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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2

 

[아이1] 뭐야?

 

- [아이2] 뭐 나왔어? - [아이3] 빨리 펼쳐 봐

 

[아이2] 오! 야, 나왔다

 

[아이1] 1등이야 잉어야, 대왕 잉어!

 

[어린 귀주가 웃으며] 우와!

 

- [주인] 자, 여기 있다 - [어린 귀주] 고맙습니다

 

오예

 

[어린 귀주의 웃음]

 

[흥미로운 음악]

 

- 복귀주! - [어린 귀주의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어린 귀주] 엄마, 이것 봐 이거 대왕 잉어

 

[와장창]

 

[울먹이며] 내, 내 대왕 잉어

 

[귀주 모] 엄마가 뭐랬어, 응?

 

문방구 근처에서 교통사고 날 거라고

 

당분간 그쪽으로 얼씬도 말랬잖아, 응?

 

엄마가 정해 준 길로만 다니라고 했어, 안 했어?

 

[울며] 내 대왕 잉어

 

- 그래도 이 녀석이 그냥… - [신비로운 효과음]

 

[귀주 모] 어?

 

[울먹이는 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아이1] 빨리 펼쳐 봐

 

[어린 귀주] 1등

 

[아이2] 오! 야, 나왔다

 

[아이3] 1등이야 잉어야, 대왕 잉어!

 

[어린 귀주가 웃으며] 우와!

 

- [어린 귀주] 어… 나? - [주인] 자, 여기 있다

 

[아이3] 나도 보여 줘

 

[귀주] 아홉 살에 처음 알았다

 

나는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

 

[옅은 웃음]

 

[툭 떨어지는 소리]

 

[다급한 숨소리]

 

어유, 드디어

 

- [귀주 모] 어유, 드디어, 드디어 - [밝은 음악]

 

아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유, 감사합니다

 

[멀리 시끌벅적한 소리]

 

에이

 

아유, 꽝이구나

 

[주인] 자, 옜다

 

- [시끌시끌한 소리] - [아이1] 야, 같이 가!

 

[아이2] 야, 나, 나 패스, 패스!

 

[흥미로운 음악]

 

- [되감기 효과음] - [어린 귀주] 오예

 

[아이1] 나도 보여 줘!

 

[아이2] 우와

 

[귀주] 행복을 되새기는 일은 너무도 달콤했다

 

[아이3] 나도 대왕 잉어 갖고 싶다

 

[귀주] 하지만

 

[아이1] 복귀주 오늘 뽑기 복 터졌네

 

[아이2] 귀주야, 얼른 먹어 봐

 

[아이3] 얼른 먹어 봐

 

[어린 귀주의 감격한 소리]

 

[어린 귀주] 이거 되게 달아

 

- [아이3의 애타는 소리] - [아이1] 야, 아가미 한 개만!

 

[아이3] 나도 대왕 잉어 갖고 싶다!

 

[아이1] 같이 가!

 

선우야

 

재희야! 내 말 안 들려?

 

아저씨

 

아저씨, 여기요, 저 안 보이세요?

 

제 말 안 들리세요, 아저씨?

 

[어린 귀주] 예?

 

[아이4] 해피야!

 

해피야!

 

[타이어 마찰음]

 

- [쿵 부딪는 소리] - [강아지의 낑낑대는 소리]

 

해피야!

 

[귀주] 나에겐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불행한 시간이기도 했다

 

[아이4가 울먹이며] 살려 주세요

 

해피 좀 제발 살려 주세요

 

[아이4의 울음]

 

- 해피야 - [아이4] 해피야, 어떡해

 

해…

 

[계속되는 아이4의 울음]

 

[신비로운 효과음]

 

- [긴박한 음악] - [아이4] 해피야!

 

해피야!

 

[가쁜 숨소리]

 

[힘겨운 소리]

 

- [쿨럭거린다] - [신비한 효과음]

 

[어린 귀주의 가쁜 숨소리]

 

[힘주는 소리]

 

[타이어 마찰음]

 

- [쿵 부딪는 소리] - [강아지의 낑낑대는 소리]

 

[아이4가 울며] 해피야, 해피야

 

죽지 마

 

[신비로운 효과음]

 

[아이4] 해피야!

 

[힘겨운 소리]

 

[콜록거린다]

 

[힘겨운 소리]

 

[후 내뱉는 숨소리]

 

[신비로운 효과음]

 

[오토바이 시동음]

 

- [타이어 마찰음] - [강아지의 낑낑대는 소리]

 

- [귀주] 과거를 바꿀 순 없었다 - [웅성거리는 소리]

 

이젠 더 이상 이 시간이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리 특별한 시간도 되풀이하면 무뎌지기 마련이고

 

[아이4] 해피야!

 

[귀주] 다른 사람은 불행한데 나만 행복할 순 없다는

 

[반복되는 사고 현장 소리]

 

- 죄책감 때문이기도 하다 - [아이4의 울먹이는 말소리]

 

[아이4] 해피 좀 제발 살려 주세요

 

[귀주] 그때의 행복이 희미해져 버리면

 

- 다시는 돌아갈 수도 없었다 - [아이4] 해피야!

 

준비됐어?

 

아니

 

[귀주, 세연의 웃음]

 

[귀주] 됐어

 

[세연] 이나야, 아빠한테 가자

 

- 읏차 - [귀주] 이나, 아빠한테 와

 

- 아이고야 - [세연] 어, 여기를 받쳐야 돼

 

- 팔, 팔을 이렇게? - [세연] 어

 

- 여기도, 어, 어 - [귀주] 이렇게?

 

- [세연이 웃으며] 됐다 - 어떡해

 

[귀주] 이나야, 아빠 보여?

 

[이나의 옹알이]

 

- [귀주의 어르는 말소리] - [세연] 또 하나 생겼네

 

복귀주가 돌아올 행복한 시간

 

돌아오겠지

 

- 몇 번이고 돌아올 거야 - [세연의 옅은 웃음]

 

- [귀주] 이나야, 아빠 왔지롱 - [세연의 웃음]

 

[세연] 이나야

 

[귀주] 어? 막 웃어

 

- [세연] 진짜? - [귀주] 어, 봐 봐

 

- 자, 봐 봐 [웃음] - [세연의 웃음]

 

[귀주] 그 시간마저 놓치고 말았다

 

[새소리]

 

[한숨]

 

[탁탁 라이터 켜는 소리]

 

[한숨]

 

[의미심장한 효과음]

 

[이나] 다녀오겠습니다

 

[휴대전화 게임 소리]

 

[오토바이 엔진음]

 

- [귀주] 복이나 - [무거운 음악]

 

주위 좀 살피면서 다녀

 

핸드폰만 쳐다보지 말고

 

그러다 다쳐

 

[이나의 힘주는 숨소리]

 

[훌쩍이는 소리]

 

[이나]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생일 선물은 무슨

 

[이나의 거친 숨소리]

 

[귀주] 핸드폰 그거 전화 아니야?

 

전화는 전화 거는 데 써야지

 

아빠한테는 전화도 한 번 안 하고

 

[이나] 네

 

[한숨]

 

[속상한 숨소리]

 

[깊은 한숨]

 

- [실내에 흐르는 잔잔한 음악] - [여자] 색깔 이쁘다

 

- 가자 - [여자들의 대화 소리]

 

[점원] 도와드릴까요?

 

혹시 필요하신 상품이라도 있으신가요?

 

[귀주] 예

 

[귀주의 놀란 소리]

 

[귀주] 아, 죄송합니다

 

[남자] 눈을 어디다 뜨고 다니는 거야?

 

[귀주] 죄송합니다 아, 죄송합니다

 

초능력자 지금 이동

 

[경쾌한 음악]

 

둘째도 있었어요?

 

쓰읍, 초등학생?

 

[다해] 유치원생?

 

아…

 

설마 이나 신발?

 

 

생일 선물 재도전?

 

쓰읍, 근데 이거면

 

토끼 인형이랑 별반 다르지가 않은데

 

좀 도와줘요?

 

나하고 결혼하고 싶어요?

 

아니요

 

난 그냥 쇼핑하러

 

쇼핑해요, 그럼

 

[계속되는 경쾌한 음악]

 

[다해] 어머, 이거 어때요?

 

[귀주] 애들이 어른 흉내 내는 거 별로

 

[다해] 내 거 고른 건데요?

 

쇼핑하라면서요

 

어, 저…

 

- 이나 선물 골라 줘요? - [귀주] 됐어요

 

내가 도와줄게요

 

[귀주] 됐어요…

 

[익살스러운 음악]

 

[수군거리는 소리]

 

줄래요?

 

[실내에 흐르는 잔잔한 음악]

 

[귀주] 여기 한 병 더요

 

이나 줘요

 

애들이 어른 흉내 내는 거 별로라고 했는데

 

[다해] 애들은 원래 어른 흉내 내고 싶어 해요

 

앉아도 되죠?

 

[귀주] 예, 앉아요, 자리 비었어요

 

- [귀주의 힘주는 소리] - [다해] 어? 아니…

 

아니

 

신발은 내가 샀으니까

 

시원한 거 한 잔은 사 줄 수 있지 않아요?

 

[귀주] 내가 호의를 주고받는 일에 어려움이 좀 있어요

 

우울증 환자라

 

[다해] 그럼 이거 가져가요

 

이나 주는 거니까

 

[귀주의 헛기침]

 

[옅은 헛기침]

 

[점원] 맥주 나왔습니다

 

[실내에 흐르는 잔잔한 음악]

 

[요란한 화재경보음]

 

[남자] 어? 뭐야?

 

- 뭐야? - [보안 직원1] 불이야!

 

모두 대피해 주세요!

 

[보안 직원2] 화재경보입니다!

 

모두 비상구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긴장되는 음악]

 

[보안 직원3] 천천히 이동 부탁드리겠습니다!

 

[보안 직원2] 이쪽으로 가세요 이쪽으로

 

천천히 가세요, 천천히!

 

- 천천히 가세요 - [사람들의 비명]

 

[긴박해지는 음악]

 

- [요란한 화재경보음] - [학생들의 비명]

 

[가쁜 숨소리]

 

[학생들의 비명]

 

[다해의 힘겨운 숨소리]

 

[주변 소리가 아득해진다]

 

[다해의 힘겨운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다해의 겁먹은 숨소리]

 

[고조되는 음악]

 

[몽환적인 음악]

 

[밝은 음악]

 

[보안 직원4] 네, 네 지금 입구로 가고 있습니다!

 

[안내 음성] 고객 여러분들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조금 전 울린 화재경보는

 

실제 화재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 쇼핑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 [웅성거리는 소리]

 

- 조금 전 울린 화재경보는 - [부드러운 음악]

 

실제 화재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쇼핑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의아한 숨소리]

 

[열차 진입 경고음]

 

[지하철 안내 방송이 흐른다]

 

[문 열리는 소리]

 

[잔잔한 음악]

 

[옅은 웃음]

 

[멀어지는 발소리]

 

"복스짐"

 

- [다해] 안녕하세요 - [귀주 모] 아유, 이제야 만나네

 

나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

 

죄송합니다

 

찾아 주시는 고객님들이 많아져서요

 

[놀라며] 도다해 씨의 남다른 기운을

 

나만 알아본 게 아니었구나

 

다 여사님 덕분이에요 [웃음]

 

그런데 난 좀 안타깝네

 

[귀주 모] 다른 사람들한테 그 아까운 기운 다 나눠 주고

 

[놀라며] 아유 이 손 거칠어진 것 좀 봐

 

[다해의 어색한 웃음]

 

[다해] 그런데 왜 이리로 부르셨는지…

 

운동하고 마사지받으시겠어요?

 

일단 들어가요, 응, 자

 

[실내에 흐르는 우아한 음악]

 

[직원1]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 [직원2] 사장님, 오셨습니까 - [직원3] 안녕하십니까

 

[직원4] 오셨습니까

 

[귀주 모] 늘 수고하네

 

[경쾌한 음악]

 

[개운한 숨소리]

 

[한숨]

 

[회원] 새로 오신 피티 쌤이죠?

 

이름이 뭐예요?

 

그레이스예요 [웃음]

 

[회원] '그레이스'

 

이름이 참 이뻐요, 예

 

[동희의 헛기침]

 

[회원의 한숨]

 

- [동희] 그레이스? - [리드미컬한 음악이 흐른다]

 

이름과 분위기의 괴리가 좀 있는데

 

본명 아니죠?

 

왜 가명을 써요?

 

그러는 언니 이름은 뭔데요? [웃음]

 

복동희

 

[그레이스] 복덩이?

 

[헛웃음 치며] 와

 

이름과 분위기가 찰떡이라 좋겠다

 

부럽다!

 

- [그레이스의 힘주는 소리] - [동희] 덩이가 아니라 동희…

 

[흉내 내는 소리]

 

[귀주 모] 아, 이 건물을 언제 매입했더라?

 

어, 귀주가 젊은 혈기에 잠깐 소방관 일을 했었는데

 

좀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해서

 

내가 헬스장을 차려 줬거든

 

그새 시세가 꽤 올랐더라고

 

[다해] 아

 

아, 네

 

귀주가 결혼하면 결혼 선물로 물려줄 거예요

 

[다해의 난감한 웃음]

 

[다해] 저,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는데요

 

좋게 봐 주신 건 감사하지만

 

너무 급하신 건 아닌지…

 

저도 저지만 이나도 있고

 

이나한테 필요한 건 엄마 손길이에요

 

[귀주 모] 다 큰 척해도 아직 애야

 

또래들보다 한참 늦돼서 걱정이지

 

[쯧 혀 차는 소리]

 

나타나야 할 게 아직도 안 나타나서 애를 태워

 

[다해] 초경이 아직인가 봐요?

 

[한숨]

 

나이도 있는데 얼른 아이부터 갖는 게 어때요?

 

[귀주 모] 우리 집이 손이 귀한 이유가 있어요

 

차차 알게 될 테고

 

여사님

 

[다해] 저는요 결혼이 쉽지 않아요

 

사실 이런 제안 받은 거 처음은 아니에요

 

[한숨 쉬며] 두 번이나 해 봐서

 

세 번째는 쉬울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무슨 소리야? 쉽게 생각하다니

 

어렵게 맺어진 인연이라 더 소중하지

 

[귀주 모] 난 제대로 대접할 거예요

 

결혼 때도 사람들 다 불러서 아주 성대하게

 

아, 공주님 드레스는 두 번이나 입어 봐서

 

[다해] 별로 미련도 없고

 

이런저런 일 겪어 보니까

 

중요한 건 절차가 아니더라고요

 

무엇보다

 

같이 살아 봐야죠

 

[동희] 저…

 

그렇지

 

- 살아 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지 - [다해의 옅은 웃음]

 

[동희] 아, 엄마!

 

[어색한 웃음]

 

[다해] 어, 안녕하세요

 

[작게] 나 좀 봐요, 응?

 

[귀주 모가 작게] 아 중요한 얘기 하고 있는데

 

[동희] 아이, 잠깐만

 

[귀주 모, 동희의 어색한 웃음]

 

[귀주 모] 왜 그러는데?

 

- [동희] 아이, 잠깐만 와 봐 - [귀주 모] 왜 이래?

 

[동희] 그냥 와 봐, 좀

 

[흥미진진한 음악]

 

- [귀주 모] 아이… - [동희의 거친 숨소리]

 

이 건물 나 준다며?

 

나 결혼한다고

 

[귀주 모] 도대체 언제?

 

조 원장은 요즘 코빼기도 안 보이는데

 

[동희] 아, 개원하고 정신이 없어서 그렇지

 

결혼에 별 관심이 없는 거겠지

 

엄마야말로 내 결혼에 관심 너무 없는 거 아니야?

 

[동희] 아, 저 여자 뭘 보고? 뭘 믿고?

 

니 동생 살린 사람이야

 

그것도 그래

 

[동희] 물에 빠진 귀주를 구한 사람이

 

알고 보니 엄마 단골 마사지 샵 직원이었다?

 

그게 우연일까?

 

[귀주 모] 우연이 아니라 운명

 

꿈을 꿨다니까

 

아, 그 꿈 신통력 떨어진 게 언제인데

 

[동희] 결혼? 내가 먼저 할 거야

 

[한숨]

 

[리드미컬한 음악이 흐른다]

 

[다해] 안녕하세요

 

이제 출근해요?

 

우울증 환자가 출근을 하기까지

 

얼마나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을 하는지 알아요?

 

간만에 모처럼

 

그 싸움에서 이겼어요

 

[다해] 아…

 

아, 네

 

어디 가요?

 

[귀주] 퇴근합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오늘 치 의지를 다 써 버려서

 

[다해] 저, 고마워요

 

[부드러운 음악]

 

손잡아 줘서

 

[귀주] 네?

 

[다해가 살짝 웃는다]

 

[다해] 내 손 붙잡아 줬잖아요

 

내가 언제?

 

[옅은 웃음]

 

[귀주 모] 손을 잡았다고?

 

아…

 

어머나

 

둘 사이가 어느새 그렇게 진전된 거예요?

 

그런 건 아니고요

 

아니긴

 

[귀주 모] 저 복귀주가 손을 잡았다면

 

다 잡은 거예요

 

- [엘리베이터 도착음] - [헛웃음 치며] 뭔 소리야

 

[귀주 모] 귀주 마음을 확인했으니까

 

다음 스텝은 나한테 맡겨요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아, 근데 얼굴이 너무 안돼 보이세요

 

[귀주 모] 응

 

못 뵙는 동안 잠을 못 주무셨나 봐요

 

그렇지

 

잠시만요

 

차 좀 드릴게요

 

- 이쪽으로 앉으세요 - [귀주 모의 웃음]

 

[코 고는 소리]

 

[귀주 부] 신통하네

 

도다해만 만나면 깊은 잠을 잔단 말이야

 

[연신 코 고는 소리]

 

부디 좋은 꿈 꿔요

 

[코 고는 소리]

 

[귀주 부] 야

 

너 손잡았다며?

 

잘 잡았다

 

[한숨]

 

잡긴 뭘 잡았다고

 

그런 적 없어요

 

[귀주 부] 나도 그 사람 마음에 든다

 

니 엄마 쉬게 해 주는 사람이라서

 

파이팅

 

[멀어지는 발소리]

 

[그레이스] 너무 튕긴 건 아니야?

 

[다해 모] 결혼은 진정성이야

 

아무리 사기 결혼이라도

 

[그레이스] 이러다 복덩이인가 살덩이인가 선수 친다

 

[흥미로운 음악]

 

[다해 모] 복덩이 그쪽 브레이크 거는 건

 

그레이스 니 몫이고

 

작업하려면 관리 좀 해야지

 

[그레이스] 아

 

이제 겨우 손잡아 놓고 어느 천년에

 

한 이불을 덮겠나

 

손만 잡은 건 아니었어

 

[쓰읍 들이켜는 숨소리]

 

[다해] 꼭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 붙잡는 거 같았단 말이야

 

[귀주 모] 아유, 깜깜해!

 

[한숨]

 

[뎅그렁]

 

[드르렁 코 고는 소리]

 

[귀주 모의 안도하는 숨소리]

 

방이 아주 관짝 같구나

 

얼른 이 방에 새 주인을 들이자

 

죽은 사람 그림자가 길어도 너무 길었어

 

더구나 다른 남자 아이까지 가졌던 여자를

 

새로 시작해

 

새 생명이 태어나면 너도 삶의 의지를 되찾을 거야

 

[귀주] 나 딸 있어요

 

이름은 복이나라고 하는데

 

어머니 손주는 아닌 모양이지만

 

나도 이나 사랑한다

 

[귀주 모] 하지만 이나는

 

아직까지도 능력이 안 나타나는 거 보면 모르겠니?

 

복씨 집안의 핏줄은…

 

이나 내 딸이에요

 

[귀주] 다시는 그딴 소리 하지 마세요

 

[귀주 모] 그렇게 소중한 딸이면

 

죽은 사람 꼬라지로 그렇게 누워만 있지 말고

 

벌떡 일어나서 아빠 노릇이나 똑바로 하든가

 

[한숨]

 

아니, 대체 술은 또 얼마나 들이부은 거야, 응?

 

[의미심장한 음악]

 

손까지 잡아 놓고 소식이 없네

 

[그레이스] 거봐라

 

[다해] 있어 봐

 

얼마나 지났다고

 

이번엔 좀 걸린다?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어, 복 여사님이야

 

이것 봐

 

- [문 여닫히는 소리] - [그레이스의 한숨]

 

만날천날 복 여사님만 만나면 뭐 하냐

 

신랑 마음이 동해야지

 

다해 말대로

 

결혼 열쇠는 딸내미가 쥐고 있는지도

 

[다해 모] 뒤 좀 더 밟아 봐

 

우리가 긁어 줄 간지러운 구석이 정확히 어딘지

 

[교사] 자, 다들 하고 싶은 동아리 다 정했지?

 

[학생들] 네

 

동아리 가입 아직 안 한 사람?

 

[학생1] 없어요

 

[학생2] 다 가입했어요

 

[학생3] 다 한 거 같은데요

 

[교사] 자, 그럼 모두 동아리방으로 이동

 

[학생1] 난 영화 동아리 간다, 빠이

 

- [학생2] 넌 무슨 동아리야? - [학생3] 나 여기 컴퓨터 동아리

 

[학생2] 아, 진짜? 나도 그걸로 바꿀래

 

우리 동아리 완전 노잼이야

 

[이나] 저기 나도 컴퓨터 동아리…

 

[학생4] 야, 빨리 좀 뛰어 시작하겠다

 

[학생5] 뛰고 있거든? 오늘 뭐 틀어 준댔지?

 

[학생6]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탁 문 닫히는 소리]

 

[영화 속 음악이 흘러나온다]

 

[학생7] 야, 문 닫아!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부드러운 음악]

 

[교사] 복이나

 

- 너 여기서 뭐 해? - [학생8의 지시하는 말소리]

 

왜 아직 여기 있어?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그래, 상담실 가서 선생님이랑 얘기해 보자

 

가자

 

전학생인가?

 

[학생9] 우리 반이잖아

 

[학생10의 호응]

 

[휴대전화 진동음]

 

[피곤한 숨소리]

 

[달그락거리는 소리]

 

[귀주의 한숨]

 

[달그락 집는 소리]

 

- [연신 울리는 휴대전화 진동음] - [귀주의 한숨]

 

- [귀주] 여보세요 - [교사] 아, 연결됐다

 

아, 예, 안녕하세요, 아버님

 

아, 드디어 전화를 받으시네요

 

저 이나 담임입니다

 

[귀주] 아, 예

 

[교사] 아, 그, 다름 아니라

 

우리 학교는 동아리 활동이 필수거든요

 

근데 이나가 아무 동아리도 가입 안 하고

 

혼자 복도에서 기웃거리고 있더라고요

 

- [쓸쓸한 음악] - [교사의 고민하는 숨소리]

 

이런 말씀 조심스러운데

 

이나가 친구들하고 좀 잘 못 어울리는 편입니다

 

대놓고 따돌리는 건 아닌데

 

뭐랄까, 투명 인간 같다고 할까요

 

바쁘시더라도 이나 학교생활에 관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가정 통신문 어플도 가입 안 하셨죠?

 

저희가 일일이 종이로 출력해서 보내 드리는데도

 

보호자 사인도 계속 안 받아 오고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아버님

 

예, 예, 선생님

 

죄송합니다, 예

 

[다급한 숨소리]

 

[탁 서랍 닫는 소리]

 

[거친 숨소리]

 

[어두운 음악]

 

[귀주의 거친 숨소리]

 

[귀주 부] 술 다 치웠다

 

[귀주의 한숨]

 

- 나갈래? - [귀주] 예?

 

술은 혼자 말고 같이 마시는 거야

 

나가서 같이 마시자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장] 아, 이쪽입니다 [웃음]

 

여기입니다

 

[똑똑 노크 소리]

 

손님 오셨습니다

 

안에 누가…

 

[옅은 웃음]

 

[귀주 모] 왔니?

 

[다해, 귀주 모의 옅은 웃음]

 

[한숨]

 

나하고 같이 마시자고는 안 했다

 

[귀주 부] 신랑 입장이요

 

둘 다 마음은 있는데

 

[귀주 모] 서로 배려하느라 감질나게 구는 것 같아서

 

술 한 잔씩 하면서 시간 좀 가지라고

 

[한숨]

 

[귀주] 술?

 

- 술 좋지 - [귀주 모의 호응]

 

[귀주의 힘주는 소리]

 

[귀주 모] 아, 자, 그럼 난 이만

 

- 어, 같이 드시죠 - [귀주 모] 아니야

 

아니야 [웃음]

 

[귀주 모의 옅은 웃음]

 

[귀주, 다해의 한숨]

 

[옅은 한숨]

 

[흥미로운 음악]

 

이런 자리 저도 곤란하긴 한데

 

어쩔 수 없네요

 

한잔 줄까요?

 

[탕 내려놓는 소리]

 

[조르르 따르는 소리]

 

[탁 내려놓는 소리]

 

[귀주] 아, 감질나네

 

어머니 말씀이 맞네

 

감질나게 구는 거

 

그거 안 돼

 

[탁 내려놓는 소리]

 

[달그락 드는 소리]

 

- [탁] - [귀주의 한숨]

 

[탁 내려놓는 소리]

 

[한숨]

 

[직원] 안녕하세요

 

오늘 진료 끝났죠?

 

아니요, 마지막 환자 보고 계세요

 

[한숨]

 

기다리지, 뭐 [옅은 웃음]

 

- 저거 왜 저기 있어요? - [흥미로운 음악]

 

[어이없는 숨소리]

 

[직원] 아, 저거 원장님이 치우라고…

 

[동희가 웃으며] 아, 맞다

 

아, 내가 치우라 그랬었다

 

[직원의 어색한 웃음]

 

아니, 컬러가 좀 바랜 거 같아 가지고

 

- [동희의 어색한 웃음] - [직원] 네

 

[한숨]

 

[여자의 웃음]

 

[지한의 웃음]

 

[지한] 조금만 참아 봐요

 

[여자의 비명]

 

[지한의 웃음]

 

[여자의 신음]

 

- [지한의 옅은 탄성] - [여자의 힘겨운 신음]

 

- [지한의 옅은 웃음] - [여자의 비명]

 

[여자, 지한의 웃음]

 

[여자] 아, 진짜 완전…

 

[여자의 신음]

 

[거친 숨소리]

 

안에 있는 거 환자 아니죠?

 

맞는데…

 

아이씨

 

아닌데

 

[동희의 성난 숨소리]

 

[여자의 요란한 신음]

 

[거친 숨소리]

 

- [지한의 웃음] - [여자의 웃음 섞인 말소리]

 

[여자의 자지러지는 웃음]

 

- [그레이스] 응? - [지한] 도, 동희야

 

[그레이스] 복덩어리 언니 아니에요?

 

복덩어리?

 

[동희] 이러려고 나 병원 나오지 말랬어?

 

[지한] 무슨 소리야? 지금 환자 보고 있는데

 

[작게] 진료 시간 끝난 게 언제인데

 

[그레이스] 어머 병원 문 닫을 시간 됐어요?

 

아, 쌤, 제가 밥이라도 살게요

 

그쪽이 밥을 왜 사요?

 

[그레이스] 아, 늦은 시간까지

 

밥도 못 먹고 진료 봐 줘서 고마워서 그렇죠

 

[기가 찬 숨소리]

 

[그레이스의 한숨]

 

연락 주세요

 

[한숨]

 

보니까 언니야는 벌써 밥도 먹었네?

 

뭘 그렇게 맛있게 먹었을까

 

짜장면?

 

[똑똑 튕기는 입소리]

 

[차분한 음악]

 

[못마땅한 한숨]

 

[동희의 난감한 숨소리]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무슨 진료를 어떻게 보면

 

그렇게 화기애애 웃음이 넘쳐?

 

무릎 주름이랑 라인

 

인플루언서라고 해서 좀 맞춰 준 거야

 

[지한] 구독자가 30만이라고 하니까

 

병원 홍보라도 좀 해 보려고

 

[동희] 아이

 

우리 결혼 좀 앞당기자

 

월세 걱정에서 벗어나게 해 줄게, 응?

 

[지한] 결혼한다고 그 건물 줄 거 같아?

 

애까지 낳아야 된다며

 

그러니까

 

더 나이 먹기 전에…

 

[지한] 결혼은

 

떳떳하게 하고 싶어

 

병원 문 열 때 너한테 빌린 돈

 

그거 다 갚을 때까지 나 결혼 안 해

 

절대로

 

[지한의 한숨]

 

[동희의 한숨]

 

[비장한 음악]

 

[그레이스] 보시면은 상체에 집중을 해서

 

이렇게 쭉쭉 내려 주시면 됩니다

 

움직이는 거 보이시죠?

 

자, 오케이, 좋습니다

 

조심히 오셔 가지고 한번 잡아 볼게요

 

어, 언니, 안녕하세요

 

어, 네, 팔 넓게 해서, 자

 

[터치 패드 조작음]

 

하나, 둘

 

 

 

- 다섯 - [거친 숨소리]

 

자, 너무 좋아요, 너무 좋아요

 

[학생들이 재잘거린다]

 

[저마다 인사하는 소리]

 

[어두운 음악]

 

[휴대전화 게임 소리]

 

[계속되는 휴대전화 게임 소리]

 

[다가오는 발소리]

 

[긴장되는 음악]

 

[긴박해지는 음악]

 

[어두운 음악]

 

[달칵 잠그는 소리]

 

[이나의 초조한 숨소리]

 

[구성진 음악이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진동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 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 [동희의 거친 숨소리] - [휴대전화 진동음]

 

- [통화 연결음] - [초조한 숨소리]

 

- [휴대전화 진동음] - [코 고는 소리]

 

-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 [통화 종료음]

 

[한숨]

 

[귀주] 핸드폰 그거 전화 아니야?

 

전화는 전화 거는 데 써야지

 

아빠한테는 전화도 한 번 안 하고

 

[통화 연결음]

 

아빠

 

나 중앙공원 화장실에 있는데 좀 와 주면 안 돼요?

 

[다해] 이나니?

 

무슨 일이야?

 

아빠는요?

 

어, 그…

 

아빠는 지금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다해] 음

 

내, 내가 갈게

 

중앙공원이면 가까워, 금방 가

 

근데 왜?

 

너, 너 무슨 일 있지?

 

아니에요

 

[통화 종료음]

 

[다해] 귀주 씨, 귀주 씨

 

[옅은 숨소리]

 

귀주 씨, 이나요, 이나, 이나 전화

 

[익살스러운 효과음]

 

- [흥미로운 음악] - [귀주] 이나?

 

[귀주의 다급한 숨소리]

 

[다해] 아 지금 전화 왔었는데, 그

 

바로 좀 와 달라고

 

목소리가 꼭 누구한테 쫓기는 거 같았는데

 

[귀주] 이나 [다급한 숨소리]

 

[다해] 아, 어, 어딘지 알고 가요?

 

[다해의 탄식]

 

- [귀주] 이나야, 이나야! - [사장] 저, 손님, 손님!

 

- [다해] 예? - [사장] 계산이요

 

- [다해] 네 - [사장] 64만 원이요

 

[다해] 예?

 

아, 예, 죄송합니다

 

예, 여기

 

[휴대전화 진동음]

 

[귀주의 거친 숨소리]

 

[힘겨운 소리]

 

- [다해] 귀주 씨 - [귀주가 콜록거린다]

 

- 괜찮아요? - [거친 숨소리]

 

[한숨]

 

아, 그냥 여기 있어요 내가 갈 테니까, 알았죠?

 

[다해의 놀란 소리]

 

이, 이나가 나한테 전화를 했어

 

나한테

 

내가 가야 돼, 내가

 

[다해가 당황하며] 아, 잠깐만

 

- 조심조심 - [귀주의 다급한 말소리]

 

어, 어, 잠깐만요, 어유

 

- 엄마, 엄마야 [놀란 소리] - [귀주의 힘겨운 소리]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조심

 

[감성적인 음악]

 

- [다해] 어, 어, 어머! - [귀주의 다급한 숨소리]

 

[다해의 비명]

 

[다해의 놀란 소리]

 

- [다해] 저쪽이에요 - [귀주의 다급한 숨소리]

 

[다해, 귀주의 가쁜 숨소리]

 

[귀주가 콜록거린다]

 

[다해] 저, 이쪽이요

 

- [귀주] 아, 이나야, 이나야 - [다해] 아유, 정말

 

[삼촌] 휴지가 없나?

 

[귀주의 가쁜 숨소리]

 

[다해가 헐떡이며] 귀주 씨, 저기

 

저기, 저기, 아이…

 

[귀주의 거친 숨소리]

 

[귀주] 저 새끼…

 

[흥미진진한 음악]

 

[오토바이 엔진음]

 

어이

 

왜 여자 화장실을 기웃거리나? 어?

 

[귀주의 성난 숨소리]

 

- [귀주의 놀란 소리] - [다해가 놀라며] 아유, 아이고…

 

괜찮아요?

 

- 어? - [귀주의 거친 숨소리]

 

[귀주] 너 절대 못 도망가, 씨

 

- [다해] 에헤 - [귀주의 거친 숨소리]

 

[귀주] 나한테 죽었어, 씨

 

[귀주의 거친 숨소리]

 

[성난 숨소리]

 

[귀주의 힘겨운 소리]

 

[한숨]

 

- [귀주의 거친 숨소리] - [차분한 음악]

 

[이나] 아빠, 또 누구 구하러 가?

 

그럼 나는 누가 구해 줘?

 

[비장한 숨소리]

 

[교사] 이나가 친구들하고 좀 잘 못 어울리는 편입니다

 

투명 인간 같다고 할까요

 

[성난 기합]

 

[퍽]

 

- [익살스러운 효과음] - 아빠?

 

[흥미로운 음악]

 

[뽀드득거리는 효과음]

 

[뽀드득거리는 효과음]

 

[삼촌의 힘겨운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삼촌의 아파하는 소리]

 

다신 내 딸 근처에 얼쩡거리지 마라, 어?

 

[한숨]

 

[거친 숨소리]

 

아빠

 

[귀주] 이나야

 

[속삭이며] 잘했어, 가

 

[귀주] 이나야 [가쁜 숨소리]

 

이나야, 너 괜찮아? 어?

 

[이나] 저 아저씨는 누구예요?

 

[귀주의 가쁜 숨소리]

 

걱정 마, 아빠가 혼쭐내 줬어

 

[이나] 뭔 소리야? 저 아저씨가 뭘 어쨌다고

 

숨기지 않아도 돼

 

[귀주] 이제 괜찮으니까 나와 봐

 

나와

 

- 나와, 나와 - [다해] 잠깐

 

이나야, 너 왜 와 달라고 했어?

 

- [출입문 종소리] - [다해] 안녕하세요

 

[잔잔한 음악]

 

[다해] 이나야

 

잠깐만

 

 

축하해

 

[살짝 웃는다]

 

[초인종 소리]

 

[문 열리는 소리]

 

[귀주] 저기, 이나야

 

축하…

 

[이나] 하지 마요! 아…

 

[민망한 숨소리]

 

[멀어지는 발소리]

 

[깨달은 소리]

 

고맙습니다

 

[다해] 안녕

 

[옅은 한숨]

 

들어가세요

 

[부드러운 음악]

 

[귀주] 저, 한잔할래요?

 

이번엔 같이 마시는 건가요?

 

[조르르 따르는 소리]

 

[다해] 병원부터 가 봐야 되는 거 아닌가?

 

뼈 부러지는 소리 나던데

 

[귀주] 아까 헬멧 썼는데도 날아가는 거 못 봤나?

 

그 소리는

 

헬멧 쪼개지는 소리였지

 

[쯧 입소리]

 

[탁 내려놓으며] 어쨌든 이나 일은 고마워요

 

근데 자꾸 고맙지 마요

 

난 고마움을 잘 못 느껴요

 

매사에 감사했으면 우울증에 걸렸겠습니까?

 

좀 불편합니다

 

난 해 줄 것도 없고

 

[씁 들이켜는 숨소리]

 

해 준 거 있잖아요

 

따뜻하게 손잡아 줬으면서

 

그런 거짓말은 왜 합니까?

 

[픽 웃는다]

 

아, 지금 발뺌하는 거예요?

 

대체 어디서, 언제?

 

[어이없는 웃음]

 

[탁 내려놓는 소리]

 

[다해] 쇼핑몰에서요 화재경보 울렸을 때

 

아니, 뭐, 같이 잔 것도 아니고 손잡은 거 가지고

 

그렇게 잡아뗄 거 뭐 있어요?

 

하, 참

 

[아파하는 소리]

 

- [부드러운 음악] - 혹시 그러면

 

미래에서 온 귀주 씨가 내 손 잡은 거 아니에요?

 

과거로 타임 슬립 하는 능력 있다면서요

 

그런 거 없어요

 

[다해] 행복했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요

 

못 돌아가요

 

[다해] 아 능력을 잃어버렸다고 했지?

 

그럼 우울증이 나으면?

 

다시 행복해지면?

 

나랑 있던 시간이 행복했던 거 아니에요?

 

그럴 리가

 

[다해] 잘 생각해 봐요, 눈 감고

 

혹시 알아요? 다시 돌아가질지

 

돌아간다고 해도 손은 못 잡아요

 

과거에선 아무것도 붙잡을 수 없거든

 

[피곤한 소리]

 

아, 우리 복덩어리 언니야 아직도 뛰네

 

[어두운 음악]

 

저러다 토하겠다

 

[거친 숨소리]

 

[버튼 조작음]

 

[동희의 거친 숨소리]

 

[버튼 조작음]

 

[동희] 저게 왜 저기 있어요?

 

[직원] 원장님이 치우라고…

 

[거친 숨소리]

 

[동희가 헐떡이며] 날고 싶다 예전처럼

 

[동희의 거친 숨소리]

 

날고 싶어!

 

[동희의 거친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놀란 숨소리]

 

[동희의 힘겨운 소리]

 

- [동희의 가쁜 숨소리] - [차분한 음악]

 

[그레이스] 정신 차려, 정신 정신 차려!

 

호흡할 거야, 천천히

 

자, '하, 후'

 

'하, 후'

 

- '하, 후' - [숨 가다듬는 소리]

 

옳지, 천천히

 

- '하, 후' - [울먹이며 내쉬는 숨소리]

 

'하, 후'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흐느낀다]

 

'하, 후'

 

'하, 후'

 

[동희가 연신 흐느낀다]

 

[다해]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행복했던 시간으로

 

[귀주] 글쎄, 못 돌아간다니까

 

지금 내가 지나간 어떤 시간도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으니까

 

인생에서 행복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하나도 안 남아 있다고요?

 

[다해] 어허

 

두발자전거 처음 탄 날

 

그 느낌은 절대 못 잊는데

 

아, 그래요? 그러면

 

음…

 

팥빙수 처음 먹어 본 날

 

[헛웃음]

 

그런 것도 기억나요?

 

[웃음]

 

고등학교 때 처음 먹어 봤거든요

 

[귀주의 한숨]

 

[다해] 아

 

이나가 태어난 날은요?

 

[세연] 또 하나 생겼네 복귀주가 돌아올 행복한 시간

 

- [이나의 옹알이] - [귀주] 오잉?

 

[어르는 소리] 이나야

 

- [탁 내려놓는 소리] - 와

 

[다해] 너무한다

 

실은

 

나도 과거로 돌아가는 능력이 있는 거 같아요

 

이나를 보면 어릴 때 내 생각이 나요

 

나도 엄마가 없었거든요

 

아빠는 늘 술에 취해 있었고

 

혼자였어요

 

근데 나 혼자서 씩씩하게 잘 컸는데

 

다 커서 어른 된 줄 알았는데

 

근데 이나만 보면

 

혼자였던 어린애로 자꾸 돌아가져요

 

[옅은 웃음]

 

[조르르 따르는 소리]

 

여사님 심정도 이해는 돼요

 

이나한텐 누군가 필요하니까

 

[귀주] 이나한테 줬던 토끼 인형

 

이나가 어렸을 때

 

내가 옆에 많이 못 있어 줬어요

 

아빠 대신 지켜 줄 거라고

 

애한테 선물했던 인형이에요

 

아, 그랬구나

 

[귀주] 근데 내가 이 모양이라

 

여전히 옆에 못 있어 주니까

 

그래서 줬는데

 

[한숨] 근데

 

이나가 쓰레기통에 버렸더라고

 

맞아

 

이나한텐 필요해요

 

이런 나 대신 옆에서 지켜 줄 사람

 

근데

 

그럼 도다해 씨 인생을 쓰레기통에 처박는 걸까 봐

 

그러니까

 

다가오지 마요, 붙잡고 싶어지니까

 

[다해] 벌써 붙잡았으면서

 

[오토바이 엔진음]

 

손잡았잖아요

 

우리

 

[귀주] 손을 잡았다고?

 

무슨 그런 거짓말을 그렇게까지 진심으로…

 

[다해] 그럼 혹시

 

미래에서 온 귀주 씨가 내 손 잡은 거 아니에요?

 

[신비로운 음악]

 

[한숨]

 

[귀주] 그건 말이 안 되는데

 

[다해] 눈 감고 잘 생각해 봐요

 

혹시 알아요?

 

다시 돌아가질지

 

[한숨]

 

[점차 고조되는 음악]

 

[긴장한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강렬하고 신비로운 음악]

 

[놀란 숨소리]

 

- [당황한 숨소리] - [사람들의 대화 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귀주] 말도 안 돼

 

이게 어떻게…

 

[신비로운 효과음]

 

[귀주의 놀란 숨소리]

 

[요란한 화재경보음]

 

- [긴박한 음악] - [보안 직원1] 불이야!

 

모두 대피해 주세요!

 

[보안 직원2] 화재경보입니다!

 

모두 비상구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보안 직원3] 천천히 이동 부탁드리겠습니다!

 

[보안 직원2] 이쪽으로 가세요 이쪽으로!

 

- 천천히 가세요, 천천히! - [사람들의 비명]

 

[다해] 쇼핑몰에서요

 

화재경보 울렸을 때

 

[보안 직원2]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이쪽으로

 

이쪽으로 가 주세요, 이쪽으로

 

[보안 직원4] 당황하지 마시고 천천히 이동하시겠습니다

 

[보안 직원5] 천천히 가세요 천천히!

 

[여기저기 소란한 소리]

 

[귀주의 거친 숨소리]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음악이 잦아든다]

 

[귀주의 떨리는 숨소리]

 

[다해의 겁먹은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다해의 놀란 숨소리]

 

[다해] 내 손 붙잡아 줬잖아요

 

[감성적인 음악]

 

따뜻하게 손잡아 줬으면서

 

[계속되는 감성적인 음악]

 

[귀주] 내가 과거의 사람한테 닿는다?

 

[귀주 모] 궁금하지도 않니?

 

꿈에 왜 도다해가 우리 집안 반지를 끼고 있었는가

 

[귀주가 떨리는 목소리로] 도다해

 

도대체 정체가 뭐야?

 

[귀주] 왜 당신한테만 손이 닿고

 

왜 당신한테만 내가 가 있는 거냐고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고, 진짜

 

고백이에요?

 

[다해] 한번 용기 내 봤어요

 

귀주 씨가 마음을 열어 줘서

 

넙죽 동거부터?

 

[동희] 복씨 집안 확실히 망조가 들었네

 

[다해 모] 싹 다 쓸어 버리자고

 

증거 수집 확실히 해

 

[다해] 초능력이 사실인지도 몰라

 

- [이나] 기어코 발을 들이셨네 - [신비로운 효과음]

 

[놀란 소리]

 

도망치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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