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생할 2
(라이언) 여기서 일합니까?
네, 잠시만요
무슨 일이시죠?
갖고 싶어요?
[흥미로운 음악]
갖고 싶어요?
[덕미의 놀란 신음]
[덕미가 쿵 떨어진다]
[덕미의 아파하는 신음]
(덕미) 때론 생계를 위해서 덕후가 아닌 척
덕후가 뭔지도 모르는 일반인인 척해야 한다
일명 일반인 코스프레, 일코 [소혜의 옅은 신음]
(소혜) 성덕미 씨
성덕미 씨는 미대 나와서 유학을 왜 안 갔어요?
저는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 속에서…
재능이 없었나? 아니면 돈?
-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 (소혜) 보경 씨
(소혜) 회장님 건강하세요?
(보경) [피식 웃으며] 네
아버지가 그림 잘 받았다고 인사 전하랬어요
GN그룹 회장실에 걸릴 작품인데 제가 신경을 좀 썼어요
마음에 드신대요
[소혜의 웃음]
(덕미) 내정자?
(소혜) 보경 씨 나랑 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소혜와 보경의 웃음] [메시지 수신음]
잠깐만
[통화 연결음]
딸?
우리 딸 지금 학교에 있을 시간인데
문트랙에서 500만 원 쓴 건 누굴까?
(덕미) 딸이 아이돌 팬인가?
(소혜) 응?
앨범을 무슨 300장이나 사?
우리 딸 귀가 600개야?
(소혜) 팬싸를 가는데 줄을 세워
줄을 세우면 빨리 가서 줄을 서면 되지
그 큰돈을 왜 쓰지?
효진, 아빠 아시기 전에 당장 환불해요
[통화 종료음]
[소혜의 멋쩍은 웃음]
[보경의 웃음] [휴대전화 조작음]
(보경) 효진이 팬싸 간대요?
아, 그게 앨범을 많이 사는 순서대로 줄을 세워서 들여보내거든요
아, 안정적으로 들어가려면 300장 정도는 사야죠 [보경의 웃음]
[소혜가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소혜) 아유, 보경 씨는 아이돌 팬싸 그런 데도 가나 봐요?
(보경) 좋아하는 아이돌 나오면 가끔?
[소혜의 어색한 웃음]
성덕미 씨는 어때요?
(소혜) 아이돌 팬싸 가 봤어요?
[흥미진진한 음악]
아니요
저는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씀이시죠? [흥미로운 음악]
(소혜) 그렇지
이런 게 정상이죠
성덕미 씨 내일부터 출근해요
- 정말요? - (소혜) 예스
(보경) [헛웃음 치며] 관장님
면접 의미 없는 거라고 그냥 나오시라고 하셨…
의미 없는 면접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어머
(소혜) 내가 내 딸 팬질하는 거 보는 것도 지긋지긋해 죽겠는데
팬질하는 직원까지 둬야겠어요?
아이돌 좋아하는 것들은
내 미술관에 발 들일 생각도 하지 마세요
안녕
(소혜) 김 비서!
(덕미) 그런데 일코 장인 성덕미
일코 해제의 위기다
무, 무슨…
관장실이 어디입니까?
관장실이요?
관장님까지 아실 일은 아니잖아요
기억은 하나 보죠?
그게…
뭐, 자랑스러운 기억은 아닐 테니까
(라이언) 근데 그 일 관장이 알면 안 되는 일인가 보네?
(덕미) 관장님이 아시면 좋아하진 않으실 겁니다
내 질문에 대답하면 비밀은 지켜 드리죠
의뢰인이 누굽니까?
네?
그 일을 의뢰한 사람, 누구냐고
이솔 그림 구매 의뢰인
[밝은 음악]
[밝은 효과음]
아!
아, 경매장 일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경매장 말고 우리가 또 만난 곳이 있었나?
아니요, 없습니다
(덕미) 어, 그리고 그림 의뢰인은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 (덕미) 그건 컬렉터의 정보 보호… - 차시안 씨죠?
차시안이요?
(라이언) 화이트오션 차시안
몰라요?
아, 차시…
아, 들어 본 거 같아요, 뭐
(덕미) 제가 아이돌은 잘 몰라서요 다들 예쁘장하게 생겨서 누가 누군지
전 그리고 예쁜 남자는 좀 별로거든요 개싫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근데 여긴 왜 오신 거예요?
[종이 댕 울린다]
[애절한 음악]
(덕미) 저는 오늘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모른다 부정하였고
싫어한다 거짓을 말하였습니다
일코 중이라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어떻게
개싫다고까지
[흐느낀다]
(덕미) 제가 너무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슬픈 음악]
[덕미의 놀란 숨소리]
시안아
[훌쩍인다]
미안해
못난 누나를 용서해 줘
시안아…
(김 비서) 앞으로 채움미술관을 맡아 주실
후임 관장님을 소개하겠습니다
라이언 골드입니다
[고양이 울음 효과음] (덕미) 저 사자 새끼 때문에 내 새끼를 욕하다니
(경아) [영어] 채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함께 일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한국어] 그래요?
(라이언) 환영은 나중에 하죠
원래 첫 만남은 기분 좋게 끝내는 게 예의인데
그럴 수가 없을 거 같아서
[무거운 효과음]
[덕미의 놀란 신음]
(덕미) 내 수첩을 왜 저 사자 새끼가?
[의미심장한 효과음]
[덕미의 놀란 신음]
(라이언)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채움에 대해 좀 알아봤습니다
굉장히 인상적이더군요
모든 전시가 거기서 거기
여기가 미술관인지 인맥 전시관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미술관 간판을 달았으면 최소한 전시다운 전시는 해야죠
양심상
(경아) 그, 양심 운운하며 비난받을 정도의 전시는 아니었습니다
어, 관람객 평가나 비평 기사를 좀 읽어 보시면…
읽어 봤습니다, 전부 다
(라이언) 여러 매체의 비평이 다 똑같더군요
마치 한 사람이 쓴 것처럼
[흥미로운 음악]
보도 자료 그대로 베낀 것 같은데
수석 큐레이터 누굽니까?
[유섭의 헛기침]
[한숨 쉬며] 잘 읽었습니다
(라이언) 자
여러분들에게 많은 걸 기대하지 않습니다
딱 한 가지만 부탁드리죠
전임 관장의 인맥은 전부 잊는다
아, 그건 엄 관장님과 먼저…
엄 관장?
그게 누굽니까?
오늘부터 채움의 관장은 라이언 골드 나 아닌가?
죄송합니다
(라이언) 환영 감사합니다
(덕미) 관장님 잠시만요, 관장님!
관장님
[덕미의 가쁜 숨소리]
우선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저희 채움미술관 관장직을 맡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채움미술관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새겨듣고
반성과 발전의 기회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덕미) 그러나
조금, 아주 조금
억울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희 채움미술관은 그간 계셨던 모노 아트 갤러리와는
태생부터가 다릅니다
저희는 후원과 기부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모기업인 TK 산하에 있는…
(라이언) 사업부죠, 일종의 기업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많은 부분 전임 관장님의 운영 방침에 따르긴 했지만
(덕미) 그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저희 직원들은
편견 없이 봐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한숨]
한 가지만 묻죠
(라이언) 그쪽이 보기에 전임 관장이
혼자 전시를 기획할 만한 능력이 있었습니까?
- 그건… - (라이언) 없었군요
(라이언) 그러나 반대할 수도 없었다
왜냐면
오너 일가고 사실상 개인 소유였으니까
권위에 약한 타입?
관장님!
그런 타입 나쁘지 않아요, 나
주어진 상황에 굴복하는 사람 자기 생각, 취향, 자아가 없는 사람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 주시면 됩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채움미술관 관장 라이언 골드"
(소혜) 인맥을 끊어? 왜?
예정된 전시 안 하겠다는 거야?
(김 비서) 아무래도 그런 뜻 같습니다
천재 아티스트 출신 모노 아트 갤러리 첫 한국계 디렉터
언플용으로 딱이라서 스카우트했는데
자기가 라이언이라고 진짜 킹 노릇을 하려고 그러네, 어떻게 생각해?
(선주) 경매장, 인천 공항
미술관 관장?
[선주의 놀란 신음]
이거 인연 아니니?
[고양이 울음 효과음] 아
친구한테 그렇게 심한 욕 하는 거 아니야
주어진 상황
자기 생각, 취향, 자아가 없는 사람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 좋아?
이건 뭐, 그냥 대놓고 바짝 엎드리라는 소리잖아
아니,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나라에서 온 사람이 도대체 왜 그래?
[덕미의 헛웃음]
세계 어느 나라든 상사는 다 돌아이야
(선주) 야, 그래도 공항에서 네 얼굴 못 본 게 어디냐
하, 그때 봤어 봐
[덕미의 놀란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덕미) 소름
괜찮아, 괜찮아
맞는다, 네 말이
(덕미) 넌 어떻게 그렇게 현명해?
(선주) 어릴 때부터 그랬잖아
(덕미) 하, 진짜
[흥미로운 음악]
그렇지만 너무 또라이야
(선주)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없는 사이라서
[놀란 신음] [밝은 음악]
감사합니다
(선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복받으실 거예요, 감사합니다
[선주의 들뜬 신음]
스위트룸, 스위트룸
[선주의 들뜬 신음] (덕미) 어머! 너 이거 어떻게 구했어?
- (덕미) 드디어 갈 수 있어? - (선주) 갈 수 있어
- (선주) 갈 수 있어, 갈 수 있어 - 아, 진짜
[흥미로운 음악]
[선주의 한숨]
다행이야
그래도 공항에서 안 본 게 어디야
그러니까 말이야
[은기가 구시렁거린다]
(은기) 야!
[작은 목소리로] 이선주!
(선주) 건우 재웠어?
분명히 말하는데 나 보모 아니다
(선주) 밥은?
[은기의 한숨]
(은기) 치킨 먹었어
밥 먹이라니까, 씨
얜 또 왜 이래?
(선주) 건드리지 마
오늘 미술관에서 덕밍아웃 당할 뻔했어
아, 덕밍아웃 그까짓 게 뭔데 그래?
[흥미로운 음악]
(은기) 뭐?
직장 생활도 안 해 본 게 입만 살아 가지고
[은기의 한숨]
(은기) 아, 지금 내가 하는 건 뭐 직장 생활이 아니라
CA 특별 활동이냐?
너 직장에서 덕밍아웃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줄 알아?
(유섭) 헐, 차시안이요?
와, 대박 사건 걔 몇 살인지는 아세요?
허, 양심은 있어야지, 진짜
차시안 열애설 터졌던데
성 큐레이터님, 어떡해요?
뭐?
아이돌을 좋아해?
[비명]
[한숨]
나가
동서남북 어디에도
너 받아 줄 미술관 없어
[한숨]
난 세상에서 덕후 아웃팅이 제일 무서워
(은기) 야,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되지
아, 들킬까 봐 조바심 떠는 것보다 낫겠다
너 아이돌 좋아하는 여자 큐레이터를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빠순이 [익살스러운 효과음]
(덕미) 큐레이터, 큐레이터
아이돌을 좋아하든 또라이를 좋아하든 큐레이터는 큐레이터야
[은기의 어이없는 숨소리]
너희들도 빠순이라 부르잖아
우리끼리는 빠순이라고 불러도 되지
(선주) 근데 남이 부르는 건 안 돼
그건 우리를 폄하하는 거야
빠순이를 빠순이라 부르는 건데 뭐라 그래, 그럼
(은기) 이제 와 가지고…
(덕미) 너 같은 분들 때문에
내가 덕밍아웃, 일코 해제를 못 하는 거야, 이 새끼야
[고풍스러운 음악]
(은기) 야, 네가 누구 덕에 엄마 몰래 덕질하는 건데
너 내가 입만 뻥긋하면, 어?
뻥긋하면?
[흥미진진한 효과음]
내가 혼자 갈 것 같아?
[익살스러운 음악]
(선주) 그럼, 너희 둘이 평생 같이 컸는데
갈 때도 같이 가야지
덕미 묻어 줄 때 은기도 같이 묻어 줄게
[덕미의 웃음] [개가 짖는 효과음]
(덕미) [영어] 건배
[은기의 한숨]
[새가 짹짹 지저귄다]
(덕미) [한국어] 뭐 해?
누구야?
[흥미로운 음악] '라이언 골드'
라이언 관장님?
아, 이 돌아이에도 카테고리가 있거든요
(경아) 씁, 좀 애매하다 싶었는데
예술가 출신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유섭) '8년 전 첫 전시부터 업계의 호평을 받으며'
'천재 작가로 불리기 시작'
'트렌드에 역행하는 독보적인 스타일로 주목을 받았다'
[남자가 말한다] (경아) 솔직히 주목받는 덴 외모도 한몫했겠죠?
잘생겼잖아요
껍데기가 뭐가 죄예요 성질머리가 문제지
응, 양어머니가 한국계래요
(유섭) '3년 전에 돌연 은퇴를 선언'
'모노 아트 갤러리 관장으로 변신 천재 디렉터로 명성을 누리는 중이다'
특이하죠?
맞추기 쉽지 않겠는데?
[사람들의 힘겨운 신음]
(여자) 아, 밀지 말아요, 아, 정말
[문이 쾅 열린다]
(라이언) 10분 후에 기획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아!
[사자 울음 효과음]
내 차
언제 나오죠?
[라이언이 서류를 탁 내려놓는다]
[무거운 효과음]
[라이언이 서랍을 드르륵 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라이언이 서랍을 탁 닫는다]
[덕미의 어색한 웃음]
(덕미) 어제는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인사드리지 못했습니다
성덕미 큐레이터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관장님
성덕미 큐레이터
(라이언) 유경아 큐레이터
이름들 다 외웠으니까 인사는 그만하죠
[익살스러운 효과음]
(경아) 앉으시죠
아직 취향을 몰라서
저희가 마시는 대로 준비를 좀 해 봤는데
회의 시간에 커피 마실 일 없을 겁니다
(라이언) 커피 취향 파악할 필요 없어요
전시 기획안부터 볼까요?
채움 5주년 기념전 기획안입니다
안명섭 작가 개인전을 준비 중이네요?
(경아) 네
그룹전 연 지 8개월 만인데
텀이 너무 짧다는 생각은 안 해 봤습니까?
- 아무도? - (경아) 그건…
그룹전 기획 당시 전임 관장님이
안 작가님은 반드시 포함시키라고 하셔서
개인전을 조건으로 참여하셨습니다
무리수를 뒀네요
하지만 그룹전은 신작 위주로 작품 수도 적었고
(덕미) 이번 개인전은 채움미술관 5주년 특별 전시인 만큼
초기작부터 대표작까지 총망라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차별화를 두겠다?
아예 다른 전시회를 기획해 보는 건 어때요?
(라이언) 차별이 아니라 특별하게
설마…
안 작가님 전시를 취소하란 말씀이신가요?
그렇게 얘기하는 게 쉽겠네요
취소하죠, 안 작가님 전시
(라이언) 대신 채움미술관 5주년 기념전은
셀럽들의 컬렉션 아트테이너의 작품 전시로 가겠습니다
그건 안 됩니다, 이제 와서…
(라이언) 유명인들이 소장한 예술품
대중들이 다양하고 수준 높은 작품에
자연스럽게 흥미를 느낄 만한 포인트 아닌가?
그리고 수익은 신진 작가 육성과
문화 소외 계층 지원에 전액 사용할 생각입니다
일석삼조 같은데?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 (덕미) 잃는 것도 세 가지일 겁니다
안명섭 작가와의 신뢰
업계 내의 평판, 그리고
채움미술관 내의 평화
[흥미로운 음악]
유경아 큐레이터
네
(라이언) 내가 지금 말한 기획안 작성해 주세요
나가셔도 됩니다
(경아) 네
[한숨]
아, 역시 또라이였어
잘생긴 또라이
[휴대전화 진동음]
원또네?
원래 또라이 [한숨]
네, 엄 관장님
병원으로…
아, 지금요?
(라이언) 사람을 잘못 봤네요, 내가
자기 생각, 취향, 자아가 없는 사람
권위에 굴복하는 사람 그런 사람인 줄 알았어요, 성덕미 씨
이렇게 강단 있으신 분이 그동안 어떻게 참은 겁니까?
제가 참은 게 아니라
전임 관장님은 아예 안 듣는 분이셨거든요
항명도 의사소통이 돼야 먹히는 거죠
아! 항명이 무슨 말인진 아시죠?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반항하는 그런 태도
자리에 없는 분 험담이 굉장히 자연스럽네요?
[어색한 웃음]
자리에 있는 분 얘기도 불편하진 않은데 들어 보실래요?
그래서 제발 다음엔
(덕미) 말이 통하는 분으로 보내 달라고 기도했더니 이렇게 딱!
말은 통하지만 뜻이 통하지 않는 분이 오셨네요
끝이에요? 너무 약한데? [흥미로운 음악]
(덕미)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안 작가님 전시 취소는 불가능합니다
의견은 얼마든지 얘기해도 상관없는데
(라이언) 불가능은 성덕미 큐레이터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안 작가님과 내가 결정할 일이지
(라이언) 안 작가님과 미팅 잡아 주세요
그건 가능해요?
가능합니다
(라이언) 아!
전시 취소는 미팅 전까진 비밀로 해 두죠
내가 직접 만나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의는 여기까지 하죠
[라이언이 의자를 드르륵 끈다]
(명섭) 신임 관장이 날 보자 한다고?
네, 선생님
무슨 용건으로?
인사도 드릴 겸 직접 뵙고 말씀 나누고 싶다고
반갑지 않은 일인가 보군
네?
아니, 그게, 저, 어…
(명섭) 성덕미 선생은 거짓말은 못 할 상이야
[명섭의 웃음]
[어색한 웃음] 좋지 않은 일은
성 선생한테 듣는 게 낫지 싶은데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명섭) 조심히 들어가고
정말 죄송합니다, 선생님
(명섭) 아! 신임 관장한텐 내가 알고 있다는 말은 하지 말아요
만나면 전시는 내 사정상 그만둔다고 하지
자존심이라도 챙기고 싶어
좀 쪼잔한가?
(덕미) 아, 아닙니다, 무슨 말씀을
제가 너무 죄송하죠
[잔잔한 음악]
[한숨]
[문이 쾅 닫힌다]
(경아) 관장님 어디 계세요?
전시실에서 홍보 보도용 사진 찍고 계세요
- 오케이 - (유섭) 네
[밝은 음악] (사진사) 이쪽으로 살짝, 살짝 네, 좋습니다, 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살짝 오른쪽, 예, 좀 더 자연스럽게
예, 좋습니다, 예, 다 했습…
(경아) 관장님, 말씀하신 기획안입니다
내 책상에 갖다 두세요
네
(사진사) 자, 자 조금 더 밝게요, 가시죠
네, 좋습니다, 좋아요
살짝 미소 한번
네, 좋습니다
[노크한다]
(덕미) 관장님?
안 계시나?
[익살스러운 음악]
[서랍을 달그락거린다]
과, 관!
(덕미) 관장님!
사진은 잘 찍으셨어요?
네?
(덕미) 어, 관장실에서는 안 찍으세요?
여기 채광도 좋고 포토 스폿인데
아, 다 찍으셨구나
수고하셨어요
[덕미가 살짝 웃는다]
기획안
[노크 소리가 들린다]
[영어] 안녕하세요, 관장님
안녕하세요
[한국어] 저기, 뭐가 왔어요 내용 증명?
(유섭) 여기
[의미심장한 음악] [무거운 효과음]
[우편물을 탁 내려놓는다]
[출입증 인식음]
아, 내 수첩을 되찾을 절호의 찬스였는데
도대체 서랍은 왜 잠그고 다니는 거야?
아주 생긴 대로 비밀이 많은 사람이야
[흥얼거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라이언) 지금 어디입니까?
아, 저 수장고인데요, 무슨 일… [통화 종료음]
있으시면 불러 주십시오
[흥얼거린다]
나가요
네?
수장고는 미술관 직원들만 들어올 수 있는 곳입니다, 나가세요
관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쪽은 더 이상 여기 직원이 아니라고요
당신 해고예요
해고요?
아, 제가요?
이유가 뭐죠?
[서류를 탁 던진다]
이게 어떻게…
(라이언) 신기하죠?
전시가 취소될 거란 걸
안 작가가 어떻게 알고 내용 증명을 보냈을까요?
[한숨]
그게…
전시가 취소될 거라고 제가 말씀드리긴 했습니다
내가 직접 말한다고 했을 텐데요
지난 5년간 안 작가님을 담당했던
- 수석 큐레이터로서… - (라이언) 수석 큐레이터라는 사람이
(라이언) 작가들 기분 파악도 제대로 못 합니까?
그동안 미술관 놀러 다녔나?
[우편물을 바스락거린다] [헛웃음]
[덕미의 한숨]
대외비 못 지킨 건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닌 다른 누가 얘기했어도
결과는 같은 거 아닙니까?
관장님께서 말씀하셨어도 똑같이…
(라이언) 어떻게 똑같아!
내가 말을 할 땐 그에 상응하는 대안을 가져갔겠죠, 예를 들면
예를 들면 뉴욕에서의 개인 전시라든가
혹시 내 책상에서
기획안도 없앴습니까?
아니요, 아닙니다 전 기획안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 말을 믿기엔 내가 보고 느낀 게 너무 많네요
나가요
[당황한 숨소리] [잔잔한 음악]
[덕미가 우편물을 탁 내려놓는다]
(라이언) 부당하다 여기는 사람은
같이 나가도 좋습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 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덕미) 선생님 채움미술관 성덕미입니다
지난번 선생님께 결례를 범해 심기를 불편하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직접 뵙고 사과의 말씀을 드릴 수 있도록
한 번만 기회를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성 큐레이터님 오늘 안 오실 건가 봐요
아, 그렇다고 안 오면 어떡하자는 거야
아, 와서 뭐라도 해야지
- 아, 진짜 - (유섭) 관장님 오세요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라이언) 좋은 아침
- (경아) 안녕하세요 - (유섭) 굿 모닝
[밝은 음악]
아, 참기름
[카메라 셔터음]
좋았어
[TV 전원음]
(TV 속 시안) 네, 지금 이 곡은 좀 대중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좀 많은 분들이 따라 불러 줬으면 좋겠어서 만들고 있는 곡인데요
어, 얼른 세상에
공개됐으면 좋겠습니다, 네
[TV 소리가 계속 흘러나온다] 삼시 세끼 몇 달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밥은
역시 내 새끼 떡밥이지
내가 우울해할 시간이 어디 있어?
나 자르면 자기만 손해지
[코웃음]
[헛웃음]
(TV 속 시안) 다들 오늘 모두 열심히 일하느라 또 공부하느라 고생 너무 많았어요
저는 이만 가 볼게요
안녕
백수한테도 인사 좀 해 주지
백수인데
[메시지 수신음]
(영숙)
[문이 달그락 열린다]
저 왔어요
- 왜? - (은기) 쉿
너 지금 이 집 안에 흐르는 이 싸늘한 공기가 안 느껴지냐?
엄마 아빠 싸워?
아닌데, 나 엄마 문자 받고 온 건데?
내가
[한숨]
왜 싸우시는데?
아버지가
한동안 조용하시다 했다
- 안 내면 아빠, 가위바위보! - (은기) 보!
- (덕미) 아… - (은기) 예스
(은기) 난 엄마
[은기가 숨을 후 내뱉는다]
(영숙) 다 늙은 늙은이 머리, 어깨, 무릎 아픈 게 당연하지
뭐? 인공 관절?
지금 우리 사는 꼴을 좀 봐 그런 걸 척척 해 드릴 형편인가!
눈에 뵈는 게 없는 거야 생각이 없는 거야?
아, 못 해 드릴 거 뻔히 알면서 그 얘기 왜 자꾸 해!
[근호가 돌을 쓱쓱 닦는다]
할머니는 아빠 엄마잖아
(덕미) 엄마가 아프다니까 걱정돼서 그러지
너는 안 걱정돼?
(영숙) 네 엄마는 도가니가 남아돌아서 새벽부터 일 다니는 줄 알아?
나도 아파, 나도!
(은기) 엄마 고생하시는 거 우리가 잘 알지, 어
그저 나만 아등바등이지, 나만, 응?
사업한답시고 있는 돈, 없는 돈 홀랑 까먹고
(영숙) 여태껏 돌이나 주워 나르고 살면서
양심 없는 양반이 어쩌면 그렇게 효심은 그대로일까?
그래, 수술시켜 드려
뭐 어쩌겠어 효자랑 결혼한 내 잘못이지
내 등골 뽑아서
어머니 관절에 끼우든 당신 효자비를 세우든
마음대로 하세요, 마음대로
[근호의 헛기침]
[덕미의 어색한 웃음]
- 엄마 - (영숙) 아, 시끄러워!
나는 뭐, 이렇게 억척 떨면서 살고 싶은 줄 알아?
(영숙) 나도 너처럼 미술관에 앉아서 우아나 떨고 살면 소원이 없겠다
기껏 키워 놨더니 자기 아비 편만 들고
[잔잔한 음악] 으이그,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성씨 집안 것들
아이고, 꼴도 보기 싫어 나가, 다 나가!
나가긴 뭘 나가?
내가 뭐, 나가라면 찍소리 없이 나가야 되는 사람이야?
[당황한 숨소리]
너 왜 그래?
뭐? 미술관에서 우아나 떨어?
엄만 내가 거기서 어떻게 일하는지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누가, 누가 어떤 취급을 하는데?
봤지?
덕미 얘 이렇게 사는 것도
- (영숙) 다 당신… - 아, 그만하라고!
[한숨]
[가방을 달그락 뒤진다]
(덕미) 자
아빠, 이거 할머니 수술시켜 드리고요
[덕미가 코를 훌쩍인다]
엄마, 이걸로 몸에 좋은 거 해 드세요
간다
아, 그, 저…
엄마, 내가 나가 볼게, 어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너 오늘 왜 그러냐?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은 무슨 일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네
야, 성덕미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이선주다!
[타이어 마찰음]
[덕미의 웃음]
(덕미) 대한민국 최고 광대 미녀 이선주네!
[덕미의 웃음] (은기) 조물주 위에 이선주!
(덕미) 언니, 삼천 원만 주세요 소주 사 먹게
[덕미와 은기의 놀란 신음]
소주, 소주 [덕미가 혀를 똑 튕긴다]
[흥겨운 반주가 흘러나온다]
(은기) ♪ 난 아직도 그대를 잊지 못해 ♪
♪ 오늘도 그댈 찾아… ♪
[신나는 반주가 흘러나온다]
[흥겨운 반주가 흘러나온다] [덕미가 노래한다]
[매혹적인 반주가 흘러나온다] (선주) ♪ 12시 ♪
♪ 어떡해 벌써 12시네 ♪
♪ 보내 주기 싫… ♪
[리드미컬한 반주가 흘러나온다] (덕미와 선주) ♪ 끝없이 맴돌아 치명적인 Sexy 삼켜 버린 Breath ♪
(덕미) ♪ Heartbeat goes fast ♪
(선주) ♪ 어지러운 머리 풀려 버린 다리 Heartbeat ♪
(덕미와 선주) ♪ 강렬한 이끌림 자석처럼 모두 날 따라와 ♪
(선주) ♪ 찰칵찰칵 Snapshot 찰칵찰칵 Snapshot Boom ♪ [덕미의 환호성]
[잔잔한 반주가 흘러나온다] (덕미) ♪ 난 미움보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
♪ 무작정 찾아간 너의 골목 어귀에서 ♪
♪ 생각지 못한 웃으며 반기는 너를 봤어 ♪
(은기) ♪ 사실은 말이야 난 많이 고민했어 ♪
♪ 네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걸 ♪
♪ 아직 많이 모자라도 가진 것 없어도 ♪
♪ 이런 나라도 받아 줄래 ♪
♪ 너를 위해서 너만을 위해서 ♪
♪ 난 세상 모든 걸 다 안겨 주진 못하지만 ♪
야, 성덕!
불러
나 잘렸어
뭐?
나 채움에서 잘렸다고!
[은기가 마이크를 탁 내려놓는다]
[훌쩍인다]
[흐느낀다]
(선주) 야, 성덕미
너 뭐, 나가란다고 뭐 '예' 하고 나왔어?
[은기가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은기한테 하는 것처럼 너의 지랄 클래스 좀 공개하지
(은기) 야, 쟤 올해 삼재 아니냐?
[휴대전화 벨 소리]
[덕미가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선주) 은기야, 우리 다 같은 띠야
삼재면 얘만 저러겠니?
(은기) 아…
아, 근데 왜 혼자 저렇게 박복해? 어? [은기가 술잔을 탁 내려놓는다]
그리고 그런 애가 카드는 왜 던져? 당장 자기 코가 석 자인데
[선주의 한숨]
(선주) 내 말이 [메시지 수신음]
[한숨 쉬며] 야, 나 가야 돼
제보자한테 연락 와서 우리 피디님 지금 가 보셔야 된대
(은기) 야! [선주의 한숨]
쟨 어떡하라고?
(선주) 어떡하긴 뭘 어떡해?
인생 대신 살아 줄 것도 아니고 돈 쓰고 시간 써 줬으면 됐지
아, 냉정한데 멋있어
(선주) 성덕!
그만하고 집에 가
이미 벌어진 일 우울하면 뭐 할 거야?
집에 처박혀서 궁상떨 거면 카페 나와서 돈이나 벌고
사람은 배신하지만 돈은 배신하지 않는다
[잔잔한 음악]
우리 카페 물 좋아 잘생긴 단골도 생기고
시안이랑 살짝 닮았다? [덕미의 놀란 숨소리]
응
- 그러면 - (선주) 응
- 나 소주 한 병만 - (선주) 8시 오픈이다
- 덕미 챙겨 - (은기) 야, 야, 야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문이 탁 닫힌다]
라이언
사자 새끼 [사자 울음 효과음]
(덕미) 내가
산 채로 잡아다 풀만 줄 거야
소주 안 주고
[코를 훌쩍인다]
- (승민) 가위바위보! - (건우) 바위보!
[아파하는 신음]
- (승민) 가위바위보! - (건우) 바위보!
(승민) 아싸!
[다가오는 발걸음]
어? 엄마다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나가?
(승민) 가고 싶어서 가나? 갈게
제보자는 왜 해만 떨어지면 마음이 바뀌어?
(승민) 그러게 말이다
(건우) 아빠, 또 와
[익살스러운 효과음]
올해는 꼭 예능으로 갈게
(승민) 아빠 갔다 올게, 응?
[승민이 쪽 뽀뽀한다]
간다, 안녕
자주 와, 오빠 [차 문이 드르륵 열린다]
[자동차 시동음] (승민) 갑시다
"영업 중"
[흥미진진한 음악]
(선주) 새로 온 단골 잘생겼지?
인사해
나의 전 직장, 전 상사, 전 관장 라이언 골드 님
[선주의 당황한 신음] [발랄한 음악]
여기 단골이세요?
(덕미)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건데 앞으로도 계속 오실 예정인가요? 설마?
- 시간 있어요? - (덕미) 네
어떤 분 덕분에 직장에서 잘려서요 시간이 아주 많아요
난 없어요, 어떤 분이 뒤통수를 쳐서
주문이나 받죠?
(덕미) 어떤 걸로 드릴까요?
(라이언) 연유 넣은 따뜻한 우유
손님, 그런 메뉴는 없는데요
연유라테에 에스프레소 샷 빼고 드셔
에스프레소 뺀… [헛웃음]
야, 그럴 거면 차라리 편의점에서 우유를 사 마시지
(라이언) 그냥 우유가 아니죠
연유와 그쪽의 정성이 들어갔는데
빼라면 빼요
[무거운 효과음]
커피를 왜 빼요?
(덕미) 그동안 라테에서 커피 역할이 얼마나 컸는데
이제 와서 빼라고 그러면 커피는 뭐가 돼요?
아무 말 못 하고 쫓겨나는 커피의 심정을
관장님이 알기나 해요? 네?
(선주) 에스프레소 뺀 연유라테 드리겠습니다, 카드 주세요
[포스 조작음]
하, 이건 라테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그딴 게 맛이 있겠어?
흥, 치
(선주) 뜨겁습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또 오세요
[문이 끼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씁, 커피를 안 마시더라
자기 몸 생각은 오지게 하는 스타일
뭐? 잘생긴 단골? 시안이를 닮아?
너 라식부터 하자
공항에서 저 인간 찍은 사진 봤잖아 그리고 너
알잖아, 내가 건우 낳고 안면 인식 장애가 좀…
(선주) 야, 안 돼!
주혁이 시험 기간이라서 안 나오는데
이따가 건우 데리러 가야 된단 말이야
[덕미의 한숨]
건우 그 어린거를 혼자 걸어오게 해?
아, 이거 놔!
(덕미) 설거지하게
(선주) 고무장갑 끼고 해
대범한 거야, 멍청한 거야?
감당도 못 할 일을 왜 저질러?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경아) 부르셨어요?
안명섭 작가 연락됐습니까?
아니요, 아직
가족이나 지인은요?
(경아) 아, 그게요, 안 작가님은 성덕미 큐레이터님이 담당하셔서
그래서요?
아닙니다
저, 근데요, 관장님
(경아) 성덕미 큐레이터님 해고
진짜예요?
빈말처럼 들렸습니까?
오늘 중으로 큐레이터 모집 공고 올릴 겁니다
(라이언) 유경아 큐레이터는 취임 인사 해야 될 작가
후원인, 비평가, 기자 명단 작성해 주세요
(경아) 알겠습니다
[손가락을 딱 튀긴다]
내 말 아직 안 끝났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라이언) 지난 2년간 채움에서 열린 모든 전시 목록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정리해 주시고
그리고 현재 채움에서 수장 중인 작품 목록도, 아
분류법 뭐 쓰고 있어요?
아, 분류법이요? 그 저희 채움미술관 고유의…
주먹구구식?
[익살스러운 효과음]
(라이언) 국제 표준 관리 시스템으로 바꾸죠
그리고 현재 뉴욕에서 활동 중인 신진 아티스트
한 30명 정도 되는 명단 제가 메일로 보내 드릴 테니까
그 작가들 동선들 다 체크해 주시고
[한숨]
(유섭) 유경아 큐레이터님!
[유섭의 가쁜 숨소리]
지금 큰일 났어요
- 또요? - (유섭) 네
[경아의 한숨]
(선주) 아직 못 고르셨어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콜드브루라테, 그린티코코모코 나왔습니다
[커피 머신 작동음]
[덕미의 헛기침]
그래서 새빛미술관에 빌려준 그림을 받았는데 곰팡이가 펴서 왔다?
(경아) 네
(덕미) 마카롱 나왔습니다
대여해 줄 때 서로 확인했잖아
작품 상태 보고서 보면 되지 뭐가 문제야?
아, 저, 그게…
확인 안 했어?
(유섭) 그게…
그때 전시 일정이 꼬여 가지고 설치랑 해체가
- (유섭) 겹치는 바람에 - 그래서?
(덕미) 유섭 씨는 아무 잘못 없고 전시 일정 잘못 짠 큐레이터 잘못이다?
아니요, 그건 아니고요
새빛 큐레이터 아시잖아요
(경아) 전화했다가 욕만 먹었어요 누구한테 일을 그따위로 배웠냐고 [유섭이 호응한다]
'누구한테 일을 그따위로'…
(덕미) 새빛… [고양이 울음 효과음]
(경아) 저, 그건 아닌데 성 큐레이터님! [유섭이 말한다]
(선주) 덕미야, 안 돼! 가면 안 돼
(경아) 아니요
[흥미진진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녕하세요, 채움미술관 성덕미입니다
남의 집 귀한 자식 데려다 전염병을 옮기셨네요?
아, 받을 때부터 병든 자식이었어요?
그럼 새빛에서 데려간 작품들 리스트 좀 주시죠
같은 케이스 있나 확인하고 공동 대응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요
저희도 저희 쪽 수장고 다 까 볼 테니까
새빛도 새빛 수장고 다 까 보셔야 할 겁니다
누구네 집 곰팡이인지 아주 정확하게 명확하게 밝혀 보죠, 그럼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덕미) 아!
우리 수장고 관리 업체랑 새빛이랑 같거든?
최근에 새빛 수장고에 이상 없었는지 좀 확인해 봐
(경아) 네
죄송합니다
(유섭) 제가 깜빡해서
실수를 빨리 인정한 건 좋았는데 두 번 다시 이런 실수는 안 돼
다음에 또 이러면…
안 되지
잘해, 간다!
(경아) 성 큐레이터님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네
(라이언) 곰팡이요?
네
뭐
(라이언) 좋은 게 좋은 거니까요
작품 복원하고 비용 청구하겠습니다
네, 어…
성덕미 큐레이터에게도 그렇게 전하죠
해 봐요, 변명이든 해명이든
성덕미 큐레이터님 해고
취소해 주세요
왜 그래야 되죠?
성덕미 큐레이터님은 아무 잘못이 없어요
[한숨]
저기, 실은…
[의미심장한 음악] (소혜) 누구 마음대로 안 작가 전시를 취소해요?
안 작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카메라 셔터음]
전시 그대로 진행하세요
[카메라 셔터음]
[소혜가 말한다] (라이언) 그러니까 지금 안 작가님 뒤에는
[경아의 어색한 웃음] 엄소혜 관장이 있다?
[카메라 셔터음] (경아) 아마도
우리 신랑 무산이 재심 끝나면 라이언도 끝이에요
(소혜) 유 큐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유 큐는 누구랑 더 오래 일할 거 같아?
(경아) 아니, 분명합니다
성덕미 큐레이터님은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셨어요
(라이언) 그럼 기획안을 없앤 것도?
(경아) 그건
너무 무서워서
[울먹이며] 정말 어쩔 수 없이…
(경아) 살아 보니까
인성이 더 더러운 쪽 말을 들어야 뒤탈이 없더라고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제가 봤을 때는
엄 관장님보다는 관장님께서 훨씬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
- 과찬 감사하네요 - (경아) 그러니까
성덕미 큐레이터님 해고는 취소해 주세요
알았으니까 나가 보세요
아, 그리고
(경아) 제가 이렇게 말씀드린 거요
엄 관장님께서 아시면 저 정말 매장당할 수가 있거든요
- (경아) 비밀로 좀… - 알았으니까
(경아) 아, 성 큐레이터님한테도요
그분도 사실 성질이 보통이 아니시거든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문이 달칵 여닫힌다] [한숨]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어서 오세…
[문이 달칵 닫힌다]
시간 있어요?
그런 메뉴 없는데요
(라이언) 카페 일 재미있어요?
[덕미의 헛웃음]
생각해 보니까
내가 좀 지나쳤던 거 같아서
(라이언) 안목이 없더라도
채움에서의 5년 경험은 인정했어야 되는데
미안합니다, 사과하죠
진심이에요?
알겠어요, 사과는 받을게요
(라이언) 좋아요 그럼 내일부터 다시 출근
사과만 받는다고요, 사과만
해고 처리는 진행해 주세요
[흥미로운 음악]
- 성덕미 큐레이터? - (덕미) 왜요? 라이언 씨!
당신이 사과만 하면
다 괜찮은 일, 없었던 일이 되는 줄 알아요?
(덕미) 당신이 성질나면 해고하고
당신이 사과하면 난 군말 없이 복귀해야 되는 사람이냐고요, 내가!
- 그런 뜻이 아니라… - (덕미) 내가 모를 줄 알고?
사고가 빵빵 터지니까 나보고 와서 수습하라고
(덕미) 일부러 미안한 척 이러는 거잖아요?
채움은 내가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질 않으니까
그러니까요
(라이언) 그러니까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사람을 단칼에 죽여 놓고
(덕미) 손에 묻은 피까지 닦고 죽으라고 하네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이에요?
기분은 이해하는데 말은 좀 가리죠?
기분을 이해하면
그쪽이 말은 걸러 들어요
이러는 건
끝까지 안 돌아오겠다?
끝까지 안 돌아가겠다
알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여기가 더 잘 어울리네요 성덕미 씨
고맙습니다, 손님
음료는 늘 드시던 걸로 할까요?
[영어] 에스프레소 뺀 연유라테?
(라이언) [한국어] 누구 때문에 야근을 좀 해야 될 거 같아서
[테이블을 탁 치며] 아이스민트초코
시원한 아이스민트초코 드릴게요, 손님
[포스 조작음]
재수 없어
[흥미진진한 음악]
안 맞아
안 맞아
[한숨]
나랑 한국이랑은
[컵 뚜껑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진짜 안 맞아
[숨을 후 내뱉는다]
맛은 있네, 씨
"영업 종료"
[문이 달칵 잠긴다]
[보안 장치 조작음]
[안내 음성] 재택 경비가 시작되었습니다
(은기) 너 백수 되고 최대 수혜자는 이선주 같다?
마감을 통째로 맡기고
[웃음]
그래, 제정신으로 못 버틸 땐 살짝 도는 것도 방법이다
나 복수했잖아
(은기) 사자한테? 어떻게?
(덕미) 자기 몸을 어찌나 아끼시는지 커피를 안 마시더라?
그래서 내가
몰래 반 샷 탔어
[덕미의 웃음] [어색한 웃음]
(은기) 야, 대단한 복수 하셨네
영화 판권 팔아도 되겠어, 어
아유, 아유, 잔인해라
[휴대전화 벨 소리]
네, 작가님
제가 안 그래도 사과드리려고 연락드렸었는데
아니야, 아니야, 성 선생
나 때문에 채움에서 해고당했다며?
네?
아, 그게…
(명섭) 내 늙어서 노망일세
엄 관장 말만 듣고 나잇값을 못 했어
아유, 아니에요, 무슨 말씀을
관장님이랑 직접 통화하고 싶으시다고요?
그럼 잠시만요 제가 다시 연락드릴게요, 네
[휴대전화 조작음]
[웃음]
그럼 그렇지, 우리 선생님이 그러실 분이 아닌데, 쳇
[흥미진진한 음악]
[라이언의 힘겨운 신음]
[힘겨운 신음]
개, 개새…
[힘겨운 신음]
[휴대전화 진동음]
[안내 음성] 전화를 받을 수 없어… [휴대전화 조작음]
(덕미) 어?
은기야, 너 잠깐 기다려, 나 사장…
아니, 아니야 관장님 좀 만나 보고 올게!
(은기) 아, 왜? 한판 하게?
같이 가 줘?
같이 가 주지, 뭐
[덕미의 가쁜 숨소리]
[노크한다]
관장님?
[노크한다]
관장님, 잠깐 들어가겠습니다
관장님, 저 성덕미인데요 안 작가님께 연락이 와서…
[긴장되는 음악]
(덕미) 관장님!
관장님, 관장님!
관장님, 괜찮으세요?
관장님, 눈 좀 떠 보세요, 관장님!
관장님!
관장님, 눈 좀 떠 보세요, 관장님!
성덕미
은기야, 도와줘
죽, 죽였어?
죽을래? 빨리!
- (은기) 어디야? - 우측
[은기의 가쁜 숨소리]
(덕미) 카페인 알레르기요?
아, 그러니까 진짜 커피 때문에 이렇게…
(의사) 네, 죽을 뻔한 거예요
(덕미) 아니, 심장이 좀 두근거리고
밤에 잠 못 자는 사람은 봤어도 이렇게 죽…
(의사) 네, 죽을 뻔한 거예요
알레르기라는 게 평상시에는 괜찮다가도
스트레스에 따라서 증상이 발생하거나
심각해지는 경우도 있거든요
근데 평상시에도 커피를 안 마셨다면
환자분이 알레르기에 대해서 인지를 하고 있었다는 소리인데
어쩌다 마신 거지?
저, 혹시
누가 몰래 먹인 거라면
살인 미수?
[흥미로운 음악] [의사의 웃음]
아이, 병실 나는 대로 바로 옮겨 드릴게요
성덕미
네가 언젠가 누구 하나 잡을 줄 알았어
난 그게 너일 줄 알았지
살아 있어
[무거운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땀 좀 닦아 드리겠습니다
[걱정스러운 숨소리]
죄송합니다
[힘겨운 숨소리] [잔잔한 음악]
[힘겨운 숨소리]
[초인종이 울린다]
[피곤한 신음] (경찰1) 성덕미 씨
성덕미 씨
[덕미의 짜증 섞인 신음]
[문을 쾅쾅 두드리며] 성덕미 씨 계십니까?
성덕미 씨!
[놀란 숨소리]
누구세요?
(경찰1) 채움미술관 큐레이터 성덕미 씨 본인 맞습니까?
- 네 - (경찰1) 당신을
라이언 골드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하겠습니다
(경찰1) 팔 주시죠 [흥미진진한 음악]
움직이지 마십시오, 움직이면 아파요
[경찰1의 힘주는 숨소리]
화이트오션 차시안 홈마 시안은 나의 길, 본인 맞습니까?
네
(경찰2) 당신을 라이언 골드 폭행 및 신분 위조죄로 체포합니다
[수갑을 달그락 채우며] 자 움직이지 마세요, 움직이면 아파요
[놀란 신음]
[사이렌이 울린다]
(경찰1) 가시죠
(경찰2) 아이
[덕미의 놀란 신음]
(덕미) 엄마, 아빠, 은기야! 나 어떡해
(기자) 네, 저는 지금 유명 아이돌의 열성 팬인
30대 성 모 씨 집 앞에 나와 있습니다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성 씨는 팬덤 사이에서 유명한 홈마로 활동하다
- (경찰1) 자, 나오세요, 나오세요 - (경찰2) 나와요, 나와
(덕미) 저 진짜 잡혀가는 거예요?
어, 진짜예요, 이거?
(기자) 30대 남성의 민트초코에 커피를 타 살해하려 했습니다
(은기) [변조된 목소리로] 평소에도 죽고 싶냐며
생명 단축 의사를 자주 묻곤 했습니다
(영숙) [변조된 목소리로] 갑자기 지갑을 열고 카드를 주더라고요
심적으로 무슨 바람이 불었나 했는데 살인이라니
(기자) 그럼 우발적인 게 아니라 계획 살인이란 말씀이십니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덕미) 아, 지금 무슨 말씀들 하시는 거예요!
엄마! 엄마, 왜 그래?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아니에요! 아, 저 찍지 마시고요!
저 아니에요, 나 아니라고
나 아니라고 안 가요, 나 안 간다고요!
아, 나 아니에요!
(덕미) 나 안 간다고요! [힘겨운 신음]
[덕미의 놀란 신음]
아, 관장님, 일어나셨습니까?
(덕미) 어… [의자를 드르륵 끈다]
여기 슬리퍼
[덕미의 어색한 웃음]
물 드릴까요?
여기 물
[덕미가 살짝 웃는다]
[흥미로운 음악] 물입니다, 물, 순수한 물 헌드레드 퍼센트
[덕미가 컵을 탁 내려놓는다]
- 어제 - (덕미) 어제는
커피 알레르기가 있으신 줄도 모르고
(덕미) 제가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 어제 - (덕미) 어제는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었나 봅니다 [사자 울음 효과음]
(덕미) 관장님께 함부로 말도 하고 제가 정말 미쳤었나 봅니다
- 어제 - (덕미) 어제는 제가…
말 좀 합시다
[웃음]
어제
나 어떻게 발견했어요?
(덕미) 아, 그게
안 작가님이 관장님과 직접 통화하고 해명하고 싶으시다고 하셔서
그 말씀 전하려고 간 거였는데
연락 못 드린 상황에 대해선 설명드렸습니까?
네, 늦은 시간이라 문자로 말씀드렸습니다
일단 전시는 관장님의 뜻을 따르기로 했고
(덕미) 자세한 내용은 퇴원 후에 만나서 하자고 하셨습니다
[라이언의 한숨]
알겠습니다
안 작가님과 미팅 다시 잡아 주세요
(덕미) 네
네?
그럼
[안도의 숨소리]
저 용서해 주시는 건가요?
그냥 누구처럼 사과만 받을까요?
법적 절차는 진행하고?
아니요! 기회만 주신다면
라이언 골드 관장님과 채움미술관을 위해
다시 한번 열심히 일해 보겠습니다
[한숨]
그만 들어가 보세요
편히 쉬세요
[라이언의 한숨]
- 성덕미 큐레이터 - (덕미) 네
(라이언) 내일은 미술관으로 출근하지 말고
미팅 장소로 바로 오세요
아, 작가님 미팅인가요?
컬렉터입니다
화이트오션
차시안 씨
[부드러운 음악]
네?
(라이언) 작품 대여 때문에 만나는 거니까
성 큐레이터가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개인적인 감정은 배제해 주시길 바라요
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잔잔한 음악]
(덕미) 안 돼요
[옅은 한숨]
[아파하는 신음]
[밝은 음악]
(덕미) 시안이
시안이
시안이
시안이
시안이
차시안
[심장 박동 효과음]
(라이언) 화이트오션 차시안 씨와 미팅 있습니다
차시안 씨 집에서 만나요
[환호성]
[웃음]
[흥얼거린다]
[신난 신음]
[웃음]
[코르크 마개를 펑 연다]
[신비로운 음악]
(영상 속 시안) 이솔이라는 이름만 알려진 작가의 작품인데
제가 첫눈에 반했어요
음
아직 연작 중 한 점뿐이긴 한데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웃음]
(영상 속 시안) 저는 볼 때마다 새로운 감동, 기쁨
또 위안? 뭐, 그런 걸 느끼거든요
[발랄한 음악]
(덕미) 대박 난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어
[덕미의 놀란 숨소리] (라이언) 성덕미 큐레이터? 차시안 씨가 그렇게 싫어요?
표정 관리가 좀…
이솔을 아세요?
그 작품을 갖고 계시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됐네요
(덕미) 뭐야, 시안이 스캔들 났어?
(덕미) 나잖아?
(시안) 믿기 어려운 진실보단 믿을 만한 거짓이 더 낫지 않겠어요?
[아파하는 신음]
(덕미) 내가 고작 이런 꼴을 보려고 여태껏 덕질을 했나 싶다
- (은기) 무리하지 마 - 착하네
(라이언) 성덕미 큐레이터
그냥 내가 하죠
성덕미 씨 남자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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