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16
(승효) 죽고 싶으면 딴 차에 뛰어들어!
(진우) 누구와 싸울 겁니까?
뭐 하자는 거야, 지금
방법을 알고 있죠?
[자동차 경적]
(남자) 아, 뭐야, 뭐 하는 거야, 지금! 차 빼, 빨리!
[남자가 구시렁거린다] [경적이 요란하다]
차 뺍시다!
[경적이 요란하다]
[자동차 경적]
싸우겠다면서요
누굴 상대로 싸울 겁니까?
별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진짜
우리?
아니면 조남형 회장?
[한숨]
눈이 어떻게 됐나?
내가 누군지도 까먹었어?
방법은 무슨 방법!
그리고 내가 그딴 걸 알면 어쩌고 모르면 어쩔 건데?
사람으로서 말해 보라는 겁니다
인간 구승효로서
직장인 구승효가 아니라
(진우) 정말로 지금 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은지!
거리낄 게 하나도 없는지
저 안이 뭐?
돈 좋아하잖아, 의사들
자기들은 개업하자마자 바득바득 돈 벌려고 난리면서
왜 여기는 안 되는데?
(승효) 규모가 커서?
너희들이 지금 반대하는 건 성가셔서야
변하는 게 귀찮아서!
(진우) 그렇게 모든 걸 돈으로만 보니까
지금 조 회장이 하려는 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안 보이는 겁니다
뭐가 무서운데?
외국 놀이공원 가 본 적 있습니까?
하, 진짜 지긋지긋하다
(진우) VIP 티켓이라는 게 있답니다 외국 놀이공원엔
그것만 쥐고 있으면 줄이 아무리 길어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딴 사람들은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웃돈 주고 산 VIP 티켓만 있으면!
단숨에 맨 앞에 가서 가장 먼저 탈 수 있답니다
학교, 병원, 길거리!
최소한 이런 건 같이 써야 돼요
사람이 아무리 제각각 태어났어도
같이 부대끼고 섞일 곳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같이 삽니다!
병원은 몇억짜리 스포츠카도 아니고
보통 사람은 꿈도 못 꿀 궁전도 아닙니다
조 회장은 지금 이 병원의 이 입구를!
VIP 티켓을 가진 사람한테만 열어 주겠다는 겁니다
정말로 그런 세상이 되길 원하세요?
[무거운 음악] [진우의 한숨]
(진우) 이다음에
사장님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정말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까?
딴 데서
같이 살라고 해
제 동생보다도 자유가 없는 분이셨네요, 구 사장님
사장님 영혼은 누구 겁니까?
그것마저 재벌 회장이 쥐고 있습니까?
[차 문이 탁 여닫힌다]
[자동차 엔진음]
(남형) 그렇게 걱정돼?
병원이 걱정돼서가 아니라 그룹을 위해서
회장님을 위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승효) 부대사업 철수는 연막이고
핵심은 돈벌이라는 말이 벌써 돌고 있습니다
무리하게 의료법에 손댔다간 저희만 철퇴를 맞을 거고요
의료법 손대기가 무리면 병원 등급을 낮춰야겠네
(남형) 요즘 맨날 뉴스 나오는 거 보니까
병원이 지위를 박탈당하기도 하던데
저, 그건 그 병원이 너무 큰 의료 사고를 내서
최종 3차에서 탈락한 거고요
아...
의료 사고?
(남형) 그거네
상국대도 그걸로 떨어트리면 되겠네
종합 병원급 아래로만 떨어지면 법인 바꾸는 건 내 마음대로잖아
저, 회장님
(승효) 어...
저희는 그렇게까지 떨어질 수 없습니다
그건 가능하지가 않습니다
- 구 사장 - 예, 회장님
네가 계속 말하는
'저희'가 누구야?
너랑 나야, 너랑 상국대야?
- 당연히... - (남형) 변했어, 너
아닙니다
'나한테 손 떼라'
지금 이 말 돌려 까는 거잖아
걱정해 주는 척하면서
회장님께서 굳이 총알받이가 되실 이유가 없다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병원 가진 기업들은 이제
회장님 핑계 대면서 전부 다 따라 할 텐데요
누구 좋으라고요?
지금 네가 내 핑계 대고 있는 것처럼?
내 뜻 꺾으려고?
[남형의 한숨]
(남형) 됐어
내가 결정할 테니까
기다려
[문이 달칵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컴퓨터 알림음]
[마우스 클릭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승효) 어디 가요, 아침부터?
[어두운 음악]
병원 전체 공지로 올리세요
(경아) 사장님
[승효의 옅은 한숨]
사장님한테 발표시키고
회장님이 수습하는 걸로 할 때부터
정해져 있었나 봐요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한숨]
(직원1) 사장이 잘렸어요?
(직원2) 응, 그렇게 남들 못 잘라서 안달이더니
(직원1) 참 나
[놀란 숨을 내뱉는다]
(동수) 사람 맴이라는 것이 참, 응?
내가 사장입네 천지 사방 쑤셔댈 때는
웬수도 그런 웬수가 없더니만
섭섭하세요?
(동수) 아, 사장 모가지가 닭 모가지니께 하는 소리지
아이고, 위에다 뭘 밉보였을까나?
(승효) 너희들이 지금 반대하는 건 성가셔서야
변하는 게 귀찮아서!
아닌데
[노크 소리가 들린다] [한숨]
(승효) 부원장 있습니까?
- (경문) 아, 네 - (승효) 원장실로 오세요
[노크 소리가 들린다]
네
(승효) 그 의료 사고
전수 검사 들어갑시다
이 사람들이 말이야 처음에만 좀 빤짝이지
투약 사고가 슬슬 늘고 있어요
처방이랑 조제도 다 대상이니까
책임자 실명 까이고 감봉 징계 되기 전에
원장, 부원장이 마킹을 하든
철저하게 관리하고 직접 단속하세요
알겠어요, 알겠는데
뭐요?
공지 봤어요
그렇게 됐습니다
이유도 없이요?
개인 기업은
회사 내의 공기 방울까지 주인 겁니다 주인이 그러겠다는데
그리고 전수 검사는 내 발령이랑 무관한 거니까
준비시키세요
포커페이스인지 [어두운 음악]
조 회장이랑 무슨 꿍짝이 돼 있는 건지
[한숨]
다음은
우리 차례겠죠?
병원 전체가 다음이겠죠
[한숨]
[엘리베이터 도착음]
(기사) 예, 팀장님
무슨 일...
어젯밤에 혹시 무슨 일 있었어요?
왜요?
사장님 직위 해제되셨어요
아, 이번에는 어디로 가세요?
해고라고요, 이임 아니고
아, 왜요?
일단 그냥 모른 척하시고요
사장님 어제 그냥 퇴근하셨어요?
아, 저기, 실은...
그, 댁으로 가신다고 했다가 본사에 가셨는데...
그 밤에?
회장님 호출?
아니요, 호출은 아닌 거 같았고
(기사) 그, 본사에서도 얘기가 잘 안된 것 같더라고요, 사장님이
왜?
되게 금방 나오셨거든요
[한숨]
계속 구 사장님 모셨으면 좋겠는데요
아, 사장님도 여기가 좋으실 텐데
사장님이야 뭐...
어디시든, 쯧
그래도 여기서 처음으로 사장님이
마음 쓰이는 여선생님도 생겼고
사장님이요?
혹시 그...
땡글땡글하고 이쁘장한 소아과?
아, 사장님이 직접 말씀하신 건 아니고요
아, 당연히 그 입으로는 안 했겠지
[기사를 툭툭 치며] 근데 왜?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그, 왜, 한창 시끄러웠을 때요
그, 부검이 막 어떻고 그럴 때
어, 어, 어
그 선생님 무슨 일 없게 하라고 하셔서
제가 퇴근길을 따라...
(경아) 아, 잠깐, 잠깐
사장님이 시켰다고요?
이노을 선생 보호해 주라고?
예, 맞아요, 그 이름이에요
[탄성]
[괴로워하는 탄성]
[기사를 탁 치며] 아, 어떡해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경아) 아무도 없는데 왜 들어와 있으세요?
그러니까 왜 비웁니까?
실장님도 자기 자리 비우고 여기 와 있네요?
나야...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구조 실장) 회장님께서 몇 가지 지시 사항을 내리셨습니다
먼저
이번 발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그림으로 가자십니다
더 이상 구 사장님께 사업체를 믿고 맡기기 어려우시다고요
개인 인터뷰, 퇴임사 모두 거부하시고 정리는 빠를수록 좋다 하셨습니다
(구조 실장) 언제 될까요?
[긴장되는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그럼 회장님 지시에 따르시는 걸로 말씀 올리겠습니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경아) 실장님!
사장님 해임 통보 발신지가 왜 구조실이에요?
내가 썼겠어요?
본사 인사 팀에서 하라니 한 거지
그리고 강 팀장
강 팀장?
난 강 팀장이 참 아깝네
이런 직원 찾기도 힘든데
나 같은 직원을 댁이 왜 찾는데요?
사람 일 모르잖아요
어머, 무슨, 지금...
(승효) 강경아 팀장
[승효의 한숨]
[문이 달칵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이현균 구조 실장님
네
비서실에서 일반 사업 팀 다시 구조 조정실
우리 실장이 입사 후에
거쳐 온 코스가 나랑 똑같아요
뭐, 향후도 똑같을지는 본인 능력에 달려 있지만
근데 이 실장
아직 잡히지도 않은 걸 이 손에 쥔 듯이 굴면
잡을 것도 놓치는 법이야
[차분한 음악]
[문이 탁 닫힌다]
(창) 에이, 여기 담배 안 된다니까, 쯧
돼, 내가 바꿨어
[헛웃음]
몸이나 잘 챙기셔
그딴 거 피우다가 여기 실려 오면 의사들이 얼마나 앞다투겠어
(창) 서로 이 배 이번엔 자기들이 깐다고 할걸?
(창) [한숨 쉬며] 언제까지야?
(승효) 정리되는 대로
정리할 게 많은 얼굴이네
여기는 어떻게 될까, 형 가고 나면
아픈 사람들 오고
치료하고
다는 못 살리고 그러겠지
구승효 사장 전으로는 못 돌아갈 거야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상엽) 뭐, 이 상황에서 사장이 나가는 게
우리한테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겠어
(지용) 난 여기서 더 무슨 꼴을 보게 될까도 모르겠어요
(경문) 조 회장이 본격적으로 병원에 손대기 시작하면
큰일인 건 알겠는데
[한숨]
막을 방법이 없을까요?
(민기) 이게 중국하고 홍콩처럼 1국 2체제 그러듯이
화정그룹에 상국대가 속해는 있되
병원만의 독립성을 보장한다
이런 게 있어야 되는데
그럴 리가 없잖아요 보장을 해 줄 리가
(정희) 민영화시키겠다는 게 제일 큰 문제인데
이걸 어떻게 해야 되나?
우리가 하지 말란다고 먹힐 리도 없고
차라리 구 사장을 이용할까요?
[상엽의 의아한 신음]
(지용) 구 사장 딴 데 좋은 데 가는 거 아니라며요
해임 반대해 줍시다, 예?
아, 본인도 억울할 거 아니야
솔직히 일 열심히 한 거 우리도 다 아는데
조 회장이 TV 나와서
'미안하다, 사과한다' 한 거 그거 다 쇼다
구 사장이 자기 입으로 뒤집어 주면 효과 직방이지 않겠어요?
사장 해임안 올린 게 우리인디 꼴이 웃기지, 그게
웃기고 말고
절대 안 해요, 구 사장
사람을 너무 모르시네
(정희) 모르죠, 우리가 어떻게 알아요 그 사람을
맨날 싸우고 눈 흘기고 그러기만 한걸
하, 참
진짜 그러다만 가네?
단체로 기자 회견이라도 할까요?
(지용) 아, 여론이야 우리한테 동조하겠죠
뭐, 시민 단체 정도나
(윤모) 그게 현실적으로 힘이 될까요?
맨날 병원 적자라고 우는소리 했잖아요 대외적으로다가
우는소리가 아니라 사실은 사실이죠
(윤모) 그러니까요
화정에서 적자투성이인 병원에다가 해외 투자 대거 받겠다고 하면
대기업이 외자 유치 성공한 걸로 포장될 테고
외국 돈 계속 끌어오면 영리 기관으로 바뀌는 거야
정책위에서 심의해 주면 끝인데요
경제특구로 바꾸는 것도
우리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상엽) 음, 지경부에 의료 신사업 계획서 넣고 송탄 지역 뭐, 재평가 들어가면
아이, 그렇게 간단해요? 지방 자치 단체 같은 데는?
어떤 자치 단체가 반대를 하겠어?
자기네 특별나게 만들어 준다는데
밑져야 본전인데 구 사장한테 말이라도 넣죠?
[민기의 한숨]
(민기) 우리 회의가
언제부터 이런 얘기만 나오게 됐나
환자 건강 얘기는 1초도 안 하네
[한숨]
우리 과장님도 아직 안 나왔어요
맨날 그놈의 회의
무슨 뾰족한 수라도 나오면 말을 안 해요
(노을) 어?
(창) 왜요?
김 쌤!
(노을) 같이 가요
(창) 은하 씨, 차 가지고 오셨어요?
(은하) 아니요
(창) 태워 드릴까요?
아직도 저러고 있네, 진짜
[은하가 화난 숨을 내뱉는다]
(은하) 사장이라고 저 난리를 쳐 놓고 자기만 쏙 빠지고
차라리 처음부터 오지를 말지
그러게요
처음부터 오질 말지
소원대로 가 주잖아요, 그래서
먼저 갈게요
(노을) 강 팀장님!
[다가오는 발걸음]
(창) 내일 봬요
(노을) 괜찮으세요?
안색이 좀...
저야 뭐...
강 팀장님은 저희랑 계속 계실 거죠?
글쎄요
강 팀장님도 확실치 않으시면
진짜 바뀌나 보네요
이 쌤한텐
저희 사장님이 처음부터 안 온 게 진짜 훨씬 나아요?
네?
아...
저보다는 그분한테 좋은 게 하나도 없었잖아요
사장님한텐 저희가 악몽이었을 거예요
근데요
[한숨]
갈게요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자동차 시동음]
(창) 왜요?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요
왜 그래요?
뭐가요?
그때 옥상에서 두 사람
우연이었죠? 선우 쌤하고 구 사장, 그렇죠?
그때가 언제인지 모르겠네요
(은하) 모르는 사이죠?
선우 쌤이 구 사장을 알 리가 없잖아요, 그렇죠?
내가 왜 꼭 몰라야 되는데요?
그쪽이 사장이라서?
선우 쌤
[차 문을 달칵거린다]
예, 압니다, 구 사장 잘 알아요
둘 다 화정그룹 장학금 덕분에 졸업장 땄습니다
뭐 잘못됐어요?
설마
우리 얘기
병원 얘기 구 사장한테 하고 그랬어요?
무슨 얘기요?
의사들은 하나같이 재수 없고 비린내 나고
간호사들은 서로 갈구고 태우고
(창) 그 얘기요?
내가 얘기 안 해도 속속들이 잘 알던데
왜 이래요, 정말?
그게 우리 탓이기만 해요?
아니
본인이 갈구고 본인 탓이 아니면 누구 탓인데요?
(은하) 힘들어서 그러잖아요, 너무 힘들어서
간호사 한 명당 딸린 환자는 수십인데
충원은 안 되고 교대는 계속 돌아오고
이게 곪아 터진 거지
일 편하고 널널해 봐요 누가 괴롭혀요, 왜
말 똑바로 합시다
군대는 밖이 빡셀수록 안이 편해요
전방 부대일수록
너나 나나 다 뭣 같은 처지라는 걸 서로 제일 잘 아니까
더 안 건드린다고
(은하) 그래서 우리가 싫어서 구 사장한테 붙었어요?
(창) 아니요
나 사는 게 거지 같아서요
개판이라서요
쳐다보기도 싫은 데로 매일매일 출근하고 퇴근하는 게
끔찍해서 그랬어요
[무거운 음악]
[떨리는 숨소리]
[한숨]
(기사) 그래도 여기서 처음으로 사장님이
마음 쓰이는 여선생님도 생겼고
(노을) 사장님한텐 저희가 악몽이었을 거예요
(기사) 그 선생님 무슨 일 없게 하라고 하셔서
(노을) 처음부터 오질 말지
(구조 실장) 더 이상 구 사장님께 사업체를 믿고 맡기기 어려우시다고요
개인 기자 회견, 퇴임사, 인터뷰 모두 거부하시라고요
[경아의 옅은 한숨]
(세화) 네
(노을) 기록이나 자료는 없어요
우리한테 안 주는 게 아니라 본사에서 처리한 거라
강 팀장님도 물적으로는 안 갖고 있대요
그렇지만 화정제철 환경 부담금 때문에
송탄으로 결정된 건 사실이라고 했어요
정황만으로 화정에 타격을 주려면 어떡해야 하나
(승효) 아니, 지금까지 어떤 일이 우리나라 기업 회장한테
대미지를 입혔습니까?
그런 거 없습니다
[한숨]
대미지 안 입어요
(세화) 이런 건 한 방에 날려야 되는데
조 회장을 누를 수 있는 사람한테 가져가죠 [긴장되는 음악]
누가 조 회장을 누를 수 있는데?
오셨습니까?
원장 불러, 부원장 새끼도
[차 문이 탁 닫힌다]
(승효) 무슨 일이십니까, 회장님
(남형) 죽여 버릴 거야
(구조 실장) 죄송하지만 둘 다 부재중이라는데요
지금 외부에...
[엘리베이터 도착음] 부르겠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쓱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남형의 성난 숨소리]
[문이 달칵 닫힌다] [남형이 성난 숨을 내쉰다]
[도어 록 작동음]
너야? 네가 했어?
아, 아닙니다
뭔 줄 알고?
알아들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는 거네?
(승효) 무엇을 말씀하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전 회장님께 누가 될 일 하지 않았습니다
김석현이가 숨넘어가게 나한테 전화를 했어
너희 병원에서 사람이 왔다고
(남형) 환경 부담금 대신 땅값 얹어 준 거 터트리겠다고 찾아왔대
구체적인 액수, 방법, 날짜 전부 꿰고서
저희 원장, 부원장이
환경부 장관을 직접 찾아갔다고요?
나한테 오든가 차라리 밖에다 떠벌리든가
그럼 벌써 정리 끝났어
(남형) 근데 장관이라는 게
자기 어떻게 될까 봐 지금 눈이 완전히 돌아갔다고!
차, 찾아온 목적이 뭐랍니까?
폭로가 목적이면 장관한테 갈 필요가 없으니
원장 쪽에서 내건 조건이 있을 텐데요
날 병원 행정에서 손 떼게 해 달라고?
불가능한 걸 걸었네요
할 말이 겨우 그거야?
(남형) 누가 흘렸을까?
저것들이 어떻게 알았을까?
너 아니면 액수까지 아는 사람이...
저, 장관이 어떻게 나올까요?
회장님이 부탁을 안 들어주시면
몰라서 물어?
과징금 다시 들먹이겠지
장장 1,600억이야!
[한숨]
회장님께선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남형) 아이씨...
우리가 뇌물 줬다는 걸 먼저 밝힐 수도 없고
병원 쪽 요구
들어주시죠, 회장님
(승효) 병원 주인한테 병원에서 손 떼라는 건 불가능한 요구입니다
일단은 들어주겠다 하셔도
회장님 위상에는 변할 게 전혀 없습니다
나 아직 여기 진짜 주인 아니야
의사 놈들도 내가 소유만 했지 지배하지 못한다는 걸 아니까
감히 덤비는 거야
(남형) 관련된 놈들 전부 끌고 와, 당장
회장님
환경부하고 병원 일은 제가 정리하게 해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제 일로 남겨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나 실망시키게?
여태까지로 모자라서?
(승효) 화정그룹이 국유지에서 쫓겨난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 줬다고 발표하시면 됩니다
토지 계약 문제가 터지더라도 스캔들이 아니라
기업체의 인도적 사회 공헌으로 충분히 바꾸실 수 있습니다
이걸로는 안 돼
땅 문제는 막아도 장관은 못 막아
(남형) 송탄 문제 그거 새 나온 거만으로도 눈이 지금 뻘건데
어떻게든 우리를 쥐고 흔들려고 들 거야
(승효) 환경부 장관
자기 부모가 왜 국유지에 살게 됐는지 밝혀지는 걸
죽기보다 싫어합니다
회장님께서 이걸 쥐고 계시면
장관도 절대 경거망동하지 못합니다
네 조건은 뭔데?
원장 조건은 날 손 떼라는 거고
이거 대신 넌
회장님
병원을 조각내진 말아 주십시오
찢는 것만은 말아 주십시오, 회장님
[어두운 음악]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난 돈을 본 사람이 물러서는 걸 본 적이 없어
그 길로 안 가는 걸 단 한 번도 본 적 없어
(남형) 어차피 미래엔 둘 중의 하나야
헬스 케어에 돈을 물 쓰듯 쓰는 사람들을 위한 곳
그 시스템에 낄 수 없는 사람들이 가는 곳
상국대병원?
10년, 아니?
5년만 두고 봐
어느 쪽으로 변해 있을지
[문이 달칵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세화의 옅은 한숨]
조 회장 왔었다는 얘기 들었어요
(세화) 저희가 환경부 가는 걸
사장님이 먼저 아셔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어요
그래도 미리 말씀은 드리고 싶었는데
이제 와서 이런 얘기 소용없겠죠
효과 있었습니다
조 회장이 법인 바꾸는 거 관둔대요?
장관이라는 인간 우리 앞에선 딱 잡아떼더니
조 회장이랑 장관이랑 둘이 짠 게 맞네요, 그럼
(세화) 애초부터 환경 부담금 대신 땅값 얹어 주기로 한 거
그게 맞는 거죠?
(승효) 오세화 원장님
상국대하고 화정은
지금 서로의 뇌관을 쥐고 있는 겁니다
상국대가 쥔 뇌관은
장관이 현직일 때까지만 유효합니다
물러나고 나면 전직 정치인이 화정에 할 수 있는 일
많지 않아요
신중하게 움직이세요
(세화) 왜 남한테 당부하듯이 말해요?
이제 사장님 일 아니에요?
진짜 관둬요?
원장은 원장 할 일이 있는 거고
저는 제 일이 있으니까요
설마
다 뒤집어쓰기로 한 거예요? 사장님 혼자?
내가 왜요?
[승효의 힘주는 숨소리]
(승효) 송탄 캠퍼스에 관리인 숙소라고 했던 거 있죠?
서산 마을 협동조합에 주기로 한 거요?
오늘 오 원장님이 만나고 온 사람
부모님이 사실 곳입니다
환경부 장관요?
아니, 그 사람 부모가 왜 우리 병원 건물에요?
강 팀장이 영구 임대 계약서 카피본 드릴 거예요
이유는 거기서 보시고
(승효) 부모님 외 마을 사람들도 같이 오실 거니까
원장님이 신경 좀 써 주세요
평생을 몸 써서 일해 온 분들 무료하지 않게
관리 일을 맡기시든가
[한숨]
그래서 관리인 숙소라고 하신 거예요?
진짜 관리 일을 하시라고?
그분들이 원하시면
네, 그러죠
다른 건요?
다른 당부할 건?
[차분한 음악]
[심란한 신음]
왜 이러니, 쓸데없이, 하...
[깊은 한숨]
[민기의 한숨]
뭐야?
사직서입니다
누가 몰라?
휴가 써, 쉬고 와
감사했습니다
[거친 숨소리]
심장...
심장 마비인가 봐요
(환자1)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안 쉬어져
지금 숨은 어떻게 쉬고 계세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여기, 여기, 이 입...
언제부터 이러셨어요?
[환자1의 거친 숨소리]
- (소정) 심전도 검사 - (재혁) 네
[환자1이 연신 거친 숨을 내쉰다]
비염 있으세요?
이 약 드시고 코에 스프레이 뿌리셨죠?
알레르기
[동수의 탄성]
(동수) 방 샘, 됐어
(진우) 이 완화제 드시고 코에 스프레이 뿌리면 코 막혀요
비염 약 다른 거 처방해 드려
(소정) 네
괜잖아요, 입으로 숨 쉬어도
조갈이 좀 나서 그렇지
(동수) 숨 쉬어 보실게, 입으로
[동수가 깊게 숨을 들이쉰다] [환자1의 힘겨운 숨소리]
숨 쉬어지죠?
(안 선생) 과장님
지금 전체 회의실로 오시라는데요?
아이씨, 재미 들렸나 뻑하면 불러 쌓아
(세화) 평가 인증식 기념사진 찍을 사람 각 과마다 보내시고요
어...
(지용) 아, 이런 거 웬만하면 공지로 돌리시죠?
지금 한창 몰리는 시간인데
(경문) 구 사장님!
그리고
토요일 진료 시간 변경하는 거
어...
(승효) 아니, 무슨 말을 하겠다고...
[잔잔한 음악]
오셨어요?
(세화) 오늘이 마지막 날이시라면서요
아무리 눈 흘기고 서로 싸우는 사이였어도
마지막 인사는 하고 갈 생각이셨죠, 사장님?
[한숨]
안녕히들 계십시오
(승효) 이런 데서들 하셨구나?
[마이크 소리가 울린다]
근래에 들은 말로
마지막 인사 대신하겠습니다
(승효) 최근에 이런 얘기를 들었는데요
상국의 5년 후를 보라 10년도 필요 없다
미래의 의료 기관은 병을 치료하는 곳이 아닌
가진 자들의 건강을 유지시켜 주는 곳이 될 거라고
뭐,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그 말이 과히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얼마나 버틸 것인가
기본이 변질되는 걸
얼마나 저지시킬 수 있을 것인가
여러분들 손에 달린 거겠죠, 이제
무너질 사람
[차분한 음악]
버텨낼 사람
거슬러
오를 사람
완벽하지도 않고
예상외로 우월하지도 않으며
심지어 우왕좌왕하는 듯 보여도
끝내는 실천에 이를 사람이
여기에도 있겠죠
저는 제가 잠시나마 몸담았던 상국대학병원
지켜볼 겁니다
여러분들의 10년, 20년 후를
예, 지켜보겠습니다
건승하십시오
회의 끝났습니다
가
[한숨]
미안하다, 동생
[마이크 소리가 울린다]
이게 언제 켜져 있었지?
강 팀장이 말해 줬죠? 오늘 나 마지막인 거
네? 제가요?
사장님하고 오늘 이렇게 여기도 마지막이네요
고생 많았어요
나 이제 화정 직원 아니니까 회사 차는 됐습니다
고생 많았어요, 그동안에
[차 문을 탁 닫는다]
오늘까지는 모시게 해 주십시오
늘 두시는 데죠?
사장님 차, 지하 1층요
(기사) 바로 오겠습니다
[차 문이 탁 열린다]
[멀어지는 발걸음]
[노을의 거친 숨소리]
왜 절 자르려고 하셨는지
아니...
이제 와서 그거 때문에...
묻고 싶었어요
나한테 왜 그랬는지
근데 못 물었어요
왜요?
(노을) 저도 내가 왜 그 말이 안 나오는지 몰랐어요
이젠 알아요
'싫어서'라고 할까 봐
'내가 자꾸 보이는 게 귀찮아서'라고 할까 봐
사장님한테서 그 말을 들을까 봐요
[부드러운 음악]
잘 있어요, 이노을 선생
[차 문이 탁 열린다]
[잔잔한 음악]
[진우의 헛기침]
[중얼거리며] 너무 차려입었나?
[옅은 숨을 내뱉는다]
아, 너무 커
하, 씨...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너무 사람 많고 복잡하면 좀 그런데
(진우) 글쎄
나도 내가 예약한 게 아니라서 어떨지 잘 모르겠네
[긴장되는 한숨]
멋있어
알아
가자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진우 씨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선우) 딱 한 번 봤는데 자세히 기억하시네요, 노을 누나를?
(서현) 이쁘고
둘이 엄청 친해 보이더라고요
(진우) 아니, 그게... [진우의 헛기침]
둘이 얼마나 싸우는데요
형이 생긴 건 이래도 되게 욱하거든요
(진우) 야, 내가 생긴 게 뭐?
물어보자
어때요, 우리 형 생긴 거?
(서현) 음...
별로네, 까였어
어떡하냐
괜찮아, 서현 씨 눈 낮아
(진우) 너한테 꽃미남이라고 했으니 말 다 했지, 뭐
다 끝났어
(진우) 아, 이 자식 뭐, 진짜로 부끄러워해
오버야, 너, 어?
(서현) 진짠데?
그리고 두 분 닮았어요
- (진우) 에? - 네?
(서현) 닮았는데
자꾸 보니까 느낌이 비슷해요
영광인 줄 알아라
[진우의 한숨]
모욕이다
잠깐 화장실 좀
(진우) 아, 그, 내 얘기 하지 마요
진우 씨 얘기를 안 하면 무슨 얘기를 해요?
(진우) 날씨 얘기, 날씨 얘기
[무거운 음악]
다행이지?
서로 마음에 드나 봐
나는?
나는 지겨워?
고마워
그럼 계속 고마워해
그러면 되잖아
고마워
덕분에 견뎠어
많이 의지했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넌 내 말을 들어줬고
대신 울어 줬어
(선우) 25년
(진우) 25년을 늘 내 곁에서
(선우) 그런데?
나도 형 동생이야
아니야
나도 선우야, 형 동생
(진우) 아니야, 넌 선우가 아니야
넌 나야
내가 널 만들었어
아빠는 죽고
선우가 불구가 된 게 싫어서
죽은 아빠는 못 살리고
널 살렸어
내 머릿속에서
내 마음속에서
(진우) 근데
난 이제 선우가 못 걷는 게
하나도 싫지 않아
내가 평생 업고 다녀도 돼
그래도 되니까
내 동생이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나보다 너무 빨리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진우) 다행이지?
서로 마음에 드나 봐
진우 씨가 정말요?
(진우) 내가 또 뭐요?
또 무슨 방언 터졌냐?
형 가출했을 때
야!
왜?
하, 씨...
권 기자는 풀려났는데
이제 화정 기사는 아예 쓰지 말래요
(진우) 역시 오가는 게 있었네요
(서현) 나 방송국 재도전하려고요
(진우) 새글 그만두고 방송국 다시 들어가려고요?
넵, 재입사
필승!
(서현) 어? 선우 씨는...
[잔잔한 음악]
(선우) 밖에 이런 데가 있었구나
여기 꼭 어디 놀러 온 거 같다
여기가요?
[서현의 힘주는 신음]
(서현) 진짜 나도 올여름엔 바다 한 번을 못 갔네
하도 뭐가 빵빵 터져서
두 분은 휴가 안 가요?
제가 가면 민폐라...
[한숨]
나도 콜라병인데 나도 민폐네
가면 안 되겠다
가세요, 왜 못 가요
진짜요?
그럼 민폐 아니네
가고 싶으면 가는 거죠, 그렇죠?
네
[진우의 힘주는 신음]
(선우) 이 시간에 밖에도 괜찮구나
[마우스 클릭음]
니 휴가 냈더라?
그럴라고 낸 거여?
뭘 그러려고요?
맨날 아니라고 딱 잡아떼더니
이제 한 사람 아예 관뒀으니께 옳다구나 커밍아웃?
누가 뭘 관둬요?
너 그, 소아과 그, 그
쬐깐한 쌤이랑 딱 붙어 갈라고 휴가 냈지?
아, 제가 왜 걔랑 휴...
이노을 사표 냈어요?
(노을) 뭐야? 병원에서 뛰는 거 아니에요 예진우 어린이
(진우) 너 뭐야?
나가랄 땐 기를 쓰더니 왜 관둬?
내 발로 나가려고 버텼지
뭐, 꼭 서울만 장땡인가?
지방엘 가게?
야, 너 갑자기 이게 무슨 바람이야?
나 오래 고민했어
근데도 아직 좀 헷갈려
그러니까 넌 나 흔들지 마
[한숨]
(노을) 밥 먹자
(노을) 누나 없어도 울지 마
(세화) 이노을 선생
예
왜 오래? 불편하게, 단체로 앉아서
(노을) 야!
같이 가 줘
[헛기침]
(경문) 속이 불편하세요?
(지용) 앓던 이 구 사장도 빠졌는데 왜 그러세요?
밥맛이 늘어야 정상이지
그, 화정 회장한테 막냇동생 있는 거 알죠?
[젓가락을 잘그락 내려놓는다]
조남정이라고
(세화) 아, 조 회장 동생...
가만
근데 걔도 의사 아니에요?
아, 미국에서 췌장암 권위자예요 나이는 어린데
(경문) 아, 그 집안에 캔서 쪽이 있었구나
(상엽) 뭐, 처음에야 CEO를 보냈지만
어차피 족벌 체제니까
조 회장이 자기 동생 사장으로 보내지 않을까요, 이번엔?
암 전공이 오면 이 교수님 나쁠 거 없잖아요
암 센터 많이 키워 주겠네
자기가 행정도 하고 진료도 하겠다고 하면?
(상엽) 한창나이에 틀어박힐 생각 없다고 그러면서
조남정이가 사장실, 센터
둘 다 뛰겠다고 하면 난?
낙동강 오리알...
(지용) 도 알이지만
회장 동생?
(세화) 어, 여기 앉아
(지용) 아, 조 회장 동생이 사장으로 온다?
하, 이거 구관이 명관 되는 거 아니야?
(경문) 근데 미국에 있다면서요
있었는데
며칠 전에 보니까 병원 홈페이지에서 프로필이 사라졌어요
타이밍이 왜 그래?
진짜 여기 오려고 관뒀나?
[경문의 한숨]
지방 병원 간다며?
네
(세화) 생각은 가상하지만 뜯어 먹힐 건 각오해
가면 소아과 너 하나뿐일 거고
별의별 것 다 시킬 텐데
워낙 서울서 오는 사람들이 쉽게 관두니까
현지에서도 정을 안 줘서 그렇지, 뭐
우리 이 선생 진심이야 금방 알아주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더 억울하죠
고생은 고생대로 할 거고 돈 보고 왔냐는 소리나 들을 거고
예 [지용이 쿡 웃는다]
맨날 혼나, 우리
누가 혼냈다 그래요, 지금
조 회장 동생이 사장으로 온대요?
(상엽) 글쎄...
뭐, 자기 병원에 자기가 오는 거니까
좋겠다, 자기 병원
우리도 만들면 되죠, 자기 병원
어?
조 회장한테서 벗어날 길을 생각해 봤는데요
독립 재단 말고는 길이 없어요
(상엽) 독립 재단 말이 쉽지
우리가 병원만도 아니라 대학도 있는데
일단 재단을 사들여야 독립될 거 아니야
몇천억이야, 그게
화정이 팔지도 않아요, 근본적으로
그 과정이 중요한 거 아닐까요?
(진우) 펀딩을 하면서 동문들한테 일일이 호소해서라도
우리가 왜 그러는지 끊임없이 알리면 되죠
돈 모으는 데 수십 년이 걸린다면
그 수십 년만큼의 저항이 되는 거니까
(지용) 그렇게 되면 우리 문제점을 우리가 스스로 광고하는 건데?
화정 치부 들추려다가 우리 병원 입지는?
같이 꼬꾸라지라고?
(민기) 실력 좋아도 문제겠네
의대가 텅텅 비진 않겠지만
경쟁력 있는 애들은 안 오지
'야, 상국대병원 문제 있다고 거기 의사들이 먼저 그러더라?'
그럴 거 아니야
그런 데 가지 말라고
학교 골라서 가는 애들은 다 뺏겨
저지시키고 버틸 수 있는 힘이 어디서 나오나요, 그럼
[어두운 음악]
독립 재단
(선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재단을 통째로 살 생각을 다 하고
통 완전 크다
그럼 뭐 해
교수들이 영...
교수들은 언젠가 바뀌어
다음 사람들이 하면 돼
(노을) 다음 사람?
너희
이제 나는 없고
[진우의 한숨]
근데 진우야
넌 교수까지만 해라
[헛웃음 치며] 야, 교수는 누가 시켜 주냐?
씁, 왜 난 더 올라가면 안 돼?
(선우) 안 되는 게 아니라 안 했으면 좋겠나 보지
형이 원장님처럼 될까 봐
그렇게 되는 게 뭔데?
형 혼자
구 사장한테 병원 혼자 지켜내는 사람처럼
(선우) 혼자 애쓰는 거
내가 뭘 지켜
(진우) 야, 그럼 그 인간 밑에서 매년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는데
그걸 가만있냐?
원장님도 그런 마음 아니셨을까?
그렇게 혼자 애쓰다...
(노을) 사람들을 미리 잘라서 막았다고 했어
자살하고
사고 나는 데까지 안 가게 모아서 잘랐다고
최소한 자기 직원들이 죽지는 않게
구 사장이 그랬다는 거야?
자기 입으로 그래?
남의 입
[스위치를 탁 누른다]
원장님이 아무리 좋은 분이셨어도
우리 아빠는 아니야
[차분한 음악]
너 취했냐?
구 사장도 시커먼 아저씨가 아니고
주사도 있네, 이게
(선우) 우리 어렸을 때 항상 그 걱정 했잖아
아빠 대신 우리 집을 시커먼 아저씨가 차지할까 봐
아침에 눈뜨면 엄마까지 없어졌을까 봐
나 다 기억나
엄마 지키겠다고 나 지켜주겠다고
형한텐 10대 시절이라는 게 없었어
더 커서는
돈 버느라 공부하느라
예진우 참 열심히 살았어
이제 좀 편해져
[한숨]
이름 막 부르지?
[코를 훌쩍인다]
[떨리는 숨소리]
[문이 드르륵 열린다]
(노을) 비켜
(선우) 네
[노을의 힘주는 신음]
[숨을 하 내뱉는다]
우리 이런 날도 얼마 안 남았네
(진우) 우냐?
에이씨
[진우의 아파하는 신음]
아, 이 자식이 진짜...
(노을) 야, 먼지 나게 이걸로 그래
멀쩡한 주먹 놔두고
[한숨]
[진우의 힘주는 탄성] [노을의 신음]
(선우) 뭐 하는 거야
(진우) 와...
(선우) 그거 같다
예수님 얼굴 찍혔단 거
야, 명화다, 명화
(진우) 심상치 않아
(노을) 음...
(진우) 그렇지? 네가 봐도 좀 그렇지 않냐?
[노을이 숨을 들이켠다] (선우) 은혜롭다
(진우) 진짜 [노을의 힘주는 탄성]
(노을) 철 좀 들어라, 철 좀! 철 좀!
어유, 진짜, 쯧 [진우의 아파하는 신음]
[풀벌레 울음]
[초코바를 부스럭 집어 든다]
아, 어떻게 하고 싶은 게 하나도 없냐
[한숨]
- (남형) 미팅 전까지 와 - (비서) 네
뭐야?
(비서) 구승효 사장이 방금 전 보낸 메일입니다
책상 위에 올려 둘까요?
구승효?
[무거운 음악]
어패럴 진 사장
나한테 전화하라고 해
네
(진 사장) 구 사장이 저희 어패럴에서 만드는 신발, 속옷 안에
전부 바이오칩을 넣자고 했습니다
그 칩으로 심장 박동이나 맥박 땀 성분을 분석해서
상국대병원으로 전송하는 앱도 개발 중이었습니다
핸드폰이랑 연계하는 것보다
훨씬 정교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승부해야 된다고요
(남형) 알았어요
[휴대전화 조작음]
[헛웃음]
회의가 어디서라고?
(구조 실장) 응
[휴대전화 조작음]
(오디오 속 경문) 어, 안식년 신청이 너무 몰려서
어, 순차적으로 진행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담당자들은 다시 한번 더 점검을 해서
다시 한번 신청을 해 주시기... [헤드폰 연결음]
[긴장되는 음악]
(소정) 진짜 있네?
[소정의 헛웃음]
(구조 실장) 저 해고 못 시킵니다
해도 회장님께서 다시 발령 내세요
그러시든가
내가 또 잘라 드릴게
[긴장되는 음악]
(경문) 어이
[구조 실장의 못마땅한 한숨]
'어이'?
ID
[문이 달칵 여닫힌다]
(동수) 암만 생각해도 내가 돌아가신 원장님이랑
얽힐 통장은 그거밖에 없는 거라, 응?
20년도 훨씬 전에 산악회에서 돌려가며 쓰던 건디
그때는 우리가 막내 축이었응께
처음에 총무가 원장님이었을 거여
(동수) 에이, 저, 씨...
그때 거기서 경조사비도 쓰고 할라고 회비 받는 통장을
원장님이 자기 이름으로 만들었지?
[동수가 똑똑 노크를 한다]
그다음에 총무는 바꿔도
통장은 그걸 계속 썼던 거 같아요
(경문) 총무가 받아서 통장 관리를 했겠네요?
김태상 교수도 총무를 했고?
(동수) 아, 혔죠
원장님 다음인가?
씁, 근데 그 산악회가 금방 쫑 났는데?
말이어요
쯧
(동수) 그 케케묵은 통장으로 김 교수가 농간을 부렸어도
진짜 원장님이 그렇게까지 될 줄은 모르지 않았을까?
아니면 너무 독하잖아
뭐, 그건 몰랐을지 몰라도
발각돼도 처벌 안 된다는 건 알았겠죠
- (동수) 안 된대요? - (경문) 예
현실적으로 범죄가 아니랍니다
뭐, 돈을 떼먹은 것도 아니고
그 통장으로 돈을 받은 게 김태상이라고 해도
증명할 방법도 없고
그럼 원장님은요?
이게 그분 끝이에요?
아무것도 못 밝히고?
(동수) 아휴, 고약시럽게 됐네
[동수의 한숨] [전화벨이 울린다]
(경문) 아, 잠시만요
예
아, 예
[어두운 음악]
(보훈) 그 통장 네가 마지막으로 가졌어
너밖에 없어
내 이름으로 그 통장으로 돈 받을 사람
어디서 개수작이야 누구 인생 망치려고!
(보훈) 너...
나 모함해서 뭐 하려고 그러냐?
원장 하려고?
뒤집어씌우기만 해 봐 내가 너 가만 안 둬!
[문이 탁 닫힌다]
(경문) 예
예, 원장님은요?
곧장 내려가신대요?
예, 지금 내려갑니다
예
[수화기를 달칵 내려놓는다] [한숨]
아휴, 진짜 오네
새 사장요? 지금 온대요?
- 예, 같이... - (동수) 아이고, 바빠라, 아휴
(동수) 씁, 아휴...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동수의 한숨]
원장님도 '그만하면 됐다' 그러실 거여
니 할 만큼 혔어
답이 필요했어요
원장님 혼자만 알고 계셨던 게
저더러 어떻게 알았냐고 했던 게
돈 얘기가 아니라 오해였다고
제가 원장님을 오해한 죽일 놈이어도 되니까
잘못 안 거라고
어떻게 알았냐고 하셨어?
[동수가 숨을 들이켠다]
왜 그랬을까?
씁, 그때면 구 사장이
우리랑 저기 산부인과랑 다 싸서 보낼라고 모냥 떨던 때인가?
그 말씀이셨나?
원장님 성격에 일단 혼자 해결할라고 했겄지
구 사장이랑 맞짱을 뜨든
[동수가 숨을 들이켠다]
(동수) 야, 나라도 저, 뭐냐, 응?
니들 식겁헐까 봐 일단 혼자 어떻게든 해 볼라는디
니나 이소정이가 자꾸 와 쌓아서
'왜 혼자만 숨겼냐' 짹짹대고 따져 쌓으면
당황시럽겄지
이래서 죽은 사람만 억울한 거여
똥칠을 하고라도 살아야 돼, 어떻게든
어떻게든 살려야 되겠네요
(동수) 그렇지, 위에서 암만 지랄을 떨어 쌓아도
뭐니 뭐니 우리는 사람만 살리면 되는 거지
가벼운 마음으로 쉬다 와
안고 가지 말고
갔다 와서 또 살리면 되지
[엘리베이터 도착음]
[버튼 조작음]
(진우) 다녀오겠습니다, 원장님
다녀와서 또 살릴게요
[긴장되는 음악]
(은하) 예 선생님!
이제 가세요?
네
다음 주에 봬요
다녀와서 봬요
(은하) 네
또 봅시다
[밝은 음악]
(진우) 아, 햇빛
쨍하네
형
(진우) 응?
[선우의 탄성]
[마우스 클릭음]
여기 관절이라는 건 그냥 놔둬도 나아지기도 하거든요?
(환자2) 아휴, 아파서 앉지도 못하는데요
[무거운 음악]
그럼 수술해야죠, 아프시다는데
[환자2의 한숨]
월요일 9시 반에 오십시오, 아침에
(환자2) 고맙습니다
[문이 쓱 열린다]
(태상) 아, 그거 쉽지 않은데
[보훈의 아파하는 신음] 아이고, 왜 그래요?
(보훈) 아, 갑자기 허리가...
[보훈의 아파하는 신음] (태상) 아, 잠깐, 잠깐
여기 아파요? [보훈의 아파하는 신음]
어휴, 나 수술할까?
에이, 무슨 소리예요, 다 아는 사람이
- (태상) 여기는? - 아, 아, 거기도, 거기도, 어, 거기
(태상) 씁, 언제부터 이랬어요?
아, 갑자기
사진 좀 찍어 봐야 되겠는데?
어휴
(보훈) 나까지 이 손 빌려 쓰면 안 되지
정말 좋은 손이야
아이, 나 참, 별걸...
이 좋은 손 아껴 써, 김태상 교수
우리 오래 가야지
그래요, 오래 가요
(보훈) 갑시다
(간호사) 안준기 님 들어가세요
[문이 쓱 열린다] (환자3) 네
[문이 쓱 닫힌다]
(TV 속 기자)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보였던 화정생명보험에
산업 통상부 출신의 김기범 전 차관을 영입했습니다
이어 상국대학병원 총괄 사장에는
보스턴 대학 MD 조남정을 임명했고
해외 플랜트 엔지니어링 사장에는
구승효 전 상국대학병원 총괄 사장을
화정생활화학 부사장에는 박종상...
[TV 뉴스가 흘러나온다] 해외 플랜트?
[휴대전화 진동음]
(TV 속 기자) 하반기 주요 계열사 사장단 교체를 단행한 화정그룹은
안정 속 혁신이라는 화정그룹만의...
선우야! 예진우!
(노을) 엄마가 지난주에 반찬을 산더미로 갖고 와서
냉장고가 터져, 지금
(선우) 어머님 화 다 풀리셨나 보네?
여기 혼자 온 거 이제 이해해 주신대?
'딸, 화는 화고 반찬은 반찬이야'
'나 아직 서운해' 그러시던데?
누나 어머님은 참 누나랑 달라
아직 소녀 같으셔
나랑 다른데 소녀 같으면, 나는?
(노을) [탁자를 탁 치며] 어휴
(노을) 편의점 터는 줄 알았네
뭐 이렇게 오래 걸렸어?
(진우) 아, 여기 좀 보느라고
좋다, 여기
'일은 안 힘드냐' 그건 안 물어보냐?
(진우) 얘가 안 물어봤어?
(노을) 예 선생님, 참 오래 사시겠어요
어쩜 그렇게 사람이 앞뒤가 똑같냐?
수다 다 떨었냐?
우리 배 시간 예약해 뒀는데
아...
(노을) 갈 때 또 와
응
(진우) 살 좀 쪄라, 그러다 없어지겠다
좀만 놀고 금방 올게
많이 놀아, 신나게 놀아
[잔잔한 음악]
(진우) 등 펴고, 오케이
(선우) 오케이
(진우) 목 보자
오리발 줘?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진우) 자
- (진우) 잘했어 - (선우) 됐어
- (진우) 오케이? - 오케이
(진우) 가 보자
천천히, 천천히
(강사) 오케이 [선우의 놀란 탄성]
- (강사) 괜찮죠? - (선우) 네
(강사) 부이 잡으세요
(진우) 앞에 잡아
[선우의 신음]
시원해?
(선우) 어
[선우의 놀란 탄성]
- (강사) 조금 나갈게요 - (선우) 네
(강사) 준비되시면 입수하시면 돼요
(선우) 나 들어간다?
선생님, 네
[차분한 음악]
[잔잔한 음악]
[진우와 선우의 거친 신음]
(진우) 죽이지? [선우가 숨을 후 내뱉는다]
(선우) 죽인다! [진우의 웃음]
[선우의 기침]
- (진우) 물 먹었어? - 어
(선우) 오, 너무 짜
(강사) 사진 한 장, 예
어, 어, 마스크 벗고
오케이
[카메라 셔터음]
[웃음]
(승효) 이노을 씨
[잔잔한 음악]
잘 있었어요?
아직 안 가셨네요?
어디를요?
(노을) 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승효) 아니, 어떻게 사람을 보자마자...
뭔데요?
.라이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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