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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12

 (직원1) 지나가겠습니다, 찍지 마세요 [카메라 셔터음]

 

찍지 마세요, 잠시 지나가겠습니다

 

[기자들이 질문한다]

 

- (직원1) 찍지 마세요 - (직원2) 실장님

 

(직원1) 지나가겠습니다 찍지 마세요, 찍지 마세요

 

카메라 내리세요, 내리세요

 

[어두운 음악]

 

(구조 실장) 드시죠, 사장님

 

(구조 실장) 조문 마치셨습니까?

 

[차분한 음악]

 

(선우) 좋아했다고, 좋아한다고

 

나중에는 오늘을 후회할 수도 있겠지?

 

언젠가 정말

 

말 못 할 날이 오기 전에

 

(경문) 전해 드렸나?

 

(진우) 네

 

[문이 달칵 열린다]

 

너 미쳤니?

 

(새글 21 기자) 지금 이 분위기에서 이런 기사 내면 어떻게 될 거 같아?

 

돌 맞아 죽어

 

처음부터 까놓고 제보자 노출시킨 것도 아니고

 

우리가 자꾸 몰리고 공격당하니까

 

'이정선이라는 사람이 정말 있소 거짓말 아니오'

 

얼굴 공개했다는 얘기잖아, 이게

 

제보자한테 해가 될 걸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어요

 

근데 막으려는 노력을 안 했어요

 

우리한테도 책임이 있다는 걸 먼저 밝히고 사과하고 그다음

 

그럼에도 왜

 

가해자로 찍힌 우리가 부검을 주장하는가

 

늦었지만 그게 길이에요

 

지금은 합리고 원론이고 그런 게 안 먹혀

 

이정선 씨 목숨 빚만 진 게 아니에요

 

우리는 말로는 진보 언론이라면서 불신을 조장했다고요

 

'저것들 봐 저것들도 결국 다 쓰레기야'

 

'그나마 쟤들은 다르려나'

 

봐 줬던 사람들을 확 꺾어 놨단 말이에요

 

누구는 밝혀선 안 된다 누구는 보호해 줘야 된다

 

너무 여기에만 매달리면 그게 바로 자체 검열이야

 

너 우리가 검열을 얼마나 혐오했는지 기억 안 나니?

 

선배는 스스로를 능력 있는 기자라고 생각하세요?

 

(새글 21 기자) '아니, 너 능력 없어'

 

그거 돌려 말하자고, 지금 나한테?

 

(서현) 아니요, 전 선배가 재능 있다고 믿어요

 

뭐가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거하고

 

검열하는 거의 차이를 제대로 구별한다고 믿어요

 

안 돼

 

우리 일이 뭐예요?

 

대중이 정치에 환멸을 갖게 만들면 끝인가요?

 

그게 목적이에요?

 

안 돼

 

[어두운 음악]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발걸음 소리가 멀어진다]

 

이번에는 대답해 주세요

 

전에 여쭌 적 있죠? 암 센터 사망 사고

 

나중에 그걸 빌미로 써먹으려고 공개했는지

 

진짜로 유족을 위해서 한 건데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건지

 

그게 지금...

 

왜 다시 궁금한 건데요?

 

우리랑 응급이랑 내보내려던 것도

 

그걸로 파업 소리 나오게 해서는

 

정작 다른 일로 반발 못 하게 유도한 거였어요?

 

그래서 갑자기 철회했어요?

 

'하다 보니' 같은 건 없습니다

 

사업을 우연으로 하진 않아요

 

그럼 정말 작정하고...

 

[한숨]

 

수술할 때 그런 경우 없습니까?

 

(승효) 예상과는 달라서 다음 대처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경우

 

(노을) 그럼 안 돼요

 

수술은 그러면 안 돼요

 

(승효) 좋겠네요

 

사업은 항상 변수가 튀어나오는데

 

끊임없이 대응해야 되고 빠르게 대처해야 되고

 

늘 플랜 B를 염두에 둬야 되고

 

그다음, 그다음을 내놔야 합니다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사람은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변수였군요

 

그때 익명으로 올라온 매출표가

 

변수죠

 

그러니까 사장님은...

 

그런 사람은 아니네요

 

그럼 지금은요?

 

이정선 씨는요?

 

사장님이 명령했어요?

 

[무거운 음악]

 

갑시다, 이노을 선생

 

가요

 

와서 뭘 어쨌는데?

 

발인이 내일 몇 시랬지?

 

구 사장은 알고 있어?

 

알았어, 계속 봐

 

[휴대전화 조작음]

 

[긴장되는 음악]

 

(진우) 펜을 쥐고 종이를 놓고

 

어떻게 써야 하나 몇십 분째 앉아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두 분을 설득시킬까

 

없는 문장을 짜내는 중입니다

 

(진우) 저도 가족을 잃은 전력이 있으니

 

두 분의 아픔에 공감한다고 써야 하나

 

하지만 자식 잃은 심정을

 

거짓으로라도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한숨]

 

이정선 씨 어머님, 아버님

 

이 말밖에는 드릴 수가 없네요

 

꼭 부검을 하셔야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진우) 마음을 헤아려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렇게 해 달라, 저렇게 해 달라

 

주변에서 쏟아지는 많은 소음에

 

저마저 하나를 보태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부탁드립니다

 

(라디오 속 앵커) 이번 협상으로 믈라카 해협에 억류됐던 인질이

 

모두 풀려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정채용 국회 의장의 공적 자금 불법 사용 제보자였던

 

고 이정선 씨의 부검이

 

오늘 새벽 유족에 의해 공식 요청 됐습니다

 

보다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유족 측이 부검을 요청함에 따라...

 

 

[라디오 뉴스가 흘러나온다] 형!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구조 실장) 어머님

 

대절한 버스도 벌써 와 있고요

 

친척분들도 기다리시는데

 

(정선 고모) 아이고, 참!

 

자기 자식 자기가 부검하겠다 카는데 왜들 이래요, 진짜! 쯧

 

화장장도 예약이 벌써 꽉 차서 몇 시간만 늦어도 오늘 못 하세요

 

[정선 고모가 화난 숨을 내뱉는다]

 

이 푹푹 찌는 더위에 어떡하시려 그러세요?

 

(정선 부) 이봐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냥 좀 내버려 둬요, 예?

 

(직원2) 국과수에서 이 상태로는

 

정확한 결과를 얻기 힘들 거라고 전해 왔습니다

 

무슨 소리야?

 

(직원2) 기온이 너무 높아서 시신을 얼려서 보관했답니다

 

꽁꽁 언 시신을 다시 녹이면 부검이 어렵다고요

 

(정선 모) 우리 애를...

 

녹이고 얼리고 그랬단 말이에요?

 

(직원2) 그러니까 처음부터 부검을 하시겠다고 했으면

 

안 그랬을 텐데요

 

(진우)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긴장되는 음악]

 

사산된 태아도 아니고 어른을

 

훼손되도록 놔두지 않습니다, 절대

 

(정선 모) 다 필요 없어요

 

선생님 때문도 아니에요

 

다 듣기 싫고

 

부검...

 

할 겁니다

 

[직원2의 난감한 신음] [휴대전화 진동음]

 

(직원2) 어머니

 

[한숨]

 

[통화 연결음]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경아) 어? 열지도 않았는데 누가...

 

[긴장되는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승효의 어깨를 탁 붙잡는다]

 

[아파하는 신음]

 

죄송합니다, 회장님

 

[키보드를 탁탁 치는 소리가 들린다]

 

(태상) 응, 다 됐냐?

 

(의사) 맺음말을 뭐라고 할까요?

 

씁, 근데 그거 진짜 부검이 될까, 100%?

 

(의사) 일단 사장실 사람들이 막고는 있는데요

 

유족이...

 

특히 엄마 쪽이 안 물러나게 생겼던데요

 

아무리 재벌 그룹이 개입됐어도

 

내 자식 내가 부검하겠다고 보호자가 끝까지 버티면

 

하게 되지 않을까요?

 

(태상) 음

 

아, 이런 말 쓰지 말라니까 [의사의 아파하는 신음]

 

'규탄' 이거 지워, 규탄 아니야

 

(태상) '옳고 그름' 그런 말 쓰면 안 된다니까

 

그거 가리자는 게 아니라

 

'의사로서 한 생명에 얽힌 진실을 밝힐 의무가 있다'

 

아...

 

'통감한다'

 

통감 좋네

 

아, 네

 

부검 결정된 거 아닙니다 기사 내려 주세요

 

(구조 실장) 응, 인적 사항까지 전부 다

 

지금 바로 보내 줘

 

[어두운 음악] [한숨]

 

(남형) 앉으라니까요?

 

[한숨]

 

부검을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검시 결과로는 후두부 좌측에

 

(남형) 어이

 

익히 아는 거 말고

 

사인이 뒤집히겠느냐, 아니냐, 어?

 

대답 못 해요?

 

원장이 몰라요?

 

50 대 50입니다

 

어느 쪽으로든 장담 못 합니다

 

에이씨

 

기타 질환이나 심혈관 쪽 케이스는 검시만으로는...

 

됐습니다

 

[남형의 한숨]

 

알겠습니다

 

(남형) 구조 실장 들어오라고 해요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닫힌다] 앉아

 

[도어 록 작동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구조 실장) 유가족 모두 처음에는 화장 절차에 동의했고

 

이렇다 할 낌새는 전혀 없었는데

 

아무래도 보고드린 의사 두 명이 언질을 준 것 같습니다

 

무슨 언질?

 

(구조 실장) 내용은 모르겠습니다만

 

조금 전 안치실에서 이정선 씨 모친을 대하는 것도 그렇고

 

확실히 부검 결정에 관여했습니다

 

[남형의 한숨]

 

누구인데?

 

응급 소속 예진우입니다

 

(구조 실장) 친부는 사망 친모는 재가해서 따로 살고 있습니다

 

경력상 특이 사항은 없고

 

동생이 심평원에서 근무 중인데 하반신 불구입니다

 

원내에서는 동기 의사와 교제 중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남형) 하반신 마비 정도로는 성에 안 차나 봐?

 

꼼짝 못 하고 형제가 다 드러눕게 해 줘야 되나?

 

또 하나는?

 

(구조 실장) 흉부외과 주경문 교수인데

 

원장 선거 경선 끝에 현 오세화 원장한테 밀려서 패했고

 

그 외 인적 사항에서는 특이점 없습니다

 

가족은?

 

(구조 실장) 전업주부 아내하고 고등학생 딸이 있습니다

 

(남형) 애는 건들지 말고 전업주부는 건들 게 없고...

 

교수급이면 몇 년을 칼을 잡았겠네?

 

의료 사고 기록 찾겠습니다

 

안치실에 온 의사는 뭐 여기 사람이랑 사귄다고?

 

(구조 실장) 예, 소아 청소년과 여자 의사요

 

[남형이 혀를 찬다]

 

남자 친구 잘못 둬서 뭔 고생이야

 

(구조 실장) 네, 회장님

 

[어두운 음악]

 

(노을) 잘 지나갈 거예요

 

(남형) 하반신 마비 정도로는 성에 안 차나 봐?

 

꼼짝 못 하고 형제가 다 드러눕게 해 줘야 되나?

 

[엘리베이터 조작음]

 

부검 진행하시죠

 

[긴장되는 음악]

 

지금 막으면

 

가리고 덮을 게 있다는 확증만 내줄 뿐입니다, 회장님

 

50 대 50이라잖아

 

100으로 만들겠습니다

 

사인이 뒤집히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원장도 장담 못 하는 걸

 

제가 장담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실장님

 

예, 사장님

 

(승효) 부검의 초빙하세요, 외부 법의학자로

 

상국대병원 사람은 부검실 출입 자체를 차단시키고

 

부검을 주장하는 쪽도 검시를 했던 오세화 원장도 전부

 

참관이나 관여 어느 것도 안 됩니다

 

(경아) 사장님, 저는 무슨 일을 할까요?

 

(승효) 위탁하지도 말고 전부 이 병원 안에서 처리하세요

 

공식 브리핑은 초빙된 부검의가 하게 하고

 

유족의 요구대로 진행하되 [기계 인식음]

 

[문이 달칵 열린다] 결론은 그대로

 

외부 충격에 의한 사망

 

그게 끝입니다

 

부원장님이 부검 촉구한다고 성명서 올리셨대요

 

이거는 그거 지지한다 서명하라고

 

[한숨]

 

(소정) 꼭 받아 오라고...

 

- (동수) 방 쌤! - (방 선생) 예

 

[한숨]

 

[숨을 후 내뱉는다]

 

(창) 과장님

 

(민기) 응, 어휴, 많이 늦었네

 

[민기가 숨을 깊게 내뱉는다]

 

자기는 떨어질 바닥이 없으니까 나서지

 

[어두운 음악]

 

(태상) 근데 걔가 거기를 왜 와?

 

와서 뭐라고 그랬는데?

 

(정선 모) 다 필요 없어요

 

선생님 때문도 아니에요

 

선생 때문도 아니다?

 

[태상의 당황한 신음]

 

(진우) 평생 널 쫓아다닐 거야

 

널 살릴 수는 없어도 죽일 수는 있어

 

죽여 버릴 거야

 

(태상) 네가 찔렀지?

 

아닙니다

 

너 맞구나

 

아닙니다

 

너구나, 너였어

 

[휴대전화 진동음]

 

저희 사장님이십니다

 

 

[리모컨 조작음]

 

예, 그런데요

 

[긴장되는 음악]

 

(부검의) 여기 있습니다

 

(구조 실장) 검사님, 이쪽으로

 

(진우) 구 사장이 진짜 결과가 궁금해서 부검하자고 했을 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들어갈 수가...

 

(진우) 못 들어가요

 

공정성 어쩌고 하면서 부검실 다 막아 놨어요

 

(박 선생) 저, 과장님

 

어, 예 선생, 내가 지금...

 

(진우) 죄송합니다, 들어가세요

 

저도 모르겠어요, 예

 

[휴대전화 조작음]

 

(선우) 모르겠는 게 아니라 방법이 없는 거야

 

(진우) 모르겠어

 

스파이 영화처럼 카메라를 몰래 갖다 놓을 수도 없고

 

(진우) 나는 여기까지만인 걸까

 

부검은 끌어냈어

 

(진우) 조사관 둘

 

부검의, 검사, 전문 사진가

 

전부 외부 사람만 허락된 부검

 

왜?

 

(선우) 심인성 혈전이 맞다면 주 교수님이 봐야 되는데

 

보는 건커녕 접근도 안 돼

 

(진우) 외부 사람들...

 

외부 사람들?

 

그건 너무 잔인하잖아, 그러지 마

 

(선우) 형!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진우) 들어가시면 감독관 역할을 할 검사하고 법의 조사관들

 

부검의, 그리고 시신을 전문으로 찍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카메라 조작음]

 

(진우) 먼저 외부를 살피고 집도가 시작됩니다

 

몸 뒷부분부터 복부, 머리 순

 

개복할 때부터는 마음 굳게 먹으셔야 돼요

 

가만히 안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장기를 적출합니다

 

[어두운 음악]

 

[카메라 셔터음]

 

[문이 달칵 열린다]

 

[정선 모가 흐느낀다]

 

(진우) 부검은 유족이 참관하도록 돼 있습니다

 

힘들어도 들어가셔야 돼요

 

들어가셔서...

 

시작하겠습니다

 

(정선 부) 잠깐만요

 

[정선 모와 정선 부가 흐느낀다]

 

(정선 모) 미안해, 정선아, 미안해

 

[차분한 음악] 우리 딸 미안해

 

(정선 모) [힘겨운 목소리로] 우리 애가

 

댁들한테 사람 맞아요?

 

[버튼을 탁 누른다]

 

[어두운 음악]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마우스 클릭음]

 

(세화) 급성 뇌부종에 의한 심정지

 

원인은 외부 충격입니다

 

[세화의 한숨]

 

[발로 버튼을 탁 누른다]

 

(노을) 응?

 

[휴대전화 조작음]

 

(노을)

 

[휴대전화 진동음]

 

(진우)

 

[휴대전화 조작음]

 

(노을)

 

(간호사1) 이 쌤, 시저로 들어온 환자 진정됐어요

 

(노을) 아, 그럼 CT요

 

(간호사1) 네

 

(노을) 둘이 만나는 거 봤어

 

거기 기자였구나? [마우스 클릭음]

 

(진우) 도대체 어떻게 본 거야? [노을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노을) 지하 주차장에서, 선우도 같이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선우가 봤어?

 

보려고 한 게 아니라

 

너희 둘이 하필 우리 앞에서...

 

왜, 안 돼?

 

지하 주차장이면...

 

혹시 그제야?

 

 

[한숨]

 

빈소까지 간 거 그 기자분 때문이야?

 

네가 빈소까지 간 것도 누구 때문이었니?

 

- 아니... - (진우) 나도 책임 있어

 

(진우) 이정선 씨 죽음

 

네가 무슨?

 

뉴스에서 떠드는 영수증

 

그거 내가 읽어 줬어

 

(진우) 누구 손에서 어떻게 나온 건지 몰랐어

 

근데 그 사람이 나한테 실려 온 거야

 

내가 잡고 있을 때 죽었어

 

[차분한 음악]

 

눈에서 생명이 빠져나가는 걸 봤어

 

(노을) 늘 있는 일이잖아

 

늘 있는 일이지

 

[휴대전화 조작음]

 

(심평원 직원1) 먼저 갈게요

 

- (심평원 직원2) 수고하세요 - (심평원 직원1) 수고하세요

 

- (심평원 직원3) 수고하세요 - (심평원 직원4) 수고해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엄마, 뭐 하는 중?

 

별일은

 

이따 시간 되시나 해서요

 

그럼 저녁 같이하실래요?

 

[소란스럽다]

 

[긴장되는 음악]

 

끝나셨습니까?

 

거의 다 됐는데 소견서를 작성해야 되는데요

 

(부검의) 이게 금방 되는 게 아니라서

 

적어도 열흘은 필요한데

 

발표 먼저 해 주시죠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발걸음]

 

[어두운 음악]

 

(경문) 자기가 준 거 말하지 말라고 사진가가 신신당부를 했다는데

 

도움을 준 사람 곤란하게 만들어선 안 돼

 

부검 결과만 발표하고 근거를 못 내놓으면

 

누가 우리 말을 믿겠어요?

 

이거 아니면 사망 원인을 증명할 길이 없는데...

 

(경문) 지금 이 비극이 왜 시작됐는지 잊었어?

 

제보자 얼굴 다 알려지게 만들었기 때문이야

 

발표만 하고 완전히 빠지죠

 

(진우) 사방에서 어차피 근거를 대라고 할 거고

 

근거를 댈 수 있는 쪽은

 

부검실에 들어간 사람들뿐이니까

 

사진가든 부검의든

 

결국 자기들이 기록한 걸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경문의 한숨]

 

더 말씀하셔도 돼요, 교수님

 

우리가 치고 나가면 원장님은 어떻게 되는 거지?

 

(경문) 우리가 일방적으로 사인을 뒤집으면 오 원장님은...

 

시간 없습니다

 

(경문) 사인을 왜곡하고 권력에 기생해서

 

남의 죽음을 이용한 사람이 돼 버려

 

그러셨어요, 원장님 처음부터 개입하셨어요

 

그러니까 본인 손으로 바로잡을 기회를 주자고

 

[한숨]

 

그걸 바라는 사람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고요?

 

[한숨]

 

(경문) 원장이 안 하면 내가 해

 

강당으로 가 있어, 곧 갈게

 

(서현) 잠깐 자리 좀 맡아 줘요

 

(진우) 언제 왔어요? 오래 기다렸겠네?

 

기다리는 것도 우리 일이에요

 

결과는 나왔나요?

 

[한숨]

 

곧 발표할 겁니다

 

저 이따가는 얘기할 정신이 없을 거예요, 아마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진우) 안 바쁘냐? [문이 달칵 열린다]

 

과장님이 가 보라고 해서요 [문이 달칵 닫힌다]

 

- (진우) 너도? - (레지던트) 네?

 

[문이 달칵 닫힌다]

 

어? 저 형도 왔네?

 

사진뿐이지만

 

원장님도 신경계 전공이시니까 보면 아실 겁니다

 

어떻게 할까요?

 

뭘 나한테 물어요?

 

이걸 여기까지 가지고 온 건

 

본인이 이미 다 결정하신 거 아닌가?

 

(경문) 결정은 원장님 몫이죠

 

전 부검 결과를 보고드리는 것뿐이고요

 

왜 직접 공개 안 하시고?

 

제가 하면 뒤집는 거지만

 

원장님께서 하시면 정정이니까요

 

검시하고 부검은 하늘과 땅 차이니까

 

먼젓번 발표도 왜곡이 아니죠

 

[무거운 음악]

 

지금 내 사정 봐준다는 거네요?

 

그럼 이제 내가 감동하면 되나?

 

보고드릴까요, 원장님?

 

저쪽 부검의 브리핑까지 시간이 많지는 않습니다

 

[사진을 사락 넘긴다]

 

(구조 실장) 차 대기시켜 놨으니까 끝나면 곧장 가시면 됩니다

 

- (부검의) 예 - (구조 실장) 이쪽

 

[긴장되는 음악]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창) 형

 

(세화) 다시 말씀드립니다

 

1차 검시 결과를 정정합니다

 

고 이정선 씨의 부검 결과

 

좌심방 내 혈전 및

 

대뇌 기저 동맥 폐쇄 소견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심방세동에 의한

 

허혈성 뇌졸중이 있었음을 시사하므로 따라서

 

고 이정선 씨의 1차 사망 원인은

 

허혈성 뇌졸중, 즉

 

병사로 정정합니다

 

질문은 부검의한테 하시기 바랍니다

 

(기자1) 부검의는 어디 있나요?

 

- (기자2) 왜 바뀌었나요? - (기자3) 검시가 잘못된 겁니까?

 

[기자들이 질문을 퍼붓는다]

 

(기자4) 정정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기자5) 외부 충격에 의한 사망이 아니란 말씀이십니까?

 

(창) 누구? 나갔어

 

[긴장되는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구조 실장) 네, 방금요

 

네, 구 사장 개입 여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독단적으로 움직였을 가능성...

 

[휴대전화 진동음]

 

(경문) 두 분 정말 애 많이 쓰셨습니다

 

견디기 힘든 일이셨을 텐데

 

(정선 모) 고생하셨어요, 두 분

 

(진우) 죄송합니다

 

[잔잔한 음악]

 

(경문) 하, 던져는 놨는데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

 

(진우) 뭐든 시작되겠죠

 

(경문) 예 선생은 이제 어떡할 거야?

 

[진우의 한숨]

 

(진우) 일해야죠

 

저 교대 시작입니다

 

[경문이 숨을 깊게 내뱉는다]

 

(안 선생) 공사장에서 작업 중에 베이셨대요

 

(동수) 응

 

자, 조금만 참으셔요

 

(동수) 음, 심하진 않네

 

공사장에서 오신 분들은, 저, 뭐냐

 

중증도가 심한디 아주 염려는 마셔도 되겄어요

 

- (환자1) 아, 고맙습니다 - (동수) 예

 

- (의료진1) 나오셨어요? - (진우) 예, 안녕하세요

 

- (진우) 응 - (의료진2) 안녕하세요

 

저, 박 선생, EB 하고 엑스레이 보내

 

- (진우) 안녕하세요 - (재혁) 네

 

(은하) 네, 안녕하세요

 

[동수의 한숨]

 

(동수) 천지 사방 기자들이 눈 뻘게서 카메라부텀 들이대는 마당에

 

니가 그렇게 얼굴 다 팔아가면서 쑤시고 댕기믄, 잉?

 

죄송합니다

 

(동수) 나도 알어

 

니가 뭔 복심으로다가 그러고 나서는지 다 알어, 아는디

 

똑 내 젊었을 때를 보는 거 같아서 그랴

 

네?

 

그냥 눈 딱 감고 아픈 사람들만 보면 안 되겄냐?

 

[차분한 음악]

 

(진우) 그게 제가 지금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한숨]

 

튀어나온 돌이 정 맞는 거여

 

과장님

 

(진우) 감사합니다

 

(동수) [헛웃음 치며] 미친놈

 

아, 나와! 손 모잘러

 

[소란스럽다]

 

(진우) 실은 다들 눈 크게 뜨고 있을 거예요

 

원장님의 제자들이

 

[재혁이 말한다] (간호사2) 예 선생님!

 

- (진우) 예, 예 - (간호사2) 이 환자 좀 봐 주세요

 

이거 응급 처치는 집에서 하신 거예요?

 

- (보호자) 네 - (동수) 잘하셨네

 

(진우) 환자분, 빨리 누워 보세요 [환자2의 신음]

 

[다가오는 발걸음]

 

(서현) 원장님, 몇 가지만 여쭐게요

 

부검 안 하신 걸로 아는데

 

브리핑은 직접 하신 이유가 따로 있나요?

 

[카드 인식음] 소견서도 직접 작성하실 건가요?

 

자료는 언제 공개됩니까?

 

(서현) 병사로 밝혀진 데 대해서 한마디만 해 주시죠

 

(기자6) 사인이 단순 병사라는 결론에 이르면서 잠정 중단 됐던 정채용 의장의

 

특활비 유용 의혹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사인을 번복한 상국대학병원 측에 대한 조사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통화 연결음]

 

[연결 불가 신호음]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긴장되는 음악] [한숨]

 

[기계 오류음]

 

(수위) 아, 저, 죄송하지만...

 

(승효) 이거 고장입니까?

 

아, 저, 죄송합니다, 구 사장님

 

(수위) 아, 저...

 

들어오시지 마시라고...

 

[승효의 한숨]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왜? 엄마는 반대야?

 

나 혼자 나가 살면 막 술 퍼마시고

 

집 안 엉망진창으로 해 놓고 그럴까 봐?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형이랑 싸웠니?

 

(선우) 나이가 몇 개인데요

 

그냥

 

그냥이 왜 갑자기...

 

나도 혼자 살고 싶지, 안 그러겠어요?

 

형은 뭐래?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형은 와서 자기 바쁘지, 뭐

 

얘기 못 해 봤어요

 

그러니까

 

와서 잠만 자는 집

 

동기간에 서로 얼굴도 못 보면서

 

혼자 사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왜 독립을 하겠다고...

 

제가 그러고 싶어요

 

[한숨]

 

내가 널...

 

엄마

 

[잔잔한 음악]

 

내가 널 데리고 살았어야 하는데

 

무슨 생각으로 널 놔두고

 

잘하셨어요

 

엄마가 엄마 행복 찾아가서 나는

 

고마워

 

더 일찍 보내 드리지 못해서 난...

 

미안해요

 

그러니까

 

[진우 모가 흐느낀다]

 

엄마 잘못이 아니야

 

내가 너 혼자 사는 걸 어떻게 봐

 

[흐느낀다]

 

(선우) 엄마도 형도 아니야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선우) 엄마께 꼭 해야 되는 얘기가 있어요

 

보훈이 아저씨가 차라리

 

저 대신 말씀해 주시길 바란 적도 있지만

 

이젠 그러실 수 없으니까...

 

엄마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아빠!

 

(어린 선우) 아빠, 여기!

 

(진우 부) [웃으며] 공 사 왔지, 공 사 왔지, 공 사 왔지

 

일로 와 봐, 이차

 

[진우 부의 힘주는 신음]

 

선우야, 크라머 와? 보여?

 

- (어린 선우) 어, 저기, 저기! - (진우 부) 어디, 어디?

 

- (어린 선우) 저기! - (진우 부) 오, 오, 오!

 

[공 튕기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 마, 선우야

 

 

(어린 선우) 슛, 슛, 슛, 골인!

 

아빠, 공!

 

(진우 부) 씁, 차 안에서 그러지 말라니까 위험해

 

(어린 선우) 네

 

(어린 선우) 골인!

 

(진우 부) 예선우!

 

[자동차 경적]

 

[감지 센서 작동음]

 

[기어를 달그락거린다]

 

(세화) 내가 원장이니까 내가 했지

 

별일 아니에요

 

[열쇠를 잘그락거리며] 어, 늦겠네?

 

네, 그럼 올 때 독서실에서 수빈이 픽업해 와요

 

 

[블루투스 조작음]

 

[한숨]

 

[어두운 음악]

 

무슨 별일...

 

[스위치가 탁 눌리는 소리가 들린다]

 

[스위치를 탁 누른다]

 

왜 그랬어요?

 

(승효) 없습니다, 갔어요

 

[스위치를 탁 누른다]

 

[승효가 스위치를 탁 누른다] 왜 그랬겠어요?

 

오늘 일이

 

앞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 거 같아요?

 

사망 원인 어떻게 알았습니까?

 

[한숨]

 

말 안 하기로 약속했나 보네?

 

누구랑?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정말로?

 

아무리 재벌이라지만?

 

[한숨]

 

나는 그 집안

 

10년 동안 봤습니다

 

(세화) 10년 동안 뭐 하셨어요?

 

보기만 하셨어요?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긴장되는 음악]

 

[카드 인식음]

 

[떨리는 숨소리]

 

[거친 숨소리]

 

[도어 록 작동음]

 

[거친 숨소리]

 

[문을 쾅쾅 치는 소리가 들린다] [세화의 비명]

 

[문을 쾅쾅 치는 소리가 들린다] [긴장되는 음악]

 

[인터폰 조작음]

 

[놀란 신음]

 

내가 왜 유족을 구슬리지 않았을까?

 

제가 다시...

 

(남형) 됐어, 우리가 해

 

병원 오래 비워도 되나?

 

(경아) 오세화 원장 오늘 휴가라는데요

 

네?

 

바로 당일에 전화해서 안 나온 적

 

(정희) 한 번이라도 있었어요, 오 원장이?

 

[식판이 와장창 떨어진다]

 

아니, 저 양반은 또 왜 저런대?

 

(승효) 오세화 원장, 주경문 교수

 

이노을 선생, 예진우 선생

 

면직 처리 하세요

 

인수인계 기간 없습니다

 

(소정) 예 선생님, 그냥 당하시면 안 돼요 가만히 계시지 마세요

 

가만히 있으면 사장님께 대한 예의가 아니지

 

어떡하려고?

 

(진우) 해보자는데 해줘야죠

 

(진우) 경영진의 전횡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되는바

 

상국대학병원 총괄 책임

 

구승효 사장의 파면 해임 발의를

 

이 자리에서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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