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생할 3
(교사) 고3에게 토요일은 무슨 날이다?
(학생들) 토 나오게 공부하는 날이요
(교사) 그렇지, 즉시 귀가하여 학업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 [은기가 드르렁 코를 곤다]
[밝은 음악]
이야, 우리 은기 코자는구나?
[학생들의 웃음] 쟤 맘마는 먹이고 재웠냐?
(학생1) 컵라면 먹였어요
(교사) 잘했다 그만 깨워서 나한테 보내라
자, 반장
(학생2) 차렷, 경례
(학생들) 감사합니다
(학생3) 야
야, 일어나, 수업 끝났어
담탱이가 부른다
[찌뿌둥한 신음]
(은기) 아, 피곤해, 우산 없는데, 이씨
(학생3) 누구냐? 너 뭐 우렁이 각시 있냐?
아유, 아유, 아유 부럽다, 이 새끼야, 아유
(은기) 아이씨, 죽는다, 이씨
[하품한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은기의 힘주는 신음]
(은기) 우산 없냐? [헛웃음]
놔라
(은기) 수능 앞둔 고3이 준비성이 없어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놓으라고, 좋은 말 할 때!
좋은 말로 안 하면 어쩔 건데, 네가?
(은기) 어? 응? [덕미의 성난 신음]
[힘주는 신음]
(덕미) 어? 그거 나 줘
[밝은 음악]
[덕미의 힘주는 신음] (은기) 손
짜증 나
공손하게
귀엽게
[익살스러운 효과음]
[귀여운 효과음]
[헛기침]
(덕미) 연습 끝나고 바로 와
엄마 밥 두 번 차리게 하지 말고
[학생들이 소란스럽다]
[감독이 코치한다] [문이 달칵 열린다]
(감독) 거기 누구야?
(은기) 아이씨, 성덕
너 꼬라지가 이게 뭐냐?
내가 준 우산은 어쩌고
너 똑바로 말해 나한테 빌려준 우산, 선물받은 거야?
(은기) 어
[강조되는 효과음]
너 미쳤어? 제정신이야? 어떻게 선물받은 걸 남한테 빌려줘?
(덕미) 이 나쁜 놈, 미친 새끼야!
그게 뭐 어때서
내가 선물받은 거 너한테 빌려준 건데 그게 잘못이냐?
[은기의 힘주는 신음]
[헛웃음] [은기의 한숨]
넌 누구를 좋아해 본 적도 없지?
(덕미) 네가 아무 생각 없이 처먹은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은
누군가의 마음이야
네가 시도 때도 없이 받는 그 선물들은 누군가의 진심이라고
좋아하니까
맛있는 거 먹이고 싶고 예쁜 옷 입히고 싶고
비 오면 비에 젖을까 바람 불면 바람에 날아갈까!
생각나고 걱정돼서 용기 내서 마음을 전한 거라고
근데 넌 그 소중한 마음이 담긴 선물을 빌려줘, 남한테?
너랑 나랑 남이냐?
아, 그리고 좋아해 달라고 한 적도 없거든?
(은기) 줬으면 땡이지, 생색은
이 새끼가
[흥미로운 음악] [은기의 힘겨운 신음]
(은기) 아, 잠시만, 덕미야
[덕미의 힘주는 신음]
[은기의 아파하는 신음] (덕미) 예의도 상도덕도 없는 새끼 너 같은 건 살아 있으면 안 돼
죽어야 돼, 은기 새끼 죽어, 죽어, 죽어
너 살아 있으면 안 돼 [은기가 바닥을 탁탁 친다]
아, 아, 너 잡지 마, 씨, 이놈의 새끼
[은기의 힘겨운 신음] 죽어, 죽어, 은기 새끼, 죽어, 죽어!
[카메라 셔터 효과음]
[새가 지저귄다] (라이언) 화이트오션 차시안 씨와 미팅 있습니다
[밝은 음악]
(덕미) 덕후는 계를 못 탄다는데
인생 모르는 거야
[비명]
어제는 미술관에서 잘려서 울었는데
오늘은 계를 타잖아
[빨리 감기 효과음] 그러니까 선주야, 우리 오래오래 살자
(선주) 근데 그러고 가?
(덕미) [놀라며] 나 지금 뭐 한 거야?
[덕미의 한숨]
습관이 이렇게 무섭다
덕미야, 너 지금 덕질하러 가는 거 아니야
일하러 가는 거야
덕업일치 위대한 순간을 코앞에 두고 있다고
- 덕업일치! - (덕미) 맞아
[밝은 음악]
선주야, 그럼 나 옷 좀 골라 줘, 어?
[웃음]
자, 오늘 시안이와 함께할 행운의 시계는?
(덕미) 너다
예쁘네
(선주) 덕미야, 나 진짜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시안이 만날 때 핸드폰 켜 놓으면 안 돼?
나 진짜 숨도 안 쉬고 시안이 목소리만 들을게, 덕미야
이선주, 나 진짜 나가봐야 돼, 끊어
(선주) 덕미야, 덕…
[통화 종료음]
[의자를 쿵쿵 친다]
(선주) 부러워
나도 시안이 얼굴도 보고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고 싶…
[익살스러운 음악]
꿈 깨라는 거니?
아, 월급에서 까세요
[헛웃음]
주혁아
이제 깔 월급이 없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선주) 하지만 난 널 자르지 않을 거야
너 꼭 사람 만들어서 본전 뽑을 거야
아, 부러워, 부러워, 나도 가고 싶어
[부드러운 음악]
(덕미) 어? 신디가 시안이 사 준 재킷이랑 똑같네
커플 룩인가?
아, 몸은 좀 괜찮으세요?
보시다시피
퇴원을 축하받을 만큼 아팠던 건 아니지만
뭐, 준비한 거니까 어쨌든 고맙게… [익살스러운 효과음]
차시안 씨가 튤립을 좋아해서
[덕미의 어색한 웃음]
- 갖고 싶으세요? -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도 선물로 와인 준비했습니다
레드네?
(덕미) 시안이는 화이트 더 좋아하는데
'시안이'?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차시안 씨요
취향을 아주 잘 아시네요?
어, 제가 미팅 전에
기본 인적 사항이나 취향 정도는 숙지하는 편이라서요
언제나 항상
가시죠
[극적인 음악]
[침을 꿀꺽 삼키는 효과음]
[엘리베이터 도착음]
[심장 박동 효과음]
[침을 꿀꺽 삼키는 효과음]
[쨍그랑 깨지는 효과음]
성덕미 큐레이터
네?
아닙니다
[극적인 음악]
[쨍그랑 깨지는 효과음]
아, 왜요, 뭔데요?
- 차시안 씨가 그렇게 싫어요? - 네?
(라이언) 차시안 씨에 대한 호불호는 자유지만
우리는 작품 대여를 부탁하는 입장입니다
표정 관리가 좀 더 필요할 것 같은데
[탄성]
네 [어색한 웃음]
[극적인 음악]
[초인종이 울린다]
[도어 록 작동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늘어지는 효과음]
(매니저) 아이고, 일찍 오셨네?
시안이가 아직 준비가 덜 돼서
들어와서 기다리시죠, 뭐
[강아지가 낑낑거린다]
(덕미) 아, 콩이야!
[덕미의 웃음]
네가 바로 콩…
(덕미) 콩아, 네가 널 실제로 보다니
[문이 철컥 여닫힌다]
[밝은 음악]
(덕미) 대박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는 걸까?
시안아, 나 정말 고맙고 미안해
난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어
[심전도계가 삐 울린다]
[흥미로운 음악]
(의사1) 33세 성덕미 부검 시작하겠습니다
- (의사1) 메스 - (의사2) 메스 [의사2가 메스를 달그락 집는다]
(의사1) 응?
심장이 없어
[심장 박동 효과음] 어? 여기 좀 보시죠
심장이 오른쪽 발에 있습니다
[의사들의 놀란 신음]
이게 말로만 듣던 심쿵사군
- (의사1) 학계에 보고하도록 하지 - (의사2) 예
(덕미) 이번 생은 좋은 생이었다
[웃음]
(시안) 보고 있으면은 그냥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이 작품이 제일 애착이 많이 가는데
별, 달, 숲
이런 게 좀 함축적으로 다 담겨 있는 것 같아요
(라이언) 예술을 정말로 사랑하시는 게 느껴지네요
[시안의 멋쩍은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덕미)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발걸음이 쿵쿵 울린다]
(시안) 여기 작품들 같은 경우는 보면
되게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느낌이 담겨 있는
(라이언) 소문대로
작품을 알아보는 안목이 굉장히 좋으신 것 같습니다
[시안의 멋쩍은 웃음]
[덕미의 새어 나오는 웃음]
[힘주는 신음]
[웃음]
[숨을 후 내뱉는다]
(시안) 이건 제 첫 번째 팬이 찍어 준 거예요
제가 데뷔하고 첫 방 하러 가는 날이었어요
긴장한 거 보이죠?
시안은 나의 길 님 [강조되는 효과음]
[밝은 음악]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시나길 님 같아요
난 이분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시안의 웃음]
이상하죠?
(덕미) 어, 저 잠깐 화장실 좀
아, 저쪽 화장실 쓰시면 돼요
[탄성]
잘 살았어
나 진짜…
완전 잘 살았어
[심호흡한다]
[탄성]
[익살스러운 효과음] [놀란 신음]
넌 좋겠다
맨날 우리 시안이 볼 수 있어서
(덕미) 너도 참 좋겠다
매일 우리 시안…
[웃음]
아, 나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 나 진짜 미치겠네, 아, 나 몰라
[덕미의 웃음]
[덕미의 놀란 신음]
[덕미의 놀란 신음]
아, 커피 드실래요? 아니면 차?
- 차가 좋겠네요 - (시안) 알겠습니다
[문이 탁 닫힌다] 성덕미 큐레이터?
네?
[밝은 음악]
[멋쩍은 숨소리]
아, 제가 실수로 샤워기를…
[멋쩍은 숨소리]
[라이언의 한숨]
입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아니, 왜…
[덕미의 멋쩍은 신음]
(라이언) 감사합니다 [시안이 호응한다]
(덕미) 감사합니다
[덕미의 웃음]
감사합니다
근데 다른 전시회 작품을 참여해 드리는 게 아니라
'차시안의 컬렉션' 이런 타이틀로 참여하는 건
좀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뭔가 더 대단한 작품이어야 될 것 같기도 하고
- 그건… - (덕미) 물론 이번 컬렉션을 통해
차시안 씨의 안목을 평가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덕미)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차시안 씨의 취향을 알고
더 가깝게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라이언) 한 말씀 더 드리자면
차시안 씨 안목 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살짝 웃는다]
차시안 씨가 가장 좋아하신다는 그 그림
저도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아, 관장님도 이솔 작품 좋아하세요
(덕미) 직접 작품 구매도 하실 정도로
[신비로운 음악]
이솔을 아세요?
(라이언) 아니요
의뢰를 받아서 구입했던 겁니다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작품을 갖고 계시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됐네요
우연이군요
네, 우연입니다
[살짝 웃는다]
(매니저) 또 뵙겠습니다, 그럼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덕미) 죄송해요 제가 괜한 말을 꺼냈나 봐요
처음부터 전시에 적극적이지도 않았습니다
앞으로 설득해야죠, 어떻게든
전 택시 불러 놨는데, 차 가져오셨죠?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타고 왔는데?
[흥미로운 음악]
관장님 댁도 여기 이 건물이라고요?
2401호요
2401호면 차시안 씨 댁 바로 위층이잖아요
그렇죠?
(덕미) 좋겠다
[라이언의 한숨] 나도 시안이랑 같은 아파트 살고 싶다
(덕미) 전 그럼 가 볼게요
아, 재킷… [라이언의 당황한 신음]
(라이언) 나중에, 나중에 돌려줘요
[어색한 웃음]
그럼 내일 드릴게요
[휴대전화 진동음]
어, 선주야, 무슨 일이야?
야, 시안이 집에 내가 찍어 준 사진 걸려 있어
[무거운 음악]
[카메라 셔터음]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슈퍼스타네, 슈퍼스타
[헛웃음]
[밝은 음악] (시안)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시나길 님 같아요
(덕미) 시안이 집 문을 딱 열고 들어가는데
콩이가 저기서 달려오는 거야
- 콩이, 콩이 - (덕미) 야, 콩이 실물 대박
아무튼 저쪽에서 후광이 번쩍번쩍해서 내가 거길 쳐다봤지
(덕미) 그랬더니 시안이가 걸어오는 거야
- 샤워 가운을 입고 - (선주) 대박
(덕미) 머리 이렇게 젖어 가지고 물방울 뚝뚝 뚝뚝 뚝뚝 뚝뚝
[덕미와 선주의 비명]
섹시하게 날 쳐다보면서 그 수줍을 때만 나오는 표정 알지?
- 알지, 알지 - (덕미) 45도로 고개를 들고, 약간
'안녕하세요'
[선주와 덕미의 비명]
[덕미가 계속 말한다] (선주) 오빠, 오빠, 미쳤지, 미쳤지
미쳤네, 미쳤어
(덕미) 티를 안 낼 수가 없는 거야 내 입꼬리가 씰룩씰룩씰룩 [선주가 호응한다]
[선주와 덕미의 비명]
[휴대전화 진동음]
어
덕미야, 너 괜찮아? 너 테러 안 당했어?
테러당했지, 잠 테러, 아, 졸려 죽겠다
(선주) 너 이거 아직 못 봤지?
내가 지금 기사 링크 보낼 테니까 지금 당장 봐
[다급한 숨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흥미로운 음악]
(팬1) 야, 차시안 열애설 났대
(팬2) 차시안 여자 친구 생겼다고?
- (팬3) 열애설 났는데? - (팬4) 누구야?
뭐야, 시안이 스캔들 났어?
- (팬5) 차시안인데? - (팬6) 누군데, 누군데?
(팬7) 와, 이 여자 뭐야?
(팬8) 와,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기사까지 났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우리 시안이가 연애할 시간이 어디 있어?
이건 말도 안 되지 아니야, 절대 아니야
우리나라는 이런 황색 저널리즘이 문제야
가짜 뉴스 찍어 내고 아니면 말고?
이런 [음 소거 효과음] 기레기들
[울먹이며] 그동안 스케줄이 많았잖아
몸이 힘들면 마음도 외로워지니까 데이트도 하고 싶었겠지
[훌쩍인다]
난 그거 다 이해한다
[입을 푸르르 턴다]
내가 고작 이런 꼴을 보려고 여태껏 덕질을 했나 싶다
이런 자괴감, 우리 그냥 망할 덕질 때려치울까?
한창 연애할 나이인데, 뭐 사귀라 그래
사귀어야 헤어지지
기사 좀 끝까지 봐
이거 뭐야? 매니저가 인스타에 올린 사진이잖아?
- 와, 노 룩 취재네, 적어도… - (선주) 아, 제대로 좀 보라고
(선주) 보라고
자세히 좀 봐 봐!
여자잖아? 시안이네 집에 왜 여자가 있어, 얘 뭐야?
[흥미로운 음악]
나잖아?
- 너야 - (덕미) 나야?
그러니까 이 옷이 너희 관장, 사자 옷이다?
어, 이거 입고 왔더라니까?
명품 리미티드 에디션 한국에는 한 장밖에 안 들어와서
팬들은 시안이밖에 없다고 알고 있는데
(덕미) 하필 이런 옷을
시안이 집에서 입고 있는 사진이 찍혔으니
오해받기 딱 좋은 각이지
[한숨]
나 어떡하냐?
(매니저) 내가 네 팬들 무서워서 사진도 마음대로 못 올린다
그냥 보면 되지, 뭘 확대까지 해서 봐
아, 그 여자 하필 거기 있어 가지고
이게 다 그 전시 때문이야
그러니까 제가 처음부터 안 한다고 했죠?
(매니저) 시안아
스캔들은 어떡할 거예요?
(매니저) 어? 걱정하지 마
'전시 때문에 온 사람이다' 해명 기사 나갈 거야
대신 전시는 하는 거다, 알았지?
(경아) 이게 성 큐레이터님이라고요?
[경아의 놀란 숨소리]
와, 연예인 열애설 다 믿었었는데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나기도 하는구나
음, 요즘 화이트오션이 대세인데
그중에서도 제일 인기 많은 차시안의 그녀라니
아, 그런 오해라면 나도…
[익살스러운 음악] (유섭) '개소리하고 있네'
'우리 시안이 그럴 리 없음'
'너희 시안이 호박씨 깔 줄 알았음'
'팬 떨어지는 소리 여기까지 들리네'
[유섭의 놀란 신음]
팬이랑 안티 댓글이 천 개가 넘어요
천 개?
(라이언) '여자 얼굴 안 봐도 [음 소거 효과음] *못 극혐'
[음 소거 효과음] *못 극혐?
사자성어 같은데
'밤길 조심해라'
'I will find you, and l will'
[익살스러운 효과음] 'kill you'
[긴장되는 음악]
[사람들의 환호성]
충분히 죽일 수 있지
(유섭) 화이트오션 팬덤 유명하다던데 극성에 유난으로
아, 이러다 신상 털리시는 거 아니에요?
[어색한 웃음]
팬들이 다 그렇지
뭐, 특별히 극성에 유난이라고 할 것까진…
성 큐레이터님 정말 아무것도 모르시네
(경아) 요즘 팬들이 얼마나 무서운데요
그, 차시안 씨 소속사에서는 뭐래요?
빨리 해명 기사 낼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좀만 기다려 달라고
(경아) 애인한테는 말씀하셨어요?
(덕미) 애인? 뭐, 나 애인 있어?
(유섭) 에이, 그 저번 회식 때 왜 술 취해서 자백하셨잖아요
그, 뭐라셨더라?
아,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밝은 음악] [반짝이는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능력도 어마어마하게 있다고 [유섭의 웃음]
[웃으며] 아
(경아) 기억나시죠?
애인 아니야
(경아) 애인이든 썸남이든
그 남자 사진을 SNS에 전체 공개로 딱 올리세요
신상이 조금 털리더라도
'차시안의 그녀가 아니다 따로 만나는 남자가 있다'
- 바로 해명되잖아요 - (유섭) 맞아, 맞아, 맞아
그건…
(경아) 같이 찍은 사진 있으시죠?
[강조되는 효과음] 골라 드릴게요
- (덕미) 드디어 갈 수 있어? - (선주) 갈 수 있어, 갈 수 있어!
어유, 야!
[카메라 셔터 효과음]
너도 돌아이야
성 큐레이터! [흥미진진한 음악]
네, 관장님
근무 시간 아닙니까?
(라이언) 이, 잡담이 좀 긴 것 같은데
주의하겠습니다
[유섭의 놀란 숨소리]
[아파하는 신음]
(경아) 아니, 이게 왜 잡담이에요? 직원의 안전이 걸린 문제인데
미스터 골드, 잔정 없는 스타일이네
직장 상사한테, 쯧
큰 정도 없는 분이셔
[경아와 유섭의 웃음]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기자1) 소속사에서 뭐래? 스캔들 난 거 맞아?
(팬9) 우리 오빠가 우리 놔두고 다른 여자를 만날 리가 없어
(팬10) 아저씨, 진짜 아니죠? 아니라고 해 주세요
(팬11) 아니에요
(기자2) 야, 해명 기사 떴어 해명 기사 떴다고
- (기자3) 야, 별거 아니라는 거지? - (기자4) 열애설 쉽게 인정하겠어?
- (기자3) 그러게 말이야 - (기자4) 야, 철수하자
(기자2) 가자, 야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라이언) '사진 속 유리에 비친 여성은 미술관 큐레이터로'
'차시안 씨의 컬렉션 대여를 목적으로 방문'
'실수로 여성의 상의가 젖어 차시안 씨의 재…'
[의미심장한 음악]
'차시안 씨의 재킷을 집 안에서 잠시 걸치고 있다가 간 것일 뿐'
'해당 여성은 여자 친구도 아니고'
'재킷을 여성에게 선물한 것도 아니라고…'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박 실장님, 채움미술관 라이언 골드입니다
해명 기사 내용이 잘못된 것 같던데요
왜 차시안 씨 옷인 것처럼…
그 옷 전 세계에 몇 벌 없다면서요?
(매니저) 근데 그게 이 집에 두 벌이나 있었다?
그걸 팬들이 믿겠어요?
그렇다고 거짓말로 속이자는 겁니까?
관장님
(시안) 사람들이 뭐, 사실, 진실
이런 거 믿는 거 아니잖아요
그냥 자기들이 보고 싶은 거 보고 믿고 싶은 거 믿는 거지
믿기 어려운 진실보단
믿을 만한 거짓이 더 낫지 않겠어요, 이 상황에?
(매니저) 우린 스캔들 해결됐고 관장님은 전시하게 됐으면
다 잘된 거 아닙니까?
좋게 좋게 끝내죠
[한숨]
네, 관장님
네
(덕미) 네, 그 말도 일리는 있네요
아닙니다, 전 괜찮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네
[통화 종료음]
[한숨]
자, 그럼 내가 할 일을 해 볼까?
[밝은 음악]
(팬12) 이건 박 실장 잘못이야 사고 한 번 칠 줄 알았다니까?
아이돌 매니저가 조심성이 없어
(팬13) 근데 그 여자가 우리 시안 오빠 옷 입고 간 건 레알이잖아
완전 기분 나빠, 진짜 찝찝해
(팬14) 옷이 다 젖었다잖아
그 상태로 시안이랑 같이 있는 거보다 낫지
[팬14의 한숨] (팬13) 근데 그 여자 시안 오빠 팬은 아니겠지?
(팬15) [책상을 탁탁 치며] 야 팬이면 절대 그 옷 못 입지
나였으면 손도 못 댈걸?
(팬12) [책상을 쾅 치며] 씨 박 실장을 잘라야 된다니까?
[익살스러운 효과음]
[경쾌한 음악]
[팬들의 환호성]
[팬15가 중얼거린다]
울 시안이 첫 번째 스캔들 해결 기념으로 사진 풉니다
(팬16) 시나길 님 짱!
[한숨]
[리드미컬한 음악]
(신디) '집 안에서 잠시 걸치고 있다가 간 것일 뿐'?
[카메라 조작음]
응?
[헛웃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달칵 닫힌다]
내가 사 준 걸 감히 다른 여자를 입혀?
[웃음]
(학생4) 헐, '차시안 여친 실화인 각?' [흥미로운 음악]
[팬들이 소란스럽다]
이럴 줄 알았어
(여자)
[익살스러운 효과음]
[컵을 탁 내려놓는다]
[무거운 효과음]
[놀란 신음]
[무거운 효과음] [카메라 셔터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놀란 숨소리]
(선주) 망했다
와, 신디 이거 완전 사생이네
(덕미) 자기가 뭔데 시안이 집 앞에서 잠복을 해?
자기가 경찰이야, 뭐야, 어?
아, 열받네
[헛웃음]
(은기) 똑똑 차시안의 그녀 님, 계세요?
똑똑, 차시안 여친 님
[웃으며] 똑똑
[웃음]
재밌냐, 재밌어?
넌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니?
그럼 울어?
어? 친구가 덕질하는 아이돌이랑 스캔들이 났는데
깨춤을 춰야지
깨춤 추다 칼 맞는다 [흥미진진한 음악]
우리 오빠 열애설이 사실일까 봐
속이 타들어 가는 다른 팬들은 생각 안 해?
오빠가 연애를 할 수도 있지
연애야 할 수 있지 근데 들키진 말아야지
그, 그게 무슨 차이인데?
그러니까 오빠는 그림의 떡이어야지
남의 떡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거지
아, 뭐라는 거야
아이돌과 팬은 냉정하게 말하면 판매자와 소비자야
'팬 여러분들 사랑한다' '팬밖에 없다'
우리 마음 들었다 놨다 하는 거
그거, 유사 연애 감정 파는 거다
근데 그런 오빠가 연애를 하다 걸려?
이건 엄연히 말하면 상도덕 문제라고
지금 그 상도덕 안 지킨 게 너거든?
그러니까
[코를 훌쩍인다]
이건 내 문제지
어유, 이 덕후들
그나저나 SNS까지 다 털려서 어떡하냐
시안이랑 커플템 산 거 우리 성지 순례 갔던 거
하, 우연이라고 우기기에는 사진이 좀 너무 많던데
그러니까, 나도 이번에 정말 깜짝 놀랐잖아
나름 일코용 계정이라고 신경 쓴 건데 이렇게 많을 줄은
이러다 네가 시안이 팬인 거
홈마 시나길인 것까지 다 털리면
(선주와 덕미) 소름
나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걸?
- 이슬처럼 - (덕미) 어
미리 애도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익살스러운 효과음]
[은기의 힘겨운 신음]
(경아) 아닙니다
아니에요, 네, 그럴 일은 없…
년?
나도 우리 집에선 아주 귀한 딸이거든요
얻다 대고 년이세요, 어?
야, 이씨, 너, 경찰서 가서 보자
너 이거 다 녹음되거든?
[통화 종료음] 너는 내… 여보, 여보세요, 여보…
약 올라
[전화벨이 울린다]
[경아의 한숨]
[경아의 힘든 신음]
아니, 뭔 사이기라도 하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어?
욕은 욕대로 다 먹고
[경아의 한숨]
성 큐레이터님, 밤길 조심하셔야겠어요
(유섭) 어디 밤길뿐이에요? 낮도 안전하진 않을 것 같은데
지금 홈페이지 게시판 완전 난리예요
미안, 나 때문에
전화는 어쩔 수 없고 당분간 게시판만 닫아 놓자
(경아와 유섭) 네
(라이언) 박 실장님
지금 인터넷에는 성 큐레이터 신상 정보가 나돌고
미술관 게시판엔 욕설과 협박으로 도배가 되고 있는데
아직 회의 중이라고요?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너무 한가하신 거 아닙니까?
다시 연락드리죠
[통화 종료음]
차시안 씨 소속사 측에선 적극적인 대응보다는
다른 이슈로 넘어가길 기다리자고 합니다
너무 안일한 대응 같은데 성 큐레이터 어떻게 생각해요?
이미 거짓말이 한 번 들통나 버려서
어떤 대응을 해도 효과는 없을 겁니다
그냥 시간에 맡기는 게 더 나은 방법일 수도 있어요
처음 기사가 잘못 나갔을 때 끝까지 수정하라고 했었어야 되는데
미안합니다, 내 불찰이에요
관장님이 왜요 잘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다 그 사생팬 때문이죠
사생팬?
아, 저도 잘은 모르는데요
(덕미) 그, 사생팬이라는 게 연예인 사생활까지 따라다니는 팬이요
팬이라기보다는 스토커라는 표현이 더 잘 맞겠네요
아무튼 그 사생팬이 제 사진을 올려서 이렇게 일이 커진 거라고 들었어요
아, 전 오늘 세종은행 VIP 대상
미술품 경매와 강의가 있어서 지금 출발하려고 하는데
[한숨]
- 다녀오세요 - 네
[문이 달칵 여닫힌다]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덕미의 아파하는 신음]
[아파하는 신음]
[아파하는 신음]
(덕미) 아유, 아, 따가워 어머! 왜 이래요, 아, 따가워
[팬들이 소리친다]
[아파하는 신음]
[울먹이며] 아, 왜 그래요
[울먹인다]
아, 뭐야!
(은기) 나야, 덕미야, 은기라고!
[덕미가 흐느낀다]
미쳤나, 저것들이, 이씨
(덕미) [울먹이며] 은기야
(은기) 이씨
[덕미가 흐느낀다]
[호루라기가 울린다]
- (경아) 야! - (유섭) 너희 뭐야, 야!
[경아와 유섭이 소리친다]
[소란스럽다]
- (경아) 야! - (유섭) 야!
(유섭) 아저씨, 잡아요!
[덕미의 놀란 숨소리] 잡아요!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은기) 하, 괜찮아?
[떨리는 숨소리] [잔잔한 음악]
가자
비싼 계란을
이럴 돈 있으면 시안이 앨범이나 한 장 더 사지
[훌쩍인다]
[아파하는 신음]
(라이언) 네, 알겠습니다, 네
가해자들 전부 경찰서에 있다고 합니다
좋지 않은 일로 자주 뵙네요
지난번에 병원 가셨을 때
아, 기억 안 나시는구나
아, 성 큐레이터가 친구분 얘기는 안 하셔서
보통은 남친으로 보는데
[헛웃음]
(라이언) 인사가 늦었습니다
채움미술관 관장 라이언 골드입니다
골드, 라이언
아, 저도 관장입니다
(은기) [살짝 웃으며] 여기
아, 체육관 관장님이시군요
덕미하고는…
덕미 오빠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덕미가 살짝 웃는다]
관장님, 전 그럼 세종은행에 다녀오겠습니다
놀랐을 텐데 무리하지 말고 바로 퇴근하고 쉬어요
내가 대신 가겠습니다
(덕미) 아닙니다, 차라리 바쁜 게 나은 것 같아요
아, 그리고 가는 길에 경찰서도 들러야 하고요
그럼 같이 가죠
관장님보단 제가 더 편할 겁니다
은기랑 갈게요
끝나면 바로 퇴근하세요
네
(덕미) 가자
(은기) 아, 없어, 다 경찰서에 있대
야, 관장 눈치 엄청 보더라?
내숭도 엄청 떨고
[헛웃음]
넌 감독님한테 막 대하냐?
아, 우리 감독님 무섭잖아
우리 관장님은 자르거든
(덕미) [영어] '당신 해고야'
[덕미의 아파하는 신음]
[한국어] 너 진짜 괜찮아?
아니, 하나도 안 괜찮아 나 진짜 아팠어
약국부터 가자, 흉 지겠다
아니, 경찰서부터 가야지
내 새끼 스캔들이 나면 조용히 지나가길 바라야지
나서서 일을 키워?
내가 아주 혼구녕을 내 줄 거야
(덕미) 따라와
혼구녕은
[흥미로운 음악]
왜?
(김 비서) 성덕미 큐레이터가 아이돌과 스캔들이 났습니다
(소혜) 성덕미가 아이돌이랑 스캔들?
아유, 진짜 짜증 나
아니, 내가 채움을 위해서 사임까지 하고
병원에 갇혀서 지금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이것들이 초를 치네, 진짜
어떻게 생각해?
아, 네, 그
- 이번 상황 같은 경우는… - 어떻게 생각해
(김 비서) 네, 아…
(형사) 그러니까 이게 다 아이돌 오빠 때문이다?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하, 참 나
(덕미) 채움미술관 폭행 사건
[익살스러운 음악]
(형사) 너희들이 이놈들아 장난으로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너희들 이 정도면 폭행이야, 폭행
너희 폭행죄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피해자 성덕미입니다
(형사) 너희 오늘 아무도 집에 못 가, 이씨
주동자 누구야?
방금 전까지 그렇게 당당하더니 왜 아무 말도 못 해
주동자 누구야, 너야? 너야?
우리가 시안이한테 선물한 옷 저 언니가 입고 갔단 말이에요
(형사) 야, 선물을 했으면 했지
그게 사람을 이렇게까지 만들 일이야, 어?
아저씨는 누구 좋아해 본 적 없죠?
(팬15) 우리가 준 건 그냥 비싼 옷이 아니라고요
좋아하니까
예쁜 옷 입은 거 보고 싶어서 선물한 건데
우리 마음 담긴 걸 저 언니가…
씨
[팬15가 흐느낀다]
형사님
별일 아닌데 그냥 보내 주시죠
(은기) 야, 성덕미
(형사) 아니, 이게 왜 별일이 아니에요
지금 사람인지 미라인지 구분도 안 되는데
아, 이거요
제가 장난 좀 쳐 본 거예요
(덕미) [웃으며] 봐 봐요 멀쩡하잖아요?
이렇게 멀쩡한데 어떻게 폭행죄가 성립돼요
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
네
(덕미) 야, 너희 울지 마 우는 사람은 용서 안 해 줄 거야
[팬15가 훌쩍인다]
근데요
언니 진짜 시안이랑 사귀어요?
(은기) 야, 넌 지금, 씨
(덕미) 아니야, 차시안 씨 그날 나도 처음 본 거야
근데 왜 시안이 옷 입고 갔어요?
그게…
사실은 그거 차시안 씨 옷 아니야
아니라고요?
신디가 한국에 딱 하나 있다고 했는데
맞아, 그래서 소속사에서도 착각했나 봐
근데 정말 다른 사람 옷이야
그 말 진짜죠?
그럼 언니 진짜 시안이랑 아무 상관 없는 거죠?
절대, 맹세해
(팬들) 감사합니다
- (팬15) 아니, 아니, 죄송합니다 - (팬13) 죄송합니다
[잔잔한 음악]
(은기) 성자 났네, 성자 났어
성덕미가 아니라 세인트덕미야
(덕미) 나도 화도 나고
걔네는 분명히 잘못했고 혼나야 돼
근데 그렇게 할 수밖에 없던 걔네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서
[은기의 탄성]
나한테도 그런 관용과 자비의 마음을 베풀어 보는 건 어때?
그래서 지금 네가 살아 있는 거야
그렇지?
야, 오늘 일 엄마한텐 비밀로 해야 된다?
내가 바보야?
먹을 거, 못 먹을 거 할 말, 못 할 말은 구분해
(덕미) 착하네
간다!
조심히 가
"채움미술관 관장 라이언 골드"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관장님, 식사 안 하세요?
먼저 하세요, 전 따로 하겠습니다
(유섭) 근데 성 큐레이터님 경찰서 혼자 가셨어요?
저라도 부르시지
오빠분이 오셔서 같이 갔습니다
(라이언) 아까 합의했다고 연락도 왔고요
오빠가 있어요?
(경아) 성 큐레이터님 외동딸이라고 들었는데
- (은기) 다녀왔습니다 - (영숙) 응
[밝은 음악] (은기) 어? 남 편 왔네?
[은기가 살짝 웃는다]
웬일이야?
내가 네 친구냐?
'남 편'? '웬일이야'?
남 편집장님, 오셨습니까?
[영숙의 웃음]
반가운 척이라도 좀 해라 오랜만에 보는 엄마한테
[은기의 웃음]
- 아이고, 아이고, 아유 - (은기) 아유, 아이고
'유도 남자 은메달리스트'
'남은기'?
[은기가 수저를 달그락거린다]
- 밥 더 줘? - (은기) 응
(영숙) 자, 으쌰
언니, 얘 이제 와도 밥 주지 말라니까
언제까지 거둬 먹일 거야?
(영숙) 아, 자식이 배고프다는데 어떻게 안 줘?
남 편은 몰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른 걸
[세연의 헛웃음]
아니, 누가 들으면 뭐
언니가 친엄마고 나는 계모인 줄 알겠다
너 성도 내 성 따라서 남은기거든? 성은기 아니거든?
솔직히 남 편
나 낳기만 했지 키우긴 엄마가 다 키웠잖아
(은기) 완전 독박 육아 남 편은 지분이 없어요
20년은 엄마가 키워 주고 국대 달고 나라가 키워 주고
난 돈 벌었다? 돈 버는 건 쉬워?
그래, 네 엄마가 바깥일 했으니까 너 먹이고 입혔지
[은기가 살짝 웃는다]
같이 키운 거야, 언니는 사랑으로 나는 돈으로
[은기의 헛웃음]
그것도 안 하면 사람이야?
남의 둥지에 알 낳고 도망간 뻐꾸기가
아이고, 우리 은기 잘 먹는다, 허!
은기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
[웃음]
(세연) 자, 다 큰 자식 보모비 주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다
얘 밥값
(영숙) 아이고, 안 줘도 된다니까
(세연) 안 돼, 안 돼, 받아야 돼 이거라도 안 주면 얘 잔소리, 잔소리
아니, 무슨, 운동한 애가 근육보다 입발이 더 세요
[웃음]
(영숙) 아이고,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받겠습니다
(세연) 네
자기랑 나는 무슨 인연일까, 응?
산부인과에서 만나 지금까지
언니가 미혼모 하나 구제한 거지
인생 기브 앤드 테이크야
아, 나도 자기 덕분에 견뎠지
(영숙) 나한테 따박따박 돈 갖다주는 사람 자기밖에 없잖아
[봉투를 탁 내려놓으며] 내 남편이 그랬으면 업고 다녔다
[쓱쓱 소리가 들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근호가 입바람을 후후 분다]
[한숨]
[우아한 음악]
[차 문이 달칵 여닫힌다]
(소혜) 내가 공식적으로는
병원에 누워 있어야 할 사람이라 짧게 할게요
성덕미 큐레이터 아이돌이랑 스캔들 났어요
난 너무너무 너무너무 싫어요
성덕미 당장 잘라요
말 그대로 사실이 아닌 스캔들이고 그런 걸로 불이익을 주진 않을 겁니다
사실인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해요?
일단 소문이 났다는 게 중요한 거죠
내 얼굴에 먹칠을 해도 정도가 있지
(소혜) 미술관의 격과 품위를 지켜야 할 큐레이터가
어떻게 그런 해괴망측한 구설수에 올라요?
당장 해고하세요
해고해요, 당장
무슨 자격입니까?
(소혜) 응?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내 직원을 해고하라고 하는 겁니까?
나 엄소혜인데?
내가 채움 관장직을 수락한 조건 딱 하나였죠
모든 권한을 내려놓으시라
(라이언) 채움과 채움 직원들에 대한 어떤 결정, 판단
하지 마세요
[멋쩍은 웃음]
(소혜) [컵을 탁 내려놓으며] 아니 내가
어쩔 수 없이 집안 사정 때문에 사…
배우자의 배임 및 횡령이 집안 사정입니까?
(라이언) '미술관의 격과 품위'
채움미술관의 이름을 사회 경제 면에 나오게 하신 분이
고작 연예 가십 때문에 이러시는 건 좀…
우습네요
(소혜) 우스워요?
화났구나?
아, 해고하기 싫구나?
그러면 직원이 본인 의지로 내는 사표는 받으실 거죠?
사람 치우는 데 방법이 뭐 하나만 있겠어요?
아, 권한? 음
어쨌든 내가 앉힌 사람이라서
뭐, 일단 상의하는 척은 해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오긴 왔습니다
근데 그냥 내가 알아서 할게요, 바이
엄소혜 전 관장님
(소혜) 네?
궁금한 게 있는데
예스
이바노프 작품 어디 있습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무슨 작품?
중국 경매장에서 낙찰받은 이바노프 작품
어디 있습니까?
왜 서류 한 장 남아 있질 않고 수장고에도 없는 걸까요?
난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네
검사가 물어보면 기억이 나시려나요?
재판 아직 남았죠?
어, 성덕미 큐레이터가 얘기하던가요?
[웃음]
아니요, 그, 경매장에서 우연히
됐어요
김 비서
(소혜) 김 비서!
[문이 쾅 열린다]
생각보다 순진하시네
응, 거기 있어
(덕미) 관장님, 무슨 일…
[무거운 음악]
[떨리는 숨소리]
관장님
성 큐
내가 성 큐를 엄청 믿었거든
근데 나한테 왜 그렇게 하지?
아, 그 기사에 나온 아이돌과의 스캔들은 사실…
내가 지금!
내가 지금 그 얘기 하는 거 아닌데
(소혜) 내가 앞으로 지켜볼게, 성 큐
응?
정신을 차려
[소혜의 비명]
[차 문이 달칵 여닫힌다]
[자동차 시동음]
[잔잔한 음악]
(라이언) 성덕미 큐레이터
네, 관장님
내가 바로 퇴근하라고 했죠
왜 왔습니까?
서류 보낼 게 있어서
(덕미) 근데 이렇게까지 화내실 일은 아닌 것 같은데
[한숨]
들어가 보세요
네
(세연) 잠은?
아직도 체육관에 텐트 치고 자?
(은기) 체육관에서도 자고 덕미 방에서도 자고
덕미 집 나갔잖아
엄마가 빌린 돈 다음 달까진 꼭 갚을게
그 돈으로 원룸이라도 하나 구해
무리하지 마, 나 괜찮으니까
아, 그래도 잠은 한 군데서 자야지
쯧, 이제 와서 이런 걱정 하는 거 너무 양심 없나?
[살짝 웃으며] 아니야
아, 그러게 왜 체육관은 차려 가지고!
아, 요즘 누가 체육관에 온다고
코치를 하지
엄마, 엄마
유도가 얼마나 재밌는데 이 재밌는 걸 나 혼자 해, 어?
전 국민이 생활 체육으로 유도를 하는 그날까지
[세연의 헛웃음] (은기) 이 올림픽 메달리스트 남은기가 앞장서야 된다
난 그렇게 생각하네
(세연) 으이그, 으이그, 으이그 말발은
아주 해설을 하시죠
아참
아까는 언니 앞이라 얘기를 못 했는데
나 오늘 이상한 말 들었다?
미술관 큐레이터가 아이돌이랑 연애한다고
근데 그거 덕미 같던데?
아, 헛소문이지, 덕미가 무슨
아무리 헛소문이라도
(세연) 그런 일로 입에 오르내리는 거 안 좋아
뭐야, 여기, 왜 이래? 여기 울긋불긋한데? [은기의 아파하는 신음]
- 아, 뭐 물렸나 봐, 아이 - (세연) 봐 봐
(은기) 어이, 운전 조심해, 깜깜하다
[세연의 헛웃음]
왜, 뻐꾸기 엄마라도 걱정은 되나 보지?
[은기와 세연의 힘주는 신음]
뻐꾸기 엄마라도 있으면 좀 낫지
[은기와 세연의 힘주는 신음]
[세연의 웃음] 빨리 가
엄마 갈게
- 운전 조심해 - (세연) 응
[다가오는 발걸음]
(경비) 어? 관장님, 보안 시스템…
- 쉿 - (경비) 예?
[잔잔한 음악]
(라이언) 왜 퇴근 안 하고 여기 있습니까?
오늘 힘들었을 텐데
힘들어서요
전 힘들면 그림이 보고 싶거든요
(라이언) 그림이 위로가 됩니까?
이게 좀 이상한 위로예요
[덕미의 한숨]
이런 날은 사실 저한테 좀 따지고 싶기도 해요
'이리저리 치이고 몸도 마음도 지치고'
'알아주지도 인정해 주지도 않는데'
'넌 꼭 이 일을 하고 싶니?'
'저 작품들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니?' 하고
[한숨]
그럴 가치가 있나요?
아니요
예술이 아무리 위대하다 한들 살아 있는 사람보다 위대하겠어요?
아무리 초라해도
저 벽에 고고한 척 걸려 있는 그림들보다
난 훌륭해요
이렇게 살아 있고 또 살아가니까
아, 관, 관장님 앞에서 할 말은 아닌데
그냥 정신 승리예요
어, 물론 관장님 작품은
저보다 훨씬 더 훌륭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덕미의 멋쩍은 웃음]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내 작품은 대단하고 훌륭하다'
'나 같은 거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잔잔한 음악]
내가 해외 입양아인 건 알죠?
네
친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아이
그래서 놀림받고 손가락질받고
무시당하는 게 익숙했던 아이
근데 그런 아이가 그린 그림은
칭찬만 받아요
[헛웃음]
그림을 안 그리는 내가 단지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 작품보다 위대하다고 느껴 본 적이 없어요
고마워요, 알려 줘서
[살짝 웃는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네? 뭐가요?
엄 관장한테 이바노프 작품 얘기했어요
(라이언) 낙찰받은 그림 어디 있냐고
그래서
아, 그래서 때렸구나
[한숨]
괜히 괜찮은 척했네, 창피하게
- 성 큐레이터 - 잊어 주세요
저도 잊을 거니까
일어나시죠
[멀어지는 발걸음]
근데 관장님은 사과를 참 잘하시네요
아, 비꼬는 거 아니고 좋은 의미로요
[멋쩍은 웃음]
방금 전도 관장님이 말 안 했으면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이었잖아요
잘못을 인정하고 고백하고 사과한다는 거
쉽지 않은 일인데
그것도 상사가 부하 직원한테는 더더욱
정은 없지만 비겁하긴 싫거든요
들으셨어요?
날 버린 사람들처럼 무책임한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아요
(라이언) 데려다줄게요
오늘 힘들었을 테고, 또
(덕미) 저한테 미안해서요?
아직 안 잊었어요? 잊으라니까요
전 오늘 먼저 갈게요 혼자 좀 걷고 싶어서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자동차 시동음]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의미심장한 음악]
[기어 조작음]
[무거운 효과음]
[잔잔한 음악]
(덕미) 무슨 일…
(덕미) 아무리 초라해도
저 벽에 고고한 척 걸려 있는 그림들보다
난 훌륭해요
이렇게 살아 있고 또 살아가니까
[긴장되는 음악]
"널 찾을 것이다 그리고 널 죽일 것이다"
[무거운 효과음]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자동차 가속음]
[덕미의 비명] [타이어 마찰음]
[놀란 숨소리]
[안전띠를 달칵 푼다]
(라이언) 성 큐레이터
괜찮아요?
잠깐 기다려요
[떨리는 숨소리]
당신 뭐야?
저 여자, 내 여자 친구야
[밝은 음악]
내 여자 친구라고!
(덕미) 내 남친이야
(은기) 근데 왜 관장이냐고 나도 있는데
(라이언) 제가 차시안 씨 홈마에게 돌려줄 물건이 있는데
누구세요?
이 사고, 나 때문이야
(신디) 채움에서 많은 것을 보고 확인하고 싶습니다
(팬17) 그럼 그 아줌마가 시안이 팬일 수도 있다는 거야?
(라이언) 특별한 팬인가 봅니다 시나길 님이
(시안) 비밀 지켜 주실 거죠?
(덕미) 거짓말 한 번이면 돼
이런 말씀 드리기는 좀 부끄럽지만
(라이언) 날 가져 봐요, 여자 친구인데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