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는 아닙니다만 6
[귀주] 내가 구할게요
그게 정말 내가 맞는지 의심하고 확인하려고 했던 건
실은 나한테도 정말 절실해서였어요
죽도록 구하고 싶었으니까
어떻게든 그 시간에서
도다해 찾을게요
찾아서
구할게요
[떨리는 숨소리]
[다해] 아, 이, 이제 괜찮아요
[휴대전화 진동음]
[귀주] 잠깐 앉아 있어요
[계속되는 휴대전화 진동음]
[귀주의 한숨]
예, 선생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일이 좀 생겨 가지고요
아, 예, 지금 학교에 와 있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예
[통화 종료음]
이나…
[흥미로운 음악]
[겁에 질린 소리]
어유, 씨 [질색한다]
[다해의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내 말 믿어?
안 믿는 거지?
아유! 진짜
[다해] 아, 내가 없는 말 지어내?
[형태] 응
- 그것도 아주 잘 - [다해의 한숨]
아, 이번엔 달라
[다해] 상대가 초능력 가족이야
진심인가?
그렇다니까
진짜 초능력 가족
[형태] 아니
그거 말고 그놈한테 진짜냐고
뭐가?
초능력
그런 건 난 모르겠고
[형태] 어쨌든 그놈이 속았는데
속아서 구해 준다는데
뭐가 문제지?
들키는 건 시간문제니까
초능력으로 다 꿰뚫어 보는데?
들키기 싫은가?
[형태] 그놈한테 진심이라서
그래서 멈추려는 건가?
아닌가?
[다해] 아, 말의 맥락을 몰라
[문 닫히는 소리]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형태의 헛기침]
[일홍의 힘주는 소리]
[일홍] 무슨 일 있었어?
[다해의 한숨]
[다해] 다 틀렸어
엄마가 들쑤시는 바람에 복 여사님이 태도를 싹 바꿨어
그래서?
[다해] 그 집에 더 오래 있어 봤자 길이 안 보여
- [의미심장한 음악] -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엄마는 나서지 말고 가만있어
어?
[형태] 어, 그러니까
작전상 후퇴라는 거지?
[다해] 어
[한숨 쉬며] 그렇구나
이나야
[휴대전화 게임 소리]
[차분한 음악]
[교사] 오해가 좀 있었던 거 같습니다
생일 선물이었대요, 그 시계가
혜림이라는 친구인데
뭐, 걱정하시는 그런 친구 아니고요
오히려 이나를 많이 챙겨 준다고 하네요
같이 동아리 하자고 손도 내밀어 주고요
아, 근데 무슨 동아리…
댄스 동아리요
- 댄스요? - [교사] 아, 모르셨어요?
평소 댁에서 대화가 좀 없는 편인가요?
네, 뭐
[귀주] 얘기 좀 해야 될 거 같은데
선생님한테 한 말 말고 더 할 얘기 없어?
[휴대전화 진동음]
[혜림] 쌤이 나더러 너 삥 뜯냐 그러시더라
우리 우정 학폭임?
이나야
- [이나] 미안해, 아빠 때문에 - [차분한 음악]
[한숨]
[혜림] 깜짝 놀랐잖아
그치? 오해인 거지?
우리 친구 맞지?
[휴대전화 조작음]
[이나] 응, 당연하지
[한숨]
[타이어 마찰음]
저기, 이나야
아빠랑 이번만큼은 대화 좀 하자
아니, 그래도 아빠잖아
이제 와서 무슨 얘기요?
[이나] 무작정 학교까지 찾아와서 다 질러 놓고
아니, 나, 나는 그래도 니가…
[이나] 하긴 뭐, 처음부터 난 무작정 생겨 버린 애였으니까
아줌마는요?
아까 학교 왔던데
아줌마랑 얘기할래요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 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아이고, 손목이야
제가 도와드릴게요
[흥미로운 효과음]
용건
[귀주] 아, 그게
도다해 씨 여기 있나 해서
[일홍] 내 과거 때문에 다해까지 상처받는 일은 없었으면 했는데
도둑으로 몰아?
아, 그게…
[일홍] 가
다해도 놔두고
[귀주] 제가 들어 드릴게요
- [흥미로운 음악] - [부스럭거리는 소리]
[귀주의 힘주는 소리]
[귀주의 힘겨운 소리]
어어… [신음]
[아파하는 소리]
아, 아이고
죄송합니다, 아이고
형태야, 여기 치워라
[새소리]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 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어이, 거기
뭡니까?
[긴장되는 효과음]
[흥미로운 효과음]
[실내에 흐르는 잔잔한 음악]
- [달그락 내려놓는 소리] - [어색한 숨소리]
[귀주의 옅은 헛기침]
[귀주] 시계 도둑
이나였어요
친구 문제 같아요
그, 생일 선물이었다는데
강요한 게 아니라면 왜 그런 짓까지 했는지
좀 걸려요
이나랑 얘기 좀 해 줄래요?
[다해] 귀주 씨가 해요
귀주 씨 딸이잖아요
아니, 갑자기 왜…
여기까지만 하죠
[어두운 음악]
[다해] 나도 모르는 내 미래를
다른 사람이 먼저 본다는 것도 불쾌하고
지금 내 앞에 있는 복귀주 말고 또 다른 복귀주가
어디서 불쑥 나타날지
잊고 싶은 내 과거까지 들여다보는 건 아닌지 불안하고
솔직히 좀
버거워요
그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
사람이 공중에 뜨고
눈앞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졌다
게다가 이나까지…
이나요?
난 평범한 사람이에요, 아니
- 평범에도 못 미치는 사람 - [귀주의 한숨]
[다해] 초능력 가족이 될 자신이 없어요
[귀주] 혼란스럽다는 거 이해해요
근데
초능력 돌아오게 한 거 본인인데
그 초능력으로
내가 도다해 씨 구할 거고
구한다고요?
나를?
[다해] 좀 이상하지 않아요?
나는 여기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데
뭘 구한다는 거예요?
내가 잘못 생각한 거 같아요
나 구해 준 사람
복귀주 아니에요
- [옅은 한숨] - [차분한 음악]
이나가 태어난 시간으로 돌아가지도 못한다면서요
그게 증거죠
내 짐 좀 보내 줄래요?
가족분들께는 대신 인사 부탁드려요
예의는 아니지만
이렇게밖에 안 되겠네요
- [문소리] -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동희] 엄마, 엄마, 귀주가 이상해
무슨 일인데?
아, 귀주가 글쎄
[귀주 모] 귀주가 왜?
- [밝은 음악] - [동희] 운동을 해
[가쁜 숨소리]
[동희] 몸 관리해서 둘째라도 갖겠다는 건가?
[코웃음] 기어코 이 건물을 먹겠다는 거네
[버튼 조작음]
[귀주 부] 야, 이 방이 채광이 이렇게 좋았나?
- [뎅그렁 부딪는 소리] - 어유
[달그락 소리]
- [밝은 음악] - [귀주] 아, 뜨거워
아, 그, 다해 씨가 집을 비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탁 내려놓는 소리]
대충 만들어 봤어
[달그락거리는 소리]
[가스레인지 조작음]
[호호 부는 소리]
자, 먹어 봐
[옅은 웃음]
늦었어요
잘 갔다 와
아, 좀 탔나?
[쓰읍 들이켜는 숨소리]
- [다해의 놀란 소리] - [귀주] 깜짝이야, 아, 깜짝이야
와
아, 귀주 씨
[다해] 여기서 뭐 해요?
이거 줘요, 예
[귀주] 아, 줘요
[다해] 아이참, 됐어요
[귀주] 어!
아, 누가 이런 걸 버렸어?
아직 쓸 만한데
[당황한 소리]
[귀주의 멋쩍은 소리]
[통통 공 튕기는 소리]
내 물건은요?
[달그락 놓는 소리]
이게 다예요?
[귀주] 저기, 다해 씨
잠깐 시간 있어…
- 없구나 - [흥미로운 효과음]
[일홍의 아파하는 소리]
[흥미로운 음악]
[일홍] 나한테 잘해 봤자 소용 있어?
[헛기침]
[귀주의 힘주는 소리]
[다해] 가요
허락도 없이 들락거리지 말고
자기는 뭐, 나한테 허락받았나
갑자기 나타나서 자기 멋대로
[귀주] 내 미래에 숟가락 얹지 않았나? 응
가요
- 어유, 가요, 좀 - [귀주] 아이, 알았어요
알았어
[멀어지는 발소리]
아이, 물을 누가 이렇게 흘렸지?
- 굉장히 위험한데 - [흥미로운 음악]
어, 잠깐만, 자, 자, 자, 자…
바닥이 미끄러우십니다, 고객님
- [여자] 아, 네, 감사합니다 - [귀주] 예
[탁 내려놓는 소리]
바닥이 미끄러우십니다, 고객님
- [남자] 아, 예, 뭐 - [귀주] 예
어허
어떻게 하면 여기서 나갈 거예요?
아이, 같이 나가든가
[한숨]
[귀주] 나 말고도 기다리는 사람 있는데
- [학생들의 떠드는 소리] - [휴대전화 게임 소리]
[다해] 복이나
[이나] 아줌마죠?
아빠한테 쓸데없는 소리 했죠?
아줌마 사기꾼인 것도 다 까야겠네
아줌마
말 안 해도 들리는 거 아니었어?
[다해] 비밀이랬지? 그러면
너만 들리는 걸로
[흥미로운 음악]
- 들었어? - [이나] 아니요
[한숨]
[신비로운 음악]
[어이없는 숨소리]
[이나] 안경 쓰면 안 들려요
어?
안경 벗고 가까이 눈 맞춰야 들려요
[이나] 고도근시라
아, 그래?
아빠한텐 뭐라고 말했어요?
나 아무 말도 안 했어
어, 야
[다해] 어어?
어머, 참
그래, 뭐, 못 믿겠으면 뭐, 읽어 보든가
자
그럼 왜 학교까지 찾아와서 그 난리를 친 건데요?
그건 초능력 없어도 알겠는데
[다해] 너 잘못될까 봐 걱정하는 거잖아
그…
고혜림이라는 친구 말이야
혜림이는 잘못 없어요 나 혼자 그런 거예요
맞춰 주느라 너무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니고?
그런 거 아니에요
다른 사람 마음 읽는 건 언제부터였어?
좀 됐어요
왜 숨겼어?
[차분한 음악]
[이나] 집엔 언제 올 거예요?
[다해] 무슨 수로 사기를 치라고? 다 읽히는데
[이나] 계획은 좀 수정해요
법정 대리인 그런 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고
차라리 초능력을 잘 굴려 보는 게 어때요?
서커스단 만들면 대박이겠는데
[다해] 어이구
고맙네
니네 가족 등쳐 먹을 조언도 해 주고
대신 비밀 지켜요
언제까지 숨기려고?
[다해] 그래 다른 사람 마음 읽는 게
무서웠겠지
듣고 싶지 않은 것도 들렸을 테니까
근데
그렇게 너 혼자 억누르면 니가 더 힘들 텐데
[이나] 내 마음을 되게 잘 아나 봐요
- 나도 좀 알고 싶네 - [흥미로운 음악]
[다해] 야, 야
야, 미안해, 미안해, 어?
아, 아는 척해서 미안하다고
미안해
[이나] 그럼 집에서 봐요 사기꾼 아줌마
[다해] 뭐?
- [어이없는 숨소리] - [문소리]
[헛웃음]
[차 문 열리는 소리]
[귀주의 헛기침]
[귀주] 고마워요
학폭은 아닌 거 같아요
좀 지켜봐요
아무래도 이나답지가 않아서
댄스 동아리도 그렇고 시계도
처음으로 친구가 생겨서 잘해 주고 싶었나 봐요
자기 생일에 마음껏 축하받아 보지도 못했을 테니까
마음이 앞서서 실수할 수도 있죠
[다해] 이제 겨우 중학교 1학년 어린애인데
이제 됐죠?
그럼 가 볼게요
[귀주] 아, 저…
집에 같이 가요
딱 한 번만 도와주기로 한 거잖아요
이나가 시계 훔친 것도 실은 덕분에 알았어요
- [차분한 음악] - 우리가 같이 있었던 시간에서
거기서 이나를 봤어요
언제요?
그거까진 알 필요 없고
[귀주] 그러니까 내 말은
도다해가 날 이나한테로 데려가 준 거라고
이나가 태어난 시간으로도 갈 수 있을 거예요
도다해 씨가 도와주면
이나 좀 잘 봐요
[다해] 시계를 훔친 건
눈에 보이는 작은 문제일 뿐일지도 몰라요
옆에서 봐 줄 사람은 내가 아니라 아빠고
[한숨]
아빠는 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다해] 나도 모르죠
아빠다운 아빠를 가져 본 적이 없어서
[차 문 닫히는 소리]
[멀어지는 발소리]
[귀주] 다해 씨
난 그냥
우리 아빠가 좀 행복했으면 했어요
[귀주] 해 볼게요, 행복
이나가 태어난 시간 되찾을 겁니다
찾아서!
도다해 구할 겁니다!
[내려오는 발소리]
[밝은 음악]
- [다가오는 발소리] - [피곤한 숨소리]
[귀주 모의 한숨]
귀주가요
오늘도 새벽부터 운동을 가네요
[귀주 부] 우울증이 낫고 있어요 도다해 씨 덕분에
[귀주 부의 힘주는 소리]
당신도 마음 푹 놓고 잠을 좀 청해 봐요
도다해 씨는 찜질방 일 돕느라 바쁜가 봐요
속셈이 탄로 난 거 같으니까 내뺀 거겠죠
- [귀주 모] 아휴, 냄새가 역하네 - [귀주 부의 힘주는 소리]
- [한숨] - [귀주 부] 아, 이럴 때
도다해 씨가 만든 차를 마시면 좋은데
당신 도다해 씨 안 들어온 뒤로 쭉 못 잤죠?
못 잔 건
그 찜질방 전과자 양반이 다녀간 뒤로예요
저, 나라도 가서
[귀주 부] 슬쩍 한번 들여다보고 올까요?
[귀주 모] 아, 그냥 둬요
안 그래도 어떻게 내보내나 골치 아팠는데 잘됐지, 뭐!
[못마땅한 소리]
[귀주 모의 한숨]
동희한테 슬쩍 알아보라고 하든가
[흥미진진한 음악]
[여자1이 힘주며] 아유, 시원해
- 아유,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 [일홍] 네
88번 손님!
[여자2] 아무도 없나 봐, 가 보자
- 돈 더 줄게, 나부터 해 줘 - [일홍] 순서대로
- [여자2] 아, 나부터 좀 해 주지 - 순서대로, 순서대로
[여자2의 한숨]
꽤 번다더니
거짓말은 아니었네
[의미심장한 음악]
[여자3] 이야, 뭔데?
- [흥미진진한 음악] - 오늘따라 손님 복이 터졌네?
그래, 안 그래도 엄마 손목도 안 좋은데
아, 도다리는 뭐 한다고!
시간이나 끌고, 씨
- [힘주는 소리] - 이러다가는 호강은커녕
아주 땟국물에 팅팅 불어 돌아가시겠다
응?
[그레이스의 놀란 소리]
[동희가 중얼거린다]
[일홍] 88번 손님?
[동희] 아니요
아, 저, 방금 아는 사람이 지나간 거 같은데
그레이스 맞죠?
- [일홍] 쉿 - [비밀스러운 음악]
[동희의 당황한 소리] 뭐 하세요?
[한숨]
[일홍] 원래 왼손잡이인데 연습해서 오른손으로 바꿨지?
[동희] 네
네?
종아리에 쥐 많이 날 거야 특히 왼쪽
[동희] 네
[일홍] 어깨 불균형 골반도 틀어지고
이러니 림프가 꽉 막히지
아니
그런 걸 어떻게 다 아세요?
[일홍] 누워 봐
딱 3kg만 빼 드릴게
[툭툭 두드리는 소리]
- [우두둑 효과음] - [동희의 신음]
[동희의 시원한 숨소리]
[동희가 나른한 말투로] 아, 뭐지?
하늘을 나는 이 느낌은
[놀란 소리]
[웃음] 날아갈 거 같아
[감탄한 숨소리]
[웃음]
[일홍] 어째 좀 시원하셨으려나?
아, 네 [웃음]
[동희] 아, 저…
카드 되죠?
아휴, 이런 데는
[일홍] 현금이 기본인데
그냥 가세요
가서 어머니께 전해요
정식 절차 없이는
우리 다해 다신 그 집에 안 보낸다고
아니, 어떻게…
[흥미로운 음악]
"복동희"
[동희] 내가 거기서 누굴 봤는지 알아?
좀 비켜 봐, 어휴 [편안한 숨소리]
음, 커피 땡겼는데
[음미하는 소리]
누굴 봤는데?
[동희] 음
그레이스
최근에 뽑은 복스짐 트레이너
도다해가 나타난 시기랑 딱 겹쳐
찜질방에 찜질하러 갔겠지
[동희] 도다리 어쩌고저쩌고 떠들어 대는 거 들었거든
도다리가 누구겠니?
그것들이 죄다 한패라니까
지한 씨 병원에 나타난 것도 우연이 아니었던 거지
퍼즐이 그냥 딱딱 맞아떨어져
나한테 건물 뺏길까 봐
지한 씨 꼬셔서 호텔에 데려간 거지
야, 조 원장 바람났냐?
[귀주 모] 그놈한테 들어간 돈이 얼마인데
[흥미로운 음악]
[동희] 아니야 지한 씨도 당한 거야
그레이스가 작정하고 덤빈 거라고 내 결혼 막으려고
[귀주] 그렇게 믿고 싶은 거 아니고?
찜질방에서 본 게 그레이스가 확실해?
[동희] 확실해
목소리는
[심란한 숨소리]
너무 섣불리 도다해를 믿어 버렸나?
아니, 꿈에서 봤다면서요
[귀주] 그, 웬만해선 꿈에서 본 걸 뒤집는 분이 아닌데
[귀주 모] 꿈이 너무 흐릿해서
이번엔 내가 틀렸어
[동희] 에?
안 틀렸어요
[의미심장한 효과음]
- [신비로운 음악] - [동희의 놀란 소리]
[동희] 초, 초능력
[놀란 숨소리]
[귀주 모] 아니, 아…
[신비로운 효과음]
귀주야
[동희] 어떻게 된 거야?
어, 언제부터야?
도다해를 만나고부터
당신은 알고 있었어요?
- [귀주 부] 예 - [귀주 모] 예?
[동희] 어디로 간 거야?
언제로?
도다해
[귀주] 도다해와 함께였던 시간으로만 돌아갈 수 있어요
어머니가 도다해 꿈만 꾸는 것처럼요
[동희] 도다해, 도다해, 아휴
그걸 왜 이제 말해
아빠는 왜 알면서 숨겼는데?
아, 그건
[귀주 부] 귀주가 과거로 돌아가는 게 다가 아니라…
- [동희] 아니라? - [귀주의 옅은 헛기침]
뭐, 뭔데?
아, 말해 봐
[귀주 부] 그, 그러니까 우리 가족 모두에게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 예
뭐야
야, 그러고 보니 동희 너도 좀 핼쑥해진 거 같다?
[동희] 응?
그래?
[옅은 웃음]
아이씨, 이건 내가 쏟은 피땀의 결과물이고
도다해는 닭 가슴살 1g도 보태 준 거 없거든요?
[귀주 부] 이나한테도 뭔가 변화가 시작됐을지도 몰라요
-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시끌벅적하다]
[학생들] 귀여워
[혜림이 웃으며] 야 잘 어울리는데?
- 사진 찍자 - [준우의 한숨]
아, 좀 봐 봐
하나, 둘…
응?
아, 봐 보라니까
[준우] 복이나, 뭐 해?
같이 찍자
그래, 이나야, 같이 찍자
[혜림]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 네, 여기 있습니다 - [학생들] 감사합니다
[학생1] 야, 우리 사진 찍자
[학생2] 저쪽이 이쁘다 저쪽에서 찍자
- [직원] 안녕하세요 - [차분한 음악]
[아이 아빠] 솜사탕 맛있어?
솜사탕보다 더 좋은 걸 내가 준비했지요
- [아이 엄마의 탄성] - 와, 친구다, 엄마한테 보여 줘
[아이 엄마] 엄마 인형 주세요
- 엄마 인형 주세요 - [아이] 안 돼
[아이 아빠] 이름 지어 줘 이름을 지어 주고 엄마한테 자랑해
[화기애애한 대화 소리]
[부드러운 음악]
[이나] 왜…
고마워
[혜림] 너네 먼저 가 있어
이나야
애들 모르게
준우만 회전목마로 데리고 와 줄래?
나 준우한테 고백할 거야
[이나] 어?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준우] 회전목마 타자며
누구 기다려?
혜림이가 너한테 할 말 있대
[준우] 넌?
넌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 [이나] 응? - [잔잔한 음악]
왜 나한테…
친절해?
- 몰라서 물어? - [이나] 난
너한테
편의점에서…
[준우] 재수 없다 그런 거?
진심 아닌 거 알아
눈 보면 알지
혹시
[이나] 조상님 중에 복씨 성을 가진 분이 계셔?
무슨 소리야?
[이나] 아니
너도 눈 보면
마음이 들려?
너도
내 눈 보면 알잖아
[이나] 어?
너 좋아하는 거
[부드러운 음악]
[새소리]
온다, 온다
[귀주의 요란한 기합]
[거친 소리]
[귀주] 왔다, 왔다
귀주 씨?
[귀주] 아, 예!
아니, 왜 자꾸…
[다해] 운동해요?
[귀주가 힘주며] 이 정도는
운동도 아니고 그냥 몸 푸는 정도죠, 뭐
헬스장은 답답하더라고, 어유, 씨!
아이고
뭐, 제가 사실 운동을 시작하긴 했어요
했는데
예전에 내가 몸 좋았던 때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좀 걸리긴 하는데
거의 다 온 거 같아요
[거친 숨소리]
아, 힘들어
없네
[지친 숨소리]
[다해의 놀란 소리]
[거친 숨소리]
미역국 끓이는 거 좀 가르쳐 줄래요?
- [한숨] - [귀주] 아니
내년 이나 생일에는 내가 직접 미역국을 끓여 줘 볼까 싶은데
[다해] 엄마 오기 전에 빨리 가요
아, 나 미역국 좋아한단 말이에요, 빨리요
엄마, 그…
귀주 씨가 생각하는 것보다 진짜 무서운 사람이에요
나 말이니?
- [다해가 놀라며] 엄마 - [귀주] 안녕하세요
[긴장되는 효과음]
[일홍] 미역국을 끓이려면 기본부터 배우라고
- [흥미진진한 음악] - [스르륵 소리]
[한숨]
[새소리]
[차 문 닫히는 소리]
[한숨]
수렁에 스스로 빠지는 건 아닌지
도다해만 생각하입시다
[귀주 부] 복씨 집안을 일으켜 줄 사람인 건 분명하잖아요
내가 앞장설게요
당신은 아무 말 말고 내 뒤에만 있어요
가요
[못마땅한 소리]
[일홍] 맛있게 드세요
- [여자] 아, 감사합니다 - [일홍] 예
[귀주 부] 안녕하십니까
귀주 애비 되는 사람입니다
- 예 - [귀주 부] 지난번엔
제가 집을 비웠을 때 오셨었다고
가장으로서 정식으로 인사도 나누고 싶고 해서
중요한 건 마음이죠
[일홍] 마음에도 없는 걸음을 하셨나
여사님은 영 똥 씹은 얼굴이셔
- [귀주 부] 아이고, 오해십니다 - [어두운 음악]
이 사람이 요즘 통 잠을 못 자서요
근데 도다해 씨는…
[일홍] 따님께 똑똑히 전하랬는데
정식 절차 밟기 전에 우리 다해 못 보신다고
[귀주 부] 아…
중요한 건 마음이죠
둘이서 마음이 통한 걸
우리가 억지로 떼어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건 그래요
[일홍] 떼어 놓을래도 참 끈질기게 들러붙더라고
댁의 아드님이
안으로 들어오세요
쭉 들어가세요, 쭉
[부스럭거리는 소리]
[귀주 모의 놀란 비명]
[흥미로운 음악]
[귀주 모] 귀, 귀주 너…
- [귀주 모의 힘겨운 소리] - [귀주 부] 여보, 여보
- [다해] 어머 - [일홍] 이쪽으로
- [귀주 부의 힘주는 소리] - [다해] 어머, 여사님
[귀주] 아유, 매워 [훌쩍인다]
[귀주 부] 이런 음습한 곳엘 왜…
[일홍] 이런 데서라도 눈을 붙여야지
안 그러면 땅 파고 드러누우시겠구만
[귀주 부] 저기 배려는 고마운데요
집사람이 잠자리가 워낙 예민해서요
[일홍] 가는 길에 아드님 꼭 챙겨 가시고
[귀주 모] 혼인 신고
하려고요
이제야 입을 여시네 복씨 집안 가장께서
[헛기침]
[귀주 모] 벌써 도장도 다 찍어 놨고요
[일홍] 좀 기다려야겠네
주무셔
[다해] 어?
어머니가?
엄마가 재웠어?
[다해] 아이…
안 되는데
[드르렁 코 고는 소리]
신통하네
[귀주 부] 결혼 얘기는 어른들끼리 다 마무리 지었으니까
그렇게 알고
[일홍] 아유 미역국 다 드셨네, 더 갖다…
[다해] 내가 할게
- [어두운 음악] - [귀주 부] 아, 고맙습니다
[일홍이 웃으며] 아, 예
[귀주 부] 집사람이 도다해 씨 손만 닿으면 잤거든요
[일홍] 예
[귀주 부] 도다해 씨 손맛이 어디서 왔나 했더니
[귀주 부, 일홍의 웃음]
[일홍] 김치는 입에 좀 맞으세요?
[귀주 부] 네
- 딱 좋아요 - [일홍] 네
집에 가실 때 좀 싸 드릴게 가져가세요
- [귀주 부] 아유, 고맙습니다 - [일홍] 예
[드륵 의자 끄는 소리]
- [귀주] 뜨겁습니다 - [귀주 부] 응
[귀주의 힘주는 소리]
[귀주 부의 개운한 숨소리]
음식이 다 맛있어요
[일홍이 웃으며] 감사합니다 많이 드세요
[귀주 부의 음미하는 소리]
[귀주 모의 힘겨운 소리]
[귀주 모의 놀란 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여보, 여보!
[귀주 모] 여보!
여보! [신음]
[귀주 부] 깼어요?
꿈꿨어요?
당신, 괜찮아요?
꿈에서 뭘 본 거예요?
[귀주 모] 도다해를 봤어요
- [귀주 모의 다급한 소리] - [귀주 부] 아니, 여보
여보…
연락할게요
[어두운 음악]
다시는 거기 발 들이지 마라 다시는
무슨 꿈을 꿨는데 그러세요?
이번엔 틀림없이 봤어
또렷하게 보였다고
[귀주] 그러니까 뭘 봤냐고요
[한숨]
꿈을 꾸긴 한 거예요?
[귀주 모] 귀주 너도 석연치 않아 했잖아
혼인 신고를 망설인 것도 확신이 없었던 거잖아
[귀주] 이제 생겼다면요?
확신
뭐?
[귀주 모] 끝은 내가 이미 봤다고
그래도 꼭 가 봐야겠어?
끝은 내 눈으로 봐야겠어요
나도 꼭 좀 보고 싶은 게 있어서
[귀주 모의 한숨]
뭘 본 건데요?
[통 튀기는 소리]
[차분한 음악]
[한숨]
좋아하는 꽃 맞죠?
[귀주 부] 뭘 봤다고요?
[동희] 진짜야?
복귀주랑 도다해
확실해?
그래
아주 근사한 결혼식이었어
[다해] 결혼이요?
[귀주] 뭘 그렇게 놀라요?
미래에서 내가 혼인 신고서를 들고 왔을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잖아요
이렇게 될 거라는 거
정말 여사님이
정말 결혼하는 꿈을 꿨대요?
[귀주] 미래는 정해졌어요
나는 그 미래가 제법 기대가 되고
받아들여요, 도다해 씨
내가 안 하겠다면요?
말했잖아요, 구할 필요 없다고
귀주 씨가 구하지 않아도
나는 이미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데요?
[귀주] 그래요
도다해는 살아 있어요
그게 나를 살게 해요
도다해가 살아 있다는 건
내가 언젠가 도다해를 구할 거라는 증거예요
'도다해가 내 옆에 살아 있다'
이보다 더 확실한 희망이 있을까 싶은데
그 희망을 붙잡고 한번 살아 보게요
미래가 정해졌다고 해도
마냥 손 놓고 기다리면 오는 건 아닐 테니까
나는 지금
내가 할 일을 할 겁니다
그게 결혼이든
사랑이든
[그레이스] 500억!
[풀벌레 울음]
[그레이스의 개운한 소리]
도다리
이 요물
너 벼랑 끝 밀당이 통했더라?
[형태] 아니지, 진심이 통한 거지
[그레이스] 사기 결혼에 진심은 개뿔
근데 신랑은 확실히 진심이더라
아, 생전 안 하던 운동도 하고
술 냄새도 전혀 안 나고
딴사람 다 됐더라잉
[씁 들이켜는 숨소리]
아, 근데 나 먼저 좀 들어갈게
속이 좀 안 좋네
[그레이스의 개운한 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이나] 결혼 축하해요 사기꾼 아줌마
[차분한 음악]
[한숨]
- [문 열리는 소리] - [일홍의 헛기침]
[일홍] 아유
그 집 사람들이랑 정이라도 든 거냐?
[다해] 정은 무슨
[일홍의 쯧 혀 차는 소리]
[일홍] 혹시나 해서 말인데
니가 정 내키지 않으면 안 해도 괜찮아, 이 결혼
우리가 헤어질 날은 멀어지겠지만
실은 나도 이별이 무척 서운하거든
처음 만난 날부터 쌓아 온 게 얼마인데
니 생명 보험료도
다달이 꾸준히 쌓이고 있고
[한숨]
[새소리]
[귀주 부] 야 오늘 날씨가 기가 막힙니다
[매니저] 네, 날이 너무 좋네요
[귀주 부] 저기, 큰 테이블 이쪽으로 좀 옮겨 주시고요
- [직원1] 네 - 어, 꽃 요쪽으로
- [직원2] 아, 네 - [귀주 부] 조심하세요
- [직원2] 예 - [매니저] 조심조심
[귀주 부] 이 재료는 최상급으로 준비한 거 맞아요?
[매니저] 아, 예, 그럼요
[귀주 부] 아이고, 색깔도 이쁘고
[귀주 부의 만족하는 소리]
[똑똑똑 노크 소리]
네
골랐어요?
[다해] 아
저한테 어울리지 않는 옷 같아서
[귀주 부] 아
나도 그랬어요
숨이 막혀 벗어 던지고 싶은 적도 있었고
[들이켜는 숨소리]
근데요
난 평생 아내가 꿈꾸는 미래가 현실이 되는 걸
수도 없이 봐 왔어요
근데 그게 저절로 그냥 된 건 아니었어요
꿈을 실현시킬 사람이 필요하기도 했죠
그게…
아내에게 내가 있었다면
[귀주 부] 귀주에겐 도다해 씨가 그런 존재예요
[감성적인 음악]
말해 주고 싶어요
복씨 집안과 연을 맺고 살아간다는 게 어떤 건지
[문 열리는 소리]
- [문 닫히는 소리] - [한숨]
[귀주 모] 이리 줘 봐
조금 따끔할 거야
어딘가에 다다르려면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일도 있는 거니까
반창고 뗀다고 생각해
금방 끝나
- [새소리] - [다가오는 발소리]
[혜림] 돌려줄게
왜?
왜일 거 같은데?
[혜림] 난 너 잘 모르겠어
맨날 나만 다 들키는 거 같고
너 좀 소름 끼쳐
[새소리]
[일홍] 아이고
가족끼리 조촐하게 치르신다더니
제법 신경 쓰셨네
[일홍의 웃음]
이제라도 제대로 된 절차를 밟으려고 합니다
- 그토록 바라시던 대로요 - [일홍의 웃음]
어째 어젯밤엔 잠을 좀 주무셨어요?
[귀주 모] 오늘 있을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서 좀 설쳤죠
아유
- 제가 좀 만져 드릴까요? - [귀주 모의 놀란 숨소리]
그날 만져 주셔서 머리가 아주 맑아졌어요
[귀주 모] 덕분에 모든 것이
명확하게 들여다보인답니다
감사하게도
투명할 정도로 환히
[함께 웃는다]
아
아, 매무새 좀 가다듬고 오겠습니다 [웃음]
[일홍이 웃으며] 예
- [함께 웃는 소리] - [의미심장한 음악]
[옅은 헛기침]
[멀어지는 발소리]
[한숨]
[쯧 입소리]
[달그락 소리]
[귀주 모] 복이나
너였니?
[탁 닫는 소리]
혹시 아빠가 결혼하는 거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에요
아빠 뺏기는 기분이 들었던 건 아니고?
가져 본 적이 있어야 뺏기죠
[한숨]
어쨌든 안심해라
[귀주 모] 니 아빠 뺏길 일은 없을 테니
[한숨]
[실내에 흐르는 리드미컬한 음악]
[동희의 헛기침]
[동희] 하자, 피티
나 좀 비싼데
[동희] 어딜 가
시범은 보여 줘야지
무게 올린다?
[어이없는 숨소리]
[동희의 힘주는 소리]
[헛웃음]
[그레이스] 자 [헛기침]
- 내려갔다가 - [동희의 호응]
올라왔다가
- 됐죠? - [동희] 오
순 엉터리인 줄 알았는데
제법 하는데?
- 자세도 좋고 - [헛웃음]
- 제가 원래 하체는 좀 쳐요 - [동희의 호응]
무게 좀 더 올릴 수 있겠다, 그치?
[동희의 힘주는 소리]
[헛기침]
- [옅은 웃음] - [동희] 이 정도는 해야지
[힘주며] 읏차
[동희의 한숨]
한번 보여 줘
이건 좀 무, 무거울 거 같은데
내가 보조해 줄게
[그레이스의 헛기침]
[그레이스의 힘주는 숨소리]
[그레이스의 기합]
[기합]
- [동희] 참, 들었어? - [애쓰는 소리]
내 동생 오늘 결혼한다
[그레이스] 근데 왜 언니는 안 가요?
[동희] 가야지
가서 뒤집어엎어 버려야지
그 여자가 사기꾼이라는 증거 잡았거든
[힘겹게] 증거?
[동희] 그 여자 방에서 뭘 찾았는 줄 알아?
- 마약 - [그레이스의 코웃음]
[힘주며] 무슨 마약이야
수면제라면 모를까
[동희] 수면제?
어, 수면제구나
- 우리 엄마한테 먹인 거 - [익살스러운 음악]
[그레이스의 힘겨운 소리]
언니, 언니, 가지 마
아, 아, 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 주세요
[동희의 거친 숨소리]
[귀주 부] 아 왜 이렇게 안 나오지?
- [거친 숨을 몰아쉰다] - 여사님, 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빨리 시작해야 되는데
안 돼
[비장한 숨소리]
- [흥미진진한 음악] - [그레이스] 아씨
[어색한 웃음]
[다급한 숨소리]
[속삭이며] 비상이야, 비상, 비상
[귀주 모] 누구신지?
[그레이스의 헛기침]
[그레이스] 안녕하세요 저 복스짐 트레이너
사장님 결혼 축하드리러 왔습니다
[귀주 모] 아, 네, 본 것 같군요
어유, 기억력 너무 좋으시다
[그레이스] 전에 센터에서 스치듯 한 번 뵌 거 같은데
아니요, 나는
꿈에서
꿈에서요?
- [귀주 모가 살짝 웃으며] 그럼 - [그레이스의 웃음]
[그레이스가 속삭이며] 복덩어리가 알았다니까
[다급한 숨소리]
내가 사기꾼이라는 증거
꼭 잡아낸다
[거친 숨소리]
[심호흡]
[부드러운 음악]
[귀주 모] 아름답네
내가 꿈꿨던 그 모습 바로 그대로
[음악이 잦아든다]
[귀주 부] 귀주가 능력을 잃어버린 건
오래전 어느 날의 시간 때문이었어요
귀주 생애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죠
- [차분한 음악] - 이나가 태어난 시간 말인가요?
그 시간은 귀주에게 희망을 줬어요
[귀주 부] 희망은 곧 절망으로 변했죠
귀주 생애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괴물로 변해
귀주를 집어삼켰어요
- [폭발음] - [학생들의 비명]
원치 않아도 그 시간으로 끌려갔어요
[학생들의 비명]
시도 때도 없이 밤낮으로
귀주는 어디에도 없는 사람이 됐어요
현재의 모든 시간은 과거에만 사로잡혀 있었고
과거에선 어디에도 닿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였으니까
그러다 결국
- [귀주] 세, 세연아, 세연아 - [끼익거리는 소리]
세연아!
[귀주 부] 그 시간 속에 있던 그 문
도다해 씨를 닮았어요
또렷한 색깔을 가진 희망
또다시 그 희망이 꺾인다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 겁니다
[귀주] 다해 씨?
[다해] 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동희의 지친 소리]
[동희] 아, 힘들어
분명히 뭐가 있을 텐데
[거친 숨소리]
[힘주는 소리]
응?
[힘주는 소리]
어!
[동희의 흥분한 숨소리]
- [의미심장한 음악] - [동희의 놀란 숨소리]
어, 이거…
[문 닫히는 소리]
찾았어
도다해한테 감쪽같이 속았다는 증거
복덩어리, 씨
[둘의 다급한 숨소리]
[동희] 아, 진짜
[그레이스] 잠깐만 자,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 잠, 잠깐만, 잠깐만 - [동희의 힘주는 소리]
잠깐만!
이게 뭐야?
너도 끝났어, 그레이스
- 비켜라 [후 내뱉는 숨소리] - [흥미로운 음악]
[그레이스가 힘주며] 씨, 진짜
- 아,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 [동희가 소리친다]
- 언니야, 언니야, 잠깐만 - [동희] 아, 왜 이래, 아!
[그레이스] 아, 진짜
언니 지금 진짜 큰 실수 하는 거야
[동희] 엄마, 이것 좀 봐요!
어? 내가 도다해 가방에서 뭘 찾았는지 좀 보라고, 엄마!
[동희의 힘겨운 소리]
- [그레이스의 힘주는 소리] - 야, 너 안 놔? 놔
[그레이스] 싫어!
- [동희] 빨리, 내 거라고! - [그레이스의 힘주는 소리]
[동희의 비명]
[우당탕]
[그레이스의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 [신비로운 음악] - [놀란 숨소리]
[동희] 아, 됐어, 됐어
아유 [기쁜 웃음]
무슨 소리 안 났어요?
가만히
중요한 순간이에요
- 당신, 꿈에 뭘 본 거예요? - [잔잔한 음악]
[귀주 부] 결혼식이 다가 아니죠?
지켜보면 알아요
[귀주의 심호흡]
[부드러운 음악]
[귀주] 한번 둘러볼래요?
여기 어딘가에 내가 있을 거 같은데
무슨…
지금 이 시간이
오래 기억될 거 같거든
행복한 시간으로
[음악이 뚝 멈춘다]
[다해] 아니요, 없어요
네?
[다해] 이 시간에 귀주 씨는 없다고요
- [차분한 음악] - 안 올 거예요
왜냐하면
[한숨]
사실은 내가 사기꾼이거든요
아…
뭐라고요?
[다해] 귀주 씨는 엄마가 고른 세 번째 타깃이었어요
귀주 씨가 바다에 뛰어든 순간은
우리가 노리던 절호의 기회였을 뿐이고
이나가 있던 화장실을 기웃거렸던 수상한 남자는
실은 우리랑 한패였고
- 아줌마… - [다해] 그리고 누님 짐작대로
여사님 차에 탄 건 수면제가 맞고요
여사님 다 알고 계셨던 거죠, 이미?
미래를 보는 초능력자라
[한숨]
미안해요
귀주 씨는 나 못 구해요
[계속되는 차분한 음악]
[작게] 야
[떨리는 숨소리]
[한숨]
[잔잔한 음악]
[귀주] 유일하게
내가 과거에서 유일하게 닿을 수 있는 사람이 도다해였어
너와 보낸 시간으로만 돌아가지고
너한테만 보이고 만져지고
[다해] 나는 보여
닿을 수도 있고
이유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다 끝났어
- [직 찢는 소리] - [귀주] 다시는
도다해와의 시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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