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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8

 

어째서 또 그 꿈을…

 

[스륵 서랍 여는 소리]

 

[잘그랑 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란 말인가?

 

[일홍] 그럼 협업을 제안하는 건가?

 

[귀주] 도다해랑 보낸 시간이 곧 타임 슬립 포인트니까

 

[흥미로운 음악]

 

거기다가 도다해 씨가 조금만 협조해 주면

 

내 능력에 제법 쓸모가 생기거든

 

우리가 얻는 쓸모는?

 

부동산, 복권

 

[귀주] 주식, 코인

 

미래를 훔치게 해 줄게요

 

도다해만 내준다면

 

[일홍] 다해를 내 달라니 그게 무슨 의미지?

 

정확히는 시간을 내 달라는 거지

 

이왕이면 행복한 시간

 

[그레이스] 뭐래

 

아, 오글거려

 

[일홍] 그러니까

 

둘의 행복을 빌어 달라 뭐, 이런 건가?

 

[귀주] 이 정도 거래 조건이면 그냥 거저드시라는 거 아닌가?

 

중요한 걸 깜빡했나 본데

 

오랜 시간 남몰래 부를 축적해 온

 

[일홍] 그쪽 집안의 비밀이 우리 손안에 있어

 

[그레이스] 내 말이

 

차라리 방송국에

 

'초능력 가족의 비밀을 폭로한다'

 

라고 협박해서

 

돈을 왕창 뜯어내는 게

 

훨씬 더 빠르겠다, 그치?

 

[피식 웃는다]

 

[귀주] 달랑 황금알 몇 개 얻자고

 

거위 배를 가르겠다면

 

그러시든가

 

[헛기침한다]

 

[일홍] 그러면

 

디테일한 조건을 좀 조율해 볼까?

 

- [어두운 음악] - [다해] 내 시간이야

 

시간을 내 준다는 게 말이 쉽지

 

필요하면 언제든 멋대로

 

내 시간을 정거장처럼 밟고 지나가겠다는 거 아니야

 

[일홍] 정거장 이용료를 내겠다잖아

 

초능력 겪어 봤어?

 

[다해] 눈앞에서 사라졌다 나타났다

 

언제인지도 모를 시간에서 불쑥불쑥 찾아오는데

 

꼭 귀신 보는 거 같다니까?

 

[다해의 헛웃음]

 

입맛대로 부릴 수 있을 거 같아?

 

초능력자를?

 

정신 차려

 

이용당하는 건 우리야

 

난 이용당해 주기 싫어

 

절대로

 

예, 수고하세요

 

[귀주의 한숨]

 

왜 저래?

 

[그레이스] 초능력 쪽쪽 빨아먹을 기회인데

 

[한숨]

 

[문소리]

 

뭘 바라고 이래?

 

[귀주] 간단한데

 

나랑 시간을 보내 주기만 하면 돼요

 

되도록 자주, 오래

 

[어이없는 숨소리]

 

- 누구 마음대로? - [귀주가 씁 들이켠다]

 

관계 재설정하자니까 말부터 까네

 

뭐, 그러자, 다해야

 

복귀주

 

- 다 끝났어 - [귀주] 응

 

그래서 말인데

 

우선 과거를 좀 돌이켜야겠어

 

우리가 끝났던 시간을

 

돌이킬 거야

 

[잔잔한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복귀주는?

 

[문 닫히는 소리]

 

[일홍] 니가 보냈어?

 

왜?

 

매주 복권 1등 당첨되는 황금알을 왜?

 

[어두운 음악]

 

세상 무서울 거 없는 녀석이

 

초능력이 무서울 리는 없고

 

왜 대체 말도 안 되는 선택을 계속하는 거지?

 

널 흔드는 게

 

- 혹시… - [다해] 좋아해, 복귀주

 

- [어두운 음악] - 그래, 흔들렸어

 

미쳤지

 

나도 내가 당황스러워

 

결혼도 그래서 엎었어

 

엄마가 그랬잖아

 

일할 때 감정 섞는 거 아니라고 살 낀다고

 

엄마도 비즈니스 파트너랑 감정 애매하게 타다가

 

3년 살고 나왔다며

 

[일홍] 그건 작품 할 때 얘기고

 

함정이면?

 

[다해] 지 등쳐 먹으려던 사기꾼한테

 

손 내미는 저의가 뭐겠어?

 

정신 똑바로 차려도 모자란데

 

나 그 남자 옆에서 안 흔들릴 자신이 없어

 

너한테 그 정도야, 그 남자가?

 

[한숨]

 

[헛웃음]

 

그러게

 

[다해] 미안해, 정리할게

 

그니까 엄마도 나 마음잡게 좀

 

도와줘

 

[문 여닫히는 소리]

 

[문 닫히는 소리]

 

[도어 록 작동음]

 

[긴장되는 음악]

 

[안도하는 숨소리]

 

[문 열리는 소리]

 

[귀주 모] 쥐새끼가 드나들도록 아무것도 몰랐네

 

- [흥미로운 음악] - 도다해 말이에요

 

도대체 반지를 어떻게 훔쳤을까요?

 

금고 그거 한두 푼짜리도 아니고 비싸게 들였는데

 

당신이 청소하다가 열어 놓은 거 아니에요?

 

아… [생각하는 숨소리]

 

[귀주 모의 한숨]

 

- [귀주 부의 놀란 숨소리] - [귀주 모] 비밀번호 바꿔 놔요

 

나한텐 비밀번호도 안 가르쳐 줬으면서

 

[한숨]

 

[여자1] 자기들 찜질 몇 시까지 할 거야?

 

[다해] 여기요

 

[여자2] 채윤이 학원 끝나기 전엔 가야죠

 

- [여자1] 채윤이 몇 시에 끝나? - [여자2] 4시 반쯤?

 

감사합니다, 어서 오세요

 

- [여자3] 날도 더운데 사우나야 - [여자들의 말소리]

 

- [발랄한 음악] - [귀주] 아이고, 어서 오세요!

 

네, 안녕하세요

 

- [여자4] 여기요 - [다해] 감사합니다

 

[귀주] 네, 어머님은 행운의 번호 77번

 

그리고 어머님은 팔팔하게 88번

 

그리고 어머님은 70번

 

네, 잠시만요

 

네, 여기 찜질복 받으시고

 

[후 내뱉는 숨소리]

 

[만족한 숨소리]

 

- [다해의 한숨] - 아

 

타임 슬립 정거장을 만들려고 하는 것뿐이야, 응

 

- [여자3] 처음 보는 이네 - [여자5] 새로 왔나?

 

[여자4] 신입이 센스가 없네

 

[다해] 주세요, 다시 드릴게요

 

[달그락 집는 소리]

 

- 여기요, 네 - [여자들의 흡족한 웃음]

 

[여자5] 감사합니다

 

- [여자3] 센스쟁이야, 수고해 - [다해의 웃음] 감사합니다

 

[귀주] 들어가세요

 

[다해] 감사합니다

 

홀수는 위 칸, 짝수는 아래 칸

 

키 큰 손님은 홀수

 

어르신들은 아래 칸 드리면 돼

 

[문 열리는 소리]

 

[여자6] 음 여기 오니까 다 만나네

 

[여자7] 아유, 그러니까, 나왔네

 

어서 오세요

 

- [문 닫히는 소리] - 행복한 시간 보내

 

[다해] 네 [웃음]

 

[여자7] 오늘은 내가 낼게

 

- [여자들의 옅은 탄성] - [여자8] 진짜? 아, 형님 짱

 

[웃으며] 안녕하세요

 

[드륵 의자 끄는 소리]

 

[귀주] 아, 밥 먹어야지

 

음?

 

와, 진짜 맛있다

 

식구가 하나 늘었구나

 

[그레이스] 누추한 밥상에 숟가락 잘도 꽂네, 귀하신 분이

 

응, 땡큐

 

엄마, 이렇게 안 도와준다고?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가 보자

 

[일홍] 여차하면 도와줄 가족이 있잖아

 

[귀주] 무슨 뜻?

 

모녀끼리 얘기, 밥 먹어

 

[그레이스] 오빠야, 이것 좀 봐 봐

 

- 뭐, '오빠야'? - [흥미진진한 음악]

 

그럼 형부여?

 

[그레이스] 결혼은 다 박살 난 마당에

 

이번 주 떡상 종목

 

지난주 도다리에게로 슈슈슝

 

할 수 있지?

 

[귀주의 헛기침] 뭐 오빠가 한번 해 볼까?

 

[귀주의 헛기침]

 

[귀주의 심호흡]

 

[신비로운 음악]

 

[귀주의 의아한 소리]

 

[옅은 신음]

 

- [음악이 잦아든다] - [씁 들이켜는 숨소리]

 

그, 지난주에는 별로 안 행복했나 본데

 

[귀주] 아무래도 파혼 이슈도 좀 있었고

 

[그레이스의 한숨]

 

행복이 참 중요한데 말이지 그지? 그…

 

- [그레이스의 헛기침] - 그…

 

이렇게 순순히 황금알을 먹여 주겠어?

 

[다해] 이 사람 우리 골탕 먹이는 거야

 

[멀어지는 발소리]

 

[귀주] 도다해가 영 협조를 안 해 주네?

 

밥 먹어

 

[일홍] 행복은 밥에서 나오는 거니까

 

[여자1] 아, 시원하다, 뭐 먹을까?

 

[여자2] 식혜, 식혜 때리자

 

- 계란도, 계란도 - [여자1] 콜

 

[귀주] 어?

 

어, 어디 가는 거야?

 

[다해] 일하러

 

[탁 내려놓는 소리]

 

[실내에 흐르는 우아한 음악]

 

[다해] 저도 같은 걸로 주세요

 

[종업원] 네

 

죄송합니다, 제가 좀 늦었네요

 

[한숨]

 

30분 늦으셨네요

 

[남자] 앉으세요

 

아, 따님 선물을 좀 고르느라

 

[헛기침]

 

이러실 필요는 없는데

 

제가 애들을 좋아해서요

 

근데 제가 딱 30분만 시간을 낸 거라

 

가 봐야 될 거 같아요

 

어머니하고 딱 30분만 앉아 있기로 약속을 했거든요

 

솔직히 제가 결혼 생각이 없어요

 

[옅은 웃음]

 

저도예요

 

- [흥미로운 음악] - [다해] 아, 다행이네요

 

주일마다 권사님이

 

아드님 좀 만나 보라고 부탁하시는데

 

비혼주의라고 솔직히 말씀 못 드리겠더라고요

 

섭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셔서

 

[귀주의 헛기침]

 

감사합니다

 

아, 저는 괜찮으니까 먼저 가 보세요

 

커피 마시면서 좀 쉬다 갈게요

 

 

예, 그럼…

 

- [다해의 놀란 소리] - [쨍그랑]

 

[흥미로운 음악]

 

제가, 제가 그랬나요?

 

어머, 괜찮으세요?

 

[다해] 어, 위험해요 움직이지 마세요

 

가만히 계세요, 발 다치세요

 

- [귀주의 헛웃음] - [남자] 진짜 죄송합니다

 

제가 식사를 대접할 수 있을까요?

 

아니, 일단 신발부터 좀 사시고요

 

[다해] 다 됐어요 이제 가 보셔도 돼요

 

[다해의 한숨]

 

[귀주] 지금 보니까 와인도 내가 쏟은 게 아니었네

 

 

이 여자 세 번째 남편입니다

 

- 비혼주의시라고… - [다해] 네, 비혼주의요

 

[귀주] 결혼 문턱에서

 

파혼당했어요

 

[옅은 웃음]

 

[귀주의 한숨]

 

수고하셨어요

 

뭐 한 거야?

 

[다해] 세 번째 결혼은 망했고

 

네 번째 남편 물색해야지

 

[귀주] 이야, 그런 세기말 수법에 넘어오는 사람도 있나?

 

세 번째 남편도 홀랑 넘어오던데?

 

아, 그래도 나한테 이것보다는 진정성 있었지

 

그렇게 믿게 만드는 게 사기야

 

[다해] 제대로 걸려든 거지

 

[어이없는 숨소리]

 

나랑 보낸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도 너무 의미 부여 하지 마

 

사기에 홀려서 잠깐 회까닥한 거야

 

행복해서가 아니라

 

그러니까 나 말고 다른 시간 찾아

 

그쪽한테 진정으로 의미 있었던 행복한 시간 있을 거 아니야

 

응?

 

어, 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어머 - [흥미로운 음악]

 

- 어, 안녕하세요 - [차 문 닫히는 소리]

 

아, 저 기억 안 나세요?

 

저 아세요?

 

아, 네, 그, 바닷가에서

 

[어이없는 숨소리]

 

[다해] 아 아, 기억 안 나시는구나

 

그, 그…

 

해운대

 

[남자] 아, 아

 

아, 기억이

 

- 나네요 - [다해] 나시죠?

 

[다해의 웃음]

 

- 응? - [귀주] 응?

 

[여자] 우리 남편이랑 바다에서 뭐 했는데?

 

- [흥미진진한 음악] - 모래사장에서 불꽃놀이?

 

[다해] 아…

 

출장 간다더니 또 클럽 갔냐?

 

[여자] 새벽마다 내 남편한테 DM 보내는 게 너야? 어?

 

- 아, 저… - [귀주] 아이고, 죄송합니다

 

[어색한 웃음] 이 여자 세 번째 남편입니다, 예

 

파혼당했고요

 

[여자의 어이없는 숨소리]

 

아, 근데 주차를 이렇게 하시면은, 그…

 

- 뛰어, 뛰어, 뛰어 - [다해] 어, 죄송합니다

 

- [부드러운 음악] - [여자] 야, 이리 안 와?

 

- [남자의 말리는 소리] - 아유, 진짜

 

놔, 어?

 

[다해, 귀주의 가쁜 숨소리]

 

[귀주의 가쁜 숨소리]

 

[안도하는 숨소리]

 

[귀주의 웃음]

 

[가쁜 숨소리]

 

재밌냐?

 

나랑 저녁 같이 먹자, 다해야

 

싫어

 

아, 거래 안 할 거야?

 

그러지 말고 나랑 거래하자, 어?

 

[다해의 깊은 한숨]

 

시간당 천만 원

 

그럼 한번 생각해 보고

 

[한숨]

 

[멀어지는 발소리]

 

오케이

 

[한숨]

 

여기서 내가 제대로 걸려들었지

 

앉아

 

- [다해의 헛웃음] - [귀주] 아이…

 

딱 천만 원어치만 앉아

 

[풀벌레 울음]

 

혹시 내 생각 해 주는 거면 안 그래도 돼

 

[귀주] 지금부터 우리가 같이 있는 건

 

같이 있는 시간이 쓸모 있기 때문이야

 

[감성적인 음악]

 

- 철저히 비즈니스 - [조르르 따르는 소리]

 

[다해] 혹시 날 구할 생각이라면

 

안 그래도 돼

 

나도 찜질방 사람들이 쓸모 있으니까 같이 있는 거야

 

내가 선택한 가족이고

 

떠나고 싶으면 내가 떠나

 

[귀주] 아, 근데 어쩌다 그런 사람들이랑 가족이 된 거야?

 

어쩌다 그런 쓰레기들이랑 얽혀서

 

[다해] 범죄자의 길을 걷냐는 거지?

 

미안한데 나도 쓰레기야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시간

 

[귀주] 두발자전거 처음 타 봤을 때

 

팥빙수 처음 먹어 봤을 때

 

그건 사기 아니지?

 

그 말 할 때

 

진짜 행복해 보였거든

 

[다해] 다른 애들처럼 두발자전거를 타고 싶었어

 

그런데 다른 애들처럼

 

붙잡아 줄 엄마, 아빠가 없었어

 

넘어지고 또 넘어지면서

 

[한숨 쉬며] 혼자서 기어코 탔어

 

처절하게 행복했지

 

팥빙수는?

 

그냥 평범하고 촌스러운 옛날 팥빙수야

 

[다해] 저기 강원도 남강릉터미널 근처 제과점

 

나한테 주어진 것들이 고작

 

그렇게 하찮은 것들뿐이었어

 

잘난 초능력자께서는

 

처음부터 넘치게 다 가졌겠지?

 

그러니까 그런 자질구레한 행복이

 

진짜 행복처럼 보이나 봐

 

[귀주] 능력을 얻고 처음 배운 게 좌절인데

 

[강아지의 낑낑대는 소리]

 

나만 행복한 시간은

 

진짜 행복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

 

그래서 소방관이 됐어

 

오래가진 못했지만

 

[다해의 헛웃음] 그렇게까지 기어코 누굴 구하고 싶나?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을 구해서 우월감을 느끼려고?

 

그거

 

전형적인 초능력자의 오만이야

 

[피식 웃는다]

 

그랬나?

 

[신비로운 효과음]

 

[음악이 잦아든다]

 

[다가오는 발소리]

 

[풀벌레 울음]

 

어, 화장실 갔어요 화장실 [어색한 웃음]

 

[신비로운 효과음]

 

[반장] 참, 아휴

 

꼴좋다, 어?

 

[귀주] 형

 

[강조되는 효과음]

 

[반장] 약 받으세요, 막내 놈아

 

아니, 너는 출동 첫날부터 쪽팔리게

 

- [잔잔한 음악] - 나무에서 떨어지기나 하고, 씨

 

아니, 다른 팀원들 준비도 안 됐는데

 

거기가 어디라고 막무가내로 기어올라 가?

 

너 뭐, 초능력이라도 있어?

 

그, 무사하대요?

 

몰라, 이 자식아

 

[반장] 어?

 

- [과거 귀주의 신음] - 앉아 있어

 

[아이 엄마] 정말 감사합니다

 

- [반장이 웃으며] 어 - [아이] 정말 고맙습니다

 

[아이 엄마] 얘가 동생처럼 생각하는 고양이라서요

 

[반장] 어, 그랬구나, 어?

 

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그지?

 

[웃으며] 얘만 다치고

 

- [과거 귀주의 옅은 웃음] - 니가 지금 웃음이 나? 어?

 

지가 무슨 타잔도 아니고 거기가 어디라고, 어?

 

고무장갑 끼고 올라가겠다고, 그냥 엉거주춤해 갖고, 그냥

 

고양이가 지를 구하는지 지가 고양이를 구하는지

 

- [사람들의 웃음] - '해피야'

 

[과거 귀주] 아, 형 내가 언제 그랬어요, 형

 

[반장] 니가 안 했다고, 이렇게?

 

[과거 귀주가 웃으며] 아 오버 좀 하지 마요

 

[사람들의 웃음]

 

[어두운 음악]

 

아, 많이 모자라는데

 

[일홍] 야

 

이제 니 아빠 거 다 니 거니까 니가 갚아야 되겠다

 

일로 와 봐

 

일로 와 봐

 

[일홍의 코웃음]

 

[애잔한 음악]

 

사인해

 

[떨리는 숨소리]

 

누구세요?

 

[울먹이는 소리]

 

[계속되는 애잔한 음악]

 

[다해가 흐느낀다]

 

[연신 흐느끼는 소리]

 

[다해] 나 왔어요

 

귀주 오빠랑 행복한 시간 보냈어?

 

네 번째 남편 만나고 오는 길인데?

 

[다해] 권사님 아들

 

내 오더도 없이?

 

얼른 마음잡아야지

 

네 번째 결혼은 차질 없이 빠르게 진행시킬게

 

나 때문에 일정 많이 늦어졌잖아

 

세 번째 결혼을 끝으로 엄마랑 찢어지기로 했는데

 

[그레이스] 도다리 저거

 

혼자 딴마음 먹은 거 아니야?

 

아, 복귀주가 미래에서 황금알을 가져다줘도

 

도다리 눈에만 보인다는 거 아니야

 

엄마는 도다리 얼마나 믿어?

 

두 사람한테만 양가의 운명을 짊어지게 할 수는 없지

 

[어두운 음악]

 

가족들이 좀 거들자

 

아줌마는요?

 

[귀주] 이제 우리랑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했지?

 

[신비로운 효과음]

 

하루 종일 같이 있었구나

 

[귀주] 어?

 

또 그 꿈이네

 

뭔가 더 보일 거 같았는데

 

[힘겨운 소리]

 

여보, 나 물 좀

 

여보

 

[귀주 모] 여보!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구성진 음악이 흐른다]

 

[시원한 숨소리]

 

[여자] 오빠

 

가족들이 날 몰라준다고 너무 서운해할 거 없어요

 

원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나를 제일 몰라

 

그래서 유명 성인들도

 

고향에서 인정 못 받은 거 알죠?

 

그 성인들 와이프는 그래도 사람들이 기억해 주잖아

 

[귀주 부] 차라리 나도 악처라도 될걸

 

그저 난

 

밝게 빛나는 사람의 등잔 밑 그늘

 

딱 그뿐이야

 

[여자] 오빠가 왜 등잔 밑이야

 

내 눈에는 오빠야말로 환한 등불인데

 

[옅은 웃음]

 

[여자의 편안한 숨소리]

 

[남자의 성난 소리]

 

- [여자] 어, 어머! - [긴장되는 음악]

 

니가 내 마누라 등불이냐? 어?

 

여보

 

[귀주 부] 아이, 저, 오해입니다

 

예, 저, 저는 저, 신 여사님과 함께

 

- 땀 흘리고 운동하는… - [신 여사 남편] 함께?

 

땀을 섞어? 땀을?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저

 

건전한 생활 체육인으로서 스포츠맨십을 나눴을 뿐이지

 

로맨스 그런 거는 전혀 예, 예, 깨끗합니다

 

- 뭐? - [귀주 부] 내 말이 맞죠?

 

신 여사님, 뭐라고 말 좀 해 봐요!

 

아, 어떡해

 

- [신 여사가 흐느낀다] - 집사람 건들지 마, 이 자식아!

 

스포츠맨십인지 로맨스인지

 

[신 여사 남편] 상간남으로 소송 걸 테니까

 

법정에서 따져 보자

 

[귀주 부의 힘겨운 소리]

 

나쁜 놈

 

여보, 일어나!

 

 

[귀주 부] 아니, 저, 안 돼요

 

저, 돈 드릴게요

 

소송만은 제발…

 

[동희의 미심쩍은 숨소리]

 

- [경쾌한 음악이 흐른다] - 분명 누가 민 거 같은데

 

- [마우스 조작음] - [동희] 뭐지?

 

[놀란 숨소리]

 

아하

 

[그레이스의 힘주는 소리]

 

- [그레이스의 한숨] - [어두운 음악]

 

[그레이스] 언니야

 

나 운동하러 왔는데 일일권 좀 끊어 줄래?

 

아무리 다녀 봐도

 

여기만큼 손님 없고 한가한 데가 없더라고

 

- 너였구나 - [마우스 조작음]

 

나 민 거

 

[그레이스] 응?

 

[동희의 인내하는 숨소리]

 

- [어색한 웃음] - [흥미진진한 음악]

 

- 아, 아, 아, CCTV, 씨 - [동희의 성난 소리]

 

[동희] 야, 일로 안 와?

 

[그레이스] 언니야 언니야, 언니야, 미안해

 

내가, 내가 진짜 미안해

 

아니, 난 언니가 멋지게 날 줄 알았지

 

- 이번 결혼식 날처럼! - [동희] 조용히 해

 

날면 뭐? 나는 거 찍어서 뭐 하게!

 

[둘의 성난 소리]

 

- [그레이스] 엄마야! - [동희] 야, 이리 안 와?

 

[그레이스의 다급한 숨소리]

 

거기 서라

 

- [그레이스] 저리 가! - [동희] 거기 서, 이씨

 

[그레이스의 다급한 소리]

 

[그레이스의 비명]

 

[동희의 힘주는 소리]

 

- [동희의 힘주는 소리] - [그레이스의 신음]

 

- [동희가 연신 힘준다] - [그레이스의 울먹이는 소리]

 

언니야 나 제발 한 번만 살려 줘라

 

- [동희의 힘주는 소리] - [그레이스의 비명]

 

내가 뭐든지 다 할게

 

[그레이스의 겁먹은 소리]

 

- [동희의 거친 숨소리] - [그레이스의 꺽꺽대는 소리]

 

[무거운 음악]

 

다 처음으로 돌려놔

 

[가쁜 숨소리]

 

[거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이렇게는 거래 성사가 어렵겠는데?

 

뭐가?

 

아니, 도다해가 너무 완강히 거부를 하니까

 

내가 일방적으로 다가가는 것도 한계가 있고, 어?

 

[한숨]

 

걱정 마

 

다해는 이 거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테니

 

[내려오는 발소리]

 

어디 가?

 

[다해] 어

 

오늘 만나는 신랑감은 불심이 깊어서

 

점심에 사찰 음식 먹을 듯?

 

갔다 오면 저녁에 고기 어때?

 

형태야

 

좀 도와줘라

 

둘이 행복한 시간 보내게

 

[흥미진진한 음악]

 

[귀주의 탄성]

 

[탁 치는 소리]

 

[새 지저귀는 소리]

 

[형태] 좀 행복한가?

 

그닥

 

[형태] 큰일이군

 

- [후 부는 소리] - [발랄한 음악]

 

[후 부는 소리]

 

[헛기침]

 

좀 행복한가?

 

[귀주] 별로

 

[익살스러운 효과음]

 

[훅 부는 소리]

 

[흥미로운 음악]

 

[형태] 좀 행복한가?

 

전혀

 

[귀주] 같이 있는 사람이 내내 불행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팥빙수 사러 갈래요?

 

'형'?

 

[귀주] 도다해 인생 팥빙수

 

그거라도 사다 주면 좀 행복해질까 싶은데

 

[귀주의 옅은 헛기침]

 

- [비장한 효과음] - 앞장서

 

[다해] 지금?

 

거기가 어디라고…

 

잠깐 있어

 

아니…

 

[다해] 아, 잠깐으로 될 건 아닌 거 같은데

 

[밝은 음악]

 

[헛기침]

 

아직 도착 안 했나?

 

팥빙수 나왔습니다

 

아, 혹시 포장 가능할까요?

 

[사장] 아, 포장은 안 되는데요

 

[귀주] 아

 

그릇은 나중에 꼭 돌려드릴게요

 

[사장] 아, 예, 그러세요

 

[문 열리는 소리]

 

[사장의 어색한 웃음]

 

[귀주] 형

 

버스표 좀 끊어 줄래요?

 

내가?

 

아, 빨리

 

팥빙수 녹아요

 

아, 형

 

[의미심장한 음악]

 

[신비로운 음악]

 

- [다해] 거기가 어디라고… - [과거 귀주] 잠깐 있어

 

[다해] 아니…

 

아, 잠깐으로 될 건 아닌 거 같은데

 

- [한숨] - [다가오는 발소리]

 

- [밝은 음악] - [귀주] 와

 

[후 내쉬는 한숨]

 

[귀주] 겨우 따돌렸네

 

[콧노래]

 

[귀주의 헛기침]

 

인생 팥빙수, 맞지?

 

[다해] 응

 

좀 녹았나? [옅은 웃음]

 

[잔잔한 음악]

 

[라디오 속 음악이 흘러나온다]

 

[라디오 속 DJ의 말소리]

 

[노인] 계산요

 

아, 네

 

[노인] 요건 두 개로 계산해 줘요

 

[사장] 예, 예

 

[포스 조작음]

 

7천 원입니다

 

[옅은 웃음]

 

[노인] 우리

 

같이 먹고 갈까?

 

[잔잔한 음악]

 

[노인] 이것 좀 먹어 봐, 팥빙수

 

 

아유, 자

 

자, 어여 먹어

 

[옅은 웃음]

 

선재여고 학생이지?

 

테레비 뉴스에서 봤어

 

학교에 불이 나서…

 

아이고

 

얼마나 놀랐을까

 

아이고, 자, 얼른 먹어

 

[다해] 불행을 팔아야 겨우 조금 행복해졌어

 

그래서 좀 헷갈리네

 

불행한 시간이었는지 행복한 시간이었는지

 

귀주 씨한테

 

13년 전 그날 그 시간이 어떤 의미인지

 

나도 아는데, 근데

 

난 그날 내가 산 게 별로 안 고마웠거든

 

가진 것도 없이 쓸데없이 살아남아서

 

고달프기만 하고

 

그래서 그 사람 팔아서 사기 쳤나 봐

 

살려 준 거 화풀이하려고

 

집에 아직 내 물건 안 버렸지?

 

거기

 

나 구해 준 사람 유품이 있어

 

[어두운 음악]

 

선배 유품?

 

그분이 끼고 있던 반지

 

[다해] 유족들한테 전해 줘

 

[잔잔한 음악]

 

 

초능력이 이런 건가?

 

나도 과거로 돌아가졌네

 

[사각사각 섞는 소리]

 

[울먹이는 숨소리]

 

아, 아닌가?

 

과거에서 아직 한 발자국도 못 벗어난 건가?

 

[귀주의 한숨]

 

[훌쩍인다]

 

[다해의 한숨]

 

[귀주] 이번 주 1등이야, 23억

 

받아

 

기어코 엄마랑 손을 잡겠다는 거야?

 

니 거야, 이걸로 빚 갚아

 

[귀주] 불행 그만 팔고

 

꼭 팔아야겠으면 지금부터는

 

행복을 팔아

 

나한테, 시간당 천만 원

 

일단 가서 복권부터 사

 

8시 전엔 가야 돼, 알지?

 

[한숨]

 

[다해] 왜 이렇게까지…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정산하는 건데?

 

[귀주] 몇 번을 말하나?

 

철저히 비즈니스라고

 

[신비로운 효과음]

 

[잔잔한 음악]

 

[귀주의 한숨]

 

[귀주의 한숨]

 

- [흘러나오는 안내 방송] - [귀주] 형

 

버스표는 샀고?

 

[익살스러운 음악]

 

그릇 반납하고 올게

 

[멀어지는 발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왜?

 

분명히 있었는데

 

없어졌어

 

다시 돌아왔을 때는

 

팥빙수는 없었고

 

[형태] 그럼

 

팥빙수는 어디로…

 

[혼란한 숨소리]

 

[다해의 헛기침]

 

[긴장한 숨소리]

 

[신비로운 음악]

 

[놀란 숨소리]

 

[위풍당당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위풍당당한 음악]

 

[자동차 가속음]

 

[남자] 그럼 검토해 보시고 연락 주십시오

 

-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 아, 예,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연락드리겠습니다

 

[남자] 감사합니다

 

[지한] 조심히 들어가시고요, 네

 

[다가오는 발소리]

 

[기자] 복동희 씨

 

여기 사진 한번 부탁드릴게요

 

이쪽에 한번 서 주시겠어요?

 

[깊게 들이켜는 숨소리]

 

[매혹적인 음악]

 

[종업원] 실례합니다

 

[달그락 놓으며] 서비스로 드려요

 

- [지한] 네? - [종업원] 드세요

 

[지한] 아, 예, 감사합니다

 

[음미하는 숨소리]

 

[연신 울리는 카메라 셔터음]

 

[다가오는 발소리]

 

[옅은 웃음] 지한 씨

 

[동희] 어떻게 여기서 보네?

 

-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 동희야

 

[동희의 옅은 웃음]

 

[지한] 오늘따라

 

니 생각 많이 났는데

 

[옅은 웃음]

 

좀 앉을까, 우리?

 

- [동희] 응 - [지한] 야, 여기서 다 만나네

 

인연은 인연이다, 잠깐만

 

앉아

 

[지한의 한숨]

 

안 그래도 너한테

 

- 할 얘기가 있었거든 - [잔잔한 음악]

 

[옅은 웃음]

 

저…

 

[주저하는 숨소리]

 

이런 말 하기 좀 민망하네

 

뭔데?

 

괜찮아, 편하게 말해도 돼

 

우리

 

결혼

 

결혼?

 

[쑥스러운 웃음]

 

[긴장한 숨소리]

 

결혼하면

 

[지한] 물려준다는 그 500억 건물

 

[음악이 잦아든다]

 

그거 아직 유효해?

 

- [당황한 숨소리] - [어두운 음악]

 

그럼 [옅은 웃음]

 

유효하지

 

[동희의 가쁜 숨소리]

 

- [애잔한 음악] - [동희]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발이 안 떨어져

 

[동희의 가쁜 숨소리]

 

[힘겨운 소리]

 

아무리 바닥을 쳐도

 

여전히 바닥

 

[가쁜 숨소리]

 

언제쯤 날 수 있을까?

 

[동희의 가쁜 숨소리]

 

[동희의 힘겨운 소리]

 

[그레이스] 오늘 한 끼도 안 먹었지?

 

이거라도 마셔라

 

[가쁜 숨소리] 됐어

 

- [한숨] - [탁 내려놓는 소리]

 

[그레이스] 아, 이러다 진짜 골로 가, 어?

 

[동희의 가쁜 숨소리]

 

아…

 

[힘겨운 소리]

 

[그레이스의 놀란 소리]

 

[그레이스, 동희의 힘겨운 소리]

 

바닥 차다

 

나랑 딴 데 가서 눕자

 

[문 열리는 소리]

 

[문 닫히는 소리]

 

[동희의 편안한 숨소리]

 

[그레이스의 힘주는 소리]

 

[편안한 숨소리]

 

[그레이스의 한숨]

 

[어이없는 웃음]

 

[편안한 숨소리]

 

좀 낫지?

 

[동희] 응, 좀

 

[그레이스의 한숨]

 

아, 근데

 

그때 계단에선 왜 못 날았어?

 

[그레이스] 결혼식 땐 분명히 날았잖아

 

니 말대로

 

난 살덩어리잖아

 

아, 누가 언니보고 살덩어리래?

 

복덩어리

 

[그레이스] 쯧

 

걱정 마라, 언니야

 

내가 언니 살도 빼 주고

 

결혼도 시켜 줄게

 

[어이없는 숨소리]

 

니가?

 

500억 건물

 

사이좋게 나눠 먹자, 어때?

 

[한숨]

 

난 다 좋은데

 

[동희] 결정적으로

 

[흥미로운 음악]

 

니가 싫어

 

식혜

 

손 없냐?

 

[그레이스] 아, 씨

 

[학생들이 재잘거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준우] 나 나간다

 

[어두운 음악]

 

[학생1] 어?

 

나 방금 어디 부딪쳤는데

 

- 뭐지? - [학생들의 비웃음]

 

깨졌잖아

 

[학생1] 어? 무슨 소리가 들렸는데

 

얘들아, 못 들었어?

 

[학생2] 그러게, 아무것도 없는데

 

들린 거 같기도 하고

 

엥? 난 못 들었는데

 

[학생1이 피식 웃으며] 니네 뭘 들은 거야

 

[학생들이 키득댄다]

 

이제 보여?

 

야, 가자

 

아줌마는요?

 

시장 갔대

 

[이나] 아줌마 언제쯤 온대요?

 

금방

 

[형태] 심심해?

 

참참참

 

걸렸다

 

딱밤, 딱

 

- 콩 - [이나의 놀란 숨소리]

 

[비장한 음악]

 

[이나의 헛웃음]

 

[한숨]

 

- [신비로운 효과음] - 참참

 

 

[형태의 옅은 탄식]

 

내 차례죠?

 

[이나] 참참참

 

[그레이스] 또 보자, 언니야

 

[자동차 시동음]

 

방금 누구야?

 

내 손님

 

- 복동희? - [그레이스] 들어가 봐

 

언니야, 니 손님도 와 있다

 

[이나] 참참참

 

[흥미진진한 음악]

 

에잇 [웃음]

 

참참

 

 

[딱 때리는 소리]

 

[형태의 아파하는 소리]

 

- [이나] 참참… - [형태] 자, 잠깐, 잠깐만

 

아, 아니야 [애쓰는 소리]

 

뭔가 잘못됐어

 

[다해] 야, 복이나

 

- 아줌마 - [다해] 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일홍] 집에 가기 싫은 날도 있잖니

 

저만할 때는 특히

 

엄마가 다 불러들였어?

 

[일홍] 아니

 

복씨네 없는 게 여기 있으니

 

다들 찾아오는 거 아니겠니?

 

그 집에 없는 거?

 

뭐, 이를테면 행복?

 

[다해] 뭐, 새 그림을 그리나 본데

 

- 나도 좀 알자 - [흥미로운 음악]

 

이번엔 장르가 뭔데?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주말 가족극

 

뭐?

 

[일홍] 너만 흔들린 거 아니야

 

복귀주도 마음 있어

 

[다해의 한숨]

 

[다해] 엄마

 

이러면 나 더 힘들어져

 

아, 겨우 마음 접으려고 하는데 왜 자꾸…

 

유일하게 서로에게 닿는 사이인데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에 마냥 밀어내고

 

애잔해서 보고만 있을 수가 있어야지

 

답은 하나야, 가족

 

가족을 볼모로 잡겠다고?

 

[일홍] 더 예쁜 표현도 있지 않니?

 

'가족애'

 

아니, 이렇게 된 거

 

진짜 사돈지간이 될 수도 있는 거지

 

평생 운명 공동체로

 

평생?

 

[다해] 평생 물고 안 놔주려고?

 

이거 윈윈이야

 

[일홍] 어쨌거나

 

내가 무엇보다 바라고 응원하는 건

 

둘의 행복이야

 

[부스럭 소리]

 

우리 사위가 미역국을 참 잘 먹더라

 

[부스럭 정리하는 소리]

 

[풀벌레 울음]

 

[차 문 열리는 소리]

 

여기

 

[귀주 모] 받아

 

당장 현금 유용이 어려워서 우선 이것부터 받고

 

- 귀주한테서 떨어… - [흥미로운 음악]

 

복귀주 좀 저한테서 떨어트려 주세요

 

엄마랑 거래를 하려고 해요

 

그럼 귀주 씨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위험해질 거예요

 

이 상황 정리할 수 있는 사람 여사님밖에 없어요

 

[귀주 모] 이런 얘기를 나한테 하는 의도가 뭐야?

 

같은 편을 등지고 나랑 손잡겠다는 건가?

 

성가셔서요

 

[다해] 복귀주, 지가 무슨 쫄쫄이 입은 히어로라고

 

주제넘게 남 일에 나대서

 

잘 아시잖아요

 

귀주가 내 말을 들어야 말이지

 

잘 알겠지만

 

여사님한테 강력한 무기가 있잖아요

 

무기를 쓰세요

 

잠을 자야 꿈을 꾸지, 잘 알겠지만

 

어이구, 이젠 대놓고 수면제 차를 권하네?

 

그럼 손으로 기운을 좀 불어넣어 드려요?

 

얻다 손을 대

 

여사님 재운 거

 

수면제였어요

 

저한테 어떤 특별한 기운이 있다거나

 

제가 복씨 집안을 구원할 귀인이라서가 아니라

 

약기운 따위에 신성한 꿈을 꿨을 리가 없어

 

그럼 이건 어떠세요?

 

1등이에요, 23억

 

음, 거짓말

 

[귀주 모] 어떻게…

 

설마 귀주가?

 

여사님 재운 거

 

[다해] 혹시 희망 아니었을까요?

 

희망?

 

복씨 집안이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요

 

[다해] 이 정도면

 

사기꾼 사탕발림보다 더 확실한 희망의 징표 같은데

 

어, 이걸 날 주겠다는 거야?

 

[귀주 모] 아, 왜?

 

[다해] 받고

 

떨어지세요

 

[경쾌한 음악]

 

주무세요

 

그래야 가족들 살려요

 

[휴대전화 진동음]

 

아, 전화는 하지 말라니까요

 

[신 여사 남편] 그치?

 

- 씁, 전화는 좀 거리감 느껴지지? - [어두운 음악]

 

집으로 갈까?

 

당신 마누라까지 면 대 면으로, 어?

 

[귀주 부] 알았어요, 알았다고

 

아이, 알았으니까 조금만 좀 기다려 줘요

 

[코 고는 소리]

 

여보

 

[긴장되는 음악]

 

자요?

 

- [긴장되는 효과음] - [문 열리는 소리]

 

[귀주 모의 새근거리는 소리]

 

[귀주 부가 작게] 니 엄마 잔다

 

손님방에 있던 도다해 물건 다 치우셨어요?

 

아이, 그건 니 엄마가 내다 버리라고 난리라서

 

[한숨]

 

[귀주 부] 왜? 뭐 찾는데?

 

반지요

 

반지?

 

[귀주 부] 저거 말이냐?

 

동희가 결혼식 박살 나던 날

 

도다해 가방에서 찾았어

 

도다해가 글쎄 금고에서 반지를 훔쳤더라고

 

- [귀주] 예? 뭘 훔쳤다고요? - [귀주 부의 놀란 숨소리]

 

[귀주 모의 피곤한 숨소리]

 

[무거운 음악]

 

복씨 집안 반지

 

[어둡고 긴장되는 음악]

 

[다이얼 조작음]

 

[비밀스러운 음악]

 

[다해] 집에 아직 내 물건 안 버렸지?

 

거기

 

나 구해 준 사람 유품이 있어

 

그분이 끼고 있던 반지

 

도다해

 

도대체 무슨…

 

[귀주] 도다해를 구해 준 사람이 남긴 유품이

 

우리 집안 반지?

 

그렇다면

 

도다해를 구한 사람은

 

정 선배가 아니라…

 

[풀벌레 울음]

 

야간 수당 받아야겠네

 

[귀주] 이거 맞아?

 

너 구해 준 사람 물건

 

[다해] 어

 

찾았구나

 

확실해?

 

너 구해 준 사람이 너한테 이 반지를 줬다고?

 

[다해] 응

 

얼굴 못 봤어?

 

[다해] 얼굴에 뭐 쓰고 있는 거 같았어

 

연기 마셔서 의식도 흐렸고

 

근데 반지 끼워 준 건 기억나

 

꼭 가지고 있어 달라면서

 

[차분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 [펑 터지는 소리] - [귀주 모] 귀주야!

 

[놀란 숨소리]

 

어떡하지

 

[감성적인 음악]

 

내가 널 구해야 될 거 같은데

 

어?

 

아무래도 나는

 

오만한 초능력자라

 

[계속되는 감성적인 음악]

 

[귀주] 이제 그 행복으로 널 구할 차례야

 

[귀주 모] 여태 날 감쪽같이 속여 놓고!

 

어디 같잖게 위해 주는 척은

 

[동희] 엄마 꿈 때문에 온 가족이 휘둘리는 거

 

엄마만 몰라

 

[이나] 그냥 쭉 투명 인간으로 있는 게 나았는데

 

근데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어요

 

[그레이스] 우리도 한번 날아 볼래?

 

나랑 날자, 딱 한 번만

 

[다해] 구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귀주 씨 가족들이야

 

[귀주] 초능력 없이도 과거를 바꿀 수 있더라고요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

 

복씨네한테 손만 대

 

[다해] 나도

 

엄마 딸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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