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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4

 

왔어요?

 

[귀주] 안 줄 거다

 

나는 절대로

 

안지 않을 거다

 

나는

 

당신을 구할 수가…

 

[요란한 경적]

 

[부드러운 음악]

 

귀주 씨

 

[귀주의 놀란 숨소리]

 

[옅게 웃으며] 아, 깜짝 놀랐네

 

고맙습니다

 

- [다해] 웬 꽃이에요? - [의아한 소리]

 

설마 이거 나 주려고…

 

아, 그, 이거

 

내가 좋아하는 꽃은 또 어떻게 알았어요?

 

[옅은 웃음]

 

[귀주] 이렇게 된 거였어?

 

근데 언제 왔…

 

[흥미로운 음악]

 

- [멀어지는 트럭 엔진음] - [풀벌레 울음]

 

[귀주] 과거에서 내가 누군가를 구하다니

 

[다가오는 발소리]

 

[귀주 부] 귀주야

 

귀주야

 

저쪽에서 오는데 니가 갑자기 나타나지 뭐냐

 

능력이 돌아온 거야?

 

[귀주] 아버지

 

제가 사람을 구했어요

 

[귀주 부] 야, 거기 아니야

 

[덜컹거리는 소리]

 

[탁 멈추는 소리]

 

이런 곳에…

 

도둑이 들어도 쳐다도 안 보겠지?

 

[귀주 부] 시대에 발맞춰서 디지털화 작업 중이야

 

할 수 없던 걸 할 수 있게 됐다?

 

 

[귀주 부] 쓰읍, 선조들께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아, 여기 있네

 

조선 인조 때

 

- 염력을 쓰셨던 할머니께서는 - [흥미로운 음악]

 

고작 조약돌을 움직이는 것이 능력의 한계치였으나

 

오랑캐가 마을을 덮치자

 

집채만 한 바윗돌을 옮겨 쏟아부었다

 

능력이 진화한 거네요?

 

간절함이 능력을 증폭시켰겠지

 

[귀주 부] 너도 얼마나 간절하게 구하고 싶었냐

 

지금까지 아무도 못 구했는데

 

[귀주] 근데 왜 하필

 

- [요란한 경적] - 도다해만…

 

[귀주 부] 야, 와 봐

 

특정한 대상을 만나 발휘되는 능력이라…

 

[흥미로운 음악]

 

보자

 

아, 있네, 응

 

니 고조부께서는 불을 뿜는 능력을 지녔는데

 

처음부터 능력이 온전했던 건 아니었어

 

'어려서부터 유난히 코가 뜨거웠고'

 

'손을 대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뻘겋게 달아올라'

 

'숨어 살아야만 했다'

 

'그러다가 전쟁터에 끌려 나갔고'

 

'생사를 함께한 전우가 손을 잡아 주자'

 

- '코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 [강조되는 효과음]

 

'그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봉인된 능력이 풀려났다?

 

[귀주 부] 아니지

 

제대로 된 짝을 만나 비로소 능력이 완성된 거지

 

[의아한 숨소리]

 

능력이 완성됐다기엔

 

내 의지대로 통제도 안 되고

 

뒤죽박죽

 

사랑은 원래 통제 불능이니까

 

사랑 아니에요

 

- [귀주 부] 음 - [밝은 음악]

 

변신 능력을 지닌 분이었는데

 

- [여우 울음 효과음] - 짝사랑하는 선비 앞에서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 다른 사람으로 변해 버렸어

 

자꾸만 변하다가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법도 잊어버렸지

 

그렇게 수백 명의 여자로 변신했지만

 

선비의 마음을 얻을 순 없었다

 

선비한텐 오래전부터 마음에 품은 여인이 있었거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그 여인을 그리워하며

 

선비가 붓을 들어 초상화를 그렸는데

 

그 여인이 글쎄, 누구였겠니?

 

잃어버린 본래의 모습이었나요?

 

그렇지

 

[귀주 부] 그렇게 사랑도 이루고 본래의 자신도 되찾고

 

너한텐 도다해가 바로 그런 존재고

 

엄마한테 알려야겠다

 

[귀주] 속단하지 마세요

 

그날 그 문처럼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잖아요

 

[귀주 부의 생각하는 숨소리]

 

[귀주 부] 뭐, 그럼 상황이 분명해질 때까지

 

좀 더 지켜보기로 하자

 

[귀주] 예

 

[귀주 부] 어쨌든 축하한다

 

뭘 축하해요?

 

드디어 니가 그토록 바라던 대로 의미 있게 능력을 쓴 거잖아

 

[잔잔한 음악]

 

[풀벌레 울음]

 

[다해의 거친 숨소리]

 

[다해] 귀신이야

 

복씨 집안에 귀신…

 

귀신이 들린 거야

 

- [다해의 다급한 숨소리] - 뭐야?

 

[다해의 비명]

 

[다급한 숨소리]

 

[다해의 놀란 숨소리]

 

도다해 씨?

 

[다해] 아, 저, 방금…

 

저…

 

위, 위에 있었는데?

 

[다해의 놀란 숨소리]

 

귀…

 

- 귀신… - [귀주의 당황한 소리]

 

저, 이봐요

 

[귀주] 다해 씨, 다, 다해 씨!

 

[문 열리는 소리]

 

[귀주 모] 이게 무슨 소리야?

 

[놀라며] 어머나!

 

어떻게 된 거냐?

 

[귀주] 뭘 보고 놀랐는지 귀신이라던데

 

귀…

 

[동희가 헛기침하며] 그 귀신

 

나야

 

아, 요 며칠 체해서 못 먹었더니 요만큼 떴거든?

 

그걸 봤나 봐

 

조심했어야지 아직은 오픈하기 이른데

 

그러게

 

엄마 아들의 여자가

 

[동희] 우리 집 금고 방에 숨어들 줄 알았으면

 

좀 조심할걸

 

거긴 왜?

 

우연히 지나다 봤겠지

 

근데 넌 그 방에서 왜 날았어?

 

모, 모기가 날아서?

 

[귀주 부] 자, 자 우선 도다해 씨부터 눕히자

 

- [귀주 모] 어, 그래 - [귀주 부] 어?

 

- 어, 조심 - [흥미로운 음악]

 

조심해, 천천히

 

도망치라니까

 

[귀주 모] 아이고 건강한 줄 알았더니

 

기가 허한가? 아유

 

[귀주 부] 처음이라 그래요

 

나도 장인어른이 무슨 인어 공주처럼

 

무지갯빛 비늘을 달고 펄떡거리는 거 처음 봤을 때

 

놀라 까무러쳤죠

 

- 그 점잖은 양반이… - [흥미로운 음악]

 

[귀주 모의 혀 차는 소리]

 

119 불러야 안 되나?

 

[동희] 자는 거 같은데

 

잔다고?

 

[새근거리는 숨소리]

 

[귀주 부] 아이고, 딱해라

 

낯선 환경 적응한다고 얼마나 긴장을 했으면

 

아, 그게 아니야

 

[동희] 저 여자 엄마 차 마셨거든?

 

그 안에 수면제 탔어

 

그게 무슨 소리야?

 

지 동생한테 건물 뺏길까 봐 똥줄 타는 소리지, 쯧

 

[작게] 잘 봐

 

증거 있어? 봤어?

 

[귀주 모] 나와

 

- [동희의 한숨] - [멀어지는 발소리]

 

[문 닫히는 소리]

 

[동희] 아무튼

 

도다해가 주는 거 함부로 받아먹지 마요

 

뭘 탔을지 모른다고

 

함부로 동동 떠다녀서 놀래키지나 마

 

[답답한 숨소리]

 

[귀주 모] 확실히 주저앉기 전까진 비밀로

 

예, 예

 

[잔잔한 음악]

 

[다해] 방금 저…

 

위, 위에 있었는데

 

[귀주] 계단 위에 내가 있었다고?

 

미래에서 온 나를 본 건가?

 

[귀주 모의 신음]

 

[힘겨운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멀리 사이렌 소리]

 

[힘겨운 소리]

 

[귀주 모의 거친 숨소리]

 

[놀란 소리]

 

[놀란 숨소리]

 

[힘주는 숨소리]

 

괜찮아요?

 

꿈을 꿨어요

 

[서랍 여닫는 소리]

 

번호 불러요

 

주식이에요?

 

[들이켜는 숨소리]

 

불길한 꿈이에요

 

- [비밀스러운 음악] - [다해의 놀란 숨소리]

 

[의아한 숨소리]

 

[다해의 놀란 소리]

 

[놀란 소리]

 

[다해의 비명]

 

[다급한 숨소리]

 

[다해의 놀란 숨소리]

 

도다해 씨?

 

[놀란 숨소리]

 

[다해] 어젯밤의 그건 대체 뭐였지?

 

[새소리]

 

- [동희] 잘 잤어요? - [다해의 놀란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어색한 웃음]

 

 

완전히 곯아떨어졌던데

 

[동희] 꼭 무슨

 

약에 취하기라도 한 것처럼?

 

아, 좀…

 

피곤해서

 

[옅은 웃음]

 

[동희] 봤어요?

 

네?

 

[동희] 놀랐나 보네

 

이런 거 처음 봐요?

 

[다해의 당황한 소리]

 

왜?

 

- [겁먹은 숨소리] - 자세히 한번 봐요

 

내 페디큐어

 

[흥미로운 음악]

 

다음에 같이 할래요?

 

[어색한 웃음]

 

[함께 웃는 소리]

 

아, 좋아요

 

[다해] 너무 좋아요

 

[거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다급한 숨소리]

 

[놀란 소리]

 

[흥미로운 음악]

 

괜찮아요?

 

[다해] 아, 있네

 

[귀주] 어젯밤에 여기서 날 본 거죠?

 

아이, 또

 

기억 못 하는 거예요?

 

- [다해] 아니면 또 모르는 척? - 뭐, 그렇다 치고

 

말해 봐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게 그…

 

[다해] 아, 그 귀, 귀주 씨가 여기…

 

이나야, 학교 가는 거야?

 

아침 먹고 가야지, 어?

 

이나야

 

어? 밥 먹고 가야지

 

어? 너 키 안 큰다

 

[지글거리는 소리]

 

[다해] 이나야, 완숙? 아니면 반숙?

 

- 반숙이요 - [다해] 어, 반숙, 오케이

 

[긴장한 숨소리]

 

[귀주 모의 한숨]

 

안녕히 주무셨어요?

 

[귀주 모] 내내 잠을 설치다가

 

새벽녘에 겨우 잠이 들었는데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 [다해] 무슨 꿈을 꾸셨는데요? - [조르르 따르는 소리]

 

도다해 씨 찜질방 즐겨 찾는 편인가?

 

[의미심장한 음악]

 

[다해] 아이고

 

아이고, 이거 계란이 터졌네

 

이나야, 이거 다시 해 줄게

 

[귀주 모] 꿈에 도다해 씨가 찜질방에 있더라고

 

궁전찜질방이라고 혹시 알아요?

 

- 네? -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찜질방이 왜요?

 

[귀주 모] 아, 글쎄 그 궁전찜질방에서 실려 나와서

 

구급차에 실리지 뭐야

 

- [타닥타닥 점화 소리] - [다해의 놀란 숨소리]

 

아이, 뭐

 

근심 많은 노인네 꿈이니까 너무 신경 쓸 건 없고

 

그래도 당분간 찜질방은 좀 피하면 어떨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응?

 

[호응하는 숨소리]

 

주, 주무시면서도

 

제 걱정을 해 주셨나 봐요

 

[다해] 감사합니다

 

[어색한 웃음]

 

아유, 하나 더 해야 되겠네

 

늦었어요

 

[이나] 그냥 갈게요

 

아, 이나야, 밥, 밥은 먹고 가야지

 

[다해] 이나야, 잠깐, 잠깐만

 

[다해] 이나야

 

미안

 

이거라도 가져가

 

잘 갔다 와

 

처음부터 말해 줬잖아요

 

[다해] 어?

 

초능력이 집안 내력이라고

 

- [다해] 어? - 도망칠 수 있을 때 도망쳐요

 

[도어 록 작동음]

 

[문 닫히는 소리]

 

[도어 록 작동음]

 

[어색한 웃음] 설마

 

[다급한 숨소리]

 

[다해] 도망가야 돼

 

- [달그락 떨어지는 소리] - 어! 뭐야

 

[다급한 소리]

 

[새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귀주 모] 꿈에

 

도다해 씨가 찜질방에 있더라고

 

궁전찜질방이라고 혹시 알아요?

 

[다해] 내가 지금 여길 들어가면 그 꿈이 진짜

 

예지몽이 되는 건가?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다해] 초능력이 사실인지도 몰라

 

[다해 모가 힘주며] 수면제 기운에 헛것을 본 거겠지

 

아, 복 여사님이

 

내가 여기 있는 걸 봤다니까, 꿈에서?

 

[다해 모] 사람이라도 써서 니 뒤를 밟았나 보지

 

됐어

 

복씨 집안 유전병은 초능력이 아니라 망상증이겠지

 

정신 나간 사람들이라는 증거는 차고 넘치니까

 

다음 스텝을 밟자

 

혼인 신고 도장 찍고

 

후견인 신청하고

 

그러지 말고

 

내가 다른 타깃 알아볼게

 

[다해 모의 한숨]

 

[다해 모] 야, 잔말 말고 혼인 신고서 받아 와

 

- 아, 엄마 - [다해 모] 왜?

 

귀신 들린 집이라 겁나?

 

귀신 돈은 돈 아니야?

 

너 나한테 빚진 돈 언제 갚을 건데?

 

[헛웃음]

 

[어두운 음악]

 

[여자] 니가 다해냐?

 

아휴, 작작 좀 마시라니까

 

너 혼자야? 어른 없어?

 

아유, 씨, 쯧

 

아, 많이 모자라는데

 

야, 이제 니 아빠 거 다 니 거니까 니가 갚아야 되겠다

 

일로 와 봐

 

[부스럭 꺼내는 소리]

 

일로 와 봐

 

사인해

 

[일홍] 알아보니까

 

최근 몇 년 새 투자란 투자는 다 말아먹고

 

남은 건 깔고 앉은 집이랑

 

- 헬스장 건물만 있는 거 같아 - [무거운 음악]

 

그냥 그렇게 두면 복씨 집안 폭삭 내려앉게 생겼는데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아까운 돈 우리라도 챙겨야지

 

우리 주연 배우 이 작품을 끝으로 화려하게 은퇴하고

 

나도 은퇴하고

 

온 김에 좀 뜨끈하게 지지고 돌아가

 

[한숨]

 

[직원] 어서 오세요

 

나가

 

[귀주] 예?

 

못 들어와

 

- [흥미로운 음악] - 뭐야, 당신?

 

[다해의 한숨]

 

[귀주 모] 글쎄 그 궁전찜질방에서 실려 나와서

 

구급차에 실리지 뭐야

 

[다해] 아이…

 

- [경쾌한 음악] - [다해의 놀란 소리]

 

[아파하는 소리]

 

어?

 

[괴로운 신음]

 

- [일홍] 야 - [다해] 어

 

- [일홍] 뭐 하냐? - 119, 119 좀 불러 봐

 

[다해] 피 나, 피

 

- 아, 피 안 나? - [일홍의 한숨]

 

예지몽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일홍] 나쁜 꿈 꾸면 왜 나쁜 일이 생기게?

 

나쁜 예감이 정신을 지배하니까

 

'다칠 거야, 다칠 거야' 긴장해서

 

온몸에 힘이 들어가니까 다칠 수밖에

 

일어나, 얼른

 

[다해] 아, 씨

 

[힘주는 소리]

 

그런가?

 

[한숨]

 

어유, 아니야 나 머리 깨진 거 같아

 

[휴대전화 진동음]

 

[통화 연결음]

 

[통화 종료음]

 

아…

 

하, 또 뭐요?

 

[흥미로운 음악]

 

땀 떨어져

 

- 근데 왜 자꾸 반말… - [삼촌] 땀 떨어지면

 

바닥이 미끄러우세요, 고객님

 

[여자] 저기요, 사장님

 

사장님, 여기 김밥 좀 주세요

 

[남자] 여기 라면이랑 계란도 좀 주시고

 

거, 아무도 안 계신가? 사장님

 

- [통화 연결음] - [삼촌] 식혜 나왔습니다

 

[연신 울리는 통화 연결음]

 

[삼촌] 컵라면 나왔습니다

 

[비밀스러운 음악]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통화 종료음]

 

[일홍이 속삭이며] 새로 입수한 정보가 있어

 

[사람들이 두런거린다]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 [통화 종료음] - [여자] 김밥 언제 줘요?

 

예, 잠시만요

 

[여자] 빨리 좀 주세요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필살기를 날려

 

엄마

 

[귀주] '엄마'?

 

[한숨]

 

[어두운 음악]

 

없다면서요, 가족

 

[일홍의 헛기침]

 

[일홍] 제가 설명하죠

 

그게…

 

다해, 다해가

 

- [요란한 화재경보음] - 예…

 

[형태] 불이야, 불!

 

- [소란스러운 소리] - 여러분, 대피하세요, 대피!

 

우왕좌왕하지 마시고

 

불이야, 불!

 

[겁먹은 숨소리]

 

대피하세요!

 

- 여러분 - [긴장되는 음악]

 

여러분, 비상구로 가세요, 비상구!

 

[떨리는 숨소리]

 

[다해의 괴로운 숨소리]

 

[연거푸 몰아쉬는 거친 숨소리]

 

[다해의 힘겨운 숨소리]

 

[귀주] 도다해 씨

 

다해 씨, 제가 잡아 줄게요

 

[다해의 놀란 숨소리]

 

일어나요

 

[부드러운 음악]

 

[귀주의 놀란 소리]

 

- [뚝 멈추는 부드러운 음악] - [다해의 놀란 숨소리]

 

[당황한 소리]

 

[쿵]

 

- [털썩] - [귀주의 신음]

 

미끄럽다니까

 

[일홍] 119 불러

 

[귀주가 힘겨워하며] 도다해 씨

 

- [다해의 힘없는 소리] - 괜, 괜찮아요?

 

- [귀주의 다급한 숨소리] - [부드러운 음악]

 

[멀리 사이렌 소리]

 

같이 갈래요?

 

[간호사] 이거 보시고 서명해 주세요

 

[일홍] 예

 

여기다 이름 써요

 

제가 진짜 엄마는 아니에요

 

쟤 아빠랑 엮인 인연으로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그 인간이 술 먹고 한겨울에 길바닥에서 얼어 죽는 바람에

 

장례식장에 문상객이라고는

 

부의금 털어 먹겠다고 쳐들어온 빚쟁이뿐이고

 

돌봐 주는 어른 하나 없더라고

 

아무도 없이 혼자

 

그리고 다해가 얼마 뒤에 큰일을 겪었죠

 

- [어두운 음악] - [여기저기 다급한 소리]

 

[학생이 콜록거린다]

 

[콜록거린다]

 

[심전도계 비프음]

 

[간호사1] 정신이 들어요? 여기가 어딘지 알겠어요?

 

이 환자 보호자 연락됐어요?

 

[간호사2] 아직이요

 

[힘겹게] 보호자 없어요

 

[간호사1] 어?

 

아니, 누워 있어요, 일어나지 마요

 

[놀라며] 아, 뭐 하는 거예요?

 

- [무거운 음악] - [간호사1의 당황한 소리]

 

[다해의 거친 숨소리]

 

없어요, 병원비

 

[간호사1] 네?

 

[의료진들의 분주한 소리]

 

[콜록거린다]

 

[여자] 아, 예, 보호자예요, 예

 

[차분한 음악]

 

아쉽겠다

 

[한숨]

 

죽어야 돈 갚는데

 

[콜록댄다]

 

살아서 갚는 수도 있는데

 

[일홍의 힘주는 소리]

 

[일홍] 야

 

너 내 딸 하자

 

[일홍] 그때 좀 돌봐 줬다고 이런 나라도 엄마라고 불러 주네요

 

짠하게

 

죽을 뻔한 적 있다고 들은 거 같아요

 

[의미심장한 음악]

 

그래요?

 

[일홍] 아무나한테 안 하는 얘기인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자세히는 모르는구나?

 

직접 들어요 아무나한테 안 하는 얘기라

 

[일홍] 쟤 이름이 어떻게 도다해가 됐는지 알아요?

 

쟤 아빠가 도다리쑥국을 좋아했어요

 

근데 쟤가 봄에 태어났거든

 

봄철엔 도다리가 제철이라고

 

도다리라고 이름 지으려는 걸

 

동사무소 직원이 간신히 말려서

 

글자 하나 겨우 바꿨대요

 

하고 싶은 건 뭐든 다 하고 살라고

 

도다해

 

[귀주가 피식 웃는다]

 

좋은 이름이네요

 

[일홍] 아니요

 

그 이름도 그렇게 좋은 이름은 아니었어요

 

이름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돼서

 

살아남기 위해선 뭐든 혼자 다 해내야 했거든

 

뭐든 함께할 사람이 생기면 참 좋을 텐데

 

[휴대전화 진동음]

 

[멀어지는 발소리]

 

- [의미심장한 효과음] - 그만 일어나

 

[다해의 아파하는 소리]

 

[다해] 엄마, 봤지?

 

복씨네 사람들 진짜 뭐 있다니까

 

잘못 건드렸다간 우리…

 

- [어두운 음악] - [일홍] 혼인 신고서 받아 와

 

그래야 벗어나

 

그 집에서도 나한테서도

 

[한숨]

 

[귀주] 네, 어머니

 

아니, 도다해 씨가 말도 없이 나가서는 안 들어오는데

 

혹시 찜질방 간 거 아니니?

 

- 갔더라고요 - [귀주 모] 뭐?

 

도다해 씨는 괜찮고?

 

지금 응급실이에요

 

뭐?

 

얼마나 다친 거야?

 

[귀주 모] 아, 어쩌다?

 

아이고, 가지 말라니깐

 

쯧, 기어코…

 

일단 진정하시고 이따가 전화드릴게요

 

[통화 종료음]

 

맞네, 예지몽이 맞았어

 

[의아한 숨소리] 근데 매번 도다해만 보이네

 

[간호사1] 5분 정도 지혈하고 계시면 돼요

 

[다해] 감사합니다

 

먼저 가셨어요

 

찜질방 너무 오래 비웠다고

 

[잔잔한 음악]

 

[쓱쓱 글씨 쓰는 소리]

 

[간호사2] 접수해 드릴게요

 

[다해] 나 미행한 거예요?

 

[귀주] 아이, 뭐

 

몰래 어딘가를 급히 가길래

 

어머니가 찜질방 얘기 꺼냈을 땐 아무 말도 없었지 않았나?

 

[옅은 한숨]

 

여사님도 내 뒤를 캔 거죠?

 

[다해] 솔직히 털어놔요

 

[귀주] 솔직히 말하면 걱정도 좀 됐어요

 

어머니 꿈이 현실이 될까 봐

 

[다해] 설마

 

정말 예지몽이 사실이라는 거예요?

 

아니, 능력을 잃었다면서요

 

현대인의 질병에 걸려서

 

사라졌던 능력이 다시 돌아왔어요

 

[귀주] 패턴이 좀 달라지긴 했지만

 

[한숨]

 

과거로 돌아가는 이유가 바뀌었어요

 

도다해

 

예?

 

- [잔잔한 음악] - 나요?

 

[귀주] 쇼핑몰에서 손을 잡아 준 것도

 

분수대에 꽃을 들고 갔던 것도

 

미래의 나였어요

 

아니, 뭐지?

 

[귀주] 내가 한 일을 기억 못 한 게 아니었어요

 

도다해한테 일어난 일이 나한텐 아직 일어나지 않았던 거죠

 

아, 잠깐만

 

뭐, 뭐라고요?

 

[귀주] 잘 한번 생각해 봐요

 

손잡고 꽃 주고 내가 갑자기 사라지지 않았어요?

 

근데 언제 왔…

 

[다해] 잠깐만, 그러면

 

어젯밤에 거울에 비치지 않았던 것도?

 

거울에만 안 비치는 게 아니에요

 

[귀주] 도다해 말고는 아무도 날 못 봐요

 

도다해만 나를 보고 도다해한테만 내가 닿아요

 

과거는 무채색인데 도다해한테만 색깔이 있어요

 

[다해] 아니, 왜, 아니…

 

왜, 왜 나예요? 예?

 

왜, 왜, 왜요? 왜…

 

왜, 왜 나만? 예?

 

[귀주]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요

 

근데 분명한 건

 

도다해 과거가 내 미래라는 거

 

도다해와의 시간이

 

나를 끌어당긴다는 거

 

[귀주 모] 우리 집 비밀을 털어놨다고?

 

어쩌자고 성급하게 굴었어?

 

겁먹고 달아나기라도 하면?

 

더 숨기기도 애매했어요

 

예지몽을 발설하셔서

 

어떻게 입을 다무니? 그런 꿈을 꿨는데

 

[헛웃음] 그러게요

 

어떻게 그런 꿈을 꿨지?

 

- [한숨] - [어두운 음악]

 

[귀주의 불안한 숨소리]

 

[귀주] 돌아가야 돼

 

귀주야

 

[귀주의 떨리는 숨소리]

 

[귀주] 과거로 갈 수가 없어요

 

세연이한테 가야 되는데

 

[울먹이며] 되돌려 놔야 되는데

 

잊었어?

 

[귀주 모] 행복한 시간으로밖에 돌아갈 수 없다는 거

 

돌아가도 바꿀 수 있는 게 없고

 

- [귀주의 다급한 숨소리] - 이제 그만해라

 

[귀주] 세연이 가방에서 이게 나왔어요

 

배 속에 아기가 있었는데

 

왜 나한테 말을 안 했을까요?

 

[귀주의 떨리는 숨소리]

 

다른 사람 애니까

 

[차분한 음악]

 

- 네? - [귀주 모] 남자가 있었더라

 

같이 살 집까지 구해 놨던데

 

너한텐 아무 말도 없었니?

 

그…

 

그걸 어떻게 알아요?

 

[한숨]

 

[떨리는 숨소리]

 

[귀주 모] 세연이는 꿈에 한 번도 보인 적이 없어

 

아무것도 안 보이니 늘 불안했고

 

[귀주] 그래서 끝까지 가족으로 인정도 안 하셨죠

 

꿈에 안 보이는 게 세연이 잘못이에요?

 

어머니가 주식 꿈만 꾸고 복권 꿈만 꾸는 게

 

세연이 탓이냐고요!

 

세연이가 죽던 날은 무슨 꿈 꿨어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봐 주지

 

그럼 막을 수 있었잖아요!

 

[귀주 모] 나도 주는 대로 받을 뿐이야

 

꿈이 보여 줬어도 막지 못했을 거고

 

니가 과거를 바꿀 수 없는 것처럼

 

나도 미래를 바꿀 수는 없어

 

[귀주의 허탈한 숨소리]

 

오래전에 악몽을 꿨다

 

누군가 죽는 꿈이었어

 

막아 보려고 발버둥 쳤지만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돼 있더라

 

나쁜 일이 벌어질 걸 뻔히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력감, 두려움

 

나도 겪어 봐서 알아

 

- [무거운 음악] - [훌쩍인다]

 

왜 여태 말 안 했어요?

 

[귀주 모]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갈기갈기 찢겼으니까!

 

내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꿈이었거든

 

[헛웃음]

 

[귀주의 한숨]

 

복씨 집안에

 

대물림되는 저주였네요

 

[귀주 모] 마음먹기에 따라 축복일 수도 있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능력이 어떻게 축복이 돼요?

 

미래를 보면 뭐 하고 과거로 가면 뭐 하냐고요!

 

아무것도 못 바꾸고 아무도 못 구하는데!

 

[귀주 모] 시간을 거슬러 엿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그 이상은 욕심이고 오만이야

 

난 차라리 꿈이 주식, 복권이나 보여 주는 게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어쭙잖은 영웅 흉내나 내다가

 

갈기갈기 찢겨 죽고 불에 타 죽은 조상님들 숱해!

 

너도 이제 니 행복만 돌아봐

 

남의 불행까지 굳이 돌아보지 말고

 

누굴 구하겠다는 주제넘은 생각도 말고!

 

[귀주] 차라리 다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어

 

[속상한 소리]

 

[귀주의 거친 숨소리]

 

[귀주가 흐느낀다]

 

7년 만이다, 다시 꿈을 꾸게 된 게

 

[귀주 모] 뭐랬니

 

우리 가족이 잃어버린 걸 되찾아 줄 사람이랬지?

 

어머니가 꾸고 싶은 꿈은 아니네요

 

[귀주] 주식 꿈, 복권 꿈을 꾸셔야 되는데

 

조만간 보여 주겠지

 

[귀주] 기회를 준 게 아닐까요?

 

내 주머니만 채우지 말고 남을 위해서 능력을 써 볼 기회

 

넌 아직도 철없이 영웅 노릇을 꿈꾸니?

 

[귀주 모] 도다해가 다칠 걸 꿈에서 봤지만

 

결국 막지도 못했잖아

 

모르죠, 구할 수 있을지도

 

[문소리]

 

[동희, 다해의 웃음]

 

[동희의 옅은 웃음]

 

[다해의 어색한 웃음]

 

[동희의 한숨]

 

[동희] 어때요? 우리 집 살아 보니까

 

네, 배려해 주신 덕분에…

 

[동희] 너무 뻔한 대답 말고 좀 솔직하게

 

우리 집 사람들 쉽지 않죠?

 

알면 알수록 잘 모르겠고

 

[비밀스러운 음악]

 

[다해, 동희의 옅은 웃음]

 

근데 난

 

도다해 씨 좀 알 거 같은데

 

벌써요?

 

[동희의 옅은 웃음]

 

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차근차근 보여 드릴게요

 

차근차근 낱낱이 보여 주세요

 

네, 서로 알아 가는 과정이니까

 

난 잘 지켜볼 테니까

 

[둘의 옅은 웃음]

 

[다해] 다녀오세요

 

[동희의 호응]

 

어, 계단 조심하세요

 

[동희] 알겠어요

 

[멀어지는 발소리]

 

[동희의 한숨]

 

[달칵]

 

[흥미진진한 음악]

 

[한숨]

 

[다해] '복만흠, 예지몽'

 

'불면증이라 꿈을 못 꿈'

 

'엄순구', 능력은 없지

 

'데릴사위'

 

'복동희, 비행'

 

'비만이라 날지 못한다'

 

'복귀주'

 

'행복한 과거로 시간 여행'

 

[한숨] '우울증이라'

 

'행복하지 않음'

 

 

근데

 

약간 행복해지려고 하나?

 

[한숨]

 

[귀주] 도다해와의 시간이

 

나를 끌어당긴다는 거

 

'복이나'

 

[다해] 이나 능력은…

 

음, 모르겠어

 

복만흠은 미래를 보고

 

복동희는 하늘을 날고

 

복귀주는 과거로 가고

 

복이나만 아무것도 못 한다?

 

[학생1] 안 한다고?

 

못 한다고

 

[학생1] 왜?

 

사람들이 보니까

 

별걱정? 아무도 너 안 봐

 

- 다 나만 보지 - [학생들이 키득거린다]

 

[학생1의 웃음]

 

[학생1] 농담이야, 농담

 

부담 갖지 말라고 농담한 거야

 

아니, 나…

 

[학생1] 오늘은 첫날이니까 앉아서 분위기만 봐, 응?

 

[학생2] 응? 쟨 뭔데 혜림이한테 간택당했어?

 

[학생3] 혜림이는 애가 편견이 없어

 

우리 스태프 필요하잖아

 

[학생4] 동아리실 청소도 하고 음료수도 사 오고

 

[학생2] 하긴, 선생님들도 조용한 애 좋아하니까

 

저런 애 하나쯤은 있어도 나쁘진 않을 듯

 

[혜림] 자, 얘들아 우리 이제 한번 해 볼까?

 

 

골반부터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원, 치고, 쓰리, 포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원, 치고, 쓰리, 포, 파이브…

 

[점점 커지는 음악 소리]

 

[혜림의 박자 맞추는 소리]

 

[연신 흐르는 리드미컬한 음악]

 

[준우] 안 들려?

 

내 말 계속 씹었어, 너

 

미안

 

[준우] 뭐 들어?

 

[계속 흐르는 리드미컬한 음악]

 

좋은데?

 

제목 뭐야?

 

- 제목 뭐냐니까 - [부드러운 음악]

 

오, 음악 좀 아는데

 

이런 건 다 어디서 찾았어?

 

[이나] 어?

 

[혜림] 원, 투, 쓰리, 포…

 

[준우] 야, 우리 음악 바꾸자

 

- 복이나가 괜찮은 음악 찾았어 - [학생5] 오, 복이나

 

[학생6] 안 그래도 음악 구렸는데

 

- 들어 보자 - [학생7] 들어 보자

 

[학생들이 재잘거린다]

 

[학생1] 힘들어

 

[학생2] 혜림아 우리 떡볶이 먹으러 갈래?

 

[혜림] 그래

 

너네 다 갈 수 있지?

 

[학생3] 당연하지 니가 가면 우리도 가지

 

- [학생들의 웃음] - [학생1] 가자, 가자!

 

[학생4] 배고파

 

[학생5] 떡볶이, 떡볶이!

 

[학생6] 꼴찌가 쏘기

 

[이나] 난 학원…

 

난 이쪽

 

[실내에 흐르는 잔잔한 음악]

 

[다가오는 발소리]

 

[혜림] 나도 컵라면 사 줘라

 

떡볶이는?

 

친구가 말도 없이 가 버려서 걔 찾느라

 

- [이나] 친구? - [혜림의 옅은 웃음]

 

너 뭐 먹을 거야?

 

[혜림] 오

 

생긴 건 순한 맛인데 반전 매력 있다, 너

 

[후 부는 소리]

 

[웃음]

 

귀여워

 

[이나] 내가 귀여워?

 

[혜림] 이래서 준우가 너한테 꽂혔나?

 

- 뭔 소리야 - [혜림] 관심 있는 거 같던데

 

넌 준우 어때?

 

[툭 내려놓는 소리]

 

- [신비로운 효과음] - [의미심장한 음악]

 

[혜림] 준우는 내가 먼저 좋아했어

 

제발 좋아하지 마

 

나하고 친구 하고 싶으면

 

[출입문 종소리]

 

넌 준우 어떻게 생각해?

 

걔…

 

재수 없어

 

[혜림] 준우야

 

야, 어떡해? 다 들었나 봐

 

[이나] 역시 사람 마음 같은 거

 

모르는 게 나았어

 

[옅은 웃음]

 

-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동희의 가쁜 숨소리]

 

[그레이스의 헛기침]

 

[그레이스] 우리 복덩어리 언니야

 

- 이거라도 좀 마시면서 해요 - [동희의 인내하는 소리]

 

 

[동희의 힘주는 소리]

 

[동희의 가쁜 숨소리]

 

혹시 조 원장 오빠랑 진지한 사이예요?

 

[후 내뱉는 숨소리]

 

그런 거면 다시 생각해 봐요

 

나 언니 생각해서 해 주는 말인데

 

난 그냥 좋은 분 같아서

 

오빠, 동생 사이로 인생 상담을 좀 할까 했거든요?

 

근데 다짜고짜 룸으로 끌고 올라가는 거예요

 

나 너 봤어

 

봤어요?

 

그냥 가길래 못 본 줄 알고

 

아니, 근데 그걸 그냥 놔둬요?

 

[그레이스] 머리털을 다 잡아 뜯어 놨었어야지

 

아이, 나 말고 나 말고 조 원장이요

 

- [익살스러운 음악] - 아, 나도 피해자라고요

 

[그레이스의 아파하는 소리]

 

[동희]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뭔 줄 알아?

 

돼지?

 

[또박또박 끊어서] 여적여

 

- [흥미로운 음악] - [동희]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

 

우리 사이가 흔들린 건 내 탓이야

 

내가 나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서

 

 

몸만 엑스 라지가 아니라

 

마음도 엑스 라지 대인배네

 

근데 그렇게 자책하는 거 정신 건강에 안 좋아요

 

[동희] 모든 일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는 거

 

그게 자존감을 줘

 

내 인생 칼자루를 내가 쥐는 거라고

 

알아들어?

 

[터치 패드 조작음]

 

[그레이스] 말은 그럴싸하네

 

[한숨]

 

 

[동희의 한숨]

 

[동희] 본연의 나를 찾자

 

나만 원래대로 돌아가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올 거야

 

[흥미로운 음악]

 

[신난 웃음]

 

[그레이스] 근데 그렇게 자책하는 거

 

정신 건강에 안 좋아요

 

[한숨]

 

배고픈데 어떡해

 

[한숨]

 

[비밀스러운 음악]

 

엄마?

 

[귀주 모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동희] 엄마, 뭐 해?

 

[귀주 모] 쉿

 

비밀을 다 들켜 버렸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게?

 

아니, 겁을 먹었는지 방에서 나오질 않아

 

- [휴대전화 게임 소리] - [동희] 응?

 

아직도 도망 안 갔나?

 

[귀주 모] 응?

 

[작게] 도망갔나?

 

[똑똑 노크 소리]

 

안에 있어요?

 

도다해 씨

 

[헛기침] 도다해 씨?

 

[귀주 모의 놀란 숨소리]

 

[귀주 모] 아, 아…

 

그, 괜찮은가 싶어서

 

들어가서 얘기 좀…

 

병원에서 오늘 하루 안정을 취하라고 해서요

 

죄송합니다

 

[문 닫히는 소리]

 

[동희] 뭐야, 있네

 

[의미심장한 음악]

 

역시 능력을 드러내면 둘 중 하나지

 

도망가거나 이용하거나

 

[귀주] 내가 한 일을 기억 못 한 게 아니었어요

 

도다해한테 일어난 일이 나한텐 아직 일어나지 않았던 거죠

 

도다해 과거가 내 미래라는 거

 

[한숨]

 

[키보드 조작음]

 

[귀주의 놀란 소리]

 

[다해의 놀란 숨소리]

 

[쿵]

 

[한숨]

 

[한숨]

 

[귀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에게

 

- [흥미로운 음악] - 할 일이 생겼다

 

과거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도다해

 

찜질방

 

[신비로운 효과음]

 

[형태] 나가

 

- [과거 귀주] 예? - [형태] 못 들어와

 

뭐야, 당신?

 

[가쁜 숨소리]

 

[사람들의 대화 소리]

 

- [놀란 숨소리] - [여자] 언니, 나 등에 로션 좀

 

[흥미진진한 음악]

 

[귀주] 아씨 [다급한 소리]

 

[놀란 숨소리]

 

[귀주] 방금 내가 뭘 본 거지?

 

[당황한 숨소리]

 

[귀주] 어떡해

 

아, 덥다

 

[초조한 숨소리]

 

[거친 숨소리]

 

아, 더워

 

아유, 차가워

 

[거친 숨소리]

 

[귀주] 정신 차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시 돌아가자

 

도다해를 구하러 가야 돼, 도다해

 

[신비로운 효과음]

 

[동희] 엄마 아들의 여자가

 

우리 집 금고 방에 숨어들 줄 알았으면

 

좀 조심할걸

 

[귀주] 누나 말이 사실이었어?

 

[달려오는 발소리]

 

[다해의 거친 숨소리]

 

[다해] 귀신이야

 

복씨 집안에 귀신…

 

귀신이 들린 거야 [다급한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다해의 놀란 소리]

 

[귀주] 과거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괜찮아요?

 

[당황한 소리]

 

[귀주] 도대체 왜 도다해지?

 

[귀주] 왜 그래요?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다해의 조심스러운 소리]

 

잠, 잠시만…

 

[다해의 비명]

 

[다해의 다급한 소리]

 

어, 깜짝이야

 

[신비로운 효과음]

 

[조르르 따르는 소리]

 

[다해] 저, 귀주 씨

 

어머, 무슨 일이에요?

 

다 젖었잖아요

 

왜 그래요?

 

내가 닦을게요

 

[귀주] 왜 그래요?

 

[다해] 그때 봤던 복귀주가 지금의 복귀주?

 

과거에 다녀오는 길이죠?

 

[다해의 한숨]

 

[다해] 실은 방금 전에도 다녀갔어요

 

미래의 귀주 씨요

 

이거

 

이걸 가져왔더라고요

 

[의미심장한 음악]

 

[바스락거리는 소리]

 

[귀주] '혼인 신고'…

 

[다해] 귀주 씨가 선물이라면서

 

아니, 이게…

 

[귀주] 이게 무슨…

 

[다해] 믿기 힘들겠죠

 

귀주 씨 시간에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까

 

시간이 지나 보면 알게 되지 않을까요?

 

내 과거가

 

귀주 씨의 미래니까

 

그, 아무리 그래도

 

이건 순서가 좀 잘못된 거 같은데

 

과거에 한 일을 책임지는 건 몰라도

 

미래에 한 일을 책임지라니

 

[다해] 아직 하나 더 있어요

 

귀주 씨 시간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 [비밀스러운 음악] - [일홍] 새로 입수한 정보가 있어

 

복귀주가 왜 소방관을 그만뒀게?

 

화재 현장에서 가까운 동료가 죽었고

 

그 충격으로 옷까지 벗었는데

 

그게 언제인 줄 알아?

 

[다해] 고등학교 때 학교에 불이 났어요

 

평소에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자주 있어서

 

그날도 오작동인 줄 알고 대피가 늦어졌어요

 

[어두운 음악]

 

오래된 학교라

 

소방 시설도 제대로 없었고

 

설마

 

선재여고?

 

[다해의 한숨]

 

그 카드는 그만 쓰고 싶은데

 

[일홍] 야, 세상이 너한테 준 게 불행뿐인데

 

불행이라도 밑천 삼아 먹고살아야지

 

[한숨]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필살기를 날려

 

엄마

 

그 사람이 구해 주지 않았다면

 

난 그날

 

[다해] 죽었을 거예요

 

처음부터 귀주 씨한테서

 

그 사람이 보였는데

 

어쩌면

 

그 사람 귀주 씨 아닐까요?

 

[점차 고조되는 음악]

 

나한테 일어난 일이

 

아직 귀주 씨한테 일어나지 않은 거라면?

 

- [학생들의 비명] - [강렬하고 긴박한 음악]

 

[귀주] 13년 전

 

내가 도다해를 구했다?

 

아니

 

구할 거다?

 

[부스럭 구기는 소리]

 

그래도

 

그래도 혼인 신고서가 먼저 오는 건

 

순서가 잘못됐지

 

순서를 바로잡아야겠는데

 

사랑이 먼저 아닌가?

 

당신이 말한 그 미래에 다다르려면

 

우리가 정말 사랑하게 되는지

 

한번 봅시다

 

네?

 

[감성적인 음악]

 

[다해] 키스까지 했으면서

 

키스 다음 순서는 몰라요?

 

[귀주의 비명]

 

[귀주 모] 근래에는 꿈에 도다해 씨만 보여 주네

 

- 도다해 씨 손에 뭐가 있는지 - [다해의 놀란 숨소리]

 

혼인 신고서 말이에요

 

[다해] 가족들한테도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경사가

 

[귀주] 도다해 구한 사람 내가 확실해요?

 

자꾸 피하지 마요

 

[귀주 부] 너도 도다해 믿고 싶지?

 

도다해 구하고 싶잖아

 

[다해] 복귀주가 과거로 돌아간다는 게

 

돌아가서 날 구한다는 게

 

- 나라고 뭐, 믿어지는 줄 알아요? - [거친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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