 좀 부탁해요 - [다해 모] 네, 네, 감사합니다

 

야, 손님 줄 섰어, 라면 끓여 먹어

 

알았어

 

[귀주 모] 인스턴트가 아니라

 

집밥 같은 사람이랄까?

 

[계속되는 비밀스러운 음악]

 

[타닥타닥 점화 소리]

 

[연신 울리는 타닥타닥 소리]

 

- [놀란 비명] - [댕그랑 떨어지는 소리]

 

[댕그랑 줍는 소리]

 

[댕그랑 떨어지는 소리]

 

[힘겨운 숨소리]

 

[귀주 모] 과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우리 귀주하고는 달라요

 

사람을 잘못 만나 아픔을 겪었는데도

 

여전히 가족을 원하는 것 같더라고

 

[귀주 부] 의지할 가족도 없이 혼자라서 마음에 든 거 아니고요?

 

우리 집에 들어왔다 무슨 일 생겨도

 

문제 일으키지 않도록

 

나처럼 말이에요

 

[코 고는 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어두운 효과음]

 

[놀란 숨소리]

 

[의아한 소리]

 

[다가오는 발소리]

 

웬일이에요?

 

[귀주 부] 이렇게 깊은 잠을 다 자고

 

깨워도 못 일어나서 걱정했어요

 

꿈을 꿨어요

 

꿈이요?

 

[귀주 모] 뿌예서

 

- [의미심장한 음악] - 시원하게 다 보이진 않았는데

 

[귀주 부] 그래도 이게 얼마 만에 꾸는 꿈이에요?

 

주는 대로 감사히 받아야죠

 

뭐가 보였어요?

 

그 사람이에요, 도다해 씨

 

[귀주 모] 우리 집안 반지를 끼고 있었어요

 

설마

 

틀림없어요

 

우리가 잃어버린 능력을 되찾아 줄

 

구원자야

 

[귀주 모] 토요일에 정식으로 집으로 초대해야겠어요

 

[탁 내려놓는 소리]

 

[귀주] 저기, 이나야

 

토요일에 말인데

 

혹시 뭐 갖고 싶거나

 

필요한 거 있으면

 

그, 아빠한테 말해 줬으면 좋겠…

 

[흘러나오는 휴대전화 게임 소리]

 

[차분한 음악]

 

아, 그, 저…

 

아빠 그때

 

바다에 뛰어든 거 아니다

 

 

[문 열리는 소리]

 

[문 닫히는 소리]

 

[경쾌한 음악]

 

저기요

 

[실내에 흐르는 리드미컬한 음악]

 

[귀주] 아, 네

 

- [귀주의 힘주는 소리] - [옅은 헛기침]

 

[어이없는 숨소리]

 

[여자] 저기요

 

여기 복스짐 관장님 아니에요?

 

트레이너 뽑는다고 해서 왔는데

 

내일부터 출근하시면 돼요

 

아, 이렇게 쉽게?

 

이쁜 건 알아 가지고 [코웃음]

 

[흥미로운 음악]

 

[동희] 트레이너를 얼굴만 보고 뽑을 수 없죠

 

[한숨]

 

잠깐 볼 수 있을까요?

 

[여자] 누구세요?

 

[동희] 이 건물 건물주

 

예정자

 

[동희] '썸머 핫바디'

 

흠, 홈트 영상 구독자가

 

30, 3…

 

30만?

 

[그레이스] 그쪽에선 유명해요, 내가

 

[헛기침]

 

구독자 돈 주고 사기도 한다던데?

 

[옅은 웃음]

 

언니야도 유명한 사람 맞죠?

 

- 아닌데 - [그레이스] 어, 맞는데

 

아, 나 분명히 봤는데?

 

어…

 

[동희가 살짝 웃으며] 아이 아니에요, 참

 

그, 먹방 채널 하죠?

 

맞죠?

 

[그레이스] 아, 나 어쩐지 과자 먹는 소리가

 

아주 귀에 쫙쫙 감기더라고

 

[웃으며] 반가워요

 

그럼 내일 봐요

 

먹짱 언니 [웃음]

 

[흥미로운 음악]

 

어유, 저…

 

[동희] 웬일로 출근을 다 했대?

 

집에 있어 주는 게 헬스장 경영에 좋을 텐데

 

웬일로 운동을 다 왔어?

 

[귀주] 여기가 과자 맛집인 줄 아는 거야?

 

이게 내 인생 최후의 과자야

 

[동희] 살 뺄 거야

 

빼지 마, 안 빠져

 

빠져도 요요 와

 

[귀주] 빠질 땐 근육이 빠지고 찔 땐 지방이 쪄서

 

라인만 망가지고

 

갈수록 살이 더 잘 찌는 체질이 되지

 

다 소용없어

 

살 빼서 결혼할 거야

 

결혼하면 이 건물은 내 거고

 

[동희] 그럼 월세 한 푼 안 내는 헬스장?

 

바로 철수야

 

[귀주] 응

 

[동희] 월세?

 

[만족스러운 웃음]

 

[귀주] 선물 좀 대신 사 줘

 

[동희] 아, 지방 흡입이요?

 

아, 그런 고민이 있으시구나

 

잘 오셨어요 [웃음]

 

여기, 이렇게

 

- [여자] 아 - [동희의 웃음]

 

근데 잘못될까 봐 무서워서요

 

한 번에 2,500cc로 적정량만 흡입하면

 

안전합니다

 

[동희] 네 [웃음]

 

근데 왜 안 받으세요?

 

저요?

 

[동희의 어색한 웃음]

 

[동희] 아, 저도 물론 받아 봤죠 [웃음]

 

혹시 요요가 있나요?

 

일반적인 다이어트는

 

[동희] 이 지방 세포의 크기를 줄이는 건데

 

석션, 지방 흡입을 하게 되면

 

지방 세포의 수가 영구적으로 줄어들게 돼서

 

쉽게 요요가 오지 않습니다

 

[위태로운 음악]

 

[여자] 뭐야, 이게

 

[동희] 아, 고객님

 

아니, 어떻게 그게 딱 붙어 버리냐, 아이고

 

- 아, 저, 전화 주세요, 네? - [문소리]

 

[놀라며] 아, 지한 씨

 

요즘 너 힘들어 보인다

 

[쓰읍 들이켜며] 좀 쉴래?

 

- 아니, 나 괜찮아 - [흥미로운 음악]

 

[동희] 병원 자리 잡기 전까지 내가 쉴 틈이 어디 있어

 

그러니까

 

병원이 자리를 못 잡고 있거든

 

[지한] 상담실에만 들어가면은 신뢰도가 확 떨어지니까

 

당분간 모든 상담은 내가 직접 할게요

 

[직원들] 네

 

[차분한 음악]

 

[한숨]

 

[포스 오류음]

 

[점원] 한도 초과라고 나오는데요

 

- [동희] 예? - [흥미진진한 음악]

 

- [동희의 당황한 숨소리] - [손님들의 불평하는 말소리]

 

이상하다

 

이걸로 해 주세요

 

[포스 오류음]

 

[점원] 이것도 한도 초과네요

 

[손님1] 아, 뭐 하는 거야, 지금

 

[동희] 예?

 

- [손님1] 아, 시간 없어 죽겠는데 - [손님2] 뒤로 가지

 

[동희] 음, 왜 그러지?

 

- [손님3] 진짜 빨리빨리 좀 해요 - [동희] 아…

 

- 아, 선물… - [휴대전화 진동음]

 

[손님2] 뭐 하는 거야?

 

[동희의 난감한 숨소리]

 

[동희] 여, 여기 있습니다

 

엄마, 나 지금 상담 중이라 바쁜데, 왜?

 

뭐? 누굴 초대해?

 

구원자?

 

[귀주 부] 수고하셨어요 시간 다 됐어요

 

고생했습니다, 네

 

조심히 가세요

 

아이고

 

[귀주 모] 아 베지테리언이면 어쩌지?

 

비건으로 준비할걸

 

[귀주 부] 이 정도면 넘치게 준비했어요

 

[귀주 모] 너무 과해서 부담스러워하면요?

 

이런 게 익숙하지 않으면 기죽인다고 오해할 수도 있는데

 

미세 먼지는 어때요?

 

3분 전에 확인했어요

 

[귀주 부] 하늘 무너질 걱정은 안 해요?

 

[못마땅한 소리]

 

[귀주 모의 한숨]

 

[귀주] 이게 다 뭐예요?

 

[귀주 모] 생일 파티잖아

 

그 옷 좀 갖춰 입고 나오라니까

 

아빠라는 게, 쯧

 

언제부터 이렇게 챙겼다고

 

그동안은 니 눈치 보느라 매년 조용히 지나갔지

 

[귀주 모] 올해부터는 새롭게 분위기 좀 바꿔 보자

 

- [동희] 나 왔어요 - [귀주 모] 응

 

[동희] 문이 열려 있네

 

구원자는 아직 안 왔어요?

 

구원자?

 

[귀주 모가 살짝 웃으며] 어

 

손님도 한 분 초대했어

 

칙칙한 분위기를 띄워 줄 구원자랄까

 

선물 부탁한 거는?

 

배송 오겠지

 

엄마는 누군 줄 알고 함부로

 

우리 구원자 뒷조사는 철저히 해 봤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입 다물고 있어

 

[헛기침]

 

송장 번호 불러 봐

 

해외 배송이라 오래 걸리나 보지

 

[동희] 귀주는 모르는구나?

 

[웃으며] 엄마가 무슨 짓을 꾸몄는지

 

입 다물고 있으라니까

 

뭐?

 

조카 선물 살 돈 삥땅 쳐 가지고 맛집 갔다 온 거지?

 

그거 말고 또 내가 알아야 할 게 있는 거고?

 

[당황한 소리]

 

아, 이나 얘는 왜 안 내려오는 거예요?

 

이나야!

 

[귀주 부] 이나야, 복이나!

 

[다해] 안녕하세요

 

[경쾌한 음악]

 

[귀주 모의 반가운 소리]

 

[귀주 모] 어서 와요, 어서 와요

 

[귀주 부] 아이고 그냥 오셔도 되는데요

 

예쁘네요, 고마워요

 

[다해] 초대 감사합니다

 

- [귀주 부의 탄성] - [동희] 나도 고마워요

 

안녕하세요

 

[동희] 내 동생 바다에서 건져 주신 분이죠?

 

월척을 낚으셨네

 

정말 귀주랑 결혼할 거예요?

 

- [귀주 부] 자, 자 - 네?

 

[귀주 부] 앉아서 앉아서 얘기해요

 

- 이쪽으로 오세요, 예 - [다해] 네

 

[귀주 모의 옅은 웃음]

 

[다해의 옅은 웃음]

 

[옅은 웃음]

 

[다해의 웃음]

 

[흥미로운 음악]

 

아픔을 가진 사람끼리 서로 의지해 보면 어떨까 하고

 

[다해] 아

 

그러니까 이 자리는

 

선보는 자리인가요?

 

[귀주 모의 웃음]

 

[귀주] 그럼 우리 가족 소개부터 하셔야지

 

오늘 내 딸 생일입니다

 

- 딸이요? - [귀주] 예

 

나한테 딸이 있는데요

 

안 그래도 남의 아이 이해하기 힘든데

 

하필이면 열세 살 사춘기죠

 

아무리 이해하려고 애써 봤자

 

아줌마가 뭘 아냐면서 삐뚤어질 거고

 

삐뚠 거 바로잡겠다고 훈육하면

 

학대하는 계모 소리 들을 겁니다

 

제가요?

 

우리 이나 그런 애 아니에요 [웃음]

 

[귀주 부] 이나야!

 

이리 좀 내려와 볼래?

 

[헛기침]

 

[귀주] 봤죠? 문 걸어 잠그고 대답도 없는 거

 

난 귀주 누나예요

 

복동희

 

말리는 시누이가 밉다는데

 

이분은 피 말리는 시누이가 되실 겁니다

 

[귀주] 만나는 남자들 주머니로 집안 돈을 퍼다 나르고 있죠

 

[동희] 아, 무슨

 

내가 언제?

 

와인 바 차려 주고 카페 차려 주고

 

[귀주] 최근엔 병원까지 차려 주고

 

뭐, 덕분에 자기 계발은 좀 했지

 

쓰읍, 그, 지금 뭐였지?

 

뭐, 코디?

 

근데 왜 출근 안 했어?

 

아, 잘렸구나

 

- [동희] 씨, 안 닥칠래? - [귀주 부의 못마땅한 소리]

 

[귀주] 봤죠?

 

[귀주 모의 다급한 소리]

 

[귀주 모] 귀주야 나 좀 보자, 응?

 

이리 좀 나와 봐

 

이나한테 가 봐야겠다 아유 [헛기침]

 

[동희의 한숨]

 

[동희] 첫인상부터 좀 우스워졌는데

 

우리 가족이 원래 다 이렇진 않아요

 

한 군데씩 고장 나서 이 지경이 된 거지

 

[다해] 아, 뭐 좀 드시겠어요?

 

너무 무리하시면…

 

살 빼야 돼

 

내가 한때는 날아다녔거든

 

[동희의 한숨]

 

[동희] 다시 날 수만 있다면…

 

[한숨]

 

[다해] 아, 승무원이셨어요?

 

[헛웃음]

 

[헛웃음]

 

미안한데

 

물이나 좀 가져다줄래요?

 

네 [옅은 웃음]

 

[씁 냄새 맡는 숨소리]

 

[한숨]

 

[똑똑 노크 소리]

 

[휴대전화 게임 소리]

 

[귀주 부] 아유

 

이나는 파티가 싫구나

 

그래도 생일인데

 

가족들이랑 케이크 초는 불어야지

 

알았어, 그럼 너 편한 대로 해

 

[이나] 미역국은요?

 

할아버지 미역국 먹고 싶어요

 

맞나, 당연히 준비했지

 

그럼 좀 내려올래?

 

[한숨]

 

[귀주 부] 아 뭐 필요한 거 있어요?

 

네, 물 좀 가지러

 

- 이리 주세요 - [다해] 제가 하겠습니다

 

[귀주 부] 저기

 

[다해] 아, 네

 

[정수기 조작음]

 

[칙 성냥 켜는 소리]

 

- [문소리] - [귀주 모] 복귀주!

 

어떻게 오늘 다른 사람을 집에 불러들여요, 어떻게 오늘?

 

이제 그만 지워 주고 싶었어

 

니가 너무 오래 지우질 못하니까

 

다른 사람으로 덮어서라도 좀 지우라고

 

오늘은 이나 생일이기도 해요

 

손주 생각 안 하시나?

 

넌 니 자식 생일 앞두고 죽으려고 했잖아

 

죽으려고 한 거 아닌데

 

[귀주 모] 죽으려고 한 게 아닌데 바다에 뛰어들어?

 

죽은 사람만 생각하느라

 

니 옆의 산 사람들은 제대로 봐 주지도 않고

 

죽은 사람 따라가려고

 

기어코 부모, 자식 다 버리려고 했잖아, 너!

 

이번엔 내 말 좀 들어라

 

너하고 결혼만 안 했어도 세연이는 살았을 거야

 

[어두운 음악]

 

내가 말렸잖아

 

그 결혼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니 미래는 니가 만든답시고

 

멋대로 덜컥 아이부터 가졌지?

 

그 결과가 어땠니?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였다고

 

여보

 

[거친 숨소리]

 

[귀주 모] 이나야

 

[후 부는 소리]

 

[애잔한 음악]

 

[귀주 모의 안타까운 숨소리]

 

[귀주 모의 떨리는 숨소리]

 

[문소리]

 

[우르릉 울리는 소리]

 

[이나] 내가 태어난 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나도 안다

 

[동희의 떨리는 숨소리]

 

[동희가 울먹이며] 랍스터

 

스테이크

 

[귀주 부] 아 어떡해, 어떡해, 응?

 

[동희] 아, 아빠, 아빠!

 

[귀주 부] 아, 어떡해

 

[동희] 저거 덮어

 

어, 그치, 그치

 

그거를 하나씩 하나씩, 오케이

 

아, 빨리 저거 덮어

 

어, 그치, 그치

 

아, 잘한다, 잘했어

 

[힘겨운 신음]

 

[귀주 부의 놀란 소리]

 

- [서서히 고조되는 음악] - [귀주 부] 여보, 여보

 

엄마, 엄마!

 

- [동희] 엄마, 왜 그래, 엄마! - [귀주 부] 여보, 괜찮아? 여보

 

- [동희, 귀주 부의 다급한 소리] - [다해] 괜찮으세요?

 

어, 괜찮아요, 좀 어지러워서 그래

 

[귀주 부] 자, 잠을 못 자서 그래요

 

- 병원으로 가요 - [동희] 차 빼 올게요

 

[다해] 도와드릴게요, 잠시만요 조심하세요

 

[귀주 부가 힘주며] 아유 하나, 둘

 

- 저, 냄비, 냄비, 냄비 - [다해] 네?

 

[귀주 부] 미역국 끓인다고 가스 불 켜 놨어요

 

- 불 좀 꺼 줘요 - [다해] 네

 

[부글부글 끓는 소리]

 

[긴장되는 음악]

 

[다해] 아…

 

[긴장한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잦아드는 음악]

 

[다해의 한숨]

 

아, 고마워

 

아, 나는…

 

[이나] 이번엔 또 뭘 타려고요?

 

[다해] 어?

 

[탁탁 섞는 소리]

 

[다해] 아…

 

아, 그거, 그 차에 탄 거 말이야?

 

그거 감초 엑기스야 그, 살짝 단맛 내려고

 

안녕히 가세요

 

[꼬르륵 소리]

 

[차분한 음악]

 

[한숨]

 

[빗소리]

 

[다가오는 발소리]

 

[세연 부] 자네?

 

폐인 꼴로 나타나지 말라니까

 

[못마땅한 숨소리]

 

[세연 모] 저 사람도 속상해서 그래

 

우리 세연이가

 

이런 자네 모습 보면 마음 아플까 봐

 

[세연 모의 한숨]

 

이나는 잘 있나?

 

같이 못 와서 죄송합니다

 

[세연 모] 우리 세연이도 그렇게 내성적이었어

 

- [무거운 음악] - [끼익거리는 소리]

 

[세연 모] 어떻게 자네만 털끝 하나 안 다치고 멀쩡했을까?

 

세연이가 이상한 얘기를 한 적 있어

 

자네한테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정말로 무슨 능력이라도 있는 건가?

 

[귀주] 특별한 저주라면 모를까요

 

[한숨]

 

[세연 모] 벌써 7년이네

 

살아남은 건 죄가 아니야

 

그러니까 살아

 

[멀어지는 발소리]

 

[풀벌레 울음]

 

[오븐 알림음]

 

[이나] 아직 안 갔어요?

 

[옅은 웃음]

 

미역국 데웠는데 먹을래?

 

[다해] 밥솥에 밥 있던데

 

[이나] 뭐가 들었을 줄 알고

 

[한숨]

 

[씁 냄새 맡는 소리]

 

[다해] 오, 맛있겠다

 

[휴대전화 게임 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다해] 그래

 

내가 기미 상궁 할게

 

[잔잔한 음악]

 

[다해의 음미하는 소리]

 

[달그락거리는 소리]

 

[다해의 옅은 탄성]

 

[다해의 만족스러운 소리]

 

[다해] 니네 아빠 죽으려던 거 아니었어

 

그날 내가 거기 있었는데

 

내가 봤어

 

다른 이유에서 물에 들어간 건데 그게 뭐였냐면…

 

[이나] 도망가요

 

[다해] 어?

 

이 집에 더 얽히지 말고 도망가라고요

 

- [의미심장한 음악] - [다해] 그게 무슨 소리야?

 

[이나] 우리 가족

 

뭐 이상한 거 못 느꼈어요?

 

글쎄

 

왜?

 

무슨 비밀이라도 있나?

 

미역국이 그럭저럭 먹을 만해서 말해 주는 건데

 

[이나] 우리 가족은요

 

초능력 가족이에요

 

초능, 초능력?

 

[이나] 근데 병을 얻어서 그만 능력을 잃어버렸어요

 

병?

 

현대인의 질병이요

 

 

내가 마음에 안 들지?

 

할머니가 왜 그렇게 잠에 집착하게요?

 

[다해] 불면증에 걸려서 힘드시니까

 

잠을 자야 꿈을 꾸니까요

 

- [흥미로운 음악] - 꿈에 미래를 보거든요

 

아, 그러니까 예지몽을 꿔야 하는데

 

하필 불면증에 걸렸다?

 

[이나] 고모는 비만 때문에 몸이 무거워져서

 

날지 못하게 됐고요

 

[다해가 웃으며] 오

 

그러면, 그럼 너는?

 

너의 현대인의 질병은 뭐

 

어, 스마트폰 중독이야?

 

그러면 능력은?

 

[놀라며] 잠깐만, 너, 너 혹시

 

투시할 줄 알아?

 

너 그래서 아까부터 나를…

 

나를 아까

 

똑바로 못 보는 게 그거, 그거 때문이야?

 

[놀란 숨소리]

 

[이나] 난 능력 없어요

 

그래서 할머니가 더 초조해하는 거고

 

 

[다해] 그러면 니네 아빠는?

 

눈 감고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이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근데 지금은 왜 못 돌아가?

 

현재 더 이상 어떤 과거도 행복하게 안 느껴지니까

 

- [잔잔한 음악] - 우울증이잖아요

 

[다해] 아…

 

[다해의 헛웃음]

 

[문 닫히는 소리]

 

[달그락거리는 소리]

 

[차분한 음악]

 

왔어요?

 

여기서 뭐 하는 겁니까?

 

아, 미역국 끓였어요

 

[다해] 생일인데 애 혼자 밥도 못 먹고

 

밥을 먹었다고?

 

[귀주] 이나가?

 

설마

 

그게 중학생 생일 선물이에요?

 

[다해의 헛웃음]

 

[다해] 과거로 돌아가는 능력을 잃었다더니

 

오히려 과거에만 있는 사람 같네

 

그런 소리를 누가…

 

따님이요

 

[다해]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 같더라고요

 

귀주 씨 시계가 다시 움직였으면 좋겠네요

 

이나를 위해서라도

 

나 우울증 환자예요

 

[귀주] 결혼해서 가족이 된다는 건

 

누군가를 지키겠다는 약속인데

 

난 누굴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못 돼요

 

[다해] 나 봤는데

 

지키는 거

 

[아이가 울며] 바니, 바니

 

- [아이 아빠] 아니야, 위험해 - [아이] 바니 구해야 돼

 

- 인형, 바니 구해야 돼 - [아이 부모의 달래는 말소리]

 

[아이 아빠의 달래는 말소리]

 

바니…

 

- [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 - [긴장되는 음악]

 

[의아한 소리]

 

[다해] 어?

 

[몽환적인 음악]

 

[한숨]

 

[아이] 엄마, 아빠, 찾았어!

 

바니바니야

 

- [아이 아빠의 웃음] - 슈퍼히어로가 구해 줬나 봐

 

[다해] 오래전에 나도 누가 구해 줬어요

 

[다해]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는데

 

기적처럼 겨우 살았거든요

 

근데 살아남은 게

 

꼭 죄지은 기분인 거예요

 

다른 사람이 살았어야 됐는데 쓸데없이 나 같은 게

 

가진 것도 없이 괜히 살아남아서 외롭기만 하고

 

그래도

 

목숨 걸고 구해 준 사람 생각하면 살아야겠더라고요

 

[달그락 내려놓는 소리]

 

살아 봤자 뭐 없어도 그 사람 떠올리면서

 

가능하면 행복하게

 

그 사람 닮았어요, 귀주 씨

 

[잔잔한 음악]

 

귀주 씨도 그런 사람이죠?

 

누군가를 구하고 살게 하는 사람

 

[옅은 숨소리]

 

나는

 

아무도 못 구해요

 

[귀주] 사람 잘못 봤어요

 

그쪽이 날 구했다고

 

나도 그쪽을 구해 줄 거라는 기대는

 

접는 게 좋을 겁니다

 

[살짝 웃는다]

 

설거지 정도는 기대해도 되겠죠? [웃음]

 

[스위치 조작음]

 

[피곤한 소리]

 

[힘주는 소리]

 

[문 열리는 소리]

 

[다해 모] 우리 주연 배우 고생했다

 

식혜 한잔해라

 

[다해 모] 마셔

 

[힘주는 소리]

 

[그레이스의 한숨]

 

엄마, 나도 식혜

 

너는 관리해야지

 

[그레이스] 와

 

드러워서 나도 주연 배우 데뷔하든가 해야지

 

언제까지 나만 에로야?

 

[한숨 쉬며] 자

 

'당신, 내 생명의 은인을 닮았어요'

 

[그레이스의 괴로운 소리]

 

- [흥미로운 음악] - [힘겨워하며] 아, 가슴

 

- [다해 모의 한숨] - [그레이스의 힘주는 소리]

 

[그레이스의 멋쩍은 숨소리]

 

아, 멘트가 구리다

 

누가 이딴 멘트에 넘어가, 씨

 

[다해 모] 야, 야

 

여자만 공주님을 꿈꾸는 게 아니야

 

남자도 용을 무찌르고 공주님을 구하는

 

왕자님이 되고 싶은 거야

 

[그레이스] 응, 응, 응, 응, 응

 

[다해 모] 앞서 두 놈도 그렇게 넘어갔잖아

 

[흥미로운 음악]

 

[다해] 자기야

 

- [여자의 신음] - [아파하는 소리]

 

[놀란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놀란 소리]

 

[울먹이는 소리]

 

[전남편] 니가 그랬잖아

 

내가 그 생명의 은인하고 닮았다며!

 

[쨍그랑]

 

[기가 찬 숨소리]

 

아, 씨

 

그거?

 

그래, 뭐, 내가 빚진 적은 없지만

 

갚으라면 갚지, 뭐

 

[헛웃음]

 

[다해] 응?

 

[쨍그랑]

 

[다해의 신음]

 

[전남편의 헛웃음]

 

[힘겨운 숨소리]

 

[전남편] 아

 

[판사] 원고 측 신문하세요

 

[검사] 피고인 김희상 씨는

 

지난 12월 8일 자택에서 술을 마시고

 

원고 도다해 씨에게 술병을 던져

 

이 사진과 같이 상처를 입힌 거 기억합니까?

 

[전남편] 아니요, 진짜 하,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검사]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처가 매우 깊습니다

 

상당히 고통스러워했을 텐데 정말로 전혀 기억이 안 나십니까?

 

[전남편] 저는 진짜 정말 기억이 없다니까요, 예?

 

[다해] 근데 그 복씨네

 

뭔가 더 있어

 

뭐가?

 

[다해] 삼촌 뭐 더 알아낸 거 없어?

 

- [흥미로운 음악] - 복귀주 딸한테 들었는데

 

그 집안 비밀이 있다네

 

초능력 가족이래

 

근데 가만 생각해 보니까

 

아주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야

 

[다해] 헬스장 말고는 변변한 돈벌이가 없는데

 

무슨 수로 부자가 됐지?

 

그게 의문이었는데

 

복 여사님이 예지몽을 꾼대

 

그러면 꿈에 복권 번호도 보이고

 

주가 그래프도 보일 거 아니야

 

아, 노, 노, 노, 노, 노, 노

 

[귀주 모가 울먹인다]

 

[속상한 소리]

 

[한숨]

 

자자, 자야 해

 

[귀주 모] 자, 자자, 자자…

 

[다해 모] 만만한 호구인 줄 알았는데

 

초능력 가족이었다?

 

[그레이스] 우리 완전 큰일 났다

 

사기 친 거 걸리면 눈으로 레이저 쏘는 거 아니야?

 

[놀라며] 우리가 먼저 신고하자

 

어디에? 국정원?

 

[삼촌] 아니면

 

마블?

 

마블은 어디야?

 

[함께 웃는 소리]

 

[그레이스의 웃음 참는 소리]

 

[다해가 웃으며] 아니, 아니

 

아, 그게 다가 아니야, 더…

 

아이, 더 웃긴 게 뭔 줄 알아?

 

현대인의 질병에 걸려서

 

능력을 잃어버렸대

 

[폭소한다]

 

[다해 모의 기침] 야

 

- 아, 옘병, 웃기고들 자빠졌네 - [그레이스의 웃음]

 

현대인의 질병은 무슨 다 배부른 소리지

 

물에 팅팅 불어서 하루 종일 때 밀어 봐라

 

머리만 대면 자지

 

살 붙을 틈도 없고 말이야, 살

 

[사람들의 어이없는 웃음]

 

그나저나

 

그 시누이가 좀 거슬리네

 

자식 중 먼저 결혼하는 쪽에 건물을 물려주기로 했다며?

 

[그레이스] 그 집안 실세를 사로잡았는데 게임 끝 아니야?

 

[숨 들이켜는 소리]

 

결혼 열쇠는 따로 있는 거 같더라고

 

[똑똑 노크 소리]

 

- [이나] 네 - [휴대전화 게임 소리]

 

[귀주] 저기, 이나야

 

생일 축하한다

 

고맙습니다

 

[옅은 헛기침]

 

[이나] 아빠 또 누구 구하러 가?

 

그럼 나는 누가 구해 줘?

 

[귀주] 아빠 대신 이 토끼가 이나 지켜 줄 거야

 

[웃음]

 

[어두운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타이어 마찰음]

 

[우당탕 부딪는 소리]

 

- [세연의 비명] - [쾅]

 

[끼익거리는 소리]

 

[무거운 음악]

 

[귀주가 떨리는 목소리로] 세연아 세, 세, 세연아, 세연아

 

[귀주의 떨리는 숨소리]

 

세, 세연아

 

대답 좀 해 봐, 어? 세연아!

 

[귀주의 떨리는 숨소리]

 

세, 세연아! 세연…

 

[귀주의 떨리는 숨소리]

 

[애잔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세, 세…

 

세연아, 이나야

 

[귀주의 떨리는 숨소리]

 

[귀주의 애쓰는 소리]

 

세연아, 세연아

 

이나야, 이나…

 

세, 세연아

 

[귀주가 흐느끼며] 세연아

 

[밝은 음악]

 

[다해 모] 뒤 좀 더 밟아 봐

 

[귀주의 기합]

 

고마워요

 

손잡아 줘서

 

[귀주] 예?

 

[다해] 좀 도와줘요?

 

나하고 결혼하고 싶어요?

 

아니요

 

[귀주] 호의를 주고받는 일에 어려움이 좀 있어요

 

[귀주 모] 귀주가 결혼하면 결혼 선물로 물려줄 거예요

 

[다해] 무엇보다 같이 살아 봐야죠

 

[그레이스] 이러다 복덩이인가 살덩이인가 선수 친다

 

[다해] 미래에서 온 귀주 씨가

 

- 내 손 잡은 거 아니에요? - [강조되는 효과음]

 

- [화재경보음] - 손잡았잖아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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