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생할 15
(어린 덕미) 몇 살이야?
일곱 살
나도 일곱 살이고 얘도 일곱 살이야
나는 성덕미고 얜 남은기인데
넌 이름이 뭐야?
나는
허윤제
(어린 은기) 엄마 기다려?
같이 놀래?
[밝은 음악]
[아이들의 웃음]
잘 잤어요?
잘 잤어요?
아직 자고 있어요?
아직 잘 시간인데
생일이잖아
[밝은 음악]
축하해요
고마워요
눈도 안 뜨고
나 안 보고 싶어요?
[탄성]
(덕미) 눈 뜨자마자 관장님 얼굴이네
엄청 근사한 생일이에요
이제 일어나야 되는데
[덕미의 찌뿌둥한 신음]
(덕미) 생일이잖아요 안 일어나도 돼요
[라이언이 피식 웃는다]
(라이언) 그래요, 더 자요
아예 출근하지 말고 이러고 있을까?
같이 백수 되는 건 어때요?
사표 내고
(덕미) 일어날게요
(라이언) 아니, 진짠데
출근하지 말고 하루 종일 이러고 있어요
- 안 돼? - (덕미) 안 돼
왜 안 되는데?
아까워서
아껴 보려고
덕미 씨
덕미 씨는 진짜 더럽게
예쁘죠, 아침부터
더러운데?
[라이언의 웃음]
더럽다니요
[부드러운 음악]
(덕미) 두려워하지 마요
[웃음]
덕미 씨, 출근할 수 있는 거죠 나 오늘?
- 시술 들어가겠습니다 - (라이언) 안 돼
(덕미) 왜 이렇게 떨어요?
아니에요, 안 떨어요
(덕미) 나 못 믿어요?
(덕미) 이게 다 뭐예요?
(라이언) 생일인데 미역국 먹여야죠
직접 끓여 주시려고요?
네
[탄성]
근데 이 땡초랑 인삼은 뭐예요?
땡초는 덕미 씨가 좋아하는 거
(라이언) 인삼은 덕미 씨 몸에 좋은 거
아…
근데 이 친구들은 미역국에 들어가면 안 되는 친구들 같은데
그래요?
그럼 이건 나중에 김밥 만들어 줄게요
네
[봉지가 부스럭거린다]
맛있겠다, 인삼김밥
이 정도면 되겠죠?
(덕미) 관장님, 이만큼이 60인분이니까
이 정도면 스무 명이 잘 나눠 먹을 수 있겠네요
[덕미의 웃음]
(라이언) 그러면
이 정도?
맛있게 만들어 줄게요 잠깐만 기다려요
네, 믿음직스럽네요
[웃음]
- (라이언) 이거? - 네, 예뻐요
아, 덕미 씨도 옷 갈아입어야죠
전 이거 입고 갈 건데?
우리 사생활
(라이언) 미술관 직원들하고 너무 공유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부끄러운가 봐요? '샤이 보이'
그럼 내 옷 입고 가요 내가 골라 줄게
(덕미) 아, 아니에요
집에 들러서 옷 갈아입고 가면 되잖아요
[웃음]
잘 어울릴 거 같은데, 이거
왜요?
뭐예요?
내가 발라 줄게요
발라 본 적 있어요?
나 라이언 골드예요
[웃음]
[발랄한 음악]
예쁘다
(덕미) 관장님은 제가 발라 드릴게요
좀 더 발라야 될 거 같은데
이러고 출근해요, 나?
예쁜데
생기 있어졌어요
[함께 웃는다]
저 오늘 생일인데 하루만 주인공 해도 돼요?
[리드미컬한 음악]
저 연예인 같죠?
[함께 웃는다]
(덕미) ♪ Stops ♪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빠져들어 ♪
♪ 난 너의 시선 강탈 ♪
♪ 난 너의 심장 폭행 ♪
♪ 아찔하게 모두 다 홀려 놔 ♪
♪ Oh give it to me ♪
♪ 펼쳐지는 Runway ♪
♪ 절대 잊지 못할 ♪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승민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선주) 오빠, 이거 마시면서 해
(승민) 고마워, 선주야
일하는 거야? 예능 기획안?
(승민) 어, 아니
내가 이제 너 웃게 만드는 일만 생각하면서 산다고 했잖아
그래서 선주랑 뭘 하면 좋을까
내가 기획안을 좀 만들어 봤어
- 기획안까지? - (승민) 들어 봐
(승민) [키보드를 탁 치며] 제목은
'캠핑지에서 먹힐까'
- 캠핑? - (승민) 응
주말마다 자기랑 건우랑 캠핑을 가는 콘셉트인데
야외에서 밥도 해 먹고 밤에 별도 보고
힐링을 하는 거지
근데 우리 텐트가 있었나?
사야지
이 캠핑용품이 살 게 엄청 많아
코펠, 버너, 이, 어, 랜턴
오빠
오빠도 알다시피 내가 좀 잠자리에 예민하잖아
아, 깜빡했다, 아, 그러면…
[무릎을 탁 치며] 캠핑카를 살까, 그냥?
[익살스러운 음악]
[선주의 부정하는 신음]
다른 거는?
다른 거 있지
두 번째 기획안 제목은
(승민) '꽃보다 낚시'
- 낚시? - (승민) 응
밤낚시가 그렇게 좋다네, 또
이게 고기를 잡기보다는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대화도 많이 하고
밤엔 텐트에서 또 같이…
(선주) 아, 또 텐트야
아, 텐트가 별로면
(승민) 역시 캠핑카?
[옅은 한숨]
- 오빠 - (승민) 응?
내가 좋아하는 거를 해 준다기보다
내가 싫어하는 걸 안 하려고 노력하는 게 어때?
선주가 싫어하는 걸 안 한다?
- (선주) 응 - 오케이
(승민) 뭔 말인지 알겠어 [웃음]
그럼 우리 선주가 싫어하는 게 뭔지 알려면
대화를 많이 해야 되니까 일단 낚시를…
(선주) 하지 말라고, 하지 말라고 그만해!
[승민의 웃음] [선주의 기가 찬 신음]
[웃으며] 알았어, 알았어 나 회사 다녀올게
(승민) 밤에 얘기 많이 하자, 쯧
자기가 싫어하는 게 뭔지
낚시 가서
[승민의 웃음] (선주) 가, 가, 가!
하, 왜 저래, 진짜? [출입문 종이 울린다]
기막혀 웃는 것도 웃는 거면 피디님 성공하셨네요
너무 귀엽지 않아? 우리 승민이
[흥미진진한 음악] (덕미) 전시 공간 최종 디자인입니다
전시 동선 시뮬레이션은 했습니까?
네, 아무래도 차시안 씨 전시실이 가장 붐빌 거 같아서요
(덕미) 가장 넓은 공간을 할애해서 배정해 놨고요
어, 그리고 가벽은 다음 주부터 제작 들어가고요
가벽 설치 후에 도색 작업 바로 들어갈 계획입니다
전시실 입구 메인 벽면 컬러는
(라이언) 좀 더 강한 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게 어떨까요?
아, 알겠습니다
(라이언) 전시회 스태프 모집은요?
(경아) 현재 도슨트랑 전시장 지킴이는 모집이 완료된 상태고요
다음 주부터 교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거의 다 마무리…
아, 오프닝 행사 때 하실 인사말 준비하셔야 합니다, 관장님
알겠습니다
- (라이언) 덕미 씨 - (덕미) 네?
아무리 바빠도 우리가 같이 보내는 첫 생일인데
저녁에 시간 좀 내 줄 거죠?
좀 내 드릴게요
오늘의 목표는
정시 퇴근
[쓸쓸한 음악]
(영숙) 엄마가 놀이터에서 기다리라고 하셨다고?
금방 온댔어요
이름이 뭐예요?
윤제
허윤제
근데 윤제 배고프겠다
아줌마 집에 가서 같이 밥 먹을까?
[윤제의 배가 꼬르륵거린다]
(영숙) 왜? 덕미랑 은기도 같이 먹을 건데?
저 엄마 기다려야 돼요
놀이터에서
[머뭇거린다]
그럼 아줌마가 놀이터에서 기다릴게
그리고 엄마 오시면 윤제한테 알려 줄게, 어때?
[영숙의 웃음]
(영숙) 자, 얼른들 올라가서 밥 먹어요
손부터 씻고
(아이들) 네! [영숙의 웃음]
[문소리가 난다]
아이, 뭐, 이걸 자꾸 봐?
어제 은기가 왜 물어봤을까?
그 애 이름을
그냥 물어봤다잖아
은기
그 어린게 실수로라도 그때 일
입 밖에 내 본 적도 없는 애야
(영숙) 그게 얼마나 고맙고 미안했는데
뭔가 있는 거 같아
나한테 말 못 하는 일
말 못 할 일이면
말 안 할 거고
말해야 할 일이면 말하겠지
기다려 봐
[근호의 한숨]
덕미 씨 먼저 들어갈래요?
왜요? 같이 가요
아, 예약 시간에 좀 늦은 거 같아서
아, 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직원) 어서 오세요, 예약하셨나요?
(덕미) 네, 라이언 골드요
(시안) ♪ 생일 축하합니다 ♪ [리드미컬한 음악]
♪ 생일 축하합니다 ♪
생일 축하해요, 누나
차시안 씨
(시안) 일단 소원부터
전 소원이 없어요, 이제
아!
우리 형이 좀 멋있긴 한데
(시안) 이렇게 준비 다 해 놓고 본인이 좀 늦네요
오늘만 좀 봐주세요
관장님이 늦는다고요?
네, 조금 늦을 거 같다고
저한테 먼저 생일 축하해 주라고 해서
(시안) 제가 아주 빛의 속도로 뛰어왔죠
(은영) 관장님하고 성덕미 씨랑 같이 만나는 건 좋은데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괜히 데이트 방해하는 건 아닐까
에이, 관장님이 뭐야
윤제, 허윤제
[웃음]
(시안) 그리고 방해하면 뭐, 어때
좀 하지, 뭐
그래 [휴대전화 진동음]
(라이언) 미션을 드립니다
지금 바로 혼자, 꼭 혼자
옆 룸으로 가서 성덕미 씨의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전 좀 늦습니다
누구?
아, 형인데
엄마, 잠깐만
[발랄한 음악]
정말요?
(시안) 네, 전 누나 생일인 줄도 몰랐다니까요
알았으면 선물이라도 준비해 오는 건데
(덕미) 우리 시안이
네가 선물이야
[휴대전화 진동음]
잠깐만요
(라이언) 내 선물 마음에 들어요?
- 형이에요? - (덕미) 네
(덕미) 관장님, 전 지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덕후예요
고마워요
[웃음]
(라이언) 딱 20분이에요
단, 나하고 있을 때보다 더 즐거워하기 없어요
(은영) 성덕미 씨 생일인데 둘만 보내죠
괜히 우리까지
아닙니다, 덕미 씨도 좋아할 거예요
한 20분만 있다가 같이 가서 축하해 주세요
20분?
좋아서요
어머니하고 저, 둘만 있으니까
[웃음]
고마워요, 어머니라고 불러 줘서
사실
아직 좀 어색해요
(라이언) 시간이 지나면 더 편하게 불러 볼게요
어머니도 어색하시겠지만
편하게 불러 주세요
윤제야
[밝은 음악]
네, 어머니
[웃음]
오늘 성덕미 씨 생일인데 선물은 내가 받네
9월 12일이에요
윤제 생일
9월 12일
9월 12일
같이 보내요, 올해는 꼭
참, 사진 가져왔어
몇 장 없긴 한데
(은영) 평생 이때의 윤제의 모습만 기억하고 살았어
열 살 땐 얼마나 컸을까
스무 살 땐 어떤 모습일까
얼마나 보고 싶고
그립던지
보여 드릴게요
(라이언) 열 살 때
스무 살 때 제 모습도
저 사진 되게 많아요
(은영) [울먹이며] 그래
[은영의 웃음]
에이그
[은영이 훌쩍인다]
[카메라 셔터음]
저거 보여요?
[카메라 셔터음]
[문이 달칵 열린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어, 관장님
안녕하세요 [은영의 탄성]
(은영) 생일 축하해요, 덕미 씨
감사합니다
너무 신났는데?
제가요?
[웃으며] 관장님을 봐서 그렇죠
[라이언이 피식 웃는다]
[덕미의 옅은 웃음]
덕미 씨
네?
성덕미 씨
- (덕미) 네? - 애인 운전시키고
그렇게 차시안 씨 사진만 보기 있습니까?
어, 아닌데, 나 지금
(덕미) 이 사진 보고 있었는데
[웃으며] 내 애인 너무 잘생겼다 감탄하면서
사실은
생일 선물을 준비했는데
(덕미) 팬 미팅 말고요?
배송이 아직 안 왔대요
아…
미안한데 조금만 더 기다려 줄 수 있어요?
전 오늘로도 충분한데
그래도 준비해 주셨다니까 그럼 기다릴게요
(라이언) 아, 보여 줄 거 있어요
나예요 [발랄한 음악]
어렸을 때 모습
아까 어머니가 주셨어요
[덕미의 놀란 신음]
(덕미) 우아, 귀여워!
관장님은 평생 예쁘고 귀엽고 혼자 다 해 먹었구나
덕미 씨 방에 전시해 놓을래요?
진짜요?
(덕미) 아, 그럼 제가 이거 스캔만 하고 돌려드릴게요
관장님한테 소중한 건데 제가 가질 순 없죠
나도 덕미 씨 어릴 적 사진 보여 줘요
제가 앨범 통째로 드릴게요
[함께 웃는다]
오늘
정말 행복했어요
나도 행복했어요
(은기) 허윤제가 누구야?
관장님 한국 이름이래
- 라이언 관장님? - (선주) 응
입양 가기 전 이름 알았나 봐
[한숨]
(영숙) 이름이 뭐예요?
윤제
허윤제
허윤제
귀여워
[마우스 클릭음] (덕미) 에그그
[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어, 남은기, 왜?
(은기) 물어볼 게 있는데
잠깐 볼 수 있을까?
어, 알았어
[통화 종료음]
- (은기) 선물 - (덕미) 뭐야?
(덕미) 닭발? 완전 취향 저격이네 [은기의 힘주는 신음]
근데 물어볼 게 뭐야?
저, 라이언 관장님 말이야
너 그 일 때문에 그러는구나
(덕미) 걱정하지 마 내가 잘 얘기해 놨으니까
아니, 우연히 들었는데 그, 한국 이름…
[덕미의 놀란 신음]
(덕미) 이거 우리 사자 어렸을 때 사진이다
대박 귀엽지?
[의미심장한 음악] [덕미가 사진을 쓱 넘긴다]
허윤제
너 그 이름 어떻게 알아?
(덕미) 선주한테 들었구나?
아, 나 가야겠다
갑자기? 물어볼 거 있다며
어
어, 깜빡했다
(은기) [멋쩍게 웃으며] 내가 그렇지, 뭐
나 갈게, 먹어, 어
닭발은? 혼자 먹어?
- (덕미) 잘 먹을게 - (은기) 어
[문이 달칵 닫힌다]
어떡하냐
[무거운 음악]
(영숙) 놔! 나 네 엄마 아니야
[어린 라이언의 울음]
(어린 라이언) 아줌마
[무거운 효과음]
(어린 라이언) 아줌마!
(어린 라이언) 아줌마
우리 덕미랑 덕수 보러 가는 거죠?
[애잔한 음악] 그렇죠?
우리 병원 가는 거죠?
덕미랑 덕수 아프지 말라고
아줌마
- 아줌마 - (영숙) 놔!
[울음]
- 나 네 엄마 아니야 - (어린 라이언)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떨리는 숨소리]
(어린 라이언)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어린 라이언의 울음]
(세연) 아, 잠깐만
[거친 숨을 몰아쉬며] 숨 좀 쉬고
은기야
괜찮을까?
엄마
말은 내가 할게
엄만
그냥 엄마 옆에만 있어 줘
너는?
너는 괜찮겠어?
가자
[숨을 후 내뱉는다]
[한숨]
(영숙) 이 아이 얘기지?
네가 그 애 이름을 물었을 때
무슨 일이 있구나, 짐작은 했어
자기랑 오늘 같이 온다고 해서 각오도 하고 있었고
은기야
엄마가 알아야 할 일이지?
[한숨]
그럼 말해, 엄마 괜찮아
[한숨]
[잔잔한 음악]
엄마
너무 놀랄 수도 있고
슬플 수도 있고 괴로울 수도 있어
근데 엄만 이것만 기억해 줘
엄만 좋은 사람이고
그때 그 일은
어쩔 수 없었다는 거
[한숨]
라이언 관장님
라이언 관장님이
윤제야
[무거운 효과음]
허윤제
그 애가
허윤제가
라이언 관장님이라고?
엄마
그 애가
그때 그 애가…
[세연의 떨리는 숨소리]
[은기의 한숨]
[떨리는 숨소리]
[근호의 헛기침]
[휴대전화 진동음]
(덕미)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선주) 관장님, 오랜만이시네요
오늘은 우유 있습니까?
우유 없는 카페가 어디 있어요?
강건우, 인사해야지
(건우) 안녕하세요 전 일곱 살 강건우입니다
안녕하세요, 라이언…
허윤제 관장입니다
(건우) 어? 관장님도 유도 해요?
[함께 웃는다]
(덕미) 아, 근데 건우 지금 은기 체육관 갈 시간 아니야?
왜 아직 안 갔어?
아, 갑자기 문자 왔더라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늘 수업 다 취소됐다고
어젠 그런 얘기 없었는데
(덕미) 아, 어제 잠깐 만났었거든요
물어볼 게 있다고 해서
(주혁) 주문하시겠어요?
아, 주혁아, 우리 연유라테랑…
[덕미의 탄성]
(덕미) 자, 이제 커피도 마셨으니까 사진 돌려드려야지
여기요
제가 스캔 다 해서 방에 전시해 놨어요
다음에 오면 꼭 봐요
- 덕미 씨 - 네?
덕미 씨는
어릴 때 기억 다 나요?
[고민하는 신음]
조금씩 기억은 나죠 너무 어릴 때만 빼고
혹시
[휴대전화 진동음] 어릴 때 내 얼굴…
(덕미) 응? 엄마네
엄마가 퇴근 후에 바로 집으로 오래요
왜 갑자기 오라 그러지 무슨 일 있나?
아, 오늘은
저 말고 혼자 노셔야겠는데요
완전 심심하겠다, 그렇죠?
안 심심할 건데요?
- 진짜요? - 심심하겠죠
[덕미가 휴대전화를 탁탁 두드린다]
[한숨]
남은기 관장님
[차분한 음악]
물어볼 게 있습니다
(라이언) 어렸을 때
입양되기 전의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는데
제 기억 속에 덕미 씨와 남 관장님
그리고 덕미 씨 어머니가 계십니다
혹시 기억하십니까?
허윤제였습니다
제 이름
기억합니다
오랜만이네요
허윤제
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덕미) 엄마가 허윤제를 어떻게 알아?
[한숨]
컴컴해질 때까지
놀이터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더라
(영숙) 데리고 와서 저녁만 먹이면
엄마가 와서 데리고 가겠지
하루만 지나면 찾으러 오겠지
그러다가 한 달인가 지났나
집이 갑자기 어려워져서
그, 그래서?
그래서?
너무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윤제를…
[무거운 음악]
아니야
하, 아니야, 엄마
(덕미) 아니지?
엄마 아니지? 아니라고 해 줘, 엄마
덕미야
엄마야
엄마가 돌이킬 수 없는 죄를…
- 덕미야 - (근호) 아이, 저… [문이 쾅 여닫힌다]
[영숙의 떨리는 숨소리]
[근호의 한숨]
(은기) 덕미야
[잔잔한 음악]
덕미야
혼자 있고 싶어
[돌을 툭 내려놓는다]
(어린 덕미) 야호!
[의미심장한 효과음]
나 잡아 보시지!
[잔잔한 음악]
(어린 라이언) 나는 허윤제
[아이들의 웃음]
(어린 은기) 엄마! 덕미가 또 나 때려!
[아이들의 웃음과 탄성]
(영숙) 아이고, 이, 이놈들이 아이고, 아, 차가워, 차가워
[영숙의 웃음]
[아이들의 웃음과 탄성]
(덕미) 무서운 꿈이었어요?
(라이언) 그냥 꿈이 아니라 내 기억이라 무서운 꿈
보육원에 버려졌던 날의 꿈
(은기) 저희 엄마를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은기) 두고두고 괴로워하셨거든요
윤제를 보살펴 주지 못한 걸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마워요
그렇게 생각해 줘서
(라이언) 그런데
누가 한 명 더 있었던 거 같은데
그 아이는…
[아련한 음악]
덕수
덕미는 기억 못 합니다
아무것도
[한숨]
[놀란 신음]
아이, 은기야
아버지
덕미 걱정돼서 왔어?
[옅은 한숨]
다 얘기하신 거예요?
아니, 인제 다 얘기해야지
제가 같이 있을까요?
덕미한텐 아빠가 다 얘기할게
넌 저, 집에 가서
엄마 좀 달래 줘라
(근호) 괜찮다고
다 괜찮아질 거라고
[잔잔한 음악] 네
은기야
고맙다, 우리 아들
[근호의 옅은 웃음]
(근호) 아참, 은기야
너 덕미 집 비밀번호 알지?
[살짝 웃는다]
응?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아빠
[근호의 한숨]
다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진짜인 거지?
엄마가 한 말
덕미야
[근호의 한숨]
너 지금 힘든 거 아는데
또…
또 더 힘들어질 수도 있는데
(근호) 그래도
네가 지금 알아야 될 일이 있어
덕수
네 동생
성덕수
내 동생?
[의미심장한 효과음] 누나
[덕수의 웃음]
이게 누구야, 아빠?
네 동생
[아련한 음악] (근호) 너 일곱 살 때
덕수가 다섯 살인가
유치원 다녀오다가 교통사고가 났는데
그때 충격이 너무 커서
다 잊었어, 네가 같이 있었거든
그 사고 이후로
네가 기억을 못 했어
덕수에 대해서
그때 네 엄만
정말
제정신일 수가 없었어
덕수를 잃었는데 너까지
잃을 순 없었으니까
[근호가 훌쩍인다]
네 엄만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상황에 윤제까지 돌볼 수가 없었어
[탄식]
그 얘길 왜 이제서야 하는 거야, 아빠?
[훌쩍이며] 항상
항상 두려웠거든
너한테 이 얘기를 해야 할 순간이 올까 봐
[훌쩍인다]
우리 딸 많이 아플 테니까
[한숨]
(근호) 아빠가
아빠가 너무 부족해서
엄마한테 너무
무거운 짐을 오랫동안 지게 했어
아빠가 조금만 든든한 사람이었으면은
그때 관장님 그렇게 두고 오진 않았을 거야
[훌쩍인다]
네 엄만 어쩔 수가 없었다
아빠가…
아빠가 네 엄마를 내몬 거야
[떨리는 숨소리]
덕미야
아빠가 이런 얘기 하는 거 정말 미안하지만
우리 딸 이제 다 컸으니까
엄마 짐
이젠 내려놓게 해도 될 거 같아서
그래도 될까, 덕미야?
[근호의 한숨]
[한숨]
(덕수) 누나!
[탄성]
(함께) ♪ 반짝반짝 작은 별 ♪
[쾅 부딪힌다]
[무거운 음악]
[놀란 신음]
(덕수) 누나
- (덕수) 빨리, 빨리, 빨리! - (어린 덕미) 아, 왜?
저기, 저기!
덕수 저거 타고 싶어?
응, 이랴, 이랴!
알았어, 누나가 저거 태워 줄게
우아, 신난다!
[덕미의 놀란 신음]
[잔잔한 음악] (덕수와 어린 덕미) ♪ 반짝반짝 작은 별 ♪
♪ 아름답게 비치네 ♪
♪ 동쪽 하늘에서도 ♪
♪ 서쪽 하늘에서도 ♪
[쾅 부딪힌다]
- (덕수) 누나! - (어린 덕미) 덕수야!
[울먹인다]
[무거운 효과음] (어린 덕미) 덕수야
엄마
덕수 손이 차가워
[울음]
(덕미) [울먹이며] 덕수야
(은기)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엄마가 덕미한테 얘기할 시간
[쓸쓸한 음악]
덕미가 받아들일 시간
덕미 씨
덕미 씩씩한 애니까 괜찮을 겁니다
[한숨]
덕미야
[울먹이며] 엄마, 미안해
내가 너무 미안해, 엄마
울지 마
[덕미가 흐느낀다]
울지 마
[영숙이 톡톡 토닥인다]
[덕미가 훌쩍인다]
엄마, 미안해, 기억 못 해서
엄마 더 힘들게 해서
그때 엄마는
너 때문에 살 수 있었어
(영숙) [한숨 쉬며] 우리 덕미가 다 잊고 웃어 줘서
그늘 없이 밝게 커 주어서
힘들어도 엄마는 너 때문에 견딜 수 있었어
그래도 미안해
다들 아픈 기억 가지고 살아가는데
나만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서
비겁해서 너무 미안해
[감성적인 음악]
사고 현장에서
네가 덕수 손을 꼭 잡고 놓지를 않았대
(영숙) 그래서 아마 우리 덕수
가는 길이 무섭지 않았을 거야
엄마가 알아
네가 얼마나 덕수를 아끼고 사랑했는지 [덕미가 훌쩍인다]
그러니까 괜찮아
이제 다 괜찮아, 덕미야
나 이젠 다 기억나
관장님도 덕수도
(덕미) [훌쩍이며] 엄마, 우리
이제 하고 싶은 말 마음속에 꾹꾹 담아 놓지 말자
같이 얘기하고
같이 추억해 주자, 우리 덕수
[훌쩍인다]
[톡톡 토닥이며] 고마워, 우리 딸
(영숙) 고마워
아, 그리고
덕미야
은기가
(영숙) 은기, 그 어린것이
덕수 그렇게 되고 사고로 너도 아프고
그걸 옆에서 다 지켜보고 묵묵히 버텨 낸 거 보면
말은 안 해도 은기도 옆에서 많이 힘들었을 거야
(덕미) 은기야
그동안 우리 엄마 아빠 옆에서
많이 위로해 줘서 고마워
[피식 웃는다]
아…
생각해 보면
항상 내 옆에서 날 지켜 준 건 너였는데
난 그게 너무 당연했던 거 같아
왜냐면
넌 내 은기 새끼니까
그거
다 네 덕질 한 건데?
[함께 웃는다] [부드러운 음악]
- 덕미야 - (덕미) 응?
괜찮아?
아니, 안 괜찮아
하, 넌 이거 어떻게 버텼어?
그 어린 나이에
가족이니까
우린
[한숨]
일곱 살 은기한테도
너무 고맙네
(덕미) 그리고 지금 내 앞의 서른세 살 은기한테도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야, 성덕미
(은기) 내가 너한테 웃는 얼굴만 이쁘다 그러고
그 말을 안 했나 보다
너 우는 얼굴 되게 못생겼어
[웃음]
거짓말
거짓말 아닌데
[덕미의 코웃음]
얘기하려는 거지?
관장님
성덕미 파이팅
(경아) 안녕하세요, 관장님 [저마다 인사한다]
아, 그러게요 성 큐레이터님이 오늘 좀 늦으시네
(은기)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엄마가 덕미한테 얘기할 시간
덕미가 받아들일 시간
성 큐레이터, 오늘 연차 처리…
(덕미) 좋은 아침입니다
저 왔어요, 관장님
덕미 씨
드릴 말씀이 있어요
- (라이언) 덕미 씨 - (덕미) 관장님
은기한테 들었어요
기억 돌아왔다고
너무 괴로워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냥 숨어 버리고 싶다고 생각…
그러지 마요
(라이언) 덕미 씨 그러면 나 진짜 힘들 거 같은데
그럼 너무 힘들 거 같아서
(덕미) 그래서 관장님
웃으면서 보기로 했어요
같이 힘들면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
[차분한 음악]
고마워요
엄마가…
우리 엄마가 와 계세요
(덕미) 관장님 직접 보고 사과하고 싶다고
엄마가, 엄마가… [라이언이 손을 탁 잡는다]
(라이언) 괜찮아요, 덕미 씨
괜찮아
[한숨]
다녀올게요
기다리고 있어요
[한숨]
[훌쩍인다]
(영숙) 덕미한테 얘기 들었어요
어머니가
사고가 나서 못 오신 거라고
그때 내가
조금만 더 데리고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랬으면 이렇게 오래…
[영숙의 한숨]
미안해요
어머니
(라이언) 한국에서는
애인 부모님을 '어머니', '아버지'
이렇게 부른다면서요
저 한국에 와서 어머니 많이 생겼어요
친어머니도 찾고
덕미 씨 어머니도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고요
관장님한테
어머니라고 불릴 자격 없는 사람이에요
(영숙) 이제 와 용서를 구하기는 너무 늦었지만
미안해요
그때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전 정말 낯선 동네에 버려진 아이가 됐을 거예요
(라이언) 그런데 어머니는
누군지도 모르는 저를 데리고 가서 밥을 먹이고
보살펴 주셨습니다
감사해요
[감성적인 음악]
인사가 너무 늦었지만
그때 절 보살펴 주시고
그리고 사랑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어머니
엄마랑
덕수 있는 데 같이 보러 가기로 했어요
나 몰래 매해 갔었대요
그리고
(덕미) 엄마가 관장님 보육원에 데려다준 건
두고두고 미안할 거예요
덕미 씨
그 기억
일곱 살의 윤제한테는 상처였지만
(라이언) 지금의 나한텐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덕미 씨 더 이상 미안해하지 마요
응?
좋은 기억
좋은 추억
나한테 많이 줘요
아주 많이
내가
더 많이 사랑할게요
관장님 이제 행복해질 수 있게
이미 받고 있어요, 그런 사랑
(라이언) 그리고 나도 같이 가요
덕수 만나러
[체육관이 소란스럽다]
(은기) 어, 뒤에 조심하고
[작은 목소리로] 왜?
가
[어이없는 신음]
(신디) 아저씨 언제 끝나요?
그걸 왜 물어볼까?
수업 끝났으면 집까지 태워 줘요
어차피 가는 길이잖아요
[헛웃음]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내가 만만해 보이니?
쪼끔?
수업 안 끝났으니까 버스 타고 가, 쯧
[신디의 짜증 섞인 신음]
근데 아저씨
씁, 아저씨 아니라니까
여기
뭐, 지인 할인 이런 거 돼요?
[익살스러운 음악]
그럼요, 회원님 [은기가 서류를 탁 집는다]
지인 할인 20% 되고, 응?
(은기) [펜 뚜껑을 탁 열며] 친구 데려와도 10% 더
뭐, 어떻게, 등록해 드릴까요?
하, 아니요
일로 와 봐
야, 야!
엄마가 해 주시는 건 다 좋아요
[흥미로운 음악]
언제 봤다고 엄마야? 왜?
오 마이 갓
[한숨]
(김 비서) 사모님 가족 관계 증명서입니다
[한숨]
오케이, 아직 호적은 안 팠어
- 가자 - 어디로 모실까요?
딸 찾으러 가야지
- [영어] 빨리빨리 - (김 비서) [한국어] 네
[근호의 한숨]
관장님은 뭐라셔?
[영숙의 한숨]
괜찮다고 오히려 나를 위로하더라고
어찌나 미안하고 고마운지
[익살스러운 음악]
어머니?
[소혜의 웃음]
여긴 어떻게 오셨…
하, 미행하신 거예요?
(신디) 나가라고 할 땐 언제고 왜 오신 건데요?
효진? 일단 집에 가서 얘기할까?
가자
[신디의 힘주는 신음]
이제 여기가 제 집이에요
(소혜) 오 마이 갓
어떻게 생각해?
- (김 비서) 아, 그게… - 일단 잡아
(소혜) 가자 [신디의 놀란 신음]
- (신디) 아, 놔요, 안 가, 안 간다고! - (소혜) 가자고, 야!
(신디) 이, 놔요!
정말 좋은 부모님 만나서 다행…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 (신디) 안 간다고, 안 간다고! - (소혜)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 이게 무슨 소리예요? - (근호) 이게 무슨 소리야?
(신디) 아, 안 간다고요 이거 놔, 엄마!
- (소혜) 문 열어! - (김 비서) 예
- (신디) 안 간다고! - (영숙) 뭐야, 뭐야! [근호의 다급한 신음]
[소혜의 놀란 신음] (영숙) 뭐야?
(근호) 이 사람들이 지금 뭐, 뭐 하는 짓이야, 이게?
당신들 뭔데 남의 딸을 차에 태워?
효진이 내 딸이야!
(소혜) 효진이 내 딸인데 왜 그래, 왜 그래!
내 딸이라고, 내 딸!
김 비서, 비키라 그래, 비키라 그래
- (김 비서) 예, 시, 실례하겠습니다 - 비켜!
(소혜) 효진이 내 딸이잖아
야, 김효진, 너 내 딸이야, 아니야! [김 비서의 당황한 신음]
내 딸인데,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김 비서, 어떻게 생각해?
[김 비서의 당황한 신음] 오 마이 갓, 비켜!
[익살스러운 음악]
[소혜의 한숨]
미안해요, 효진이 엄만 줄도 모르고
왜 몰라요?
이렇게 똑같이 생겼는데
[영숙의 멋쩍은 웃음]
[헛기침]
저, 효진이는
(영숙) 짐 싸서 엄마 따라가요
엄마
왜 자꾸 엄마라고 하지?
[소혜의 멋쩍은 웃음] 짐까지 싸서 내보낸 건 잘못이지만
(영숙) 이렇게 찾아오셨으면
못 이기는 척하고 들어가는 거예요
그리고 효진 엄마
(소혜) 아, 저는 엄소혜…
(영숙) 효진 엄마
'누구 엄마, 누구 엄마'라고 불리는 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나는 옛날 사람이라 그런가 좋아해요
'덕미 엄마', 이렇게 불러 주는 거
귀하디귀한 내 새끼 엄마라고
온 세상이 감투 씌워 주는 거 같아서
[영숙의 웃음]
근데 그거 다 한때예요
내 배 아파 낳은 내 새끼지만
품 안의 자식이니까
[밝은 음악] 내 품 안에 있을 때라도 잘해 줘요
있을 때 잘하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거는 자식들한테 하는 말 아닌가요?
부모가 있을 때 잘해라
서로
서로한테 잘해야죠, 있을 때
(영숙) 마음 상해서 멀어지면
후회해 봤자 소용없어요
내 자식이라고 마음대로 하고
가족이라고 함부로 해도 되는 거 아니에요
부부 사이든 부모 사이든 형제 사이든
다 사람하고 사람 사인데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사이가 어디 있겠어요?
그래도 조금 서툴더라도
이렇게 노력하는 사이면 괜찮은 거예요
알았지?
알았죠?
참 말씀을 잘하시는 거 같아요
[소혜와 영숙의 웃음]
효진
이제 집에 들어올 거지?
네, 엄마
[웃으며] 집에 들어온다고 하네요
[소혜의 웃음]
제 딸이에요, 똑같이 생겼죠?
[소혜의 웃음]
(소혜) 날 닮아서 이렇게 이뻐
[소혜의 웃음]
[소혜의 귀여워하는 신음]
- (소혜) 감사합니다 - (근호) 예
다음에 또 올게요
언제든지 와요
(영숙) 엄마랑 싸우고 오지는 말고
[소혜의 웃음] (신디) 네
오케이
- 안녕히 계세요 - (근호) 예
(영숙) 가 [차 문이 탁 닫힌다]
[근호의 웃음] [자동차 시동음]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하, 큰일인데요
왜요? 별로예요?
역시 너무 좋아요
살짝 놀랐네, 별로일 리가 없는데
최 작가님
우리 다음 앨범도 꼭 같이해요, 콜?
뭐, 한번 생각해 볼게요
[함께 웃는다]
(시안) 전시 너무 기대되는데요
[경쾌한 음악] (라이언) 포인트를 줄 메인 벽면 컬러에
이 컬러 어때요?
아, 저도 이 컬러 좋아서 알아봤는데요
(덕미) 오찻값이 커서 배합 잡기가 까다롭다고 하더라고요
조색할 때 같이 가 보죠
네
(경아) 여러분, 우리가 누구?
(함께) 전시장 지킴이!
(경아) 그렇지 전시장 지킴이의 기본 업무
(유섭) 첫 번째
(유섭) 조심조심 살살 부탁드릴게요
(남자) 예
(덕미) 다들 너무 힘들지?
자, 파이팅
[신디의 탄성]
- (덕미) 경아 씨도 - (경아) 감사합니다
(덕미) 미안, 이거 여자 거야
[유섭의 멋쩍은 웃음]
하,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진짜 파이팅하자
피곤하시죠?
(라이언) 조금?
그래도 즐거워요
기획만 하던 전시를 이제 곧 볼 수 있으니까
우리 조금만 더 파이팅해요
네, 알겠습니다, 성 큐레이터님
우리 집으로 갈까요?
어, 맛있는 거 사 주면요?
(라이언) 맛있는 것보다 훨씬 좋은 거 있는데
(덕미) 뭔데요?
덕미 씨 생일 선물 집에 와 있어요
(라이언) 가져갈래요?
어디 있어요?
(라이언) 눈 감아요
지금 장난치려는 거죠?
(덕미) 아, 그냥 주세요
나는 덕미 씨가 눈 감으라고 해서 얌전히 감고 있었어요
덕미 씨는 나 못 믿나 보네?
아, 이렇게 나오시겠다?
알겠어요, 눈 감을게요
- 따라와요 - (덕미) 네
(덕미) 저 지금 기대 엄청 하고 있어요
(라이언) 너무 기대하면 안 되는데
- 준비됐어요? - (덕미) 네
[잔잔한 음악]
관장님
나
다시 그림 그릴 수 있어요, 이제
(라이언) 아직 손이 좀 덜 풀려서…
완벽해요
(라이언) 내가 좀 더 연습해서…
완벽해요, 지금도
완벽해요
우리가 처음 만났었던 날에도
덕미 씨가 내 손 이렇게 꼭 잡아 줬었어요
기억나요?
안녕?
나는 성덕미고
넌 이름이 뭐야?
하면서
내가 뭐라고 했게요?
나는
허윤제
'허윤제'
[웃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한테 전부였던 그림을 잠시 못 그리게 된 건
그림보다 소중한 무언가를 찾아 보라는 거였나 봐요
나한테 그건 덕미 씨였고
(라이언) 너무 오래 걸렸네
다시 만나기까지
보고 싶었어, 덕미야
(덕미) 보고 싶었어, 윤제야
안녕, 덕미야?
[웃음]
안녕, 윤제야
[경쾌한 음악] (라이언) 다섯 시에 뭐 중요한 일 있다고 하지 않았었어요?
(덕미) 같이 해 볼래요? [마우스 클릭음]
(덕미) 내 남자 친구 신의 손이었어
귀여워라
(라이언) 기찻길, 시나길
이제 라나길
(신디) 성 큐레이터님 미국 가는 거예요?
(경아) 설마, 관장님 두고?
안 가시겠죠?
(근호) 조심히 잘 다녀와
(영숙) 결국 가네, 우리 덕미
(라이언) 좋은 꿈 꿨어요?
(덕미) 기억이라 좋은 꿈
근데 조금 슬프기도 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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