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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15

 (경문) 원장님

 

업무 복귀 말씀드리려고요

 

갑자기 휴가 쓴 건 죄송했습니다

 

두 사람도 와 있었네요? 무슨 일?

 

교수협의회 발의 내용을

 

사장님께 전달 중이었습니다

 

(세화) 뭐, 사장님 교수들한테 단체로 까인 거요?

 

본인 얘기를 남 얘기 하듯 하시네

 

뭐, 모인 김에 송별회라도 할까요? 까인 사람들끼리?

 

(세화) 업무 복귀하겠다는 사람한테 무슨 송별회예요?

 

저는 밀린 일이 많아서 먼저 갑니다

 

- (승효) 오 원장님 - (진우) 원장님

 

오 원장 ID 반납하고 원장실 비우세요

 

원장님께서 돈세탁에 동원됐던 건 아십니까?

 

여기 있는 사람 아무도 안 그만둬요

 

(세화) 사장님도 나도, 두 사람도

 

괜히 쓸데없는 데 힘 빼지 말고

 

가서 일합시다

 

나와요, 두 분

 

오 원장

 

왜요!

 

여기 이렇게 셋이 있어 봤자

 

서로 '네가 나가라' 그 얘기밖에 더 해요?

 

(세화) 흉부, 많이 한가해졌나 보네요?

 

응급, 요새 일 없니?

 

사장님이 이러고 있으니까 팀장님도 일을 못 하잖아요!

 

[도어 록 작동음]

 

뭐 하고 있어요, 나와!

 

[도어 록 작동음] [경아가 숨을 후 내뱉는다]

 

[한숨 쉬며] 저거 트럭으로 막아 버릴 수도 없고

 

원장님

 

왜요, 뭐요?

 

괜찮으세요?

 

어디 불편하셨던 건 아니고요?

 

아니에요

 

(세화) 나 따로 갈 데가 있으니까 따라오지 마요

 

[세화의 한숨]

 

따로 갈 데가 있다니까요 왜 따라와요?

 

아, 그게 아니라...

 

그게, 저희도 따로 갈 수 있으면 좋은데...

 

어디 있어요?

 

(진우) 구조실에서 뺏어 갔어요

 

(경문) 사람들 다 보는 데서요

 

이 새끼들이...

 

[세화가 문을 발로 퍽 찬다]

 

[긴장되는 음악]

 

무슨 일입니까?

 

(세화) 내놔

 

퇴직금요?

 

우리 선생들 ID 내놔

 

[구조 실장의 한숨]

 

(구조 실장) 버렸는데요

 

[댕그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카드를 툭툭 턴다]

 

너지?

 

내 집에 여자 보낸 거 너지?

 

(세화) 나 흔적도 증거도 없이 사람 보내는 방법 50가지도 더 알아

 

너희 집 물건마다 주사기로 독극물 좀 찔러 줘?

 

식구마다 네발로 기어 다니게 해 줘?

 

네 아들 축구 교실 다니더라?

 

야, 협박을 하려면 네 새끼 사진은 올리지 말아야지

 

그따위 짓 하면서

 

자기 새끼는 귀엽고 해시태그는 달아지니?

 

내 식구 건드리면 그 즉시

 

너도 네 거 다시는 못 봐, 알았어?

 

또박또박 월급은 병원에서 타 가면서

 

아직도 소속 분간이 안 돼?

 

(세화) 여기가 어디야 화정 본사야? 공장이야?

 

여기 상국대병원이야!

 

자리 차지하고 앉았으면 전부 다 병원 직원이고

 

내가 당신들 원장이야!

 

내가 상사인 게 마음에 안 들면 댁들이 짐을 빼!

 

어디서 이따위 되지도 않는 월권행위야!

 

[긴장되는 음악]

 

(세화) 쯧

 

[세화의 옅은 한숨]

 

(경문) 저희가 그, 코드도 말소가 됐는데요

 

(세화) 부원장 됐다면서요?

 

(경문) 예

 

(세화) 전산실에 풀어 달라고 하세요 부원장인데

 

(경문) 아, 제가 부원장은 처음이라서...

 

(진우) 원장님, 이정선 씨 검시 때...

 

구 사장 압력 없었어 그걸로 꼬투리 잡을 생각 하지 마

 

그럼 어떻게 아셨는데요?

 

원장님께서 시신 가져갔을 땐 아직 뉴스도 터지기 전이었어요

 

(진우) 그런데 환자가 누군진 어떻게 아셨고

 

그 밤에 병원에는 왜 도로 나오셨는데요?

 

내가 도로 나오지도 못해?

 

아니라니까

 

이번 한 번이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침묵하면 우린 앞으로 영원히 입 닥쳐야 돼요

 

(진우) '아, 쟤네는 저렇게 써먹어도 되는구나'

 

'꿈틀도 반발도 않는구나'

 

아닐 거 같으세요?

 

[진우의 옅은 한숨]

 

원장님, 여기서 끊어 주세요

 

후배들을 위해서도요, 제발

 

(경문) 뭐든지 다 다이렉트로 밝힐 순 없는 거야

 

원장님께서도 말씀 못 하시는 이유가 있겠지

 

[다가오는 발걸음]

 

[세화의 난감한 한숨]

 

(경문) 따로 갈 데가 있다고 하신 건...

 

(세화) 갔다 왔어요

 

[문이 달칵 닫힌다]

 

(세화) 현실적으로 따져 봅시다

 

그래서 어디까지 끌어들일 건데?

 

화정 회장이랑 싸울 거예요? 조남형이랑?

 

다른 현실도 있죠

 

없던 일로 할 수도 없다는 현실

 

[깊은 한숨]

 

내가 돈세탁에 이용됐다는 건 뭐예요?

 

전에 참석하신 송탄의 신축 부지요

 

조 회장이 그걸 사면서 뇌물을 바쳤나 봐요, 정치권에다가

 

하, 며칠이나 비웠다고

 

산부인과 과장은 또 무슨 이보훈 원장님 통장 얘기를 하질 않나

 

아, 그건 거래 내역을 조회하기로

 

원장님 가족분들 동의까진 구했습니다

 

넌 다른 건 신고 잘한다면서

 

그런 거야말로 째깍째깍 말했어야지

 

평가금 문제 언제 알았어?

 

원장님 돌아가신 날요

 

하필 돌아가신 날이야

 

[세화의 한숨]

 

(세화) 공을 넘겨야겠어요

 

부검 문제 우리가 끌고 가면 안 돼요

 

잘라야 돼

 

어떻게요?

 

땅 얘기는 당분간 덮어 둡시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어떻게...

 

[어두운 음악]

 

(세화) 제가 정리할게요

 

(세화) 내가 정리해요

 

어떻게요?

 

(세화) 나 아는 기자 많아요

 

'나는 부검 결과가 그렇게 나와서 정정한 거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소견서 기다려라'

 

'왜 설레발들이냐'

 

'소견서라는 게 원래 한 달도 걸리고 두 달도 걸리는 건데'

 

'상국대나 화정이나 별다른 음모가 있었던 게 아니다'

 

내가 그렇게 내보내면

 

부검의도 그냥 본 대로 발표할 수밖에요

 

그러니까 사장님은 조 회장 설득해 주세요

 

저희 회장님은 설득을 설득하시는 분이라...

 

본인도 알 거 아니에요

 

이제 와서 또 화정에 유리하게 번복하면

 

(세화) 진짜 돌 맞는다는 거

 

조 회장 본인한테도 최대한 대미지 없게 가자는 건데

 

아니, 지금까지 어떤 일이 우리나라 기업 회장한테 대미지를 입혔습니까?

 

그런 거 없습니다

 

대미지 안 입어요, 원래

 

[세화의 한숨]

 

평가금 얘기 들으셨죠?

 

- 네 - 사장님은 언제 아셨어요?

 

이번이 처음 아니죠?

 

그전에

 

이보훈 원장 사망 당일에 김태상 부원장한테서요

 

(승효) 원장이 병원 돈을 꿀꺽한 거 같다고

 

자기가 어떻게든 돌려놓을 테니까

 

어차피 가신 분 뭐, 곱게 보내드리자고요

 

무슨 수로 남이 꿀꺽한 걸 돌려놨을까

 

저희가 거래 경로 추적 확인한 게 있는데 보내 드릴까요?

 

[어이없는 숨을 내뱉는다]

 

그럼 사장실에서도 그때

 

부원장을 의심했다는 거네요?

 

아, 사람 어떻게 믿습니까?

 

누굴 곱게 보내 주고 싶다느니 그런 사람 세상 어디 있는데요?

 

그래도 두 분 30년 지기예요

 

아, 이분 곱게 크셨네

 

사기 안 당해 봤죠?

 

(세화) 나 더는 안 피해요

 

지금까지 숨어 준 것도 짜증 나 죽겠는데

 

사장님 언제까지 사람 자르는 걸로 모면하실래요?

 

(승효) 아이는 어떻게 하고 왔습니까?

 

기숙 학교요

 

애가 버텨서 못 보냈는데 핑계 김에 잘됐죠, 뭐

 

기자 만나는 건

 

보류합시다

 

사장님

 

내가 먼저 보고드린 다음에

 

(세화) 그럼 회장님 만난다는 소리네요?

 

잘하실 거예요

 

나 사장님 믿습니다

 

아, 관둬요

 

싫네요

 

[도어 록 작동음] (경아) 왜 저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진짜

 

[도어 록 작동음] 하, 못 살아, 진짜

 

회장님 스케줄 좀 알아봐 주세요

 

[어두운 음악]

 

[승효의 고민스러운 한숨]

 

내가 통보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해

 

[남형의 한숨]

 

[수화기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구조 실장) 출입 기록에 병원장이 지하 주차장에서

 

곧장 사장실로 간 것으로 찍혔습니다

 

그다음 동선이 저희 구조실이고요

 

여러 정황상

 

그간 오 원장이 회장님 지시를 무시하고 안하무인 했던 건

 

이미 사장실과 모종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구 사장 이 새끼...

 

가져가는 월급이 얼마인데

 

자기가 잘나서인 줄 알지?

 

(남형) 인프라를 그만큼 갖춰 줬으면 웬만한 놈 앉혀만 놔도

 

다 저만큼 뽑아

 

내가 비싼 월급 줘 가며 사람 쓰는 이유가 뭔데?

 

시키는 거나 똑바로 할 것이지, 씨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비서) 포털 사이트에서 보고가 올라왔는데요

 

(구조 실장) 방금 포털에 등록된 기사입니다

 

메인에 올려도 되는지

 

포털 사이트에서 먼저 회장님께 승낙을 구하고 싶다고 합니다

 

(남형) 뭔데?

 

(구조 실장) 이정선 씨 관련해서는...

 

에이씨

 

상국대학교병원 측에서

 

한국의사위하고 전병협에 성명을 요청했습니다

 

(구조 실장) 현 경영진에 대한 불신임과 화정그룹의 불법적 행위...

 

(남형) 새글 21이네?

 

[서류를 탁 내려놓는다]

 

새글 대표 불러

 

 

(남형) 메인 좋아하고 자빠졌네, 씨

 

대표 불러서

 

그, 뭐였지? 무슨 기자였지?

 

새글에서 깝죽대다 잡혀간 새끼

 

권희상 기자입니다

 

기자는 무슨, 엿같은 게, 씨

 

(남형) 내가 그 새끼 풀어 줄 테니까

 

앞으로 우리 그룹 기사 쓰지 말라고 해

 

아니면 진짜

 

[고함치며] 씨... 그거 하나 시키는 대로 못 해?

 

[어두운 음악] 내가 사람을 죽이랬어 시체를 뺏어 오랬어?

 

어차피 싸우다 죽은 거

 

맞아 죽었다고 하는 게 뭐 그렇게 어렵다고 사장이라는 새끼가

 

자기 병원에서 그거 하나를 처리를 못 해!

 

새글 대표한테

 

인생 개박살 나는 게 뭔지 제대로 보여 준다고 해

 

지금껏 우리 집안, 우리 그룹에 대해서

 

기사랍시고 갈긴 쓰레기는 내가

 

용서해 줄 테니까

 

구승효가 나한테서 얼마를 가져가는데

 

내 말 들으라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거지

 

모든 자리에 내가 다 있을 수 없으니까

 

나 대신 움직이라고 사장들 쓰는 거지!

 

자기들이 대단해서인 줄 알아?

 

(남형) 괘씸하잖아, 씨

 

자기들이 의사면 의사지

 

내 병원에서 일하는 주제에

 

구 사장 새끼도 그래

 

아버지 돌아가시자마자

 

[책상을 탁 치며] 내가 등짝을 차서 내쫓았어도

 

나한테 '감사합니다' 절을 해야 될 새끼가 어디를 감히, 씨

 

왜, 의사 것들이랑 놀아나니까

 

뭐, 자기가 사람 고치는 의사라도 되는 줄 알아?

 

나 아니면!

 

자기가 어디 가서 사장입네 고개를 쳐들고 다녀!

 

[거친 숨을 내뱉는다]

 

아씨...

 

[남형이 거친 숨을 내뱉는다]

 

[남형이 숨을 후 내뱉는다]

 

[남형이 숨을 깊게 내쉰다]

 

[인터폰 조작음]

 

(비서) 네, 회장님

 

(남형) 어, 방금 기사

 

홍보실에 매뉴얼대로 하라고 해

 

기사 지워

 

연예인 사귀는 애들 메인에 올리고

 

댓글 달라고 해, 당장

 

[인터폰에서 손을 탁 뗀다]

 

저 포털 사이트

 

우리 그룹 관련 온라인 광고 상향 조정 해 줘, 5%만

 

앞으로도 내 허락 받고 기사 올리라고 하고

 

예, 회장님

 

[남형의 한숨]

 

새글 대표, 애들 데리고 가

 

말 안 들으면 마음대로 해

 

(구조 실장) 네, 회장님, 바로 보고드리겠습니다

 

[남형의 한숨]

 

[문이 달칵 여닫힌다] [남형이 성난 숨을 내뱉는다]

 

[인터폰 조작음]

 

구 사장 이따 10시...

 

11시에 오라 그래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노을) 어?

 

주세요, 주세요

 

아, 생큐

 

생큐는 원장님한테 해

 

(노을) 아!

 

원장님은?

 

별일 없으셨대?

 

무슨 별일?

 

(노을) 아니, 갑자기 휴가를 내신 게 혹시 뭐...

 

미행을 당하셨다거나

 

미행?

 

무슨 첩보 영화야?

 

그렇지?

 

 

- (진우) 간다 - (노을) 응

 

(진우) '그렇지'는 뭐야

 

[타이어 마찰음]

 

[노을이 차를 탕탕 친다]

 

왜 나만...

 

[엘리베이터 문이 스륵 닫힌다]

 

[헛기침]

 

(진우) 어...

 

무슨 일로 여기까지...

 

아, 기사요

 

계속 검색했는데 안 올라오길래 혹시 무슨 일 있으신가...

 

킬당한 거 같아요

 

다시 올릴 거예요

 

걸어 줄 때까지 송고할 거야

 

하지 마요

 

딴 방법이 생겼어요

 

서현 씨는 진짜 하지 마요

 

무슨 방법요?

 

그게...

 

병원 자체적으로 돼서...

 

(서현) 어떻게 자체적으로요?

 

있어요

 

하지 마요, 진짜

 

약속해요, 나랑, 네?

 

[잔잔한 음악]

 

동생 이름이 선우죠?

 

예?

 

동생한테 여러 번 들켰나 봐요?

 

여자들 만날 때마다

 

진우 씨가 말하는 거 들었어요

 

병원에서 이노을 선생님인가?

 

그분한테 '이번에는 선우한테 말하지 마'

 

그러는 거

 

아...

 

그게

 

선우랑 노을이가 우리를 봤대요

 

우리를 보다뇨?

 

지난번에

 

지하 주차장에서

 

(진우) 아, 그 자식들은 있으면 있는 척을 해야지, 응?

 

그걸 뭐, 몰래 막 훔쳐보고

 

지하 주차장요?

 

[놀란 숨소리]

 

어, 그...

 

예, 그...

 

서현 씨는 신경 쓰지 마요

 

내가 나중에 처절히 응징할게요, 진짜

 

뽀뽀라도 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

 

 

저기...

 

걔네 지금 없는데요

 

(서현) 왜 그래요?

 

진우 씨

 

[차분한 음악]

 

안 하는 게 좋을걸?

 

누가 이해해 주겠어

 

그냥 만나, 잡고 싶잖아

 

진우 씨, 괜찮아요?

 

동생이 있어요

 

알죠

 

둘이에요

 

둘이 있어요

 

동생이 둘이에요?

 

선우가 축구를 참 잘했어요

 

축구 신동이라

 

지금은 의사가 됐지만

 

동생분이...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셨구나

 

운동은 이제 못 해요, 다리를 다쳐서

 

얼마나...

 

못 걸어요

 

못 걸어요

 

영원히

 

(서현) 다른 동생은요?

 

동생이 둘이라고 했잖아요

 

그 자식만 걸을 수 있으면

 

엄마가 덜 힘들 텐데

 

무리하게 일 안 나가도 될 텐데

 

그땐 그 생각뿐이었어요

 

선우가 너무 미웠어요

 

그래서 언제부터...

 

(진우) 소풍을 안 가겠다는 거예요, 걔가

 

전날부터 엄마가

 

'이번에는 꼭 가자'

 

'가서 친구들하고 놀자'

 

선우한테 빌다시피 했는데

 

새벽부터 김밥도 쌌고

 

휠체어에 실려서 소풍을 가는 게

 

얼마나 싫었을지 그땐...

 

엄마가 걔한테 비는 게 너무 싫었어요

 

잘못한 것도 없이 왜

 

식구대로 저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하는데

 

그래서 내가 선우를 갈겼어요

 

엄마는 날 갈기고

 

(진우) 근데 그날 학교를 다녀오는데

 

선우가 애들 틈에 있는 거예요

 

소풍 갔다 오는 애들 틈에

 

근데

 

그 자식이 막 나한테 뛰어오더라고요

 

와서 말도 걸고

 

믿지는 않았어요, 너무 다르니까

 

믿고는 싶었지만

 

그 다른...

 

동생이 처음 보인 게 진우 씨 몇 살 때였어요?

 

열한 살요

 

그때부터 쭉?

 

지금 여기도?

 

여기도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문이 스륵 열린다]

 

[진우의 힘주는 신음] [선우의 아파하는 신음]

 

(선우) [졸린 목소리로] 아, 뭐야

 

[진우의 장난스러운 웃음] 아, 왜 이래, 진짜

 

아, 저리 가

 

[선우의 신음] [진우의 힘주는 신음]

 

[진우의 힘주는 신음]

 

[숨을 깊게 내뱉는다]

 

죽고 싶냐?

 

(진우)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냐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서현) 동생분한테 인사드릴 수 있을까요?

 

[잔잔한 음악]

 

(진우) 고마워요

 

이제 이 얘기는 서현 씨밖에 몰라요

 

[휴대전화 진동음]

 

(서현) '이젠'?

 

(진우) 네

 

- (진우) 이젠... - (선우) 문!

 

아, 아, 미안, 미안

 

[한숨]

 

잘 자라

 

(선우) [짜증 난 목소리로] 잘 자고 있었다고

 

[남형이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남형) 뭐 해?

 

(승효) 네

 

'합리성과 효율성이 기본인 기업인의 토대에서 바라본바'

 

'상국대학병원이 일으킨 저간의 물의에 대해 실망이 매우 크다'

 

'상국대병원은 사학 재단임에도'

 

'종사자인 의료진의 특권 의식이 너무나 팽배하여'

 

'경영 지침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실행되지 않는다'

 

'이러한 특권 의식을 타파하고'

 

'일원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비영리 의료 법인인 상국대병원은'

 

'영리 법인으로 전환될 것이다'

 

[어두운 음악]

 

저, 회장님

 

(남형) 응?

 

일반 종합 병원도 비영리만 허용되는데

 

저희는 병상 수 2천 개 이상의 초대형입니다

 

법적으로 영리 법인 전환 자체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되게 하면 되잖아

 

구 사장이랑 내가 언제 법 때문에 뭐 못 했어?

 

[남형이 숨을 내뱉는다]

 

[승효의 헛기침]

 

(승효) '미래의 먹거리를 책임질'

 

'글로벌 메디컬 비즈니스의 선두 주자로서'

 

'외국 자본 유치와 외국인 의사 채용을 확대할 것이며'

 

'현재 조성 중인 송탄 캠퍼스를 중심으로'

 

'의료 클러스터를 구축 경제특구 지정을 추진한다'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민영화된 상국대병원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종합 메디컬 쇼핑몰로 승격'

 

'투자 개방형 병원에 걸맞는 고급 시설을 갖춰'

 

'해외 VIP를 끌어오는 환승 의료 관광의 중심이 될 것이며'

 

'이로써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업과 기관이 교류하는 산학 연계의 모델로서 우뚝 설 것을'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린다'

 

역시

 

구 사장이 읽으니까 폼 나네

 

그대로 가도 되겠어

 

저, 민영화 추진은...

 

어, 고려 중인 방안이 있으신 겁니까?

 

우리나라 법이

 

큰 병원은 무조건 돈 벌지 말라고 틀어막아 놨으니

 

치외 법권으로 가야지

 

(남형) 해외 펀드에서 상국대에 투자할 거야

 

아, 투자할 펀드도 벌써 정해졌나 보네요?

 

업체명이...

 

'길드 트리플'

 

저, 죄송합니다만 저는 들어 본 적이 없는 데라서

 

(남형) 당연히 없지

 

이제 만들 거니까

 

(승효) 회장님께서 직접 설립하시는 겁니까?

 

(남형) 아, 진짜 해외 투자 받았다가 뭔 뒤통수를 맞으려고

 

무늬만 해외면 되지

 

[어색하게 웃으며] 그렇죠

 

(남형) [손가락을 탁 튕기며] 아, 송탄 클러스터에

 

스포츠 재활 센터, 스파

 

피트니스 건립도 같이 발표해

 

우리 센터에 발을 들이는 순간

 

모든 헬스 케어가 포괄적으로 한 번에 된다는 걸 각인시키라고

 

[남형이 손가락을 탁 튕긴다]

 

새끼

 

홍성찬이는 죽었다 깨나도 이런 건 못 하지

 

네, 회장님

 

저, 그런데

 

어, 너무 모든 패를

 

이렇게 한 번에 다 보여 주시는 건 아닐까요?

 

치고 나가기로 했으니까

 

우리 경제인들은 정치인들한테 배신만 당했어

 

(남형) 전 정권에서도 '민영화해 주겠다'

 

그 전 정권에서도 '규제 풀어 준다'

 

말만 몇 년이야?

 

의료 서비스업이야말로 부가 가치를 얼마든지 늘릴 수 있어

 

야, 빈부 격차가 걱정되면 공공 병원에 투자를 해야지

 

왜 정부가 민간사업을 규제해?

 

왜 경쟁력을 떨어트려?

 

정치인들 말만 믿다가 이미 늦었어

 

나랑 구 사장이 바꿔 보자고

 

(승효) 저, 회장님 [남형이 잔을 쓱 민다]

 

근데 여기 언급된 사업은 전부

 

병원 민영화가 기본 전제입니다

 

이게 의료법 자체를 뒤집어야 하는데

 

이건 어떻게 뚫고 가실 건지...

 

찢어야지

 

네?

 

(남형) 너무 덩어리가 큰 초대형 병원이라 영리 법인 설립이 안 되면

 

단과별로 찢어서 뭐, 하나하나 따로 허가를 내야지

 

진료 과목별로 저희 병원 쪼개지겠네요

 

그래야 경쟁을 시키지

 

다스리기도 쉽고

 

[어두운 음악]

 

[남형이 숨을 깊게 내뱉는다]

 

(남형) 휴대폰이랑 연동만 됐으면 더 이상 완벽할 수가 없는데

 

(승효) 죄송합니다, 회장님

 

[입소리를 쩝 낸다]

 

내일 출근하자마자

 

첫 번째로 발표해요

 

알겠습니다

 

[남형이 잔을 달그락 든다]

 

[남형이 차를 후룩 마신다]

 

[남형이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기사) 사장님?

 

퇴근해요

 

[한숨]

 

[어두운 음악]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화정"

 

[옅은 한숨]

 

[고 위원의 어이없는 숨소리]

 

아주 제정신이 아니야

 

[종이를 탁 내려놓으며] 내가 폭탄을 맡았다

 

(정 위원) 욕먹고 싶어서 환장한 게 아니면 어떻게...

 

여기 이런 '투자 개방형 병원'이나 '환승 관광'

 

이런 용어들은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고 쳐도

 

'종합 메디컬 쇼핑몰'은...

 

어떻게 이렇게 대놓고 돈타령을 할까요?

 

댓글만 보면 여기 병원 사장은 완전 백 번도 더 죽었어요

 

(고 위원) 젠장

 

일자리 창출하려면 간호사나 더 뽑지

 

지금도 인건비 때문에 안 뽑아 줘서 난리인데

 

이왕 있는 일자리는 나 몰라라 하고 왜 애먼 데서 창출하겠대?

 

빅5 중의 하나가 영리화되면

 

거의 쓰나미일 텐데요, 다른 데도

 

다 들고일어나겠지 '왜 우리는 안 해 주냐', 역차별이라고

 

(정 위원) 아, 그것도 웃겨요

 

그러면 안 된다고 해야지

 

'왜 쟤네만 해 주냐' 그게 뭐예요?

 

(고 위원) 경제특구는 무슨

 

8개나 되는데 뭘 또...

 

하여튼 '특' 자 되게 좋아해

 

그러게요

 

그 땅덩어리 넓은 중국도 딸랑 두 개인데, 특구는

 

[고 위원의 못마땅한 한숨]

 

(고 위원) 사람 하나 잘못 들어와서 저 큰 데가 아주 망가진다

 

그 성분 분석 기능을 추가하면 사이즈가 커질까요?

 

아, 땀요

 

땀 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지

 

 

씁, 그 테스터는 언제쯤이죠?

 

아, 오케이, 알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전화벨이 울린다]

 

(경아) 어머, 안녕하세요, 예 선생님

 

아, 잠시만요

 

사장님, 심평원의 예선우 선생인데요

 

[전화기 조작음] [전화벨이 울린다]

 

(승효) 네

 

(선우) 안녕하셨어요, 구승효 사장님

 

(승효) 아유, 예, 오랜만이네요

 

잘 있었어요?

 

김태상 부원장 조사 결과 곧 발표입니다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

 

아, 예, 고마워요 그, 엠바고 지켜 줘서

 

(선우) 상국대도 실명으로 거론될 거고요

 

그, 김태상 이제 여기 사람 아니고 부원장도 아니고

 

대리 수술 발각 이후에 한 건의 진료도 수술도 없었다는 사실도

 

언급해 줍시다

 

그건 해명 기사로 상국대 측에서 내보낼 내용인데요

 

아, 그래요?

 

그래요, 뭐, 알겠어요, 그러든가

 

여보세요?

 

(승효) 예선우 선생?

 

(선우) 제가 전에 사장님 뵀을 때요

 

그때 제 앞에서

 

자리에서 일어나시려다 도로 앉았어요

 

(승효) 아, 내가, 내가 그랬어요?

 

근데 그게 뭐요?

 

그런 분이세요, 구 사장님

 

스스로를 어떻게 여기시든

 

(선우) 또 연락드릴 일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안녕히 계세요, 구승효 사장님

 

예 선생도요

 

건강해요

 

[휴대전화 진동음]

 

아이씨...

 

[한숨]

 

 

여보세...

 

이거 뭐야

 

오세화 원장님

 

(세화) 사장님, 우리 밥 먹을까요?

 

네?

 

[차분한 음악]

 

(선우) 형

 

(진우) 응?

 

(선우) 노을이 누나

 

아무하고나 술 마시고 막 취하고

 

그런 거 본 적 있어?

 

(진우) 걔가 그랬대?

 

아니

 

누나도 일만 하지 말고 사람도 만나고 살아야지

 

누가 할 소리를 누가

 

없지?

 

누나가 아무나하고는 안 그러잖아

 

누구랑 있는 걸 본 거야?

 

아니라고

 

그냥 누나한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좋은 사람이어야지

 

[문이 드르륵 닫힌다]

 

비서였다고요?

 

(세화) 화정그룹 비서였다고요, 사장님이?

 

 

그게 제 첫 사회생활이었는데요?

 

(세화) 어머, 그러면 그거는...

 

아니에요?

 

아니, 구승효 사장이

 

전 화정 회장님 숨겨 놓은 아들이었다고, 돌아가신

 

[그릇을 댕그랑 친다]

 

아니, 구승효라는 사람이 워낙 잘나가니까

 

(세화) 화정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있고

 

그걸 뭐, 건너건너 들은 건데

 

뭘 그거 가지고 이렇게 뾰족하게 굴어요?

 

우리 엄마를 보고 그런 말씀을 하세요

 

그 앞에서 떡 하나도 못 숨겨

 

근데 무슨 아들을 숨겨 놔?

 

난 모태 금수저인 줄 알았네, 흥

 

뭐가 흥이에요?

 

내가 그 입방아 깨부수려고 얼마나 어금니를 꽉 깨물었는데

 

그리고 나 원래 금수저 맞아요

 

IMF 때 쫄딱 망해서 그렇지

 

왜요?

 

IMF 때 망한 사람 처음 봐요?

 

아니, 저희 고향 집을 몰래 사찰을 하셨는가 싶어서

 

그때 쫄딱 망한 거

 

[탄성]

 

사람들이 왜 이래?

 

(경문) 원장님은 그때 잘 모르시죠?

 

양친께서 의사에다가 대학교수시니까

 

왜 이래요, IMF를 누가 몰라요?

 

아, 들어서 아는 거랑 몸소 겪은 거랑은 천지 차이죠

 

좋으시겠어요들

 

대한민국의 흑역사를 몸소 겪으셔서

 

(경문) 흑역사죠

 

그래도 그땐 합심해서 다 이겨냈잖아요

 

우리 병원 흑역사도 빨리 떨쳐내야죠, 하루빨리

 

[젓가락을 잘그락 내려놓는다]

 

[숨을 깊게 내뱉는다]

 

(세화) 이런 자리 마지막일 거 같은데

 

[젓가락으로 그릇을 탁탁 친다]

 

밥그릇은 비우고 얘기하죠

 

(세화) [헛웃음 치며] 근데 옛날 사람들 참 순진해요

 

아니, 나라 말아먹은 인간들은 따로 있는데

 

거기다 돌을 던져야지

 

왜 아기 돌 반지는 가지고 나와서 나랏빚을 갚겠다고 그러는 거예요?

 

(경문) 그때만 그랬나요?

 

그건 뭐였죠? 그, 무슨 댐

 

- 평화의 댐 - 아, 맞다

 

진짜 그거는 지금 생각해 봐도 진짜 말이 안 돼요, 그거는

 

[경문의 웃음]

 

(세화) 그러니까요

 

그때 그거 안 하면 서울 바닥 다 잠기는 줄 알고 [경문의 웃음]

 

몰라요?

 

예?

 

처음 들어요, 평화의 댐?

 

[웅얼거리며] 아, 뭐...

 

사장님 그때 몇 살이었어요?

 

남자 나이 함부로 묻는 거 아닙니다

 

(세화) 그때 언제였죠? 80, 80...

 

(경문) 86년, 7년? 87년?

 

- (세화) 유치원생? - 1학년 때요

 

1학년요

 

나 그때 6학년이었는데

 

내가 지금 그때 1학년짜리를

 

사장님이라고 이렇게 겸상을 하고 있는 거예요

 

(세화) 어머, 세상 참 좋아졌다, 그렇죠?

 

전 고딩이었는데요

 

(승효) 씁, 얼추 다 드신 거 같은데 그냥 말씀하시죠?

 

나한테 쏟아부을 거 한 트럭이잖아요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왔죠 조 회장한테?

 

거봐요, 사장님 아이디어 아니라고 했잖아요

 

오늘 발표된 쓰레기가

 

달라질 건 없죠?

 

(세화) 네, 달라질 거 없어요

 

우리 싸울 거예요

 

네, 나도 싸울 겁니다

 

같은 편이었으면 좋았을걸

 

(경문) 상대는 어쩌라고요? 이렇게 같은 편이면

 

그쪽 회장님께서 너무 막 나가는 통에

 

저희가 힘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의사 가운 입고

 

이렇게 지지를 많이 받아 보기도 처음입니다

 

(세화) 너무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신 거죠

 

아무리 의료계를 모르고 아무리 사업만 안다고 하지만

 

덕분에 우리 쪽 반응이 참 좋아요

 

옛날 사람들만 순진한 거 아니네요

 

무슨 뜻입니까?

 

곧 알게 되시겠죠

 

후회 없이

 

해 봅시다, 서로

 

[어두운 음악]

 

[세화가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옛날 사람들만 순진한 게 아니다'

 

뭘까요?

 

(경아) 사장님

 

회장님 아까아까 복지부 가셨대요

 

비서실에서 인제 알려 준 거 있죠?

 

[한숨]

 

[영상 속 기자들이 저마다 질문한다]

 

(영상 속 기자1) 한 말씀 해 주시죠

 

(영상 속 남형) 오전에 발표된 내용이

 

지나친 수익 추구라는

 

국민 여러분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사죄드립니다

 

(은하) 박 쌤!

 

[영상 속 남형의 고민하는 신음] 벌써 나왔어요?

 

(영상 속 남형) 저희도 지금

 

[박 선생의 한숨] 병원 총괄 책임자의 발표가

 

어떤 경로를 통해 나오게 됐는지

 

이, 보고를 받지 못해서요

 

상국대 재단 측을 통해서 확인 중입니다

 

국민 여러분과

 

정부 부처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해서

 

종합 메디컬 쇼핑몰

 

병원의 회원제 운영

 

피트니스 센터와 같은

 

그, 일체의

 

병원 제반 사업을 철회합니다

 

심려 끼쳐드렸습니다

 

(영상 속 기자2) 더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영상 속 기자3) 사업 철회의 다른 이유라도 있습니까?

 

[박 선생의 헛웃음]

 

이어서 날씨 정보 전해 드립니다

 

[영상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박 선생) 뭐야, 이게 다야?

 

[마우스 클릭음]

 

아니, 이렇게 끝나면 어떡하라고

 

영리 법인 소리는 왜 안 해?

 

그걸 안 한다고 해야지 그게 제일 중요한 건데

 

그러니까

 

어차피 딴거 다 부대사업인데

 

영리화만 되면 결국 할 거면서

 

하, 핵심은 쏙 빼놓고

 

이게 무슨 겸허히 수용이야? 눈 가리고 아웅이지, 씨

 

처음부터 이러려고...

 

'너희가 싫다니까 우리가 안 할게'

 

다 수용하는 척하면서

 

정작 제일 큰일 난 건 쏙 빠져나간 거잖아요

 

그러네

 

어그로 끌어서 물타기한 거네

 

병원 민영화시키겠다는 소리만 내놓으면

 

안 된다고 난리 칠 게 뻔하니까

 

(박 선생) 구 사장이 어그로 끌고 회장이 수습하는 척하면서

 

아, 이거 모르는 사람들은

 

이걸로 전부 다 해결된 줄 알 거 아니에요

 

빡 쌤

 

시프트 금방 끝나죠?

 

네, 왜요?

 

[은하의 한숨]

 

(은하) 저희 간호사 노조에서 집회 시위 하기로 했어요

 

(진우) 언제요?

 

(은하) 지금 신고 중이에요

 

48시간 전에만 하면 된다고 하니까 허가 나는 대로 바로

 

(진우) 여기서 하겠네요?

 

(은하) 그래야 하는 의미가 있죠

 

근무 조 아닌 사람들 다 나와서 뺑뺑 둘러 줄 거예요

 

병원 건물 전체를

 

가만히 있어 주는 게 아니었어

 

아니, 구 사장은 왜 안 나가는 거예요?

 

나가랬으면 나가야지, 자기가

 

[화난 숨을 내뱉는다]

 

구 사장이 문제가 아니니까

 

(경문) '옛날 사람들만 순진한 게 아니다'

 

회장이 어떻게 나올지 사장은 미리 알긴 한 거 같아

 

근데 알았어도

 

지금 혼자 원흉 된 거 보면

 

사장이라도 안 되는 게 있는 게 아닐까?

 

둘이 연극을 하는 거라면요? 회장이랑 구 사장이

 

둘이 한통속이라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어떤...

 

'나도 싸울 겁니다'

 

우리한테 선전 포고를 할 게 아니라 모른 척을 했어야지

 

[경문의 한숨]

 

원장님은 어디 가셨어요?

 

복지부

 

원래 성명을 발표할 거였는데

 

뉴스 한 방에 다 깨졌어

 

전에 제주도에요

 

(진우) 외국 돈 끌어다가 부자들 상대하는 병원 지으려고 했던 거

 

별문제 없었으면 지금쯤 완공됐겠죠?

 

(경문) 그렇지, 복지부는 승인을 해 주려고 했으니까

 

해외 투자자라는 놈들이 무자격자에

 

사기꾼인 것도 모르고

 

무자격자한테도 승인을 해 줄 정도였으면

 

화정그룹이면 무사통과겠네요

 

[깊은 한숨]

 

뭐야? 저건 또 뭐 하는 사람들이야?

 

[어두운 음악]

 

(은하) 아니, 이게...

 

이, 이게 뭐예요 지금 남의 병원 앞에서

 

(박 선생) 여기서 뭐 하세요?

 

(간호사) 아니, 대답을 좀 하시라니까요

 

(박 선생) 병원 관계자세요?

 

(은하) 뭐, 하루 종일 이러고 있을 거예요?

 

뭐예요?

 

(간호사) 이 사람들이 지금 여기 다 차지했잖아요

 

아, 이거 보세요, 이거 여기 우리 건데

 

(박 선생) 아, 저희가 집회 신고를 했거든요

 

경찰서에서 근데 다음 주까지

 

우리 병원은 접수가 끝나서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더니 이 사람들이 왔어요

 

이 사람들이 시위를 하는 거란 말이에요, 지금?

 

(노을) 저기요, 시위를 하려면 구호를 외치든가

 

피켓이라도 들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지금 뭘 주장하려고 여기를 와 있는 건데요?

 

(은하) 화정 사람들이에요

 

우리가 꼼짝 못 하게 자리 선점하고 있는 거예요

 

알 박기

 

[어이없는 숨소리]

 

(박 선생) 저기요

 

(진우) 밖에 뭐야?

 

[휴대전화 조작음] (노을) 화정 사람들, 유령 집회

 

유령?

 

(노을) 우리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하고 집회 신고를 미리 해 놨나 봐

 

그냥 아무나 동원된 거 같아 직원 중에서

 

(은하) 구 사장이 깔아 놓은 사람들이야

 

까딱하면 우리가 잡혀간다니까

 

그렇다고 내버려 둬요?

 

안 내버려 두면?

 

[화난 숨을 내뱉는다]

 

(간호사) 어떡하죠?

 

(박 선생)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지

 

[문이 탁 열린다]

 

어떻게 되셨어요?

 

[한숨]

 

[통화 연결음]

 

[마우스 클릭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음이 멈춘다] [숨을 후 내뱉는다]

 

"암 센터 의료진"

 

[한숨]

 

"조정, 의학 박사"

 

[한숨]

 

강 팀장님

 

[승효가 노트북을 탁 닫는다]

 

(승효) 그, 송탄 임대는 정리 끝났습니까?

 

아, 예

 

(경아) 임대차 계약 진행하고요

 

기간은... [마우스 클릭음]

 

영구적으로 설정했습니다

 

차후 계약 파기 가능성은요?

 

(경아) 말씀대로 특약 사항에 포함시켜서요

 

일방적 해지를 시행하는 경우에

 

아, 건축물 무상 사용 승낙서 효력이 발생하도록요

 

[차분한 음악] 공증받아 놓으시고요

 

상반기 빅5 매출 통계 좀 보죠

 

(경아) 예, 잠시만요

 

[마우스 클릭음] 아, 여기 있습니다

 

아, 여기 성장률을 보시면 상국대학병원이

 

작년 하반기 빅5 중 매출 4위에서

 

올해는 2위까지 뛰어올랐습니다

 

그룹 계열사별 매출 비교요

 

예?

 

 

(경아) 아이고, 이게 왜...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이걸 이미지 파일로 저장했더니 여기 가서 붙었네

 

[마우스 클릭음] [경아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팀장님

 

(경아) 죄송합니다, 사장님

 

[숨을 깊게 내뱉는다]

 

6년이죠?

 

팀장님이랑 나랑 같이 일한 거

 

근데 그동안에 큰 실수 한 번이 없었어요

 

(경아) 아, 여기 있습니다 [마우스 클릭음]

 

여기 매출 비중을 보시면

 

여...

 

뭐라고 하셨어요, 사장님?

 

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세요?

 

이건...

 

왜 지금 다 보려고 하시는데요?

 

아, 뇌물 증거가 어디 있어요?

 

나도 동서한테 지나가다 들은 소리인데

 

(동수) 왜 지나가다 들어, 캐물었시야지

 

[노크 소리가 들린다]

 

아, 예 선생이야, 들어와

 

[동수의 당황한 신음] (세화) 앉아요

 

[문이 달칵 닫힌다]

 

(경문) 어, 내가 볼 수 있는 서류들은 거의 다 훑어봤는데

 

그, 송탄 땅 매입할 때 우리 쪽에서 나간 게 580억이에요

 

고유 목적 준비금에서 빠진 게

 

아, 매입가가 무슨 의미라고요

 

원래 시세보다 더 얹어 줬다 쳐도

 

땅값이야 땅 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지 거기다 뭐라고 할 건데?

 

복지부 일은 어떻게...

 

애초에 자기들끼리 다 입 맞춰 놨어요

 

그러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없지

 

(세화) 무리수 먼저 던져 놓고

 

총수가 나서서 '미안하다, 사과한다'

 

그런 것까지 다

 

(동수) 우리를 구 사장한테 정신 팔리게 하고

 

뒤서는 다 맹글고 있었나 보네

 

(경문) 원장님, 송탄 건물 계약서들 가장 최근 거 혹시 보셨어요?

 

그중에 딱 한 군데만

 

그, 무상 영구 임대 방식으로 바뀌었던데요

 

누구한테 임대를 해요? 뭐를?

 

그게 임차인 명의가 이상한 게

 

서산에 있는 무슨 화평리 마을 협동조합?

 

마을 협동조합요?

 

왜, 거기가 뭔데?

 

어? 화평리면 우리 저기 본가 근처인디?

 

(경문) 저도 진짜 있는 데인가 싶어서 알아봤는데

 

조합원이 한 스무 가구 되나?

 

캠퍼스 맨 끝에 있는 건물을 그 조합 단체에 주는 걸로

 

이렇게 해 놨더라고요

 

(상엽) 아, 그건가 보다 그, 그때 기공식 갔을 때

 

설계도인가 조감도에서 본 거

 

약간 뭐, 공동 주택처럼 생겼더라고요 택지도 따로 구분됐고

 

[동수가 의아한 숨을 들이켠다]

 

(동수) 이거, 이거 구 사장이 즈그 부모나 친척들

 

따로 챙겨 준 거 아니여?

 

아니지

 

회장이 그랬나?

 

아무튼 이거 되는 얘기인디?

 

아, 횡령 아니여, 일종의

 

(세화) 별거 아닐 수도 있고요

 

(상엽) 왜요?

 

구 사장이 나한테 직접 얘기한다고 했어요

 

무슨 용도로 쓰일 건지

 

(동수) 말만 그리 한 거 아니고요?

 

(세화) 없는 얘기를 하거나 거짓말을 한 적은 없잖아요, 구 사장이

 

그게 우리들한테 좋은 말들이 아니어서 그렇지

 

그리고 내가 알아야 한다고 한 거 보면

 

병원 자체랑 관계된 그런 거일 수도 있고요

 

나 원, 막을 카드가 없네

 

아, 뭐, 좀 증거 없어요?

 

(상엽) 저번에 그, 왜, 매출표 올렸을 때처럼 좀 뭐 없어요, 다들?

 

[경문의 한숨] 아휴, 답답해 죽겠네, 쯧

 

매출표 제가 올렸습니다

 

(진우) 부원장께서는 아마 절 막아 주려고 하신 거 같습니다

 

(세화) [헛웃음 치며] 또 너야?

 

아, 지금 그, 그게 중혀?

 

(동수) 뭣이 중헌디!

 

앞으로 어쩔 거냐고, 앞으로

 

아니, 저, 저, 보셔요, 저, 응?

 

원장님도 들어오다 보셨죠?

 

이야...

 

나 같으면 화정 직원들 보낼래도 어디 저기, 저, 응?

 

시위꾼처럼 옷이라도 바꿔 입혀서 보내겄어

 

알아보면 어떠냐

 

막 나가기로 한 거여, 이제

 

복지부하고 입을 맞췄다면 뭔가 불법적인 거래가 있을 법한데요

 

있겠지

 

근데 우리가 그걸 어떻게 알아내

 

(동수) 아휴, 우라질, 손발 다 묶였네, 이씨

 

[휴대전화 벨 소리]

 

(경문) 죄송합니다

 

 

아...

 

알았어, 괜찮아

 

어, 그래, 곧 갈게, 어

 

[휴대전화 조작음]

 

제가 수술이 있어서

 

(상엽) 아휴, 가시죠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경문의 한숨]

 

부원장님

 

어?

 

어떻게든 방법이 있겠죠

 

그래

 

(세화) 아, 참

 

[문이 달칵 닫힌다] 이보훈 원장님 계좌요

 

평가 지원금 받은 계좌요?

 

(세화) 어

 

통장 내역 살펴보니까 이 교수님 이름이 있던데요

 

아니, 뭔 소리예요, 시방?

 

아, 내가 언제요?

 

(세화) 그게 좀 오래전 일이긴 한데요

 

97년도쯤?

 

그때 그 통장으로 무슨 거래 한 거예요?

 

아, 97년이면 뭐여?

 

아, 20년도 넘었네

 

(세화) 그 계좌가 김태상 부원장부터 은퇴한 선배들까지

 

입출금 내역이 아주 화려해요

 

뭐 짚이는 거 없어요?

 

[한숨]

 

아니, 생각해 볼게요

 

(동수) [중얼거리며] 97년, 97년...

 

(상엽) 어렵겠어

 

이번에는 도리가 없겠어요

 

(동수) 아, 우리가 암만 지랄을 혀도 허가만 나면 끝이니께

 

(동수) 예, 가세요

 

아이고, 이놈아

 

니는 거기서 니가 올렸다는 소리가 왜 나와?

 

가뜩이나 홀랑 디비진 마당에

 

진짜 딴 데로 옮겨야 되면 어디서 누가 널 받아 준다고?

 

[진우의 한숨]

 

아, 감싸 준 사람 성의를 생각혀서 입 딱 다물어야지

 

때린 놈은 떡하니 붙어 있고 맞은 놈이 쫓겨나는 거 한두 번 봤어?

 

그것도 안 하면 전 뭘 해야 될까요?

 

정말 어떻게 해야 될지 이젠 모르겠어요

 

아, 왜 니가 그려! [무거운 음악]

 

나야말로...

 

[동수의 한숨]

 

원장님은 어떻게 방법이 없을라나?

 

[동수의 한숨]

 

[한숨]

 

이게 뭡니까?

 

[잔잔한 음악]

 

아셨죠?

 

이렇게 될 걸 아셨죠?

 

그래서...

 

(경문) 같이하자 하셨잖아요

 

(경문) 아, 지금 보실 자료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공공 의료 비중 변화 보건 복지부 자료입니다

 

이 그래프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경문) 다 헛일이고 시간 낭비다

 

절망뿐이었습니다

 

떠들어 봐야 내 입만 아프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원망이 부글대던 때였습니다

 

김해의료원이 결점투성이라면

 

왜 100년 넘게 이어져 왔겠습니까?

 

(경문) 차라리 천지개벽이 일어나서

 

나를 포함한 인간들이 밤새 전부 휩쓸려 갔으면

 

그게 낫겠다고 바라던 때였습니다

 

[경문의 옅은 한숨]

 

(경문) 아셨잖아요

 

제가 어떤 놈인지

 

제가 어떤 마음으로 서울에 왔는지

 

(경문) 더 큰 곳

 

더 유명한 곳

 

거기서도 더 높은 자리, 인정받는 자리

 

그래서 내 목소리가 들리는 곳

 

내가 말하면

 

(경문) 이루어지는 곳

 

나날이 일만 늘어갔어요

 

[사이렌이 울린다]

 

침 뱉을까?

 

에이!

 

아, 우짜라고 이래 많이 몰려?

 

서울 사람들은 맨 여만 오나, 쯧

 

[경문의 한숨] (보훈) 침 뱉으면 네가 맞아

 

저기, 저기, 저기

 

저거 다 너야

 

얼마나 귀해, 가엾고

 

귀하긴 뭘

 

왜 이렇게 꼬였어, 안 그런 사람이?

 

(보훈) 왜, 애들이 따돌려서?

 

그냥 전초전이다 생각해

 

앞으로 다가올 일은 더할 테니까

 

이제

 

의사가 환자만 보던 시절은 얼마 안 남았어

 

(경문) 그 시절은 이미 끝났어요

 

그래

 

그러니까 네가 싸워

 

(보훈) 네가 지켜, 여기

 

잘 지켜서 후배한테 넘겨줘

 

너만큼 잘할 거 같은 후배한테

 

이 병원 시작한 사람은 있어도 끝내는 사람은 없게 하라고

 

같이 지켜요

 

내 시대 이제 다 끝났어

 

다 됐어

 

(경문) 에이

 

그래

 

다할 때까지 끝까지 어디 한번 싸워 보자, 그래

 

[손을 박박 씻는다]

 

(경문) 원장님의 젊은 후배들이

 

[심전도계 비프음] (경문) 이제 저를 바라봅니다

 

그런데 원장님

 

형님

 

전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경문) 그때는 몰랐지만

 

형님과 함께했던 나날은

 

호시절이었습니다

 

다시 올까요?

 

이편이 나을지도요

 

너무 많은 걸 보기 전에 잘 떠나셨어요

 

영원히 원장님의 빛나는

 

자랑스러운 상국대병원으로 기억하세요

 

[어두운 음악]

 

(은하) 구 사장이 깔아 놓은 사람들이야

 

(TV 속 남형) 저희도 지금 병원 총괄 책임자의 발표가

 

(TV 속 남형) 어떤 경로를 통해 나오게 됐는지

 

이, 보고를 받지 못해서요

 

(경문) 둘이 한통속이라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나도 싸울 겁니다'

 

본사로 갑시다

 

(기사) 아까 댁으로...

 

본사로

 

아, 예

 

[타이어 마찰음] [놀란 신음]

 

저게, 씨...

 

[차 문이 탁 닫힌다]

 

(승효) 죽고 싶으면 딴 차에 뛰어들어!

 

(진우) 누구와 싸울 겁니까?

 

뭐 하자는 거야, 지금

 

[긴장되는 음악] 방법을 알고 있죠?

 

이노을 사표 냈어요?

 

(진우) 야, 너 갑자기 이게 무슨 바람이야?

 

뭐, 꼭 서울만 장땡인가?

 

(남형) '나한테 손 떼라'

 

지금 이 말 돌려 까는 거잖아

 

회장님께서 굳이 총알받이가 되실 이유가 없다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럼 원장님은요?

 

(진우) 이게 그분 끝이에요?

 

(남형) 의사 놈들도 내가 소유만 했지 지배하지 못한다는 걸 아니까

 

감히 덤비는 거야

 

(승효) 병원을 조각내진 말아 주십시오

 

(진우) [울먹이며] 내 동생이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나보다 너무 빨리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경아) 사장님한테 발표시키고

 

회장님이 수습하는 걸로 할 때부터

 

정해져 있었나 봐요

 

(승효) 저는 제가 잠시나마 몸담았던 상국대학병원

 

지켜볼 겁니다

 

여러분들의 10년, 20년 후를 지켜보겠습니다

 

(승효) 건승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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