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13
(기자) 번복한 지 하루가 지났음에도
병원 측은 여전히 부검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하면 되죠?
(관계자) 조금만 천천히 톤을 약간만 좀 높입시다
[기자가 입을 푼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원장님 오늘 휴가 신청하셔서요 회의 못 오십니다
[문이 달칵 닫힌다]
(상엽) 진작 말할 것이지, 바빠 죽겠는데, 쯧
(민기) 잘 생각하셨네, 나라도 안 오지
그러게요 기자들한테 오죽 시달리겠어요?
어?
[태상이 파일을 탁 내려놓는다]
[태상의 힘주는 신음]
(태상) 아, 뭣들 해?
[문을 달칵 닫는다]
(태상) 응, 복지부에서 공문이 왔어
자살 방지 전담 카운슬러를 키워야 되겠다고
우리 병원에서도 교육을 받아야 되는데
[태상이 종이를 삭 넘긴다]
담당 부서가...
(정 위원) 왜 그러세요? 뭐 좋은 일 있어요?
(고 위원) 오, 한턱 쏴, 올해의 성취상 직원님
(선우) 네?
(정 위원) 아, 그거 또 예 위원이 받아요?
(고 위원) 인사과에서도 이견 없이 한 방에 올렸대
와, 자기 인기 좋다
기준이 뭔데요?
기준?
글쎄, 성취상이 무슨 점수 매겨서 주는 것도 아니고, 왜?
열심히 했잖아요 이번에 상국대 나간 것도 그렇고
현장 나간 걸로 치면 두 분
저보다 더 많이 하셨는데요
(고 위원) 뭘 따져, 주면 받으면 되지
제가 한 거라곤 아침에
남들하고 똑같이 일어나서 밥 먹고 출근한 거뿐인데
그게 그렇게 대단한 성취인가 해서요
그게 뭐, 어떻다는 건 아니고 자기가...
(정 위원) 아, 그, 상국대병원 대리 수술 나온 건
아직 정리 안 됐어요?
(고 위원) 아 참, 그거 왜 안 올려? 보고서 끝냈잖아
곧 하겠습니다
(고 위원) 하긴
요즘 거기가 대리 수술 정도는 유도 아니게 시끄럽긴 하지
(정 위원) 진짜
집의 형님 힘들어하시죠?
막 병원 난리도 아니지 않나?
저희 형이야 뭐 난리 날 직급도 아니고
그것보단 책임자가...
무슨 책임자?
아니에요
그래서 안 받는다고 해? 성취상?
제가 말할게요, 신경 쓰지 마세요
[카드 인식음]
(직원1) 구 사장이야?
(직원2) 어, 맞네
(직원1) 근데 왜 저러고 섰대?
[긴장되는 음악]
[심호흡]
[안도의 숨을 내뱉는다]
QL 날아갔어
파트너십 없던 걸로 한대
죄송합니다, 회장님
내가 왜 유족을 구슬리지 않았을까?
몇 푼이면 끝났을 걸
관련 기사 내리게 하고, 시체 빼돌리고
그랬으면 편했을걸
내가 왜 안 그랬을까?
구 사장 네가 자신해서
죄송합니다, 회장님, 제가 다시...
(남형) 됐어
다시 아니야, 우리가 해
[어두운 음악]
[엘리베이터 도착음]
병원 오래 비워도 되나?
(기사) 어?
벌써...
사장님
(기사) 죄송하지만 로비에 기자들이 많답니다
지하로 가도 되겠습니까?
(남형) 우리가 해
[노트북을 탁 집어 든다]
"암 센터 의료진"
"조정, 의학 박사"
(새글 21 기자) 맨땅에 헤딩하라는 것도 아니고
친한 의사 있으니 좀 알아보라는데 웬 쇠심줄이야?
상국대 의사면 뭐든 알 거 아니야
왜 뒤집었는지 그러고선 왜 벙어리 행세인지
자기들끼리 하는 얘기가 있을 거 아니야
그렇게 친한 사람 아니에요
(새글 21 기자) 친한 사람 아니면 안 되니?
여태 다 친분 있는 사람하고만 기사 썼어?
권 기자는 지금 당장 자기가 풀려나는 줄 알고 있다고
그리고 이건 우리 존폐가 달린 문제야
아니야?
[한숨 쉬며] 얘, 아는 사람이 없어도 상국대 아무나 붙잡고 물어볼 판에
그 알짜배기를 놔두고 너...
여기서 뭐 하니?
너 기자 아니야?
[무거운 음악]
기자 맞습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진우) 기억 안 나는구나?
난 또...
아니요, 그냥 여기 다시 생겼다고요
맞아요
없어지고 무슨 약 파는 데로 바뀌었었는데
기억하네요?
지금요?
어...
예, 오세요
[휴대전화 조작음]
(진우) 케이크 저거랑요, 커피도 하나 주세요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이정선 씨 아버님?
예, 저 예진우입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승효) 지금 오 원장 오라고 하세요
(경아) 네
[도어 록 작동음]
[전화기 조작음] [통화 연결음]
(경아) 원장님 진료실 계세요? 지금 사장실로...
아...
네
[경아가 수화기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오세화 원장 오늘 휴가라는데요
네?
[통화 연결음]
[연결 불가 신호음]
[휴대전화 조작음] [긴장되는 음악]
집 전화번호 갖고 있죠?
지금 해 보겠습니다
[경아가 수화기를 달그락 집어 든다]
[전화기 조작음]
[통화 연결음]
(경아) 여기 오 원장 남편 번호도 있는데 해 볼까요?
[전화기 조작음]
[연결 불가 신호음]
꺼져 있다는데요
[경아가 수화기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우리가 해'?
구조 실장?
구조 실장은?
구조 실장 오늘 본사로 출근한다고 해서
병원 소속이면 여기가 본사죠
지금 당장 오라 그래요
예
(정선 부) 그때 부검에 들어왔던 사진사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자기가 준 칩 꼭 돌려받고 싶다고
그리고 절대 자기 얘기 말라고요
저도 절대 말 안 한다고 걱정 마시라 했는데
그분이 너무 불안해해서...
아직 안 가셨어요?
[한숨]
이것들이 왜 기어 나와서...
곱창만 채우고 들어가요
(소정) 혼자 뭐 하세요, 근데?
(재혁) 어? 안 드시네?
아, 저희는 그만 처먹으러 가겠습니다
(재혁) 에?
누굴까?
누구요?
여자 사람이겠지?
예?
아, 그냥 가
아, 봐야죠
(소정) 아이씨...
가자 [재혁의 당황한 신음]
(재혁) 아, 저거 봐야...
(진우) 이런 게 필요해 보이시네요?
왜 안 드시고
혹시 그동안 새로 밝혀진 거나 내부에서 하는 말들...
어? 옷이 어제랑 같네요?
아...
죄송합니다
그게 아니라 몇 시간째 깨어 있는 거예요?
괜찮아요, 익숙해요
[걱정스러운 숨을 내뱉는다]
왜 그런 게 익숙해선...
아, 근데 무슨 말 하려고 하셨어요?
이정선 씨 얘기요?
아...
(서현) 집에 가요, 데려다줄게
네? 괜찮은데
(서현) 안 괜찮거든요?
지금 완전 좀비예요
핸들 잡자마자 꿈나라 가게 생겼어
아, 좀비...
괜찮은데
(서현) 아!
[서현의 만족스러운 신음] [부드러운 음악]
(진우) 아, 천천히, 천천히!
운전하니까 완전 딴사람이야
속았어, 속았어
이러면서 피는 어떻게 본대?
피 안 보자는 거잖아요, 지금
(진우) 방금 퇴근한 사람 누워서 출근시키려고
집까지 고이 모셔다드린다니까?
나 못 믿어요?
(서현) 익숙하다면서 그래도 다시 출근하긴 싫은가 보네
하긴, 집에서 뒹굴뒹굴이 최고죠
(진우) 집...
[진우의 한숨]
누구랑 살아요? 부모님?
동생요, 남동생 하나
[탄성]
남자 둘이면 서로 터치 안 하고 편하겠다, 그렇죠?
잘생겼어요?
걔가요?
에이...
[진우가 지퍼를 직 연다]
[서현의 놀란 신음]
(서현) 우아, 인기 많겠다, 여자 친구 있죠?
쩝, 글쎄요
나는 어떠십니까? 소개시켜 주지?
뭐를요? 누구를?
서현 씨를 얘한테요?
(서현) 응
[지퍼를 직 닫는다] [진우의 헛기침]
웃지 마요
왜요?
웃는 것도 내 마음대로 안 되나?
안 됩니다
웃을 건데요? [휴대전화 진동음]
아, 진짜 너무하네
아, 좀 자면서 가요 [휴대전화 진동음이 연신 울린다]
어떻게 자요? 불안해서
(서현) 저 운전 진짜 잘해요
- (진우) 아, 알죠 - (서현) 보여 줄까요?
(진우) 아, 저, 저기 앞에, 집중, 집중
(서현) 아, 참...
[통화 연결음]
[경문이 숨을 깊게 내뱉는다]
[연결 불가 신호음]
[연결 불가 신호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세팅 끝났습니다
어, 알았어
그, '영리 의료법을 허용할 경우에'
'저소득층의 의료 접근성을 따로 보장해야 한다'
이게 상국대병원의 공식 입장이라고 하세요
(승효) '우리도 공공 의료가 취약하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다'
일단 이걸 깔고 들어갈 거니까
예
(경아) 진흥원에서 하는 외국인 환자 유치 설명회는
저희 요구대로 상국대 분원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승효) 예
[숨을 깊게 내뱉는다]
그리고 오세화 원장, 주경문 교수
이노을 선생, 예진우 선생
[어두운 음악] [승효가 사인을 쓱쓱 한다]
면직 처리 하세요
(승효) 인수인계 기간 없습니다
(경아) 네
(구조 실장) 원장에 교수까지 한꺼번에 해고시키느니
차라리...
알겠습니다
공지 띄우겠습니다
[펜을 탁 내려놓는다]
(동수) 아니, 뭔 국회 의원실에서도 전화질이라면서요?
오 원장 바꿔 달라고, 응?
나 같아도
피하겄다
바로 당일에 전화해서 안 나온 적
한 번이라도 있었어요, 오 원장이?
아, 본인이 직접 휴가 쓴다고 했다면서요?
좋은 데 가서 전화기 꺼 놨나 보지, 뭐
[정희의 한숨]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 두셔도 좋습니다
(동수) 그, 언제 적 건데 그걸 멘트라고 쳐? 아유
(지용) 그 언제 적 멘트를 이 교수는 또 왜 알아듣고 그러신대?
바이오 시뮬레이터
오늘 그거 들어오는 날이에요
오 원장이 이날을 놓칠 리가 없는데
[코를 훌쩍인다] [휴대전화 진동음]
(동수) 응
아니야, 다 먹었어
왜, 환자 때문에?
응
가, 가, 응, 응?
그렇다고 설마 오 원장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죠?
[식판이 와장창 떨어진다]
아니, 저 양반은 또 왜 저런대?
[거친 숨소리]
(노을) 2주 후로 예약 잡아 드릴게요
- (보호자) 네 - 혜서 또 보자
- (보호자) 네 - 네
(보호자) 자, 가자
(노을) 안내해 주세요
(간호사) 이원석 님 들어오세요
(영재) 실례합니다, 죄송합니다
(노을) 과장님
[영재의 한숨]
너 무슨 짓 했어?
- 네? - (영재) 아, 너 뭔 짓 했냐고!
뭔 짓을 했길래 해고를 시키겠대?
[어두운 음악]
(영재) 오 원장, 주 교수, 예진우
내가 이 셋까지는 이해를 하겠는데
아, 넌 뭐야?
저요?
(영재) 너도 명단에 포함됐어
사장실에서 너 자른대
아, 이게 무슨...
도대체 뭐로 찍혔니?
왜 불똥이 우리한테까지 튀어!
(노을) 이정선 씨는요?
(승효) 성과급제 하지 말자는 얘기겠죠, 뭐
아시는 분이 간호사들 초봉을 후려쳤네요
(승효) 결과는 어차피 한 가지인데요
[통화 연결음]
빌어먹을 놈
(동수) 또 어디 가서 처자빠진 거야, 또
[통화 연결음]
[동수의 한숨]
(동수) 아...
아이고, 예 선생 어머님 아니세요?
어쩐 일로시다가?
안녕하셨어요?
진우가 안 보이네요?
(동수) 아...
얘 어젯밤 꼴딱 새워서 그런가
집에 가서 기냥 곯아떨어졌남 영 안 받네요
[동수가 살짝 웃는다] (진우 모) 어머, 걔가 왜
과장님 전화를 안 받을까요?
아, 그럴 애가 아닌데
아, 죄송합니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고요, 예
아유, 별일도 아니어요, 예
아, 저 그럼 바쁘실 텐데 이만
(동수) 아, 예, 예, 그만 들어가세요, 예
아휴, 나, 씨...
[밖에서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들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옅은 신음]
[힘겨운 신음]
야, 벌써...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진우 모) 다 잤어?
잘 일어났다
밥 먹고 도로 자
(진우) 아, 언제 왔어요, 왔으면 깨우지
방금
(진우) 아, 이것들 다 쓰는 것도 아닌데
다 했어
(진우 모) 너희 병원은 괜찮니?
요새 TV고 신문이고 틀면 나와, 병원이
(진우) 밖에서나 그러지
안에서는 일하느라 잘 몰라요
선우랑은 별일 없지?
별일 있을 게 뭐 있어, 우리가
선우가 혼자 살고 싶대
너한테는 얘기 없었어?
그거 때문에 놀라서 오셨어요?
그럴 수도 있지, 뭘
(진우 모) 메일을 보냈어, 선우가
(진우) 엄마한테?
그 자식은 간지러운 짓을 잘해, 가끔
[한숨]
뭐라고 썼는데요?
사고가
그렇게 된 게 자기 탓이래
[잔잔한 음악] 아빠 죽은 게 저 때문이라고
[진우 모의 떨리는 숨소리]
(진우 모) 내 잘못이지
애 위한답시고 모른 척 지나간 게
여태껏 그 긴 세월을
그게 애 가슴을 누르고 있는지를 몰랐으니
[진우 모의 한숨]
그렇다고 이제 와서
'나도 네 형도'
'우리 다 알고 있었다' 해 버리면
그 심성에 또
우리가 그동안 절 원망하진 않았을까
걱정할 거 같고
[진우 모의 한숨]
내가 슬쩍 얘기할게요
엉뚱한 생각 안 하게
선우가 나와 살겠다길래
혹시 얘가 자기 형이 짝을 찾아서 이러나
내가 어디서 누구를 만나? 그 시간에 잠을 자지
그럼 혹시 병원 사람 중에는?
아, 병원에 누가 있어요? 노을이 같은 애밖에 없지
아, 엄마
형제끼리 상도가 있지
내가 걔를 만날까 봐?
[진우의 헛웃음]
아, 그건 둘째치고
지금 당장 노을이랑 나랑 무인도에 갖다 놔도
서로 수렵 채취하느라 바빠
서로 더 먹겠다고 싸워
아휴, 가 봐야겠다
(진우) 아이...
뭐, 일만 하다 간대
선우 금방 와요
(진우 모) 아, 아니야
일찍 가 봐야 돼, 오늘은
원래 여기를 오려고 했던 게 아니라서
(진우) 모셔다드릴게요, 그럼
(진우 모) 차 갖고 왔어
주차장까지만
우리 아들
(진우) 아이참...
(진우) 엄마
(진우 모) 어
얘, 감기 들어
어? 뭐 좀 걸치고 나와
(진우) [웃으며] 엄마, 쪄 죽어
(진우 모) 아직 그래도 뭐 좀 걸쳐야 되는데? [진우의 웃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어두운 음악]
[키보드를 탁탁 치는 소리가 들린다]
(선우) 대체 그 심정이 어떠셨을지
얼마나 무섭고 깜깜했을지
생각해 보면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엄마는
지금 제 나이셨어요
(선우) 더 빨리 지금처럼 사셨어야 했는데
엄마를 보내드렸어야 했는데
(진우) 집에 가서 또 저녁 해야 되는 거야?
(진우 모) 아니
노인네 둘이라 뭐 안 해 먹어
엄마가 무슨 노인네야
진짜 노인네가 들으면 화내요
그렇지?
(선우) 혼자 되신 엄마가
실은 한창 고운 때였다는 걸
다 지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선우) 다 커 버린 저를
무거운 저를
밀고 끌고 의대 건물 언덕을 수없이 오르시던
나의 어머니
(선우) 차가운 학교 복도에서
늘 절 기다리시던 어머니
그게 왜 괜찮을 거라고 쉽게 넘겼을까요?
지금 생각하면
어쩜 그리도 미련맞고 [진우 계부의 옅은 신음]
철없는 자식새끼였을까요
아이...
(선우) 절 버리고 갔다 생각하지 마세요
제발 미안해하지 마세요
(선우) 저만 아픈 줄 아는 못난 아들이었습니다
밖에서는 아무 말 못 하면서
집에서만 화내고 소리 질렀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모든 날을
모든 젊음을 저에게 쏟아 주셨습니다
(선우) 세상 누가 나에게
어머니처럼 다시 없을 사랑을 품어 줄까요?
(보훈) 아이고, 아이고, 저...
- (보훈) 아유, 진우 어머니 - (진우 모) 아유, 안녕하세요?
(보훈) 아이고, 예, 안녕하셨어요?
잘, 잘 지내셨죠?
- 예, 덕분에, 잘 지내시죠? - (보훈) 예
(보훈) 아, 그럼요
아, 애, 애들 때문에 오셨구나
(진우 모) 예, 반찬 좀...
(보훈) 아, 그러셨어요?
아, 주시죠, 제가 들어... [진우 모와 보훈의 당황한 신음]
(선우) 꼭 드려야 될 말씀이 있어요
보훈 아저씨가 저 대신 얘기해 주셨길 바란 적도 있었지만
상담 중에 들은 말을 절대 흘리실 분이 아니니까
이젠 아저씨도
영원한 곳으로 떠나셨으니까
제가 해야 되는 거죠?
엄마
[새가 지저귄다]
(선우) 처음에 말을 안 하니까 그다음에는
도저히 입을 뗄 수가 없었어요
형도 몰라요
(진우 모) 여보
나 우리 아들 의대 보냈어
잘했지?
당신 나 엄청 자랑스럽지?
(선우) 아버지를 그렇게 만든 건
저예요 [진우 모가 흐느낀다]
사고...
저 때문이에요
[캐리어를 끄는 소리가 들린다]
(선우) 아빠가 하지 말랬는데
차 안에서 안 된다고
그런데 제가... [자동차 엔진음]
(선우) 저는
어머니한테서 남편을
형한테서 아버지를 지워 버린 놈입니다
엄마
제발 저에게 미안해하지 마세요
제 다리는 벌받은 거예요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진우 모) 혼자 살고 싶대
(노을) 둘이 만나는 거 봤어, 선우도 같이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 (진우) 뭐 해? - (선우) 안 잤어?
(진우) 새집으로 가고 싶어서?
(선우) 아니, 그냥 구경
들어가 자
내일 나이트 근무야 잠은 낮에도 실컷 자
(선우) 응
(진우) 그래서...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진우) 예, 과장님...
(동수) 너 이 새끼 뭐 하다 인제사...
너 내가 엔간히 허라고 혔어, 안 혔어?
- (진우) 네? - (동수) 잔소리할 얼굴
(동수) 안 볼 생각 하니께 아주 속 시원하지, 아주? 잉?
그러게 왜 혼자 나서 가지고 이 사달을 내냐는 말이여
이 염병할 놈의 새끼야 [사이렌이 울린다]
너 어떡할 거야, 이제
(진우) 무슨 소리세요? 얼굴을 안 보다니
(동수) 아, 나도 몰러! 씨, 너 생긴 대로 혀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종료음]
(진우) 아니...
- (노을)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 (영재) 응
(영재) 이 선생
술 한잔할까?
(노을) 아...
가 봐야 돼서요
(영재) 아휴...
웬만해야 술이 먹히지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경아) 지금 가세요?
(노을) 아, 네
(노을) 저, 팀장님
(경아) 네? 저요?
저랑 술 하실래요?
네?
갑시다!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경아) 짠
[쓴 숨을 내뱉는다]
요 맛이지
끝나고 요 맛인데
평소에는 술 안 하세요?
(경아) 내가 누구랑 부어라 마셔라를 하겠어요?
사장님이랑? 아유
아, 명색이 팀장인데 회식할 팀원 하나가 없어
아, 뭐, 우리 사장님이 원래는 좋은 분인데...
[한숨]
두 분은 언제부터 같이 일하신 거예요?
(경아) 음...
한 5, 6년 됐나?
사장님이 나 일하던 부서로 왔고
나중에 로지스로 발령 나시면서 절 거기로 데려가셨어요
스카우트되신 거네요, 그럼, 팀장님
그 양반이
(경아) 사람 보는 눈은 또 귀신이에요
[쓴 숨을 내뱉는다]
(경아) 원래 미운 정이 제일 독한 거라고
처음에는 좀 그랬는데
사람이 쓸데없는 소리 안 하고
지분대지도 않고
남자로서도 우리 사장님
정말 지분대는 거 없이 사람 단칼에 날리시더라고요
그거는...
보복성 인사 조치...
원래 많이 하시는 분이세요 구 사장님?
- 이 선생님 - 그래요?
아휴...
[경아가 술을 졸졸 따른다]
얼마나 싫었을까, 내가 계속 말 시켜서
자르려고 벼르고 있는 줄도 모르고
[노을이 술을 졸졸 따른다]
[노을의 한숨]
(경아) [한숨 쉬며] 진짜...
[쓴 숨을 내뱉는다]
여기 소주 한 병 더 주세요!
아니, 두 병 주세요, 두 병
아유!
[휴대전화 진동음]
[차 문이 탁 닫힌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예, 강 팀장님
(경아) [술 취한 목소리로] 아, 사장님
저 여기 근처인데 나 좀 데리러 와 주지
뭐라고요?
(경아) 아! 무슨...
맨날 나만 사장님 데리러 가고, 씨
이씨, 그거 뭐, 좀 한 번 못 해 주나? 어?
매일 사장님 내가 해 달라는 건
[딸꾹질하며] 하나도 안 해 주고, 이씨
강 팀장
미쳤어요?
(기사) 강 팀장님이 없는데요, 사장님?
[한숨]
[차 문을 탁 닫는다]
기다려요
(기사) 예
[노을의 술 취한 신음]
[노을의 한숨]
(노을) [술 취한 목소리로] 팀장님, 어디예요, 빨리 와요
[승효의 한숨]
(승효) 저기요
혹시 화장실에 엎어져 자고 있는 분 계신지
확인 좀 부탁드릴게요
갑시다
(승효) 갑시다
여기서 살 거예요?
(주인) 저기요
화장실에 아무도 없는데요?
(주인) 아까 그 여자분이 계산하셨는데요
몇 병이나 마신 거예요?
소주 여섯 병요
[한숨 쉬며] 둘이...
(기사) 실례합니다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누구세요?
예?
대리 부르셨죠?
제가요?
(기사) 어디로 모실까요?
[기사의 당황한 신음]
서초동요
(기사) 예
하, 저걸 저렇게...
[노을의 힘주는 신음]
(기사) 저, 안으로 들어가 주셔야 되는데...
[차 문이 탁 열린다]
아니, 이걸 이렇게 막 타면 어떡합니까?
(승효) 누구 차인 줄 알고 타요 이 시커먼 밤중에?
아니,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아무나 믿고 따라가요?
(노을) 그러게요
내가 왜 아무나 따라갔을까요?
어떤 사람인지 다 들었으면서
[무거운 음악] 왜 믿었을까요?
저, 사장님?
서초동 왔는데 어떡하죠?
민증에 주소는 있을 텐데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예선우 선생?
(선우) 누구시죠?
나 상국대병원의 구승효입니다
저, 혹시 이노을 선생 집 주소 알아요?
(선우) 구 사장님요?
사장님이 왜요?
얼마나 취했는데요?
제가 갈게요, 어디세요?
누나 집 여기서 차로 5분이면 됩니다
내가 가요, 어디냐니까요?
아니, 어디가 아니라 지금 차 안이라고요
집 주소 몰라요?
힐빌리지 301동요 [어두운 음악]
예
[휴대전화 조작음]
[기계음이 삑삑 울린다]
[탁 부딪친다]
(선우) 택시, 택시!
택시!
택시
(기사) 도착했습니다
이노을 선생
이 선생
(노을) 감사합니다
[뛰어가는 발걸음]
[노을의 다급한 숨소리]
[인터폰 조작음]
이노...
되게도 싫은가 보네
[거친 숨소리]
방금 들어갔어요
(승효) 아니, 차로 5분 거리를...
아, 택시!
(승효) 저거 타고 가요
아이씨, 저거 몇 번이야, 저거
놔두세요
(승효) 갑시다
가세요
(승효) 이노을 선생 좋아해요?
[차분한 음악]
아니요
좋아하면...
좋아하는 사람이 술 때문에 힘들어하면
당장 달려와야죠
나는 그러질 못했으니까
좋아하는 게 아니겠죠
왔잖아요
오지 않은 거랑 뭐가 다르죠?
[심전도계 비프음]
[긴장되는 음악]
(은하) 안 쌤, 랩
(안 선생) 랩 나갈게요
(동수) 콜 내려온대?
- 예 - 혈압 60까지 떨어졌습니다
- (동수) 세일라인 푸시 - (은하) 네
응급 수혈하고 인투베이션 준비
(방 선생) 네
(동수) 24cm 고정
(은하) 고정할게요, 24cm
- 심초음파 - 심초음파요
(소정) 혈압 50, 계속 떨어집니다
폴 다운이고요
(소정) 아파트 11층에서 떨어졌는데 나무에 걸려서 직접 충격은 피했답니다
팔다리 골절 의심되고 혈압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서
내부 출혈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탬폰 아닐까요?
카디액 탬폰, 심낭 천자 갑니다
(소정) 네
- (진우) 샘플요 - 네, 랩 나갈게요
혈압, 맥박 안정권입니다
혈압 다시 떨어지기 전에 수혈하면서 수술장으로 빨리
네
[물소리가 들린다]
부처님인지 무서운 사람인지 분간을 못 허겄네
나 같으면, 씨, 쌍욕을, 욕을 하고 박차고 나갔을 거인디
구 사장이 주 교수님도 쳤습니까?
이노을 선생, 오 원장님까지
원장님은 연락 두절이야
(동수) 들은 거여, 애초에 눈치 깐 거여 오 원장은?
그 자존심에
(소정) 예 선생님, 그냥 당하시면 안 돼요 가만히 계시지 마세요
가만히 있으면 사장님께 대한 예의가 아니지
[긴장되는 음악]
아, 어떡하려고?
해보자는데 해 줘야죠
[승효의 피곤한 숨소리]
[한숨]
[개가 낑낑거린다]
[승효의 힘주는 숨소리]
[잔잔한 음악]
(승효) 너밖에 없구나
제가 너무 취해서 정신 줄을...
(승효) 놨는데
계산은 멀쩡하게 하고 가셨던데요?
카드 긁는 게 주사라서...
(승효) 사람 오라 하고 튀는 주사
애먼 사람 남겨 놓고 튀는 주사도 새로 생긴 거죠?
아, 원래 그렇게 달리려던 게 아니었는데
너무 슬프니까 불가항력적으로다가
갑자기 이노을 쌤이 막 우니까 저도 어쩔 수 없이...
그래서
잘리는 사람마다 붙잡고 술 상대 해 주시게요?
그럼 난 몇 번이나 더 가면 됩니까?
아, 그게 아니고요
[한숨]
예선우 선생요 전에 왔던 심평원 그...
많이 아프대요
길어 봐야 10년, 15년이래요
[무거운 음악]
'길어 봐야'라니요?
(경아) 그, 뭐, 다리 때문에
혈정? 혈창이 생겼다나?
그... 죽는다고요?
(경아) 노을 쌤이 그러면서
그 똥그란 눈으로 눈물을 철철철철...
제 마음은 또 너무 여리고
그 젊은 사람이 죽는다니까 또 너무 불쌍하고 그래서
그때부터 둘이...
인공 관절에 유효 기간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현재로는 10년에서 15년 사이
입니다
[전화벨이 울린다]
네, 뭡니까?
(구조 실장) 아, 사장님, 지금...
교수진 거의 전원이 강당에 모여들고 있답니다
무슨 일로요?
(구조 실장) 아직 거기까진 모르지만
교수 밑의 고참들도 꽤 참석하나 봅니다
[수화기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어두운 음악]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긴장되는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경문) 예 선생
오 원장 여전히 꺼 놨어
우리끼리 해야겠는데
[리모컨 조작음]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진우) 최근 저희 병원을 둘러싼 정치적, 의학적 의혹은
해지에 관한 조례 1
총괄 책임자가 직무에 관하여 부정행위를 하였을 시에 해당하며
이어 파생된 보복성 인사 조치는
2번, 기관이 지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의료진을
임의로 파면할 수 없다는 강령의 위반입니다
이에 경영진의 전횡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되는바
상국대학병원 총괄 책임 구승효 사장의 파면 해임 발의를
이 자리에서 촉구합니다
[긴장되는 음악]
[의사1의 헛웃음] [의사2의 한숨]
(동수) 저것이 되겄어?
여태까지 우리 뜻대로 된 게 하나라도 있남?
난 회의적일세
먼저 어떻게 할지 방법도 얘기 안 해 봤잖아요
(동수) 방법은 무신...
아, 재단 상대로 싸우자는 거인디
아서, 국으로 가만있는 게 나아
(정희) 이만큼 가만있어 줬으면 됐지 또 가만있어요?
얼마나 우리를 파리 목숨으로 봤으면
병원장을 공고문 한 장으로 쳐내?
(동수) 아니, 우리가 무신 수로 화정그룹이랑 싸운디야?
최악의 경우에는 다 가운 반납하고 개업해야 되는디
개업이 최악의 경우인가?
(동수) 뭐, 허기사
이 많은 사람들 다 족쳐 내면
화정그룹이라고 마냥 버팅길 수도 없겠지만서도 말이여
뭐, 전이될 거 무섭다고 암세포 놔둘 수는 없잖아요
해 봅시다
어떻게 할 건데?
오세화 원장님의 발의
혹은 교수협의회 3분의 2의 찬성
- 따라서... - (태상) 여기 누구
그, 오 원장하고 연락되는 사람 있어요?
(태상) 씁...
이 중차대한 국면에
원장이 자기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단 말이야
어, 그, 해임권 발의로 중론이 모아진 거 같은데
그럽시다, 발의합시다, 내가 하지
자격이 안 되십니다
무기 정직 처분
김태상 부원장께서는 발의하실 수 없습니다
너야말로 무슨 자격으로 지껄이고 있어?
여기 지금 나 말고...
현재 상국대학병원 부원장직은
공석입니다
(진우) 공석이 된 그 자리에
흉부외과 주경문 교수님을 추천합니다
(태상) 아니, 정직은 안 되고 해고된 사람은 되고?
허, 무슨 논리가 이래?
누가 절 해고했습니까?
(경문) 지금 구 사장 단독 처분에 동의하시는 겁니까?
그런 분께서 어떻게 해임을 발의하죠?
(진우) 주경문 교수님은
지난 원장 선거 결선 투표에서 차 득표자이십니다
그보다 더한 자격이 어디 있습니까?
반대하시는 분 계신가요?
이의 있으시면 지금...
(태상) 이놈이 어떤 놈인 줄 알아?
이놈이 나를 심평원에 몰래 갖다 찌른 놈이야!
[긴장되는 음악]
(태상) 심평원 현장 조사
외부인인 척 가짜 이름으로 자기 스승을
20년 선배를, 교수를
무슨 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성공적으로 끝난 수술에
나를 고발한 놈 예진우!
우리가 그렇게 애를 써서 어떻게든 사람 살려 놓으면
그 진료비 깎자고 달려드는 그 원수 같은 놈들한테
나를 팔아먹은 것도 부족해서
걷지도 못하는 자기 동생 불러다가
동정표로 나를 까발린 놈이야!
[긴장되는 음악]
이동수
너 이런 배신자를 키운 거야
(태상) 배신자 놈이 어디서 내 앞에서
[한숨]
야, 너
이놈 이런 놈인 줄 알고 붙어먹었냐?
너희들 언제부터 작당했어?
시골에서 올라올 때부터?
예진우 선생, 사실인가?
[긴장되는 음악] 예 선생, 대답해요
김태상 교수 고발했어? 평가 위원회에?
네, 제가 했습니다
너 미쳤어?
[웅성거린다]
[답답한 숨을 내뱉는다]
(지용) 정신 나간 새끼 아니야, 저거?
(의사3) 그러게 말이에요
(의사4) 찔러 넣을 데가 없어서 어떻게 거기다...
왜?
야, 장민기
(태상) 이상엽이
김정희, 서지용이
이 중에 이보훈이 피 안 빨아먹은 인간 어디 있는데!
(태상) 주경문이
네가 정말 자리에 욕심이 없어?
교수님 코드도 다 막힌 거죠?
외래, 수술 다 날아갔어
[컴퓨터 오류음] (경문) 내가 아예 지워졌어
(노을) 왜 그랬어요?
(승효) 그걸 내가 지금 왜 설명해 줘야 합니까?
(노을) 사장님은 대체 끝이 어디예요?
바닥 보기 싫으면 관둬요
(진우) 이걸 보여 드리려던 사람이 있었죠
우리 병원을 보여 드리면 구 사장님도 달라질 거라던 사람이
매일매일 이 풍경을 보면서도 달라지지 못했던 거네요
(진우) 그렇게 살면 좋습니까?
가는 데마다 망가트리면 좋아요?
여길 왜 온 겁니까?
(승효) 정말로 망가지고 아프게 되고 싶어?
.라이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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