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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7

 

[과거 귀주] 한번 둘러볼래요?

 

여기 어딘가에 내가 있을 거 같은데

 

무슨…

 

지금 이 시간이

 

오래 기억될 거 같거든

 

[한숨]

 

행복한 시간으로

 

멍청한 놈

 

[다해] 아니요, 없어요

 

[신비로운 효과음]

 

[옅은 한숨]

 

- [풀벌레 울음] - [동희의 못마땅한 소리]

 

[동희] 무슨 헛고생이야

 

어차피 엎어질 결혼식을 뭐 하러 치러?

 

[귀주 모] 꿈에서 본 일을 피할 수는 없어

 

알잖아!

 

엄마는 귀띔이라도 좀 해 주지

 

[동희] 그랬으면 생화 말고 조화 썼지

 

이거 생돈 날렸잖아

 

도다해가 입고 튄 드레스는?

 

비싸게 빌렸지?

 

것도 물어 줘야겠네?

 

[귀주 모] 사기꾼들 떨궈 냈으면 됐어

 

귀주도 정신이 번쩍 들었을 거고

 

아니, 여태 안 치우고 뭐 했어요?

 

얼른 치워요!

 

[귀주 부] 이렇게 치우는 게 맞아요?

 

의도가 불순했을지언정

 

당신을 꿈꾸게 하고 귀주를 과거로 보냈어요

 

사기당한 시간으로 돌아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귀주 모] 온통 사기꾼만 보이는 꿈은 꿔서 뭐 하고요?

 

손에 낀 복씨 집안 반지는요?

 

[귀주 부] 그 꿈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요?

 

그건 내가 설명할 수 있어요

 

도다해 가방에서 이게 나왔거든

 

[의미심장한 음악]

 

[동희] 훔쳤더라고

 

내 말이 맞았죠? 꿈이 경고한 거라고

 

'그 여자를 조심해라'

 

아니

 

[귀주 부] 귀주는 단지 과거로 돌아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만, 치워 버려요, 어서

 

[동희의 한숨]

 

[한숨]

 

[동희] 큰일 날 뻔했지, 엄마?

 

아휴, 그래도 다행이지

 

이 정도로 마무리돼서

 

안 그래?

 

내가 기대했던 건 확실한 마무리였어

 

꿈에선 니가 나는 걸 못 봤거든

 

아, 그렇게 날라 할 땐 못 날더니

 

날아도 하필 그때 거기서 날아?

 

 

그럼 뭐, 저기서 떨어져서, 어?

 

어디 부러지기라도 할 걸 그랬어?

 

야, 이…

 

아휴

 

하필이면 그런 밑바닥 인간들한테 비밀을 들켜 버렸으니

 

잘만 했구만, 맨날 나한테만 그래

 

[어두운 음악]

 

[답답한 숨소리]

 

[신비로운 효과음]

 

[새소리]

 

[달려가는 발소리]

 

- [동희] 엄마! - [그레이스] 엄마!

 

- 엄마, 엄마, 엄마! - [동희] 엄마!

 

- 야, 너… - [그레이스] 아!

 

- [흥미로운 음악] - [그레이스, 동희] 엄마!

 

[동희가 헐떡이며] 엄마 그 여자 사기꾼이야

 

[그레이스] 이 여자 날아!

 

- [동희] 씨, 일로 와 - [그레이스의 힘겨운 소리]

 

[그레이스] 도다리…

 

아이씨, 혼자 튄 거야?

 

- 아유, 씨! 놔! - [동희] 아, 어딜 내빼려고!

 

이거 도다해랑 한패야

 

엄마, 이 여자 날아

 

[그레이스] 내가 두 눈으로 진짜 똑똑히 봤어

 

[동희, 그레이스의 힘주는 소리]

 

보내 줘라

 

[동희] 그냥 놔주게? 경찰 불러야지

 

더 소란 피우지 말고 나가 주시죠

 

[귀주 모] 조용히 사라져 주면

 

지금까지 감히 우리 복씨 집안을 농락한 것도

 

한 번은 넘어가 줄 테니

 

[일홍] 식장 잡자니까 굳이 집을 고집하고

 

손님 초대도 못 하게 하더니

 

알고 있었어?

 

결혼식 엎어질 거

 

그러니까

 

이 집에 정말로 숨겨져 있었다는 건가?

 

황금알을 낳는 두꺼비

 

- 거위겠죠 - [흥미진진한 음악]

 

[동희, 그레이스의 힘주는 소리]

 

[그레이스] 엄마!

 

[동희, 그레이스의 힘주는 소리]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다 말했는데

 

[과거 귀주]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거짓말이었다는 건지

 

혼인 신고서도 꾸며 낸 거였나?

 

그럼 13년 전 화재는?

 

[차분한 음악]

 

그거까지 거짓말이었다는 거 아니지?

 

유일하게

 

내가 과거에서 유일하게 닿을 수 있는 사람이 도다해였어

 

너와 보낸 시간으로만 돌아가지고

 

너한테만 보이고 만져지고

 

그건 진짜였어

 

'도다해 과거가 내 미래다'

 

'도다해한테 일어난 일이 나한테 일어난다'

 

'13년 전 그날, 그 시간 내가 도다해를 구했다'

 

'구할 거다'!

 

'그게 내 운명이다'

 

[떨리는 숨소리]

 

그거까지 다 사기일 수 없잖아

 

어?

 

[애잔한 음악]

 

대답해요

 

제발 말 좀 해 보라고!

 

[과거 귀주의 떨리는 숨소리]

 

내 장사 밑천이었어요

 

뭐?

 

[다해] 화재에서 살아남은 가엾은 여고생 생존자

 

사람 마음 녹이는 데 그만한 필살기가 없더라고

 

내가 처음이 아니라는…

 

[다해] 말했잖아요

 

세 번째라고

 

그럼 이전에도

 

[과거 귀주] 다른 사람들한테도

 

- 똑같이? - [다해] 차이는 좀 있죠

 

그전엔

 

'날 구해 준 사람이랑 닮으셨네요'

 

였으니까

 

모든 시간이

 

다 거짓이었다?

 

[스산한 바람 소리]

 

[과거 귀주] 난 그런 줄도 모르고

 

그 거짓된 시간으로

 

몇 번이고 되돌아가고

 

또 되돌아가고?

 

[한숨]

 

[멀어지는 발소리]

 

[차분한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직 찢는 소리]

 

[떨리는 숨소리]

 

[일홍] 야, 설명해

 

궁금해서 그래, 궁금해서

 

다 된 결혼식을 왜 지 발로 걷어차 버렸을까

 

게다가 복 여사는

 

니가 결혼식을 망쳐 버릴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단 말이지

 

뭐야, 정말 초능력이야?

 

아니면 너

 

복씨네에 붙었냐?

 

[다해] 그만하자

 

그만하고 싶어

 

[헛웃음]

 

[일홍] 불에 그슬려 다 죽게 생긴 거 살려 놨더니

 

[일홍의 어이없는 숨소리]

 

[다해] 살려 준 게 아까우면 지금이라도 죽이든가

 

번거로우면 내가 죽어 주는 수도 있고

 

아, 그럼 엄마 손에 떨어지는 게 아무것도 없나?

 

[어두운 음악]

 

[잘그락 소리]

 

[찰칵 잠그는 소리]

 

[한숨]

 

[다가오는 발소리]

 

[형태] 진짜 초능력 가족이라면?

 

초능력을 믿는 정신병자들이 아니라

 

정말로 미래를 꿰뚫어 본다면?

 

예지몽?

 

[형태] 다해가 망친 게 아니야

 

초능력에 막힌 거지

 

[의미심장한 음악]

 

초능력이라니

 

응, 나도 봤어

 

[그레이스] 그 덩어리가

 

공중에 막 둥실둥실 이러고 떠 있었다니까?

 

엄마

 

이거 큰돈이 될 수도 있어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다

 

[신비로운 효과음]

 

[차분한 음악]

 

[동희] 술독에 빠져 있을 줄 알았더니

 

- [리드미컬한 음악이 흐른다] - 뭐에 빠지긴 빠졌네

 

설마 사기꾼한테 빠진 건 아니지?

 

너 다시는 돌아가지 마

 

뭐, 더 이상 돌아가지지도 않겠지만

 

- [신비로운 효과음] - [쾅 떨어지는 소리]

 

- [흥미로운 음악] - [동희의 힘겨운 소리]

 

[회원] 괜찮으세요?

 

아, 무거워

 

[동희가 웃으며] 아 제가 그랬어요, 네

 

괜찮아요, 네

 

가세요, 가세요

 

[한숨]

 

[탈탈 터는 소리]

 

[귀주 부] 왜 그러고 있어?

 

젖은 채로 있으면 감기 걸려

 

- [신비로운 효과음] - [탁]

 

[줄줄 흐르는 소리]

 

- [무거운 음악] - [귀주 부의 한숨]

 

[한숨]

 

[동희의 한숨]

 

[동희] 차라리 술독에 빠지지

 

바보같이 뭘 되새기고 있는 거야?

 

[귀주 부] 쉽게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어쩌면 그때 그 문처럼

 

13년 전 그 문?

 

[귀주 모] 지금 그 얘기가 왜 나와요?

 

그 문이 도다해랑 무슨 상관이라고?

 

여보

 

귀주한테 도다해는…

 

[귀주 모] 듣기 싫어요!

 

그 이름 입에 올리지도 마요, 쯧

 

찜질방 쪽 움직임은요?

 

[달그락 내려놓으며] 아직은 뭐…

 

[한숨 쉬며] 세신사 양반이 어떻게 나올는지

 

잠을 좀 청해 봐야겠어요

 

몸 사려라

 

[동희] 난 걔네들 안 무서워

 

이나 단속 잘하고요

 

[한숨]

 

[쓸쓸한 음악]

 

[다가오는 발소리]

 

갈래?

 

- [이나] 어? - 마라탕 먹으러 가자고

 

싫어

 

매운 거 좋아하잖아

 

싫어

 

너랑은

 

[준우] 그럼 고혜림이랑은?

 

혜림이가 너 데려오래

 

너 하루 종일 기운 없다고 걱정하던데

 

혜림이가?

 

[학생들의 두런거리는 소리]

 

[혜림] 야, 복이나, 빨리 가자

 

- [학생1] 뭐 하고 있냐? - [학생2] 그러니까

 

빨리빨리 안 올래? 배고파

 

나도 같이?

 

- 그래도 돼? - [혜림] 아, 뭐야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응?

 

이상하네

 

너 무슨 일 있어?

 

어디 아파?

 

- [어두운 음악] - 열 있나?

 

[신비로운 효과음]

 

[혜림] 따라오지 마

 

[웃음]

 

[혜림] 같이 갈 거지?

 

싫어

 

어?

 

이나 안경 줘

 

[혜림] 아, 맞다

 

이나 안경 만지는 거 싫어하지

 

미안, 이나야, 내가 씌워 줄게

 

[신비로운 효과음]

 

[혜림] 꺼져 버려

 

[혜림의 놀란 소리]

 

[학생3] 야, 너 뭐 해?

 

-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 [학생들] 괜찮아?

 

[학생1] 또라이, 사이코

 

혜림이한테 왜 저래?

 

[학생3] 완전 존재감 쩌는 빌런이었어

 

[혜림] 됐어, 그만해

 

컨디션 안 좋으면 그럴 수도 있지

 

[학생1] 역시, 고혜림 대인배

 

[학생4] 복이나 챙겨 주니까 고마운 줄도 모르고

 

[한숨]

 

- [풀벌레 울음] - [학생들이 재잘거린다]

 

[거친 숨소리]

 

[세연] 이나야

 

- 우리 예쁜 집으로 이사 갈까? - [무거운 음악]

 

[이나] 아빠는?

 

아빠는

 

[세연] 같이 못 가

 

[타이어 마찰음]

 

[택시 기사의 거친 숨소리]

 

[달칵 안전벨트 푸는 소리]

 

[차 문 닫히는 소리]

 

[택시 기사] 학생 학생, 괜찮아? 어?

 

[신비로운 효과음]

 

안 다쳤지?

 

[택시 기사] 일진 사납더니 재수 없게

 

- [어둡고 격정적인 음악] - [떨리는 숨소리]

 

[택시 기사] 아이…

 

- 왜 그래? - [남자1] 저기 사고 났나 봐

 

[택시 기사] 아이고

 

[여자1] 어머, 어떡해

 

[택시 기사] 어디 다쳤어?

 

- [여자2] 괜찮아? 어떡해 - [남자2] 학생, 괜찮아?

 

[자동차 경적]

 

[택시 기사] 거기 있어, 어

 

- [여자2] 괜찮아? 119 불러 줄까? - [신비로운 효과음]

 

[여자2] 얜 뭐야?

 

[남자2] 학생, 괜찮아?

 

[남자2] 눈을 얻다 뜨고 다니는 거야?

 

[남자1] 얘 제정신인가?

 

[여자3] 요즘 애들 무섭네

 

[남자2] 아픈 데 없지?

 

- [떨리는 숨소리] - [여자4] 쟤 말 못 하나 봐

 

[남자1] 아유, 어떡해

 

- [통화 연결음] - [한숨]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귀주 부] 아휴 왜 전화를 안 받아

 

[통화 연결음]

 

아, 예, 저, 학원이죠?

 

예, 1학년 복이나 학생 수업 끝났나요?

 

예?

 

[다급한 숨소리]

 

-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귀주 부] 여보

 

[한숨]

 

귀주야, 이나가 없어졌다

 

학원에도 안 왔다는데

 

어느 시간대를 헤매고 다니는 게냐, 대체

 

- [차분한 음악] -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다해의 거친 숨소리]

 

[귀주] 이상해

 

[다해가 당황하며] 아, 잠깐만 조심조심

 

어, 어, 잠깐만요, 어유

 

- 엄마, 엄마야 [놀란 소리] - [귀주의 힘겨운 소리]

 

[귀주] 안 행복했는데

 

[다해] 혹시 그러면

 

미래에서 온 귀주 씨가 내 손 잡은 거 아니에요?

 

[귀주] 다 가짜였는데

 

맛있게 드세요

 

맛있게 먹어

 

[달그락거리는 소리]

 

[다해] 음

 

맞다, 잠깐만

 

[귀주] 왜 나는

 

자꾸 되돌아오는 거지?

 

[고조되다 멈추는 음악]

 

[한숨 쉬며] 얘가 어디로 갔을까?

 

[귀주] 나 찾으세요?

 

[차분한 음악]

 

[안도하는 숨소리]

 

돌아왔구나

 

[귀주 부] 다 박살 난 시간을 뭐 때문에 돌아봐?

 

나도 모르겠어요

 

눈만 감으면 자꾸 떠올라 가지고

 

[귀주 부] 제발 정신 좀 차려

 

니가 과거를 헤매고 다니는 사이에

 

이나가 없어졌어

 

예?

 

- [여자1] 아, 여기 진짜 시원하네 - [여자2] 아이고, 진짜 좋아졌다

 

언니가 밥 살 거지?

 

- [여자1] 그래, 내가 쏜다 - [여자2의 웃음]

 

아유, 우리 뭐 먹으러 갈까?

 

[여자들의 대화 소리]

 

[떨리는 숨소리]

 

[일홍] 아이고

 

이게 누구야?

 

이나야

 

[이나가 훌쩍인다]

 

[형태의 한숨]

 

[멀어지는 발소리]

 

[일홍] 자

 

까 줘?

 

- [탁 깨는 소리] - [이나의 놀란 숨소리]

 

니가 그랬다며?

 

가족들이 현대인의 질병에 걸려서 초능력을 잃었다고

 

[의아한 숨소리] 그런데 어떻게 능력이 되살아났을까?

 

- [바스락 껍질 까는 소리] - [어두운 음악]

 

할머니는 미래

 

아빠는 과거

 

고모는 하늘을 난다며

 

아가씨는?

 

초능력 중에 뭘 담당하고 있을까?

 

응?

 

[이나] 아줌마가 경고 안 해 줬어요?

 

함부로 내 눈 보지 말라고

 

[긴장되는 음악]

 

[헛기침]

 

[일홍] 뭐, 눈 보면

 

돌로 변하나?

 

뿅 사라지기라도 해?

 

야, 어디 해 봐

 

해 봐

 

[흥미진진한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일홍] 나와

 

[일홍] 세상에 초능력 가족이 존재한다

 

그 비밀을 아는 건 우리뿐이다

 

게다가 저 작고 귀여운 것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와 주다니

 

- [어두운 음악] - [다해의 한숨]

 

쟨 아무 능력도 없어

 

[일홍] 현대인의 질병을 유발하는

 

가장 고질적인 원인이 뭔 줄 알아?

 

가족

 

그 지긋지긋한 곳에서 저 꼬맹이를 꺼내 준 게 너고

 

맞지?

 

[한숨]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너한테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단 소리야

 

[일홍] 복씨네가 초능력으로 부를 축적한 게 사실이라면

 

애초의 계획보다 훨씬 더 크게 집어삼킬 수 있어

 

저들은 섣불리 경찰에 기댈 수 없지

 

실수를 만회할 기회야

 

- [휴대전화 게임 소리] - [다해의 한숨]

 

눈에 뵈는 게 없냐?

 

고도 근시라

 

왜 왔냐고!

 

[다해가 작게] 야

 

너 겁도 없이 여기가 어디라고 와?

 

- [다해의 당황한 소리] - [이나] 갇혀 있었어요?

 

- [흥미로운 음악] - [다해의 한숨]

 

너…

 

[다해] 너 안경은?

 

잃어버렸어요

 

[휴대전화 게임 소리]

 

어쩌다가?

 

[이나] 왕따 아니고요

 

눈 깔아라

 

무섭게 말해 봤자 하나도 안 무서운데

 

[발랄한 음악]

 

[다해의 한숨]

 

[이나] 안경 잃어버리고 생각나는 사람이

 

아줌마밖에 없었어요

 

눈 보는 게 무섭지 않은 사람은

 

아줌마뿐이니까

 

[계속되는 휴대전화 게임 소리]

 

[옅은 웃음]

 

너 아빠는?

 

[다해] 너 여기 있는 거 알아?

 

[이나의 한숨] 또 사라졌을걸요

 

사라져?

 

- 어디로? - [이나] 과거에만 있거든요, 요즘

 

언제 과거?

 

언제겠어요?

 

기껏 모르는 척해 줬더니 왜 자폭했어요?

 

[다해] 아유, 참, 왜, 왜, 왜

 

[이나] '사랑해서 떠난다'

 

- 뭐, 그런 건가? - [다해의 어이없는 소리]

 

- [흥미로운 음악] - 잘 봐 봐

 

나 그딴 오글거리는 생각 한 적 없거든?

 

[다해의 당황한 소리]

 

- 아, 정말 - [이나] 비슷하게 들은 거 같은데

 

안 되겠다, 너

 

[다해] 너 안경부터 해결하자 일어나

 

[일홍] 네

 

[여자] 아유 찜질하면 괜찮아지려나

 

[여자들의 말소리]

 

[탁탁 신발 신는 소리]

 

- 어디 가냐? - [어두운 음악]

 

[다해] 어?

 

아, 얘 안경 좀 맞춰 주려고

 

- 이나야 - [긴장되는 음악]

 

[일홍] 아직 제대로 안 보여 줬잖아

 

눈으로 레이저 쏘는 거

 

[신비로운 효과음]

 

[다해의 어색한 웃음]

 

얘가 지금 눈에 뵈는 게 없어 가지고

 

알았다

 

[다해] 응

 

일 봐

 

[일홍] 가서 안경 맞춰 줘

 

- 예쁜 걸로 - [다해] 어

 

갔다 올게요

 

[일홍] 응

 

[탁 문소리]

 

그게 좋아?

 

[옅은 웃음]

 

이거 얼마예요?

 

[직원] 어, 그…

 

78만 원입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당황한 숨소리]

 

너무 비싸죠?

 

어, 아니?

 

어, 어, 진짜 너무 이쁜데

 

[어색하게 웃으며] 오

 

[다해] 음, 잠시만요

 

네 [옅은 웃음]

 

- [다해의 힘주는 소리] - [직원의 어색한 웃음]

 

야, 최고

 

[웃음]

 

[이나] 누구 만나러 왔어요?

 

[다해] 어?

 

[다해의 헛기침]

 

[귀주] 이나야, 복이나!

 

아빠 불렀어요?

 

응석 받아 주는 것도 여기까지다

 

[다해] 다신 찾아오지 마

 

[이나] 아까 그 할머니가

 

아줌마 어느 편인지 시험하는 거랬어요

 

[어두운 음악]

 

마지막 기회랬는데

 

이렇게 나 그냥 보내면 진짜로 가만 안 둘 텐데

 

[다해] 너, 야

 

너 겁도 없이 누굴 함부로 그렇게 들여다봐

 

- 눈 보는 게 무섭다고 한 놈이 - [달려오는 발소리]

 

[귀주] 이나야

 

이나야, 너 괜찮아?

 

[귀주의 거친 숨소리]

 

이 안경은 뭐야?

 

[이나] 아줌마가

 

[귀주] 안경 사 주면서 유인한 건가?

 

애한테 무슨 짓 하려고?

 

[이나]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찜질방도 내가 찾아간 거고

 

거긴 왜?

 

뭐 했는데!

 

계란 먹고

 

식혜도 먹고

 

[이나] 게임도 하고

 

[귀주의 헛기침]

 

포동포동 살찌워서 잡아먹으려고요

 

아빠, 아줌마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은 아닌데…

 

[귀주] 차에 가 있어

 

빨리

 

빨리 와

 

[차분한 음악]

 

[한숨]

 

곱게 돌려보내는 건

 

이번 한 번만이에요

 

[다해] 다음번엔 무슨 일이 생기든

 

나도 책임 못 져요

 

[귀주] 마지막으로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13년 전 화재 생존자였다는 거

 

사실인가?

 

[쓸쓸한 음악]

 

5층 창고에 갇혀 있었던 건?

 

그날 나랑 근무를 바꿔 준 선배가

 

현장에서 순직했어요

 

5층 창고에 사람이 있다는 소리에

 

천장이 무너져 내리는 건물로 뛰어들어 갔거든

 

내가 도다해를 구한 게 아니라면

 

어쩌면 선배였을지도 몰라요

 

선배한테는 가족이 있었어요

 

아내도 있고

 

겨우 서너 살 된 아들도

 

선배가 목숨 걸고 구해 준 학생이

 

겨우 이런 어른이 된 건가?

 

[한숨]

 

가치 있게 살아 줘요

 

부탁합니다

 

우리 시간은 정말로 끝인 거 같네요, 도다해 씨

 

지나간 시간은 다 지울 거고

 

다시는

 

그 시간을 떠올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다시는

 

도다해와의 시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아줌마

 

나 붙잡아요

 

[달칵 소리]

 

- [다해의 놀란 소리] - [귀주] 깜짝이야

 

아, 저…

 

[다해] 무슨 부탁을 이렇게 해요, 어?

 

뭐야?

 

[다해] 아니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직접 말하세요

 

직접 말하면 되죠

 

[한숨]

 

[귀주] 뭐 하는 겁니까?

 

비켜요

 

알겠어요, 잠깐만요

 

[다해] 어머?

 

- [잔잔한 음악] - [다해의 힘겨운 소리]

 

- [다해의 어이없는 숨소리] - [한숨]

 

아니, 내가 왜 붙잡아야 되는데요?

 

아, 싫어요

 

- 아, 빨리 말하라고 - [다해] 아, 말하기 싫다고요

 

방금 누가 잡아당긴 거 같은데

 

알겠어요

 

말할게요

 

- 진짜로? - [다해] 진짜로

 

[미래 귀주] 오케이

 

[익살스러운 음악]

 

[다해의 한숨]

 

귀신?

 

[다해의 한숨]

 

가만있어요, 갈 거예요

 

- [차 문 닫히는 소리] - 아, 정말

 

[웃으며] 와, 빠르네, 참

 

[귀주] 할 말이 남았나?

 

아니요, 없어요

 

뭡니까?

 

가요, 얼른

 

- 아, 빨리 말해요 - [다해의 놀란 소리]

 

[다해] 조그맣게 말해요

 

혹시

 

나?

 

아, 그럴 리가

 

다시 돌아올 일은 없을 텐데

 

[다해] 누님한테 가 보라고

 

누나는 왜?

 

- 누님이 위험하다는데? - [무거운 음악]

 

[미래 귀주] 그치

 

- [가쁜 숨소리] - [휴대전화 진동음]

 

- [동희] 응? - [버튼 조작음]

 

[가쁜 숨소리]

 

 

어, 운동 중

 

일은 무슨 일?

 

아, 뭔데 생전 전화도 안 하던 놈이

 

[귀주] 그냥

 

좀 걱정돼서

 

[동희] 야, 니 걱정이나 해

 

[동희의 웃음]

 

- [통화 종료음] - 여, 여보세요?

 

여…

 

[피식 웃는다]

 

별일이네, 내 걱정을 다 해 주고

 

[의아한 숨소리]

 

이 새끼 진짜 상태 안 좋은 거 아니야?

 

[옅은 웃음]

 

[터치 패드 조작음]

 

아, 좋아

 

[가쁜 숨소리]

 

- 조금만 힘내 - [긴장되는 음악]

 

[동희가 중얼거린다]

 

[동희의 가쁜 숨소리]

 

[귀주] 멀쩡한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위험하다는 건지?

 

사라졌어요

 

가 보면 안다던데

 

[귀주] 편리하네

 

필요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졌다

 

[다해의 기가 찬 숨소리]

 

[다해] 못 믿겠으면 마음대로 해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나는 모르겠고

 

어쨌든 난

 

귀주 씨가 한 말 그대로 전했으니까

 

[귀주] 아니, 잠깐만

 

아, 그렇게 간, 간다고?

 

아, 그렇게 가면 어떡해요!

 

예?

 

[그레이스] 와

 

언니야 살 진짜 많이 빠졌다

 

와, 쉐입이 [감탄하는 소리]

 

너!

 

[힘겨운 소리]

 

[그레이스] 뭐 하러 그렇게 열심히 뛰나

 

뛰는 놈 위에 계신 분이

 

난 년이었어, 우리 복덩어리

 

너 여기가 어디라고 와?

 

아, 나 짐 빼러

 

비싼 거라

 

나랑 지한 씨한테 그딴 짓을 해 놓고 뻔뻔하게

 

이씨

 

아이, 내가 언니 같은 난 년이었으면

 

[그레이스] 그딴 남자한테 목 안 맨다

 

자유롭게 어디든지 훨훨 날아갈 수 있으면서 뭐 하러?

 

나 어렸을 때 꿈이 하늘을 나는 거였거든?

 

슈퍼맨처럼 나 안고 딱 한 번만 날아 줘라, 어?

 

아, 마침 쫄쫄이도 입었네

 

[옅은 웃음]

 

[그레이스의 웃음]

 

꺼져라

 

확 경찰 부르기 전에

 

[시무룩한 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흥미로운 음악]

 

[문 열리는 소리]

 

[문 닫히는 소리]

 

[통화 연결음]

 

[목 가다듬는 소리]

 

- [차분한 음악] - 나야, 지한 씨

 

[지한] 어, 동희야

 

우리 만날까?

 

[동희] 할 얘기가 있어

 

글쎄, 무슨 얘기일까?

 

[동희] 지한 씨도 들으면 깜짝 놀랄걸?

 

자기도 피해자야 함정에 빠진 거라고

 

아무튼 자세한 거는 만나서…

 

[지한] 그럼 병원으로 올래?

 

- [동희] 응? - [지한] 지금 올 수 있어?

 

[동희] 지금?

 

어, 어, 알았어

 

어, 바로 갈게

 

- [기쁜 숨소리] - [통화 종료음]

 

어, 바로 가야 돼

 

[달그락 정리하는 소리]

 

 

좀 더 빠지고 만나자 그럴 걸 그랬나?

 

[회원] 뭐야? 아, 점검 중이네, 절로 가자

 

[한숨]

 

[동희] 응?

 

[한숨]

 

[초조한 소리]

 

[다급한 숨소리]

 

[동희가 흥얼거린다]

 

[동희] 으!

 

[한숨]

 

[동희의 놀란 숨소리]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동희] 지한 씨 기다릴 텐데

 

확 날아가?

 

[비장한 숨소리]

 

[긴장한 숨소리]

 

[힘주는 소리]

 

[연신 힘주는 소리]

 

아이, 정말…

 

[힘주는 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동희의 놀란 소리]

 

[동희의 비명]

 

[쿵]

 

[그레이스] 어?

 

[콜록대는 소리]

 

- [그레이스의 기겁하는 소리] - [귀주] 누나

 

- [귀주의 거친 숨소리] - [동희의 신음]

 

[동희가 힘겹게] 복귀주

 

[귀주가 힘겹게] 괜, 괜찮냐?

 

- [동희의 힘겨운 소리] - [귀주의 힘주는 소리]

 

[동희, 귀주의 힘주는 소리]

 

[둘의 거친 숨소리]

 

- [동희의 거친 숨소리] - [흥미로운 음악]

 

[놀란 숨소리]

 

[동희의 놀란 숨소리]

 

[동희] 저…

 

아, 저, 저…

 

저, 저, 저…

 

[귀주] 누나

 

- 어머 - [귀주] 야, 복동희!

 

- 누나! - [몽환적인 음악]

 

아, 머, 머리를 부딪쳤나?

 

일단 병원으로 가야 될 거 같아요

 

[다해] 아…

 

[아파하는 소리]

 

다쳤어요?

 

[거친 숨소리]

 

[귀주의 애쓰는 소리]

 

[귀주] 누나, 정신 차려 봐

 

[귀주의 거친 숨소리]

 

[귀주의 거친 숨소리]

 

[귀주의 옅은 신음]

 

[다해] 이 팔로 운전 못 해요

 

- 됐어요 - [다해] 아, 얼른요

 

아, 빨리요

 

[다해의 한숨]

 

[어두운 음악]

 

- [통화 연결음] - [차 문 열리는 소리]

 

[그레이스] 엄마

 

지금 도다리 누구랑 뭐 하고 있는 줄 알아?

 

[일홍] 알고 있어

 

[타이어 마찰음]

 

[오토바이 엔진 시동음]

 

[다가오는 엔진음]

 

[헛웃음]

 

[씁 들이켜는 숨소리]

 

[심전도계 비프음]

 

영양실조 같습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예?

 

[한숨 쉬며] 아이고

 

[귀주] 살 좀 작작 빼라니까

 

[의사] 별다른 외상은 없는 거 같네요

 

높은 데서 떨어지는 걸 받았으면

 

남자분도 충격이 있었을 텐데

 

불편하세요?

 

아이, 뭐, 전…

 

[아파하는 소리]

 

한번 좀 볼까요?

 

[간호사] 이쪽으로 오실게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고모 위험한 거 어떻게 알았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그냥 직감적으로?

 

[다해] 야

 

야, 써

 

알았어, 써

 

썼어? 어?

 

[다해의 한숨]

 

니 아빠 과거에서는 아무한테도 안 보인다며

 

아무 데도 닿을 수도 없고

 

나는 보여

 

닿을 수도 있고

 

이유는 왠지 모르겠지만

 

 

[피식 웃는다]

 

[심전도계 비프음]

 

- [강조되는 효과음] - [놀란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동희] 어?

 

[놀란 숨소리]

 

[신음]

 

[힘겨운 소리]

 

[놀란 숨소리]

 

[힘주는 소리]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통화 종료음]

 

아, 아, 왜 이렇게 안 오지?

 

[귀주 모] 누가 안 왔는데요?

 

[한숨]

 

[귀주 부] 좀 잤어요?

 

꿈에 뭐 본 거 없어요?

 

[피곤한 소리]

 

아, 무슨 일인데요?

 

[귀주 부] 아니, 이나가, 글쎄

 

도다해랑 같이 있다는데

 

뭐라고요?

 

[귀주 부] 귀주가 도다해 전화 받고 데리러 갔는데

 

- 전화도 안 되고 - [휴대전화 진동음]

 

어, 왜?

 

[동희] 엄마

 

나 병원이야

 

병원은 왜?

 

[울먹이는 숨소리]

 

추락했어

 

[놀란 숨소리]

 

어쩌다!

 

[동희] 날려고 했는데

 

날 수가 없었어

 

근데 엄마

 

내가 정신 잃기 전에 누구 봤는지 알아?

 

- [어두운 음악] - 도다해

 

[툭툭 치며] 거기 도다해가 있었다고

 

[아파하는 숨소리]

 

이나를 유괴한 것도 모자라서 이제 너한테까지?

 

그건 무슨 소리야?

 

[동희] 아, 경찰에 신고했어?

 

지금 복씨 집안 비밀 들통날 게 걱정이야?

 

우리가 경찰에 신고 못 할 거 알고 덤비는 거라고

 

아, 일단 진정하고 어느 병원이야?

 

어, 여기… [거친 숨소리]

 

[동희] 어, 어디지?

 

- [동희의 놀란 소리] - [통화 종료음]

 

- [귀주 부] 동희 다쳤대요? - [통화 종료음]

 

어디를 얼마나…

 

[동희] 아, 줘, 경찰에 신고하게

 

너 이나는 어디 있는지 알고 그러는 거야?

 

지금 도다해랑 있어

 

아, 그래, 지금 도다해랑…

 

랑 있는 게

 

너는 괜찮아?

 

[한숨]

 

[동희] 나 이렇게 만든 것도 도다해고

 

응? 누가 뒤에서 확 민 거 같았다고

 

그 반대야

 

도다해 덕분에 누나 구한 거야

 

뭐라는 거야?

 

얘기가 좀 긴데

 

[의미심장한 음악]

 

[동희] 아…

 

[긴장되는 효과음]

 

[사이렌 소리]

 

[무거운 음악]

 

[귀주 부의 말소리]

 

[귀주 부] 이나야

 

이나야, 너 괜찮아?

 

[짝]

 

[귀주 모] 우리 가족한테서 떨어져

 

어디 감히 그 더러운 손을 또 뻗치려 들어

 

그것도 어린애한테

 

[한숨]

 

그러게

 

애 간수 좀 잘하지 그러셨어요?

 

[다해] 너무 쉽더라고요

 

내가 해 준 거라곤 눈 맞춰 준 거밖에 없는데

 

[귀주 모] 능력 없는 어린것이 제일 만만했겠지

 

초능력 별거 아니네요

 

미래도 보고 과거도 보고

 

전부 다 보는 줄 알았더니

 

정작 눈앞에 있는 건 못 보시고

 

뭐?

 

아깝다

 

[다해] 초능력 가족이 이렇게 쉬울 줄 알았으면

 

좀 더 버텨 보는 건데

 

대비 단단히 해 두세요

 

우리 엄마 한번 물면

 

안 놓거든요

 

[귀주 부] 도다해 씨가 뭐라면서 너 꼬드겼어?

 

내 발로 찾아갔어요

 

이렇게 철이 없어서야

 

[귀주 모] 부족함 없이 자라게 해 주니까

 

도리어 어둠이 더 근사해 보이던?

 

나쁜 거는 또 빨리 배워 가지고

 

도둑질이나 배우고

 

[이나] 할머니도 했잖아요, 도둑질

 

- [무거운 음악] - 뭐?

 

[이나] 꿈에서 복권 번호 보고 주가 그래프 보고

 

미래를 훔친 거잖아요

 

아, 그건

 

어디까지나 내 능력으로…

 

[이나] 아줌마랑 손잡아요

 

그럼 다시 미래를 훔칠 수 있어요

 

무슨 소리냐?

 

할아버지도 알았죠?

 

아줌마가 미래에서 온 아빠를 본다는 거

 

뭐라고?

 

[한숨]

 

양가 어머님들의 손발이 척척 맞네

 

- 어떻게 때린 데를 또 때리냐 - [다가오는 엔진음]

 

[형태] 타라

 

[귀주 부] 몇 번이나 말하려고 했는데…

 

[덜그럭]

 

[귀주 모] 처음부터 진작에 얘기를 했어야죠

 

[귀주 부] 난 당신이 잠 못 잘까 봐

 

귀주 능력이 불안정한 상태라

 

더 명확해지면 말하려고…

 

아니, 그걸 당신이 왜 판단을 해요?

 

[귀주 모] 당신이 뭘 안다고!

 

- 나가요, 조용히 생각 좀 하게 - [무거운 음악]

 

[귀주 부] 그래요

 

당신한테 난 아무것도 모르는 무능력자겠지요

 

평생을 당신 그림자로

 

봐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른 척 살아왔으니까요

 

그게 내가 당신을 지켜 온 방식이라

 

그래서 말 안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당신 신세 한탄 들어 줄 여유 없어요, 쯧

 

어디 있는 거야?

 

[귀주 모] 아이…

 

[귀주 부] 근데 여보

 

당신이 모든 걸 알아야 하는 건 아니에요

 

다 알 수도 없고요

 

내가 모른다고?

 

그래 봤자 내 손바닥 안이지, 뭐

 

[귀주 모] 능력의 변이라니

 

반드시 치러야 할 대가가 있을 텐데

 

[어두운 효과음]

 

[동희의 피곤한 소리]

 

[놀란 소리]

 

[동희] 아, 지한 씨 기다렸을 텐데

 

[다급하게] 얼마나 걱정할 거야

 

[지한] 갑자기 급한 약속이 생겨서

 

미안, 다음에 보자

 

[한숨]

 

- [달그락 내려놓는 소리] - [한숨]

 

[피곤한 소리]

 

[똑똑]

 

왜?

 

- 괜찮냐? - [동희의 코웃음]

 

[동희] 너 지금 생색내냐?

 

니가 구했다고 [한숨]

 

괜찮네

 

[동희] 살 뺄 거야

 

무거워서 못 난 거야

 

몸 상해, 좀 쉬어

 

[귀주] 좀 챙겨 먹고

 

너 니 걱정이나 하랬지

 

[헛기침]

 

팔은? 괜찮냐?

 

[동희] 복귀주

 

[힘주는 소리]

 

근데

 

너는 왜 멀쩡한 사람 다 놔두고

 

하필 사기꾼이랑 닿아?

 

너 남녀가 서로 닿는다는 게

 

그거 얼마나 위험한 건데

 

복귀주!

 

[짜증스럽게] 아…

 

고맙다

 

[편안한 소리]

 

내가 건물주 되면

 

월세는 좀 깎아 줄게

 

- [피식 웃는다] - [잔잔한 음악]

 

좀 쉬어

 

치, 자식

 

좀 변하긴 변했네

 

[이나] 꿈 이뤘네

 

능력으로 누군가를 구하는 거

 

슈퍼히어로처럼

 

아줌마도 구해 줘요

 

아마 또 어디 갇혀 있을 거예요

 

갇혀?

 

더한 꼴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 [차분한 음악] - 결혼식을 그렇게 엎어 버린 데다

 

나까지 그냥 돌려보냈는데

 

니가 상관할 일 아니야

 

[귀주] 다시는 그 사람들 근처에도 가지 마

 

그렇게 돌아봐도 아직도 모르겠어요?

 

[이나] 아줌마가 왜 결혼식을 엎었는지

 

[한숨]

 

[멀어지는 발소리]

 

[한숨]

 

[신비로운 효과음]

 

[새 지저귀는 소리]

 

[귀주의 한숨]

 

[한숨]

 

왜 또 왔어요?

 

다 끝났는데

 

[다해] 내가 다 망쳐 버렸는데

 

그러니까

 

필요 이상으로 개박살을 낸 거 같단 말이지

 

[귀주] 그냥 조용히 도망쳤어도 됐을 텐데

 

그렇게 요란하게 터트릴 필요가 있었을까?

 

사기꾼들이 다시는 어떻게 해 볼 수도 없게

 

사기꾼 주제에

 

날 구한 건가?

 

[다가오는 발소리]

 

- [무거운 음악] - [다해의 놀란 숨소리]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타이어 마찰음]

 

[강조되는 효과음]

 

[다해의 힘겨운 소리]

 

[차 문 닫히는 소리]

 

[요란한 엔진 가속음]

 

[일홍] 꼬맹이 돌려보내 놓고 얻어 온 게 뭐야?

 

[탁탁 두드리는 소리]

 

뭐라도 좀 내놔 봐

 

내가 아주 기대가 크거든

 

[어두운 음악]

 

[일홍의 코웃음] 왜 이래?

 

수줍은 거야, 겸손한 거야?

 

복씨 집안의 그, 뭐냐

 

황금알을 낳는 두꺼비?

 

그 두꺼비를 겨울잠에서 깨운 게 너잖아

 

게다가 복귀주가

 

과거에서 닿는 유일한 사람이 너고

 

그렇게 중요한 정보를

 

왜 여태 나한테 숨겼을까?

 

엄마한테 무슨 비밀이 있다고

 

서운하게

 

[문 열리는 소리]

 

- [형태] 누가 왔는데 - [문 닫히는 소리]

 

[다가오는 발소리]

 

[일홍] 어

 

- 마침 오셨네, 두꺼비 - [비밀스러운 음악]

 

[귀주] 두꺼비 말고 거위

 

거래합시다

 

나는 손해 보는 거래는 안 하는데

 

[귀주] 대충 계산해 봐도

 

지금까지 입은 손해는 우리 쪽이 훨씬 더 큰데

 

정신적 손해 배상이야 그렇다 치고

 

그, 결혼식 비용이 꽤 들어갔네?

 

그거 다 퉁쳐 줄게요

 

[똑똑 두드리는 소리]

 

관계를 재설정해 보자고

 

어쨌든 우리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거 같으니까

 

지금부터는 철저히 비즈니스 관계로

 

그럼 협업을 제안하는 건가?

 

도다해랑 보낸 시간이 곧 타임 슬립 포인트니까

 

거기다가 도다해 씨가 조금만 협조해 주면

 

내 능력에 제법 쓸모가 생기거든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문소리]

 

뭘 바라고 이래?

 

[귀주] 간단한데

 

나랑 시간을 보내 주기만 하면 돼요

 

되도록 자주, 오래

 

[어이없는 숨소리]

 

- 누구 마음대로? - [귀주가 씁 들이켠다]

 

관계 재설정하자니까 말부터 까네

 

뭐, 그러자, 다해야

 

복귀주

 

- 다 끝났어 - [귀주] 응

 

[씁 들이켜며] 그래서 말인데

 

우선 과거를 좀 돌이켜야겠어

 

 

붙잡을 거야

 

[잔잔한 음악]

 

- 뭐? - [귀주] 우리가 끝났던 시간을

 

돌이킬 거야

 

[신비로운 효과음]

 

[솨 바람 소리]

 

[과거 귀주] 우리 시간은 정말로 끝인 거 같네요, 도다해 씨

 

지나간 시간은 다 지울 거고

 

다시는

 

그 시간을 떠올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다시는

 

도다해와의 시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차 문 닫히는 소리]

 

[훌쩍인다]

 

왜 또요?

 

[다해가 흐느낀다]

 

다시는

 

[울먹이며] 다시는 안 볼 거라면서

 

또 와 버렸네

 

왜, 왜 나를?

 

[다해가 훌쩍인다]

 

왜 자꾸, 왜 자꾸 뒤돌아보는데요?

 

좀 도와줘야겠는데

 

뭘요?

 

[감성적인 음악]

 

나 붙잡아요

 

[계속되는 감성적인 음악]

 

나랑 저녁 같이 먹자, 다해야

 

싫어

 

[귀주] 미래를 훔치게 해 줄게요

 

도다해만 내준다면

 

[탁 내려놓는 소리]

 

[다해] 내가 선택한 가족이고

 

떠나고 싶으면 내가 떠나

 

[일홍] 식구가 하나 늘었구나

 

[다해] 지 등쳐 먹으려던 사기꾼한테

 

손 내미는 저의가 뭐겠어?

 

나 그 남자 옆에서 안 흔들릴 자신이 없어

 

[귀주] 지난 몇 년 동안

 

시간을 너무 많이 버렸어요

 

이제라도 시간을 좀 값지게 써 보려고요

 

행복했던 때로 돌아가려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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