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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불시착 13

오지 말라고요

 

 이런 얼굴 안 보여 주고 싶다고

 

 [잔잔한 음악]

 

 내년에도, 그다음에도

 

 그다음에도

 

 좋은 날일 거요

 

 (정혁)  내가 생각하고 있을 거거든

 

 윤세리가 태어나 줘서 고맙다

 

 이 세상에

 

 내가 사랑하는 이가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

 

 그러니 앞으로도

 

 좋은 날들일 거요

 

 [세리가 흐느낀다]

 

 가 버린 줄 알았어요

 

 내가 가고 나면 기케 울 작정이오?

 

 누가 작정을 하고 우나?

 

 그냥 눈물이 나면 우는 거지

 

 혼자서 안 울었으면 좋갔는데

 

 오늘 울었으니까 이제 안 울지

 

 예방 주사 맞았잖아

 

 (세리)  어쩌다 들었는데

 

 아버지 더 힘들게 하지 말고 그만 가요

 

 그 문젠 내가 알아서 하갔소

 

 밤비 신드롬이라는 게 있대요

 

 (세리)  아기 사슴이 산속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차분한 음악]

 

 사람들이 예쁘다고 쓰다듬어 주잖아

 

 근데 사람들이 떠난 후엔

 

 아기 사슴이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 없다는 거야

 

 몸에 배어 버린 사람들의 체취 때문에

 

 가족들이 거부한다는 거지

 

 무리에서 버려진 아기 사슴은

 

 결국 죽게 되고

 

 내가 내 무리에서  거부당하고 버림받을까 봐

 

 그걸 걱정하는 거요?

 

 난 내가 지킬게요

 

 나 한번 믿어 봐요

 

 (세리)  난 내 세상에서

 

 내가 가진 지위든 사람들이든 돈이든  그 모든 걸 동원해서

 

 조철강

 

 아니

 

 그 누구에게라도 당하지 않도록 할게

 

 나 믿고

 

 이제 가도 돼요, 리정혁 씨

 

 당신 세상으로

 

 (치수)  처음 보지 않았니  그 에미나이 우는 거?

 

 (주먹)  그렇지요

 

 휴전선을 넘고도 울지 않던  세리 동무인데

 

 (은동)  빠다치기 실패했을 때도  울지 않았습니다

 

 순안 공항으로 탈출하려다  실패했을 때도 울진 않았디

 

 (치수)  대체 어디까지 엿들은 겁니까?  [한숨]

 

 (주먹)  와...

 

 [광범의 한숨]

 

 왜 안 들어오시지?

 

 (치수)  아유, 아주 들어오지 말고

 

 둘이 어디 아무도 모르는 데로  확 튀든가, 쯧

 

 (만복)  아, 무슨 그런 큰일 날 소리를!

 

 세계 군인 체육 대회가 끝날 날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어

 

 우린 그 전에

 

 반드시 정혁 동지를 데리고  돌아가야 하는 거고!

 

 미안합니다

 

 (치수)  아니, 삽으로 확 파묻어 버린대도  눈 하나 깜짝 않던 에미나이가

 

 갑자기 울고 난리니

 

 정신이 없어서...

 

 내가 잠깐 나가 보갔어

 

 [뛰어가는 발걸음]

 

 (정혁)  왜 나왔습니까?

 

 걱정이 돼서...

 

 일없습니까?

 

 괜찮아요, 들어가요

 

 (만복)  예, 다들 걱정하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세리)  갑자기 안 하던 짓들을 하니까  내가 놀라지

 

 (은동)  미안합니다

 

 아니야

 

 너희 내 걱정 한 거야?

 

 (치수)  참, 걱정은 누가 걱정을 했다고 기래?

 

 (세리)  야, 표치수, 너한텐 기대도 안 했거든?

 

 [세리의 놀란 숨소리]

 

 이 케이크 누가 고른 거야?

 

 와...

 

 아니, 어디서 이런  옛날 스타일의 케이크를

 

 [익살스러운 음악]

 

 - 촛불 붙여야지  - (주먹) 예

 

 이야, 이, 드라마에서만 봤디

 

 (주먹)  케이크에 촛불 켜는 거는 진짜  처음 해 봅니다

 

 [주먹의 웃음]

 

 (세리)  이건 또 꺼 줘야 맛이고

 

 (주먹)  자...  [세리의 옅은 웃음]

 

 (은동)  시작!

 

 (함께)  ♪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

 

 ♪ 꽃다발을 받으시라 ♪

 

 ♪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

 

 ♪ 생일을 축하합니다 ♪

 

 (치수)  다시 한번!

 

 (함께)  ♪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  [주먹의 추임새]

 

 [따뜻한 음악]  ♪ 축복을 받으시라 ♪

 

 ♪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

 

 ♪ 생일을 축하합니다 ♪  [은동의 추임새]

 

 (치수)  축하한다, 에미나이야

 

 [함께 축하해 준다]

 

 (세리)  내가 살다 살다  북한 생일 축하 송을 다 들어 보고

 

 근데 너희 생일 케이크의  촛불 끄기 전에

 

 소원 비는 거 정도는 알고 있겠지?

 

 그걸 몰랐어?

 

 아휴...

 

 내가 참 많은 걸 알려 주네

 

 자, 다들 눈 감고

 

 자기가 가장 원하는  소원 하나씩 비는 거야

 

 그다음에 촛불 끄면  이루어진다? 그 소원

 

 자, 다 빌었어?

 

 그럼 촛불 끄자

 

 하나, 둘, 셋

 

 [함께 입바람을 후 분다]

 

 [주먹의 탄성]  [함께 웃는다]

 

 (치수)  음, 잘 살라우, 에미나이

 

 - (치수) 축하합니다  - (세리) 고마워  [은동이 축하해 준다]

 

 - (만복) 축하합니다  - (세리) 다들 너무 고마워  [주먹이 피리를 뿌 분다]

 

 [함께 웃는다]

 

 [한숨]

 

 [노크 소리가 들린다]

 

 네  [문이 달칵 열린다]

 

 (정혁)  쉬는데 방해한 거 아니오?

 

 아니에요

 

 (세리)  근데 웬일?

 

 뭐예요? 나 주려고?

 

 생일 선물?

 

 선물은 선물인데...

 

 큰 건 아니고

 

 (세리)  상관없어요, 뭔데요, 줘 봐요

 

 미리 말해 두갔지만

 

 징표랄까 뭐, 그런 거 아니고

 

 (정혁)  특별한 의미라거나  그런 거 부여하지 않아도 되고

 

 알았어요, 그럴게

 

 몰랐으면 지나갔갔지만  알고서 가만있기도 그렇고

 

 (정혁)  또 딱 때마침 시간도 잠깐 났고

 

 그래서 그냥 산 건데...

 

 아무리 그냥 별 의미 없이 산 거지만

 

 또 너무 별거 아니다 싶으믄

 

 당신이 좋아하는  전당포에 갖다 맡겨도 상관이 없고

 

 지금 땀 흘리는 거야?

 

 (정혁)  실내가 더워서...

 

 (세리)  아, 줘 봐요  여자한테 선물 처음 줘 봐?

 

 뭘 이렇게 떨어

 

 [잔잔한 음악]

 

 반지였어?

 

 (세리)  [당황하며]  아, 아...

 

 어, 얼추 맞겠다

 

 엄지엔 꼭 맞아

 

 그건 내 거고

 

 어?

 

 커플 링이었어?

 

 당신이야말로 남자한테 선물  처음 받아 보는 거요?

 

 (정혁)  이런 건 뺏는 게 아니고 좀만 기다리믄

 

 이케 끼워 줄 텐데

 

 (세리)  뭐야

 

 모태 솔로라는 거 후라이 같은데?

 

 말해 봐요, 이런 거 어디서 배웠어?

 

 이렇게 사람 설레게 하는 짓

 

 줘 봐요, 나도 할래

 

 고마워요

 

 내가 본 반지 중에 제일 예뻐

 

 안 뺄 거야, 평생

 

 빼도 되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 기억할 거니까

 

 (택시 기사)  길이 막혀서는 못 가겠는데요

 

 (명은)  아유, 참, 못 간다는 거지, 지금?

 

 자, 받으라

 

 아니, 길을 이케 막고 있으면 어카니  아유, 진짜

 

 [명은이 짜증 낸다]  (월숙)  아니, 이 시간에

 

 이게 누굽니까, 사장 동지 아닙니까?  [명은의 웃음]

 

 안녕들 하셨습니까?  [옥금과 월숙이 호응한다]

 

 아니, 기리치 않아도  궁금한 것들이 많았는데

 

 - (명은) 예?  - 신혼집은 진작에 마련이 됐는데

 

 신혼부부는 왜 보이질 않는가 하고  [명은의 어색한 웃음]

 

 그거야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 정혁이가 전초선에  긴급 근무 들어가 있으니까

 

 (월숙)  아, 기런 거죠?

 

 아니, 나는 그 집에

 

 웬 낯선 남성이 들어가는 거를  얼핏 본 거 같아서

 

 기래서 내가 이 동네 인민반장으로서

 

 한번 방문을 해야 하나  그렇게 고민을 하던 참에

 

 [흥미진진한 음악]  (명은)  인사가 늦었습니다

 

 새해 복들 많이 받으시라요

 

 - (월숙) 아니, 일없습니다  - (옥금) 아이고, 일없습네다

 

 (명은)  아유

 

 아, 그 낯선 남성은  내 친척 조카입니다, 알베르토라고

 

 [월숙이 호응한다]

 

 - (월숙) 아, 알베...  - (옥금) 뭐요?

 

 (명은)  구라파에 살다가 얼마 전에  조국의 부름을 받고 들어왔지요

 

 아이, 평양에 있으라니까  이 시골 공기가 그립다고

 

 여기 잠깐 있갔다고 해서요

 

 - (월숙) 기랬구먼요  - (옥금) 네

 

 공기 면에선 평양보다 여기가 낫지요

 

 예, 기럼 '시 유 어게인'  [월숙이 호응한다]

 

 (월숙)  급해 보이지?

 

 (옥금)  많이 급해 보입니다

 

 씁, 친척 조카란 건 후라이 같고

 

 후라이 같고?

 

 맞바람?

 

 피바람이 불갔구먼

 

 [명은과 승준의 당황한 신음]

 

 아...  [승준이 쟁반을 탁 내려놓는다]

 

 저, 안녕하십니까?

 

 - 알 동무?  - (승준) 네, 알 동무입니다

 

 지난번에 잠깐 뵀었죠, 어머니?

 

 어머니?

 

 그렇지 않아도 일간 평양으로  한번 찾아봬야지, 그러던 참이었는데

 

 - 나를?  - (승준) 그럼요

 

 그런데 이렇게 직접 와 주시니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 우리 단이 여기 있지?  - (승준) 네

 

 저, 있긴 한데

 

 오늘 아침 해 뜰 때까지  보드카 먹고 뻗어 가지고

 

 또?

 

 (승준)  저, 이제는 좀 깨워서

 

 이 북엇국 좀 먹이려던 참이었습니다

 

 기래?  [익살스러운 음악]

 

 (승준)  아, 근데 설마

 

 단이 씨가 어머니께 말씀 안 드리고  외박을 한 건가요?

 

 아니, 손 전화가 하루 종일  계속 꺼져 있어서

 

 세상에, 얼마나 놀라셨어요, 그래

 

 조, 조금 노, 놀라긴 했는데

 

 (승준)  제가 대신 사과드릴 테니까

 

 우리 단이 씨  너무 야단치지 말아 주십시오

 

 우리 단이 어디 있는 거야, 대체

 

 - 아, 네, 요쪽 방입니다  - (명은) 어, 이쪽?

 

 (승준)  네, 네, 네, 네

 

 (명은)  아이고, 내가 진짜

 

 으이구, 이 미친 에미나이

 

 어서 일어나지 못하간?  [단의 당황한 신음]

 

 [명은이 단을 팍 때린다]  [명은의 못마땅한 신음]

 

 [단의 피곤한 신음]

 

 너 지금 이게 어케 된 일이야, 어?  [단의 한숨]

 

 어어?

 

 [노크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 아직 저녁 전이시죠?

 

 (승준)  나오셔서 식사하세요

 

 (명은)  하나같이 안면이 있는 반찬들이구나  [승준이 물을 졸졸 따른다]

 

 어제만 해도  우리 집 랭동기에 있던 것들 같은데

 

 [단의 시원한 숨소리]  (승준)  그 어떤 식탁이라도 이게 빠질 순 없죠

 

 [흥미진진한 음악]  [명은의 헛기침]

 

 (명은)  듣기론 영국 시민권자라고?

 

 부모님은 뭘 하시나?

 

 - (단) 엄마  - 아버지는 사업을 하셨습니다

 

 (승준)  오래전에 돌아가셨지만

 

 어머니는 재혼을 하셨는데

 

 못 뵌 지 17년쯤 되어 가고요

 

 기래?

 

 그럼 우리 단이랑은  그 어떤 릴레이션십을 갖고 있는 건지?

 

 (승준)  그냥 제가 혼자  서단 씨한테 반한 상태입니다

 

 아, 물론 다른 남자를  좋아하는 것도 알고 있고

 

 그분이랑 약혼한 사실도 알고 있지만

 

 (명은)  우리 단이가 왜 좋은가?

 

 서단 씨만의 절도 있는 단호함

 

 (승준)  거기서 우러나오는 귀족적인 기품

 

 누구 앞에서나 당당한 자신감과 우아함

 

 그 모든 것들이 이유죠

 

 사실 그건 모계 쪽 유전이 아닐까  판단되고요

 

 (명은)  난 마음에 든다

 

 너의 엘레강스한 면이 모계 유전인 건  또 어케 파악해 가지고

 

 씁, 사람이 지혜도 있고

 

 [헛웃음 치며]  사람 보는 눈도 있고 말이디

 

 엄마가 생각하는 기런 사이 아니야

 

 아닌데 간밤에 업혀 오질 않나

 

 (명은)  신혼집 하라고 얻어 준 살림집에서  하룻밤 보내고 오질 않나

 

 아, 몇 번을 말해

 

 사정이 있어서  잠깐 머물게 해 준 것뿐이라고

 

 기럼 너 정혁이 전초선에서 돌아오면  예정대로 결혼할 거야?

 

 기럼 안 합니까?

 

 (단)  난 정혁 동무의 약혼녀입니다

 

 [긴장되는 음악]

 

 [오 과장의 신음]

 

 [오 과장이 콜록거린다]

 

 맞는군

 

 아, 누, 누구시더라?

 

 알 텐데

 

 (오 과장)  아, 아, 아, 생각났어, 생각났어요

 

 아, 저희 그때 통화했었죠, 리정혁 씨

 

 [오 과장의 신음]

 

 그날 약속 장소에 오지 않고  다른 사람을 보냈던데

 

 [힘겨운 목소리로]  아, 그게 그날 제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가지고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제가 경우가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구승준이 그러던데

 

 동무는 꽤 능력 있는 브로커지만  절대 믿어선 안 된다고

 

 제가 그, 브로커란 일의 특성상

 

 제가 연결을 해, 해 드리지만

 

 충성을 하는 사람은 아니어 가지고

 

 [정혁이 힘을 꽉 준다]  [오 과장의 신음]

 

 내게 충성할 필요 없소

 

 [오 과장의 거친 숨소리]  (정혁)  내가 묻는 말에 제대로 답만 하면 되오

 

 (세리)  여쭤볼 게 있어요

 

 군인 체육 대회라는 거

 

 닷새 뒤엔 끝나는 거 같던데

 

 그럼 선수단 차량도  그날 바로 돌아가는 거예요?

 

 (만복)  예

 

 우린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버스를 타야 하고요

 

 그렇구나

 

 리정혁 씨도 그 버스를 타고 가는 게  가장 안전한 거고요

 

 정혁 동지 아버지께서

 

 위험을 무릅쓰고  조치를 취해 둔 상태입니다

 

 (만복)  그렇지만 그때 돌아가지 못한다믄

 

 그다음은 장담할 수가 없습네다

 

 못 돌아가면 안 되죠

 

 반드시 가야죠

 

 [의미심장한 음악]

 

 (상아)  오지 말라고 했다고요?

 

 (도우미)  네, 당분간은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오지 말라 그래서

 

 2주 전부터 그 집엔 일 못 가고 있어요

 

 그럼 윤세리가 도우미 아주머니도 없이

 

 직접 빨래며 청소며 다 한다는 거예요?

 

 [청소기 작동음]

 

 세리 동무, 뭐 합니까?

 

 청소하지

 

 기걸로 합니까?

 

 [은동의 탄성]  [청소기 작동이 뚝 멈춘다]

 

 [은동의 탄성]

 

 (은동)  남조선엔 참 신기한 거이 많습니다

 

 너희가 가져갈 수만 있으면  다 사 주겠는데

 

 [흥미진진한 음악]

 

 이게 여기선 마법 패스 같은 거야

 

 보통은 엄카라고들 하는데

 

 엄카가 뭡니까?

 

 엄마 카드

 

 근데 이건 세리 카드니까  세카라고 하자

 

 요점만 말하라우  이걸로 뭘 어카라는 거야?

 

 세카는 한도가 없는 카드야

 

 원하는 걸 다 살 수 있단 얘기지

 

 진짜입니까?  [은동의 탄성]

 

 (치수)  아, 이, 겁이 없구먼

 

 너 노후를 각설이로 보내게 해 주겠단  내 경고가 개나발 같네?

 

 그래, 제발 날 좀 거덜 내 달라고

 

 너희 옷부터 좀 어떻게 하고  [치수의 못마땅한 헛기침]

 

 특히 표치수 너...

 

 (세리)  아, 진짜 미쳐 버리겠네

 

 아, 무슨 패션 테러리스트들도 아니고

 

 테러?

 

 이 에미나이가 사람을 뭘로 보고

 

 (치수)  우리가 뭘 테러한다는 거이가!

 

 (광범)  우리 그런 사람들 아닙니다

 

 [주먹의 헛기침]

 

 (주먹)  그, 패션 테러리스트는

 

 진짜로 테러를 한다는 거이 아니고

 

 그, 옷을 좀 못 입는다  뭐, 기런 말입니다

 

 - (치수) 음, 기래?  - (광범) 아...

 

 옷을 우리가 못 입긴 왜 못 입어!

 

 못 입어, 그러니까 잘 좀 입어 보라고

 

 내가 너희 떠나기 전에

 

 선물이라도 해 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

 

 (세리)  그동안 갖고 싶었던 거  먹고 싶었던 거

 

 입고 싶었던 거 다 사라고

 

 꼭

 

 [은동의 탄성]

 

 - (주먹) 치수 동지  - (치수) 응

 

 [주먹의 감탄]  (치수)  음, 야, 야, 야, 야

 

 남조선이 얼핏 잘사는 거 같지만

 

 장마당 나와 보니 그 실체가  낱낱이 드러나는구나, 야

 

 (치수)  이 바지를 보라우

 

 아주 걸레만도 못하게  갈기갈기 찢어져 있지 않니?

 

 (만복)  아휴, 저거를 왜 기워서 팔지  저케 팔고 있나

 

 멋으로 입고 다니는 것 같긴  하던데 말입니다

 

 야, 멋은 무슨

 

 (치수)  도가니에 바람 들겄다, 야

 

 치, 뭐야, 이게

 

 [흥미로운 음악]

 

 (은동)  오!

 

 (주먹)  똑, 똑같은 거 하나 주세요

 

 [은동의 감탄]

 

 (치수)  어, 기거이 맘에 드는 거가?

 

 음, 색깔별로 다 사라우

 

 아니, 열 개 사라우!

 

 그래도 됩니까?

 

 (은동)  아, 동생들 갖다주면 좋아는 하갔는데

 

 (치수)  당연하지

 

 뭐, 하나에 뭐...

 

 5, 5...

 

 5천 원?

 

 어, 싸, 싸진 않지만  일없어, 다 사라우

 

 옷은? 뭐 마음에 드는 거 없네?

 

 (은동)  옷은 너무 많아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르갔습니다

 

 저는

 

 [주먹의 옅은 웃음]

 

 이거면 됩니다

 

 [함께 놀란다]

 

 - (치수) 야, 어케 이러지?  - (은동) 저도 모르갔습니다

 

 [부드러운 연주]

 

 ♪ 오늘 밤도 ♪

 

 (남자1)  ♪ 이렇게 ♪

 

 ♪ 네 생각에 ♪

 

 (만복)  저 사람들은 뭐 하는 거가?  [남자1이 계속 노래한다]

 

 각설이 아닙니까?

 

 내 이럴 줄 알았디

 

 (치수)  거리마다 각설이가 넘쳐나다니

 

 (은동)  저는 저 옷이 갖고 싶습니다

 

 (남자1)  ♪ 남몰래 너를... ♪  [따뜻한 음악]

 

 (주먹)  은동아!

 

 (상아)  세리스초이스 대표 교체 건  다시 추진하려고 해요

 

 (이사)  그건 대표님 돌아오시면서  이미 부결된 건인데

 

 만약 윤세리 대표에게  회사를 운영할 수 없는

 

 (상아)  중대한 결격 사유가  새로 발견됐다면요?

 

 [의미심장한 음악]  [이사들이 웅성거린다]

 

 윤 대표가 사라졌던 동안  어디에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이사들이 연신 웅성거린다]

 

 (정연)  애 살아 돌아오자마자  등에 칼 꽂으려고?

 

 너 참 대단하구나

 

 저 지금 어머니 아들 잘되자고  애쓰고 있는 건데

 

 이렇게 나쁜 년 만드시면  저도 섭섭하죠, 어머니

 

 어떤 엄마가 제 아들 잘되라고  자기 딸을 사지에 몰까

 

 (정연)  세리 어디 갔다 왔는지 나도 알고

 

 걔를 거기서 못 나오게 막은 게  너랑 세형이라는 것도 알아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물론 아버지도 알고 계시고

 

 세형이 홍콩 출장 갔지?

 

 바로 들어오라고 전해  너도 같이 들어오고

 

 [한숨]

 

 [노크 소리가 들린다]

 

 (창식)  저, 간밤에 차상우가  저, 자기 SNS에

 

 그, 누가 봐도 대표님한테 보내는  메시지를 올렸는데

 

 [창식이 중얼거린다]

 

 이것 좀 보세요

 

 [발랄한 음악]

 

 딴 여자 얘기겠지

 

 (구매팀장)  #무사히 돌아와 줘서 기뻐  #다시 만날까, 우리?

 

 #지금은 새벽 두 시  #취중 진담

 

 (창식)  딱 봐도 누가 봐도 어디를 봐도  [한숨]

 

 대표님 얘기예요  [세리의 헛웃음]

 

 술 먹고 한 얘기가 뭐가 중요하다고  이렇게 호들갑들이지?

 

 - 그만하시고  - (창식) 아니, 그래도

 

 (창식)  자꾸 기자들이 재결합하는 거냐고  연락이 오니까

 

 (세리)  재결합은 무슨, 진짜

 

 (창식)  예전에도 그러신 적 있잖아요

 

 그, 신영웅 선수 사귀실 때였나?

 

 (구매팀장)  아니, 아이돌 걔, 원지훈 사귀실 때

 

 결별, 재결합, 결별

 

 (창식)  참, 난리, 난리, 그런 난리도 없었지

 

 - (구매팀장) 없었어, 없었어  - (세리) 그만!

 

 [리모컨을 탁 내려놓으며]  아니, 지금 일이  이렇게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내가 그런 쓸데없는 소리나  듣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요, 쯧

 

 얼른 가서 일들 보죠?

 

 - (창식) 예  - (구매팀장) 예

 

 (창식)  이혁 씨, 뭐 해요?

 

 나와요

 

 아니, 그, 혁이 씨는 남고

 

 예?

 

 (세리)  그, 내가 중요하고 긴밀하게  뭐 지시할 사항들도 좀 있고

 

 - 얼른 나가요  - (창식) 예

 

 [문이 탁 여닫힌다]  [세리의 한숨]

 

 (정혁)  남자 만나러 남조선 간다던 말이  빈말은 아니었군

 

 그냥 뭐, 잠깐씩 스쳐 지나간  그런 남자들이에요

 

 아, 그런 거요?

 

 (세리)  응, 그렇다니까

 

 나도 스쳐 지나가는 중이오?

 

 (정혁)  뭐, 벌써 지나갔으면 말해 주고

 

 (세리)  어머, 우리 혁이 질투해요?

 

 아니고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나 때문이라는 거요?

 

 그러니까 좀  빨리빨리 나타나지 그랬어요

 

 우리 사이에 휴전선이 있는데  뭘 어케 빨리빨리 나타나라는...

 

 그래서 내가 이해를 해 주는 거예요

 

 (세리)  이게 민족의 아픔이지  리정혁 씨 개인의 잘못은 아니잖아

 

 암튼 나도 힘들었다고

 

 이 사람인가? 만나면 아니고

 

 저 사람인가? 만나면 또 아니고

 

 운명이 거기 있으니까  계속 아닐 수밖에  [정혁의 헛웃음]

 

 [잔잔한 음악]  나도 너무 피곤하고 힘들었다고, 진짜

 

 이렇게 수고롭고 힘들게  돌고 돌아 만났는데

 

 우리 땡땡이칠까요, 리정혁 씨?

 

 콜?

 

 [영화 소리가 흘러나온다]

 

 오늘의 땡땡이 만족스럽소?

 

 모든 땡땡이는 만족스러울 수가 없지

 

 (세리)  계획 없이 하다 보니까 의욕에 비해서  뭘 많이 못 하거든

 

 대신 기억엔 오래 남지  별거 하지 않아도

 

 리정혁 씨도 땡땡이친 적 있어요?

 

 있지

 

 뭐 했는데요?

 

 나 역시 별건 안 했고

 

 (정혁)  수업 빠지고 외부에 나가  사진을 찍었소

 

 [호응한다]

 

 긴데 어떤 사람이 높은 다리 위에서  뛰어내릴까 말까

 

 그러고 있더군

 

 누가?

 

 여자였는데 내 스타일이었소

 

 치

 

 그래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고  그랬구먼?

 

 다가가서 사진을 좀  찍어 달라고 했더니

 

 아, 됐어요  뭘 그걸 또 그렇게 자세히 설명해

 

 여게 무서운데 꼭 여게서 찍어야겠냐며

 

 (정혁)  손을 떨면서도 카메라를 받더군

 

 [감성적인 음악]

 

 [영어]  사진 좀 부탁해도 될까요?

 

 [세리의 거친 숨소리]

 

 (세리)  그래요, 카메라 주세요

 

 [세리의 겁먹은 신음]

 

 (세리)  [한국어]  거기가 어디인데요?

 

 스위스

 

 시그니스빌 다리 위

 

 (정혁)  그 여자가 오래 기억에 남았었지

 

 '그 후로도 잘 살까?'

 

 '나쁜 생각 하지 않을까?'

 

 가끔 생각이 났소

 

 왜냐하면

 

 내 스타일이었으니까

 

 [세리의 놀란 숨소리]

 

 그럼...

 

 그 옆에 있던 여자가 서단 씨?

 

 당신이 그랬지, 남자가 아깝다고

 

 우리 도대체 몇 번을 만난 거야?

 

 (세리)  나 지금 정말 행복해

 

 사람이 죽기 전에 아주 잠깐

 

 주마등처럼 자신의 생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고 하잖아

 

 아마 그 순간 중 지금이 있을 거야

 

 [가게 안이 시끌벅적하다]

 

 [사람들의 탄성]

 

 (남자2)  야, 야, 막아, 막아, 막으라고!  야, 씨, 뭐 하냐!

 

 와 저케들 시끄러운 거니?

 

 아, 저, 축구 보느라 그럽니다

 

 (치수)  치, 아주 유흥의 끝판이구먼

 

 국가 대항 경기입니다

 

 (치수)  야, 국가가 대항을 하거나 말거나, 쯧

 

 (만복)  이거는 표치수 동무 말이 맞아  [치수가 호응한다]

 

 우리는 정혁 동지를

 

 안전하게 귀환시키는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갈 생각만을 해야 하는...

 

 한일전인데

 

 [함께 놀란다]  (치수)  한일?

 

 (치수)  가라, 가라, 가라, 가라!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함께 환호한다]

 

 [부드러운 음악]

 

 (치수)  중대장 동지, 에미나이야!

 

 [중대원들이 환호한다]

 

 (사람들)  ♪ 오, 필승 코리아 ♪

 

 ♪ 오, 필승 코리아 ♪

 

 - (치수) 만세, 만세!  - (남자3) 대한민국!

 

 (함께)  대한민국!

 

 대한민국!

 

 [저마다 기대한다]

 

 [함께 탄식한다]

 

 [저마다 기대한다]

 

 [함께 환호한다]

 

 [저마다 환호한다]

 

 (남자4)  와, 역시

 

 내가 오늘 이 가게 치킨 다 쏠게요!

 

 [사람들의 환호]

 

 양송이버섯

 

 [풋 웃는다]

 

 (치수)  넌 왜 만날 '섯'이야, 씨

 

 이씨...

 

 - (주먹) 그, 단숨에 마시시라요, 예?  - (만복) 단숨에 마시라요!  [은동의 환호]

 

 (주먹)  자!

 

 (함께)  ♪ 빨리빨리 마시세 ♪

 

 ♪ 어서어서 마시세 ♪

 

 ♪ 안 마시면 졸장부  잘 마시면 대장부 ♪

 

 (치수)  대장부!

 

 (함께)  ♪ 빨리빨리 마시세 ♪

 

 ♪ 어서어서 마시세 ♪

 

 ♪ 안 마시면 졸장부  잘 마시면 대장부 ♪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

 

 [웃음]

 

 고맙습...  [긴장되는 음악]

 

 (철강)  여기서 보니까 더 반갑구먼그래

 

 동무가 날 배신했다는 걸 알고  처음엔 화가 났지만 말이야

 

 뭐, 기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

 

 송충이도 가끔은 솔잎 말고  다른 것도 먹고 싶고 기리지 않갔어?

 

 기렇지만 현실을 직시하라

 

 동무가 조국으로 돌아가믄

 

 총정치국장이 동무를  보호해 줄 수 있을 거 같니?

 

 동무는 엄연히 자신의 큰아들을  죽게 만든 자인데 말이야, 응?

 

 다 쓰이고 나믄 버려지는 거야

 

 그동안 동무의 식솔들 건사해 준 자가  총정치국장이었어?

 

 수용소에 가서 죽을 뻔한

 

 동무의 늙은 오마니를 꺼내 준 자가  리정혁이었어?

 

 저를 그냥 모른 척해 주시면  안 되갔습니까?

 

 (만복)  저는 죽은 리무혁 동무에게  꼭 빚을 갚고 싶습니다

 

 죽은 자에게 빚을 갚을 거가?

 

 (철강)  아니믄 하나뿐인 자식을 살릴 거가?

 

 예?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철강)  오늘 아침 우필이 모습이야  [만복의 떨리는 숨소리]

 

 소, 소좌, 소, 소좌 동지

 

 의리, 정의 다 좋지

 

 좋은데 누군 기딴 게 좋은지 몰라서  안 지키고 살갔어?

 

 허울 좋은 그것들보다는

 

 (철강)  내 가족, 내 새끼들 지키느라  기케 사는 거야

 

 기걸 누가 나쁘다고 할 수 있간?

 

 긴데 나는 거리에서 태어난  꽃제비 출신 아니가

 

 난 누구 지켜 줄 사람도 없고  무서울 것도 없어

 

 기래서 난 다 걸고 뎀비는 거야

 

 리정혁이 여기서 잡고  윤세리 데리고 조국으로 돌아가믄

 

 난 높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  이 말이야

 

 기러니까 선택하라, 동무

 

 [함께 드르렁거린다]

 

 (은동)  중대장 동지가  여기서 주무시면 좋갔는데요

 

 일없다 하지 않아, 편히 자라

 

 고맙습니다

 

 (정혁)  우리 만나기 전엔  찜질방에서 잤었다고?

 

 아, 예

 

 긴데 거기도 아주 좋았디요

 

 남조선엔 신기한 거이 참 많습니다

 

 또 뭐가 기케 신기했어?

 

 주먹 동지랑 PC방이란 델 갔었지요

 

 (은동)  그, 게임이라는 거를  처음 해 봤는데 말입니다

 

 (정혁)  은동이도 게임을 했구나

 

 하긴 동무 나이 땐 기것도 다 경험이야

 

 씁, 처음에는 그, 잔챙이들이

 

 소총이나 따따따 쏘믄서  골목 놀이 하고 있길래

 

 '내래 본때를 보여 주갔어' 하고  참여를 했댔습니다

 

 씁, 긴데 생각보다 힘들더구먼요

 

 보기보다 쉽지가 않아

 

 예, 기래서

 

 가지고 있는 무기와 갑옷의 특징을  연구해 가면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데

 

 (은동)  그, 어디서 값비싼 장비로 무장한  남조선 날라리 놈이 나타나서는

 

 진탕을 치는 바람에

 

 아휴, 저런

 

 내가 오죽 열받았으믄

 

 '컴퓨터 뒤에 숨어서 기러지 말고  얼굴 한번 보자!'

 

 이러지 않았갔습니까?

 

 - 그랬더니?  - (은동) 안 나타나더구먼요

 

 그, 돈 많고 겁 많은

 

 전형적인 자본주의의  허세꾼이었던 게죠

 

 [호응한다]

 

 '도마도재배자' 새끼, 쯧

 

 [익살스러운 음악]

 

 동무는 게임 속 이름이 뭐였어?

 

 아, 예, 저는 '피타는 노력'이었디요

 

 [헛웃음]

 

 - (정혁) 그랬구먼  - (은동) 예, 기래서 제가...

 

 (정혁)  그만 떠들고 자지 기래, 밤도 늦었는데

 

 (은동)  어디 가십니까?

 

 물 마시러

 

 (정혁)  얼른 자라  [문이 탁 닫힌다]

 

 [은동의 신난 숨소리]

 

 왜 그러고 있습니까?

 

 혹시 출출하믄...

 

 [만복이 훌쩍인다]  [무거운 음악]

 

 (만복)  [울먹이며]  아닙니다

 

 (정혁)  가족 생각나서 그럽니까?

 

 곧 돌아가서 만나게 될 겁니다

 

 나 때문에 일이 이케 돼서 미안합니다

 

 (월숙)  저희가 그동안 영애 동지를 도울

 

 무슨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여기 명순 동무가 영애 동지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 (영애) 응?  - (명순) 장기 출장을 간

 

 저희 세대주랑은 연락이 안 되고

 

 (명순)  절친한 후배 동무들을 찾아가서  이것저것 물어봤댔습니다

 

 후배라믄 귀, 귀때기?

 

 - (명순) 예  - 귀때기들이 누굽니까?

 

 우리 동네 구석구석  모르는 정보가 없지요

 

 - 아, 기렇지  - (월숙) 예

 

 아, 기러면 그 후배 동무들이  어떤 정보를 알려 줬나?

 

 이번에 대좌 동지가 연루된 사건은  조철강 소좌가

 

 총정치국장의 치부를 건드리려다  기케 된 거라고 합니다

 

 [기가 찬 신음]

 

 - (옥금) 아이고, 영애 동지  - (월숙) 영애 동지

 

 (옥금)  아니, 기케 높은 데를  건드렸다가 걸렸으니

 

 조철강이가 소리 소문 없이  죽은 거 아니갔습니까?

 

 어캅니까, 이 일을

 

 이럴 때 하필이면 우리 리정혁 동지는  전초선에 들어가 있어서...

 

 (월숙)  아!

 

 총정치국장에게 가는  직진로까진 아니지만

 

 에둘러 돌아가는 다른 길이  근처에 있긴 합니다

 

 (영애)  응?

 

 - 총정치국장의  - (영애) 어

 

 - 안사돈 될 사람의  - (영애) 어

 

 구라파 살던 친척 조카

 

 [흥미진진한 음악]

 

 어?

 

 (승준)  아이, 가마솥에 물 끓여서  목욕을 다 해 보고

 

 하하, 참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노크 소리가 들린다]

 

 (월숙)  구라파 조카 동무, 안에 있습니까?

 

 (명순)  문 좀 열어 주시라요

 

 - (옥금) 없는 거 아닙네까?  - (월숙) 아니라니까

 

 (월숙)  안에 있다니까

 

 좀 전에 이 집 가마솥 연기가  올라가는 거

 

 같이 보고 올라오지 않았니

 

 - (명순) 연기가 났습니다  - (옥금) 아, 기렇지요?

 

 (영애)  다시 두들겨 보라  [노크 소리가 들린다]

 

 (월숙)  문 좀 열라요!

 

 따고 들어가는 수가 있어!

 

 아니, 그, 그건 범죄인데?

 

 (단)  무슨 일입니까?

 

 어, 서단 씨다

 

 (월숙)  아니, 나는 이 동네 인민반장으로서  점검차...

 

 (단)  들어오시라요

 

 들어온다고?  [잠금장치가 달칵 열린다]

 

 [승준의 당황한 탄성]

 

 [영애의 당황한 신음]  (월숙)  아이고, 이게...

 

 왔어?

 

 - (월숙) 이야...  - (승준) 오셨습니까?

 

 많이들 오셨습니다

 

 [문이 탁 여닫힌다]

 

 (월숙)  음...

 

 (영애)  [웃으며]  아이고

 

 아니, 이렇게 갑자기들 몰려와 가지고

 

 불편하진 않은가 모르갔네

 

 불편합니다

 

 (월숙)  아, 영애 동지, 잘되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총정치국장의 안사돈의

 

 구라파 살던  친척 조카를 만나러 왔는데

 

 오히려 직계인 딸이 여기 딱 있으니

 

 용건이 뭡니까?

 

 (영애)  저, 이...

 

 이거...

 

 내가 우리 시어머니한테 받은 거야

 

 진짜 귀하게 간직하던 건데

 

 기러면 계속 귀하게 간직하시라요

 

 [영애의 헛기침]

 

 (영애)  사실은 우리 세대주가

 

 여단 지휘부 보위부에  구속이 돼 있어서

 

 그, 시아버지 되실 총정치국장 동지께  한마디만 넣어 주믄...

 

 개인적인 청탁은 받지 않갔습니다

 

 (단)  더 하실 말이 있습니까?

 

 (승준)  [문을 달칵 열며]  어허, 에이, 거참, 누나

 

 그,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말라요

 

 그, 우리 누나가  말은 엄동설한 찬바람이지만은

 

 마음은 봄바람입니다

 

 세대주 동지 성함 적어 놓고 가시라요

 

 [영애의 놀란 숨소리]  내가 기회 봐서 우리 고모에게

 

 잘 얘기해 놓갔습니다  [단의 한숨]

 

 (월숙)  이야, 우리 구라파 조카 동무가  아주 말이 통하는구나, 야

 

 (영애)  아이고, 참, 기러면  꼭 좀 부탁하자요

 

 염려 푹 놓으시라요

 

 긴데 난 동무를 본 것 같습니다

 

 나를요?

 

 [의미심장한 음악]  요 전날 밤에 리정혁 대위 동지 집에서  나오는 걸 봤습니다

 

 - (옥금) 진짜가?  - (월숙) 리정혁...

 

 내가 심부름 시켰습니다  뭐 좀 가져올 게 있어서

 

 [여자들이 호응한다]

 

 예

 

 (승준)  이야, 서단 씨 덕분에  밖에도 나와 보네

 

 며칠 동안 집에만 있어서 힘들었거든

 

 말하십시오

 

 (단)  정혁 동무 집엔 왜 간 겁니까?

 

 정혁 동무는 전초선에 있는데

 

 거짓말 꾸며댈 생각 하지 말고

 

 나 서단 씨한텐 거짓말 안 해요  안 하기로 했어

 

 사실은

 

 전초선에 있던 리정혁 씨한테  연락이 왔었어요

 

 무슨 이유로?

 

 조철강이 후송 도중에  사고로 죽은 게 아니라

 

 사라졌대요

 

 (승준)  남한으로 넘어갔고 윤세리를 데려와서

 

 리정혁 씨네 집안을  망가뜨리겠다는 거지

 

 기래서요?

 

 그래서 리정혁 씨가

 

 서울에 갔어요

 

 [어두운 음악]

 

 윤세리 구하고 조철강 잡겠다고

 

 (승준)  그, 주변 사람들한테

 

 그 얘기 하면  괜히 폐 끼칠 거 같다면서

 

 만만한 나한테 이것저것 부탁한 거고

 

 그래서 내가  이런저런 심부름도 해 주고

 

 사람도 소개시켜 주고

 

 아,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서단 씨

 

 괜찮아요?

 

 아, 서단 씨...

 

 내가, 내가 잘못했어요

 

 저, 일단 울지 말고...

 

 [한숨]

 

 자, 알아보고 온 것을 보고하라

 

 (명석)  누나

 

 일단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있어

 

 뭐부터 듣고 싶네?

 

 아새끼래 잔대가리 굴리지 말고  빨리빨리 말하라!

 

 일단 알베르토 구는  영국인 출신의 사업가가 맞아

 

 오...

 

 (명석)  국제적인 규모의 사업체가  해외 여기저기 있었고 말이디

 

 오, 부정적인 건?

 

 이게 부정적인 거야

 

 뭔 소리네?

 

 이번에 총정치국장 동지의 지시로

 

 대대적인 불법 사업  색출 작전이 있었다고

 

 (명석)  밀수며 마약 유통이며

 

 돈 받고 범죄자 은닉해 주고  그런 인간들

 

 넌 일없었고?

 

 나야 누나 재력 덕분에  금 보기를 돌같이 해 왔으니 일없디

 

 긴데?

 

 사건 관련된 영국인 사업가가 있는데

 

 기거이 알베르토 구야

 

 [흥미진진한 음악]  왓 더... 뭐?

 

 보위부에서 찾고 있다고, 그자를

 

 (명석)  남조선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사기 치고 날아서

 

 우리 공화국으로 숨어들었다지 뭐야

 

 오, 마이 갓

 

 [괴로운 신음]

 

 그러면은 긍정적인 거는?

 

 - 아, 긍정적인 거는  - (명은) 어

 

 단이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거 같지가 않아

 

 - 뭐?  - (명석) 다 알고 만난다는 거니까

 

 (명석)  최소한 우리 단이가

 

 사기꾼한테 사기를 당한 건  아니라는 거 아니갔어?

 

 이런 미친

 

 퍽도 긍정적이다, 이 새끼야  [명석의 당황한 신음]

 

 (명은)  아주 그냥 보고를 이따위로 하고 있네!  [명석이 당황한다]

 

 - (명은) 요놈이 진짜!  - 아유, 맨날 뭐

 

 [명은이 화낸다]  (명석)  내가 동네북이야?

 

 (정혁)  뭐 하는 거요?

 

 (세리)  어

 

 이따 주먹이 심부름 시킬 건데  예쁘게 하고 가라고

 

 주먹인 이제 떼자

 

 [잔잔한 음악]

 

 무슨 심부름인데?

 

 아주 세련된 서울 사람처럼 하고 가서

 

 뭘 좀 받아 오는 심부름

 

 (치수)  세련된 서울 사람이라면  내가 적격이긴 한데

 

 어제도 내가 사거리에 서 있는데  사람들이 막 길을 묻더라고

 

 [웃으며]  서울 사람인 줄 알고

 

 (세리)  [웃으며]  아니야

 

 근데 주먹이는 심부름 가려면  옷을 좀 갈아입어야겠는데?

 

 예? 옷?

 

 (세리)  그럼

 

 여기선 심부름 갈 때 아무 옷이나  입고 가고 그러지 않는다고

 

 [부대원들의 탄성]

 

 - (치수) 멋지구나, 야, 어?  - (은동) 최고입니다

 

 (세리)  진짜 어울린다

 

 - 기렇습니까?  - (세리) 응

 

 (치수)  그, 진짜 남조선에선  심부름을 저케 하고 가는 거가?

 

 (세리)  그렇다니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놀란 숨소리]

 

 (지우)  원래 세리가 이런 부탁 안 하는 애인데

 

 꼭 좀 부탁한다고 조르더라고요

 

 아...

 

 (지우)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동생들이 있는데

 

 그중 한 명이라고

 

 [지우의 웃음]

 

 나 보고 싶어서  진짜 멀리서 왔다고 들었는데

 

 너무 고마워요

 

 아닙니다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세요

 

 [헛기침]

 

 사랑하는 사람들은

 

 만나는 거라고 하셨디요

 

 [웃음]

 

 아무리...

 

 먼 길을 떠나도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결국 돌아오는 거야

 

 예, 옳습니다

 

 사랑은 돌아오는 거지요

 

 [웃음]

 

 [웃음]

 

 (정혁)  주먹 동무는?

 

 (치수)  주먹이 야는 밥 안 먹겠답니다

 

 왜?  [치수의 옅은 신음]

 

 (치수)  지우 배우 동지와 먹은  점심 한 끼로 채워진 고귀한 위장에

 

 다른 음식물 따위를 넣을 순 없답니다

 

 [치수의 웃음]  [정혁의 한숨]

 

 [헛웃음]

 

 (지우)  김주먹 씨, 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

 

 [감격한 숨소리]

 

 예, 지우 히메

 

 꼭 기케 하자요!

 

 아...

 

 긴데 방법은 통일뿐이구나, 쯧

 

 [문이 달칵 열린다]

 

 (세리)  받아 오라는 거 잘 받아 왔어?

 

 (주먹)  와, 세리 동지

 

 - (주먹) 나 진짜 깜빡 속았습니다  - (세리) 보자

 

 아니, 어케 기케 태연하게...

 

 내가 아침에 너한테 말할 때  이거 한 거 못 봤어?

 

 (치수)  그, 진짜 남조선에선  심부름을 저케 하고 가는 거가?

 

 (세리)  그렇다니까?

 

 (주먹)  기거이 뭡니까?

 

 크로스 마이 핑거

 

 (은동)  이거이 미제국주의식으로

 

 '난 앞으로 후라이를 깔 것이다'  뭐, 기런 거랍니다

 

 (세리)  그래, 그러니까 난 너한테  거짓말을 했지만

 

 하나님은 용서해 주셨을 거라고

 

 (치수)  씁, 이야, 이 에미나이는 어케 이케  자기 스스로에게 관대할까

 

 (주먹)  진짜 고맙습니다, 세리 동무

 

 난 일생의 소원을 성취했으니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따뜻한 음악]

 

 (세리)  너는 네가 받을 상을 받았잖아

 

 한류사랑상 김주먹

 

 우리 친절상 금은동

 

 그리고...

 

 정수리 꽃향기 표치수

 

 우리 또 마지막 인사 하는 겁니까?

 

 그렇지

 

 우린 맨날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하네?

 

 (세리)  근데 또 아니?

 

 이게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잖아

 

 그래도 인사는 할 수 있을 때  미리미리 해야지

 

 [훌쩍인다]

 

 그리고 너희

 

 내가 카드 마음껏 쓰라고 줬더니  별로 쓰지도 않아서

 

 내가 너희 선물 하나씩 준비했어

 

 (정혁)  떠날 준비들은 모두 마쳤나?

 

 (함께)  예!

 

 (만복)  다른 선수 단원들이 눈치채지 않도록

 

 모처에 따로 출발할 버스를  보내 주기로 했습니다

 

 (치수)  중대장 동지는 같이 안 가십니까?

 

 [긴장되는 음악]

 

 (녹음 속 정혁)  오 과장이라는 사람이  연락을 주기로 했고

 

 동무들 먼저 가 있으면  난 일을 해결하고 곧 따라가갔다

 

 [통화 연결음]

 

 동무, 수고했어

 

 이제 리정혁이 불러들이는 건

 

 내가 오 과장 동무 통해서 할 테니까

 

 동무는 의심 사지 않도록 행동하면서

 

 리정혁과 윤세리의 동선을  내게 알려 달라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혜지)  어머

 

 뭐 깨지는 거 같은데요?

 

 (세준)  응, 깨질 만하지

 

 손 좀 잡아 줄래?

 

 (혜지)  어, 알았어

 

 [정연의 한숨]

 

 [증평의 한숨]  (세형)  아버지

 

 이게 어느 시대 건지는 알고  깨시는 거예요?

 

 문화유산을 이렇게 파괴해 버리시면...

 

 이거 놔, 인마!

 

 (증평)  너 그때 말했어야 됐어  내가 너한테 기회 한 번 줬을 때!

 

 아버지!  [어두운 음악]

 

 (세형)  처음 본 이 사람들 말을  믿으실 거예요?

 

 아니면 아버지 아들 말을  믿으실 거예요?

 

 (증평)  나 너 믿었어

 

 그럼 계속 좀 믿어 주세, 주세요  오해시라니까요

 

 (증평)  조용히 해, 인마!

 

 너, 내가 왜 너한테  그 자리 줬다고 생각하냐?

 

 네가 잘나서?

 

 아니야, 이놈아!

 

 네가 제일 모자라니까 그런 거야

 

 마누라한테 치여 살고  눈 뜨고 사기까지 당하고

 

 그래도 네가 스스로 모자라는 걸 알면

 

 혼자 눈 닫고, 귀 닫고 살지 않고

 

 손 내밀고 도움 청하면서  그렇게 일할 줄 알았어

 

 그러라고 그 자리에 앉힌 거고

 

 그럼 아버지는 셋 중에  저를 택하신 이유가

 

 제가 제일 뭐, 부족해서라는 거예요?

 

 이 자식아, 인마, 부족해도, 인마  이렇게 못날 줄 몰랐지!

 

 [증평의 한숨]

 

 (증평)  내가 실수했다

 

 조만간 주총 다시 열 거야

 

 미련 갖지 말고  다시 내려올 준비나 해!

 

 아, 아버지, 왜 그러세요, 진짜로

 

 아버님

 

 (상아)  충분히 노하실 만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거  용서해 주세요

 

 일어나!

 

 (증평)  둘 다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나가!

 

 (상아)  이거 한 번만 봐 주세요

 

 보시고 판단해 주세요

 

 [긴장되는 음악]

 

 구승준이에요, 아버님

 

 북에서 그 두 사람  같이 숨어 있었어요

 

 과연 사고일까요?

 

 그리고 이번 일 조사하면서  저희도 알게 된 건데요

 

 20여 년 전 아버님께서  강제 인수 합병 하셨던

 

 구룡물산의 구명수 대표

 

 그분 아들이었어요, 구승준이

 

 모든 걸 속이고 의도적으로  저희 집안에 접근했더라고요

 

 뭐야?

 

 이런 모든 말씀 드리기 전에  정확한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막말로

 

 (세형)  저도 별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파혼한 두 사람이  왜 북한에 같이 있으며

 

 구승준이 들고 튄 돈이 혹시  세리랑 연관이 있는 건 아닐까

 

 '그래도 어쨌든  우리 세리는 빨리 돌려보내라'

 

 그랬더니 구승준이 그걸 미끼로

 

 사기 친 돈 절반을  포기하라고 하더라고요

 

 어떡해요, 근데

 

 일단은 세리 돌아오게 하는 게  급선무인데

 

 그래?

 

 (증평)  너희들이 아직까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세리가 정말로  그런 짓을 했는지 확인해 보면 알겠지

 

 만약에 거짓말했다는 게 밝혀지면

 

 지금 그 자리뿐만 아니라

 

 모든 걸 다 잃을 각오를 해야 될 거다

 

 세리 불러

 

 난 오빠랑 할 얘기 없어

 

 (세형)  야, 나도 너랑 할 얘기 없고

 

 아버지가 부르시는 거니까 얼른 와

 

 엄마 몸도 편찮으시고

 

 엄마가 왜?

 

 또 저혈압 때문에?

 

 (세형)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너라는 애가 우리 가족에  도움이 될 때가 있긴 있었냐?

 

 곧 출발한다고 전해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긴장되는 음악]

 

 [안내 음성]  녹화를 종료합니다

 

 (세형)  세리 집에서 우리 본가 쪽 오는 루트고

 

 걘 기사 안 쓰고 원래 혼자 운전하니까  나머지는 알아서 하시고

 

 그 말은 내가 윤세리를  데려가든 없애든 자유란 말입니까?

 

 그쪽이 뭘 하든 그거는 그쪽 자유지

 

 (세형)  난 그냥 세리를  내 눈앞에 안 보이게 해 달라

 

 그 주문만 한 겁니다

 

 [종이를 부스럭거린다]

 

 그럼 나도 슬슬 준비해야갔습니다

 

 [통화 연결음]

 

 방금 세리 동무 본가로 출발했습니다

 

 저희도 곧 출발합니다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거친 숨소리]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남자들의 기합]

 

 [의미심장한 음악]

 

 (오 과장)  아, 리정혁 씨는 올 때가 됐는데

 

 저, 저는 이제  두 분 연결시켜 드렸으니

 

 그 소임을 다한 거 같은데  이만 가 봐도 될는지

 

 아직 아니디

 

 리정혁이가 여기 도착해서  내 앞에서 죽고

 

 윤세리를 데리고 내가 배에 오르믄

 

 그때가 동무 소임이 끝날 때야

 

 아, 아니, 제가 시간, 장소  다 어레인지해서 여기까지 오게 했으면

 

 (오 과장)  제가 할 일은 다 한 거 같은...

 

 저기 오시네요

 

 [힘주는 신음]

 

 (철강)  역시 리정혁이야

 

 난 동무가 올 줄 알았어

 

 내가 여기 있는 걸 알고서

 

 윤세리 혼자 남겨 두고  비겁하게 떠날 인간이 아니지

 

 (정혁)  옳게 보았어

 

 나는 내 여자를 여기 혼자

 

 아니, 당신 같은 인간과  같은 하늘 아래 두곤

 

 한 발자국도 움직일 생각이 없었거든

 

 [남자들의 기합]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소란스럽게 싸운다]

 

 [어두운 음악]

 

 [거친 숨소리]

 

 [남자5의 기합]

 

 [긴박한 음악]

 

 (정혁)  만복 동무

 

 나한테 할 말 있습니까?

 

 할 말 있으믄 하십시오

 

 [어두운 음악]

 

 들은 말을 전달하는 귀때기로만  평생을 살았는데

 

 할 말을 하라니

 

 고맙습니다

 

 (만복)  그럼 나도

 

 내 하고 싶은 말을 하갔습니다

 

 오늘 조철강이를 만났습니다

 

 아이 사진을 보여 주믄서  협박도 했고요

 

 사, 사실 두렵지만

 

 이번엔 이대로 물러서지 않갔습니다!

 

 (치수)  중대장 동지는 같이 안 가십니까?

 

 (정혁)  난 들를 데가 있어

 

 오 과장이라는 사람이  연락을 주기로 했고

 

 동무들 먼저 가 있으믄  난 일을 해결하고 곧 따라가갔다

 

 (세리)  곧 출발한다고 전해

 

 [통화 종료음]

 

 엄마가 아프단 말도

 

 오빠 말도 다 믿고 싶은데

 

 설마 오빠가 진짜 조철강과 결탁해서

 

 이런 짓까지 벌이려고 할까?

 

 (치수)  가 보면 알갔디

 

 야, 어울리지 않게  겁먹은 표정 하지 말라, 쯧

 

 우리가 있는데 뭐이가 걱정이가?

 

 (함께)  맞습니다

 

 [한숨]

 

 방금 세리 동무 본가로 출발했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남자들의 신음]

 

 [남자들의 기합]

 

 [세리의 놀란 신음]

 

 [소란스럽게 싸운다]

 

 [당황한 신음]

 

 [소란스럽게 싸운다]

 

 (치수)  아이씨...

 

 은동이 일없네?

 

 성장판 안 다치게 조심하라우!

 

 걱정 마시라요, 일없습니다

 

 [남자6의 기합]

 

 [놀란 신음]

 

 [거친 신음]

 

 뭐야?

 

 역시 표치수

 

 [거친 신음]

 

 야, 조심들 해!

 

 [세리의 놀란 신음]  (주먹)  이래 봬도

 

 특수 부대원들입니다

 

 [광범의 힘주는 신음]  [남자7의 신음]

 

 찬바람 들어갑니다  잠깐만 안에 있으십시오

 

 [소란스럽게 싸운다]  (세리)  다치면 안 되는데...

 

 야, 야, 야, 야  움직이지 말라, 어?

 

 움직이지만 않으면 백발백중이야!

 

 [만복의 힘주는 신음]  [남자8의 신음]

 

 [소란스럽게 싸운다]

 

 [힘주는 신음]

 

 (치수)  다들 일없네?

 

 - (은동) 예  - (주먹) 일없습니다!

 

 (치수)  만복 동지

 

 [치수의 탄성]  (주먹)  깜짝 놀랐습니다

 

 (치수)  자, 자, 다들 진격하자!

 

 - (은동) 예!  - (주먹) 가자요!

 

 야, 진짜 조심하라고!

 

 (남자9)  우리 앞으로 1년 월세  무료 맞습니까?

 

 1년 받고 1년 더

 

 (세리)  돌격 앞으로, 고!

 

 고, 고, 고!

 

 (남자9)  가자!  [남자들의 기합]

 

 [소란스럽게 싸운다]

 

 [어두운 음악]

 

 (치수)  중대장 동지!

 

 우리가 왔습니다!

 

 [정혁의 거친 숨소리]

 

 (철강)  동무 선택이 뭔지는 내 잘 봤으니까

 

 나도 선택을 해야갔지

 

 [철강이 총을 철컥 장전한다]

 

 [총성]

 

 [만복의 신음]

 

 [소란스럽게 싸운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치수)  야, 야, 야

 

 (은동)  야!  [은동의 힘주는 신음]

 

 (철강)  쏴 보라!

 

 이깟 귀때기를 와 못 쏘는 거네!

 

 나약한 새끼

 

 [남자10의 기합]

 

 [남자10의 신음]  [만복의 신음]

 

 [남자11의 신음]

 

 [소란스럽게 싸운다]

 

 뭐야?

 

 총소리 뭐야?

 

 [어두운 음악]  [만복의 힘겨운 신음]

 

 허, 뭐지?

 

 [만복의 신음]

 

 [만복이 중얼거린다]

 

 [놀란 신음]

 

 아, 누구야

 

 [만복의 신음]

 

 [세리의 놀란 숨소리]

 

 [만복의 신음]

 

 [만복의 신음]  [철강의 힘주는 탄성]

 

 [세리의 거친 숨소리]

 

 [놀란 숨소리]

 

 아, 안 돼요

 

 오, 오지 마, 리정혁 씨

 

 [총성]  [타이어 마찰음]

 

 윤세리...  [무거운 음악]

 

 [총성]

 

 [철강의 신음]

 

 [총성]

 

 [철강의 신음]

 

 [거친 숨소리]

 

 [철강의 다급한 신음]

 

 [만복의 떨리는 숨소리]

 

 [총성]

 

 [잔잔한 음악]

 

 (세리)  사람이 죽기 전에

 

 아주 잠깐 주마등처럼

 

 자신의 생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고 하잖아

 

 아마 그 순간 중

 

 지금이 있을 거야

 

 (정혁)  내년에도, 그다음에도

 

 그다음에도 좋은 날일 거요

 

 내가 생각하고 있을 거거든

 

 윤세리가 태어나 줘서 고맙다

 

 이 세상에

 

 내가 사랑하는 이가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

 

 (세리)  리정혁 씨, 난 사실

 

 당신의 그 말로 충분했어

 

 충분히 내게 주어진 행복을  모두 누렸어

 

 [정혁의 떨리는 숨소리]

 

 (정혁)  윤세리

 

 유, 윤세리

 

 [정혁의 떨리는 숨소리]

 

 [총이 툭 떨어진다]

 

 [정혁이 울먹인다]

 

 [잔잔한 음악]

 

 [울먹이며]  윤세...

 

 [오열한다]

 

 (정혁)  아니

 

 아니, 그 말론 충분하지 않소

 

 아직 하나도 충분하지 않소

 

 이 말을 아직 하지 못했소

 

 사랑하오

 

 사랑해, 윤세리

 

 만복 동지에게 대강 상황을 들어 보니

 

 이제는 선을 넘었습니다

 

 (치수)  중대장 동지 혼자 목숨 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 이 말입니다

 

 모두에게 미안하다

 

 (정혁)  하지만 난 갈 수 없다

 

 - 먼저들 올라가면  - (치수) 좀 더 거시라 이 말이지요

 

 아직 걸지 않은 게 남았지 않습니까?

 

 (치수)  우리가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5중대장 동지의 중대원들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조국은  중대장 동지입니다

 

 명령만 내리십시오

 

 - 안 될 말이다  - (주먹) 중대장 동지

 

 우리에게도 이미  세리 동지는 소중합니다

 

 (광범)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중대장 동지

 

 상사 표치수

 

 예!

 

 하사 박광범

 

 예!

 

 중급 병사 김주먹

 

 - 옛!  - (정혁) 초급 병사 금은동

 

 옛!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윤세리 동무를 지키라

 

 이상

 

 믿는다

 

 동무

 

 동무...

 

 여기, 여기...

 

 누가 좀 도와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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