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14
(경문) 예 선생 행동은 어떤 경우에도 변명이 안 돼
과잉 진료를 막고자 했다면 내부에 먼저 알렸어야 했어
소속 과장, 나, 심사실
알릴 대상은 얼마든지 있어
그 어떤 의사도
우리 손발을 묶으려고 드는 정부 기관에다 대고
투서를 하진 않아
파급 효과만 노렸던 거야
다만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왜 그랬나, 예 선생?
(태상) 이유야 있지
얘는 날 찌르고 너는 나를 흔들어서 원장 선거에서 나를 떨어뜨리는 거
근데 이제 와서 처음 듣는 것처럼 해서
후배한테 몽땅 뒤집어씌우게?
아니면 아직 연극이 남았나?
교수님께 여쭙지 않았습니다
김태상 교수님께 배웠습니다
'심평원을 이용하라'
2017년도 의료 질 평가금 3억 6천만 원이
우리 중 한 사람 개인 통장에 있습니다
이보훈 원장님요
[웅성거린다]
그분 사후에
병원의 누군가가 심평원과 암묵적 합의를 하고
원장님 통장에 있던 평가금 전액을
병원 재정에 귀속시켰습니다
(진우) 이미 사람이 숨졌는데 어떻게 돌려놨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딱 맞춰서
마치 죽길 기다렸던 것처럼!
횡령이든 착복이든
이미 개인 게 돼 버린 거액의 돈을 회수할 수 있었는지
저는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주경문 교수님
부원장은 그 돈이 왜 어떻게 된 건지 볼 수 있습니다
부원장이 돼 주세요
내역을 밝혀 주세요
지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이보훈 원장님이
왜 굳이 남의 집에서 떨어져 죽었는지!
밝혀 주세요
그렇게 몰고 가면 네 잘못이 희석될 거 같으냐?
(태상) 원장의 죽음에 내가 책임 있는 것처럼 몰아가면
넌 빠질 수 있을 거 같냐고
(태상) 내가 정말 죽였을까?
이 손으로 그 사람 밀어 떨어트렸을까? 내 집 옥상에서?
나한테 배웠다고?
(태상) 내가 뭐, 평가금 이용해서 이보훈이 옭아매기라도 했다는 거야?
어떻게?
이보훈이 개인 통장이라면서 무슨 수로?
어떻게 알고 있었다는 듯이 금방 회수했냐고?
알고 싶어?
알고 있었으니까
이보훈이가 어떤 짓을 했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어차피 세상 떠난 사람
덮어 주고 감싸 줬더니
입에서 젖 냄새나 풍기는 게 어디서 이상한 소문 듣고 와서
아
그것도 네 동생한테 들었겠구나?
아이, 나 참...
이거 심평원에 가족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나, 참
어디서 개수작이야 누구 인생 망치려고
내가 너 가만 안 둬
- (태상) 이 새끼가! - (동수) 야!
- (경문) 미쳤어? - (동수) 야!
할 말 못 할 말 구분해, 예 선생
(동수) 참으세요, 예? 말로 하세요, 말로, 왜 이러세요?
두 분
그날 싸웠습니다
원장님 사망 당일
(진우) 이제 기억나세요?
교수님이 원장님께 직접 한 말입니다
그분이 교수님 인생 망치려고 했다면서요
무슨 개수작을 그렇게 했는데요, 원장님이
교수님 입으로 가만 안 두겠다고 한 상대가
왜 바로 그날 밤!
돌아가셨는데요?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거짓말이야!
싸운 적이 없다고요? 전부 거짓말?
전부 거짓말이야
(노을) 들었습니다
원장님 사망 당일 낮에
부원장님께서 누군가와 싸우는 걸
소리치는 걸 들었습니다
고함 소리 뒤에 부원장실에서 나오는 사람이
우리들의 전 원장님인 것도 확인했습니다
[거친 숨을 내뱉는다]
이보훈이!
심근 경색에 폴 다운이야!
(보훈) 나한테 왜 그랬어?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그 통장 건드릴 사람 너밖에 없어
(보훈) 우리가 몇 년인데
너랑 나랑 마누라보다 자식보다 더 얼굴 보고 산 게 몇십 년인데 왜
내가 그렇게 미웠냐?
원장과 나 30년이야
지금 이게...
너희들이 날 추궁해? 이게 말이 돼?
(태상) 주경문이 왜 데리고 왔어?
30년을 곁을 지켰어, 내가
친구로서, 후배로서
(태상) 그래, 선배 이보훈 밑에서 후배로 20년
원장 이보훈 밑에서 이인자로 10년
당신이 원장 계속해 먹을 때 누가 떠받쳐 줬는데?
(태상) 당신이 '우리 인자한 원장 선생님' 이 말 들을 때
누가 싫은 소리 감당해 줬는데?
난 뭐, 미움받는 게 좋은 줄 알아?
난들 욕 처먹는 게 안 아픈 줄 아냐고
(태상) 이 원장이 왜 남의 집에서 그렇게 죽었냐고
그걸 밝혀 달라고?
그래
이상엽이
(태상) 네가 보고를 해, 원장한테?
환자가 죽었다고 그러니까 원장님이 '덮자' 그러셨다고?
내 두 눈 똑바로 보고 다시 얘기해 봐
'나 원장님께 보고했다'?
김정희!
너, 네 환자 죽었을 때 어떻게 했어?
누가 너 대신 유족 찾아가서 흠씬 두들겨 맞았지?
넌 어떻게 그 와중에 코빼기 한 번 안 비칠 수 있었냐?
서지용이, 너 요새도 여자 환자 만져?
간호사한테 문자 계속 보내?
네 와이프가 원장님께 울고불고 매달려서
너 겨우 안 잘린 거 그거는 알고 있어?
야, 장민기
누가 네 가족부터 이식 수술 해 주래?
원장님이 영원히 모를 줄 알았냐?
이 중에 이보훈이 피 안 빨아먹은 인간 어디 있는데!
주경문이
넌 혼자 고고한 척 관심 없는 척하면서
원장이 챙겨 주는 건 잘도 받아먹더라
네가 정말 자리에 욕심이 없어?
(태상) 너한테 왜 그랬냐고? 나한테는 왜 그랬냐?
[긴장되는 음악] 이번이 끝이었어
더 안 나올 거였어
(태상) 알아
그런데 나도 끝이지
주경문이 왜 데리고 왔어?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너한테 왜 그랬냐고?
나한테는 왜 그랬냐?
이보훈한테
왜 심근 경색이 왔을까?
너
너!
너희들 모두!
너희들이 갉아먹었잖아
늙어 가는 심장 10년 동안 한 움큼씩 한 움큼씩
너희들이 필요할 때마다 와서 떼 갔잖아!
근데 뭘 물어!
스스로에게 하실 말씀은 없습니까?
(진우) 대리 수술도 그래서 하신 건가요?
다른 분들과 형평성을 맞추려고
같이 갉아먹으려고
예진우!
예 선생
10년, 20년 안에
너한테도 오늘이 반드시 온다
(태상) 환자는 밀려들지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지
감당할 수 없는 예약 환자 받아서 처리하느라고
하루 종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정신 하나도 없는 날
이런 새파란 후배가 와서 항의할 거다
'왜 한 사람 한 사람 충실하지 않은 거죠?'
'왜 외국처럼 길게 친절하게 하지 않는 거죠?'
'왜 시스템 안에 갇혀서 맨날 뱅뱅 도는 거죠?'
저희 다 그렇게 삽니다
(진우) 하지만 자격 정지는 교수님뿐입니다
잘났다
이 상국대학병원!
나 못 버려
구 사장도, 이 원장 망령도 그건 못 해 내가 버려
다 이루고서
이제 내가 내 발로 걸어 나간다
안녕히 가십시오
[무거운 음악]
(경문) 김태상 교수님
지금 나가셔도
오늘 제기된 의혹들은 여기 그대로입니다
평가금 명세
이보훈 원장의 마지막
제대로 연구해서 내역 말씀드리죠
[쾅 닫히는 소리가 울린다]
[무거운 음악]
[한숨]
뭐라도 합시다, 젠장
(경문) 직면한 과제부터 해결하죠
따로 또 모일 필요 없이
찬성하십니까?
총괄 사장 파면, 3분의 2 교수협의회
부원장 임명도 같이요
구 사장 노조 파괴자였어
절대 쉽지 않을 거야
[휴대전화 진동음]
(남형) 그게 가능해?
건방진 놈들 누가 임명했는데 자기들 마음대로
[긴장되는 음악]
놔둬
구 사장 아직 녹 안 슬었는지 보자고
(구조 실장) 예, 알겠습니다
아, 그러지 말고 해고 안 시킨다고 해
지금이라도 없었던 일로 하면 되잖아
아, 뭐 하러 사서 원망을 들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
일해
끊는다
(승효) 그, 의약품 공급 관련해서
실정법 좀 찾아봐 줘요
판례 위주로 드릴까요?
예
그리고 비영리 법인 소유의 부동산을
신탁이든 기부든 공동체 명의로 변경할 수 있는지도
소유 부동산 전체 말고 일부만요
(경아) 네
지금 오 원장 집으로 가세요
네?
아, 네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경아) 도착 즉시 보고드릴게요
[도어 록 작동음]
(구조 실장) 외근 가세요?
(경아) 예, 들어가세요 [어두운 음악]
[도어 록 작동음]
(구조 실장) 강당에서 진행된 일 내용 들으셨습니까?
실장은 어떻게 그렇게 벌써 알았어요?
(구조 실장) 그보다는 대비하셔야 합니다
송탄 부지를 시세보다 높게 사들인 걸
저들이 지적하고 나설 수 있습니다
[숨을 들이켠다]
그 입증하기 어려운 걸 먼저 걱정하네?
저쪽에서 해명을 요구해 오면
본사와 환경부 장관 모두가 귀찮아질 겁니다, 사장님
뭐, 그보다는 총괄 해임의 결정타를 찾으려고 할 텐데
방금 말한 저쪽은
부검에 참여한 사람들 먼저 콘택트하려고 하지 않겠어요?
그건 제가 차단하겠습니다
(승효) 아, 물론 그러겠지
그런데 '이 병원 사장이 시켰다'
'사인 왜곡을 강요했다'
이거 하나면 끝나는데?
부검에 들어간 사람들 내가 만납시다
그쪽은 정말 사장님께서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본사에서 케어하고 있는 거예요?
- 예 - 그러면 오 원장은?
그, 까다로운 사람인데
오 원장도 입단속이 되려나?
지금 보시다시피요
그래요
알았어요, 뭐
실장이 잘하겠지, 원래 하던 일이니까
아, 그리고
뭐, 자기들끼리 새로 부원장을 뽑았다는데
우리 병원 직원이 아닌 사람이라면서?
조처하겠습니다
그런데 의료 기관은 일반 사업장하고는 확실히 다르네요
해직자도 출입 통제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아, 그렇지
외부인이 여기 종사자보다 많이 드나드는 곳이니까
(구조 실장) 사람들 다 보라고 문 앞에서 막을 수도 없고요
(승효) 음...
[동수가 숨을 들이켠다]
(동수) 이거 파업할락 말락 때처럼
즈그들 밥그릇 싸움으로 프레임 씌워 버리면
구 사장한테 또 우리가 말릴 거인디
(경문) 그래도 수습 간호사 임금은 돌려놔야죠
40만 원이 뭡니까?
기왕지사 그럼 그, 비급여 항목 강제하는 거랑 성과급
그것도 없앱시다
그것도 있네요
(경문) 근데 성과급은 혜택을 보는 사람들 때문에...
(태상) 원장과 나 30년이야
[무거운 음악] 30년을 곁을 지켰어, 내가
친구로서, 후배로서
(진우) 원장님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신 거예요?
언제까지 숨기려고 하셨어요?
누, 누가 그래?
(태상) 이 중에 이보훈이 피 안 빨아먹은 인간 어디 있는데!
(동수) 거, 그나저나 원장님 죽은 날에 부원장이랑 싸웠다고
경찰에 가서 다시 진술을 해야 할까?
나중에 뵙겠습니다
(동수) 아이고, 이놈아
니 직속이 누구여?
이게 아주 생각할수록 섭섭하려 그러네
야, 인마
원장이든 부원장이든, 씨 니는 밀라믄 직속인 나를 밀었어야지
주경문이가 뭐여, 주경문이가, 응?
아이고, 실컷 남의 다리나 긁어 주는 놈
어어? 쪼개지 말어, 씨...
내가 아주 두 눈 동그랗게 뜨고 볼 거여
주경문이가 나보다 얼마나 더 잘하는지
(진우) 과장님 눈 어떻게 떠도 안 동그란데
가시죠, 과장님
[어두운 음악] [컴퓨터 오류음]
[진우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컴퓨터 오류음]
[컴퓨터 오류음]
[의사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컴퓨터 오류음]
[마우스 클릭음]
[의사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은하) 잠시만요
[은하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은하) 저...
(승효) 자기 살 궁리는 한 거지
어떻게 하면 내 모가지는 지키면서... [승효의 말이 섞여 울린다]
왜 IV입니까?
여러분들 의사지 않습니까?
무자격자의 대리 수술...
여러분들이 가면 그 사람들 안 죽는 거 아닙니까?
그 사람들도 뼈 빠지게 일해서 자기 가족들 먹여 살리...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엘리베이터 도착음]
[인터폰이 울린다]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진우의 옅은 한숨]
파견, 해고
통째로 뜯어내든 하나하나 목을 치든
할 줄 아는 게 이거뿐이시죠?
(진우) 다른 방법은 생각할 필요도 없었을 거고
그걸로 여기까지 왔습니까?
남의 일터를 본인 놀이터 삼아서?
누구나 전공 분야가 있는 법이니까
그쪽도 잘하는 게 있는 것처럼
밀고
죽은 사람 이름 뒤에 숨든
익명으로 투서를 하든
마음에 안 들었나 봐요
그럼 이제부터 다른 전공을 보여 드리죠
숨지 않고, 가리지 않고
직접 대면해 드리겠습니다
미안하지만
나는 내 직원만 상대해서
그만 좀 질척대지?
[어두운 음악]
봐도 됩니까?
이걸 보여 드리려던 사람이 있었죠
우리 병원을 보여 드리면
구 사장님도 달라질 거라던 사람이
아직 모르는 것뿐이지 알고 나면 품어 줄 거라고
우리하고 다르지 않다고
그런데 이미 보고 계셨네요
매일매일 이 풍경을 보면서도 달라지지 못했던 거네요
(진우) 사장님을 바꾸려던 쪽도 맞서려던 쪽도 실패입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 앉는 분 자체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거는 성공할 거 같은가 보네?
그런데
뭐, 본인 자유지만
지금 이럴 정신 있나?
(승효) 나 같으면 이참에 몇 달 쉬면서 그 귀한 시간
동생한테 다 쏟을 거 같은데
걔가 무슨 상관입니까!
그딴 충고 없어도 우리 형제 잘 먹고 잘 삽니다
신경 끄십시오
'잘 먹고 잘 산다'?
할 말 있어도 날 갖고 하세요
빈정댈 때 갖다 쓰라고 있는 애 아닙니다
식구는 들먹이지 맙시다
예 선생
오늘이 마지막이거나
환자들 보는 앞에서 개처럼 끌려 나가거나
(진우) 그렇게 살면 좋습니까?
가는 데마다 망가트리면 좋아요?
만나는 사람마다 해치고 아프게 할 거면
[한숨]
여길 왜 온 겁니까?
여기는 살리는 데인데
만들고 지키고
넓히면서 삽니다
본인 생각이죠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어두운 음악]
정말로 망가지고
아프게 되고 싶어?
[노크 소리가 들린다] (경문) 네
[프린터 작동음]
- (진우) 교수님 - 어, 저 프린트 좀
(진우) '의약품 도매상은 특수 관계의 의료 기관에'
'의약품을 공급할 수 없다'
일단 구승효 사장을 걸고 넘어뜨릴 건 다 찾긴 했는데
뭐가 걸리세요?
(경문) 너무 대놓고 우리한테 자회사라고 하지 않았어?
구 사장 같은 사람이 관련 법 하나 안 찾아봤을 리가 없는데
'내가 자회사를 만들었다'
'너희들은 여기 약품만 처방해라'
너무 거리낌 없이 나선 게 좀...
(진우) 자회사면 특수 관계 정도가 아니니까
의약품 법 위반은 확실한데
그렇지
근데 '나 위법 행위를 했소'
아주 그냥 광고를 한 거지
(진우) 그래도 여기 있는 거 갖고만 해도
구 사장 사실 완전 아웃인데요
해임 조항에 전부 걸리잖아요
부정행위, 강령 위반 위법 부당한 사례
그렇지
밀고 나가지
교수님 코드도 다 막힌 거죠?
외래, 수술 다 날아갔어
내가 아예 지워졌어
새끼, 마, 주깨 뿔라, 마 새끼, 마, 쯧
(진우) 교수님도 그런 말 할 줄 아세요?
뭐라 처씨불여 쌓노, 씨
성질 같아서는 확 마, 그냥
(경문) 이놈의 새끼들, 마, 그냥, 쯧
(경문) 나 원 참
근데 말이야
이보훈 원장님 평가금 말이야
그것도 혹시 구승효 사장이...
[한숨]
원장님 통장으로 평가금이 들어온 게 올 1월이에요
아, 구 사장 오기 전이네
(진우) 발령도 나기 전이죠
(경문) 하긴, 사장이 이 원장님이랑 배 속부터 원수지간도 아니고
부임 전부터 헛짓을 해 놨을 리도 없고
좋아
이걸로 가지
교수님
왜?
우리 선우 아파요?
[어두운 음악]
동생한테...
직접 듣지
[경문이 종이를 차락 넘긴다]
구 사장은...
구 사장도 당연히 모르겠죠?
뭘?
(진우) 선우요
[차분한 음악]
아니, 친구분을 데려오신다더니
데려왔잖아, 여기
처음 뵙겠습니다, 예선우입니다
주경문이라고 합니다
예선우?
가만, 우리 응급에 예씨가 있는데
예진우, 예선우
- 맞습니다 - 맞아요?
어, 맞아
진우 동생
둘이 닮았잖아, 얼굴도 뽀야니
[보훈의 웃음]
(보훈) 주 교수 당신
원장 30년 지기 절친 맡은 거야, 응?
완전 VVVVIP, 잘해
아무리 봐도 아들뻘인데 뭘 자꾸 그렇게 묻어가려고 해요? 참
[한숨]
[전화벨이 울린다]
네, 강 팀장님
오 원장님?
괜찮아요?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그, 옆의 강 팀장 때문이면 강 팀장 이런 일 처음 아니에요
괜찮으니까 말하세요, 오세화 원장
[승효의 한숨]
(승효) 네
[카드 인식음]
[문이 달칵 열린다]
[선우의 옅은 신음]
[차분한 음악] [물소리가 들린다]
[체온계 조작음]
[체온계 조작음]
[휠체어 충전기 작동음]
[사이렌이 울린다]
(경아) 다른 건 상관없다는데 아이 때문에요
[어두운 음악]
자기 집을 다 아는 거니까 자기는 괜찮은데
애를 어떻게 할까 봐 그걸 걱정하더라고요
오 원장이 그러는 거예요
애도 건드린 적 있냐고
[한숨]
그래서 뭐라 그랬어요?
(경아) 걷다 대고 제가 뭐라 하겠어요
설마 우리 회장님이 그럴 분까진 아닐 거라고 할 수도 없고
사장님이 잘 정리 중이시니까 좀만 믿고 기다려 달라고 했어요
(남형) 그래
잡음 없게
(남형) 그걸로
[리모컨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승효) 지금 1층이죠?
(노을) 교수님, 내일도 나오실 거죠?
(경문) 그럼, 내일뿐인가?
(노을) 아차, 이제 부원장님이신데
근데 이 선생은 왜...
나 참, 이거 물어봐도 되나?
이 선생은 무슨 사정으로 내몰렸는지 도통 모르겠어서
누가 구 사장 속을 알겠어요
여기 상가에 내려 드리면 되죠?
(경문) 응
어, 여기, 여기
아휴, 자꾸 신세를 지네
코앞인데요, 뭐 [버튼 조작음]
(경문) 아유, 고마워, 조심히 들어가
- 들어가세요 - (경문) 어
[차 문이 탁 닫힌다]
[긴장되는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아까부터요?
설마
아니에요
걱정 마세요, 교수님
네
[블루투스 조작음]
[내비게이션 조작음]
[어이없는 숨소리]
[타이어 마찰음]
내려요
[노을이 차를 탕탕 친다]
여기요! 여기 좀 도와주세요!
(경찰) 무슨 일이세요?
이 차가 아까부터 절 쫓아왔어요
내리라고!
아이고, 쪼그마한 아가씨가 목소리가 우렁차네
여기서 내 목소리 큰 게 왜 나옵니까?
파출소까지 끌고 왔는데도 이러면 어떻게 믿고 살라고요?
(경찰) 저기요, 문 열어 봐요
예?
아저씨
(기사) 그게 아니고요...
(경찰) 멀쩡하게 생긴 양반이
면허증 보여 주세요
저, 선생님?
저 생각 안 나세요?
내가 댁을 어떻...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누구세요?
대리 부르셨죠?
(경찰) 아는 사람이에요?
아는 사람을 왜 쫓아와, 더 이상하네? 내리세요
[기사의 곤란한 신음] [노을의 헛웃음]
(기사) 죄송합니다
[한숨]
알았어요, 가세요, 그냥
(기사) 아, 저기, 근데요, 사장님
저, 제가 지금...
(노을) 구 사장님?
여기 정릉 파출소 근처 잔디 공원이에요
[한숨 쉬며] 그래서요?
(노을) 기사님 다시 보고 싶으면 지금 오세요
아니면 정말 신고할 거예요
[통화 종료음]
아휴...
죄송합니다
(기사) 아, 괜찮은데...
[한숨]
왜 그랬어요?
필요해서요
(노을) 민간인 사찰이 왜 필요한데요?
그걸 내가 지금 왜 설명해 줘야 합니까?
사장님은 대체 끝이 어디예요?
어쩜 그렇게 매번 바닥을 보여 줘요
바닥 보기 싫으면 관둬요
나가라면 나갈 것이지 왜 남의 병원에 계속 기웃거려서
시간 들여 사람까지 붙여 놓게 합니까?
남의 병원이라뇨?
사장님 오기 훨씬 전부터 우리 병원, 우리 학교였어요
정신 승리도 정도껏들 합시다
누가 '우리'예요? '우리'가 어디 있는데
엄연히 재단 소유, 재단 거라고요!
[어이없는 숨소리]
(승효) 그게 그렇게 인정 못 하겠으면 통째로 병원을 사들이든가
그럴 능력 없으면 시키는 대로 하든가
사립대라고 전부 재단 마음대로인 줄 아세요?
(노을) 정부 지원 받고 학생들 등록금 받아서 컸어요
이제 와서 그거 나 몰라라 하면 안 되는 겁니다
아무리 장사하던 사람이라도!
뭐요?
'장사하던 사람'?
'아무리'?
이 선생도 똑같네요
내가 뭐가 달라야 되는데요?
도대체 왜 날!
[거친 숨을 내뱉는다]
아니, 나는 이 쌤이 우리 사장님을 좋아하는 줄 알고...
(노을) [어이없는 숨을 내뱉으며] 아니에요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노을의 어이없는 숨소리]
[자동차 시동음]
[잔잔한 음악]
(경아) 아니, 이 쌤이 술 취해선
자꾸 우리 사장님 반응을 걱정하는 거예요
'아, 얼마나 싫었을까'
'내가 자꾸 찾아가고 귀찮게 해서'
막 그러면서
(노을) 병원 때문이에요
병원을 알게 해 드리려고 제가 사장님께 가끔...
그러니까 전 그 얘기를 한 건데
누구 기분이 문제가 아니라
아, 그랬구나
(경아) 아이, 근데 알려 주고 뭐고
진짜 싫은 남자면
여자들은 옆에 가지도 않지 않아요?
목소리도 듣기 싫은데?
[거친 숨을 내뱉는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노을) 어쩜 그렇게 매번 바닥을 보여 줘요?
[음악을 뚝 끈다]
[자동차 엔진 가속음] [숨을 후 내뱉는다]
[한숨]
(승효) 나 같으면 이참에 몇 달 쉬면서 그 귀한 시간
동생한테 다 쏟을 거 같은데
우리 선우 아파요?
동생한테...
직접 듣지
(노을) 예진우
너도 일 못 들어가? 그래서 여기?
너 혹시
너한테 얘기했어, 걔가?
그래서 네가 구 사장한테...
내가 뭐?
걔가 누군데?
[한숨]
잘됐다, 응급실로 와라
(진우) 이 기회에 고급 인력이나 실컷 부려 먹어 보자
너희는 코드 안 막혔어?
우리야 뭐, 외래 구분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코드 막아 놔 봐야, 뭐
근데 왜 안 뛰고 농땡이?
- 아니야 - 뭐가 아니야?
선생님, 신경 끄세요, 네?
그래
그러니까 더 생기네 [진우의 한숨]
기사 내려고, 우리 지금 상황
(노을) 아...
기사 낼 거면
그 기자분이랑?
그때 그 주차장?
[진우의 헛기침]
(노을) 맞지, 어? 어? [진우의 당황한 신음]
- (노을) 야, 야 - (진우) 야
(진우) 너 이번에는 선우한테 절대 말하면 안 돼
아, 저번에도 내가 말한 거 아니야
(노을) 그리고 여자 친구가 생겼으면
선우한테 인사도 시켜 주고 그러면 좋지
그래야 걔도 너한테 자기 속 얘기를 하지
여자 친구는 무슨
아직은
(진우) 너 암튼 이번에는 선우한테...
왔어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노을입니다
(노을) 진우 동기예요
최서현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노을) 아, 난 명함 안 가져왔는데
선생님, 많이 바쁘시죠?
왜, 나도 당사자야
(노을) 저도 같이 잘렸거든요
인터뷰 저랑도...
(진우) 예, 안 하신답니다
다음에 정식으로 인사드릴게요
- 네, 또 뵐게요 - (노을) 네
(진우) 미안해요 매번 저희 쪽으로 오시라고 해서
시작할까요?
[서현이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네
부검 소견서 말인데요
(윤모) 다 온 거예요, 이게?
갑시다
[어두운 음악]
(서현) 부검의는 전혀 콘택트가 안 돼요 연수 갔단 소리만 하고
(진우) 이 중요한 때 소견서도 안 쓰고요?
그런 연수는 없어요
(경문) 현행법은 의료 기관과 의약품 도매상이
지배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경우 거래를 금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장님께서 만드신 저희 병원의 의약품 자회사는
약사법 47조 4항 위반입니다
(정희) 납품권 몰아주기, 독점 공급
전부 공정 거래 위원회 처벌 대상입니다
엄연한 약사법 위반이라면서요?
근데 다른 병원들도 다 한다고요?
(진우) 다 하니까 하지 말라는 법도 만들었겠죠
그래도 위법은 위법이에요
총괄 사장이 불법으로 도매상하고 유착 관계를 만들었어요
(경아) 현행 약사법 제47조 제4항 제1호에 저촉되지 않습니다
유통 업체의 지분이 50%를 넘지 않으면
47조 제4항 제1호에 저촉되지 않는다
상국대병원의 도매상 지분율은 49%입니다
(정희) 자회사 지분율 70%
우리도 다 확인하고 왔어요 왜 이러세요
(경아) 최근 매각했습니다, 49%입니다
언제 했는데요?
누가
누가 처방을 내리셨더라?
(승효) 아니, 최소 20년 이상 의료계에 몸담으신 교수님들께서
법적으로 문제 될 소지가 있다는 걸 시작부터 아셨을 텐데
근데 왜 알고도 처방했습니까?
(윤모) 시스템상으로 안 할 수 없게 만드셨잖아요, 사장님이
그럼 그때 말씀을 하셨어야지
49%든 70이든 의료인은
거기서 나오는 경제적 이득을 취득하면 안 됩니다
이분들 옛날 지분율만 보고 기부금 내역은 안 뒤져 보고 오셨네
누가 경제 이득으로 취득했는데요?
아, 있네, 여기 성형외과장님
(승효) 도매상 의약품 처방하시고
과별 인센티브 받으셨죠?
(서현) 상국대병원에서 부검에 관여한 사람을 일괄적으로 해고한 건
구승효라는 사람이 지금까지 한 거에 비하면
별거 아닐 수도 있어요
화정로지스에 있었다고 해서 알아봤더니
그 로지스라는 회사
사고사나 자살자가 많았어요
구 사장이 그 회사에 있을 때도요?
몇 년 전까지 1년에 한 명은 꾸준히 나왔어요
(서현) 본인이 직접 뭘 하진 않았다 해도
작업 환경을 최악으로 몰고 갔다는 거겠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해고요?
그 이유는 본인이 더 잘 알 텐데
줄 세운 매출표 올렸잖아요
(승효) 나한테 직접 고백까지 해 놓고서
이게 일반 기업에서는 재무제표 공개가 의무니까
난 그때까지만 해도 이게 별문제 아닌가 했더니
병원에서 매출표 공개는 무게 자체가 다르더라고요?
아니, 국회에서 달라고 해도 거절하는 게 병원 기초 자료인데
그걸 까셨어, 용감하신 주 교수님께서
왜 이제 와서...
(승효) 왜요?
해고가 늦었다고 지금 항의하는 겁니까?
더 빨리 안 돼서 막 억울해요?
다른 사람들은 뭡니까?
예진우, 내부 고발
그건 뭐, 더 잘 아실 테고
(승효) 오 원장, 검시 착오로
상국대병원의 전국적 신임도 하락 야기
이노을 선생은
[소파를 탁 치며] 아, 질문이 많아서
(승효) 총괄 책임 직위 해지 요건이 뭡니까?
직위 해지의 조항은 총 세 개로 부정행위, 정관 위반
(경아) 재정 회계 분야에 있어 세 개 조항 모두 공통 요건으로
총괄 사장이 의료 기관에 손해를 끼쳤을 때입니다
구승효 총괄 사장의 취임 후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176% 증가
영업 이익률 305% 증가
송탄 센터 신축용 투자금 700억을 포함해
기부금 투자금 유치는
취임 전 대비 4.7배 증폭됐습니다
손해라는 건 돈만 기준이 아닙니다
손해라는 건 말이죠
주경문 교수님
본인이 올린 빨간 매출표 그게 손해입니다
적자 매출은 사업장에 있어 배임 행위예요
그런데 여기 두 분이나 계시네
(승효) 나머지 한 분은
빅5 성형 센터 중 수익률 5위
[어두운 음악]
[도어 록 작동음]
[정희의 한숨]
[도어 록 작동음]
(윤모) 부원장님이셨군요, 그때 그 매출표
(정희) 근데 이상하네, 어떻게 알았지?
응급의 예진우가 부원장 대리 수술 찌른 거요
강당에서 다 보는 데서 말했잖아요
우리만 있었죠, 의료진만
구 사장은 어떻게 알았지?
(윤모) 다른 수가 있어야겠는데요 꿈쩍도 안 하니
무슨 수든
(진우) 우리도 경영진 불신임으로
한국 의사 위원회랑 전국 병원 협회에
같이 성명 제출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서현) 그러니까 대외적으로 보도할 거를 정리하면
부검의 소견서 제출 요구
보복성 인사 조치에 대한 교수회 사장 불신임
전병협이랑 한국의사위에 성명 발표
(진우) 교수협의회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사장 파면도요
파면은 처음부터 너무 강성으로 보일 수 있는데
해임으로 할게요
예
(진우) 우리가 필요할 때만 서현 씨를 이용하는 거 같네요
내가 먼저 진우 씨 이용했잖아요
이정선 씨 영수증요
벌써 잊었어요?
그거...
이용 아닌데
(서현) 연락드리겠습니다
많이 바빠요?
네
유치하게
[한숨]
[긴장되는 음악]
[헛웃음]
캐비닛 안에 속옷이 한가득인데
간호 선생들이 보면 어쩌지?
[한숨]
사장실 다녀오셨잖아요
갔다 왔지
그런데요?
(경문) 구 사장 기만 잔뜩 살려 주고 왔어
(진우) 하, 씨...
아, 약사법 위반...
그걸로 이익을 취득한 건 우리라서
계속 걸면 우리가 처벌 대상
부당 해고는요?
전의 그 매출표 말이야 예 선생이 올린 거
내가 올린 걸로 소문날 거야
(경문) 본인이 용기 낸 건데 내가 가져가서 억울하면
밝혀도 되지만
[진우의 한숨]
부검 결과 은폐한 건
그게 무슨 증거가 있어?
확실한 걸로도 못 뚫었는데
(경문) 어제 말이야
난생처음 정시 퇴근이라는 걸 해 보니까
그대로 집에 들어가면 와이프가 놀랄 거 같아서
아무 햄버거 가게나 들어갔는데
구석에 앉은 남자가
혼자 양복 차림이어서 그랬나 내 마음이 그래서 그랬나
유난히 눈에 밟히더라고
딱 내 또래로 보였는데
햄버거를 먹나
모래를 씹나 했어
하도 그 얼굴이
부원장님은 그렇게 안 되세요
(경문) 우리야 어디든 갈 데는 있지
그렇지만 내가 회사원이라면
가뜩이나 이 나이에
정말 막막할 거 같아
어디로 가야 되나
오 원장님한테 가요
왜 거기로 가?
남은 건 오 원장뿐이에요
최초 검시 때 구 사장 쪽에서 압력이 있었다
본인이 직접 발표해야 돼요
안 돼
왜요?
(경문) 내 생각이 너무 얕았어
원장님한테 부검 발표를 권하는 게 아니었어
기회를 드린다고 믿었는데 독이 돼 버렸으니
원장이니까요
병원 전체를 책임지고 이끄는 원장
'사람들한테 인사받으라고'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그 무게 짊어지라고 앉혀 준 거니까
그렇게 칼같은 양반이
며칠째 연락이 안 되는 거 보면 무슨 사정이 있는 거야
사정은 구 사장도 있겠죠
온 동네 사정 다 봐주면 뭐가 됩니까?
[휴대전화 진동음]
[진우가 답답한 숨을 내뱉는다]
(경문) 예, 이 교수님
예
어떻게요?
아, 제재면 무슨 징계 같은 거요?
[의미심장한 음악] 그런 게 있었나요?
(승효) 화정어패럴 사장실 연결해 주세요
(경아) 어패럴요?
[경아가 수화기를 집어 든다]
(경아) 네, 여기 상국대병원 구승효 사장님 사장실인데요
진영희 사장님 계십니까?
네
[전화기 버튼음]
[전화벨이 울린다] 연결됐습니다
예, 안녕하세요, 진 사장님 저 구승효입니다
예, 오랜만이죠?
예, 예?
아, 예, 감사합니다
(승효) 그, 다름이 아니고요
제가 어패럴 쪽에 문의를 좀 드리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혹시 제가 찾아 봬서 말씀드릴 수 있을까요?
아, 제가 그쪽으로 가야죠
아, 지, 지금 되십니까?
그러면 제가 한 시간 안에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화기 조작음] 예, 예
예, 이따 뵙겠습니다
[수화기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경아) 최 기사님, 사장님 내려가십니다
(승효) 그, 어패럴에서 만드는 브랜드 뭐죠?
- (경아) 신발요? - (승효) 아니, 신발 말고 속옷
(승효) 최근에 합작한 거
속옷...
비안트요?
비안트
[어두운 음악] 신축 센터 기공식 할 때요
그때 화정 사람들이 좀 많이 왔게?
다 막 계열사 사장이고 그랬는데 그 사람들이 그러는 거라
암 센터 새로 짓는 송탄 땅이 원래는 환경부 장관 땅이라고
화정그룹이 우리 병원 이름으로 장관한테서 샀다고
장관한테서 땅을 산 거 자체가 문제는 아니잖아요
이상엽 교수 처가에 공무원이 많아
그냥 공무원 아닐걸요?
이 교수님 처가 되게 빵빵하다고 들었는데요
(경문) 어, 그래?
내가 이건 나중에 우리 처가 어른한테서 들은 건데
아, 그, 우리 처가 쪽에 공무원이 많거든요
동서들도 그렇고
암튼 그 땅을 사들인 시기가
환경부하고 화정하고 되게 애매할 때였다고
(경문) 어떻게요?
그, 화정그룹이
[작은 목소리로] 화정그룹이 환경부한테 무슨 제재를 받을 때였다나 봐요
(경문) 제재면 무슨 징계 같은 거요?
그런 게 있었나요?
(진우) 그런 게 있었나요? 못 들은 거 같은데
못 듣게 만들었겠지
트러블이 생긴 정부 부처
제일 꼭대기 사람이랑 돈거래를 했으니까
(상엽) 내가 재판을 받는데
내가 재판받은 판사 집을 산 거지, 내가
씁, 그렇게 판사랑 돈거래가 있고 나서
재판에서는 무혐의 받은 거네요?
(진우) 화정에 아무 제재 없이 넘어간 거 보면
(경문) 그렇지
그런데 이게 이 교수 말마따나
거, 반드시 구린 목적으로 사들였다기에는
그 땅이 나쁜 땅은 아니에요
또 위치가 괜찮아, 부지도 좋고, 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걸 수도 있다고
(진우) 겸사겸사일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고 합법은 아니죠
아, 그렇게 쉽게 생각할 게 아니라니까
이건 구 사장만 걸린 게 아니에요
생각해 봐
현직 장관 걸렸지, 화정그룹 걸렸지
수도권에 그 정도 땅이면 수백억일 텐데
구 사장이 고용 사장인 주제에 무슨 돈으로 샀겠어
보나 마나 그룹 회장이 대 줬지
이거 조남형 회장까지 끼어들면 더 골치 아파져
구 사장을 압박하되 조 회장은 안 끼어들게 할 방법이...
그렇지만 뇌물인데 우리 쪽 승산 따진다고
불법을 뻔히 보고도...
그래야 되는 걸까?
이상엽 교수님 더 캐면 더 나올지도 몰라요
(진우) 화정하고 장관 사이에 구체적으로 뭐가 오갔는지
이 교수님 처가 그냥 공무원 아니고 높은 사람 되게 많아요
근데 이걸 던졌다는 건
본인도 뭔가 더 들은 게 있으니까
되겠다 싶으니까 던진 거예요
그렇다고 본인이 직접 나설 수는 없고
(경문) [중얼거리며] 이 교수님...
저는 좀 예약해 둔 게 있어서
응, 그래
저쪽은 이미 갔고
이쪽은 듣는 귀 많은 거 꺼릴 거고
전화드릴게요
(경문) 예 선생
동생이랑은 얘기해 봤어?
웬일이야? 진짜 왔네?
그럼 뭐, 가짜로 와?
(선우) 어디 가는데?
(진우) 있어
(선우) 있겠지, 그럼, 참...
어제 우리 회사에 전화했었어?
(진우) 응?
내가 폰 안 받는다고 내 책상 전화로 전화했다며
내 앞자리 사람이 오늘 그러던데?
(진우) 응
형이었구나, 어제 낮에
우렁 각시인 줄 알았냐?
[선우가 피식 웃는다]
(선우) 형이었구나
(선우) 전시 보려고?
(선우) 형, 어디 가?
형!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잔잔한 음악]
[선우가 흐느낀다]
(선우) 밀어 줘
[진우가 발로 휠체어를 달그락거린다]
(진우) 넌...
널 보면서 꿈을 키우는 사람들이 있어
너처럼 포기 않고 끝까지 공부하고
직장도 가진 사람 몇이나 되겠어
넌 그 사람들한텐 희망이야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왜 내 삶이
누군가한테 용기를 줘야 하는데?
난 그냥
사는 거야
이 삶이 난
그렇게 기쁘거나 좋지가 않아
(진우) 다 그렇게 살아
너만 그러는 거 아니야
난 그냥 끝나면 끝나는 대로
그렇게 하고 싶어
더 뭘...
형
고마워
(동수) 우라질 놈들
우리가 개구멍 짬밥이 몇 년인디
어디서 우리 홈그라운드를
[카드 인식음]
- (경문) 고마워요 - (동수) 예
(진우) 죄송해요, 과장님, 이런 것까지...
아, 시끄러워, 시끄러워, 얼른 가
[걱정스러운 신음]
송탄 부지에 대해서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기계 인식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경문) 사장님 눈에는 오합지졸로 보일지 몰라도
교수협의회는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모두 합의해서 퇴임을 요청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구승효 사장님의 해임을 발의했으니
받아들이시죠
환경부하고는 잘 풀리셨나요?
[긴장되는 음악] 징계 대신 토지를 매입하셨죠?
와...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그 관심도 병이네
이제 남의 일인데
뇌물로 쓰셨습니다
사장님한테 남의 일이죠, 이제
자리를 놓지 않으시면
송탄 부지와 환경부 장관 그리고 화정그룹까지
이 세 개가 한꺼번에 묶여서 구설에 오를 거니까
[인터폰이 울린다]
(경아) 어?
[인터폰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긴장되는 음악]
(세화) 우리 선생들 ID 내놔
또박또박 월급은 병원에서 타 가면서
아직도 소속 분간이 안 돼?
여기가 어디야, 여기 상국대병원이야!
넌 다른 건 신고 잘한다면서
그런 거야말로 째깍째깍 말했어야지
아, 뭐 좀 쥔 거 없어요?
(상엽) 저번에 그, 왜, 매출표 올렸을 때처럼
좀 뭐 없어요, 다들?
(진우) 매출표
제가 올렸습니다
(승효) '일원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비영리 의료 법인인 상국대병원은'
'영리 법인으로 전환될 것이다'
되게 하면 되잖아
(경문) 이게 뭡니까?
아셨죠? 이렇게 될 걸 아셨죠?
(경아) 뭐라고 하셨어요, 사장님?
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세요?
이건 왜 지금 다 보려고 하시는데요?
(남형) 내가 사람을 죽이랬어 시체를 뺏어 오랬어?
(남형) 구 사장 새끼도 그래
의사 것들이랑 놀아나니까 뭐, 자기가 사람 고치는 의사라도 되는 줄 알아?
(경문) 그쪽 회장님께서 너무 막 나가는 통에
이렇게 지지를 많이 받아 보기도 처음입니다
(승효) 후회 없이 해 봅시다, 서로
.라이프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