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생할 16
(어린 은기) 엄마! 덕미가 또 낙서해요!
낙서 아니거든? 그림이거든?
내 눈엔 낙서가 낙서로 보여 낙서라고 하는 건데?
[어린 덕미의 분한 신음]
(어린 덕미) 야! [아파하는 신음]
[분한 신음]
엄마!
(영숙) 덕미야, 너 은기 때리지 말랬지 [어린 은기가 울먹인다]
[밝은 음악]
[어린 은기가 계속 흐느낀다]
너 또 낙서하면 혼난다고 했지?
아, 낙서 아니라니까
성덕미, 너는 도대체 커서…
커서 뭐가 되려고 이래?
그림 그리는 화가
큰 미술관에 내 이름 잔뜩 걸 거야
[웃음]
[어린 은기가 바닥을 박박 긁는다]
(어린 덕미) 야, 하지 마
- (어린 덕미) 아, 야 - (영숙) 그만, 그만, 그만
- (어린 덕미) 아, 야 - (영숙) 아, 그만, 그만
[어린 은기의 환호] [어린 덕미의 놀란 신음]
(어린 덕미) 하지 마
[아이들의 웃음]
좋은 꿈 꿨어요?
기억이라 좋은 꿈
근데 조금 슬프기도 한 꿈
(덕미) 윤제랑 은기랑
덕수랑 같이 놀았어요
관장님은 일어나서 뭐 했어요?
그림 그렸어요
덕미 씨 자는 얼굴
예쁘게 그렸어요?
덕미 씨 미모가 좀 비현실적이라
그림으로 표현하기가 좀 힘드네
[웃음]
꿈에서
윤제랑 같이 그림 그렸어요
[밝은 음악] 분필로 여기저기 잔뜩
(덕미) 근데 은기가
낙서한다고 엄마한테 이른다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말했어요
난 나중에 화가 될 거고
내 그림은 미술관에 걸릴 거라고
결국
화가는 되지 못했어도
미술관에 그림 거는 사람은 됐네요
'오늘날 우리는'
'전시회에 가서 직접적으로 예술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큐레이터의 개념이다'
'요컨대'
(라이언) '궁극적 예술가는 제작자가 아니라 큐레이터이며'
'그의 선택 행위다'
슬라보이 지제크?
난 전적으로 동의해요
(라이언) '큐레이터도 예술가다'
나 그림도 다시 그리게 해 줬잖아요
성덕미 큐레이터님
전시실은 나의 캔버스다
근데
지금 나한테는
관장님 얼굴이 내 캔버스 같은데
그림 좀 그려도 될까요?
뭘로 그릴 건데?
[덕미의 고민하는 신음]
(덕미) 막 창작 의욕이 샘솟는데
[함께 웃는다]
어떻게 그리지?
가 볼까?
[함께 웃는다]
(덕미) [손뼉 치며] 자, 그럼 우리의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 볼까요?
네? 캔버스요?
[웃음]
일단 노석 작가님 컬렉션으로 이동하죠
(신디) 네! [저마다 대답한다]
[경쾌한 음악]
(경아) 확인하셨어요? [안내원들이 대답한다]
네, 보시면 [무전기 작동음]
오케이, 채널 2번에 항상 두시고 맞춰 주시고요
오케이, 마이크는
[마이크가 삐 울린다] 소리 체크, 항상
아, 아, 아, 아, 나와요
♪ 도 미 솔 ♪
채움 5주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신디) 여기 이 정도요?
저, 오른쪽으로 조금만
(신디) 응, 이 정도?
비뚤어졌잖아요 오른손 조금만 내리고요
효진 씨 빨리 좀 해요
(신디) 네, 네, 네, 네 끝났다, 끝났다, 끝났다, 끝났다
(유섭) 됐어, 됐어, 됐어, 됐어, 됐어
[유섭의 힘주는 신음] [신디의 탄성]
- (신디) 잘했네 - (유섭) 나이스!
- (유섭) 잘됐네요 - 알아요
[웃음]
[빨리 감기 효과음]
[종소리 효과음]
[중얼거린다]
- 지금 프로젝터 한번 켜 볼까요? - (남자) 네
(유섭) 선명도 조절 다 된 거죠, 이게? [남자가 긍정한다]
어둡게 조도 낮추면은 밝아지는 거죠? [남자가 긍정한다]
(신디) 채움 5주년 특별전 '더 룸 더 라이프'
드디어 오픈이네요
(경아) 효진 씨, 첫 전시인데 기분이 좀 어때요?
음, 설레요
(신디) 상상만 했던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어, 엄청 힘들긴 했는데
그래도 설레요
차시안 씨 볼 수 있어서 그런 거 아니고요?
어, 들켰네요
[함께 웃는다]
[헛기침하며] 저, 근데요, 관장님
(경아) 전시 타이틀은 어떻게 정하신 거예요?
누군가의 방을 보고요
(유섭) 그 방이 어땠는데요?
힘 나고 즐겁고
행복한 게 방 안에 가득하더라고요
[부드러운 음악]
(덕미) 당신의 방을 당신이 사랑하는 것들로 채우세요
당신의 삶이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 (팬1) 드디어 우리가 1등이야 - (팬2) 드디어 1등!
(팬1) 빨리 열었으면 좋겠다 [팬2의 들뜬 신음]
(팬2) 무슨 그림이지? 사진인가?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기자1) 차시안 씨 정면 좀 봐 주시겠습니까?
- (기자1) 아주 좋습니다 - (기자2) 이쪽 좀 봐 주세요
(기자3) 이쪽도 한번 봐 주세요 [기자들이 요청한다]
- (기자3) 기분이 어떠세요? - (기자1) 손 한번 흔들어 주세요
(기자1) 아, 네, 좋습니다, 네
(기자4) 차시안 씨, 스마일
[기자들이 연신 말한다]
(기자1) 네, 아주 좋습니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오 마이 갓
효진
저기 서 있는 사람은
(소혜) 전시하는 조각인가?
우리 시안이 조각 같죠?
너무 잘생겼다
김 비서, 줘, 줘, 줘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웃음]
오 마이 갓!
(소혜) 효진? [흥미로운 음악]
저거 우리 효진이 디자인한 거 아니야?
- 엄마 - (소혜) 어? 왜?
저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소혜) 노, 노, 노, 노, 노, 노 효진 죽으면 안 돼
그런 끔찍한 말 하지 마
오 마이 갓, 효진 너무 자랑스럽다
[잔잔한 음악]
(덕미) 예술이 아무리 위대하다 한들
살아 있는 사람보다 위대하겠어요?
아무리 초라해도
저 벽에 고고한 척 걸려 있는 그림들보다
난 훌륭해요
(덕미) 이렇게 살아 있고
또 살아가니까
(덕미) 이 눈빛은
작별의 슬픔이나 죽음을 앞둔 자의 해탈이 아니에요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있는 거죠
남겨 주고 싶었던 거예요
그 사람을 바라보던 눈빛
그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를
'안녕, 나 여기 있어'
'난 언제나 이렇게 널 바라보고 있어'
안녕
(덕미) 비눗방울, 목마 관람차, 바이킹
다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그런 것들이잖아요
난 어떤 마음으로 이 그림들을 그렸을지 알 거 같은데
웃고 있네요
우리 둘 다
아주 행복하게
축하해, 엄마
엄마의 첫 전시
고마워, 시안아
[웃음]
윤제도 고맙고
고맙습니다, 이솔 작가님
좋은 작품 전시할 수 있게 해 주셔서
[함께 웃는다]
고맙습니다, 성덕미 큐레이터님
축하드립니다
저, 사진 찍어 드려도 될까요?
찍어요, 우리
덕미 씨가 사진을 또 잘 찍거든요
[밝은 음악] [은영의 웃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카메라 셔터음]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선주) 주문하시겠어요?
- (덕미) 난 아아… - (선주) 아아 한 잔
에스프레소 뺀 연유라테 한 잔
형은 에스프레소를 빼고 마셔요?
(라이언) 커피를 못 마셔서요, 제가
누굴 닮아서
그럼 저도 같은 걸로 마실게요
에스프레소 뺀 연유라테
차시안 씨는 어떤 걸로 드릴까요?
그럼 저는 큐레이터 누나랑 같은 걸로
(시안) 아이스아메리카노 맛있게요
(선주) 그럼 에스프레소 뺀 연유라테 두 잔
아아 한 잔
특별히 맛있는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엄마 커피 원래 못 마셨어?
(주혁) [잔을 쿵 내려놓으며] 사장님
사장님 최애 저로 바뀐 거 아니었어요?
- 주혁아 - (주혁) 네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어
최애는 최애고 시안이는 시안이야
(은영) 관심이 없으신가 봐요
[은영의 웃음]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시안) 사장님
네, 차시안 씨
지금 나오는 음악 뭐예요? 처음 듣는데
하, 노래 너무 좋죠?
페이드라는 밴드가 있는데
(선주) 얘가 그 밴드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예요
[시안의 탄성] 주혁
[주혁의 웃음] 앨범도 곧 제작할 예정이에요
아, 페이드
너무 좋은데요? 앨범 기대할게요
(선주) 앨범 나오면 제가 선물해 드릴게요
직접 만나서
[웃으며] 네
[선주의 탄성] [선주가 발을 동동 구른다]
주혁아, 나 좀 꼬집어 줘
(선주) 아!
[새가 지저귄다]
(근호) 저기, 저 우린 먼저 들어가시죠
[세연이 호응한다] 갑시다
안녕하세요, 윤제 엄마예요
오신다는 얘길 듣고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영숙) 밤새 생각했는데
할 말이 없더라고요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윤제한테 얘기 들었어요
잠시라도 우리 윤제
따뜻하게 돌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잔잔한 음악]
"망 창녕 성씨 덕수 영가"
여기 있었구나, 우리 덕수
어릴 때 너랑 은기랑
덕수 데리고 여기 놀러 온 적이 있었거든
그런데 덕수가 스님을 보고 숨이 넘어가게 웃는 거야
'빡빡이다, 빡빡이' 이러면서
어찌나 민망하고 죄송하던지
그래서 이리로 데리고 왔어 웃으면서 살라고
엄마는 내가 웃게 해 줄게
[영숙의 옅은 웃음]
(영숙) 드릴 게 있어요
(은영) 사진만 봐도
덕미 씨 어머니가 얼마나 잘 돌봐 주셨는지 알겠어요
윤제 얼굴이 편안해 보여요
다행히 덕미랑 은기랑
(영숙) 잘 어울려 놀았어요
밥도 잘 먹고
덕수 보내고 나서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정신이 좀 들었는데
하, 그때는 이미 입양이 된 후라
[떨리는 숨소리]
다시 찾아가셨군요
윤제 있던 보육원에
조금만 더 빨리 찾아갈걸
후회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
(영숙) 윤제한테도 윤제 어머님한테도
내가 볼 면목이 없어요
윤제 볼 면목이 없는 사람은 저예요
사고였잖아요, 버린 게 아니라
시안이라고
아들이 한 명 더 있어요
(은영) 윤제 잃어버리고
찾으러 다닐 때 도와준 사람이
시안이 아빠예요
어떻게 자식을 잃어버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가정을 이루고
살 수 있냐고
이해 못 하고 원망할 수도 있는데
윤제가 그러더라고요
남편 잃은 아내는 과부
아내 잃은 남편은 홀아비
부모를 잃은 아이는
고아라고 하는데
자식을 잃은 부모는
그 슬픔이 너무 커서
어떤 호칭도 붙일 수 없다는 글을 읽었대요
[잔잔한 음악]
어머니가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하신 선택을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미안해하지 말라고
그래서 염치없지만
우리 윤제가 용서해 줬다고 생각하고 살려고요
그러니까 덕미 씨 어머니도 더 이상
후회로 괴로워하지 마세요
무슨 얘기 하시는 걸까요?
윤제 씨 생시 물어보는 거 같은데요?
[함께 웃는다]
아빠, 손에 든 거 뭐야?
(근호) 어? 아, 이거?
예쁘네, 여기서 주운 거야?
(근호) 응
저, 덕수 여기 데려온 날
덕수 데려온 날?
네 엄마는 안에서 울고 있고 내가 먼저 나왔는데
(근호) 바닥에 이 돌이…
그래서 뭐에 홀린 듯이 이 돌을 집었는데
따뜻하더라고
덕수 손처럼
[아련한 음악]
그래서 덕수 손 잡은 것처럼 꼭 쥐고
집으로 데려갔지
(라이언) 그래서 아버님이…
[웃음]
그날 이후로
미친놈처럼 전국으로 돌만 주우러 다녔어요
[웃음]
덕수 친구 만들어 주려고?
친구?
[웃음]
그렇게 되나?
나도 덕수 손 잡아 봐도 돼?
아이, 그럼, 자
따듯하네, 진짜
[근호의 웃음] (덕미) 우리 덕수 손
(은기) 엄마
나 적금 타면 우리도 같이 살까?
웬일이야?
내가 그렇게 같이 살자 그래도 죽어도 싫다던 놈이
같이 살자, 나 장가가기 전까지
장가가기 전까지?
너 장가가는 거보다 엄마 시집가는 게 훨씬 빠르겠다
엄마 남자 있어?
엄마 요즘 교회에서 배우자 기도 해
배우자 기도?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다정하고 말 예쁘게 하고
감사할 줄 알고
(세연) 평범한 정우성처럼 생겨서
소소하게 건물 한 채 있는 남자 보내 달라고
[은기의 헛웃음] [발랄한 음악]
[탄성]
우리 엄마 나 때문에 결혼 안 하는 줄 알았는데
눈이 높아서 못 한 거였구나?
아, 이왕 갈 거면 그런 놈한테 가야지
[은기의 고민하는 신음]
(은기) 그래
그럼 엄마랑
소소하게 건물 한 채 있는 새아빠랑 같이 살지, 뭐
[함께 웃는다]
(세연) [툭 치며] 네가 먼저 해, 네가
(은기) 알았어, 알았어
뭐야, 너…
(세연) 없어?
[은기가 속삭인다]
뭐라는 거야?
[은기의 웃음] 뭐라는 거야?
- (은기) 있어 - (세연) 빨리, 있어? 진짜? 있어?
(근호) 아이고, 이거 모자가 보기 좋네 [세연의 웃음]
[근호의 웃음]
어, 난 이거 읽을래요
(덕미) '사자왕 형제의 모험'
사자왕? [덕미의 웃음]
그럼 나는…
- 이거? - (덕미) 이거?
- 이분? - (덕미) 이거 읽고 싶어요?
- 이분, 이분 - (덕미) 갖고 싶어요?
[함께 웃는다] [밝은 음악]
(라이언) 기찻길
시나길
[부정하는 신음]
이제 라나길
[라이언의 부정하는 신음]
허나길
허나길…
아, 그럼 제나길
제길?
[웃음]
(덕미) 여기가 제가 고등학생 때 다니던
입시 미술 학원이에요
입시 미술이 따로 있어요?
그럼요
아마 제가 다비드상은 관장님보다 더 잘 그릴걸요?
나 그려 주려고요?
무슨 말씀이세요?
죄송합니다
(덕미) 근데 왜 이렇게 빨간색만 많이 사요?
덕미 씨 그릴 거라서
덕미 씬 빨간색이 제일 잘 어울려요
근데 [물감이 달그락거린다]
작업은 계속 집에서 할 거예요?
(라이언) 작업실을 구해 볼까 생각도 해 봤는데
틈틈이 그릴 거라 집에서 하는 게 나을 거 같아요
틈틈이
(라이언) [물감을 달그락거리며] 아
집에서 냄새 많이 나죠?
어, 저 파란색도 잘 어울리는데
- (라이언) 파란색? - (덕미) 노란색도
잘도 그러시겠다
[라이언이 물감을 탁 담는다]
무슨 의미예요?
(덕미) 아, 저 톤 파괴자거든요?
[함께 웃는다]
아, 다섯 시에 뭐 중요한 일 있다고 하지 않았었어요?
같이 해 볼래요?
(라이언) 덕미 씨 여기 왜 온 겁니까?
우리 시안이 콘서트 티케팅하러요
우리 시안이가
콘서트 초대권 준다고 했잖아요
나 시나길이에요
(덕미) 초대석은 2층 좌석이라고요
난 무조건 1층 스탠딩 5열 이내를 노릴 거예요
- (덕미) 잘 보세요 - (라이언) 잠깐만요
나 배 좀 채우고
(라이언) 됐어요
(덕미) 자, 보세요
여기 '판매 예정'이라고 돼 있는 거 있죠
이게 다섯 시 정각이 되면 '예매하기'로 바뀔 거예요
그러면 여기 날짜를 선택하고 회차를 선택한 다음에 [마우스 클릭음]
'예매하기'를 눌러요
그다음에는 무조건 앞자리
그냥 5열 이내로 선택한 다음에
'좌석 선택 완료'를 누르면 돼요
(라이언) 쉽네요
쉽죠
그럼 내가 싫어하는 이선좌나 만나 보세요
이선좌?
이선주는 아는데… [덕미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어, 3분 전이다
[흥미진진한 음악]
[덕미가 키보드를 연신 두드린다]
[안내 음성] 다음 시간은 오후 다섯 시 정각입니다
[알림음]
[오류음]
[키보드를 쾅 치며] 아, 이선좌, 씨
[덕미의 한숨]
- 덕미 씨 - 하, 왜요?
이거 된 겁니까?
(덕미) 뭐가요?
[흥미로운 음악] [탄성]
된 거죠?
(라이언) 내가 뭐라 그랬어요 난 뭘 하든… [덕미의 탄성]
(덕미) 내 남자 친구 신의 손이었어
[덕미의 들뜬 신음]
잘했어요, 이쁘다
(덕미) 윤제야, 허윤…
[감성적인 음악]
작가로서 라이언 골드는 고향이 뉴욕이니까
뉴욕 미술계 트렌드부터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뉴욕"
[한숨]
[속삭이며] 덕미 씨
들어가요
(덕미) 전시실이 너무 어두워서 작품 감상이 어렵다는
관람객의 피드백이 꽤 많아서요
어,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여기랑 여기에 추가로 설치하려고 하는데
작가님 생각은 어떠세요?
여기서 더 밝아지면
비눗방울이 너무 빨리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그건 조명 각도를 한번 조절해 보고 다시 말씀드릴게요
알았어요
혹시 작업 다시 해야 되면 빨리 말해 줘요
나 출국하기 전에
작가님 어디 가세요?
아, 저 뉴욕으로 다시 돌아가려고요
[옅은 탄성]
원래 한국 온 목적이 있었는데…
[다인의 웃음]
슬럼프 극복
[탄성]
작업실도 좋고 친구도 생겨서 좋긴 좋은데
(다인) 아무래도 기반이 다 뉴욕에 있다 보니까
불편한 게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나중에 뉴욕에서 만나요 라이언이랑 같이
그래요
[다인과 덕미의 웃음]
[문이 달칵 열린다] (라이언) 왜 내 이름이 들리지? 나 없는 데서
(덕미) 최 작가님 다시 뉴욕으로 가신대요
좋은 소식인데?
아주 말을 이쁘게 하네
[피식 웃는다]
잘 생각했어
작가로 활동하려면 여기보다 뉴욕이 훨씬 낫지
잘 가고 연락하고
[경쾌한 음악]
뭐야? 너 악수 안 하잖아
[피식 웃는다]
고마웠어
미안하기도 하고
두 사람 다
뭐야?
라이언, 너 그림 다시 시작해?
(다인) 안 그래도 뉴욕에서 네 소식 나한테 엄청 물어봐
천재 작가 라이언 골드 컴백 언제냐고
아직
아직 그럴 생각 전혀 없어
- 왜? - (라이언) 내 마음이다
소문이나 내지 마
[피식 웃는다]
기대할게
아티스트 라이언 골드의 귀환
거기, 뭐 해요?
시원한 민트초콜릿? [라이언의 웃음]
안 그래도 생각났었는데
고마워요
[라이언의 한숨] 피곤하죠?
관장님
컴백하실 생각 없어요?
나 컴백했잖아요
그림 그리면 다 예술가 아닌가?
[덕미가 머뭇거린다]
그건 그런데
작가로서의 라이언이 태어난 곳도 성장한 곳도
(덕미) 그리고 인정받은 시작점도 뉴욕이니까
그리고 작업하기에도 여기보다 뉴욕이 낫지 않을까 싶어서요
나 다시 돌려보내고 싶어요? 뉴욕에?
[웃음]
그게 아니라
혹시
나 때문일까 봐
[잔잔한 음악]
아니라고는 말 안 할게요
(라이언) 근데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3년의 공백을 깰 만큼의 수준이 아니라는 게 더 커요
어쨌든 은퇴를 번복하는 일인데
작품으로 납득시키지 않으면
악플 무섭거든요
[웃으며] 파이팅
파이팅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다인) 우리가 술을 진짜 마시긴 마시네요 [은기의 개운한 신음]
나 뉴욕으로 돌아가기 전에
뉴욕?
완전히 가요?
인사하러 왔어요
(다인) 잠깐이지만 친구 해 줘서 고마웠어요
아이, 좀 아쉬워하지?
아쉬워하긴
핸드폰이 있는데
연락해요, 친구 필요하면
[숨을 씁 들이켠다]
아니면 차라리 뉴욕에서 체육관을 차리는 거 어때요?
그것보다 최 작가가 한국에서 미술 학원 차리는 게 빠르지 않을까?
아니, 사실 비밀이 있는데
나 그림 되게 못 그려요
작간데?
[은기의 탄성]
그럼 안 되겠다, 미술 학원은
[웃음]
나중에 남 관장님 아기 낳으면
(다인) 내가 멋진 미국 이모 돼 줄게요
미쿡 이모
좋네, 미쿡 이모
[웃음]
잘 가요, 작가 친구
잘 있어요, 친구
(덕미) 근데 작업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나 방해꾼 되기 싫은데
오늘은 절대 안 그리고 덕미 씨랑 놀 거예요
잠깐만 기다려요
나 옷만 갈아입고 저녁 같이 먹어요
[부드러운 음악]
더 따듯해지고
더 완전해졌어요
라이언 골드 작가님
(라이언) 덕미 씨, 어디 있어요?
(덕미) 아, 저 여기 있어요
[문이 달칵 열린다]
(라이언) 뭐 먹고 싶어요? [문이 달칵 닫힌다]
(덕미) 윤제가 직접 만든 파스타?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 지금 나에겐 ♪
♪ 아무것도 없지만 ♪
♪ 여유를 ♪
♪ 또 여유를 부려 ♪
[음악이 멈춘다]
(프로듀서) 주혁아, 다 좋은데 한 번만 다시 하자
네, 알겠습니다
- 중혁아 - (프로듀서) 오, 승민아
- (승민) 고생 많지? - (프로듀서) 어, 어
[문이 달칵 닫힌다] - (선주) 안녕하세요 - (프로듀서) 안녕하세요, 제수씨
아, 주혁이 매니저
- 팬 카페 매니저입니다 - (프로듀서) 아, 예
(선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프로듀서) 어유, 감사합니다, 제수씨
(승민) 자기야, 우리 시간 다 됐다 가자, 가자
- (승민) 나 갈게 - (프로듀서) 어, 가, 가
(선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프로듀서) 네, 네
(선주) 잘 부탁드려요 [프로듀서가 호응한다]
- (승민) 아, 뭐 하냐? 가자 - 정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발랄한 음악]
(은기) 자, 지금부터 최강 유도 체육관 [카메라 셔터음]
정기 승급 심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전체 차렷!
열중쉬어
차렷!
인사!
(선주) 요즘에 컨디션 안 좋다 그랬었는데
(승민) 응, 괜찮아 보이는데
(은기) 자, 후방 낙법부터
후방 낙법, 하나, 둘, 셋!
오, 좋아요
(선주) 빨리 찍어, 빨리 찍어 빨리빨리
(은기) 좋아요, 자, 다음은 전방 낙법
자, 하나, 둘, 셋
[은기의 기합]
좋아, 일어서!
자, 다음은 측방 낙법
하나, 둘, 셋
(선주) 너무 귀여워
[선주의 들뜬 신음] (은기) 일어서!
(선주) 오빠, 너무 귀엽지?
뭐 해? 빨리 건우 찍어야지
(승민) 나도 내가 보기에 귀여운 거 찍은 거야
아, 빨리 건우 찍어, 빨리
빨리빨리
(은기) 자, 다음은 강건우 앞으로
관장님 이름
남은기!
관장님!
그렇지
[선주의 웃음]
(은기) 자, 노란 띠
아이고, 아유
[은기의 웃음]
자리로 가, 자리로 가
[승민의 탄성]
자, 다음
- (덕미) 아, 유섭 씨 - (유섭) 네, 성 큐레이터님
안 작가님 모노 아트 갤러리로 보험 계약 완료됐죠?
네, 그, 이제 배송 일정만 잡아 주시면 돼요
[휴대전화 진동음]
(덕미) [영어] 안녕하세요 채움미술관 성덕미입니다
안명섭 작가님 작품 배송하려고 하는데요
네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네, 뭐라고요?
[당황한 신음]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경아) [한국어] 감사합니다
(신디) 그럼 성 큐레이터님 미국 가는 거예요?
덕미 미국 가요?
아, 확정은 아니고요
그, 모노 아트 갤러리에서 요청이 왔어요
(유섭) 그, 성 큐레이터님이 담당하신
안명섭 작가님 전시 큐레이팅에 참여할 수 있는지
뭐, 아니면 추천할 사람 있냐고요
조건이 5년 차 이상만 아니면 내가 가는 건데
[작은 목소리로] 다행이다
[경아가 테이블을 툭 친다]
성 큐레이터님이 가시겠죠?
(경아) 가면 최소 6개월에서 1년인데
설마 관장님 두고?
- 안 가겠죠? - (신디) 일 좋아하시잖아요
가겠죠?
- 안 갈 거 같은데 - (경아) 안 갈 거 같은데?
[발랄한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오천 원 빵?
- 안 간다 - (신디) 나는 간다
- 나도 안 간다 - (선주) 나는 간다고 했다가 안 간다
너무 치사해요
간다!
빠, 빠질까요?
(선주) 빨리 빠졌어야지
(라이언) 왜 말 안 해요?
큐레이터 파견 요청
아…
혹시 그거 관장님이…
나도 오늘 알았어요
(라이언) 모노 아트 갤러리에서 성 큐레이터가 와 주길 바란다는 거
생각해 봤어요?
네
결정은 했고요?
[웃으며] 네
갈 거구나
네
잘 생각했어요
덕미 씨한테 아주 좋은 기회니까
(라이언) 어, 그럼 우린 이제
장거리 연애를 해야 되는 건가?
낭만적인데?
같이 갈 건데, 관장님하고
[밝은 음악]
같이 가요, 라이언 골드 작가님
(덕미) 라이언 골드의 은퇴 전 모든 작품
그리고 현재 뉴욕 예술계 트렌드를 전부 분석해 봤어요
지금 관장님 작품
은퇴를 번복하고 컴백할 만큼 훌륭해요
아니, 어쩌면 첫 데뷔보다 더 충격적일 수도 있어요
나 한 번만 믿어 봐요
큐레이터로서 성덕미, 내 안목을요
믿어요
큐레이터로서의 덕미 씨도
씁, 어, 나
지금 뉴욕 가면 난 백순데
뭘 먹고 살아야 되나?
내가 먹여 살릴게요
- 진짜? - 진짜
[함께 웃는다]
나는 육식 동물이라 매일매일 스테이크를 먹어야 되는데
(라이언) 어떻게, 괜찮겠어요?
매일매일요?
(덕미) 스테이크?
괜찮아요
미국은 스테이크 한국보다 싸대요
(라이언) 뉴욕의 싸고 맛있는 가게 많이 알아요
(덕미) [웃으며] 그래요?
(영숙) 유학 못 보내 준 게 두고두고 한이었는데
결국 가네, 우리 덕미
- 조심히 잘 다녀와 - (덕미) 네
관장님하고 같이…
윤제요, 어머니
[영숙과 근호의 웃음]
(영숙) 우리 윤제랑 같이 가니깐 마음이 놓여요
잘 부탁해요, 우리 덕미
네, 자주 연락드릴게요
윤제 어머님한텐 인사드리고 갈 거지?
그럼, 오늘 찾아뵙기로 했어
서운하시겠네 오랜만에 아들 만났는데
(영숙) 우리한테는 연락 자주 안 해도 되니까
어머님한테 많이 해요
두 분 다 자주 연락드릴게요
[근호의 웃음]
다행이다 다시 그림 그릴 수 있게 돼서
다 덕미 씨 덕분이죠
[은영의 웃음]
(은영) 고마워요, 덕미 씨
(시안) 형이랑 누나도 없는데
엄만 안 가면 안 돼?
아이고, 우리 시안이 또 아기 됐네
차시안 씨 아버님 계신 곳으로 다시 돌아가시는 거예요?
네
(은영) 우리 아들들이 다 이렇게 자기 할 몫 잘하고 사는데
저도 그래야죠
해외 입양아에게 한국어 가르치는 봉사 하다가
우리 윤제 이렇게 만났는데
앞으로는 더 열심히 할 거예요
근데 차시안 씨가 많이 서운한가 봐요
사실은 우리 때문이 아니고
팬 때문이에요
팬이요?
(은영) 응, 누구더라?
시, 시나, 뭐였는데
시안은 나의 길 님요
[발랄한 음악] (시안) 시나길 님이 레스트 걸었어요
레스트라면 잠시 쉬는 건데 저…
[덕미의 멋쩍은 웃음]
(덕미) 금방 돌아갈 거예요, 그분도 꼭
[덕미가 툭 친다]
차시안 씨
차시안!
(라이언) 엄마랑 형이랑 누나 잘 갔다 올게
(라이언) 다들 잘 아시겠지만…
안 가시면 안 돼요?
응, 안 돼
난 금방 돌아올 거야
누구 맘대로요?
[반짝이는 효과음]
마지막은 아닐 테니까 인사는 짧게 하죠
(라이언) 그동안 고생들 많았어요
감사합니다
(신디) 관장님 작가로 컴백하면
우리 채움에서 전시하면 되잖아요
뭘 서운해해요?
효진 씨는 좀 신나 보이네요?
(라이언) 이제 후임 관장을 소개를 해야겠네요
저도 여기까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발랄한 음악] [소혜의 웃음]
[영어] 여러분, 안녕?
[한국어] 후임 관장 엄소혜예요
[소혜의 탄성]
(신디) 우리 엄마예요
[소혜의 웃음] [신디의 박수]
(소혜) 너무들 좋아한다
[소혜의 웃음]
(선주) [한숨 쉬며] 덕미야
우리 덕미
너 없이 나 어떻게 살아?
매일 전화할게
(선주) 전화로 되니? 우리가?
일 년 중의 360일을 만났는데?
갔다 온다잖아, 시간 후딱 가
(선주) 아, 은기 새끼 너야
국대 달아서 선수촌 들어갔을 때, 어?
덕미 안 본 날도 있고 해서 그렇지
우린 아니란 말이야
우리가 이렇게 오래 못 본 게, 어?
나 건우 낳고 산후조리원 들어갔을 때
그때 말고 없단 말이야
아니야, 잘 생각해 봐
나 그때 남장하고 네 남편인 척하고 들어갔잖아
- (선주) 그랬었어 - (덕미) 맞아
[선주의 한숨] (덕미) 아…
(선주) 관장님
우리 덕미 잘해 주세요
네
(선주) 우리 덕미는 잘생긴 남자를 제일 좋아해요
[흥미로운 음악] - (덕미) 야 - (은기) 얘 덜 취했네
예쁜 남자도 좋아하고요 [덕미의 한숨]
- (은기) 그렇지, 그렇지 - (덕미) 이선주?
귀여운 남자는
환장해요
[헛웃음] (라이언) 알겠습니다
잘생기고 예쁘고 귀엽고
혼자 한번 다 해 볼게요
[선주의 탄성]
(은기) 어릴 때는 부끄러움과 수줍음이 좀 있었던 거 같은데
- (라이언) 제가요? - 어, 허윤제 너
[선주의 헛웃음] (덕미) 갑자기?
[덕미의 웃음] (선주) 관장님, 우리 은기 연애도 많이 알려 주세요
짠!
(덕미) 걔 원래 웃겨요
[덕미의 웃음]
관장님
(라이언) 나 이제 관장 아닌데
맞는다
그럼 사자야
라이언이 아니라
(라이언) [혀를 굴리며] 라이언
[웃음]
(덕미) 그럼 골라 봐요
음, 사자, 라이언, 윤제
뭘로 불러 드릴까요?
그럼 내가 원하는 대로 불러 줄 거예요?
그럼요, 말해 봐요
[고민하는 신음]
그러려면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줘야 돼요
(라이언) 예전에 덕미 씨가 그랬죠
내 작품이
예전보다 훌륭해졌다고
나 전에는 몰랐어요
세상에 그리고 싶은 게 이렇게 가득한 줄
웃음소리
바람 냄새
따듯한 햇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온도
[감성적인 음악]
놀랍고 갑작스럽겠지만
오늘 한 번만 봐줘요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안 될 거 같아서
조금도 미루고 싶지 않아서 말하는 거예요
성덕미 씨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당신과
당신의 행복을 함께 그리고 싶어요
나와 결혼해 줄래요?
[덕미의 벅찬 숨소리]
난 덕후니까
나답게 대답할게요
좋아요
당신의 최애가 되어 줄게요
당신도
내 최애가 돼 줄래요?
영원히요
[팬들이 소란스럽다] [밝은 음악]
- (점원) 여기 있습니다 - (팬3) 감사합니다
(팬4) 시안이 앨범 하나만 주세요
- (팬5) 한 박스요 - (팬6) 저도 한 박스요
- (팬7) 저도 한 박스요 - (팬8) 저도 한 박스요
- (팬6) 어, 완전 좋아! - (팬5) 어떡해, 대박이야
(팬5) 너 왜 이렇게 가볍게 들어?
[팬들이 조잘거린다]
"페이드"
(선주) 건우, 친구들하고 싸우지 말고
모르는 거 있으면 선생님한테 물어보고
강건우, 파이팅
파이팅
다녀오겠습니다
(건우) 다녀오겠습니다
[승민의 웃음]
(승민) 잘 다녀와
(건우) 재하야!
빨리 가자!
- (승민) 가자 - (선주) 가자, 가자
(선주) 자유 시간이다, 자유 시간! [승민의 환호와 웃음]
[감성적인 음악]
우리 신랑 무산이, 우리 신랑 무산이
(소혜)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함께 웃는다]
[소혜의 환호]
무산아! 오 마이 갓
무산,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지?
[호응한다] 정말 아는 거야?
정말, 정말, 정말로?
어유… [함께 웃는다]
너무 보고 싶었어
(소혜) 오 마이 갓
무산, 왜 이렇게 살이 쪘어?
[쨍그랑 깨지는 효과음] 허, 오 마이 갓
얼굴 너무 부었다 [무산의 웃음]
이 안의 음식이 맞았던 거야?
[함께 웃는다]
오케이, 김 비서, 컴 온
무산
[소혜의 탄성]
[익살스러운 음악] [무산의 의아한 신음]
무산, 우리 이제 다이어트해야지?
자
(소혜) '아'
[웃음]
남자는 잘생겨야지 돼
알지? 죽을 때까지 잘생겨야지 돼
[무산의 웃음] 한 번 더, 오케이
(소혜) '아'
[소혜의 웃음]
잘생겨졌다
[소혜와 무산의 웃음]
[물이 조르륵 흘러나온다]
- 양은아 씨 - (직원) 네?
커피 한 번도 안 타 봤죠?
아, 네
[신디의 한숨]
잘 봐요
[흥미로운 음악] (신디) 이걸 뜯어서
- (소혜) 오 마이 갓 - (신디) 넣고
우리 효진이, 커피 타는 거야?
(소혜) 저런 게 바로 핵심 인재라는 거야
우리 무산이를 데리고 왔었어야 되는데
오 마이 갓, 언빌리버블
[소혜와 경아의 웃음]
(소혜) 오늘 갑자기 이렇게 회의를 소집한 건
소개할 사람이 있어서예요
물론 그동안 나 혼자서
훌륭하게 일 처리를 잘해 왔지만
업무량이 너무 많아져서…
저희만으로 좀 버거웠죠
우리 무산이가 섭섭해할 거 같아요
내가 너무 바빠져서
[함께 웃는다]
(소혜) 그래서 부관장을 모셔야 할 때가 된 거 같아요
들어와요
[소혜의 멋쩍은 웃음]
안 들어오네
들어와요
[밝은 음악]
[소혜의 웃음]
안녕하세요, 채움미술관 부관장 성덕미입니다
(함께) 성 큐레이터님!
[웃음]
잘들 지냈어요?
(소혜) 오! 내가 왔을 때만큼 다들 좋아하는구나
다행이야, 이리 와요, 이리 와
난 이만, 인사들 하세요, 오케이?
[소혜의 웃음]
[사람들의 환호]
아, 수석 큐레이터 됐다며?
(경아) 성 큐…
아니다, 우리 부관장님의 빈자리를 아주 완벽하게 메꿨죠
[웃음]
유섭 씨는? 큐레이터 됐어?
네
아, 저, 그리고 저 유 큐레이터님이랑 사귀어요
[덕미의 놀란 탄성]
(신디) 아, 진짜 짜증 나 죽겠어요
왜 이 미술관엔 계속 커플이야?
혹시 라이언 관장…
아, 라이언 작가님도 오시는 거예요?
우리 라이언 골드 작가님?
(영숙) '더 지니어스 아티스트'
'라이언 골드 해즈 리턴드 인 스플렌더'
'애프터 포 이어스 오브 앱선스'
그, 이게 무슨 뜻이에요?
아, 그러니깐 우리 라 서방이
다시 돌아왔다
[근호의 탄성] [영숙의 못마땅한 신음]
그러니까 나랑 같이 영어 공부 좀 하자니까, 쯧 [도어 록 작동음]
가만있어 봐요 [근호의 헛기침]
[문소리가 난다]
(덕미) 엄마!
(영숙) [놀라며] 덕미야!
[경쾌한 음악] (영숙) 덕미야!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내 딸, 어디 보자 [근호의 웃음]
[영숙과 근호의 웃음]
오늘 내 생일이야?
(영숙) 아, 우리 덕미가 이렇게 금의환향했는데 한 상 차려야지
[영숙의 웃음] (세연) 축하해, 성덕미 부관장님
앞으로 우리 모먼트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덕미의 웃음]
- (덕미) 아빠 - (은기) 아버지, 울어요?
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 밥 먹어, 밥 먹어, 먹어…
(영숙) 어이구, 참
아니, 근데 우리 라 서방은 언제 온대?
아, 윤제?
윤제 내년 상반기까지 전시 일정 꽉 차서
아마 당분간 못 들어올 거야, 엄마
그만큼 성공적으로 컴백했다는 뜻이니까
서운해 말아, 언니
(영숙) 서운하기는
결혼식 날짜 잡아 놨는데
결혼식?
결혼식은 은기가 먼저 하는 거 아니야?
[사람들의 의아한 신음] [발랄한 음악]
뭐?
뭐?
뭐, 나 아무도 없어
(덕미) 씁, 너 요즘 최 작가님이랑 통화 자주 하더라?
아, 그건 걔가…
- (은기) 어휴, 무슨… - '걔가'?
(덕미) 그거 몹시 친근한 표현 아닌가요?
[근호가 호응한다] 그렇죠?
걘 아니야, 쯧
다른 사람 있어
[덕미의 놀란 신음]
(세연) 진짜? 진짜 있어?
(덕미) 소름
(은기) 아무것도 모르면서 밥이나 먹어, 그냥
- (영숙) 뭐 있네, 응? 뭐 있네 - (세연) 그러니까
있네, 네가, 네가 내가 모르는 사람 아는 사람 누가 있어?
(세연) 말해 봐
[함께 웃는다]
(덕미) 조심
왔니?
[잔잔한 음악]
어서 와
선주야
[덕미의 환호]
(덕미) 야, 얘야? 꼬물이?
안녕하세요, 이모
- (덕미) 네가 건우보다 귀여울 거야? - (선주) 네
[덕미의 탄성]
[덕미와 선주의 웃음]
(덕미) 야, 둘째 계획 없다더니
쯧, 다 그렇고 그런 거지, 뭐
- 아무튼 축하해 - (선주) 아참
오늘 우리 시안이랑 주혁이랑 프로젝트 앨범 내고
첫공 하는 날인데
(선주) 같이 안 갈래?
갈래, 당연히 가야지, 무슨
[덕미의 환호]
(은기) 너희는 만나자마자 덕질이냐?
(선주) 아, 맞는다 너 주혁이 보고 놀라지 마
왜? [선주의 한숨]
살짝 연예인병 걸렸어
야, 연예인병은 고칠 수나 있지
(덕미)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 얘 여자 생겼어 - (선주) 뭐?
아니라고
(선주) 혹시 그분이야? 그 작가분?
작가 아니야, 다른 사람이래
- (은기) 아니라니까 - 누구야?
- (덕미) 너 들은 거 없지? - (선주) 아니
(덕미) 몰랐지?
- (선주) 어디서 뭘 하고 다니는 거야? - (은기) 아니라고
- (덕미) 뭐 하고 다니냐? - (선주) 남은기
- (은기) 아니라고, 장난이라고, 장난 - (선주) 다 컸네, 다 컸어
- (덕미) 누구냐? 내가 아는 사람? - (선주) 조카가 보고 있어, 누구야
- 남은기의 인생 한판! - (신디) 인생 한판!
[밝은 음악]
네, 오늘은 빗당겨치기에 대해서 배워 보도록 하겠습니다
배워 보기 전에
- (은기) 구독 구독 - (신디) 좋아요, 한번
(은기) 부탁드립니다!
(신디) 부탁드립니다!
아, 빗당겨치기는 언제 해야 하죠? 남은기 관장님
네, 그, 빗당겨치기는
이렇게 반대편의 상대와 마주 잡았을 때
이렇게 업어 치기를 하려고 하는데 앞발이 나와 있으면
(은기) 상대방 무릎에 꼬리뼈를 다칠 수도 있습니다
보세요
[은기의 힘주는 신음]
[은기의 의아한 신음]
짧다
아, 이렇게 또 다리가 짧으면 또 안 다칠 수도 있…
[은기의 비명]
아, 야!
[은기의 아파하는 신음]
(신디) 쉿, 찍고 있어요
(은기) 아, 진짜 아프다고
(신디) 아이, 좀 참아요 돈 벌기가 뭐, 쉽습니까?
아니, 이걸로 돈 벌 수 있는 거 맞아?
[신디의 고민하는 신음] [은기의 한숨]
하, 아저씨
그, 먹는 거는 잘할 수 있죠? 네?
하, 일로 와 봐
업어 치기 한 판만 하자
아, 왜요? 먹방이 요즘에 유행이란 말이야 [은기가 다그친다]
[은기의 힘겨운 신음] (신디) 제가 밥 사 줄게요
(은기) 이거 놔라 [신디의 웃음]
- (신디) 먹방 해요, 먹방 - (은기) 카메라부터 끄자
(신디) 아저씨, 살려 주세요
[전원 종료음]
[다가오는 발걸음]
[똑똑 소리가 난다]
성덕미 부관장님
회의 시작하시죠
네
[잔잔한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웃음]
네, 성덕미입니다
(라이언) 하나도 안 반가운 목소리네
[웃으며] 저 여기 온 지 일주일도 안 됐거든요?
(라이언) 난 일주일이 아니라 7년은 된 거 같은데
전시 준비는 잘돼 가요?
(라이언) 방금 회의 끝나고 덕미 씨 생각나서
채움미술관은 잘 있죠?
[웃음]
다 그대로예요, 엄 관장님도
(라이언) 거기도 그대론가?
어디요?
(라이언) 우리 가짜 연애 할 때 사진 찍던 곳
어…
(덕미) 여기요?
여기도 다 똑같아요
딱 한 가지만 빼고
(라이언) 딱 하나 뭐요?
(덕미) 음…
내 사자
[발랄한 음악]
그럼 이제 그대론가?
어떻게 된 거예요?
언제 왔어요? 전시는요?
(라이언) 기획 회의 끝나고 바로 왔어요
덕미 씨 너무 보고 싶어서
끝나고 내가 간다니까
나 이렇게 만든 게 누구게요?
사실 나도 간당간당했어요 보고 싶어서
[덕미의 웃음]
- (라이언) 성덕미 씨 - (덕미) 네
덕질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경쾌한 음악]
성덕이시네요
갖고 싶어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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