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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3

 

[보안 직원] 네 지금 입구로 가고 있습니다!

 

[안내 음성] 고객 여러분들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조금 전 울린 화재경보는

 

실제 화재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쇼핑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놀란 숨소리]

 

능력이 돌아온 건가?

 

[귀주의 놀란 숨소리]

 

[귀주의 떨리는 숨소리]

 

[귀주] 손을

 

잡았어?

 

내가 과거의 사람한테 닿는다?

 

[혼란스러운 숨소리]

 

[귀주의 거친 숨소리]

 

[쓸쓸한 음악]

 

[귀주] 세연에게 닿을 수 있을까?

 

왜 안 되지?

 

분명히 됐었는데

 

다시

 

[거친 숨소리]

 

[귀주] 심호흡하고

 

- [심호흡] - [신비로운 음악]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집중

 

햇빛

 

[귀주] 바람

 

바다

 

- [계속되는 신비로운 음악] - [갈매기 울음]

 

[철썩이는 소리]

 

[귀주가 웃으며] 됐다, 됐어

 

- [행인들의 걱정하는 말소리] - [다해] 저기요

 

도다해?

 

[놀란 숨소리]

 

[귀주] 그 시간이 행복하기라도 했다는 건가?

 

[거친 숨소리]

 

다른 시간으로 돌아가 보자

 

도다해 말고 다른 시간

 

[귀주의 떨리는 숨소리]

 

이나, 이나를 생각해

 

- [몽환적인 음악] - [다급한 숨소리]

 

[신비로운 효과음]

 

그렇지

 

[다해] 이나야, 잠깐만

 

 

축하해

 

[귀주] 도다해를 보고 웃은 거야?

 

내가 저랬다고?

 

내가 정말 웃었다고?

 

[놀란 숨소리]

 

아니, 이게 뭐야?

 

[귀주의 거친 숨소리]

 

이건, 이건 뭔가 잘못됐어

 

왜…

 

왜 도다해가 있는 시간으로만

 

[몽환적인 음악]

 

[귀주] 도다해 도대체 정체가 뭐야?

 

[매니저] 도다해 씨요?

 

 

[매니저] 지금 일하는 중이라

 

무슨 일이신지…

 

확인할 게 좀 있어서요

 

-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 [드르륵 끄는 소리]

 

[다해] 귀주 씨

 

얘기 좀 합시다

 

[다해] 지금요? 지금 제가 일을…

 

[다해의 힘겨운 소리]

 

- [아파하는 숨소리] - [귀주] 당신 뭐야?

 

네?

 

어째서 당신만 알록달록하지?

 

네?

 

[귀주] 다른 건 죄다 잿빛인데 당신한테만 선명하게 색이 있어

 

게다가 눈만 뜨면 당신이 있어

 

왜 당신이지?

 

왜 당신한테만 손이 닿고

 

왜 당신한테만 내가 가 있는 거냐고

 

[다해] 이거

 

고백이에요?

 

- 아니, 근데 무슨 고백이 이래요? - [흥미로운 음악]

 

[답답한 숨소리]

 

[귀주] 고백은 그쪽이 해야겠지

 

암만 생각해도 의심스러워

 

그냥 솔직하게 털어놔요

 

뭐, 뭘요?

 

당신한테도 우리 같은 능력이 있는 건가?

 

[귀주] 최면술? 내 머릿속에 대체 뭘 심은 건데!

 

혹시 우리 어머니도 이런 식으로 홀렸나?

 

어머, 귀주 씨

 

[귀주] 말해요, 어떻게 한 건지!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고, 진짜

 

내가 뭘…

 

[귀주 모] 내가 말해 줄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귀주 모] 도다해 씨가 니 머릿속에 심은 거

 

그거 사랑이란다

 

- [흥미로운 음악] - [어이없는 숨소리] 사랑은 무슨

 

[귀주 모] 일단 집으로 들어와요

 

오늘부로 스파 일도 정리하고

 

여사님

 

[귀주 모] 가까이 두고 보자 이나 가정 교사로

 

예?

 

숙제, 준비물 같은 것도 살펴봐 주게 하고

 

[귀주 모] 밥이라도 좀 챙겨 먹이게

 

애 맨날 아침도 거르고

 

밤늦게 컵라면이나 먹게 둘 거야?

 

[귀주 모] 우리 귀주가

 

지금은 마음의 감기에 걸려서 진면목이 잘 안 보이는데

 

우선 한번 살아 보면서

 

찬찬히 들여다봐 주면 어떨까?

 

[난감한 숨소리]

 

[귀주] 도다해한테 왜 그렇게 집착하세요?

 

[귀주 모] 우리 가족이 잃어버린 걸

 

되찾아 줄 사람이야

 

너한테도 변화가 일어날 텐데

 

뭐 시작된 거라도 없어?

 

없어요

 

조짐이라도 없어?

 

없다고요

 

[다해] 귀주 씨가 좀 혼란스러워하는 거 같던데

 

내 말대로 해요

 

[귀주 모] 그 녀석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상태가 아니야

 

[귀주 모] 일요일 1시 둘이 만났던 쇼핑몰 앞 분수대

 

아, 내가 그 여자를 왜 만나요?

 

궁금하지도 않니?

 

[귀주 모] 꿈에 왜 도다해가 우리 집안 반지를 끼고 있었는지

 

[귀주] 도다해 때문에 능력이 돌아온 건 분명한데

 

가까이 두고 지켜봐야 될까?

 

아니야, 글쎄

 

능력을 되찾으면 뭐가 달라지는데?

 

- [신비로운 음악] - 내가 돌아가고 싶은 시간은

 

행복한 시간이 아니야

 

내가 돌아가고 싶은 시간은

 

돌아가서 바꾸고 싶은 시간은…

 

[귀주] 진짜?

 

- 어, 어, 어 - [밝은 음악]

 

[들뜬 목소리로] 그래그래 알겠어, 어, 어

 

[통화 종료음]

 

 

[귀주의 들뜬 숨소리]

 

- 아빠 된대요 - [소방관1] 뭐?

 

- [소방관2] 진짜? - [저마다 축하하는 말소리]

 

- [소방관들의 탄성] - [귀주의 웃음]

 

[소방관3] 야, 축하한다, 어?

 

[소방관2] 진짜 축하한다, 정말

 

[왁자지껄한 소리]

 

아, 진짜

 

[반장] 야, 막내

 

내가 근무 바꿔 줄 테니까 빨리 가

 

[소방관1] 와, 반장님, 최고!

 

[소방관들의 환호]

 

[귀주] 아, 근데 근무 교대하고 쉬러 들어가시는 길 아닙니까?

 

[반장] 너도 이제 애 키워 봐 집에 간다고 쉬는 건가

 

가, 빨리

 

[소방관1] 아유 고생 시작이다, 아유

 

[귀주의 장난스러운 소리]

 

[쪽 뽀뽀 소리]

 

[귀주] 형, 제가 꼭 밥 살게요

 

밥은, 씨

 

- 술 - [귀주] 술? [쪽 뽀뽀 소리]

 

[귀주의 웃음]

 

- 형, 사랑해 - [반장] 전화해

 

- [소방관1] 소고기, 소고기! - [저마다 배웅한다]

 

[반장] 아이고, 참

 

자, 우리 정리하고 대기들 타자

 

- [소방관1] 예, 알겠습니다! - [저마다 대답한다]

 

[세연] 또 하나 생겼네

 

- [귀주의 어르는 입소리] - 복귀주가 돌아올 행복한 시간

 

[귀주] 돌아오겠지

 

사춘기 때 방문 꽝 닫고 들어가도 올 거고

 

딴 놈이랑 논다고 나 따돌리면 그때도 올 거고

 

[세연의 웃음]

 

수도 없이 오겠네

 

[옹알이]

 

- [귀주의 어르는 말소리] - [세연] 이나야

 

[귀주] 막 웃어

 

- [세연] 진짜? - [귀주] 어, 봐 봐

 

- 자, 봐 봐 [웃음] - [세연의 웃음]

 

- [어두운 음악] - [여기저기 비명 소리]

 

[소방관] 구조대 너희는 빨리 올라가고!

 

진압대, 넌 올라가서 발화점부터 찾아!

 

현재 선재여고 다수 요구조자 발생

 

요구조자 많아, 빨리 움직여!

 

[소방관] 구조대, 구급대 지금 투입 바랍니다

 

현재 선재여고 다수 요구조자 발생

 

구조대, 구급대 지금 투입 바람

 

구조대, 구급대 지금 투입 바람!

 

[귀주] 내가 부모가 되던 날

 

수십 명의 부모가 아이를 잃었다

 

[애잔한 음악]

 

그리고

 

[소방관] 일동 경례!

 

출발!

 

[반장 아내의 울음]

 

[반장 아내가 울며] 건우 아빠 건우 아빠, 가지 마, 건우 아빠

 

우린 어떻게 하라고 우리만 남기고 어딜 가!

 

우리 건우 크는 모습

 

끝까지 지켜보자고 했잖아!

 

[반장 아내가 오열한다]

 

안 돼

 

[연신 오열하는 소리]

 

[떨리는 숨소리]

 

[신비로운 효과음]

 

- [거친 숨소리] - [이나의 옹알이]

 

- [신비로운 음악] - [세연] 또 하나 생겼네

 

복귀주가 돌아올 행복한 시간

 

[과거 귀주] 돌아오겠지

 

사춘기 때 방문 꽝 닫고 들어가도 올 거고

 

딴 놈이랑 논다고 나 따돌리면 그때도 올 거고

 

- [이나의 옹알이] - [과거 귀주의 어르는 말소리]

 

[세연의 웃음]

 

[세연] 수도 없이 오겠네

 

[과거 귀주] 몇 번이고 돌아올 거야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니가 나한테 온 시간은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을 거야

 

내 생애 최고로 행복한 시간이야

 

[귀주] 왜 이 문만 색이 있는 거지?

 

[과거 귀주의 말소리]

 

[과거 귀주] 응, 아빠 왔지

 

- 응? - [세연의 웃음]

 

[잔잔한 음악]

 

[귀주] 닿는다

 

잡힌다

 

[과거 귀주] 이나야, 아빠인데

 

아빠 봐 봐

 

[세연, 과거 귀주의 웃음]

 

- [세연] 이나야 - [과거 귀주] 막 웃는다

 

- [세연] 진짜? - [과거 귀주] 어

 

- 웃었어, 웃었어 - [세연] 이나야

 

아빠한테 있으니까 좋아?

 

[사람들의 두런거리는 소리]

 

[신비로운 음악]

 

[긴박한 음악]

 

[사이렌 소리]

 

[소방관1] 에어 매트 출발하세요

 

[소란스러운 현장 소리]

 

[학생들의 콜록대는 소리]

 

[소방관들의 분주한 말소리]

 

[힘겨운 소리]

 

정 반장님?

 

- [소방관2] 준비됐습니다 - [귀주] 정 반장님!

 

- [반장] 5층은 요구조자 끝 - [소방관3] 하나, 둘, 셋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셨어

 

[반장의 지친 숨소리]

 

[학생] 아저씨 5층 창고에도 사람 있어요

 

안 돼

 

[반장이 콜록대며] 5층 창고?

 

[학생이 절박하게] 제발요

 

들어가면 안 돼

 

- 형! - [강조되는 효과음]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긴박한 음악]

 

[반장] 빨리 나와요!

 

- [쿵] - [학생들의 비명]

 

[어두운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소방관1] 장비 챙겨서 빨리 와!

 

[소방관4] 빨리 상태 파악해 봐!

 

[소방관5] 시야 확보 어렵습니다!

 

[소방관6] 빨리 유압 장비 좀 가져와!

 

[소방관5] 아, 여기, 여기!

 

[소방관7] 중앙 붕괴 가능성 있습니다!

 

[소방관1] 빨리 사상자부터 확인해!

 

동료들은 무사한지 무전 때려 봐!

 

같이 올려, 하나…

 

[폭발음]

 

[학생들의 비명]

 

- [소방관들의 분주한 말소리] - [떨리는 숨소리]

 

[귀주] 그 시간은 달라 내가 문을 열었다니까

 

[세연] 문 여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한숨]

 

[귀주] 아니 아직 못 찾은 건지도 모르지

 

그 문 말고

 

또 내가 열 수 있는 문이 있을 거야

 

- [무거운 음악] - 우리 딸 태어난 시간

 

그 시간에서만큼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몰라

 

[신비로운 효과음]

 

- [세연의 웃음] - [과거 귀주가 웃으며] 이야

 

[긴박한 음악]

 

[사이렌 소리]

 

[시끌시끌한 현장 소리]

 

[반장] 빨리 나와요!

 

- [쿵] - [학생들의 비명]

 

[신비로운 효과음]

 

[시끌시끌한 현장 소리]

 

[반장] 빨리 나와요!

 

[학생들의 비명]

 

[계속되는 긴박한 음악]

 

[콜록댄다]

 

[반장] 빨리 나와요!

 

- [쿵 무너지는 소리] - [학생들의 비명]

 

[소방관] 장비 챙겨서 빨리 와!

 

[멀리 사이렌 소리]

 

- [폭발음] - [학생들의 비명]

 

[신비로운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시끌시끌한 현장 소리]

 

[요란한 화재경보음]

 

[귀주] 뭐라도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어딘가에 손이 닿진 않을까?

 

[강조되는 효과음]

 

"메탄올"

 

[폭발음]

 

[신비로운 효과음]

 

[멀리 화재경보음]

 

[쉭 바람 넣는 소리]

 

[힘겨운 숨소리]

 

[멀리 화재경보음]

 

[힘겨운 숨소리]

 

[폭발음]

 

- [무거운 음악] - [거친 숨소리]

 

[귀주]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두런거리는 소리]

 

[출동 벨 소리]

 

[안내 방송] 화재 사고 발생 화재 사고 발생

 

동남시장 화재 발생 동남시장 화재 발생

 

지휘 차, 펌프 차 구급 2소대, 구조대 출동

 

화재 사고 발생, 화재 사고 발생

 

동남시장 화재 발생 동남시장 화재 발생

 

지휘 차, 펌프 차 구급 2소대, 구조대 출동

 

화재 사고 발생, 화재 사고 발생

 

동남시장 화재 발생 동남시장 화재 발생

 

지휘 차, 펌프 차 구급 2소대, 구조대 출동

 

[소방관1] 야, 막내는?

 

[소방관2] 어? 여, 여기 있었는데

 

[소방관1] 이 새끼 또 어디로 사라졌어?

 

일단 출발할까요?

 

- 야, 출발해 - [소방관3] 예

 

[소방차 시동음]

 

[세연] 또 하나 생겼네

 

복귀주가 돌아올 행복한 시간

 

[과거 귀주] 돌아오겠지

 

사춘기 때 방문 꽝 닫고 들어가도 올 거고

 

딴 놈이랑 논다고 나 따돌리면 그때도 올 거고

 

[애잔한 음악]

 

- [이나의 옹알이] - [과거 귀주의 어르는 말소리]

 

- [세연의 웃음] - [한숨]

 

[귀주] 또 와 버렸어

 

[소방관] 정신 안 차려!

 

니 멋대로 무단이탈 해 버리면

 

다른 팀원들까지 위험해지는 거 몰라?

 

죄송합니다

 

[소방관] 귀주야

 

정 반장 일로 힘든 건 알겠는데 이제 그만 내려놔

 

[허탈한 숨소리]

 

그 시간이

 

절 안 놔줘요

 

뭐?

 

[귀주] 생각 안 하려고 해도

 

잠깐 눈만 감았다 뜨면 그 시간에 가 있어요

 

[울먹이며] 눈앞에 아이들이 있고

 

정 반장님이 불구덩이에 뛰어들어 가는 걸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멱살 잡혀 끌려가서 봐요

 

난 아무것도 못 하는데

 

아무리 찾아 봐도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왜 끊임없이 날 불러들이는지

 

그 시간이 대체 나한테 뭘 원하는 건지!

 

나도 정말 미치겠다고요

 

[소방관] 쉬면서 심리 치료를 받든가

 

아니면 다른 일을 찾아 보는 게…

 

- [귀주] 과거는 물론 현재에서도 - [문소리]

 

아무도 구할 수 없게 됐다

 

[이나] 아빠

 

아빠 또 어디 갔어?

 

아마 이나한테 갔을 거야

 

나 말고 다른 이나가 또 있어?

 

[이나] 아빠는 다른 이나가 좋대?

 

[쓸쓸한 음악]

 

[세연이 힘주며] 그런 게 아니고

 

[세연의 옅은 웃음]

 

아빠한텐 특별한 능력이 있거든?

 

그 능력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쓰고 싶대

 

슈퍼히어로처럼?

 

사람들 구하러 갔어?

 

[옅은 웃음]

 

이리 와

 

[시끌시끌한 현장 소리]

 

[학생들의 비명]

 

[소방관1] 장비 챙겨서 빨리 와!

 

- [이어지는 쓸쓸한 음악] - [소방관들의 다급한 말소리]

 

[귀주] 몇 년의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나는 이 시간에 갇혀 있었다

 

[소방관2] 중앙 붕괴 가능성 있습니다

 

[소방관1] 사상자부터 확인해!

 

동료들은 무사한지 무전 때려 봐!

 

[소방관들의 분주한 말소리]

 

[이나] 엄마, 우리 어디 가?

 

[세연이 살짝 웃으며] 동물원

 

동물원 가서 셋이 같이 손잡고 솜사탕 먹자

 

꼭 셋이 함께야

 

혼자 사라지지 말기

 

가려고 해서 가는 거 아니야

 

[귀주] 알잖아

 

마음 깊은 데서 포기가 안 되는 거겠지

 

[세연] 구하지 못한 사람들

 

오늘도 사라지면 이나 데리고 나갈 거야

 

뭐?

 

[들이켜는 숨소리]

 

[무거운 음악]

 

[세연] 또 하나 생겼네

 

복귀주가 돌아올 행복한 시간

 

- [한숨] - [과거 귀주의 말소리]

 

[귀주] 생애 가장 큰 행복과 불행이 뒤섞인

 

이상한 시간

 

[세연의 웃음]

 

[세연] 수도 없이 오겠네

 

[과거 귀주] 몇 번이고 돌아올 거야

 

[과거 귀주의 말소리]

 

[귀주] 그 시간만 다른 이유가 있을 텐데

 

그 이유만 찾으면 끌려가는 것도 멈추지 않을까?

 

7년이나 이유를 찾았어

 

[세연] 거기서도 아무것도 못 했지만

 

여기서도 당신 아무것도 못 했다고

 

그날 말고 돌아갈 수 있는 행복한 시간

 

있긴 있어?

 

오늘마저 가 버릴 거면 차라리 거기서 돌아오지 마

 

돌아와도 난 없을 거니까

 

[끼익거리는 소리]

 

[떨리는 숨소리]

 

세연아, 세, 세, 세연아, 세연아

 

- [애잔한 음악] - [귀주] 세, 세연아! 세연…

 

[이나가 울며] 아빠

 

[귀주] 이나야, 이나야 아빠 여기 있어, 아빠…

 

[이나] 엄마…

 

[떨리는 목소리로] 세, 세연아

 

[귀주의 울음]

 

[귀주의 애쓰는 소리]

 

[귀주] 조금만…

 

[스위치 조작음]

 

[다해 모] 그냥 이대로 쭉 밀어붙여

 

지가 손을 잡아 놓고 잡은 것도 기억 못 하는 놈

 

어차피 제정신 아니야

 

예지몽 꾼다고 믿는 복 여사님도 멀쩡한 건 아니고

 

- [비밀스러운 음악] - [다해 모] 너무 고맙지

 

'복씨 집안 사람들은 정신이 온전치 못해'

 

'의사 결정 능력과 사무 처리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재산상 심각한 손해를 끼칠 수 있다'

 

'그러므로'

 

'복귀주의 배우자이자 복만흠의 며느리인 도다해가'

 

'법정 후견인으로서'

 

[그레이스] '복씨 집안의 재산을 관리한다'

 

[다해 모] 500억 건물로는 만족 못 하지

 

싹 다 쓸어 버리자고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후견인 지정이 그렇게 간단하진 않을 거야

 

증거 수집 확실히 해

 

[초인종 소리]

 

[귀주] 도다해?

 

아니, 왜, 왜 왔지?

 

[다해] 한번 용기 내 봤어요

 

귀주 씨가 마음을 열어 줘서

 

- 예? - [내려오는 발소리]

 

[귀주 부]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

 

- [다해] 잘 지내셨어요? - [귀주 부] 예, 어서 오세요

 

[귀주 모] 어유 어서 와요, 도다해 씨

 

어이구, 꽃까지 사 들고, 고마워요

 

[다해] 아, 죄송해요

 

이건 귀주 씨가 저한테 선물한 꽃이라

 

- [귀주 모의 놀란 소리] - [귀주] 내가?

 

귀주가?

 

[귀주 부] 귀주가 워낙에 날 닮아 스윗하죠

 

- [다해가 웃으며] 그래요? - [귀주] 아니요

 

맞아, 드디어 본래의 모습을 찾은 거야

 

[귀주] 아니라고요! [거친 숨소리]

 

꽃 준 적 없고

 

우리 집에 들어오라고 한 적도 없어요

 

[귀주 모의 당황한 소리]

 

[귀주 모] 아…

 

아, 얘가 무슨 소리를

 

너 술 마셨니?

 

[귀주 부] 자, 좀 씻고 정신 좀 차리자, 응?

 

좀 봅시다

 

[이나] 기어코 발을 들이셨네

 

도망치라니까

 

[새소리]

 

[다해] 어, 왜 이래요?

 

[귀주]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이런 거짓말을 하는 거지?

 

- [흥미로운 음악] - 거짓말이요?

 

내가 이 꽃을 줬다고? 언제?

 

어디서!

 

분수대요

 

- [기가 찬 숨소리] - [다해] 기, 기억 안 나요?

 

[귀주] 아, 뭔 소리 하는 거야?

 

그날 난 도다해 씨 근처에 간 적이 없어요!

 

[당황한 소리]

 

[다해] 내가 기억하기에는 우리 그날 꽤 가까웠는데

 

[기가 찬 숨소리]

 

귀주 씨가 나 안았잖아요

 

안았다고요? 내가?

 

어머, 어머

 

[다해] 아니

 

그렇게 온몸으로 꽉 끌어안았으면서

 

아, 손잡아 놓고 발뺌하더니 또 아니라고 잡아떼는 거예요?

 

[귀주] 손을 잡은 게 거짓말이 아니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거짓말이 아니라고?

 

[다해] 도대체 뭐예요?

 

아니, 왜 자꾸 자기 행동을 부정해요?

 

나 이상한 사람 만들어서 뭐, 뭘 어쩌자는 건데요

 

에?

 

[거친 숨소리]

 

설마

 

미래의 내가?

 

[다해] 귀주 씨 마음에 확신이 선 줄 알았는데

 

쑥스러워서 괜히 저래

 

[귀주 모] 신경 쓰지 말아요

 

- 들어요 - [귀주 부] 들어 봐요

 

- [다해] 잘 먹겠습니다 - [귀주 부] 예

 

급하게 차려서 찬이 입에 맞으려나 모르겠네

 

[다해가 웃으며] 음, 맛있어요

 

[달그락 소리]

 

[귀주 부] 이나야, 인사드려야지

 

앞으로 우리랑 같이 지내실 분이야

 

[조르르 따르는 소리]

 

[귀주 모] 핸드폰에서 눈 좀 떼라

 

안 그래도 두꺼운 안경 쓰면서

 

얼마나 더 눈이 나빠지려고

 

안 들리니?

 

[귀주 부] 안 들려요

 

[귀주 모의 한숨]

 

[귀주 모] 이나가 좀 느린 건 알고 있죠?

 

- [의미심장한 음악] - 남다른 능력이랄 것도 없고

 

복씨 집안 핏줄이면 특출한 구석이 하나씩은 있거든

 

[다해] 이제 겨우 열셋인데요

 

잠재력을 끌어내 줄 어른이 필요한 거겠죠

 

[이나] 초능력이라면 하나 있는 것도 같은데

 

투명 인간이요

 

학교에서 아무도 나하고 얘기를 안 해요

 

너 다 들렸으면서…

 

[이나] 다녀오겠습니다

 

[귀주 부] 이나야 아침은 먹고 가야지

 

이나야

 

[귀주 모의 한숨]

 

[휴대전화 게임 소리]

 

[학생들의 대화 소리]

 

[이나] 투명 인간인 게 꼭 나쁘지만은 않다

 

[학생1] 어? 준우다

 

아, 진짜 언제 봐도 멋있다

 

그치, 유리야?

 

[학생2] 그러네, 좀 멋지네

 

[이나]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 보고 싶은 걸 마음껏 볼 수 있다 - [잔잔한 음악]

 

아무도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

 

[학생3] 복이나

 

너 왜 몰래 훔쳐보냐?

 

우리 연습하는 거 숨어서 봤잖아

 

그거 너 맞지?

 

혹시 너 댄스 동아리 하고 싶어?

 

아니, 공연해야 되는데 인원이 부족해서

 

너도 해라, 어?

 

야, 사람이 말을 하는데 왜 그냥 가냐?

 

야, 좀 봐 봐

 

야, 너 눈 되게 나쁘구나? 안경 두꺼운 거 봐

 

- 야, 나 좀 써 보자 - [이나] 하지 마!

 

안경은 건들지 마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흐른다]

 

[연신 울리는 카메라 셔터음]

 

- [스태프1] 자, 지나가겠습니다! - [여기저기 분주한 소리]

 

[스태프2] 여기 분장 한 번만 봐 주세요

 

[스태프3] 분장 체크 한번 할게요

 

[스태프들의 말소리]

 

[스태프4] 고, 대기

 

고, 대기

 

고, 대기

 

 

[모델의 비명]

 

- [스태프4] 괜찮아? 괜찮아? - [모델의 아파하는 소리]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음악이 멈춘다]

 

[여자] 사고 난 거 아니야? 사고 났나 봐

 

[위풍당당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연신 울리는 카메라 셔터음]

 

- [스태프] 수고하셨습니다 - [저마다 인사한다]

 

- [모델1] 동희야, 오늘 수고했어 - [모델2] 동희야, 짱 멋있더라

 

- 우리 먼저 갈게 - [모델1] 수고했어

 

[동희] 어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남자] 복동희 씨

 

[동희] 어, 선생님

 

- [디자이너] 데뷔 축하 선물 - [동희의 기쁜 숨소리]

 

복동희 씨 워킹은 걷는 게 아니라 꼭 나는 거 같았어

 

- [동희] 감사합니다 - [디자이너] 잘했어

 

- [벅찬 숨소리] - [흥미로운 음악]

 

[동희의 황홀한 소리]

 

[웃음]

 

[탁 닫히는 소리]

 

[동희의 웃음]

 

[심호흡]

 

- [동희의 힘주는 소리] - [신비로운 효과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동희의 신난 탄성]

 

우와 [들뜬 웃음]

 

[신난 탄성]

 

[동희의 신난 탄성]

 

[동희의 탄성]

 

[동희가 웃으며] 복동희!

 

[동희의 신난 웃음]

 

어?

 

[놀란 숨소리] 뭐야

 

어?

 

어?

 

[당황한 소리]

 

아,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동희의 애쓰는 소리]

 

아, 진짜… [애쓰는 소리]

 

[동희의 비명]

 

- [쿵] - [동희의 신음]

 

[힘겨운 소리]

 

[초인종 소리]

 

[동희] 응?

 

[도어 록 작동음]

 

[동희] 누구세요?

 

[중개인] 부동산인데요 집 보러 왔어요

 

- [동희] 네? - [중개인] 아, 들어오세요

 

- [여자] 감사합니다 - [동희] 네?

 

아,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요

 

[중개인] 아, 여기 급매로 내놨는데 모르셨어요?

 

[동희] 예? 아, 나한테 말도 없이?

 

[중개인] 아, 집주인한테 연락 한번 해 보세요

 

여기 거실이고 여기가 부엌이에요

 

[당황한 숨소리]

 

[동희] 엄마!

 

[가쁜 숨소리] 엄마, 돈 떨어졌어?

 

[귀주 모] 난데없이 뭔 소리야?

 

[동희] 미안한데 이 집 사람들끼리 얘기 좀 나눌게요

 

[귀주 모] 도다해 씨도 이제 이 집 사람이야

 

말씀 나누세요, 그럼

 

[귀주 모] 아이, 잠깐만

 

[귀주 모의 옅은 웃음]

 

[귀주 모의 개운한 숨소리]

 

[귀주 모의 편안한 숨소리]

 

[한숨]

 

[동희] 아무 절차도 없이 들어와 살라고 한 거야?

 

넙죽 동거부터?

 

[귀주 모] 이나 돌봐 주는 조건으로

 

아, 그게 동거지 뭐야!

 

[동희] 아, 복씨 집안 확실히 망조가 들었네

 

아, 그리고 왜 말도 없이 아파트를 내놔?

 

- 그것도 급매로? - [흥미로운 음악]

 

[귀주 모] 그럼 헬스장 건물을 경매로 넘어가게 둘까?

 

[동희]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집 재정 상태가 그 정도로 엉망이었어?

 

[허탈한 숨소리]

 

[귀주 모] 걱정하지 마

 

다시 꿈을 꾸니까

 

도다해 손만 닿으면 자니까

 

[동희] 하, 잠깐만…

 

[귀주 모] 봐, 잠이 막 쏟아져

 

돈도 쏟아질 거야

 

[동희] 엄마, 그, 부동산

 

어? 부동산 다 어쨌어?

 

주식도 다 날린 거야?

 

엄마, 설마

 

코인 했어?

 

[귀주 모] 가, 자게

 

[동희] 아, 어딜 가래

 

갈 집이 없어지게 생겼는데!

 

아, 진짜…

 

- [절망적인 숨소리] - [귀주 모의 코 고는 소리]

 

엄마?

 

[의미심장한 음악]

 

자?

 

[코 고는 소리]

 

[달그락]

 

[뚝 멈추는 의미심장한 음악]

 

[멀어지는 발소리]

 

[비밀스러운 음악]

 

[귀주] 미래의 내가 도다해를?

 

[다해] 우리 꿈꾸는 복 여사님 때문에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는 녹취 확보했어

 

문제는 손해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거

 

초능력 가족 케어가 시급함

 

[귀주] 저 여자가 날 바꾼다고?

 

글쎄, 아직은 전혀 모르겠는데

 

[휴대전화 진동음]

 

[다해 모] 초능력은 옘병

 

속도 내자

 

[발랄한 음악]

 

[살짝 웃는다]

 

식사하세요

 

식사하세요

 

[문 여닫히는 소리]

 

[다가오는 발소리]

 

[동희의 한숨]

 

식사하고 가세요

 

아, 다이어트

 

[문 열리는 소리]

 

[다해] 아, 어디 가세요?

 

- [문 닫히는 소리] - [귀주 부] 아, 예

 

나는 모처럼 자유라서

 

- [다해의 옅은 웃음] - 미안합니다

 

- 다녀오세요 - [귀주 부] 예

 

[한숨]

 

[문 열리는 소리]

 

- [다해의 반가운 숨소리] 왔어? - [문 닫히는 소리]

 

저녁 먹어야지

 

[휴대전화 게임 소리]

 

이나가 통 안 먹네요

 

이나는 뭘 좋아해요?

 

[귀주] 먹는 걸로 환심을 사 보려고?

 

이나는 먹는 거 관심 없는데

 

다른 사람한테도 관심 없고

 

다른 사람이랑 같이 먹는 거?

 

그거 어떨 거 같아요?

 

깻잎 잡아 주고

 

찌개 냄비에 숟가락 섞어 가면서 오늘 하루 별일 없었는지 묻는 거

 

우리 집 그런 집 아닌데

 

[다해] 모르는구나

 

- [잔잔한 음악] - 이나가 뭘 좋아하는지

 

- [귀주의 헛기침] - [탁 내려놓는 소리]

 

[귀주] 아이고

 

[코를 훌쩍인다]

 

[한숨]

 

[헛기침]

 

주세요

 

너 눈 진짜 이쁘다

 

[다해] 음, 왜 가려?

 

뭐, 눈에서 레이저 발사라도 되는 거야?

 

그게 너의 초능력이야?

 

[이나] 내놔요, 당장

 

[다해] 너 투명 인간 아니잖아

 

오히려 니가 다른 사람들 투명 인간 취급 하지

 

[잔잔한 음악]

 

잠깐만

 

딱 30초만 나 봐 봐

 

그럼 내가 안경 줄게

 

[다해] 어어!

 

어유, 움직이지 마

 

아이, 안 잡아먹어

 

[이나] 30초 됐어요

 

[다해] 어, 알겠어요

 

 

짠, 봐 봐

 

봐, 니가 무슨 투명 인간이야?

 

이렇게 눈에 확 띄는데

 

눈 가리지 마

 

눈을 봐야 마음이 보여

 

[한숨]

 

[이나] 그래서 가리는 거예요 마음이 보여서

 

[다해의 한숨]

 

[다해] 그럴 수도 있겠다

 

사람 마음만큼 무서운 게 없지, 또

 

근데 너 무섭다고 계속 안 보면 더 무서워진다

 

막상 보면 별거 아닌데

 

뜻밖에 괜찮은 것들이 있더라고

 

사람 눈 속에

 

[헛기침]

 

[옅은 헛기침]

 

[멀어지는 발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다해] 역시 니가 열쇠야

 

[이나] 500억짜리 건물을 여는 열쇠요?

 

[다해] 너, 너 방금 뭐라고 했어?

 

[한숨]

 

[어두운 효과음]

 

[당황한 숨소리]

 

아, 뭐야

 

뭐야, 독심술이야, 뭐야?

 

[어색한 웃음]

 

[의미심장한 음악]

 

[학생] 야, 잠깐만

 

복이나, 너 화장했지?

 

아니

 

[학생] 아닌데, 뭐 했는데

 

오케이, 알았다

 

너 눈썹 다듬었구나?

 

누가 해 줬어? 니가 했어?

 

야, 되게 잘했는데?

 

아, 왜, 이쁜데

 

- 야, 한번 좀 봐 봐 - [긴장되는 효과음]

 

[차분한 음악]

 

아, 야, 미안

 

[이나] 역시 투명 인간으로 있는 편이 나았다

 

눈에 띄는 건 위험하다

 

[이나의 당황한 숨소리]

 

[부드러운 음악]

 

눈빛을 차단할 안경도 없이

 

[준우의 씁 들이켜는 숨소리]

 

[준우] 그러게

 

뭔가 달라졌는데?

 

[이나] 이렇게 눈을 마주 보면…

 

[신비로운 효과음]

 

[준우] 예쁘다

 

[폭죽 터지는 효과음]

 

[준우] 너 이름 복이나 맞지?

 

[이나] 어?

 

어, 어

 

너도 댄스 동아리 한다며?

 

[이나] 어?

 

어, 어

 

왜 안경에 손대지 말랬는지 알겠다

 

[준우] 안경 벗으면 고장 나네

 

[피식 웃는다]

 

[학생] 오, 복이나 너 정말 댄스 동아리 하는 거지?

 

야, 진짜 잘 생각했다

 

-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 [동희의 놀란 숨소리]

 

[동희] 마음고생을 해서 좀 빠졌나?

 

[실망한 소리]

 

이거밖에 안 빠졌네

 

[그레이스] 그러게 생각보다 안 빠졌다

 

남의 속살에 관심이 많네

 

먹고사느라

 

[그레이스] 언니 나한테 피티 안 받을래요?

 

대표님 가족이니까 싸게 해 줄게요

 

[그레이스의 놀란 소리]

 

- [통화 연결음] - 아유, 씨

 

응, 자기야

 

우리 오늘 저녁에 맛있는 거 먹자

 

- 나 오늘 치팅 데이… - [지한] 수술

 

수술?

 

[동희] 음

 

할 수 없지, 뭐

 

- 응 - [통화 종료음]

 

[한숨]

 

[통화 연결음]

 

어, 나야

 

그, 지난번에 얘기했던 그 마당발 사모님 있잖아

 

오늘 좀 뵐 수 있을까?

 

저녁에 엠포리움호텔 프렌치 레스토랑 예약해 놨는데

 

[힘주는 소리]

 

그래, 내가 사야지

 

[실내에 흐르는 우아한 음악]

 

[동희] 아, 우리 사모님 식사는 입에 잘 맞으셨어요?

 

- [여자1] 응 - [동희 친구] 잘 먹었어, 동희야

 

- [동희] 그래? - [동희 친구, 동희의 웃음]

 

[여자1] 근데 이거 미안해서라도

 

- 우리 골프 멤버들 데리고 - [동희 친구의 호응]

 

조만간 병원 예약 한번 잡아야겠어

 

너무 좋다

 

- [동희가 웃으며] 꼭이요 - [동희 친구의 웃음]

 

우리 원장님이 주름 걱정 없게 활짝 웃게 해 드릴 거예요

 

- [여자2의 콧노래] - [여자1] 정말 펴질까?

 

[동희] 믿어 보세요

 

[동희 친구] 지금도 예쁘신데요, 뭘

 

[남자, 여자2의 웃음]

 

- [흥미로운 음악] - [지한] 어, 여기 뭐 붙었다

 

[후 부는 소리]

 

[그레이스의 웃음]

 

[지한의 콧노래]

 

- [엘리베이터 문 열리는 소리] - [한숨]

 

[헛기침]

 

[동희] 사모님 모시고 먼저 들어가 볼래?

 

사모님, 저 화장실 가 봐야 돼서 먼저 인사드릴게요

 

꼭 오세요

 

- [동희의 웃음] - [동희 친구] 먼저 갈게

 

[동희] 네, 가세요

 

[어두운 음악]

 

[거친 숨소리]

 

[가쁜 숨소리]

 

[지한] 들어가자

 

생각 좀 해 보고요

 

[지한] 먼저 오자고 그래 놓고서 이제 와서 무슨 생각?

 

- [흥미진진한 음악] - [탁]

 

난 생각이 없는 여자가 좋더라

 

[그레이스] 응?

 

[지한, 그레이스의 신음]

 

[지한의 거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극적인 효과음]

 

[지한의 신음]

 

[의아한 소리]

 

- [차분한 음악] - [지한의 힘겨운 소리]

 

[그레이스] 아, 뭔데?

 

왜 그냥 가는데?

 

[지한] 어?

 

[그레이스의 어이없는 숨소리]

 

- [구역질하는 소리] - [애잔한 음악]

 

[콜록대는 소리]

 

[연신 콜록거리는 소리]

 

[허탈한 숨소리]

 

[도어 록 작동음]

 

[달그락 신발 벗는 소리]

 

- [도어 록 작동음] - [동희] 자기 짐 따로 챙겨 놨어

 

가져가

 

[지한] 부모님 댁으로 들어가기로?

 

[동희] 잠깐만이야 잠깐 유동 자금이 필요해서

 

이렇게 된 김에

 

우리 시간을 좀 가질까?

 

- [어두운 음악] - [동희] 뭐?

 

[지한] 난 있지 니가 가벼웠을 때가 그리워

 

- 니 몸무게 말하는 거 아니야 - [동희의 한숨]

 

니 마음, 니 소울

 

너 모델이었을 때 내가 팬이었잖아

 

그때 너 어땠어?

 

어디에도 누구한테도 얽매여 있지 않았지?

 

그때 너는 마치…

 

그래, 날개가 달린 거 같았어

 

내가 널 이렇게 만든 건 아닌지 괴로워

 

[동희의 어이없는 숨소리]

 

[동희] 내가 차려 주는 밥상 차림이

 

변변치 않아지는 거 같아서

 

얹었던 숟가락 그만 빼겠다는 얘기를

 

참 고급스럽게 하네

 

야, 무, 무슨

 

[지한] 나는 니가, 어? 나한테 얽매여 가지고

 

너 자신을 잃어 가는 게 안타까워서

 

진짜로 좀 너 자신을 돌보라고

 

너 생각해서 내가…

 

[동희] 니 말대로 우리 시간을 좀 갖자

 

그만 가 줘

 

쓰러져 가는 우리 집에서 뭐라도 건지려면 빨리 짐 싸야 돼

 

[도어 록 작동음]

 

- [쓸쓸한 음악] - [문 닫히는 소리]

 

[도어 록 작동음]

 

[한숨]

 

식사하세요

 

[다해] 아…

 

저, 준비 다 됐어요, 식사하세요

 

[긴장되는 음악]

 

[타닥거리는 소리]

 

[당황한 숨소리]

 

[긴장한 숨소리]

 

그거 들고 뭐 하는 겁니까?

 

[귀주] 부지깽이도 아니고

 

직접 만드신 건가?

 

[탁 내려놓는 소리]

 

[한숨]

 

[안도하는 숨소리]

 

불이 무섭나?

 

[차분한 음악]

 

[다해] 예전에 불 때문에

 

놀란 적이 있어서

 

그런 사람이 굳이 불 앞에서 밥은 왜?

 

[귀주] 누가 먹는다고

 

그래도 가족이면

 

[다해] 하루에 밥 한 끼 정도는 같이 먹지 않아요?

 

난 가족이 있었던 게

 

너무 오래전이라

 

[한숨]

 

[헛기침]

 

[멀어지는 발소리]

 

[떨리는 숨소리]

 

[다가오는 발소리]

 

찌개 다시 해 올까요?

 

[귀주] 거 너무 애쓸 필요 없어요

 

말했다시피 우리 가족은

 

찌개 냄비에 숟가락 섞는 그런 가족 아니니까

 

[다가오는 발소리]

 

[이나] 찌개 내가 먹고 싶다고 했는데요

 

[잔잔한 음악]

 

[다해] 미안

 

오늘 찌개는 망했어

 

깻잎도 좋아하니까

 

[깨달은 숨소리]

 

맛있게 드세요

 

맛있게 먹어

 

[다해의 헛기침]

 

[쓱쓱 닦는 소리]

 

[귀주] 내가 이 꽃을 선물했다고?

 

아니, 선물하게 될 거라고?

 

[다해] 활짝 핀 꽃이라 그런지 시드는 것도 빠르네요

 

보통은 덜 핀 꽃을 선물하는데

 

그거 나중을 위해서 지금을 희생하는 거잖아요

 

지금을 선물받은 거 같아서

 

좋았어요

 

[달그락거리는 소리]

 

여사님은

 

내가 귀주 씨를 구한 생명의 은인인 줄만 아시는데

 

귀주 씨도 나 구해 줬네요

 

내가?

 

- [부드러운 음악] - 가족으로

 

받아 줬잖아요

 

[다가오는 발소리]

 

나, 나는 그…

 

[다해] 가족은 서로를

 

구해 주는 거니까

 

[부스럭 소리]

 

[음악이 뚝 멈춘다]

 

[풀벌레 울음]

 

[흥미로운 음악]

 

[귀주] 도다해와 있었던 시간으로만

 

돌아간다

 

도다해한테만 보인다?

 

도다해한테만 닿는다

 

하지만 나는…

 

[차 문 열리는 소리]

 

[상인] 아유, 꽃 사시게요?

 

아직 마음의 준비가…

 

[귀주의 헛기침]

 

[상인] 아, 그 꽃은 오늘만 팔아요

 

뭐, 이제 철도 다 지나갔고

 

그, 떨이로 드릴게요

 

[귀주]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상인] 만 원만 주세요

 

에이, 이 동네 다시 오지 말아야지, 이거

 

뭐, 부자 동네인 줄 알았더니

 

만 원짜리 하나 쓰는데 뭐가 이렇게 신중해?

 

아, 살 거예요, 안 살 거예…

 

뭐야, 어디 갔어?

 

어?

 

어디 갔어, 도둑이야?

 

[매미 울음]

 

[부드러운 음악]

 

[멋쩍은 웃음]

 

[계속되는 부드러운 음악]

 

[귀주] 어쩌면 도다해는 정말로 나를

 

그리고 이나를

 

구해 줄 사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도다해를 구할 방법은 하나다

 

나한테서 멀리

 

밀어내는 것

 

[음악이 잦아든다]

 

[감성적인 음악]

 

왔어요?

 

[귀주] 안 줄 거다

 

나는 절대로

 

안지 않을 거다

 

나는

 

[다가오는 오토바이 엔진음]

 

당신을 구할 수가…

 

[요란한 경적]

 

[뚝 멈추는 음악]

 

[한숨]

 

어휴

 

[탁]

 

아유, 머리야, 아유, 골이야

 

[다해] 여사님, 두통 있으세요?

 

- 차 한잔 갖다드릴까요? - [귀주 모] 어, 좋지

 

아, 이 양반은 어디 갔나?

 

외출하셨어요

 

[실내에 흐르는 구성진 음악]

 

[똑 여는 소리]

 

[문 열리는 소리]

 

[문 닫히는 소리]

 

[동희] 아, 나도 티

 

[다해] 어, 안녕하세요

 

- [흥미로운 음악] - [어색한 웃음]

 

[동희] 오늘부터 나도 이 집 살아요

 

별로 반갑진 않겠지만

 

무슨 말씀을요

 

[다해] 잘 오셨어요

 

차 한잔 드릴게요, 잠시만요

 

[동희] 어, 그냥 이거 마실게요

 

[다해] 그거 여사님 드릴 차예요!

 

[다해의 가쁜 숨소리]

 

[동희] 혹시

 

우리 엄마 차에 뭐 탔어요?

 

네?

 

[동희가 탁 치며] 아, 엄마를 무슨 수로 재웠나 했더니

 

비법은 수면제?

 

아유

 

엄마가 알면 가만 안 둘 텐데

 

[동희가 살짝 웃는다]

 

[다해의 한숨]

 

[동희의 옅은 탄성]

 

[달그락 내려놓는 소리]

 

- [동희의 헛웃음] - [다해의 옅은 웃음]

 

[쓱 끌어당기며] 새로

 

[다해] 따뜻한 차를 드리고 싶었을 뿐이에요

 

[동희가 웃으며] 아

 

아유

 

[놀라며] 잠시만요, 받침

 

[동희의 한숨과 헛기침]

 

아유 [웃음]

 

여기요

 

[어색한 웃음]

 

[음미하는 소리]

 

[다해] 하, 자면 안 돼

 

[쟁그랑]

 

어? 웁스

 

[달그락거리는 소리]

 

[다해] 아, 자면 안 돼

 

[비밀스러운 음악]

 

[몽롱한 소리]

 

[달그락거리는 소리]

 

- [동희] 뭐 건질 거 없나? - [흥미로운 음악]

 

쓰읍, 티 안 나게 쏙 빼 갈 만한 거

 

어디 보자

 

[다해] 어머니와 남동생의 심신 미약을 틈타

 

멋대로 재산을 빼돌린 복동희 씨

 

미안하지만 후견인 후보에서 아웃

 

[덜그럭]

 

[동희가 힘주며] 음, 여기도 없고

 

- [힘주며] 없고 - [달그락 소리]

 

없고…

 

[동희의 애쓰는 소리]

 

[흥미로운 소리]

 

[옅은 웃음]

 

[동희의 힘주는 소리]

 

[동희의 간절한 소리]

 

[신비로운 효과음]

 

[의미심장한 음악]

 

[놀란 숨소리]

 

[동희의 들뜬 소리]

 

[동희의 애쓰는 소리]

 

[들뜬 숨소리]

 

[동희] 누구야?

 

누구야?

 

[놀란 숨소리]

 

[거친 숨소리]

 

[다해] 귀신이야

 

복씨 집안에 귀신…

 

귀신이 들린 거야 [다급한 숨소리]

 

[다해의 놀란 소리]

 

괜찮아요?

 

[당황한 소리]

 

[다해] 아니, 저…

 

[흥미로운 음악]

 

[귀주] 왜 그래요?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다해의 놀란 숨소리]

 

잠시만요

 

[다해의 조심스러운 소리]

 

잠, 잠시…

 

[다해의 비명]

 

[감성적인 음악]

 

[놀란 숨소리]

 

[귀주 모] 역시 능력을 드러내면 둘 중 하나지

 

도망가거나 이용하거나

 

[다해] 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차근차근 보여 드릴게요

 

낱낱이 보여 주세요

 

[학생] 이래서 준우가 너한테 꽂혔나?

 

[이나] 나는 진짜로 니가 처음인데

 

[동희]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뭔 줄 알아?

 

[그레이스의 아파하는 소리]

 

- [놀란 소리] - [귀주 모] 불길한 꿈이에요

 

[귀주] 사랑이 먼저 아닌가?

 

당신이 말한 그 미래에 다다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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