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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사생할 15

 

(어린 덕미) 몇 살이야?

 

일곱 살

 

나도 일곱 살이고 얘도 일곱 살이야

 

나는 성덕미고 얜 남은기인데

 

넌 이름이 뭐야?

 

나는

 

허윤제

 

(어린 은기) 엄마 기다려?

 

같이 놀래?

 

[밝은 음악]

 

[아이들의 웃음]

 

잘 잤어요?

 

잘 잤어요?

 

아직 자고 있어요?

 

아직 잘 시간인데

 

생일이잖아

 

[밝은 음악]

 

축하해요

 

고마워요

 

눈도 안 뜨고

 

나 안 보고 싶어요?

 

[탄성]

 

(덕미) 눈 뜨자마자 관장님 얼굴이네

 

엄청 근사한 생일이에요

 

이제 일어나야 되는데

 

[덕미의 찌뿌둥한 신음]

 

(덕미) 생일이잖아요 안 일어나도 돼요

 

[라이언이 피식 웃는다]

 

(라이언) 그래요, 더 자요

 

아예 출근하지 말고 이러고 있을까?

 

같이 백수 되는 건 어때요?

 

사표 내고

 

(덕미) 일어날게요

 

(라이언) 아니, 진짠데

 

출근하지 말고 하루 종일 이러고 있어요

 

- 안 돼? - (덕미) 안 돼

 

왜 안 되는데?

 

아까워서

 

아껴 보려고

 

덕미 씨

 

덕미 씨는 진짜 더럽게

 

예쁘죠, 아침부터

 

더러운데?

 

[라이언의 웃음]

 

더럽다니요

 

[부드러운 음악]

 

(덕미) 두려워하지 마요

 

[웃음]

 

덕미 씨, 출근할 수 있는 거죠 나 오늘?

 

- 시술 들어가겠습니다 - (라이언) 안 돼

 

(덕미) 왜 이렇게 떨어요?

 

아니에요, 안 떨어요

 

(덕미) 나 못 믿어요?

 

(덕미) 이게 다 뭐예요?

 

(라이언) 생일인데 미역국 먹여야죠

 

직접 끓여 주시려고요?

 

 

[탄성]

 

근데 이 땡초랑 인삼은 뭐예요?

 

땡초는 덕미 씨가 좋아하는 거

 

(라이언) 인삼은 덕미 씨 몸에 좋은 거

 

아…

 

근데 이 친구들은 미역국에 들어가면 안 되는 친구들 같은데

 

그래요?

 

그럼 이건 나중에 김밥 만들어 줄게요

 

 

[봉지가 부스럭거린다]

 

맛있겠다, 인삼김밥

 

이 정도면 되겠죠?

 

(덕미) 관장님, 이만큼이 60인분이니까

 

이 정도면 스무 명이 잘 나눠 먹을 수 있겠네요

 

[덕미의 웃음]

 

(라이언) 그러면

 

이 정도?

 

맛있게 만들어 줄게요 잠깐만 기다려요

 

네, 믿음직스럽네요

 

[웃음]

 

- (라이언) 이거? - 네, 예뻐요

 

아, 덕미 씨도 옷 갈아입어야죠

 

전 이거 입고 갈 건데?

 

우리 사생활

 

(라이언) 미술관 직원들하고 너무 공유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부끄러운가 봐요? '샤이 보이'

 

그럼 내 옷 입고 가요 내가 골라 줄게

 

(덕미) 아, 아니에요

 

집에 들러서 옷 갈아입고 가면 되잖아요

 

[웃음]

 

잘 어울릴 거 같은데, 이거

 

왜요?

 

뭐예요?

 

내가 발라 줄게요

 

발라 본 적 있어요?

 

나 라이언 골드예요

 

[웃음]

 

[발랄한 음악]

 

예쁘다

 

(덕미) 관장님은 제가 발라 드릴게요

 

좀 더 발라야 될 거 같은데

 

이러고 출근해요, 나?

 

예쁜데

 

생기 있어졌어요

 

[함께 웃는다]

 

저 오늘 생일인데 하루만 주인공 해도 돼요?

 

[리드미컬한 음악]

 

저 연예인 같죠?

 

[함께 웃는다]

 

(덕미) ♪ Stops ♪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빠져들어 ♪

 

♪ 난 너의 시선 강탈 ♪

 

♪ 난 너의 심장 폭행 ♪

 

♪ 아찔하게 모두 다 홀려 놔 ♪

 

♪ Oh give it to me ♪

 

♪ 펼쳐지는 Runway ♪

 

♪ 절대 잊지 못할 ♪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승민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선주) 오빠, 이거 마시면서 해

 

(승민) 고마워, 선주야

 

일하는 거야? 예능 기획안?

 

(승민) 어, 아니

 

내가 이제 너 웃게 만드는 일만 생각하면서 산다고 했잖아

 

그래서 선주랑 뭘 하면 좋을까

 

내가 기획안을 좀 만들어 봤어

 

- 기획안까지? - (승민) 들어 봐

 

(승민) [키보드를 탁 치며] 제목은

 

'캠핑지에서 먹힐까'

 

- 캠핑? - (승민) 응

 

주말마다 자기랑 건우랑 캠핑을 가는 콘셉트인데

 

야외에서 밥도 해 먹고 밤에 별도 보고

 

힐링을 하는 거지

 

근데 우리 텐트가 있었나?

 

사야지

 

이 캠핑용품이 살 게 엄청 많아

 

코펠, 버너, 이, 어, 랜턴

 

오빠

 

오빠도 알다시피 내가 좀 잠자리에 예민하잖아

 

아, 깜빡했다, 아, 그러면…

 

[무릎을 탁 치며] 캠핑카를 살까, 그냥?

 

[익살스러운 음악]

 

[선주의 부정하는 신음]

 

다른 거는?

 

다른 거 있지

 

두 번째 기획안 제목은

 

(승민) '꽃보다 낚시'

 

- 낚시? - (승민) 응

 

밤낚시가 그렇게 좋다네, 또

 

이게 고기를 잡기보다는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대화도 많이 하고

 

밤엔 텐트에서 또 같이…

 

(선주) 아, 또 텐트야

 

아, 텐트가 별로면

 

(승민) 역시 캠핑카?

 

[옅은 한숨]

 

- 오빠 - (승민) 응?

 

내가 좋아하는 거를 해 준다기보다

 

내가 싫어하는 걸 안 하려고 노력하는 게 어때?

 

선주가 싫어하는 걸 안 한다?

 

- (선주) 응 - 오케이

 

(승민) 뭔 말인지 알겠어 [웃음]

 

그럼 우리 선주가 싫어하는 게 뭔지 알려면

 

대화를 많이 해야 되니까 일단 낚시를…

 

(선주) 하지 말라고, 하지 말라고 그만해!

 

[승민의 웃음] [선주의 기가 찬 신음]

 

[웃으며] 알았어, 알았어 나 회사 다녀올게

 

(승민) 밤에 얘기 많이 하자, 쯧

 

자기가 싫어하는 게 뭔지

 

낚시 가서

 

[승민의 웃음] (선주) 가, 가, 가!

 

하, 왜 저래, 진짜? [출입문 종이 울린다]

 

기막혀 웃는 것도 웃는 거면 피디님 성공하셨네요

 

너무 귀엽지 않아? 우리 승민이

 

[흥미진진한 음악] (덕미) 전시 공간 최종 디자인입니다

 

전시 동선 시뮬레이션은 했습니까?

 

네, 아무래도 차시안 씨 전시실이 가장 붐빌 거 같아서요

 

(덕미) 가장 넓은 공간을 할애해서 배정해 놨고요

 

어, 그리고 가벽은 다음 주부터 제작 들어가고요

 

가벽 설치 후에 도색 작업 바로 들어갈 계획입니다

 

전시실 입구 메인 벽면 컬러는

 

(라이언) 좀 더 강한 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게 어떨까요?

 

아, 알겠습니다

 

(라이언) 전시회 스태프 모집은요?

 

(경아) 현재 도슨트랑 전시장 지킴이는 모집이 완료된 상태고요

 

다음 주부터 교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거의 다 마무리…

 

아, 오프닝 행사 때 하실 인사말 준비하셔야 합니다, 관장님

 

알겠습니다

 

- (라이언) 덕미 씨 - (덕미) 네?

 

아무리 바빠도 우리가 같이 보내는 첫 생일인데

 

저녁에 시간 좀 내 줄 거죠?

 

좀 내 드릴게요

 

오늘의 목표는

 

정시 퇴근

 

[쓸쓸한 음악]

 

(영숙) 엄마가 놀이터에서 기다리라고 하셨다고?

 

금방 온댔어요

 

이름이 뭐예요?

 

윤제

 

허윤제

 

근데 윤제 배고프겠다

 

아줌마 집에 가서 같이 밥 먹을까?

 

[윤제의 배가 꼬르륵거린다]

 

(영숙) 왜? 덕미랑 은기도 같이 먹을 건데?

 

저 엄마 기다려야 돼요

 

놀이터에서

 

[머뭇거린다]

 

그럼 아줌마가 놀이터에서 기다릴게

 

그리고 엄마 오시면 윤제한테 알려 줄게, 어때?

 

[영숙의 웃음]

 

(영숙) 자, 얼른들 올라가서 밥 먹어요

 

손부터 씻고

 

(아이들) 네! [영숙의 웃음]

 

[문소리가 난다]

 

아이, 뭐, 이걸 자꾸 봐?

 

어제 은기가 왜 물어봤을까?

 

그 애 이름을

 

그냥 물어봤다잖아

 

은기

 

그 어린게 실수로라도 그때 일

 

입 밖에 내 본 적도 없는 애야

 

(영숙) 그게 얼마나 고맙고 미안했는데

 

뭔가 있는 거 같아

 

나한테 말 못 하는 일

 

말 못 할 일이면

 

말 안 할 거고

 

말해야 할 일이면 말하겠지

 

기다려 봐

 

[근호의 한숨]

 

덕미 씨 먼저 들어갈래요?

 

왜요? 같이 가요

 

아, 예약 시간에 좀 늦은 거 같아서

 

아, 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직원) 어서 오세요, 예약하셨나요?

 

(덕미) 네, 라이언 골드요

 

(시안) ♪ 생일 축하합니다 ♪ [리드미컬한 음악]

 

♪ 생일 축하합니다 ♪

 

생일 축하해요, 누나

 

차시안 씨

 

(시안) 일단 소원부터

 

전 소원이 없어요, 이제

 

아!

 

우리 형이 좀 멋있긴 한데

 

(시안) 이렇게 준비 다 해 놓고 본인이 좀 늦네요

 

오늘만 좀 봐주세요

 

관장님이 늦는다고요?

 

네, 조금 늦을 거 같다고

 

저한테 먼저 생일 축하해 주라고 해서

 

(시안) 제가 아주 빛의 속도로 뛰어왔죠

 

(은영) 관장님하고 성덕미 씨랑 같이 만나는 건 좋은데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괜히 데이트 방해하는 건 아닐까

 

에이, 관장님이 뭐야

 

윤제, 허윤제

 

[웃음]

 

(시안) 그리고 방해하면 뭐, 어때

 

좀 하지, 뭐

 

그래 [휴대전화 진동음]

 

(라이언) 미션을 드립니다

 

지금 바로 혼자, 꼭 혼자

 

옆 룸으로 가서 성덕미 씨의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전 좀 늦습니다

 

누구?

 

아, 형인데

 

엄마, 잠깐만

 

[발랄한 음악]

 

정말요?

 

(시안) 네, 전 누나 생일인 줄도 몰랐다니까요

 

알았으면 선물이라도 준비해 오는 건데

 

(덕미) 우리 시안이

 

네가 선물이야

 

[휴대전화 진동음]

 

잠깐만요

 

(라이언) 내 선물 마음에 들어요?

 

- 형이에요? - (덕미) 네

 

(덕미) 관장님, 전 지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덕후예요

 

고마워요

 

[웃음]

 

(라이언) 딱 20분이에요

 

단, 나하고 있을 때보다 더 즐거워하기 없어요

 

(은영) 성덕미 씨 생일인데 둘만 보내죠

 

괜히 우리까지

 

아닙니다, 덕미 씨도 좋아할 거예요

 

한 20분만 있다가 같이 가서 축하해 주세요

 

20분?

 

좋아서요

 

어머니하고 저, 둘만 있으니까

 

[웃음]

 

고마워요, 어머니라고 불러 줘서

 

사실

 

아직 좀 어색해요

 

(라이언) 시간이 지나면 더 편하게 불러 볼게요

 

어머니도 어색하시겠지만

 

편하게 불러 주세요

 

윤제야

 

[밝은 음악]

 

네, 어머니

 

[웃음]

 

오늘 성덕미 씨 생일인데 선물은 내가 받네

 

9월 12일이에요

 

윤제 생일

 

9월 12일

 

9월 12일

 

같이 보내요, 올해는 꼭

 

참, 사진 가져왔어

 

몇 장 없긴 한데

 

(은영) 평생 이때의 윤제의 모습만 기억하고 살았어

 

열 살 땐 얼마나 컸을까

 

스무 살 땐 어떤 모습일까

 

얼마나 보고 싶고

 

그립던지

 

보여 드릴게요

 

(라이언) 열 살 때

 

스무 살 때 제 모습도

 

저 사진 되게 많아요

 

(은영) [울먹이며] 그래

 

[은영의 웃음]

 

에이그

 

[은영이 훌쩍인다]

 

[카메라 셔터음]

 

저거 보여요?

 

[카메라 셔터음]

 

[문이 달칵 열린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어, 관장님

 

안녕하세요 [은영의 탄성]

 

(은영) 생일 축하해요, 덕미 씨

 

감사합니다

 

너무 신났는데?

 

제가요?

 

[웃으며] 관장님을 봐서 그렇죠

 

[라이언이 피식 웃는다]

 

[덕미의 옅은 웃음]

 

덕미 씨

 

네?

 

성덕미 씨

 

- (덕미) 네? - 애인 운전시키고

 

그렇게 차시안 씨 사진만 보기 있습니까?

 

어, 아닌데, 나 지금

 

(덕미) 이 사진 보고 있었는데

 

[웃으며] 내 애인 너무 잘생겼다 감탄하면서

 

사실은

 

생일 선물을 준비했는데

 

(덕미) 팬 미팅 말고요?

 

배송이 아직 안 왔대요

 

아…

 

미안한데 조금만 더 기다려 줄 수 있어요?

 

전 오늘로도 충분한데

 

그래도 준비해 주셨다니까 그럼 기다릴게요

 

(라이언) 아, 보여 줄 거 있어요

 

나예요 [발랄한 음악]

 

어렸을 때 모습

 

아까 어머니가 주셨어요

 

[덕미의 놀란 신음]

 

(덕미) 우아, 귀여워!

 

관장님은 평생 예쁘고 귀엽고 혼자 다 해 먹었구나

 

덕미 씨 방에 전시해 놓을래요?

 

진짜요?

 

(덕미) 아, 그럼 제가 이거 스캔만 하고 돌려드릴게요

 

관장님한테 소중한 건데 제가 가질 순 없죠

 

나도 덕미 씨 어릴 적 사진 보여 줘요

 

제가 앨범 통째로 드릴게요

 

[함께 웃는다]

 

오늘

 

정말 행복했어요

 

나도 행복했어요

 

(은기) 허윤제가 누구야?

 

관장님 한국 이름이래

 

- 라이언 관장님? - (선주) 응

 

입양 가기 전 이름 알았나 봐

 

[한숨]

 

(영숙) 이름이 뭐예요?

 

윤제

 

허윤제

 

허윤제

 

귀여워

 

[마우스 클릭음] (덕미) 에그그

 

[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어, 남은기, 왜?

 

(은기) 물어볼 게 있는데

 

잠깐 볼 수 있을까?

 

어, 알았어

 

[통화 종료음]

 

- (은기) 선물 - (덕미) 뭐야?

 

(덕미) 닭발? 완전 취향 저격이네 [은기의 힘주는 신음]

 

근데 물어볼 게 뭐야?

 

저, 라이언 관장님 말이야

 

너 그 일 때문에 그러는구나

 

(덕미) 걱정하지 마 내가 잘 얘기해 놨으니까

 

아니, 우연히 들었는데 그, 한국 이름…

 

[덕미의 놀란 신음]

 

(덕미) 이거 우리 사자 어렸을 때 사진이다

 

대박 귀엽지?

 

[의미심장한 음악] [덕미가 사진을 쓱 넘긴다]

 

허윤제

 

너 그 이름 어떻게 알아?

 

(덕미) 선주한테 들었구나?

 

아, 나 가야겠다

 

갑자기? 물어볼 거 있다며

 

 

어, 깜빡했다

 

(은기) [멋쩍게 웃으며] 내가 그렇지, 뭐

 

나 갈게, 먹어, 어

 

닭발은? 혼자 먹어?

 

- (덕미) 잘 먹을게 - (은기) 어

 

[문이 달칵 닫힌다]

 

어떡하냐

 

[무거운 음악]

 

(영숙) 놔! 나 네 엄마 아니야

 

[어린 라이언의 울음]

 

(어린 라이언) 아줌마

 

[무거운 효과음]

 

(어린 라이언) 아줌마!

 

(어린 라이언) 아줌마

 

우리 덕미랑 덕수 보러 가는 거죠?

 

[애잔한 음악] 그렇죠?

 

우리 병원 가는 거죠?

 

덕미랑 덕수 아프지 말라고

 

아줌마

 

- 아줌마 - (영숙) 놔!

 

[울음]

 

- 나 네 엄마 아니야 - (어린 라이언)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떨리는 숨소리]

 

(어린 라이언)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어린 라이언의 울음]

 

(세연) 아, 잠깐만

 

[거친 숨을 몰아쉬며] 숨 좀 쉬고

 

은기야

 

괜찮을까?

 

엄마

 

말은 내가 할게

 

엄만

 

그냥 엄마 옆에만 있어 줘

 

너는?

 

너는 괜찮겠어?

 

가자

 

[숨을 후 내뱉는다]

 

[한숨]

 

(영숙) 이 아이 얘기지?

 

네가 그 애 이름을 물었을 때

 

무슨 일이 있구나, 짐작은 했어

 

자기랑 오늘 같이 온다고 해서 각오도 하고 있었고

 

은기야

 

엄마가 알아야 할 일이지?

 

[한숨]

 

그럼 말해, 엄마 괜찮아

 

[한숨]

 

[잔잔한 음악]

 

엄마

 

너무 놀랄 수도 있고

 

슬플 수도 있고 괴로울 수도 있어

 

근데 엄만 이것만 기억해 줘

 

엄만 좋은 사람이고

 

그때 그 일은

 

어쩔 수 없었다는 거

 

[한숨]

 

라이언 관장님

 

라이언 관장님이

 

윤제야

 

[무거운 효과음]

 

허윤제

 

그 애가

 

허윤제가

 

라이언 관장님이라고?

 

엄마

 

그 애가

 

그때 그 애가…

 

[세연의 떨리는 숨소리]

 

[은기의 한숨]

 

[떨리는 숨소리]

 

[근호의 헛기침]

 

[휴대전화 진동음]

 

(덕미)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선주) 관장님, 오랜만이시네요

 

오늘은 우유 있습니까?

 

우유 없는 카페가 어디 있어요?

 

강건우, 인사해야지

 

(건우) 안녕하세요 전 일곱 살 강건우입니다

 

안녕하세요, 라이언…

 

허윤제 관장입니다

 

(건우) 어? 관장님도 유도 해요?

 

[함께 웃는다]

 

(덕미) 아, 근데 건우 지금 은기 체육관 갈 시간 아니야?

 

왜 아직 안 갔어?

 

아, 갑자기 문자 왔더라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늘 수업 다 취소됐다고

 

어젠 그런 얘기 없었는데

 

(덕미) 아, 어제 잠깐 만났었거든요

 

물어볼 게 있다고 해서

 

(주혁) 주문하시겠어요?

 

아, 주혁아, 우리 연유라테랑…

 

[덕미의 탄성]

 

(덕미) 자, 이제 커피도 마셨으니까 사진 돌려드려야지

 

여기요

 

제가 스캔 다 해서 방에 전시해 놨어요

 

다음에 오면 꼭 봐요

 

- 덕미 씨 - 네?

 

덕미 씨는

 

어릴 때 기억 다 나요?

 

[고민하는 신음]

 

조금씩 기억은 나죠 너무 어릴 때만 빼고

 

혹시

 

[휴대전화 진동음] 어릴 때 내 얼굴…

 

(덕미) 응? 엄마네

 

엄마가 퇴근 후에 바로 집으로 오래요

 

왜 갑자기 오라 그러지 무슨 일 있나?

 

아, 오늘은

 

저 말고 혼자 노셔야겠는데요

 

완전 심심하겠다, 그렇죠?

 

안 심심할 건데요?

 

- 진짜요? - 심심하겠죠

 

[덕미가 휴대전화를 탁탁 두드린다]

 

[한숨]

 

남은기 관장님

 

[차분한 음악]

 

물어볼 게 있습니다

 

(라이언) 어렸을 때

 

입양되기 전의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는데

 

제 기억 속에 덕미 씨와 남 관장님

 

그리고 덕미 씨 어머니가 계십니다

 

혹시 기억하십니까?

 

허윤제였습니다

 

제 이름

 

기억합니다

 

오랜만이네요

 

허윤제

 

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덕미) 엄마가 허윤제를 어떻게 알아?

 

[한숨]

 

컴컴해질 때까지

 

놀이터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더라

 

(영숙) 데리고 와서 저녁만 먹이면

 

엄마가 와서 데리고 가겠지

 

하루만 지나면 찾으러 오겠지

 

그러다가 한 달인가 지났나

 

집이 갑자기 어려워져서

 

그, 그래서?

 

그래서?

 

너무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윤제를…

 

[무거운 음악]

 

아니야

 

하, 아니야, 엄마

 

(덕미) 아니지?

 

엄마 아니지? 아니라고 해 줘, 엄마

 

덕미야

 

엄마야

 

엄마가 돌이킬 수 없는 죄를…

 

- 덕미야 - (근호) 아이, 저… [문이 쾅 여닫힌다]

 

[영숙의 떨리는 숨소리]

 

[근호의 한숨]

 

(은기) 덕미야

 

[잔잔한 음악]

 

덕미야

 

혼자 있고 싶어

 

[돌을 툭 내려놓는다]

 

(어린 덕미) 야호!

 

[의미심장한 효과음]

 

나 잡아 보시지!

 

[잔잔한 음악]

 

(어린 라이언) 나는 허윤제

 

[아이들의 웃음]

 

(어린 은기) 엄마! 덕미가 또 나 때려!

 

[아이들의 웃음과 탄성]

 

(영숙) 아이고, 이, 이놈들이 아이고, 아, 차가워, 차가워

 

[영숙의 웃음]

 

[아이들의 웃음과 탄성]

 

(덕미) 무서운 꿈이었어요?

 

(라이언) 그냥 꿈이 아니라 내 기억이라 무서운 꿈

 

보육원에 버려졌던 날의 꿈

 

(은기) 저희 엄마를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은기) 두고두고 괴로워하셨거든요

 

윤제를 보살펴 주지 못한 걸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마워요

 

그렇게 생각해 줘서

 

(라이언) 그런데

 

누가 한 명 더 있었던 거 같은데

 

그 아이는…

 

[아련한 음악]

 

덕수

 

덕미는 기억 못 합니다

 

아무것도

 

[한숨]

 

[놀란 신음]

 

아이, 은기야

 

아버지

 

덕미 걱정돼서 왔어?

 

[옅은 한숨]

 

다 얘기하신 거예요?

 

아니, 인제 다 얘기해야지

 

제가 같이 있을까요?

 

덕미한텐 아빠가 다 얘기할게

 

넌 저, 집에 가서

 

엄마 좀 달래 줘라

 

(근호) 괜찮다고

 

다 괜찮아질 거라고

 

[잔잔한 음악] 네

 

은기야

 

고맙다, 우리 아들

 

[근호의 옅은 웃음]

 

(근호) 아참, 은기야

 

너 덕미 집 비밀번호 알지?

 

[살짝 웃는다]

 

응?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아빠

 

[근호의 한숨]

 

다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진짜인 거지?

 

엄마가 한 말

 

덕미야

 

[근호의 한숨]

 

너 지금 힘든 거 아는데

 

또…

 

또 더 힘들어질 수도 있는데

 

(근호) 그래도

 

네가 지금 알아야 될 일이 있어

 

덕수

 

네 동생

 

성덕수

 

내 동생?

 

[의미심장한 효과음] 누나

 

[덕수의 웃음]

 

이게 누구야, 아빠?

 

네 동생

 

[아련한 음악] (근호) 너 일곱 살 때

 

덕수가 다섯 살인가

 

유치원 다녀오다가 교통사고가 났는데

 

그때 충격이 너무 커서

 

다 잊었어, 네가 같이 있었거든

 

그 사고 이후로

 

네가 기억을 못 했어

 

덕수에 대해서

 

그때 네 엄만

 

정말

 

제정신일 수가 없었어

 

덕수를 잃었는데 너까지

 

잃을 순 없었으니까

 

[근호가 훌쩍인다]

 

네 엄만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상황에 윤제까지 돌볼 수가 없었어

 

[탄식]

 

그 얘길 왜 이제서야 하는 거야, 아빠?

 

[훌쩍이며] 항상

 

항상 두려웠거든

 

너한테 이 얘기를 해야 할 순간이 올까 봐

 

[훌쩍인다]

 

우리 딸 많이 아플 테니까

 

[한숨]

 

(근호) 아빠가

 

아빠가 너무 부족해서

 

엄마한테 너무

 

무거운 짐을 오랫동안 지게 했어

 

아빠가 조금만 든든한 사람이었으면은

 

그때 관장님 그렇게 두고 오진 않았을 거야

 

[훌쩍인다]

 

네 엄만 어쩔 수가 없었다

 

아빠가…

 

아빠가 네 엄마를 내몬 거야

 

[떨리는 숨소리]

 

덕미야

 

아빠가 이런 얘기 하는 거 정말 미안하지만

 

우리 딸 이제 다 컸으니까

 

엄마 짐

 

이젠 내려놓게 해도 될 거 같아서

 

그래도 될까, 덕미야?

 

[근호의 한숨]

 

[한숨]

 

(덕수) 누나!

 

[탄성]

 

(함께) ♪ 반짝반짝 작은 별 ♪

 

[쾅 부딪힌다]

 

[무거운 음악]

 

[놀란 신음]

 

(덕수) 누나

 

- (덕수) 빨리, 빨리, 빨리! - (어린 덕미) 아, 왜?

 

저기, 저기!

 

덕수 저거 타고 싶어?

 

응, 이랴, 이랴!

 

알았어, 누나가 저거 태워 줄게

 

우아, 신난다!

 

[덕미의 놀란 신음]

 

[잔잔한 음악] (덕수와 어린 덕미) ♪ 반짝반짝 작은 별 ♪

 

♪ 아름답게 비치네 ♪

 

♪ 동쪽 하늘에서도 ♪

 

♪ 서쪽 하늘에서도 ♪

 

[쾅 부딪힌다]

 

- (덕수) 누나! - (어린 덕미) 덕수야!

 

[울먹인다]

 

[무거운 효과음] (어린 덕미) 덕수야

 

엄마

 

덕수 손이 차가워

 

[울음]

 

(덕미) [울먹이며] 덕수야

 

(은기)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엄마가 덕미한테 얘기할 시간

 

[쓸쓸한 음악]

 

덕미가 받아들일 시간

 

덕미 씨

 

덕미 씩씩한 애니까 괜찮을 겁니다

 

[한숨]

 

덕미야

 

[울먹이며] 엄마, 미안해

 

내가 너무 미안해, 엄마

 

울지 마

 

[덕미가 흐느낀다]

 

울지 마

 

[영숙이 톡톡 토닥인다]

 

[덕미가 훌쩍인다]

 

엄마, 미안해, 기억 못 해서

 

엄마 더 힘들게 해서

 

그때 엄마는

 

너 때문에 살 수 있었어

 

(영숙) [한숨 쉬며] 우리 덕미가 다 잊고 웃어 줘서

 

그늘 없이 밝게 커 주어서

 

힘들어도 엄마는 너 때문에 견딜 수 있었어

 

그래도 미안해

 

다들 아픈 기억 가지고 살아가는데

 

나만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서

 

비겁해서 너무 미안해

 

[감성적인 음악]

 

사고 현장에서

 

네가 덕수 손을 꼭 잡고 놓지를 않았대

 

(영숙) 그래서 아마 우리 덕수

 

가는 길이 무섭지 않았을 거야

 

엄마가 알아

 

네가 얼마나 덕수를 아끼고 사랑했는지 [덕미가 훌쩍인다]

 

그러니까 괜찮아

 

이제 다 괜찮아, 덕미야

 

나 이젠 다 기억나

 

관장님도 덕수도

 

(덕미) [훌쩍이며] 엄마, 우리

 

이제 하고 싶은 말 마음속에 꾹꾹 담아 놓지 말자

 

같이 얘기하고

 

같이 추억해 주자, 우리 덕수

 

[훌쩍인다]

 

[톡톡 토닥이며] 고마워, 우리 딸

 

(영숙) 고마워

 

아, 그리고

 

덕미야

 

은기가

 

(영숙) 은기, 그 어린것이

 

덕수 그렇게 되고 사고로 너도 아프고

 

그걸 옆에서 다 지켜보고 묵묵히 버텨 낸 거 보면

 

말은 안 해도 은기도 옆에서 많이 힘들었을 거야

 

(덕미) 은기야

 

그동안 우리 엄마 아빠 옆에서

 

많이 위로해 줘서 고마워

 

[피식 웃는다]

 

아…

 

생각해 보면

 

항상 내 옆에서 날 지켜 준 건 너였는데

 

난 그게 너무 당연했던 거 같아

 

왜냐면

 

넌 내 은기 새끼니까

 

그거

 

다 네 덕질 한 건데?

 

[함께 웃는다] [부드러운 음악]

 

- 덕미야 - (덕미) 응?

 

괜찮아?

 

아니, 안 괜찮아

 

하, 넌 이거 어떻게 버텼어?

 

그 어린 나이에

 

가족이니까

 

우린

 

[한숨]

 

일곱 살 은기한테도

 

너무 고맙네

 

(덕미) 그리고 지금 내 앞의 서른세 살 은기한테도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야, 성덕미

 

(은기) 내가 너한테 웃는 얼굴만 이쁘다 그러고

 

그 말을 안 했나 보다

 

너 우는 얼굴 되게 못생겼어

 

[웃음]

 

거짓말

 

거짓말 아닌데

 

[덕미의 코웃음]

 

얘기하려는 거지?

 

관장님

 

성덕미 파이팅

 

(경아) 안녕하세요, 관장님 [저마다 인사한다]

 

아, 그러게요 성 큐레이터님이 오늘 좀 늦으시네

 

(은기)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엄마가 덕미한테 얘기할 시간

 

덕미가 받아들일 시간

 

성 큐레이터, 오늘 연차 처리…

 

(덕미) 좋은 아침입니다

 

저 왔어요, 관장님

 

덕미 씨

 

드릴 말씀이 있어요

 

- (라이언) 덕미 씨 - (덕미) 관장님

 

은기한테 들었어요

 

기억 돌아왔다고

 

너무 괴로워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냥 숨어 버리고 싶다고 생각…

 

그러지 마요

 

(라이언) 덕미 씨 그러면 나 진짜 힘들 거 같은데

 

그럼 너무 힘들 거 같아서

 

(덕미) 그래서 관장님

 

웃으면서 보기로 했어요

 

같이 힘들면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

 

[차분한 음악]

 

고마워요

 

엄마가…

 

우리 엄마가 와 계세요

 

(덕미) 관장님 직접 보고 사과하고 싶다고

 

엄마가, 엄마가… [라이언이 손을 탁 잡는다]

 

(라이언) 괜찮아요, 덕미 씨

 

괜찮아

 

[한숨]

 

다녀올게요

 

기다리고 있어요

 

[한숨]

 

[훌쩍인다]

 

(영숙) 덕미한테 얘기 들었어요

 

어머니가

 

사고가 나서 못 오신 거라고

 

그때 내가

 

조금만 더 데리고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랬으면 이렇게 오래…

 

[영숙의 한숨]

 

미안해요

 

어머니

 

(라이언) 한국에서는

 

애인 부모님을 '어머니', '아버지'

 

이렇게 부른다면서요

 

저 한국에 와서 어머니 많이 생겼어요

 

친어머니도 찾고

 

덕미 씨 어머니도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고요

 

관장님한테

 

어머니라고 불릴 자격 없는 사람이에요

 

(영숙) 이제 와 용서를 구하기는 너무 늦었지만

 

미안해요

 

그때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전 정말 낯선 동네에 버려진 아이가 됐을 거예요

 

(라이언) 그런데 어머니는

 

누군지도 모르는 저를 데리고 가서 밥을 먹이고

 

보살펴 주셨습니다

 

감사해요

 

[감성적인 음악]

 

인사가 너무 늦었지만

 

그때 절 보살펴 주시고

 

그리고 사랑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어머니

 

엄마랑

 

덕수 있는 데 같이 보러 가기로 했어요

 

나 몰래 매해 갔었대요

 

그리고

 

(덕미) 엄마가 관장님 보육원에 데려다준 건

 

두고두고 미안할 거예요

 

덕미 씨

 

그 기억

 

일곱 살의 윤제한테는 상처였지만

 

(라이언) 지금의 나한텐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덕미 씨 더 이상 미안해하지 마요

 

응?

 

좋은 기억

 

좋은 추억

 

나한테 많이 줘요

 

아주 많이

 

내가

 

더 많이 사랑할게요

 

관장님 이제 행복해질 수 있게

 

이미 받고 있어요, 그런 사랑

 

(라이언) 그리고 나도 같이 가요

 

덕수 만나러

 

[체육관이 소란스럽다]

 

(은기) 어, 뒤에 조심하고

 

[작은 목소리로] 왜?

 

 

[어이없는 신음]

 

(신디) 아저씨 언제 끝나요?

 

그걸 왜 물어볼까?

 

수업 끝났으면 집까지 태워 줘요

 

어차피 가는 길이잖아요

 

[헛웃음]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내가 만만해 보이니?

 

쪼끔?

 

수업 안 끝났으니까 버스 타고 가, 쯧

 

[신디의 짜증 섞인 신음]

 

근데 아저씨

 

씁, 아저씨 아니라니까

 

여기

 

뭐, 지인 할인 이런 거 돼요?

 

[익살스러운 음악]

 

그럼요, 회원님 [은기가 서류를 탁 집는다]

 

지인 할인 20% 되고, 응?

 

(은기) [펜 뚜껑을 탁 열며] 친구 데려와도 10% 더

 

뭐, 어떻게, 등록해 드릴까요?

 

하, 아니요

 

일로 와 봐

 

야, 야!

 

엄마가 해 주시는 건 다 좋아요

 

[흥미로운 음악]

 

언제 봤다고 엄마야? 왜?

 

오 마이 갓

 

[한숨]

 

(김 비서) 사모님 가족 관계 증명서입니다

 

[한숨]

 

오케이, 아직 호적은 안 팠어

 

- 가자 - 어디로 모실까요?

 

딸 찾으러 가야지

 

- [영어] 빨리빨리 - (김 비서) [한국어] 네

 

[근호의 한숨]

 

관장님은 뭐라셔?

 

[영숙의 한숨]

 

괜찮다고 오히려 나를 위로하더라고

 

어찌나 미안하고 고마운지

 

[익살스러운 음악]

 

어머니?

 

[소혜의 웃음]

 

여긴 어떻게 오셨…

 

하, 미행하신 거예요?

 

(신디) 나가라고 할 땐 언제고 왜 오신 건데요?

 

효진? 일단 집에 가서 얘기할까?

 

가자

 

[신디의 힘주는 신음]

 

이제 여기가 제 집이에요

 

(소혜) 오 마이 갓

 

어떻게 생각해?

 

- (김 비서) 아, 그게… - 일단 잡아

 

(소혜) 가자 [신디의 놀란 신음]

 

- (신디) 아, 놔요, 안 가, 안 간다고! - (소혜) 가자고, 야!

 

(신디) 이, 놔요!

 

정말 좋은 부모님 만나서 다행…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 (신디) 안 간다고, 안 간다고! - (소혜)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 이게 무슨 소리예요? - (근호) 이게 무슨 소리야?

 

(신디) 아, 안 간다고요 이거 놔, 엄마!

 

- (소혜) 문 열어! - (김 비서) 예

 

- (신디) 안 간다고! - (영숙) 뭐야, 뭐야! [근호의 다급한 신음]

 

[소혜의 놀란 신음] (영숙) 뭐야?

 

(근호) 이 사람들이 지금 뭐, 뭐 하는 짓이야, 이게?

 

당신들 뭔데 남의 딸을 차에 태워?

 

효진이 내 딸이야!

 

(소혜) 효진이 내 딸인데 왜 그래, 왜 그래!

 

내 딸이라고, 내 딸!

 

김 비서, 비키라 그래, 비키라 그래

 

- (김 비서) 예, 시, 실례하겠습니다 - 비켜!

 

(소혜) 효진이 내 딸이잖아

 

야, 김효진, 너 내 딸이야, 아니야! [김 비서의 당황한 신음]

 

내 딸인데,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김 비서, 어떻게 생각해?

 

[김 비서의 당황한 신음] 오 마이 갓, 비켜!

 

[익살스러운 음악]

 

[소혜의 한숨]

 

미안해요, 효진이 엄만 줄도 모르고

 

왜 몰라요?

 

이렇게 똑같이 생겼는데

 

[영숙의 멋쩍은 웃음]

 

[헛기침]

 

저, 효진이는

 

(영숙) 짐 싸서 엄마 따라가요

 

엄마

 

왜 자꾸 엄마라고 하지?

 

[소혜의 멋쩍은 웃음] 짐까지 싸서 내보낸 건 잘못이지만

 

(영숙) 이렇게 찾아오셨으면

 

못 이기는 척하고 들어가는 거예요

 

그리고 효진 엄마

 

(소혜) 아, 저는 엄소혜…

 

(영숙) 효진 엄마

 

'누구 엄마, 누구 엄마'라고 불리는 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나는 옛날 사람이라 그런가 좋아해요

 

'덕미 엄마', 이렇게 불러 주는 거

 

귀하디귀한 내 새끼 엄마라고

 

온 세상이 감투 씌워 주는 거 같아서

 

[영숙의 웃음]

 

근데 그거 다 한때예요

 

내 배 아파 낳은 내 새끼지만

 

품 안의 자식이니까

 

[밝은 음악] 내 품 안에 있을 때라도 잘해 줘요

 

있을 때 잘하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거는 자식들한테 하는 말 아닌가요?

 

부모가 있을 때 잘해라

 

서로

 

서로한테 잘해야죠, 있을 때

 

(영숙) 마음 상해서 멀어지면

 

후회해 봤자 소용없어요

 

내 자식이라고 마음대로 하고

 

가족이라고 함부로 해도 되는 거 아니에요

 

부부 사이든 부모 사이든 형제 사이든

 

다 사람하고 사람 사인데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사이가 어디 있겠어요?

 

그래도 조금 서툴더라도

 

이렇게 노력하는 사이면 괜찮은 거예요

 

알았지?

 

알았죠?

 

참 말씀을 잘하시는 거 같아요

 

[소혜와 영숙의 웃음]

 

효진

 

이제 집에 들어올 거지?

 

네, 엄마

 

[웃으며] 집에 들어온다고 하네요

 

[소혜의 웃음]

 

제 딸이에요, 똑같이 생겼죠?

 

[소혜의 웃음]

 

(소혜) 날 닮아서 이렇게 이뻐

 

[소혜의 웃음]

 

[소혜의 귀여워하는 신음]

 

- (소혜) 감사합니다 - (근호) 예

 

다음에 또 올게요

 

언제든지 와요

 

(영숙) 엄마랑 싸우고 오지는 말고

 

[소혜의 웃음] (신디) 네

 

오케이

 

- 안녕히 계세요 - (근호) 예

 

(영숙) 가 [차 문이 탁 닫힌다]

 

[근호의 웃음] [자동차 시동음]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하, 큰일인데요

 

왜요? 별로예요?

 

역시 너무 좋아요

 

살짝 놀랐네, 별로일 리가 없는데

 

최 작가님

 

우리 다음 앨범도 꼭 같이해요, 콜?

 

뭐, 한번 생각해 볼게요

 

[함께 웃는다]

 

(시안) 전시 너무 기대되는데요

 

[경쾌한 음악] (라이언) 포인트를 줄 메인 벽면 컬러에

 

이 컬러 어때요?

 

아, 저도 이 컬러 좋아서 알아봤는데요

 

(덕미) 오찻값이 커서 배합 잡기가 까다롭다고 하더라고요

 

조색할 때 같이 가 보죠

 

 

(경아) 여러분, 우리가 누구?

 

(함께) 전시장 지킴이!

 

(경아) 그렇지 전시장 지킴이의 기본 업무

 

(유섭) 첫 번째

 

(유섭) 조심조심 살살 부탁드릴게요

 

(남자) 예

 

(덕미) 다들 너무 힘들지?

 

자, 파이팅

 

[신디의 탄성]

 

- (덕미) 경아 씨도 - (경아) 감사합니다

 

(덕미) 미안, 이거 여자 거야

 

[유섭의 멋쩍은 웃음]

 

하,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진짜 파이팅하자

 

피곤하시죠?

 

(라이언) 조금?

 

그래도 즐거워요

 

기획만 하던 전시를 이제 곧 볼 수 있으니까

 

우리 조금만 더 파이팅해요

 

네, 알겠습니다, 성 큐레이터님

 

우리 집으로 갈까요?

 

어, 맛있는 거 사 주면요?

 

(라이언) 맛있는 것보다 훨씬 좋은 거 있는데

 

(덕미) 뭔데요?

 

덕미 씨 생일 선물 집에 와 있어요

 

(라이언) 가져갈래요?

 

어디 있어요?

 

(라이언) 눈 감아요

 

지금 장난치려는 거죠?

 

(덕미) 아, 그냥 주세요

 

나는 덕미 씨가 눈 감으라고 해서 얌전히 감고 있었어요

 

덕미 씨는 나 못 믿나 보네?

 

아, 이렇게 나오시겠다?

 

알겠어요, 눈 감을게요

 

- 따라와요 - (덕미) 네

 

(덕미) 저 지금 기대 엄청 하고 있어요

 

(라이언) 너무 기대하면 안 되는데

 

- 준비됐어요? - (덕미) 네

 

[잔잔한 음악]

 

관장님

 

 

다시 그림 그릴 수 있어요, 이제

 

(라이언) 아직 손이 좀 덜 풀려서…

 

완벽해요

 

(라이언) 내가 좀 더 연습해서…

 

완벽해요, 지금도

 

완벽해요

 

우리가 처음 만났었던 날에도

 

덕미 씨가 내 손 이렇게 꼭 잡아 줬었어요

 

기억나요?

 

안녕?

 

나는 성덕미고

 

넌 이름이 뭐야?

 

하면서

 

내가 뭐라고 했게요?

 

나는

 

허윤제

 

'허윤제'

 

[웃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한테 전부였던 그림을 잠시 못 그리게 된 건

 

그림보다 소중한 무언가를 찾아 보라는 거였나 봐요

 

나한테 그건 덕미 씨였고

 

(라이언) 너무 오래 걸렸네

 

다시 만나기까지

 

보고 싶었어, 덕미야

 

(덕미) 보고 싶었어, 윤제야

 

안녕, 덕미야?

 

[웃음]

 

안녕, 윤제야

 

[경쾌한 음악] (라이언) 다섯 시에 뭐 중요한 일 있다고 하지 않았었어요?

 

(덕미) 같이 해 볼래요? [마우스 클릭음]

 

(덕미) 내 남자 친구 신의 손이었어

 

귀여워라

 

(라이언) 기찻길, 시나길

 

이제 라나길

 

(신디) 성 큐레이터님 미국 가는 거예요?

 

(경아) 설마, 관장님 두고?

 

안 가시겠죠?

 

(근호) 조심히 잘 다녀와

 

(영숙) 결국 가네, 우리 덕미

 

(라이언) 좋은 꿈 꿨어요?

 

(덕미) 기억이라 좋은 꿈

 

근데 조금 슬프기도 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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