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는 아닙니다만 5
[귀주] 그래도
그래도 혼인 신고서가 먼저 오는 건
순서가 잘못됐지
순서를 바로잡아야겠는데
[다해] 무슨 순서요?
[귀주] 사랑이 먼저 아닌가?
당신이 말한 그 미래에 다다르려면
[부드러운 음악]
우리가 정말 사랑하게 되는지
한번 봅시다
네?
[문 닫히는 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놀란 숨소리]
[다해] 믿었어
손을 잡았지만
잡지 않았다고 한다
꽃을 줬지만 준 적 없다고 한다
그건 미래의 복귀주였으니까
그렇다면
[프린터 작동음]
[다해] 미래에서 복귀주가
도장을 찍었다고 하면?
[어두운 음악]
[한숨]
[귀주] 미래의 내가?
과거의 화재에서 도다해를 구한다?
[다해] 하지만 언제 들킬지 몰라
보통 사람들이 아니니까
[음산한 효과음]
[놀란 숨소리]
[의아한 소리]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한숨]
[어두운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놀란 비명]
[거친 숨소리]
[다해] 뭐야?
[겁먹은 소리]
[풀벌레 울음]
[한숨]
[다해] 상대는 초능력자들이야
- [흥미로운 음악] - 무슨 일을 꾸미든
- 한발 앞서 알아챌 거고 - [힘겨운 소리]
[한숨]
과거에 저지른 짓까지 다 들여다볼지도 몰라
- [똑똑 노크 소리] - [놀라며] 아, 네
네!
[똑똑똑]
[다해] 잠시만요
네
[옅은 심호흡]
[귀주 모] 어, 미안해요
너무 미안한데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서
[다해] 아…
- 차라도 드릴까요? - [옅은 웃음]
[귀주 모] 다친 데는 좀 어때요?
[다해] 괜찮습니다
[귀주 모] 많이 놀랐을 텐데
우리 복씨 집안 내력 들었다면서요
네
[다해] 좀 혼란스럽긴 해요
진짜로 그런 능력이 존재한다니
게다가
유전도 된다면서요
겁먹을 거 없어요
재능을 조금씩 물려받을 뿐이니까
[귀주 모] 교육자 집안 의사 집안, 아티스트 집안
뭐, 그런 거처럼
[다해] 아
[귀주 모] 지금은 사정이 있어서
제대로 능력을 펼치지도 못하게 됐고
그래도 제가 다칠 걸 미리 아셨잖아요
미래는 어디까지 얼마나
내다보실 수 있으신지…
[귀주 모] 보고 싶다고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주는 대로 받을 뿐이지
아…
아, 네
[귀주 모] 근래에는 꿈에 도다해 씨만 보여 주네?
- [흥미로운 음악] - 좀 전에도 꿈에서 봤어요
저요?
제가
어떻게 보였는데요?
[귀주 모] 잠깐 잠들었다가 깨서
잘 못 봤어요
아…
[귀주 모] 지난번에도 같은 꿈을 꿨는데
매번 안개가 낀 거처럼
[살짝 웃으며] 잘 안 보이더라고
도다해 씨가 만든 차를 마시고
푹 자면
선명하게 보이지 않을까?
예?
내가 봤어요
[다해] 예?
- [귀주 모] 도다해 씨 손에 - [놀란 숨소리]
뭐가 있는지
예?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귀한 반지
[귀주 모] 그게 도다해 씨 손에 끼워져 있었거든
다른 건 흐릿해도 그건 분명히 보였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아…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죠?
[어색한 소리]
네
[귀주] 미래가 정해졌다고 닥치고 따를 순 없다
결혼할 거니까 결혼한다?
이건 말이 안 돼
[한숨]
사랑할 거니까
사랑할 수는
없지
[한숨]
그 입맞춤도 역시 사랑이 아니었어, 응
[신비로운 효과음]
- [부드러운 음악] - [귀주] 응? 뭐야
어?
[과거 귀주] 우리가 정말 사랑하게 되는지
한번 봅시다
[다해] 네?
[떨리는 숨소리]
- [신비로운 효과음] - [놀란 소리]
[거친 숨소리]
[귀주] 이건 그냥 잠을 청하려 눈을 감는 순간
하필 그 생각이 떠오른 탓이지
그 입맞춤이 특별한 시간이었던 건 절대 아니다
[신비로운 효과음]
[당황한 숨소리]
[부드러운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놀란 숨소리]
[귀주] 뭐야
[흥미진진한 음악]
[후 내뱉는 숨소리] 음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놀란 소리]
[신비로운 효과음]
[과거 귀주] 우리가 정말 사랑하게 되는지
한번 봅시다
[귀주] 아이씨…
[신비로운 효과음]
- [신비로운 효과음] - [귀주] 아이씨, 미치겠네, 진짜
[답답한 숨소리]
[짜증 섞인 숨소리]
[비명]
[새소리]
[청소기 작동음]
[쓱쓱 미는 소리]
읏차
[흥미로운 음악]
[다해] 아이고
[계속되는 청소기 작동음]
[귀주 모]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귀한 반지
그게 도다해 씨 손에 끼워져 있었거든
[다해] 복씨 집안 가보라는 반지가 저 안에 들어 있겠지?
[귀주] 이 방에 관심이 많네
[다해] 네? 다시 한번만 말해 줄래요?
[멈추는 청소기 작동음]
지금 나한테 관심 있다고
말했던 거 같아서
같이 좀 나갈래요?
[새소리]
[다해가 어색하게 웃으며] 아
같이 걸으니까 좋다, 그쵸?
그, 가족들한텐 언제 알릴까요?
어젯밤 일이요
[흥미로운 음악]
[띵 울리는 효과음]
그…
혼인 신고서 말이에요
가족들한테도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
아직 일러요
특히 어머니한텐 절대 안 돼요
[다해] 어, 여사님은
귀주 씨한테 생긴 변화도 전혀 모르고 계시는 거 같던데
[귀주] 어머니가 알면 보나 마나 앞뒤 안 가리고 밀어붙이겠죠
끌려가고 싶지 않아요
그게 어머니든 미래의 나든
'사랑할 거니까 사랑한다'
'결혼할 거니까 결혼한다'?
[코웃음] 말이 안 되잖아요
순서대로 합시다
네
그러면 지금 이거는 데이트인가요?
[다해] 순서대로?
아, 뭐, 팔짱은 지금 순서가 아닌가?
아, 근데
근데 생각해 봐요
귀주 씨가 왜 미래에서 혼인 신고서를 보냈겠어요?
순서 따지지 말고 시간 따지지 말고, 어?
우리 미래를 좀 더 앞당기자는 그런 거죠
[귀주] 그 미래가 가짜라면?
그 혼인 신고서가 진짜인지는 도다해 씨만 알죠
미래에서 온 나는 도다해한테만 보이고
도다해한테만 닿으니까
나를 못 믿겠단 말이에요?
[귀주] 학교에 불났던 날부터 말해 봐요
[무거운 음악]
네?
화재가 났을 때 정확하게 어디 있었어요?
[귀주]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는지
무슨 수로 내가 구했다는 건지 자세히 좀
도다해 구한 사람
내가 확실해요?
[한숨]
아무래도 내가 아는 순서랑은 좀 다른 거 같은데
[다해] 키스까지 했으면서
키스 다음 순서는 몰라요?
[귀주] 미안하지만 순서를 좀 되돌려야겠는데
키스 이전으로
없었던 일로?
[흥미로운 음악]
사랑일까 확인해 본 건데
어, 확인해 봤는데
그닥
오
그닥?
[다해] 어어, 그닥?
[흥미진진한 음악]
[귀주] 아, 어, 어디 가요?
[다해] 청소나 마저 하게요
아, 그쪽이 아닌데…
[놀란 소리]
[한숨]
[귀주 모] 아니 이게 어디 갔어? 응?
[씁 들이켜며] 아, 참
아니, 그게 어디 간 거야?
아니, 이게 어디 갔어, 어디 갔어?
[의아한 숨소리]
동희야
[동희의 헛기침] 왜요? 뭐?
너 내 시계 가져갔니?
무슨 시계?
[귀주 모] 골드에 브라운 가죽 스트랩
[동희] 음, 난 모르는데
뒤에 감춘 거 뭐야? 이리 내 봐
[동희] 아, 나 아니라니까
- [흥미로운 효과음] - 그런 구닥다리 취향도 아니고
아, 엄마는 비슷비슷한 시계 한두 개도 아니면서
그거 어떻게 다 기억해?
그러니까 잠을 못 주무시지, 응?
좀 잊어버려요
잃어버려도 돼
너 맞네
- [흥미진진한 음악] - [귀주 모] 이리 내
아니라니까
- 이리 내 봐 - [동희] 아, 아니라고
아, 왜 이래?
어? 아니라니까, 엄마, 아니라니까
아니야! [놀란 소리]
[동희의 다급한 숨소리]
나 아니랬잖아!
너 아니면 누구야?
[동희] 도다해 씨
도다해 씨, 나 들어가요
[긴장되는 효과음]
이거 어디 갔어?
도다해
[귀주 모] 그만둬
- 설마 도다해 씨가 그랬으려고 - [동희가 씩씩댄다]
[동희] 우리 집에서 감히
[동희가 괴로워하며] 아, 술 냄새
[부스럭 감추는 소리]
여기서 뭐 해요?
[다해] 이… 청소요
- [흥미로운 음악] - 뒤에 감춘 건?
이거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 [다해] 버, 버릴 물건 - [동희의 호응]
- [동희] 좀 봐요 - [다해] 네?
보자고요, 응?
[다해] 에? 어머, 어, 어머
아, 뭐 하는 짓이야
엄마 시계 찾는 중이에요
실추된 내 명예도 찾고
[귀주 부] 그게 다 무슨 소리냐?
[동희] 엄마 시계 없어졌대요
우리 집에서 그런 짓 할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귀주] 누나
[흥미로운 음악]
[동희] 이 여자
한밤중에 살금살금 금고 방을 기웃거렸다니까
제가요?
어머, 저, 저 아니에요
[동희의 비아냥대는 소리]
[한숨]
[다해의 놀란 소리]
[다해의 난감한 소리] 아 안, 안 되는데
아, 이를 어째
[귀주 모의 놀란 소리]
[장엄한 음악]
[동희] 아, 아니지, 이건
[귀주 모] 어머나, 세상에
이런 경사가
[귀주 부] 야 두 사람 언제 이렇게…
[동희] 아, 말도 안 돼, 미쳤어
[귀주] 아니
이게 왜…
[난감한 소리] 미안해요
[다해] 책상에 올려놔져 있길래
아, 누가 볼까 봐 서랍에 넣는다는 게…
[흥미로운 음악]
- [한숨] - [동희의 힘겨운 소리]
[동희] 복귀주, 니 도장 맞아?
- 니가 찍었어? - [귀주] 내가 안 했어
[동희] 어?
- 아니, 나야 - [동희] 어?
[귀주] 내가 했을 수도 있어
- [동희의 절망하는 소리] - 내 말은, 내가 할 수도 있다고
- 근데 아직은 아니야 - [동희의 기쁜 숨소리]
아이…
[동희] 응?
아, 그게 무슨 소리야!
[다해] 그러니까 실은…
[귀주 모] 너 대낮부터 술 마셨니?
횡설수설, 오락가락
[귀주 부] 가만있어 봐 쓰읍, 뭐부터 준비해야죠?
식장부터 잡을까요?
가족끼리 조촐하게 파티라도 해야죠
[귀주 모] 아니요 당장 구청부터 가야죠
서류 제출부터
- 상견례부터 해야죠 - [동희] 아, 미쳤어! 아
[동희의 절망하는 소리] 아이고…
[다해] 네?
[귀주] 그래야 올바른 순서죠
[귀주 모] 아, 도다해 씨한테는 가족이 없잖아
있어요
[귀주] 엄마라고 부르는 분
[다해] 그…
[한숨]
고등학교 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의지할 곳 없을 때 돌봐 주신 분이에요
엄마라고 부르긴 하는데 진짜 엄마도 아니고
신경 쓰지 마세요
- 어떤 분이신지? - [차분한 음악]
[다해] 아
[다해의 난감한 숨소리]
그건
그게…
[귀주 모] 쓰읍 꿈에서 본 그 찜질방
느낌이 영…
- 느낌이 뭐, 좋을 때는 있고요? - [동희의 풉 웃는 소리]
[귀주 모] 꿈이 뭔가 경고를 준 게 아닐까요?
- [비밀스러운 음악] - 뒤를 좀 캐 봐야겠어요
[문 열리는 소리]
[동희] 엄마
- 나도 뭐 좀 막 캐 볼까? - [문 닫히는 소리]
[귀주 모] 시계나 갖다 놔
- [동희] 아유 - [귀주 모의 한숨]
[혜림이 놀라며] 복이나 뭐야, 이거?
좀 있으면 생일이잖아
[혜림] 내가 딱 이런 빈티지 시계 가지고 싶었는데
컬러도 딱 골드에 브라운 가죽 스트랩
야, 대박, 개신기해
야, 복이나
이렇게 마음 잘 통하는 친구는 니가 진짜 처음이야
[이나] 처음?
[혜림] 너무 이쁘다
[이나] 나는 진짜로 니가 처음인데
[혜림] 내가 지금까지 생일 선물로 받은 것 중에
이게 제일 예뻐, 진짜
[혜림의 감탄하는 숨소리]
[준우] 야
- 잘 가라 - [혜림] 빠이, 내일 봐
야, 복이나
- [잔잔한 음악] - [이나] 어?
너 왜 인사 안 해?
아, 안녕
[피식 웃는다]
[혜림] 내가 준우한테 잘 말했어
니가 표현이 좀 서툴러서 그렇다고
고마워
[혜림] 근데 너 운동화 진짜 이쁘다
저, 있지
[신비로운 효과음]
[혜림] 빌려 달라 그러면 좀 그렇겠지?
[의미심장한 음악]
- 빌려줄까? - [혜림] 어?
아이, 그럼 뭐…
딱 한 번 신어 볼까?
아, 근데 사이즈가 맞…
야, 대박
야, 딱 맞네? 너무 이쁘다
- 빌려줄게 - [혜림] 진짜?
이나야
우리 진짜 마음이 통하나 봐 그치, 그치, 그치?
너무 이쁘다 [감탄하는 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아, 예, 오랜만입니다, 대표님
- [어두운 음악] - 저, 다름이 아니라
[귀주 부] 급히 뭐 좀 알아볼 일이…
지금요?
예, 바로 가겠습니다
- 예, 예, 예 - [멀어지는 발소리]
가볍게 한번 털어 봐 주시죠
[소장] 가볍게 밥 먹고 커피 홀짝거리는 건
털어 봤자 별 소용이 없어요
그, 모텔에 드나든다거나
차에서 막 뒤엉킨다거나
결정적인 장면으로 내 이쁘게 찍어 드릴게
아니, 뭐, 그거까지 보고 싶지는…
[소장] 에헤
그, 아플수록 미련이 안 남아요
위자료는 남고
[귀주 부] 예?
[소장] 바람난 마누라 아니에요?
아유
사돈 비슷하게 엮일 사이라서
혹시 뭐 노름빚 같은 건 없는 건지
[귀주 부] 확인 차원에서
마누라가 바람은 안 났는데 근심 걱정이 하도 과해서요
[쓰읍 들이켜는 숨소리]
[한숨]
아이, 바쁘신데 미안합니다 공연히
[소장] '백일홍'
가만있어 봐, 백일홍
- [의미심장한 음악] - 홍…
이거 어디서 들어 봤는데
[긴장되는 효과음]
설마 그 백일홍?
[초인종 소리]
[한숨]
[흥미진진한 음악]
[귀주 모] 누구?
[다해] 아…
[귀주 부] 여보, 여보, 여보 그, 놀라지 말고 내 말 들어요
그, 도다해가 엄마라고 부른다는 사람
그 백일홍이 글쎄
아니, 글쎄, 전과자래요
[귀주 모] 뭐라고요?
여기 전직 형사님 말로는 사기에 사채에
[귀주 부] 특히 빌려준 돈 회수율이 높기로 아주 유명했대요
지금까지 돈을 안 갚은 채무자는 아무도 없었다 카네
안 갚은 사람은 싹 다 죽었거든
지금 같이 있어요
[귀주 모] 우리 집에
아니, 그게 무슨…
여보세요, 여보세요
[어색한 웃음]
[일홍] 갑작스럽게 찾아와 놀라셨죠?
여사님하고 얘기를 좀 나누고 싶어서
[귀주 모의 옅은 웃음]
[귀주가 힘주며] 그럼 말씀 나누세요, 아유
[멀어지는 발소리]
아… [헛기침]
[달그락 내려놓는 소리]
- 드시죠, 좀 - [어두운 음악]
아무래도 내가 한번 와 봐야겠더라고요
얘가 신세를 지고 있다 그래서
어, 신세는요
우리가 여러모로 도움받고 있습니다
우리 다해가 손은 야물죠
[일홍] 다니던 스파에서도 그렇게 붙잡았는데
멀쩡하게 돈 잘 벌던 애가
결혼도 안 한 생판 남의 집에서 허드렛일이나 하고 있어서
전 도다해 씨를 가족으로 생각하고…
[일홍] 가족으로 생각한다는 말은
사장님이 직원들한테도 하는 말인데요
회사에선 따박따박 월급에
사대 보험까지 적용이 되는데
우리 다해는 미래에 대한 보장이랄 게 전혀 없으니까
엄마
[살짝 웃으며] 아
[귀주 모] 서류상 부부가 되는 걸 말씀하시나 보네요
아, 중요하긴 하죠
건물을 증여받으려면
건물이요?
모르셨어요?
[귀주 모] 하도 말씀이 막힘이 없으셔서
우리 집안 파악이 끝난 줄 알았는데
[일홍] 하는 일의 성격상
주워듣는 정보가 제법 빠르긴 하죠
근데 댁의 담장이 워낙 높아서요
이웃하고 왕래도 없이
이 집 안에만 틀어박혀 지내신다고
[귀주 모의 옅은 헛기침]
집 안에 황금알을 낳는 두꺼비라도 숨겨 놓으셨나
거위겠죠
듣던 것보다 정신이 맑으시네
[일홍] 불면증 때문에 사리 분별이 흐리다 들었는데
[긴장되는 음악]
[귀주 모] 소문은 소문일 뿐이죠
또 들리는 소문이 있던데
이 집 먼젓번 며느리 말이에요
[일홍] 좀 모질게 대하셨다던데
죽기 전까지 이 집 사람으로 안 받아들여 줬다고
- [귀주 모의 헛기침] - 이유를 좀 여쭤봐도 될까요?
[다해] 그만둬, 엄마
[난감한 숨소리]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죄송합니다
[헛기침]
뭐, 설마 우리 다해한테까지 그러실까 싶지만서도
얘가 워낙 착해 빠져서요
[일홍] 어디서 쓰레기 같은 것들한테 엮여서
두 번이나 크게 상처를 받았는데
세 번째마저도 어정쩡 시간만 끌다
상처만 남고 끝난다?
그 꼬라지는 내가 절대 못 보지
[귀주 모] 저도 소문을 하나 들었는데
아주 근거 없는 소문은 아닌가 보네요
과거가 화려하시다고
부끄러운 과거죠
[일홍] 그래요
나 전과자예요
딸이 하나 있었는데 아팠어요
빵에 있느라 마지막까지 같이 못 있어 줬고
피눈물 흘리면서 깨끗하게 손 씻었어요
세신을 업으로 삼은 것도
남의 몸 씻겨 주며 죗값을 치르자는 뜻에서
그렇게 번 돈으로
다해 같은 애들 딸 삼아서 돌봐 주고 있습니다
인생이 재밌는 게 뒤늦게 적성을 찾았네?
강남 바닥 사모님들 입소문을 좀 타서
우리 다해 기죽고 살게 안 할 만큼은 법니다
예단, 혼수 섭섭지 않게 해 드릴게요
정말 정말정말 엄마처럼 생각하시네요
도다해 씨한테 기대하는 바가 아주 크신가 봅니다
[일홍] 기대하는 건 한 가지예요
그저 절차대로 결혼하는 거
그래야 우리 다해가
이 복씨 집안에서 떳떳하게 제 몫을 할 테니까요
[귀주] 두 분 말씀이 아주 잘 통하시던데
상견례까지 치렀고
이제 혼인 신고 하면 되겠네요
[놀란 숨소리]
그렇게 바라시던 대로
아휴
아유, 아유, 머리야
[귀주 모의 깊은 탄식] 아, 머리야
[멀어지는 발소리]
[귀주 모의 탄식]
[한숨]
[새소리]
- [문 닫히는 소리] - [한숨]
[다해] 엄마
왜?
사전에 상의도 없이 치고 들어와?
이 집 사람들이 날 들추고 다니길래
선빵을 날리러 왔지
[일홍] 엉터리 초능력 가족이 전 재산 다 날리기 전에
속도 좀 붙일 겸
거의 다 됐었어
필살기는 날렸어?
[일홍] 화재 현장에서 살아남은 여고생 생존자 카드?
그거 하기 싫어
[일홍] 왜? 이 작품을 끝으로 좋게 헤어지자며
- 한 작품 더 해? - [다해] 아이…
쉿
이나야, 왔구나 [옅은 웃음]
[일홍이 반가워하며] 어! 니가 이나구나
아유
아, 나?
니 외할미 될 사람
아이고, 이쁘네, 어?
아이고, 이뻐, 어이구, 이뻐
할미가 용돈 좀 줄까?
아유, 무슨 용돈을 줘
할미 돈 많아
[부스럭거리는 소리]
[다해] 이나야, 들어가
가
잘해, 쯧
[멀어지는 발소리]
[한숨]
[탁 신발 벗는 소리]
- [문 닫히는 소리] - [도어 록 작동음]
[다해] 이나야
운동화는 어쩌고?
갈아 신는 거 깜빡했어요
[멀어지는 발소리]
[쓸쓸한 음악]
[학생1] 오늘은 또 뭐려나?
[학생들이 키득거린다]
[학생들의 웃음]
[학생2가 웃으며] 아, 겁나 냄새나
[학생3] 어유, 걸쭉해
[학생4] 야, 듣는 우유 서운하게
저거 우유 냄새 아니고 도다해 냄새잖아
그치? 다해야
[학생2가 웃으며] 가자 가자, 가자
- 아, 빨리 와 [웃음] - [학생3] 치즈
[학생4] 아, 근데 쟤는 왜 대답을 안 해?
- 대답해! - [학생3] 대답해
[학생4의 못마땅한 소리]
[학생5] 뭐야, 거지야?
[학생6] 웩 이게 무슨 냄새야? [웃음]
[학생7] 웬만하면 누가 줘라
[휴대전화 알림음]
[이나] 하이
[혜림] 내 생일날 놀이공원 갈 사람
[학생1] 오케이
[학생2] 좋아
- [학생3] 신난다 - [학생4] 나이스
[준우] 이나는?
[다해] 이나야 [옅은 웃음]
노크했는데 못 들었나 보다
뭐 해?
호, 혹시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연신 울리는 휴대전화 알림음]
[답답한 숨소리]
어, 잠깐만, 너 다쳤어?
아니, 어디 봐 봐
오래된 거예요
아…
그래?
[신비로운 효과음]
[다해] 왕따당하는 거지?
친구 있어요, 나도
어?
[의미심장한 음악]
친구랑 얘기 좀
아, 어, 그래
[의미심장한 효과음]
[다해] 역시 니가 열쇠야
[이나] 500억짜리 건물을 여는 열쇠요?
[다해가 놀라며] 거미다
- [흥미로운 음악] - 엄청 큰 거미, 엄청 큰 거미!
어머, 복이나, 니 머리에 거미
어유, 진짜 거미, 으
- 뭐 해요? - [다해] 어?
아 [어색한 웃음]
아니야, 아니야, 그냥
친구랑 문자해
[다해의 옅은 웃음]
- [학생5] 어디 갔냐? - [학생6] 저기요?
- [학생3] 복 씨, 뭐 하냐? - [학생1] 읽씹?
[학생7] 개답답하네
[이나] 오케이
[그레이스] 다섯, 여섯 일곱, 여덟
- [리드미컬한 음악이 흐른다] - 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그레이스의 헛기침]
[회원의 당황한 소리]
- [회원] 아유 - [코웃음]
아, 이거 어깨가 너무 아픈데
아, 이거 어떻게 바로잡죠?
[회원의 아파하는 소리]
[그레이스] 회원님
다신 아프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래요?
[흥미로운 음악]
약속 [웃음]
[회원, 그레이스의 웃음]
[회원] 어? 어깨가 벌써 안 아프네
- [회원의 웃음] - 다시 한번 해 볼까요?
- [회원] 다시요? [헛기침] - [그레이스] 자, 이쪽
- 같이 해 볼까요? 자, 수축이에요 - [회원] 아
[그레이스, 회원] 수축, 수축
- [그레이스] 수축 - [회원] 수축, 수축이야
[그레이스] 좋아요, 계속 그렇게…
[회원] 선생님
술 한잔할래요?
관리 중이라서요
[회원] 운동했으니까 단백질 보충
- 고기 먹어요 - [흥미로운 음악]
피티 하는 셈 치고 회차 까든지
3시간 놀고 3회 까지, 뭐
남은 회차가 12회차 정도 되니까
그냥 내일 아침까지 놀고 있는 거 다 까도 되고
[코웃음]
그렇게 오래 버티기나 하겠나?
[회원] 뭐?
- 야 - [그레이스의 한숨]
솔직히 니가 무슨 트레이너냐?
운동하다 다치면 병원비가 더 나오겠는데
물어낼 거야?
잡으면 어쩔 건데?
핑크 덤벨도 못 드는 게
- 이게 미쳐 가지고, 씨 - [그레이스의 놀란 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 뭐야? - [동희] 환불해 드릴게요
운동에 집중 못 하고
노골적으로 가슴, 엉덩이만 쳐다보시던데
그러다가 진짜 다칠까 봐 걱정돼서
아니, 보라고 이렇게 들이…
[회원의 아파하는 소리]
시설물의 하자나 노후가 아닌
회원님의 부주의로 인한 안전사고는
회원님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피티 회원권은 양도 시 양도 수수료 20만 원
[동희] 해지 시 중도 해지 수수료 10% 발생합니다
참
부가세는 별도
[회원] 아이, 참, 아이…
고마워요
저, 언니야
고기 먹을래요?
안 먹어
- [실내에 흐르는 밝은 음악] - [동희의 들뜬 소리]
[동희의 음미하는 소리]
[어이없는 숨소리]
[조르르 따르는 소리]
그레이스도 공부 좀 해
[동희] 자기 일에 책임감 없어?
저도 본업은 따로 있어요
- [그레이스] 연기 쪽 - [동희의 풉 웃는 소리]
배우?
[웃음]
[그레이스가 한숨 쉬며] 근데 자꾸 몸 쓰는 일만 하게 되네요
이렇게 생기면 주연은 못 한대요
몸뚱이에 진정성이 없다나, 참
아이씨, 나도 사랑 잘할 수 있는데
[동희] 사람들이 껍데기밖에 못 본다
내 남동생 놈도 그래
착한 척하는 말간 얼굴에 속아서 결혼까지 해 버릴 건가 봐
사장님 결혼해요?
돈 보고 달려든 거야
벌써 쥐새끼처럼 아주 살금살금 갉아먹기 시작했다니까
뭘 그렇게 살금살금 갉아먹었는데?
우리 엄마 시계
[동희] 가족들이 날 의심하잖아 어이없게
[그레이스] 아니, 설마
아니,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짜치게 시계를 훔치겠어요?
결혼하면 500억 건물을 통째로 먹는데
[의미심장한 음악]
- [쓴 숨소리] - [동희] 500억?
어떻게 알아?
[그레이스] 그…
건물 시세가 그 정도 하잖아요?
그리고 사장님 어머니가 건물주시고
센터 사람들이 다 아는데
[동희의 호응]
[그레이스의 옅은 웃음]
저기, 뭐, 나랑 피티 안 할래요?
마침 자리 딱 하나 비었는데 싸게 해 드릴게
근데
나한테 너무 다가온다?
먹고사느라
- 짠 - [동희의 옅은 웃음]
[꿀꺽 마시는 소리]
[그레이스의 개운한 숨소리]
- [귀주 부] 아, 왜 안 드시고 - [귀주 모의 한숨]
[귀주 모의 한숨]
[다해] 차라도 좀 드세요
이런 것도 내성이 생기나?
[귀주 모] 어째 도다해 씨가 끓여 준 차도
더 이상 효과가 없더라고
[귀주 모의 한숨]
[동희가 하품하며] 나 왔어요
[다해] 어서 오세요
[귀주 모] 이리로 와서 좀 앉으렴
[달그락거리는 소리]
올라가서 좀 쉬어요
네
[옅은 웃음]
문 닫아
[비밀스러운 음악]
[버튼 조작음]
[멀어지는 발소리]
[동희의 놀란 소리]
- 전과자? - [귀주 부] 쉿
야, 개과천선했다잖아
[동희] 어휴 우리 집안 망하는 꼴을 보시려고?
아, 어떻게 범죄자를 집 안에 끌어들였어?
[귀주 부] 야, 명확하게 하자
도다해가 범죄자는 아니지
범죄자가 범죄자지, 아빠
[동희의 한숨]
[동희] 가족도 없는 줄 알았더니
그 무서운 사람이 뒤를 봐주고 있었던 거잖아
엄마, 당장 내보내
[의아한 숨소리] 그치만 꿈에 분명히 봤단 말이야
[동희] 뭐, 도다해가 우리 집안 반지 낀 거?
시계처럼 반지도 훔친 거면?
엄마가 꾼 꿈은
도다해가 이 집안 사람이라는 걸 보여 준 게 아니라
'도다해가 도둑이다'
경고를 해 준 거지
하, 참
[동희의 한숨]
- 나 아니죠? - [다해] 뭐가요?
[귀주] 13년 전 화재에서 도다해 구한 사람
- 왜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 [차분한 음악]
그날은 이나가 태어난 날이었어요
[귀주] 내가 도다해를 구하려면
이나가 태어난 시간으로 가야 되는데
암만 눈을 감고 떠올려도 안 돌아가져요
내가 도다해를 구했다는 게 사실이에요?
'구할 거니까 구한다'
[다해] '사랑할 거니까 사랑한다'
이거 아니라면서요
중요한 건 지금이잖아요
지금 복귀주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어이없는 숨소리]
또 대답을 피하네
그날 그 시간이 나한테 어떤 시간이었는지 모르죠?
그 시간이 나한테서 뭘 뺏어 갔는지
그 시간에서 누군가를 구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귀주] 얼마나 구하고 싶었는데
얼마나 오래 그 시간에 붙잡혀 있었는데
결국 아무도 못 구했어요
내가 간절히 구하고 싶었던 사람은 단 한 사람도
근데
그게 왜 도다해일까?
[다해] 그건
그건 사랑이니까?
[귀주] 거짓말이면 거짓말이라고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 줘요
[한숨]
의심할 만하겠네
[다해] 복귀주가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왜 하필 겨우
나 같은 사람인지
구해 줄 가치가 없는 거 같아요?
- [어두운 음악] - 엄마가 전과자라?
그럼 구하지 마요
자꾸 피하지 마요
공원에서도 일부러 피했지?
당신 대체 뭔데?
왜 하필 도다해냐고
나도 몰라요!
나라고, 뭐
나라고 뭐, 어떻게 알아요? 나도 안 믿기는데
[다해] 복귀주가 과거로 돌아간다는 게
돌아가서 날 구한다는 게
나라고 뭐, 어떻게 믿어지는 줄 알아요?
- 못 믿겠는데… - [신비로운 효과음]
- [당황한 소리] - [의미심장한 음악]
못 믿겠는데…
[귀주] 이때도 대답을 회피했지
[과거 귀주] 학교에 불났던 날부터 말해 봐요
[귀주] 분명히 뭔가 감추고 있어
네?
화재가 났을 때 정확하게 어디 있었어요?
[과거 귀주]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는지
무슨 수로 내가 구했다는 건지 자세히 좀
도다해 구한 사람
내가 확실해요?
[한숨]
[차분한 음악]
[귀주] 왜 말을 못 하지?
[찰싹]
[멀어지는 발소리]
[과거 귀주] 아, 어, 어디 가요?
[다해] 청소나 마저 하게요
[짜증 섞인 소리]
[멀어지는 발소리]
[다해의 놀란 소리]
[한숨]
[부드러운 음악]
[귀주] 그때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던 건가?
간 줄 알았는데
[계속되는 부드러운 음악]
어디 갔다 오는 거예요?
[다해가 놀라며] 또…
또, 또 나한테?
[다해의 당황한 소리]
뭐 봤어요?
내가, 내가 내가 뭐, 뭐 하고 있었어요?
언, 언제로?
[다해의 초조한 숨소리]
그…
[한숨]
아, 알겠어요, 그…
근데
13년 전 그날 그 시간이
나한테도 쉽진 않았어요
[귀주] 알아요
나도 이제 안다고
[문 닫히는 소리]
[동희] 끈 단단히 묶어야 할 텐데
도망가려면
어, 제가 왜요?
[옅은 웃음]
어, 뭐가 많네?
[다해] 아 이나 실내화 갖다주려고요
[동희] 응 [웃음]
아, 오늘은
신발 끈 없는 걸로 신고 가야겠다
[동희의 헛기침]
[문 열리는 소리]
[귀주 부] 도다해 씨가 안 보이네
어디 갔니?
[한숨]
나도 그 엄마라는 여자 정체 알고 처음엔 많이 놀랐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그래도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잖아
과거를 바꿀 순 없지만
현재에서 새롭게 뭐라도 시도하는 거
누구보다 낫지 않냐?
솔직히 너도 도다해 믿고 싶지?
도다해 구하고 싶지?
뭐가 두려워서 망설이는데?
[귀주] 이번에도
내가 다 망쳐 버리면요?
내가 장담하는데 넌 틀림없이
이번에도 망쳐 버릴 거야
예?
[귀주 부] 하지만
도다해하고의 과거는 돌이키는 게 가능하잖아
- [잔잔한 음악] - 돌아가서 되돌리면 되잖아
뒤늦게라도 사과하고
잘못은 바로잡고
도다해랑은 마음껏 망치고 바보짓 해도 돼
얼마든지
돌이키고 고치고
그렇게 사랑하면 돼
[귀주] 그치만 이나와의 시간도 되찾지 못했는데
어떻게 도다해를…
[귀주 부] 도다해가 널 이나한테 데려가 줄 수도 있지
도다해한테 전화해 봐
[과거 귀주] 우리가 정말 사랑하게 되는지
한번 봅시다
[귀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해도 될까?
- [귀주의 깊은 한숨] - [차분한 음악]
[귀주] 복이나, 너였어?
이런 짓을 왜 해?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말을 하지
너 이런 거 관심도 없으면서 왜…
마음에 들어야 할 텐데
너 혹시
나쁜 애들한테…
왜 아빠한테 말을 안 해, 왜
[강조되는 효과음]
[멀어지는 발소리]
[거친 숨소리]
[신비로운 효과음]
- [학생1] 배고파 - [학생2] 아, 그러니까…
[다해] 저기 혹시 복이나라고 학생 알아?
- [학생들] 아니요 - [학생3] 모르겠는데
[다해] 몇 반인지도 모르는데
저기, 안녕
혹시 1학년 중에 복이나라고 알까?
[학생들] 아니요
그래
- [학생들의 웃음] - 어?
저, 미안한데 혹시 복이나라고 알아?
[학생4] 복이나? 모르겠는데요
- [학생5] 그게 누구야? - [학생6] 아, 몰라요
[학생7] 복이나?
[학생8] 아, 그 혜림이 시녀?
[학생9가 웃으며] 아, 혜림이 시녀
걔 투명 인간이잖아, 완전
- [학생8] 걘 모를 만해 - [학생9] 그러니까
[시끌시끌한 소리]
[다해] 이나야
이거
안 갖다줘도 되는데
아…
- [다해] 어, 안녕 - [혜림] 안녕하세요
너네 엄마야?
야, 되게 예쁘신데?
- [어두운 음악] - [이나] 엄마 아니야
[혜림] 응?
그럼?
[다해] 이나야 잠깐 얘기 좀 할까?
[새소리]
방금 그 친구 때문이지?
[다해] 고혜림
할머니 시계 훔친 거 말이야
아니에요
운동화도 뺏겼잖아
[다해] 너 도와주려는 거야
뭘 안다고
[한숨] 그럼 아빠랑 얘기할래?
말하지 마요
[다해] 니가 어떤 상황인지 아빠가 알아야…
말하면 아줌마 사기꾼인 것도 다 말할 거야
[의미심장한 음악]
뭐?
결혼하면 아줌마가 법정 대리인 되려는 거잖아요
[당황하며] 아…
누, 누가 그… 누가 그래? 누가 그런 말을 해?
[이나] 나만 알아요
아직까지는
[당황한 소리]
그동안은 재밌을 거 같아서 입 다물고 있었어요
초능력에 목매는 할머니 골탕 좀 먹었으면 좋겠고
사기꾼 구경할 기회도 흔치 않고
구경하다 보니 좀 안됐기도 했고
뭐?
[이나] 두 번 결혼했다 그랬죠?
그것도 사기였어요?
[신비로운 음악]
- [신비로운 효과음] - 첫 번째 결혼은
남자랑 눈이 맞아서 딸까지 버린 엄마에 대한 복수였고
두 번째 결혼은
술에 절어서 딸까지 방치한 아빠에 대한 복수?
너…
뭐야?
[이나] 그런데 세 번째 결혼은 쉽지가 않나 봐요
자꾸 진심이 돼 버려서
너 어떻게 한 거야?
[이나] 아줌마가 입 다물면
나도 계속 입 다물게요
그동안 능력을 숨긴 거야?
[경비원] 여기요
주차는 방문자니까 코너 돌아서 안쪽에서 해요
예
[다해] 엄마는 내 말 안 믿어 줘도 삼촌은 내 말 믿어야 돼
[흥미로운 음악]
복씨 집안 사람들
함부로 건드려선 안 되는 사람들을 건드린 거야
[거친 숨소리]
다 들켰어
다 보고 있어
언제, 어디서 무슨 짓을 하든, 그…
과거, 미래
[떨리는 숨소리]
심지어, 심지어
아무도 모르는 속마음까지 다…
[떨리는 숨소리] 어떡해
아니, 환히 다 들여다보고 있다고요
[한숨]
[다해가 흥분하며] 삼촌만은 나를 믿어야지
- 이, 이게, 이… - [귀주] 도, 도다해 씨?
[놀란 숨소리]
[다해의 놀란 소리]
[겁에 질린 소리]
[귀주] 잠깐만요, 다해 씨!
- [다해의 비명] - 아, 잠깐만요
[다급한 소리]
[다해의 겁먹은 소리]
[다해] 아, 오지 마세요 오지 마세요
[귀주] 다해 씨!
[덜컹거리는 소리]
[다급한 숨소리]
어유, 씨
[당황한 소리]
[다급한 소리]
[달려오는 발소리]
[가쁜 숨소리]
- [귀주] 다해 씨! - [긴장되는 음악]
도다해 씨!
[어두운 효과음]
[안도하는 숨소리]
[교사] 네, 조 선생님
제가 지금 체육관 창고 문 잠그고 넘어가면
1학년 안전 교육에 좀 늦을 거 같은데
- 네, 네, 네 - [달각 잠그는 소리]
네
네, 감사합니다
[멀어지는 발소리]
[안도하는 숨소리]
[한숨]
[달각]
[어두운 음악]
[덜컹거리는 소리]
[다해] 뭐야
아이씨
[통화 연결음]
어, 여보세요, 삼촌 나, 나 좀 데리러 와 줄 수 있어?
여기 이나 다니는 학교인데…
[휴대전화 종료음]
여보세요?
여보, 삼…
[일홍] 가만
[의미심장한 음악]
놔둬 봐
[한숨]
아이씨
[거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덜컹거리는 소리]
[다해] 저기요, 저기요
저, 여기 사람 있거든요
저기, 문 좀 열어 주세요
[다급한 소리]
[거친 숨소리]
[연신 달각거리는 소리]
[거친 숨소리]
[덜컹거리는 소리]
[잘강거린다]
[다해의 힘주는 소리]
[거친 숨소리]
[다해의 애쓰는 소리]
[놀란 숨소리]
[쿵]
[다해의 힘겨운 숨소리]
[다해의 거친 숨소리]
[가쁜 숨을 몰아쉰다]
[힘겨운 숨소리]
- [어두운 효과음] - [괴로운 숨소리]
[학생1] 아, 겁나 심심해
- 아, 아! - [다해] 미안
[학생2] 어 어디 가, 어디 가, 어?
[학생1] 심심한데 재밌는 놀이 하자
이리 와 봐
[학생2] 가자
[학생3이 흥얼거리며] 가자 가자, 가자
- 가자, 빨리 가자! - [긴장되는 음악]
- [학생1] 따란 [웃음] - [학생2가 웃으며] 유후
- [학생1] 죽이지? - [문 닫히는 소리]
[다해의 놀란 소리]
[학생들의 비웃음]
- 뭐 하는 거야? - [학생1] 음
- [어두운 음악] - 일종의 숨바꼭질?
[학생1이 웃으며] 선생이든 애들이든
누군가 니가 사라진 거 알아채고
[놀라며] '도다해 어디 있어?'
하고 찾으면 게임 오버
그럼 니가 이기는 거고 풀어 줄게
[학생3] 근데 그거를 아무도 안 찾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학생1] 게임은 끝나지 않는 거지 영원히
[학생들의 웃음]
[학생2] 어디 가
[학생1] 아, 진짜
이 세상 전부 다 술래인데
그래도 한 명쯤은 널 찾지 않겠어?
- [학생2의 비웃음] - [학생1의 웃음]
잘 있어
가자
[학교 종소리]
[학생들의 떠드는 소리]
[학생1] 차렷, 경례
[학생들] 안녕하세요
[어두운 음악]
- [학생2의 웃음] - [학생3이 속삭이며] 야, 몰라
- [쓱쓱 글씨 적는 소리] - [학생들이 숨죽여 웃는다]
[한숨]
[요란한 화재경보음]
[학생들의 짜증 섞인 말소리]
[교사] 아, 저거 또 고장이네
도대체 언제 고치는 거야, 저거?
[학생2] 화재경보기도 고장 출입문도 고장
맨날 보수 공사에
[학생4] 야
이거 어디서 타는 냄새야, 이거
[학생3] 그러니까 이거 뭔 냄새냐, 이거?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학생5] 쌤, 복도에서 연기 나요
[교실 밖 학생들의 비명]
[교사] 야, 야, 야, 야, 야!
다 가만히 앉아 있어
[소란스러운 소리]
[학생6] 불이야!
[학생들의 비명]
[긴박한 음악]
[교사] 야, 야, 불이야! 야, 다들 대피해!
저기, 야, 중앙 현관 쪽으로 중앙 현관 쪽으로!
야, 거기 뛰지 말고…
아니, 빨리 가!
야, 앞사람이 빨리 나가야지, 거기
[교사의 다급한 소리]
[여기저기 아우성치는 소리]
[문 너머 화재경보음]
[연신 덜컹거리는 소리]
[다해] 저기요, 여기요!
여기요, 저, 여기 사람 있어요
저기, 문 좀 열어 주세요
[다급하게] 아, 저기요!
여기, 여기 문 좀 열어 주세요!
[긴박한 음악]
[덜컹거리는 소리]
[절박한 소리]
[교사] 빨리! 다 중앙 현관 쪽으로 가!
빨리…
- [학생들의 비명] - [교사가 콜록댄다]
중앙 현관 쪽으로 나가
빨리빨리 이쪽으로!
[학생들이 소란스럽다]
- [덜컹거리는 소리] - [다해] 아, 제발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콜록대는 소리]
[학생들의 비명]
[학생] 아이씨, 아, 몰라
[다해의 울음]
- [애잔한 음악] - [다해] 아, 살려 주세요!
아, 살려 주세요!
[소란스러운 현장 소리]
[학생들이 콜록거린다]
[힘주며 울부짖는다]
[다해] 살려 주세요!
[울부짖는다]
[털썩 쓰러지는 소리]
[콜록거린다]
[다해]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나는 혼자였다
어쩌면
나한테 가장 어울리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남자] 도다해, 도다해
[음악이 잦아든다]
[떨리는 숨소리]
[귀주] 숨 쉬어요
숨 쉬어요
[힘없는 숨소리]
[다해] 날
날 어, 어떻게 찾았어요?
[다해의 떨리는 숨소리]
아무도
아무도 날 안 찾았는데
[애잔한 음악]
[다해의 울먹이는 숨소리]
아, 아무도
안 올 줄, 안 올 줄 알았는데
[다해가 서럽게 흐느낀다]
그때도 이, 이렇게
이렇게 갇혀 있었어요
불이 났는데, 불이 났는데
이렇게 창고에… [흐느낀다]
[학생] 아저씨 5층 창고에도 사람 있어요
[귀주] 안 돼, 들어가면 안 돼
5층 창고?
[학생] 아저씨, 제발요
[울먹이는 소리]
선재여고
5층 창고?
[호응한다]
어떻게 알아요?
[다해가 훌쩍인다]
아무래도
[떨리는 숨소리]
그게 나여야 될 거 같은데
[감성적인 음악]
도다해 구한 사람
내가 구할게요
[다해] 그 순간
말도 안 되는 욕심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나를 구해 준 사람이
정말로
이 남자라면 좋겠다고
[고조되는 음악]
- [다해의 놀라는 소리] - [귀주] 깜짝이야
와…
[동희] 귀주가 이상해
운동을 해
[귀주 부] 우울증이 낫고 있어요 도다해 씨 덕분에
[귀주의 힘겨운 소리]
[다해] 어떻게 하면 여기서 나갈 거예요?
[귀주 모] 이번엔 틀림없이 봤어
또렷하게 보였다고
[귀주 부] 또다시 그 희망이 꺾인다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 겁니다
[귀주] 끝은 내 눈으로 봐야겠어요
나도 꼭 좀 보고 싶은 게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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