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는 아닙니다만 4
왔어요?
[귀주] 안 줄 거다
나는 절대로
안지 않을 거다
나는
당신을 구할 수가…
[요란한 경적]
[부드러운 음악]
귀주 씨
[귀주의 놀란 숨소리]
[옅게 웃으며] 아, 깜짝 놀랐네
고맙습니다
- [다해] 웬 꽃이에요? - [의아한 소리]
설마 이거 나 주려고…
아, 그, 이거
내가 좋아하는 꽃은 또 어떻게 알았어요?
[옅은 웃음]
[귀주] 이렇게 된 거였어?
근데 언제 왔…
[흥미로운 음악]
- [멀어지는 트럭 엔진음] - [풀벌레 울음]
[귀주] 과거에서 내가 누군가를 구하다니
[다가오는 발소리]
[귀주 부] 귀주야
귀주야
저쪽에서 오는데 니가 갑자기 나타나지 뭐냐
능력이 돌아온 거야?
[귀주] 아버지
제가 사람을 구했어요
[귀주 부] 야, 거기 아니야
[덜컹거리는 소리]
[탁 멈추는 소리]
이런 곳에…
도둑이 들어도 쳐다도 안 보겠지?
[귀주 부] 시대에 발맞춰서 디지털화 작업 중이야
할 수 없던 걸 할 수 있게 됐다?
네
[귀주 부] 쓰읍, 선조들께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아, 여기 있네
조선 인조 때
- 염력을 쓰셨던 할머니께서는 - [흥미로운 음악]
고작 조약돌을 움직이는 것이 능력의 한계치였으나
오랑캐가 마을을 덮치자
집채만 한 바윗돌을 옮겨 쏟아부었다
능력이 진화한 거네요?
간절함이 능력을 증폭시켰겠지
[귀주 부] 너도 얼마나 간절하게 구하고 싶었냐
지금까지 아무도 못 구했는데
[귀주] 근데 왜 하필
- [요란한 경적] - 도다해만…
[귀주 부] 야, 와 봐
특정한 대상을 만나 발휘되는 능력이라…
[흥미로운 음악]
보자
아, 있네, 응
니 고조부께서는 불을 뿜는 능력을 지녔는데
처음부터 능력이 온전했던 건 아니었어
'어려서부터 유난히 코가 뜨거웠고'
'손을 대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뻘겋게 달아올라'
'숨어 살아야만 했다'
'그러다가 전쟁터에 끌려 나갔고'
'생사를 함께한 전우가 손을 잡아 주자'
- '코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 [강조되는 효과음]
'그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봉인된 능력이 풀려났다?
[귀주 부] 아니지
제대로 된 짝을 만나 비로소 능력이 완성된 거지
[의아한 숨소리]
능력이 완성됐다기엔
내 의지대로 통제도 안 되고
뒤죽박죽
사랑은 원래 통제 불능이니까
사랑 아니에요
- [귀주 부] 음 - [밝은 음악]
변신 능력을 지닌 분이었는데
- [여우 울음 효과음] - 짝사랑하는 선비 앞에서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 다른 사람으로 변해 버렸어
자꾸만 변하다가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법도 잊어버렸지
그렇게 수백 명의 여자로 변신했지만
선비의 마음을 얻을 순 없었다
선비한텐 오래전부터 마음에 품은 여인이 있었거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그 여인을 그리워하며
선비가 붓을 들어 초상화를 그렸는데
그 여인이 글쎄, 누구였겠니?
잃어버린 본래의 모습이었나요?
그렇지
[귀주 부] 그렇게 사랑도 이루고 본래의 자신도 되찾고
너한텐 도다해가 바로 그런 존재고
엄마한테 알려야겠다
[귀주] 속단하지 마세요
그날 그 문처럼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잖아요
[귀주 부의 생각하는 숨소리]
[귀주 부] 뭐, 그럼 상황이 분명해질 때까지
좀 더 지켜보기로 하자
[귀주] 예
[귀주 부] 어쨌든 축하한다
뭘 축하해요?
드디어 니가 그토록 바라던 대로 의미 있게 능력을 쓴 거잖아
[잔잔한 음악]
[풀벌레 울음]
[다해의 거친 숨소리]
[다해] 귀신이야
복씨 집안에 귀신…
귀신이 들린 거야
- [다해의 다급한 숨소리] - 뭐야?
[다해의 비명]
[다급한 숨소리]
[다해의 놀란 숨소리]
도다해 씨?
[다해] 아, 저, 방금…
저…
위, 위에 있었는데?
[다해의 놀란 숨소리]
귀…
- 귀신… - [귀주의 당황한 소리]
저, 이봐요
[귀주] 다해 씨, 다, 다해 씨!
[문 열리는 소리]
[귀주 모] 이게 무슨 소리야?
[놀라며] 어머나!
어떻게 된 거냐?
[귀주] 뭘 보고 놀랐는지 귀신이라던데
귀…
[동희가 헛기침하며] 그 귀신
나야
아, 요 며칠 체해서 못 먹었더니 요만큼 떴거든?
그걸 봤나 봐
조심했어야지 아직은 오픈하기 이른데
그러게
엄마 아들의 여자가
[동희] 우리 집 금고 방에 숨어들 줄 알았으면
좀 조심할걸
거긴 왜?
우연히 지나다 봤겠지
근데 넌 그 방에서 왜 날았어?
모, 모기가 날아서?
[귀주 부] 자, 자 우선 도다해 씨부터 눕히자
- [귀주 모] 어, 그래 - [귀주 부] 어?
- 어, 조심 - [흥미로운 음악]
조심해, 천천히
도망치라니까
[귀주 모] 아이고 건강한 줄 알았더니
기가 허한가? 아유
[귀주 부] 처음이라 그래요
나도 장인어른이 무슨 인어 공주처럼
무지갯빛 비늘을 달고 펄떡거리는 거 처음 봤을 때
놀라 까무러쳤죠
- 그 점잖은 양반이… - [흥미로운 음악]
[귀주 모의 혀 차는 소리]
119 불러야 안 되나?
[동희] 자는 거 같은데
잔다고?
[새근거리는 숨소리]
[귀주 부] 아이고, 딱해라
낯선 환경 적응한다고 얼마나 긴장을 했으면
아, 그게 아니야
[동희] 저 여자 엄마 차 마셨거든?
그 안에 수면제 탔어
그게 무슨 소리야?
지 동생한테 건물 뺏길까 봐 똥줄 타는 소리지, 쯧
[작게] 잘 봐
증거 있어? 봤어?
[귀주 모] 나와
- [동희의 한숨] - [멀어지는 발소리]
[문 닫히는 소리]
[동희] 아무튼
도다해가 주는 거 함부로 받아먹지 마요
뭘 탔을지 모른다고
함부로 동동 떠다녀서 놀래키지나 마
[답답한 숨소리]
[귀주 모] 확실히 주저앉기 전까진 비밀로
예, 예
[잔잔한 음악]
[다해] 방금 저…
위, 위에 있었는데
[귀주] 계단 위에 내가 있었다고?
미래에서 온 나를 본 건가?
[귀주 모의 신음]
[힘겨운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멀리 사이렌 소리]
[힘겨운 소리]
[귀주 모의 거친 숨소리]
[놀란 소리]
[놀란 숨소리]
[힘주는 숨소리]
괜찮아요?
꿈을 꿨어요
[서랍 여닫는 소리]
번호 불러요
주식이에요?
[들이켜는 숨소리]
불길한 꿈이에요
- [비밀스러운 음악] - [다해의 놀란 숨소리]
[의아한 숨소리]
[다해의 놀란 소리]
[놀란 소리]
[다해의 비명]
[다급한 숨소리]
[다해의 놀란 숨소리]
도다해 씨?
[놀란 숨소리]
[다해] 어젯밤의 그건 대체 뭐였지?
[새소리]
- [동희] 잘 잤어요? - [다해의 놀란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어색한 웃음]
예
완전히 곯아떨어졌던데
[동희] 꼭 무슨
약에 취하기라도 한 것처럼?
아, 좀…
피곤해서
[옅은 웃음]
[동희] 봤어요?
네?
[동희] 놀랐나 보네
이런 거 처음 봐요?
[다해의 당황한 소리]
왜?
- [겁먹은 숨소리] - 자세히 한번 봐요
내 페디큐어
[흥미로운 음악]
다음에 같이 할래요?
[어색한 웃음]
[함께 웃는 소리]
아, 좋아요
[다해] 너무 좋아요
[거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다급한 숨소리]
[놀란 소리]
[흥미로운 음악]
괜찮아요?
[다해] 아, 있네
[귀주] 어젯밤에 여기서 날 본 거죠?
아이, 또
기억 못 하는 거예요?
- [다해] 아니면 또 모르는 척? - 뭐, 그렇다 치고
말해 봐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게 그…
[다해] 아, 그 귀, 귀주 씨가 여기…
이나야, 학교 가는 거야?
아침 먹고 가야지, 어?
이나야
어? 밥 먹고 가야지
어? 너 키 안 큰다
[지글거리는 소리]
[다해] 이나야, 완숙? 아니면 반숙?
- 반숙이요 - [다해] 어, 반숙, 오케이
[긴장한 숨소리]
[귀주 모의 한숨]
안녕히 주무셨어요?
[귀주 모] 내내 잠을 설치다가
새벽녘에 겨우 잠이 들었는데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 [다해] 무슨 꿈을 꾸셨는데요? - [조르르 따르는 소리]
도다해 씨 찜질방 즐겨 찾는 편인가?
[의미심장한 음악]
[다해] 아이고
아이고, 이거 계란이 터졌네
이나야, 이거 다시 해 줄게
[귀주 모] 꿈에 도다해 씨가 찜질방에 있더라고
궁전찜질방이라고 혹시 알아요?
- 네? -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찜질방이 왜요?
[귀주 모] 아, 글쎄 그 궁전찜질방에서 실려 나와서
구급차에 실리지 뭐야
- [타닥타닥 점화 소리] - [다해의 놀란 숨소리]
아이, 뭐
근심 많은 노인네 꿈이니까 너무 신경 쓸 건 없고
그래도 당분간 찜질방은 좀 피하면 어떨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응?
[호응하는 숨소리]
주, 주무시면서도
제 걱정을 해 주셨나 봐요
[다해] 감사합니다
[어색한 웃음]
아유, 하나 더 해야 되겠네
늦었어요
[이나] 그냥 갈게요
아, 이나야, 밥, 밥은 먹고 가야지
[다해] 이나야, 잠깐, 잠깐만
[다해] 이나야
미안
이거라도 가져가
잘 갔다 와
처음부터 말해 줬잖아요
[다해] 어?
초능력이 집안 내력이라고
- [다해] 어? - 도망칠 수 있을 때 도망쳐요
[도어 록 작동음]
[문 닫히는 소리]
[도어 록 작동음]
[어색한 웃음] 설마
[다급한 숨소리]
[다해] 도망가야 돼
- [달그락 떨어지는 소리] - 어! 뭐야
[다급한 소리]
[새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귀주 모] 꿈에
도다해 씨가 찜질방에 있더라고
궁전찜질방이라고 혹시 알아요?
[다해] 내가 지금 여길 들어가면 그 꿈이 진짜
예지몽이 되는 건가?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다해] 초능력이 사실인지도 몰라
[다해 모가 힘주며] 수면제 기운에 헛것을 본 거겠지
아, 복 여사님이
내가 여기 있는 걸 봤다니까, 꿈에서?
[다해 모] 사람이라도 써서 니 뒤를 밟았나 보지
됐어
복씨 집안 유전병은 초능력이 아니라 망상증이겠지
정신 나간 사람들이라는 증거는 차고 넘치니까
다음 스텝을 밟자
혼인 신고 도장 찍고
후견인 신청하고
그러지 말고
내가 다른 타깃 알아볼게
[다해 모의 한숨]
[다해 모] 야, 잔말 말고 혼인 신고서 받아 와
- 아, 엄마 - [다해 모] 왜?
귀신 들린 집이라 겁나?
귀신 돈은 돈 아니야?
너 나한테 빚진 돈 언제 갚을 건데?
[헛웃음]
[어두운 음악]
[여자] 니가 다해냐?
아휴, 작작 좀 마시라니까
너 혼자야? 어른 없어?
아유, 씨, 쯧
아, 많이 모자라는데
야, 이제 니 아빠 거 다 니 거니까 니가 갚아야 되겠다
일로 와 봐
[부스럭 꺼내는 소리]
일로 와 봐
사인해
[일홍] 알아보니까
최근 몇 년 새 투자란 투자는 다 말아먹고
남은 건 깔고 앉은 집이랑
- 헬스장 건물만 있는 거 같아 - [무거운 음악]
그냥 그렇게 두면 복씨 집안 폭삭 내려앉게 생겼는데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아까운 돈 우리라도 챙겨야지
우리 주연 배우 이 작품을 끝으로 화려하게 은퇴하고
나도 은퇴하고
온 김에 좀 뜨끈하게 지지고 돌아가
[한숨]
[직원] 어서 오세요
나가
[귀주] 예?
못 들어와
- [흥미로운 음악] - 뭐야, 당신?
[다해의 한숨]
[귀주 모] 글쎄 그 궁전찜질방에서 실려 나와서
구급차에 실리지 뭐야
[다해] 아이…
- [경쾌한 음악] - [다해의 놀란 소리]
[아파하는 소리]
어?
[괴로운 신음]
- [일홍] 야 - [다해] 어
- [일홍] 뭐 하냐? - 119, 119 좀 불러 봐
[다해] 피 나, 피
- 아, 피 안 나? - [일홍의 한숨]
예지몽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일홍] 나쁜 꿈 꾸면 왜 나쁜 일이 생기게?
나쁜 예감이 정신을 지배하니까
'다칠 거야, 다칠 거야' 긴장해서
온몸에 힘이 들어가니까 다칠 수밖에
일어나, 얼른
[다해] 아, 씨
[힘주는 소리]
그런가?
[한숨]
어유, 아니야 나 머리 깨진 거 같아
[휴대전화 진동음]
[통화 연결음]
[통화 종료음]
아…
하, 또 뭐요?
[흥미로운 음악]
땀 떨어져
- 근데 왜 자꾸 반말… - [삼촌] 땀 떨어지면
바닥이 미끄러우세요, 고객님
[여자] 저기요, 사장님
사장님, 여기 김밥 좀 주세요
[남자] 여기 라면이랑 계란도 좀 주시고
거, 아무도 안 계신가? 사장님
- [통화 연결음] - [삼촌] 식혜 나왔습니다
[연신 울리는 통화 연결음]
[삼촌] 컵라면 나왔습니다
[비밀스러운 음악]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통화 종료음]
[일홍이 속삭이며] 새로 입수한 정보가 있어
[사람들이 두런거린다]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 [통화 종료음] - [여자] 김밥 언제 줘요?
예, 잠시만요
[여자] 빨리 좀 주세요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필살기를 날려
엄마
[귀주] '엄마'?
[한숨]
[어두운 음악]
없다면서요, 가족
[일홍의 헛기침]
[일홍] 제가 설명하죠
그게…
다해, 다해가
- [요란한 화재경보음] - 예…
[형태] 불이야, 불!
- [소란스러운 소리] - 여러분, 대피하세요, 대피!
우왕좌왕하지 마시고
불이야, 불!
[겁먹은 숨소리]
대피하세요!
- 여러분 - [긴장되는 음악]
여러분, 비상구로 가세요, 비상구!
[떨리는 숨소리]
[다해의 괴로운 숨소리]
[연거푸 몰아쉬는 거친 숨소리]
[다해의 힘겨운 숨소리]
[귀주] 도다해 씨
다해 씨, 제가 잡아 줄게요
[다해의 놀란 숨소리]
일어나요
[부드러운 음악]
[귀주의 놀란 소리]
- [뚝 멈추는 부드러운 음악] - [다해의 놀란 숨소리]
[당황한 소리]
[쿵]
- [털썩] - [귀주의 신음]
미끄럽다니까
[일홍] 119 불러
[귀주가 힘겨워하며] 도다해 씨
- [다해의 힘없는 소리] - 괜, 괜찮아요?
- [귀주의 다급한 숨소리] - [부드러운 음악]
[멀리 사이렌 소리]
같이 갈래요?
[간호사] 이거 보시고 서명해 주세요
[일홍] 예
여기다 이름 써요
제가 진짜 엄마는 아니에요
쟤 아빠랑 엮인 인연으로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그 인간이 술 먹고 한겨울에 길바닥에서 얼어 죽는 바람에
장례식장에 문상객이라고는
부의금 털어 먹겠다고 쳐들어온 빚쟁이뿐이고
돌봐 주는 어른 하나 없더라고
아무도 없이 혼자
그리고 다해가 얼마 뒤에 큰일을 겪었죠
- [어두운 음악] - [여기저기 다급한 소리]
[학생이 콜록거린다]
[콜록거린다]
[심전도계 비프음]
[간호사1] 정신이 들어요? 여기가 어딘지 알겠어요?
이 환자 보호자 연락됐어요?
[간호사2] 아직이요
[힘겹게] 보호자 없어요
[간호사1] 어?
아니, 누워 있어요, 일어나지 마요
[놀라며] 아, 뭐 하는 거예요?
- [무거운 음악] - [간호사1의 당황한 소리]
[다해의 거친 숨소리]
없어요, 병원비
[간호사1] 네?
[의료진들의 분주한 소리]
[콜록거린다]
[여자] 아, 예, 보호자예요, 예
[차분한 음악]
아쉽겠다
[한숨]
죽어야 돈 갚는데
[콜록댄다]
살아서 갚는 수도 있는데
[일홍의 힘주는 소리]
[일홍] 야
너 내 딸 하자
[일홍] 그때 좀 돌봐 줬다고 이런 나라도 엄마라고 불러 주네요
짠하게
죽을 뻔한 적 있다고 들은 거 같아요
[의미심장한 음악]
그래요?
[일홍] 아무나한테 안 하는 얘기인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자세히는 모르는구나?
직접 들어요 아무나한테 안 하는 얘기라
[일홍] 쟤 이름이 어떻게 도다해가 됐는지 알아요?
쟤 아빠가 도다리쑥국을 좋아했어요
근데 쟤가 봄에 태어났거든
봄철엔 도다리가 제철이라고
도다리라고 이름 지으려는 걸
동사무소 직원이 간신히 말려서
글자 하나 겨우 바꿨대요
하고 싶은 건 뭐든 다 하고 살라고
도다해
[귀주가 피식 웃는다]
좋은 이름이네요
[일홍] 아니요
그 이름도 그렇게 좋은 이름은 아니었어요
이름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돼서
살아남기 위해선 뭐든 혼자 다 해내야 했거든
뭐든 함께할 사람이 생기면 참 좋을 텐데
[휴대전화 진동음]
[멀어지는 발소리]
- [의미심장한 효과음] - 그만 일어나
[다해의 아파하는 소리]
[다해] 엄마, 봤지?
복씨네 사람들 진짜 뭐 있다니까
잘못 건드렸다간 우리…
- [어두운 음악] - [일홍] 혼인 신고서 받아 와
그래야 벗어나
그 집에서도 나한테서도
[한숨]
[귀주] 네, 어머니
아니, 도다해 씨가 말도 없이 나가서는 안 들어오는데
혹시 찜질방 간 거 아니니?
- 갔더라고요 - [귀주 모] 뭐?
도다해 씨는 괜찮고?
지금 응급실이에요
뭐?
얼마나 다친 거야?
[귀주 모] 아, 어쩌다?
아이고, 가지 말라니깐
쯧, 기어코…
일단 진정하시고 이따가 전화드릴게요
[통화 종료음]
맞네, 예지몽이 맞았어
[의아한 숨소리] 근데 매번 도다해만 보이네
[간호사1] 5분 정도 지혈하고 계시면 돼요
[다해] 감사합니다
먼저 가셨어요
찜질방 너무 오래 비웠다고
[잔잔한 음악]
[쓱쓱 글씨 쓰는 소리]
[간호사2] 접수해 드릴게요
[다해] 나 미행한 거예요?
[귀주] 아이, 뭐
몰래 어딘가를 급히 가길래
어머니가 찜질방 얘기 꺼냈을 땐 아무 말도 없었지 않았나?
[옅은 한숨]
여사님도 내 뒤를 캔 거죠?
[다해] 솔직히 털어놔요
[귀주] 솔직히 말하면 걱정도 좀 됐어요
어머니 꿈이 현실이 될까 봐
[다해] 설마
정말 예지몽이 사실이라는 거예요?
아니, 능력을 잃었다면서요
현대인의 질병에 걸려서
사라졌던 능력이 다시 돌아왔어요
[귀주] 패턴이 좀 달라지긴 했지만
[한숨]
과거로 돌아가는 이유가 바뀌었어요
도다해
예?
- [잔잔한 음악] - 나요?
[귀주] 쇼핑몰에서 손을 잡아 준 것도
분수대에 꽃을 들고 갔던 것도
미래의 나였어요
아니, 뭐지?
[귀주] 내가 한 일을 기억 못 한 게 아니었어요
도다해한테 일어난 일이 나한텐 아직 일어나지 않았던 거죠
아, 잠깐만
뭐, 뭐라고요?
[귀주] 잘 한번 생각해 봐요
손잡고 꽃 주고 내가 갑자기 사라지지 않았어요?
근데 언제 왔…
[다해] 잠깐만, 그러면
어젯밤에 거울에 비치지 않았던 것도?
거울에만 안 비치는 게 아니에요
[귀주] 도다해 말고는 아무도 날 못 봐요
도다해만 나를 보고 도다해한테만 내가 닿아요
과거는 무채색인데 도다해한테만 색깔이 있어요
[다해] 아니, 왜, 아니…
왜, 왜 나예요? 예?
왜, 왜, 왜요? 왜…
왜, 왜 나만? 예?
[귀주]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요
근데 분명한 건
도다해 과거가 내 미래라는 거
도다해와의 시간이
나를 끌어당긴다는 거
[귀주 모] 우리 집 비밀을 털어놨다고?
어쩌자고 성급하게 굴었어?
겁먹고 달아나기라도 하면?
더 숨기기도 애매했어요
예지몽을 발설하셔서
어떻게 입을 다무니? 그런 꿈을 꿨는데
[헛웃음] 그러게요
어떻게 그런 꿈을 꿨지?
- [한숨] - [어두운 음악]
[귀주의 불안한 숨소리]
[귀주] 돌아가야 돼
귀주야
[귀주의 떨리는 숨소리]
[귀주] 과거로 갈 수가 없어요
세연이한테 가야 되는데
[울먹이며] 되돌려 놔야 되는데
잊었어?
[귀주 모] 행복한 시간으로밖에 돌아갈 수 없다는 거
돌아가도 바꿀 수 있는 게 없고
- [귀주의 다급한 숨소리] - 이제 그만해라
[귀주] 세연이 가방에서 이게 나왔어요
배 속에 아기가 있었는데
왜 나한테 말을 안 했을까요?
[귀주의 떨리는 숨소리]
다른 사람 애니까
[차분한 음악]
- 네? - [귀주 모] 남자가 있었더라
같이 살 집까지 구해 놨던데
너한텐 아무 말도 없었니?
그…
그걸 어떻게 알아요?
[한숨]
[떨리는 숨소리]
[귀주 모] 세연이는 꿈에 한 번도 보인 적이 없어
아무것도 안 보이니 늘 불안했고
[귀주] 그래서 끝까지 가족으로 인정도 안 하셨죠
꿈에 안 보이는 게 세연이 잘못이에요?
어머니가 주식 꿈만 꾸고 복권 꿈만 꾸는 게
세연이 탓이냐고요!
세연이가 죽던 날은 무슨 꿈 꿨어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봐 주지
그럼 막을 수 있었잖아요!
[귀주 모] 나도 주는 대로 받을 뿐이야
꿈이 보여 줬어도 막지 못했을 거고
니가 과거를 바꿀 수 없는 것처럼
나도 미래를 바꿀 수는 없어
[귀주의 허탈한 숨소리]
오래전에 악몽을 꿨다
누군가 죽는 꿈이었어
막아 보려고 발버둥 쳤지만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돼 있더라
나쁜 일이 벌어질 걸 뻔히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력감, 두려움
나도 겪어 봐서 알아
- [무거운 음악] - [훌쩍인다]
왜 여태 말 안 했어요?
[귀주 모]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갈기갈기 찢겼으니까!
내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꿈이었거든
[헛웃음]
[귀주의 한숨]
복씨 집안에
대물림되는 저주였네요
[귀주 모] 마음먹기에 따라 축복일 수도 있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능력이 어떻게 축복이 돼요?
미래를 보면 뭐 하고 과거로 가면 뭐 하냐고요!
아무것도 못 바꾸고 아무도 못 구하는데!
[귀주 모] 시간을 거슬러 엿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그 이상은 욕심이고 오만이야
난 차라리 꿈이 주식, 복권이나 보여 주는 게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어쭙잖은 영웅 흉내나 내다가
갈기갈기 찢겨 죽고 불에 타 죽은 조상님들 숱해!
너도 이제 니 행복만 돌아봐
남의 불행까지 굳이 돌아보지 말고
누굴 구하겠다는 주제넘은 생각도 말고!
[귀주] 차라리 다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어
[속상한 소리]
[귀주의 거친 숨소리]
[귀주가 흐느낀다]
7년 만이다, 다시 꿈을 꾸게 된 게
[귀주 모] 뭐랬니
우리 가족이 잃어버린 걸 되찾아 줄 사람이랬지?
어머니가 꾸고 싶은 꿈은 아니네요
[귀주] 주식 꿈, 복권 꿈을 꾸셔야 되는데
조만간 보여 주겠지
[귀주] 기회를 준 게 아닐까요?
내 주머니만 채우지 말고 남을 위해서 능력을 써 볼 기회
넌 아직도 철없이 영웅 노릇을 꿈꾸니?
[귀주 모] 도다해가 다칠 걸 꿈에서 봤지만
결국 막지도 못했잖아
모르죠, 구할 수 있을지도
[문소리]
[동희, 다해의 웃음]
[동희의 옅은 웃음]
[다해의 어색한 웃음]
[동희의 한숨]
[동희] 어때요? 우리 집 살아 보니까
네, 배려해 주신 덕분에…
[동희] 너무 뻔한 대답 말고 좀 솔직하게
우리 집 사람들 쉽지 않죠?
알면 알수록 잘 모르겠고
[비밀스러운 음악]
[다해, 동희의 옅은 웃음]
근데 난
도다해 씨 좀 알 거 같은데
벌써요?
[동희의 옅은 웃음]
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차근차근 보여 드릴게요
차근차근 낱낱이 보여 주세요
네, 서로 알아 가는 과정이니까
난 잘 지켜볼 테니까
[둘의 옅은 웃음]
[다해] 다녀오세요
[동희의 호응]
어, 계단 조심하세요
[동희] 알겠어요
[멀어지는 발소리]
[동희의 한숨]
[달칵]
[흥미진진한 음악]
[한숨]
[다해] '복만흠, 예지몽'
'불면증이라 꿈을 못 꿈'
'엄순구', 능력은 없지
'데릴사위'
'복동희, 비행'
'비만이라 날지 못한다'
'복귀주'
'행복한 과거로 시간 여행'
[한숨] '우울증이라'
'행복하지 않음'
음
근데
약간 행복해지려고 하나?
[한숨]
[귀주] 도다해와의 시간이
나를 끌어당긴다는 거
'복이나'
[다해] 이나 능력은…
음, 모르겠어
복만흠은 미래를 보고
복동희는 하늘을 날고
복귀주는 과거로 가고
복이나만 아무것도 못 한다?
[학생1] 안 한다고?
못 한다고
[학생1] 왜?
사람들이 보니까
별걱정? 아무도 너 안 봐
- 다 나만 보지 - [학생들이 키득거린다]
[학생1의 웃음]
[학생1] 농담이야, 농담
부담 갖지 말라고 농담한 거야
아니, 나…
[학생1] 오늘은 첫날이니까 앉아서 분위기만 봐, 응?
[학생2] 응? 쟨 뭔데 혜림이한테 간택당했어?
[학생3] 혜림이는 애가 편견이 없어
우리 스태프 필요하잖아
[학생4] 동아리실 청소도 하고 음료수도 사 오고
[학생2] 하긴, 선생님들도 조용한 애 좋아하니까
저런 애 하나쯤은 있어도 나쁘진 않을 듯
[혜림] 자, 얘들아 우리 이제 한번 해 볼까?
음
골반부터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원, 치고, 쓰리, 포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원, 치고, 쓰리, 포, 파이브…
[점점 커지는 음악 소리]
[혜림의 박자 맞추는 소리]
[연신 흐르는 리드미컬한 음악]
[준우] 안 들려?
내 말 계속 씹었어, 너
미안
[준우] 뭐 들어?
[계속 흐르는 리드미컬한 음악]
좋은데?
제목 뭐야?
- 제목 뭐냐니까 - [부드러운 음악]
오, 음악 좀 아는데
이런 건 다 어디서 찾았어?
[이나] 어?
[혜림] 원, 투, 쓰리, 포…
[준우] 야, 우리 음악 바꾸자
- 복이나가 괜찮은 음악 찾았어 - [학생5] 오, 복이나
[학생6] 안 그래도 음악 구렸는데
- 들어 보자 - [학생7] 들어 보자
[학생들이 재잘거린다]
[학생1] 힘들어
[학생2] 혜림아 우리 떡볶이 먹으러 갈래?
[혜림] 그래
너네 다 갈 수 있지?
[학생3] 당연하지 니가 가면 우리도 가지
- [학생들의 웃음] - [학생1] 가자, 가자!
[학생4] 배고파
[학생5] 떡볶이, 떡볶이!
[학생6] 꼴찌가 쏘기
[이나] 난 학원…
난 이쪽
[실내에 흐르는 잔잔한 음악]
[다가오는 발소리]
[혜림] 나도 컵라면 사 줘라
떡볶이는?
친구가 말도 없이 가 버려서 걔 찾느라
- [이나] 친구? - [혜림의 옅은 웃음]
너 뭐 먹을 거야?
[혜림] 오
생긴 건 순한 맛인데 반전 매력 있다, 너
[후 부는 소리]
[웃음]
귀여워
[이나] 내가 귀여워?
[혜림] 이래서 준우가 너한테 꽂혔나?
- 뭔 소리야 - [혜림] 관심 있는 거 같던데
넌 준우 어때?
[툭 내려놓는 소리]
- [신비로운 효과음] - [의미심장한 음악]
[혜림] 준우는 내가 먼저 좋아했어
제발 좋아하지 마
나하고 친구 하고 싶으면
[출입문 종소리]
넌 준우 어떻게 생각해?
걔…
재수 없어
[혜림] 준우야
야, 어떡해? 다 들었나 봐
[이나] 역시 사람 마음 같은 거
모르는 게 나았어
[옅은 웃음]
-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동희의 가쁜 숨소리]
[그레이스의 헛기침]
[그레이스] 우리 복덩어리 언니야
- 이거라도 좀 마시면서 해요 - [동희의 인내하는 소리]
자
[동희의 힘주는 소리]
[동희의 가쁜 숨소리]
혹시 조 원장 오빠랑 진지한 사이예요?
[후 내뱉는 숨소리]
그런 거면 다시 생각해 봐요
나 언니 생각해서 해 주는 말인데
난 그냥 좋은 분 같아서
오빠, 동생 사이로 인생 상담을 좀 할까 했거든요?
근데 다짜고짜 룸으로 끌고 올라가는 거예요
나 너 봤어
봤어요?
그냥 가길래 못 본 줄 알고
아니, 근데 그걸 그냥 놔둬요?
[그레이스] 머리털을 다 잡아 뜯어 놨었어야지
아이, 나 말고 나 말고 조 원장이요
- [익살스러운 음악] - 아, 나도 피해자라고요
[그레이스의 아파하는 소리]
[동희]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뭔 줄 알아?
돼지?
[또박또박 끊어서] 여적여
- [흥미로운 음악] - [동희]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
우리 사이가 흔들린 건 내 탓이야
내가 나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서
와
몸만 엑스 라지가 아니라
마음도 엑스 라지 대인배네
근데 그렇게 자책하는 거 정신 건강에 안 좋아요
[동희] 모든 일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는 거
그게 자존감을 줘
내 인생 칼자루를 내가 쥐는 거라고
알아들어?
[터치 패드 조작음]
[그레이스] 말은 그럴싸하네
[한숨]
으
[동희의 한숨]
[동희] 본연의 나를 찾자
나만 원래대로 돌아가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올 거야
[흥미로운 음악]
[신난 웃음]
[그레이스] 근데 그렇게 자책하는 거
정신 건강에 안 좋아요
[한숨]
배고픈데 어떡해
[한숨]
[비밀스러운 음악]
엄마?
[귀주 모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동희] 엄마, 뭐 해?
[귀주 모] 쉿
비밀을 다 들켜 버렸어
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게?
아니, 겁을 먹었는지 방에서 나오질 않아
- [휴대전화 게임 소리] - [동희] 응?
아직도 도망 안 갔나?
[귀주 모] 응?
[작게] 도망갔나?
[똑똑 노크 소리]
안에 있어요?
도다해 씨
[헛기침] 도다해 씨?
[귀주 모의 놀란 숨소리]
[귀주 모] 아, 아…
그, 괜찮은가 싶어서
들어가서 얘기 좀…
병원에서 오늘 하루 안정을 취하라고 해서요
죄송합니다
[문 닫히는 소리]
[동희] 뭐야, 있네
[의미심장한 음악]
역시 능력을 드러내면 둘 중 하나지
도망가거나 이용하거나
[귀주] 내가 한 일을 기억 못 한 게 아니었어요
도다해한테 일어난 일이 나한텐 아직 일어나지 않았던 거죠
도다해 과거가 내 미래라는 거
[한숨]
[키보드 조작음]
[귀주의 놀란 소리]
[다해의 놀란 숨소리]
[쿵]
[한숨]
[한숨]
[귀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에게
- [흥미로운 음악] - 할 일이 생겼다
과거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도다해
찜질방
[신비로운 효과음]
[형태] 나가
- [과거 귀주] 예? - [형태] 못 들어와
뭐야, 당신?
[가쁜 숨소리]
[사람들의 대화 소리]
- [놀란 숨소리] - [여자] 언니, 나 등에 로션 좀
[흥미진진한 음악]
[귀주] 아씨 [다급한 소리]
[놀란 숨소리]
[귀주] 방금 내가 뭘 본 거지?
[당황한 숨소리]
[귀주] 어떡해
아, 덥다
[초조한 숨소리]
[거친 숨소리]
아, 더워
아유, 차가워
[거친 숨소리]
[귀주] 정신 차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시 돌아가자
도다해를 구하러 가야 돼, 도다해
[신비로운 효과음]
[동희] 엄마 아들의 여자가
우리 집 금고 방에 숨어들 줄 알았으면
좀 조심할걸
[귀주] 누나 말이 사실이었어?
[달려오는 발소리]
[다해의 거친 숨소리]
[다해] 귀신이야
복씨 집안에 귀신…
귀신이 들린 거야 [다급한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다해의 놀란 소리]
[귀주] 과거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괜찮아요?
[당황한 소리]
[귀주] 도대체 왜 도다해지?
[귀주] 왜 그래요?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다해의 조심스러운 소리]
잠, 잠시만…
[다해의 비명]
[다해의 다급한 소리]
어, 깜짝이야
[신비로운 효과음]
[조르르 따르는 소리]
[다해] 저, 귀주 씨
어머, 무슨 일이에요?
다 젖었잖아요
왜 그래요?
내가 닦을게요
[귀주] 왜 그래요?
[다해] 그때 봤던 복귀주가 지금의 복귀주?
과거에 다녀오는 길이죠?
[다해의 한숨]
[다해] 실은 방금 전에도 다녀갔어요
미래의 귀주 씨요
이거
이걸 가져왔더라고요
[의미심장한 음악]
[바스락거리는 소리]
[귀주] '혼인 신고'…
[다해] 귀주 씨가 선물이라면서
아니, 이게…
[귀주] 이게 무슨…
[다해] 믿기 힘들겠죠
귀주 씨 시간에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까
시간이 지나 보면 알게 되지 않을까요?
내 과거가
귀주 씨의 미래니까
그, 아무리 그래도
이건 순서가 좀 잘못된 거 같은데
과거에 한 일을 책임지는 건 몰라도
미래에 한 일을 책임지라니
[다해] 아직 하나 더 있어요
귀주 씨 시간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 [비밀스러운 음악] - [일홍] 새로 입수한 정보가 있어
복귀주가 왜 소방관을 그만뒀게?
화재 현장에서 가까운 동료가 죽었고
그 충격으로 옷까지 벗었는데
그게 언제인 줄 알아?
[다해] 고등학교 때 학교에 불이 났어요
평소에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자주 있어서
그날도 오작동인 줄 알고 대피가 늦어졌어요
[어두운 음악]
오래된 학교라
소방 시설도 제대로 없었고
설마
선재여고?
[다해의 한숨]
그 카드는 그만 쓰고 싶은데
[일홍] 야, 세상이 너한테 준 게 불행뿐인데
불행이라도 밑천 삼아 먹고살아야지
[한숨]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필살기를 날려
엄마
그 사람이 구해 주지 않았다면
난 그날
[다해] 죽었을 거예요
처음부터 귀주 씨한테서
그 사람이 보였는데
어쩌면
그 사람 귀주 씨 아닐까요?
[점차 고조되는 음악]
나한테 일어난 일이
아직 귀주 씨한테 일어나지 않은 거라면?
- [학생들의 비명] - [강렬하고 긴박한 음악]
[귀주] 13년 전
내가 도다해를 구했다?
아니
구할 거다?
[부스럭 구기는 소리]
그래도
그래도 혼인 신고서가 먼저 오는 건
순서가 잘못됐지
순서를 바로잡아야겠는데
사랑이 먼저 아닌가?
당신이 말한 그 미래에 다다르려면
우리가 정말 사랑하게 되는지
한번 봅시다
네?
[감성적인 음악]
[다해] 키스까지 했으면서
키스 다음 순서는 몰라요?
[귀주의 비명]
[귀주 모] 근래에는 꿈에 도다해 씨만 보여 주네
- 도다해 씨 손에 뭐가 있는지 - [다해의 놀란 숨소리]
혼인 신고서 말이에요
[다해] 가족들한테도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경사가
[귀주] 도다해 구한 사람 내가 확실해요?
자꾸 피하지 마요
[귀주 부] 너도 도다해 믿고 싶지?
도다해 구하고 싶잖아
[다해] 복귀주가 과거로 돌아간다는 게
돌아가서 날 구한다는 게
- 나라고 뭐, 믿어지는 줄 알아요? - [거친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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