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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9

 

진우 동생이지?

 

예?

 

 

(노을) 자

 

안녕

 

(노을) 가자

 

- (학생1) 선우, 안녕 - (학생2) 일찍 왔네

 

[학생3의 웃음] - (노을) 갈 거야, 그래서, 콘서트? - (학생4) 가야지, 당연히

 

(노을) 아, 나도, 나도 같이 가

 

[함께 웃는다]

 

(선우) 말하고 싶었어

 

꼭 한 번은 내 마음이 전해지기를

 

단 한 번이라도

 

스쳐 갈 줄 알았는데 그러질 못했어

 

아무것도 안 돼도 괜찮다 했는데

 

그게 안 돼

 

미안해

 

선우야

 

[쓸쓸한 음악]

 

[전동 휠체어 조작음]

 

부탁이 있어

 

내가 먼저 갈게 나 간 다음에 나와 줘

 

그러지 마

 

그 정도는 들어줄 수 있잖아

 

먼저 가게 해 줘

 

[전동 휠체어 작동음]

 

[옅은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경아) 퇴근하세요?

 

[다급한 숨소리]

 

[가쁜 숨소리]

 

이거 접어야 돼서...

 

알아요, 많이 해 봤어

 

(경아) 꼭 이렇게 생긴 건 아니었어도

 

[경아의 힘주는 신음]

 

(경아) 자...

 

[힘주는 신음]

 

아이고

 

[자동차 시동음]

 

우리 아버지도 말년에...

 

쯧, 거기까지만

 

[경아가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선우가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 됐어요? - (선우) 네

 

자, 그럼 출발!

 

[휴대전화 진동음]

 

(경아) 매일 출퇴근하는 것도 일이겠네 어떻게 다녀요?

 

(선우) 아...

 

차를 개조 중이에요, 저한테 맞게

 

아, 운전하시는구나, 잘됐네

 

 

태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경아) 아유, 훈남이 옆에 타 줘서 나야 좋죠

 

어머, 가만있어 봐 요즘 이런 말도 실례인가?

 

[휴대전화 진동음]

 

[라디오를 탁 켠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진동음]

 

어휴, 채널이 왜...

 

왜 이렇게 고릿적 게...

 

[경아가 작게 흥얼거린다]

 

[깊은 한숨]

 

[입소리를 쩝 낸다]

 

(진우) 낮엔 제가

 

[문이 달칵 열린다] 갑자기 일...

 

(서현) 안녕하세요?

 

근처 오셨나 봐요?

 

예, 예, 예

 

(서현) 그러셨구나 [진우의 당황한 숨소리]

 

아까 낮에 제가 일이 갑...

 

[진우가 얼버무린다]

 

죄송합니다

 

식사하셨어요?

 

어, 그...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진우) 유전자 연구용이라고요, 이게?

 

(서현) 의장이 신고하기로는요 그거 비용으로 청구했으니까

 

(진우) 치옥틱산에 푸르설타민주까지

 

주 1회, 두 달 동안 꼬박꼬박

 

유전자가 아니라 이거 피부 미용 쪽인데

 

음...

 

부인이나 가족인가?

 

(서현) 의장 쪽은 우리가 뒤져 보니까

 

그 시간 중에 공식 행사 한 사진들이 꽤 있더라고요

 

그럼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이제?

 

(서현) 시술받은 날짜나 시간의 부인 쪽 동선을 파야죠

 

맞으면 정식 보도고

 

그런 거 막 상관없어요?

 

의장인데 겁 안 나요?

 

수술 들어갈 때 겁나세요?

 

ER이라 겁나 정신이 없긴 한데

 

우리도요, 정신없어요

 

[부드러운 음악]

 

(진우) 근데 최 기자님 회사가 유독 그렇잖아요

 

우리 재단 남자들 병역 기피도 새글 21에서만 터트렸던데

 

화정그룹요?

 

그런 거 하자고 뭉친 회사인데요

 

사실 위 공기 마시는 사람들한테는 우리가 눈엣가시나 되려나?

 

눈엣가시 무시하면 큰일 납니다

 

안구 출혈 돼요

 

진짜예요, 실명도 됩니다

 

전방 출혈로 안압이 높아지면...

 

[서현의 옅은 탄식]

 

[진우의 멋쩍은 헛기침]

 

아까 오셨었죠? 병원 1층

 

화 안 내요?

 

취재원한테 어떻게 화를 내요

 

취재원...

 

오래 기다리셨어요?

 

[서현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서현) 또 무슨 일이 터졌구나, 지난번처럼

 

그랬죠

 

(진우) 오래 기다리셨겠네요

 

(서현) 아니요, 저도 금방 자리 떴어요

 

저도 입사 1년 차 때 속보 들어오고 그러면

 

남자 친구랑 약속 많이 깼어요

 

아...

 

남자 친구

 

그러니까 평소에 여자 친구한테 잘하세요

 

안 그러면 저처럼 차일걸요?

 

없습니다, 여자 친구

 

없는 게 뭐 좋은 거라고 엄청 씩씩하게 말하시네?

 

그러게요

 

오늘은 계속 웃으시네

 

뭐, 좋은 일 있으셨나?

 

생각해 보니까 좋네요

 

(진우) 오랜만이에요

 

병원 밖에서 이렇게 다른 사람이랑 밥 먹는 거

 

(서현) 아...

 

더 좋은 데로 갈걸

 

좋아요, 여기 좋아요, 맛있어요

 

[진우가 포크를 달그락거린다]

 

다음에 쉬는...

 

[차분한 음악]

 

(경문) 피곤들 하지? 다 됐어

 

자, 다음은 정예슬 환자

 

배리코스 베인이네

 

제가 하겠습니다, 교수님

 

하지 정맥류라고 언제까지 피하겠어요

 

그래

 

- 교수님 - (경문) 다음은...

 

(경문) 이, 크로닉 다이섹팅은 마취과랑 얘기했어?

 

(의사1) 일단 아침 11시로 잡았고요 내일 오전에 다시 컨펌하고요

 

1시간 전에 브리핑할 거니까 스태프들한테 공지하고

 

- 네 - (의사2) 예

 

교수님

 

응? 뭐?

 

(의사2) 아, 왜 헛바람을 넣고 저래?

 

(의사1) 그러게, 등 떠민다고 그게 아무나 되나

 

욕심 안 부리고 가만있는 사람 들쑤시고 있어

 

근데 뭐, 사실 우리 학교 출신만 됐었어도, 응?

 

그게 어떻게 '만'이야? 제일 크지

 

난 지금만으로도 벅차, 힘들어

 

양 선생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도 아니고, 내가

 

(양 선생) 병원장이 되시면 충원도 쉽잖아요

 

그럼 교수님 시간도 나실 거고

 

물론 저희 과에 힘 실어 달라고 입후보하시라는 거 아니에요

 

저도 아예 승산 없으면 이런 얘기 안 드려요

 

실례되는 말씀이지만 교수님

 

다른 교수들이 견제를 안 하잖아요

 

전통이 부원장요? 그만큼 싫어하는 사람도 많아요

 

막상 선거 나가시면 결과 모르는 겁니다

 

왜 날 견제 안 하는지

 

양 선생도 잘 알잖아 그게 가장 치명타라는 것도

 

(양 선생) 교수님, 제가 진짜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요

 

정말 마음이 없으세요?

 

원장이 돼서

 

이 병원을 잘 끌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하나도요?

 

[무거운 음악]

 

인력 충원은 선거 끝나면 내가 노력해 볼게

 

[옅은 한숨]

 

 

짱이 힘이 있어야 소속들이 편한 법인데

 

힘 있는 짱이 괜히 되나요

 

아래를 달달 볶아야 되지

 

저희 편합니다

 

[깊은 한숨]

 

[프린터 작동음]

 

[잔잔한 음악]

 

[깜빡이 작동음]

 

(경아) 어유, 우리 조사관님 팔뚝 완전 짱이다

 

완전 멋져요, 최고, 최고

 

덕분에 편하게 왔습니다, 강 팀장님

 

(경아) 네, 들어가요

 

푹 자요

 

안녕히 가세요

 

[떨리는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선우의 옅은 한숨]

 

[펜으로 직직 긋는다]

 

[승효의 한숨]

 

[옅은 한숨]

 

[개가 낑낑거린다]

 

왜?

 

저녁이

 

(승효) 더워서?

 

[개가 낑낑거린다]

 

[한숨]

 

[새가 짹짹 지저귄다]

 

[TV에서 소리가 흘러나온다] [개가 낑낑거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승효 모가 개를 어른다]

 

[승효의 헛기침]

 

- (승효) 안녕히 주무셨어요 - (승효 부) 응

 

[승효가 코를 훌쩍인다]

 

(승효 부) 여기 식빵 있는데?

 

(승효 부) [작은 목소리로] 네 엄마가

 

어제 병원 갔다가

 

그, 이따가 아주머니 오시면 반찬 좀 만들어 달라 그러세요

 

반찬 쌓였어, 냉장고에

 

그렇게 꺼내 먹으라는데도

 

내가 이 나이꺼정

 

일일이 반찬 뚜껑까지 까 바쳐야 되겠냐?

 

[승효가 시리얼을 후루룩 먹는다]

 

그놈은 이제 다 나았나 보네요?

 

도로 갖다줘야겠어요, 이제

 

그러든가

 

어휴, 인정머리 없는 자식

 

(승효 모) 이름도 저녁이가 뭐야? 시커머죽죽하게

 

아침이도 아니고

 

어제 수의사 선생이 네 칭찬을 엄청 하더라

 

[승효 부의 헛기침] 아, 그 사람이 나를 뭘 안다고요?

 

괜히 뭐, 저, 동물 병원 만들어 준다 그러니까 그러겠지 [TV 종료음]

 

(승효 부) 그래도 난 네가 병원으로 간다 그래서 걱정했는데 할 만한 거지?

 

(승효 모) 맨날 그, 뭐냐

 

화물차랑 씨름하는 것보다야 백번 낫지

 

우리도 무료 검진도 받고 겸사겸사

 

 

(승효 부) 아, 그럼!

 

그, 운수 업체 상대하는 거보다야 훨 낫지

 

상대들도 아주 점잖고 말이야, 응?

 

아이고, 맛있겠다

 

아유, 맛있네, 이거

 

[승효의 한숨]

 

아, 딱딱해

 

(승효) 씁, 내가 보니까 심평원도 꽤 융통성이 있더라고요

 

환자 건강 정보 보험사에 수수료 받고 넘기셨다고

 

학술 연구용이 아니라도 상관없이

 

이번엔 어떤 융통성을 기대하시고 하시는 말씀이시죠?

 

김태상 부원장 기사는 좀 자제합시다

 

조용히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조용히 처리할 수는 있죠

 

엠바고를 청하는 거지 무마해 달라는 거 아니에요

 

보고를 해야 하는데요

 

하세요, 그럼 내가 그거까지 뭐, 말릴 수 있나

 

씁, 근데

 

본인 입으로 그랬잖아요

 

돌 던지는 사람만 바뀐다고 금방 잊혀진다고

 

그래도 해야 한다고도 말씀드렸었죠

 

(승효) 상국대병원 정형외과가 그렇다더라

 

외부적으로 알려서 얻어지는 효과가 뭔데요?

 

환자들한테 선택권이 생기죠

 

수술실에는 들어와서도 안 될 사람한테

 

환자 무릎을 내줘 버리는 의사가 있는 병원은 피할 권리요

 

그럼 그 의사가 더 이상 이 병원에 없다면?

 

[옅은 한숨]

 

대리 수술이 근절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대가가 혹독하지 않아서입니다

 

자격 정지 몇 개월이 고작이죠, 그런데

 

자르시게요, 부원장급을?

 

뭐, 급이 문제가 될까요?

 

제 경험상으로는 언제나요

 

제 발로 나가야지, 그러면

 

사법 처리는요?

 

상국대병원에서 떨어져 나간 다음에

 

나한테 문제는

 

이 병원 간판에 또다시 흙탕물이 튀느냐

 

아니냐

 

아닌 걸로 합시다

 

[헛기침]

 

(승효) 그, 부산도 일 벌였다면서요?

 

거기 먼저 처리해요

 

대리 수술 행위 증거는 누가 뭐래도 여기 수술장입니다

 

언제 보고되고 언제 알려져도

 

상국대가 거론되는 건 피할 수 없으실 거예요

 

그건...

 

우리가 자체 징계를 통해서 문제 있는 의사를 내보낸 후죠

 

봐주는 거 없이 자정 작용을 끝낸 후에

 

엠바고 부탁합시다

 

왜 쥐고 있는 카드를 안 쓰세요?

 

(선우) 저희 기관에 업무 기피 신청이 있다는 거

 

이미 다 파악하셨죠?

 

심사할 병원에 가족이 일하고 있으면 제대로 심사를 안 할까 봐

 

혹은 우리 병원에 불리한 판정 내리면 네 가족 개고생시키겠다

 

뭐, 이런 압박을 받을까 봐 기피 신청제가 있는 거죠

 

그런데 저한테 부탁을 하시네요?

 

네, 부탁합시다

 

저도 부탁이 있습니다

 

저희 기관에서 환자 정보를 팔아넘겼다고 했을 때

 

직원인 저희들도 엄청 충격이었습니다 그때 절실히 느꼈어요

 

아...

 

이래서 윗사람들의 의지가 정말로 중요하구나

 

사장님도 이제 겪어서 아시겠지만, 의사들

 

사고든 뭐든 절대 안 나서요

 

부원장 정도면 충분히 밑의 사람들 협박도 하죠

 

이걸 간과하면

 

앞으로도 그 무슨 일이든 입도 뻥긋들 안 할 겁니다

 

[무거운 음악] 밀고가 아니라

 

동료를 배신하는 게 아니라

 

잘못을 잘못이라고 하는 게 지극히 당연한 환경을 만들어 주세요

 

그렇게 입증을 해 나가다 보면

 

사고도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병원의 문화를 바꿔라

 

나더러?

 

하실 수 있는 분이 아닌가 싶어서요 구 사장님은

 

나를 잘 모르시는 거 같은데?

 

저희 심사권이기도 하고 또

 

제 형도 걸려 있으니까요 상국대병원은

 

최초로 비의사 출신 CEO가 여기 온다길래

 

구 사장님에 대해서 저도 검색해 봤습니다

 

'오너 가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최연소 사장'

 

뭐, 이런 내용들만 뜨길래

 

아, 이분은 뭐 천재형인가 보다 했었죠

 

했었죠?

 

근데 보니까 영 천재는 아니에요?

 

이분 많이

 

노력하시는구나

 

그게 보였습니다

 

전에 구획 증후군을 언급하셨을 때 제가 웃었던 건

 

사장님이 아는 척을 해서가 아니라

 

'알고 계시는구나' 그래서였어요

 

일반인들은 있는 줄도 모르는

 

저희 기관 업무에 대해서도 다 파악하고 계셨고요

 

이제 사장님의 그 노력이

 

어느 쪽을 향할 것인가 거기에 기대를 걸면

 

헛된 걸까요?

 

[깊은 한숨]

 

엠바고는 그럼...

 

제가 드릴 수 있는 시간은 드리겠습니다

 

오케이, 그럼 윗선은 내가 맡고

 

김태상 부원장은 끊어 내는 대로 통보 드릴게요

 

그럼 이제 외근은...

 

그러니까 내 말은, 뭐냐 이거

 

파견 조사 끝난 거죠?

 

아니요

 

[가방을 툭 친다]

 

한창 과잉 진료 자료를 모으던 중이었는데요

 

아이고, 이거 김태상 부원장 까죽도 안 남겠네

 

저기, 예선우 조사관님

 

(선우) 예

 

그냥 차라리 우리 구조실로 오실래요?

 

우리도 의사 업무에 정통한 사람이 절실한데

 

(선우) 괜찮으시겠어요?

 

(승효) 응, 뭐가요?

 

수고 많았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다가오는 발걸음]

 

(경아) 어? 가시는 거예요?

 

[경아의 웃음] (선우) 안녕하세요

 

(경아) 아, 참, 저기, 구조 실장이 그러던데

 

왜 점심 혼자 드세요?

 

(선우) 현지 조사 나가면 다 그래요

 

병원 사람들이 워낙 저희를 싫어해서

 

염병

 

(경아) 어머

 

같이 먹을래요? 내가 쏠게

 

씁, 병원 사람한테 얻어먹으면 안 되는데...

 

나 병원 사람 아닌데

 

이따 구조실로 갈게요

 

 

오늘은 좀 웃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어, 강 팀장님

 

네?

 

그, 수습 간호사들 초봉 삭감 지금 발표합시다

 

바로요? [승효가 서류를 사락 넘긴다]

 

병원이 중구난방일 때

 

웃대가리들 딴 데 정신 팔렸을 때

 

다른 병원들은 초봉이 어떻다고요?

 

(경아) 간호 쌤들은 보통 교육 기간 4주

 

수습 기간 3개월이 기본이고요

 

봉급은 4주 동안은 무상 수습 동안은 최저 시급으로 맞추고요

 

음, 그럼 우리는 수습을 따로 두지 말고

 

(승효) 교육 기간을 3개월로 늘려서 월급 42만 원에 맞추고

 

그, MRI 기사 같은 엔지니어들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걸로

 

 

그리고 이건 방금 행정실에서 나온 겁니다

 

하...

 

이것들도 얄짤없네

 

일반 기업하고 똑같아

 

인제 보니까 부원장이

 

무슨 대단한 지지를 얻어서 단일 후보였던 게 아니고

 

전부 기회만 노리고 있었나 봐요

 

틈 보이자마자 밑에서 바로 치고 올라온다?

 

[파일을 탁 덮으며] 전체 공지 하나 띄웁시다

 

 

(승효) 먼저 김태상 부원장, 무기 정직 처분

 

외래와 수술 등 진료 업무에서 무기한 배제

 

직접 환자들 찾아가서 사과하고 진료비 전액 환불

 

이걸 할까요, 그 성격에?

 

직접 사과를?

 

안 해야죠, 버티다 부러져야지

 

다음

 

[무거운 음악] (태상) 아이씨

 

(승효) 신경외과장 오세화 교수 암 센터장 이상엽 교수의

 

병원장 선거 입후보 신규 등록으로 단일 후보 철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이쪽요

 

(방 선생) 하나, 둘, 셋!

 

[심전도계 비프음]

 

(응급 대원) 체크아웃 시간이 지나도 대답이 없었대요

 

새벽에 입실했다니까 여섯 시간은 지났나 봐요

 

알코올에

 

(응급 대원) 이것도요

 

약 봉투는요?

 

못 찾았고요

 

[심전도계 경고음]

 

혈압이 떨어져요

 

- 설린 1리터 푸시요 - (안 선생) 네

 

[힘겨운 숨소리]

 

[재혁의 기침]

 

(진우) 로라제팜

 

[알약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로라제팜"

 

[핀셋을 달그락 집어 든다]

 

뭐 같니?

 

아...

 

[한숨]

 

(진우) 다른 동기들 다 치고 나가는데 넌 뭐 해?

 

치고 나갈 동기도 이제 몇 안 남았어요

 

뭔 소리야?

 

암 센터요

 

결국 제 동기랑 치프랑 총대 메고

 

지금 짐 빼고 있어요

 

치프까지? 이승훈이까지 잘렸다고?

 

센터장님이 나가라고 했대요

 

[무거운 음악] 자기는 쏙 빠지고

 

[옅은 한숨]

 

이승훈 인턴 때 내가 가르쳤는데

 

참 성실했는데, 애가

 

(소정) 위세척 끝났습니다

 

졸피뎀?

 

(진우) 계속해

 

(소정) 어디 가시는데요?

 

쌤!

 

[재혁이 알약을 툭 내려놓는다]

 

"졸피뎀"

 

[재혁의 기침]

 

[재혁이 숨을 후 내뱉는다]

 

뭐 같냐?

 

(진우) 이승훈

 

예 선생님

 

[문이 탁 닫힌다] 가자

 

저는 이쪽으로 갈게요

 

정문으로 가

 

네가 5년의 젊음을 바친 곳이야

 

나랑 같이 가

 

(진우) 넌 곧 환자들을 다시 보게 될 거고

 

사고가 있었는지조차 사람들은 잊을 거야

 

너는 기억해야 돼, 평생 갚아

 

(승훈) 네

 

아무리 맨 위에서 덮어 주고 입 다물라 했다 해도

 

관리 감독을 놓친 네 책임이 없어지는 거 아니야

 

[진우의 한숨]

 

그렇다고 좋은 의사가 될 수 없는 것도 아니야

 

그것도 포기하지 마

 

왜?

 

(민기) 변호사들은 다 왔대?

 

(창) 예, 뇌사 판정 위원회 전원 출석했습니다

 

(노을) 전 주치의라 못 들어가니까 인사만 시켜 드리고 나올게요

 

언제까지 번거롭게 이런 걸 해야 되나 몰라

 

한 생명의 뇌사 여부를 결정하는 건데 누군 번거로운가 보네

 

(민기) 이 교수님도 판정 위원회 성가시다고

 

(세화) 벌써 뇌파 검사를 수차례나 했잖아요 뭐가 달라져요?

 

우리가 환자를 직접 보는 것도 아니고

 

검사 결과만 보고 판단하는 건데 형식만 늘어나죠

 

(민기) 그렇죠, 괜히 길어지면 장기 손상되고

 

(세화) 그러니까

 

(상엽) 그렇게 번거로워서 다른 일은 어떻게 하려고 그런데?

 

너희들 세상이 온 거 같지?

 

어떻게 참았어, 그동안?

 

(태상) 너희들이 어떻게...

 

아니, 다 힘을 모아서 싸워도 부족할 판에

 

뭐가 문제인데요?

 

그러게 잘하시지 그랬어요

 

(세화) 그러게 잘 좀 하시지 그랬어요

 

무슨 자격으로 무슨 생각으로 나섰을까?

 

경찰을 의국까지 끌어들여서 전체를 뒤집히게 한 게 얼마나 됐다고

 

어머, 나 같으면 애들 보기도 창피할 텐데

 

대체 무슨 낯짝으로, 네?

 

아, 그게 내 책임이에요? 내가 주사 놨어요?

 

내가 눈이 백 개, 천 개야? 나도 이 몸뚱이 하나야

 

어떻게 사사건건 감독하고 일일이 쫓아다녀요?

 

자기들끼리 저지르고 사달 나니까 나한테 온 걸 나더러 어쩌라고?

 

(태상) 그것도 관리 못 하면서 어떻게 원장을 해?

 

그러기로 말하면 왜 몰랐어요, 부원장인데?

 

(상엽) 내가 우리 과 일 다 알아야 되면 부원장도 여기 일 전부 다 알아야지

 

전체 책임자인데

 

(세화) 둘 다 똑같아요! 자진 사퇴들은 못 할망정

 

아니, 내가 왜 사퇴를 해? 내 환자 멀쩡히 살아 나갔어

 

얻다 대고 비교하고 있어, 이게 정말

 

나야말로 '얻다 대고'지

 

난 사고고 그쪽은 고의잖아요

 

(상엽) 나도 겪은 게 있어서 이런다고 나도 느낀 게 있어서

 

뭐, 난 발 뻗고 잔 줄 알아요? 난 안 창피하겠어요?

 

우리 애들 안 불쌍하겠어요, 나라고?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 내가 알겠어서, 내가 당해 봐서

 

좀 개선해 보자고, 응?

 

내가 뭐, 낯짝이 두꺼워서 원장 해 먹자는 게 아니라

 

나도 답답해서 나왔어요

 

좀 바꿔 보자고 [태상의 헛웃음]

 

(상엽) 나도 느낀 게 있어서

 

그렇게 답답하셨으면 원장님이 덮으라고 했을 때

 

그때 나섰어야죠

 

(세화) 사망 사고 숨긴 사람이 원장 후보라는 거 밖에서 알아 봐요

 

사람들이 웃어

 

아이, 난들 어떡해요?

 

오 교수는 그럼 원장이 닥치라는데도 떠벌릴 거요?

 

거역할 거야?

 

(세화) 이 교수님, 지금 논점을 흐리고 있는데

 

핵심은 암 센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

 

그리고 거기서 본인은 어떤 일조를 했는가, 그거예요

 

그전에 원장님이 어쩌라 했느냐 그런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대답이 듣고 싶으시다면요

 

나 같으면 누구한테 닥치라는 소리는 안 듣죠

 

문제 자체를 안 만드니까!

 

너지?

 

나 고발한 게 너지?

 

(태상) 심평원에 갖다 찌른 게 너지?

 

뭐, 뭐라고요?

 

(태상) 야, 너 센터장 시킨 게 나야

 

근데 넌 날 배신했어

 

[세화의 어이없는 한숨]

 

오세화, 너야

 

아니, 진짜...

 

걸고넘어질 게 없으니까 이제 별의별

 

아휴, 진짜 [어이없는 한숨]

 

어떻게 사람이 그래, 오 교수는?

 

(진우) 정말로 보고했습니까?

 

[긴장되는 음악]

 

(진우) 이상엽 교수님

 

암 센터 투약 사고

 

이보훈 원장님께 정말 말하셨어요?

 

이건 또 뭔... 어딜 끼어들어?

 

했습니까?

 

(승훈) 이 교수님이 저희한테 직접 그랬어요 절대 입 다물라고

 

아무한테도

 

우리 의국 밖으로 절대 퍼지면 안 된다고

 

(승훈) 그렇게 말한 장본인인데 원장님한테 말했을까요?

 

이 새끼가 근데, 야!

 

[고함치며] 원장님이 추락했을 때!

 

암 센터에서

 

정맥 주사를 척수강에 잘못 놔서 최도형 환자가 죽었다

 

이 사실을 아는 상태에서

 

그걸 가슴에 넣고서 이보훈 원장님이

 

세상을 떴습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기가 찬 숨소리]

 

했어, 했다고, 됐냐?

 

[심전도계 비프음]

 

[심전도계 비프음]

 

- (양 선생) 선생님 - (경문) 응?

 

(양 선생) 예 선생이 와 있는데요

 

(경문) 잘됐어, 마무리 잘하고

 

[문이 드르륵 열린다]

 

(경문) 아휴

 

나 찾아왔어?

 

왜?

 

무슨 일인데, 예 선생?

 

[의미심장한 음악]

 

어, 진우야, 왜? 무슨 일이야?

 

(진우) 원장님

 

아, 무슨 일이야? 나한테 다 말해도 돼

 

이대로는 안 되겠어요

 

저희 원장님이 돼 주세요

 

[무거운 음악]

 

(진우) 피하시면 안 돼요 말로만 걱정된다 하지 마시고

 

우리 병원이 더 망가지기 전에

 

나서 주세요, 용기를 보여 주세요

 

예 선생

 

하실 수 있어요

 

일말의 책임감이 있으시면 외면하시면 안 돼요

 

(진우) 주 교수님이 지금...

 

저희의 유일한 대안이에요

 

반대가 얼마나 많겠어

 

교수님이 처음 센터장으로 올 땐 반대 없었나요?

 

그땐 원장님이 계셨으니까

 

다른 동문 다 제치고

 

그 많은 반대 무릅쓰고

 

(진우) 원장님이 굳이 교수님을 그 먼 데서 발탁해서

 

끝까지 고집한 이유가 뭘까요?

 

설사 내가 뽑힌다 해도

 

사장이 재가 안 해 줄 거야

 

왜 그런 걱정부터 하시는데요?

 

예 선생, 투표가 내일모레야

 

[문이 드르륵 열린다]

 

- 안 늦었어요 - (양 선생) 안 늦었어요

 

프레젠테이션 때문이면 제가 준비할게요

 

(진우) 저도 합니다

 

끝났나?

 

예, 덮기 전에 보실 것 같아서

 

또 튀시려고요?

 

의료원에서 도망친 것처럼?

 

이번엔 어디로 숨으시게요?

 

[문이 드르륵 열린다]

 

[심전도계 비프음이 들려온다]

 

(승효) 서로 진 빼지 맙시다

 

그렇죠, 서로죠

 

(태상) 우리 둘 다죠

 

뭐부터 시작할까요?

 

[태상이 발을 탁탁 구른다]

 

자회사 기부금 사용처?

 

[코웃음]

 

말이 좋아 자회사지 경쟁 입찰도 없이 독점권 주고

 

약값은 있는 대로 높여 받아서 거기서 만든 이득은

 

기부금으로 둔갑시켰는데

 

그 돈 우리 병원에 기부했을까요?

 

아니면 회장 개인 주머니에?

 

해 봅시다

 

우리 사장님 일하시기 편하게 제가 제 발로 걸어 나가 드릴지

 

아니면 패대기쳐져도 같이 쳐질지

 

[펜을 탁 내려놓는다]

 

아이씨...

 

웃기지도 않네?

 

(승효) 누가 보면 내가 단물 빼먹고 팽시키는 줄 알겠어요?

 

음, 본인이 저지른 짓은...

 

이 세상에 '반성'이라는 단어가 있다는 거 알아요?

 

[무거운 음악] 회장님한테 갔으면 어쩔 건데!

 

화정그룹 회장을 털겠다고, 당신이?

 

나 잃을 거 없어요

 

잃을 게 있습니다

 

누구나 있어요 잃고서 피눈물 흘릴 게, 반드시

 

(승효) 김태상 씨

 

다 당신 위해서 하는 말이야

 

재벌 회장?

 

보통 사람들 아니에요

 

내가 본 게 있어서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집안 단속할 시간에 너무 바깥만 챙기시네

 

믿었던 도끼들이 발등 찍겠다고 일어선 건 알죠?

 

재벌 회장님이

 

월급쟁이 사장 어디까지 비호하는지

 

한번 봅시다

 

[긴장되는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자회사 기부금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세화) '외래, 수술 업무 배제'

 

'무기 정직'

 

환자한테 직접 사과까지...

 

끝났네, 이 인간

 

[코웃음]

 

[옅은 숨을 내쉬며] 그 인간도 끝났고

 

[깊은숨을 내뱉는다]

 

제 거는 약물명, 처방 이런 것만 뜨지만

 

(은하) 의사들은 당일 환자 수

 

예약 환자 수에 병상은 얼마나 찼는지까지 떠요

 

환자 더 받으라고

 

독촉 메시지 보내는 거지 뭐예요, 이게?

 

처방전 입력하면

 

이건 보험금 못 받는 약이니까 쓰지 마라

 

이런 것도 실시간으로 경고 창이 뜨고요

 

그럼 바꾸나요, 처방전을?

 

(은하) 경고 창이 뜨면 입력 자체가 안 된다니까요

 

환자한테 제일 좋은 약이라도

 

이게 다 사장 바뀌고 이렇게 된 건데

 

오늘은 완전 수습 간호사들

 

초봉을 확 후려치겠다고까지 발표했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선우)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는데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네요

 

저희는 '심사할 뿐 운영에는 개입하지 않는다'가 원칙이라

 

(은하) 알아요, 조사관님은 행정엔 권한 없는 거

 

그래도 아셔야 돼요

 

저는 이게 우리 상국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엘리베이터 도착음]

 

누가 여기까지...

 

(은하) 아... 먼저 가세요, 다음에 또 봬요

 

(선우) 예

 

왜 이런 데서 심평원 사람이랑

 

그래요?

 

뭘 그래요, 그러긴?

 

저 사람한테 병원 얘기를 왜 해요? 하등 도움 안 될 거

 

(은하) 그럼 어디다 알리면 도움이 될까요?

 

선우 쌤은 어디다 알렸어요?

 

쌤도 노조 간부예요, 잊었어요?

 

알릴 수 있는 데는 다 알려야죠

 

아니, 지금 남의 편도 내 편으로 만들 판에, 지금

 

[은하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탁 누른다]

 

[은하의 깊은 한숨]

 

쌤, 요즘 왜 그래요?

 

내가 뭘요?

 

[숨을 후 내뱉는다]

 

[문이 탁 닫힌다] [은하의 한숨]

 

[엘리베이터 도착음]

 

[승효가 문을 달칵 연다]

 

아, 여기서 담배 피워도 되나요?

 

안 돼요, 원래 됐었는데

 

(승효) 아, 그래요?

 

[옅은 한숨]

 

(승효) 야

 

응급 센터라고 했던 사람이네 저 간호사

 

(창) 아닌 거 같은데

 

(승효) 아, 여기서 저기가 보인다고, 얼굴이?

 

왜 보자고 했어?

 

네 문자

 

아, 그거?

 

셋이서 주먹질만 안 했지 완전 개싸움이었어

 

(창) 딱 초딩 수준 '너는 못했네, 나는 잘했네'

 

암 센터장이 제일 개털렸고

 

그런 게 의미가 있냐, 근데?

 

누구한테 보고를 했든 안 했든

 

어차피 환자는 죽은 거고 은폐한 건 한 거잖아

 

뭐, 쪽이야 팔리겠지만 대세에 지장이 있나?

 

그래도

 

죽은 사람은 아무리 말이 없다지만 거기다 핑계를 대나

 

돌아가신 분 팔아먹지 말았어야지, 쯧

 

씁, 흠집 안 간 건 그럼

 

오세화만 남은 거네?

 

그럼 원장은 쫑 난 건가?

 

셋 중의 둘이 무너졌으니까 [휴대전화 진동음]

 

그럴까?

 

[휴대전화 조작음]

 

그럼 오 교수만 남았으니 누군가는 또 생각하지 않겠어?

 

'해볼 만하다 저 사람만 남으면 된다'

 

그럼 내가 알았겠지

 

- 어떻게? - 투표 전에 교수들 모아 놓고

 

발전 계획서랑 프레젠테이션 해야 되니까

 

그거 자료 만들고 있으면 소문 다 나

 

(창) 여기가 입들이 얼마나 싼데

 

(승효) [입바람을 후 불며] 야, 근데

 

여기 진짜 금연이냐?

 

(창) 어 [승효가 라이터를 달칵 켠다]

 

꽁초들을 하도 버려 대서

 

[깊은 한숨]

 

(민기) 사람은 좋지, 좋은데

 

원장을 심성 보고 뽑는 건 아니잖아

 

그럼 얼굴 보고 뽑으세요 그것도 되잖아요

 

얼굴로 뽑으면 또 나지

 

[민기의 웃음]

 

구심점 역할도 하고 그래야 되는데 되겠어, 주 교수가?

 

장 교수님이 된다 그러면 되죠 왜 안 되겠어요?

 

우리 장 교수님이 도와주시면

 

주 교수님이 그거 모른 척하실 분도 아니고

 

[민기의 한숨]

 

그냥 내 생각에는 사람이 좀 독기도 있고 그래야 되는데

 

[진우를 툭툭 친다]

 

[옅은 한숨]

 

(진우) 평교수 회의에서 추천도 하잖아요

 

과장님께서 주축이 돼서 '우린 주경문 교수를 추천한다' 하시면

 

하신대?

 

주 교수님이 본인 입으로 직접?

 

(진우) 아시잖아요

 

(윤모) 뭘 알아?

 

당사자가 적극적이어도 될까 말까인데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자기 밥은 자기가 챙겨야지

 

(윤모) 너도

 

지금 오 교수님으로 거의 기울었는데 너만 미운털 박혀

 

같이 왕따 당할래?

 

왕따, 갈구고 태우고

 

이런 거 없앨 분이라는 생각 안 드세요, 주 교수님이?

 

난 우리 학교 졸업장 없는 사람이 원장 되는 거 못 봤다

 

[데스크를 탁 짚는다]

 

과장님, 솔직히 어느 원장이랑 같이 일하고 싶으세요?

 

아, 뭐, 그분이 정말 나온다면야

 

- 아이, 그러니까 과장님께서 먼저... - (동수) 이놈의 새끼

 

야, 단체로 식중독이 떼거지로 들이닥쳤는데

 

니는 여기서 이바구여?

 

단체로요? 가검물 검사는요?

 

(동수) 아, 그것을 인제 니가 혀야지, 언능 가

 

(진우) 저, 주 과장님 입후보 어떻게...

 

[진우의 아파하는 신음] (동수) 시끄러워, 이놈의 새끼야, 그만해

 

빨리... 아, 나 팔 빠져

 

[동수의 아파하는 신음]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어, 전화 가능?

 

어, 우리 평교수 회의에서 이번에 후보 추천 안 하냐?

 

아, 오세화 교수님?

 

너도 그쪽이야?

 

나?

 

[웃으며] 나야, 뭐...

 

(노을) 왜 꼭 주 교수님이어야 되는데?

 

(노을) 왜 넌 그분인데? 오 교수님은?

 

- 넌? 오 교수님? - (노을) 응

 

실력, 능력, 경력

 

후배 양성, 뭐 하나 안 빠져

 

쩝, 안 빠지지

 

[햄버거 봉지가 바스락거린다]

 

너한텐 그런 분이겠지

 

실력, 능력, 뭐 하나 안 빠지는...

 

다른 과한테도 그럴 거야, 그분은

 

사람에 대한 평가가 과마다 달라지나, 응급에선?

 

[헛웃음]

 

나한테 오세화라는 사람은

 

우리가 올린 노숙자, 자살 환자

 

한 번도 받아 준 적 없는 사람이야

 

(진우) 그분이 센터장 된 다음부터

 

보호자 없는 케이스 신경외과 입원 자체를 못 시켰어

 

100% 돌려보내더라

 

[진우가 입소리를 쩝 낸다]

 

세상 사람들 전부 오 교수님 같은 사회적 지위 누리고

 

그분처럼 스펙 쩔면 나도 원장으로 찬성이야

 

그만한 사람이 없어

 

그렇지만

 

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아, 저 사람은 자기 자신이 기준점이구나

 

조금만 열등하면 바로 차 버리는구나

 

후배 양성을 잘하는 이유가 극소수 엘리트만 끌고 가

 

난 우리 원장이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아휴, 아휴

 

(진우) 나도 이게 뭐 하는 건가 싶다

 

투표권도 없으면서 누가 원장으로 맞네, 아니네

 

투표권 있어 봤자 한 표야 교수들 한 표

 

[노을이 햄버거 봉지를 바스락 집는다]

 

우리는 빵 표, 빵이나 드세요

 

[헛웃음]

 

(진우) 아, 어제는 꿈에도 나왔어

 

새로운 원장이 뽑혔다길래 얼굴을 봤는데

 

구 사장이네?

 

허, 근데 진짜 구 사장은 또 옆에 서 있어, 웃기지?

 

[진우가 봉지를 부스럭거린다]

 

선우랑 얘기했어?

 

무슨 얘기? [봉지를 바스락 구긴다]

 

그냥, 다...

 

얘기야 항상 하지

 

[진우의 힘주는 신음]

 

그걸로 될까?

 

(노을) 주 교수님 코가 삐뚤어지게 술을 먹여서

 

지장을 받아 내, 후보 신청서에다가

 

너도 나랑 같이 뵈러 갈래?

 

난 아직 오 교수님

 

그렇지만 네가 한 얘기 생각해 볼게

 

[노을의 한숨]

 

[진우의 한숨]

 

[노을의 한숨]

 

[아파하는 신음]

 

(노을) 아유, 씨! [진우의 아파하는 신음]

 

[노을이 살짝 웃는다]

 

- (노을) 성공해라 - (진우) 오케이

 

[문이 탁 닫힌다]

 

[무거운 음악]

 

(진우) 피하시면 안 돼요

 

말로만 걱정된다 하지 마시고

 

우리 병원이 더 망가지기 전에

 

나서 주세요, 용기를 보여 주세요

 

매출표

 

내가 올렸습니다 그 말씀 드리는 것뿐입니다

 

반역자가 둘이면

 

날아갈 목도 두 개 아니겠어요?

 

그러시죠

 

[노크 소리가 들린다]

 

 

[경문의 힘주는 신음]

 

(경문) 불 켜

 

[스위치를 달칵 누른다]

 

와이로야?

 

- 네? - 아, 요즘은 그 말 안 쓰나?

 

뇌물이냐고

 

교수님, 저랑 술 하실래요?

 

[헛웃음]

 

(양 선생) 정말 마음이 없으세요?

 

원장이 돼서

 

이 병원을 잘 끌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하나도요?

 

이번엔 아니라고 생각했어

 

이번은 아니란 말씀은...

 

원장님

 

갑자기 그렇게 가 버리시고

 

남은 공석 차지할 마음 없었어

 

10년을 그 자리만 노린 사람이 있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고

 

교수님 마음에 걸릴 일들

 

지금도 다음도 그다음에도 항상 있을 겁니다

 

그렇겠네

 

그때마다 난 한 발씩 물러나다가

 

결국엔

 

밀려나겠지

 

다 뒤집어 버리고 싶었어

 

너무 엉망이라서 완전히 갈아서

 

새판을 짜고 싶던 때가 있었어

 

지금은요?

 

지금?

 

[깊은 한숨]

 

언제 이걸...

 

[마우스 클릭음]

 

모교에서 원장 선거 나가셨어요?

 

프레젠테이션 새로 만들 거 없어

 

[차분한 음악]

 

그럼 선거 나가시는 거죠?

 

지역도 다르고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때나 지금이나 문제점이 똑같아

 

하나도 개선이 안 됐어

 

대학 마크만 바꾸면 될 정도야

 

감사합니다

 

형식만 PT용으로 좀 바꿔서...

 

[옅은 웃음]

 

안 쓸래요, 이거

 

왜, 뭐 문제 있어?

 

(진우) 이걸로 나가서 떨어지신 거잖아요 김해대학에서 이걸로 발표해서

 

안 썼어, 만들기만 해 놓고 써먹지도 못했어

 

(경문) 김해의료원이 문을 닫은 게 이즈음이야

 

그러고 보니

 

같이 일하자 하신 것도 이때쯤이네

 

이보훈 원장님이요?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진우의 한숨] [마우스 클릭음]

 

(진우) 저기, 양 선생 수술 들어갔어요?

 

자나? 놔둬

 

아이, 그, 자료 만든다는 사람이 지금 잠이 옵니까?

 

예, 결정하셨습니다

 

눈썹이 휘날리게 오십시오, 네, 네

 

[휴대전화 조작음]

 

[마우스 클릭음]

 

[경문의 옅은 신음]

 

(경문) 빅 버거네?

 

(진우) 아, 예

 

이노을 선생이 산 겁니다

 

(경문) 응

 

[휴대전화 조작음]

 

(진우) 오늘 늦어, 기다리지 마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창) 김태상 부원장

 

끝내 사퇴 안 했어

 

[무거운 음악] 뭐, 죽어도 물러설 수 없나 봐

 

(창) 암 센터장도 꿈쩍 않고, 굉장하지들?

 

대신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어

 

(창) 뭐, 예정대로 신장 하나는 저희 병원에서 진행하고요

 

다른 장기 수혜자는 이식 협회에서 조율 중입니다

 

우리 이식 팀은 한 선생이 진행 중인가?

 

 

슬슬 가야겠네

 

(민기) 뻔할 줄 알았는데 재밌게 됐어

 

[헛웃음]

 

주 과장이 그럴 줄이야

 

(창) 주경문 흉부외과장

 

막판에 그럴 줄이야

 

(승효) 냉골에서 자고 있어

 

주경문...

 

(경아) 사장님, 보건 복지부에서 죄송한데 약속을 좀 당겨도 되냐는데요

 

이따 오후에는 갑자기 회의가 잡혔다고

 

그것들 참...

 

된다 그래요

 

(동수) 뭣이?

 

(진우) 잘하고 오십시오

 

(동수) 니나 잘하고 있어, 인마

 

니 또 풀 방구리 쥐새끼 드나들 듯 들락대면 안 돼야

 

(진우) 응급실은 제가 잘 지키고 있겠습니다

 

(동수) 지랄하네, 이씨

 

야, 저기, 저, 이거면 돼야, 이거?

 

[동수가 중얼거린다]

 

하, 씨, 주 교수가

 

여기서 가능할랑가?

 

[입소리를 쩝 낸다]

 

자, 그럼 시작합시다

 

[심전도계 비프음]

 

(소정) 로컬에서는 폐렴이라 했다는데 전 좀 이상해요

 

로컬 말고 네 의견은?

 

음, 피버나 URI 심텀이 없었던 게 폐렴은 아닌 거 같고

 

하트 레이트 40에 포타슘 수치가 7이나 돼요

 

채혈 실수 아니고?

 

(소정) 저도 혹시나 해서 한 번 더 했는데 수치는 변동 없었어요

 

이상한데?

 

[환자의 힘겨운 숨소리]

 

[도어 록 작동음]

 

사장님, 선거 결과요

 

나왔어요? 누구?

 

- 주경문 교수 - 주 교수

 

- 랑 - 랑?

 

오세화 교수

 

[긴장되는 음악] [경아의 가쁜 숨소리]

 

(은하) 표가 전부 갈려서 넷 다 유효 득표수 미만이래요

 

가장 적게 나온 밑에서 두 명 빼고 바로 2차 결선 투표 한대요

 

(재혁) 누군데요, 결선 두 명?

 

암 센터장이랑 부원장님이

 

떨어졌어요

 

(진우) 1차에서는 누구 표가 더 많이 나왔는데요?

 

오 교수님이랑 주 교수님 중에

 

(경아) 1차에서도 둘이 비슷하게 나왔대요

 

근데 먼저는 부원장이랑 암 센터장한테 간 표가

 

2차에서는 오 교수한테 갈까요? 비슷한 부류니까

 

아니면 아예 성향이 다른 주 교수한테 쏠릴까요?

 

(승효) 모르죠

 

(경아) 네, 모르죠

 

(정희) 커피 타임 끝

 

바로 투표 들어갑시다

 

[정희가 종이컵을 탁 내려놓는다]

 

(동수) 니!

 

지금 잠깐 한가해서

 

[진우의 옅은 신음] (동수) 한가하단 소리를 말라니까니

 

[진우가 침을 퉤 뱉는다]

 

아, 니 때문에 내가 이따 뺑이 쳐, 안 쳐?

 

(동수) 응?

 

너를 잘혀 주느니 내가

 

방아깨비를 이뻐하지, 에이그

 

[다가오는 발걸음]

 

원장 선거까지 나오시고

 

이제 우리 병원에 계속 있기로 결심 굳히셨나 봅니다?

 

[긴장되는 음악]

 

(승효) 뭐, 다 관두고 김해에 내려가고 싶다고 했을 때는

 

씁, 이거 내가 우수 인력을 놓치는 거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세력 다툼이 이골이 날 만하죠

 

기대가 아주 큽니다

 

(승효) 잘해 봅시다, 주 교수님

 

[어두운 음악]

 

관두려고 했구나, 주 교수?

 

뜨려고 그랬어?

 

[지용이 수군거린다]

 

[종이컵을 툭 내려놓는다]

 

강아지 이름은 지어 줬어요?

 

- (승효) 어... - 여태 이름도

 

(노을) 센터에 갖다줬어요? 진짜, 도로?

 

(보훈) 생각해 보면 시간이라는 게 참 신기하지 않냐?

 

60년 동안 저기에서 우리 같은 사람들이 왔다가 사라졌다

 

(보훈) 신기해, 생각해 보면

 

(진우) 그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처음 이곳에 병원을 올린 사람들과 우리는 그리 많이 다를까요?

 

흐른 시간만큼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노을) 너 주경문 교수님 아니?

 

(노을) 대답을 안 했어

 

(선우) 왜 안 물어? 내가 무슨 대답을 들었는지

 

(진우) 그냥 너랑 나랑 이렇게 살자, 선우야

 


 


.라이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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