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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사생할 4

 

성 큐레이터

 

괜찮아요?

 

잠깐 기다려요

 

당신 뭐야?

 

저 여자, 내 여자 친구야

 

[잔잔한 음악]

 

내 여자 친구라고!

 

저 여자!

 

(남자1) [웃으며] 축하합니다

 

[남자1의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기어 조작음]

 

불법 주차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아, 계속 저러시네요 [흥미로운 음악]

 

그래요 [헛기침]

 

저 여자, 내 여자 친구야

 

내 여자 친구라고!

 

[핸들을 탁 잡는다]

 

너무 어르신이라 더 강하게 말씀드리기가 좀… [남자1의 웃음]

 

축하합니다

 

(덕미) 어이쿠

 

관장님, 괜찮으세요?

 

연유라테라도 한 잔 사다 드릴까요?

 

[흥미로운 음악]

 

(덕미) [살짝 웃으며] 관장님

 

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음, 오해할 수 있죠

 

낮에 그런 일도 있었고 그리고 왜 검은 차는 좀 의심스럽잖아요

 

저도 검은 차는 좀

 

그리고

 

아, 직원의 안전을 위해서 그러신 거니까 충분히 그런…

 

[웃으며] 아무튼 잊을게요

 

아니, 저 사실 벌써 다 잊었어요

 

저, 정말, 네

 

- 성덕미 큐레이터 - 네?

 

- 그냥 내가 하죠 - 뭘요?

 

성덕미 씨 남자 친구

 

네?

 

날 가져 봐요, 잠깐

 

[잔잔한 음악]

 

[덕미의 새어 나오는 웃음]

 

[쨍그랑 깨지는 효과음] (덕미) 아, 죄송해요

 

[웃으며] 너무 웃겨 가지고

 

저 오늘 처음 웃어 봐요

 

[덕미의 웃음]

 

웃으라고 한 말 아닙니다

 

[잔잔한 음악]

 

그럼 관장님 저 좋아하세요?

 

그건 더 아니겠죠

 

[쨍그랑 깨지는 효과음] 하, 근데 왜 남자 친구를 해 준대?

 

자기를 왜 가져 보래? 난 하나도 안 갖고 싶은데

 

[흥미로운 음악] 하나도 안 갖…

 

잠깐

 

(라이언) 잠깐이라는 말 못 들었습니까?

 

잠깐, 가짜로 남자 친구인 척하겠다고요

 

- 네? - 애인인 척해요, 나하고

 

[헛웃음]

 

(라이언) 성 큐레이터

 

(덕미) 네

 

아까 내가 한 말 좀 더 생각해 보는 게 어때요?

 

아까 일이 너무 당혹스럽고 부끄러우셔서 이러시는 거 같은…

 

성 큐레이터 신상 정보 하루도 안 돼서 공개됐습니다

 

(라이언) 가족, 친구 다른 사생활도 그럴 수 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선주) 이러다 네가 시안이 팬인 거

 

홈마 시나길인 것까지 다 털리면

 

(선주와 덕미) 소름

 

나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걸?

 

- 이슬처럼 - (덕미) 어

 

- 하지만… - 차시안 씨 집에 함께 간 것도 나고

 

그 옷을 빌려준 것도 납니다

 

옷은 소속사 측에서 헷갈린 거고

 

소속사에서 한 거짓말 때문에 일이 더 커졌습니다

 

(덕미) 이런 상황에서 또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 거짓말 한 번으로 다 해결할 수 있다면요?

 

(라이언) 유 큐레이터 말대로

 

성 큐레이터가 만나는 사람을 공개하는 게 제일 쉽긴 하지만

 

[한숨 쉬며] 있어야 공개를 하죠

 

그러니까요

 

만약에 제가 진짜 거짓말을 한다 쳐요?

 

어디에 올려야 돼요?

 

(덕미) 제 개인 SNS에 갑자기 올리는 건

 

너무 급조한 티가 나지 않을까요?

 

그건 내가 고민을 좀 더 해 볼게요

 

성 큐레이터는 할지 말지만 생각해 봐요

 

그럼

 

[흥미로운 음악]

 

[차 문이 달칵 여닫힌다]

 

[자동차 시동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은기) 그러는 게 더 튀거든, 어?

 

여기서 누가 널 알아본다고 그러냐?

 

혹시 모르잖아 문병 온 손녀가 시안이 팬일지

 

하, 야

 

너는 차시안 덕후라 차시안이 세상 전부겠지만

 

세상 사람들은 차시안한테 그렇게 관심이 없어요

 

(은기) 차시안이 누구인지도 몰라

 

차시안? 아무것도 아니야

 

[익살스러운 음악]

 

차시안은 몰라도 성덕미는 알아 둬

 

성덕미는 내 새끼 욕하는 놈을 가만두지 않아

 

차시안, 씨…

 

(은기) 아이, 가, 가짜 뭐?

 

(덕미) 가짜 연애

 

애인 있는 척이라도 하면 좀 해결되지 않을까?

 

(은기) 가지가지 하다 그런 짓까지 하다니

 

야, 그냥 덕질 때려치우고 진짜 연애를 해

 

덕질이 때려치운다고 해서 때려치울 수 있는 게 아니야

 

누름 굿을 해도 막을 수 없는 게 덕후 신이라고

 

아니, 아이돌이 뭐라고 인생을 던져서 실드 칠 생각을 하냐?

 

실드가 아니라 그건…

 

됐다, 머글은 몰라도 돼

 

저게 진짜…

 

(근호 모) 역시 아들이 최고다

 

제 엄마 아프다고 하니까는 그냥 최고로 유명한 병원에

 

최고로 유명한

 

응? 선생님한테 이렇게 수술도 받게 해 주고

 

걔 그렇게 됐을 때

 

내가 아들 하나 더 낳으라고 했지?

 

아유

 

[근호 모의 못마땅한 신음]

 

내가 뭐, 못 할 말 했냐?

 

쓸데없이 남의 자식은 데려다가

 

(영숙) [칼을 탁 내려놓으며] 어머니

 

병원 알아본 것도 저고요

 

의사한테 수술 예약한 것도 저예요

 

아들 덕분이 아니라 며느리 잘 둔 덕분이죠

 

[근호의 헛기침]

 

(근호 모) 응? 우리 아들 얼굴이 왜 이래?

 

아주 그냥 팍 상했네, 응?

 

쟤가 너 구박하냐?

 

너, 네 서방 귀한 줄 알아라, 응?

 

돈 좀 번다고선 술 퍼먹고 담배 피워 대고

 

바람이나 피우는 그런 놈들보다는

 

네 서방이 백배 낫다

 

응? [근호의 헛기침]

 

(영숙) 이 사람이 돈만 못 벌어요?

 

살림을 할 줄 아나 생글생글 웃기를 하나

 

말을 잘해서 재밌기를 하나

 

뭐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있어야 데리고 살 맛이 나죠

 

[당황한 신음]

 

아, 인물이 좋잖냐!

 

[익살스러운 음악] (근호 모) 응?

 

아유, 봐라

 

얼마나 잘생겼냐

 

아유

 

저게 진정한 피의 실드지

 

- (덕미) 할머니, 저 왔어요 - 리스펙트 [근호 모가 호응한다]

 

[덕미의 웃음]

 

(은기) [웃으며] 할머니, 저 왔어요 [근호의 웃음]

 

아유 [은기의 힘주는 신음]

 

(덕미) 어디, 거기 편찮으신 데는 괜찮으세요?

 

- 누구… - 채움미술관 관장

 

- 라이언 골드입니다 - 아! 질문 몇 개만 하죠

 

[기자의 당황한 신음]

 

한 가지만 답해 드리죠

 

제가 고소, 고발, 법적 절차 이런 거 좋아합니다

 

근거 없는 추측성 기사 쓰시기 전에 참고하시라고

 

그리고 찾는 분 오늘 휴가입니다 그만 되돌아가시죠

 

자기가 남자 친구야, 뭐야? 참 나

 

[흥미로운 음악]

 

- (팬1) 저 아저씨가 뭐래요? - (팬2) 뭐래요, 뭔데요?

 

[휴대전화 알림음]

 

[휴대전화 조작음]

 

(라이언) 미술관 앞에 기자와 차시안 씨 팬들 와 있습니다

 

휴가라고 했으니 출근하지 마세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주혁) 어서 오세요

 

[한숨 쉬며] 주혁아, 나 커피 좀

 

(주혁) 샷 추가해 드려요?

 

응, 투 샷

 

아니다, 쓰리 샷, 정신 좀 차리게

 

(선주) 왜? 또 무슨 문제 있어? [커피 머신 작동음]

 

사자한테 문자 왔어

 

지금 미술관 앞에 기자들 있다고 나보고 출근하지 말래

 

[한숨]

 

네 이름이 팬덤 내에서만 소문으로 떠도는 거하고

 

(선주) 기사로 박제되는 거는 차원이 아예 다른 문제인데

 

나 그냥 가서 '차시안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다' 인터뷰라도 할까?

 

야, 네가 뭐라고 말하든

 

'차시안의 그녀 전격 고백' 이렇게 나갈 거야

 

그렇지?

 

(선주) 야, 야 [선주의 다급한 숨소리]

 

[경쾌한 음악]

 

(팬3) 아이스아메리카노 세 잔이요

 

그 아줌마 휴가라서 안 나온다고 기자가 그랬지?

 

기자 말 믿어도 되는 거야?

 

나는 기자고 기사고 이제 아무것도 안 믿어

 

(팬3) 그 아줌마 얼굴이나 보려고 했더니, 씨

 

(팬4) 신디 홈에서 올라온 글 보니까 예쁘긴 좀 예쁘데?

 

[팬3의 비웃음]

 

(팬3) 예뻐 봤자 아줌마지

 

(팬5) 근데요 우리 사촌 언니가 그러는데

 

그 큐레이터 덕후 출신 같대요

 

동방신기 카시오페아 1기 때 본 것 같대요 [놀란 숨소리]

 

덕질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잖아요?

 

(팬4) 그럼 그 아줌마가 시안이 팬일 수도 있다는 거야?

 

(팬3) 진짜 시안이 팬이면

 

같은 팬끼리 염장 지른 거면 가만 안 둬

 

그 아줌마 죽이고 난 천국 간다

 

으! 카드 주세요

 

[마우스 클릭음]

 

[다가오는 발걸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덕미) 늦어서 죄송합니다, 관장님

 

(라이언) 출근 안 해도 된다고 했을 텐데요

 

밖에 기다리는 사람들 없었습니까?

 

네, 카페에 있다가

 

미술관 앞에 아무도 없는 거 확인하고 들어왔습니다

 

(덕미) 신경 쓰이게 해서 죄송합니다

 

당분간 기자들을 피해서…

 

피하는 거보다

 

오히려 이용해 보는 거 어떻습니까?

 

이용이라니요?

 

성 큐레이터와 내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보이는 거죠

 

(라이언) 예를 들면 출퇴근을 같이 한다거나

 

뭐,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사가 날 것 같은데

 

기사가 나겠죠

 

'차시안의 그녀 양다리였나?'

 

(덕미) '차시안 공개 이별'

 

'차시안 뒤통수 맞았나?'

 

그러다 제 부고 기사까지 나겠죠?

 

- 아 - (덕미) 지금 차시안 씨 팬들은

 

언론이나 소속사 말은 믿지 않을 겁니다

 

(덕미) 아마 그 팬덤 내의 정보를 더 신뢰할 거고요

 

팬덤 내의 정보를 더 신뢰한다

 

소속사에서 낸 기사보다

 

차시안 씨 스토커의 말을 더 믿는 것처럼?

 

네, 뭐, 그렇지 않을까요?

 

그럼 우리도 같은 방법을 쓰면 되겠네요

 

같은 방법이요?

 

그건 내가 좀 더 알아보고 말씀드리죠

 

아, 안 작가님 미팅 잡혔습니까?

 

아, 네, 안 작가님은 오늘 오후가 좋으시다고

 

저도 괜찮습니다

 

네, 그럼 시간 다시 정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시안)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시나길 님 같아요

 

특별한 팬인가 봅니다, 시나길 님이

 

연예인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는 팬들을 홈마라고 하는데

 

(시안) 이분은 저뿐만 아니라 다른 팬들한테도 좀 특별할 거예요

 

예전에 어느 공연에서

 

우리 멤버들끼리 싸워서 표정이 안 좋았다

 

뭐, 곧 해체한다

 

이런 루머가 돌았었거든요?

 

그때 시나길 님이 우리 공연장에 왔던 홈마들 사진 다 모아서

 

표정 안 좋은 적 없고 싸울 시간도 없었다

 

증거 자료 올리고 팬들 안심시켜 줬어요

 

그 일 이후로 팬들이 시나길 님을 좀 신뢰한달까?

 

소속사보다 일을 더 잘하는 것 같아요

 

[서랍을 드르륵 연다]

 

[서랍을 드르륵 닫는다]

 

[다가오는 발걸음] (덕미) 관장님

 

[강조되는 효과음] [밝은 음악]

 

성 큐레이터?

 

[다가오는 발걸음]

 

왜 그래요?

 

- 혹시 폰으로도… - (덕미)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라이언) 소속사에서 낸 기사보다

 

차시안 씨 스토커의 말을 더 믿는 것처럼?

 

그럼 우리도 같은 방법을 쓰면 되겠네요

 

(덕미) 설마?

 

[라이언이 컵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라이언) 바로 찾아뵀어야 됐는데 죄송합니다

 

(명섭) 새로 부임하셔서 정신없이 바쁠 시기에

 

내 생각이 짧아 일거리를 보탰습니다

 

[명섭의 웃음]

 

성 선생도 나 때문에 마음고생했죠?

 

[살짝 웃으며] 아닙니다

 

제가 부족해서 심려 끼쳐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라이언) 성덕미 큐레이터가 말씀드린 대로

 

이번 채움 5주년 특별전은…

 

(명섭) 아, 그 얘긴 더 이상 안 해도 됩니다

 

내가 욕심이 과했습니다

 

[명섭의 웃음]

 

외람되지만

 

더 큰 욕심 내 주셨으면 합니다

 

[라이언이 서류를 사락 집는다]

 

(라이언) 뉴욕 모노 아트 갤러리 전시 기획안입니다

 

(명섭) 뉴욕 모노 아트 갤러리?

 

뉴욕에서 안 작가님 개인전을 꼭 열고 싶었는데

 

이제야 기회가 닿은 것 같습니다

 

내가 이 나이에…

 

(덕미) 해외 진출하실 딱 좋은 연세시죠

 

축하드립니다, 선생님

 

[밝은 음악] 다 성 선생 덕분이에요

 

[덕미의 웃음] 고마워요

 

[명섭의 웃음]

 

[명섭이 서류를 사락거린다]

 

(덕미) 저 안 작가님 작품으로

 

해외 전시 꼭 한번 해 보고 싶었거든요

 

늦게 빛을 본 분이라 항상 아쉬웠는데

 

아, 저, 안 작가님 작품은 제가 제일 잘 알아요

 

저한테 맡겨 주시면 완벽하게 차질 없이 준비해 볼게요

 

그래요

 

모노 아트 갤러리 담당자 연결해 줄게요

 

 

아, 근데 관장님?

 

[어색한 웃음]

 

아까 말씀하신 그 방법이라는 게 어떤 거예요?

 

스토커와 같은 방법?

 

아, 성덕미 큐레이터는 잘 모르겠지만

 

홈마라는 게 있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홈마요?

 

(라이언) 아이돌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는

 

그래서 팬들 중에서도 좀 유명한 팬이죠

 

아, 그런데요?

 

제가 차시안 씨 홈마에게 돌려줄 물건이 있는데

 

(라이언) 연락하는 김에

 

부탁을 좀 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봤어요

 

우리가 하는 변명보다 차시안 씨 홈마가 하는 말이

 

팬들한테 훨씬 신뢰가 갈 테니까요

 

[어색한 웃음]

 

근데 그쪽이 그 부탁을 들어줄까요? 안 해 줄 것 같은데

 

그분이 나한테 빚을 좀 진 게 있어서요

 

해 준다면 하실 겁니까?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니요!

 

[어색한 웃음]

 

(덕미) 아, 제 성격상 거짓말 같은 건 좀 안 맞아서요

 

[한숨 쉬며] 성 큐레이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소문이 잠잠해질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럼

 

타시죠

 

[차 문이 탁 닫힌다]

 

- (팬6) 택시 섭외했지? - (팬7) 했어

 

(팬8) 오빠 지금 오는 거야?

 

[팬들의 환호성]

 

(팬9) 시안아, 시안아

 

- (팬10) 뭐야, 뭐야? - (팬9) 그 소문 진짜 아니지?

 

[팬9의 놀란 신음] [팬들의 놀란 신음]

 

- (팬11) 뭐야? - (매니저) 야, 이씨, 미쳤냐?

 

(팬12) 오, 오빠! [팬들이 소리친다]

 

[차 문이 드르륵 닫힌다]

 

형 좀 살살 하죠? 그래도 제 팬인데

 

그게 아니라 아까 걔가…

 

피곤하겠다, 쉬어

 

[타이어 마찰음]

 

야, 너 운전 똑바로 안 해?

 

- 사택 붙어서요 - (매니저) 사택?

 

[흥미진진한 음악]

 

[팬들이 소리친다]

 

[팬들이 소란스럽다]

 

[소란스럽다]

 

수고했다, 시안아, 들어가서 푹 쉬어

 

(시안) 네

 

[쿵 소리가 난다] [타이어 마찰음]

 

(매니저) 야, 뭐야? [아파하는 신음]

 

(근호) 옳지, 옳지

 

[근호가 말한다] (TV 속 앵커) 아이돌 그룹 화이트오션의 멤버 차시안 씨가

 

탑승한 차량이 20대 여성 팬을 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서울 강남 경찰서에 따르면 18일 오후 10시경

 

서초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시안 씨가 탑승한 차량이

 

20대 여성 팬인 김 모 양을 치는 사고를 냈다고 밝혔습니다 [승민의 한숨]

 

차시안 씨… [TV 종료음]

 

(승민) 자기야, 오빠를 사흘 만에 보는데, 어?

 

설마 저기, 나 두고 덕미 씨한테 가는 거 아니지?

 

(선주) [그릇을 탁 내려놓으며] 오빠 천천히 먹고

 

건우 데리고 집에 먼저 들어가

 

건우야, 김치 다 먹어야 돼

 

김치 먹여

 

[문이 달칵 여닫힌다]

 

(승민) 가는구나

 

가야지, 그럼, 쯧

 

하나밖에 안 남은 친구인데

 

[승민의 한숨]

 

남편 둘이야? 씨

 

(TV 속 앵커) 차 씨의 차량에 뛰어든 것으로 보고 [도어 록 조작음]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에 있습니다 [도어 록 작동음]

 

[TV 종료음] [문이 달칵 닫힌다]

 

(선주) 성덕미

 

덕미야

 

선주야, 시안이가…

 

시안이도 피해자도 크게 다치진 않았대 괜찮을 거야

 

이 사고 나 때문이야 다 나 때문이라고

 

이게 왜 너 때문이야? 사생 짓 하는 애들이 문제인 거지

 

시안이 차에 뛰어든 팬 사생팬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였지

 

그냥 집에서 조용히 응원하는 안방 팬이었어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의미심장한 음악]

 

(팬9)

 

(팬9) 소속사에서도 더 이상 아무 얘기도 없고

 

시안이한테 직접 물어보고 싶어요

 

너무 답답하고 우울해서 죽고 싶어요

 

그 후로도 '회사 앞이다' '아파트 앞이다'

 

계속 글 올라오다가 사고 이후로 끊겼어

 

아니, 얘는 이 정도 스캔들에 멘탈이 흔들리면 덕질 어떻게 해?

 

내 생각이 짧았어

 

(덕미) 이건 시간만 믿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일이야

 

가만 안 있으면?

 

(덕미) 사자 말이 맞아 거짓말 한 번이면 돼

 

(라이언) 유경아 큐레이터

 

특별전에 참여할 셀럽 리스트 언제까지 됩니까?

 

아, 더블 체크 해야 할 분들이 좀 계셔서요

 

(경아) 내일 중으로 드리겠습니다

 

차시안 씨는 참여 가능할까요? 어제 사고도 났는데

 

차시안 씨는 제가 연락해 보죠

 

- (라이언) 김유섭 씨는 - (유섭) 네

 

(라이언) 대여 작품 보관할 수 있는지 수장고 확인해 주세요

 

[영어] 알겠습니다

 

(라이언) [한국어] 그리고 성덕미 큐레이터

 

성 큐레이터?

 

어? 네

 

[라이언이 펜을 탁탁 친다] [덕미의 당황한 신음]

 

성 큐레이터는 안 작가님 작품 1차 셀렉 같이 하죠

 

알겠습니다

 

저, 관장님

 

(라이언) 무슨 일 있어요?

 

아까 회의 때 집중 못 하는 거 같던데

 

죄송합니다, 실은 차시안 씨 건 때문에

 

(덕미) 그 거짓말 가짜 애인, 가짜 연애

 

한번 해 보면 어떨까 싶어서

 

다시 생각해 보니까

 

시간이 해결해 주길 바라는 건 좀 무책임한 거 같아서요

 

어제 차시안 씨 교통사고도 마음에 걸리고

 

알겠어요, 진행해 보죠

 

근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전에 내가 말한 홈마에게

 

우리를 인터뷰해 달라고 부탁할 생각입니다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선주) 아니, 인터뷰?

 

시나길을 직접 불러서?

 

(덕미) [웃으며] 어

 

(선주) 하, 홈마를 잘못 이해하고 계시는 거 아니야?

 

아니, 어디서부터 가르쳐 줘야 돼?

 

나 아까 아는 척할 뻔했잖아

 

[덕미의 웃음] [선주의 헛웃음]

 

아니, 왜 자꾸 웃는 건데 아, 어떡할 거야!

 

나한테 다 계획이 있지

 

[휴대전화 알림음]

 

[익살스러운 음악] (덕미) 안냐세염

 

으, '안냐세염'?

 

왜, 이상해?

 

- 아니, 뭐 하는 거야? - (덕미) 아니

 

평소에 지적이고 우아한 내 모습과 정반대여야지

 

나인 걸 모를 거 아니야, 아니야?

 

[고민하는 숨소리]

 

그냥 해도 티 안 날 거 같은데?

 

그래? 알겠어

 

[헛기침]

 

[몽환적인 음악] [새가 짹짹 지저귄다]

 

[발이 탁 걸린다]

 

[킁킁거린다]

 

(라이언) 시나길 님?

 

채움미술관 관장 라이언 골드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전에 공항에서 한 번 뵌 적 있어요

 

사진 찍다 사다리에서 떨어진 적 있죠?

 

[흥미로운 음악] [놀란 숨소리]

 

아, 그, 제 밑에 깔려 계셨던 분?

 

[사자 울음 효과음]

 

네, 그 에어 매트가 바로 접니다

 

그때는 제가 정말 죄송했습니다

 

사과를 받으려는 건 아니고

 

시나길 님 수첩을 제가 가지고 있어서 연락드렸어요

 

[놀라며] 어머, 그걸 라이언 골드 님이 갖고 계셨구나

 

돌려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그런데

 

음, 용건은 그게 다인가요?

 

아…

 

[라이언의 난처한 숨소리]

 

- (덕미) 어… - 그게…

 

(덕미) 어…

 

채움미술관이면 이번에 우리 시안이가 스캔들 났던

 

그 큐레이터분이 계신 곳 아닌가요?

 

실은 그 일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왜요?

 

그 큐레이터 제 여자 친구입니다

 

(선주) 어머!

 

뭐야, 이 박력은?

 

[책상을 탁 치며] 이거 너무 재밌다 또, 또, 또, 사자가 또 뭐래?

 

[덕미가 살짝 웃는다]

 

[흥미진진한 음악] 어, 그러니까 우리 시나길 홈에

 

두 분의 인터뷰와 커플 사진을 올려 달란 말씀이신가요?

 

 

근데 사정상 제가 직접 가긴 그렇고

 

다른 좋은 방법이 있긴 한데

 

믿어 보시겠어요?

 

[사자 울음 효과음]

 

(라이언) 성 큐레이터

 

공범자가 한 명 더 필요해요

 

가짜 연인들의 가짜 데이트를 찍어 줄 가짜 파파라치

 

(덕미) 네, 마침 적임자가 있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살짝 웃는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관장님

 

(선주) 안녕하세요, 관장님

 

여기선 처음 뵙네요

 

- 성 큐레이터? - (덕미) 네?

 

잠깐만

 

저요?

 

적임자라는 분이 저분입니까?

 

아, 쟤가 사진을 좀 찍거든요

 

성 큐레이터와 내가 연인인 척하는 사진을?

 

 

[익살스러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 저분이? - 네

 

[라이언의 한숨]

 

[카메라 셔터 효과음]

 

[덕미가 말한다]

 

[라이언의 한숨]

 

뭐, 차라리 직접 보는 게 마음 편할 수도 있겠네요

 

- 네? - (라이언) 아닙니다

 

(선주) 제가 파파라치 사진을 좀 찾아봤거든요

 

포즈에 참고가 될까 해서

 

[라이언의 한숨]

 

(선주) 이런 거라든지

 

- (선주) 뭐, 이런 거 - (덕미) 이선주

 

이 정도는 해야지 서른 넘은 남녀가 사귄다는데

 

안 그래요, 관장님?

 

사내에서 비밀 연애 하는

 

(라이언) 조심성 많은 커플 콘셉트로 가죠

 

[흥미로운 음악]

 

- 미쳤어? - 왜?

 

- 너 같으면 찍을 수 있어? - 어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선주) 여기 보지 말고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못마땅한 신음]

 

이게 애인인지 부하 직원 혼내는 상사인지

 

왜, 같이 커피 마시는 거 보니까 딱 봐도 애인인데

 

[헛웃음]

 

커피 같이 마신다고 다 애인이면

 

(선주) 나는 무슨, 어? 삼천 궁녀를 거느렸겠네?

 

[덕미가 살짝 웃는다]

 

그럼 이선주 씨라면 뭘 하시겠습니까?

 

진짜 애인이라면?

 

저라면요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야, 이선주 누가 회사에서 이런 걸 해?

 

야, 사귀는데 못 할 게 뭐가 있어?

 

(선주) 진짜 사내 커플들은 더한 것도 한대

 

동물원이 따로 없다던데?

 

여긴 미술관이거든?

 

예술이야말로 욕망의 산물 아니겠니?

 

(선주) 욕망을 담은 메소드 연기 부탁해

 

연기잖아

 

레디, 액션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덕미, '이 남자 갖고 싶다', 어? 그런 눈빛으로 봐야지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라이언의 한숨]

 

그냥 제대로 하죠

 

해요, 진짜?

 

해요

 

[잔잔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쨍그랑 깨지는 효과음] (선주) 관장님, 지금 너무 뻣뻣한데

 

조금만 더 자연스럽게 해 주실 수 있어요?

 

[의미심장한 효과음] [잔잔한 음악]

 

[야릇한 효과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쨍그랑 깨지는 효과음] [놀란 숨소리]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선주) 하,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이선주 씨

 

평소에도 이런 거 즐깁니까?

 

이런 거요?

 

성 큐레이터가 다른 사람과 있거나

 

스킨십하는 걸 좋아하거나

 

(덕미) 아

 

환장하죠, 아… [흥미로운 음악]

 

많이 좋아해요 [덕미의 어색한 웃음]

 

제가 누굴 만나고 만나서 뭘 하고 관심이 많아요

 

그러면서 결혼은 하지 말라고 하고

 

서, 성 큐레이터는 그래도 괜찮아요?

 

그런 게 아무렇지도 않습니까?

 

좋진 않지만 딱히 뭐라고 하기엔…

 

왜 그렇게까지 참아 주는 겁니까?

 

[덕미가 살짝 웃는다]

 

쟤가 돈이 많거든요

 

[돈통 열리는 효과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야, 케미 너무 좋아, 내가 더 떨려

 

(라이언) 이 정도로 끝내 두죠

 

저건 성 큐레이터 사생활이야

 

내가 알 바 아니지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선주) 허, 오늘 화장 너무 잘됐다

 

- (덕미) 그래? - (선주) 너무 잘됐어

 

(선주) 아, 관장님, 출발하시죠

 

어딜 갑니까? 사진 다 찍었잖아요

 

관장님, 연애 안 해 보셨어요?

 

(선주) 할 거면 확실히 해야죠

 

레츠 고!

 

[밝은 음악]

 

(은기) 하나! 둘! [수강생들의 기합]

 

[은기가 코치한다]

 

[수강생1의 기합] (은기)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제대로

 

- (은기) 강건우 - (건우) 네, 간장님!

 

[은기의 힘주는 신음]

 

'간장' 아니고 따라 해 봐, 관장님

 

간장님

 

관!

 

관!

 

그렇지, 관장님

 

간장님!

 

[한숨 쉬며] 됐다

 

너 근데 왜 집에 안 가고 여기 있어? 엄마가 기다리시는데

 

엄마가 바쁘시다고 간장님하고 놀고 오래요

 

놀아?

 

[어색한 웃음]

 

이게 보모 아니라니까, 이씨

 

엄마 왜 바쁜데?

 

엄마 데이트 갔어요

 

뭐, 뭘, 뭘 가?

 

데이트!

 

데이트?

 

[은기의 헛웃음]

 

오케이

 

(선주) 자, 상황 설명해 드릴게요 간단해요

 

두 분은 데이트를 하시고

 

제가 진짜 파파라치처럼 몰래 찍을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안 보이더라도 저 찾지 마시고

 

뭘 이렇게까지

 

관장님, 연애 안 해 보셨어요?

 

해 봤습니다, 연애도 데이트도 많이

 

(선주) 그러니까요

 

많이 하셨던 거 그대로 해 주시면 돼요

 

레츠 고!

 

[밝은 음악] (덕미) 가시죠

 

[카메라 셔터음]

 

(선주) 스톱, 스톱, 스톱!

 

이게 데이트야? 이게 데이트예요?

 

왜? 이게 뭐 어때서

 

지금 이건 삼사십 년 된 부부가 집에서 밥해 먹기 싫어서

 

(선주) 나가서 외식하고 집에 들어가는 그런 그림이야

 

그것도 밥 먹다 싸운 그림

 

디테일하다

 

명색이 데이트인데, 씁

 

[선주의 놀란 숨소리]

 

- 이런 거? - 야!

 

어, 아니면 저런 거

 

[카메라 셔터음]

 

야, 미쳤어? 대충 해

 

어떻게 대충 해? 수천 명을 속여야 되는 일인데

 

(선주) 아니면 손이라도 잡아요

 

레츠 고, 고

 

[덕미의 난감한 신음]

 

[부드러운 음악]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관장님

 

이름들 다 외웠으니까 인사는 그만하죠

 

(덕미) 손잡는 거 싫으시면 그냥 좀 가까이 걸을까 봐요

 

(라이언) 내가 제안한 거니까 할 거면 확실하게 하죠

 

[어색한 웃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즐거운 신음]

 

오케이, 오케이

 

데이트, 데이트

 

- (강사) 하나! - (은기) 데이트… [수강생들의 기합]

 

[못마땅한 신음]

 

(강사) 둘!

 

[수강생들의 기합]

 

[통화 연결음]

 

[수업이 계속된다] (은기) 아, 덕질에도 정도가 있고 실드에도 양심이 있지, 이것들이

 

제 인생을 갖다 바쳐?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은기) 전화까지 씹으면서? 어 [휴대전화 조작음]

 

이게, 진짜, 씨 [통화 연결음]

 

얘는 또 왜 안 받아

 

(강사) 하나!

 

[수강생들의 기합] [한숨]

 

(강사) 둘! [수강생들의 기합]

 

- 강건우! - 네, 간장님!

 

어, 우리 건우 핸드폰 좀 줘 봐

 

[수업이 계속된다]

 

[경보음이 울린다]

 

됐어, 건우야, 따라 해

 

[은기의 웃음]

 

(은기) 잘한다, 한 번 더

 

[밝은 음악]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선주) 오케이

 

좋아, 자연스러워

 

[휴대전화 알림음]

 

건우?

 

[휴대전화 전원음]

 

(선주) 뭐야, 이거 왜 이래?

 

덕, 덕, 덕, 덕미, 덕, 아!

 

아, 어떡해!

 

아, 미치겠네

 

아씨, 건우, 아!

 

[수강생들이 소란스럽다]

 

(선주) 건우야, 어디 다쳤어? 어쩌다 다쳤어?

 

나 안 다쳤는데?

 

(은기) 덕미는?

 

엄마한테 문자 보냈잖아

 

간장님이

 

[익살스러운 음악]

 

(선주) 네가 보냈어? 왜?

 

(은기) 덕미랑 너랑 전화 안 받으니까 건우 걸로 했지

 

근데 덕미는? 걔는 어쩌고 너 혼자 와?

 

덕미를 왜 그렇게 애타게 찾아?

 

좋아 죽는 사이도 아닌데?

 

참, 좋아 죽긴, 한심해 죽겠다

 

걔 제정신 아니지?

 

어떻게 연예인 실드 치겠다고 외간 남자랑 데이트하는 척까지 하냐?

 

그럼 데이트를 외간 남자랑 하지 누구랑 해?

 

 

너도 똑같아

 

(은기) 친구를 말리진 못할망정

 

잠깐

 

(선주) 잠깐만, 그러니까 지금

 

애 엄마한테 애 안전을 가지고 장난 전화를 했다 이거지?

 

[은기의 놀란 신음] (선주) 이 자식이, 씨

 

(은기) 아니, 학부모님

 

지금 학부모님 아이가 보고 있거든요?

 

건우 눈 감아

 

건우 눈 감지 마

 

나중에 봐?

 

- (선주) 건우 가자 - (은기) 성덕 지금 어디서 뭐 하는데?

 

(선주) 건우 옷 갈아입고 와

 

남은기

 

- 너 덕미 좋아하지? - (은기) 야!

 

[부드러운 음악]

 

어디서 그딴 말을!

 

난 그냥 동생을 걱정하는 오빠로서 뭐

 

개소리하지 말고

 

(선주) 피 한 방울 안 섞인 것들이 무슨 오빠 동생이야?

 

잘 들어

 

여자한테 피 안 섞인 남자는 둘 중 하나야

 

조심하고 싶은 남자 조심하기 싫은 남자

 

둘 중 하나라도 되고 싶으면

 

그 남매 놀이 좀 집어치워

 

소꿉놀이할 나이는 지나지 않았니?

 

 

[한숨]

 

뭐라는 거야, 진짜

 

[숨을 후 내뱉는다]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덕미) 야, 넌 집에 가면 간다고 말을 하고 가야지

 

어?

 

어, 그래서 건우는 별일 없는 거지?

 

알겠어, 그럼, 연락할게, 어

 

[통화 종료음]

 

관장님

 

어, 선주가 일이 있어서 먼저 집에 들어갔대요

 

- 사진은요? - 사진은 충분히 찍었답니다

 

- 그럼 그만 가죠 - 네

 

(라이언) 여긴 어린아이들이 많이 보이네요

 

(덕미) 저만한 애들 데리고 놀러 오기 좋은 곳이거든요

 

성 큐레이터도 어릴 때 와 봤습니까?

 

그럼요, 서울 수도권에 사는 애들은 아마 다 와 봤을걸요?

 

관장님!

 

우리 좀 더 놀다 갈래요?

 

[살짝 웃으며] 저도 놀이동산은 오랜만이고 그리고

 

관장님도 한국 오셔서 미술관, 집 이렇게밖에 안 가 보셨잖아요

 

- 병원 - (덕미) 아

 

[어색한 웃음]

 

그리고 저기 저 친구들 중에

 

(덕미) 혹시 차시안 씨 팬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일종의 목격자 같은 느낌?

 

그럼 목격자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보죠

 

[밝은 음악]

 

[사람들의 환호성]

 

어머? 셀카네? [웃음]

 

관장님 [카메라 셔터음]

 

사진을 왜 찍어요?

 

관장님, 웃어 보세요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덕미) 멋있게 좀 해 봐요

 

셀카 많이 찍으십시오

 

셀카 찍기 좋은 곳이거든요 [웃음]

 

이거 한번 해 봐요, 한번

 

[덕미의 웃음]

 

(직원1) 여기요

 

- (덕미) 뗐어요? - 네, 뗐어요

 

(덕미) 이거 봐 봐요, 이걸

 

[함께 웃는다]

 

(라이언) 이거나 떼고 말할래요?

 

(덕미) 사자!

 

사자

 

[덕미의 웃음]

 

귀여워

 

이리 와 봐요

 

앉아 보세요

 

라이언즈!

 

[혀를 굴리며] 라이언이라고요

 

(덕미) 라이언즈, 브이!

 

라이언즈 스마일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웃으며] 썩소 말고 스마일

 

저도 찍어 주세요

 

(덕미) 어, 죄송해요

 

학교 다닐 때 생각이 나서요

 

관장님 앞에서 이런 말씀은 좀 부끄럽지만

 

저 학창 시절 때 사생 대회 나가서 좀 날렸거든요

 

[웃음]

 

아무튼 그때는 당연히 미대에 가고 당연히 작가가 될 줄 알았어요

 

미대 입시 전에 갑자기 손목이 부러지기 전까지는

 

아, 저 재수했거든요

 

아무튼 그때 의사 선생님이

 

다시는 손 못 쓸 수도 있다고 하도 겁을 주셔 가지고

 

엄청 무서웠어요

 

다시는 그림 못 그리게 될까 봐?

 

 

근데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이 저한테 도움이 된 것도 있어요

 

어떻게요?

 

그때 제 소원이

 

'미대에 가서 유명한 작가가 되게 해 주세요'가 아니었거든요

 

그냥 '제발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 주세요'였지

 

(덕미) 봐 봐요

 

뭐, 작가 그림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봐 줄 만한 그림 그리잖아요

 

[덕미가 종이를 사락거린다]

 

[흥미로운 음악]

 

- (라이언) 라이언이 아니라… - (덕미) 선물이에요

 

[라이언의 한숨]

 

"성덕"

 

[은기의 힘주는 신음]

 

(은기) 다음!

 

[힘겨운 신음]

 

[잔잔한 음악] (선주) 피 한 방울 안 섞인 것들이 무슨 오빠 동생이야?

 

(은기) 다음!

 

[힘주는 신음]

 

(선주) 그 남매 놀이 좀 집어치워

 

다음!

 

(선주) 남은기, 너 덕미 좋아하지?

 

[한숨] [수강생2의 아파하는 신음]

 

[쨍그랑 깨지는 효과음] 관장님

 

저를 이렇게 패대기친 남자는 관장님이 처음이에요

 

[수강생2의 탄성]

 

[은기의 당황한 웃음] [수강생2의 웃음]

 

(은기) 아, 머리를 다치셨나 [수강생2의 탄성]

 

[아이들이 저마다 말한다]

 

[신비로운 음악]

 

엄마

 

(덕미) 관장님, 이제 집에 가실까요?

 

네 [아이가 흐느낀다]

 

아빠

 

아빠 잃어버렸어?

 

- 이름이 뭐야? - 민호

 

- 민호야, 이모 손 잡고 - 아저씨랑

 

아빠 만나러 갈까? [잔잔한 음악]

 

관장님, 여기요

 

(남자2) 제가 이쯤에서 잃어버렸거든요?

 

- (남자2) 네, 예, 이쯤에서 - (직원2) 놀이터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 야, 민호야! - (아이) 아빠!

 

(남자2) 괜찮아? 아빠가 걱정했잖아!

 

[남자2의 한숨] [차분한 음악]

 

아유, 어디 다친 데 없어, 어? 어디 봐

 

그러니까 아빠 꼭 따라다니라고 했잖아, 아유

 

(덕미) 관장님

 

근데 손잡는 거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요?

 

(라이언) 아

 

아이 손을 그렇게 떼어 내고 싶진 않아서요

 

- 왜요? - 옛날 생각이 나서요

 

(라이언) 난 손을 잡는 게 싫은 게 아니라

 

잡았다가 놓는 그 순간이 싫은 거거든요

 

따스함은 사라지고 세상에 나 혼자 남는 기분이라

 

그럼 아예 손을 안 잡는 거예요?

 

전 손잡는 거 되게 좋아해요

 

선주가 그러는데 술 취하면 더 심해진대요

 

주사?

 

그러니까

 

(덕미) 어, 혹시라도 아주 혹시라도

 

누군가의 손이 잡고 싶다거나 아니면 잡고 놓고 싶지 않을 때

 

빌려드린다고요, 제 손

 

[웃음]

 

(덕미) 아, 좋다, 어? 어머!

 

오늘은 이 정도만 빌리죠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하죠, 여자 친구인데

 

[살짝 웃으며] 오늘 즐거웠어요

 

가짜 데이트지만

 

잘 해결됐으면 좋겠네요

 

사진은 제가 홈마에게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럼 전 가 볼게요 내일 뵙겠습니다

 

[기어 조작음]

 

아, 되게 찔리네

 

[코를 훌쩍인다]

 

어, 깜짝이야! 아…

 

[한숨] (은기) 왜 그렇게 놀라?

 

죄지었냐?

 

(덕미) 죄는 무슨

 

전생에 지은 죄로 현실이 시궁창이구먼

 

나 이번 생엔 착한 일만 하고 성불할 거야

 

왜 사자야?

 

뭐?

 

어차피 가짜 애인 행세하는 거면 누구라도 상관없는 거잖아

 

근데 왜 관장이냐고

 

나도 있는데

 

[덕미의 탄성]

 

너 돈 필요하구나?

 

- 뭐? - (덕미) 찬스였겠지

 

가짜 애인 행세하고 돈 뜯어낼

 

야, 넌 날 뭐로 보고, 쯧

 

(덕미) 자, 자

 

지금 당장은 이거밖에 없어

 

더 필요하면 월급날 줄게

 

아, 그게 아니라…

 

(덕미) 남 편집장님 지금 좀 힘드셔

 

솔직히 예술 잡지가 돈 되는 시대는 지났잖아

 

네가 빌려드린 돈 그거 못 받을 수도 있어

 

빌려드린 거 아니거든? 그냥 드린 거지

 

오, 효자인데?

 

(덕미) 아무튼 돈 필요하면 나한테 얘기해, 소액만

 

고액은 선주한테 하고

 

돈 필요하다고 얘기하면 되지 뭘 그렇게 빙빙 돌려서 얘기하냐?

 

자기랑 나랑 남인가?

 

- 남이지! - (덕미) 남이면 좋겠다

 

[웃으며] 솔직히 너랑 나랑 애인이라 그러면 누가 믿냐?

 

쓸데가 없어요, 쓸데가, 가

 

[도어 록 조작음] [부드러운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라이언) 시안은 나의 길 님

 

말씀하신 콘셉트대로 찍은 사진을 첨부해 보냅니다

 

어려운 부탁 들어주셔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웃음]

 

추신, 증거 사진도 첨부합니다

 

증거 사진?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마우스 클릭음]

 

[살짝 웃으며] 완벽해

 

[숨을 들이켠다]

 

자, 그러면 작업해 볼까?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웃음]

 

[웃음]

 

어머, 내 표정 왜 이래?

 

[헛웃음]

 

아, 나 너무 순수하다

 

[웃으며] 아, 나 욕망이 너무 순수해

 

어떡해, 더워

 

[의미심장한 음악]

 

(팬13) 한국엔 저 옷 한 벌밖에 없다더니

 

신디 구라, 허세 오지고요

 

(팬14) 신디 년 때문에 우리만 극성 팬덤으로 낙인

 

[헛웃음] 이거 현실이냐?

 

[한숨]

 

(팬15) 신디가 싼 똥 시나길이 싹 치우네

 

아이씨!

 

사귀는데

 

여자를 혼자 보내?

 

[잔잔한 음악]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어두운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도어 록 조작음]

 

(라이언) 누구세요?

 

[도어 록 오류음]

 

누구세요!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시안의 힘겨운 신음]

 

[웃음]

 

[힘겨운 숨소리]

 

차시안 씨

 

 

[힘겨운 신음]

 

(라이언) 일어나셨습니까?

 

물 마셔요, 목마를 텐데

 

[시안의 멋쩍은 숨소리]

 

(시안) 제가 어떻게 여기…

 

어떻게라…

 

내가 어제 본 건

 

(라이언) 저기서부터 여기까지

 

헤엄쳐서 왔습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도어 록 작동음] [시안의 힘겨운 신음]

 

[힘주는 신음]

 

[카메라 셔터음]

 

[한숨]

 

옷은 스스로 벗었고

 

(라이언) 담요는 차시안 씨 체온 유지를 위해서라고 해 두죠

 

더 궁금한 거 있어요?

 

아니요

 

현명하네요, 옷부터 입어요 출근해야 되니까

 

 

[엘리베이터 도착음]

 

저…

 

비밀 지켜 주실 거죠?

 

형?

 

깁스, 오른팔입니다

 

[흥미로운 음악] [당황한 신음]

 

안녕히 들어가십시오!

 

(시안) 아, 진짜…

 

[시안의 비명]

 

망했어, 차시안!

 

[차 문이 탁 닫힌다]

 

굿 모닝

 

(소혜) 성 큐

 

에스키모인들이 화를 다스리는 방법 알아?

 

- 에스키모인이요? - (소혜) 응

 

에스키모인들은 화가 나면 무작정 걷는대 [흥미로운 음악]

 

화가 풀릴 때까지

 

그리고 그 자리에 막대기를 탁 꽂아서 표시를 한 다음

 

다시 돌아오는 거야

 

그러면서 평정심을 되찾는 거지

 

성 큐, 그날 내가 무작정 때려서 화 많이 났지?

 

- 네, 그날은… - (소혜) 하지만

 

난 성 큐가 에스키모인들처럼

 

현명하게 화를 다스릴 줄 알 거라고 생각해

 

(소혜) 어때?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꽃 막대기

 

[어색한 웃음]

 

[웃음]

 

[함께 웃는다]

 

김 비서

 

오렌지

 

사과 [함께 웃는다]

 

- 굿 모닝 - (경아) 성 큐레이터님

 

오늘 게시판 열었는데 깨끗해요

 

- (경아) 완전 청정 지역 - 전화도 한 통도 안 왔어요

 

두 사람 나 때문에 고생 많았어

 

[경아의 탄성]

 

(덕미) 이제 깔끔하게 해결됐으니까

 

본업에만 충실하면 돼

 

아니, 하루아침에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그게 말이지

 

[다가오는 발걸음]

 

[리드미컬한 음악]

 

(덕미) 신, 신디?

 

(경아) 아, 우리 인턴이에요

 

인, 인턴?

 

(경아) 응, 인원 충원 요청했더니 관장님께서 뽑으셨나 봐요

 

안녕하세요?

 

(신디) 오늘부터 채움미술관 인턴으로 일하게 된 김효진입니다

 

채움에서 많은 것을 보고 확인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덕미) 뭘 보고 뭘 확인하겠다는 거야?

 

아, 나 실은

 

(덕미) 그, 내가 그동안 얘기 못 한 게 있는데

 

나 관장님이랑 사귀어

 

(경아)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내 남친이야

 

[밝은 음악]

 

(유섭과 경아) 네?

 

(경아) [웃으며] 농, 농담하지 마세요 말도 안 돼!

 

자기야

 

[덕미의 웃음]

 

[덕미의 놀란 신음]

 

[밝은 음악]

 

(신디) 아무도 몰랐나 봐요? 연애하는 거

 

(은기) 당장 아웃팅을 시켜서라도 다 바로잡을 거야

 

(라이언) 관장님, 유도를 좀 배워 보고 싶은데

 

(은기) 뭐야, 당신? 날 던지고 싶은 이유가 뭐냐고

 

(라이언) 좋아해요?

 

(덕미) 관장님이 생각하는 거보다 훨씬 더 많이

 

(덕미) 성인 남자가 책임질 행동을 했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아니, 아무리 부끄럽고 민망해도 그렇지

 

(신디) 뭔가 있어 내가 반드시 밝혀낼 거야

 

(시안) 근데 시나길 님이 그런 사진 찍을 분이 아닌데

 

(덕미)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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