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8
(승효) 저... [차 문이 탁 닫힌다]
잘 부탁합니다
(여자) 아, 네
(경아) 홍성찬 회장 인천에서 양재동 사옥으로 출발했답니다
5시 3분 전 도착 예정입니다
화정생명에서 제안이 왔는데요
저희 병원 통해서 보험 상품을 세일즈하고 싶답니다
화정화학이랑 제휴 맺은 걸 들었나 봐요
[헛웃음]
답변 보류하겠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커피 머신 작동음]
[커피 머신 작동음]
(성찬) 블랙아이보리
저, 회장님 아직 여독도 안 풀리셨을 텐데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커피 머신 작동음]
홍콩인데 여독은
코끼리 똥으로 만든 거예요
이거 루왁하고는 좀 다른 거 같기도 하네요
루왁 뭐...
(성찬) 애들이 어디서 주워듣고 루왁, 루왁 대는 거지
[성찬이 살짝 웃는다]
남형이한테 대충...
아, 아, 소리
조 회장한테 얘기는 대충 들었는데
우리랑 앱을 개발하고 싶다고요?
네, 그게 헬스 앱입니다
(승효) 그, QL전자 휴대폰에
심장 박동 수나 혈압
비만도 등을 측정하는 앱을 넣어 가지고요
그 정보가 저희 상국대병원에 다이렉트로 전송되는 겁니다
'다이렉트로'가 아니라 '독점으로'죠
(성찬) 우리 폰 유저들은 자동으로 상국대병원에 종속되는 건데?
그게 이제 잠재 고객이 되시는 거죠
왜 내 고객들을 조 회장 병원에 갖다 바쳐야 할까?
회장님
그럼 상국대병원이 아니면 어디하고 하실 겁니까?
국립대 병원은 수익 배분이 복잡하고요
다른 대형 병원들은 이미 파트너가 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저희나 QL전자나 좀 늦었습니다
왜 늦었을까요?
내가 몰라서?
(성찬) '너 요즘 심장 박동 이상하더라'
폰 주인한테 메시지 뜨게 해서 괜히 사람 불안하게 만들고
그 불안감 이용해서 자동으로 검진 예약시키고
물론 상국대병원에다
그럼 그때부터 머리채 잡힌 거지
생활 건강 클리닉인가?
구 사장 그런 것도 하겠다고 천명했던데?
- 네 - '고객님'
'박동이 이상한 게 담배 때문이었네요'
'자, 그럼 이제 우리 상국 금연 클리닉으로'
(성찬) 이거 하자는 거잖아요
내가 왜 남 좋은 일 시켜야 되는 건데?
물론 이 앱을 통해서 발생할 수익 분배에 대해서는
지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승효) 하지만 그런 것보다
우리 대QL전자 홍성찬 회장님께서는
남 좋은 일 안 시키려다가 나 좋은 일까지 놓치실
그럴 분이 아니시지 않습니까?
이게 어디 헬스 앱뿐이겠습니까?
이제 곧 원격 화상 진료 시대도 곧 도래하는데요
먼 낙도에서도 전화 한 통이면
서울에 있는 박사님들한테 다 화면으로 진찰을 받을 건데
그때도 파트너 병원 하나가 없어서
QL 폰이 먹통이 되게 두실 리는 없지 않습니까, 회장님께서
그때가 되면 굳이 병원하고 제휴를 안 맺어도...
모두 제휴를 맺고 있으니까 그게 문제죠
(승효) QL전자의 위상에 걸맞은 곳을 따져 보신다면
전국 대형 병원 빅5 중에
저희 상국대병원이 최적입니다
걸맞죠
우리 QL하고 화정
화정이 휴대폰을 안 만들 뿐이지
[잔을 탁 내려놓으며] 나머지는 글로벌 마켓에서 둘이 박 터지게 싸우는 중이니까
예, 저희 화정은 휴대폰을 안 만들고
QL전자는 계열사 중에 병원이 없죠
[잔을 탁 집어 든다]
식었네
[잔을 탁 내려놓는다]
우리가 병원을 사 버리면 되지
화정처럼
그때가 되면 빅5 중에 어디가
우리한테 밀려나려나?
잘 마셨습니다, 회장님
[승효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승효) 회장님
[통화 연결음]
(성찬) 어, 조 회장, 요즘 바빠?
많이 바쁜가 보네?
왜 애를 보냈어?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인가 본데?
[성찬이 살짝 웃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경아) 사장님, 회장 비서실인데요
들어오시라고...
[숨을 후 내뱉는다]
[한숨]
(남형) 딱 봐서 뻘소리 지껄인다 싶으면 박차고 나왔어야지
왜 아쉬운 소리를 해서 내가 그 새끼한테 매달린 것처럼 만들어!
죄송합니다, 회장님
(남형) 재수 없는 새끼
아, 공부도 더럽게 못한 게
내가 자기 옛날을 다 아는데
어디 띡 전화를 해서 개폼을 잡아, 이씨
[남형의 한숨]
내가 핸드폰을 밀고 나갔어야 했는데
아버지를 꺾었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뛰어들어?
저, 핸드폰 시장은...
국물도 안 남았지
(남형) 병원이야 언제든 짓든 사든 키우든
그러니까 그놈이 똥배짱이지, 아는데
재수는 없네
제가 홍 회장 생각 돌려놓겠습니다
어떻게?
가진 게 넘치는 분이니
낚시질보다는 끊임없이 도끼질해야죠
회장님 염려 없으시도록 성사될 때까지 만나겠습니다
(남형) 나 염려 없게 해 주느라
여러모로 애쓰지? 우리 구 사장
병원 파견 취소한 거
그것도 구 사장이 순전히 나 욕먹을까 봐
본인 뜻 꺾은 거잖아, 그렇지?
의료 외 수입 때문이기도 하고요
의료 외 수입
(승효) 제가 부임하기 전부터 들어 온 게
상급 병원은 원래 적자라는 소리였습니다
다른 대형 병원들도 내놓은 자료가 다 그렇길래
사실인 줄 알았고요
근데?
그런데 이번 경영 진단을 통해서 통합 재무제표가 나왔는데
기업에서는 본 적 없는 항목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고유 목적 사업 준비금이라고요
[어두운 음악]
이게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건물이나 의료 장비를 매입할 때 드는 비용입니다
(승효) 이전 재단에서는 이걸 매입도 안 하고서는 경비로 잡았는데
저희는 이걸 수익에다가 넣어 보니까
실은 경상 이익이 흑자로 나왔습니다
(남형) 그게 얼마나 되는데?
네, 분원까지 전체 합쳐서
2,037억입니다, 회장님
[휘파람을 분다]
(남형) 하긴
우는소리를 해야 떡 하나라도 더 받아먹지
병원이 주가 하락 걱정할 것도 아니고
저, 그런데 응급이나 소아과 같은 필수 과를 없애게 되면
세금이나 경비처럼
이 항목으로 받는 혜택이 확 줄어들게 됩니다
(승효) 3과를 유지하되
대신 저희는 이 항목을 더 넓게 잡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을 했고
여기에 대해서는 내일까지 정리해서 회장님께 보고드릴 예정이었습니다
구조 실장 통해서 먼저 듣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회장님
구 사장이 잘하던 거잖아
(남형) 비서 시절에
나 뭐 하나 옆에서 냄새 맡다가
내 아버지한테 쪼르르 이르는 거
실장 탓할 거 없어
탓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회장님의 용무를
선대 회장께 이른 적도 없습니다
[숨을 깊게 내뱉는다]
처음부터 내가 키운 사람이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남형) QL은 계속 시도해
온 국민을 뚫고 들어갈 건 핸드폰만 한 게 없어
꼭 연계돼야 돼
(승효) 잘 알겠습니다, 회장님
(경아) 괜찮으세요?
아이, 퇴근하시라니까
아니, 뭐...
괜찮으세요?
갑시다
집에들 가자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탁 누른다]
여기
스파이 접선해?
왜 오밤중에 머리를 풀어 헤치고 이런 데서 보재?
심평원 동무
내가 아직도 동무 누나로 보이네?
왜 눈탱이가 밤탱이야?
그래도 이쁘지?
아, 혼자선 못 듣겠네
이제 그만 나오시지?
이놈의 자식
일은 잘되냐?
공무 수행 중, 비밀
그러시구랴
들어가야 돼?
- (노을) 응 - 저녁은?
(진우) 아이, 나한테도 좀 물어봐라
(노을) 싸우지들 말고 빨리 들어가, 이놈들아
(선우) 누나, 들어가, 우리 갈게
가는 거 보고
가
응
내일 보자
[차분한 음악]
[트렁크 문이 탁 열린다]
[트렁크 문이 탁 닫힌다] [차 문이 탁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정말 어떻게 될 거 같아, 부원장?
(선우) 글쎄, 아직은
근데 대안은 있는 거야?
부원장이 원장이 돼서는 안 된다며
그럼 다른 대안은?
몰라, 나도
(선우) 구 사장한테 대적할 인물이 없을 거 같던데
나야 뭐, 오늘 하루 봤지만
(진우) 너 사장 봤어?
(선우) 괜찮던데?
(진우) [헛웃음 치며] 괜찮긴, 겪어 봐라
아니다, 네가 왜 겪냐, 그런 사람을
(선우) 근데 진짜 원장감이 그렇게 없어?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쓱 열린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탁 누른다]
(승효) 아, 잠깐만요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승효) 아, 네
스위스 어떤 마을에서요
핵 폐기장을 만들려고 주민 투표를 했대요
결과는?
60% 이상 찬성
근데 이번에는 정부에서 보상금 제안을 해요
'너희 마을에 폐기장 만들면 우리가 돈 줄게'
(노을) 해서 다시 투표
아, 뭐 하러요?
60% 이상이면 바로 지어야지
이번에는 찬성표가 얼마나 나왔을까요?
[엘리베이터 도착음]
지었을까요, 못 지었을까요?
이노을 선생님
[잔잔한 음악] 네?
그래서요?
동물 병원 만드신다면서요?
(노을) 어디다 만드시려나?
그래서 몇 %요?
공간이 있어야 할 텐데
우리 병원 꽉 찼는데
보실래요?
(노을) 어디를 보시는 게 도움이 되시려나?
로봇 수술실?
해부 실습실?
(노을) 음압 격리 병동이에요
전염성 질환 발생 시 사용하죠
(승효) 연간 유지비가 3천 정도 상회하는데
거의 안 써먹는 시설이죠, 여기는
(노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음압 병실에 대한 개념도 규정도 없었어요
그걸 바꿔 준 게 메르스예요
메르스가 퍼졌을 때 우리나라 병원들도 같이 아팠어요
대비가 전혀 안 돼 있었거든요
그때 심하게 앓고 나서야 체계가 생긴 거예요
위기관리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익살스럽게] 사장님
[한숨]
(노을) 오 교수님 수업하시네요
의대생들입니까?
(노을) 전공의들 같은데요
아, 전공의들도 이렇게 수업을 해요?
따로 시간 짜내서 가르쳐 줄 지도 교수님을 만날 행운이 있다면?
(세화) 자, 각자 소견들
(의사1) 25mm 이상의 거대 동맥류입니다
치료는?
(의사1) 뇌동맥류는 코일이나 클립으로 잡을 수 있고요
이 경우에 크기나 위치로 봤을 때 코일로 하겠습니다
또?
(의사2) 발생 위치가 MCA이긴 하지만 크기가 너무 크고요
기술적으로도 수술 위험도가 높아서 저도 코일로 할 거 같은데요
아, 저도...
이유는?
어, 그러니까, 어...
- 나가 - (의사3) 교수님
(세화) 나는 안 되는 애 억지로 안 끌고 가
내 시간 낭비시키지 말고 나가
(의사3) 죄송합니다, 교수님, 한 번만...
(세화) 너희 둘은 지금 환자의 기저 질환을 간과했어
동맥류 자체만 본 거지
실제로 이 환자는
콩팥 질환이 있어서 랩 결과도 안 좋고 이디머 증상도 있고
아치도 안 좋고 ICA도 안 좋아
어프로치 자체가 힘들어서 코일은 어려워
버릇인가 봐요
뭐 집중할 때
아닌데요
그런데요?
[노을의 놀란 신음]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누가 나보고 뭐라고 해?
[통화 연결음]
[연결 불가 신호음]
[무거운 음악]
아, 지금 학교 가 있을 시간이구나
(태상) 하필 바쁠 때 했어, 내가
제가
저승사자 같으시죠?
(창) 죄송합니다
얼마든지 욕하셔도 돼요
그런데 아버님
저는 이 일 하면서
앞 못 보던 사람들이 눈 뜨는 걸 봤고
죽기 직전의 사람이
이 병원 살아서 걸어 나가는 걸 봤습니다
그래서 쉽게 포기할 수가
없네요
(창) 그 마음, 그 바람
아버님께서 제일 잘 아시겠죠
죄송합니다
(노을) 그러니까 소아과에서는
100mg 앰풀이면 20mg만 주사하고 나머지는 버려요
아이들이 너무 작으니까 체구에 맞게 줘야죠
그런데 심평원에서는
실제로 쓴 20mg만 보험 수가를 인정해 준단 말이에요
(승효) 버려진 80mg은요?
전부 병원에서 내야 되고요?
(노을) 그래서 원래 안 되는 거 알면서도
80mg을 재활용하는 데가 생겨나는 거예요
근데 재사용하고 나눠 담다 보면 오염률이 확 올라가죠
(승효) 아, 늦었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노을) 수고하셨습니다
(승효) 아, 그 핵 폐기장 그래서 어떻게 됐...
[문이 달칵 닫힌다]
[차분한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왜 다시 와요?
나가는 길 아세요?
생각해 보니까 이쪽 동은 처음이신데
(승효) 아휴, 모든 길은 정문으로 통하죠
그러시면...
(승효) 그 아이
그때 그 아이
가던데요? 보호 시설로
예, 갔어요
그래서 그렇게 부은 거예요, 울어서?
아니요
(노을) 병원에서 시설로 곧장 가는 아이들 종종 있어요
[긴장되는 음악]
(태상) [퍽퍽 때리며] 몇 번을 물어, 이 새끼야, 몇 번을!
(의사4) 죄송합니다
(태상) 정신 차려!
(선우) 그쪽은 이미 결론 난 거 아니야?
문제는 그럼 누구냐는 거지
부원장이 탈락하면 누가 원장 선거에 뛰어들 것인가
(선우) 암 센터 이상엽 교수
부원장을 역임한 경력도 있고
(상엽) 은폐 안 했습니다, 보고했어요
원장님께 보고했습니다
(선우) 미국에 오래 있다 와서 덜 권위적이고
뭐, 사고로 털리기 전까진 구 사장한테 그래도 제일 맞섰던 인물
(진우) 임상 실험 남발, 성과급 찬성
100% 암 센터 위주
아이씨...
그럼 다른 사람?
안과 서 교수
매출 1위, 야망 있고
(선우) 에이, 간호사 선생들이 너무 싫어하잖아
희롱이나 하고 다니는 인간
간호사 선생들은 투표권이 없지
투표권 있는 교수들 사이에선...
(선우) 형이 병원 주인이야?
진짜 주인은 신경도 안 쓰는데 왜 사서 고생을 해? 무슨 득이 된다고
(진우) 오세화 교수
혼자 이런다고 뭘 바꿀 수 있을까?
선우가 끌어들여졌어, 나 때문에
애를 끌어들였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진우의 한숨]
오 교수는...
[덜커덩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진우) 놔둬
나 내일 오프라서 일부러 쌓아 둔 거야
(선우) 안 많아
[고무장갑을 탁 뺏으며] 안 많으니까
돌린다
참...
(진우) 들어가 쉬어
(선우) 노을이 누나랑 전화했어?
(진우) 응?
방금 노을이 누나 아니었어?
아니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를 뭐, 어쩌고 그러는 거 같아서
내 이름 말해 가며 통화할 사람이 누나밖에 더 있어?
그래서
내 목소리가 들렸어?
전화 내용이 들렸던 건 아니고...
[차분한 음악]
안 엿들었어, 걱정 마
자라
(선우) 형도
엄마 말고 지금 나 말고
또 아는 사람 있니?
(보훈) 네가, 아...
잘 걷는 선우하고 얘기하고
선우 얼굴 보고 그러는 거
다른 사람은 몰라?
학교 같은 데선 선우가 보여도 걔랑 얘기 안 해요
애들이 들을까 봐
그래
진우 네가 동생이 아파서 많이 속상했어
전처럼 같이 뛰고 놀고 싶어서
네 마음속에서 건강한 동생이 그리워서 만든 거니까
괜찮아
(보훈) 다 괜찮아
그 대신에
진우야, 너도 알지?
건강한 선우는 너한테만 보인다는 거
네 마음속에 살고 있다는 거
그럼 우리 같이 연습을 한번 해 볼까?
연습요?
(보훈) 진우 네가 보는 선우는 네 친구야
상상 속의 친구
그러니까 겉으로 말고 속으로만 얘기해도
마음속의 친구는 다 알아들어
(어린 진우) 그러니까 저 미친 거 아니죠?
아니죠?
넌 다른 친구들보다 아주 특별한 친구가 하나 더 있는 거야
(보훈) 다만 친구는 언젠가는 떠나
우리 같이 떠나보낼 준비를 천천히 한번 해 보자
그동안 마음속으로만 주고받는 연습을 하면서
속으로만 얘기해도 선우는 다 알아
선우는 너니까
(선우) 간만에 뛰니까 좋네
힘들지?
하루하루가 막 달라, 그렇지?
아, 뭘 그래 어젯밤에 어쩌다 들렸겠지
우리가 방심했나?
되게 소심하네, 진짜
그런다고 내가 안 와?
[가쁜 숨소리]
[남자의 당황한 신음]
[슬픈 숨을 내뱉는다]
가?
(진우) 부원장이 너 갈구면 바로 콜해
나도 네 핑계로 부원장 경골체 좀 까 보자
(선우) 아무리, 조사 나온 공무원을...
형도 맞은 적 있어, 부원장한테?
왜 하필 경골체야
정강이 까인 거야, 그 인간한테, 형?
씨, 깡패야?
털어서 먼지 쪼가리 비슷한 것만 나와 봐
내가 그 인간 담가 버린다
참된 정형의의 자세일세
(진우) 아침 먹고 들어갈까?
(진우) 에이씨...
[힘주는 신음]
으쌰
[힘주는 신음]
아휴, 됐어, 됐어
[청소기 작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통화 연결음]
(진우) [숨 가쁜 목소리로] 예, 최 기자님
안녕하세요, 예 선생님
통화 괜찮으세요?
아, 예
[진우의 힘주는 신음]
[거친 숨을 내뱉는다]
(진우) 예, 웬일이세요?
저희가 입수한 자료가 있는데
의료 기록이라서 저희는 봐도 몰라서요
아, 저는 보면 알죠
(서현) 고맙습니다
(서현) 지금 자료 보내 드리면 검토해 보시고
제가 한 시간 정도 후에 다시 전화드려도 될까요?
(진우) 지, 아, 지금, 지금요?
아, 제가 지금 병원이라서...
죄송합니다, 바쁘시면 나중에...
(진우) 아니요, 아니요, 그...
바쁘다기보다는 이제...
그, 지금 자료를 받기가 좀 예, 불편하니까
그, 시간 괜찮으시면 뵙고 말씀드리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서현) 그럼 제가 지금 병원으로 갈게요
(진우) 아...
아, 지금은 좀 바빠서요
그, 어, 예...
조금만 시간을 주시, 그러니까 그...
바쁜 게 이제 안 바빠지거든요?
한 시간쯤 후에?
그럼 지금
12시 40분이니까 2시까지 제가 갈게요 병원으로
아, 2시요?
예, 예, 알겠습니다, 2시에 뵐게요
- (서현) 예 선생님 - 예, 예?
그때 1층 카페로요?
예, 그렇죠, 그, 1층 카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따 뵐게요
많이 바쁜데 했나? [휴대전화 조작음]
[엘리베이터 도착음]
[차분한 음악] 실례합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쓱 닫힌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선우)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경문) 심평원 들렀다 와요?
(선우) 예
통증은?
괜찮습니다, 진통제도 남았고
근데...
저랑 얘기하시는 거 여기 병원 사람들이 보면 안 좋아할 텐데
형이 알게 될까 봐 안 오는 거면
내가 다른 병원에 말해 놓을게요
진료는 건너뛰지 말아야지, 어?
감사합니다
근데 진짜 형한테는...
걱정 말아요, 말 안 해
(경문) 수고
(선우)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우) 안녕하세요
(선우) 형도 맞은 적 있어, 부원장한테?
[휴대전화 진동음]
네, 이 선생님
(노을) 민서 부모님 서명하셨어요
맘 바꾸셨어요?
기증하신대요?
갈게요
말씀 전해 들었습니다
우리 민서 그, 그럼 지금... 지금 데려가시는 건가요?
아니요, 아직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먼저 뇌파 검사를...
(민서 부) 그거 들어 뭐 해?
갑시다
(민서 모) 마지막까지 고생하잖아, 우리 민서가
어떤 건지는 알아야지
(민서 부) 들어서 뭐가 바뀌어?
뭐 좋은 얘기라고
(창) 아버님
힘든 결정
헛되지 않으시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거운 음악] [민서 모의 떨리는 숨소리]
[창의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선우창입니다
뇌사 판정 위원회 언제 될까요?
[긴장되는 음악]
CCTV 영상이 좀 필요한데요
무슨 CCTV?
(구조 실장) 올해 2월 14일 본관 E로젯
3번 수술장 녹화 영상을 요청했습니다
(승효) 왜요?
(구조 실장) 먼저 영상을 확인해야 본인도 말할 수 있다면서
더 이상은 함구해서요
어떡할까요?
찾아와요
(승효) 아, 이거 소리 좀 나오게 안 되나?
(구조 실장) 예, 그...
수술장 녹화는 말은 안 들어간답니다
(경아) 아니, 이게 의사들이...
많이 나오네요
(구조 실장) 죄송하지만 뭔지...
저희가 이쪽에 노하우가 없어서
아, 도대체 병원이라는 데는...
(승효) 노하우가 없으면 노웨어지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어, 난데
지금 저, 수술 기록지하고 영상 하나 첨부해서 보낼 테니까
어떤 건지 봐 봐
어, 급해
[휴대전화 진동음]
어
야, 내가 지금...
(선우) 찾았어
[긴장되는 음악]
(진우) 어디야?
(선우) 오늘 오프라며, 집에 있는 줄 알았더니
찾은 게 뭐야?
한민교라고 들어 봤어?
우리 병원 사람이야?
병원 사람이 아니라...
영상이 제대로 찍혔던가요?
한민교는 바이오컬사 직원이야
바이오컬사는 의료 기기 및 장비 납품 업체입니다
(선우) 상국대병원에서 최근 그 업체를 통해 구입한 기기는
관절 수술 로봇 메디햅
국내에 현재 세 대뿐인 가장 최신 버전이
여기 E로젯 3번 수술장에 있습니다
야, 이거 어떤 새끼가 한 거야?
응? 또라이야?
(태상) 몽땅 세라믹만 모아 놓으면 어쩌자는 거야?
정남준이하고 손지영이 어디 갔어?
당장 불러와!
방금 두 분 다 호출받고 내려가셨는데요
이런 무식한 새끼
(태상) 뭐, 너 초등학교는 나왔냐?
누구 앞에서 누구를 높여?
네 할아비 앞에서 네 아비 오셨다 가셨다 할 거냐?
죄송합니다
(태상) 너 아직도 무슨 얘기인지 모르지?
[휴대전화 진동음] [종이를 탁 내려놓는다]
왜!
정신없어 죽겠는데 뭘 오라 가라야, 알았어!
퇴행성 관절염이나
(선우) 외상으로 인해 손상된 관절 뼈를 제거하고
인공 관절을 보다 정확히 삽입하는 수술 로봇
기본 강의가 필요하셨으면 저한테 얘기를 하시죠
(태상) 제가 이런 뜨내기보다 훨씬 잘 가르쳐 드렸을 텐데
(선우) 메디햅은 3차원 CT 입체 영상을 토대로
불필요한 뼈 절삭과 오차를 줄여 최대한 원형을 유지하고
부작용을 낮춘 수술 기기입니다
(태상) 기계 팔아먹으러 왔냐?
영업 뛰기로 했어?
(선우) 제가 뛸 필요 있을까요?
이미 친한 영업 사원이 있으신데
바이오컬사 영업 대리 한민교
[긴장되는 음악]
아니...
겨우 그거?
(태상) 아, 심평원 나리, 그거?
한민교는 현재 무면허 의료 행위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올해 3월 15일
부산의 한 종합 병원에서
본인이 납품한 메디햅을 써서
집도의 대신 환자 관절을 건드린 게 탄로 났기 때문이죠
(선우) 검거 발표만 남았는데
한민교가 그 얘기는 안 해 주던가요?
(선우) 2월 14일 오후 3시 40분
김태상 상국대병원 정형 센터장께서는
이 병원 3번 수술장과 그 건너편 5번 방을
더블로 열어 놓고 동시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그때 3번 수술장의 메디햅
누구 차지였습니까?
(노을) 늑골도 잘라야 할까요?
(경문) 열어 봐서 공간 확보를 해야 되면
[노을의 한숨]
(노을) 견딜 수 있을까...
(태상) 그걸 제일 잘 아는 사람이 한 거야 기계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
[긴장되는 음악] 아, 들여온 지 일주일도 안 된 기계였어
아, 파는 사람이, 기계 수입한 사람이 제일 잘 아니까!
아니, 로봇 수술을 왜 하는데?
정확하기 위해서, 내가 하는 것보다!
잘못 작동해서 잘못되는 거보다 그게 훨씬 안전하지!
(태상) 환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내깔겨 뒀잖아요!
면허도 없는 사람한테 전부 맡기고 그냥 나가 버렸잖아요
무자격자한테!
부산의 의사는 최소한 옆에 붙어서 배웠습니다
영업 사원이 하는 걸 옆에서 들여다보고
그쪽은 최소한 노력했단 말입니다!
뭐라고?
너 지금 뭐라 그랬냐?
노력이라고?
[태상이 크게 웃는다]
(태상) 내가 상국대학병원에서 30년 동안 하루같이 어떻게 살아왔는데!
남의 등이나 쳐서 타이틀 따고 들어앉아 버린 네가
이제 와서 감히 나를 평가하고 비난해?
[헛웃음]
내가 누구 등을 쳤습니까?
정형을 하겠다는 거 자체부터가!
(태상) 얼마나 뛰어다니고 얼마나 힘을 써야 되는데
너 하나 때문에 네 동기들 선후배들이 얼마나 많은 짐을 져야 했는지
단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너는!
정형을 하겠다고 들이댈 수가 없는 거야
너 같은 건, 양심이 있다면!
어이, 김태상 부원장
(태상) 피해를 보는 건 우리였단 말입니다!
한 놈은 의지의 한국인인 척하고
나머지는 전부 박애주의자 노릇 하고 있는 동안에!
그 피해는 몽땅 우리가 졌어요
그때도 그 난리를 치더니
현장 생활 단 하루도 안 한 게 이제 와서 나를 평가해?
뭐? 노력?
제가
여기서
제 모교에서 수련의가 되는 걸
끝까지 반대한 교수님이 계셨다 들었습니다
10년이 지나서 알게 됐네요
다른 학교에서도 받아 준 절 누가
거부했는지
[거친 숨을 내뱉는다]
상관없어
예선우는 누구보다 열심히 했어
발등이 터질 때까지 일했어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너무 열심히 해서 피가 올라온 발등에서 내가
그 피를 뽑아 줬어
여러 번
내가 알아
다른 사람은 상관없어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2월 14일
3시 40분
[어두운 음악] (승효) 두 사람 부원장 수술 들어갔었죠?
여기 예선우 선생 말
무자격자의 대리 수술 그거 사실입니까?
김태상 부원장이 묵과하고 조장했어요? 예?
[한숨]
대답 감사합니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문이 달칵 열린다]
(경문) 환자 기다려
[태상이 씩씩댄다]
(태상) 아씨, 쌍놈의 새끼들
내가 그냥, 이 자식들을 그냥...
[태상이 계속 씩씩댄다]
[다가오는 발걸음]
[태상의 당황한 신음]
[긴장되는 음악]
(태상) [힘주며] 이씨...
(진우) 다시 말해 봐
내 동생한테 한 거 나한테도 해 봐
[태상이 컥컥거린다]
평생 널 쫓아다닐 거야
네 집에 가고
네 자식 앞에 나타날 거야
널 살릴 수는 없어도 죽일 수는 있어
내 동생한테 깝치지 마
[태상의 신음]
죽여 버릴 거야
[태상의 힘겨운 신음]
(태상) 미친 새끼, 저게...
[태상의 거친 신음]
의사 새끼들
간신히 하나 수습했더니 미친놈들이, 씨...
[통화 연결음]
(경아) 네, 사장님
그, 김태상 부원장 제보한 거 누구인지 좀 압시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진우) 너 소리 잘 지르더라
힘들었지?
나 회사 가면 혼나겠다
원래 조용히 조사만 하고
현지에서 분란 일으키면 안 되는 건데
왜 말 안 했어?
끝까지 반대한 교수 때문에 다른 학교 간 거
(진우) 왜 나한테는 네가 원해서
우리 학교 불편해서라고 했어?
형 그때 광양에서 보건의 할 때였어
내가 광양에서 영영 안 오니?
그러니까
학교로 돌아올 거였잖아
계속 이 병원에서 그 교수랑
얼굴 맞댈 사람이잖아, 형은
[차분한 음악]
(선우) 나 괜찮아
뭐, 꼭 상국대에서 수련의를 해야 하나?
그러니까 그렇게 보지 마
내가 어떻게 봤는데?
징그럽게
(선우) 에이그
나 진짜 괜찮아
그래
근데 오프인데 병원 왜 왔어?
진짜 나 때문에?
(진우) 응?
(진우) 아...
아이씨...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연결 불가 신호음]
[휴대전화 조작음] (진우) 아...
[진우의 한숨]
(정희) 부원장도 나름 자기 입장이 있으니까 처음에는 공방이 좀 오갔다는데
그래도 본인이 해 놓은 짓 있는 건 사실이잖아요
사장이 다 들었고? 그 자리에서요?
도장 깨기인가?
난 그것도 좀 이상해
암 센터는 사장이 나서서 의도야 뭐든 먼저 깐 거지만 [의미심장한 음악]
이번에 부원장 건 자기가 어떻게 알고?
(정희) 수술장에서 생긴 일을 사장이 뭘 안다고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도장 깨기가 됐죠
4번, 5번 타자만 골라서
[정희의 헛웃음]
(정희) 솔직히 이보훈 원장님 돌아가시고 다들 똑같이 생각했을 거예요
둘 중 하나가 다음 우리 원장이다
그렇죠
암 센터장이랑 부원장이 제일 유력했죠
근데 말이에요, 오 교수님
왜 꼭 그 둘 중의 하나여야 되는데?
오 교수님 여자 중에서 최초잖아요 신경외과 센터장 된 거
(정희)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까
왜 꼭 그게 센터장에서 끝나야 되는데요?
응?
(영진) 한숨 돌리셔도 되죠
관심이 교수님한테서 완전히 부원장한테로 넘어갔는데
이럴 때 차라리 치고 나가야 되는데
방법 좀 생각해 보시죠
(노을) 데려다주는 거야 뭐...
근데 넌 어디인데?
(진우) 나 좀 밖인데
'좀 밖'은 뭐야?
무슨 일 있어?
(진우) 아니야
저기, 근데 선우한테
'괜찮냐' 그런 말은 좀...
낮의 일 다시 물어보고 그런 거는
나 먼저 얘기하기 전까진 안 캐물어
(진우) 그렇지
고맙다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 조작음]
[숨을 후 내뱉는다]
찾아올 수도 있지, 그럼
어? 약속을 두 번이나 그랬는데
찾아와서 사과를 할 수도...
[한숨]
[노크 소리가 들린다]
잠깐만
(선우) 다 됐어?
(노을) 응, 1분만
(선우) 아, 이렇게 생겼구나
이런 데서 일하는구나
(노을) 소아과 처음 와 봐?
(선우) 누나가 일하는 데라고
다 똑같지
저녁 먹고 갈까?
사 가서 먹는 건? 집에서
오케이
(노을) 아 참
너 주경문 교수님 아니?
[차분한 음악]
왜?
(노을) 몰라?
왜, 그분?
(노을) 아까 낮에
진우를 말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땐
(태상) 한 놈은 의지의 한국인인 척하고
나머지는 전부 박애주의자 노릇 하고 있는 동안에!
그 피해는 몽땅 우리가 졌어요
이건 예 선생 싸움이야, 둬
(선우) 제 모교에서 수련의가 되는 걸
끝까지 반대한 교수님이 계셨다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주 교수님이 말하는 예 선생이 진우인 줄 알았는데
진우 싸움이 아니잖아
(노을) 전에도 한 번 교수님이 너 아는 건가 싶기도 했고
그래?
알아?
어떻게?
선우야, 왜 그래?
누나
응
난
누나가 좋아
나도
말하게 해 줘
(선우)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좋아한다고 말하는, 말해도 되는
평범한 남자로 고백하게 해 줘
처음부터였어
이노을이라는 사람을
처음 봤을 때
[잔잔한 음악]
[긴장되는 음악]
(태상) 너희들 세상이 온 거 같지?
어떻게 참았어, 그동안?
아, 너희들이 어떻게...
그러게 잘하시지 그랬어요
(세화) 그러게 잘 좀 하시지 그랬어요
(세화) 나 같으면 누구한테 닥치라는 소리는 안 듣죠
문제 자체를 안 만드니까!
나 고발한 게 너지?
(선우) 조용히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승효) 조용히 처리할 수는 있죠
(선우) 왜 쥐고 있는 카드를 안 쓰세요?
아, 무슨 일이야?
이대로는 안 되겠어요
(진우) 저희 원장님이 돼 주세요
말로만 걱정된다 하지 마시고
우리 병원이 더 망가지기 전에
(진우) 나서 주세요
(창) 김태상 부원장
끝내 사퇴 안 했어
죽어도 물러설 수 없나 봐
암 센터장도 꿈쩍 않고
굉장하지들?
대신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어
사장님, 선거 결과요
나왔어요? 누구?
(진우) 누구 표가 더 많이 나왔는데요?
(승효) 기대가 아주 큽니다
잘해 봅시다
주 교수님
.라이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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