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시착 6
아니면
(세리) 우리 같이 한 장 찍는 건?
아니, 나 가고 나면
다신 볼 일 없을 텐데 기념으로
기념할 이유도 기억할 이유도
없을 거 같은데
[멋쩍게 웃으며] 그러네, 정말
나도 그냥 해 본 소리예요
(사진사) 여권 사진은 다섯 장 나옵니다 오천 원입니다
[지폐를 바스락 꺼낸다]
혹시 모르니 한 장 더...
여권이랑 이력서에 붙일 사진
출입국 관리국과 고려민항에 보낼 사진
(사진사) 이, 기카고 해외 파견 시 여유 사진 한 장까지 포함해서
다섯 장입니다
아, 그거면 충분할 겁니다
기래도 한 장만 더...
[흥미진진한 음악]
(승준) 그럴게요, 전할게요, 안부
조만간 그럴 수 있을 것 같네
[통화 종료음]
맞지, 윤세리?
[세리의 놀라는 신음] (승준) 잠시만
[세리의 당황하는 신음]
[긴장되는 음악] - (승준) 이야 - (세리) 무슨...
누구신지?
(세리) 그...
[세리의 놀라는 신음] (승준) 잠깐! 잠깐...
[승준의 아파하는 신음] (세리) 아...
(승준) 아,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아니, 세리 씨, 아, 근데 이분 누구...
(세리) 아는 사람이에요
(승준) 예, 아는 사람입니다
저 세리 씨 아는 사람이에요
[승준이 숨을 하 내뱉는다]
[승준의 아파하는 신음]
이쪽은 습관성 탈골이 있어요
[승준의 힘겨운 신음]
[승준의 힘겨운 숨소리]
(정혁) 성명, 구승준 [승준의 아파하는 신음]
- 영국 시민권자요? - (승준) 예
[승준의 아파하는 신음] 아, 이거 놓고
(정혁) 조선엔 무슨 일로 입국했소?
비즈니스, 비즈니스
(승준) 아, 내가 이걸 왜 말하고 있는 거야
(승준) 아, 세리 씨, 이것 좀 어떻게 해 봐요
당신 누구야? 뭐, 뭐, 경찰?
아, 선생님
(세리) 아, 경찰은 아니고
내 보디가드
(승준) 어? [익살스러운 음악]
풀어 줘요, 미스터 리
(세리) 이제 그만 풀어 주라니까?
(승준) 풀어 달라잖아, 미스터 리
(세리) 내 보디가드가 한번 화가 나면 잘 풀리질 않아
어허, 미스터 리
그만 진정하고 팔 풀래도, 씁
[승준의 힘겨운 신음]
(승준) 아, 어깨 빠질 뻔했네
[엘리베이터 문이 탁 닫힌다]
[어색한 웃음] [헛기침]
아,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도쿄나 뉴욕 한복판에서 만나도 놀라 자빠질 판에
평양이라니
[승준의 웃음]
[멋쩍은 헛기침]
아, 말해 봐
도대체 여길 어떻게 온 거야, 윤세리?
아, 그게...
혹시 누구한테 내 소식 들은 적 없어?
(세형) 왜 없긴? 죽었으니까 없지
(승준) 응, 없어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그게... [다가오는 발걸음]
아, 내가 지금 급한 일이 좀 있어서
(승준) 좀 있다가 저녁 7시에
여기 로비 커피숍에서 볼 수 있을까? 내가 기다릴게
- 그래 - (승준) 응
(승준) 수고했어요, 미스터 리
아이
괜찮아, 괜찮아
우리 미스터 리가 일을 되게 잘하시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만 하시면 돼요 [엘리베이터 문이 쓱 열린다]
[아파하는 신음]
(정혁) 이거 보시오
아, 나중에 보시죠 지금 좀 바빠 가지고
(승준) 거, 암튼 진짜 신기해 어떻게 여기서...
우리 어쩌면 운명인가 봐, 응
[웃음]
[한숨]
[세리의 멋쩍은 웃음] 보디가드?
그럼 뭐라 그래요?
북한 와서 약혼했다 그래?
그리고 뭐,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니지
(세리) 리정혁 씨 지금 나 보호하고 있잖아요
보호가 아니라 관리 감독
그거나 그거나
엄연히 다르지
내가 그쪽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지켜 주는 사람도 아니고
[관광객들이 소란스럽다] [밝은 음악]
(정혁) 말했지만 나는 그쪽을 엄중히 관리 감독하는 사람이오
말하자면 상하 관계
어디 사람을 자기 보디가드라고
기러는 거 아니오
[정혁의 힘주는 신음]
(아이) 고맙습니다
리정혁 씨
이게 보디가드예요
[감성적인 음악]
[엘리베이터 도착음]
식사하러 가세요?
북한도 3인 1개 조인가?
[긴박한 음악] [경호원들의 다급한 신음]
(승준) 야! 개도 주인은 안 물어, 어?
오늘 그냥 팔뚝 하나 나가는 거야 내가, 응?
주짓수 브라... 어, 브라운 벨트 [경호원들의 다급한 신음]
(승준) 야! 오해하지 마라, 어?
주짓수는 생각해 보니까 주짓수는 일 대 일 경기야
[승준의 다급한 신음] [문이 탁 열린다]
[승준의 가쁜 숨소리]
어? 뭐야, 이씨
[문이 탁 닫힌다]
[경호원들의 짜증 섞인 숨소리]
아이, 자식들
[가쁜 숨소리]
무지하게 빠르네, 거
아, 무슨 달리기 선수들도 아니고, 씨
[가쁜 숨을 내뱉는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쓱 열린다]
[승준의 당황한 신음] [긴장되는 음악]
항복
[정혁이 찻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정혁) 어떤 사이였소, 아까 그자와?
[세리의 한숨]
(세리) 그거 설명하려면 가족사를 얘기해야 되는데
내가 재벌 딸인 건 혹시 얘기를 했나?
[한숨]
누누이, 여러 번, 외울 정도로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가족은 좀 다른 의미예요
뭐랄까?
효도도 사업이고
아버지가 아침밥 누구랑 먹었냐
(세리) 뭐, 그런 것도 다 비즈니스라고
기렇소?
(세리) 그렇다니까요
내가 잘하는 건 안 중요해
오빠들보다 잘해야 돼
오빠들도 나보다 잘해야 되고
그러니 무슨 우애가 생기겠어
난 그자와 어떤 관계였나 물었는데
쩝, 들어 봐요
(세리) 사람이 경쟁하다 힘에 부치면
그 경쟁자가 좀 사라졌으면 싶잖아요?
우리 오빠들이 그랬던 거지
그래서 날 결혼시키기로 결심한 거고
아까 그 사람한테
그 사람이 교포였거든요
그러니까 오빠들은
날 출가 말고 출국시키고 싶었던 거지
멀리멀리 보내서 안 보고 살게
자기들 거 안 뺏기고 살게
근데 내가 시키는 대로 안 했지
할 리가 없잖아, 내가?
아마 지금쯤 우리 오빠들은 아주 설렐 거야
나 죽은 줄 알고
못난 생각을 하는구먼
[잔잔한 음악] 사람이, 가족이 죽고 사는 문제요?
(정혁) 그저 사이가 좋지 않아
더 큰 몫을 차지하고 싶어 다툼이 있었다 해서
어케 그런 무자비한 말을 하시오?
걱정하고 있을 거요
잘 지내지 못한 걸 후회하고 있을 거고
기다리고 있을 거요
당신이 돌아오길
[여자1의 놀라는 숨소리]
(여자1) 어머머, 저, 저, 저게 뭐이네?
엄마야
[통화 연결음]
어, 여보시오? 단이가?
야, 리정혁 동무
평양 호텔에서 어떤 여자랑 같이 있는데
(여자1) 너 알고는 있네?
알고 있지, 그럼, 오늘 평양 오는 거
같이 있는 여성 동무도 내가 잘 아는 사람이고
이따 다 같이 만나기로 했어
걱정 고맙다
응, 나중에 보자
[통화 종료음] [무거운 음악]
(단) 원장 동지, 나 이거 풀어 달라요
어디 좀 가야 합니다
(원장) 예
(명은) 어딜 가는데?
약속이 생겼어요, 정혁 동무랑
기래?
정혁이가 또 평양에 온 거이야?
(단) 응
기래서 말인데, 엄마
오늘 밤에 정혁 동무 부모님하고 같이 저녁 식사할까?
오, 댓츠 굿 아이디어구나, 야
기럼 엄마가 전화해 보라요
저녁 7시
평양 호텔 음식점에서 보자고
어, 기래, 기래
그, 약속은 내가 정할 테니까 염려 말라
기러면 나 먼저 가서 정혁 동무 만나고 있을게
기래
(명은) 단풍 고운데 어디 산보라도 같이 하고
- 원장 동지 - (원장) 예
나 오늘 좀 화려하자요
[흥미진진한 음악]
(원장) 기러면 고랑을 좀 파 볼까요?
혁명적으로 한번 파 보라요!
[승준의 신음]
[승준의 만류하는 신음]
항복, 항복, 항복
(승준) 아, 무릎 꿇었어, 무릎 꿇었어, 항복
(승준) 그만...
총까지?
형님, 제가 정말 죄송하게 됐고요
말도 못 하게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됐고
넌 재고의 여지가 없는 놈이야
(승준) 그래도 재고 좀 해 주십시오
(승준) 제가 대신에
형님에게 어마어마한 굿 뉴스 전해 드리겠습니다
(세형) 이 자식 또 사기 치려 그러네?
통화 좀...
[웃으며] 예
그, 형님이 죽었다고 생각했던 그 세리가 살아 있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너 방금 뭐라고?
세리요, 살아 있다고요
이 새끼가, 씨
거짓말하지 마
진짜예요
제가 봤어요
어디서 봤는데, 세리를, 응?
걔 지금 어디 있어?
(세리) 어느 쪽이 내 방이에요?
[키 오류음]
[키 인식음] [도어 록 작동음]
[의미심장한 음악] [정혁이 문을 딸깍 연다]
[정혁이 키를 탁 내려놓는다]
[문이 탁 닫힌다]
[삐삐 소리가 난다]
[등을 달그락 돌린다]
[삐삐 소리가 난다]
[정혁이 받침대를 탁 내려놓는다]
[세리의 놀라는 숨소리]
이게 다 도청 장치...
[탁 소리가 난다]
[세면대 물이 쏴 나온다]
[수도를 탁 잠근다]
[지직 소리가 난다] [세리의 놀라는 신음]
대박
[세리의 놀라는 숨소리]
이제 말해도 좋소
이게 다 도청 장치예요?
이곳 호텔방엔 이런 장치들이 기본적으로 설치돼 있어서
다 있다고?
아마도
다 없앤 거 맞아요? 괜히 찜찜해
내 방은 바로 옆이니까 혹시 문제 생기면...
어, 바로 부를게요
(정혁) 아니, 아주 큰 문제 아니면 부르지 말고 참으라고
(세리) 아
나 사진은 언제 받아요?
(정혁) 내일 오전
그럼 여권도 내일 받아요?
려권은 출국 직전 선수단에게 일괄적으로 나눠 줄 거요
쩝, 그렇구나
근데 나 안 들키고 잘할 수 있을까요?
[한숨]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게 중요할 거요 말도 아끼고
아니, 난
그냥 숨만 쉬어도 눈에 띄고 돋보이고
(세리) 군계일학이고 그런 편인데
[한숨 쉬며] 걱정이네
한숨 자는 게 어떨까?
(정혁) 정신이 많이 없어 보이는데
응? 아닌데
아, 차라리
구승준 만나서 이따 부탁해 볼까요?
뭘?
아니, 사업차 왔다잖아
왔다는 건 간다는 거고
(세리) 그 가는 편에 묻어갈 수 있으면 제일 좋고
뭐, 그게 안 되면
우리 가족들한테 은밀하게 내 소식이라도 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자를 뭘 믿고?
쩝, 그렇긴 한데요
그래도 구승준 말마따나
이런 데서 다시 만난 건 보통 운명은 아닐 수도 있죠
[정혁의 헛웃음]
아, 운명이 그케 쉬운 거요?
아니, 거기서 결혼할 뻔한 사람을
여기서 다시 만난 건 쉬운 케이스는 아니지
아니, 그러믄 예를 들어
아, 물론 이건 예지만 [흥미진진한 음악]
(정혁) 그쪽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는데 내가 딱 받아 준 거는?
또 죽어라 도망갔는데 우리 집 앞에서 딱 마주친 거는?
그거야 우연히...
와... 아니지 우연은 아까 그게 우연이지!
아니...
[당황하는 숨소리]
뭐 이런 거로 갑자기 승부욕을 발휘하고 그러지?
아, 나는 그런 게 아니고
(정혁) 그냥 뭐, 단지 우연과 운명 그 단순한 용어 정리 차원에서...
뭐야?
우리 리정혁 씨 나랑 운명이고 싶은 거야?
그런 거 아니오
그래, 그래, 운명이라고 쳐요
칩시다, 그래
치지 않아도 되오
하긴 우린 국경을 넘은 만남이잖아?
쳐 준다니까
아, 쳐 주지 말라고!
(단) 투숙객 중에 리정혁이라는 사람이 있는지, 몇 호인지 알려 달라요
미안합니다만 그거는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
있을걸?
[전화 거는 소리]
[통화 연결음]
응, 나야
(단) 나 지금 동무네 호텔에 잠깐 왔어
뭐 알아볼 게 있는데 살짝 협조 좀 받자요
[난감한 한숨]
예
예! 예, 알갔습니다
이름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라요
리정혁 [호텔 직원1이 자판을 탁탁 두드린다]
[어두운 음악] 아, 그 동무는 방을 두 개 잡으셨는데
두 개 다 알려 달라요
[한숨]
[문이 탁 닫힌다]
(세리) 키 놓고 갔어...
[문이 탁 닫힌다]
이런 상황이 두 번째면 기분 나빠야 하는 게 맞지요?
(세리) 맞는 것 같긴 해, 난
(단) 누가 정혁 동무를 여기서 봤대서 와 봤습니다
내가 이 방에 있는 건 어케 알고...
(단) 이 호텔 사장 아들이
러시아 유학 할 때부터 날 따라다녔지요
(세리) 그, 충분히 오해할 상황인 거는 아는데
참고로 저희는 방이 따로따로예요 모든 걸 따로따로...
안 궁금했고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아, 안 궁금하셨구나
그럼
두 분이서 말씀 나누시고 [정혁의 한숨]
전 이만
(단) 나 여기 계속 세워 놓을 겁니까?
[키 인식음] [도어 록 작동음]
[어색한 웃음]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걱정스러운 숨소리]
죽이는 건 아니겠지?
(정혁) 미리 연락을 주지 그랬소?
동무야말로 미리 연락을 주지 그랬습니까?
'동무를 평양 호텔에서 봤다'
'여자와 함께 있더라'
(단) 이런 소식 전해 들은 내 입장이 어땠을지는 짐작해 봤습니까?
미안하오, 곤란하게 했소
기래서 나도 동무를 곤란하게 했습니다
(단) 오늘 저녁 약속 있습니까?
있어도 없어야 할 겁니다 [차분한 음악]
양가 어른들과 함께 식사하기로 했으니
왜요? 많이 곤란합니까?
아니, 그렇지 않소
(정혁) 그때 약속하지 않았소?
마땅히 해야 할 일들 빠짐없이 할 수 있게 협조하갔다고
내 협조하지
내가 더 해야 할 게 남았소?
말하시오, 하갔소
아닙니다
7시에 이곳 호텔 음식점에서 보자요
[문이 달칵 여닫힌다]
(세형) 나 너 못 믿어
하, 저도 이해합니다, 형님
저라도 못 믿죠
(세형) 그래서 어디 있냐고, 세리가
(승준) 아니, 그걸 제가 벌써 알려 드리면...
저도 카드 한 장은 쥐고 협상을 해야죠, 형님?
(세형) 너 진짜 거기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고 싶냐?
형님, 제가 여기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잖아요?
그럼 형님 돈이 어디 있는지도 쥐도 새도 모르게 돼요
괜찮으시겠어요?
[흥미진진한 음악]
(세형) 하, 그래서...
그래서 어쩌자고?
(승준) 절반으로 협상하시죠
뭐?
(승준) 아, 절반은 돌려드릴게요
나머지는 형님 개인 돈으로 메꿔 보세요
형님 돈 많으시잖아요
이 자식이 진짜, 씨
형님의 하나뿐인 귀한 동생
그것도 죽었다고 생각했던 동생의 안부와 행방입니다
그 정도 가치는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문이 삐걱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여기서 딱 지켜라
또 어디서 튈지 모르는 인간이니
(경호원) 예
[문이 탁 여닫힌다]
[차분한 음악]
[문이 탁 닫힌다]
[한숨]
혹시
(단) 떨어지려고 거기 있는 거라면
저기 앞에 있는 건물이 더 높습니다
그쪽으로 가라요
(승준) 나 모릅니까?
알 텐데
걱정 말라요, 동무
(승준) 가는 데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갔습니다
고맙습니다
- (단) 아... - 이제 기억이 났습니까?
아, 이거 반갑습니다
[웃음]
아, 이것도 그만해야겠다
사실은 나 그, 영국 국적이에요
(승준) 여긴 비즈니스 때문에 와 있는 거고
그래서 말투가 이런 거니까 막 섣부르게 신고하고 그러지 말기
관심 없습니다, 남의 말투 따위
관심 있는 남자가 속 썩이는구나?
(승준) 원래 옥상이 그럴 때 오는 데잖아요
약혼자가 딴 여자랑 호텔에 왔습니다
어, 어, 어? 센데?
아, 그래서 현장은 잡았고?
글쎄
남자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지 마요
(승준) 너무 힘들어하면 그 남자는 멀어져
왜?
남자는 자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여자 옆에 있고 싶어 하지 않거든
기럼 어캅니까?
그냥 무시해요
(승준) 지금 무시해야 나중에 무시 안 당한다고
남녀 관계는 초기 포지셔닝이 평생 간다니까?
[잔잔한 음악]
그케 똑똑한 동무는 뭐가 답답해 옥상에 왔습니까?
(승준) 나?
아, 아 [살짝 웃는다]
아이, 난 돈이 답답하지
내가 돈을 엄청 사랑하거든
근데 올듯 올듯 아주 오진 않네
이렇게 상처만 주고
사람과 돈과의 관계도 초기 포지셔닝 중요합니다
어떻게?
(단) 돈도 적당히 무시를 해 주고 막 대해 줘야 붙지
너무 목매고 쫓아다니고 아쉬워하면
'나 잡아 봐라' 하고 평생을 도망만 다니지요
우린 서로 가르쳐 줄 게 좀 있는 사람들 같네요
아, 내가 지금 꼴이 이래 가지고
구승준이라고 해요
서단입니다
그래도 멀쩡하네요?
멀쩡하지 않으면?
어, 난 총 맞는 거 아닌가 했지
아까 그분 눈에서 레이저가 막 나오길래
정말 함께 있지 않아도 일없갔소?
괜찮다고요
원래 알던 사람이기도 하고
(세리) [살짝 웃으며] 뭐, 되게 좋은 사람까진 아니지만
또 그렇게 나쁜 사람도 못 돼요
구운 게도 집게다리 떼고 먹으랬소
구운 게를 뭐 어쩌라고요?
당신처럼 허술한 사람은 만사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지
(정혁) 원래 잘 안다고 믿었던 사람이 뒤통수 제일 먼저 치는 법이고
어? 위험한데, 그거
뭐가?
지금 그거 나 걱정해 주는 멜로 눈깔
[익살스러운 음악] 뭐, 뭔 깔?
리정혁 씨, 나한테 반하지 마요 나 곤란해
[세리의 놀란 신음]
열은 없는데
스킨십 자꾸 해
진짜 나한테 반하지 마요 나 책임 못 진다
열도 없이 왜 자꾸 헛소리를 하는지 모르갔구먼
[세리가 살짝 웃는다]
(승준) 어, 세리 씨
오, 구승준
(세리) 오, 여기서 보니까 또 훤칠하네, 씁
'훤칠'이 남쪽에선 다른 뜻이오?
리정혁 씨도 얼른 가 봐요 나도 갈게요
(정혁) 그러려고 했소, 나도
방금 뭐...
(승준) 딱 맞춰서 왔네?
안녕, 미스터 리
아, 아니, 엄마
[문이 탁 닫힌다] 얼굴이 왜 이래요?
[익살스러운 음악] 음, 너는 젊은 애가 유행을 몰라 어카니?
(명은) 이거이 요즘 대유행 중인 고랑 화장이야
요 봐라, 요 콧날 오뚝한 거
턱선도 여간 날렵해 뵈지 않간?
날렵은 무슨, 무서워 죽갔네
기래
내가 오늘 무서우라고 작정하고 고랑을 팠다
왜?
리씨 집안 것들 오늘도 어물쩡거리기만 해
이판사판 끝판을 보고 말 거야
과부 딸이라고 무시하는 거야, 뭐야
엄마
지가 암만 총정치국장이라도
나는 평양 시내 달러를 싹쓸이하는 여자야
(명은) 사돈 맺자 할 땐 돈줄 아쉬우니 그러자 해 놓고
몇 년을 질질 끌고 있는 거이야
(승준) 동무
여보라
(호텔 직원2) 네
(명은) 단아!
어
그래서 사업을 한다고, 여기서?
정확하게는 아직 시장 조사 중이야
무슨?
짐 로저스 알지? 세계 3대 투자가 중 한 분
(승준) 나랑도 호형호제하는 사이고
후라이 그만 까고
[흥미진진한 음악]
암튼, 그분이 그랬어
자기는 할 수만 있다면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고
(승준) 왜? 여기 팜랜드 어마어마하게 저평가돼 있거든
이 지구상 마지막 남은 블루 오션이랄까?
아, 그러니까 미리 자료 조사 및 물밑 작업을 해 놔야
이 기회가 왔을 때 잡지
그래서 땅을 보러 왔다고, 여기?
어, 그리고 영국 아일랜드 쪽에
내가 사 놓은 탄광들이 요즘 수익이 저조해서
단가가 너무 높잖아
[세리의 한숨] (승준) 아, 그래 가지고
아오지랑 몇몇 군데 둘러보기도 하고
아오지 같은 소리 작작 하고
작은오빠 돈 사기 친 건?
사기라니
세리 씨가 여기 오래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승준) 우리 사이에는 작은 오해가 있었고 이미 해결했어
거짓말
아, 통화를 한번 해 볼래?
아, 여긴 한국이랑 통화가 안 되는구나
(승준) 아, 암튼 진짜야
[카메라 셔터음]
[정혁의 한숨]
(윤희) 두 사람은 벌써 한 번 봤다고 하더군요
(명은) 예
우리 리 서방이 어찌나 진중하고 성격이 느긋한지
성질 급한 우리 딸이 거기를 냅다 내려갔던 모양입니다
엄마?
와 기래?
칭찬이야, 칭찬
뭐, 사내가 진중하고 느긋하면 좋은 거 아닙니까?
[옅은 헛기침]
(윤희) [살짝 웃으며] 예, 기렇지요
그나저나 단이는 어찌 저리 곱습니까?
(명은) 곱지요?
(윤희) 예
(명은) 어제는 더 고왔답니다
[흥미로운 음악]
하루하루, 데이 바이 데이 늙습니다
어제 얘 몸에 있던 세포가 오늘은 없고요
오늘 있던 것들이 내일은 사라진다 이 말이지요
예?
아, 이, 이쁜 청춘 남녀가 눈에 띄게 시들어 가니
국가적인 낭비가 아닌가
기런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어색한 웃음]
예
그간 저희가 너무 무심했습니다
(명은) 아, 생각해 보시라요
애초에 결혼이 미루어진 것은
그 댁 큰아드님 사고 때문인데
이건 그 옛날 부모상이라도 3년이면 끝날 일을
벌써 7년이나 지났으니...
엄마
[충렬의 옅은 헛기침]
(충렬) 내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식 올리는 거로 하지요
(명은) 예?
[얼떨떨해하며] 아니, 기러면야 좋지마는...
(충렬) 조만간 정혁이 근무지를 평양 근처로 옮기갔습니다
그쪽에 고층 살림집 하나 얻어 주면 될 것이고
간단한 살림살이는 채워 넣을 테니 아무것도 준비하지 마시라요
어, 어, 기래도
[흥미로운 음악] 어케 그럽니까?
남들 다 하는 오장육기는 해야 하고
오장육기요?
오우, 사부인
너무 최신 유행어를 모르십니다
오장은 찬장, 이불장 옷장, 책장, 신발장
(명은) 육기는 냉동기, 세탁기 녹음기, 전화기, 사진기, 선풍기
[명은의 웃음]
아, 예
(명은) 어, 거기다가 그 로봇 청소기며
말하는 밥가마며 거위 털 이불이며
오장육기가 아니라 구장십기를 해도 모자라지요
정혁이 네 생각은 어떠니?
(윤희) 너무 서두르는 거 같으믄...
오래된 약속 아닙니까? 지켜야지요
[명은이 살짝 웃는다]
(명은) 오늘 샴팡 한번 터트려야겠구먼요
봉사원 동무!
응, 여기서 가장 비싼 샴팡 한 병 갖다 달라요
우리 오늘 가열차게 치어스 할 일이 있으니까
(호텔 직원3) 알갔습니다
[명은이 살짝 웃는다]
[세면대 물이 뚝 멈춘다] [세리의 옅은 숨소리]
[문이 탁 닫힌다] [멋쩍은 신음]
(단) 두 사람 함께하는 일이 꽤 바쁜 일인가 봅니다
평양까지 쫓아 올라온 거 보믄
쫓아 올라오진 않았고요 같이 왔어요
호텔 가는 남자 따로 커피 마시는 남자 따로
동무는 사교성이 참 좋습니다
(단) 아니면 헤픈 건가?
[살짝 웃는다]
(세리) [휴지를 탁 뽑으며] 왜요?
호텔 같이 온 남자랑도 커피 마셨는데 아까 낮에
기렇습니까?
[화장품 뚜껑을 딸깍 닫는다]
난 그 남자랑 결혼 날짜를 잡았습니다, 조금 전에
[익살스러운 음악]
내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우리 결혼합니다
아, 그래요?
(세리) 어, 그렇구나, 축하해요
음, 결혼식은 꼭 참석하고 싶은데
그때쯤엔 내가 여기 없을 거라서...
(단) 걱정 마시라요
여기 없어 주는 게 가장 큰 결혼 선물이니까
[단이 지퍼를 직 닫는다]
[문이 탁 닫힌다]
웃으면서 사람 엿먹이는 건 내 건데 선수 치고 있어
[분한 숨소리]
[한숨]
아니, 세리야
(세리) 아, 넌 태어나서 내내 이쁘다가
하필 이 순간에 촌년 같고 그래
아, 이게 '어서 오세요' 머리를 했었어야지
'어서 가세요' 머리를 해 가지고
사진 받으셨습니까, 형님?
거봐요, 제 말이 맞잖아요
아니에요 닮은 애 아니고 확실하다니까
(승준) 아니, 세리 닮은 애를 어디서 찾는다고
잠깐만요, 끊지 마세요
(세리) 우리 나가서 좀 걸을까?
[긴장되는 음악]
(세리) 평양도 가을 되니까
낙엽 지고 예뻐지고 서울이랑 비슷하네
(승준) 어, 이제 내 얘긴 다 했으니까 세리 씨 얘기 좀 하자
(세리) 내 얘기 뭐?
(승준) 어떻게 온 거야, 여긴?
사고가 좀 있었어
무슨 사고?
지금은 말하기 곤란해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할게
확실한 건 곧 돌아갈 거야, 서울로
(세리) 승준 씨도 사업차 왔으면 금방 가겠네?
(승준) 그렇지, 뭐
그럼
나 부탁 좀 할게
(세리) 우리 아버지한테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전해 줘
그리고
원래 계획대로 밀고 나가시라고
(세리) 반드시 주총 전에 전해야 돼, 반드시
어, 그래, 꼭 전할게, 걱정 마
고마워
[차 문이 탁 닫힌다]
[놀라며] 아, 깜짝...
(명석) 아니, 얼굴에 대체 뭔 짓을...
야, 이 짓 해서 오늘 단이 날 받은 줄이나 알라
[명은의 웃음] [차 문이 탁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하긴 저 얼굴이믄 못 받을 것이 없갔구나
(명석) 단이는 좋갔다, 날 받아서
(단) 날 받아서 나만 좋은 겁니까?
너만 좋갔니, 어디?
너희 엄마도 좋갔디
(명석) 두 모녀가 아주 소원 성취했구나
[명석의 웃음]
(단) 정혁 동무, 조만간 연락하갔습니다
[차 문이 탁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와 저러지?
정혁아, 나 간다
[차 문이 탁 열린다] [어두운 음악]
(명석) 참, 정혁아
일전에 네가 부탁했던 거 말이야
[긴장이 고조되는 효과음]
[무거운 음악]
[승준의 웃음]
(규찰대원1) 동무, 여기 동무!
치마가 왜 그케 짧습니까?
(세리) 뭐야?
(규찰대원1) 머리는 또 왜 이케 길고?
무슨 70년대처럼 복장 단속, 머리 단속이라니 [여자2가 사정한다]
(세리) 웬일이야, 치 [승준의 웃음]
[규찰대원2가 막대를 딱 휘두르며] 이름!
(규찰대원2) 두 사람 초상 휘장을 왜 모시지 않고 있습니까?
조선말 할 줄 모릅니까?
초상 휘장을 왜 모시지 않고 있냐 묻고 있디 않습니까?
[승준의 탄성]
(승준) [영어] 나는 영국에서 온 외교관이다
[영어] 우린 오늘 평양에 왔고 너희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영어] 뭘 원하는 거냐?
[헛기침하며 영어] 당신 뭐...
(규찰대원2) [영어] 좋아, 좋아
[한국어] 뭐, 가라우
[영어] 뭐라고?
[한국어] 뭐라고 이, 샬라샬라하는 거야?
[어눌한 말투로] 샬라샬라?
[규찰대원2의 헛기침]
(세리) 오, 영어 무서워하는 건 남북한이 똑같아
[승준과 세리의 웃음]
리정혁 씨
이분은 아직도 퇴근을 안 하신 거야?
여기서 뭐 해요?
내가 묻고 싶은 말이오, 갑시다
승준 씨, 나 여기서부턴 이 사람이랑 갈게
급하게 연락할 일 있으면 아까 준 번호로 꼭 연락하고
(승준) 그래, 조만간 또 봐
수고해요, 미스터 리
[못마땅한 숨소리]
(정혁) 아까 준 번호라는 건 누구 번호를 말하는 거요?
(세리) 아, 리정혁 씨 핸드폰 번호 줬는데?
내 손전화 번호를?
누구 허락 받고?
아니, 구승준이 우리 아버지한테 내 소식 전해 주기로 했거든요
(세리) 근데 왜 자꾸 아까부터 화를 내지?
보디가드라며? 경호하라며?
안 보이는데 어케 경호를 하란 말이오?
그래서 화가 났다고?
내가 안 보여서?
그러니까 내 눈에 보이는 데만 있으면 될 일이지
보이는 데 있으면 뭐...
안전할 거요 [차분한 음악]
내 눈에 보이는 데만 있으믄
(세리) 쳇, 자기가 무슨 어벤져스도 아니고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그렇게 장담을...
자긴 뭐, 다 이기나?
살면서 그케 져 본 기억은 없어서
그, 여기까지 왔는데
뭐, 평양냉면은 못 먹어 보더라도
대동강에서 맥주는 먹어 보고 싶은데 어디 아는 데 있어요?
[시끌벅적하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세리의 감격하는 숨소리]
얼마 만에 영접하는 치느님이야, 이게
나 사실 딴거 다 필요 없고
서울서 가끔 먹던 바삭바삭한 치킨에 맥주
요게 제일 당겼었거든?
여기도 닭고기 튀기가 제법 맛있소
시켜 보시오
아, 나는
제일 비싼 1번 생맥주에
단맛 닭고기 튀기
(정혁) 1번 맥주 반 리터 두 잔에 단맛 닭고기 주시오
(술집 직원) 알갔습니다
[구성진 음악이 흘러나온다]
누가 쫓아오지 않을 텐데
[세리가 숨을 카 내뱉는다]
[세리가 숨을 하 내뱉는다]
내가 그동안 스트레스가 좀 많았어야죠
오늘은 좀 마십시다
평소에도 안 마시지 않았던 것 같은데
쩝, 그래도 오늘은 감회가 남다르지
여권 사진도 찍었고
곧 떠나니까
[전등이 탁 꺼진다]
(세리) 뭐예요, 이 상황?
(정혁) 정전
(세리) 하, 평양도 정전이 되는구나
(정혁) 곧 돌아올 거요
(세리) 사람들이 놀라지도 않아
(세리) 응?
[잔잔한 음악] 눈 와요
보고 있소
이거 첫눈 아닌가?
(세리) 일 났네, 일 났어
첫눈 같이 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잖아
그런 얘기 못 들어 봤어요?
난생처음 듣는데
(세리) [속삭이며] 서울은 첫눈 오면
통신망 다운되고 난리 난다고요
썸 타는 애들끼리 막 약속 잡느라고
왜?
첫눈 같이 보면 사랑이 이루어지니까
기렇소?
그렇다니까요
근데 우린 이뤄지면 안 되잖아?
난리 나지
[정혁의 멋쩍은 숨소리]
그렇지, 큰일이군
큰일이라고?
왜? 뭐?
진짜 약혼녀랑 같이 있어야 되는데 나랑 있어서?
뭐, 그래서 큰일인 건가?
미안하지만 혹시 병이 있소?
그, 기쁨슬픔증 같은...
기쁨슬픔증이 뭐예요?
아, 뭐, 그 조울증 같은 거?
이랬다저랬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뭔 줄 모르갔으니
나도 나를 모르는데
네가 날 어떻게 알겠어요?
[숨을 들이켠다]
나 자꾸 기뻤다 슬펐다 하는 게
술버릇이니까
우리 그냥 찧읍시다
[술잔을 쨍 부딪는다]
[세리의 취한 신음]
(세리) 응?
무거워요?
(정혁) 꽤
아니, 요 쪼끄마한 게 무거울 거면
(세리) 이거
이, 이 넓은 거 이거 왜 달고 다녀?
근육 떼 버려
(세리) 좀만 참아요
내가 지금 머리가 무거운 건
생각이 많아서 그런 거예요
생각이 많을 게 뭐 있소? 곧 돌아가는데
좋아하기만 하면 되지
좋아서
[부드러운 음악]
좋아서 생각이 많은 거예요
좋아서
[세리의 한숨]
[세리의 한숨]
뭘 알지도 못하면서
[시끌벅적하다]
[살짝 웃는다]
[살짝 웃는다]
(치킨집 직원) 주문하신 치킨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창식) 예, 고맙습니다
야, 큰일 했다 우리 진짜 큰일 한 거야
이제 경찰에서 성문 분석도 하고 위치 추적도 해서
대표님 꼭 찾아 줄 거야 [웃음]
(수찬) 그때 그분들한테도 카피본 보냈지?
대표님 오빠 내외
응, 그 저, 비서실 통해서
이제 우리 말 믿어 주겠지?
(수찬) 야, 한잔하자
우리 대표님, 세리 1호의 빠른 무사 귀환을 위하여...
(창식) [놀라며] 아니야, 아니야
어, 잠깐만, 아
[창식의 헛기침]
물론 무사 귀환 하셔야지
근데 꼭 '빠른'이어야만 할까?
뭐?
친구야, 내가 전제를 깔게, 대전제야 [익살스러운 음악]
(창식) 난 정말 대표님이 살아 계셔서 기쁘고 날아갈 것 같고
아이고, 이제 됐다 싶고
이번 주엔 꼭 교회를 가야지 싶고 그래 진짜야
뭐, 근데?
근데 막상 돌아올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니까
'급할 거 없잖아'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야
내 삶의 이 정도 쉼표는 괜찮은 거 아닌가 싶어서
난 요새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있어
(수찬) 야, 재벌이 꼈잖아
대표님의 절박한 목소리를 들은 가족들이
하이고, 뭐 가만히 있겠니?
(세형) 내 동생 윤세리가 거긴 왜 가 있을까요?
(오 과장) 예, 예, 그러게요
아, 저도 그 얘기 듣고 너무 황당해 가지고요
거긴 대체 왜 가셨을까요?
오 과장님, 일 하나 합시다
아, 예, 예
내 동생 좀 잘...
아, 그럼요, 잘 모시고 나와야죠
저희가 또 그런 거는 전문입니다
(오 과장) 예, 동생분 무사히 귀환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제가...
- (세형) 아니, 아니 - (오 과장) 예?
그냥 잘 있게 하라고, 거기
[오 과장의 난감한 신음] [의미심장한 음악]
(오 과장) 아니, 잘 모시고 나오는 게 아니고...
- 아니고 - 예, 아니고
거기 있게 하라고, 쭉
이해가 안 되나?
오 과장님이라고 하셨죠?
예, 예
(상아) 내일 댁으로 사람이 한 명 갈 거예요
신분증이랑 통장 사본 준비해 주시고
서약서에 사인하면 바로 입금될 거예요
입, 입금요?
(상아) 잘 들어요
심플해
우린 윤세리가 거기 계속 있길 원해요
절대 여기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어야 된다고요
(상아) 그것만 해 줘요
그럼 평생 돈 걱정 않고 살게 해 줄 테니까
(천 사장) '남조선으로 못 돌아오게만 하라'
'수단과 방법은 가리지 마라' 그거죠
그렇게만 하면
동무가 사기 친 그 건도 잘 처리해 주갔답니다
일석이조
대단한 집안이네
피도 눈물도 없네, 진짜
(천 사장) 우리는 우리 챙길 것만 야무지게 챙기면 됩니다
그건 그렇지
그럼 우리 그 사람부터 만나야 될 것 같은데?
이 구역 최고의 공권력 조철강 선수
지금 어디 계시나?
(감찰국장) 이야, 이거, 이거
이 자리에서 밥 한 그릇 다 때려먹는 놈 처음 본다, 야
동무 깡이 대단하구먼기래
[철강이 국물을 후루룩 마신다]
[철강이 숨을 카 내뱉는다]
눈물은 내려가도 이 숟가락은 올라간댔습니다
(철강)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들인데
밥까지 못 먹으면서 할 걱정이 뭐가 있갔습니까?
이거, 이거, 이거 아직 분위기 파악 못 했구먼기래
(감찰국장) 이 사안이 심각해
이 통화 기록을 보니까니
이번 사건하고 혐의가 짙은
공병 부대 쪽하고 통화를 참 많이 했더구먼
기래요?
뭐, 전화 통화 할 일이 있었나 보지요
그거이 증거가 됩니까?
증거?
(감찰국장) 야, 이 쌍간나새끼야
같은 보위국 식구라고 봐주면서 할 것 같니?
사람 넷이 죽었어
그중 셋은 당신 지시받고 도굴했던 도굴꾼들이었고!
당신이 공병 부대 트럭 동원해 가지고
그 사람들 입 막이 하려고 벌인 짓 아니가?
황태용 감찰국장 동지
너 이 새끼...
내 이름 어케 알아?
이래 봬도 우리 인연이 깊은 사이입니다
인연?
무슨 인연?
(감찰국장) 나 당신 처음 보는데?
여기 조사원들 내보내고 말씀드리면 안 되갔습니까?
시건방 떨다 어디 하나 뿌러지지 말고
묻는 말에 답이나 하라!
정 그러시다믄, 뭐
국장 동지
(철강) 대내 감찰국 오시기 전에 따님 시집보내셨지요?
[긴장되는 음악]
신혼집이 보통강 구역에 새로 지은 아파트였던가?
10만 달러짜리 30층 아파트
[문이 탁 닫힌다]
당신 뭐이가?
그걸 어케 알아?
따님 신혼집 마련하느라
제가 갖다 판 골동품이 수십 개입니다
궁금하믄 말씀하시라요
(철강) 날짜, 시간, 증거 사진까지
내래 잘 갖고 있시오
감찰국장 동지만이 아닙니다
수사국장 동지
국가 보위상 동지의 그 위의 위의 분들까지
내 돈 먹지 않은 분들은 드물지요
가족이 뭐, 별거입니까?
같이 노나 먹었으면 그거이 가족이지
같이 좀 살자요
가족끼리
[웃음]
[한숨]
(대좌) 아니, 뭐라 기랬길래 이케 풀어 주는 거야?
씁, 원래 여기가 이런 데가 아닌 거로 아는데
공짜로 잘 먹고
무탈하게 끝나는 행복한 일은 세상엔 없지요
(철강) 기래서 공짜 밥이 가장 비싼 거 아니갔습니까?
동무, 내가 질문을 했으면 대답을 해!
(대좌) 왜 도로 내게 묻는 거야, 건방지게
뭐, 공짜 밥 먹었으니 밥값 하라 뭐, 기런 얘기가 하고 싶어?
대좌 동지
천하의 고아에 꽃제비 출신 이 조철강이
부모가 있습니까, 형제가 있습니까?
절 이 자리까지 이끌어 주신 대좌 동지는
제 가족입니다
뭐, 기런가?
충성을 다하갔습니다
(철강) 가족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같이 가는 거 아입니까?
쩝 [한숨]
그 뭐, 같이 가자는 말을 왜 저렇게 섬뜩하게 하고 지랄이네
저승사자네, 뭐네?
(철강) 얘기 들어 보니까 나 없는 동안에 일들이 많았더구먼요
(천 사장) 예, 그렇게 됐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승준) 나 말고 한 사람 더 키핑할 생각 있어요?
한 사람을 더?
[긴장되는 음악]
이 사람을 압니까?
그러는 그쪽은?
그 여자를 알아요?
내 말에 먼저 답하시오
뉘기요, 이 여자?
(영애) 삼숙 동무
아니, 리정혁 동지를 여기 두고 어딜 떠난다 말이야?
(옥금) 그 에미나이 때문이네? 그 백여우? [정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개싸가지?
(금순) 재수꽃다발?
네, 맞아요, 그 왕재수
쩝, 그렇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영애) 이야, 평양 가서 아주 세게 당하고 왔나 보구먼
왜? 머리끄댕이라도 뜯겼나?
어머, 여기도 머리를 뜯나요?
아니, 그럼 싸울 때 머리를 뜯지 어딜 뜯나?
- (명순) 머리를 안 뜯니? - (향이네) 기럼
- (금순) 뜯어야지 - (향이네) 머리를 뜯어야지
[여자들이 의아해한다] (세리) 음, 역시 우린 한민족이 맞네요
근데 머리는 안 뜯었고요
어, 뜯긴 건 더더욱 아니에요
그저 그 사람 힘든 건 제가 싫어서
아이, 암만 기래도 그렇지
아, 진짜로 그, 견우와 직녀처럼 헤어져 살갔다는 거야?
같이 살아야 사랑인가요?
(세리) 가수 최삼숙도 그랬잖아요
심장에 새긴 사랑이라고
진짜 사랑이란
심장에 새기는 것 아니겠어요?
(영애) 삼숙 동무
사랑은 이 심장에 새기지 말고 머리에 새기라
여기 새기믄 아파서 못 살아
기억이야, 뭐 세월 가면 지워지는 거니까
[영애가 훌쩍인다]
(옥금) 잘 살라요, 보란 듯이
더 잘나가는 남성 동무 만나서
[영애의 한숨]
(명순) 섭섭해서 어카니?
늘 몸 건강하라요
언제 또 볼 수 있으려나
이리 오라요, 쯧
(월숙) 잘됐어, 잘됐어
어차피 둘이 깨졌을 거야
깨질 거믄 나중보다는 지금이 백배 낫디
잘했어, 잘했어, 응, 응
아니, 왜 깨졌을 거라고 그렇게 단정을 하세요?
잘 살았을 수도 있죠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절대 그럴 수가 없어
왜요?
일단 둘이 성격이 안 맞고
(월숙) 그리고 삼숙 동무가
어른들이 좋아하는 그런 여성상이 아니잖아?
기러니까 이제 고부 갈등이 장난이 아니었을 거란 말이지
이혼하는 거보다는 이게 낫디
모르시는 말씀이네요
제가 어른들한테 얼마나 웃으면서 나긋나긋 잘하는 스타일인데
[세리가 살짝 웃는다]
(월숙) 삼숙 동무, 기거 모르디?
동무가 이렇게 반달눈 뜨고 웃으면서 [익살스러운 음악]
입으로는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면 말이디
고조 내래 한 대 확 쥐어박아 주고 싶단 말이디
나니까 참았디
참지 말지 그러셨어요?
이거 보라우, 이거 보라우!
(월숙) 어른이 얘기를 하믄
'아하, 내가 기렇구나'
'참 그것은 내가 좀 고쳐야갔구나' 이런 법이 없고!
동무하고 얘기를 하고 있으믄
자꾸 내가 여기 혈압이 상승해!
어머, 저도 그래요
그럼 서로의 혈관 건강을 위해서 그만 일어나시죠
그러자우! 잘 가라우!
(세리) 네, 잘 있으시죠, 난 가니까!
(월숙) 그러자요, 나도 가갔어
(옥금) 어머나, 어머나
- (월숙) 비키라우 - (세리) 비키세요
(월숙) 기거 내 신발이네!
(철강) 누군지 알간?
하긴 그동안 목소리만 들어 왔으니
얼굴은 알 수가 없갔지
그 여성이야 리정혁 동무 집에 머물고 있는
[놀라는 숨소리]
오늘 이 여성을 키핑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어
예?
이 사람을 압니까?
그러는 그쪽은, 그 여자를 알아요?
내 말에 먼저 답하시오
(철강) 뉘기요, 이 여자?
내 친구입니다
(철강) 남조선에서 이 여자는 어떤 신분이었소?
(승준) 그냥 뭐, 잘사는 집에서 귀하게 자랐다
그 정도만 아시면 될 것 같고
이제 내 질문에 답해 봐요
그쪽은 그 여자를 어떻게 알아요?
[한숨]
군관 사택 마을에서 지내고 있소
알아요
이번 주 목요일에 이곳을 떠나는 것도 아오?
떠난다고?
항공으로 떠날 준비를 마쳤다고 들었소
막아 줘요
[긴장되는 음악]
그거부터 막아
막아 달라니 이거야말로 일석이조 아니갔어?
(철강) 찜찜하던 것도 해결하고 돈까지 들어오고
어케 하실 작정입네까?
(철강) 동무 덕분에 필요한 정보는 이미 다 알고 있어
그날 대표 선수단 타는 비행 편도 파악됐고
순환 비행장 가는 길이야 하나니까, 뭐
[긴장감 고조되는 효과음]
[세리가 그릇을 땅땅 두드린다]
어텐션 플리즈
(세리) 얘기 들어서 알겠지만
나 이번에 진짜로 돌아가게 됐어요
기러거나 말거나, 흠
(주먹) 또 무슨 선물 줍니까?
내가 산타클로스니?
내 수중에 돈 백 원이 없는데 무슨 선물을 또 줘?
벼룩의 간을 빼먹어라
산타클? 그거이 뭡니까?
[주먹의 헛기침] [주먹의 우쭐대는 신음]
이 산타클로스는, 응?
(주먹) 일 년에 한 번씩 남의 집 굴뚝을 타고 들어가는 할바이인데...
도적입니까?
아니디
도적이라기엔 오히려 선물을 두고 가거든
아, 기러면 의적입니까?
[주먹의 한숨] (세리) 자, 자, 의적 같은 소리 그만하고
어쨌든 내가 이번에 진짜로 돌아가게 됐으니까
마지막을 아름답게 기념하는 차원에서
소풍을 가면 어떨까 뭐, 그런 의견이 나왔어요
누구네? 누가 기딴 의견을 냈네?
나다
[한숨]
중대장 동지 따끔하게 한마디 하십시오
(치수) 자꾸 오냐오냐하니까 현실성 없는 헛소리만 하지 않습니까?
(정혁) 내일모레가 휴식일이니 그때 가 보도록 할까?
네 사람은 따로 외출 허가 내 놓을 테니
[은동의 웃음]
[한숨]
휴식일엔 모표도 닦아야지
(치수) 금속 단추도 닦아야지
목달개도 빨아서 다려야지 할 일이 태산인데
팔자 좋게 소풍을 어케 갑니까?
난 반대입니다
[웅장한 음악]
근데 소풍 가는데 무슨 삽자루에 도끼에
너희 진짜 나 어디 묻어 버리려 그러니?
(치수) 기러지 못하고 곱게 보내는 거이 천추의 한이다
[세리가 혀를 쯧 찬다]
근데 리정혁 씨랑 은동이는 왜 안 보여?
(주먹) 은동이는 미리 가서 불 피우고 있고
정혁 동지는 어딜 갔습니다
어디?
그거는 저도 잘...
[주먹의 멋쩍은 웃음]
결혼식 준비라도 하러 가셨나
(세리) 내가 생각했던 소풍과는 다른 그림이긴 하지만
좋네, 나름
음, 낭만적이야
[돼지 울음]
어? 아기 돼지
[세리의 기분 좋은 신음] (치수) 자, 자
준비됐으면 인차 목부터 따라우
(세리) 뭘 따?
(은동) 세리 동무 마지막인데 기냥 보낼 수 없어서
아끼던 놈인데 오늘 따기로 했습니다
아니, 따긴 뭘 따? 와인이니?
우리의 시작은 총질이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둬야 되지 않갔습니까?
끝에 돼지 목을 따는 게 어떻게 유종의 미야?
아, 우리는 원래 냉장 보관, 냉동 보관 이런 게 잘 안되기 때문에
(주먹) 원족 올 때 돼지를 끌고 와서
통돼지 구이를 해 먹고 그럽니다
아, 난 못 먹어
(세리) 아니, 내가 지금 쟤랑 눈을 몇 번을 마주쳤는데 어떻게 먹어?
[어이없는 신음]
(치수) 언제는 삼시 세끼 고기만 먹는다고 개구라를 치더니
이젠 또 뭐, 착한 척이네?
아, 그래, 그건 사실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안면 튼 애를 먹은 적은 없어
안 돼, 쟤는 못 먹어
(세리) 안 돼
(은동) 기러면 우리는 뭘 먹습니까?
[부드러운 음악]
[옅은 웃음] (은동) 저기 있습니다
여기, 여기, 여기, 어, 여기, 저쪽!
[주먹과 광범이 소리친다]
[웃음] [중대원들이 소란스럽다]
(치수) 아이, 놓쳤잖네!
[주먹과 치수가 실랑이한다]
[주먹이 소리친다]
[웃음] [중대원들이 소란스럽다]
[함께 환호한다]
(치수) 야, 야, 야, 야, 야
(주먹) 아이, 고기 한 마리 잡았다! [은동의 웃음]
[광범이 말한다] [치수의 놀라는 신음]
(치수) 두 마리다! [주먹의 환호]
[치수의 감격하는 신음]
[중대원들이 연신 소란스럽다]
[주먹의 웃음]
[서로 대화한다]
[주먹과 광범의 웃음]
[은동의 힘주는 신음] [치수의 놀라는 신음]
(은동) 잡았습니다
[치수의 웃음] 그거 주시지요
(주먹) 두 마리 잡은 거 같습니다
[함께 웃는다]
[광범이 중얼거린다]
(치수) 야, 야, 조심하라
[중대원들의 환호]
[주먹의 박수]
- (세리) 맛있겠다 - 많이 드리갔습니다
(치수) 맛있디?
[치수의 웃음]
[놀라는 신음]
- 허, 너무 맛있어! - (은동) 맛있습니까?
[세리의 감격하는 신음] [주먹의 웃음]
(치수) 이런 참게를 이, 잡는 법을 어디서 배운 거네?
난 이런 크랩은 처음 먹어 봐 [은동이 숨을 카 내뱉는다]
(치수) 남조선은 이런 것도 못 먹... [만족스러운 신음]
(은동) 이 게 전부 다 제가 잡은 겁니다
(세리) 너무 달아
[주먹의 탄성] [세리의 만족스러운 신음]
(주먹) 오늘이 세리 동무 마지막 날이라
저희가 환송식을 준비했습니다
그래?
음, 올 게 왔군, 어디 있어?
뭐...
(은동) 뭐가 와...
(세리) 선물 준다는 거 아니야?
나도 저번에 줬잖아
[피식하며] 그거는 아니고
(주먹) 표치수 동지가 환송 시를 썼습니다
어, 괜찮은데, 진짜 괜찮은...
(치수) 에, 에
[치수가 목을 가다듬는다]
(세리) 읊어 주게?
아, 됐어, 뭐, 그냥 줘
나중에 봐서 읽든가 말든가 하게
에, 에미나이를 위한 환송 시
(치수) 못도 망치를 만나면 쑥 들어가고
단감도 바람이 불면 똑 떨어지건만
(주먹) 오! [주먹의 웃음]
(세리) '오'는 무슨
(치수) 이놈의 에미나이는 뭐든 지 마음대로 지 멋대로
총을 쏴도 죽질 않고 욕을 해도 먹질 않네
아, 아, 아, 세상 골칫거리
야, 그만 듣자
기래도 떠나는 마당이니
내 소원만은 들어 달라
(치수) 잘 가라, 다치지 말고
[잔잔한 음악] 잘 살아라
[치수의 헛기침]
우리 잊지 말고
- 쳇 - (치수) 만에 하나 들키더라도
절대로, 절대로!
불디 말라, 내 이름만은
네 이름 제일 먼저 불 거야, 두고 봐
(은동) 인차 세리 동무 가면 다신 못 볼 텐데
[한숨]
노래 한번 해 주면 안 됩니까?
[살짝 웃는다]
쩝, 너희 내가 노래까지 하고 가면
하, 나 절대 못 잊을 텐데 어떡하려 그러니?
(세리) 쩝, 진짜 걱정이다
(세리) ♪ 찬 바람이 불면 ♪
♪ 내가 떠난 줄 아세요 ♪
♪ 스쳐 가는 바람 위로 ♪
♪ 그리움만 남긴 채 ♪
♪ 낙엽이 지면 ♪
♪ 내가 떠난 줄 아세요 ♪
♪ 떨어지는 낙엽 위엔 ♪
♪ 추억만이 남아 있겠죠 ♪
♪ 찬 바람이 불면 ♪
♪ 그댄 외로워지겠죠 ♪
♪ 그렇지만 이젠 다시 ♪
♪ 나를 생각하지 말아요 ♪
[아련한 음악]
♪ 한때는 내 어린 마음 ♪
♪ 흔들어 주던 ♪
♪ 그대의 ♪
♪ 따뜻한 눈빛이 ♪
진짜 안 데려다준다고?
(세리) 그래도 난 공항까진 같이 가는 줄 알았는데
여기서 헤어집시다
몸조심해서 가고
리정혁 씨는 아니겠지만
난 보고 싶을 거 같아요
[잔잔한 음악]
생각날 것 같아, 가끔
(세리) 아니
사실은 자주
근데 우리는 서로 안부도 묻질 못하잖아
그게 좀 속상하네
여길 떠나는 순간
여기도 잊고 나도 잊고 다 잊고
[한숨]
(정혁) 원래 당신의 세상에서 건강하게 잘 살길 바라오
잠깐 나쁜 꿈 꿨다 생각하고
[한숨]
악수 말고
한번 안아 주지
마지막인데
[달칵 소리가 난다]
[괴로운 숨소리]
[갈등하는 숨소리]
[만복이 훌쩍인다] [만복의 거친 숨소리]
[통화 연결음] 출발했습니다
[떨리는 숨소리]
[만복이 흐느낀다]
저것들 뭐이지?
(세리) 속도가 너, 너무 빠른데?
[세리의 놀라는 신음]
[세리의 신음] [차 끼익한다]
광범 씨, 괘, 괜찮아?
[겁먹은 숨소리]
[놀라는 신음]
[세리의 놀라는 신음]
어떡해
[세리의 떨리는 숨소리]
[세리의 놀라는 신음]
[총성이 요란하다]
[세리 신음]
[긴박한 음악]
[총성이 요란하다]
[놀라는 신음]
[총성이 요란하다]
[놀라는 신음]
[쾅 부딪는 소리가 난다] [세리의 놀라는 신음]
[타이어 마찰음]
[급정거하는 소리]
[세리의 겁먹은 신음]
[세리의 힘겨운 신음]
(광범) 빨리 내리셔야 합니다
[세리의 겁먹은 숨소리]
(세리) 광범 씨...
[세리의 다급한 숨소리]
[거친 숨소리]
[무거운 음악]
[총성이 요란하다]
[굉음]
[놀란 신음]
[가쁜 숨소리]
[놀라는 신음]
[거친 숨소리]
[가쁜 숨소리]
다친 데는?
없어요, 리정혁 씨는?
[힘겨운 숨소리]
[총성이 탕 울린다] [정혁의 신음]
[총성이 탕 울린다] [광범의 신음]
[세리의 놀라는 신음]
[정혁 둔탁한 소리 내며 쓰러진다] [세리 놀라는 신음]
(세리) 리정혁 씨!
[광범의 힘겨운 신음]
[세리의 놀라는 숨소리] [광범의 힘겨운 신음]
[총 겨누는 소리] [세리의 놀라는 신음]
[총성이 탕 울린다]
[세리의 놀라는 신음]
[세리가 울먹인다]
리정혁 씨
[세리의 놀라는 신음]
[세리의 떨리는 숨소리] 안 돼, 정신 차려 봐
[세리가 흐느낀다]
[세리의 다급한 신음]
내일 세리 동무 데려다주는 차는 동무가 운전해야 되갔어
중대장 동지는요?
난 비밀리에 따라가려고 한다
만에 하나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니까 [차분한 음악]
이중 엄호입니까?
먼저 원족 가 있으라 난 준비할 게 좀 있다
[기계음 소리가 요란하다]
[연장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이 정도 스프링을 어디에 쓰시려고
(정비 군관) 뭐, 산악 경주라도 나갈 셈입니까?
[정혁이 달그락거린다]
(정혁) 권총 소음기 하나 더
(무기고 군관) 예
(정혁) 이건 9밀리 자동 권총으로 바꾸고 유탄 발사기도 함께
(무기고 군관) 예
[총을 철컥 장전한다]
[무기를 달그락 넣는다]
(무기고 군관) 중대장 동지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시죠?
없길 바라야지
[감성적인 음악] [오토바이 엔진음]
(정혁) 약속했거든
내 눈에 보이는 동안엔 반드시
지켜 줄 거라고
(세리) 리정혁 씨!
(부하 군인) 아무래도 총격전을 벌인 게 그자가 확실해 보입니다
(광범) 일단은 공항부터 가고 그다음부터는 저희가 알아서...
알아서 하다가 저 사람 죽으면!
(철강) 아직까지 부대 복귀를 못 한 거 보믄
십중팔구 부상이다
(승준) 진짜 뭔 일 난 거 아니야?
(단) 11과 대상 아니고
남조선에서 무단으로 우리 공화국에 침투한 사람
(승준) 신고하면 당신 남자도 다쳐요
(단) 난 그이가 다쳐도 죽어도 상관없습니다
(승준) 사람이 설레는 건 끝이 어떻게 될지 모를 때거든
.사랑의 불시착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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