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는 아닙니다만 2
[아이1] 뭐야?
- [아이2] 뭐 나왔어? - [아이3] 빨리 펼쳐 봐
[아이2] 오! 야, 나왔다
[아이1] 1등이야 잉어야, 대왕 잉어!
[어린 귀주가 웃으며] 우와!
- [주인] 자, 여기 있다 - [어린 귀주] 고맙습니다
오예
[어린 귀주의 웃음]
[흥미로운 음악]
- 복귀주! - [어린 귀주의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어린 귀주] 엄마, 이것 봐 이거 대왕 잉어
[와장창]
[울먹이며] 내, 내 대왕 잉어
[귀주 모] 엄마가 뭐랬어, 응?
문방구 근처에서 교통사고 날 거라고
당분간 그쪽으로 얼씬도 말랬잖아, 응?
엄마가 정해 준 길로만 다니라고 했어, 안 했어?
[울며] 내 대왕 잉어
- 그래도 이 녀석이 그냥… - [신비로운 효과음]
[귀주 모] 어?
[울먹이는 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아이1] 빨리 펼쳐 봐
[어린 귀주] 1등
[아이2] 오! 야, 나왔다
[아이3] 1등이야 잉어야, 대왕 잉어!
[어린 귀주가 웃으며] 우와!
- [어린 귀주] 어… 나? - [주인] 자, 여기 있다
[아이3] 나도 보여 줘
[귀주] 아홉 살에 처음 알았다
나는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
[옅은 웃음]
[툭 떨어지는 소리]
[다급한 숨소리]
어유, 드디어
- [귀주 모] 어유, 드디어, 드디어 - [밝은 음악]
아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유, 감사합니다
[멀리 시끌벅적한 소리]
에이
아유, 꽝이구나
[주인] 자, 옜다
- [시끌시끌한 소리] - [아이1] 야, 같이 가!
[아이2] 야, 나, 나 패스, 패스!
[흥미로운 음악]
- [되감기 효과음] - [어린 귀주] 오예
[아이1] 나도 보여 줘!
[아이2] 우와
[귀주] 행복을 되새기는 일은 너무도 달콤했다
[아이3] 나도 대왕 잉어 갖고 싶다
[귀주] 하지만
[아이1] 복귀주 오늘 뽑기 복 터졌네
[아이2] 귀주야, 얼른 먹어 봐
[아이3] 얼른 먹어 봐
[어린 귀주의 감격한 소리]
[어린 귀주] 이거 되게 달아
- [아이3의 애타는 소리] - [아이1] 야, 아가미 한 개만!
[아이3] 나도 대왕 잉어 갖고 싶다!
[아이1] 같이 가!
선우야
재희야! 내 말 안 들려?
아저씨
아저씨, 여기요, 저 안 보이세요?
제 말 안 들리세요, 아저씨?
[어린 귀주] 예?
[아이4] 해피야!
해피야!
[타이어 마찰음]
- [쿵 부딪는 소리] - [강아지의 낑낑대는 소리]
해피야!
[귀주] 나에겐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불행한 시간이기도 했다
[아이4가 울먹이며] 살려 주세요
해피 좀 제발 살려 주세요
[아이4의 울음]
- 해피야 - [아이4] 해피야, 어떡해
해…
[계속되는 아이4의 울음]
[신비로운 효과음]
- [긴박한 음악] - [아이4] 해피야!
해피야!
[가쁜 숨소리]
[힘겨운 소리]
- [쿨럭거린다] - [신비한 효과음]
[어린 귀주의 가쁜 숨소리]
[힘주는 소리]
[타이어 마찰음]
- [쿵 부딪는 소리] - [강아지의 낑낑대는 소리]
[아이4가 울며] 해피야, 해피야
죽지 마
[신비로운 효과음]
[아이4] 해피야!
[힘겨운 소리]
[콜록거린다]
[힘겨운 소리]
[후 내뱉는 숨소리]
[신비로운 효과음]
[오토바이 시동음]
- [타이어 마찰음] - [강아지의 낑낑대는 소리]
- [귀주] 과거를 바꿀 순 없었다 - [웅성거리는 소리]
이젠 더 이상 이 시간이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리 특별한 시간도 되풀이하면 무뎌지기 마련이고
[아이4] 해피야!
[귀주] 다른 사람은 불행한데 나만 행복할 순 없다는
[반복되는 사고 현장 소리]
- 죄책감 때문이기도 하다 - [아이4의 울먹이는 말소리]
[아이4] 해피 좀 제발 살려 주세요
[귀주] 그때의 행복이 희미해져 버리면
- 다시는 돌아갈 수도 없었다 - [아이4] 해피야!
준비됐어?
아니
[귀주, 세연의 웃음]
[귀주] 됐어
[세연] 이나야, 아빠한테 가자
- 읏차 - [귀주] 이나, 아빠한테 와
- 아이고야 - [세연] 어, 여기를 받쳐야 돼
- 팔, 팔을 이렇게? - [세연] 어
- 여기도, 어, 어 - [귀주] 이렇게?
- [세연이 웃으며] 됐다 - 어떡해
[귀주] 이나야, 아빠 보여?
[이나의 옹알이]
- [귀주의 어르는 말소리] - [세연] 또 하나 생겼네
복귀주가 돌아올 행복한 시간
돌아오겠지
- 몇 번이고 돌아올 거야 - [세연의 옅은 웃음]
- [귀주] 이나야, 아빠 왔지롱 - [세연의 웃음]
[세연] 이나야
[귀주] 어? 막 웃어
- [세연] 진짜? - [귀주] 어, 봐 봐
- 자, 봐 봐 [웃음] - [세연의 웃음]
[귀주] 그 시간마저 놓치고 말았다
[새소리]
[한숨]
[탁탁 라이터 켜는 소리]
[한숨]
[의미심장한 효과음]
[이나] 다녀오겠습니다
[휴대전화 게임 소리]
[오토바이 엔진음]
- [귀주] 복이나 - [무거운 음악]
주위 좀 살피면서 다녀
핸드폰만 쳐다보지 말고
그러다 다쳐
[이나의 힘주는 숨소리]
[훌쩍이는 소리]
[이나]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생일 선물은 무슨
[이나의 거친 숨소리]
[귀주] 핸드폰 그거 전화 아니야?
전화는 전화 거는 데 써야지
아빠한테는 전화도 한 번 안 하고
[이나] 네
[한숨]
[속상한 숨소리]
[깊은 한숨]
- [실내에 흐르는 잔잔한 음악] - [여자] 색깔 이쁘다
- 가자 - [여자들의 대화 소리]
[점원] 도와드릴까요?
혹시 필요하신 상품이라도 있으신가요?
[귀주] 예
[귀주의 놀란 소리]
[귀주] 아, 죄송합니다
[남자] 눈을 어디다 뜨고 다니는 거야?
[귀주] 죄송합니다 아, 죄송합니다
초능력자 지금 이동
[경쾌한 음악]
둘째도 있었어요?
쓰읍, 초등학생?
[다해] 유치원생?
아…
설마 이나 신발?
음
생일 선물 재도전?
쓰읍, 근데 이거면
토끼 인형이랑 별반 다르지가 않은데
좀 도와줘요?
나하고 결혼하고 싶어요?
아니요
난 그냥 쇼핑하러
쇼핑해요, 그럼
[계속되는 경쾌한 음악]
[다해] 어머, 이거 어때요?
[귀주] 애들이 어른 흉내 내는 거 별로
[다해] 내 거 고른 건데요?
쇼핑하라면서요
어, 저…
- 이나 선물 골라 줘요? - [귀주] 됐어요
내가 도와줄게요
[귀주] 됐어요…
[익살스러운 음악]
[수군거리는 소리]
줄래요?
[실내에 흐르는 잔잔한 음악]
[귀주] 여기 한 병 더요
이나 줘요
애들이 어른 흉내 내는 거 별로라고 했는데
[다해] 애들은 원래 어른 흉내 내고 싶어 해요
앉아도 되죠?
[귀주] 예, 앉아요, 자리 비었어요
- [귀주의 힘주는 소리] - [다해] 어? 아니…
아니
신발은 내가 샀으니까
시원한 거 한 잔은 사 줄 수 있지 않아요?
[귀주] 내가 호의를 주고받는 일에 어려움이 좀 있어요
우울증 환자라
[다해] 그럼 이거 가져가요
이나 주는 거니까
[귀주의 헛기침]
[옅은 헛기침]
[점원] 맥주 나왔습니다
[실내에 흐르는 잔잔한 음악]
[요란한 화재경보음]
[남자] 어? 뭐야?
- 뭐야? - [보안 직원1] 불이야!
모두 대피해 주세요!
[보안 직원2] 화재경보입니다!
모두 비상구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긴장되는 음악]
[보안 직원3] 천천히 이동 부탁드리겠습니다!
[보안 직원2] 이쪽으로 가세요 이쪽으로
천천히 가세요, 천천히!
- 천천히 가세요 - [사람들의 비명]
[긴박해지는 음악]
- [요란한 화재경보음] - [학생들의 비명]
[가쁜 숨소리]
[학생들의 비명]
[다해의 힘겨운 숨소리]
[주변 소리가 아득해진다]
[다해의 힘겨운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다해의 겁먹은 숨소리]
[고조되는 음악]
[몽환적인 음악]
[밝은 음악]
[보안 직원4] 네, 네 지금 입구로 가고 있습니다!
[안내 음성] 고객 여러분들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조금 전 울린 화재경보는
실제 화재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 쇼핑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 [웅성거리는 소리]
- 조금 전 울린 화재경보는 - [부드러운 음악]
실제 화재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쇼핑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의아한 숨소리]
[열차 진입 경고음]
[지하철 안내 방송이 흐른다]
[문 열리는 소리]
[잔잔한 음악]
[옅은 웃음]
[멀어지는 발소리]
"복스짐"
- [다해] 안녕하세요 - [귀주 모] 아유, 이제야 만나네
나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
죄송합니다
찾아 주시는 고객님들이 많아져서요
[놀라며] 도다해 씨의 남다른 기운을
나만 알아본 게 아니었구나
다 여사님 덕분이에요 [웃음]
그런데 난 좀 안타깝네
[귀주 모] 다른 사람들한테 그 아까운 기운 다 나눠 주고
[놀라며] 아유 이 손 거칠어진 것 좀 봐
[다해의 어색한 웃음]
[다해] 그런데 왜 이리로 부르셨는지…
운동하고 마사지받으시겠어요?
일단 들어가요, 응, 자
[실내에 흐르는 우아한 음악]
[직원1]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 [직원2] 사장님, 오셨습니까 - [직원3] 안녕하십니까
[직원4] 오셨습니까
[귀주 모] 늘 수고하네
[경쾌한 음악]
[개운한 숨소리]
[한숨]
[회원] 새로 오신 피티 쌤이죠?
이름이 뭐예요?
그레이스예요 [웃음]
[회원] '그레이스'
이름이 참 이뻐요, 예
[동희의 헛기침]
[회원의 한숨]
- [동희] 그레이스? - [리드미컬한 음악이 흐른다]
이름과 분위기의 괴리가 좀 있는데
본명 아니죠?
왜 가명을 써요?
그러는 언니 이름은 뭔데요? [웃음]
복동희
[그레이스] 복덩이?
[헛웃음 치며] 와
이름과 분위기가 찰떡이라 좋겠다
부럽다!
- [그레이스의 힘주는 소리] - [동희] 덩이가 아니라 동희…
[흉내 내는 소리]
[귀주 모] 아, 이 건물을 언제 매입했더라?
어, 귀주가 젊은 혈기에 잠깐 소방관 일을 했었는데
좀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해서
내가 헬스장을 차려 줬거든
그새 시세가 꽤 올랐더라고
[다해] 아
아, 네
귀주가 결혼하면 결혼 선물로 물려줄 거예요
[다해의 난감한 웃음]
[다해] 저,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는데요
좋게 봐 주신 건 감사하지만
너무 급하신 건 아닌지…
저도 저지만 이나도 있고
이나한테 필요한 건 엄마 손길이에요
[귀주 모] 다 큰 척해도 아직 애야
또래들보다 한참 늦돼서 걱정이지
[쯧 혀 차는 소리]
나타나야 할 게 아직도 안 나타나서 애를 태워
[다해] 초경이 아직인가 봐요?
[한숨]
나이도 있는데 얼른 아이부터 갖는 게 어때요?
[귀주 모] 우리 집이 손이 귀한 이유가 있어요
차차 알게 될 테고
여사님
[다해] 저는요 결혼이 쉽지 않아요
사실 이런 제안 받은 거 처음은 아니에요
[한숨 쉬며] 두 번이나 해 봐서
세 번째는 쉬울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무슨 소리야? 쉽게 생각하다니
어렵게 맺어진 인연이라 더 소중하지
[귀주 모] 난 제대로 대접할 거예요
결혼 때도 사람들 다 불러서 아주 성대하게
아, 공주님 드레스는 두 번이나 입어 봐서
[다해] 별로 미련도 없고
이런저런 일 겪어 보니까
중요한 건 절차가 아니더라고요
무엇보다
같이 살아 봐야죠
[동희] 저…
그렇지
- 살아 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지 - [다해의 옅은 웃음]
[동희] 아, 엄마!
[어색한 웃음]
[다해] 어, 안녕하세요
[작게] 나 좀 봐요, 응?
[귀주 모가 작게] 아 중요한 얘기 하고 있는데
[동희] 아이, 잠깐만
[귀주 모, 동희의 어색한 웃음]
[귀주 모] 왜 그러는데?
- [동희] 아이, 잠깐만 와 봐 - [귀주 모] 왜 이래?
[동희] 그냥 와 봐, 좀
[흥미진진한 음악]
- [귀주 모] 아이… - [동희의 거친 숨소리]
이 건물 나 준다며?
나 결혼한다고
[귀주 모] 도대체 언제?
조 원장은 요즘 코빼기도 안 보이는데
[동희] 아, 개원하고 정신이 없어서 그렇지
결혼에 별 관심이 없는 거겠지
엄마야말로 내 결혼에 관심 너무 없는 거 아니야?
[동희] 아, 저 여자 뭘 보고? 뭘 믿고?
니 동생 살린 사람이야
그것도 그래
[동희] 물에 빠진 귀주를 구한 사람이
알고 보니 엄마 단골 마사지 샵 직원이었다?
그게 우연일까?
[귀주 모] 우연이 아니라 운명
꿈을 꿨다니까
아, 그 꿈 신통력 떨어진 게 언제인데
[동희] 결혼? 내가 먼저 할 거야
[한숨]
[리드미컬한 음악이 흐른다]
[다해] 안녕하세요
이제 출근해요?
우울증 환자가 출근을 하기까지
얼마나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을 하는지 알아요?
간만에 모처럼
그 싸움에서 이겼어요
[다해] 아…
아, 네
어디 가요?
[귀주] 퇴근합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오늘 치 의지를 다 써 버려서
[다해] 저, 고마워요
[부드러운 음악]
손잡아 줘서
[귀주] 네?
[다해가 살짝 웃는다]
[다해] 내 손 붙잡아 줬잖아요
내가 언제?
[옅은 웃음]
[귀주 모] 손을 잡았다고?
아…
어머나
둘 사이가 어느새 그렇게 진전된 거예요?
그런 건 아니고요
아니긴
[귀주 모] 저 복귀주가 손을 잡았다면
다 잡은 거예요
- [엘리베이터 도착음] - [헛웃음 치며] 뭔 소리야
[귀주 모] 귀주 마음을 확인했으니까
다음 스텝은 나한테 맡겨요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아, 근데 얼굴이 너무 안돼 보이세요
[귀주 모] 응
못 뵙는 동안 잠을 못 주무셨나 봐요
그렇지
잠시만요
차 좀 드릴게요
- 이쪽으로 앉으세요 - [귀주 모의 웃음]
[코 고는 소리]
[귀주 부] 신통하네
도다해만 만나면 깊은 잠을 잔단 말이야
[연신 코 고는 소리]
부디 좋은 꿈 꿔요
[코 고는 소리]
[귀주 부] 야
너 손잡았다며?
잘 잡았다
[한숨]
잡긴 뭘 잡았다고
그런 적 없어요
[귀주 부] 나도 그 사람 마음에 든다
니 엄마 쉬게 해 주는 사람이라서
파이팅
[멀어지는 발소리]
[그레이스] 너무 튕긴 건 아니야?
[다해 모] 결혼은 진정성이야
아무리 사기 결혼이라도
[그레이스] 이러다 복덩이인가 살덩이인가 선수 친다
[흥미로운 음악]
[다해 모] 복덩이 그쪽 브레이크 거는 건
그레이스 니 몫이고
작업하려면 관리 좀 해야지
[그레이스] 아
이제 겨우 손잡아 놓고 어느 천년에
한 이불을 덮겠나
손만 잡은 건 아니었어
[쓰읍 들이켜는 숨소리]
[다해] 꼭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 붙잡는 거 같았단 말이야
[귀주 모] 아유, 깜깜해!
[한숨]
[뎅그렁]
[드르렁 코 고는 소리]
[귀주 모의 안도하는 숨소리]
방이 아주 관짝 같구나
얼른 이 방에 새 주인을 들이자
죽은 사람 그림자가 길어도 너무 길었어
더구나 다른 남자 아이까지 가졌던 여자를
새로 시작해
새 생명이 태어나면 너도 삶의 의지를 되찾을 거야
[귀주] 나 딸 있어요
이름은 복이나라고 하는데
어머니 손주는 아닌 모양이지만
나도 이나 사랑한다
[귀주 모] 하지만 이나는
아직까지도 능력이 안 나타나는 거 보면 모르겠니?
복씨 집안의 핏줄은…
이나 내 딸이에요
[귀주] 다시는 그딴 소리 하지 마세요
[귀주 모] 그렇게 소중한 딸이면
죽은 사람 꼬라지로 그렇게 누워만 있지 말고
벌떡 일어나서 아빠 노릇이나 똑바로 하든가
[한숨]
아니, 대체 술은 또 얼마나 들이부은 거야, 응?
[의미심장한 음악]
손까지 잡아 놓고 소식이 없네
[그레이스] 거봐라
[다해] 있어 봐
얼마나 지났다고
이번엔 좀 걸린다?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어, 복 여사님이야
이것 봐
- [문 여닫히는 소리] - [그레이스의 한숨]
만날천날 복 여사님만 만나면 뭐 하냐
신랑 마음이 동해야지
다해 말대로
결혼 열쇠는 딸내미가 쥐고 있는지도
[다해 모] 뒤 좀 더 밟아 봐
우리가 긁어 줄 간지러운 구석이 정확히 어딘지
[교사] 자, 다들 하고 싶은 동아리 다 정했지?
[학생들] 네
동아리 가입 아직 안 한 사람?
[학생1] 없어요
[학생2] 다 가입했어요
[학생3] 다 한 거 같은데요
[교사] 자, 그럼 모두 동아리방으로 이동
[학생1] 난 영화 동아리 간다, 빠이
- [학생2] 넌 무슨 동아리야? - [학생3] 나 여기 컴퓨터 동아리
[학생2] 아, 진짜? 나도 그걸로 바꿀래
우리 동아리 완전 노잼이야
[이나] 저기 나도 컴퓨터 동아리…
[학생4] 야, 빨리 좀 뛰어 시작하겠다
[학생5] 뛰고 있거든? 오늘 뭐 틀어 준댔지?
[학생6]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탁 문 닫히는 소리]
[영화 속 음악이 흘러나온다]
[학생7] 야, 문 닫아!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부드러운 음악]
[교사] 복이나
- 너 여기서 뭐 해? - [학생8의 지시하는 말소리]
왜 아직 여기 있어?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그래, 상담실 가서 선생님이랑 얘기해 보자
가자
전학생인가?
[학생9] 우리 반이잖아
[학생10의 호응]
[휴대전화 진동음]
[피곤한 숨소리]
[달그락거리는 소리]
[귀주의 한숨]
[달그락 집는 소리]
- [연신 울리는 휴대전화 진동음] - [귀주의 한숨]
- [귀주] 여보세요 - [교사] 아, 연결됐다
아, 예, 안녕하세요, 아버님
아, 드디어 전화를 받으시네요
저 이나 담임입니다
[귀주] 아, 예
[교사] 아, 그, 다름 아니라
우리 학교는 동아리 활동이 필수거든요
근데 이나가 아무 동아리도 가입 안 하고
혼자 복도에서 기웃거리고 있더라고요
- [쓸쓸한 음악] - [교사의 고민하는 숨소리]
이런 말씀 조심스러운데
이나가 친구들하고 좀 잘 못 어울리는 편입니다
대놓고 따돌리는 건 아닌데
뭐랄까, 투명 인간 같다고 할까요
바쁘시더라도 이나 학교생활에 관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가정 통신문 어플도 가입 안 하셨죠?
저희가 일일이 종이로 출력해서 보내 드리는데도
보호자 사인도 계속 안 받아 오고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아버님
예, 예, 선생님
죄송합니다, 예
[다급한 숨소리]
[탁 서랍 닫는 소리]
[거친 숨소리]
[어두운 음악]
[귀주의 거친 숨소리]
[귀주 부] 술 다 치웠다
[귀주의 한숨]
- 나갈래? - [귀주] 예?
술은 혼자 말고 같이 마시는 거야
나가서 같이 마시자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장] 아, 이쪽입니다 [웃음]
여기입니다
[똑똑 노크 소리]
손님 오셨습니다
안에 누가…
[옅은 웃음]
[귀주 모] 왔니?
[다해, 귀주 모의 옅은 웃음]
[한숨]
나하고 같이 마시자고는 안 했다
[귀주 부] 신랑 입장이요
둘 다 마음은 있는데
[귀주 모] 서로 배려하느라 감질나게 구는 것 같아서
술 한 잔씩 하면서 시간 좀 가지라고
[한숨]
[귀주] 술?
- 술 좋지 - [귀주 모의 호응]
[귀주의 힘주는 소리]
[귀주 모] 아, 자, 그럼 난 이만
- 어, 같이 드시죠 - [귀주 모] 아니야
아니야 [웃음]
[귀주 모의 옅은 웃음]
[귀주, 다해의 한숨]
[옅은 한숨]
[흥미로운 음악]
이런 자리 저도 곤란하긴 한데
어쩔 수 없네요
한잔 줄까요?
[탕 내려놓는 소리]
[조르르 따르는 소리]
[탁 내려놓는 소리]
[귀주] 아, 감질나네
어머니 말씀이 맞네
감질나게 구는 거
그거 안 돼
[탁 내려놓는 소리]
[달그락 드는 소리]
- [탁] - [귀주의 한숨]
[탁 내려놓는 소리]
[한숨]
[직원] 안녕하세요
오늘 진료 끝났죠?
아니요, 마지막 환자 보고 계세요
[한숨]
기다리지, 뭐 [옅은 웃음]
- 저거 왜 저기 있어요? - [흥미로운 음악]
[어이없는 숨소리]
[직원] 아, 저거 원장님이 치우라고…
[동희가 웃으며] 아, 맞다
아, 내가 치우라 그랬었다
[직원의 어색한 웃음]
아니, 컬러가 좀 바랜 거 같아 가지고
- [동희의 어색한 웃음] - [직원] 네
[한숨]
[여자의 웃음]
[지한의 웃음]
[지한] 조금만 참아 봐요
[여자의 비명]
[지한의 웃음]
[여자의 신음]
- [지한의 옅은 탄성] - [여자의 힘겨운 신음]
- [지한의 옅은 웃음] - [여자의 비명]
[여자, 지한의 웃음]
[여자] 아, 진짜 완전…
[여자의 신음]
[거친 숨소리]
안에 있는 거 환자 아니죠?
맞는데…
아이씨
아닌데
[동희의 성난 숨소리]
[여자의 요란한 신음]
[거친 숨소리]
- [지한의 웃음] - [여자의 웃음 섞인 말소리]
[여자의 자지러지는 웃음]
- [그레이스] 응? - [지한] 도, 동희야
[그레이스] 복덩어리 언니 아니에요?
복덩어리?
[동희] 이러려고 나 병원 나오지 말랬어?
[지한] 무슨 소리야? 지금 환자 보고 있는데
[작게] 진료 시간 끝난 게 언제인데
[그레이스] 어머 병원 문 닫을 시간 됐어요?
아, 쌤, 제가 밥이라도 살게요
그쪽이 밥을 왜 사요?
[그레이스] 아, 늦은 시간까지
밥도 못 먹고 진료 봐 줘서 고마워서 그렇죠
[기가 찬 숨소리]
[그레이스의 한숨]
연락 주세요
[한숨]
보니까 언니야는 벌써 밥도 먹었네?
뭘 그렇게 맛있게 먹었을까
짜장면?
[똑똑 튕기는 입소리]
[차분한 음악]
[못마땅한 한숨]
[동희의 난감한 숨소리]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무슨 진료를 어떻게 보면
그렇게 화기애애 웃음이 넘쳐?
무릎 주름이랑 라인
인플루언서라고 해서 좀 맞춰 준 거야
[지한] 구독자가 30만이라고 하니까
병원 홍보라도 좀 해 보려고
[동희] 아이
우리 결혼 좀 앞당기자
월세 걱정에서 벗어나게 해 줄게, 응?
[지한] 결혼한다고 그 건물 줄 거 같아?
애까지 낳아야 된다며
그러니까
더 나이 먹기 전에…
[지한] 결혼은
떳떳하게 하고 싶어
병원 문 열 때 너한테 빌린 돈
그거 다 갚을 때까지 나 결혼 안 해
절대로
[지한의 한숨]
[동희의 한숨]
[비장한 음악]
[그레이스] 보시면은 상체에 집중을 해서
이렇게 쭉쭉 내려 주시면 됩니다
움직이는 거 보이시죠?
자, 오케이, 좋습니다
조심히 오셔 가지고 한번 잡아 볼게요
어, 언니, 안녕하세요
어, 네, 팔 넓게 해서, 자
[터치 패드 조작음]
하나, 둘
셋
넷
- 다섯 - [거친 숨소리]
자, 너무 좋아요, 너무 좋아요
[학생들이 재잘거린다]
[저마다 인사하는 소리]
[어두운 음악]
[휴대전화 게임 소리]
[계속되는 휴대전화 게임 소리]
[다가오는 발소리]
[긴장되는 음악]
[긴박해지는 음악]
[어두운 음악]
[달칵 잠그는 소리]
[이나의 초조한 숨소리]
[구성진 음악이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진동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 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 [동희의 거친 숨소리] - [휴대전화 진동음]
- [통화 연결음] - [초조한 숨소리]
- [휴대전화 진동음] - [코 고는 소리]
-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 [통화 종료음]
[한숨]
[귀주] 핸드폰 그거 전화 아니야?
전화는 전화 거는 데 써야지
아빠한테는 전화도 한 번 안 하고
[통화 연결음]
아빠
나 중앙공원 화장실에 있는데 좀 와 주면 안 돼요?
[다해] 이나니?
무슨 일이야?
아빠는요?
어, 그…
아빠는 지금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다해] 음
내, 내가 갈게
중앙공원이면 가까워, 금방 가
근데 왜?
너, 너 무슨 일 있지?
아니에요
[통화 종료음]
[다해] 귀주 씨, 귀주 씨
[옅은 숨소리]
귀주 씨, 이나요, 이나, 이나 전화
[익살스러운 효과음]
- [흥미로운 음악] - [귀주] 이나?
[귀주의 다급한 숨소리]
[다해] 아 지금 전화 왔었는데, 그
바로 좀 와 달라고
목소리가 꼭 누구한테 쫓기는 거 같았는데
[귀주] 이나 [다급한 숨소리]
[다해] 아, 어, 어딘지 알고 가요?
[다해의 탄식]
- [귀주] 이나야, 이나야! - [사장] 저, 손님, 손님!
- [다해] 예? - [사장] 계산이요
- [다해] 네 - [사장] 64만 원이요
[다해] 예?
아, 예, 죄송합니다
예, 여기
[휴대전화 진동음]
[귀주의 거친 숨소리]
[힘겨운 소리]
- [다해] 귀주 씨 - [귀주가 콜록거린다]
- 괜찮아요? - [거친 숨소리]
[한숨]
아, 그냥 여기 있어요 내가 갈 테니까, 알았죠?
[다해의 놀란 소리]
이, 이나가 나한테 전화를 했어
나한테
내가 가야 돼, 내가
[다해가 당황하며] 아, 잠깐만
- 조심조심 - [귀주의 다급한 말소리]
어, 어, 잠깐만요, 어유
- 엄마, 엄마야 [놀란 소리] - [귀주의 힘겨운 소리]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조심
[감성적인 음악]
- [다해] 어, 어, 어머! - [귀주의 다급한 숨소리]
[다해의 비명]
[다해의 놀란 소리]
- [다해] 저쪽이에요 - [귀주의 다급한 숨소리]
[다해, 귀주의 가쁜 숨소리]
[귀주가 콜록거린다]
[다해] 저, 이쪽이요
- [귀주] 아, 이나야, 이나야 - [다해] 아유, 정말
[삼촌] 휴지가 없나?
[귀주의 가쁜 숨소리]
[다해가 헐떡이며] 귀주 씨, 저기
저기, 저기, 아이…
[귀주의 거친 숨소리]
[귀주] 저 새끼…
[흥미진진한 음악]
[오토바이 엔진음]
어이
왜 여자 화장실을 기웃거리나? 어?
[귀주의 성난 숨소리]
- [귀주의 놀란 소리] - [다해가 놀라며] 아유, 아이고…
괜찮아요?
- 어? - [귀주의 거친 숨소리]
[귀주] 너 절대 못 도망가, 씨
- [다해] 에헤 - [귀주의 거친 숨소리]
[귀주] 나한테 죽었어, 씨
[귀주의 거친 숨소리]
[성난 숨소리]
[귀주의 힘겨운 소리]
[한숨]
- [귀주의 거친 숨소리] - [차분한 음악]
[이나] 아빠, 또 누구 구하러 가?
그럼 나는 누가 구해 줘?
[비장한 숨소리]
[교사] 이나가 친구들하고 좀 잘 못 어울리는 편입니다
투명 인간 같다고 할까요
[성난 기합]
[퍽]
- [익살스러운 효과음] - 아빠?
[흥미로운 음악]
[뽀드득거리는 효과음]
[뽀드득거리는 효과음]
[삼촌의 힘겨운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삼촌의 아파하는 소리]
다신 내 딸 근처에 얼쩡거리지 마라, 어?
[한숨]
[거친 숨소리]
아빠
[귀주] 이나야
[속삭이며] 잘했어, 가
[귀주] 이나야 [가쁜 숨소리]
이나야, 너 괜찮아? 어?
[이나] 저 아저씨는 누구예요?
[귀주의 가쁜 숨소리]
걱정 마, 아빠가 혼쭐내 줬어
[이나] 뭔 소리야? 저 아저씨가 뭘 어쨌다고
숨기지 않아도 돼
[귀주] 이제 괜찮으니까 나와 봐
나와
- 나와, 나와 - [다해] 잠깐
이나야, 너 왜 와 달라고 했어?
- [출입문 종소리] - [다해] 안녕하세요
[잔잔한 음악]
[다해] 이나야
잠깐만
손
축하해
[살짝 웃는다]
[초인종 소리]
[문 열리는 소리]
[귀주] 저기, 이나야
축하…
[이나] 하지 마요! 아…
[민망한 숨소리]
[멀어지는 발소리]
[깨달은 소리]
고맙습니다
[다해] 안녕
[옅은 한숨]
들어가세요
[부드러운 음악]
[귀주] 저, 한잔할래요?
이번엔 같이 마시는 건가요?
[조르르 따르는 소리]
[다해] 병원부터 가 봐야 되는 거 아닌가?
뼈 부러지는 소리 나던데
[귀주] 아까 헬멧 썼는데도 날아가는 거 못 봤나?
그 소리는
헬멧 쪼개지는 소리였지
[쯧 입소리]
[탁 내려놓으며] 어쨌든 이나 일은 고마워요
근데 자꾸 고맙지 마요
난 고마움을 잘 못 느껴요
매사에 감사했으면 우울증에 걸렸겠습니까?
좀 불편합니다
난 해 줄 것도 없고
[씁 들이켜는 숨소리]
해 준 거 있잖아요
따뜻하게 손잡아 줬으면서
그런 거짓말은 왜 합니까?
[픽 웃는다]
아, 지금 발뺌하는 거예요?
대체 어디서, 언제?
[어이없는 웃음]
[탁 내려놓는 소리]
[다해] 쇼핑몰에서요 화재경보 울렸을 때
아니, 뭐, 같이 잔 것도 아니고 손잡은 거 가지고
그렇게 잡아뗄 거 뭐 있어요?
하, 참
[아파하는 소리]
- [부드러운 음악] - 혹시 그러면
미래에서 온 귀주 씨가 내 손 잡은 거 아니에요?
과거로 타임 슬립 하는 능력 있다면서요
그런 거 없어요
[다해] 행복했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요
못 돌아가요
[다해] 아 능력을 잃어버렸다고 했지?
그럼 우울증이 나으면?
다시 행복해지면?
나랑 있던 시간이 행복했던 거 아니에요?
그럴 리가
[다해] 잘 생각해 봐요, 눈 감고
혹시 알아요? 다시 돌아가질지
돌아간다고 해도 손은 못 잡아요
과거에선 아무것도 붙잡을 수 없거든
[피곤한 소리]
아, 우리 복덩어리 언니야 아직도 뛰네
[어두운 음악]
저러다 토하겠다
[거친 숨소리]
[버튼 조작음]
[동희의 거친 숨소리]
[버튼 조작음]
[동희] 저게 왜 저기 있어요?
[직원] 원장님이 치우라고…
[거친 숨소리]
[동희가 헐떡이며] 날고 싶다 예전처럼
[동희의 거친 숨소리]
날고 싶어!
[동희의 거친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놀란 숨소리]
[동희의 힘겨운 소리]
- [동희의 가쁜 숨소리] - [차분한 음악]
[그레이스] 정신 차려, 정신 정신 차려!
호흡할 거야, 천천히
자, '하, 후'
'하, 후'
- '하, 후' - [숨 가다듬는 소리]
옳지, 천천히
- '하, 후' - [울먹이며 내쉬는 숨소리]
'하, 후'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흐느낀다]
'하, 후'
'하, 후'
[동희가 연신 흐느낀다]
[다해]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행복했던 시간으로
[귀주] 글쎄, 못 돌아간다니까
지금 내가 지나간 어떤 시간도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으니까
인생에서 행복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하나도 안 남아 있다고요?
[다해] 어허
두발자전거 처음 탄 날
그 느낌은 절대 못 잊는데
아, 그래요? 그러면
음…
팥빙수 처음 먹어 본 날
[헛웃음]
그런 것도 기억나요?
[웃음]
고등학교 때 처음 먹어 봤거든요
[귀주의 한숨]
[다해] 아
이나가 태어난 날은요?
[세연] 또 하나 생겼네 복귀주가 돌아올 행복한 시간
- [이나의 옹알이] - [귀주] 오잉?
[어르는 소리] 이나야
- [탁 내려놓는 소리] - 와
[다해] 너무한다
실은
나도 과거로 돌아가는 능력이 있는 거 같아요
이나를 보면 어릴 때 내 생각이 나요
나도 엄마가 없었거든요
아빠는 늘 술에 취해 있었고
혼자였어요
근데 나 혼자서 씩씩하게 잘 컸는데
다 커서 어른 된 줄 알았는데
근데 이나만 보면
혼자였던 어린애로 자꾸 돌아가져요
[옅은 웃음]
[조르르 따르는 소리]
여사님 심정도 이해는 돼요
이나한텐 누군가 필요하니까
[귀주] 이나한테 줬던 토끼 인형
이나가 어렸을 때
내가 옆에 많이 못 있어 줬어요
아빠 대신 지켜 줄 거라고
애한테 선물했던 인형이에요
아, 그랬구나
[귀주] 근데 내가 이 모양이라
여전히 옆에 못 있어 주니까
그래서 줬는데
[한숨] 근데
이나가 쓰레기통에 버렸더라고
맞아
이나한텐 필요해요
이런 나 대신 옆에서 지켜 줄 사람
근데
그럼 도다해 씨 인생을 쓰레기통에 처박는 걸까 봐
그러니까
다가오지 마요, 붙잡고 싶어지니까
[다해] 벌써 붙잡았으면서
[오토바이 엔진음]
손잡았잖아요
우리
[귀주] 손을 잡았다고?
무슨 그런 거짓말을 그렇게까지 진심으로…
[다해] 그럼 혹시
미래에서 온 귀주 씨가 내 손 잡은 거 아니에요?
[신비로운 음악]
[한숨]
[귀주] 그건 말이 안 되는데
[다해] 눈 감고 잘 생각해 봐요
혹시 알아요?
다시 돌아가질지
[한숨]
[점차 고조되는 음악]
[긴장한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강렬하고 신비로운 음악]
[놀란 숨소리]
- [당황한 숨소리] - [사람들의 대화 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귀주] 말도 안 돼
이게 어떻게…
[신비로운 효과음]
[귀주의 놀란 숨소리]
[요란한 화재경보음]
- [긴박한 음악] - [보안 직원1] 불이야!
모두 대피해 주세요!
[보안 직원2] 화재경보입니다!
모두 비상구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보안 직원3] 천천히 이동 부탁드리겠습니다!
[보안 직원2] 이쪽으로 가세요 이쪽으로!
- 천천히 가세요, 천천히! - [사람들의 비명]
[다해] 쇼핑몰에서요
화재경보 울렸을 때
[보안 직원2]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이쪽으로
이쪽으로 가 주세요, 이쪽으로
[보안 직원4] 당황하지 마시고 천천히 이동하시겠습니다
[보안 직원5] 천천히 가세요 천천히!
[여기저기 소란한 소리]
[귀주의 거친 숨소리]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음악이 잦아든다]
[귀주의 떨리는 숨소리]
[다해의 겁먹은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다해의 놀란 숨소리]
[다해] 내 손 붙잡아 줬잖아요
[감성적인 음악]
따뜻하게 손잡아 줬으면서
[계속되는 감성적인 음악]
[귀주] 내가 과거의 사람한테 닿는다?
[귀주 모] 궁금하지도 않니?
꿈에 왜 도다해가 우리 집안 반지를 끼고 있었는가
[귀주가 떨리는 목소리로] 도다해
도대체 정체가 뭐야?
[귀주] 왜 당신한테만 손이 닿고
왜 당신한테만 내가 가 있는 거냐고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고, 진짜
고백이에요?
[다해] 한번 용기 내 봤어요
귀주 씨가 마음을 열어 줘서
넙죽 동거부터?
[동희] 복씨 집안 확실히 망조가 들었네
[다해 모] 싹 다 쓸어 버리자고
증거 수집 확실히 해
[다해] 초능력이 사실인지도 몰라
- [이나] 기어코 발을 들이셨네 - [신비로운 효과음]
[놀란 소리]
도망치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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