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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1

 

 (홍단) 케이팝 그룹 BTS의 팬들은  '아미'라고 불린다

 

 [테이프 되감는 효과음]

 

 그들은 전 세계 어디에나 존재한다

 

 물론

 

 북조선에도 아미가 있다

 

 어려서부터 몰래

 

 한류 드라마와  케이팝을 접해온 내게

 

 그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달칵]

 

 [노래가 뚝 꺼진다]

 

 [문이 탁 닫힌다]  다른 아미들과  나의 차이점이 있다면…

 

 [심벌즈 효과음]

 

 진짜 군대에  들어가야만 했다는 거다  [총소리가 요란하다]

 

 [북한 군가가 흘러나온다]

 

 (홍단)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회담을 한 지가 몇 년

 

 시간이 흐르면서 통일에 대한  기대도 점차 사그라질 즈음…

 

 변화는 뜻밖에 도둑처럼 찾아왔다  [TV 속 뉴스가 흘러나온다]

 

 (여자1) 이것 좀 보라

 

 (TV 속 앵커1) 남조선 정부와  더불어 종전을 선언…  [여자2가 묻는다]

 

 - (여자1) '종전'?  - (여자2) 저거이 믿어도 되갔어?

 

 (여자1) 내래 전부터  심상치 않다고 했잖니

 

 경제협력을 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TV 속 앵커1) 이를 위해 양국은  경제 공동체를 건설할 것이며

 

 공동으로 화폐를 만들어  서로 사용하도록…

 

 (여자1) 공동 화폐를 쓴다고?

 

 아, 기카믄 이제부터  남한 물건도 살 수 있는 거가?

 

 (여자2) 아이, 기게 대수니?

 

 출입증만 받으면은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하다던데

 

 (홍단)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잔잔한 음악]  나는 제대하자마자  평양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기차 경적]

 

 (남자1) 저기 보라!

 

 [사람들의 탄성]

 

 (남자2) 진짜 이렇게 보니  통일도 시간문제갔어

 

 (안내 방송 속 여자) 지금 기차가  JEA 공동경제구역을

 

 지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곳은 과거

 

 분단의 상징과도 같았던  공동경비구역이었으나

 

 현재는 평화통일로 나아가기 위한  경제협력의 시험대로

 

 북남 인민 모두의 자유로운 왕래와  경제활동이 보장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곳에는 이미 북남의 수많은  기관과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향후 한반도 통일조폐국과

 

 통일준비위원회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기차 경적이 울린다]

 

 (남자3) 이야, 우리 북조선도  뭐, 조만간에 이렇게 되지 않갔어?

 

 (남자4) 내래 얼른 돈 벌어서

 

 고향에다 저런 고층 살림집  하나 사야갔구나

 

 (남자3) 저쪽이 원래  금단선 있던 자리 아니네?

 

 (여자3) 공동경제구역이라

 

 아예 도시 하나를  만들고 있구먼기래

 

 (홍단) 기차 안에 탄 모두가

 

 같은 냄새를 맡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건 희망의 냄새였다

 

 (홍단) 얼마 지나지 않아  남한의 재벌 기업은

 

 북한에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했고

 

 남에도 북에도  이 변화의 바람을 타고

 

 떼돈을 벌었단 작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하지만…

 

 [불길한 음악]  [거친 숨소리]

 

 이주 브로커가 내게 약속한  집과 직장은 가짜였다

 

 [울분에 찬 탄성]

 

 [분노에 찬 숨소리]

 

 웰컴 투 자본주의

 

 [쓸쓸한 음악]

 

 [시끌벅적하다]

 

 (동료) 야

 

 너도 먹을래?

 

 (동료) 싫으면 마라

 

 (홍단) 그런데 망할

 

 저 남한 계집애는 왜 쓰레기를  주워 먹고 있는 거지?

 

 (TV 속 앵커2) 1, 2차 경협 이후

 

 북한 이주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드러내는  움직임 또한 커지고 있는데요  [시위대 소리가 흘러나온다]

 

 한편 한 달 후로 예정된  BTS의 평양 콘서트가

 

 전석 매진되는 등

 

 문화계에서 남북 교류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홍단)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신나는 반주가 흘러나온다]  [시끌벅적하다]

 

 (홍단) ♪ 멀리 ♪

 

 ♪ 기적이 우네 ♪

 

 ♪ 나를 두고 ♪

 

 ♪ 멀리 간다네 ♪  [마이크 삐 소리가 울린다]

 

 [어두운 음악]

 

 (홍단)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사채업자) 5만 원

 

 구권은 환전 수수료  20% 받는 거 알지?

 

 [한숨]

 

 (홍단) 저것들은 다 뭐예요?

 

 (사채업자) 뭐겠냐?  돈 대신 받은 거지

 

 너도 맡길 거 있으면 내놔 봐  잘 쳐줄게, 어?

 

 (사채업자) 그래, 알지, 알아

 

 요즘 많이 힘들지?

 

 윗동네에서 '얼음'이라고  하는 건데 알지?

 

 그동안 고생한 거 아니까  주는 거야

 

 (홍단) 일없어요

 

 (사채업자) 야

 

 기분 좋게 일하면 좋잖아

 

 손님하고 2차도 나가고

 

 (사채업자) 어?

 

 이렇게 해서 원금 언제 갚을래?

 

 야, 여기에서 돈을 벌려면

 

 뇌가 유연해야 돼

 

 해 봐

 

 (사채업자) 어?

 

 [거칠게 문이 열린다]

 

 [동료의 겁먹은 신음]

 

 [부하1의 성난 신음]  [동료의 비명]

 

 아, 분위기 좋았는데 뭐야?

 

 (부하2) 아, 이 쌍년이 돈 떼먹고  튀는 거 잡아 왔지 말입니다

 

 신장이라도 하나 뗄까요?

 

 (사채업자) 약에 쩔어 가지고  어디 뭐, 쓸 데나 있겠냐?

 

 [부하2가 낄낄댄다]  [콜록거린다]

 

 너도 먹을래?

 

 다 너 같은 놈들 때문이었어

 

 뭐?

 

 이 도적 떼 같은 새끼들

 

 [성난 숨소리]  [홍단의 비명]

 

 [홍단의 거친 숨소리]  [이명이 울린다]

 

 [거친 숨소리]

 

 [이명이 멈춘다]  [떨리는 숨소리]

 

 [홍단의 힘주는 신음]  [긴박한 음악]

 

 [사채업자의 아파하는 신음]

 

 [철컥]

 

 [코웃음]

 

 안전장치는 풀었어?

 

 떼떼는 그런 거 없어

 

 미안해, 알았어

 

 우리 말로 하자, 말로, 응?

 

 [사채업자의 힘주는 신음]

 

 [홍단의 힘겨운 숨소리]  [사채업자의 힘주는 신음]

 

 [홍단의 힘주는 신음]

 

 [철컥]  [당황한 숨소리]

 

 [총성]

 

 [놀란 숨소리]

 

 [동료의 겁먹은 신음]

 

 (홍단) 어차피  도둑놈들이 돈 버는 세상

 

 나라고 도둑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총성]

 

 [동료의 비명]

 

 [겁먹은 숨소리]

 

 [부하2의 겁먹은 숨소리]

 

 [홍단의 거친 숨소리]

 

 야, 뭐 해?

 

 (홍단) 얼른 저것들 챙겨서 나가자

 

 [떨리는 숨소리]

 

 [주제곡]

 

 [다가오는 오토바이 엔진음]

 

 (TV 속 앵커3) 용의자들은  지난해부터

 

 불법 사채업자들을 상대로  [긴장되는 음악]

 

 연쇄 강도 행각을 벌여  현재 수배 중인 상태였습니다

 

 현장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용의자 중 한 명은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경찰은 불법 이주민으로 추정되는

 

 다른 한 명을 추격 중에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을 통해 들여온

 

 사제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천둥이 콰르릉 친다]

 

 (무전 속 경찰1) 응답하라, '1506'

 

 (무전 속 경찰2) '1506'  용의자 안 보입니다

 

 (무전 속 경찰1)  2가 쪽으로 간 것 같다

 

 (무전 속 경찰3) '18'  경 넷과 함께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자동차 경적]

 

 [한숨]

 

 (TV 속 앵커3)  최근 불법 이주민 관련  범죄가 급증하는 추세인데요

 

 전문가들은 남북 경제 협력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저임금 노동자가 대거 유입되고

 

 계층 간 빈부 격차가 심화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으로 진단하며

 

 이에 대해 조속한 대책이…

 

 [홍단의 당황한 숨소리]  [열차 소리가 요란하다]

 

 (홍단) 더 이상 갈 곳도  가고 싶은 곳도 없었다  [홍단이 흐느낀다]

 

 [홍단이 훌쩍인다]

 

 [철컥거린다]

 

 [홍단의 떨리는 숨소리]

 

 [천둥이 콰르릉 친다]

 

 [홍단의 떨리는 숨소리]

 

 [철컥]

 

 [떨리는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천천히 다가오는 발소리]

 

 [하늘이 우르릉거린다]

 

 괜찮아요?

 

 (남자5) 많이 다친 거 같은데

 

 (홍단) 처음 그 남자를 보곤

 

 저승사자가  마중이라도 온 줄 알았다

 

 [열차 소리가 요란하다]

 

 저, 근데 맞죠?

 

 (남자5) 이주민들 등쳐 먹는

 

 나쁜 놈들만 털고 다닌다는  그 강도

 

 괴물인 줄 알았는데

 

 그냥 사람이네?

 

 뭐야, 너?

 

 (남자5) 어때?

 

 그런 놈들 몇 조진다고  뭐가 달라지던가?

 

 응?

 

 뭐냐고, 너?

 

 (남자5) 나한테 계획이 있어

 

 아주 큰 건인데  당신이 꼭 해줬으면 좋겠어

 

 [어이없는 듯 웃는다]

 

 지금 나한테 강도 짓을 하자고?

 

 [총을 철컥거린다]

 

 내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잔잔한 음악]

 

 푼돈을 훔친 강도는

 

 (남자5) 쫓기다 죽거나  감옥살이를 하게 되지만

 

 엄청나게 큰돈을 훔친 강도는

 

 세상을 바꾸고

 

 영웅이 되기도 하거든

 

 얼마를 훔쳐야 세상이 바뀌는데?

 

 4조

 

 [하늘이 우르릉거린다]  [놀란 숨소리]

 

 어차피 버릴 목숨이라면

 

 나한테 한번 맡겨보는 게 어때?

 

 (홍단) 그는 자신을  교수라고 소개했다

 

 '교수?'

 

 '누굴 가르치시길래?'

 

 그렇게 묻자 교수는  자신의 학생들을 인사시켜 주었다

 

 [서로 웃으며 떠든다]

 

 (교수) 자,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 이제부터

 

 나이 불문, 출신 불문

 

 반말로 소통할 거야

 

 (교수) 호칭은 이름 대신  별명을 정하도록 할게

 

 아니, 이름은 그렇다 치고

 

 반말?

 

 아니, 와 굳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서로의 신원을 모르는 게  안전할 테니까

 

 (교수) 자, 그럼  도시 이름은 어떨까?

 

 각자 큰돈 벌면  살고 싶은 곳이어도 좋고

 

 발음이 마음에 드는 곳이어도  좋으니까

 

 내키는 대로 하나씩 골라봐

 

 [경쾌한 음악]

 

 이야, 대박!

 

 아니, 안 그래도 내가  카니발에 꼭 가보고 싶었거든

 

 카니발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삼바!

 

 (홍단) 저 아이돌처럼 생긴 녀석은  리우

 

 춤은 더럽게 못 추지만  해킹 실력은 끝내준단다

 

 덴버

 

 로키산맥 근처니까 내 여로 할게

 

 '록키' 있다 아이가, 록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거든

 

 (덴버) 빰, 바바밤, 빰! 빰!

 

 참고로 그 영화 배경은  필라델피아야

 

 아, 맞나?

 

 필라델피아

 

 필…

 

 (덴버) 좀 긴데?  덴버가 더 안 세 보이나?

 

 (홍단) 단순해 보이는 저 녀석은  덴버

 

 길거리 싸움꾼 출신이다

 

 [공 울리는 효과음]

 

 [환호성 효과음]  불법 격투장에서 죄다 패버리다

 

 돈 대주는 도박꾼들까지 패고  뛰쳐나왔다고 한다

 

 돌아가신 우리 어무이 평생소원이

 

 여, 여, 거, 부산에서 기차 타고  [기차 경적 효과음]

 

 평양 지나 요래, 요래

 

 이 모스크바까지 가보는 거였는데

 

 [모스크바의 착잡한 숨소리]

 

 (모스크바) 아이고, 어무이

 

 (홍단) 저 아저씨는 모스크바

 

 덴버와 부자지간이다

 

 광부 출신으로 뭐든  파고 뚫는 게 장기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단다

 

 여기가 어디?

 

 인생 막장

 

 [작은 목소리로] 나이로비…

 

 (나이로비) 예스

 

 [헛기침]

 

 혹시 여기서 아프리카 가본 사람?

 

 그 대자연의 위대함…

 

 느껴보지 않으면 몰라

 

 거기 다이아가 유명한 거 알지?

 

 (홍단) 나이로비  입만 열면 구라다

 

 각종 위조의 전문가로

 

 굵직한 건수마다  안 낀 데가 없다는데

 

 내가 볼 땐 그냥 사기꾼 같다

 

 니 뭐 하니?

 

 이딴 것도 못 찾아버리니?

 

 네가 지금 날 치면  어찌하자는 거니?

 

 - (헬싱키) 한번 해보자는 거니?  - (오슬로) 그만하라

 

 [오슬로의 성난 신음]

 

 (홍단) 저 단짝 커플은  헬싱키와 오슬로

 

 연변 출신 해결사들이다

 

 몸담았던 조직을 단둘이서  궤멸시켜 버리고 나왔다고 한다

 

 (홍단) 베를린

 

 어쩐지 사람을 긴장시키는  재주가 있는 놈이다

 

 죽어서야 나올 수 있다는  북한 개천 수용소 출신

 

 그런데 어떻게 여기 있냐고?

 

 그게 녀석이 북한 역사상

 

 최악의 수배범이 된 이유겠지  [총성 효과음]

 

 도쿄

 

 아, 딴 데도 아이고  와 하필 도쿄인데?

 

 그야…

 

 나쁜 짓을 할 거잖아

 

 [오슬로의 웃음]  (덴버) 이야, 니 머리 좋네?

 

 [저마다 웃는다]  그래, 맞아

 

 우린 나쁜 짓을 할 거야  [긴장되는 음악]

 

 단일 강도 사건 역사상  최고액을 털 거니까

 

 (교수) 북한이 개방되면

 

 남북민 모두가  단단히 한몫 잡을 줄 알았지만

 

 현실은 어때?  가진 자들만 더 부자가 됐어

 

 가진 게 없는 우리들은  이제 스스로 제 몫을 찾아야겠지

 

 그게 우리가  연합팀을 꾸린 이유야

 

 게다가

 

 단 한 명도 죽거나 다치지 않고

 

 4조라는 거액을 빼내선  바람처럼 사라질 거야

 

 그리고 대중들은

 

 이 지상 최대의 쇼를  라이브로 보면서

 

 우리한테

 

 열렬한 환호를 보내겠지

 

 에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해?

 

 (나이로비) 잠깐만, 가능하다 치고

 

 그만한 돈이 어디 있는 건데?

 

 우리가 털 곳은

 

 바로…

 

 여기야

 

 [평화로운 음악]

 

 (직원1) 네, 들어가세요

 

 손 올려 주세요  [금속 탐지기 작동음]

 

 수고하세요

 

 - (직원2) 몇 호 가시나요?  - (직원1) 감사합니다

 

 [영민의 반기는 신음]

 

 - (직원3) 아, 안녕하십니까  - (직원4) 안녕하세요

 

 (영민) 그래  [영민의 웃음]

 

 (영민) 어이구, 우리 부국장님

 

 오늘 뭐, 딱히 특이 사항 없지?

 

 (현호) 오전에 학생들  견학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영민) 뭐? 그거 오늘이었어?

 

 에이, 성가시게

 

 (현호) 기리고 통일부에서

 

 곧 있을 남북 고위급 경제회담  기념주화 제작에 대한 세부 지침

 

 기거 빨리 검토해 달랍니다

 

 어, 할게, 해야지

 

 (현호) 오늘 3시까지는  결재해 주셔야 합니다

 

 (영민) 알았어

 

 저…  [문이 쿵 닫힌다]

 

 (영민) 하여튼

 

 윗동네 애들은 일하기가 빡빡해

 

 [한숨]  [서랍을 드르륵 닫는다]

 

 [마우스 조작음]

 

 [남녀의 신음 소리가 흘러나온다]

 

 [노크 소리]

 

 [당황한 숨소리]

 

 (영민) 내가 사준 목걸이 했네?  진짜 잘 어울린다

 

 [영민의 흥분한 신음]  [미선의 불편한 신음]

 

 (미선) 대낮부터  남부끄럽게 왜 이래요

 

 주말 내내 자기 생각하느라고  미치는 줄 알았어

 

 (미선) 잠깐, 할 얘기가 있어요

 

 (영민) 어?

 

 어, 해, 해, 해  [미선의 놀란 숨소리]

 

 (미선) 우리 더 이상  이러면 안 될 거 같아요

 

 [차가운 목소리로] 왜?

 

 설마 임신이라도 한 거야?

 

 (교사) 자, 여기가 바로

 

 남북통일 화폐를 생산하는  조폐국이야

 

 JEA가 조성되면서  [카메라 셔터음]

 

 남북이 공동으로 설립한

 

 첫 공공기관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지  [카메라 셔터음]

 

 - (학생1) 야, 같이 찍자  - (학생2) 같이 찍어

 

 [교사가 계속 설명한다]

 

 (학생2) 하나, 둘, 셋

 

 [찰칵]  (학생1) 오, 잘 나왔다, 가자

 

 (반장) 저, 사진 나한테 보내주라

 

 너 인스타 하지?

 

 (앤) 아니

 

 (교사) 자, 사진은  이따 찍을 거니까 줄부터 서고

 

 [분한 숨소리]

 

 (교사) 통제에 잘 따라야 한다  가자

 

 [새가 지저귄다]

 

 [무전기 조작음]  뽀시래기 입장

 

 [흥미로운 음악]

 

 (도쿄) '뽀시래기'?

 

 [나이로비의 웃음]

 

 (나이로비) 뭐든 뜻만 통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응, 알갔어  몸풀이라도 좀 하고 있으라우

 

 [긴장감 도는 음악]

 

 (리우) 아, 경치 좋네

 

 전방 500m, 어, 대기들 타시고

 

 [긴장감 고조되는 음악]

 

 - (보안1) 아이…  - (보안2) 뭐야, 이거?

 

 (보안1) 뭐야, 저거?

 

 [무전기 작동음]

 

 잠시 정차  도로상에 미확인 장애물

 

 확인해 보겠습니다

 

 공사 일정 없었는데 무슨 일이야?  [보안3의 한숨]

 

 [인이어가 지직댄다]

 

 (보안2) 뭐야, 저거?

 

 야, 저 버스는 또 뭐야?

 

 (보안1) 아이, 씨, 진짜…

 

 뭐야, 저 새끼?

 

 뭐야, 총이야?

 

 [총성이 요란하다]

 

 [긴장한 숨소리]

 

 (헬싱키) 내리라!

 

 [겁먹은 숨소리]

 

 (오슬로) 빨리빨리 내리라!

 

 (헬싱키) 엎드려!

 

 (덴버) 엎드려!

 

 (베를린) 내리라!

 

 (베를린) 자, 인제부터  너희들은 내 지시에 따른다

 

 한 놈이라도 줄타기하믄  우린 고작 감옥 가갔디만

 

 너희는 다 죽는다, 알간?

 

 (리우) 빨리빨리 갈아입고 앉아

 

 어딜 쳐다봐, 씨!  대가리에 빵꾸 나고 싶어?

 

 [휘파람을 분다]

 

 - (큐레이터) 출입증 다 받으셨죠?  - (학생들) 네

 

 (큐레이터) 줄 맞춰서  이동하실게요

 

 이곳은 화폐 전시관입니다

 

 남북한 화폐 역사부터

 

 지금 우리가 쓰는 화폐죠?

 

 남북 최초의 통일화폐가 만들어진  과정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쪽을 보시면  고려 시대 화폐 건원중보부터

 

 조선 시대 조선통보, 십전통보

 

 또 대한제국 시대 화폐와

 

 일제강점기  광복 이후의 화폐를 거쳐서

 

 경제 통일 이전의 남북 화폐까지  볼 수 있습니다

 

 자, 그러면 다음으로 갈까요?

 

 [학생들이 떠든다]

 

 [카메라 셔터음]

 

 (교사) 보안 스티커 떼면  안 된다고 했지?

 

 인증샷은 이따  기념 촬영 때까지 참아

 

 [시끌벅적하다]

 

 [불길한 음악]

 

 [철컥 장전한다]

 

 - (보안1) 수고하십니다  - (보안4) 아, 수고하십니다

 

 못 보던 얼굴인데?

 

 한 씨는 관뒀어요?

 

 [보안1의 어색한 신음]

 

 계약직들 신세가 다 그렇디요, 뭐

 

 신분증 좀 보겠습니다

 

 (베를린) 음, 아, 예

 

 - 빨리 좀 해봐라!  - (리우) 집중

 

 (미선) 이야기하다 말고  어디 가요?

 

 야, 용지 입고 봐야 되니까  나중에 얘기해

 

 (미선) 기뻐할 거라곤  기대도 안 했지만

 

 적어도 진지하게  생각해 줄 줄 알았어요

 

 - (영민) 뭘?  - (미선) 나한테 한 약속들이요

 

 하루라도 빨리  이혼하고 싶다면서요

 

 나랑 결혼해서  북에 있는 가족들까지

 

 다 이쪽에 이주하게  해주고 싶다고 했잖아요

 

 야, 내가 묶은 지가 10년이 넘었어

 

 (영민) 어? 어서 딴 놈이랑 뒹굴고  나한테 꽃뱀 짓이야

 

 '꽃뱀'?

 

 이래서 자본주의가 무섭다니까?

 

 진짜 살벌하네, 쯧!

 

 씁…

 

 하, 이게…

 

 어, 오케이, 됐어

 

 아, 이게, 이게  여기 있었구먼기래, 자

 

 (보안4) 수고하십시오

 

 자, 오라이!

 

 [차 시동음]

 

 아, 이 정도 쪼는 맛은 있어야지

 

 헛소리하디 말고  경보기나 끊으라우

 

 [삐삑 경보음이 울린다]

 

 (앤) [영어] 난 여기 싫어

 

 학교는 왜 다니나 몰라  우리 아빠 정말 짜증 나

 

 [차 후진 경고음]

 

 (보안5) [한국어] 자, 조금만 더

 

 [후진 경고음이 계속 울린다]

 

 더, 더, 더

 

 더 오세요, 더

 

 [긴장되는 음악]

 

 (앤) [영어]  아무것도 못 하게 한다니까

 

 [한숨]  이 교복 구린 것 좀 봐

 

 [앤 남자 친구의 웃음]

 

 (앤 남자 친구) 섹시한데 뭘 그래

 

 닥쳐

 

 정말?

 

 [웃음]

 

 [금속 감지음]

 

 [금속 감지음]

 

 [가방을 쿵 내려놓는다]

 

 [금속 감지음이 연신 삐삑 울린다]

 

 [한국어] 뭐, 재미는 나만 봤니?

 

 어? 거짓말은 나만…  [요란한 기기 버튼음]

 

 [작은 목소리로] 했냐고?

 

 (보안5) 더, 더, 더, 더

 

 재킷 좀 벗어주시겠습니까?

 

 맞아요

 

 나도 거짓말이었어, 임신했다는 말

 

 [한숨]

 

 (미선) 피차 거짓말한 거로 퉁치고

 

 이제 끝내죠, 우리

 

 미선아

 

 (영민과 미선)  - 윤 대리, 내가 그게 아니라…  - 이거 놔요

 

 [금속 감지음이 연신 삐삑 울린다]

 

 [철컥 장전한다]

 

 (보안6) 잠시만요!  거기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보안6의 고통스러운 신음]

 

 [긴박한 음악]

 

 [무거운 효과음]

 

 어? 뭐야, 저거? 씨!  [사람들이 술렁인다]

 

 [사람들의 비명]

 

 [소란스럽다]  (영민) 어? 뭐야?

 

 [총소리가 요란하다]  [사람들의 비명]

 

 - (덴버) 야, 꼼짝 마!  - (헬싱키) 꿇어!

 

 [영민과 미선의 비명]

 

 (베를린) 안녕?  내래 사랑싸움에 끼어든 건가?

 

 [사람들의 겁먹은 숨소리]

 

 [보안6의 다급한 신음]

 

 오빠, 쓸데없는 짓 하다가  대가리 빵꾸 나

 

 [겁먹은 숨소리]

 

 [사람들의 놀란 비명]

 

 (헬싱키) 빨리빨리 나오라!

 

 (모스크바) 다들 조용히 해라  고개 숙이고  [총소리가 요란하다]

 

 [놀란 숨소리]

 

 (모스크바) 고개 숙이라고!  알갔음매?

 

 애들 좀 조용히 좀 시키라  이러다 애들 다 잡는다!

 

 [학생들의 비명이 계속된다]

 

 (헬싱키) 야, 동작 그만!

 

 [사람들의 겁에 질린 비명]

 

 [영민의 겁먹은 신음]

 

 [학생들의 겁먹은 비명]

 

 (나이로비) 일어나!

 

 - (학생3) 일어나, 빨리!  - 돌아가!

 

 (나이로비) 야! 움직여

 

 (리우) 아, 어서들 움직이셔야지

 

 [저마다 놀란다]

 

 (스피커 속 리우) 아, 아, 아  바쁘신데 죄송하지만

 

 총들 그대로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 (보안7) 뭔 소리야, 저게?  - 저기까지 올라갔나, 벌써?

 

 [리우의 낄낄대는 웃음]

 

 [굉음]

 

 [엘리베이터가 쿵 멈춘다]  [저마다 놀란다]

 

 [리우의 신난 웃음]

 

 [보안 요원들의 겁먹은 숨소리]

 

 (덴버) 나온나, 나온나, 나온나!

 

 [사람들의 겁먹은 비명]

 

 [사람들의 겁에 질린 신음]

 

 (모스크바) 나와, 나와, 나와!  [학생들의 겁에 질린 비명]

 

 [학생들의 놀란 비명]

 

 [울먹이는 숨소리]

 

 [영어] 제발

 

 제발 받아!

 

 [헬싱키가 윽박지른다]  [학생들의 비명]

 

 [한국어] 여자애가 안 보여

 

 [문이 굉음을 내며 닫힌다]

 

 [앤이 흐느낀다]  (앤) [영어] 제발

 

 [다급한 숨소리]

 

 [비명]

 

 [문이 굉음을 내며 닫힌다]

 

 [문이 쿵 닫힌다]

 

 [앤의 겁먹은 숨소리]

 

 [사람들의 겁에 질린 신음]

 

 [겁먹은 숨소리]

 

 [앤의 신음]

 

 [교수의 긴장한 숨소리]

 

 (베를린) [한국어] 반갑다  난 여기 책임자다

 

 미안하지만 지금부터 동무들은

 

 우리 인질이다

 

 [인질들이 겁에 질려 울먹인다]

 

 (베를린) 살다 보믄 말이야

 

 이 별의별 일들을  다 겪게 되디 않아?

 

 그때는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는데 말이디

 

 [불안한 음악]  돌이켜 보면 별거 아닌  그런 일들 말이야

 

 동무들이 순순히 우리 지시대로  움직이기만 해준다믄

 

 지금 상황도 기렇게 될 기야

 

 몇십 년 후에 손자, 손녀

 

 (베를린) 아새끼들 보면서  얘기해 주는 모험담 정도는 되갔디

 

 근데 만에 하나

 

 문제를 일으키는 놈이 있다믄  내 하나만 알려주갔어

 

 난 기런 놈을 무지하게 좋아해

 

 [인질들이 울먹인다]

 

 (모스크바) 다들 핸드폰 꺼내!

 

 [인질들의 겁먹은 숨소리]  [인질들이 웅성거린다]

 

 (나이로비) 자, 목에 있는  출입증 다 풀어

 

 (리우) 핸드폰이랑 전자기기  다 압수

 

 [전화벨이 울린다]

 

 (베를린) 뭐이가?

 

 [영민의 떨리는 숨소리]

 

 보, 본사인 거 같은데  아, 안 받으면

 

 무, 무슨 문제가  생긴 줄 알 겁니다

 

 [영민의 떨리는 숨소리]

 

 그 인상 마음에 드네, 어?  좋아하게 될 거 같은데?

 

 받아보라우

 

 [미선의 놀라는 숨소리]

 

 [미선의 겁에 질린 숨소리]

 

 [무거운 음악]

 

 [미선의 거친 숨소리]

 

 (베를린) 긴장할 거 없어  [가쁜 숨소리]

 

 심호흡하고

 

 [미선이 심호흡한다]

 

 [미선의 긴장한 숨소리]

 

 [미선의 겁에 질린 숨소리]

 

 [침착하게] 네, 조폐국입니다

 

 (미선) 네, 그게  전산망 오류 때문에…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원인 파악은 그쪽이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수화기를 쾅 던진다]  [미선의 거친 숨소리]

 

 [미선의 떨리는 숨소리]

 

 기래, 무슨 전화였어?

 

 그냥 벼, 별거 아닙니다

 

 [웃으며] 기래

 

 (베를린) 자

 

 이, 별거 아니라는데?

 

 [영민의 긴장한 숨소리]

 

 자, 이제 문제없는 거디?

 

 음, 기래

 

 [영민의 겁먹은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아, 나 이거, 아직 멀었나?

 

 (덴버) 아빠, 아빠!

 

 아, 도대체  돈 구경은 언제 하는데? 응?

 

 (리우) 야, 야

 

 3중 잠금에 전자 보안까지  연동된 물건을

 

 뚫는 게 쉬운 줄 아냐?

 

 (덴버) 어? 뭐라는 겨, 씨

 

 [쿵]

 

 - 어!  - (리우) 우와

 

 (덴버) 어? 이거 된 거가?

 

 어? 이거 된 거가, 이거?  [리우의 웃음]

 

 [떨리는 숨소리]

 

 [모스크바의 힘주는 숨소리]

 

 자…

 

 (모스크바) 조심, 조심, 조심  그렇지, 그렇지

 

 [집중하는 숨소리]

 

 [톱니가 끼익 맞물린다]

 

 [리우의 옅은 탄성]

 

 [모스크바의 들뜬 숨소리]  [리우의 웃음]

 

 [모스크바의 긴장한 숨소리]

 

 [모스크바의 힘주는 숨소리]

 

 [삐삑]

 

 [핸들이 묵직하게 돌아간다]

 

 [모스크바가 껄껄 웃는다]

 

 [다 같이 신나서 웃는다]

 

 [웃음이 계속된다]

 

 (덴버) 아빠!  [덴버의 웃음]

 

 (모스크바) 자…

 

 [모스크바의 감격하는 숨소리]

 

 [다 같이 함성을 지른다]  (모스크바) 돈이다!

 

 (덴버) 아빠!  [다 같이 웃는다]

 

 봤나, 이 자슥아? 우리 아빠다!

 

 [다 같이 신나서 웃는다]

 

 이야!

 

 [덴버의 웃음]

 

 아빠, 아빠!

 

 내 돈더미 위에서 자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내 쪼매만 자고 갈게

 

 [신난 탄성]  (모스크바) 아이고야

 

 저, 우리 집 똥강아지는  언제 철드나 모르겠다

 

 - [웃으며] 돈벼락이다!  - (모스크바) 어어?

 

 [덴버의 아파하는 신음]

 

 (모스크바) 또 저래가  쌍으로 지랄병이 났다  [덴버와 리우의 신난 탄성]

 

 야, 돈 다 무너졌다, 이 자슥들아!

 

 [덴버와 리우의 환호성]

 

 [인질들이 겁에 질려 웅성거린다]

 

 (베를린) 교수, 이제 우리 나간다

 

 [키보드를 탁 친다]

 

 [작은 목소리로] 괜찮아  이제 나가려나 보다

 

 조금만 참아  [계단 내려오는 발소리]

 

 [경보음이 울린다]

 

 [문이 굉음을 내며 열린다]

 

 [경보음이 계속된다]

 

 저게 지금 뭐 하는 거지?

 

 [영민의 놀란 숨소리]

 

 [모스크바의 긴장한 웃음]

 

 [겁먹은 신음]  전 아무것도 못 봤어요!

 

 괜찮아, 응? 보라우, 응?

 

 봐도 된다니까니

 

 자, 우리가 뭐 하는디 알고 싶니?

 

 [울먹이며] 아니요, 전혀!

 

 전 아무것도 모르고

 

 (영민)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습니다!

 

 (베를린) 아니야, 아니야

 

 내래 동무가 마음에 드니까  내 알려주갔어

 

 우린 말이야  [영민의 겁먹은 숨소리]

 

 경찰이랑 총격전을 벌일 거야

 

 [인질들이 웅성댄다]  영화에서처럼, 빵!

 

 [베를린의 웃음]

 

 [영민의 겁먹은 탄성]

 

 [시스템 작동음]

 

 [경보음이 계속된다]  [리우의 긴장한 숨소리]

 

 - (리우) 아, 씨  - (덴버) 병신아, 쫄지 마라

 

 원래 니는 노리고 쏴도  1도 안 맞잖아

 

 (덴버) 맞다 아이가?  [덴버의 너털웃음]

 

 [웃음]

 

 [도교의 한숨]

 

 (도쿄) 교수는 처음부터 강조했다

 

 [의미심장한 음악]  절대 아무도 죽거나  다쳐서는 안 된다고

 

 (교수) 자, 경찰이 도착하면

 

 때마침 도망치다 걸린 것처럼  총질을 하는 거야

 

 그리고 다시 안으로  숨어 들어가는 거지

 

 마치 독 안에 든 쥐처럼

 

 (덴버) 아, 근데  그거 와 허공에다 쏘라는 건데?

 

 말했잖아, 우리 계획은  아무도 죽거나 다치지 않는다고

 

 (나이로비) 근데  누가 계획해서 죽나?

 

 (리우) 그래, 이게 어떤 일이  생길 줄도 모르는데

 

 그냥 여차하면 뭐, 한둘쯤은  죽일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절대로 안 돼

 

 (교수) 그래야 우리 계획이  성공할 수 있어

 

 계획?

 

 고작 네 신념이 그런 거 아니고?

 

 뭔 말들이 많아

 

 (도쿄) 계획을 세운 건 교수고  우린 실행하면 돼

 

 못 하겠으면 빠져

 

 [사이렌이 들려온다]

 

 (무전 속 경찰4) 조폐국 정문  경보 신호, 경보 신호 발생

 

 인근 순찰차  현 위치 보고 확인 바람

 

 2호 차, 곧 도착합니다

 

 (도쿄) 이유가 무엇이건  상관없었다

 

 교수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니까

 

 저 새끼들 뭐야?

 

 [차 문이 달칵 열린다]

 

 무장 강도입니다!  상황 발생, 상황 발생!

 

 지원 요청하고 일단 내려!

 

 (경찰5) 네, 지원 요청 바람!  지원 요청 바람!

 

 [총소리가 요란하다]  [미선과 영민의 겁먹은 신음]

 

 - (도쿄) 숨어!  - (덴버) 아이, 씨, 뭐야, 이거?

 

 (덴버) 아이, 씨, 뭐야?

 

 - (도쿄) 다들 숨어, 피해!  - (덴버) 씨, 와 쏘는데, 이거?

 

 [덴버의 거친 숨소리]

 

 [리우의 불안한 숨소리]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도쿄) 리우! 리우, 뭐 해!

 

 [리우의 비명]

 

 (도쿄) 리우!

 

 [리우의 괴로운 신음]

 

 (덴버) 이 새끼들  다 뒈지고 싶어서 환장했나!

 

 야, 이 개새끼들아!

 

 (도쿄) 이만하면 됐어, 빼야 돼!

 

 (나이로비) 이 씨발, 개새끼들아!  죽어!

 

 [총소리가 요란하다]

 

 - (도쿄) 쏘지 마!  - (덴버) 야, 이 씨발

 

 (도쿄) 쏘지 말라고!

 

 (나이로비) 그럼 어쩌라고!  이러다 우리가 뒈지게 생겼는데!

 

 [나이로비의 다급한 탄성]

 

 [도쿄의 한숨]

 

 (도쿄) 정말 그랬다

 

 우린 놈들을 맞힐 생각이 없는데

 

 놈들은 있으니까

 

 [총성이 요란하다]

 

 아이, 씨, 존나게 안 맞네, 씨

 

 [도쿄가 긴 숨을 내쉰다]  [잔잔한 음악]

 

 (도쿄) 숨을 참아

 

 손가락은

 

 부드럽게

 

 [총성]

 

 [리우의 멋쩍은 숨소리]

 

 야, 너 교수 좋아하냐?

 

 뭐?

 

 그, 교수 말이라면

 

 뭐, 불구덩이에라도  뛰어들 것처럼 구니까

 

 [코웃음]

 

 (도쿄) 넌 우리가 하는 일이  애들 장난 같아?

 

 혼자 재미 보고 싶으면  가서 딸이나 쳐

 

 (리우) 아니, 야, 교수가, 어  도대체 뭐라고 꼬신 건데?

 

 너 같은 피라미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 못 해

 

 (도쿄) 하지만 교수의 계획이  이대로 망가지게 둘 수는 없었다  [긴장되는 음악]

 

 (나이로비) 도쿄  어떻게 좀 해봐, 어? 도쿄!

 

 [나이로비의 놀란 탄성]

 

 (도쿄) 물러나, 전부!

 

 [총격이 이어진다]

 

 [연막탄 구르는 소리]

 

 (경찰6) 연막탄이다!  [경찰들이 다급히 외친다]

 

 (도쿄) 들어가자, 빨리!

 

 (덴버) 개새끼들  존나 쏘네, 진짜!

 

 야, 리우, 인마! 야, 당겨, 당겨!

 

 - (덴버) 야, 빨리!  - (나이로비) 리우!

 

 [덴버의 힘주는 신음]  (나이로비) 정신 차려!

 

 [경찰7의 신음]

 

 [덴버의 힘겨운 신음]

 

 [나이로비의 힘겨운 비명]

 

 - (도쿄) 리우!  - (나이로비) 씨발, 진짜!

 

 (도쿄) 리우, 괜찮아?  [덴버의 놀란 탄성]

 

 [리우가 숨을 내뱉는다]  [저마다 안도한다]

 

 [나이로비의 탄성]  (덴버) 아, 놀라라, 씨

 

 [리우의 거친 숨소리]

 

 야, 너, 나 걱정해 준 거냐?

 

 너 때문에 계획을  다 망칠 뻔했으니까

 

 [저마다 거칠게 숨을 내쉰다]

 

 [안도하며] 아, 씨…

 

 [거친 숨소리]

 

 [힘겹게 숨을 내쉰다]

 

 (도쿄) 조폐국이 강도들에게  점령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사태 해결을 위해

 

 남한 정부는 북측과  대응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문이 달칵 열린다]

 

 양국은 관할지인 JEA의  경찰서장을 지휘관으로 세우고

 

 남한과 북한의 경찰 병력을  균등하게 배치해

 

 대응팀을 꾸리기로 합의했다

 

 [파일을 탁 닫는다]

 

 이 일로 경협에 흠집 나면

 

 국제적인 망신이 될 겁니다

 

 (도쿄) 통일을 목전에 둔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

 

 그것도 JEA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사건에

 

 주변 강국들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었다

 

 (민아) 도둑이야!

 

 도둑이야!

 

 (민아) 아, 진짜

 

 방 꼴이 이게 뭐야?

 

 누가 보면  진짜 도둑이라도 든 줄 알겠다

 

 [우진의 한숨]

 

 (우진) 엄마 모처럼 쉬는 날인데  아침부터 이럴 거야?

 

 점심이거든요?

 

 [화면 전환음]

 

 [우진의 한숨]

 

 [우진의 잠에 취한 신음]

 

 [한숨]

 

 너 학교는?

 

 벌써 갔다 왔지, 시험 기간이잖아  [우진의 수긍하는 신음]

 

 (민아) 굳이 얘기해 주자면  잘 봤어

 

 설마

 

 이런 거 입고  썸남 만나는 건 아니지?

 

 (우진) 야, 빨리 와  이리, 이리 와!

 

 쪼그만 게, 야!  [민아의 웃음]

 

 [지글지글 요리하는 소리]  우리 딸 시험도 잘 봤는데

 

 저녁은 다 같이 외식할까?

 

 그래!

 

 (우진) 응?

 

 엄마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필순) 글쎄다

 

 나야 뭐, 남이 해준 밥  먹으면 좋지만

 

 (필순) 근데  김 서방이 시간을 낸대?

 

 [휴대전화 진동음]

 

 [우진의 한숨]

 

 저 오늘 비번인데요

 

 조폐국에요?

 

 (베를린) 자, 우리 인질 동무들  모두 안대를 벗는다

 

 (덴버) 자, 자, 뭐 하노?  퍼뜩 안 벗나?

 

 (베를린) 괜찮아, 벗으라우

 

 [불길한 음악]

 

 (베를린) 야, 이렇게 얼굴 보믄서  얘기하게 되니까 참 좋구먼기래

 

 기렇게 겁먹을 거 없어

 

 (베를린) 우리 이렇게  다 한 건물 안에 갇힌 상황 아니네

 

 같이 헤쳐 나가야디, 응?

 

 우린 동무들은 해치려고  여기 들어온 게 아니다

 

 (베를린) 협조만 잘해준다믄  털끝만큼도 다치디 않고

 

 모두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을 거이야

 

 (베를린) 내래 약속하디

 

 잘 지내보자우

 

 [키보드 조작음]

 

 [키보드를 분주하게 두드린다]

 

 (베를린) 기래, 통신 장비는?

 

 (리우) 오슬로가 선 따고 있어

 

 [흡족한 숨소리]

 

 [라이터를 탁 닫고 내려놓는다]

 

 [변기 물이 꿀렁거린다]

 

 [오슬로의 거친 숨소리]

 

 [오슬로의 거친 숨소리]

 

 [시스템 조작음]  (리우) 오케이

 

 어

 

 [전화벨이 울린다]

 

 (베를린) 어때? 교수, 들리나?

 

 다들 무사해?

 

 다친 데는? 다친 데 없어?

 

 자, 그럼 이제부터 할 일은  다들 잘 알고 있겠지?

 

 [긴 숨을 뱉는다]

 

 (DMB 속 앵커4)  JEA에서 사상 초유의  집단 인질 강도극이 벌어진 만큼

 

 남북 당국에서는 고심 끝에

 

 각각 경기 경찰청과  인민보안성 직속 부대를

 

 파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합동 대응본부 의장은  양국의 합의하에

 

 윤창수 JEA 경찰서장이  임명됐으며

 

 남측 협상 담당자로는

 

 경기 경찰청 선우진 경감이  발탁됐습니다

 

 (남한 기자) 남북 경찰들이  합동 작전을 펼치는 건 처음인데  [카메라 셔터음]

 

 우려되는 점은 없습니까?

 

 (북한 기자) 북남 고위급 경제협력  회담 개최가 임박한 상황인데

 

 이번 사태가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JEA의 치안을  책임지는 입장으로서

 

 (서장) 양국 정부의 의견을  잘 수렴해서

 

 안전하고 평화롭게  [우진의 한숨]

 

 사태 해결을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발소리]

 

 - (기자1) 온다!  - (기자2) 질문 있습니다!

 

 [기자들이 저마다 질문한다]  [카메라 셔터음]

 

 (서장) 선 경감 온다고 그래서  내가 한시름 놨다

 

 - 대충 얘기 들었지?  - (우진) 네

 

 진입은 어떻게 했대요?

 

 (서장) 조폐 용지 트럭을 타고  들어간 것 같아

 

 이동 경로를 따라서  감시 카메라가 가봤는데

 

 중간에 먹통 된 구간이 있어  거기서 털렸지 싶어

 

 금고를 땄는데  왜 자동경보기가 안 울렸을까요?

 

 (서장) 모르겠어  수동으로는 울렸는데

 

 아마 직원이 눌렀지 싶어

 

 (우진) 인질은 몇 명인데요?

 

 파악 중이야  보안 요원 포함해서 35명인데

 

 (서장) 박물관 개장 중이라  안에 인원이 더 있을 거래

 

 들어가면서 얘기하지  [우진이 한숨을 터뜨린다]

 

 - (팀원1) 통신 장치는 다 맞나?  - (팀원2) 어

 

 중간 설명 드리겠습니다

 

 (팀원3) 이쪽에다요  둘 다 아까 확인했습니다

 

 (서장) 탄피를 보니까  북에서 반입되는 카피품이야

 

 아무래도  그쪽 출신 애들 같은데

 

 아, 그리고 저 이쪽은…

 

 (무혁)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인민보안성 차무혁 대위입니다

 

 (우진) 대한민국 경기청 소속  위기 협상팀장 선우진입니다

 

 (무혁) 오시느라고  수고하셨습니다만

 

 이번 일에 협상은  필요 없을 겁니다

 

 (우진) 총기로 무장한  강도단 인원도

 

 아직 파악 안 된 거로 아는데요

 

 [가방을 탁 내려놓는다]

 

 (무혁) 고저 몇 놈이든

 

 우리 특작 부대 투입하믄  5분 내로 상황 종료됩니다

 

 북에서도

 

 교전 경험이 풍부한 요원들 위주로  선별했기 때문에…

 

 인질을 구해본 경험은요?

 

 (우진) 어림잡아도 50명이  지금 저 안에 잡혀 있다고요

 

 교전 발생하면 5분 안에

 

 몇 명이 죽거나 다치게 될까요?

 

 [숨을 후 뱉는다]

 

 [무혁의 한숨]

 

 저자들은 격발기를  당길 틈도 없을 기요

 

 (무혁)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애들

 

 청와대 침투해서리

 

 대통령 목 따는 훈련하던 놈들이요

 

 [서장의 한숨]

 

 러시아 베슬란 학교 사건

 

 모르진 않겠죠?

 

 JEA에서 벌어진  국가 위기 상황이오

 

 기런 새가슴으로 이 상황을  어케 통제하겠다는 거이요?

 

 그러라고

 

 협상이라는 게 있는 거겠죠

 

 이제부터라도 보고 배우시죠

 

 (우진) 인권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정상 국가에서

 

 이런 사건을 어떻게 다루는지

 

 뭐이요?  [서장의 난감한 숨소리]

 

 (서장) 아, 지금 뭐 하는 거야?

 

 서장님 말씀대로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만

 

 [작은 목소리로] 사건 발생  첫날부터 총격전 벌어지고

 

 인질 사망 뉴스라도 떠봐요

 

 [한숨 쉬며]  여기서 조용히 임기 마치고

 

 본청 올라가시겠다는 서장님 꿈은

 

 아마 물거품이 될걸요?

 

 [서장의 헛기침]

 

 그래, 그게 절차는 절차니까  [우진의 호응하는 신음]

 

 일단 협상부터 해봅시다

 

 (우진) 우선 비대면 협상으로  시작할 거니까

 

 준비들 해요

 

 (팀원들) 예

 

 - (팀원4) 연결 준비하라우  - (팀원5) 네, 알갔습니다

 

 [팀원들이 분주하다]

 

 거, 별명이 '해님'이시라니

 

 얼마나 평화적으로  해결하는지 지켜보갔소

 

 저에 대해 잘 아시나 봐요?

 

 남한 유력 정치가의  전처라는 것도 알고 있소

 

 그럼 그 백으로 팀장 자리  꿰찼다는 소문도 들으셨겠네?

 

 [무혁이 숨을 후 뱉는다]

 

 인정하는 겁니까?

 

 [우진의 헛웃음]

 

 정보력이 영 꽝이시네

 

 그 새끼랑은 양육권 문제로  소송 중이거든요

 

 그리고 내 별명

 

 살살 웃으면서 말려 죽인다고  '해님'이라고들 하는 거예요

 

 실력은 안 되면서  남편 백이네, 독한 년이네

 

 뒷말이나 하는 찌질한 놈들이

 

 (동철) 전화 연결 준비됐습니다

 

 [깊은 한숨]

 

 [전화벨이 울린다]

 

 [긴장감 도는 음악]

 

 [전화벨이 계속 울린다]

 

 [전화벨이 울린다]

 

 [통화 연결음이 울린다]

 

 [수화기를 달칵 드는 소리]

 

 안녕하세요

 

 경기 경찰청 위기 협상팀장  선우진 경감입니다

 

 (교수) [변조된 목소리로]  그렇게 안녕하진 못하지  피차 알다시피 일이 커졌잖아

 

 변조된 음성입니다

 

 (우진) 목소리가  좀 이상하게 들리는데

 

 제대로 들을 수 있어요?

 

 잘되나? 핸드폰 앱인데

 

 헬기 타고 도망을 쳐도  신상 털리면

 

 (교수) [변조된 목소리로]  아무 소용 없잖아

 

 그전에 우리가 협상을 하려면

 

 최소한 통성명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교수'?

 

 교수라고 불러

 

 (우진) '교수'?

 

 좋아요, 그럼

 

 교수 씨

 

 헬기를 원하는 거예요? 몇 인승?

 

 (교수) [변조된 목소리로]  우선 질질 끌지 않는 사람과  협상하고 싶어

 

 당신같이 힘 없는 공무원 말고

 

 [변조된 목소리로] 일일이  허락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

 

 그게…

 

 아시겠지만  절차상 쉽지가 않아요

 

 [교수가 입을 쩝 뗀다]

 

 처음부터 이러기야?

 

 상상력을 발휘해 봐

 

 (교수) 우린 그냥  돈 몇 푼 들고 튀려고 했어

 

 [변조된 목소리로] 근데  당신들 때문에

 

 여기 갇혀 있는 거라고

 

 저 걸리적거리고 성가시기만 한  인질들을 잔뜩 데리고

 

 당신 같으면  참을성이 남아 있겠어?

 

 (우진) 하지만 그건  당신들 잘못이기도 해요

 

 조폐국이  남과 북 경계에 있는 곳이라

 

 (우진) 일이 복잡하거든요

 

 차라리 그냥 평범한 은행을  털지 그랬어요?

 

 쩝, 그러게

 

 (우진) 저랑 얘기하시죠

 

 중간에서 복잡한 일은  제가 다 처리할게요, 대신

 

 인정하긴 쪽팔리지만  저 정말 힘 없는 공무원이거든요

 

 그러니까 윗사람 설득하려면  당신들이 그만한 걸 줘야 해요

 

 (교수) [변조된 목소리로] 가령?

 

 학생들은 풀어주는 게 어때요?

 

 [교수가 피식 웃는다]

 

 그럼 헬기 보내주는 건가?

 

 (우진) 일단  설득할 명분은 생기겠죠

 

 (교수) [변조된 목소리로] 장난해?

 

 인질들

 

 당신들 인원으로 통제하기에  너무 많지 않아요?

 

 몇 명 빠진다고 상황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교수) [변조된 목소리로] 하긴

 

 우리 넷이서 다루긴 좀…

 

 생각해 보지

 

 [통화 종료음]

 

 [피식 웃는다]

 

 (우진) 음성 분석 결과는?

 

 (동철) 변조 툴이 뭔지  복원은 자연스럽게 안 되지만

 

 40대 초중반 남성의 억양이  자연스러운 걸 봐서는

 

 남한 사람이 확실합니다

 

 (서장) 남북한 강도들  넷이 모였다 이거지?

 

 [깊은 한숨]  [무전기 작동음]

 

 뭘 그렇게 고민하세요?  [무전 소리가 흘러나온다]

 

 (우진) 동철아

 

 아까 그놈 말이야

 

 네 명이라고 말한 거

 

 정말 실수였을까?

 

 그러니까요

 

 [우진이 연기를 후 뱉는다]

 

 [긴장감 고조되는 음악]  (우진) 저것들…

 

 뭐야?

 

 (우진)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서장) 아까 얘기 들었잖아

 

 고작해야 네 명이 전부야  빠르게 가자고

 

 성급히 처리할 문제가 아닙니다

 

 놈이 일부러 흘린 걸 수도 있어요

 

 (무혁) 차라리 부풀렸다면 모를까

 

 일부러 인원을 적게 얘기한다?

 

 만약에 놈이 유도한 거라면요?

 

 (우진) 함정일 수도 있어요!

 

 (서장) 나도 난감해  근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양국 정부에선 경협 회담 전에  빨리 처리하라고 난리야  [우진의 한숨]

 

 그리고 자넨 이만 복귀해

 

 아니, 그게 무슨…

 

 (무혁) 협상은 그저  명분이었을 뿐이란 얘기요

 

 고생하셨습니다

 

 팀장님 가신다니까  누가 좀 안내해 드리지

 

 [기가 찬 숨소리]

 

 [우진의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가벼운 한숨]

 

 [피식 웃는다]

 

 [문자 입력음]

 

 (우진) 지금 막 퇴근 당했어요

 

 카페예요?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쩝, 얘기하자면 깁니다

 

 [입소리를 쯧 낸다]

 

 [차 리모컨 작동음]

 

 [긴장감 흐르는 음악]

 

 (무혁) 지원 구역을 중심으로  유인조가 먼저 진입한다

 

 침투조는 비상 구역에서

 

 좌우, 동시다발적으로 침투한다

 

 "카페 벨라 차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선호 씨?

 

 (남자5) [힘주며] 아휴…

 

 [그릇을 달그락대며]  아주 난리가 났던데 봤어요?

 

 거기 있다 온 참이에요

 

 아, 거기 있다 왔어요, 옆집에?

 

 옆집이요?

 

 아, 예, 수도관이 터져 가지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어요

 

 [교수의 웃음]  (우진) 아…

 

 아, 뭐, 또 어디서 난리가 났어요?

 

 [웃으며] 아니에요

 

 (교수) 잠깐 있어요  저녁 아직이죠?

 

 [교수와 우진의 옅은 웃음]

 

 (교수) [그릇을 달그락대며]  자, 뭘 해 드려야  맛있게 드시려나?

 

 [물소리가 쏴 난다]

 

 [흥미진진한 음악]  (도쿄) 사실  사건의 진짜 주도권을 쥔 건

 

 남측도 북측도 아닌 교수였다

 

 그는 우리의 작전이 시작될 경우  발생할 모든 상황을 예상하고

 

 계획을 세워 두었다

 

 물론 그 계획에는  그녀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교수) JEA 치안은  남측이 주도하고 있지만

 

 조폐국 같은 주요 시설에서  인질극이 벌어지면

 

 남북이 공동 대응팀을  꾸릴 거야, 우리처럼

 

 그러면 남과 북은 각각

 

 이와 관련된 전문가를 파견하겠지

 

 북쪽에선 아마 특작대 애들  집어넣으려고 할 테니

 

 기 싸움 좀 하갔구먼기래

 

 그렇지

 

 누가 주도권을 쥐는지가  중요할 테니까

 

 난 그 점을 이용할 생각이야

 

 (모스크바) 아니, 다 좋은데

 

 이 세상일이라는 게  이 계획한 대로 다 되드나?

 

 봐라  우리만 해도 이래 모여가

 

 강도질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노, 어이?

 

 (덴버) 아, 그라니까  베를린 인마 말대로

 

 특수부대 투입되믄  고마 게임 끝이다!

 

 타이슨이 그런 말을 했어

 

 (리우) '누구나 다 계획이 있다'

 

 '존나게 처맞기 전까지는'

 

 (교수) 그렇지

 

 싸움에서 이기는 첫 번째 전략은

 

 상대를 잘 고르는 거야

 

 협상 상대를 고르겠단 뜻이야?

 

 (리우) 아니, 근데  북쪽은 죄다 기밀이잖아

 

 이게 TF에 누굴 내보낼지를  알아낼 수가 있어?

 

 적어도 남쪽은 확실하지

 

 (교수) 남측 위기 협상팀장

 

 선우진

 

 이 여자가 우리 상대야

 

 곱기는 하다, 야

 

 [다 함께 웃는다]

 

 (베를린) 기런데  남쪽 경찰 위기 협상 전문가가

 

 고작 그 여자 하나는  아니지 않갔어?

 

 (교수) 나머지  유력한 후보가 있긴 하지만

 

 성 추문, 뇌물  문제가 많은 인물들이야

 

 그렇지, 리우?

 

 아, 뒷조사시킨 게 그래서…

 

 (교수) 난 이 여자가  우리 작전을 돕게 만들 생각이야

 

 자신도 모르게

 

 오늘로 딱 두 달 된 거 알아요?

 

 (우진) 벌써 그렇게 됐어요?

 

 그런데 뭘 그런 걸 세고 있어요?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쑥스럽게

 

 난 여기 가게 들어온 거  얘기한 건데?

 

 [우진의 멋쩍은 웃음]

 

 [교수의 웃음]

 

 저, 근데 우리…  사귀는 거 아니었어요?

 

 (교수) 응?

 

 [긴 숨을 내쉰다]

 

 (도쿄) 별거 아닌  그녀의 문자 한 줄로

 

 교수는 여러 가지를  추측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음악]

 

 그녀가 TF에서 이탈했다는 건

 

 북측이 주도권을 잡았다는 뜻

 

 곧 놈들이 들이닥칠 거야

 

 (교수) 계획대로 움직여

 

 (도쿄) 그건 곧 무력 진압이  임박했음을 의미했다

 

 [긴장된 한숨]

 

 - (분대장1) 유인조 이동 중  - (분대장2) 구출조 이동 중

 

 (무혁) 침투조 보고하라

 

 (철우) 진입하겠습니다

 

 (교수) 놈들이 얌전히  협상에 응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어

 

 강제 진압을 시도할 거야  쥐도 새도 모르게 은밀히

 

 진입로는 총 다섯 군데

 

 정문

 

 옥상

 

 지하 주차장

 

 측면 비상구

 

 그리고 적하장

 

 들킬 가능성이 큰  정문과 옥상을 제외하면

 

 이 세 군데로 들어올 거야

 

 (리우) 씹새끼들  개떼같이 몰려드네

 

 기래, 그 여자 덕분에 놈들이  언제 들이칠지 알아낸다 치자

 

 사방에서  특작대 애들이 몰려드는데

 

 기걸 어케 막을 생각이네?

 

 그렇지

 

 좋은 질문이야

 

 (모스크바) 자, 자, 자, 가!  빨리빨리 뛰라!  [인질들의 비명]

 

 무브, 무브!

 

 무브!

 

 (도쿄) 빨리 뛰어!

 

 - 빨리!  - (베를린) 뛰어!

 

 [커피 내리는 소리가 졸졸 난다]

 

 (교수) 무슨 고민 있어요?

 

 네?

 

 아니요, 그냥…

 

 아, 무슨 협상가라면서 그렇게  얼굴에 다 드러나도 되는 거예요?

 

 뭐…  [흥미진진한 음악]

 

 속이는 게 아니니까

 

 신뢰를 얻기는  이쪽이 더 낫지 않겠어요?

 

 [살짝 웃는다]

 

 하긴 그렇네요  [웃음]

 

 (분대장1) 유인조 준비 완료

 

 - (분대장2) 구출조 준비 완료  - (철우) 침투조 준비 완료

 

 (무혁) 시작하라

 

 [비장한 숨소리]

 

 (교수) 자, 이 사면초가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뭘까?

 

 최선은 무슨…

 

 그냥 좆망인 거지

 

 왜 못 막을 거라고 생각해?

 

 다구리 앞엔 장사 없는 거 모르나?

 

 (덴버) 쪽수가 안 되잖아, 쪽수가

 

 [긴장되는 음악]

 

 (교수) 머릿수로는 충분해

 

 아니

 

 오히려 더 많지

 

 [철컥 장전한다]

 

 (철우) 중화기로 무장한 놈들이  침투로에 대기 중입니다

 

 이것 좀 보시라요!

 

 (분대장1) 유인조  진입이 불가할 것 같습니다

 

 (분대장2) 구출조도  같은 상황입니다

 

 대체 몇 명이라는 기야, 씨

 

 (철우) 어떡할까요, 대장님?

 

 (팀원6) 대장 동지  확인해야 할 게 있습니다

 

 (무혁) 또 뭐?

 

 (팀원6) 조폐국 내부에서 유튜브로  실시간 스트리밍되고 있습니다  [영상 속 영민이 말한다]

 

 (앤) [영어] 강제로  진압하지 말아주세요

 

 (영상 속 영민) [한국어]  강도와 인질이  같은 옷을 입고 있습니다

 

 [영상 속 앤이 영어로 통역한다]

 

 가짜 총까지 쥐여 줘서

 

 서로 분간하기도 어렵습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서장) 예  [영상 속 앤이 영어로 통역한다]

 

 (영상 속 영민) 이들은  평화적 해결을 원합니다  [서장이 놀란다]

 

 [영상 속 앤이 영어로 통역한다]  저기 화면에 나오고 있는 애가  누구라고요?

 

 (영상 속 영민) 경찰 측은 제발…

 

 미 대사 딸?

 

 (영상 속 영민) 협상에  임해 주십시오!

 

 [영상 속 앤이 영어로 통역한다]

 

 철수

 

 전원 철수하라

 

 자, 우리 동무들

 

 가면을 벗는다

 

 여러분의 협조 덕분에

 

 경찰의 강제 진압이  완전히 무산됐다

 

 [강도단의 탄성과 웃음]

 

 (베를린) 남다른 협동심과  용기를 보여주신

 

 우리 동무들에게  진정 어린 박수를 보낸다

 

 [박수 소리가 울린다]

 

 [모스크바의 웃음]

 

 [박수가 빨라진다]

 

 [박수 소리가 커진다]

 

 [껄껄 웃는다]

 

 [강도단의 환호성]

 

 (교수) 아니  현장이 이 근처라면서요?

 

 끼니때 들러요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이게 첫 끼라니

 

 아까 퇴근 당했다고 말했잖아요

 

 (우진) 저 필요 없대요  [잔을 달칵 내려놓는다]

 

 (교수) 에이…

 

 미련이 남아서 남은 건 아니고요?  우리 가게가 가깝기도 하고

 

 아니에요!

 

 어머, 난 선호 씨 보러 온 건데?

 

 (우진) 뭐, 다시 부를 일도 없고요

 

 아마 우진 씨가  다시 필요해질걸요?

 

 [의미심장한 효과음]  [우진이 차를 호로록 마신다]

 

 네?

 

 내가 아는 최고의 협상가니까

 

 (교수) 응?  [우진의 헛웃음]

 

 아는 협상가라고는  저밖에 없죠, 아마? 어휴  [교수가 껄껄 웃는다]

 

 아, 뭐, 그렇긴 하죠

 

 [함께 웃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우진이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우진) 어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뭐?

 

 [출입문이 탁 닫힌다]

 

 [허탈한 숨소리]

 

 (도쿄) 들리지 않아도  교수는 알 수 있었다

 

 침투 작전은 실패했고

 

 [우진의 한숨]  설상가상 인질 중에는

 

 미 대사의 딸까지 있다

 

 무력 진압은 불가능하니  다시 협상에 돌입해야 한다고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교수) 가봐야 돼요?

 

 미안해요

 

 선호 씨 말이 맞았네요?

 

 거봐요

 

 이제 밥해 놓고  기다리면 되는 거죠?

 

 [옅은 웃음]

 

 [교수의 웃음]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교수) 다들 무사해?  다친 데는 없고?

 

 와, 무슨 일 있었네? 응?  [베를린의 웃음]

 

 그 여자는?

 

 (교수) 돌아갔어, 우리 계획대로

 

 자, 그럼

 

 다음 단계를 시작해 볼까?

 

 (나이로비) 거기에  그만한 돈이 있어?

 

 (덴버) 이, 뭐, 저, 조폐국이믄

 

 뭐, 있을 수도 있는 거 아인가?

 

 (리우) [작은 목소리로]  아휴, 씨, 좆을 까세요

 

 (덴버) 어? 뭘 까라고?

 

 아니, 암만 그래도

 

 이, 4조나 되는 현금을  쟁여놓고 있다고?

 

 그렇지

 

 - 그럴 리 없지  - (모스크바) 아, 그게 뭔 말이고?

 

 아니, 그럼 있지도 않은 돈을  어째 훔치노?

 

 (모스크바) 아, 말…

 

 조선말은 끝까지 들어봐야지

 

 - (모스크바) 응?  - (교수) 고마워

 

 난 어디에 있는 돈을 훔치거나

 

 남의 돈을 뺏으려는 게 아니야

 

 (덴버) 어유, 씨

 

 아, 그럼 뭐 어쩌자고!

 

 [놀라며] 아! 아!

 

 [나이로비의 탄성]  [모스크바의 깨닫는 신음]

 

 (나이로비) 설마?

 

 (모스크바) 아, 그럼  교수의 말은…

 

 (리우) 돈을 터는 게 아니고…

 

 찍어 내는 거야

 

 (교수) 진짜 조폐기로

 

 (베를린) 다른 누구의 돈도 아니고

 

 추적도 안 되는 돈을  4조나 찍어 낸다?

 

 [모스크바와 나이로비의 웃음]

 

 (교수) 그리고  완벽하게 사라지는 거지

 

 [나이로비의 탄성]

 

 [나이로비의 기분 좋은 웃음]

 

 [볼 뽀뽀를 한다]

 

 [나이로비의 신난 탄성]

 

 [나이로비가 깔깔 웃는다]

 

 [환호성]

 

 [다 함께 환호한다]

 

 이건 범죄 역사에

 

 혁명으로 기록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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