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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7

 

모자...

 

- (승효) 네 - (진우) 응

 

(진우) 벌써 시작했어?

 

(노을) 방금

 

어? 그 모자 찾았네?

 

(진우) 똑같은 거 또 샀어

 

근데 얘네들이 다 집 없는 애들이야?

 

진짜 많다

 

예진우는 그만 보고 똥을 치우거라

 

[노을의 웃음]

 

[노을의 힘주는 신음]

 

(노을) 따라와

 

(진우) 근데 우리 병원에 내가 모르는 얼굴들이 이렇게 많았나?

 

(노을) 과마다 제일 막내들만 왔나 봐 나도 거의 처음 봐

 

근데 왜 넌 네가 왔어?

 

- 너는? - 나는 오프, 나밖에, 넌?

 

보고 싶어서

 

뭐가?

 

뭐는?

 

키우고는 싶은데

 

난 꼭두새벽에 나가서 별 보고 들어오니까

 

(노을) 나 잠깐 좋자고 데려갔다간 엄마 일 시킬 거 뻔하고

 

이렇게라도 실컷 보려고

 

그렇지? [개를 어른다]

 

(진우) 응, 강아지?

 

- (태상) 아, 거기야? - (센터 주인) 이쪽으로요 [상엽이 대답한다]

 

[카메라 셔터음]

 

(센터 주인) 쌤, 이제 안에 들어가셔서

 

- (센터 주인) 목욕시킬 강아지 - (태상) 어

 

(센터 주인) 데리고 나오시면 돼요

 

- (상엽) 예 - (센터 주인) 네

 

[휴대전화 벨 소리]

 

(센터 주인) 네

 

선생님, 여기는 개 버리는 데도 아니고요

 

다시 생각해 보...

 

어떻게 한 달도 안 된 걸...

 

그렇게 어린애는 여기 오면 물려요 큰 개가 많아서

 

그러니까... [통화 종료음]

 

[센터 주인의 한숨]

 

또 길에 버리겠네

 

하여튼 인간들 어린것들을 참... 쯧

 

[잔잔한 음악] [노을의 기침]

 

(진우) 야, 너 알레르기 아니야?

 

봐 봐

 

[노을의 기침] (진우) 아니...

 

[개들이 왈왈 짖는다]

 

(태상) 야, 야, 야, 야, 야... [개가 낑낑거린다]

 

(태상)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일로 와!

 

[개가 으르렁거린다] [상엽의 겁먹은 신음]

 

(태상) 근데 얘...

 

얘 이거 어떻게 목욕시키지?

 

(승효) 응, 앉아, 앉아 [개가 낑낑거린다]

 

옳지, 아이, 빗자, 이거

 

아이고

 

목욕도 잘하고

 

털도 잘 말리고

 

아이, 이쁘네

 

[한숨]

 

(태상) 쯧

 

- (직원1) 다 씻었어요? - (직원2) 아, 착하네

 

(직원2) 아유, 어유, 잘했다, 아유, 잘했다

 

- (직원2) 고생했어 - (직원1) 너무 이뻐

 

- (직원2) 아유, 아유, 잘했다 - (직원1) 손님

 

(직원1) 아유, 이쁘다, 이제 갈까? [태상의 다급한 신음]

 

(태상) 어, 자, 자, 자

 

이차, 가자, 가자, 가자, 가자, 가자

 

가자

 

(태상) 그래, 목욕하니까 좋지? [개가 왈왈 짖는다]

 

아이고, 아이고 [태상의 힘주는 신음]

 

[태상이 헤헤 웃는다]

 

그렇게 좋아? 너도 빗질 좀 하자, 이제

 

왜요?

 

이거, 다리가 왜 그렇지?

 

탈구였나?

 

(태상) 아이고, 여기 탈구됐었네

 

[빗을 탁 내려놓으며] 아, 지금도요?

 

아니, 지금은 굳었어요

 

근데 다쳤을 때 안 고쳐 줘 가지고 비틀린 채 그냥 자기 다리가 된 거죠

 

(태상) 와, 무지 아팠을 텐데

 

(상엽) 천생 배운 게 도둑질일세

 

아, 여기까지 와서 그런 거만 보이세요?

 

아이고, 아이, 애들이 그냥 사장님을 잘 따라다녀

 

[태상의 웃음]

 

잠깐만요

 

[개가 낑낑거린다]

 

또 왜요?

 

뭐가 잡혀? 종양?

 

(상엽) 씁, 단순 파이브로머나 리포머인가?

 

캔서가 이 정도 만져질 크기면...

 

이거 빨리 찍어 봐야겠는데요?

 

아, 검사하자고?

 

[개들이 왈왈 짖는다]

 

(상엽) 아이고...

 

사람이나 짐승이나, 응? 아프지 말아야지

 

[상엽의 웃음]

 

저기, 세 분 같이 계신 거 한 번만 더 담아도 될까요?

 

(태상) 자, 자, 자, 자, 자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밝은 음악] [카메라 셔터음]

 

[태상의 한숨]

 

(태상) 많이 뛰는 사람은 억대로 뛰겠지

 

(상엽) 나야 경찰 조사가 끝나야 혜택을 받든가 말든가 하죠

 

[진우가 대야를 탁 내려놓는다] (태상) 아니지, 뭘 끝나길 기다려?

 

암 센터가 이게 얼마나 될 건지를 먼저 어필해야지, 이 사람아

 

(진우) 응

 

[노을의 놀라는 숨소리]

 

하던 대로 쪽방촌 봉사나 돌든가 뭔 개를 봐주겠다고 이 유난을...

 

(진우) 야, 너 아까 점심 너무 조금 먹더라

 

- (노을) 응? 뭐? - 이거 그냥

 

- (노을) 아이, 진짜! 이씨 - (진우) 한 그릇... 아! [노을이 진우를 퍽 친다]

 

(노을) 어떡해 [진우의 아파하는 신음]

 

어떡해! 미안

 

(태상) 사람 있는 데서 저래야 되나, 참

 

(상엽) 아, 데이트도 하고 좋죠

 

아휴, 걱정 없어 좋겠다

 

(태상) 아, 사장님, 이런 데 어떻게 아셨어요?

 

(상엽) 아유, 사장님 덕분에 아주 좋은 경험 합니다

 

(센터 주인) 어, 감사합니다 두 분 언제든 와 주세요

 

(홍보 실장) 자, 다들 모여 주세요!

 

직원 여러분들 수고 많으셨고요

 

이제 슬슬 접으시고요

 

오늘 저녁은 사장님께서 쏘신답니다!

 

[사람들의 환호]

 

장소는 요 앞의 고깃집입니다!

 

(센터 주인) 상국대학병원 선생님들 오늘 정말 수고 많으셨고 감사했습니다

 

회식 장소는 제가 서비스 많이 드리라고 말씀드렸으니까

 

맛있게들 드시고

 

아, 거기는 주차 공간이 좁으니까 차는 놓고 가시고요

 

바로 건너편이에요

 

그리고 반려동물은 사지 말고 입양해 주시고요

 

감사합니다, 복 받으세요 [사람들의 박수]

 

[서로 인사한다]

 

(센터 주인) 수고하셨습니다

 

[개가 낑낑거린다]

 

[개들이 왈왈 짖는다]

 

[잔잔한 음악]

 

[자동차 엔진음]

 

(종업원) 저쪽부터 앉으세요

 

[직원들이 대화한다]

 

(홍보 실장) 여기는 사장님 자리니까 옆으로...

 

- (직원3) 아, 나 화장실 좀... - (종업원) 이쪽, 이쪽입니다

 

(직원4) 아, 난 내일 일찍 나가야 되니까

 

(홍보 실장) 사장님!

 

사장님 자리 여기로...

 

여기 앉으시면 됩니다

 

[승효의 당황한 신음]

 

- (태상) 이게 그렇게 좋아요? - (홍보 실장) 네

 

(상엽) 한잔하셔야죠

 

(승효) 아, 제가...

 

(태상) 아, 아, 예

 

 

(상엽) 아, 예

 

고맙습니다

 

- (홍보 실장) 아, 감사합니다 - (승효) 자, 고생 많으셨습니다

 

(승효) 고생했어요

 

- 나도 - (승효) 고생했어요

 

(태상) 자

 

 

뭐...

 

한 말씀...

 

- (승효) 아... - (태상) 예, 하시죠

 

(승효) 자, 그럼 오늘 고생 정말 많으셨고요

 

잔들 채워 주셨으면 건배 한번 합시다

 

상국대학병원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함께) 위하여!

 

[저마다 인사한다]

 

그럼 편하게들 드십시오 저는 내일 뵙겠습니다

 

[사람들의 당황한 신음]

 

(승효) 아니요, 괜찮아요

 

(태상) 허허, 참

 

좀 그렇긴 한데...

 

- (태상) 뭐, 말씀마따나 뭐... - 왜

 

(태상) 편하게 마십시다, 그럼

 

[태상의 웃음]

 

(홍보 실장) 오늘 사장님께서 카드 주고 가셨으니까요

 

마음껏들 시키세요!

 

이모, 여기요! [사람들의 환호]

 

(태상) 자, 자, 자, 자

 

내가 따라 줄게, 자

 

- (직원5) 짠 - (태상) 자

 

사장님 뭘 좀 아시네

 

(직원5) 사장님도 아는데 왜 자기는 몰라?

 

(직원6) 아, 저 둘이 제일 불편해 체할 거 같아

 

(태상) 자, 건강합시다!

 

[잔을 달그락 부딪친다]

 

(태상) 응

 

(진우) 아까 차를 그냥 여기로 가지고 올 걸 그랬네

 

왜?

 

(노을) 먼저 가

 

(진우) 같이 가, 같이 가서 선우랑 저녁 먹자

 

선우 혼자 안 먹게 하려는 거지? 회식도 못 하고 가는 거?

 

[진우의 질색하는 신음]

 

회식

 

동생 놈이라고 어쩌다 오프일 때나 얼굴 볼까

 

걔가 나가서 먹재도 싫다고 하고

 

점점 밖에 안 가려고 해

 

왜 그러지?

 

나도 그런데?

 

넌 아니야?

 

원래 나이 들수록 집돌이, 집순이 돼 가지 않나?

 

그래서인가?

 

진우 너...

 

너희 어머님 닮았어

 

세상에, 그럴 수가

 

아, 먼저 가

 

우리 둘이 같이 쏙 빠지면 좀 그렇잖아

 

하루 이틀이야, 그런 거? 뭘 신경을 써

 

운전 조심하고

 

너도

 

- (노을) 내일 봐 - (진우) 간다

 

[잔잔한 음악]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들린다]

 

[멀리서 개들이 왈왈 짖는다]

 

[기사의 한숨]

 

[개가 왈왈 짖는다]

 

(센터 주인) 개 농장에서 구해 온 거라 정확한 나이는...

 

한... 서너 살? 안 됐겠나 싶죠

 

[문소리가 들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센터 주인) 유지하는 것만도 벅차서요

 

올 때부터 발이 아파 보이긴 했는데

 

이름은 뭐로 하실 거예요?

 

뭐로 할 필요는 없는데요

 

(센터 주인) 검사받게 해 주신대요 입양은 아니고요

 

아...

 

(센터 주인) 근데 뭐 놓고 가셨어요?

 

(노을) 음...

 

[잔잔한 음악]

 

(센터 주인) 감사합니다

 

제가 할 일인데...

 

(센터 주인) 안녕히 가세요

 

(승효) 고생 많으셨습니다

 

(노을) 감사합니다

 

감사도 하고 마땅한 거라고도 생각해요

 

필수 3과를 지키는 거요

 

그렇지만 사람은 때로는 상황에 떠밀려서

 

당연한 걸 당연하게 못 할 때가 있잖아요

 

자존심이나 주변 시선 때문에

 

[숨을 깊게 내뱉으며] 자존심은 건 적 없고

 

주변 시선, 누구 시선요?

 

꼭 듣고 싶은 게 한 가지 있는데요

 

투약 사고

 

유족들한테 알리기로 한 결정 처음부터 의도한 거였어요?

 

(노을) 그걸 빌미로 나중에 우리가 남의 회사 비타민 같은 거

 

왜 팔아 주냐고 반발하면

 

'그때 너희 오류 줄이라고 기계 사 준 데가 어디인 줄 알아?'

 

그걸로 써먹겠다는 계산이었나요?

 

(승효) 애초부터 투약 사고가 없었다면 그럴 일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고가 있었죠

 

정말 그 목적이었어요? 시작부터?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거예요?

 

네, 너무너무요

 

뭐가 너무너무요?

 

사장님이

 

구승효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 주니까요

 

아...

 

뭐, 처음부터 의도했냐

 

아니면 하다 보니 그렇게 됐냐에 따라

 

내가 달라지나 보죠?

 

 

(승효) 결과는 어차피 한 가지인데요

 

(노을) 사장님 같은 분을 기다렸어요

 

[잔잔한 음악] 그래서 전

 

우리 병원에 오래 계셨으면 좋겠어요 사장님이

 

중간에 어떻게 되지 말고

 

이제 부임 몇 달 만에 내가 바뀔까 봐 걱정은 아닐 테고

 

그럼 누가 나를 어떻게 하나요?

 

그러려면 본인 스스로

 

병원에 얼마나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

 

그거부터 자각하셔야 돼요

 

할 수 있는 게 참 많으세요, 구 사장님

 

아직은 판단이 안 돼요

 

희망을 걸어도 되는 분인지 우리를 망치러 온 분인지

 

나는 내 일 하러 온 겁니다

 

누군가를 망칠 생각도 누군가한테 희망이 될 생각도 없는데

 

기업인이시잖아요

 

(노을) 우리가 단순히 상처를 꿰매는 손이 아니라

 

생명을 붙잡는 손이 되고 싶듯이

 

기업인도 월급을 쥐여 주는 걸 넘어서 이루고 싶은 게 있지 않나요?

 

[개가 낑낑거린다]

 

(노을) 검사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마

 

튼튼해야 돼

 

[차 문이 탁 닫힌다]

 

[풀벌레 울음]

 

[휴대전화 진동음]

 

[개가 낑낑거린다]

 

(승효 부) 예, 왔어요?

 

뭐가 많네

 

[승효 부의 한숨]

 

잘 가요

 

(승효 부) [작은 목소리로] 잘 가요

 

[기사가 신발을 탁탁 신는다]

 

[승효 부의 헛기침] [도어 록 작동음]

 

(승효 부) 너는 어떻게...

 

엄마한테 말도 없이 짐승을 데려오냐

 

이 개 한 마리가 얼마나 손이 가는데

 

아 참, 너 병원만 데려간다고 했지?

 

진짜야? 진짜지?

 

(승효 부) 아, 그럼 진짜죠, 어

 

털 날리지, 짖어대지, 똥 싸지 [개가 낑낑거린다]

 

그 수발을 누가 다 들라고요?

 

청소가 다인 줄 알아요?

 

아니죠, 아니야

 

어, 목욕시켜야지, 병원도 데려가야지

 

산책도 시켜야 되는데

 

그래서 안 키운다잖아요, 응?

 

 

[승효 부의 웃음]

 

(승효 부) 이름은 뭐냐?

 

(승효 모) 이름?

 

남의 집 개

 

[문이 달칵 열린다]

 

며칠 있을 거 저딴 거 뭣 하러 사 와? [문이 달칵 닫힌다]

 

이 집 남자들 저지르는 거 좋아하는 거 내력이야, 내력!

 

그래, 거기 앉을 거야?

 

(승효) 이리 와

 

그렇지

 

[승효가 숨을 들이켠다]

 

[잔잔한 음악] 저녁이?

 

저녁이로 하자

 

저녁이 이리 와

 

아니야, 거기 올라가는 거 아니야

 

저녁이, 저녁이

 

거기 올라가는 거 아니야 여기 깔아 줬잖아

 

이리 와, 여기 네 자리야

 

저녁이

 

 

그런 건 못하는구나?

 

[문이 쓱 열린다]

 

동물 의료 센터?

 

[어두운 음악]

 

설마...

 

그, 전 직원 대상으로 인센티브제 확대 시행 하고

 

응급 수의학 전공 교수 채용해서 동물 의료 센터 설립

 

(승효) 비만, 금연, 탈모, 안티에이징 4대 클리닉

 

그, 뭐라 그랬지, 이름이?

 

생활 건강 같은 용어가 뷰티 클리닉, 웰빙

 

이런 거보다 거부감이 없는 걸로 나왔습니다

 

그러면 대학 병원 부속 4대 생활 건강 클리닉 개설

 

이거 전부 한 번에 발표하세요

 

(구조 실장) 예

 

(경아) QL전자 홍성찬 회장은 오늘 6시랑 내일 점심이 시간이 된다는데

 

언제로 할까요?

 

오늘 5시요

 

아, 송탄은 되고 있어요?

 

(경아) 지목 정리가 생각보다 시간을 잡아먹네요

 

워낙 대규모 용도 변경이라

 

일단 내달 말에 첫 삽을 뜨는 걸 목표로 하고 있고요

 

용적률은 암 센터, 건강 검진 센터 장례식장 순으로 해서

 

설계도는 이번 주말까지 나옵니다

 

- 아, 이 실장 - (구조 실장) 예

 

(승효) 그리고 이 병원 그, 간호사들 초봉

 

다른 병원에 비해서 초과인지 한번 알아보고요

 

엔지니어들 초봉도

 

그리고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전 의국 대상으로

 

진료 기록 검사합니다

 

[의사1의 헛웃음]

 

(의사1) 이거 진짜 개판 되겠네, 어?

 

(의사2) 이야, 수의학과 애들은 벌써 신났던데요?

 

(승효) 투약 사고, 처방 사고, 조제 사고 종류가 뭐든

 

앞으로 걸리면 실수한 인간은 물론이고 책임자까지 실명 까고

 

감봉 징계 합니다

 

(승효) 지금까지처럼 자기들끼리 덮어 주고 쉬쉬하고 이딴 거 절대 안 통한다는 거

 

분명히 알게 하세요

 

구조 조정실 전원이 매달려도 되니까

 

이 문제는 내가 반드시 잡고 갑니다

 

(동수) 사람 충원은 안 해 주면서 입만 살아 갖고, 이?

 

방구석에 앉아서 산도 옮기는 게 사람 셋바닥이여!

 

말은 누가 못 해!

 

한 사람이 다섯 사람 여섯 사람 노릇 하느라 생기는 노무 걸

 

(동수) 아, 문제를 잡갔으면 해결책도 줘야 할 거 아니여, 씨

 

[거친 숨소리]

 

너희들 인센티브에 혹해 갖고 검사 남발하면 내가 밟아 버린다, 이?

 

응급 의료 센터 하면

 

적자도 1등!

 

양심도 1등! 이?

 

저희 아무도 그럴 생각 없습니다

 

(동수) 그려

 

막말로다가 우리가

 

에라, 모르겄다, 응?

 

검사 풀랩 긁어 버리고

 

6시간씩 깔아 둬서 입원료 따로 받고

 

환자들한테 뽕 뽑으면

 

연봉이야 오르겄지

 

근데 너희들 됨됨이가 그짝이었으면 조폐 공사 갔지 여기 안 왔어

 

그걸 지켜

 

(함께) 네

 

(동수) 지금까지는 잘해 줬고

 

고맙고

 

에이! 낯간지러운 거

 

[한숨 쉬며] 뭐, 좌우지당간 분위기 휩쓸리지 말고 지금처럼만, 이?

 

딱 지금처럼들만 고생햐

 

 

(함께) 네

 

(진우) 빨리빨리 준비해

 

(함께) 예

 

[동수의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식사 가시죠

 

됐다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그래, 근데 뭐 먹을...

 

[문이 달칵 닫힌다] 에이, 저놈의 새끼 두 번을 안 묻네

 

(동수) 이것도 비급여

 

이것도 비급여

 

건당 베리플라스트 하나씩만 더 써도

 

환자 한 명당 15만 원씩 더 되니까 하루에...

 

하루에 네 번이니까, 보자...

 

일주일이면 300만 원

 

한 달이면 1,200...

 

[보고서를 탁 내려놓는다]

 

아, 씨, 내 인센티브

 

(동수) 1,200

 

1,200

 

1,200!

 

참말로, 아따, 1,200

 

후, 뭔 소리여

 

아이, 미친놈의 새끼

 

정신 차려, 이놈의 새끼, 정신 차려

 

[어두운 음악]

 

(세화) '의사 1인당 환자 수, 50% 반영'

 

'원가 대비 수익 반영, 50%'

 

'초진 환자 재방문율, 30%'

 

[세화의 한숨]

 

이제부터는 걷는 시간을 계속 늘리셔야 돼요

 

오늘 처방 드리는 약은

 

통증... [컴퓨터 경고음]

 

(경문) 성과급제야말로 파업을 해서라도 막아야 되는 건데

 

지난번 말고 이걸로 들고일어났어야 했는데

 

구 사장한테 완전히 말렸네요

 

(노을) 언제까지 양심에 기댈 수 있을까요?

 

같은 연차, 같은 직급인데 통장에 찍히는 돈이 천차만별이면

 

너나없이 무너지는 때가 한순간에 오겠지

 

개인 월급 통장도 공개할 기세인데 지금 하는 거 보면, 구 사장

 

[경문의 한숨]

 

(승효) 뭐, 처음부터 의도했냐

 

아니면 하다 보니 그렇게 됐냐에 따라 내가 달라지나 보죠?

 

결과는 어차피 한 가지인데요

 

(경문) 하려고만 든다면 많이 뛰는 사람은 인센티브가 억 단위는 될 거야

 

(태상) 많이 뛰는 사람은 억대로 뛰겠지

 

[한숨]

 

(노을) 억 단위를 받으려면

 

환자한테서 몇십 배를 더 뽑아내야 되나요? 지금보다

 

그렇다고 개개인한테 무작정 뿌리치라고 하기에는

 

단위가 너무 세

 

[경문의 한숨]

 

[경문의 한숨]

 

성과급 혜택을 많이 볼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끝난 얘기 같네요

 

[노크 소리가 들린다]

 

(간호사) 저, 부원장님

 

방금 이런 게 보험 심사실에 왔다는데요

 

(태상) 아, 또 심평원이야? 재수 없게

 

[긴장되는 음악]

 

- (민기) 뭐? - (간호사) 아, 부원장님

 

심평원에서 현장 확인 조사 나온다고요

 

(윤모) 미쳤나...

 

(승효) 무슨 현장 확인?

 

공무원이 직접 여기 온다는 얘기예요?

 

(경아) 벌써 왔습니다

 

[깊은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태상이 중얼거린다]

 

[태상이 씩씩댄다]

 

[심전도계 비프음]

 

(진우) 커트요

 

치우다가 유리병 있는 걸 모르고 그냥 집었네요

 

사람들이 깨진 걸 그냥 막 버리죠?

 

그걸로 많이들 오세요

 

- (은하) 예 선생님 - (진우) 예

 

(은하) 어... 동생분 오셨어요

 

제 동생요? 선우가요?

 

(은하) 지금 보험 심사실요

 

현장 조사 나왔대요

 

[긴장되는 음악]

 

창시 빠진 놈들

 

의사 하나 죽인 걸로 부족하다는 거여?

 

(민기) 이번에는 사람 잘못 골랐죠

 

부원장이 어떤 사람인데

 

(동수) 그렇지, 응?

 

심평원에서 누가 올지는 몰라도

 

털러 왔다가 지가 탈탈 털리겄지

 

올 게 온 거 아닌가?

 

(윤모) 좀 쑤셔댔어야지

 

[윤모의 힘주는 신음]

 

(태상) 누가 누구를 심사해!

 

(태상) 누가 감히 날 심사해 대한민국에 그럴 사람 있어?

 

나보다 더 잘 알고

 

나보다 일 잘하는 사람이 있냐고 대한민국에!

 

(심평원 실장) 민원이 정식으로 들어왔는데 우린들 어째?

 

그냥 '진료비가 이상해요' 이것도 아니고

 

아예 제보가 들어왔다는데

 

당신 과잉 진료 한다고

 

그러니까 그놈이 누구냐고!

 

(심평원 실장)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아!

 

설사 안들, 알면 어쩔 건데?

 

왜, 가서 패 주기라도 하게?

 

아, 그렇다고 멀쩡한 사람 뒤통수치냐?

 

사전에 일언반구도 없이?

 

(심평원 실장) 이봐, 김 교수님

 

그걸 미리 언질 주고 나가면 그게 심사야? 짜고 치는 고스톱이지?

 

우리 그렇게는 일 안 해

 

[답답한 숨을 내뱉는다]

 

야, 나도 원장 좀 해 보자!

 

금방 선거야?

 

거 묘하게 됐네, 아이참

 

그러니까 내가 어떤 놈인지 그거 꼭 알아야 되겠다니까

 

(심평원 실장) 나도 조사실 일은 잘 모르니까 일단 물어볼게

 

구체적으로 어떤 클레임이 들어와서 현지 조사까지 결정한 것인지

 

이종혁이 담당이야?

 

걔가 나 심사한대? 우리 병원 와서?

 

'걔'가 뭐야, 한참 선배님한테

 

그분 은퇴했어

 

그럼 더 어린놈이 오겠구먼

 

어떤 놈인지 오기만 해 봐라 그냥 아주 내가...

 

(심평원 실장) 왜 우리한테 화풀이야?

 

당신 쪽 사람일 수도 있어, 찌른 거

 

[어두운 음악]

 

심사야 누가 나가든

 

잘못한 게 없으면 금방 쫑 나겠지

 

[엘리베이터 도착음]

 

[놀란 숨소리]

 

어머

 

[카드 인식음]

 

[정 위원의 놀란 숨소리]

 

뚜껑 열려서 냅다 쫓아온 거예요?

 

(고 위원) 어쩌냐, 우리 참한 예 위원 물어뜯기게 생겼으니

 

(정 위원) 잘하겠죠

 

잘할 거니까 더 달달 볶이지

 

형이 있으니까 좀 막아 주려나요?

 

형제가 같이 볶이지

 

부원장이면 전임 정도는 우습지도 않은데

 

사지나 멀쩡하면...

 

에이, 누가 좀 감싸 주면 좋으련만

 

누가, 의사들이?

 

[고 위원의 한숨]

 

(심평원 실장) 당신 쪽 사람일 수도 있어, 찌른 거

 

[어두운 음악]

 

계속 미적지근한 척하시면

 

남 좋은 일 될 수도 있어요

 

남 좋은 일?

 

자기를 말하는 건가?

 

(태상) 아...

 

[술을 졸졸 따르며] 나는 원장 김태상을 원합니다

 

(태상) 죽어도 같이 죽자는 건가?

 

[심전도계 비프음]

 

(민서 부) 안 돼요

 

말도 꺼내지 말아요

 

민서 아버님

 

(창) 기증을 하시든 아니든

 

뇌사를 받아들이시는 게

 

절대 민서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부모가 자식을 단념하는 게 아니라

 

민서는

 

[무거운 음악] 다른 곳으로 갈 준비를 이미 다 했습니다

 

그걸로

 

[한숨]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지는 마세요

 

(민서 부) 우리 애 헤집어 놓고

 

뜯어내고, 내팽개치고

 

절대 안 해요

 

여기

 

옆에 오지 마세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기증하신 분들이 후회한다는 기사 봤고

 

 

그래서 저도 아버님께서 오해하시는 게

 

무리가 아니라는 거 잘 알지만

 

(창) 저희 절대 그렇지 않아요

 

수술 때도 제가 항상 끝까지 지켜보고요

 

장례식 때도

 

제가 있습니다

 

혹 아버님께서 기증을 결심해 주신다면

 

민서 덕분에

 

살아서 이 병원 나갈 수 있는 아이들이

 

정말로 많습니다

 

그 아이들 통해서 민서는 영원히 살 겁니다

 

누군가의 눈이 돼서

 

미처 다 못 보고 떠난 세상도 더 많이 보고

 

누군가의 심장이 돼서

 

건강하게

 

오랫동안 뛸 겁니다

 

(민서 부) 누구를 속이려고

 

당신들

 

사람 죽이고도 모른 척한 거

 

누구를 바보로 압니까?

 

나가

 

[휴대전화 진동음]

 

다시 오겠습니다

 

[한숨]

 

저도 애 아빠랑 다시 말해 볼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민서 어머님

 

[엘리베이터 버튼을 탁 누른다] [휴대전화 진동음]

 

(민서 백부) 이보슈, 의사 선생

 

난 민서 큰아빠요

 

아, 예, 그러세요?

 

근데 전 의사가 아니...

 

(민서 백부) 내 조카 장기 떼 가서 좋아?

 

걔네들이

 

자기 자식 호흡기를 왜 떼려고 하겠어?

 

돈이 없어서

 

더 이상 병원비를 못 대겠어서

 

- 어르신 - (민서 백부) 근데

 

그런 애 몸뚱이를 거저 가져가?

 

너희들은 한 푼도 안 내놔?

 

저희가 의료비하고 장제비 일부는 지원을 해 드릴...

 

(민서 백부) 그까짓 걸로 어떻게 살라고!

 

[긴장되는 음악] 남은 사람들 어쩌라고! 씨!

 

제수씨가 어떻게 결심했는데

 

자기 자식 몸뚱이 내주겠다고 어떻게 결심했는데! [엘리베이터 도착음]

 

[창의 힘겨운 기침] 그런 사람 불러다가 병원비를 재촉해!

 

[민서 백부의 힘주는 신음] (여자1) 어머, 어떡해

 

(방 선생) 놓으세요

 

[방 선생의 힘주는 신음]

 

[창의 힘겨운 기침]

 

괜찮아요?

 

(민서 백부) 다 도둑놈 새끼들이야

 

[창의 거친 숨소리]

 

나쁜 새끼들

 

[기침]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음이 멈춘다]

 

(승효) 응, 왔어?

 

 

왜 그래?

 

(창) 왜?

 

(승효) 뭐야, 이거?

 

아, 빨리 할 거나 말해

 

누가 보면 어쩌려고

 

간다?

 

야, 심평원 사람이 병원에 나오는 게 흔한 거냐?

 

평판에 미칠 영향은?

 

심사 결과가 뭐냐가 문제지 평판이야...

 

부원장 과잉 진료라지?

 

 

(창) 정형외과는 우리 일이랑 겹치는 게 제일 없는 데라서

 

나도 세세히는 잘 모르는데

 

원래 척추 전문 병원 같은 거 하나 생기면

 

그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 다 사이보그 된다고

 

그런 말은 해, 의사들끼리도

 

뭔 사이보그?

 

허리고 무릎이고 일단 철심부터 박는 거지

 

(창) 환자들도 그걸 굉장히 당연히 여기고, 요즘에는

 

야, 그러면

 

부원장이 수술 건수로 전국에서 손꼽히게 된 게, 어?

 

(창) 그래도 직접 현장 확인은 흔치 않아

 

얼마 전에 그...

 

조사받던 의사 하나가 자살을 했어

 

그다음부터는 서로 되게 경계해 심사평가원이나 의사협회나

 

[어이없는 숨을 내뱉는다]

 

야, 나는 여기 오기 전까지는 의사들이 뭐

 

일일이 심평원에다가 진료비 청구하고 심사받고 그러는지 몰랐다?

 

의사들이 다 짱 먹는 줄 알았지

 

[헛웃음]

 

환자들한테 손찌검도 당하는데 뭔 짱을 먹어?

 

다 사람 하는 일이지

 

그, 이노을 선생 얘기 하면서

 

그때 예진우 언급했었잖아

 

걔 동생이래, 심의 나온 담당자가

 

(창) 응?

 

씁, 왜 업무 기피 신청을 안 했지?

 

(승효) 뭔데, 그게?

 

(창) 원래 심평원이 거의 간호사 출신이라

 

가족들 중에도 의사들이 많아

 

그래서 자기 식구 있는 병원에 업무가 배정되면

 

위에다가 알려야 될 텐데, 거기서도

 

업무 기피 신청도 하고

 

음, 예진우 동생도 그러면 간호사인 건가?

 

현장 확인은 원래 의사가 해

 

(창) 정형 전문의인가 그런다는 거 같던데

 

이름이...

 

예진우랑 비슷했는데

 

야, 네 이름이랑 더 비슷해, 선우창

 

아, 예선우

 

나도 본 적은 없는데

 

여기 의대에서는 나름 유명했나 봐

 

몸이 그런데

 

사실 그 몸으로 인턴에 레지던트까지 말이 쉽지

 

야, 몸이 그런데 누가 끌고 다닌 거야? 형이?

 

(창) 엄마

 

혼자서 아들을 막 밀고 끌고

 

옴팡 고생한 거 같더라

 

왜 혼자인데? 아빠는 돈 버시고?

 

(창) 돌아가셨다나? 나도 안 친해서

 

근데 자기 형이 있는 병원엘 온다...

 

우연인가?

 

그게 뭐... [문이 삐걱 닫힌다]

 

(창) 먼저 가

 

(승효) 이거 어떤 새끼냐?

 

새끼면 어쩌고 안 새끼면 어쩌게?

 

하여튼 새끼 말도 오질나게 이쁘게 해요, 쯧

 

아, 그...

 

뭐, 또

 

(승효) 뭐냐, 그...

 

예진우하고 친하다는 그 선생, 그 여자

 

아, 그때 이노을 선생, 참

 

왜 왔던 거야, 사장실까지?

 

뻔한 거지, 뭐

 

사귀냐? 둘이?

 

글쎄, 뭐 그렇다는 사람들도 있고, 왜?

 

뭐 하는 거야

 

일하라고 모아 놨더니 눈이나 맞고

 

[휴대전화 조작음] 다 형 같은 줄 알아?

 

[통화 연결음]

 

여보세요

 

예, 지금 구조실에 자리 하나 만들라고 그러세요

 

[무거운 음악]

 

예, 구조 조정실요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아, 저희 과장님이 지금 안 계셔서 그런다니까요?

 

(간호사) 아, 저희도 허락을 맡아야 내드리든가 말든가 할 거 아니에요

 

여기 과장님이 요양 기관 부당 청구 조사 대상이신데

 

허락을 받고 내주신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의사3) 그러게? [음료수를 탁 올려놓는다]

 

뭔 뜻이려나?

 

예진우 동생이라며?

 

내가 진우보다 위니까 형이 말 놓을게

 

갑자기 쳐들어와서는 이거 내놔라, 저거 내놔라

 

뭐, 어쩌라고

 

너희 언제 우리한테 뭐 맡겨 놨니?

 

(경아) 실례합니다

 

예선우 선생님 되시죠?

 

- 예? - 처음 뵙겠습니다, 강경아 팀장입니다

 

잠깐 시간 가능하실까요?

 

무슨 일이신지...

 

저희 구승효 사장님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선우) 사장님께서요?

 

(경아) 네, 괜찮으실까요?

 

 

(경아) 조상님이야, 뭐야? 찍찍 반말은

 

- (경아) 저기... - 예

 

인물 집안이신가 봐요

 

(선우) 예?

 

이쪽으로

 

[어두운 음악]

 

(경아) 보험 심사실에서 뭐 갖고 올까요?

 

노트북 거기 두고 왔죠?

 

아, 그러면

 

잠시만...

 

[문이 달칵 닫힌다]

 

심의 위원 예선우입니다

 

(선우) 다른 분들처럼 예우를 갖추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승효) 내가 나가 봐야 돼서 바로 물을게요

 

쟁점이 뭡니까?

 

김태상 부원장은

 

저희 진료비 합의부에서 상당 기간 예의 주시 해 온 의료인입니다

 

(선우) 진료비 항의 민원이 지속됐거든요

 

그러던 차에 의료원 홈페이지에

 

부원장의 부당 행위가 다시 지적됐고

 

저희 기관에서는 이에 응할 의무가 있습니다

 

(승효) 어떤 부당 행위요?

 

위법?

 

뭐, 상국대 이름을 걸고 진료를 뭐같이 했어요?

 

(선우) 사실 정형은

 

지난 10년간 집중 심사 대상이었습니다

 

수술이 남발된 대표적인 분야라서요

 

남발...

 

해서는 안 될 환자를 속여서

 

뭐, 사이보그로 만들었다 이겁니까?

 

속인 거하고는 좀 다른데요

 

혹시 사장님 주변 분 중에 척추 수술하신 분 계시나요?

 

뭐, 노인분들이야 많이들 하시는데

 

(선우) 척추는 아주 심한 측만증이나 협착증이 아니면

 

사실 노인분들도 되도록 안 건드리는 게 좋습니다

 

인공 관절은 흔한 수술이지만 여기에도 유효 기간이 있습니다

 

변형도 되고 구획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

 

아, 구획 증후군은...

 

(승효) [의자를 쓱 끌어당기며] 근육이 붓거나 출혈이 발생하는 질환

 

왜요?

 

'의사도 아닌 게 되게 아는 척하네' 웃는 겁니까?

 

아니요

 

인공 관절에 유효 기간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현재로는 10년에서 15년 사이

 

[긴장되는 음악]

 

입니다

 

수명이 다하면 재수술을 해야 하죠

 

하면 되죠

 

아픈 무릎 끌어안고 사느니 재수술이 낫죠

 

현재 기술로 재수술은 절대 쉬운 게 아닙니다

 

(선우) 50세 환자를 지금 수술대에 올려 버리면

 

그 사람은 겨우 나이 60에

 

인공 관절 유효 기간이 끝나 버려서

 

거동 자체가 불편해질 수도 있어요

 

아니, 그런 게 어디 있어요?

 

60이면 사방 천지 돌아다닐 나이인데?

 

아니, 그 정도면 수술 전에 고지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럼 누가 수술을 받겠습니까?

 

이런 대학 병원은 몰라도 수술 전문 병원은 망하죠

 

(선우) 그런 데는 수술 공장인데

 

공장이 멈춰지는 거니까요

 

그럼 부원장이 지금의 명성을

 

그런 식으로 쌓아 왔다고요?

 

알아봐야죠

 

알아봐서 맞으면?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물은 그대로고 돌 던지는 사람만 바뀐달까요?

 

적발해 내도 금방 잊혀질 겁니다

 

그래도 해야죠

 

그, 경영 진단 때 정형외과에서 받은 기록

 

집도의별로 돼 있어요?

 

(구조 실장) 예

 

(구조 실장) 진료 기록이든 수술이든

 

최근에 전부 확보해 놓은 게 있으니까 말씀만 하세요

 

감사합니다

 

사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대신에

 

공정합시다

 

뭐, '현지 조사까지 나왔으니까 빈손으로는 못 가지'

 

이런 마인드로 애먼 거 다 시비 걸지 마시고요

 

 

(승효) 아

 

근데

 

형 있는 데를 왜 왔어요?

 

현장 확인은 원래 해당 과 전문의가 나와야 하거든요

 

저희 쪽에 정형 전문의가 한 분 더 계셨는데

 

은퇴하셨어요, 얼마 전에

 

저만 남았습니다

 

그게...

 

그게 웃긴 건가? 왜 자꾸 웃으시지?

 

아, 우리 선생님이 웃는 상이시네 [경아의 웃음]

 

(선우) 저, 구승효 사장님

 

다음에 용건 있으시면 불러 주세요

 

제가 가서 뵐게요

 

그러시든가요

 

[문이 탁 닫힌다]

 

[숨을 후 내뱉는다]

 

(여자2) 지원아, 걱정하지 마

 

아줌마가 좋은 데 데려가는 거야

 

거기는 친구들도 많아

 

[무거운 음악]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엄마?

 

(여자2) 아무 걱정 하지 마

 

아줌마가 좋은 친구들 많이 소개해 줄게

 

이제 가자

 

(경아) 누구 찾으세요?

 

아, 누구를 찾아요, 내가?

 

(경아) 왜 저래? 좀 찾으면 안 돼?

 

[어두운 음악]

 

아, 거기 다 있는데, 씨...

 

아, 나 정말, 씨...

 

[노크 소리가 들린다]

 

(태상) 들어와

 

[문이 달칵 닫힌다]

 

(진우) 부르셨습...

 

(태상) 너지?

 

네가 찔렀지?

 

네가 찌르고 네 동생이 헤집고

 

아주 재밌어 죽겠지?

 

아닙니다

 

(태상) 동생이 코밑까지 기어오르도록 까맣게 몰랐다?

 

네, 몰랐습니다

 

아주 네 형제 공사 구분 확실해서 좋네?

 

홀어머니가 그건 제대로 가르쳐 줬나 봐?

 

[진우의 가슴을 퍽 치며] 대답 안 해?

 

(태상) 내 말 똑똑히 들어

 

경찰 가고 싶으면 가

 

근데 그거 까려면

 

원장이 무슨 수작을 벌였는지도 밝혀야 돼

 

아...

 

너 맞구나

 

아닙니다

 

(태상) [진우의 가슴을 퍽 치며] 맞잖아

 

아닙니다

 

(태상) 너잖아!

 

아닙니다

 

(태상) 네가 아니면...

 

[휴대전화 진동음]

 

이씨...

 

[문이 달칵 닫힌다]

 

(태상) 어, 어떻게 됐어, 알아봤어?

 

(심평원 실장) 왜 TV는 나와서 이 사달을 만들어, 그러게

 

아, TV는 뭐, 내가 TV 한두 번이야?

 

(심평원 실장) 이번에 나가서 몇천 명 수술했다고 자랑했다며

 

과잉 진료가 아니고선 그럴 수 없다고 민원이 올라왔대

 

TV서 당신 보고 누가 배알이 꼴려서 투고한 거 같아

 

누가 올린지 알 수 있지? IP든 뭐든

 

(태상) 아, 왜 못 해? 나한테만 알려 줘 내가 직접 찾겠다니까!

 

야, 너 진짜 나한테 이럴 거냐?

 

나한테 짚이는 게 있어서 이렇다니까!

 

여기 병원 의사 놈 동생이 왔어 심평원에서!

 

(심평원 실장) 업무 기피 신청을 했다니까!

 

근데 말했잖아

 

이종혁 선생이 은퇴를 했어요

 

우리 쪽에 정형 전문의래야 딱 둘뿐인데 [태상이 거친 숨을 내뱉는다]

 

한 명만 남았으니 어째, 안 해?

 

- 진짜야? - (심평원 실장) 진짜지 그럼!

 

(심평원 실장) 그리고 투고한 사람 가르쳐 달라는 둥 그딴 소리 하지 마

 

당신 우리 심사 대상이야

 

이 정도도 특혜인 줄 알아

 

끊어, 이 사람아!

 

[통화 종료음]

 

아, 정말...

 

[거친 숨을 내뱉는다]

 

(진우) 왜 너야?

 

왜 네가 왔어?

 

(진우) 왜 말 안 했어?

 

(선우) 말하면 형이 관둘 테니까

 

내가 심사를 올 거라고 하면

 

형이 계획을 바꿀지도 모르니까

 

(태상) 아

 

그, 미국과 일본에서 40대 환자가

 

인공 관절 치환술 받은 케이스 전부 찾아 놔

 

(함께) 네

 

(태상) 아, 그리고 인터뷰할 환자도 찾아

 

최근에 나한테 수술받은 환자 중에서 경과 좋은 걸로

 

- (의사4) 네, 알겠습니다 - (의사5) 네

 

"일본 인공 관절 치환술 사례"

 

"미국 인공 관절 치환술 사례"

 

(진우) 그때부터 안 거야?

 

(진우) 네가 파견될 거라는 거

 

무슨 투고를 했다는 거야?

 

부원장

 

[어두운 음악] 과다 관절 치환

 

민원을 제기했다고?

 

(진우) 네가 곤란한 일은 없을 거야

 

내 동생인 거 다 아니까 널 보내진 않겠지

 

모른 척해

 

형은?

 

형이 곤란해질 일은?

 

할 수 없지

 

왜 그래야 하는데?

 

5천6백 명은 나와서는 안 되는 수치야

 

[한숨]

 

지금 부원장은

 

(선우) 원장이 돼서는 안 되는 인물이라며

 

(선우) 형을 위해서만은 아니야

 

형이 그렇게 판단했다면 보훈 아저씨도 같을 거라 생각했어

 

아무나 자기 뒤를 잇는 거

 

슬퍼하실 거야

 

(진우) 한 해 5천6백 명

 

말기 관절염 환자한테만 시행하는 최종적 수술이 혼자서

 

5천6백 명

 

[한숨]

 

[잔잔한 음악]

 

버릇인가 봐요

 

(노을) 뭐 집중할 때

 

아닌데요

 

그런데요?

 

(선우) 그쪽은 이미 결론 난 거 아니야?

 

문제는 그럼 누구냐는 거지

 

어이, 김태상 부원장

 

(태상) 피해를 보는 건 우리였단 말입니다!

 

(태상) 한 놈은 의지의 한국인인 척하고

 

나머지는 전부 박애주의자 노릇 하고 있는 동안에!

 

그 피해는 몽땅 우리가 졌어요!

 

(선우) 부원장이 탈락하면 누가 원장 선거에 뛰어들 것인가

 

(정희) 도장 깨기가 됐죠

 

4번, 5번 타자만 골라서

 

(세화) 암 센터장이랑 부원장이 제일 유력했죠

 

(정희) 왜 꼭 그 둘 중의 하나여야 되는데?

 

오 교수님 여자 중에 최초잖아요 신경외과 센터장 된 거

 

왜 꼭 그게 센터장에서 끝나야 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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